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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유정의 영화 in] 괜찮아 울지마

    길이 있다. 그리고 길 위에 한 남자가 있다. 흑백 사진 속 등을 보인 남자는 이제 소실점 너머로 멀어질 찰나이다. 그렇게 한 남자가 시야에서 지워진다. 스크린에 등장하는 남자도 그렇다. 정면을 마주 보고 앉은 그는 그 자체로 관객에게 말을 거는 듯하다. 앞모습으로 등장해 뒷모습을 보이며 떠나는 남자, 떠나는 마지막 순간 잠깐 뒤를 돌아보며 다시 한 번 관객에게 말을 거는 남자, 그가 바로 ‘무하마드´이다. 민병훈 감독의 ‘괜찮아 울지마’는 몇몇 이야기와 함께 다닌다. 우선 이 영화는 제작이 된 지 6년 만에 한국 관객과 만났다. 테오 앙겔로프스 감독에게 찬사를 받고, 테살로니키 영화제에서 여러 부문 수상했지만 조용히 지나쳐 버렸다. 두 번째는 이 영화가 중앙아시아에서 촬영되었다는 점이다. 촬영뿐만 아니라 언어, 배우, 스태프 모두 중앙 아시아, 우즈베키스탄 산이다. 영화가 감독의 언어를 번역한 영상이라면 낯선 눈동자와 다른 언어로 민병훈의 세계가 조형된 셈이다. ‘괜찮아, 울지마’는 민병훈 감독이 축조한 두려움 삼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다. 모스크바에서 도박으로 돈을 날린 한 남자가 시골 마을로 돌아온다. 고향에서 그는 성공한 연주자이지만 실상 그는 추방자에 불과하다. 그는 늘 쫓기는 마음으로 고향에서조차 한시도 편안하지 못하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왜, 무엇에 쫓기는지 짐작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영화는 그가 고향으로 돌아온 계기를 바이올린 케이스라는 사물에 압축시켜 보여준다. 하지만 그 바이올린 케이스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그리고 왜 바이올린 케이스에 주목을 집중시키는지 끝내 말해 주지 않는다. 관객들은 다만 바이올린 케이스를 숨기는 무하마드와 그것을 꺼내 보고는 놀라는 어머니를 볼 수 있을 따름이다. 그에게 있어 고향은 벗어나야만 할 족쇄이다. 도망온 곳이 고작 초라한 시골 고향이라는 사실이 그를 더 못견디게 만든다. 무하마드에게 실상 ‘고향´은 없는 셈이다. 영화가 주목하는 것은 고향에서조차 안락을 느끼지 못하는 완전한 추방자의 모습이다. 그에게 ‘고향´이라는 상징성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할아버지를 설득해 다른 곳으로 떠나고자 하는 그의 모습도 마찬가지이다. 그에게는 안식이나 고향이 없기에 계속 어딘가 있을 그 구원을 찾아 떠돌 뿐이다. 두려움이란 어쩌면 진짜 자신과 마주칠지도 모르는데서 비롯되는 불안일 수도 있다. 영화의 마지막 순간 무하마드는 이제 ‘고향´의 의미를 찾아 떠난다. 할아버지의 이야기 속에 담긴 사랑을 깨닫자 그는 ‘고향´을 찾아 떠난다. 진짜 자신을 만나는 두려움을 건너자 그에게는 새로운 방랑의 삶이 전개된다. 처음 등장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마지막에 역시 그는 길 위에 있지만, 이제는 다른 길임에 분명하다. 고향을 지닌 자의 길은 외롭지 않다. 친절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작품 ‘괜찮아, 울지마’는 관객에게 생각의 여백을 준다는 점에서 고맙다. 해답을 정해두고 도미노 게임하듯 자동적 반응을 요구하는 최근 영화들에 비해 ‘괜찮아 울지마’의 배려는 기특할 정도이다. 생각의 공간에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여백을 넓혀주는 작품, 그것이 바로 작지만 민병훈 영화의 힘이다. 영화평론가
  •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MB와 DJ의 씁쓸한 설전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MB와 DJ의 씁쓸한 설전

