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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자친구 성폭행 의대생, 집행유예→징역 2년 ‘법정구속’

    여자친구 성폭행 의대생, 집행유예→징역 2년 ‘법정구속’

    여자친구를 때리고 성폭행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북대학교 전 의대생이 항소심에서 법정구속 됐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김성주 부장판사)는 5일 강간 등 혐의 기소된 A(24)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을 선고, 법정구속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3년간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원심에서부터 당심에 이르기까지 표면적으로는 반성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피해자를 강간한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며 “여러 정황상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 강간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치료해야 할 예비 의료인으로서 피고인이 여자친구를 폭행하고 강간한 사안은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또 음주운전을 해 사고를 내고 상대 차량 운전자와 동승자에게 상해를 가한 범죄 역시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A씨는 전북대 의과대학에 재학 중이던 2018년 9월 3일 오전 전주시 한 원룸에서 여자친구 B씨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같은 날 오전 7시 B씨가 “앞으로 연락하지 말고 찾아오지 말라”고 하자 뺨을 때리고 목을 조르는 등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 A씨는 또 지난해 5월 11일 술에 취해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신호대기 중이던 차를 들이받아 상대 운전자와 동승자에게 상처를 입힌 혐의로도 기소됐다. 당시 A씨 혈중알코올농도는 0.068%로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했고 성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에 검사와 A씨 모두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또한 전북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야 할 책임이 있는 예비 의대생에게 재판부가 관대한 양형 기준을 적용했다”며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전북대학교는 지난 4월29일 A씨를 제적 처리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서울역 폭행남 구속 기각…피해자측 “가해자만 보호하는 법”

    서울역 폭행남 구속 기각…피해자측 “가해자만 보호하는 법”

    “피해자 보호하는 법은 어디에 있나” 서울역에서 지나가는 여성을 밀치고 때린 뒤 달아났던 30대 남성이 구속을 면하자, 피해자 가족은 법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보호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피해자 가족은 지난 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은 잠도 못 자고 불안에 떨며 일상이 파괴되었는데 가해자의 수면권과 주거의 평온을 보장해주는 법이라니 대단하다”며 “제 동생과 추가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법은 어디서 찾을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상해 혐의를 받는 이모(32)씨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공항철도 서울역 1층에서 처음 보는 30대 여성을 어깨로 밀치고 얼굴에 주먹질해 왼쪽 광대뼈가 함몰되는 등의 상처를 입히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법원 “체포영장 없는 체포는 헌법 위반” 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지난 2일 서울 용산경찰서 경찰관들과 함께 이씨를 서울 동작구 자택에서 긴급체포한 뒤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체포 과정이 적법하지 못했다고 봤다. 김 부장판사는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이례적으로 1174자(원고지 6매 분량)에 달하는 상세한 기각 사유를 밝혔다. 법원은 헌법 제12조 1항과 3항에 따라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지며 체포, 구속, 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 적법한 절차에 따라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모든 국민이 주거의 자유를 침해받지 않으며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는 헌법 제 16조를 들며 강제수사에서 적법한 절차와 영장주의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씨를 체포한 경찰이 이런 헌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얘기다.법원 “범죄 혐의자여도 집은 그의 성채” 법원은 이번 사안이 영장주의 원칙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예외적 경우인 긴급체포 요건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체포 당시 피의자 이씨의 주변의 CC(폐쇄회로)TV 영상과 주민 탐문을 통해 피의자의 성명, 주거지, 휴대전화 번호를 파악한 다음 그의 주거지를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리며 이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이씨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강제로 출입문을 개방해 주거지에 들어가 침대에서 자던 이씨를 긴급체포했다. 체포 상황에 대해 법원은 피의자의 범죄혐의가 상당하고 정신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신원과 주거지, 전화번호를 모두 파악하고 있는 점 ▲주거지에서 잠을 자고 있어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한 상황도 아니었던 점 등을 볼 때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시간적 여유가 충분히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한 사람의 집은 그의 성채라고 할 것인데 비록 범죄혐의자라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주거의 평온을 보호받음에 예외를 둘 수 없다”고 덧붙였다.피해자 가족 “최근 본 문장 중 가장 황당” 이런 법원의 판단에 피해자 가족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가족 측은 “한 사람의 집은 그의 성채인데 범죄 혐의자라 할지라도 주거의 평온 보호에 예외를 둘 수 없다는 문장은 최근 본 것 중에 가장 황당하다”며 “덕분에 이제 피해를 고발했던 우리들은 두려움에 떨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를 체포한 경찰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피해자 가족은 “철도경찰은 체포과정을 몰라서 이런 실수를 한 건가. 체포를 한 두 번 하는 게 아닐 텐데…대체 어떻게 이걸 받아들여야 하나. 의문투성이라 화낼 힘도 안 난다”고 했다. 경찰 “피의자 인권보호 강화하는 추세” 가족 측은 5일에도 “분노가 더욱더 차오른다. 기각의 이유도 황당하다”며 “추가 피해자가 지금 몇 명인지 모르시나. 범죄를 막기 위해 두려움을 뒤로 하고 목소리를 낸 사람이 몇 명인지 모르시나. 한국사회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라고 한탄했다. 경찰은 이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에 당황한 분위기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경찰관이 긴급체포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피의자를 체포하더라도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며 “최근 판례가 피의자 인권보호를 강화하는 추세여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경쟁자는 펭수… 연금 받고 싶어요”

    “경쟁자는 펭수… 연금 받고 싶어요”

    충주시 새내기 캐릭터 공무원 충주씨(21·수달)의 활약이 심상치 않다. 충주시 농산물 홍보의 일환으로 개설한 유튜브로 입소문을 타더니 사과 홍보송 ‘사과하십쇼’(조회 수 38만회)로 대박을 쳤다. 두 차례 홈쇼핑에 출연해 팔아 치운 사과만 1만 6000세트(3억 6000만원 상당). 뻔한 지자체 홍보 영상에서 벗어난 ‘저 세상 텐션’으로 젊은이들의 마음을 흔든 게 인기 비결로 꼽힌다. 자타 ‘수달’이지만 어엿한 농업정책국 영업직 공무원인 충주씨. 충주씨의 정체는 EBS 크리에이터 펭수처럼 비밀에 싸여 있다. 충북 충주시청 7층에 있는 충주씨 사무실을 찾았다. 다음은 충주씨와의 일문일답.-충주 출신이네요. “물 맑고 공기 좋은 충주시 살미면 수주팔봉에서 17살 때부터 3년간 살았어요(충주씨는 지난해 7월 충주 살미면에서 발견된 천연기념물 제330호 수달을 캐릭터화했다). 달래강에는 수달 친구들이 많이 사는데 요즘은 사람들이 잡아가려 해서 다들 숨어 살아요. 흑흑.” -6대1의 최종 면접을 뚫고 지난해 12월 5일 임용됐어요. 공무원시험을 보기로 한 이유가 있나요. “하릴없이 백수로 지내다 어느 날 시청 앞 전광판에서 캐릭터 공무원을 모집한다고 해서 지원하게 됐습니다. 충주시 농산물에 대해서만큼은 사전을 달달 외우다시피 공부했어요. 홍보·영업 공무원이니까 장기 자랑도 열심히 준비했고요.” -요즘 공무원 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잖아요. 혹시 월급은…. “실수령액으로요? 통장에 찍히는 게 138만원 정도….” -연금도 받나요. “연차가 안 돼서요…. 저 받을 수 있나요? 10년 이상 열심히 근무하면 받을 수 있대요. 연금 받고 싶어요. 열심히 할게요. 연금 주세요.”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유튜브 관리는 혼자 하는 건가요. “기획자 선배 둘, PD님, 매니저님들과 아침에 영상 제작 회의도 하고 점심도 먹고 그래요. 저는 소셜미디어(SNS) 구독자 모니터링을 꼼꼼히 하고 있어요. 막내니까 시키는 대로 다 합니다. 춤도 추고요, 농산물 홍보 행사도 나가고요.” -콘텐츠 제작할 때 어디서 영감을 얻나요. “어디서 얻기보다 자연스럽게 생각해요. 저희 콘텐츠가 일명 ‘병맛 콘셉트’이거든요. 자연스럽게 자유롭게 하게 하자. 있는 그대로 보이고 싶어요.” -악플에 상처받은 적 없나요. “지난해 12월 24일 구독 관계자 5명으로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어느덧 구독자 2만명을 목전에 두고 있어요(지난 5월 27일 현재 구독자 1만 9000여명). 악플도 저에게 보내 주시는 사랑이죠. 상처가 아니라 저는 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경쟁자를 꼽자면. “펭하! 펭수(10) 선배님요. 데뷔는 선배님인데 나이는 제가 많아요. 지역 지자체 캐릭터 친구들도 차례대로 만나 보고 싶어요. 제 생일(충주씨의 생일은 7월 8일 충주 시민의 날이다)에 코로나만 잠잠해지면 친구들이랑 생일 파티를 할 계획이에요.” -충주씨의 매력 포인트를 알려 주세요. “처음엔 제 목소리가 너무 아저씨 같다. 외모랑 매칭이 안 된다 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이제 매력 있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제 목소리에 반하신 거죠? 제가 잘생긴 것도 있고 말도 막힘 없이 잘하는 것 같고요. 하하.” -‘사과하십쇼’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어요. 다음 편은 안 나오나요. 충주 사과 자랑도 좀 해 주세요. “설탕에 절였느냐. 육즙이 팍팍 튀어나오는데 정말 나 혼자 먹기 아깝다. 이렇게 자랑하고 싶고요. 올해 사과 출하기에 맞춰서 사과 뮤직비디오 2020편도 나오니 기대해 주세요.” -해외 진출 계획도 있나요. “사과 보내면서 저도 가려고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비행기를 못 탔어요. 미국 뉴욕이랑 베트남에도 충주 사과를 수출하고 있답니다. 뉴욕에서도 얼른 충주 사과 홍보 콘텐츠를 찍고 싶어요. 지켜봐 주세요.”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끝내 눈감은 ‘가방 속 아이’… 경찰도 어른도 구할 기회 놓쳤다

