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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님아, 혼자 가지마오”...20년 함께한 암컷 죽자 바로 따라간 남편 곰

    “님아, 혼자 가지마오”...20년 함께한 암컷 죽자 바로 따라간 남편 곰

    20년 간 같은 동물원에서 동고동락해 온 암컷 곰이 질병으로 죽자 이를 견디지 못한 수컷 곰도 바로 세상을 떠나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고 미 현지 언론들이 12일(이하 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州)에 있는 카프론 동물원은 지난 3일 25살 된 '아미'라는 이름의 암컷 곰을 안락사시켰다. 몇 주 전부터 음식을 잘 먹지 않던 아미는 검사 결과 치명적인 간 질환을 앓고 있었고 약물도 치료 효과가 없어 안락사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동물원 측은 밝혔다. 하지만 아미가 죽자 이 동물원에서 20년 가까이 함께 동고동락해 온 27살의 수컷 곰인 '구프'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검사 결과, 구프도 간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동물원 측은 아미가 죽자 스트레스를 받은 구프의 병세가 갑자기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동물원 측은 결국, 아미가 죽은 지 3일 만에 구프의 상태가 극도로 악화해 구프도 안락사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동물원 측은 이들 곰 커플이 이 동물원에서 약 20년 넘게 동고동락하며 3명의 새끼를 낳았다고 전했다. 동물원의 한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둘을 안락사시키기는 했지만, 이 광경을 지켜봐야 하는 동물원 직원 모두에게는 고통의 순간이었다"며 당시 심경을 말했다. 그는 또 "이들은 너무도 아름다운 생을 살았다"며 "우리는 영원히 그리워할 것"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밝혔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ol.com
  • “미안하다, 아기 고래야” “구해줘서 고마워요”

    “미안하다, 아기 고래야” “구해줘서 고마워요”

    인간에 의해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고 또 다시 인간에 의해 목숨을 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사연은 우리 주위에 만연하고 있는 듯하다.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 해안 근처에서 새끼 혹등고래 한 마리가 인간이 설치해둔 낚시 장비에 걸려 죽을 위기에 처했다가 긴급출동한 구조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고 현지 매체 스터프 등 외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몸길이 9m에 달하는 이 고래는 아직 어린 개체로, 13일 오전 9시쯤 웰링턴 남쪽 해안에서 발견됐다. 이 고래는 어부들이 게잡이 통발의 위치를 알기 위해 달아놓은 부표 줄에 걸려 꼼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당시 웰링턴 인근 남섬 카이코우라에 배치된 구조대가 긴급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고래가 있는 곳에 도착한 시점은 오후 1시쯤. 이들은 고래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서 무리하지 않고 몸에 걸린 부표 줄을 끊어갔다. 구조대의 도움으로 아기 고래가 완전히 풀려난 시점은 오후 5시 30분. 고래는 잠시 구조대 주위를 머물다가 이내 넓은 바다를 향해 헤엄쳐 나갔다. 당시 구조에 참여한 웰링턴 해양경찰 구조대 소속 카일 스미스는 “풀려난 아기 고래는 기분이 꽤 좋은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혹등고래는 다른 대형 고래들처럼 포경 선박의 표적이 된다. 이뿐만이 아니라 이번 사례처럼 낚시 장비에 걸려 죽는 개체 수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혹등고래는 몸길이 11∼16m, 몸무게 30∼40t 가량이다. 수염이 좌우에 350개 정도 나 있다. 머리 부분은 평평한데다 중앙과 바깥면에는 돌기가 있다. 주로 태평양과 대서양에 분포하고 있다. 사진=뉴질랜드 경찰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소각 직전 ‘4톤’ 쓰레기 더미 속에서 구출된 고양이

    소각 직전 ‘4톤’ 쓰레기 더미 속에서 구출된 고양이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구하기 위해 수 톤의 쓰레기 더미를 뒤진 환경미화원들의 이야기가 화제다. 스웨덴 환경 미화원 베키르 머실과 동료 2명은 11일(현지시간) 새벽 근무를 하던 중 환경미화 차량 뒤에서 들려오는 고양이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들은 고양이를 구출하고 싶었지만 차량 안에는 버려진 음식물을 포함해 4~5톤 정도 되는 많은 양의 쓰레기가 가득 찬 상태였고, 그대로는 고양이의 위치를 찾기란 매우 힘든 상황이었다. 결국 베키르와 동료들은 담당자의 허가를 받아 트럭의 쓰레기를 바닥에 내려가며 그 안에서 고양이 수색을 시작했다. 베키르는 “그대로 두면 (고양이는) 소각장으로 가게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베키르와 동료들은 고양이가 다치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 주의해가며 삽을 이용해 쓰레기를 치워냈고, 그렇게 고양이의 목소리를 추적한 뒤 30분여 분이 지난 뒤에 무사히 구출 할 수 있었다. 베키르는 “고양이는 기름으로 완전히 뒤덮여 있었으며 지치고 공포에 질려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고 전했다. 미화원들은 고양이가 버려진 음식을 찾다가 쓰레기차 안에 빠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구출된 고양이는 근처 동물 구호소로 인계됐고, 오염이 심했던 것 이외에 건강상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베키르는 이미 큰 개를 두 마리 키우고 있어 고양이를 직접 입양하지 못했지만 다행히 구호소 직원 중 한 명이 고양이를 키우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당신 없이는 못살아” 부인 곰 죽자 바로 따라간 남편 곰

