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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0] 내겐 너무 특별한 가을별미

    [2030] 내겐 너무 특별한 가을별미

    기름기가 잘잘 흐르는 전어구이, 향긋한 자연송이, 오동통한 대하찜, 잘 익은 오곡백과 등 각종 별미가 군침을 돌게 하는 가을. 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일과 연애가 안 풀려 괴로운 20, 30대도 푸짐한 가을 밥상과 마주하면 잠시나마 시름을 잊는다. 2030이 추억하는 가을 별미를 들어봤다. 박성국 오달란 유대근기자 dallan@seoul.co.kr 직장인 장모(28)씨의 가을 별미는 대한민국 모든 예비역들의 추억이자 악몽인 ‘전투식량’이다. 장씨는 전투식량 중에서도 비빔밥을 잊지 못한다. 제대 이후 해마다 가을이 되면 인터넷 쇼핑을 통해 ‘전투 비빔밥’을 구입해 먹는다. 전투식량은 군대에서 지급하는 휴대용 식품으로 뜨거운 물만 부으면 한끼 식사를 해결 할 수 있는 간편식이다. 장씨는 “7년 전 군대에 있을 때 매년 가을이면 어김없이 진지공사를 위해 산에서 천막을 치고 2주 동안 생활을 했다.”면서 “하루에 한끼는 꼭 전투식량이 나왔는데 그땐 질려서 쳐다보기조차 싫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군대음식이라면 치를 떨었던 장씨는 제대 후 1년이 지나자 이상하게도 뭔가 하나 빠진 것처럼 싱겁고 입 안에서 겉도는 그 맛이 간절해졌다고 한다. 장씨의 별미는 직장 동료에게도 인기다. 야근 간식으로 컵라면, 피자 대신 전투식량을 챙겨먹기도 한다. 여성동료들은 회색 봉투에 뜨거운 물만 부으면 단 5분 만에 완성되는 비빔밥을 보면서 신기해 한다. 장씨는 “선선한 바람이 아침저녁으로 불어오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전투 비빔밥’이 생각난다.”면서 “밥보다는 추억을 먹는 재미에 해마다 찾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3년차 영업사원 박모(30)씨는 입사한 첫해 가을, 부장님이 사준 전어 회무침을 잊지 못한다. 입사 전에는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전어였는데 부장님이 팀원들 기를 살려주겠다며 회사 근처 횟집으로 데려가 전어 회무침을 사준 것. 파, 미나리 등 싱싱한 야채와 뼈째 잘게 썬 전어, 칼칼하면서도 새콤달콤한 고추장 양념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회무침을 상추와 깻잎에 싸서 입에 넣은 뒤 소주 한 잔까지 털어넣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박씨는 그날 전어를 먹으면서 자신이 직장인이 됐음을 새삼 실감했다고 한다. 그는 “가을 전어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올 정도로 맛있다고 하지만 백수 시절에는 먹어볼 기회가 없었다.”고 돌아봤다. 입사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때라 잔뜩 군기가 들어있었던 박씨. 부장님이 어깨를 두드리며 소주를 권하고, 처음이라 낯설고 힘들 텐데 많이 먹고 기운내라며 회무침 접시를 자신의 앞쪽으로 밀어주는 선배들 때문에 눈물이 왈칵 날 뻔했다고 한다. 박씨는 “그날 밤 팀원들과 둘러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나눠먹었던 전어의 맛이 잊혀지지 않는다.”면서 “나에게 가을 전어는 ‘정’이란 이름으로 각인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대학생 정모(26)씨는 무더위가 가시기 시작하면 학교 앞 닭갈비집 문턱이 닳도록 드나든다. 그는 “일주일에 평균 3번은 찾아가서 점심에는 닭갈비 볶음밥을 먹고 저녁에는 지글지글 익어가는 닭갈비 한 접시를 안주삼아 친구들과 소주잔을 기울인다.”고 전했다. 정씨의 머릿속에 ‘가을=닭갈비’ 공식이 자리잡게 된 건 풋풋한 연애의 추억 때문이다. 정씨는 6년 전 같은 과 동기였던 여자친구와 춘천 여행을 떠났다. 그는 “5월 축제 때 용기내서 고백해 연애하기 시작했는데 사귄 지 100일을 기념해 처음 둘이서 놀러간 곳이 춘천이었다.”면서 “여자친구 손을 꼭 잡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차에 올랐었다.”며 웃었다. 정씨는 당시 점심을 먹기 위해 춘천교대 앞 닭갈비 골목을 서성이다가 조용한 가게로 들어가 먹었던 닭갈비의 맛보다 연애의 추억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이어트 끝에 찾아온 식탐 직장인 박모(32)씨는 8월 달력을 뜯자마자 지난 여름 내내 졸라맸던 허리띠를 풀어볼 생각에 한껏 들떴다. 가을이 제철인 음식들을 찾아 부지런히 인터넷 즐겨찾기에 추가하고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미식가임에도 지난 한철 내내 맛집 근처에도 얼씬하지 않은 박씨다. 8월 마지막 토요일에 5년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식을 올린 그는 웨딩사진과 식장에서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100일 동안 몸을 가꿨다. 여자친구와 함께 다이어트 식단을 철저히 지키고 매일 1시간30분씩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운동을 했다. 갈수록 탄탄해지는 복근과 등 근육은 만족스러웠지만 식생활은 고역이었다. 소금 안 친 닭가슴살과 소스없는 샐러드와 두부, 오븐에 구운 생선 반토막과 잡곡밥 반 공기가 그동안 먹어온 음식이다. 박씨는 “그렇게 좋아하던 술도 끊고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에서 손을 떼니 세상 사는 낙이 없었다.”면서 “100일 동안 쑥과 마늘만 먹었다는 곰이 된 기분이었다.”며 고달팠던 기억을 떠올렸다.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까지 다녀온 그는 이제 먹는 행복만 남았다며 즐거워했다. 박씨는 “가을인 만큼 기름진 전어부터 시작할 생각”이라면서 “이번 주말에 인천 소래포구에 가서 전어 회, 구이, 매운탕 등 풀코스 만찬을 즐길 예정”이라고 벌써부터 입맛을 다셨다. 예전엔 서비스 안주로나 내놓던 전어 값이 천정부지로 뛴 게 불만이지만 음식은 제철에 먹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박씨는 “두번 결혼할 일은 없으니 다이어트 생각은 접어두고 ‘식신 본능’에 충실하겠다.”며 웃었다. 초등학교 교사인 신모(31·여)씨는 최근 걱정거리가 하나 늘었다. 여름 내내 혹독한 다이어트를 통해 4kg을 감량했지만 가을이 되면서 입맛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길거리를 걷다가 음식냄새만 맡아도 군침이 흐르고 점심을 먹고 이까지 닦은 뒤에도 달콤한 디저트 생각에 지갑을 들고 매점으로 향하기 일쑤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기라도 하면 대학시절 도보여행 때 섬진강에서 맛 본 다슬기 수제비 생각이 간절해진다. 대학교 3학년 때 신씨는 혼자서 무작정 도보여행을 떠났다. 남도의 가을 정취에 취해 섬진강 줄기를 거닐던 중 마을 어귀에서 커다란 가마솥에 수제비를 끓여먹던 아주머니들이 가을볕에 새까맣게 그을린 신씨에게 “체력도 약한 아가씨가 밥은 챙겨먹고 다니는 거냐. 와서 한 그릇 들고 가라.”며 수제비를 권했다. 섬진강에서 갓 잡은 다슬기로 국물을 우려내 푸른 빛깔이 도는, 생전 처음 맛 보는 수제비였다.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나면 다슬기 알맹이를 쏙쏙 빼먹는 맛과 재미는 덤으로 따라 온다.”며 신씨는 다슬기 수제비 예찬론을 늘어놨다. 그는 “속풀이에 최고인 다슬기 국물에 남도 아주머니의 따뜻한 인심까지 더해져 지상 최고의 만찬이었다.”면서 “다슬기는 살도 찌지 않는 다이어트 음식이니 주말에 전문음식점을 찾아가서 배불리 먹어봐야겠다.”고 말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먹어라 올해 유난히 잦은 야근에 시달리고 있는 컨설턴트 장모(34·여)씨는 당분간 주말마다 ‘몸보신 여행’을 하기로 했다. 격무와 더위에 시달린 몸을 호강시킬 겸 골드미스인 친구들과 함께 가을음식 주산지로 1박2일 여행을 나서기로 한 것. 가장 먼저 맛볼 음식은 추어탕이다. 행선지는 전북 남원으로 정했다. 장씨는 “미꾸라지 추(鰍)자가 가을(秋)과 물고기(魚)가 합쳐진 만큼 가을의 대표적 보양식”이라며 추어탕 예찬론을 늘어놨다. 그는 “소설 태백산맥에 보면 가을 추어탕은 여름 개장국만큼 어르신들 보양식으로 쳐준다는 대목도 있다.”고 덧붙였다. 남원을 택한 이유는 원조 남도식 추어탕으로 유명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미꾸라지를 통으로 우려내 맑고 가벼운 서울식 추어탕과 달리 남도식은 크고 통통한 미꾸라지를 갈아 넣고 된장과 들깨가루를 듬뿍 풀어 걸쭉하고 구수한 맛이 특징이다. 산초가루가 들어가 독특한 향미를 낸다. 장씨는 “아삭한 우거지도 아낌없이 들어가서 씹는 맛이 일품”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남원에서 추어탕을 먹고 난 뒤 그 다음 주말엔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 태안반도에서 ‘대하’를 정복할 요량이다. 큰 전골냄비에 굵은 소금을 자작하게 깔고 그 위에서 대하가 선홍색으로 익어가는 모습을 떠올리기만 해도 장씨는 시장기가 돈다며 입맛을 다셨다.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쫀득한 살이 입속에서 녹아 사라진다는 대하회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추어탕이나 대하나 모두 단백질 덩어리니까 더위에 축 처진 피부 미용에도 좋을 것 같다.”는 게 장씨와 친구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고 믿는 은행원 유모(28)씨는 9월 말이면 새로 출하된 햅쌀 구매에 바빠진다. 자취생인 탓에 평소 전자레인지로 데워먹는 인스턴트 쌀밥 먹는 게 고작이지만 가을이 되면 최고급 백미를 먹는 호사를 누린다. 막 거둬 도정한 햅쌀은 맛이 워낙 좋기 때문에 밥과 김치만 있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는 게 유씨의 생각이다. 고혈압을 앓고 있는 유씨는 올해엔 한 가지 사치를 더 하기로 했다. 유기농 농산물만 취급하는 생활 협동조합을 통해 송이버섯을 공동구매하기로 한 것. 유씨는 “가을에 향이 정점에 오르는 송이가 성인병이나 당뇨, 고혈압 등에 좋다고 해서 올해는 큰 맘 먹고 15만원짜리 한 박스를 구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은행 근처 서점에 들러 얇은 요리책 한 권도 사두었다. 그는 4년째 교제 중인 여자친구도 집으로 초대해 만찬을 대접할 계획이다. 거창한 음식을 사주기보다 소박하지만 손수 만든 음식을 대접하면 감동을 갑절로 느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윤기가 잘잘 흐르는 흰쌀밥에 송이버섯 전골이면 산해진미가 따로 없다.”면서 “건강식으로 원기를 보충해서 남은 2009년도 잘 마무리하겠다.”고 다짐했다.
  • 정릉3동 사람들의 삶, 민속이 되다

