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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난지원금 20조에 손실보상 7조…피할 수 없는 ‘증세 전쟁’

    재난지원금 20조에 손실보상 7조…피할 수 없는 ‘증세 전쟁’

     여당 의원들, 부가가치세·소득세 인상 발의 예정  홍익표 정책위의장 “증세 검토 안 해” 선 긋기  학계, 장기적 증세 불가피하지만 코로나19 증세 부정적 사상 최대 규모인 19.5조원의 4차 재난지원금에 손실보상제 법제화까지 나오면서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증세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여당 지도부는 공식적으로 증세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지만, 개별 의원을 중심으로 부가가치세와 소득세를 올리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전문가들은 복지 확대를 위한 장기적인 증세는 불가피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증세에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1일 민주당 등에 따르면 재난지원금 재원 마련을 위한 1차 추경에 15조원이, 이달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는 손실보상제에 7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민주당은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면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시사한만큼 2차 추경도 가능한 상황이다. 여당 안팎에서는 증세론이 대선 국면에서 최대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증세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이번 추경을 증세 문제로 이끌어가는 것은 악의적 프레임”이라고 경계했다.  보편 증세와 부자 증세를 두고 차이는 있지만 여당 의원들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증세론을 띄우고 있다. 이상민 의원은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한시적으로 세후 소득 1억원 이상 고소득자에 대해 소득세를 올리고, 상위 100대 기업의 법인세를 올리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이원욱 의원은 한시적으로 부가가치세를 1~2% 인상해 코로나 손실 보상기금을 마련해보자고 제안했다.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부가가치세를 3% 인상하자고 말했다. 윤후덕 국회 기재위원장은 지난 16일 전체회의에서 “정직하게 얘기하면 지금쯤에는 증세 방안을 재정당국에서도 공론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기적 증세론도 있다. 증세에 소극적인 이낙연 대표는 “성장을 지속하면서 재정 수요를 충당해갈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주도한 ‘기본소득연구포럼’ 토론회에서는 모든 소득 원천에 5% 정률 과세를 골자로 하는 기본소득세 신설 의견도 나왔다. 대표적인 증세론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일시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증세는 견강부회”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 지사는 서울신문과 통화에서 “장기적 증세가 필요한 건 맞다”면서도 “특정한 시기에 특별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일시적 증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증세론을 여당 공격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국민의힘은 “퍼주기 와중에 ‘증세 발톱’이 드러났다. 마구 주려니 이제는 거둬들이는 방법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공짜 점심은 없다. 우리가 받은 현금성 지원금은 결국 몇 해가 지나고 나면 우리 호주머니에서 빠져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학계도 코로나19 상황 극복을 위한 일시적 증세는 국민 동의를 얻기 어렵고 효과도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쪽에서 돈을 풀면서 다른쪽에서는 거둬 들이면 경기 부양 효과가 떨어진다”며 “재난지원금으로 인한 재정 적자가 걱정이라면 국채 발행 액수를 줄이고 지출계획을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사상 최대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면서 수십조 규모의 공항 건설 사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증세론이 국민의 공감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밀리터리 인사이드] 포기 몰랐던 ‘공군 건설’의 꿈…잊지 않겠습니다

    [밀리터리 인사이드] 포기 몰랐던 ‘공군 건설’의 꿈…잊지 않겠습니다

    상해 임정에서부터 ‘공군 건설’ 추진美 캘리포니아에선 훈련학교 창설재정부족 등으로 실현되진 못해최용덕 장군 ‘백의종군’하며 공군 창군6·25 전쟁 통해 제1전투비행단 마련백범 김구와 도산 안창호. 그리고 최용덕 장군.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광복을 꿈꾸던 그들에겐 하나의 소망이 있었습니다. 바로 ‘공군 건설’이었습니다. 임정은 공군의 힘으로 독립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러나 꿈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공군 창군은 독립 뒤인 1949년 10월 1일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변변한 전투기 1대 없이 6·25 전쟁을 겪었고, 지금의 강군에 이르게 됩니다. 저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그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1일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학술연구팀장으로 활동했던 홍선표 박사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공군 건설 계획과 추진’ 논문에 따르면 상하이 임정에서 공군을 가장 먼저 거론한 이는 안창호 선생이었습니다. ●안창호 “비행기로 선전물 뿌려 독립운동” 1919년 3·1운동 직후 수립된 임정은 이듬해부터 ‘독립전쟁’을 선언하며 본격적인 군사정책을 수립하게 됩니다. 임정 내무총장이었던 안창호는 1920년 일제 치하에 있던 조국과 해외에 독립운동을 널리 알리기 위한 ‘선전대’를 꾸렸습니다.그는 선전활동에 ‘비행기’가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비행기로 한반도에 직접 선전물을 뿌려 독립운동의 기운이 들끓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어렵게 중국 비행기계창에서 일하는 미국인을 비행사로 확보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상해와 서울까지의 직선거리만 885㎞인데, 미국으로부터 구할 수 있는 비행기의 비행 가능거리는 최대 240㎞였습니다. 임정의 재정 상태도 좋지 않았습니다. 결국 안창호 선생은 비행대 건설 꿈을 접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임정 군무총장이었던 노백린 선생은 192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윌로스에 한인 비행학교를 설립했습니다. 그는 육군 무관 출신이었지만, 한인 비행사를 적극 육성하면 독립전쟁에서 더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믿었습니다. 그래서 비행기 2대를 마련하고 레드우드 비행학교 교관을 초빙하는 등 훈련에 착수했습니다. 선생은 그 해 7월 비행학교를 ‘대한인 비행가 양성소’로 이름붙이고 성대한 개소식을 한 뒤 상해 임정으로 복귀했습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난관이 닥칩니다. 같은 해 캘리포니아주 북부의 대홍수로 한인들의 쌀농사에 재앙이 닥칩니다. 후원자들은 더 이상 비용을 지원할 수 없게 됐고, 안타깝게 비행학교도 1년 만에 문을 닫게 됩니다.이런저런 이유로 공군 건설이 실패로 돌아가자 임정 주석이었던 김구 선생이 직접 나섰습니다. 그는 1930년대 초 중국 국민당 정부의 도움을 받아 비행사를 양성하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비록 실현시키진 못했지만 이후 광복군 조직에 공군 편제를 마련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1940년 충칭에 자리잡은 임정은 일본의 패색이 짙어진 1943년 참모처장이었던 최용덕 장군의 건의를 받아들여 ‘공군설계위원회’를 구성합니다. 김구 주석과 조소앙 외무부장은 1945년 충칭의 미군 총사령부를 방문, 한국의 완전 독립과 대일전 최종승리를 담은 제안서를 전달했습니다. 당시 광복군은 ‘독수리작전’으로 명명된 한미연합 한반도 진공작전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엔 공군 창군과 관련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김구 “한국인들로 공군 조직해야 한다” 김구 선생은 제안서에 “현재 미군이나 중국 공군에서 복무 중인 한국인들로 공군이 조직돼야 한다”고 썼습니다. 외세가 아닌 한국인 중심으로 공군 창군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러나 앞당겨진 일본의 항복으로 공군 창군 계획은 다시 미뤄지게 됩니다. 결국 공군 창군의 꿈은 최용덕 장군에 의해 이뤄졌습니다. 최 장군은 의열단 단원으로 김상옥 의사의 조선총독부 폭탄 투척 의거를 지원하는 등 무장독립운동을 주도했고, 중국 국민당 정부의 공군 창설을 주도해 ‘상교’(대령)까지 오른 최고위급 무관이었습니다. 임정에선 참모처장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광복 후 공군 창군이라는 목표를 위해 ‘백의종군’했습니다. 미군정이 ‘장교가 되려면 조선경비대 보병학교에서 기본 군사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하자, 실제로 훈련을 받고 소위로 임관한 겁니다. 1948년 초대 국방부 차관에 올라 당시 육군 소속이었던 공군 독립을 주도했고, 1949년 10월 1일 염원이었던 공군 창군이 이뤄집니다. 최 장군은 공군사관학교장, 공군참모총장, 체신부 장관을 지냈습니다.공군이 첫걸음을 뗀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제1전투비행단 창설과정을 논문으로 쓴 이지원 공군사관학교 부교수에 따르면 당시 공군이 보유한 항공기는 연락기와 훈련기 22대뿐이었습니다. ‘바우트 원’으로 이름붙여진 한국 전투비행단이 대구공항에 마련됐습니다. 그리고 7월에 10대의 F51D 머스탱 전투기를 원조받아 바로 출격시켰지만 11일 만에 3대가 희생됐습니다. ●6·25 전쟁 발발…훈련 대신 ‘실전’으로 미 공군은 9명의 조종사를 훈련교관으로 지원했습니다. 한국인 조종사들이 편대기로 출격해 임무를 함께 수행하면서 훈련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북한군의 남하로 전황이 워낙 급박해 훈련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의 격한 임무가 계속됐습니다. 부대가 대구에서 사천으로, 다시 진해로 이동하면서 제대로 훈련받을 시간도 없었습니다. 60여시간이 필요한 기체 적응훈련은 불과 15~20시간만에 끝냈습니다.1950년 9월 머스탱 전투기 조종사는 8명이었습니다. 1951년 4월 새로 조종사 5명이 합류했습니다. 그러나 13명 가운데 4명이 희생돼 실제 조종사는 10명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특히 순직자 중 2명은 극심한 훈련 부족에 합류 한 달만에 안타깝게 산화했습니다. 1951년 10월 1일 이런 조종사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제1전투비행단이 꾸려졌습니다. 드디어 독립적으로 작전을 할 수 있는 한국인 전투부대가 마련된 것입니다. 12월말까지 비행단은 708회나 출격해 적의 보급로 차단과 근접지원에 기여했습니다. 그로부터 7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한국형 전투기’(KFX) 시제기 1호기 출고를 눈앞에 뒀습니다. 파생형으로 스텔스기 개발을 염두에 둬 모양은 F35A를 닮았습니다. 능동형 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적외선 탐색·추적장비(IRST) 등 미국이 전수하지 않은 기술을 독자 개발했습니다. 공군의 꿈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열린세상]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의미와 과제/박영기 한국공인노무사회장