    “당신 없이는 못살아” 부인 곰 죽자 바로 따라간 남편 곰

    20년 간 같은 동물원에서 동고동락해 온 암컷 곰이 질병으로 죽자 이를 견디지 못한 수컷 곰도 바로 세상을 떠나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고 미 현지 언론들이 12일(이하 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州)에 있는 카프론 동물원은 지난 3일 25살 된 '아미'라는 이름의 암컷 곰을 안락사시켰다. 몇 주 전부터 음식을 잘 먹지 않던 아미는 검사 결과 치명적인 간 질환을 앓고 있었고 약물도 치료 효과가 없어 안락사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동물원 측은 밝혔다. 하지만 아미가 죽자 이 동물원에서 20년 가까이 함께 동고동락해 온 27살의 수컷 곰인 '구프'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검사 결과, 구프도 간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동물원 측은 아미가 죽자 스트레스를 받은 구프의 병세가 갑자기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동물원 측은 결국, 아미가 죽은 지 3일 만에 구프의 상태가 극도로 악화해 구프도 안락사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동물원 측은 이들 곰 커플이 이 동물원에서 약 20년 넘게 동고동락하며 3명의 새끼를 낳았다고 전했다. 동물원의 한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둘을 안락사시키기는 했지만, 이 광경을 지켜봐야 하는 동물원 직원 모두에게는 고통의 순간이었다"며 당시 심경을 말했다. 그는 또 "이들은 너무도 아름다운 생을 살았다"며 "우리는 영원히 그리워할 것"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밝혔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ol.com
  • [나우! 지구촌] “작아도 건강해요”…희귀병 ‘미니 고슴도치’

    [나우! 지구촌] “작아도 건강해요”…희귀병 ‘미니 고슴도치’

    희귀병 탓에 몸집이 작은 사과 정도에 불과한 새끼 고슴도치의 사연이 알려져 눈길을 사로잡았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10일자 보도에 따르면 영국 노스요크셔 지역의 야생동물보호지역에서 서식하는 생후 3개월 고슴도치 ‘텀벨리나’(Thumbelina)의 몸무게는 113g에 불과하다. 몸집도 다른 새끼 고슴도치에 비해 현저히 작다. 이 새끼 고슴도치는 태어난 직후 다른 고슴도치 형제들 사이에서 무사히 구조됐지만, 다른 가족들처럼 야생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몸이 더 이상 자라지 않는 희귀 증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텀벨리나가 앓는 병은 성장장애(failure to thrive)로, 섭취양과 상관없이 몸이 정상 성체까지 자라지 않는 것이 증상이다. 때문에 이 새끼 고슴도치는 키와 몸길이가 약 8㎝까지 밖에 자라지 않았다. 야생으로 돌려보내질 경우 포식자에 의해 금세 잡아먹혀질 수밖에 없다. 만화 속 ‘엄지공주’를 연상케 하는 텀벨리나는 작은 몸집에도 불구하고 성격이 쾌활하고 건강 상태도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엄지 고슴도치’를 보호하고 있는 야생보호지역의 담당자 알렉스 파머(26)는 “이 새끼 고슴도치는 태어난 후 형제들과 같은 양의 먹이를 먹어도 몸집이 자라지 않았다. 함께 태어난 형제들은 이미 텀벨리나 몸집의 2배 가까이 자랐다”면서 “이는 동물 사이에서 매우 드문 증상이며, 나는 한번도 이전까지 이런 증상을 보이는 고슴도치를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아마도 사상충이나 다른 무언가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다행히도 건강상태는 매우 양호하다”면서 “몸집은 작지만 자신의 2배에 달하는 형제들과 같은 양의 먹이를 먹는다는 것이 매우 신기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야생보호지역 관리소 측은 텀벨리나를 제외하고 함께 태어난 텀벨리나의 형제들을 이달 말 야생으로 돌려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한줄영상] 어미와 상봉하는 순간의 아기 동물들

    [한줄영상] 어미와 상봉하는 순간의 아기 동물들

    사람이나 동물이나 엄마를 그리워하는 모습은 매한가지인가 보다. 지난 4일 유튜브에 게재된 영상에는 어미와 상봉하는 순간의 아기 동물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헤어져 있던 어미와 만나는 코끼리, 다른 농장에서 지내다가 어미를 찾아온 새끼 소, 창틀에 매달린 새끼 고양이를 구하는 어미 고양이 등 동물들의 모성애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사진·영상= The Dodo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엄지공주’ 닮은 희귀병 고슴도치… “작아도 괜찮아”

    ‘엄지공주’ 닮은 희귀병 고슴도치… “작아도 괜찮아”

    희귀병 탓에 몸집이 작은 사과 정도에 불과한 새끼 고슴도치의 사연이 알려져 눈길을 사로잡았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10일자 보도에 따르면 영국 노스요크셔 지역의 야생동물보호지역에서 서식하는 생후 3개월 고슴도치 ‘텀벨리나’(Thumbelina)의 몸무게는 113g에 불과하다. 몸집도 다른 새끼 고슴도치에 비해 현저히 작다. 이 새끼 고슴도치는 태어난 직후 다른 고슴도치 형제들 사이에서 무사히 구조됐지만, 다른 가족들처럼 야생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몸이 더 이상 자라지 않는 희귀 증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텀벨리나가 앓는 병은 성장장애(failure to thrive)로, 섭취양과 상관없이 몸이 정상 성체까지 자라지 않는 것이 증상이다. 때문에 이 새끼 고슴도치는 키와 몸길이가 약 8㎝까지 밖에 자라지 않았다. 야생으로 돌려보내질 경우 포식자에 의해 금세 잡아먹혀질 수밖에 없다. 만화 속 ‘엄지공주’를 연상케 하는 텀벨리나는 작은 몸집에도 불구하고 성격이 쾌활하고 건강 상태도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엄지 고슴도치’를 보호하고 있는 야생보호지역의 담당자 알렉스 파머(26)는 “이 새끼 고슴도치는 태어난 후 형제들과 같은 양의 먹이를 먹어도 몸집이 자라지 않았다. 함께 태어난 형제들은 이미 텀벨리나 몸집의 2배 가까이 자랐다”면서 “이는 동물 사이에서 매우 드문 증상이며, 나는 한번도 이전까지 이런 증상을 보이는 고슴도치를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아마도 사상충이나 다른 무언가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다행히도 건강상태는 매우 양호하다”면서 “몸집은 작지만 자신의 2배에 달하는 형제들과 같은 양의 먹이를 먹는다는 것이 매우 신기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야생보호지역 관리소 측은 텀벨리나를 제외하고 함께 태어난 텀벨리나의 형제들을 이달 말 야생으로 돌려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극히 희귀한 알비노 ‘핑크 돌고래’ 美서 포착