    정릉3동 사람들의 삶, 민속이 되다

    ‘지금, 여기’를 사는 2009년 서울특별시민의 삶 또한 민속(民俗)이 된다. 농촌에서 논밭을 갈거나 바다, 갯벌에서 그물 던지며 낙지 캐는 삶만이 민속은 아니다. 도시 한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선술집을 여는 것도, 소박한 마을 공동체인 반상회의 삐뚤빼뚤한 기록도 충분히 민속학적 가치를 가진 자료가 될 수 있다. 서울특별시 정릉 3동 사람들의 삶 역시 훌륭한 민속이다. 국민대 앞에 있는 한 굿당은 노래방, PC방처럼 아예 ‘굿방’이다. 굿을 하기 위해 하루 15만~25만원의 대여료를 내고 빌릴 수 있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40년짜리 스카이아파트의 몇 남지 않은 가구는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재개발 철거의 불안함 속에서 하루하루를 산다. 그럼에도 내년을 기약하며 화단 앞에 김장독을 묻고, 연탄아궁이에 불땔 연탄을 차곡차곡 쟁여 놓는다. 옥상에는 가지·호박·상추를 심어 가꾼다. 반장수첩에는 ‘청소비 1000원, 전기요금 6420원’ 등을 빼곡히 적으며 몇 남지 않은 공동체의 틀을 이어나간다. ●돋보기 들이대듯 가감없이 일상 직시 국립민속박물관이 15일 서울 정릉 3동의 생활과 종교, 역사, 풍속 등을 조사 정리한 도시민속조사보고서 ‘변화, 공감, 소통’, ‘김정기 조성복의 살림살이’(이상 김현경·박성연·이건욱 공저) 두 권을 발간했다. 정릉 3동은 도시화, 산업화 과정에서 서울 주변부로 편입되며 세월의 변화 과정을 묵묵히 지켜낸 공간이다. ‘변화’, ‘공감’, ‘소통’ 등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 이번 책자는 민속박물관 연구원들이 지난 한 해 내내 정릉 3동 사람들과 동고동락하며 가슴과 발로 쓴 현장 보고서다. 때로는 망원경으로 내다보듯 강물처럼 흘러가는 정릉 3동을 객관적으로 기술하는가 하면, 때로는 바로 곁에서 돋보기 들이대듯 그곳 사람들의 남루한 일상을 친구, 이웃의 눈으로 가감없이 직시한다. 실제로 연구원 3명은 정릉 3동에 반지하방을 얻어 숙식하며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다양한 콘텐츠 담아 DVD 제작 천진기 민속연구과장은 “단기 방문을 통한 조사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현장에서 밀착 조사를 진행하며 민속연구의 틀 자체를 바꿔냈다고 자부한다.”면서 “보고서에 담지 못한 부분은 DVD로 만들어 영상·녹음물 등 다양한 콘텐츠를 모두 담았다.”고 말했다. 민속박물관은 이번 보고서 2권을 지난해 펴낸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도시민속조사보고서와 함께 총 4장의 DVD로 만들었다. 점점 잊혀져 가는 서울과 서울 사람들의 삶에 대한 총체적인 기록이 되는 셈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안돼, 안돼!” 라고만 말하는 고양이(하라다 유우코 글·그림, 심영아 한국어번역, 요시오카 도모코 영어 번역, 바다어린이 펴냄) 미운 세살이 되면 아이들은 싫어, 안먹어, 세수 안해, 차 안탈거야 등 부정어를 사용하기 시작해 부모들의 애를 태운다. ‘안돼 고양이’를 통해서 긍정하는 법을 가르친다. 9000원. ●마음으로 듣는 노래(제임스 럼포드 글·그림, 김연수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축구와 서예를 좋아하는 알리는 바그다드에 산다. 그러나 2003년 바그다드에는 폭탄과 미사일이 떨어지는 날이 적지 않았다. 이웃사람들이 죽어나가자 알리는 무서움을 잊기 위해 밤새 서예를 썼다. 평화를 기원하며. 하르브(전쟁)와 살롬(평화)과 같은 아랍어를 접해본다. 8500원. ●올빼미는 무엇을 보고 있을까?(세바스티아노 란체티 지음, 소년한길 펴냄) 깜깜한 밤, 달빛 아래 올빼미 한마리가 앉아있다. 올빼미 눈은 마치 구불구불한 못들이 가득 들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색색의 사람들, 나무, 잠자리 등으로 변한다. 마티스의 그림을 보는 듯 원색의 움직임이 가득하다. 글자 한 자 없이 느낌으로 받아들이고 생각하는 동화. 1만원. ●우리 음식에 담긴 12가지 역사 이야기(김선희 글, 문종성 그림, 어린이 작가정신 펴냄) 고구려인들이 즐겨먹던 맥적은 현재의 불고기로, 불교국가였던 고려 시대에는 맥이 끊길 뻔도 했다. 김치는 원래 백김치가 원형. 17세기 일본에서 고추가 들어오면서 빨갛고 매운 김치가 됐다. 요즘 흔한 상추는 과거에는 금보다 비싼 채소라 해서 ‘천금채’라고 했다. 김치, 불고기, 비빔밥 등 평소에 즐겨먹는 전통음식의 유래를 살펴봤다. 9500원. ●한지돌이(이종철 지음, 이춘길 그림, 보림 펴냄) 1000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우리 종이 한지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닥나무를 베고, 찌고, 껍질을 벗겨 다시 삶고 씻고 두드리고 물에 풀어 다시 뜨고 말리기까지의 과정과 꼼꼼히 정리했다. 종이가 없던 선사시대와 역사시대 기록 매체의 발달도 보여준다. 1만 800원.
  • “고향만 빼앗겼다” 울분… 공사 24% 진척

    “고향만 빼앗겼다” 울분… 공사 24% 진척

    “이젠 지쳤어. 지긋지긋해.” 6일 충남 연기군 남면 양화리 행복도시 예정지에서 만난 임헌교(70)씨는 더 이상 욕할 힘도, 화낼 힘도 없다는 듯 무표정하게 말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세종시)가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수정안을 준비한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이주하지 않은 노인들은 “고향에서 여생을 보내게 됐다.”고 말했고, 허허벌판으로 변한 고향 땅을 쳐다보면서 “보고만 있지 않겠다.”고 벼르는 청년도 있었다. ●“잘돼야 일자리도 생길텐데” 한숨 이날 찾은 양화리의 한 정자나무 밑에 노인 10여명이 행복도시를 놓고 입씨름하고 있었다. 행복도시에는 원주민 1만명 가운데 아직 2400여명이 남아 있다. 60대 노인은 “1억 20 00만원까지 팔리던 딱지(이주자 택지권리)가 물딱지가 됐다.”고 푸념했다. 냇가에서 만난 주민 김영자(65)씨는 “심란하다. (행복도시가 잘돼야) 일자리도 생기고, 자식들이라도 잘될 텐데….”라고 혀를 찼다. 지역 단체들은 대책마련에 나섰다. 홍석하(45) 세종시 정상추진 연기군주민연대 사무국장은 “이주한 원주민들은 ‘고향만 빼앗겼다.’고 기막혀한다.”고 전했다. 대전·충남 시민단체로 구성된 ‘행정도시 무산음모저지 충청권 비상대책위원회’는 7일 긴급회의를 갖는다. 행정도시 건설현장을 조망할 수 있는 ‘밀마루전망대’에 올라 보니 거대한 허허벌판이 펼쳐졌다. 중앙행정타운은 땅고르기 작업이 모두 끝났다. 이곳에 총리실 건물이 지어지고 있고, 7000가구가 들어설 문화국제교류타운의 첫마을은 공사 중이다. 도시행정타운은 최근 기반공사가 착수됐고, 첨단지식기반·의료복지·대학연구 3개 타운은 착공이 안 됐다. 사업비 22조 5000억원 가운데 8월 말까지 5조 3688억원이 투입돼 24% 정도의 진척을 보이고 있다. 예정지 전체 면적은 7291만㎡이다. ●벌써 5조 투입… 민간부문 올스톱 총리실 공사장으로 들어가자 골조작업이 한창이다. 이 건물은 부지 1만 3025㎡에 지하 1층 지상 4층으로 지어진다. 터 116만㎡에 조성하는 첫 마을도 파일박기 등이 한창이다. 2011년 8월에 완공된다. 행정타운에는 2012년부터 9부2처2청이 옮겨온다. 행복도시는 2030년까지 인구 50만명 규모로 조성된다. 행복도시건설청 관계자는 “국비 공사는 계획대로 진행되지만 민간부문 사업은 사실상 올스톱됐다.”고 귀띔했다. 시범생활권 아파트 부지를 분양받은 12개 업체 가운데 2곳이 최근 계약을 해지했다. 예정지 인근 연기군 조치원읍은 부동산 경기가 완전히 무너졌다. 1400가구의 L아파트는 대부분 입주하지 않았고, 1000가구의 D아파트는 지난 5월 골조공사 이후 중단됐다. 남면 대평리 신행복공인중개사 주인 최인석(53)씨는 “2005년 말 평당 60만~70만원 하던 예정지 주변 관리지역이 30만~40만원으로 떨어졌지만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침울해했다. 홍 사무국장은 “정책에 협조한 주민들만이 불이익을 받으면서 정부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면서 “수정안은 엄청난 국고 낭비와 논란을 초래한다.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 사진 연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제왕적 총장’ 세우고 파격 지원… 밀어붙이는 교과부 12세 아들 아이스박스에 태우고…순식간 급류에 휩쓸려 간 아버지 인종차별 발언 첫 형사처벌 성격과 혈액형 상관성 과학적 근거없다 故 장진영 남편 인터뷰 “결혼을 선물하고 싶었다” 이민호·산다라박 100번 키스에 입술 퉁퉁 “레터맨쇼 출연하고 죽겠다”는 꿈 이룬 코미디언
  • 시청률 40% ‘솔약국집’, 억지 설정에 ‘막장논란’

