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상호주의
    2026-03-08
    검색기록 지우기
  • 조 바이든
    2026-03-08
    검색기록 지우기
  • 분양가
    2026-03-08
    검색기록 지우기
  • 국무총리
    2026-03-0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946
  • 朴대통령, 아베 총리에 친서 전달할까

    박근혜 대통령이 일본 아베 신조 총리에게 친서를 보낼지 여부가 새해 한·일 관계를 설정하는 방향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8일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을 비롯한 한·일 의원연맹 대표단이 다음주 일본 방문과 맞물려 아베 총리와 면담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 “(박 대통령의 친서 전달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한·일 의원연맹의 일본 측 누카가 후쿠시로 회장은 지난해 10월 우리나라를 찾아 박 대통령을 면담했으며 “대화로 한·일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며 한·일 정상회담을 희망하는 아베 총리의 친서도 전달한 바 있다. 서 최고위원의 이번 면담이 외교 무대에서 통용되는 ‘상호주의’ 원칙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아베 총리에게 친서를 보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외교부 관계자는 “(국가 정상 간) 친서는 상호주의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서 최고위원이 무게감도 있고 일본이라는 특수성도 있으니 친서 문제를 고려할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친서를 보내더라도 정상회담 개최 의사를 내비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개최의 선결조건으로 일본 측의 위안부 문제 해결을 꼽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12일로 예정된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일본 언론에 질문 기회를 줄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지난해 1월 박 대통령 취임 후 처음 가진 신년 기자회견 당시 한 일본 기자는 “우리도 질문을 하고 싶었는데 왜 배려해 주지 않았느냐”며 항의하는 일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中, 한국인 마약사범 1명 사형… 형 집행 6일 만에 늑장 통보

    중국에서 마약사범으로 적발된 우리 국민에 대한 사형집행이 또다시 이뤄졌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사실을 집행 6일 만에 늑장 통보해 논란이 예상된다. 5일 외교부 당국자는 “마약범죄로 중국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우리 국민 1명이 지난달 30일 사형집행을 받았다는 내용을 5일 통보받았다”면서 “인도주의와 상호주의적 측면에서 우리 국민에 대해 사형을 집행하지 말아줄 것을 중국 측에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결국 집행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사형집행이 늦게 통보된 점과 관련해서도 중국 정부에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외교부는 우리 국민에 대해 사형집행이 이뤄질 경우 즉시 통보해 줄 것을 중국 정부에 요청했었다. 그러나 중국 측은 연말연시 등의 사정으로 행정절차가 상당히 지연돼 제때 내용을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사형이 집행된 한국인 마약 사범 김모씨는 2010년 5월 약 5kg의 마약을 밀수해 운반한 혐의로 중국 당국에 체포됐다. 이후 2012년 4월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같은 해 12월 2심에서 형이 확정됐다. 김씨에 대한 마지막 가족면회는 사형 집행 하루 전날인 지난달 29일에 이뤄졌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8월 6일과 7일 한국인 마약사범 김모·백모씨와 장모씨에 대해 잇따라 사형을 집행했으며, 2001년에도 한국인 마약사범 신모씨를 사형에 처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3조달러 시장 무역장벽 낮춰 세계경제 새 동력으로

    3조달러 시장 무역장벽 낮춰 세계경제 새 동력으로

    12일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한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를 통해 한국은 아세안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간 것으로 평가된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처음으로 개최한 다자 정상외교 무대에서 아세안과 ‘관계의 심화’를 원하고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으며 양측은 협력의 범위를 금융, 관세, 교통, 농업, 노동, 관광, 에너지, 식량안보, 삼림, 광업, 어업, 유통, 지적재산권, 인프라 개발과 같은 다양한 분야로 확대하기로 했다. 아세안은 2015년 ‘아세안공동체’ 출범을 앞둔 가운데 인구 6억 4000만명, 역내총생산 3조 달러의 거대 단일 시장을 향한 한국, 중국, 일본 간 구애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아세안은 2013년 기준으로 우리의 제2위 교역 대상(1353억 달러)이자 제3위 투자 대상(38억 달러)이고 정치·안보 면에서도 역내 논의에서 중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아세안 지역에 총 4억 3000만 달러가량의 양자 공적개발원조(ODA)를 제공했으며 이는 우리 정부 전체 ODA의 32%가량을 차지했다. 이번 회의의 경제적 주요 성과로는 한·아세안 간 자유무역협정(FTA) 활용도를 높인 것을 꼽을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FTA의 무역 자율화를 높일 수 있도록 상호주의 제도를 개선할 것과 전자 원산지증명서 인정 등을 통한 역내 무역 원활화를 적극 호소해 아세안 회원국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한·베트남 FTA의 실질적 타결도 이끌어 냈다. 한·베트남 FTA는 우리나라가 체결한 15번째 FTA이자 현 정부 들어 5번째로 타결된 것이다. 이로써 아세안 10개 회원국 중 교역 순위 1위인 싱가포르, 2위인 베트남과 양자 FTA를 체결하게 됐다. 2015년 말까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타결을 통해 경제 파트너십을 더욱 증진시키기로 했다. 나아가 아세안 개별 회원국과의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한 것도 중요한 성과로 꼽힌다. 청와대는 “경제적 잠재력과 지경학적 중요성이 증가하게 될 아세안과의 경제적 유대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역내 상생의 경제 기반을 강화하고 세계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그 역할을 제고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행정적 연계성도 강화될 전망이다. 우리는 아세안 회원국의 중견 공무원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확대하기로 했고 아세안 내의 정책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기로 했다. 농촌정책 분야 전문 지식 개발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도 전수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정부 무상원조 전담 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도 가세한다. 코이카는 이번 회의 기간 라오스·캄보디아 정상과 인도네시아 측 대표단을 면담하고 한국의 무상원조 사업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코이카는 이 지역에 대한 새마을운동 사업을 교육·보건·인프라 구축 등 제반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적 지역개발사업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훈 센 캄보디아 총리는 자국 청년 지도자 육성을 위한 새마을대학 설립을 요청했으며, 통싱 탐마봉 라오스 총리는 새마을 사업이 라오스 전역으로 확대되길 희망했다. 정치·안보 분야에선 북한 비핵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대한 아세안 회원국들의 지지를 공고히 한 것이 핵심 성과다. 한반도 비핵화 달성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기로 한 것과 한반도 정세 및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우려, 북한에 국제적 의무와 약속을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등의 내용을 공동성명에 포함시켰다. 부산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11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부산서 개막… 朴대통령, 9개국 정상과 양자회담

    한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이 회동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11~12일 부산에서 열린다. 박근혜 대통령은 태풍 피해가 발생한 필리핀을 제외한 나머지 9개 회원국과 일일이 양자회담을 하는 등 세일즈외교를 전개하는 한편 동북아 신뢰 구축 구상 등에 대한 아세안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청와대가 10일 밝혔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다자회의를 처음으로 주재하는 자리이며 올 한 해 다자외교를 마무리하는 의미가 있다. 이번 회의는 한·아세안 대화 관계 수립 25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것으로 2009년 제주에서 개최됐던 20주년 기념 특별정상회의에 이은 두 번째 특별정상회의다. 그 사이 아세안은 한국에 있어 전략적, 경제적 가치가 크게 급증했다. 2015년에는 ‘아세안 공동체’ 출범을 계기로 인구 6억 4000만명, 국내총생산 3조 달러의 거대 단일시장이 형성된다. 우리는 우선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 활용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상호주의 제도를 개선하고 무역을 좀 더 원활히 하는 내용의 합의를 이끌어낼 전망이다. 우리는 2007년 상품협정에 이어 2009년 서비스·투자협정을 발효함으로써 한·아세안 FTA를 완성했지만 낮은 자유화율과 까다로운 원산지 기준 등으로 우리 기업의 FTA 활용률은 38.1%에 그친다. 우리가 체결한 전체 FTA의 평균 활용률 69.5%에 비해 크게 낮다. 아세안은 중국에 이어 우리의 제2 교역 파트너로 지난해 교역액은 1350억 달러였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과는 각각 1000억 달러 수준이었다. 정부는 국가별로 상호주의 적용을 차별화하는 한편 교역량이 많은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과는 양자 FTA를 통해 개별적으로 무역 자유화율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전자원산지증명서 인정, 투명성 제고, 사전심사제도 도입 등 수출 기업 편의를 위한 규정을 도입할 계획이다. 양자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우리 기업의 인프라 건설 분야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진출 기업의 애로 사항 해소 등을 요청한다. 민간 분야 경제협력을 활성화하는 행사도 줄줄이 열린다. 이날 ‘한·아세안 비즈니스 협의회’ 창립총회에 이어 11일에는 ‘한·아세안 최고경영자(CEO) 서밋’과 양측 300여개 업체(한국 260여개, 아세안 50여개)가 참여하는 ‘한·아세안 비즈니스 플라자’가 개최된다. 외교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 역시 이번 회의에서 중요한 또 다른 축이다. 한반도신뢰프로세스, 동북아평화협력 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박근혜 정부의 핵심 외교안보 구상에 대한 지지 강화가 핵심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아세안 10개 회원국 언론에 보낸 기고문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돼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통일의 길로 나아가는 데 아세안 국가들이 큰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공개적인 도움을 요청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과거 비동맹 외교를 추구한 아세안은 한때 우리보다 북한과 더 가깝게 지냈으나 우리와의 경제 교류가 심화되면서 태도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지난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에는 북한의 주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기도 했다. 부산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정부 ‘북·러 탈북자 송환 협정’에 안이한 대응