    이번 주 정가의 화제는 이명박(MB)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설전이 아닐까 싶다. 수요일(29일) 있었던 DJ와 MB의 만남은 대선을 앞둔 두 사람의 정치적 무게를 반영하듯 상당한 관심을 끌었고, 실제 나눈 대화 역시 기대(?)에 부응했다. “각하께서 대통령을 했으니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나라당도 좀 도와달라.”(MB) “내가 알아서 판단하겠다. 한나라당이 너무 센데 도와줄 필요가 있겠나.”(DJ) 두 사람이 주고 받은 설전의 골자다.MB는 DJ에게 ‘각하’라는 호칭을 사용하면서도 할 말은 다했다. 유력 대선 후보인 MB는 한나라당 소속이면서도 호남 지지율 1위다. 범여권의 단일후보 선정에 깊숙이 개입 중인 DJ는 호남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 호남권으로의 외연 확대를 노리는 MB나,MB에 맞설 대항마를 만들기 위해 이 지역 수성에 나선 DJ 모두 미묘할 수밖에 없는 관계다. 치열한 대선 구도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그런 만큼 두 사람의 설전을 바라보는 시각은 판이하다. 보수 진영에선 ‘제대로 지적했다.’는 반응들이다.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의 발언처럼 ‘DJ가 너무 관여를 한다.’는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반면 범여권은 MB가 지지율 1위를 무기로 국가원로를 ‘협박’했다며 불쾌하다는 반응들이다. 두 사람의 설전을 ‘뉴 패러다임’과 ‘올드 패러다임’의 충돌로 보는 시각도 있다. 최근의 정치지형 변화 가능성과 관련해 능력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뉴 패러다임의 상징성은 MB가 갖고 있고, 지역주의와 세력간 연대를 핵심으로 하는 올드 패러다임은 DJP연합을 통해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룬 DJ로 대표된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이번 대선은 과거와 같은 구도로 선거를 치르려는 올드 패러다임과, 지역과 연대의 고리를 끊고 미래지향적으로 정당체제의 ‘재편성’을 염두에 둔 뉴 패러다임의 대결”이라면서 “MB와 DJ의 설전은 그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고 밝혔다. 그런 관점에서 범여권의 정권 재창출에 온힘을 쏟고 있는 DJ에 맞서 MB는 지역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방식으로 선거를 치르지 말자는 ‘부탁’과 함께 혹여 박근혜 전 대표와 연대를 생각하고 있다면 ‘꿈도 꾸지 말라.’는 경고를 전달하려 했을지 모른다. 여하튼 전직 대통령이자 손꼽히는 국가원로가 대선 후보와 설전을 벌이는 모습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대선 정국의 중심 인물이 돼 있는 것은 곁에서 볼 때 민망하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 그것도 쓴소리를 잘 하는 조순형 의원이 후보가 된 뒤 DJ를 찾아온다면 그와도 설전을 벌이겠는가. 반면 민주신당 대선 후보가 찾아오면 반색하며 미주알 고주알 지도할 것인가.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는 “정치현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국가원로의 이미지에서 벗어난다.”면서 “국민들은 원칙적인 언급 정도만 듣고 싶어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더욱이 뭔가를 노리고 있다는 뉘앙스를 주는 것은 원로의 모습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차기 정권에서 혹시 전직 대통령이 탄압받는다는 얘기가 나온다면 그것 역시 불행이다. jthan@seoul.co.kr
  • 장관도 ‘마이웨이’

    장관도 ‘마이웨이’

    임기 말 참여정부에 빨간 불이 켜졌다. 청와대 전·현직 실세들의 잇따른 비리의혹과 현직 장관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권력누수와 레임덕 논란까지 빚고 있다. 범여권의 대선 구도와 맞물려 참여정부가 수세에 몰리면서 임기 말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원칙을 중시하는 참여정부가 어떤 해법으로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 “장관직보다 파벌보스에 충성” 관가 당혹 현직 장관이 사표가 정식 수리되기도 전에 특정 후보의 캠프로 합류한 것은 이치범 환경부 장관이 처음이다. 그만큼 상식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좀처럼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이 장관은 31일 ‘이해찬 캠프’ 합류 의사를 밝힌 기자간담회에서 “곧 노무현 대통령의 (사표 수리)재가가 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현직 장관 신분으로 전날 이해찬 후보에게 캠프 합류를 알리고, 이날 기자간담회까지 자청한 것이다. 이 장관은 이 후보가 지난 92년 세운 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한 진보성향의 학자는 “분명히 문제가 있는 일”이라면서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전문가들은 “파벌의 보스에 충성하기 위해 장관직을 그만두는 것은 장관직의 상징성을 보스에게 넘겨주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윤재 사건 등으로 참여정부가 여러모로 몰리는 상황인데 이 장관이 미리 그만뒀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이 후보측은 좀더 솔직한 반응을 보였다. 한 인사는 “여의도 분위기와 청와대 기류는 많이 다르다.”고 털어놨다. 범여권의 후보들이 참여정부의 임기말 원만한 국정 운영까지 고려해 가며 움직일 여유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결국 참여정부의 권력누수와 레임덕으로 연결지을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떻게 된 일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면서도 당혹스러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이 장관의 선택을 단순히 노심(盧心)으로만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청와대가 나가라고 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선택한 것”이라면서 “참여정부의 가치를 계승하려는 후보가 (이 후보)한 분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노심 가능성’을 부인했다. 한나라당은 당장 발끈하고 나섰다. 나경원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선거용 장관들을 많이 만들더니 이번에는 현직 장관을 대선캠프 선거본부로 발령내 선거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면서 “현직 장관의 최대 임무는 임기 말 장관직 수행 마무리”라고 말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靑·여론 눈치 살피다 보직해임 희생양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KIDA)이 28일 서주석 연구위원의 북방한계선(NLL) 기고문에 대한 ‘지휘 책임’을 물어 심경욱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을 전격 교체한 것은 10월 정상회담에서 NLL 문제가 의제화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김장수 장관의 평소 의지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 장관이 NLL 논의의 ‘관할권’을 주장하며 NLL에 대한 통일부의 전향적 접근론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해 왔다는 점도 이같은 해석에 힘을 더한다. 김 장관은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 서 위원을 해임하라는 조성태 민주신당 의원의 요구에 “(기고문은)국민과 언론이 정상회담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시점에서 아주 부적절한 글”이라면서 “조치 사항을 보고하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국방부 차원에서 관련자 인사 등 후속조치가 논의됐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참여정부 임기 동안 안보문제로 청와대와 대립한 적이 없는 국방부의 산하기관이 이례적으로 신속한 ‘액션’을 취한 것은 NLL 문제에 대한 논의의 주도권을 통일부에 넘겨줘선 안 된다는 국방부내 위기의식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한때 참여정부 안보라인의 ‘실세’를 인사 조치하는 것은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부서장 보직해임으로 선회했다는 관측이다. 신속한 문책성 인사로 통일부 등 경쟁부처에 강력한 ‘정치적 신호’를 보내면서, 적전 분열을 차단하는 내부 단속 효과도 동시에 얻으려는 다목적 포석인 셈이다. 서 위원은 “논란의 당사자가 인사 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辛勝이 남긴 것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辛勝이 남긴 것