    끝내 눈감은 ‘가방 속 아이’… 경찰도 어른도 구할 기회 놓쳤다

    어린이날 머리 다쳐 경찰조사 받았지만의붓어머니 “달라질 것” 반성에 풀려나 경찰·아동보호기관 공동 방문조사 안 해 갇힌 날 온라인 출석… 학교도 학대 몰라 靑청원게시판 엄벌·신상공개 요구 쇄도충남 천안에서 계모가 7시간 동안 여행용 가방에 가둬 중태에 빠졌던 아홉 살짜리 의붓아들이 끝내 숨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동학대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 달라’는 내용과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청원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면 비극을 막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충남지방경찰청은 의붓아들 A군을 가방에 감금한 의붓어머니 B(43)씨의 혐의를 아동학대중상해에서 아동학대치사로 변경했다고 4일 밝혔다. A군의 몸 곳곳에 오래된 멍과 상처, 그리고 허벅지에는 담뱃불에 덴 것 같은 상처도 있어 상습 폭행이 있었음을 반영했다. A군은 지난 1일 저녁 7시 25분 천안시 서북구 자신의 아파트 집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의붓어머니 B씨는 이날 낮 12시쯤부터 “내가 게임기를 부시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며 점심도 굶기고 물 한 모금 주지 않은 채 아이를 7시간 동안 가로 50㎝, 세로 71㎝ 크기의 대형 여행용 가방에 가뒀다. 아이가 가방에 용변을 보자 다시 가로 44㎝, 세로 60㎝의 작은 여행가방으로 바꿔 더 강하게 감금했다. 이날은 초등학교 3학년인 A군의 새 학기 첫 수업일이었다. B씨는 “훈육 목적이었다”고 변명했으나 A군을 가방에 가둬 놓고 3시간 동안 외출하기도 했다. A군은 기계 호흡에 의지하다가 사건 발생 사흘째인 3일 저녁 6시 30분쯤 결국 숨을 거뒀다. 가방 속에 웅크린 자세로 장시간 갇혀 산소 부족으로 장기가 붓고 손상되는 다장기부전증으로 인한 심정지로 사망했다는 소견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A군이 여행용 가방에 갇혀 있던 그 시간 학교에서는 온라인 수업이 진행 중이었고, 학교 수업기록에는 A군이 수업에 참여한 것으로 표시돼 있어 B씨가 출석 조작 의혹까지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등교를 하지 않고 교사들이 아이들의 얼굴을 직접 보지 못한다는 게 아동 학대의 사각지대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경찰은 B씨가 아동학대 사실을 감추기 위해 수업기록을 조작했는지 여부도 조사할 예정이다. A군은 지난달 5일 어린이날에도 머리를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는데 의료진이 이틀 뒤 학대라고 결론 짓고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의 조사는 늦었다. 2주일이 지난 21일과 24일 B씨 부부를 조사했으나 A군을 만나지 않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도 같은 달 13일에야 A군 집을 찾았지만 경찰과 공동 방문조사는 하지 않았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지난해 10월부터 4차례 때렸다. 훈육 방법을 바꾸겠다”는 B씨 부부의 진술만 믿고 손놓은 사이 아이는 목숨을 잃었다. 사건이 발생하자 기사에 A군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계모에게 분노를 터뜨리는 네티즌 댓글이 수천개씩 달렸다. “아이가 학교 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을 텐데…”,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계모의 신상을 공개하라”, “계모를 가방에 똑같이 넣어라”라는 글이 줄을 이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법이 더 강력해져야 재발을 막아낸다”는 의견도 쏟아졌다. 천안·예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끝내 눈감은 ‘가방 속 아이’… 경찰도 기관도 구할 기회 놓쳤다

    끝내 눈감은 ‘가방 속 아이’… 경찰도 기관도 구할 기회 놓쳤다

    웅크린 자세로 장시간 갇혀 결국 심정지몸 곳곳에 오래된 멍·담뱃불 화상 자국 어린이날 머리 다쳐 경찰조사 받았지만 의붓어머니 “달라질 것” 반성에 풀려나 경찰·아동보호기관 공동 방문조사 안 해靑청원게시판 엄벌·신상공개 요구 쇄도  충남 천안에서 계모가 7시간 동안 여행용 가방에 가둬 중태에 빠졌던 아홉 살짜리 의붓아들이 끝내 숨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동학대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 달라’는 내용과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청원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면 비극을 막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충남지방경찰청은 의붓아들 A군을 가방에 감금한 의붓어머니 B(43)씨의 혐의를 아동학대중상해에서 아동학대치사로 변경했다고 4일 밝혔다. A군의 몸 곳곳에 오래된 멍과 상처, 그리고 허벅지에는 담뱃불에 덴 것 같은 상처도 있어 상습 폭행이 있었음을 반영했다.  A군은 지난 1일 저녁 7시 25분 천안시 서북구 자신의 아파트 집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의붓어머니 B씨는 이날 낮 12시쯤부터 “내가 게임기를 부시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며 점심도 굶기고 물 한 모금 주지 않은 채 아이를 7시간 동안 가로 50㎝, 세로 71㎝ 크기의 대형 여행용 가방에 가뒀다. 아이가 가방에 용변을 보자 다시 가로 44㎝, 세로 60㎝의 작은 여행가방으로 바꿔 더 강하게 감금했다. 이날은 초등학교 3학년인 A군의 새 학기 첫 등교일이었다.  B씨는 “훈육 목적이었다”고 변명했으나 A군을 가방에 가둬 놓고 3시간 동안 외출하기도 했다. A군은 기계 호흡에 의지하다가 사건 발생 사흘째인 3일 저녁 6시 30분쯤 결국 숨을 거뒀다. 가방 속에 웅크린 자세로 장시간 갇혀 산소 부족으로 장기가 붓고 손상되는 다장기부전증으로 인한 심정지로 사망했다는 소견이 나왔다.  A군은 지난달 5일 어린이날에도 머리를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는데 몸 상태를 본 의료진이 이틀 뒤 학대라고 결론 짓고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의 조사는 늦었다. 2주일이 지난 21일과 24일 B씨 부부를 조사했으나 A군을 만나지 않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도 같은 달 13일에야 A군 집을 찾았지만 경찰과 공동 방문조사는 하지 않았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지난해 10월부터 4차례 때렸다. 훈육 방법을 바꾸겠다”는 B씨 부부의 진술만 믿고 손놓은 사이 아이는 목숨을 잃었다.  사건이 발생하자 기사에 A군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계모에게 분노를 터뜨리는 네티즌 댓글이 수천개씩 달렸다. “아이가 학교 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을 텐데…”,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계모의 신상을 공개하라”, “계모를 가방에 똑같이 넣어라”라는 글이 줄을 이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법이 더 강력해져야 재발을 막아낸다”는 의견도 쏟아졌다.  천안·예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국내 복귀설 도는 김연경, 소셜미디어에 심경 토로