    러시아 정부가 국경을 넘어온 탈북자들을 강제 송환한다는 내용을 담은 ‘불법 체류자 강제 송환 협정’을 북한과 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러시아 내에서도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28일 러시아 극동 지역 인터넷 통신 ‘데베로스’ 등에 따르면 러시아의 난민지원 단체 ‘시민지원’ 소장 스베틀라나 간누슈키나와 인권 변호사 등은 지난 25일 모스크바 시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러 간 불법 입국자 및 불법 체류자 송환 및 수용에 관한 협정’이 러시아 내에 불법 체류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신변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협정은 ‘불법 월경이 의심되는 사람이 합당한 서류를 소지하지 않고 있으면 체류국의 승인을 얻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송환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지 인권 운동가 알렉산드르 포드라비네크는 “협정이 형식상 상호주의에 입각하고 있으나 러시아로부터 북한으로 탈출한 주민은 지금까지 없었기 때문에 사실상 북한인을 러시아에서 추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990년대 중반 주한 러시아 대사를 지낸 게오르기 쿠나제 전 외무차관도 24일 일간 ‘노비예 이즈베스티야’와의 인터뷰에서 “이 협정은 러시아 정부가 엄격한 전체주의 국가인 북한의 체제와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문서”라고 비판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9월 이 협정과 관련해 “러시아는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 가입국으로 그동안 자국 내에서 발견되는 난민을 유엔난민기구(UNHCR)를 통해서 그 난민이 희망하는 국가로 보내왔다”면서 “러시아가 국내법에 따라 법을 집행하면 난민협약과 양자협정(탈북자 송환협정) 간의 충돌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탈북자에 대한 피해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 내부의 이 같은 반응이 증폭됨에 따라 정부의 해석이 지나치게 자의적이고 제3국에서의 탈북자 보호에 대해 안이하게 대응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사설] 北, 유엔 인권결의 수용해 변화 의지 보여라

    북한의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를 포함한 실질적 조치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권고하는 내용의 북한인권결의안이 어제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채택됐다. 북한의 인권과 관련한 결의안이 채택된 것은 2005년 이후 10번째가 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ICC 회부 권고’를 결의하는 등 가장 강력한 내용을 담았다. 결의안은 북한에서 조직적으로 벌어지는 고문, 공개처형, 강간, 강제구금 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이에 대한 책임규명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적시했다.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를 유엔 안보리에 넘기고 안보리는 COI의 권고를 받아들여 북한 인권문제에 가장 책임 있는 사람들을 제재하도록 권고한 것이다. 유엔총회 전체회의는 산하 위원회에서 채택한 결의안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게 관례라 사실상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됐다고 볼 수 있다. 유엔총회 인권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북한 최고위층의 책임과 ICC 회부 등을 거론해 북한 외교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북한 최고지도자를 ICC에 회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가 결의안에 반대하고 있어 안보리에서 추가로 논의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결의안은 북한 인권 상황의 심각성과 이를 개선하기 위해 COI의 권고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우려와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북한 인권문제는 전체주의 국가의 폐쇄성과 체제 유지와 맞물려 있고 주변국의 정치적 입장과 복잡하게 연계해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이유로 북한은 그동안 개인의 독립성과 주체성은 인정하지 않고 집단적 인권만을 우선시하는 ‘우리식 인권’을 주장하면서 국제사회의 개선 목소리를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해 왔다. 이번 결의안에 대해서도 미국의 적대주의 정책의 일환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현재 지구상에 80여개에 달하는 국제인권규범이 존재하고 130여개 이상의 국가들이 유엔인권규약에 가입해 있다는 점에서 인권의 보편타당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번 결의안의 진지성과 심각성을 인지해 북한 지도부는 ‘소귀에 경 읽기’식으로 나올 게 아니라,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인권 개선을 위해 필요한 구체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 정부는 북한 인권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지속적이고 강도 높은 문제제기를 해야 하지만 궁극적 목적이 북한에 대한 압박이 아니라 실질적인 인권개선이라면 현실성 있는 전략에 따라 북한 인권 개선을 선도해야 한다. 결의안이 현실성 있고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지려면 우리가 주도적으로 모멘텀을 만들어 지속적인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는 의미다. 인권침해의 직접적 피해자가 북한 주민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실질적 인권개선을 위한 정책을 새롭게 짜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정부가 주도하는 북한과 다자인권대화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 일본, 러시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인권대화 등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다. 북한 인권이 개선되는 정도에 따라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적 지원과 경제협력 규모를 늘려나가는 단계적·상호주의적 접근도 방법이 될 수 있다.
  • [사설] 또 NLL 침범, 北 불가측성에도 대비할 때

    북한 경비정 1척이 어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면서 남북 간 교전에 준하는 해상 충돌이 벌어졌다. 북 경비정은 NLL을 넘어와 우리 측이 경고 사격을 하자 대응 사격까지 감행하다 10여분 만에 퇴각했다고 한다. 황병서 군총정치국장 등 북 최고위급 인사 3인의 전격적 인천 방문으로 대화 재개의 물꼬를 튼 지 3일 만이다. 아시안게임의 성화는 꺼졌지만, 남북관계 개선의 불씨는 활활 타오르길 바랐던 남북 구성원 모두의 염원에 북측이 찬물을 끼얹은 형국이 아닐 수 없다. 북한 경비정이 연평도 서방 NLL을 약 0.5노티컬마일(900m) 넘어오면서 남북 함정 간 함포와 기관총을 동원한 대응 사격이 벌어졌다. 쌍방이 인적·물적 피해를 보지 않은 선에 그쳐 그나마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물론 북측의 NLL 무력화 공세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도 10·4선언을 도출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우리(북)가 주장하는 군사경계선, 남측이 주장하는 북방한계선 사이에 있는 수역을 공동어로구역, 아니면 평화수역으로 설정하자”고 제안하며 NLL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측이 실세 3인방의 인천 방문 직후 NLL 도발에 나선 것은 범상한 일로 넘길 순 없다. 그들 스스로 “(남북관계의) 대통로를 열자”고 해놓고 2차 남북 고위급회담을 앞서 대화 분위기를 얼어붙게 했다는 점에서다. 북한의 종잡을 수 없는 행태는 정권의 불가측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혹여 관성적 NLL 무력화 공세에 따른 우발적 도발이라면 김정은 노동당 제1위원장의 권력기반의 불안정성을 알리는 징표일 수도 있다. 남북관계로 돌파구를 열려는 ‘최고 존엄’의 구상에 난관을 조성했다는 맥락에서다. 북한은 지금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도 예전 같지 않은 데다 미국과 유럽 등 국제사회의 지원도 기대할 수 없는 꽉 막힌 상황이 아닌가. 와병설과 함께 한 달 넘게 은둔 상태인 김정은의 동향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NLL 침범이 이달 말이나 내달 초 고위급회담을 앞둔 일종의 ‘간보기’라고 해도 문제는 심각하다. 우리만 5·24 조치 해제 등으로 갑론을박하면서 기대에 부풀어 있지만, 북한정권의 속성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음을 방증하는 사례일 수 있기 때문이다. 회담이 열리면 남측이 바라는 이산가족 상봉 및 북핵 해결 등을 북측이 들고 나올 10·4선언 이행 문제나 금강산관광 재개 카드와 어느 수준의 상호주의로 주고받을지 미리 전략적으로 잘 대비해야 한다. 불규칙 바운드를 조심해야 하는 건 스포츠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북한과도 교류·협력은 확대해야 하겠지만, 정확한 대북 정보를 토대로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 [동북아 무한 국익경쟁 시대] “北·日빅딜 정부 전략 제약” vs “北 개혁·개방 도움될 수도”