    그제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선출 전당대회에서 당선 수락연설을 하는 이명박 후보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연일 계속된 선거운동으로 목소리가 쉰 탓도 있지만, 연설 내용도 그다지 감흥을 주지 못했다. 현장에서 지켜본 필자는 그것을 신승(辛勝) 때문으로 봤다. 이 후보는 개표 직전까지 여유 있는 승리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크게 빗나갔다. 엎치락 뒤치락하는 개표과정에 이 후보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은 “용궁에 갔다 왔다.”고 할 정도로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이런 정황을 시시각각 보고받은 이 후보의 얼굴이 굳어지는 것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는 일. 결국 투표에는 지고 여론조사로 극적인 승리를 거둔 것에 대한 불만 표출일 수 있다. 반면 패장인 박근혜 전 대표가 ‘차분한’ 어조로 경선 결과 승복을 천명한 것은 많은 사람의 코끝을 찡하게 했다. 이 후보의 굳은 얼굴과 오버랩됐다. 현장이든,TV든 이를 지켜본 국민들을 대상으로 당장 여론조사를 실시했으면 박 전 대표가 앞섰을 것이란 방담마저 나왔다. 이런 결과가 나온 데는 여러 분석-도곡동 땅의 차명 여부에 대한 검찰 중간수사 발표나 박 전 대표측의 막판 대공세, 숨은 표를 간과한 점 등-이 있지만, 일방적 승리보다는 신승이 이 후보의 대선 가도에 더 도움을 주리란 게 중론이다. 신승이 남긴 교훈은 바로 겸허한 자세다. 박 전 대표측의 도움 없이도 승리할 수 있다는 오만과 착각을 버리는 것이다. 이는 곧 포용과 아량의 극대화다.1997년과 2002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일방적 승리를 거둔 이회창 후보가 자기 식구들만의 친정체제 강화로 두번이나 패배한 전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듯싶다. 이 후보가 “당심을 하나로 모으는 데 전심전력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듯이 덧셈정치의 구체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포용의 상징성을 위해서도 캠프 핵심인사들의 2선 후퇴는 선행돼야 한다. 자칫 ‘그들만의 잔치’로 흐를 가능성을 봉쇄하는 것이다.‘당이 중심적 역할을 하고 캠프인사들은 뒤에서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박희태 공동 선대위원장의 발언은 새겨들을 만하다. 또 하나. 한나라당의 공식 대선후보가 된 만큼 남북정상회담이 끝나는 10월 초순까지 ‘호흡 조절’ 시기를 갖는 방안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범여권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마당에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해서는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치열한 경선을 치르느라 고갈된 체력도 비축하면서 잠시 논쟁의 한복판에서 비켜서는 것일 게다. 범여권과의 네거티브 검증 공방은 당에 맡기면 된다. 경선 검증 과정에서 추락한 이 후보의 선도(鮮度)를 끌어올리는 길이기도 하다. 겸허한 자세는 아래로 임한다는 것과 통한다. 민심 투어같은 전국 순회 행보를 통해 당원·대의원을 연쇄적으로 만나는 것도 훌륭한 대체재가 될 수 있다. 특히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한 박 후보의 열렬 지지자들을 만나 마음을 열고 단합을 호소한다면 이것이 곧 포용의 실천이다. 박 전 대표의 진정한 협력도 이끌어낼 수 있다. 범여권은 경선 과정에서 이 후보의 검증에 화력을 집중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표가 “내가 검증을 다해봤는데 별 게 없더라.”고 한다면 범여권의 검증 공세는 한풀 꺾일 수밖에 없다. 신승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는 것은 이 후보의 몫이다. 박 전 대표의 경선 승복이 정치사적 의미를 가지려면 이 후보가 하기 나름이다. 이 후보의 선택을 주목한다. jthan@seoul.co.kr
  • [코레일의 미래 일본서 찾는다] (상) 진화하는 철도부대사업