    [열린세상]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의미와 과제/박영기 한국공인노무사회장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지난 1월 26일 제정됐다.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2년 1월 27일 시행된다. 코로나19로 2020년 한 해 사망한 국민이 900명이다. 반면 산업재해로 죽는 노동자는 한 해 평균 2400명이다. 코로나19 사망자의 2.7배에 달하는 노동자가 매년 산업 현장에서 죽어 가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이 K방역이라 불리며 선진국들의 부러움을 사고 국격을 한껏 높이는 데 반해 노동자 산재사망률은 OECD 국가 중 최고로 산재 왕국이라는 오명은 씻길 줄 모른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얼마나 산업안전에 대해 무관심했는지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올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대되고 그에 걸맞은 방역 수칙이 준수된다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면에 올해도 산재 사망 노동자는 예년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의 산업재해에 대한 무관심이 중과실에 가까운 공범 수준임은 매년 2400명의 노동자가 죽어 감에도 그 죽음에 책임을 묻거나 책임을 진 사람이 거의 없다는 데서 충분히 확인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2015~2019년 5년간 산재 사망에 따른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으로 책임자가 실형을 선고받은 건은 고작 4건이다. 전체 217건 중 98%가 넘는 213건이 집행유예였다. 한 해 2400명의 노동자가 죽지만 1년에 단 1건도 실형을 선고받지 않을 뿐 아니라 선고받은 실형의 최고 형량도 평균 1년을 넘지 않는다. 형사처벌 대상자도 기업의 대표이사나 경영책임자는 없다. 대부분 공장장, 현장 소장 등 현장 책임자들이다. 이런 무책임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은 만들어졌다. 2003년에 영국의 ‘기업살인법’ 제정 운동이 소개된 후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 진보적 언론기관과 시민단체, 노동조합이 중심이 돼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이 열렸다. 그 후 영국은 2008년 ‘기업살인법’을 제정했고, 우리나라는 행사 후 15년 만에 법안으로서 빛을 본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재해가 만연한 우리 사회를 구조적으로 변화시킬 절호의 기회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 대상을 사업주와 기업의 경영책임자로 명시하고 있다. 기업의 오너와 최고경영자 등이 산업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경우 직접 처벌되는 것이다. 도급, 용역, 위탁 관계에서 발생하는 간접고용의 산업재해에 대한 원청의 책임과 처벌이 확대됐다. 그동안 솜방망이 처벌이라 비판받던 형사처벌의 경우도 하한형이 도입돼 1년 이상의 징역이 선고되도록 했다.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중대재해를 일으킨 경우 5배 범위 내에서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됐다. 비록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이 제외되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2년간 적용이 유예됐으나 향후 적용 범위 확대는 시간문제일 것이다. 증대재해처벌법이 대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자에게 미칠 파급효과는 상당해 보인다. 산업재해 발생 시 이제 더이상 안전 및 보건에 대한 책임과 처벌을 실무자에게 떠넘길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오너와 최고경영자 등의 인식이 바뀌면 결국 기업과 우리 사회의 산업안전과 재해에 대한 입장과 태도도 근본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가져올 긍정적인 나비효과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업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잘 만들어야 한다. 시행령의 내용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의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제대로 잘 만든다면 산업안전 사회로 가는 주춧돌이 될 것이고, 잘못하면 15년간 쌓아 올린 공든 탑이 무너져 버릴 수도 있다. 보통 1개의 법률은 하나의 소관 부처를 둔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의 소관 부처는 6곳이나 된다. 법무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련 있다. 그만큼 각 부처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될 수 있다. 각 부처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시행령은 차관회의에도, 국무회의에도 오를 수 없다. 청와대와 총리실의 부처 간 이견 조정과 조율 능력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아무쪼록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우리나라 산업안전과 재해에 대한 국민 인식의 대전환’과 ‘안전한 일터 정착’의 변곡점이 되길 기원해 본다.
  •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후 국제선 운임 오르나