    동북아시아의 한·미·중·일·러·북 등 6자 관계의 치열한 수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부상하는 중국을 대륙 안에 묶어 두려는 미·일과 자국의 핵심 이익 지역을 동·남중국해로 확대하려는 중국, 납치 재조사와 대북 제재 완화 ‘빅딜’로 외교적 주도권을 쥐려는 북·일, 미국에 맞선 중·러의 군사 공조 행보까지 동북아 안보 지형도 요동치고 있다. 한국의 미·중 균형 외교 역시 기회와 위기의 양면을 위태롭게 오가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편입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고, 중국은 MD 문제를 한·중 관계의 ‘레드라인’으로 긋고 있다. 한편으로는 북한보다 한국을 우선순위에 둔 외교술로 미·일 동맹의 파고를 상쇄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특히 이달 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중 3국 간 북핵 해법이 도출될지도 관심이다. 그야말로 미·중 양강 구도 속에서 한반도의 남북과 일본, 러시아가 전략적 이익을 좇으며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이다. 한반도 문제를 핵심 이익으로 삼고 있는 한국 외교도 역내 구도 변화에 따라 출렁일 수밖에 없다. 지난달 29일 북·일이 발표한 스톡홀름 합의의 파장을 주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일 “북한이 (현 구도에) 답답함이 느껴졌기 때문에 판을 바꾸기 위해 일본을 끌어들인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북한의 숨통을 터줬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는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북·일 간 막혀 있던 일이 처음 풀렸다는 점에서 합의의 의미를 과소평가해서도 안 되지만 동북아에서 가장 고립되고 친구가 없는 두 나라의 합의를 과대평가할 필요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일 합의안에 대북 인도적 지원 검토 내용이 포함된 것과 관련, “일본이 북한에 의미 있는 (규모의) 식량원조를 하면 미국이 가만히 안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는 그동안 중국의 역할론을 지렛대로 한 대북 제재 공조를 북한 비핵화 압박 수단으로 구사해 왔다. 이 때문에 일본의 독자제재 완화가 한·미·중·일의 대북 정책의 단일 대오에 균열을 주는 부정적 영향이 주요하게 제기된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대중 외교를 통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다고 봤지만 북·일이 밀착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전략에도 제약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미·중·일 4자가 균일하게 가해야 할 대북 압력에 김이 샐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일 합의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했다. 그는 “북·일 합의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전략적 상상력의 빈곤을 드러냈다”면서도 “북한의 외교적 고립 탈출이 경제 안정화와 개혁·개방 강화에 도움이 되는 효과가 있다”고 봤다. 현 국면에서 남북관계를 한반도 외교의 중심적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 집권 초 남북 관계가 중심이었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집권 2년 차에 국내 정치 메시지 성격이 강한 통일 대박론으로 전환되면서 남북 간 신뢰 프로세스 동력이 급격히 상실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신뢰는 상호주의이며 한쪽의 입장만 관철하는 게 신뢰가 아니다”라며 “5·24 대북조치 해제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남북이 합의하고도 지지부진한 고위급 접촉 카드도 추진체로 쓸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미·중 중심적 접근법을 탈피하는 외교안보라인의 유연한 사고를 주문했다.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중 모두와 협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한 문제에 대한 우리만의 독자적 전략도 관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군사안보적 측면만 강조해 북 도발 등 현상에 대응하는 면만 있다”며 “외교안보상의 전략과 위기관리의 두 축이 균형을 맞춰야 하며 역내 주요국의 의도를 종합적으로 읽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쉬운 과제부터 접근… 관계 개선 실마리” “비핵화 전제… 말의 성찬으로 끝날 수도”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남북 주민 간 인도적 문제 해결, 민생 인프라 공동 구축, 동질성 회복을 골자로 하는 드레스덴 선언을 제시해 향후 현실화 가능성이 주목된다. 박 대통령의 제안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통일 대박론’의 연장 선상에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쉬운 과제부터 해결한다는 ‘선이(先易), 후난(後難)’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전임 이명박 정부 기조보다는 진일보한 접근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도 나온다. 반면 5·24 대북 조치에 대한 전향적 메시지가 없었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쉽지 않다는 현실을 직시할 때 자칫 ‘말의 성찬’으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이 독일식 흡수통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박 대통령의 지금까지의 남북관계 발언은 ‘선 비핵화 후 남북관계’라는 도식 속에서 이뤄졌으나 이번 연설은 남북관계와 비핵화 문제를 정치적으로 분리한 탄력적 상호주의”라면서 “우리 입장에서 접근하기 쉬운 과제인 산림이나 농촌, 민생인프라 개선을 제시했고 주민들의 동질성 회복을 언급하면서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를 제안한 점은 남북관계 개선의 전향적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비핵화를 선결조건으로 내건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제안과는 차별화했다”며 “오히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남북 간 화해 협력을 강조한 김대중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취할 수 있는 방식과 내용을 총망라한 셈”이라면서 “핵을 포기하면 국민소득을 3000달러로 만들어 주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 정책보다 유연하고 전향적이지만 노무현 정부의 10·4 선언보다는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 내기 위한 남북 간 후속 고위급 대화를 실현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으로서는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제안을 한국 주도의 독일식 흡수통일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며 “북한이 우리 측 제안을 독이 든 사과로 볼 수 있는 만큼 남북 고위급 접촉을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수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이번 제안은 이명박 정부 북핵 해법의 인도주의적 버전이지만 북한을 변화시킬 지렛대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도 “이번 연설은 새로운 내용이 없어 5·24 제재 조치와 북핵 문제를 넘어설 비전과 전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팍스 시니카’ 향한 중국식 자본주의

    ‘팍스 시니카’ 향한 중국식 자본주의

    중국뿐인 세상/후안 파블로 카르데날·에리베르토 아라우조 지음/전미영 옮김/명명랑한 지성/432쪽/2만 3000원 중국이 세계 질서를 지배하는 ‘팍스 시니카’의 시대가 머지않았음을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도 가볍게 넘기고 매년 7% 이상의 경제 성장을 거듭하는 중국은 두둑한 주머니와 달라진 위상을 앞세워 세계 정복이라는 야심 찬 계획을 실천해 나가고 있다. 신간 ‘중국뿐인 세상’은 놀라운 성장세를 바탕으로 세계 곳곳으로 파고드는 중국식 자본주의의 본질을 파헤쳤다. 저자인 후안 파블로 카르데날과 에리베르토 아라우조는 스페인 ‘엘 문도’의 상하이 특파원과 AFP의 베이징 통신원을 지낸 기자다. 이들이 보기에 베이징올림픽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속화된 중국의 세계 진출 행태는 서구가 헤게모니 장악을 위해 사용했던 식민 지배 체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은 라틴아메리카나 아프리카에서 원자재 공급을 보장받고 생산한 제품을 팔 새 시장을 확보하며 그 기반 위에 교역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노린다. 차이가 있다면 중국은 돈이라는 조용한 무기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두 저자는 2009년부터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개발도상국 등 중국의 자본력이 손을 뻗은 25개국 이상을 찾아 각 지역의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며 500여건 이상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13억명의 거대한 인구를 먹여 살려야 하는 중국의 입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세계의 공장’을 계속 돌리고 도시화를 이어 나가려면 원자재 조달은 필수적이다. 페루의 광산촌, 콩고의 구리광산, 투르크메니스탄의 사막, 모잠비크와 시베리아의 숲을 향한 중국의 진격은 미래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기초공사나 다름없다. 중국수출입은행, 중국개발은행 등 정책은행들은 중국의 이런 행보에 무한대로 자금을 공급한다. 힘을 과시할 줄 아는 외교술과 중국인의 끈질긴 기업가 정신이 중국식 자본주의의 확장을 돕는다. 문제는 중국이 취하는 방식이다. 중국은 ‘상호주의’라는 말로 그럴싸하게 포장하지만 알고 보면 훨씬 더 많은 이득을 취한다. 중국의 야심에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중국인 이주자들과 국영기업 소속 노동자들이다. 두 저자는 중국식 자본주의의 확산으로 중국 사회의 모순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국제사회에 이식되는 상황에 우려를 표한다. 인류의 진보적 가치가 정치·경제적 탐욕 아래 훼손되고 폄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중국인들의 투자를 두 팔 벌려 환영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구본영 칼럼] 통일 준비, ‘가슴은 뜨겁되 머리는 차갑게’