    온몸이 핑크색인 극히 희귀한 핑크 돌고래가 오랜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ABC뉴스등 현지언론은 핑크 돌고래가 2주 전 루이지애나주강에서 목격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현지에서 핑키(Pinkie)라 불리는 이 돌고래는 새끼 때인 지난 2007년 루이지애나주강을 무대로 영업 중인 선장 에릭 루에게 처음 목격됐다. 이후 목격 자체가 뉴스가 될 만큼 화제를 모은 핑키는 수년 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이번에 '남자친구'와 함께 나타났다. 또다시 핑키를 목격한 선장 루는 "핑키는 믿기 힘들만큼 완전한 핑크색의 돌고래" 라면서 "온 몸은 물론 눈까지 핑크색으로 보인다" 고 밝혔다. 이어 "남자친구와 함께 나타난 것으로 보아 임신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면서 "평생 한 번 보기 힘든 극히 희귀한 돌고래" 라고 덧붙였다. 실제 선장의 말처럼 핑크색 돌고래는 전세계적으로도 극히 희귀하다. 멜라닌 세포의 합성이 결핍되는 선천성 유전질환인 '알비노'로 추정되는 핑키는 색깔을 제외하고는 동족들과 차이점은 없다. 그러나 많은 알비노들이 오래 살지는 못하는데 그 이유는 다른 돌고래에 비해 유독 튀는 피부색 때문에 포식자들의 표적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핑키와 같은 알비노 돌고래가 약 20마리 정도 전세계에 분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어미 배에 달라붙어 젖을 빠는 망토 원숭이 새끼...

    어미 배에 달라붙어 젖을 빠는 망토 원숭이 새끼...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부근에 잇는 라마트 간 사파리 동물원에서 4살 난 망토 원숭이가 3주된 새끼를 배에 달고 걷고 있다. 이 사파리에서 엷은 색깔의 피부를 가진 망토 원숭이가 태어나기는 처음이다. ⓒ AFPBBNews=News1/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새 영화] ‘돼지 같은 여자’

    [새 영화] ‘돼지 같은 여자’

    과거의 풍요로움이 클수록 그 빈자리의 공허함 또한 크다. 은빛 번쩍거리며 펄떡펄떡 뛰는 바닷속 갈치는 더이상 주낙을 물지 않는다. 우리의 지저분함을 탓하지 않고 우직하게 먹고 살찌우며 새끼 낳는 돼지가 갈치의 자리를 대신하지만, 흥청거렸던 어촌 마을의 옛 영화를 되돌려놓기는 쉽지 않다. 어촌 처녀 재화(황정음)의 삶도 마을과 함께 부침을 겪었다. 갈치가 떠나버리자 고깃배를 타던 아버지는 폐인이 돼 아침저녁으로 술병을 옆에 끼고 지내고, 어머니는 마을의 다른 남정네와 눈이 맞았다는 흉흉한 소문이 떠도는 것을 묵묵히 감내하며 지낼 뿐이다. 대신 재화에게는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꿈이 있다. 돼지를 잘 키워 번 돈으로 동생을 멋진 화가로 만들고 싶고 가족들과 함께 오손도손 살고 싶다는 현실적인 꿈이다. 하지만 돼지가 새끼를 낳으며 꿈을 싹틔우는 날, 하필 아버지는 술주정 끝에 나무에 올랐다 떨어져 죽고 만다. 순박한 처녀 재화의 가슴 속에는 또 다른 꿈, 유일한 동네 총각 준섭(이종혁)에 대한 수줍은 사랑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갈치 풍어도 없는 마을에 그럴싸한 총각이 남아 있을 턱이 없다. 고등학교 동창 유자(최여진), 미자(박진주) 역시 준섭에 대한 연심을 품고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얻고자 한다. 어떤 결론에 이르든, 사랑을 쟁취한 이가 누구든, 첫사랑을 믿을 수는 없다. 그 꿈조차 배반될지라도 삶은 쉽게 좌절되어서도 안 되고 좌절될 리도 없다는 사실이 작은 위안이 될 따름이다. ‘행복한 장의사’(1999), ‘바람 피기 좋은 날’(2007) 등을 연출한 장문일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장 감독은 “언젠가 꼭 한 번 그려 보고 싶었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풀어냈다”고 영화를 소개했다. 그의 고향은 전남 신안이다. 동양화 회화를 전공하고 독립영화패 ‘장산곶매’ 연출부에서 활동했던 장 감독에게 시시각각 햇빛과 몸을 뒤섞으며 색깔이 변하는 남도의 바다는 고향이기 전에 리얼리스트이자 화가로서 자신의 담대한 미장센을 풀어 낼 수 있는 좋은 공간이었을 테다. 영화는 쇠락해 가는 시골 마을이지만 꿈 많은 순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시작하지만,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감정을 그대로 좇다가 맞는 비극적 상황의 치정극으로 뒤바뀐다. 그럼에도 후반부에서 삶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정언명령을 재확인시키며 잔잔한 페이소스를 건넨다. 영화의 도입부와 마지막 장면은 재화의 결혼식이다. 삶의 무게감이 얼마나 묵직한 것인지, 그 안에서 순응하기도 하고 맞서기도 하면서 지내온 이들이 얼마나 많았을지 짐작이 되니 가볍게 낄낄거리며 웃어넘길 수 없는 영화로 자리매김된다. 10일 개봉. 15세 관람가.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길섶에서] 고고성(呱呱聲)/황수정 논설위원