    4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이후 국제선 항공권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운임 상한이 있어 항공사가 멋대로 가격을 올릴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지만, 실제 현재 항공권 가격이 운임 상한의 30%에 그쳐 상승 여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양대 항공사가 통합되면 독과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주 5개 노선을 분석한 결과 대한항공 항공권 최저가는 국토교통부가 정한 운임 상한의 31~42% 수준에 불과했다. 인천~뉴욕 노선은 이코노미 기준 운임 상한이 476만 9000원인데, 지난달 21일 기준 최저가는 170만 600원(35.7%)에 불과했다. 이 노선은 대한항공이 64%, 아시아나항공이 36%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인천~로스앤젤레스(LA) 노선은 운임 상한 349만 2000원에 최저가가 140만 600원(40.1%), 인천~애틀랜타는 476만 9000원에 200만 6900원(42.1%), 인천~시카고는 460만 5700원에 155만 6900원(33.8%)이었다. 항공사들은 정가를 운임 상한에 가깝게 책정한 뒤 각종 할인을 적용해 항공권을 판매한다. 정부가 정해놓은 운임 상한과 실제로 항공사가 판매하는 항공권 가격이 차이가 큰 만큼 통합 항공사가 할인율과 구간별 좌석 수 조정을 통해 운임을 얼마든지 인상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산업은행과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맺은 투자합의서에 운임 인상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산은이 지분을 매각한 뒤에는 이런 내용이 유명무실해진다. 그때 가격을 인상해도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이다. 산은은 통합 항공사 출범 2년 뒤 한진칼 지분 매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단 정부와 대한항공은 운임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고객 편의 저하, 가격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고,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청문회에서 “행정지도 등을 통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운임이 책정되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국토부는 대한항공이 갑작스런 운임 인상에 대비하기 위해 노선, 시기, 항공사별 실시간 운임 동향을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을 구축할 예정이다. 박 의원은 “운임 상한제만으로는 통제가 불가능하므로 국토부 차원의 시장가격 조사, 분석과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김종인 “내가 재보선 전에 사라질 수도” 안철수 “기호 4번 출마”

    김종인 “내가 재보선 전에 사라질 수도” 안철수 “기호 4번 출마”

    ‘야권발 정계개편 단초’ 단일화 막 올라安 후보 되면 본인 중심 야권 재편 기대유승민 “4번이면 국힘 지지자가 찍을까”김근식 “단일화, 회심의 카드 곧 발표”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야권 단일화를 위한 결단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단일화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정치 생명이 걸린 것은 물론 대선을 앞두고 벌어질 야권발 정계 개편의 단초도 이 단일화에서 시작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연이어 “내가 재보선 전에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안 대표로 단일화되면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놓겠다는 배수의 진으로 해석됐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28일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된다고 해서 내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한 적은 없다”면서도 “국민의힘 후보가 단일후보가 안 된다는 것은 상상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단일화 패배 시 사퇴론에는 선을 그었지만, ‘야권 단일후보 안철수’는 김 위원장 머릿속에 없다는 뜻을 거듭 확인한 셈이다. 이에 반해 안 대표는 야권 단일후보를 거머쥐는 것은 물론 국민의당의 현재 선거 기호인 4번으로 출마하겠다는 뜻이 확고하다. ‘기호 4번 안철수’가 되면 국민의힘은 선거 과정을 거치면서 지리멸렬해질 게 분명하고 야권은 급속히 안 대표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통합선대위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것도 국민의힘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대선 출마 준비를 하고 있는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도 “안 후보가 4번 국민의당 기호를 달고 끝까지 가면 2번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분들이 얼마나 자발적으로 안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와주고 투표장 가서 찍어 줄지 걱정된다”고 견제하고 나섰다.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벌써부터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문항을 어떻게 할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야권 후보로 누가 적합하느냐를 묻는 ‘적합도’를, 안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누가 더 경쟁력이 있느냐를 묻는 ‘경쟁력’ 조사를 선호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근식 비전전략실장은 “단순 여론조사를 넘어 야권 단일화에 쏠린 관심을 본선 경쟁력으로까지 가져갈 수 있는 다른 형태의 단일화, 회심의 카드를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권 최종 후보를 위한 양측의 단일화 전쟁은 3월 4일부터 본격 발화된다. 1일 안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 간 제3지대 경선 결과가 발표되고, 4일에는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제3지대 경선은 27~28일 여론조사로 진행됐는데, 안 대표의 승리가 점쳐지고 있다. 국민의힘 경선은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2~3일 100% 시민 여론조사를 거쳐 4일 발표된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코로나 영업 피해’ 소상공인, 이르면 7월 법적 보상 받는다

    ‘코로나 영업 피해’ 소상공인, 이르면 7월 법적 보상 받는다

    정부, 의무조항 아닌 ‘시혜적 지원’ 입장당정 세부사항 이견에 시행 지연 가능성 이르면 7월부터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확산에 따른 집합금지·제한 조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이 정부로부터 법적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세부사항에서 여당과 정부가 이견을 보이고 있어 실제 시행 시기는 더 늦춰질 수 있다. 2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여당 간사인 송갑석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6일 대표 발의한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손실보상법)에 이러한 내용의 보상 방안이 담겼다. 송 의원실 관계자는 “3월 중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우선 송 의원안은 개정 취지로 ‘감염병 확산에 따른 집합금지·제한 조치로 인해 손실을 입은 소상공인에 대한 보상 근거를 명확히 마련하고자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단순히 매출이 감소한 일반업종이 아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집합금지·제한 조치를 당한 소상공인이 대상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방역조치를 위반하면 보상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환수할 수 있다는 조항도 붙었다. 법안엔 ‘심의 결과에 따라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른 중소기업 등 소상공인 이외의 자에게도 보상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붙었다. 소상공인뿐 아니라 직원을 5인 이상 둔 개인사업자와 소기업 등도 보상 대상이 될 수 있는 여지를 열어 놓은 것이다. 또 구체적인 지원 대상과 적용 대상, 방역조치 범위 등은 시행령에 위임한다. 그러나 정부는 송 의원안과 세부적인 부분에서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우선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 아닌 ‘지원할 수 있다’는 표현을 쓰는 게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지키지 않으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손실 보상’이 아닌 ‘시혜적 지원’ 개념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여전히 당과 협의 중에 있고, (송 의원안이) 최종안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송 의원안은 법 시행 시기를 ‘공포 후 3개월’로 명시했는데, 이 역시 정부와 입장이 다르다. 송 의원안대로면 3월 말 국회를 통과할 경우 이르면 7월에 시행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구체적인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마련하는 시간을 감안하면 6개월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불륜 의심男에 전화 걸려는 남편 손가락 꺾은 아내

    불륜 의심男에 전화 걸려는 남편 손가락 꺾은 아내

    법원, ‘상해죄’ 아내에 벌금 70만원 선고유예 남편이 불륜을 의심하고 상대 남성에게 전화를 걸려고 하자 남편의 손가락을 꺾어 다치게 한 아내가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다. 울산지법 형사9단독 문기선 판사는 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A(여)씨에게 벌금 7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고 28일 밝혔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를 저질렀을 때 형의 선고를 미루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없었던 일로 하는 판결이다. A씨는 지난해 3월 집에서 불륜을 의심하는 남편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확인하려고 하자 다투게 됐다. 다툼 도중 남편이 불륜 상대로 의심하던 남성의 전화번호를 A씨 휴대전화를 보고 알아내 전화를 걸려고 하자, A씨는 남편의 팔을 할퀴고 손가락을 잡아 꺾어 다치게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당시 A씨가 남편으로부터 심한 폭행을 당한 점을 참작했다”고 선고유예 이유를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김웅, 조국의 ‘정인이법’ 유일 반대 지적에 “법률전문가 고민없어”