    [구본영 칼럼] 통일 준비, ‘가슴은 뜨겁되 머리는 차갑게’

    세상에 열정 없이 이뤄지는 건 없을 터. 한 쌍의 청춘 남녀가 결혼에 골인하는 데도 가슴 설레는, 끈질긴 프러포즈는 필수다. 하물며 오랜 세월 분단된 남북을 하나로 합치는 일임에랴. 남북 구성원들의 열망을 한데 모으지 않고는 언감생심일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회견에서 제기한 통일대박론이 국민들의 마음속을 헤집어 꺼져가는 통일 열망의 불씨를 되살렸다면 다행일 것이다. 최근 십수년간 우리 사회에 평화공존으로 포장된 분단고착화 논리가 횡행한 인상이다. 예컨대 ‘통일은 남북이 교류·협력을 열심히 하다 보면 먼 훗날 저절로 이뤄진다’는 식의 주장이 판을 쳤다. 이산가족의 상호 방문을 포함한 보통 주민 간 접촉면 확대는 시도조차 되지 않았다. 훈련된 요원 이외 북의 보통 주민은 그림자도 보기 어려운 금강산의 관광이나 북한당국이 쳐 놓은 철조망 속 개성공단에서 제한된 남북 인력이 만나는 게 전부였다. 심지어 북한 정권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게 평화를 지키는 일인 양 호도하는 축도 있었다. 말이 교류·협력이었지 속내를 들여다보면 남측의 일방적 지원에 불과했다. 그 과정에서 ‘지상락원’의 허구성을 알게 될 주민들의 동요를 우려하는 북한 지도부의 의중을 ‘배려’한 결과였다. 통독 전 동독과 달리 북한의 개혁·개방이 지체된 이유다. 모쪼록 통일대박론이 이런 분단고착화 흐름을 끊어내는 묘약이기를 바란다. 알렉산더 대왕이 단칼에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잘라냈던 것처럼. 그러나 준비 없는 통일은 큰 재앙을 부를 수도 있다. 통일로 가는 길엔 뜨거운 가슴과 함께 차가운 머리도 필요한 이유다. 박근혜 정부가 구성하려는 ‘통일준비위’도 그런 기능을 해야 한다. 다만 통일 논의와 준비는 구심점이 있는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배는 산으로 가고 만다.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북한 세습체제의 폭압성을 방조하는 일을 구분하지 못한 소치일까. 벌써부터 그런 조짐이 보인다. 서독의 동방정책을 잘못 이해해 대북 지원을 무조건 늘리자는 주장이 분출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야권만 그러는 게 아니다. 지난주 친박 중진인 홍사덕 상임의장이 이끄는 민화협이 대북 비료 100만 포대 지원안을 성급히 내놓았다가 제동이 걸렸다. 대북 지원을 늘리는 일 못잖게 제대로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음수사원’(飮水思源:물을 마시며 그 근원을 생각한다)이라고 했다. 북 주민들이 우리의 선의를 알게 될 때 남측과의 통합에 기꺼이 호응하려 하지 않겠는가. 동독주민들이 그랬듯이. 하지만 북한 정권이 김정은과 이설주 사이의 아들이 수령노릇을 하는 4대 세습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진성 주사파 외에는 아무도 없을 게다. 세습정권의 반인권적·독재적 속성이 연장되는 만큼 북한의 보통 사람들의 질곡은 더 깊어지는 탓이다. 얼마 전 공개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를 보라. 1990년대 중반 기근으로 함경도 변방에서 주민들이 죽어가는 순간에도 평양의 핵심계층은 호의호식했다고 한다. 김정일 정권이 외부 구호단체들의 인도적 지원 덕에 남은 식량구입비를 당간부들의 충성심을 유도하는 사치품 구입에 썼다는 것이다. 스스로 개혁·개방을 할 의사도 능력도 없는 북 세습체제를 연장시키는 일이 될 무조건적 퍼주기 주장을 펴는 이들을 경계해야 할 듯싶다. 그들이야말로 꼭 종북주의자는 아니겠지만 일찍이 레닌이 비웃은 ‘쓸모있는 바보들’일 확률은 작지 않다고 봐야 한다. 레닌의 소비에트혁명에 박수를 쳐댔지만 그로부터 조롱당한 서방의 얼치기 좌파들처럼 말이다. 결국 대북 지원도 북한체제의 정상화를 견인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인도적 지원은 알곡보다는 전용이 어려운 분유나 밀가루 형태의 ‘영양지원’이 바람직할 것이다. 현금 지원 등 대규모 경협 시에는 동서독식 상호주의 사례를 원용, 북한체제의 대외 개방과 인권개선 등 내부 개혁과 연계해야 한다고 본다.
  • [커버스토리] ‘정치 이벤트’ 전락 벗어나려면

    [커버스토리] ‘정치 이벤트’ 전락 벗어나려면

    고령화되는 남북한의 이산가족들을 고려하면 이산가족 상봉은 과거보다 우선순위를 높여 적극적으로 추진할 사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상봉 행사는 일회성 정치적 이벤트로 그쳤다는 지적이다. 상봉행사를 정례화시켜 이산가족들의 눈물을 조금이라도 닦아주려면 전면적 생사·주소 확인 작업과 서신교환이 선행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남북한 간의 탄력적인 상호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은 1985년 9월 ‘남북이산가족 고향방문단’ 157명이 서울과 평양을 한 차례씩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화돼 같은 해 8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16차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2009년과 2010년 추석에 두 차례 실시됐다. 14일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8차에 걸쳐 남측 1만 1800명(3764가족), 북측 6186명(1890가족)으로 모두 1만 7986명이 가족과 친척들을 만났다. 상봉 인원이 가장 많았던 때는 1776명이 금강산에서 만난 2006년 6월 19~30일의 14차 상봉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날 “남북 당국 간 교류협력이 단절된 현 시점에서 이산가족 상봉만 성사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북한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산가족 상봉에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북측 가족들의 입장을 생각할 때 전면적인 생사·주소 확인 작업과 서신교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사각지대가 있다. 바로 국군포로와 납북자 가족 문제다. 인도주의가 아닌 정치적 문제로 인식돼 공개 이슈로 표면화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국방부 전사편찬위원회가 1986년에 내놓은 한국전쟁요약에 따르면 포로 국군 숫자는 8만 2318명이다. 유엔군 집계에는 국군 행방불명자가 8만 8000여명으로 나온다. 전사자로 처리된 군인 가운데에서도 국군포로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 실제는 12만명 정도라는 추계도 있다. 이 가운데 북한으로부터 돌려받은 국군포로는 7862명 수준이었다. 현재는 북한의 국군포로 가운데 상당수는 사망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생존자도 약 500명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동독에 돈을 주고 정치범을 데려온 옛 서독의 ‘프라이카우프’를 한국에도 도입해 국군포로나 납북자를 송환하자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온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 첫 통일부 업무보고에도 이 같은 과제가 포함됐고, 같은 해 국정감사에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검토되기도 했지만 가능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통일부의 올해 업무보고에 프라이카우프에 대한 직접적 언급이 빠진 것도 당장은 실현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통일부 관계자는 “장기 과제인 사안”이라며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구본영 칼럼] 햇볕, 선의만 살리고 도그마는 장송하라