    국내 복귀설 도는 김연경, 소셜미디어에 심경 토로

    국내 복귀를 타진하고 있는 ‘배구 여제’ 김연경(32)이 소셜미디어에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지에 먹으로 ‘식빵언니’라고 쓴 그림을 들고 찍은 사진과 함께 “모든 일에는 자기가 이겨낼 수 있는 만큼의 일들만 일어난다고 한다”라고 썼다. 이는 현재 한국 스포츠계 가장 뜨거운 화제인 자신의 국내 복귀설에 대한 다양한 반응들에 대한 부담감을 표시한 동시에 이를 떨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지난 3일 흥국생명 관계자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간에 김연경 선수가 상처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직 계약이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태임에도 억측이 쏟아지며 자칫 마음의 상처만 받고 올시즌 국내 리그로의 복귀가 무산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지난 4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 호텔에서 열린 V리그 여자부 외국인 드래프트는 외국인 선수를 지명하는 자리였음에도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김연경’이 더 큰 화제가 됐다.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은 이날 “김연경은 자유계약선수를 포함한 외국인선수를 다 합쳐도 그 이상의 기량을 갖췄다”고 말했다.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일시적으로 배구 붐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만 김연경의 합류로 뻔한 경기가 될 수 있다. 전력적인 부분에서 너무 편중화 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도 “김연경은 엄청난 영향력 있는 선수”라며 “뻔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팬들은 “국내 배구 발전에 최고로 이바지하는 선수가 자국 리그에 오고 싶어 해도 이런 시선을 내비치다니... 너무 안타깝다”, “세계 최고 선수가 리그로 와준다는데도... 에효, 이러니 발전이 없지”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연경의 국내 복귀를 가정한 장밋빛 전망은 무궁무진하다. ‘세계 최정상 배구 선수’ 김연경의 복귀는 각 팀의 이해관계 렌즈로 좁게 보면 불공정한 일일지 몰라도 넓게 보면 한국 배구 발전을 위해 분명 득이 될 수 있다. 차기 시즌 국내 여자 배구 시청률 상승은 물론, 해외 중계권 판매를 촉진할 수 있다. 구단 자체 수익 증가는 모기업 의존도를 낮춰 좀 더 프로스포츠다워질 수 있는 발판이 된다. 김우재 IBK 기업은행 감독은 지난 4일 “개인적으로 김연경이 한국에서 뛰는 것이 좋다고 본다. 좋은 선수고, 좋은 영향력을 끼칠 것”이라고 했다. 현재 국내 많은 선수들이 어릴 적에 김연경의 플레이를 보며 자란 ‘김연경 키즈’들이다. 김연경이 국내에서 뛰는 것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제2, 제3의 김연경 키즈들이 자라날 수 있다. 무엇보다 김연경의 한국 복귀는 선수 스스로 “마지막 올림픽”으로 여기고 있는 도쿄올림픽 선전을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 김연경이 유럽리그 대신 중국리그 행을 진지하게 고민해온 건 단지 돈 때문이 아니라 그가 추구해온 가치 때문으로 알려졌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고도 김치찌개집에서 회식을 하자 김연경이 사비를 털어 고급 레스토랑에 데려간 일화는 유명하다. 이는 김연경이 대표팀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연경이 이번 시즌을 한국에서 치르면 유럽·중국 리그에서 뛸 때와 달리 이동 부담이 없어진다. 대표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김연경은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에서 복근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지금부터 그가 1년간 무리하지 않고 몸을 잘 만들어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45년만에 올림픽 메달을 안긴다면 국내 배구 저변은 넓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 4대 프로스포츠의 흥행은 대체적으로 국가대표팀의 성적과 비례해왔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이후 K리그는 69경기만에 100만 관중이 돌파하는 등 열풍이 불었다. 박지성, 이영표, 이천수, 설기현 등 유럽 축구 무대 진출도 보편화됐다. 프로야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이후 1995년 이후 처음으로 500만 관중이 넘었고, 2017년에는 840만 관중을 돌파하며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 모든 전망은 김연경이 한국 복귀가 확정됐을 때만 유효하다. 국내에서 표출되고 있는 여러 기대와 우려와는 상관없이 김연경의 국내 복귀는 아직까지도 불투명하다. 김연경은 3일 흥국생명과 접촉했지만 구체적인 얘기는 나누지 않았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다음날인 4일에도 “김연경의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했을 뿐 진전된 입장을 내지 않았다. 김연경은 여전히 중국 리그에서 복수의 구단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경이 국내 무대에 복귀하려면 오는 30일 오후 6시까지 선수 등록을 마쳐야 한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너희 부모 직업 뭐니? 이혼은?’…시대 뒤떨어진 여중 학생조사서

    ‘너희 부모 직업 뭐니? 이혼은?’…시대 뒤떨어진 여중 학생조사서

    경제 형편 묻는 칸에 ‘기초생활수급자’ 확인교육청 조사, 해당 교사들 학생들에 사과경기도교육청 “질문 자체가 학생에 수치심”“개인상담도 있는데…교사 자질 부족” 비판 경기도 평택의 한 여자중학교에서 학생에게 부모의 직업과 이혼 여부 등 시대에 뒤떨어진 비인권적 ‘학생기초자료 조사서’를 학생들에게 배포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 조사서에는 부모의 존재 여부를 묻는 선을 넘어 부모의 직업과 이혼 여부, 기초생활수급자 여부 등 불필요한 부분까지 세세하게 캐물어 논란이 됐다. ‘부모 없으면 안계심, 돌아가심, 이혼으로 써라’ 해당 교사들 “학생 좀 더 알고 싶다 의도” 4일 평택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평택 A여중 2학년들 10개 반 중 4개 반에서 이런 내용의 조사서를 학생들에 배부한 것으로 학교 조사 결과 파악됐다. 조사서에는 ‘부모님을 소개합니다’ 항목에 부모의 ‘직업’을 적는 칸이 있고, ‘부모님이 안 계시는 경우 안계심, 돌아가심, 이혼 등으로 써달라’는 설명도 붙어 있다. 사춘기의 예민한 학생들에게 친구들에게 숨기고 싶을 가정사를 묻는 질문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지금 저희 집의 경제적 형편은 이렇습니다’라는 항목에서 ‘기초생활 대상자인지, 부모가 이혼이나 별거를 했는지’ 등을 묻는 문항이 있었다. 학생들에게 솔직하게 쓰라는 지침까지 명시됐다. 평택교육청 관계자는 “새로 부임한 담임 교사가 학생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는 의도에서 전에 가지고 있던 문서를 프린트해 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언론에 밝혔다. 이어 “학교 차원에서 전체적으로 조사를 한 것은 아니었고, 해당 교사가 이런 조사를 하자 다른 교사들도 문서를 전달받아서 조사한 것이었다”고 말했다.A여중, 해당 교사들 경위서 제출교장 명의 행정 처분 예정 평택교육청은 4개 반 담임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사과했으며 학부모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사과한 뒤 배부한 조사서는 가정에서 폐기해달라고 안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A여중은 해당 교사들로부터 경위서를 받고, 교장 명의의 행정처분을 하기로 했다. 평택 A여중 2학년에 다니는 딸을 둔 B씨는 지난 3일 첫 등교 후 아이가 담임 교사에게 받아왔다는 학생기초자료 조사서에 대해 “아직도 학교에서 이런 비인권적인 조사를 한다니 충격이었다”면서 “한창 예민할 시기인 중2 학생들이 이 조사서를 받고 무얼 느꼈을지 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아팠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지고 사별, 이혼, 별거 가정이 많아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해당 가정들이 마치 정상적이지 않은 가정인 것처럼 해석될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시대상황에 맞지 않고 비교육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교사, 가정환경으로 차별시 학생에 씻을 수 없는 상처” 온라인커뮤니티와 포털사이트 등에서는 “부모 직업이나 가정형편 등이 아이들 가르치는데 무슨 걸림돌이 되느냐”, “교사로서 자질이 부족하다”, “아이들의 심정을 이해하면 좋겠다. 개인상담이나 학부모 면담도 있지 않느냐” 등의 비판 글들이 올라왔다. 해당 학교 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모든 교사를 대상으로 학생 인권과 개인정보 수집에 관한 교육 등을 철저히 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학생인권담당은 “학생 입장에선 이런 조사서를 작성하는 것 자체에서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면서 “더구나 교사가 가정환경에 따라 차별을 한다고 느낀다면 이는 아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숨쉴 수 없다” 그 이상의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해”

    “숨쉴 수 없다” 그 이상의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해”