    시청률 40% ‘솔약국집’, 억지 설정에 ‘막장논란’

    ‘솔약국집’이 감동적인 스토리에도 불구, 억지 설정과 밉상캐릭터로 막장소리까지 듣고 있다. 시청률 40%까지 넘어선 KBS 2TV 주말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이하 ‘솔약국집’)이 최근 억지 설정과 지지부진한 전개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것. 특히 지난 6일 방송된 ‘솔약국집’에서 진풍(손현주 분)의 어머니인 옥희(전미라 분)가 단식투쟁을 벌이며 가족들에게 보여준 행동들은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방송 후 시청자게시판에는 “시아버지도 있는 자린데 ‘저 인간들’ 이라니”, “서서히 막장 분위기”, “드라마가 한참 오버하는 것 같다. 시아버지 앞에서 밥상의 상추를 집어 던지지를 않나 보기 난감했다.” 등 막장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최근 진풍과 수진(박선영 분)의 애절한 사랑이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며 감동을 선사하고 있는 것과 대비돼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솔약국집’이 5일과 6일 방송분에서 옥희와 진풍의 갈등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자 시청자들의 짜증이 극에 달했다. 시청자들은 “처음에는 가족적이고 일반 가족의 생활을 그린 거 같은데 지금은 너무 억지에다 짜맞추기다보니 상식적으로도 이해도 안 된다.”, “너무 질질 끌고 진도 안 나간다.”, “여태 시청한 시간을 돌려 달라.”며 지루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청률 고공행진 속에 최근 4회 연장하기로 결정한 ‘솔약국집’이 남은 방송동안 막장논란에서 벗어나 진정한 가족드라마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 KBS 2TV ‘솔약국집 아들들’ 화면캡처 서울신문NTN 정병근 기자 oodless@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길섶에서] 절반의 성공/오일만 논설위원

    늦더위가 한창인 지난 주말, 김장준비에 들어갔다. 8월 중에 무와 배추 파종을 해야 늦가을 추수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지난 4월에 심은 상추와 고추, 방울토마토는 뿌리째 뽑았다. 거름을 주고 복합 비료를 뿌려 흙속에 새로운 자양분을 줬다. 20평 남짓한 텃밭이지만 흐르는 땀이 장난이 아니다. 그나마 아내와 아들, 장인, 동서 모두가 합세해 한두 시간 내에 끝냈다. 상반기 농사 성적표는 절반의 성공으로 막을 내렸다. 상추와 방울토마토는 그럭저럭 재미를 봤지만 고추 농사는 실패했다. 장마 끝에 탄저병에 걸렸다. 비를 싫어해 두툼하게 둔덕을 만들어야 하는데 되레 고랑을 만든 게 화근이 됐다. 하나하나 배우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말라죽은 고추에겐 미안한 마음이다. 배추 농사는 처음이라 고추처럼 될까봐 걱정도 앞선다. 벌레도 많이 먹고 잔손도 많이 간다는데…. 때로는 귀찮기도 하지만 주말농장을 시작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뿌린 대로 거두고, 노력한 만큼 돌아오는, 땀의 의미를 요즘 더욱 절실하게 느낀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 의식주 물가 동반상승… 서민 비명

    의식주 물가 동반상승… 서민 비명

    의식주 가격이 동시에 오르고 있다. 지표물가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체감지수가 다른 소비자들은 괴로운 표정이다. 13일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러닝셔츠 가격은 지난해 말에 비해 15.2% 올랐다. 남자 팬티(14.7%), 남자 재킷(12.4%), 여자 학생복(8.9%)도 같은 기간 많이 올랐다. 식(食)은 의(衣)보다 오름세가 더 가파르다. 이날 농협 하나로클럽 양재점에 따르면 배추는 산지 파종이 늦어지면서 출하량이 감소, 지난주보다 포기당 570원(27.8%) 오른 2620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생강 값은 1년 전보다 배 이상(115.4%) 뛰었다. 주부들은 올가을 김장 걱정에 벌써부터 한숨이다. 잦은 비로 지난달 파(54.7%), 양배추(47.4%), 상추(40.6%) 등 채소류 가격도 1년 전보다 40% 이상 뛰었다. “상추에 삼겹살이나…”란 말이 무색해졌다. 설탕 값마저 17일부터 올라(8.9%) 먹거리 물가에 더 주름을 지운다. 집값과 전셋값도 많이 올랐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아파트 전세지수는 석달 새 2% 올랐다. 상가 임대료도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오르는 추세다. 앞서 영화 관람료(9.7%)와 전기·가스요금 등도 올랐다. 교과서 가격도 인상이 예고돼 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교통비 부담 또한 커졌다. 두바이유는 지난 11일 배럴당 71.72달러에 거래돼 지난해 12월26일보다 106.92% 올랐다. 이 여파로 국내 기름값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서울시내 일부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ℓ당 2000원에 육박한다.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비 도미노 인상도 예상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 추세라면 버스와 지하철 요금도 내년에 올려야 할 형편”이라면서 “경기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물가를 책임지는 한국은행은 “앞으로 물가가 좀 더 오르기는 하겠지만 연내 3%를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생산자물가 3개월만에 상승

    생산자물가가 폭우와 공공요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3개월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7월 생산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전월 대비 1.2% 올랐다. 지난 5월과 6월 -0.8%, -0.3%의 두 달 연속 하락세를 뒤집은 셈이다. 분야별로는 농림수산물이 폭우로 말미암은 출하량과 어획량 감소로 전월 대비 5.7% 상승했고 전력수도가스는 전기·가스 요금 인상으로 5.3% 올랐다. 상추는 148.6% 가격이 급등했고 물오징어도 50.5%, 넙치도 35.9%나 올랐다. 단 쌀과 계란은 각각 2.1%와 9.9% 하락했다. 지난달과 비교하면 공산품 가격은 0.9% 상승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씨줄날줄] 무관 노상추/함혜리 논설위원

    경자년(정조 4년·1780년) 4월1일 맑음. “아침 일찍 악공을 불러 가묘에서 제사를 지냈다.허서방네 논을 빌려 연회석을 마련했다. 아침밥이 끝나기도 전에 누가 정자나무 아래 와 앉으며 호신(呼新·막 급제한 사람을 부르는 예)하니 정좌랑이었다.…밤늦게 연회가 끝나고 선산부사는 돌아갔지만 다른 손님들은 모두 머물렀다. 내외 손님들로 온 방이 가득차 나는 잘 곳이 없었다. 오늘 다녀간 사람이 오,륙천에 이르는 듯하다.” 안강노씨 경암공파 12대 손인 조선 후기의 무관 노상추(尙樞·1746∼1829년)가 쓴 일기의 한 부분이다. 노상추의 집안은 월파공 노이익이 영남 유학파를 대표해서 서인들의 횡포를 비난하는 상소문을 올렸다가 노론 영수였던 우암 송시열의 노여움을 사 옥사한 이후 문과 응시가 봉쇄된 상황이었다. 증조부인 노계정이 병조판서까지 지냈지만 이후 급제한 후손이 없던 차에 그가 무과시험에 합격했으니 가문의 경사가 아닐 수 없다. 그것도 10년 도전 끝이었으니 얼마나 기뻤겠는가. 노상추는 무과 급제 후 변방의 진장(鎭將)을 거쳐 국왕 경호대인 금군, 궁궐 수비 책임자인 오위장 등 오랜 무관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삭주부사 등 지방관을 거쳐 66세이던 1811년 가덕첨사까지 역임했다. 노상추는 긴 일기를 남겼다. 장남이 일찍 세상을 떠난 데 충격을 받은 아버지가 차남 노상추에게 집안의 일기를 작성하도록 한 것은 1762년이다. 그의 나이 18세였다. 이후 82세까지 쓴 일기에는 자신과 가족의 하루 일과부터 30년 넘게 봉직한 군생활의 나날들이 꼼꼼하게 적혀 있다. 조상 제사를 잘 모시지 않는 종손 종옥에 대한 섭섭함, 첫 부임지인 갑산에서 알게 된 관기 석벽(惜壁)에 대한 애틋한 심정도 담았다. 2005년 영인본 출간으로 관심을 모았던 그의 일기를 소재로 ‘68년의 나날들, 조선의 일상사’(문숙자 저·너머북스 펴냄)가 출간됐다. 노상추는 남인 계열로 서인들의 극심한 견제를 받아 큰 벼슬에 오르지 못했고 역사에 남을만한 공을 세우지도 못했다. 하지만 18세기 후반 조선 무반가의 일상을 현미경 들여다보듯이 알 수 있는 것은 그가 남긴 일기 덕분이다. 어찌보면 그게 더 큰 업적일지 모른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눈에 좋은 식품은

    노안임을 알아보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눈 앞 10㎝ 되는 지점에 신문을 대고 글자를 읽어 보자. 글자가 잘 안 보인다면 노안일 가능성이 크다. 30∼40대 중에 안경이나 콘택트렌즈, 심지어 시력교정술까지 받고도 코 앞에 있는 글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랄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이런 노안을 막을 수는 없지만 눈에 좋은 식품을 섭취해 진행을 최대한 억제할 수는 있다. 먼저 채소류와 과일 중에서는 케일·머스타드 그린·순무잎·양상추·오렌지·달걀노른자·브로콜리·아보카도·옥수수 등에 눈에 좋은 영양소가 많다. 오메가-3 지방산도 중요하다. 연어·참치·정어리 등의 생선과 생선기름·호두·아마씨와 캐놀라 등 식물성 기름에 오메가-3 지방산이 많다. 그러나 이런 식품을 일상적으로 먹기는 쉬운 일이 아니며, 그렇게 먹더라도 효과에는 개인적인 편차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김병엽 교수는 “눈 건강을 위해서는 과일을 포함한 균형된 식사가 중요하며, 포화지방산이나 콜레스테롤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지 않아야 한다.”며 “특정 식품이나 약품으로 한번 나빠진 시력을 돌이킬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상인 “수수료 부담” 소비자 “찬밥 신세” 모두 외면