    [구본영 칼럼] 햇볕, 선의만 살리고 도그마는 장송하라

    요즘 ‘통일 대박론’이 세간의 화두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회견에서 언급한 ‘대박’이라는 속된 표현이 귀에 거슬린다는 축도 있지만. 하지만 통일에 냉담했던 이들의 가슴에 그 열망의 불씨를 되살렸다면 그 자체는 반길 일일 게다. 어차피 우리네 삶도 박인환의 시구처럼 “거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그러나 당위 아닌 현실에서 통일은 아직 멀어만 보인다. 통일 열차를 앞에서 견인해야 할 정부나 정치권의 누구도 통일로 가는 구체적 로드맵은 내놓지 못한 채 비생산적 논쟁만 무성한 형편 아닌가. ‘신햇볕정책론’을 놓고 벌이는 민주당 내의 갑론을박은 그래서 공허하다. 김한길 대표가 신년 회견에서 햇볕정책 수정을 거론하면서 민주당은 벌집을 건드린 분위기다. 김 대표로선 장성택 처형 이후 김정은 체제의 잔혹성이 부각되면서 요동치는 민심을 의식해 빼든 대북 정책 리모델링 카드였을 법하다. 하지만 옛 동교동계와 친노그룹 일각에서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햇볕정책 때문에 북이 핵을 개발했는가”(박지원 의원)라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하긴 민주당의 대북 정책 수정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당시 손학규 대표도 “햇볕정책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다”고 운을 뗐다. 참여정부 때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자 노무현 대통령조차 “대북 포용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두 차례 모두 교조적 좌파로부터 십자포화를 받았음은 물론이다. 물론 햇볕정책이 때로는 북한의 호전성을 줄이는 순기능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북한 세습체제에 내재된 폭압성을 항구적으로 없애는 백신은 결코 아니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두 차례나 남북 정상회담을 갖고 70억 달러로 추정되는 대북 지원을 했다. 그러나 그렇게 햇볕을 쪼인 대가가 북한의 거듭된 핵·미사일 실험과 서해 군사도발 등 대남 협박이었다면 허망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사실 햇볕정책(Sunshine policy)은 처음부터 대북 포용정책을 대체하는 용어로선 정합성이 없다는 지적도 많았다.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은 강풍이 아니라 따뜻한 햇볕”이란 우화를 원용한 비유는 그럴싸했지만, 비유가 언제나 금과옥조일 순 없는 노릇 아닌가. 햇볕을 쪼여도 옷을 벗긴커녕 민족의 공멸을 부를 핵·미사일이라는 ‘자살 조끼’를 껴입고 있는 특이 체질이 세습정권의 본질이라면 더욱 그렇다. 햇볕일변도론자들은 서독의 동방정책을 예로 들며 아낌없는 대북 지원의 당위성만 강조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반만 맞고 나머지는 틀린 전제에서 출발한다. 무엇보다 동독은 북한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동독정권은 적어도 북한처럼 근 70년에 걸친 3대 세습과 우상화 놀음이라는 원죄가 없었다. 그런 만큼 개방에 대한 알레르기도 적었다. 동독정권이 서독의 마르크화를 받고 이산가족의 상호방문을 꾸준히 허용한 배경이다. 역대 서독 정부도 햇볕일변도 정책이 아니라 때로는 상호주의정책을 가미해 동독정권을 압박했다. 경제 지원의 대가로 3만 4000명에 이르는 동독의 정치범을 데려오고, 심지어 원조중단을 지렛대로 동독주민이 서독 TV를 시청하도록 했다. 북한은 어떤가. 개성공단 업그레이드의 대전제인 ‘3통’(통행·통신·통관) 합의조차 결단하지 못하는 처지가 아닌가. 남북 주민의 접촉면을 최소화하는 ‘철조망 개방’을 고집하는 건 ‘지상락원’이라는 세습체제의 허구가 백일하에 드러날까 두려운 탓이다. 북한의 대남 도발로 남측으로부터 경제지원이 끊겼을 때 외려 ‘북한판 시장경제’인 장마당이 번성하고 있는 것도 퍽 역설적이다. 저간의 사정이 이렇다면 대북 포용정책이든 상호주의든 그 자체가 문제일 리는 만무하다. 정작 사망진단서를 끊어야 할 대상은 오로지 햇볕만 쬐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는 도그마나, 정반대로 유연하지 못한 상호주의만 고집하는 경직된 사고일 것이다. kby7@seoul.co.kr
  • 20여개국의 책이 한곳에 다있네

    다문화 가정, 이주노동자와 유학생 등 외국인 주민을 위한 성북다문화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월곡동 소재 성북정보도서관 1층과 3층에 300㎡ 규모로 들어선 다문화도서관은 책을 통해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한편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이 도서관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키울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자 세운 것이다. 가수 인순이(57)가 명예관장이다. 다문화도서관은 어린이열람실과 특화열람실로 나뉘어 운영된다. 전담 인력이 3명까지 배치된다. 1층 어린이열람실에는 세계 20여개국 영유아 그림책과 두 나라 언어로 한꺼번에 쓴 동화책 2000여권이 비치돼 있다. 북카페도 들어섰다. 3층 특화열람실에는 성인 대상 다국어 도서 및 세계 각국 사전, 다국어 한국어 학습 교재 등 3000여권이 구비됐다. 인터넷 검색을 위한 컴퓨터와 세미나실도 갖췄다. 앞으로 다문화도서관은 도서 열람뿐 아니라 다양한 세계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문화 공유와 소통 공간으로도 자리매김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김영배 구청장은 “관내 대사관저 38곳과 손을 잡는 한편 기업 및 대학과 연계해 다문화도서관이 이주노동자부터 결혼 이민 여성, 유학생, 상사원 가족까지 아우르는 등 다양성이 공존하고 상호주의가 살아 있는 그루터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인도, 美외교관 맞추방 ‘영사 수색’ 논란 일단락

    미국과 인도 간 외교적 마찰의 원인을 제공했던 미국 뉴욕 주재 인도 부영사 데비아니 코브라가데(39)가 미국을 떠난 지 몇 시간 만에 인도 정부가 뉴델리에 배치된 미국 고위급 외교관 1명을 추방했다고 인도 일간 인디언 익스프레스와 미국 방송 NBC 등이 인터넷판으로 12일 보도했다. 인도는 미국에서 추방된 코브라가데와 같은 영사급을 소환하라고 미국 측에 요청했으며 이는 “상호주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인도 측은 추방되는 외교관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 사태와 관련해 미국과 인도의 외교적 마찰에 깊숙이 개입된 치안관 웨인 메이로 알려졌다. 메이는 곧 뉴델리 영사관을 떠날 것이라고 미국 국무부가 확인했다. 인도 측은 메이가 이번 사건의 처리 과정 및 미국의 일방적인 조치와 관련해 깊이 개입돼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이로써 이번 사태가 종결되고 인도가 우리와 함께 양국 관계를 건설적으로 되돌리고 개선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 살만 쿠르시드 인도 외무장관은 “인도와 미국 간에는 아무런 막힘이 없다”면서 “우리는 앞으로 모든 문제를 하나씩 해결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로써 코브라가데의 체포와 알몸 수색 등으로 촉발된 양국 간 외교 갈등이 발생 1개월 만에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번 사태는 오는 5월 총선을 앞둔 인도 집권 국민회의당이 각종 부패 추문 등으로 야권에 밀리는 상황에서 불거졌다. 인도 정부와 여당이 ‘강력 대응’을 주문하는 야권의 압력과 표심을 감안해 외교관 맞추방으로 강력하게 대응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기철 기자 chuli@seoul.co.kr
  • 키 리졸브·금강산관광 등 불만 표출