    구호와 막말로 살펴 본 ‘조지 플로이드’ 사태백인 경찰의 강압적 체포로 비무장한 흑인 시민이 사망한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돼 5일(현지시간)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46)가 숨지기 전 내뱉은 “숨을 쉴 수가 없다(I can‘t breathe)”는 호소는 차별에 항의하며 거리에 나선 이들의 구호가 됐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진압과 해산을 강조하며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상황은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다. 서로 맞부딪친 구호와 발언들을 통해 미국 인종차별 시위를 살펴봤다. “숨을 쉴 수가 없다.(I can’t breathe)” 백인 경찰 데릭 쇼빈(43)의 무릎에 짓눌려 제대로 호흡할 수 없었던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가 없다(I can‘t breathe)”가 호소했지만 쇼빈 경관은 무려 8분 46초 동안 플로이드의 목을 눌러 결국 그를 숨지게 했다. 플로이드의 호소는 인종차별로 생존의 위협까지 느끼는 이들이 일상에서 겪는 좌절과 겹치면서 이번 시위의 대표적 구호가 됐다.이 표현은 앞서 2014년 뉴욕시에서 벌어진 유사한 사건에서 먼저 등장했다. 흑인 에릭 가너는 불법 담배를 판매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목이 졸렸는데, 그 역시 사망하기 전 “숨을 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가너의 직접적인 사인은 심장마비로, 경찰의 목조르기가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는 여전히 논란이 분분하지만 이로 인해 촉발된 2014년의 시위에서 시위대는 “숨을 쉴 수가 없다”고 외쳤다. ‘목 조르기’ 체포술 도마에…일부 경찰서는 폐지 선언 한편 이러한 외침을 낳은 ‘목 조르기’ 체포에 대한 논의도 시작됐다. 지방정부들은 목 조르기 등 강압적인 체포 방식을 금지하는 조치를 잇따라 취하고 있다. 전미 유색인종 지위 향상협회(NAACP)는 지난 3일 플로이드 사건이 일어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경찰을 향해 목 조르기 체포 방식을 전면 금지하라고 촉구했다. 미국 대부분의 경찰당국은 다양한 형태의 목 조르기 또는 목 누르기를 체포 과정에서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에도 일리노이주 시카도에서 쇼핑몰을 찾은 20대 흑인 여성이 경찰관에게 ‘목 누르기’를 당했다는 의혹이 3일 제기됐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경찰은 ‘경동맥 구속’(목 주위 혈관을 압박해 뇌로 흘러가는 피를 차단해 용의자를 실신시키는 체포술)을 즉각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5일 미니애폴리스 시의회는 목 조르기 체포술을 금지했고, 캘리포니아 주지사 역시 주 경찰의 목 조르기 체포 훈련을 즉각 중단했다.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BLM)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줄여서 BLM이라고도 일컫는 구호는 2012년 2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벌어진 ‘짐머만 사건’에서 비롯됐다. 동네 방범대원이었던 히스패닉계 혼혈 조지 짐머만(당시 29세)은 순찰 중 후드티를 입고 길을 가던 흑인 소년 트레이본 마틴(당시 17세)을 쫓아가 몸싸움을 벌인 끝에 총을 쏴 살해했다. 당시 마틴은 편의점에선 산 사탕을 들고 휴대전화로 여자친구와 통화 중이었을 뿐이지만, 짐머만은 마틴이 ‘마약과 관련된 것 같은 수상한 흑인’이라고 생각해 뒤를 쫓은 것이었다.범죄에 연루되지 않은 비무장 10대 소년을 범죄자로 간주하고 쫓아가 살해한 것만으로도 인종차별 논란이 뜨겁게 불거졌는데, 짐머만이 ‘정당방위’로 무죄 평결을 받으면서 공분이 치솟았다. 곳곳에서 시위가 잇따랐고, 이때 처음으로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는 구호가 등장했다. BLM은 구호에 그치지 않고 흑인에 대한 공권력 남용에 반대하는 흑인민권운동 그 자체가 됐다. BLM은 상부 조직이 있는 단체의 형태는 아니지만 지역별로 느슨한 형태로 존재한다. 뚜렷한 가입 절차 없이 다양성·공감 등 몇 가지 원칙을 지키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뜻을 같이하면 그 일원이 되는 식이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해시태그 형태로 구호와 주장을 공유하기도 한다. 또 미국을 넘어 영국 등 세계 곳곳에서 시위가 펼쳐지는 등 국제적 운동이 됐다. 모든 생명이 중요하다(All Lives Matter)? BLM이 확산하면서 이를 조롱하거나 반대하는 구호도 나타났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모든 생명이 중요하다(All Lives Matter)’는 문장이다. 이 문장만 놓고 보면 너무 당연한 원칙이지만 실제로는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말을 비틀어 ‘흑인의 생명만 중요하냐’는 조롱이 깔려 있는 표현이다. ALM으로 BLM을 반박하는 이들은 시위 과정에서 흑인이 아닌 경찰관이 희생되고, 한편에서는 치안 부재를 틈타 약탈이 벌어지는 점을 지적한다. 이를 두고 일부의 일탈을 전체로 싸잡아 매도하지 말라는 의견과 엄연히 병존하는 현실이라는 반박이 부딪친다. 그러나 ALM이 지적하는 문제들이 해소돼도 흑인을 향한 공권력 남용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또 BLM은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것이지 ‘흑인의 생명만 중요하다’고 외치는 게 아니다. ALM에 대해 만화가 크리스 스트라웁은 만평을 통해 “불이 난 집을 놔두고 ‘모든 집이 중요해’라며 멀쩡한 집에 소방호스를 갖다 대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백인 경찰 저격’ 댈러스 사건으로 BLM 운동 상처 차별은 갈등을 부르고, 증오를 싹틔운다. 증오는 사람들의 분노를 잘못된 관행 및 구조가 아닌 무고한 이들로 향하게 한다. 이것이 대립을 키우고 악순환이 반복된다. 2016년 댈러스 저격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BLM 행진이 진행되던 중 벌어진 사건으로, 흑인 마이카 존슨(당시 25세)은 집회를 관리하던 경찰 중 백인만 노려 저격해 5명을 살해했다. 열흘 뒤 루이지애나 주에서 비슷한 총격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BLM 운동은 정당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통합 대신 분열 부르는 트럼프의 말말말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쉽지 않지만 적어도 사태를 진정시키고 통합과 치유를 향한 노력이 필요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짐머만에 대한 무죄 평결 당시 시위가 격화하자 “비극을 막기 위해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고 차분히 되돌아보자”면서 판결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댈러스 저격 사건으로 희생된 경찰관 5명의 추모식에서는 “미국은 그렇게 분열돼 있지 않다. 더 악화할 것이라는 절망에 거부해야 한다”며 통합을 향한 노력을 호소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역시 댈러스 사건에 대해 “우리는 결코 피와 출신 배경으로 묶이지 않았으며 공통의 이상으로 맺어졌다‘면서 서로에 대한 공감을 당부했다. 이처럼 인종차별로 미국이 극심한 갈등과 분열을 겪을 때마다 최고지도자들은 피해자를 위로하고 통합과 희망을 강조했다. “약탈하면 발포”에 담긴 뿌리 깊은 인종차별의 역사 그러나 최근 플로이드 시위에 대응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전례가 없는 수준이다. 그는 일단 시위대를 급진좌파(ANTIFA)로 싸잡으며 이념적 편가르기를 시도했다. 또 그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했으며 “폭력배(Thugs)”라고 칭했다. ‘Thug’는 단순히 폭력배라는 뜻을 넘어 몇 년 전부터는 ‘흑인 폭력배’라는 인종차별적 의미가 깔린 단어다.분명 시위 사태 속 혼란을 틈타 자행되는 약탈과 폭력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다. 그러나 정당한 주장을 앞세운 시위대와 약탈을 일삼는 폭도를 구분하지 않고 모호하게 한데 묶어 비난하는 트럼프의 태도는 인종차별적 법 집행을 개선하라는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는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는 심지어 “약탈이 시작되면 사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시위 진압에 발포를 허가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아무리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미국이라도 대통령이 자국민을 향해 발포하겠다고 공언하는 것은 선을 넘은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약탈이 시작되면 발포도 시작될 것(When the rooting starts, the shooting starts)’라는 (운까지 맞춘) 표현은 트럼프가 처음 한 말이 아니다. 미국 공영라디오 방송(NPR)에 따르면 이는 월터 해들리 마이애미 경찰청장이 1967년 청문회에서 썼던 표현이다. 극심한 편견을 갖고 있던 그는 흑인들을 상대로 강경한 진압을 자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 역시 소방호스와 경찰견까지 동원해 1960년대 흑인민권운동을 무자비하게 진압했던 불 코너 버밍햄 경찰국장의 말을 빌려왔을 것이라고 NPR은 전했다. 이처럼 트럼프의 ‘발포’ 발언은 단순히 약탈 범죄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을 넘어 뿌리 깊은 인종차별의 역사가 담겨 있는 표현인 것이다.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해!(There Is A Better Way!)” 한편 공권력 남용으로 흑인이 희생되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벌어지는 시위에 대해 흑인 사회의 고민도 깊다. 지난 5월 30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플로이드 사건에 항의하기 위해 모여든 시민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시위에 참가한 45세 흑인 남성이 “형제자매들이 매일같이 죽어나가는데 이제 지쳤다. 난 죽을 각오가 돼 있다”며 강경한 대응을 주장하자 또 다른 흑인 남성 커티스 헤이스(31)가 이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헤이스는 시위에 참가한 16세 소년을 향해 “16살인 네가 해야 할 일은 더 나은 방법을 찾는 거야. 왜냐하면 지금 어른들이 하고 있는 이 짓(시위)은 전혀 안 먹히거든”이라고 외쳤다. 그는 “저 아저씨, 46살인데 아직도 분노하고 있다. 나도 31살 먹고 분노하고 있다. 겨우 16살인 너도 분노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위험한 길은 네가 가서는 안 되는 길이다”라고 호소했다. 헤이스는 4년 전 샬럿에서 무고한 흑인 시민이 경찰의 총을 맞고 숨졌을 때 벌어진 시위에 참가했었다며 “매일 밤마다 했는데 전혀 바뀌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년에게 “너와 다른 젊은 친구들은 힘이 있다”면서 “너희들은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같은 윗 세대들은 그러질 못했으니까”라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이 외침이 담긴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화제가 됐고 #ThereIsABetterWay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확산됐다. 헤이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46년 동안 인종차별을 당하면서 커져간 그의 가슴 속 구멍을 봤다”면서도 “16세 소년이 복수를 한다는 마음으로 이 싸움에 임하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1960년대 흑인민권운동을 거쳐 흑백분리를 법적으로 폐지한 이후 흑인 대통령까지 나왔지만, 미국 흑인 사회는 여전히 차별에 좌절하고 있다. 법적으로 평등해졌지만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로 상당수의 흑인들이 여전히 하위 계층에 머물러 있다. ‘공권력 남용에 희생되는 흑인이 많은 것은 흑인 범죄율이 높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이러한 구조적 차별을 외면한 것에 가깝다. 매번 시위에 나서지만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더 후벼파고 있는 게 작금의 미국이다. 헤이스가 걱정했던 16세 소년이 31세, 46세가 되었을 때에는 얼마나 달라져 있을지는 21세기에도 미국의 중요한 숙제가 됐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여행 가방 갇힌 9살 아이 사망…친부는 어디에 (종합)

    여행 가방 갇힌 9살 아이 사망…친부는 어디에 (종합)

    여행 가방 속 7시간…사인은 ‘다장기부전증’ A군 친아버지는 지방 출장 중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7시간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갇혀 있다 의식을 잃은 9세 남아가 끝내 숨졌다. 4일 경찰과 순천향대병원 등에 따르면 A군(9)은 전날 오후 6시 30분쯤 사망했다. 사인은 다장기부전증으로 인한 심폐 정지로 추정됐다. 다장기부전증 또는 다발성 장기 부전은 어떤 원인으로 단기간에 간, 신장, 심장 등 복수의 장기 기능이 저하 또는 상실된 상태를 뜻한다. 장기들의 기능 부전이 2개 이상 동시에 또는 연속적으로 발생할 경우 생명이 위험해진다. 내부 요인으로 패혈증, 암 등의 질병이 몸속으로 들어왔을 경우, 교통사고나 추락 등 외부에 의해 신체가 강력한 충격을 받을 경우 발생한다. A군은 지난 1일 오후 7시 25분쯤 천안 서북구 한 아파트에서 7시간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갇혀 있다 심정지 상태로 의식을 잃은 채 병원에 이송됐고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의붓어머니 B씨(43)는 A군을 가로 50cm, 세로 70cm 크기의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게 한 뒤 외출했다. 3시간 뒤에 돌아온 B씨는 A군이 가방 안에서 용변을 보자 다시 가로 44cm, 세로 60cm 크기의 더 작은 가방에 가둔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게임기를 고장 내고 안 했다고 거짓말을 해 훈육 차원에서 가방에 가뒀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A군은 지난달에도 머리를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당시 A군의 눈과 손 등에 멍 자국이 발견돼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됐으며,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의붓어머니를 모니터링하던 중이었다. A군 몸 곳곳에 오래된 멍과 상처가 있었고 허벅지에도 담뱃불로 데인 것 같은 상처가 있어 상습 폭행 가능성도 의심된다. 경찰은 A군의 시신을 부검해 정확한 사인을 밝히는 동시에 어제 구속된 의붓어머니의 혐의를 아동학대치사로 바꿔 적용할 방침이다. 경찰은 A군의 친부 C(44)씨에 대해서도 학대와 폭행 여부, B씨의 학대와 폭행 묵인과 방조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전날 참고인 조사를 받고 귀가한 C씨를 A군 부검(5일) 후 다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사건 당시 B씨의 자녀 2명이 집에 있었으며 A군의 친아버지는 지방 출장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요양병원 환자 살해 60대 무기징역 구형