    상인 “수수료 부담” 소비자 “찬밥 신세” 모두 외면

    20일 오후 3시 울산 동구 대송농수산물 시장. 저녁 찬거리를 준비하려는 주부들로 채소가게와 정육점, 생산가게 주변이 북적였다. 주부 김모(38·동구 방어동)씨가 상추와 고추 등 3000원어치를 산 뒤 5000권 상품권을 내자, 상인은 “거스름돈 없는데 현금 주세요.”라고 요구했다. 김씨가 다시 야채를 5000원어치를 산 뒤 상품권을 지불하자 마지 못해 받았다. 상가 내 K음식점. 기자가 “음식값으로 상품권을 지급해도 됩니까.”라고 묻자, 업주는 “무슨 상품권요, 상품권은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주는 “처음에는 상품권을 받았는데, 지금은 취급하지 않는다.”면서 “상인들이 손님들로부터 상품권을 받은 뒤 환전 수수료(최고 2%)를 내지 않으려고 식당에서 음식값으로 다시 돌리면서 피해가 많아 받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인 10%가 상품권 지식 부족 이날 대송농수산물시장 상인의 10%가량은 현재 유통되고 있는 상품권에 대해 잘 몰랐고, 콩나물과 상추·깻잎·마늘 등을 파는 소규모 상인들은 상품권 받기를 꺼렸다. 환전 수수료 2%에 대한 부담과 현금보다 사용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정육점과 쌀가게, 과일도매상 등 대규모 상가에서는 상품권이 매출 신장에 도움이 됐지만, 영세 상인들은 별 차이 없다고 밝혔다. 충북 청주지역 재래시장 상인들 역시 상품권보다는 현금을 선호하고 있다. 상당수 상인은 5000원 미만의 물건을 사면서 1만원권 상품권을 내면 일단 현찰을 요구한다. 환전할 때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등 상품권이 가진 불편함 때문이다. ●“현찰로 바꾸는 과정 번거롭다” 청주 복대가경시장에서 20년 넘게 과일가게를 하는 최모(54)씨는 “상품권을 현찰로 바꾸는 과정이 너무 번거롭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에 가서 일단 환전을 하면 그 돈은 내 통장으로 입금되기 때문에 현찰을 만지기 위해서는 다시 돈을 찾아야 한다.”면서 “바쁜 사람들에겐 엄청난 시간낭비”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수료를 아끼고, 환전하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상품권으로 재래시장에서 식사를 하거나 시장을 보면서 다시 쓴다.”고 덧붙였다. 주부 김모(34)씨는 “1000원어치 어묵을 사면서 1만원짜리 상품권을 내니까 가게주인이 현찰로 내라고 해 상품권을 쓰지 못했다.”면서 “선물로 받은 상품권을 갖고 재래시장에 갔는데 상인들에게 찬밥신세를 당해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이날 첫 선을 보인 전국 통용 ‘온누리 상품권’에 대한 기대와 우려도 엇갈리고 있다. 경남 진주시 중앙시장과 자유시장이 대표적이다. 진주에서 규모가 가장 큰 중앙시장 상인들은 새로 발행된 온누리 상품권 유통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상인들은 “전국에 유통되는 상품권인 만큼 다른 지역에서 판매돼 중앙시장으로 돌아오면 현재 사용되는 ‘진주사랑 상품권’ 등과 함께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세상인 “매출신장 도움안돼” 반면 자유시장 상인들은 기존의 ‘진주사랑 상품권’과 희망근로 상품권을 주로 취급하면서 온누리 상품권 가맹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상인 정모(60)씨는 “재래시장이 대형 마트 등의 물량공세에 밀려 간신히 버티는 상황에서 나온 전국 통용 상품권에 대한 상인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면서 “온누리 상품권이 재래시장 상품권 자리를 장악하면 그나마 보탬을 주는 지역 상품권이 사라져 영세 시장은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사진 울산 박정훈·청주 남인우기자 jhp@seoul.co.kr
  • 광주 ‘도심 주말농장’ 주민 쉼터로

    광주 ‘도심 주말농장’ 주민 쉼터로

    “토마토가 어른 주먹만 한 크기로 자라나는 것을 보면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지난 주말 광주 서구 풍암동 풍암제와 이웃한 중앙공원 빈 터에서 채소류를 돌보고 있던 이모(66)씨는 “요즘 화초와 채소류를 돌보는 데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자연을 접하기 어려운 손자들을 데리고 틈나는 대로 텃밭을 가꾸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는 지난 5월 빈 땅으로 방치된 이곳 일대 7000㎡를 10㎡ 단위로 쪼개 주민들에게 무료로 임대했다. 모두 360개 텃밭이 생겼고, 주민들이 고추·상추·토마토·화훼류 등을 가꾸기 시작한 지 3개여월 만에 ‘도심 속의 농촌’으로 변했다. 주민들은 주말마다 가족 단위로 텃밭에 나와 밭을 일구고 채소류에 물을 주는 등 체험과 여가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모(56·여)씨는 “텃밭에 심어진 화초를 가꾸다 보면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진다.”며 “이를 오래도록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구가 이 주말농장 임대사업을 시작한 것은 잡초가 우거진 빈 터에 쓰레기가 쌓이는 것을 막고 주민들에게 친환경 유기농사법을 보급하기 위해서였다. 주변에 80m 깊이의 관정을 파고, 모터 펌프를 설치하는 등 급수 시설을 마련했다. 공모를 통해 주민을 선발하고 농사를 짓도록 했다. 농약 사용을 금지하고 비닐 피복 등은 설치하지 못 하도록 했다. 또 희망근로사업과 연계해 무단경작과 쓰레기 불법투기 등을 막았다. 구는 당초 이 농장을 추수기인 10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할 예정이었으나 주민의 반응이 너무 좋아 연장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 일대는 불법 투기한 쓰레기와 무허가 건축물이 철거되는 등 ‘웰빙테마파크‘로 변신하고 있다. 1956년 농업용으로 축조된 저수지는 면적 24만여㎡에 총 저수량 43만t에 달한다. 주변엔 풍암·금호지구 등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있다. 서구는 이에 따라 2007년 중앙공원, 금당산과 연계한 생태공원화 사업에 착수했다. 주말농장 주변의 무허가 음식촌 등을 정비하고 저수지 가장자리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에 2600여그루의 나무와 꽃들을 심었다. 벽천분수, 한식정자, 생태습지, 목교, 1300㎡ 규모의 튤립동산 등 수변과 어우러진 자연친화 시설물을 설치했다. 황톳길, 자연 쇄석길 등 1.7㎞의 웰빙순환산책로와 경관조명 공사도 조만간 마무리한다. 전주언 서구청장은 “풍암호수 일대를 생태체험이 가능한 가족 쉼터로 가꾸겠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4년차 단체장 이렇게 뛴다] 박준영 전남지사

    [4년차 단체장 이렇게 뛴다] 박준영 전남지사

    “2020년까지 전남 인구 200만명을 회복하겠습니다.” 민선 4기 3년을 마친 박준영(63) 전남지사는 남은 1년여간 성장동력의 전제조건인 인구 늘리기의 밑바탕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전남 인구는 2004년 200만명이 무너져 지난해 193만명에 그쳤다. 친환경 생명산업과 일자리 창출에 힘써 해마다 2만~3만명씩 줄던 인구는 2007년부터 1만명 이하로 감소 폭이 낮아졌다. 출산장려책에 힘입어 보성군과 강진군, 영암군은 전국 출산율 1~3위를 기록했다. ●영암 F1·여수박람회로 발전 앞당겨 또 박 지사는 “전남의 미래를 선도할 굵직굵직한 현안 사업이 제속도를 내면서 풍요로운 전남의 미래가 밝아오고 있다.”고 자신했다. 내년 10월 영암에서 열릴 포뮬러원(F1) 국제자동차대회가 2016년까지 이어져 도약의 발판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로 도로와 철도, 항공 등 교통망이 개선돼 전남 발전을 앞당겼고 박람회장과 아쿠아리움(대형 수족관) 등 관광자원 확충으로 지역발전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는 것. 박 지사는 “김과 전복 등 농수산물 생산자들이 출자한 유통·가공회사 출범으로 전남은 도약의 새 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은 생물산업에서 비교우위 자원과 인력을 갖고 있다. 식품산업연구센터 등 7대 연구기관이 가동돼 식품과 한방, 의약 분야에서 고부가가치 산업화에 노력한 결과 성과물이 나오고 있다. 박 지사는 “전남 지도를 바꿀 영암·해남 서남해안관광레저기업도시는 4개 지구가 연말까지 승인을 마치고 터닦기에 들어간다.”며 “오는 30일 로켓 발사 예정인 고흥 나로우주센터는 고흥군이 우주항공산업의 중심지로 인식돼 각종 국책사업이 잇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전남은 신성장 동력 산업인 해양 바이오에너지의 보고로 해상에 대규모 풍력과 조력 발전단지를 만들고 이와 연계한 연구개발과 부품 생산기반시설 구축 등으로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남도의 맛과 멋 등 한류문화를 세계화, 산업화하고 있고 마을별 한옥단지 등을 역사문화상품으로 개발하면 도의 미래가 밝다.”고 덧붙였다. ●공약 추진율 79%… 미래산업 전념 지난달 도청에서 열린 민선 4기 도지사 공약사항 보고회에서 72개 공약 가운데 완료 21건, 정상추진 48건, 미흡 1건, 미착수 2건 등으로 나타나 공약 추진율이 79.0%로 집계됐다. “F1 지원법 제정이 늦어지고 대형개발사업이 투자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박 지사는 “넓은 시야로 미래산업에 집중해 전남이 대한민국의 당당한 주역으로 나설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자신했다. 무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 할머니는 알도 못 낳잖아요!/안선모