    키 리졸브·금강산관광 등 불만 표출

    북한이 9일 설 이산가족 상봉 제안을 일단 거부했지만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서는 ‘딱 부러지게’ 부정하지 않았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 의향을 밝힌 상황에서 북한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은 이날 통지문에서 3월 초로 예정된 키리졸브 한·미 합동군사연습을 거부 명분으로 삼았다. 아울러 “설은 계절적으로나 시간적으로 고려된다”고 밝혀 겨울철 고령 이산가족 상봉은 부적합하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실제로 남북은 겨울철 상봉은 피해 왔다. 북한은 그러나 “설을 계기로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을 하자는 남측의 제의가 진정으로 분열의 아픔을 덜어주고 북·남 관계 개선을 위한 선의에서 출발한 것은 좋은 일”이라며 남측의 제안에 대해 수사적이나마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럼에도 “남측에서 다른 일이 벌어지는 것이 없고 우리의 제안도 다 같이 협의할 의사가 있다면 좋은 계절에 마주 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건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계속 ‘대남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측이 언급한 ‘우리의 제안’은 지난해 9월 이산가족 상봉의 무산 원인이었던 ‘금강산 관광’ 협의를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앞서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분리 대응하겠다고 재확인한 점도 북한으로서는 불만이었다는 해석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 재개만 요구한 건 남북 상호주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며 “북한이 원하는 것을 우리 역시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이 불안정한 내부 상황을 정비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내부 체제 정비 시기에 북한 주민이 대규모로 남측 국민을 접촉하고 그 자리에서 장성택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 대한 부담이 클 것”이라고 봤다. 북한은 통지문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장성택을 언급한 데 대해 “우리 내부 문제까지 왈가왈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때문에 오는 3월로 예정된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와 제13기 1차회의를 통해 내부 정치적 환경을 정리한 후에야 북한이 대남 접촉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최근 한·미 외교장관회담 논의와 6자회담 및 북·미 관계에 대한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모두 상대에 대한 극단적인 비난보다는 향후 대화의 여지를 남겨 뒀다는 점에서 일정 기간 ‘상호 탐색기’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날 조평통 서기국 명의로 통지문을 보낸 건 지난해 장관급회담이 수석대표의 ‘격’ 문제로 불발된 상황에서 앞으로 조평통 서기국을 통일부의 ‘카운터 파트’로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분석된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구본영 칼럼] 김정은 목에 개혁·개방의 방울 누가 다나

    [구본영 칼럼] 김정은 목에 개혁·개방의 방울 누가 다나

    북한의 한 해가 2인자 장성택의 몰락과 함께 저물고 있는 느낌이다. ‘최고 존엄’인 처조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앞에서 ‘건성건성 박수를 치던’ 그가 잔혹하게 처형되면서다. 얼핏 보면 북한이 철옹성 같은 유일 수령체제임을 실감할 만한 사변이었다. 더러 눈 밝은 이들이 석양에 드리워진 세습정권의 길고 어두운 그림자를 봤을지도 모르지만. 북의 3대 세습체제는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가. 분명한 것은 장의 숙청으로 개혁·개방 드라이브에 대한 북한의 불안감이 새삼 감지됐다는 사실이다. “자본주의 날라리풍을 불러들이고…”라며 그에게 뒤집어씌운 판결문의 죄목을 보라. 친중파인 장성택 일파의 경제개방 노선을 시종일관 문제 삼았다. “석탄을 비롯한 귀중한 지하자원을 망탕 팔아먹었다”거나 “라선경제무역지대의 토지를 외국에 팔아먹는 매국행위도 서슴지 않았다”는 대목이 그것이다. 물론 북한의 ‘개혁·개방 알레르기’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거덜난 경제를 살리려면 시장메커니즘을 받아들이고 문을 열어야 하지만 그럴 경우 ‘지상락원’의 허구성이 백일하에 드러나는 딜레마 탓이다. 그래서 생전의 김일성은 외부 사조를 모기떼에 견주며 ‘모기장 개방’을 고집했다. 김정일이 개성공단에 남측 기업을 유치한 뒤에도 통행·통신·통관 등 ‘3통’ 개선 합의를 미적거린 까닭도 마찬가지다. 달러는 아쉽지만 주민들이 남쪽 초코파이의 단맛에 취할까 두려웠던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3대 수령’ 김정은이 김일성·김정일에 비해 개혁·개방에 적극적일 것으로 보기도 했다. 그의 스위스 유학 경험을 근거로 한 추론이었다. 하지만 그야말로 막연한 기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커트 캠벨 전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를 만난 중국 고위 외교관이 정곡을 찔렀다. 북한을 ‘개먹이 깡통’에 비유한 것이다. 즉, “깡통을 따지 않고 선반에 올려놓으면 지속되지만, 일단 열면 즉시 상하고 말 것”이라며 개방으로 인한 세습체제의 붕괴 위험성을 지적한 것이다. 하긴 김정은의 최근 행보를 보면 개혁·개방의 개념조차 모르는 것 같다. 마식령 스키장 건설이 단적인 사례다. 스키 인구라곤 5000명도 안 되는 북한이다. 그런데도 외국 관광객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4억 달러 이상을 쏟아붓고 있다니 혀를 찰 일이다. “쌀 대신 고기를 먹으면 식량 부족이 해소될 것”이라고 당·정·군 간부들을 독려했다는 보도는 실소를 자아낸다. 북한이 과감히 개혁·개방하면 연평균 10% 이상의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방찬영 키멥대 총장)도 있는데 말이다. 요컨대 본격적 개혁·개방 없이는 북한이란 고장 난 비행기가 소프트 랜딩할 확률은 극히 낮을 것이다. 그렇다고 김정은 체제가 당장 붕괴할 공산도 커 보이지는 않는다. 3대에 걸쳐 대체재 없는 유일 수령체제를 구축해 놓았기 때문이다. 김일성 사후 김정일체제가 곧 무너질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가고 주민 수백만명이 굶어 죽은 고난의 행군기를 거치면서도 근 20년을 더 버텼지 않은가. 결국 김정은의 주체호(號)도 한동안은 더 ‘비틀거리며 날아갈’(muddling through) 가능성은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는 동안 북한주민의 질곡은 더 깊어지고 우리가 짊어져야 할 분단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사실 북한당국의 ‘개혁·개방 알레르기’에 막힌 역대 정부의 대북 정책은 유화정책이든 압박정책이든 분단평화론에 불과했다. 냉정히 말해 분단고착화 노선이었던 셈이다. 박근혜 정부의 통일 정책이 과거보다 더 입체적이어야 할 이유다. 북한당국과는 쌍방향 인적 교류 확대와 경제지원을 탄력적으로 연계하는 상호주의적 협력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반면 북한주민을 상대로는 분배의 투명성을 전제로 한 인도적인 포용정책으로 그들의 마음을 사야 한다. 동독주민들의 통일 열망이 독일 통일의 원동력이었음은 잊어선 안 될 교훈이다. 논설실장 kby7@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한글 세계화에 앞장서는 국어학자 이상규 경북대 교수