    동네 마트에서 붉은 고추를 상자째 판다. 반쯤 헐어 놓은 종이상자 안으로 한 뼘치 홍고추들이 나란히 쟁여져 있다. 방금 밭을 떠나온 듯 잔뜩 매운 약이 오른 태깔이 싱그럽다. 어설픈 보약보다 낫다는 가을 햇살. 값진 걸 놓칠세라, 볕자리 골라 가며 아침저녁 널어 말리겠다 수고를 자처하니 야무진 손끝들이다. 김장철은 저만치 먼데. 물색없이 기억이 건너간다. 어린 날, 홍고추는 대문 밖 금줄에 걸리는 징표였다. 어느 아침 할머니는 분주했다. 용왕님께도 칠성님께도 빌어, 그렇게 고대했던 손자를 얻던 날. “제일 붉고 제일 실한 놈으로 한 주먹 따오거라” 하셨던 것이 저 홍고추였다. 채마밭으로 빗속을 달리던 어린 내 발의 기억이 그대로다. 안방문 너머로 들었던 막냇동생의 첫 울음소리. 고고성(呱呱聲)의 강렬했던 기운에는 언제나 저릿해진다. 새끼줄에 훈장처럼 걸던 홍고추, 박물관에나 걸릴 이야기. 우리 출산율은 세계 꼴찌 축이다. 사는 일 힘들어, 낳고 기르는 본성을 다쳤다. 가을 하늘은 고추잠자리들 독차지다. 뭐가 더 있어야 하나, 짝짓기에 여유작작이다. 우리 모습이 박물관에 보낸 옛날만 못해진 것 같다.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 美 오듀본 수족관 희귀 흰색 악어 28세로 죽어

    美 오듀본 수족관 희귀 흰색 악어 28세로 죽어

    28살 나이의 희귀 흰색 악어가 운명을 다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데일리뉴스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오듀본 수족관의 희귀 흰색 악어 스파츠(Spots)가 28살의 나이로 월요일에 죽음을 맞이했다고 보도했다. 주로 민물에서 서식하는 앨리게이터(alligators)인 스파츠는 백색증으로 알려진 선천성 색소결핍증 알비노가 아닌 선천성 유전질환인 백변증인 루시즘(leucism)으로 피부 색깔이 흰색이다. 스파츠는 1986년 루이지애나 부동산 & 탐사 회사가 습지를 개발 중 발견한 17마리의 새끼 악어 가운데 한 마리로 1990년 오듀본 수족관 개장 이후부터 지금까지 약 25년 동안 수족관에서 살아왔다. 스파츠가 발견된 이후 줄곧 수족관에서 지낸 이유는 흰색 피부로 인해 포식자들의 표적이 되기 쉽고 그의 약한 피부가 강한 태양빛으로부터 피부암에 걸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듀본 수족관 측은 악어의 기대수명이 35년에서 80년인 점에 비해 이른 나이에 죽음을 맞이한 스파츠의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을 시행할 예정이다. 한편 스파츠의 죽음 소식이 전해지자 오듀본 수족관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에는 스파츠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영상= TheMailOnline / Audubon Aquarium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알쏭달쏭+] 그 많은 비둘기, 새끼들은 왜 안보일까

    [알쏭달쏭+] 그 많은 비둘기, 새끼들은 왜 안보일까

    한동안 국내 네티즌 사이에서는 “참새는 사실 비둘기의 새끼”라는 ‘낚시성’ 농담이 유행한 적 있다. 터무니없는 농담인데도 불구하고 새끼 비둘기를 직접 목격한 사람이 워낙 없다보니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적지만은 않았다. 그렇다면 둥지 속 새끼들의 모습이 종종 관찰되는 도심 속 다른 조류들과 달리, 비둘기 새끼의 모습은 유독 보이지 않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영국 BBC가 8일(현지시간) 이 오랜 의문에 대한 대답을 내놓았다. 도심에서 볼 수 있는 집비둘기의 원종은 물가에 사는 양비둘기(rock dove)다. 두 종의 비둘기들은 주 서식처가 달라 주식이나 생활양식 등에서 다소 차이가 나지만 서식지 선택에 있어서는 동일한 습성을 보여준다. 양비둘기와 집비둘기 모두 다른 동물들이 접근하기 힘든 은밀한 곳에 둥지를 짓는다는 특성을 가지는 것. 예를 들어 해안에 사는 양비둘기들의 경우 해안 절벽의 틈이나 해안 동굴 등에 둥지를 튼다. 19세기 영국의 한 조류학자는 “매우 많은 수의 비둘기가 절벽의 틈에서 새끼를 키우는데, 그 둥지가 매우 깊이 자리하고 있어 접근할 수가 없다”고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 도시에는 이러한 절벽, 바위산, 동굴 등 새들이 안심하고 찾아들만한 은밀한 자연공간이 없다. 대신 도시 비둘기들은 도심 속 인공적 장소 중 교회 종탑, 버려진 건물, 다리 밑 등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에 둥지를 짓는다. 그러므로 이런 장소들을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 이상 둥지 안에 있는 비둘기 새끼를 보기란 불가능한 것이다. 새끼 비둘기는 물론, 중간 정도로 자란 ‘청소년’ 비둘기를 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는 비둘기들의 경우 둥지를 떠나는 시점이 다른 새들에 비해 훨씬 늦기 때문이다. 비둘기들은 약 40일이 지나서야 둥지 밖으로 나서는데, 이 때 비둘기의 크기는 우리가 흔히 보는 다 자란 비둘기들과 거의 동일해서 어른처럼 보이도록 '위장'된 상황이라 구분이 쉽지 않다. 그러나 갓 둥지를 떠난 어린 비둘기들은 가만히보면 그들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이들의 깃털에서는 성년 비둘기에게서 보이는 옅은 녹색과 목 주변의 보라색이 아직 관찰되지 않는다. 부리 위의 납막(蠟膜, 조류의 윗부리를 덮고 있는 부드럽고 불룩한 피부) 또한 성인 비둘기들과 달리 밝은 흰색이 아닌 분홍빛 회색으로 돼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잘 관찰하면 좀 더 어린 비둘기를 찾아낼 수 있다고 BBC는 전했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참새가 비둘기 새끼?…새끼 비둘기가 눈에 띄지 않는 이유