    [엄마와 읽는 동화] 할머니는 알도 못 낳잖아요!/안선모

    “아함! 잘 잤다!” 뽕나무 그늘 밑에서 낮잠을 자던 거위 꾸룩이는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했어요. 하품을 하다 문득 아래쪽을 보니 아랫배가 불룩했어요. “어, 이상하다. 배가 고픈데 왜 배가 불룩 나왔지?” 꾸룩이는 고개를 휘휘 돌려 할머니를 찾았어요. 할머니는 빨갛게 녹슨 펌프 정수리에 마중물 한 바가지를 붓고 있었어요. 꺼억꺼억. 펌프에서는 트림하는 듯한 소리만 나왔어요. “할머니, 힘 좀 내봐, 힘 좀. 나 목 마르단 말이야.” 꾸룩이가 뒤뚱뒤뚱 다가가 할머니를 채근하였어요. “오냐, 오냐! 애써 보마.” 할머니의 깊게 파인 이마 주름살 사이로 또글또글 땀방울이 굴러갔어요. 할머니는 있는 힘을 다해 펌프질을 했어요. 펌프는 계속 쪼륵쪼륵 잔기침만 해댔어요. 하지만 잠시 후 콰륵콰륵 긴 기침을 토해 내더니 땅속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던 물을 끌어올렸지요. 양동이 허리까지 물이 차오르자 꾸룩이는 긴 부리를 집어넣어 꾸룩꾸룩 물을 들이켰어요. “할머니, 밥 언제 줄 거야? 빨리 서둘러. 나 배 고프단 말이야.” 꾸룩이는 부엌에 들어가 할머니 등을 콕콕 찔렀어요. “오냐, 오냐! 서둘러 보마.” 할머니가 눈을 비비며 아궁이에 불을 집어넣고 있는 사이, 꾸룩이는 이 밭 저 밭을 다니며 상추를 뜯어먹었어요. 그랬더니 배가 조금 불렀어요. “꾸룩아, 밥 먹자, 얼른 오렴.” 꾸룩이는 어기적어기적 작은 툇마루로 올라갔어요. 할머니가 댓돌을 놓아주어서 쉽게 올라갈 수 있었어요. “에이, 반찬이 이게 뭐야?” 꾸룩이가 상을 흘낏 보며 말했어요. 꾸룩이는 반찬 투정이 아주 심해요. 할머니가 싱긋 웃으며 생선 한 젓가락을 집어 올려 꾸룩이 입에 넣어 주었어요. “꾸룩아, 이것 좀 먹어 봐라. 너 주려고 내가 아껴둔 거다.” “에이, 맛도 없잖아.” 꾸룩이의 말에 할머니는 그저 빙그레 웃기만 했어요. 투정도 잘 부리고, 게으르고, 버릇은 없지만 그래도 꾸룩이가 있어서 할머니는 외롭지 않아요. “어, 갑자기 배가 아프네. 할머니, 나 배 아파!” 꾸룩이가 뽕나무 밭으로 내려가 납작 엎드렸어요. 앗,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죠? 갑자기 뱃속에서 뭔가가 꾸물꾸물 대더니 커다란 알이 쑥 나오는 게 아니겠어요? ‘이게 뭐지?’ 꾸룩이는 덜컥 겁이 났어요. 그런 꾸룩이를 보며 할머니가 기특하다는 듯 등을 쓰다듬어 주며 말했어요. “이게 바로 알이라는 거다. 옛날옛날에 너도 이 알에서 태어났단다. 이 알을 품어 주면 아기가 태어나는 것이야.” ‘이 알을 품으면 아기가 나온다고?’ 꾸룩이는 갑자기 어른이 된 기분이 들었어요. 할머니가 고추밭에 김매러 간 사이, 꾸룩이는 자기가 낳은 알을 이리저리 쳐다보았어요. ‘그런데 도대체 이 알을 어떻게 품어야 하지? 이렇게? 아니면 저렇게?’ 꾸룩이는 알을 날갯죽지 속에 넣어 보기도 하고, 앞가슴에 넣어 보기도 하였어요. 그러다 꾸룩이는 겨우겨우 알을 품었어요. “꾸룩아, 밥 먹자.” 저녁 때가 되어 할머니가 불렀지만 꾸룩이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어요. 알을 잘 품어서 꼭 아기가 태어나는 것을 보고 싶었거든요. 어디선가 노랑나비가 날아왔어요. 꾸룩이는 나비를 쫓아가고 싶었어요. 하지만 꾹 참았어요. “할머니, 물 좀 갖다 줘.” 꾸룩이가 소리쳤지만 할머니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어요. 꾸룩이는 할 수 없이 잠깐 자리를 떴어요. 물 먹으러 갔다 툇마루에 올라가 잠깐 놀다 오니 알이 감쪽같이 사라졌어요. 꾸룩이는 깜짝 놀라 여기저기 알을 찾으러 다녔어요. “네가 알 가져갔니?” “내가 뭣 때문에?” 수탉이 볏을 세게 흔들었어요. “너니?” “내가 뭣 때문에?” 토끼가 귀를 쫑긋하며 말했어요. 이틀 후, 꾸룩이는 또 알을 낳았어요.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에요. 꾸룩이가 잠깐 자리를 비울 때마다 감쪽같이 알이 없어지곤 하는 거예요. 꾸룩이는 마음속으로 굳게 결심을 했어요. ‘이제는 더워서 알을 낳을 수 없을 것 같아. 이게 마지막 알이야. 잘 품어서 꼭 아기를 태어나게 할 거야.’ 꾸룩이는 며칠 동안 물도 먹지 않고, 밥도 먹지 않고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앉아 알을 품었어요. 갑갑했지만 꾹 참았어요. 장이 서는 어느 날 아침이었어요. 할머니가 소쿠리를 들고 나오며 말했어요. “꾸룩아, 장에 갔다 올 테니까 집 잘 보고 있어.” 꾸룩이는 이상한 느낌에 할머니가 들고 있는 소쿠리 쪽으로 달려가 그 안을 들여다보았어요. 소쿠리 안에는 커다란 알이 가득 들어 있었어요. “이, 이거, 혹시?” “그래, 맞아. 모두 네가 낳은 알이다. 장에 내다 팔려고 한단다.” “뭐라고요? 그러면 그 동안 내 알을 훔쳐 간 게 바로 할머니였단 말이에요?” “꾸룩아, 내 말 좀 들어봐. 그 알은 말이야. 아무 소용이 없어. 그래서 내가…….” 할머니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꾸룩이는 꽥꽥대며 소리소리 질러댔어요. “그 알 모두 내놓아요. 내 거예요.” “안 돼! 이 알은 줄 수 없어! 소용도 없는 알을 왜 달라고 하는 거야?” 할머니가 소쿠리를 등 뒤로 감추며 말했어요. 그 말에 꾸룩이는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쳐 올랐어요. “뭐라고요? 소용이 없다고요? 그러는 할머니는 알도 못 낳잖아요. 나처럼 알도 못 낳으니까 샘나서 그러는 거죠?” “그, 그래. 나, 나는 알도 못 낳는 늙은이다!” 꾸룩이의 말에 할머니는 기운 없이 고개를 푹 숙였어요. “그 알들 내놓으란 말이에요, 당장!” 꾸룩이가 다가오자, 할머니는 재빨리 소쿠리를 머리에 이고 잰걸음으로 대문을 나갔어요. “네가 아무리 그래도 이 알은 줄 수가 없어!” 할머니 발걸음이 어찌나 빠른지 꾸룩이는 할머니를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어요. 할머니 모습이 사라지자 꾸룩이는 화가 나서 씩씩대며 할머니가 정성껏 만들어 놓은 밭을 죄다 헤쳐 놓았어요. 또 할머니가 아끼는 꽃들도 죄다 꺾어 놓았어요. 그래도 성이 풀리지 않아 꾸룩이는 꾸룩꾸룩 소리를 지르며 마당을 왔다 갔다 했어요. 해가 지고 별이 하나 둘 보이는데도 할머니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치, 누가 걱정할까 봐. 나 혼자서도 잘살 수 있다고!” 꾸룩이는 숨겨 놓았던 알을 다시 품었어요. 그러니까 마음이 좀 가라앉았어요. “나는 아기를 낳을 거라고! 아기가 태어나면 할머니랑 안 놀 거야! 할머니는 없어도 된다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꾸룩이는 자꾸만 불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여태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혼자 있은 적이 한번도 없었거든요. 꾸룩이는 알을 마른 풀로 살짝 덮어 놓고 자리에서 일어섰어요. 아무래도 할머니를 찾아나서야 할 것 같았어요. 꾸룩이는 뒤뚱뒤뚱 마을길로 나갔어요. 저 멀리 어두운 길에서 허리가 굽은 그림자 하나가 느릿느릿 걸어오는 게 보였어요. 꾸룩이는 반가운 생각이 들어 뒤뚱뒤뚱 다가갔어요. 할머니 얼굴을 보자, 꾸룩이는 다짜고짜 소리를 버럭 질렀어요. “어디 갔다 이제 오는 거야? 나 혼자 하루 종일 놔두고! 밥도 안 차려 주고!” 할머니는 아무 말 없이 소쿠리에서 뭔가를 꺼내 땅에 내려놓았어요. “자, 네 신랑이다. 네 신랑을 데려오느라 이렇게 늦었어.” 깨룩깨룩. 소쿠리에서 나온 작고 볼품없는 하얀 거위가 시끄럽게 울어댔어요. “아무리 알을 품어도 혼자서는 아기를 낳을 수 없단다. 내년에는 아기들이 태어날 수 있을 거야.” 땅에 내려놓자마자 작은 거위 깨룩이는 꾸룩이 꽁무니를 졸졸 따라왔어요. 꾸룩이가 깜짝 놀라 도망을 치는데도 깨룩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졸졸 쫓아왔어요. 뽕나무 밑에 오자 꾸룩이가 귀찮은 듯 말했어요. “쪼끄만 게 까불고 있어! 저리 가! 나는 알을 품어야 한단 말이야.” 꾸룩이의 말에 깨룩이가 한심하다는 듯 말했어요. “저런, 쯧쯧. 아직도 몰라요? 그 알에서는 아기가 태어날 수 없어요.” “뭐라고! 너도 할머니랑 똑같은 소리를 하는구나! 아무도 믿을 수가 없어!” “할머니가 하루 종일 장에 나와 앉아 그 알을 파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요? 그게 다 누구 때문인데……. 신랑이 있어야 알에서 아기가 태어나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온 거라구요.” 그러면서 꼬마 신랑 깨룩이가 꾸룩이 옆에 다가와 졸린 듯 눈을 감았어요. ‘아, 그랬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꾸룩이는 할머니가 주무시고 있는 안방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어요. 갑자기 눈물이 나오려고 해요. ●작가의 말 예전에는 동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골살이를 하면서 동물들을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고 그들의 생활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거위는 하지 때까지 열심히 알을 낳고 열심히 품는다. 신랑이 없으면 알에서 새끼가 태어날 수 없다는 것을 모르는 채. 장에 나가 꼬마신랑 깨룩이를 사오던 날, 거위 꾸룩이 얘기를 동화로 꾸며 보았다. ●약력 ▲월간 아동문예로 등단 ▲해강아동문학상(신인상), 한국아동문학상 수상 ▲‘마이 네임이즈 민캐빈’, ‘날개 달린 휠체어’,‘소리섬은 오늘도 화창합니다’, ‘우당탕탕 2학년 3반’, ‘딴 애랑 놀지 뭐’ 등의 작품집이 있음. ▲다음 카페 산모퉁이에서 자연과 동물 그리고 책을 주제로 다양한 체험학습을 하고 있음 ▲현재 인천연수초등학교 교사
  • 구제금융 씨티그룹의 몰염치

    보너스 스캔들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씨티그룹이 기본급 50% 인상안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그간 금융 위기로 인해 미 정부로부터 혈세를 지원받은 미 금융계가 규제로 인해 고액의 보너스를 지급하지 못하자 기본급을 올리는 식으로 편법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 “금융산업의 어려움의 상징이었던 씨티그룹이 보너스 삭감분을 상쇄하기 위해 올해 직원들의 기본급을 50% 인상할 것”이라면서 “씨티그룹은 직원들의 이직을 막고 자사주 가치 급락으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한 것으로 수백만 주의 스톡옵션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결국 직원들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보수를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모건스탠리 등도 기본급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나눔 바이러스 2009] 베트남 주부들 갈비찜에 반하다