    [김문이 만난사람] 한글 세계화에 앞장서는 국어학자 이상규 경북대 교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서울 세종로 한복판에서 묵묵히 앉아 백성을 살피고 있는 세종대왕을 잠시 알현한다. “전하, 한글날이 다시 공휴일로 돌아왔다고 하옵니다.” 아무 말이 없다. 다시 아뢴다. “공휴일로 재지정된 것이 23년 만의 일이라고 하옵니다. 기쁘지 아니하십니까.” “….” 이번에는 주변에 있던 남녀노소 여러 사람이 세종대왕 앞으로 모였다. 다같이 노래를 부른다. “강산도 빼어났다 배달의 나라/긴 역사 오랜 전통 지녀온 겨레/거룩한 세종대왕 한글 펴시니/ 새 세상 밝혀 주는 해가 돋았네/ 한글은 우리 자랑 문화의 터전/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기르자~” 세종대왕은 그제서야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이 한글날 567돌이다. ‘돌아온 공휴일’이어서 한글에 대한 사랑과 세종대왕의 업적을 다시 한번 뜻깊게 되새기게 한다. 한글날의 유래를 잠시 되짚어 본다. 일제강점기 식민 통치 아래서 조선어학회는 우리의 말과 글을 지키고 국권을 회복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1926년 음력 9월 29일(양력 11월 4일) 한글 창제 480돌을 맞아 ‘가갸날’이라는 이름으로 기념식을 가졌다. 바로 한글날의 시작이었다. 그러다가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된 이후 정인지 서문에 ‘구월 상한(上澣)’이라는 기록을 근거로 양력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정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한글날은 조선어학회의 한글운동, 즉 민족 정체성을 한데 뭉쳐 주권을 회복하자는 실천적 저항운동에서 출발했던 것이다. 이상규(60) 경북대 교수는 열정적으로 한글 세계화에 앞장서는 국어학자로 알려져 있다. 남북 언어학자들이 참여하는 ‘겨레말큰사전’ 편찬위원으로 활동했으며, 국어 연구와 어문정책을 총괄하는 국립국어원장 시절에는 ‘세종학당’ 설립을 통해 한글 세계화의 기반을 다졌다. 특히 그는 ‘한글 고문서 연구’ ‘언어지도의 미래’ ‘한국어방언학’ ‘둥지 밖의 언어’ ‘방언의 미학’, 그리고 최근에는 한글날을 앞두고 조선어학회 33인의 열전을 담은 ‘민족의 말은 정신, 글은 생명’이라는 책을 펴내는 등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한글의 과학성과 우수성을 전파하고 있다. 한글날 직전 서울 세종로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만났다. 잠시 사진 촬영을 마친 뒤 인근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세종로에서 열리는 이번 한글날 행사 때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논문집 ‘훈민정음, 영인 이본의 권점 분석’ 2500권을 나눠 주면서 훈민정음이 얼마나 훌륭한가를 다시 알릴 예정이라고 이 교수는 말했다. 최근에 펴낸 책 ‘민족의 말은 정신, 글은 생명’을 꺼낸다. 그는 “우리의 말과 글이 일제의 굴레에서 말살의 위기를 겪는 동안 우리의 말과 글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는 일이라는 신념으로 희망의 땅을 일군 조선어학회 33인의 이야기를 다뤘다”고 설명했다. 또 “서울시가 추진하는 마루지 사업의 일환으로 광화문거리에 조선어학회 33인 기념탑 조성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문화재청에서는 ‘광화문’ 한글 현판을 떼어내고 ‘光化門’이라는 한자 현판을 달았고 그 앞에 세종대왕 좌상이 있지 않느냐”면서 “대한민국은 한글 공동체임을 다시금 깨달아야 한다. 한글날이야말로 5대 국경일 가운데 한글공동체의 진정한 축제적 의미와 가치를 지닌 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세종대왕은 한자와 한자를 빌려 쓴 이두와 구결의 불편함으로 인한 지배계층과 백성들 사이 소통의 단절, 그리고 이로 인해 생겨나는 지식과 정보의 차등을 뛰어넘기 위해 한글을 만들었지요. 다시 말해 일반 백성을 교화하고 지식 수준을 끌어올리려는 탁월한 애민정신에서 탄생한 결과물입니다.” 문자 자체에도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다. 한글은 인류가 만든 문자 가운데 유일하게 창제자와 창제 연대가 밝혀진 문자라는 점, 그리고 문자의 구성과 조직 면에서도 매우 과학적이기 때문에 전 세계 언어학자들이 한글 표음의 우수성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글의 창제 원리를 담고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이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으며, 한국어가 유엔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서 국제특허협력조약(PCT) ‘국제공용어’로 채택돼 세계 속의 한글, 한국어로 비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재 한국어 사용자는 8000만명이 넘을 정도로 세계 8~10위의 주요 언어권에 속하며, 근래 ‘세종학당’의 세계 진출로 그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세종학당’은 현재 유럽, 아시아,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51개국 113곳에 세워져 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 곳곳에서 한글과 한국어가 계속해서 꽃을 피워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 “문자는 사용 공동체가 강한 결속력을 갖게 하고 상상의 공동체를 구성하도록 하는 인자입니다. 로마자는 이라크 지역에서 만들어져 로마에서 유럽 여러 나라와 미국으로 물 흐르듯 퍼져 나갔습니다. 이렇듯 우리 한글도 자연스럽게 상대 국가의 문화를 존중하는 문화상호주의를 기반으로 한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특히 문자가 없는 종족과 그런 국가의 표음문자로 전파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외국의 언어학자들도 충분히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 부처 간의 효율적인 지원과 운영이 절실하고 반듯한 표준학습 교재, 교원, 교육시설 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비정부기구(NGO) 등에서도 봉사정신을 바탕으로 한글을 전 세계에 나눠 주는 ‘한글나눔운동’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이 한국어 배우기가 너무 어렵다는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 국어 어휘 기반의 70%가 한자어에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정부의 외래어와 전문용어 관리가 느슨한 틈을 타 우리말의 생태 기반이 매우 열악한 상황에 이르고 있지요. 사전에도 없는 외국어 한글 표기가 마치 표준어인 양 언론을 통해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새로운 학문 연구의 성과로 과학, 인터넷에 등장하는 낯선 용어들이 물밀 듯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면 외국인의 한국어 배우기는 훨씬 쉬워집니다.” 맞춤법이 어렵다는 점에 대해서는 “언어 기계화를 통해 역기능을 줄이는 것, 즉 사전을 활용하고 또 워드에 어문 교정기를 장착해 불편을 최소화하면 된다. 띄어쓰기 문제는 이미 자동교정 기술의 정확도가 거의 90%를 상회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화제를 바꿨다. 아직도 ‘한글파’니 ‘한자파’니 하는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지 않느냐고 했다. “민감하고 난해한 문제이긴 하지만 국민 소통의 원칙을 지식인이나 국가 지도자의 눈높이에 맞추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한자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 언어를 학습해야 할 필요가 있는 사람이 있듯이 전혀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국민도 있거든요. 말과 글은 하나입니다. 한글이 중심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겠지요. 그러나 수천년 누적돼 온 우리 문화유산이 대부분 한문으로 돼 있기 때문에 이를 정밀하게 연구하려는 사람에게 한문의 학습은 너무나 당연하겠지요. 이런 특수 상황을 고려해 정부에서는 한글로 읽을 수 있도록 번역 사업에 지속적인 투자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문화의 창의적 발전을 위해 한글과 한자를 이념적 대립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한글 중심의 소통구조 속에서 필요하다면 대량 번역 작업을 통해 조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한글날의 공휴일 재지정이 한글의 가치를 더욱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단다. 한글의 미래에 대해서는 “앞으로 컴퓨터 언어가 인지와 추론까지 가능한 기술로 발전한다면 미래 로봇산업과 직접 연결될 수 있는, 부가가치가 대단히 높은 분야라고 할 수 있다”면서 걸어다니면서 한글 텍스트 입력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 언어의 자동 번역이 가능한 단계가 눈앞에 와 있다고 전망한다. 따라서 한글을 단순한 의사소통 차원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 융성과 미래 지식 정보화 기술력의 한 축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글은 풍화하지 않는 주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은 순간처럼 흩어지지만 글자는 지식과 정보를 고정하는 창고의 기능을 하는 순기능과 더불어 개인과 세상을 어두운 감옥으로 유폐시킬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의 한글공동체 구성원입니다. 우리 모두 나라 말과 글을 사랑하며, 언어 질서를 우리 스스로 순화시키려는 의지와 노력을 보여야겠습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이상규 교수는 국립국어원장 시절 ‘세종학당’ 설립 주도 1953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났다. 경북대학교 및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경북 방언의 통시 음운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방언조사 연구원과 울산대학교 조교수를 거쳐 도쿄대학교 대학원 객원연구교수, 중국해양대학교 고문교수 등을 거쳤으며 국립국어원장, 남북겨레말큰사전 편찬위원 및 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경북대 국문학과 교수 외에 한국문학언어학회장, 국어정책학회장, 한글학회 이사, 방언학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방언학’ ‘경북방언사전’ ‘둥지 밖의 언어’ ‘방언미학’ ‘언어지도의 미래’ ‘한글고문서연구’ ‘민족의 말은 정신, 글은 생명’ 등이 있으며, 주요 논문집으로는 ‘훈민정음, 영인 이본의 권점 분석’ ‘디지털시대의 한글미래’ ‘우리말 연구’ 등이 있다. 일석학술장려상(1986년), 외솔학술상(2011년), 봉운학술상(2012) 등을 수상했다.
  • [커버스토리] ‘소리 없는 전쟁’ 대통령 의전 A TO Z