    참새가 비둘기 새끼?…새끼 비둘기가 눈에 띄지 않는 이유

    한동안 국내 네티즌 사이에서는 “참새는 사실 비둘기의 새끼”라는 ‘낚시성’ 농담이 유행한 적 있다. 터무니없는 농담인데도 불구하고 새끼 비둘기를 직접 목격한 사람이 워낙 없다보니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적지만은 않았다. 그렇다면 둥지 속 새끼들의 모습이 종종 관찰되는 도심 속 다른 조류들과 달리, 비둘기 새끼의 모습은 유독 보이지 않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영국 BBC가 8일(현지시간) 이 오랜 의문에 대한 대답을 내놓았다. 도심에서 볼 수 있는 집비둘기의 원종은 물가에 사는 양비둘기(rock dove)다. 두 종의 비둘기들은 주 서식처가 달라 주식이나 생활양식 등에서 다소 차이가 나지만 서식지 선택에 있어서는 동일한 습성을 보여준다. 양비둘기와 집비둘기 모두 다른 동물들이 접근하기 힘든 은밀한 곳에 둥지를 짓는다는 특성을 가지는 것. 예를 들어 해안에 사는 양비둘기들의 경우 해안 절벽의 틈이나 해안 동굴 등에 둥지를 튼다. 19세기 영국의 한 조류학자는 “매우 많은 수의 비둘기가 절벽의 틈에서 새끼를 키우는데, 그 둥지가 매우 깊이 자리하고 있어 접근할 수가 없다”고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 도시에는 이러한 절벽, 바위산, 동굴 등 새들이 안심하고 찾아들만한 은밀한 자연공간이 없다. 대신 도시 비둘기들은 도심 속 인공적 장소 중 교회 종탑, 버려진 건물, 다리 밑 등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에 둥지를 짓고 1년에 2~3회, 한 번에 한두 개씩 알을 낳는다. 그러므로 이런 장소들을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 이상 둥지 안에 있는 비둘기 새끼를 보기란 불가능한 것이다. 새끼 비둘기는 물론, 중간 정도로 자란 ‘청소년’ 비둘기를 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는 비둘기들의 경우 둥지를 떠나는 시점이 다른 새들에 비해 훨씬 늦기 때문이다. 비둘기들은 약 40일이 지나서야 둥지 밖으로 나서는데, 이 때 비둘기의 크기는 우리가 흔히 보는 다 자란 비둘기들과 거의 동일해서 구분이 쉽지 않다. 그러나 갓 둥지를 떠난 어린 비둘기들은 그들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이들의 깃털에서는 성년 비둘기에게서 보이는 옅은 녹색과 목 주변의 보라색이 아직 관찰되지 않는다. 부리 위의 납막(蠟膜, 조류의 윗부리를 덮고 있는 부드럽고 불룩한 피부) 또한 성인 비둘기들과 달리 밝은 흰색이 아닌 분홍빛 회색으로 돼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잘 관찰하면 좀 더 어린 비둘기를 찾아낼 수 있다고 BBC는 전했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갈치 대신 돼지?... 그들의 소박한 꿈은 이뤄질까

    갈치 대신 돼지?... 그들의 소박한 꿈은 이뤄질까

    과거의 풍요로움이 클수록 그 빈자리의 공허함 또한 크다. 은빛 번쩍거리며 펄떡펄떡 뛰는 바닷속 갈치는 더이상 주낙을 물지 않는다. 우리의 지저분함을 탓하지 않고 우직하게 먹고 살찌우며 새끼 낳는 돼지가 갈치의 자리를 대신하지만, 흥청거렸던 어촌 마을의 옛 영화를 되돌려놓기는 쉽지 않다. 어촌 처녀 재화(황정음)의 삶도 마을과 함께 부침을 겪었다. 갈치가 떠나버리자 고깃배를 타던 아버지는 폐인이 돼 아침저녁으로 술병을 옆에 끼고 지내고, 어머니는 마을의 다른 남정네와 눈이 맞았다는 흉흉한 소문이 떠도는 것을 묵묵히 감내하며 지낼 뿐이다. 대신 재화에게는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꿈이 있다. 돼지를 잘 키워 번 돈으로 동생을 멋진 화가로 만들고 싶고 가족들과 함께 오손도손 살고 싶다는 현실적인 꿈이다. 하지만 돼지가 새끼를 낳으며 꿈을 싹틔우는 날, 하필 아버지는 술주정 끝에 나무에 올랐다 떨어져 죽고 만다. 순박한 처녀 재화의 가슴 속에는 또 다른 꿈, 유일한 동네 총각 준섭(이종혁)에 대한 수줍은 사랑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갈치 풍어도 없는 마을에 그럴싸한 총각이 남아 있을 턱이 없다. 고등학교 동창 유자(최여진), 미자(박진주) 역시 준섭에 대한 연심을 품고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얻고자 한다. 어떤 결론에 이르든, 사랑을 쟁취한 이가 누구든, 첫사랑을 믿을 수는 없다. 그 꿈조차 배반될지라도 삶은 쉽게 좌절되어서도 안 되고 좌절될 리도 없다는 사실이 작은 위안이 될 따름이다. ‘행복한 장의사’(1999), ‘바람 피기 좋은 날’(2007) 등을 연출한 장문일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장 감독은 “언젠가 꼭 한 번 그려 보고 싶었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풀어냈다”고 영화를 소개했다. 그의 고향은 전남 신안이다. 동양화 회화를 전공하고 독립영화패 ‘장산곶매’ 연출부에서 활동했던 장 감독에게 시시각각 햇빛과 몸을 뒤섞으며 색깔이 변하는 남도의 바다는 고향이기 전에 리얼리스트이자 화가로서 자신의 담대한 미장센을 풀어 낼 수 있는 좋은 공간이었을 테다. 영화는 쇠락해 가는 시골 마을이지만 꿈 많은 순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시작하지만,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감정을 그대로 좇다가 맞는 비극적 상황의 치정극으로 뒤바뀐다. 그럼에도 후반부에서 삶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정언명령을 재확인시키며 잔잔한 페이소스를 건넨다. 영화의 도입부와 마지막 장면은 재화의 결혼식이다. 삶의 무게감이 얼마나 묵직한 것인지, 그 안에서 순응하기도 하고 맞서기도 하면서 지내온 이들이 얼마나 많았을지 짐작이 되니 가볍게 낄낄거리며 웃어넘길 수 없는 영화로 자리매김된다. 10일 개봉. 15세 관람가.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국내여행 | 숱한 시간의 흔적 교동도