    전주지검이 4일 전북 전주시의 한 요양병원에서 흉기를 휘둘러 환자 1명을 살해하고 다른 환자 1명을 다치게 한 혐의(살인 등)로 구속기소 된 A(62)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최근 전주지법 제11형사부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잠든 피해자를 흉기로 찌르는 등 피고인이 벌인 범죄의 잔혹성 등을 이유로 재판부에 무기징역 선고를 요청했다. 30년 간 전자발찌 부착도 청구했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이 병원에서 치료받아온 A씨는 지난 3월 27일 오전 2시쯤 전주시 덕진구 한 요양병원 병실 침대에서 잠든 B(45)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앞서 자신과 말다툼을 벌였던 C(66)씨의 복부를 찔러 중상을 입히기도 했다. 상처를 입은 C씨는 계단을 타고 위층으로 달아나 겨우 목숨을 건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흉기를 들고 있던 A씨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그는 경찰에서 “당시 술을 마셔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사람이 준 파인애플 폭약 먹고 죽은 임신한 코끼리

    사람이 준 파인애플 폭약 먹고 죽은 임신한 코끼리

    파인애플인 줄 알고 먹었던 화약이 폭발하는 바람에 사망한 임신한 코끼리의 죽음에 인도인들이 슬픔에 빠졌다. 인도 남부 케렐라주의 한 야생 코끼리는 파인애플로 싸인 화약을 먹고 사망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3일 전했다. 15살 난 이 코끼리는 국립공원 근처에 사는 주민이 주는 파인애플을 먹은 것으로 보인다. 야생동물 관리 책임자인 파완 샤르마는 “코끼리의 턱이 부러진 것으로 보아 파인애플을 씹을 때 속에 있던 화약이 코끼리 입속에서 폭발한 것 같다”며 “사람이 코끼리를 죽이려는 목적으로 파인애플로 싼 폭약을 준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샤르마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임신한 코끼리의 죽음을 자세히 알리며 “코끼리는 18~20개월 뒤에 새끼를 출산할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폭약으로 입이 망가진 코끼리는 아무 것도 먹지 못해 야생동물 관리인에게 발견될 당시 위가 줄어든 상태였으며, 상처 난 입으로 몰려드는 파리떼와 벌레들을 쫓으려고 입을 물에 담그고 있었다. 인도 정부는 코끼리의 시체를 부검하고 나서 숲에서 화장했다. 국립공원 측은 코끼리의 사망은 심각한 범죄라고 분노하며 두 명의 팀을 구성해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물 권리 보호 단체들은 야생동물을 보호하려면 동물 범죄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누쉬카 샤르마 등 발리우드라 불리는 인도 영화계의 스타 배우들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코끼리 범죄에 대한 정의 구현을 촉구했다. 샤르마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코끼리 사건을 그린 그림과 함께 “18~20개월 뒤 새끼를 낳을 예정이었던 코끼리는 입에 큰 상처를 입어 아무것도 먹지 못했지만, 숲을 지나 강가에 도착할 때까지 어떤 가정집과 사람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았다”며 “많은 동물은 과거에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은 기억 때문에 사람을 믿는데, 이런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자는 사람이라고 부를 수조차 없다”라고 분노했다. 이어 만약 엄격한 법으로 동물 범죄를 다스리지 않는다면 사악한 괴물들은 결코 법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여기는 호주] 호주판 ‘숨을 쉴 수 없어’…백인 경찰, 원주민 소년 과잉 체포 논란

    [여기는 호주] 호주판 ‘숨을 쉴 수 없어’…백인 경찰, 원주민 소년 과잉 체포 논란

    백인 경찰에 의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호주 시드니에서도 백인 경찰이 16세 원주민 소년을 과잉 체포하는 사건이 발생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호주 ABC뉴스의 보도에 의하면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5시 30분경 시드니 서리힐 지역에 위치한 에디 워드 공원에 경찰이 순찰을 돌고 있는 중이었다. 순찰을 돌던 경찰은 당시 공원에 있던 원주민 소년들과 약간의 충돌이 있었다. 언론에 공개된 동영상에는 원주민 소년이 백인 경찰을 향해 신체적 위협을 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16세로 나이만 공개된 이 원주민 소년은 팔짱을 낀채 경찰에게 “당신의 턱을 날려버릴 수도 있어”고 말한다. 이에 백인 경찰이 잠시 화를 삭이는 듯 싶더니 다가가 “뭐라고 했어? 바닥에 엎드려”라며 해당 소년을 체포한다. 문제는 이 순간 발생했다.경찰이 소년의 두팔을 등뒤로 돌려 잡고 발목을 발로 차자 소년은 그만 얼굴부터 콘크리트 바닥에 그대로 쓰러진 것. 다른 남성 경찰이 다가와 쓰러진 소년의 다리를 누르고 여성 경찰과 해당 백인 경찰이 바닥에 쓰러진 그의 두손에 수갑을 채우는 동안 바닥에 쓰러진 소년은 고통으로 몸부림을 쳤다. 동영상을 촬영한 사람은 “당신 지금 그 아이 얼굴을 바닥에 내동댕이 쳤어”라고 놀라워 하는 목소리도 담겨있다. 해당 소년은 치아가 깨지고 온몸에 상처투성인 채로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고, 해당 경찰은 진상 조사가 이루어지는 현재 일선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다. 해당 동영상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이 사건은 호주판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불리며 연일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미국에서 촉발된 인종 차별 시위가 시드니에서 까지 열리면서 그동안 백인 경찰에 의한 호주 원주민 사망 사건등 과거 사례들이 소환됐다. 현재 일반적인 여론은 경찰을 위협한 16세 소년의 행동이 정당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경찰의 과잉 체포가 용납될 수는 없다라는 분위기다. 믹 퓰러 시드니 경찰청장은 “해당 경찰은 충분히 다른 방법으로 대처했어야 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김경태 시드니(호주)통신원 tvbodaga@gmail.com
  • 여행용 가방에 7시간…계모에 학대당한 9살 끝내 숨져

    여행용 가방에 7시간…계모에 학대당한 9살 끝내 숨져

    계모에 의해 7시간 가량 여행용 가방에 감금됐다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던 9살 남자아이가 짧은 생을 마감했다. 4일 충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천안의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A군(9)은 지난 3일 오후 6시50분쯤 사망했다. 1일 오후 7시25분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가 병원으로 옮긴 지 사흘째였다. 경찰은 A군이 사망함에 따라 3일 오후 구속 영장이 발부된 계모 B씨(43)의 혐의를 ‘아동학대치사’로 바꿔 적용할 방침이다. B씨(43)는 지난 1일 의붓아들인 A군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거짓말을 한다며 여행가방에 감금,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지난 1일 천안 서북구 주거지에서 A군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두는 등 학대 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군이 심정지 상태로 (119에 의해) 발견된 건 두 번째 가방”이라며 “A군이 첫 가방 안에서 용변을 보자 (다른 가방에) 들어가라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B씨는 가방 속 A군을 두고 3시간가량 외출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범행 일부를 시인하며 “게임기를 고장낸 것에 대해 거짓말해 훈육 차원에서 그런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지난달에도 머리를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이때에도 학대 정황이 있어 B씨가 조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A군 신체에서는 멍 자국과 상처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 치료를 받는 A군 눈 주변에서 멍 자국이 발견됨에 따라 학대나 폭행 등이 있었는지도 조사 중”이라며 “A군 친부를 상대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서울역 ‘묻지마 폭행’ 30대 구속기로…오늘 영장심사

    서울역 ‘묻지마 폭행’ 30대 구속기로…오늘 영장심사

    “졸리다”며 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아취재진 앞에선 “죄송하고 반성하고 있다”경찰 “범행 전에도 시비…정상적이지 않아” 서울역에서 30대 여성을 아무 이유 없이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30대 남성이 구속 기로에 섰다. 서울중앙지법은 4일 오후 3시 상해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모(32)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1시 50분쯤 공항철도 서울역 1층에서 모르는 사이인 30대 여성 A씨의 왼쪽 광대뼈 부위 등을 가격해 상처를 입히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지방철도경찰대는 범행 현장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경찰과 공조 수사 끝에 지난 2일 오후 7시쯤 이씨를 서울 동작구의 집에서 체포했다. 이씨는 검거 직후 이뤄진 조사에서 ‘졸리다’고만 하며 제대로 조사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이후 경찰서 유치장으로 이송되면서 취재진에 “죄송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범행을 계획했냐는 질문에는 “계획을 하진 않았다. 욕을 들어가지고”라며 부인했다.전날 오전 10시부터 약 4시간 동안 이뤄진 철도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혐의를 인정했다가 다시 부인하기도 하며 진술을 여러 차례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범행 직전에도 인근 버스정류장 등 서울역 주변에서 마주 오는 행인들을 어깨로 강하게 밀치는 등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철도경찰 관계자는 “범행 전부터 별다른 이유 없이 여러 사람에게 시비를 거는 등 정상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피해자 A씨 가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고 ‘여성 혐오 범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서울역 묻지마 폭행범의 여성 폭력 또 있었다