    [코레일의 미래 일본서 찾는다] (상) 진화하는 철도부대사업

    |도쿄 박홍기·박승기 특파원| 코레일이 역세권개발 등 철도 부지를 활용한 부대사업에 적극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운송 수입만으로는 재정자립을 이룰 수 없어 사업 다각화가 철도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서울 용산 역세권에 150층 랜드마크를 건설하는 것을 시작으로 성북역, 대전역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철도의 나라’로 불리는 일본은 철도와 연계된 다양한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 철도와 달리 철도가 민간 기업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그러나 역의 지리적 상징성이나 운영 형태 등은 공통점이 많다. 일본의 역세권 및 도심 개발과 역사운영, 지자체와의 관계 등을 통해 코레일의 청사진을 그려봤다. ●호텔·영화관·쇼핑센터… 문화공간 탈바꿈 비가 내리는 평일 오후. 도쿄 미나토구 6가 롯폰기힐스(Ropponggi Hills)는 손님들로 북적인다.4층 식당가에서 일본식 돈가스를 맛보는 데 10분 정도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했다. 메밀국수나 우동집 앞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린다. 이 곳은 호텔과 방송국, 영화관, 쇼핑센터 등이 입주한 하나의 복합도시공간이다. 문화도심을 컨셉트로 모리타워 최상층에는 아트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임대료가 가장 비싼 곳이지만 미술관과 전망대, 도서관과 회의실, 멤버십클럽 등 문화시설을 배치한 것이 눈에 띈다. 롯폰기힐스는 도심도 부도심도 아닌 곳을 재개발해 탄생했다. 규슈지방의 관문인 후쿠오카 캐널시티도 마찬가지다. 건물 내부에 인공운하를 만들었다. 재개발에 16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제는 규슈지역을 방문한 관광객이 한번은 다녀가는 지역의 명소가 됐다. 롯폰기힐스에서 10분 거리인 미드타운은 방위사업청 부지를 개발했다. 개발형태는 롯폰기힐스와 비슷하다. 시나가와역 동쪽지구(인터시티)는 철도 화물기지(14만 8000㎡)를 매각해 오피스타운으로 변모시켰다. 빌딩사이로 공원이 조성됐고 각 건물의 2층을 다리로 연결해 오고가는 것을 자유롭게 했다. 이 통로는 시나가와역까지 맞닿아 도심 개발뿐 아니라 역 이용을 활성화하는 ‘1석2조’의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이어졌다. ●일본 철도 6개회사 모두 ‘알짜´ 기업 일본의 복합개발은 호텔과 오피스, 백화점과 전문상가가 조화를 이룬다. 용산역세권은 개발 면적만 44만 2575㎡로 이들의 3배가 넘는다. 일본의 복합개발이 참고는 되겠지만 시행에는 보다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도쿄에서 가이드 및 통역사로 활동하는 김종철씨는 “일본에서는 버블 이후 ‘일극 중심’개발이 활발하다.”면서 “도시를 살려야 나라가 산다는 것으로 그 중심에 철도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6개 여객철도회사는 흑자기업이다.1987년 철도의 민영화에 따라 지역별로 철도 회사가 출범했다.0년간 동일한 운임이 유지됐고 정부재정 부담이 감소해 철도 기업들은 건실한 성장을 하고 있다. 코레일과 규모가 비슷한 JR규슈는 활발한 부대사업과 2004년 가고시마∼신야츠시로(126.8㎞) 신칸센 개통으로 규슈지역 5대 기업에 진입했다. 5대 기업에는 사철대기업도 포함되는 등 2개사가 철도관련 회사다. 6개 여객철도회사 중 최대 규모는 JR동일본. 이 회사는 지난해 1759억엔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규모가 가장 적은 JR사국도 29억엔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운송업´ 에서 ‘교통종합서비스그룹´ 으로 JR 여객철도 회사의 부대사업 비율은 북해도가 56.8%로 가장 높고 동해가 19.3%로 가장 낮다. 동일본은 29.1%, 규슈는 46.9%에 이른다. 규슈는 16년 전 적자를 감수하며 부산∼하카다 간 선박사업을 시작, 최근 수익을 창출하는 블루오션을 개척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 여객철도 회사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부대사업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사업 분야도 아파트 건설에서 역 빌딩, 음식점, 관광·레저, 임대업, 학교, 골프장 운영 등 다양하다. 교통종합서비스그룹을 지향하고 있는 셈이다. 이 중 가장 활발한 분야는 역 빌딩사업이다. 도쿄권은 철도의 여객 수송분담률이 75%로 역 대부분이 사업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루 이용객이 35만명인 JR동일본의 에비수역은 백화점과 오피스텔이 있고, 지하에는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신주쿠나 도쿄역에 비해 한국에는 낯선 지역이지만 JR동일본의 직영 백화점인 ‘Atre’가 입주하면서 중심 상권을 유지하고 있다. 도쿄도 시부야구 JR동일본 본사에서 만난 이가라시 히데하루 국제부 과장은 “역은 지역의 관문이자 풍요로운 생활공간을 지향한다.”면서 “철도 부지를 적극 활용해 매력있는 역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한국의 코레일도 가능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skpark@seoul.co.kr
  • 십자가형 목걸이 MP3 ‘세인트B’… 네티즌 “눈에 띄네”

    십자가형 목걸이 MP3 ‘세인트B’… 네티즌 “눈에 띄네”

    십자가형의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 MP3 플레이어 ‘세인트 B’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러시아의 맨웍스 디자인 스튜디오(Man Works Design studio)가 개발한 이 제품은 검은색 십자가 모양으로 크롬금속으로 치장되어 있으며 하단에 있는 USB를 통해 배터리를 충전하거나 데이터를 주고 받을수 있다. 맨웍스 측은 홈페이지에 “단순히 목걸이 디자인 뿐 아니라 종교적인 상징성도 고려했다.”며 “종교적인 심벌로서 어떤 음악을 넣어 들어야 하는가?” 등 많은 질문을 던지는 제품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홈페이지에 밝힌 제품의 제원. Technical Specifications Size and weight Height: 75 mm Width: 52 mm Depth: 9 mm Weight: 82 g Capacity Built-in memory capacity: 1 GB MB Built-in memory type: NAND Flash USB flash drive Stores data via USB flash drive /나우뉴스 뉴스팀@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사설] 日내각 ‘야스쿠니 참배 보류’ 지속돼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내각의 각료 16명 전원이 2차대전 종전기념일인 8월15일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지 않기로 했다고 일본 언론이 지난 10일 보도했다. 각료 전원이 참배하지 않기로 한 것은 1950년대 중반 각자의 뜻에 따라 참배 여부를 정하도록 한 뒤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최근 참의원 선거 참패에 따른 자숙의 의미가 강하고, 그에 앞선 미국 하원의 군위안부 결의안 통과, 그리고 한·일, 중·일 관계 개선 상황 등을 고려한 판단이다. 배경이야 어찌 됐든 우리는 각료들의 현명하고 책임감 있는 판단을 환영한다. 아울러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 일회성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군국주의 부활과 팽창주의에 집착하는 일본 집권층이 종전기념일을 기해 신사를 참배해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한국과 중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신사 참배를 강행하는 오만한 행보를 계속해 한·일 및 중·일 외교관계를 경색시켰다. 북핵문제, 동아시아 긴장완화, 경제협력 등 동북아 지역의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이 지역 주요 3국 정상 간에 신뢰 있는 대화 채널이 일부 끊어진 것은 유감스러운 상황이다.3국이 불편한 관계를 접고 상생의 길로 나아가려면 일본이 먼저 과거에 대해 사죄하고 성의를 보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징성이 강한 야쿠니신사 참배를 앞으로도 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함께 왜곡된 과거사 문제를 시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으로 동북아지역 협력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 [2차 남북정상회담] 남북 철도로 동북아시대 선도해야