    김웅, 조국의 ‘정인이법’ 유일 반대 지적에 “법률전문가 고민없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아동학대범죄처벌특례법 개정안에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유일하게 반대했다고 지적하자, 김 의원이 형법 전문가들은 이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명 ‘정인이법’으로 불리는 아동학대범죄처벌특례법은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 처리에는 국회 참석 254명 의원 가운데 252명이 찬성하고, 김 의원이 유일하게 반대했으며 최승재 의원이 기권했다. 개정안은 고의로 아동을 학대해 사망하게 한 경우에 살해죄를 적용하도록 하고 법정형량도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 징역형 등 5년 이상 징역형인 형법상 살인죄보다 처벌 수위를 높였다. 김 의원은 “제가 소위 ‘정인이법’이란 것에 대해 반대한 이유에 대해 궁금하신 분이 많겠지만, 아마 대부분의 형법 전문가들은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바로 부진정 결과적 가중범이라는 개념 때문”이라고 밝혔다. 진정 결과적 가중범은 고의에 기한 기본범죄에 의하여 행위자가 예견하지 않았던 중한 결과가 발생한 때에 그 형이 가중되는 범죄유형을 말하며, 방화치사같은 죄가 이에 속한다. 방화할 때 사람이 죽이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 죽은 중한 결과가 발생했기 때문에 이를 가중해서 처벌한다는 것이다. 결과적 가중범은 고의적인 기본범죄(예를 들면 방화)에 전형적으로 내포된 잠재적인 위험(불의 위험성에 의한 상해, 사망)의 실현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과실범보다 행위반가치가 크기 때문에 엄하게 처벌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진정 결과적 가중범은 예견가능한 결과를 예견하지 못한 경우뿐만 아니라 그 결과를 예견하거나 고의가 있는 경우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다.예를 들어 건조물방화치사죄의 경우 사람을 죽이기 위해 불을 지른 사람도 건조물방화와 살인죄의 경합범이 아닌 건조물방화치사죄로 처벌받는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아동학대치사죄도 같은 방법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아동을 죽이기 위해 학대하는 경우도 아동학대치사죄로 처벌하고 그 양형을 높이면 되지 별도로 아동학대살해죄를 만들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동학대살해죄를 별도로 만들게 되면 방화치사죄 이외에 방화살인죄, 공무집행방해치상죄 이외에 공무집행방해상해죄, 교통방해치사죄 이외에 교통방해상해죄 등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비극적인 정인이의 이름을 붙이기만 한다고 형법의 원리들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무엇보다 정인이와 같은 비극은 형량을 높이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범죄자들은 엄한 처벌이 뒤따른다는 것을 몰라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며, 형량을 높여서 다른 정인이를 예방할 수 있다면 그냥 법정형을 사형으로 정하면 된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정인이 사건도 수사기관의 직무태만과 규정위반이 중대한 원인이었다”면서 “소위 ‘정인이법’은 그런 부분에 대한 통제나 감독 장치가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아동 학대 신고를 받고도 방치한 경찰에 대해 김 의원이 비판을 가한 것이다. 검찰 출신인 김 의원은 정인이법이 정말로 또다른 정인이를 보호할 수 있는 법인지 법률가라면 고민해야 한다고 조 전 장관도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김 의원은 적어도 법 전문가 행세를 하려면 부진정 결과적 가중범이 인정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아동학대살해죄가 별도로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 정도는 해야겠지만, ‘연목구어(나무에 올라가 고기를 구하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라고 한탄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죽여도 되겠냐”…담배 못피우게 하자 흉기 휘두른 고교생 집유

    “죽여도 되겠냐”…담배 못피우게 하자 흉기 휘두른 고교생 집유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한다는 이유로 PC방에서 흉기를 휘두른 고교생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청주지법 형사3단독 고춘순 판사는 특수상해 미수 및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된 A(19)군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A군은 지난해 12월 20일 충북 증평군의 한 PC방에서 담배를 피우던 중 주인이 이를 제지하자 112에 전화를 걸어 “PC방 사장이 욕을 하는데 집에서 칼을 가져와 죽여도 되느냐”라고 물으며 협박성 신고를 했다. 이후 그는 카운터에 있던 종업원 B(24)씨의 손목을 커터칼로 찌르려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이틀 뒤 해당 PC방을 다시 찾은 그는 청소년이용제한 시간에 걸려 입장을 저지당하자, 흉기를 꺼내 종업원 C(46)씨에게 “찌르고 싶지 않다”는 등의 협박도 했다. 고 판사는 판결문에서 “사람에게 칼을 휘두른 죄질이 무겁지만, 피고인이 우울증과 분노조절장애 등에 대한 치료가 필요한 점,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임병선의 시시콜콜] 푸에블로호 미국인 피해자 배상 판결 나오기까지