    [나눔 바이러스 2009] 베트남 주부들 갈비찜에 반하다

    “이제 내 이름도 한글로 쓸 수 있어요. 오늘 배운 요리는 시아버지 생신 때 꼭 만들어 드릴거예요.” 22일 오전 11시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백암농협에서 열린 ‘다문화 여성대학’ 현장에선 2시간 동안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농촌지역의 다문화여성은 2000년 2000명에서 2008년 2만 8000명으로 급증했다. 이에 행정안전부와 농협은 여성결혼이민자의 정착을 위해 전국에 50개 다문화여성대학을 운영 중이다. ●“시아버지 생신때 만들거예요” 이날은 한국음식을 배우기로 했다. 스카프 천연염색, 고추장 만들기 등 체험학습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고대하던 수업이다. 메뉴는 만장일치로 ‘소갈비찜’이 결정됐다. 한국에 온 지 3년 된 부이티탄난(27)은 “명절이나 시어머니 생신 때마다 먹는데 막상 음식은 할 줄 몰라 답답했다.”며 “제대로 배워서 이번 추석 때 솜씨를 보여주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소갈비찜에 소주를 넣으면 맛있다고 강사가 말하자 모두들 까르르 웃는다. ‘소주’라는 단어 하나에도 모두 10대 소녀들처럼 부끄러워했다. 다들 소주는 마실 줄 모른단다. “아직 소주를 못 마셔서 한국 사람이 덜 됐나봐요.”하며 더 크게 웃는다. 갈비찜에 들어갈 배를 깎으면서 웃음이 또 터졌다. 강사 강승희(37)씨는 칼을 안쪽으로 해서 깎는데, 베트남에서 온 투에트홍(26)은 바깥으로 깎는다. “어머, 칼을 바깥으로 해서 깎아요?”라고 강씨가 놀랐다. 강씨는 “외국여성을 대상으로 강의를 많이 해봤지만 칼을 바깥으로 하는 건 처음 본다.”고 말했다. 한국식 깎는 법을 신기해하는 건 투에트홍도 마찬가지다. ●“2달 함께 지내 모두가 자매” 12명 중 가장 ‘신참’인 뚜이엣(27)은 한국에 온 지 한달이 채 안 됐다. 한국말을 듣는 것도, 하는 것도 부족해 연신 뒤처지지만 배우려는 열성은 누구보다 열심이다. 준비해 온 수첩에 베트남어로 빼곡 조리법을 적었다. ‘고참’격인 응우티레항(36)은 김치까지 직접 담그는 베테랑 주부다. 소갈비찜은 양념장을 사서 만들어봤단다. “과일을 갈아서 넣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이제 양념장을 사지 않고 직접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갈비양념 향이 코끝을 찔렀다. 갈비찜이 완성되자 모두들 각자 준비해온 음식을 꺼냈다. 서로 약속한 것도 아닌데 김치, 떡, 상추 등을 한아름씩 가져왔다. 지난 4월부터 백암농협에서 다문화여성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이옥자 차장은 “두달 남짓 같이 지내다 보니 모두 자매처럼 느껴졌다.”며 “이번 수업을 통해 한국에 적응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休~ 올여름 영월로 떠나요

    休~ 올여름 영월로 떠나요

    아~.” 드디어 ‘하늘’이 열렸다. 그리고 신음인 듯, 탄성인 듯 짧은 소리들만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왔다. 구름이 엷게 깔렸지만 밤하늘에는 북두칠성, 북극성, 토성 등 별자국이 또렷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도시의 형광등, 백열등 불빛에만 의존해 왔던 타락한 시력이었지만 무더기로 빛나고 있는 별을 찾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별이 주황색, 초록색, 흰색 등으로 각기 다른 색깔을 갖고 있다는, 책에서만 보던 사실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북두칠성 7개 별 중 손잡이 쪽 끝에서 두 번째 별이 사실은 2개임도 선명히 볼 수 있다. 북두칠성은 ‘북두팔성’이었다. 파천황(破天荒)의 순간이다. 강원도 영월군 봉래산 799.8m 꼭대기에 있는 별마로 천문대의 개폐식 지붕이 열리면서 나타난 풍경들이다. 이곳에서는 이렇게 매일 저녁이면 세 차례(저녁 8시, 9시, 10시)씩 많은 사람들이 맨눈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천체망원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는 순수와 영원으로의 별잔치가 펼쳐진다. 30분간 시뮬레이션 별자리 강의를 듣고, 나머지 30분은 진짜 별을 볼 수 있다. 여름밤에 보는 별은 더욱 선명하다. 별과 자연은 영월 여행의 키워드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강릉 방향으로 가다가 만종 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30분 남짓 향하다가 영월 쪽으로 빠져나왔다. 신림 나들목(88번 국도)도 좋고, 제천 나들목(38번 국도)도 좋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보니 멀쩡히 잘 나오던 라디오 음악 FM이 지직거리기 시작했다. 주파수를 이리저리 돌려 보니 들쑥날쑥한 음질의 방송만 나오질 않나, 엉뚱한 중국방송이 섞이질 않나, 깨끗한 방송은 잘 잡히지 않는다. 강원도로 깊숙이 들어왔다는 신호다. 실제로 온통 산이다. 영월 길 위를 차로 달려 보라. 산모퉁이를 돌아들면 또 다른 산모퉁이가 버티고 있다. 사람 사는 집 서너 곳이 모여 있나 싶으면 또다시 산이 떡하니 나타난다. 산자락 아래 평평한 곳이면 겨우 손바닥만 한 땅일지라도 한 구석에 집 짓고 밭 일궈온 이곳 옛 사람들의 신산하고 강퍅한 삶이 떠올라 가슴이 막막해진다. 하지만 대대로 사람을 힘들게 했던 산간오지의 때묻지 않은 자연은 이제 하나의 축복이 됐다. 청정무구 영월에 와서 래프팅만 하고 간다면 진짜배기 영월은 보지 못하고 가는 셈이다. ●영월 사람들이 감춰놓고 즐기는 곳 주천강 한 자락에 자리잡은 요선암(邀僊巖)과 요선정은 그 대표적인 예다. 주천강은 서강의 최상류이다. 서강은 다시 동강과 만나 남한강으로 흐르게 된다. 동강이 래프팅 등으로 때만 되면 몸살을 앓는 데 반해 서강의 윗물인 주천강의 요선암은 영월 10경에 꼽히면서도 한 구석에 꼭꼭 숨겨진 탓인지 사람의 손때가 거의 묻지 않았다. 요선암 주변의 바위를 보면 더러는 엉덩이가 꼭 낄 정도로 조그맣게, 더러는 넉넉히 몸 담그면 좋을 법하게 널찍한 모양으로 곳곳에 널려 있다. 완만하게 굽이쳐 흐르는 물결과 두툼한 바위가 힘겨루기를 한 끝에 만들어진 복스러운 바위들은 주천강 요선암 주변에 떡두꺼비처럼 넙죽 엎드려 있다. 요선암은 조선시대의 문인 양사언(1517~1584)이 이곳 경치에 반해 ‘신선이 놀고 간 자리’라는 뜻의 요선(邀僊)이란 이름을 붙인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주천강과 요선암의 절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포인트는 바로 요선정이다. 주천면에서 88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수주면으로 들어선 뒤 법흥사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왼쪽으로 보일 듯 말 듯하게 ‘요선정, 미륵암’ 표지판이 있다. 미륵암까지 차를 타고 가서 뒤쪽 숲길로 100m 남짓 올라가면 요선정이다. 뒤편으로 난 숲길을 5분 정도 오르면 요선정이 나온다. 정자 앞에는 소박한 형상으로 마애여래좌상과 석탑이 있다. 요선정은 조선시대 숙종과 영조, 정조가 어제시(御製詩)를 남겨 놓았다. 정말 재미있는 것이 마애불이다. 턱없이 길쭉한 상체는 황금비율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나름 근엄한 표정의 불상이지만 고개를 살짝 치켜든 채 눈을 감은 듯 뜬 듯 앉아 있는 모습은 뭔가에 심술이 나서 뾰로통한 것 같다. 고려시대 지방의 한 장인이 만들었다고 하는데 당시 것으로서는 유례가 별로 없는 마애불이라고 한다. 조형미에 대한 감탄보다는 장난을 걸고 싶은 느낌이 들 정도의 친근함과 소박함이 매력이다. 불상 뒤편으로 돌아서면 굽이굽이 돌아가는 주천강을 발 아래 내려다볼 수 있는 절벽이 있다. 여름 한철에도 잘 붐비지 않아 이름 그대로 ‘신선 놀음’에 맞춤이다. ●그래! 한우 먹자 영월을 찾는 이들이 빠뜨리지 않고 들르는 곳이 바로 다하누촌이다. 한우직거래의 새 지평을 연 곳이다. 2007년 8월 문을 연 뒤 늘 한산하기만 하던 주천면 섶다리마을을 사시사철 아이들 소리, 사람의 시끌벅적함으로 채운 일등공신이다. 여름, 겨울 성수기때면 마치 영월 필수 방문코스인 듯 하루에도 수천명이 찾아와서 한우를 먹고 가고, 싸들고 간다. 다하누촌 영업방식은 익히 알려진 대로다. 부산 자갈치시장이나 서울 노량진시장에서 횟감 사들고 식당 찾아가 밥값, 차림비용 내고 회를 먹는 식이다. 100% 보장하는 한우 생고기가 300g에 8000원부터 시작하니 저렴함은 말할 것도 없다. 다하누 간판을 달고 있는 식당 30여곳 중 하나로 찾아가면 된다. 차림 비용은 한 사람당 2500~3000원이다. 특히 매력적인 점은 식당에 가면 상추, 깻잎, 고추 등 일반적인 쌈 채소는 물론이고 곤드레, 산뽕잎, 곰취 등 깊은 산속에서 뜯은 웰빙 야채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다하누촌의 또 다른 미덕은 바로 매달 마지막 주말에 열리는 ‘이벤트 프로그램’이다. 이벤트 내용에 따라 달라지지만 100원에 한우 한 근을 사갈 수 있는 등 턱없이 싼 값으로 한우를 팔거나 경품으로 내놓는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지난 5월 ‘제2 다하누촌’으로 문을 연 김포에서도 섶다리마을과 마찬가지의 이벤트 행사를 벌인다. 영월까지 가기 멀다면 강화도 가는 길에 있는 김포를 들러도 마찬가지다. 관련 문의 1577-5330. 아, 다하누촌에는 또 다른 명물이 있다. 멸종 위기에 놓이며 천연기념물 지정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제비가 다하누촌 본점 처마 밑을 비롯해 섶다리마을 곳곳에 너무도 흔하게 둥지를 틀고 있다. 새끼 제비들의 지지배배 노랫소리가 한우 사러 들어가는 배고픈 이들의 발걸음을 잡아세우곤 한다. 역시 청정무구 영월이다. 다하누촌이 아니라면 딱히 먹을 거리가 없다. 대신 영월읍 복판에 있는 서부아침시장통에 가면 올챙이국수와 메밀전병, 보리밥, 순대국밥 등 소박한 먹거리가 지천이다. 또한 흔히 먹는 곤드레나물밥과 달리 곤드레를 끓여서 먹는 곤드레국밥은 영월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로 과음 뒤 해장에 딱이다. 영월읍 리버가든(033-375-8804) 등에서 내놓고 있다. 날짜를 잘 따져본 뒤 덕포 5일장(4, 9일)과 주천 5일장(1, 6일)에 맞춰 가게 되면 장터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글 사진 영월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 늦둥이/김옥애