    [2차 남북정상회담] 남북 철도로 동북아시대 선도해야

    봄 햇살이 화사한 지난 5월17일. 한반도엔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다.50여년 분단의 역사를 뚫고, 경의선과 동해선 열차가 비무장지대(DMZ)와 휴전선을 넘어 남북을 오간 것이다. 이 봄날의 행복은 그러나 순간이었다. 단 한번의 열차 시험운행을 끝으로 경적은 멈췄고, 휴전선 철책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는 그동안 한 차례 시험운행에 그친 경의선·동해선 철도 운행을 정례화하는 데 반드시 합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끊어진 한반도를 하나로 잇는 상징성을 넘어 남북 간 경제협력을 한 차원 높이고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열기 위해 열차 정기운행은 반드시 이뤄야 할 숙원인 것이다. ●물류·인적교류 늘려 국제경쟁력 높여야 남북 간 열차 운행은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사업과 함께 우리 정부가 마련한 3대 경협사업의 하나다. 지난 5월 열차 시험운행으로 일단 3대 경협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기반은 마련된 셈이다. 앞으로 정기운행이 실현된다면 그 경제적 효과는 실로 막대하다. 우선 개성공단이 활성화된다. 물류 수송이 원활해지고 물류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현재 개성공단 제품은 주로 평안남도 남포항을 통해 인천항으로 운송된다. 수송기간은 대략 7∼10일 정도다. 서울에서 개성까지 열차 운행이 가능해진다면 기간을 1∼2일로 줄일 수 있다. 운송비용도 현재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분량)당 800달러 정도인 것을 200달러 정도로 낮출 수 있다. 물류비와 물류기간 단축뿐 아니라 물동량의 대대적인 증가로 개성공단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북한 인력의 고용 또한 대폭 늘게 된다.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 철도를 연결하는 데 든 비용만 5454억원이다. 지난 시험운행 구간만 놓고 따지면 1㎞에 103억원 정도가 든 것으로 추산된다. 이 밖에도 열차 시험운행을 조건으로 8000만달러어치의 경공업 원자재를 북측에 제공했다. 철도 연결공사에 참여한 우리측 인력만도 연인원 7만 3900여명이나 된다. 시험운행 한번으로 끝낼 비용이 결코 아닌 것이다. ●열차운행 군사보장 합의돼야 2002년 9월 남북에서 각각 시작된 경의선·동해선 연결 공사는 이듬해 6월 마침내 군사분계선에서 궤도연결 행사를 갖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이후 북한 군부가 번번이 남북 열차 운행을 위한 군사보장을 거부하면서 열차 운행 논의는 난항을 거듭해 왔다. 남북이 그동안 합의문이나 공동보도문에 열차 시험운행 시기를 넣고도 지키지 못한 것만 5차례에 이른다. 지난 5월 북·미 간 북핵 논의 진전과 남측의 경공업 원자재 지원 등에 힘입어 제5차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북의 군부가 시험운행을 위한 군사보장조치에 동의했지만, 단 한 차례 보장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남북 철도 운행과 관련해 서울∼평양 간 정기열차 운행을 목표로 3단계 구상을 마련해 놓고 있다.1단계는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출퇴근과 개성공단 물자 수송이다. 이어 남측의 개성공단 근로자의 출퇴근과 개성관 광객 수송을 실시한 뒤 다음 단계로 서울∼평양간 정기열차를 운행한다는 복안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2단계, 즉 개성공단까지의 정기열차 운행은 꼭 성사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정부도 2단계까지는 북측의 의지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가능하다고 본다. 개성공단과 경의선 정기열차는 단순한 남북 간 경협을 넘어 참여정부의 동북아경제협력 구상의 시발점이다. 김 위원장의 전향적 결단이 절실한 셈이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정종욱 월드포커스] 남북 정상회담이 역사에 남으려면/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정종욱 월드포커스] 남북 정상회담이 역사에 남으려면/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남북 정상회담이 18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이벤트니 한반도 평화 이벤트니 하면서 정치권이 떠들고 있지만 국민 반응은 대체로 차분한 편이다. 너무 오래 기다렸기 때문일까? 아니면 1차 정상회담 이후 지난 7년 동안 남북관계에 실망했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이번 정상회담의 이면에 숨어 있을지도 모를 정치적 계산이나 ‘음모’에 대한 의구심 때문일까? 그러나 이에 대한 정답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끝내고 8월30일 돌아오는 대통령 일행을 맞이하는 서울의 분위기가, 평양의 분위기 못지않게 따뜻하고 고무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만남을 위한 만남이 갖는 상징성은 첫번으로 끝났다. 이 회담이 한반도에서 핵의 망령을 말끔히 걷어내고, 분단의 고통을 해소하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정전체제를 항구적 평화구도로 바꾸는 착실한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을 때 비로소 2차 남북 정상회담이 대한민국 역사의 값진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쉽지 않기 때문에 차분한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개인의 역할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승부사적 기질이 강한 대통령이나 통 큰 지도자도 마찬가지이다. 역사는 인간이 만들어간다지만 이번 회담의 결과는 대부분 이미 결정되어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회담의 구조가 그렇고 회담에 나서는 양측의 계산이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객관적 한계를 무시하고 무언가 만들어내기 위해 무리한 합의를 추진한다면 이는 상대가 파놓은 덫에 빠지는 결과가 되기 쉽다. 이번 회담에서 다루어질 큰 의제는 핵문제와 평화정착과 경제협력이다. 남측의 입장에서는 핵과 평화에, 북측의 입장에서는 경제협력에 더 비중을 두고 싶어할 것이다. 결국 핵과 평화가 경제와 절충해서 타협하는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이 많다. 민족의 공멸을 초래할 핵무기는 만들지도 않고 보유하지도 않겠다는 합의가 나오기를 기대해 보지만, 북측이 핵문제를 풀어갈 상대가 미국이라는 기존의 전략을 바꿀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9·19 성명과 2·13 합의를 존중하겠다는 분명한 약속을 받아내는 것만 해도 대단한 성과가 될 것이다. 여기에 한반도 평화선언이라고 포장할 수 있는 불가침과 평화공존의 약속이 더해진다면 이번 회담은 역사적 사건이 될 수도 있다. 다음 정권의 몫이긴 하지만, 이런 합의가 나올 수 있다면 웬만한 규모의 대북지원 약속도 국민은 수용할 수 있다고 본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에게 대한민국 국민이 갖고 있는 몇가지 작은 기대가 있다. 첫째 ‘우리 민족끼리’의 원칙이 국제공조를 배제하는 협의의 자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남측을 민족공조의 틀에 묶어둔 북한만의 일방적 국제공조는 더욱 안 될 것이다. 둘째 강한 힘보다 부드러운 힘의 중요성이다. 선군정치의 기치를 내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북한 동포들의 기본 생활은 보장되는 민생경제 정책을 고대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될 민족공영이 그런 점에서 새로운 출발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7년 전에 약속한 서울 답방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한 해명이다. 사과나 변명이 필요한 게 아니라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 답방을 실현시키겠다는 다짐이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평양에서의 남북 정상회담은 이번으로 끝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뿐만 아니라 이런 국민적 기대가 허무한 실망으로 변한다면 차후의 남북관계는 그야말로 예측불능의 혼란 속에 빠질 것이라는 점을 꼭 기억해 주기 바란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 [2차 남북정상회담] 광복절 대신 8일 발표 왜?