    [임병선의 시시콜콜] 푸에블로호 미국인 피해자 배상 판결 나오기까지

    지금도 평양 보통강 변에는 1968년 1월 23일 미국의 위엄을 한순간에 추락시킨 미 해군 정찰함 푸에블로호가 전시돼 있다. 미국에 과시하면 인정받고, 얻는 게 생긴다는 잘못된 믿음을 북한 지도자나 정권, 인민들에게 심어준 것이 이 정찰함 나포 사건이었다. 평양 주민들이 자랑스레 찾는 순례지가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미국 원주민 부족의 이름을 딴 이 배는 해양 조사선으로 위장해 일본 큐슈를 출발해 옛 소련의 블라디보스톡으로 향하고 있었다. 소련의 극동 기지를 정찰한 뒤 북녘의 동해안 정보를 수집할 목적이었다. 그런데 그날 정오쯤 북한 초계정이 무전으로 “국적을 밝히라”고 요구해 “미국 소속”이라고 답했다. 이에 북한 함정은 “정지하지 않으면 발포하겠다”고 위협해 왔고, 미 해군은 “공해 상”이라고 답했다. 한 시간이 안돼 북한 함정의 지원을 받은 세 척의 무장 초계정과 2대의 미그기가 도착해 포위했다. 군인들이 12시 40분쯤 배에 올라 나포하려 하자 미군 일부가 달아나다 셋이 다치고 한 명이 사살됐다. 82명의 미 해군 승무원들이 억류됐다. 미국은 즉각 베트남으로 향하던 핵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 호와 세 척의 구축함에 진로 변경을 명령해 원산만 근처에 대기하도록 했으며 이틀 뒤 해·공군 예비역 1만 4000여명에게 긴급 동원령을 내리고, 전투기를 비롯한 항공기 372대에 출동 태세를 갖추도록 했으며, 오산과 군산기지에 2개 전투기대대를 급파했다. 28일에는 2척의 항공모함과 구축함 한 척, 잠수함 6척을 동해로 이동시켜 전운이 감돌았다. 미국은 한국정부의 반발에도 2월 2일부터 판문점에서 비밀협상에 들어갔다. 사실 그 전까지 린든 B 존슨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별반 관심이 없었다. 소련과 북한이 공모해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시도란 식으로 단순하게 바라봤다. 베트남 전쟁의 수렁에 빠져들던 시점에 한반도 전쟁을 전개하는 데도 부담스러워했다.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을 안심시키는 동시에 나포된 승무원을 송환해야 하는 상충된 목표를 갖고 임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의 의도대로 북미 직접 협상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처음 국가로 인정받고 미국의 협상 파트너 지위를 얻는 성과를 얻었다. 밴스 특사의 방한 이후 존슨 행정부 안에서 북한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다. 11개월 동안 29차례의 협상을 벌여 미국은 그 해 12월 북한에 대한 첩보 활동과 영해 침범을 인정하는 문서, 일종의 사죄문에 서명함으로써 판문점을 통해 생존자 82명과 시신 한 구를 송환받을 수 있었다. 북한은 푸에블로호 사건을 미국에 대한 ‘승리’로 선전하고 미국과의 협상에 자신감을 얻게 됐다. 이신재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연구원은 2015년 출간한 ‘푸에블로호 사건과 북한’(도서출판 선인)을 통해 “과거 승무원들을 인질로 활용했던 방법이 지금은 핵 개발이나 미사일 발사 등으로 수단이 바뀌었다. 미국의 관심을 끄는 전략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면서 이를 ‘관심 유인전략’이라고 했다. 통미봉남 전략이 극대화한 것이 이 사건이었으며 미국에게 정상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전략도 이어져 “김정은 등장 이후 푸에블로호를 평양의 전승기념관 옆으로 옮겨 전시한 것도 푸에블로호를 활용한 북한식 기억의 정치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그런데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은 푸에블로호 나포에 책임이 있는 북한에 23억 달러(약 2조 5000억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AFP 통신이 25일(현지시간) 전했다. VOA 등에 따르면 법원은 전날 공개한 판결문을 통해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가족, 유족 등 171명에게 이같이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승조원 49명에 대해 일인당 1310만~2380만 달러 등 모두 7억 7603만 달러, 승조원 가족 90명에 대해선 2억 25만 달러, 유족 31명에는 1억 7921만 달러를 배상액으로 각각 인정했다. 북한이 배상해야 할 금액은 11억 5000만 달러지만 재판부는 징벌적 배상 차원에서 금액을 곱절로 늘렸다. VOA는 역대 미 법원이 명령한 북한의 배상액 중 가장 큰 액수라고 밝혔다. 생존한 선원들과 유가족은 북한에 납치돼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했다면서 2018년 2월 북한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2019년 10월 의견문을 통해 “북한이 원고 측의 모든 청구에 대해 책임이 있다”며 사실상 원고 승소 결정을 내렸지만, 손해 산정이 완료된 뒤 판결문을 내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별도로 공개한 의견문에서 억류 기간인 335일 동안 입은 피해액을 일인당 하루 1만 달러씩 335만 달러로 계산했다고 설명했다. 또 50년 동안 입은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해선 1년에 약 30만 달러 선에서 책정하고, 당시 사건으로 인해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 승조원 등에게 추가 피해금을 더했다고 밝혔다고 VOA는 전했다.원고들은 2018년 소송 제기 당시 외국면책특권법(FSIA)에 따라 집단 소송에 참여했다. 이 법은 고문, 인질, 부상, 사망 등의 피해자가 테러지원국을 상대로 소송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북한은 2017년 말 테러지원국으로 공식 지정됐다. VOA는 북한이 이번 소송에 공식 대응을 하지 않았다면서 재판부의 결정은 원고 측 주장만을 바탕으로 한 궐석 판결로 내려졌다고 전했다. 앞서 미 법원은 지난 2008년 12월에도 승조원 4명이 북한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650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미 법원은 2018년 12월에는 북한에 억류됐다 송환된 뒤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유족이 북한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5억 113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VOA는 북한은 웜비어 판결 후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했다며 미국과 해외에 흩어진 북한 자산에 소유권을 주장하는 방식으로 배상액 회수에 나선 것처럼 푸에블로호 승조원 등도 같은 움직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승조원과 가족 등은 미국 정부의 ‘테러지원국 피해기금’ 신청 자격도 주어진다고 VOA는 전했다. 북한의 대미 협상 지위와 능력을 근본적으로 끌어 올린 푸에블로호 피랍에 대해 미국 법원이 반세기 지나 배상하라고 명령한 것인데 앞으로 북미관계에 어떤 파장을 낳을지 주목된다. 임병선 논설위원 bsnim@seoul.co.kr
  • “도움 안돼” 부부싸움 화풀이로 갓난아기 내동댕이

    “도움 안돼” 부부싸움 화풀이로 갓난아기 내동댕이

    부부싸움 도중 화가 난다는 이유로 생후 2개월도 되지 않은 자녀를 바닥에 내동댕이친 20대 아빠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8단독 백승준 판사는 상해, 아동학대 등 혐의로 기소된 A씨(23)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또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및 아동관련기관 취업제한 5년을 함께 명령했다. A씨는 2017년 7월 대전 중구 자택에서 사실혼 관계인 B양(17)과 말다툼을 벌이던 중 욱해 B양이 안고 있던 아기를 빼앗아 방바닥 매트 위에 던진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달 19일에도 비슷한 이유로 “도움이 안 된다”며 자녀를 바닥에 내동댕이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아기는 양쪽 정강이뼈, 왼쪽 갈비뼈, 두개골 등 골절이 의심되는 전치 약 4주의 상해를 입었다. 검찰은 이밖에 A씨가 2019년 서울의 한 PC방에서 가방과 휴대전화를 훔친 혐의도 공소사실에 포함했고 법원은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생후 2개월도 되지 않은 자녀를 바닥에 던져 상해를 입혔음에도 제대로 반성하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특수절도죄로 소년보호처분을 여러 차례 받은 전력이 있고 피해자에게 용서받지 못했다”며 이같이 판시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남녀평등 진일보”vs“가정부보다 적어” 中 첫 가사노동 대가 인정 판결에 ‘시끌’