    서울역 묻지마 폭행범의 여성 폭력 또 있었다

    서울역에서 처음 보는 여성을 폭행하고 달아났다가 붙잡힌 이모(32)씨에게 상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이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1시 50분 공항철도 서울역 1층에서 모르는 사이인 30대 여성의 왼쪽 광대뼈 부위 등을 가격해 상처를 입히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 여성의 가족들은 SNS를 통해 “남성이었거나 남성과 함께 있었다면 이런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여성을 대상으로 한 명백한 혐오 범죄”라고 주장했다. 철도경찰은 범행 현장에 폐쇄회로TV(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경찰과 공조 수사 끝에 2일 오후 7시 이씨를 서울 동작구의 집에서 체포했다. 이씨는 검거 직후 이뤄진 조사에서 ‘졸리다’고만 하며 제대로 조사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이후 경찰서 유치장으로 이송되면서 취재진에 “(피해자에게) 죄송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철도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범행 직전에도 인근 버스정류장 등 서울역 주변에서 마주 오는 행인들을 어깨로 강하게 밀치는 등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철도경찰은 이달 5일 이씨를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이씨는 지난 2월에도 자신의 집 근처 건널목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던 한 여성에게 다가가 욕설을 하고 위협을 가하며 침까지 뱉었다. 피해 여성 A씨는 SBS를 통해 “(이씨가) 얼굴에 담배 연기를 막 뿜었다. 다짜고짜 ‘뭘 봐, 이 ○○○아’ 이러면서 얼굴에 침을 툭 뱉더라. (몸이) 굳어 가지고 그냥 있는데 계속 침을 두 번 더 뱉었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경찰에 신고를 했으나 이씨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며칠 뒤 근처에서 이씨를 또 마주쳐 다시 신고했지만 현행범이 아니라는 이유로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 경찰은 “처벌을 원하면 고소하라”고 했지만 A씨는 신분이 노출되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에 그러지 못했다. A씨는 “당시 경찰이 그 사람이 밖에 나오는 시간을 피해서 다니라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결국 A씨는 이씨를 피해 다른 동네로 이사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그림 그리듯 138통 영어편지, 참전용사에 “생큐”

    그림 그리듯 138통 영어편지, 참전용사에 “생큐”

    한국전쟁 70주년 ‘6037 캠페인’ 동참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138명에 손편지며느리가 번역해 준 영어 따라 그려“한국전쟁 때 목숨을 걸고 자유와 평화를 지켜 준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이 코로나19를 무사히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경북 칠곡군 석적읍에 사는 최삼자(73) 할머니는 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전쟁 70주년을 앞두고 코로나19 때문에 고생하는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위한 마스크 보내기 운동에 동참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 할머니는 최근 칠곡군이 추진 중인 ‘6037 캠페인’에 참가해 생면부지의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 노병 138명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손편지를 일일이 썼다. 칠곡군의 ‘6037 캠페인’은 한국전 참전 에티오피아 용사 6037명 가운데 생존자 138명과 유가족들에게 코로나19 방역 마스크를 전달하기 위한 캠페인. 이 캠페인은 백선기 칠곡군수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70년 전 전쟁에 참전한 에티오피아 젊은이들은 253번의 전투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켰다”며 “지금 에티오피아는 코로나19로 더 큰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 검사 키트와 마스크조차 없다. 이제 우리도 마음을 모아 6037개의 마스크를 보내려고 한다”고 설명한 게 계기가 됐다. 최 할머니는 이 소식을 접하고 생존해 있는 참전 용사들에게 마스크 보낼 때 감사의 편지도 함께 보내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손편지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영어를 모르는 최 할머니는 우선 한글로 편지를 쓴 뒤 권지영 미국 텍사스주립대 경제학과 교수에게 번역을 맡겼다. 권 교수는 할머니의 며느리다. 그는 며느리의 번역문을 보고 마치 그림을 그리듯 영문 편지를 썼다. 138통을 쓰는 데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할머니는 인터뷰 도중 통통 부은 오른손을 내밀어 보이며 “꼬부랑 글씨로 편지를 쓰느라 이렇게 됐다”고 자랑했다. 최 할머니의 편지에는 “면 마스크의 필터를 매일 바꿔서 사용하시고 늘 건강하시고 코로나19를 이겨 내십시오. 행복하십시오. 사랑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렇게 작성된 편지는 지난달 말 칠곡군에 전달됐다. 에티오피아에 보낼 필터 교체용 면 마스크 제작 봉사활동에도 참여했던 최 할머니의 이런 특별한 손편지는 오는 11일쯤 주한 에티오피아대사관을 통해 참전용사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에티오피아 군인은 모두 6037명이며 이 가운데 122명이 전사하고 500여명이 상처를 입었다. 글 사진 칠곡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한양 심장에 모인 백년점포… 열한 개 골목 따라 시간여행

    한양 심장에 모인 백년점포… 열한 개 골목 따라 시간여행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20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가 다음달 4일 돛을 올립니다.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예년보다 3개월가량 늦어졌습니다. 불가피하게 답사 횟수를 20회로 줄였고 참가자 수도 20명 이내로 제한합니다. 이에 앞서 서울신문 지면 투어로 갈증을 풀어 드립니다. 1회 인사동(4일), 2회 대학로(10일), 3회 여의도(17일), 4회 동대문(24일), 5회 성수동(7월 1일) 등 5개 지역을 찾아갑니다. 이들 지역의 유·무형 서울미래유산을 집중 탐구하고 ‘장소인문학’의 비밀을 풀어 줄 것입니다. 장태동, 최석호, 권기봉씨 등 서울역사 여행가들이 해설자와 집필자로 새롭게 나섭니다. 김동률 서강대 교수, 이소영 동화작가, 함혜리 문화칼럼니스트, 서동철 문화재위원, 손성진 서울신문 논설고문 등 역대급 필진을 초빙해 투어의 격을 높였습니다. 답사투어는 다음달 4일부터 11월 4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에 진행하고 예약은 투어 전주에 서울미래유산(futureheritage.seoul.go.kr) 홈페이지에 하면 됩니다. 관련 기사는 매주 수요일 서울신문 지면에 게재됩니다.●700m 거리에 예술가들의 자취·혼 가득 “여덟 사람이 앉아 있다/두 사람은 시인이고/두 사람은 화가다/한 사람은 조각가고/한 사람은 무용가/저쪽 구석에 앉은 두 사람은 작가라는데 /무슨 작가인지 알 바가 아니다/시인은 기타를 치고/화가는 손뼉을 치고” 이생진(1929~) 시인의 시집 ‘인사동’(우리글·2006년)에 수록된 ‘시인과 화가1’이다. 2000년 겨울부터 2005년 겨울까지 쓴 65편의 시에 인사동의 민낯을 담았다. 인사동 곳곳에는 예술혼이 잠겨 있다. 예술가의 자취가 묻어 있다. 이들이 보고 듣고 즐긴 것들이 서울미래유산이 돼 보석처럼 점점이 박혀 있다. 고 천상병 시인의 부인 목순옥씨가 인사동에서 운영한 카페 ‘귀천’은 서울미래유산이다. “귀천에 목 여사는 없고/걸레스님만 걸려 있다/천 시인은 목 여사와 나란히 앉은 사진틀에서/생진아, 너 아직 스무 살이제이 한다/내가 쉰한 살 때 하던 소리다/지금은/내가 먼저 하늘에 왔데이 하고 웃는다/천 시인은 나보다 한 살 아래인데/먼저 하늘에 왔다고 자랑한다” 목씨 사후 조카 목영선씨가 2호점을 내 명맥을 잇고 있다. 오래된 서점 통문관도 서울미래유산이다. 이생진 시인의 시에 등장한다. “통문관 앞을 지나는데/노란 은행잎 속에서 이겸노 옹이 바스락거린다/그의 생애가 인사동이다” 인사동의 중앙통인 인사동길에 있는 통문관은 1934년에 문을 열었다. 출입문은 대개 닫혀 있다. 창에 붙은 서화 틈새로 기웃거려 보지만 천장까지 쌓은 책 때문에 안을 들여다보기 어렵다. 통문관 주인 이종운씨는 이겸노씨의 손자다. ‘월인석보’, ‘청구영언’ 같은 보물급 전적을 비롯해 수많은 고서를 발굴·수집한 할아버지에게서 천자문을 배웠다. 수많은 자료 중 상하이 임시정부에서 기관지로 발행한 항일투쟁지 ‘상해독립신문’ 창간호 등 170부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할아버지께서 여든여덟 살이 되셨을 때 ‘통문관책방비화’라는 책을 냈는데 나도 그 나이쯤 책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조선의 근대가 태동한 문화·정치 일번지 인사동에서 가장 오래된 필방 구하산방은 ‘첩첩산중 신선들의 집’이라는 뜻이다. 역시 서울미래유산이다. 1913년에 문을 열어 3대째 이어 온 필방에는 종이, 먹, 붓, 물감 등 2000종이 넘는 서화 재료가 가득하다. 필방에는 그림을 공부하는 학생에서부터 전국의 화가들이 몰린다. 홍수희 대표는 “우리 집 모르면 작가가 아니지”라고 말한다. 본래 일본 상인이 개업한 가게였으나 우당 홍기대 선생이 1935년에 점원으로 들어가 광복 이후에 인수했다. 3대인 홍수희 대표는 2대 홍문희씨의 동생이다. 서울미래유산 수도약국은 광복 직후인 1946년 8월 15일 임명용씨가 개업했다. 약국에서 심부름하다 약종상 면허를 취득했으니 적수공권으로 자수성가한 약업계 1세대다. 세간에 “수도약국에는 없는 약이 없다”라는 말이 나돌았다. 지금은 모두 추억이 됐지만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약을 사기 위해 장사진을 이룬 적도 있었다. 약국을 가업으로 이어받은 약사는 셋째 아들 임준석씨다. 종로구 인사동 194 하나로빌딩 1층에는 서울미래유산 서울중심점 표지석이 말없이 서 있다. 1896년 한양의 중심 지점을 나타내기 위해 고종이 세웠다. 101년 전 3·1운동의 주역인 민족대표 33인은 태화빌딩과 하나로빌딩 사이 주차장 자리인 태화관 별유천지 6호실에서 독립선언을 했다. 서울이 10배 이상 확장되면서 옛 서울의 남쪽 경계였던 남산이 서울의 중심부가 됐다. 흘러간 옛 중심점이다. 이 밖에 인사동 일대의 서울미래유산은 조선중앙일보 옛 사옥, 보신각 지하철 수준점, 낙원악기상가, 허리우드극장, 이문설렁탕, 낙원떡집, 유진식당, 빈대떡전문 열차집 등이 있다. 인사동은 서울의 근대가 태동한 곳이다. 서울의 첫 대학로였고, 서울의 첫 정치 일번지였으며, 서울의 예술과 음식문화가 잉태된 곳이다. 서울의 미래유산 집결지대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일제강점기 몰락한 왕족 고미술품 팔아 인사동은 서울에서 가장 고풍스런 거리이자 미술품과 골동품의 향기가 진동하는 공간이다. 서울에서 가장 한국적인 거리여서 외국인 친구나 오랜만에 고국을 찾은 교포나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장소이다. 서울의 명소이자 예술가들의 혼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골동품과 도자기, 고서 등 한국의 전통 상품이 거래되는 상징적인 동네이면서도 ‘중국산 짝퉁’이 소비되는 자본주의의 경연장이기도 하다. 인사동길은 종로구 인사동 63번지에서 관훈동 136번지로 이어진다. 삼청동~관훈동~인사동~청계천 광통교까지 흐르는 개천을 복개하면서 생긴 신작로다. 북쪽으로는 관훈동, 동쪽으로는 낙원동, 남쪽으로는 종로2가 적선동 그리고 서쪽으로는 공평동과 접하는 700여m의 길이다. 일반적으로 인사동이라고 하면 골동품, 화랑, 표구, 필방, 전통 공예품, 전통찻집, 전통음식점 등이 모여 있는 인사동 인접 지역을 통칭한다. 안국역이나 종로3가역에서 들어오는 두 갈래 통로로 이뤄진 인사동의 몸통 인사동길은 모두 11개의 실핏줄 같은 골목을 통해 이웃 동네와 연결돼 있다. 인사동의 역사는 조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계사 바로 옆 터에는 화가를 양성하고 선발하던 도화서가 있었다. 도화서에는 전국의 화원 지망생이 몰려들었고 지필묵을 파는 가게들이 생겼다. 인사동에 처음 고미술품 시장이 형성된 것은 일제강점기였다. 이때부터 인사동은 ‘한국 전통 문화재 유출의 현장’이 됐다. 몰락한 왕족과 양반들이 고미술품을 일본인에게 내다 판 시기다. 해방 이후에는 일본인 대신 미군과 유럽인들로 고객이 바뀌었다. 1970~80년대부터 인사동에 화랑·표구사 등의 상가가 형성되기 시작했고 화랑이 들어섰다. 필방이 속속 진을 쳤다. “인사동에 와서도 인사동을 찾지 못하는 것은/동서남북에 서 있어도/동서남북이 보이지 않기 때문/그렇게 찾기 어려운 인사동이/동은 낙원동으로 빠지고/서는 공평동으로/남은 종로2가에서/북은 관훈동으로 사라지니/인사동이 인사동에 있을 리가 없다…” 이생진 시인은 시집 ‘인사동’에 인사동의 역사와 상처를 기록하고자 했다. 그리고 “시혼이 상혼에게 혼을 빼앗긴 지 오래되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미 14년 전의 일이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 역사를 품으려고, 몸을 낮췄다