    ‘왜 하필 8일이었나.’ 8일 청와대의 전격적인 정상회담 발표로 언론과 정치권 모두 허를 찔렸다. 당초 8·15 광복절을 전후해 중대 제안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여지없이 빗나갔다. 범여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청와대도 15일 광복절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국민에게 알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관계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 사실상의 ‘남북 분단일’인 15일에 발표하는 게 정치적 시비도 줄이고 대외적인 모양새도 갖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선 노무현 대통령이 8월초 휴가를 다녀온 뒤 평화체제와 관련한 ‘휴가 구상’을 밝히는 자리에서 남북정상회담을 발표하는 방안을 건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청와대의 구상은 7월19일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3명이 피랍되면서 엇나가기 시작했다. 노 대통령은 휴가까지 취소하며 피랍사태 해결에 매달렸고, 정치권과 언론에선 “이러다 8·15가 와도 중대제안을 할 수나 있겠느냐.”는 회의론까지 나왔다. 그러나 피랍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청와대도 정상회담 공개시점을 무한정 미루기는 어렵다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진다. 친노 대권주자 캠프 주변에선 청와대가 당초 10일을 발표시점으로 잡았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이같은 정보가 친노 대선캠프뿐 아니라 한나라당 진영으로 새나가면서 상황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6일 밤엔 ‘28일 평양서 정상회담 개최, 금주 내 발표’라는 첩보가 한나라당 캠프 주변에 나돌기도 했다. 사실상 보안유지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청와대는 8일 새벽 출입기자들에게 ‘10시 정상회담 발표’라는 긴급 휴대전화 메시지를 돌렸다.‘깜짝 발표’가 15일에서 10일로, 다시 8일로 앞당겨지게 된 전말이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2차 남북정상회담] 평화협정등 성과도출이 ‘관건’

    [2차 남북정상회담] 평화협정등 성과도출이 ‘관건’