    세계적으로 여성의 육아·청소 등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중국에서도 가사노동의 대가를 인정하라는 판결이 처음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법원이 이혼 소송 중인 남편에게 “전업주부 아내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한 것이다. ‘가사 노동을 돈으로 환산한 역사적 판단’이라는 긍정론과 ‘남성의 입장을 지나치게 반영한 결과’라는 비판론이 엇갈린다. 24일(현지시간) BBC방송은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혼 소송 중인 여성이 5년간 가사노동에 대한 대가로 5만 위안(약 850만원)을 받게 됐다’는 법원 판결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라고 전했다. 남편 천모씨와 아내 왕모씨는 5년의 열애 끝에 2015년 결혼했다. 그러나 관계가 나빠져 2018년 별거에 들어갔다. 천씨는 줄곧 이혼을 요구했지만 왕씨는 “부부의 감정이 남아 있다”며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이 다른 여성과 살림을 차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마음을 바꿔 “그간 가사노동을 보상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지난 20일 베이징팡산법원은 천씨에게 “혼인 기간 동안 전적으로 가사를 책임진 왕씨에게 5만 위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최근 개정된 민법 1088조를 근거로 들었다. 배우자 중 한 명이 육아나 노인 돌봄 등 의무를 지면 상대방이 이를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베이징 로펌 캉다의 한 변호사는 “중국 본토에서 집안일을 보상하라는 법원 판결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환구시보는 설명했다. 곧바로 이 사건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 6억회 이상 조회돼 논쟁거리가 됐다. 누리꾼들의 입장은 둘로 갈렸다. ‘이제 중국도 남녀평등에 한발 더 다가섰다’며 칭찬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5년간 노동의 대가로 5만 위안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자조도 상당했다. 왕씨가 받은 보상금이 우리 돈으로 매달 15만원 정도에 불과해서다. 유명 논평가는 “할 말이 없다. 전업주부의 일이 지나치게 과소평가됐다”며 “베이징에서 가정부를 고용하는 데도 1년에 5만 위안은 더 든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선거 앞두고 국정원 사찰 자료 쏟아지나

    선거 앞두고 국정원 사찰 자료 쏟아지나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최근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의 국정원 사찰 문건 공개를 두고 “국정원의 선거 개입”이라는 정치권 공세에 유감의 뜻을 밝혔다. 사찰 정보공개 청구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태스크포스(TF)는 정식 조직으로 격상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25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박 원장은 최근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과거의 불법 사찰도 잘못이지만 문재인 정부 국정원에서 이것을 정치에 이용하거나 이용되게 두는 것은 더 옳지 않다”며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에 과거 보수 정권 시절의 국정원 사찰 문제가 불거지면서 또다시 정치 개입설이 등장하자 선 긋기에 나선 것이다. 특히 국정원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명박 정부 시절인 18대 국회의원 전원의 개인 신상 정보가 국정원에 보관돼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여권에서는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야권에서는 선거용 정치 공작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박 원장은 “국정원은 법에 따라 행정절차만 이행할 뿐”이라며 “대법원 판결에 따라 당사자들이 공개 청구를 하고 받은 자료를 당사자들이 어떻게 이용하는지에 대해 국정원이 관여할 권한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을 선거 개입 등 정치 영역으로 다시 끌어들이려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이는 국정원 개혁을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사찰 정보공개 청구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TF를 정식 조직으로 격상해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정보위 차원에서 사찰 정보 공개를 요구했고, 18·19대 국회의원들도 개별적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신청해 선거를 앞두고 사찰 관련 자료들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적법하게 축적된 정보와 불법 사찰 정보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고 자료도 광범위해 박 원장은 이를 분류할 수 있도록 특별법 제정을 국회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원장은 “국정원이 불법 사찰 관련 자료를 숨길 이유가 없다”면서 “(자료에서) 명백한 불법이 확인되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베이징 주부’의 가사노동 가치는 얼마? 中 역사적 판결에 갑론을박

    세계적으로 여성의 육아·청소 등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중국에서도 가사노동의 대가를 인정하라는 판결이 처음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법원이 이혼 소송 중인 남편에게 “전업주부 아내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한 것이다. ‘가사 노동을 돈으로 환산한 역사적 판단’이라는 긍정론과 ‘남성의 입장을 지나치게 반영한 결과’라는 비판론이 엇갈린다. 24일(현지시간) BBC방송은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혼 소송 중인 여성이 5년간 가사노동에 대한 대가로 5만 위안(약 850만원)을 받게 됐다’는 법원 판결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라고 전했다. 남편 천모씨와 아내 왕모씨는 5년의 열애 끝에 2015년 결혼했다. 그러나 관계가 나빠져 2018년 별거에 들어갔다. 천씨는 줄곧 이혼을 요구했지만 왕씨는 “부부의 감정이 남아 있다”며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이 다른 여성과 살림을 차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마음을 바꿔 “그간 가사노동을 보상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지난 20일 베이징팡산법원은 천씨에게 “혼인 기간 동안 전적으로 가사를 책임진 왕씨에게 5만 위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최근 개정된 민법 1088조를 근거로 들었다. 배우자 중 한 명이 육아나 노인 돌봄 등 의무를 지면 상대방이 이를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베이징 로펌 캉다의 한 변호사는 “중국 본토에서 집안일을 보상하라는 법원 판결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환구시보는 설명했다. 곧바로 이 사건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 6억회 이상 조회돼 논쟁거리가 됐다. 누리꾼들의 입장은 둘로 갈렸다. ‘이제 중국도 남녀평등에 한발 더 다가섰다’며 칭찬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5년간 노동의 대가로 5만 위안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자조도 상당했다. 왕씨가 받은 보상금이 우리 돈으로 매달 15만원 정도에 불과해서다. 유명 논평가는 “할 말이 없다. 전업주부의 일이 지나치게 과소평가됐다”며 “베이징에서 가정부를 고용하는 데도 1년에 5만 위안은 더 든다”고 지적했다. 한 여성도 “이번 사건을 봐도 알 수 있듯 중국에서 여성은 늘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어야 한다. 결혼한 뒤에도 일을 포기하지 말고 자신만의 길을 가라”고 조언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통계청이 처음 가사노동 가치를 산정했다. 2014년 기준 가사노동 시급은 1만 569원으로 당시 최저임금(5210원)의 두 배 수준이었다. 올해 최저임금 8720원을 적용하면 대략 1만 7000원 정도로 추산된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놀자고” 노래방서 주요부위 노출…도우미 강제추행한 50대

    “놀자고” 노래방서 주요부위 노출…도우미 강제추행한 50대

    집행유예 3년…“피해자 상당한 성적 수치심” 노래방에서 신체 주요 부위를 노출하고 도우미를 강제추행한 50대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정지선)는 강간치상(인정된 죄명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기소된 A(50)씨에게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과 장애인 복지시설, 아동 관련 기관에 각 3년간의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6일 오전 1시쯤 광주 광산구 한 노래방에서 여성 도우미 B(44)씨를 강제로 추행하고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일행들과 노래방을 찾아 B씨 등 도우미들과 짝을 맞춰 술을 마시며 노래를 불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 사이에서 성적인 대화가 오고 갔고, A씨는 자신의 신체 일부를 드러냈다. B씨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A씨는 “나는 부끄러운지 모르고 이렇게 내놓고 있는지 아느냐. 놀자고 이러고 있는데 네가 얼마나 잘났길래 그러냐” 등의 말을 뱉은 뒤 B씨의 옷을 찢고 바닥에 눕혀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재판부는 “죄책이 상당히 무겁다. 피해자가 상당한 성적 수치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B씨의 옷을 찢고 벗기는 행위는 강간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수반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A씨가 B씨의 신체를 직접적으로 만지거나 간음행위와 관련된 구체적 시도를 했다고 볼 만한 정황은 나타나지 않는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저는 곧 살해됩니다” 17세 소녀의 정확한 예고 논란