    국내여행 | 숱한 시간의 흔적 교동도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걸까?소곤소곤 들려오는 교동도의 옛 향기에 차분히 집중했다.디디는 발걸음마다 애틋해진다.비로소, 한 발 더 가까이 멀게만 느껴졌던 교동도가 가까워진 지 벌써 1년이다. 섬에 들어가기 위해 강화도에서 배를 타야만 했던 불편이 지난해 7월 교동대교가 개통되면서 해소되는 듯했다. 하지만 교동도는 연백평야까지 불과 3.2km인 민통선(민간인 출입통제선) 안에 속한다. 자국민일지라도 신분증을 검사받는 등 군부대의 엄격한 통제를 받는다. 외부인은 일출 전 30분부터 일몰 후 30분까지만 교동대교를 통행할 수 있었다. 반가운 소식은 지난 6월부터 방문객에게 교동대교를 자정까지 연장해 개방한다는 것. 비로소 교동도에 한 발 더 가까워진 셈이다. 주민들에게 24시간 통행이 허용된 것도 지난 6월 초부터였으니 교동대교의 의미를 되새겨 볼 만하다.교동도는 우리나라에서 14번째로 큰 섬이다. ‘구름에 뜬 섬’이라는 뜻의 대운도戴雲島가 원래 이름이었다. ‘하늘에 닿을 새’라는 의미로 달을신達乙新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고구려 때 처음으로 현縣을 두어 고목근현高木根縣이라 했고 신라 경덕왕 때 교동현이라 한 것이 오늘에 이른다. 강화 나들길의 교동코스 중 하나인 ‘다을새길’은 옛 지명 달을신의 소리음인 다을새의 이름을 따서 탄생했다. ‘나들길’이란 나들이 가듯 걷는 길이라는 뜻으로 1906년, 화남 고재형 선생이 강화도의 유구한 역사와 수려한 자연을 노래하며 걸었던 강화의 끊어진 길을 연결했다. 총 19개의 코스, 20개 구간으로 310.5km에 이른다. 이 중 교동도에는 2개의 코스, ‘다을새길’과 ‘머르메 가는 길’이 있다. 월선포를 출발하여 교동향교, 화개사, 화개산 정상, 석천당, 대룡시장, 남산포, 교동읍성, 동진포를 둘러보는 9코스(교동 1코스)는 약 16km. 장장 6시간이 걸리는 걸음이었지만 애틋하기만 했던 교동도 이야기.화개산 아래로 보이는 시간의 흔적 비가 제법 잦아들고 시원한 바람이 분다. 해발 259.6m로 비교적 낮지만, 교동도에서는 가장 높은 화개산을 오르기에 선선한 날씨다. 오르는 내내 눈에 들어오는 푸름과 중턱에서 보이는 교동도의 모습이 정상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 다소 가파르지만 속도가 더디어도 곳곳에서 소곤소곤 들리는 옛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화개산 약수터, 화개산성의 외성과 내성의 북벽이 교차하는 지점인 북벽망루北壁望樓, 자연숭배 신앙의 흔적으로 보이는 성혈바위 등 볼거리가 쏠쏠하기 때문.정상에 다다르자 한 장의 정지된 사진을 보는 듯 모든 것이 멈춰 있는 풍경과 마주한다. 드넓은 교동평야 뒤로 섬들과 산이 교차하여 내다보인다. 교동도에는 논이 약 2,640만 평방미터, 밭이 660만 평방미터로 모두 3,300만여 평방미터의 농경지가 자리한다. 간척사업을 통해서 농경지가 마련된 것으로 강화도에서 경작지 면적이 가장 넓고, 호당 경지면적도 가장 넓다. 동쪽 교동대교를 시작으로 오른쪽으로 조금씩 눈을 돌리면 석모도, 상주산, 남산포, 기장섬, 주문도, 미법도, 서경도를 차례대로 음미할 수 있다. 흐린 날씨 탓인지 지도상의 ‘말도’는 눈으로 짚어지지 않았다. 반대쪽으로 발길을 돌리다 보면 서북쪽 휴전선 너머로 너무 가까워 믿기 힘들 정도의 거리에 황해도 연백평야가 뿌옇게 펼쳐져 있다.교동도는 연산군 유배지로 유명한 섬이기도 하다. 고려 희종, 안평대군, 임해군, 능창대군, 폐비 류씨, 익평군, 영선군, 은언군 등 이곳으로 많은 왕과 왕족, 귀족이 유배됐다고 한다. 교동도는 ‘돌아오지 않는 섬’이라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도 있는데, 유배당한 이들 대부분이 이곳을 빠져나오지 못해 얻은 호칭이다. 하지만 옛날 사적은 물론 유배지도 분명한 자료가 남아 있지는 않아 전설과 추정으로만 전해지고 있다.조선시대 선조들도 찜질방을 즐겼던 걸까. 연산군 유배지로 추정되는 화개산 서쪽 자락에는 돌무덤으로 보이는 한증막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문화해설사의 말에 의하면 조선 후기에 만들어져 1960년대까지도 간간이 사용했을 거라 추정된다고 한다. 화개산은 이 모든 역사를 보고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야외 박물관인 셈이다.그 많던 제비는 대룡시장에 있었다 옛것이 그대로 보존된 곳이 있다고 소문나면 너도나도 그 모습을 담아 오려고 애쓴다. 교동대교가 들어서기 전 대룡시장은 그런 이들에게 호기심과 정복의 대상이었다. 1960~70년대의 영화세트장을 옮겨 놓은 것 같은 골목은 옛것을 흉내 낸 것이 아니라 물들지 않은 역사 그대로의 모습이다. 