    [엄마와 읽는 동화] 늦둥이/김옥애

    등을 구부린 할아버지는 사과나무 밑동을 다독거렸다. ‘너는 올해도 꽃을 피우지 않는구나. 그래도 언젠가는 피겠지.’ 엄마가 뱃속에 들어 있는 자기 아이를 기다리듯 할아버지는 사과 꽃 피기를 기다렸다. 삼 년 전 봄에 할아버지는 마을 사람들과 충청도 여행을 떠났다. 속리산과 충주댐을 둘러본 후 휴게실에서 잠시 쉬었다. 그때 계단에서 묘목을 늘어놓고 있던 젊은 남자가 할아버지를 불렀다. “할아버지” “나 불렀는가?” 대머리 할아버지가 묻자 젊은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옆에 서 계신 눈이 크고 얼굴이 새까만 할아버지요.” 무슨 일이냐며 할아버지가 다가가자 젊은 남자는 어린 나무 한 그루를 집었다. “이거 가져다 심으세요.” “그게 무슨 나문데?” “사과나무요. 그냥 가져가세요.” 할아버지는 공짜라는 말에 머뭇머뭇했다. “나한테만 왜 줘?” “삼 년 후면 열매가 열릴 거네요.” 젊은 남자는 어린 나무의 뿌리를 물기 묻은 거적으로 감쌌다. 그러고는 당당하게 할아버지 앞으로 내밀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자기 아버지와 얼굴이 꼭 닮아 묘목을 한 그루 드리고 싶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나무를 받아 든 할아버지는 서울에서 자라는 손녀의 모습을 떠 올렸다. 하얀 피부에 웃으면 보조개가 팬 손녀가 늘 보고 싶었다. 여섯 살이지만 요즘은 뭐가 그리 바쁜지 전화 목소리 듣기도 힘들다. 할아버지는 그런 손녀를 생각하며 입을 헤헤 벌렸다. 벌써 빨간 사과 알들이 또르르 손녀 손으로 굴러갔다. 새콤하고 단 맛이 나는 빨간 사과를 베어 먹으며 손녀가 흠뻑 웃는다. 잠시 손녀의 생각에 잠긴 할아버지는 기분이 좋아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 다음 날 할아버지는 텃밭으로 나갔다. ‘삼 년 후면 열매가 열릴 거네요.’라고 했던 젊은 남자의 말을 곱씹으며 흙구덩이를 팠다. 구덩이 안에 거름과 흙을 섞어 뿌렸다. 뿌리를 얕게 심은 후 흙을 다독다독 밟았다. 맨 나중엔 지주대도 세워 줬다. 4월은 아지랑이처럼 소리 없이 지나갔다. 텃밭은 고추와 상추와 무 같은 푸성귀들로 가득 채워졌다. 며칠만 게으름 피우면 푸성귀들을 제치고 풀들이 쑥쑥 자랐다. 할머니를 먼저 보낸 할아버지는 낡은 기와집에서 그 텃밭을 가꾸며 혼자 살았다. 가끔 마을회관 옆에 사는 대머리 할아버지가 드나들긴 했다. 그 날도 대머리 친구가 찾아왔다. 텃밭에서 풀을 뽑던 할아버지는 잠시 일손을 놓았다. “석주야, 풀 없애는 약을 뿌리면 될걸. 고생을 사서하는구나.” “고생은 무슨.” 대머리 친구가 할아버지 옆으로 와서 무릎을 세우고 앉았다. “저 사과나무는 올해도 꽃이 안 피었네.” “응, 난 필 줄 알았거든.” 대머리 친구가 할아버지를 놀려댔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냐? 난 처음부터 엉터리 나무라 생각했었다.” “설마? 사람을 믿고 살아야지.” 대머리 친구는 킥킥 웃었다. 차라리 나무를 뽑아 버리고 믿는 곳에서 새로 구해 심으란 말까지 했다. 그러더니 마을에서 생긴 소식을 하나 전해 줬다. “야, 우리 마을에 앞으로 요양 병원이 들어선다고 하더라.” “병원이 생기면 좋겠지.” 머지않아 할아버지도 그 병원에 들어갈 것만 같아 담담하게 대답했다. “너는 찬성이냐, 반대냐? 병원이 못 들어오게 막아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더라.” “양쪽 다 이유가 있겠지.” “대답이 그게 뭐냐? 나 그만 갈란다.” 이 집 저 집 할 일 없이 돌아다니는 아줌마처럼 대머리 친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 정신 좀 봐. 우리 집 개한테 아침 밥 주는 걸 잊었네.” 대머리 친구는 엉덩이를 털었다. 할아버지는 친구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한참을 더 앉아 있었다. 날씨가 무더웠다. 햇볕이 뜨거워진 8월에도 할아버지는 텃밭에 나갔다. 얼굴에 선 크림을 바르고 붉게 익은 고추를 따냈다. 할아버지는 고추를 한바구니씩 따 와 마당 평상 위에 부었다. 빈 바구니를 들고 다시 밭 가운데를 지나치던 할아버지가 걸음을 멈추었다. 사과나무 앞에서 입을 떡 벌리며 소스라치게 놀랐다. 머슬머슬 사과 꽃이 피기 시작한 것이다. 초록의 긴 꽃자루에 하얀 꽃잎들이 달려 있었다. 처음에 할아버지는 반가움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곧 걱정이 앞섰다. 꽃이 피는 것은 열매를 만들기 위함이 아닌가. “이일을 어찌한담. 내가 늦둥이를 어떻게 키워?” 할아버지는 안타까움에 속이 타 들었다. “이 녀석아, 남들은 벌써 굵직한 사과를 달았는데….” 이제 한 달만 지나면 익은 사과가 거리에 쏟아질 것이다. 할아버지는 그 일을 생각하니 사과나무의 꽃이 반가우면서도 안쓰러워졌다. 할아버지는 늦둥이 사과나무를 찬찬히 살폈다. 잎 뒤에 누런 벌레들이 닥지닥지 붙어 있었다. 벌레가 아삭아삭 잎을 갈아먹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귓속에서 벌레의 움직임이 삭삭거렸다. “이런 고약한 것들! 언제부터 이 나무에 붙어 있었던 거야?” 할아버지는 사과나무 잎사귀들을 하나씩 들추며 벌레들을 없앴다. 벌레가 있는 걸 미리 알지 못해 사과 꽃이 늦게 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양분을 죄다 빼앗기고도 늦게 꽃을 피운 사과나무를 할아버지는 칭찬했다. “너는 훌륭해! 대단한 나무야.” 할아버지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자세이지.” 할아버지는 담배를 뽑아 물었다. 앞으로는 사과를 잘 길러야 할 엄마의 입장이 된 것 같았다. 사과나무는 하얀 꽃잎을 떨구고 마침내 콩알만 한 열매들을 달았다. 콩알만 하던 열매는 날마다 쑥쑥 자라 풋감만 하게 커졌다. 그러나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하루가 다르게 날씨가 싸늘해졌다. 할아버지는 자나깨나 사과나무 걱정에 잠겼다. 추워지면 땅 속 뿌리가 물을 빨아올리기 힘들 거였다. “너를 잘 키워야 하는데, 어쩔거나?” 이파리들을 쓰다듬으며 할아버지는 나무에게 물었다. 사과나무는 대답이 없다. 할아버지도 방법을 못 찾았다. 할아버지는 하늘을 보며 부탁을 했다. 해야, 해야, 뜨거운 빛을 보름동안만이라도 더 쏟아 주렴. 그때 할아버지의 바지 주머니에서 손 전화 신호 음악이 울려왔다. 랄 라라 랄 라라. “여보세요.” “나야, 대머리.” “무슨 일인데?” “지금 마을 회관 쪽으로 빨리 와 줄래?” “왜?” “우리 초등학교 친구를 오십 년 만에 만났다. 네가 보고 싶대.” 대머리 친구는 점심을 함께하자며 할아버지를 불렀다. “와! 그 친구가? 알았다. 곧 갈게.” 할아버지는 간단히 몸을 씻은 후 나갈 때에 입을 옷을 골랐다. 벽에 걸려 있는 회색 바지와 윗도리 황토 옷을 집어 들었다. ‘에 헴’ 기침소리를 낸 후 할아버지는 텃밭의 사과나무에게 나들이를 알렸다. “얼른 다녀오마.” 할아버지는 골목을 빠져나와 사거리의 꽃가게 앞을 지났다. ‘무지개 꽃가게’란 간판만 붙었지 꽃보다는 비어 있는 화분들이 더 눈에 띄었다. 그동안 마을회관을 들락거릴 때 눈으로 스쳐만 다니던 가게였다. 바쁘게 걷던 할아버지가 그 꽃가게를 향해 다시 몸을 돌렸다 ‘옳지! 바로 그것이야. 내가 진즉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할아버지는 좋은 생각이 떠올라 손뼉을 ‘탁’ 쳤다. 가게 유리창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저기 저 큰 화분 얼마요?” 할아버지가 가리킨 갈 색 화분은 곡식을 빻는 절구통만 했다. 손녀의 키만큼 높아 사과나무가 편안하게 자랄 수 있어 보였다. 가게 아줌마가 놀라는 눈치였다. “저렇게 큰 화분을 어디다 쓰시려고요?” “아니, 그런 건 묻지 말고 얼마냐고요?” “그 화분 새 것 아닌데요. 옛날에 우리 집에서 쓰던 걸 놓아 뒀어요.” “그래도 가격을 알아야지요.” “필요하시면 할아버지가 그냥 가져가세요.” “그냥?” 이상하다. 사과나무를 준 젊은 남자처럼 꽃가게 아줌마도 ‘그냥 가져가세요.’라는 말을 했다. “허허허. 그것 참. ” “제가 마을 어르신한테 왜 거짓말하겠어요. 크기에 비해 무겁지 않아 할아버지가 들고 가실 수 있을 걸요.” 눈가에 주름을 만들며 아줌마는 화분을 끄집어냈다. 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화분 밑바닥엔 붉은 흙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싱글벙글 웃기만 했다. “깨끗한 옷에 흙 묻겠어요.” “그런 것 염려할 것 없소. 옷이야 다시 빨면 되니까.” 할아버지는 화분을 들고 집으로 다시 왔다. 그러고는 텃밭의 사과나무 앞에 그 화분을 내려놓았다. “이제 됐다. 추워지기 전에 너를 보호해 줄 수 있게 됐다니까.” 잽싸게 일할 때 입는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할아버지는 화분 맨 밑바닥의 구멍을 막았다. 그 위에 비료 흙을 절반이 넘게 채워뒀다. 그러고는 사과나무 지주 대를 떼어냈다. 할아버지는 나무의 뿌리가 다치지 않게 가만가만 삽질을 시작했다. 조심스럽게 흙을 떠 낸 할아버지 얼굴에 땀방울이 맺혔다. 천천히 사과나무 뿌리가 드러났다. 할아버지는 사과나무를 화분으로 옮겨 넣었다. 할아버지 바지 주머니에서 손 전화가 울렸다. 흙 묻은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 ‘왜 늦느냐.’는 대머리 친구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할아버지는 친구에게 한마디 들은 뒤끝을 바투 마무리했다. “나 지금 못 간다. 아주 소중한 일이 생겼어. 그러니까 그 친구 데리고 네가 이리로 오너라.” 할아버지는 사과나무가 심어진 화분에 흙을 뿌렸다. 친구들을 부른 후엔 손 움직임이 느려지고 꼼꼼해졌다. 그들이 오면 함께 따뜻한 방으로 화분을 옮길 참이다. 이제 사과나무는 남쪽 창가에서 햇볕을 받으며 잘 지낼 것이다. 할아버지는 겨울에 주렁주렁 달린 빨간 사과를 손녀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사과나무야, 너를 늦둥이로 만들어 미안하다.” 친구들이 오기를 기다리던 할아버지가 사과나무에게 소곤소곤 속삭였다. ●작가의 말 늦게 난 자식을 늦둥이라 부릅니다. 부모들은 그 늦둥이를 키우며 각별한 사랑을 퍼붓지요. 내가 아는 50대 초반의 어떤 아저씨는 틈만 나면 자기 배 위에서 아이를 키우더라고요. 늦둥이 아이처럼 늦둥이 과일나무를 나는 보았어요. 사람이든 식물이든 기르고 가꾸는 엄마의 마음은 똑같은가 봐요. 그런데 나무의 엄마인 할아버지는 몇 점 엄마가 될 것 같나요? ●약력 전남 강진에서 출생했다.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우물가를 맴도는 아이들’과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동화 ‘너는 어디로 갔니?’가 당선됐다. 전남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동화집 ‘이상한 안경’ ‘너는 어디로 갔니?’ ‘별이 된 도깨비누나’외 다수를 펴냈다.
  • [현장 행정] 강동구 발로 뛴 행정 아이 밥상 지켰다