    “저는 곧 살해됩니다” 17세 소녀의 정확한 예고 논란

    자신이 곧 살해될 것이라는 글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17세 브라질 소녀가 실제로 피살체로 발견돼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소녀는 SNS 글에 사건의 동기를 밝히고 용의자까지 지목했지만 사건은 의외로 꼬여만 가고 있다. 브라질 아마조나스주 이타피랑가에 사는 소녀 크리스치아니 기마랑이스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건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12일부터 소녀의 실종 사실을 알고 있던 경찰이 시신을 발견한 건 용의자들이 정보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용의자들은 소녀를 13일 살해했다며 SNS를 통해 시신의 위치를 공개했다. 경찰이 주목하는 건 이 사건의 전개가 소녀의 페이스북에 일찌감치 예견돼 있었다는 점이다. 소녀는 자신의 죽음과 이후 전개될 상황까지 정확하게 예상하고 SNS에 글을 남겼다. 소녀는 "작별인사를 드리려 한다. 난 이제 곧 죽게 된다"면서 "내가 죽으면 나를 살해한 사람들이 시신의 위치를 SNS로 알릴 것"이라고 했다. 소녀의 말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소녀는 SNS 글을 남겼다. 소녀는 "마약조직 코만도 베르멜로에 3000헤알(약 62만원)을 빌렸는데 갚지 못했다"면서 보복살해를 당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정도면 사건의 동기와 개요에서 용의자에 이르기까지 모두 드러난 셈이다. 하지만 17일 또 다른 2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사건은 꼬이기 시작했다. 피살된 두 사람이 소녀를 죽인 진범의 가족일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오면서다. 소녀가 남긴 SNS 글 때문에 뒤집어쓰게 된 마약조직이 보복을 위해 진범을 찾아 나섰지만 실패하자 진범의 가족을 보복 살해했다는 것이 제기된 새로운 가설이다. 현지 언론은 "소녀의 SNS 글을 보면 사건을 너무 정확하게 예상해 작성자가 정말 살해된 소녀인지 의심된다는 사람도 없지 않다"면서 "범인이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소녀의 계정을 이용한 것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소녀를 죽이고 혐의를 돌리기 위해 엉뚱한 스토리를 만들고 마약조직에게 누명을 뒤집어씌우려 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수사 관계자는 "실제로 소녀가 글을 썼을 수도 있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면서 "다만 3건의 살인사건이 맞물려 있는 것이라면 처음부터 수사를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사진=기마랑이스 페이스북, 123rf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씨줄날줄] 화성의 바람 소리/김상연 논설위원

    [씨줄날줄] 화성의 바람 소리/김상연 논설위원

    2012년 8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 착륙부문 총괄팀장인 앨런 첸을 전화 인터뷰한 적이 있다. 화성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가 화성 표면에 성공적으로 착륙한 직후여서 흥분이 가시지 않은 그의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하다. ‘25억 달러나 들인 이번 프로젝트가 인간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 외에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우문(愚問)에 그는 “우주개발은 인류에게 영감을 주고 과학을 고무시키며 기술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현답(賢答)으로 응수했다. 하지만 그의 멋진 답변에도 불구하고 당시 화성 탐사는 여전히 너무 막연하고 먼 얘기처럼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이듬해 버지니아주 노퍽에서 NASA와 미 해군이 우주를 탐험하고 지구로 돌아온 크루 모듈을 바다에서 회수하는 훈련을 실시했을 때는 현장에 취재를 갔다. 당시 NASA는 유인 우주선의 화성 탐사를 2030년쯤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는데, 솔직히 믿기지 않았다. 17년 뒤에 인간이 화성에 간다고? 에이, 설마…. 그런데 몇몇 나라가 속속 화성 탐사 경쟁에 뛰어들고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NASA보다 6년 빠른 2024년에 화성에 사람을 보내겠다고 장담하는 것을 보면서 ‘설마’가 ‘혹시’로 변하고 있다. 머스크는 5년 전 TV 토크쇼에서 사회자가 ‘화성은 기온이 엄청나게 낮아 사람이 사는 게 어려울 텐데 어떤 해결책이 있느냐’고 묻자 “핵폭탄을 터뜨려 데우는 방법이 있다”고 답해 폭소가 일었다. 그런데 인류가 시시각각 화성에 근접해 가는 지금 돌이켜보면 황당한 아이디어만은 아니라는 생각까지 든다. 이런 가운데 NASA가 22일(현지시간) 화상 탐사 우주선(로버) ‘퍼서비어런스’가 녹음한 화성의 바람 소리를 공개했다. 우주 탐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데이브 그루엘 NASA 제트추진연구소 수석엔지니어는 “지금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눈을 감고 화성 표면에 앉아 주변을 듣고 있는 자신을 상상해 보세요”라고 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분명 우리에게 익숙한 바람 소리였다. 그루엘은 “벅찬 감정을 느끼게 된다”고 서정적으로 말했다. 지구에서는 흔하디흔한 바람 소리 하나에 인간이 이토록 울컥하는 것은 지구 밖에서 지구와 똑같은 무엇인가를 처음으로 포착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구와 똑같은 바람이 분다면 화성 어딘가에 생명체가 존재하고 있거나 과거에 존재했을 가능성으로 연결될 수 있다. 좀더 솔직히 말하면 광대무변의 적막한 우주에서 홀로 살아간다는 게 너무 무섭고 외로워 인류는 그 많은 돈을 들여 다른 생명체를 찾아 나서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화성 탐사의 목적이 과학기술 혁신이니, 자원 확보니 하는 것은 핑계일지도 모른다.
  • 잘라도 꺾어도 일어난 그녀의 ‘독립’

    잘라도 꺾어도 일어난 그녀의 ‘독립’