연백군에서 피난 온 실향민들이 고향에 있는 연백장을 본떠 만든 골목시장으로 활기도 잃고 촌스럽지만 정겹고 순박하다. 기나긴 시간이 흘렀지만 고향 땅을 밟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실향민들 때문인지 아련한 공기가 감돈다. 그나마 몇 개 남지 않은 점포들이 있는 시장을 둘러보려면 10분도 넉넉하다. 시간이 멈춘 듯한 이곳을 느리게 또 느리게 둘러본다. 2명이 오갈 수 있을 법한 좁은 골목도 한산하다. 관광객보다 주민을 마주치는 일이 더 어려울 정도로 적막하다. TV를 통해 그나마 낯익은 교동이발관, 동산약방, 거북당이 외지인들의 발길을 멈추게 할 뿐.고요함을 뚫고 반갑게 맞이하는 것이 있으니 다름 아닌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제비다. 애잔한 실향민들의 보살핌으로 매해 둥지를 틀었나 보다. 처마 밑 곳곳에 제비집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운 좋게 새끼 제비들이 있는 둥지를 찾았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그 귀여운 모습을 사진으로 담자니 미안한 마음이다. 새끼 제비가 불안하지 않게 거리를 유지해 주어야 할 것 같다.최신식으로 보태어 꾸미지 않아 더욱 소중했고 어디를 둘러봐도 옛것 그대로의 교동도다운 모습을 담아 올 수 있어서 뜻깊다.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 옛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교동도에서는 따스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학문적인 지식은 조금 흘려 지나도 괜찮다. 멈춰 있는 시간에 다가갈 수 있는 의미 있는 연결고리가 있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 주는 자연이 기다리고 있으니.▶travel info 교동도인천유형문화재 28호 교동향교 가장 오래된 향교 중 하나인 교동향교喬桐鄕校는 고려 인종5년(1127년)에 화개산 북쪽에 지었으나 조선 영조17년(1741년)에 현재 위치로 옮겼다. 고려 충렬왕12년(1286년) 당시, 안유선생이 원나라 사신으로 갔다가 공자와 십철十哲의 초상을 모셔 왔다고 전해진다. 제사와 교육의 공간이 결합해 있는 향교에서는 매년 유교의 창시자인 공자를 위시한 성현들을 추모하고 덕을 기리기 위한 ‘석전제釋奠祭’ 행사가 펼쳐진다. 8월 말까지 교동향교 내 전통건축물 보수공사가 진행되고 있다.인천기념물 23호 교동읍성화개산 남쪽의 읍내리에 있는 교동읍성은 조선조 인조7년(1629년) 수영이 설치되었을 때 축조된 것으로 도읍 전체를 둘러싸 외부로부터의 침입을 막아 주민을 보호하고 군사적·행정적인 기능을 함께했다. 성의 둘레는 약 430m, 높이는 약 6m로 동, 남, 북에 3개 성문이 있었다. 현재는 반원 형태의 남문인 홍예문만 남아있다.교동 정미소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삼선리 교동 정미소는 부부가 20년 넘게 운영하는 교동도에서 가장 오래 된 방앗간이다. 대룡시장의 모습처럼 옛 자취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하루 평균 350가마를 찧는데, 쌀이 되는 과정을 여과 없이 모두 지켜볼 수 있다. 전기 대신 아직도 기름으로 모터를 돌려 쌀을 찧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고 한다. 교동도는 섬임에도 불구하고 논과 밭이 많고 벼농사가 발달했다. 축산농가가 없어 맑고 깨끗한 농업용수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인천광역시 강화군 교동면 교동북로 183 삼선리정미소 032 932 1887강화 교동 나들길 여행상품DMZ와 접경지역 10개 시·군을 대상으로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DMZ관광주식회사(대표 장승재)에서 교동대교 1주년 기념으로 출시한 교동도 당일여행 관광상품. 나들길 화개산과 연계한 교동문화 중심의 A코스와 역사 문화 농촌 관광자원 중심의 B코스로 운영될 예정이다. 7월부터 매주 주말 출발하며 단체의 경우 주중 출발도 가능하다.02 706 4851 www.dmztourkorea.com 3만3,000원에디터 손고은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유리취재협조 DMZ관광주식회사 www.dmztourkorea.com☞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학대받던 서커스 곰, 25년만에 자연의 품으로…