    [커버스토리] ‘소리 없는 전쟁’ 대통령 의전 A TO Z

    의전은 움직이는 ‘생물’이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하다는 얘기다. ‘의전의 꽃’인 대통령 의전을 중심으로 의전의 주요 내용을 질의응답(Q&A) 형태로 살펴봤다. →의전이란 무엇인가. -국가 간 외교 행사나 정부 기관의 공식 행사에서 지켜야 할 의식이다. 광의로는 사회 구성원들이 따라야 하는 예의 범절까지도 포함된다. →의전은 언제부터 명문화됐나. -유럽 국가들이 나폴레옹 전쟁 이후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1815년에 개최한 ‘빈 회의’에서 국가 간 의전에 대한 원칙이 처음으로 정해졌다. 의전에 대한 원칙이 확립되지 않았던 1768년 영국 버킹엄궁에서 열린 무도회에서는 러시아 대사와 프랑스 대사가 자리를 놓고 격투를 벌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 성종 때 편찬된 국조오례의에 의전 절차 등이 규정돼 있다. →의전 서열은 누가 정하나. -국가 주요 인사들의 서열이 명문화된 단일 규정은 없다. 이 때문에 서열을 정할 때 헌법이나 관련 법령을 참고한다. 관행이나 선례 등을 따져보기도 한다. →우연히 대통령을 봤을 때 휴대전화로 사진은 찍어도 되지만 통화는 안 되나. -대통령을 봤다고 지인에게 자랑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꺼내 들 필요는 없다. 전화 통화가 안 되기 때문이다. 경호 등을 이유로 방해전파를 쏴 대통령 주변 전파를 모두 차단한다. 대신 사진 촬영 기능을 활용하는 것은 괜찮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의 시나리오는 사전에 외부로 누설할 수 없으며 2급 비밀문서에 해당한다. →대통령은 홀수를 좋아하나.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의 좌석 배치는 주로 짝수보다는 홀수로 이뤄진다. 이는 대통령의 뜻이라기보다는 행사를 준비하는 실무진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상석을 정하기 쉽기 때문이다. →정상회담 때 상석은 누가 차지하나. -손님이 누구인지에 달렸다. 정상회담 주최국 정상이 방문국 정상에게 상석인 오른쪽을 양보한다. 지난 5월과 6월 한·미, 한·중 정상회담 때 방문국 정상인 박근혜 대통령이 오른쪽에 앉은 것도 이러한 원칙을 따른 것이다. 대통령의 배우자는 대통령 왼쪽에 자리하는 게 관례다. →제임스 본드의 코드명은 ‘007’이다. 대통령 해외 순방에도 이러한 코드명이 따로 있나.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마다 별도의 명칭인 코드명이 붙는다. 사전 협의 과정에서 정보가 새 나가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안전장치다. 주로 부르기 쉽고 순방 의미를 담을 수 있는 3~4음절의 단어가 활용된다. 박 대통령의 지난 5월 미국 방문 당시 코드명은 ‘새시대’였고, 지난 6월 중국 방문 때는 코드명(서해안)이 사전에 공개되자 이를 바꿨다. →대통령 전용기는 빠른가. -대통령은 다양한 전용 교통편이 있다. 이 중 대통령 전용기의 공식 명칭은 ‘대한민국 공군 1호기’이며 대통령이 탑승했을 때는 ‘코드 원’(CODE-1)으로 불린다. 보잉747 기종을 개조한 것으로,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0년 대한항공으로부터 5년 동안 빌린 것이다. 대통령 전용기는 일반 항공기보다 속도를 높여 비행한다. 연비보다는 안전과 신속성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대통령 전용차가 지나갈 때도 교통 통제를 하기 때문에 길이 막히는 경우는 없다. 방탄 성능을 갖춘 전용차는 현대차와 벤츠, BMW, 캐딜락 등 4종이 있으며 같은 차종을 여러 대 보유하고 있다. 대통령이 어느 차량에 탔는지 알 수 없도록 동시에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전용 헬기는 미국 시콜스키사가 개발한 S92 기종으로, 대통령이 탑승하면 똑같은 헬기가 한 대 더 뜬다. 전용 KTX의 외관은 한국형 고속철인 ‘KTX산천’과 같고 평소 전용칸을 제외하곤 일반 승객이 이용한다. →대통령 해외 순방 비용은 누가 부담하나. -해외 순방의 격에 따라 다르다. 외국 정상의 공식 초청을 받아 국빈 방문할 경우 공식 수행원의 체재비를 초청국에서 지원하고 공항 환영식과 정상회담 등이 필수 일정에 포함된다. 반면 실무 방문의 경우 체재비 지원이 없고 환영식 등도 생략된다. 의전을 정하는 기준은 상호주의다. 받은 만큼 주는 ‘기브 앤드 테이크’ 방식이라는 얘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한·미 정상회담 때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게서 선물로 받은 가죽 점퍼를 입고 다닐까. -정상회담이 열리면 정상 간에는 서로 선물을 교환하는 게 관례다. 그러나 받은 선물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가져갈 수는 없다. 선물은 받은 즉시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돼 보관, 전시된다. 예외는 없다. →국제 행사에서 국가 간 의전 서열은 어떻게 정하나. -유엔 총회의 경우 매년 추첨을 통해 특정 국가를 선정한 뒤 그 나라를 시작으로 알파벳순으로 좌석을 배정한다. 국제 행사 참석자들의 서열을 모두 매길 수는 없다. 이때 동원되는 게 구역별 지정색이다. 레드존(정상)과 블루존(공식 수행원), 옐로존(기자), 화이트존(일반 수행원) 등은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묵시적 약속이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외로움이 무서울 때 친절이 구독을 구하리라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현대로 올 수록 더욱 외로워지고 또 고독해지고 있다. 인간은 왜 공동체와 분리돼 점점 비사회적 동물이 되고 있을까. 저자들은 그 원인을 진화심리학, 사회신경과학 등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외로움 극복의 방법을 제시했다. 대단한 게 아니어서 조금은 실망스러울지 모르지만 ‘착한 사람’이 되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인류가 아직 침팬지 등과 섞여 살던 시절에는 무리를 짓고 있을 때 생존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함께 있을 때 즐거움을 느끼고 외톨이가 될 때 불안감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전해지면서 인간은 유대감을 선호하는 성향을 지니게 됐다. 유대감이 총족될 때 안전함을 느끼는 유전자도 전수됐다. 죄를 지은 사람을 사회에서 추방하는 그리스의 오스트라시즘도 이와 무관치 않다. 외로움, 고독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친구가 거의 없는 사람은 친구가 많은 사람보다 9년 안에 사망할 확률이 2~3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는가 하면, 외로운 사람은 사회적인 사람에 비해 고혈압 발병률은 37%, 스트레스 수치는 50% 더 높다는 조사도 있다. 사회적 고립에 따른 스트레스가 고혈압, 비만, 운동 부족, 흡연에 못지않게 사망원인이 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저자 중 한 명인 카치오포는 사회심리학과 뇌과학을 접목한 사회신경과학의 권위자다. 그는 인간은 신체 내부의 평형을 유지하는 호메오스타시스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결하기도 하지만 이것으로 여의치 않으면 고차원적인 알로스타시스를 동원한다고 말한다. 알로스타시스는 내분비계, 심혈관계, 면역체계 등 신체 전반의 기능을 조절하는 것으로, 이런 기능이 자주 동원되면 몸을 정상으로 돌리는 데 필요한 생리적 비용은 커진다. 왜 외로운 사람이 건강에 취약한지를 말해준다. 외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뭘까. 친절이나 봉사, 용서와 화해 등의 작은 선행이 공동체를 살맛나게 한다. 이러한 것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균형 잡힌 상호주의 문화가 법과 제도 등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선의나 호의가 배반이나 기만으로 되돌아오면 호혜적 관계는 물거품이 되고 만다. 미국인들은 1985년만 해도 마음을 터놓을 친구가 몇 명 있느냐는 질문에 3명이라는 답을 가장 많이 내놓았다. 그러나 2004년에는 한 명도 없다는 응답자가 25%에 이를 정도로 고독한 사회가 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인의 10%가 우울증이나 조울증에 시달리고 유엔 아동기금(UNICEF)이 실시한 아동복지조사에서는 21개국 중 꼴찌의 불명예를 안았다. 저자들은 공동체를 회복하면 사회적 비용이 훨씬 적게 들 텐데 미국은 아직 이런 것에 관심을 돌리지 않고 있다고 꼬집는다. 우리에게도 먼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 한국에서처럼 미국에서도 대형교회가 등장하는 현상 등이 책의 흥미를 더해준다. 임태순 선임기자 stslim@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