    이번 2차 남북정상회담은 남북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화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남북이 한반도 상황을 창의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남측의 대담한 대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인식과 맞물린다. 회담 내용과 결과에 따라서는 2·13 합의에 따른 초기 이행 조치를 비롯해 순항 기류를 타고 있는 북핵 6자회담의 신뢰 구축에 결정적인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언적이고 형식적인 회담에 그친다면 남북 내부의 역풍을 맞는 것은 물론 남북이 북·미 관계에 끌려가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무엇보다 한반도 문제의 두 당사자인 남북 정상이 평화협정 체결을 비롯해 실질적인 진일보를 이뤄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1. 의제는 2차 남북 정상회담은 남북이 주도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남북 모두 구체적인 의제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평화선언’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백종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 “의제는 향후 협의에서 구체화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기초적인 의제 조율작업 없이 정상회담이 성사됐을 것으로 보긴 힘들다. 무엇보다 이번 회담이 2000년 1차 회담의 답방 형식이 아니라 남측의 선(先)제안으로 성사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측이 내놓을 보따리가 많다는 의미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지난 2005년 9·19 공동성명 당시 ‘행동 대 행동’원칙의 ‘당근’으로 제시됐다가 북핵 문제로 잠복한 포괄지원 카드가 거론된다. 에너지 지원을 비롯한 경제협력 증진, 당사국간 관계정상화 등이 포함된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와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남측이 전향적인 자세 변화를 보일 수 있다는 뜻을 북측에 시사했을 가능성도 있다. 남측이 남북 국방장관회담의 정례화를 제의하고, 이 회담을 통해 NLL 문제 등을 풀어 나갈 수 있다는 의사를 건넸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측은 비핵화 의지를 확실히 천명하고 핵 불능화 등 진전된 태도를 남측에 약속했을 수 있다. 정상회담 직후인 9월초 6자 수석대표회담 일정을 감안하면, 남북 정상회담을 통한 ‘불능화 합의’는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2. 북한은 왜 응했나 선군(先軍)체제로 내부 안정을 꾀해 온 북측은 왜 남북 정상회담을 수용 했을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정상회담 수용 이유를 ‘남북과 주변의 분위기 성숙’에 두었다고 김만복 국정원장은 이날 전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노무현 대통령을 만날 결심을 갖고 있었으나 한반도 주변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역으로 북측이 6자회담 등 한반도 상황의 급진전에 대비, 나름대로 발언권과 지분의 강화를 원하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국정원 산하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조성렬 신안보연구실장은 “6자의 틀 속에서 지분을 갖기 위해서는 남북 관계를 회복하고 남측을 지렛대로 삼아 6자회담을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가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선(先) 민족공조-후(後) 6자테이블’이라는 시나리오다. 종전(終戰)선언에 관심을 가진 북측이 남북 관계 진전을 대미(對美) 압박카드로 활용할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남북정상의 평화선언을 4자 외무장관 등이 참여한 종전선언 논의의 징검다리로 삼으려 한다는 지적이다. 국방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종전선언을 제안한 상황에서 북측이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면 미국이 북측과의 관계에도 부담과 책임을 갖고 응하지 않을까 판단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3. 왜 평양인가 김 국방위원장은 1차 회담에서 ‘답방’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번 2차 회담 성사 과정은 평양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답방 없이 ‘또 평양 방문’으로 결론난 것이다. 일각에서는 “남측이 정상회담 성사 자체에 매달리다 보니 장소 문제를 북측에 맡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만복 국정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북측이 평양을 제의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잘 모시기 위해서는 평양이 가장 품위있는 장소가 되겠다고 제의해 와서 노 대통령이 평양을 가겠다고 결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잇따른 질문에 “언제 어디서든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다는 정부의 방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서 “장소 문제에 구애받지 말아 달라.”고 설명했다. 2차 회담은 서울이든, 제주든 남쪽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기대가 있어 왔다. 이마저 어렵다면 김 국방위원장의 육로를 통한 개성 회담이 ‘대안’으로 거론됐을 법하다. 정부측은 이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때문에 남북 모두 공개하기 어려운 중대한 이유가 있지 않으냐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건강 악화설이 정상회담 장소와 연관됐을 가능성이나 경호상의 문제가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4. 뒷거래 있었나 ‘대선용 북풍(北風)’ 시나리오라는 일부 비판을 무릅쓰고 회담을 전격 추진한 것은 정부에게는 부담이다. 벌써부터 한나라당은 ‘뒷거래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남북이 정치적·경제적 필요에 의해 물밑으로 뒷거래를 했다는 주장이다.1차 정상회담 당시 우리 정부가 5억달러 상당의 현금과 현물을 이면 지원한 만큼 어떤 형태로든 대폭적인 지원이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나라당 정보통인 정형근 최고위원은 “6·15 공동선언이 돈 뒷거래로 이뤄졌다면 이번 선언은 정치적 뒷거래로 합의된 의혹이 짙다.”면서 “핵 폐기를 위한 정상회담이면 몰라도 정치적 거래에 의해 의제가 선정된다면 정부·여당에 오히려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전적 뒷거래 여부에 대해 “더 지켜봐야 할 문제”라면서 “1차 정상회담과 북한의 대남관계 행태 등을 볼 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용갑 의원도 “임기가 다 돼가는 상황에서, 더욱이 의제도 설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명백한 대선용”이라고 밝혔다. 특히 “남북이 ‘교류를 양적·질적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한마디로 ‘엄청난 퍼주기’를 약속한 것을 의미한다.”며 대북지원에 관한 이면합의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만복 국정원장은 “회담 추진 과정에서 공개·비공개 채널이 모두 활용됐지만, 내적으로는 아주 투명하게 진행됐다.”고 부인했다. 5. 임기말 실효성 있나 남북정상회담 카드는 개헌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이어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후반 3대 승부수로 꼽혀 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나 우리의 국제 신인도가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임기를 6개월 앞둔 노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은 ‘양날의 칼’로 보인다. 평화선언이나 군사적 조치 등의 지속적인 진전을 이루기에는 임기말 참여정부의 동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선언과 상징성의 위력은 있겠지만, 당장 실질적인 성과의 체감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자회담이나 북측의 내부 상황이 우리 정부가 관리하기에는 지나치게 가변적이라는 점도 임기말 노 대통령에게는 부담이다. 북·미 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내년쯤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이나 국방부 내에서 두 차례에 걸친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이 결렬된 뒤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에 소외감을 토로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회성 성과보다는 다음 정부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남북정상회담의 제도화·정례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노 대통령의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 발언은 임기말 한계를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박찬구 이세영기자 ckpark@seoul.co.kr
  • [Seoul Law] “변호인단에 ‘대법관 이름’ 올리려 거액 사례”

    [Seoul Law] “변호인단에 ‘대법관 이름’ 올리려 거액 사례”