    “내 가진 돈은 모두 249원 80전이다. 그중 200원은 조선이 독립하는 날 축하금으로 바치거라. 만일 네 생전에 독립을 보지 못하면 자손에게 똑같이 유언하여 독립 축하금으로 바치도록 해라.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먹는 데 있는 것이 아니고 정신에 있다. 독립은 정신으로 이루어지느니라.” ●남자현 등 잊힌 여성 독립운동가 14인의 초상 여성 독립운동가 남자현(1872~1933)이 임종 직전 아들에게 남긴 유언이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절절하다. 1919년 3·1운동 직후 중국으로 망명해 교육운동과 무력투쟁에 앞장선 그는 1932년 일제가 일으킨 만주사변을 조사하기 위해 국제연맹조사단이 하얼빈에 왔을 때 왼손 무명지 두 마디를 잘라 혈서로 조선의 독립을 염원하는 글을 써서 보낼 만큼 맹렬한 항일 투사였다. 영화 ‘암살’에서 배우 전지현이 연기한 주인공의 실제 모델이 바로 그다. 책상 앞에 앉은 여성의 왼손 무명지에 흰 천이 감겨 있다. 두루마리 옆 종지에는 혈서를 상징하는 붉은 피가 선명하다. 주먹을 꽉 쥔 오른손과 정면을 응시하는 눈빛에서 결연한 의지가 배어 나온다. 한국 여성주의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윤석남이 채색화로 화폭에 되살린 남자현의 초상이다. 윤석남은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친다는 건 나로선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라면서 “내가 받았던 강렬한 인상을 그림에 담았다”고 말했다.서울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윤석남이 그린 여성 독립운동가 14인의 초상을 모은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가 전시 중이다. 저마다 독립운동사에서 한 획을 그은 인물들이지만 남성 독립운동가들보다 상대적으로 조명이 덜 된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돌아보는 자리다. 남자현을 비롯해 강주룡, 권기옥, 김마리아, 김명시, 김알렉산드라, 김옥련, 박자혜, 박진홍, 박차정, 안경신, 이화림, 정정화, 정칠성이 그들이다. 1936년 여순감옥에서 옥사한 남편 신채호의 유골함을 안고 있는 박자혜(1895~1943)의 초상에선 남편을 잃은 슬픔과 나라를 빼앗긴 울분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는 민족운동가이자 역사학자인 단재 신채호와 결혼하기 이전부터 동료 간호사들과 ‘간우회’를 조직해 만세시위와 동맹파업을 시도했던 독립운동가였다. 여성 독립운동단체인 근화회를 조직하고, 원산 신학교에서 교육 계몽사업에 헌신한 김마리아(1892~1944)의 초상은 교단 앞에서 왼팔을 번쩍 치켜든 자세를 취하고 있어 생전에 그가 품었던 진취적인 기상을 생동감 있게 드러냈다. 윤석남은 “얼굴은 실제 사진 자료를 바탕으로 묘사했고, 화면 구도와 장면 설정은 인물의 일대기를 토대로 상상해서 그렸다”고 했다. ●화면 구도·장면 설정은 삶 토대로 상상 2011년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을 보고 충격을 받아 채색화와 한국인의 초상에 관심을 갖게 된 윤석남은 2018년 채색화로 그린 자화상을 처음으로 선보였고, 2019년엔 ‘윤석남, 벗들의 초상을 그리다’를 통해 여성 지인 22명의 대형 초상화 연작을 전시했다. 이후 다음 작업을 고민하다 일제강점기에 그려진 초상화에 여성이 거의 없는 현실에 “울화가 치밀어” 여성 독립운동가를 그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앞으로 2~3년 내 여성 독립운동가 100명의 초상을 완성할 계획”이라고 했다.이번 전시에서는 대형 설치작품 ‘붉은 방’도 만날 수 있다. 종이 콜라주 850여장이 벽면을 가득 메운 공간에 여성 독립운동가를 상징하는 50여개의 나무조각을 세워 이름 없이 스러져 간 영웅들의 삶을 추모한다. 4월 3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징역 7년 이상’… 살인죄보다 센 아동학대 살해죄 신설

    ‘징역 7년 이상’… 살인죄보다 센 아동학대 살해죄 신설

    아동을 학대해 살해한 사람은 살인죄보다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 국회 법사위는 24일 법안소위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아동학대 살해죄’를 신설해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형법상 살인죄(5년 이상 징역)보다 법정형이 무겁다. 지난 1월 여야는 ‘정인이법’이라 불리는 아동학대 처벌 특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었다. 하지만 법정형 상향과 관련해서는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는 사회적 우려를 고려해 추후 논의를 이어 가기로 했다. 이에 법사위는 기존 아동학대 치사죄 등의 형량을 높이는 대신 아동학대 살해죄를 신설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고의로 사망에 이르게 했을 때는, 아동학대 살해죄를 적용해 치사보다 더 높은 형량을 적용하게 하자는 취지다.아동학대 살해죄는 앞서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을 토대로 마련됐다. 개정 법률안에는 “아동학대 범죄 특징에 비추어 폭행, 감금, 상해, 유기 등 아동학대 범죄를 범한 자가 아동을 살해한 경우 가중처벌하는 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며 “일반 살인죄에 비해 행위의 불법성이 중함에도 불구하고 엄중히 처벌할 규정이 없다”는 내용이 제안 이유로 담겼었다. 이밖에도 법안소위는 또 미혼부의 출생신고를 가능케 하는 이른바 ‘사랑이와 해인이법’(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도 의결했다. 개정안은 친모가 정당한 이유 없이 협조하지 않는 경우에도 아버지가 가정법원의 확인을 거쳐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법은 혼외 상태에서 아이를 낳으면 원칙적으로 엄마만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폐지 줍는 노인 ‘도돌이표 가난’

    폐지 줍는 노인 ‘도돌이표 가난’

    24일 서울 송파구 잠실본동에 있는 한 고물상 앞에서 만난 김모(80)씨는 종이상자, 신문지, 책이 산더미처럼 실린 손수레에서 폐지를 내렸다. 이날 주운 폐지는 모두 60㎏이었다. 고물상 주인은 김씨에게 4000원을 건넸다. 김씨는 “이 일을 한 지 10년째인데 버는 돈은 계속 줄어든다. 종이값은 떨어지고 힘이 달려 줍는 양이 주니까…”라고 말했다. 최근에 폐지 가격이 올랐는데 체감이 안 되느냐는 질문에 그는 “전혀 못 느끼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택배 물량이 폭증하면서 종이상자를 만드는 데 쓰이는 폐지 가격이 30% 오르고 제지업체들의 영업이익이 2배로 껑충 뛰었지만 거리에서 폐지를 주워 생계를 꾸리는 노인들의 주머니 사정은 그대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폐지 수집상-압축상-제지사로 이어지는 유통 구조에서 발생하는 중간 업체와 제지사 간의 오랜 불신과 갈등 때문에 유통 단계 최하단에 있는 폐지 줍는 노인들에게 코로나 호황의 과실이 닿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환경부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폐지(골판지) 가격은 올해 1월 ㎏당 76.8원이다. 1년 전 58.5원보다 31.2% 상승했다. 골판지 가격은 2018년 1월 136.4원에서 2019년 1월 81.5원으로 떨어졌다가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한 지난해 2월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161조 1234억으로 전년보다 19.1% 증가하는 등 코로나19로 비대면 거래가 증가하면서 택배상자 수요가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폐지를 수집해 종이상자를 만드는 제지기업은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업계 1위 한솔제지는 지난해 646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전년보다 126.1% 증가한 수치다. 깨끗한나라도 전년보다 911.3% 증가한 52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폐지를 유통하는 업체들은 제지기업이 폐지 매입가격을 주먹구구식으로 정해 코로나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골판지를 압축해 1차 가공하는 압축상들은 제지업체가 표준계약서 없이 당일에 필요한 물량을 요청하는 식이어서 수급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여기에 도매가격을 15~35%까지 후려치기 때문에 비싼 가격으로 고물상 폐지를 사 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 고물상 대표는 “골판지 품귀 현상으로 종이 구하기가 어려워졌는데도 중간상인들은 예전과 같은 잣대로 종이값을 매긴다”며 “㎏당 최소한 30~50원은 인상해야 폐지 줍는 어르신에게 몇 천원이라도 더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제지업체들은 국내 폐지의 품질이 수입 폐지에 비해 너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국내에서 수집하는 폐지는 무게를 늘리려고 물을 뿌리거나 이물질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은 채 넘긴다는 얘기다. 폐지 시장의 수급과 가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면 정부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 관계자는 “그동안 폐지업계에 축적된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거래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표준계약서와 ‘수분·이물질 측정기’를 의무적으로 도입하고 제지사들이 높은 등급의 폐지를 우선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등 근본적인 폐지 가격 안정화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글 사진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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