    역사를 품으려고, 몸을 낮췄다

    전북 익산에는 11개의 크고 작은 박물관이 있다. 문화재, 종교, 군사 등 영역도 다양하다.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 해도 틀리지 않겠다. 화룡점정이 된 건 국립익산박물관이다. 올 초 개관하면서 여기저기 흩어졌던 백제의 보물들을 한곳으로 모았고, 그 덕에 고도(古都) 익산의 진면목도 갖출 수 있었다. 박물관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없는 건 아니다. 없는 듯 있는 게 이 박물관의 매력이다.국립익산박물관 개관 소식에 가장 궁금했던 건 외형이었다. 어떤 형태의 건축물일까, 건축가는 어떤 이상을 건물에 구현했을까 하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이 도착을 알릴 때까지도 박물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저 멀리로 미륵사지 석탑의 존재감 넘치는 자태만 아련히 보일 뿐이었다. 대체 이 상황은 무엇? 국립익산박물관의 전체적인 콘셉트는 ‘보이지 않는 박물관’(Hidden museum)이다. 저 유명한 미륵사지 석탑의 자태를 가리지 않는 것이 설계의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이를 위해 지하로 몸을 구부리고 지면에서의 높이를 최대한 낮췄다. 몸을 낮춘 건물이라 해서 존재감까지 없는 건 아니다. 문화유산을 가리지 않되 건물 스스로 고유의 아름다움을 갖도록 하는 것,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건물 설계를 담당한 이가 여성 건축가인 신수진(47) 유선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소장이다.●마음 정화시키는 사찰의 진입 방식 따라 건물의 외형을 구상할 때 그는 무엇에서 영감을 얻었을까. 익산박물관은 지하 2층, 지상 1층 규모다. 진입로를 가운데 두고 좌우에 각각 전시공간을 둔 형태다. 그는 이를 “심주석(心柱石)을 상징하는 공간”이라고 했다. 심주석은 건축물의 중심이 되는 기둥을 뜻한다. 불탑의 경우 이곳에 사리장엄구를 안치하는 게 보통이다. 미륵사지 석탑 역시 심주석에서 여러 사리장엄구들이 출토됐다. 박물관 입구는 낮은 경사로의 평탄한 길이다. 여느 박물관처럼 계단을 오르는 방식이 아니라 걸어 내려가는 형태다. 신 소장은 이에 대해 “일주문을 통과해 마음을 정화시키며 진리의 세계에 다다르는 사찰의 진입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하심(下心)의 자세로 문화유산에 다가가 심주석 안에 담긴 역사의 정수를 마주하게 한다는 게 익산박물관의 외형에 담긴 정신인 셈이다. 건물 안으로 들면 백제의 유물들이 반긴다. 3000여점의 유물이 상설 전시돼 있다. 상당수가 국보와 보물인 데다 대부분이 진품이다. 시간 너머에서 건너온 기억의 한 조각을 실물로 확인할 수 있다.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는 건 미륵사지 석탑에서 나온 작고 아름다운 금빛 사리호(보물 1991호)다. 부처의 사리를 보관한 용기다. 입구에 사리호를 배치했다는 건 곧 절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어 1965년 발견 이후 국립전주박물관에 보관되다 55년 만에 익산으로 돌아온 왕궁리오층석탑 사리장엄구(국보 제123호), 발굴된 지 103년 만에 다시 공개된 쌍릉 대왕릉의 목관 등이 관람객의 시선을 잡아끈다.●1400년 견뎌 낸 대왕릉 ‘나무널’ 범부들에게 사리장엄구 등 불교 관련 유물들이 다소 형이상학적이라면 대왕릉의 나무널은 너무나 인간적이다. 1400년 가까운 시간을 견뎌 낸 나무널의 주인은 누굴까. 사실(史實)로 확립된 건 아니지만, 현지 주민들은 익산 쌍릉 중 대왕릉은 백제 무왕, 작은 능은 신라 선화공주의 능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러니 나무널에 누웠던 이 역시 ‘당연히’ 백제 무왕일 수밖에 없다. 순금으로 테를 만든 나무널을 보고 있으면 속세의 영욕을 갈무리하고 영면에 들었을 한 인간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하다. 박물관 지붕은 전망대이자 산책로다. 신 소장은 박물관 내부를 보고 난 뒤 잔디가 푸르른 지붕을 천천히 오르며 주변 풍경을 감상할 것을 추천했다. 안개가 자욱한 새벽이나 석양 무렵에 미륵사지가 가장 잘 보이는 박물관 북측 지붕의 전망대에 올라 관람객들 스스로의 미륵사지를 상상해 보라고도 했다. “지금은 비어 있지만 이야기로 가득 찬 백제의 역사”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미륵사지는 마음으로 봐야 하는 여행지다. 미륵사지 석탑의 채 아물지 않은 상처 너머를, 석탑보다 훨씬 더 컸을 목탑의 위용을, 흔적만 남기고 사라진 대가람의 애틋한 모습을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 그 미륵사지의 온전한 모습을 심상으로 개괄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익산박물관 지붕이라는 것이다. 미륵사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보석박물관이 있다. 백제 금세공술을 잇고 있는 익산의 보석 세공술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미륵사지 목탑을 재현한 ‘보석탑’, 다이아몬드와 백수정 등으로 만든 ‘보석꽃’ 등 볼거리가 많다. 공룡화석, 모형 등이 전시된 화석전시관은 아이와 함께 돌아보기 좋다. 밤에는 더 ‘블링블링’한 공간으로 변한다. 박물관 벽면을 활용한 미디어 파사드, 분수쇼, 경관조명 등의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미디어 파사드는 오후 8~9시, 경관조명은 오후 7시 20분~10시 30분에 각각 운영된다. 백제의 왕궁터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왕궁리에는 왕궁리유적전시관이 있다. 국내 최고의 위생시설로 꼽히는 대형화장실 유적이 특히 인상적이다. 화장실 뒤처리용으로 불리는 측주 등을 볼 수 있다. 미륵사지와 왕궁리 사이에는 서동공원이 있다. 고즈넉한 금마저수지를 끼고 있는 공원으로, 선화공주와 무왕의 서동요 전설을 토대로 조성됐다. 공원 한쪽에 마한관이 있다. 삼한시대 마한의 땅이었던 익산의 역사와 생활상을 살필 수 있다.●인근 익산교도소세트장 등 둘러볼 만 이제 익산에서 ‘뜨는’ 여행지 몇 곳을 곁들이자. 성당면의 익산교도소세트장은 익산에서 가장 ‘핫’한 인증사진 명소다. 독방, 면회실, 감시탑 등 실제 교도소를 그대로 재현한 곳에서 저마다의 포즈로 사진을 찍는 젊은이들이 꽤 많다. 이곳에서 촬영한 드라마와 영화가 300여편에 이른다고 한다. 두동교회는 1920년대에 지어진 ‘ㄱ자형’ 예배당으로 유명한 한옥교회다. 예배당 내부는 남녀 구분이 엄격했던 조선의 시대상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건물 가운데 모서리의 강대를 기준으로 오른쪽은 남자, 왼쪽은 여자 신도만 앉을 수 있었다. 출입문도 남녀를 달리했다. 건물이 ‘ㄱ자’가 된 건 이 때문이다. 글 사진 익산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국립익산박물관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예약제로 운영된다. 시간당 200명만 입장할 수 있고 인원이 미달될 경우 미예약자의 현장 입장도 가능하다. 입장료, 주차비는 없다. (063)830-0901. -익산교도소 세트장의 죄수복, 간수복 대여는 코로나19로 중단된 상태다. 촬영이 있는 날(홈페이지 공지)과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입장료는 없다. -익산의 대표 먹거리 중 하나는 황등비빔밥이다. 보통의 비빔밥이 ‘비빌 밥’인 것에 견줘 황등비빔밥은 주방에서 육회 넣고 비벼 나오는 ‘비빈 밥’이다. 얼추 90년 가까이 된 진미식당, 35년 전에 ‘새로 생긴’ 한일식당 등이 알려졌다. -시티투어를 이용하면 익산을 좀더 편하게 돌아볼 수 있다. 순환형, 테마형으로 나뉘어 매주 토·일요일, 공휴일에 하루 12회 운행한다.
  • 민주, 이달 당헌 개정 마무리… 대권주자 꽃길 깔아주나