    학대받던 서커스 곰, 25년만에 자연의 품으로…

    서커스단에 불법으로 사로잡혀 무려 25년간 학대받아온 암컷 안경곰이 건강을 회복하고 마침내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다. 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 동물 전문매체 더 도도(The Dodo)에 따르면, 안경곰 촐리타는 6일 남미 아마존에 있는 한 보호구역에서 방사됐다. 안데스 산맥을 따라 3일간 차를 타고 이동한 촐리타는 이날 오전 자원 봉사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숲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올해 초 국제 동물보호단체인 ADI(Animal Defenders International)의 도움으로 구조됐던 촐리타는 처음에 곰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몸 상태가 심각했다. 털은 몽땅 빠져 벌거숭이였고 발톱도 모조리 뽑혀있는 상태였다. ADI에 따르면 촐리타는 새끼였을 때 사람들에게 납치됐다. 서커스단에서 학대를 받으며 생활해오다가 늙고 병들자 버려진 것이다. ADI는 그런 촐리타의 사연을 언론을 통해 공개했었고 일반인을 비롯한 여러 단체의 후원으로 미국으로 가서 재활 치료를 받고 야생으로 돌아가기 위한 적응 훈련을 받을 수 있었다. 얀 크리머 ADI 대표는 이번에 촐리타가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 것을 두고 “정말 감동적인 순간이었다”면서 “그동안 촐리타를 구하기 위해 애쓴 모든 사람에게 감사한다”고 전했다. 촐리타처럼 사로잡혀 서커스단 같은 곳에서 학대받고 있는 동물은 너무나 많이 있다고 ADI 측은 말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동물 공연을 법으로 금지하는 추세에 있지만, 지금처럼 인간의 재미를 위해 동물들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한 이 문제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크리머 대표는 호소하고 있다. 사진=ADI/더 도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서커스 학대로 ‘벌거숭이 곰’ 25년만에 자연으로 돌아가다

    서커스 학대로 ‘벌거숭이 곰’ 25년만에 자연으로 돌아가다

    서커스단에 불법으로 사로잡혀 무려 25년간 학대받아온 암컷 안경곰이 건강을 회복하고 마침내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다. 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 동물 전문매체 더 도도(The Dodo)에 따르면, 안경곰 촐리타는 6일 남미 아마존에 있는 한 보호구역에서 방사됐다. 안데스 산맥을 따라 3일간 차를 타고 이동한 촐리타는 이날 오전 자원 봉사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숲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올해 초 국제 동물보호단체인 ADI(Animal Defenders International)의 도움으로 구조됐던 촐리타는 처음에 곰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몸 상태가 심각했다. 털은 몽땅 빠져 벌거숭이였고 발톱도 모조리 뽑혀있는 상태였다. ADI에 따르면 촐리타는 새끼였을 때 사람들에게 납치됐다. 서커스단에서 학대를 받으며 생활해오다가 늙고 병들자 버려진 것이다. ADI는 그런 촐리타의 사연을 언론을 통해 공개했었고 일반인을 비롯한 여러 단체의 후원으로 미국으로 가서 재활 치료를 받고 야생으로 돌아가기 위한 적응 훈련을 받을 수 있었다. 얀 크리머 ADI 대표는 이번에 촐리타가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 것을 두고 “정말 감동적인 순간이었다”면서 “그동안 촐리타를 구하기 위해 애쓴 모든 사람에게 감사한다”고 전했다. 촐리타처럼 사로잡혀 서커스단 같은 곳에서 학대받고 있는 동물은 너무나 많이 있다고 ADI 측은 말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동물 공연을 법으로 금지하는 추세에 있지만, 지금처럼 인간의 재미를 위해 동물들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한 이 문제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크리머 대표는 호소하고 있다. 사진=ADI/더 도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멸종위기 맹금류 ‘새매’ 포천 일대 번식 첫 확인

    멸종위기 맹금류 ‘새매’ 포천 일대 번식 첫 확인

    조류 중 최상위 포식자인 ‘새매’의 국내 번식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국립생물자원관은 경기 포천 일대 야산에서 멸종위기종 2급 야생생물인 새매의 번식지를 확인했다고 3일 밝혔다. 새매는 매목 수리과의 소형 맹금류로 지금까지 국내 번식에 대한 추정만 있었을 뿐 실제 번식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생물자원관 조류연구팀은 지난 3월 포천 일대에서 새매 암컷과 수컷의 ‘구애 비행’을 첫 관찰한 후 5월 10일 야산에서 둥지를 발견했다. 둥지는 소나무 6.5m 높이의 가지에 직경 95㎝ 크기의 접시 모양으로 지어졌으며, 둥지 안에서 4마리의 새끼가 확인됐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유아와 까꿍놀이 하는 동물원 아기 고릴라 화제

    유아와 까꿍놀이 하는 동물원 아기 고릴라 화제

    2살 짜리 아기와 투명유리로 된 우리 앞에서 놀고 있는 새끼 고릴라의 모습이 인터넷상에서 화제다. 1일(현지시간) 영구 메트로는 최근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동물원 새끼 고릴라 카몰리(Kamoli)가 2살 유아 이사야 슈트(Isaiah Chute)와 함께 노는 모습의 영상을 기사와 함께 보도했다. 영상에는 엄마 셰리와 함께 동물원을 찾은 이사야가 유리로 만든 우리 사이로 고릴라 카몰리와 까꿍놀이 모습이 담겨 있다. 플라스틱 나무기둥 사이를 오가는 카몰리의 장난에 이사야가 소리를 지르며 쫓아다닌다. 한편 동물연구가들에 의하면 고릴라들의 놀이는 어린이들이 하는 술래잡기와 유사한 놀이를 하며 때론 인간처럼 서로를 속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영상= Haampton Terrace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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