    [현장 행정] 강동구 발로 뛴 행정 아이 밥상 지켰다

    지난 10일 오후 강동구 강일동의 친환경체험농장. 5620㎡ 규모의 텃밭 곳곳에선 호박과 상추, 오이, 딸기, 토마토 등 먹음직스러운 작물들이 탐스럽게 자라고 있다. 이날 농장을 찾은 선사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은 유기농법으로 재배된 농작물을 관찰하며 재미있어 했다. 강혜정(13·명일동) 양은 “식탁에서만 보던 야채와 과일을 직접 밭에서 만나니 신기하다.”며 활짝 웃었다. 강동구가 친환경농산물 보급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아토피 등 환경오염에 따른 질병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일찌감치 ‘친환경’을 구정의 키워드로 삼은 것이다. ●2012년엔 모든 초중고로 확대 11일 강동구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 사업은 2010년 16개 초등학교, 2011년 24개 학교로 확대된다. 2012년 이후에는 지역 어린이집과 중·고교로 ‘식탁위 녹색혁명’이 번질 전망이다. 강동구는 지난해 11월 ‘학교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에 따라 고일·명원·천호·성일·위례 등 5개 초등학교가 친환경 학교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구는 학교당 1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단순히 지원에만 그치지 않고, 전남 순천과 나주 등을 돌며 깨끗한 농산물 재배지를 탐방했다. 농축산물 공급업체 10곳을 지정, 안전하고 위생적인 공급을 약속받았다. ●지역 농가와 연계 도·농 윈윈 지난달부터는 지역 24개 전체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친환경 농업 체험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농약에 찌든 농산물과 친환경 농산물의 차이를 오감을 통해 느낄 수 있도록 강일동 가래여울마을 인근에 대규모 친환경농산물 체험농장도 조성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자원봉사자와 함께 친환경농산물의 장점, 자연 퇴비의 역할, 친환경 농업과 생태계 유기관계 등에 대해 배운다. 식용유와 계란 노른자를 섞은 친환경 농약을 직접 뿌려 보기도 하고, 작물을 재배하기도 한다. 올 연말까지 이곳을 거쳐갈 초등학생은 1000여명에 이를 전망이다. 강동구는 아울러 강일·상일·고덕·암사지역의 300여 농가를 친환경 인증 농가로 지정해 학교급식 직영농장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올해 5억원인 관련예산은 내년 16억원, 이듬해 26억원 등으로 점차 늘어난다. 친환경 급식은 지난 5일 취임 첫 돌을 맞은 이해식 구청장의 공약이었다. 지난해 6월 미국산 수입쇠고기가 사회적 문제를 불렀을 때 주민과 한 약속이다.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이 구청장은 취임 직후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서울시에 유기농 급식학교 운영을 위한 예산지원을 요청했다. 급식 지원을 위한 심의위원회가 꾸려졌고, 직영농장 운영을 위한 유관기관 연석회의도 열렸다. 성과는 올 2월 지역 5개 초등학교에 대한 친환경 학교급식 협약서로 드러났다. 농산물 공급 자매도시와 공급업체를 선정하고 생산농가와 학교를 직접 이어 주는 시스템도 만들어졌다. 현재 5개 학교에서 친환경 식탁의 혜택을 받는 아이들은 6062명에 이른다. 이 구청장은 “미래의 성장동력은 청소년의 교육과 건강을 지키는데 있다.”면서 “올 9월부터는 친환경급식 직영농장에서 재배된 지역 농산물이 아이들 식탁에 오르게 되며 취임 후 참 잘 했다고 여기는 일이 친환경 급식사업”이라고 힘줘 말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동네 텃밭’ 서울을 바꾼다

    ‘동네 텃밭’ 서울을 바꾼다

    아직 6월 초순인 데도 서울 잠실 아파트촌 아스팔트엔 아지랑이가 피어 오른다. 하지만 길 건너 100m 남짓 떨어진 ‘솔이 텃밭’에는 시원한 산들바람이 분다. 무성하게 자란 상추와 고추, 호박 사이로 흰 나비가 팔랑팔랑 날아 다닌다. 텃밭이 있고 없고의 차이밖에 없지만 도시의 초여름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하늘과 땅 차이다. 이곳은 지난 4월 송파구와 환경단체인 ‘서울 그린트러스트’가 손잡고 오금동에 만든 ‘솔이 텃밭’이다. 서울에서 최초로 민관이 함께 손을 잡고 만든 동네 텃밭이다. 서울 한남동 등 일부 주택가를 중심으로 개인이 텃밭을 일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도시 텃밭은 새로운 환경 트렌드로 떠오르는 도시 농업의 대표주자로 꼽히고 있다. 도시 농업은 도시 내부의 소규모 농지에서 이뤄지는 것인데, 그동안 우리나라의 도시 농업은 주말농장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거리가 멀어 자주 돌볼 수 없다는 단점 때문에 최근에는 동네 자투리땅에 텃밭을 일구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다. 그린벨트로 지정된 4628.12㎡(약 1400평)땅을 한 가족당 15㎡(약 5평)씩 나눠 원하는 취향대로 갖가지 채소를 기른다. 1년에 5만원만 구청에 내면 가족 밥상에 유기농 채소가 올라온다. 이날 솔이 텃밭에서 잡초를 정성스레 뽑고 있던 한 60대 할머니는 “가족들에게 건강한 먹을거리를 준다는 욕심에 힘든 줄 모르겠다.”고 자랑했다. 할머니 옆에서 흙을 열심히 파고 있던 손녀 김민지(5)양도 “유치원보다 여기가 훨씬 좋아요.”라며 활짝 웃는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베란다나 화단에서 채소를 길러 먹기도 한다. 도시 농업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온 서울이 내 텃밭이 되는 셈이다. 이지현 서울환경연합 처장은 “최근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도시 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안전한 먹을거리도 확보하고, 아이들 교육에도 좋고, 지구온난화도 줄이니 일석삼조”라고 소개했다. 동네 텃밭보다 한층 진화한 형태가 ‘상자 텃밭’이다. 집이나 사무실에서 널찍한 플라스틱 화분에 모종을 심어 가꾸는 것이다. 서울시는 4월부터 2만여개의 상자 텃밭을 시민들에게 나눠 줬다. 인터넷 카페인 ‘서울 가드닝센타(http://cafe.naver.com/urbangreening)’를 통해 모니터링도 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서울환경운동연합도 이 작업에 동참했다. 이날 고추 종자를 분양받은 주부 최은영(32)씨도 “직접 키운 채소가 자라는 걸 확인한 뒤 먹으니 정신건강에도 좋다.”고 말했다. 여섯살짜리 아들도 풀과 채소를 어렴풋이나마 구분할 줄 안다며 최씨는 좋아했다. 일본에서는 도시농업이 ‘푸드닝(Food+Gardening)’이라는 신조어로 불리면서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시에서는 기차역의 자투리 땅이나 동네의 빈 텃밭에 채소를 심어 나눠먹는 ‘커뮤니티 가든(Community Garden)’이 활성화돼 있다. 글 사진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개성회담,北 요구 일방통보 가능성 노 전대통령의 마지막 걸음 걸음…CCTV 공개 ’정부가 간섭 안 하느냐’ 질문에… 되레 괴로운 국가유공자들 센스있는 며느리-현명한 시어머니 ‘상생의 길’ ‘쌉쌀 달콤’ 고진감래주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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