    민주, 이달 당헌 개정 마무리… 대권주자 꽃길 깔아주나

    ‘슈퍼 전대’ 과열 우려… 문제제기 나설 듯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8월 전당대회에 차기 대권 주자들이 출마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 김부겸 전 의원이 출마해 당권·대권 경쟁이 혼재되면서 ‘슈퍼 전대’로 과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현역 의원들은 그룹별 의견 수렴에 한창이다. 한 3선 의원은 3일 “지금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이 중요한 시점이지 대선 국면의 조기 과열은 옳지 못하다는 의견이 확산하고 있다”며 “의원들끼리 삼삼오오 공론화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르면 다음주 ‘연판장’ 등을 통해 공식 문제제기에 나설 예정이다. 한 초선 의원도 “코로나19로 내년 상반기 경제 상황이 불투명한데 3월에 또 전당대회를 치르면 문재인 정부 성공을 제대로 마무리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또 “차기 주자가 당대표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지 못하면 당의 소중한 자산에 상처가 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식 출마 선언을 주저하고 있는 이 위원장, 김 전 의원도 당 안팎의 여론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이해찬 대표는 당대표와 최고위원의 임기를 분리하는 제도 손질을 전당대회준비위원회(위원장 안규백)에 지시했다. 대권 주자들의 당권 도전이 현실화되자 대선 출마를 위해선 내년 3월 사퇴해야 하는 당대표와 달리 최고위원의 임기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전준위는 부위원장에 3선의 유기홍·한정애 의원을 선임하는 등 본격적인 당헌 개정 준비에 나섰다. 안규백 위원장은 “이달 말까지 컷오프 비율, 당헌 손질 등을 모두 끝낼 것”이라며 “대표와 최고위원 출마를 원하는 사람들이 모두 나올 수 있게 제도를 정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준위는 스스로 대선 후보가 될 주자들이 당권을 잡은 뒤 대선 경선룰을 바꾸지 못하도록 8월 전당대회 전 경선룰도 매듭지을 방침이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부시도 트럼프 리더십 우려 “모두를 위한 정의” 촉구

    부시도 트럼프 리더십 우려 “모두를 위한 정의” 촉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전에 가장 최근 공화당 출신 대통령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흑인 사망’ 시위와 관련해 ‘모두를 위한 정의’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부시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증오와 분열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과 분명히 다른 목소리를 냈다. 트럼프 거명 안 했지만 “시위대 침묵시키려 하면 안돼” 체포 과정에서 백인 경찰의 무릎에 짓눌려 흑인 남성이 숨진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일주일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부시 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시위대가 책임 있는 당국의 보호를 받으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행진하는 것이 힘”이라며 평화 시위에 힘을 보탰다. 그는 “지속되는 정의는 평화적 수단을 통해서만 온다. 약탈은 해방이 아니고 파괴는 진전이 아니다”라며 시위 상황 속에서 치안이 약해진 틈을 타 폭력과 약탈을 벌이는 세력에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지속적인 평화가 진정하게 공정한 정의를 요구하는 것도 안다. 법치는 궁극적으로 공정함과 법적 시스템의 합법성에 달린 것”이라고 했다. 특히 “모두를 위한 정의를 확보하는 것은 모두의 의무”라고 하며 정의에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우리 사회에서 구조적인 인종주의를 어떻게 끝낼 수 있을까. 유일한 방법은 상처받고 비통에 잠긴 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라며 “그 목소리를 침묵시키려 하는 이들은 미국의 의미를, 미국이 어떻게 더 나은 곳이 되는지를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시위대 배후 세력에 ‘안티파’(ANTIFA·안티 파시스트)라는 급진 세력이 있다며 테러조직으로 규정한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도 읽힌다. 워싱턴포스트(WP)는 통합과 공감을 강조한 부시 전 대통령의 성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선동적 수사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지적했다. 부시 일가는 트럼프 대통령과 썩 좋은 관계를 맺어오진 않았지만 직접적 마찰은 피해 왔다. 부시 전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2016년 공화당 대선 경선에 도전했다가 트럼프 돌풍 앞에 무릎을 꿇은 바 있다. 더힐 “부시 행정부 전 관료들, 바이든 지원 조직 결성” 이러한 가운데 부시 전 대통령이 올해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지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언론에서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더힐은 이날 부시 행정부의 전직 관료들이 바이든의 선거운동을 지원하기 위한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을 결성했다고 보도했다. 슈퍼팩은 한도 없이 자금을 모으고 쓸 수 있는 외곽 후원조직이다. 후보와 독립적으로 운영되지만 많은 선거자금이 필요한 해당 후보를 측면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에 선거전에서 큰 지원군이 된다. 부시 전 대통령이 미국 43대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따온 듯한 ‘바이든을 위한 43 동창’이라는 별칭의 슈퍼팩은 전날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부시 행정부의 재무부 관료였던 캐런 커크시가 슈퍼팩의 재무 및 기록 담당자로 명시됐다. 다만 이 단체에 누가 참여하고 바이든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질의에 답변은 받지 못했다고 더힐은 전했다.작가이자 폭스뉴스 정치분석가 후안 윌리엄스도 더힐 기고에서 “부시가 바이든을 지지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실제로 그가 바이든을 위해 싸울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그는 “트럼프의 가장 최근 공화당 전임자 부시 전 대통령이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상상해 보라”며 “부시의 목소리는 온건 공화당원과 공화당 성향의 무당파층에 접근할 유일한 힘을 갖고 있어, 그들을 공화당에서 이탈하도록 할 수 있다”고 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지지 선언을 하지 않았다. 최근 부시 전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미국 정부의 대응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보인 바 있다. 지난달 부시 전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당파적 분열을 버릴 것을 촉구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향한 탄핵 사태를 거론하며 “그(부시 전 대통령)는 미국 역사상 최대 거짓말(탄핵)에 맞서 (내가) 목소리를 높일 때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비난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17년 10월 연설에서도 “편협함과 백인우월주의는 미국적 신념에 반하는 신성모독”이라고 언급해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는 같은 해 8월 발생했던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유혈 사태를 두둔했던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다만 그때도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진 않았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2001년 9·11 테러와 관련해 부시 전 대통령을 비난하기도 했다고 윌리엄스는 전했다. 윌리엄스는 반 트럼프 보수단체인 ‘링컨 프로젝트’의 주요 보수 사상가 그룹과 ‘트럼프에 대항하는 공화당 유권자들’로 불리는 일부 전직 고위 공화당 관료들이 포함된 새 그룹이 부시가 연설할 자리를 마련했다면서 “만약 부시가 바이든에게 투표하겠다고 발표하면 일부 표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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