    대법원의 상고 사건이 매년 수백건씩 늘어나고 있다. 국민의 인권의식 향상과 경제 규모의 확대로 법원의 사건이 계속 증가하기 때문이다. 급증하는 사건 수에 비해 대법관 수는 턱없이 부족해 일일이 기록을 검토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이 변호인 명단에 들어있으면 대법원에서는 사건을 유심히 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반 변호사들이 대법원 사건을 맡았을 때 변호인 명단에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이름을 올리려고 애를 쓰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 수임사건 기록은 신경 써 검토” 고백 서울 서초동의 한 개인변호사는 7일 “대법원 사건을 맡을 때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이름을 변호인단에 올리기 위해 그에게 수천만원을 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전 대법관의 이름이 변호인단 명단에 들어 있어야 대법관들이 수많은 사건 기록 가운데 아무래도 내가 맡은 사건을 읽어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서류 검토 외에는 전혀 사건 실무를 하지 않는 대신 이름만 빌려주고 적어도 1000만∼2000만원을 받는 것이 변호사업계의 관례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의 한 판사는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 이름을 변호인 명단에 올리면서 돈을 주고받는다는 말을 몇번 들은 적이 있다.”면서 “반드시 없어져야 할 관행”이라고 강조했다. 과연 대법원에서는 대법관 출신 변호사 명단이 있는 사건에 얼마나 신경을 쓸까. 대법관을 지낸 D변호사는 “사건의 결과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실제로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사건을 처리할 때는 심리불속행 기각이 되지 않게 신경을 쓰는 경향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무제(현 동아대 교수) 전 대법관은 “대법관의 업무가 상당히 많은 것은 맞다. 하지만 휴일에도 일하고 대법원에 접수되는 사건 가운데는 복잡하지 않은 사건도 있기 때문에 기록을 모두 읽고 처리한다.”고 말했다. 사법개혁위원을 지냈던 서울대 법학부 신동운 교수는 “대법관은 처리할 사건이 너무 많아서 모든 사건을 깊이있게 심리를 할 수는 없다.”면서 “사건 담당 변호사에 함께 일했던 퇴임 대법관이 변호인으로 들어가 있으면 바쁜 상황에서도 기록을 신중히 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결국 대법관 전관예우는 대법관의 업무가 과중해서 생긴다고 지적했다. ●책3권 분량 사건 하루 5~6건 처리… 기록 제대로 못읽어 대법원에서 다루는 사건 수에 비해 대법관의 수가 너무 적어서 심리불속행 기각이 자주 발생한다는 지적들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한 간부는 “대법원에 연간 접수되는 사건은 모두 2만여건이지만 대법관은 모두 13명에 불과해 대법관 1명이 처리해야 하는 사건은 하루 평균 5∼6건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고등법원 판사는 책 2권 분량 기록의 사건을 하루에 2∼3건씩 처리해야 하는데, 대법관들은 책 3권 분량의 사건을 하루에 5∼6건씩 처리해야 한다.”면서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대법관들은 제대로 서류를 읽지도 못하고, 뚜렷한 이유도 제시하지 않고 심리불속행에 따라 사건을 기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10대 로펌 퇴임 대법관 서로 ‘모시기’ “전 대법관이 대법원 사건을 대리하면 대법원과 의사소통도 잘 되고 대법관이 사건 기록을 한 번 더 보기 때문에 로펌에서 경쟁적으로 대법관 출신을 영입합니다.”국내 5대 대형 로펌에 들어가는 A로펌 대표변호사의 말이다. 퇴임한 대법관들이 대형 로펌으로 몰려가고 있다. 이들은 로펌에서 고액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3년 이후 퇴임 14명중 9명 대형 로펌 소속 지난 2003년 이후에 퇴임한 대법관 14명의 현황을 추적해봤다.9명은 10대 대형 로펌에서 일하고 있으며,2명은 개인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이강국 전 대법관은 태평양에 근무하다 올해 초 헌재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머지 2명은 학계로 갔다. 손지열 전 대법관은 김앤장에, 송진훈 전 대법관은 태평양에, 서성·이규홍·변재승 전 대법관은 각각 세종·광장·화우에 몸을 담고 있다. 박재윤·유지담·이용우 전 대법관은 각각 법무법인 바른과 KCL, 로고스에 둥지를 틀었다. 모두 10대 대형 로펌이다. 윤재식·강신욱 전 대법관은 개인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B로펌 대표변호사는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은 보통 중요한 사건을 맡는데 이런 사건들은 보통 대법원까지 가기 때문에 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퇴임후 각각 모교인 동아대와 영남대에서 석좌교수를 맡고 있는 조무제·배기원 전 대법관은 모두 “변호사로 활동하면 경제적인 혜택을 더 받겠지만 후학을 양성하는 것이 공익에 더 부합된다.”고 말했다. 대법관 출신의 대형 로펌행은 2000년대 들어 두드러진다.1990년대에는 퇴임 대법관 21명 가운데 7명이 로펌행을 택했고,14명은 개인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최근 전 대법관들이 대형 로펌으로 가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에 급성장한 대형 로펌이 기업의 소송을 많이 대리하면서 자본이 몰리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통합민주신당의 김동철 의원은 “대법원에 있는 대형 경제사범 사건의 대부분을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들이 맡고 있다.”면서 “퇴임 대법관의 배임·횡령·기업인 사건 수임 사례를 보면 이임수·서성 전 대법관은 4건, 윤재식 전 대법관은 6건, 신성택·김형선·박준서·이용우·정귀호 전 대법관은 각각 1건씩 수임했다.”고 말했다. ●대형 기업 사건 수임 많아… 월 보수 3000만~2억원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이 구속 기소되자마자 대법관 출신의 정귀호·이임수 변호사가 변호인으로 선임됐다. 윤재식 전 대법관은 두산그룹 사건의 변호를 맡았다. 김동철 의원은 “대형 로펌에 속한 7명의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월 보수액을 조사한 결과 한 달에 적어도 3000만원에서 많게는 2억원까지 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에게는 승용차와 기사가 제공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우리나라 법원에서 상징성을 가진 법관들이 퇴임 뒤 보통 사람보다도 더한 이익추구 행태를 보이며 명예와 권위를 잃고 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헌재 재판관 출신은 로펌서 ‘외면’ 우리나라 5부인 행정부·입법부·사법부(대법원)·헌법재판소·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가운데 헌재와 대법원은 우리나라 최고의 사법기관이다. 헌재 재판관 9명과 대법원 대법관 13명은 모두 장관급으로 임기는 6년이다. 퇴임하고 나면 대법관 출신은 로펌에서 서로 초빙하려고 들지만, 헌재 재판관 출신은 로펌으로부터 외면받는다. 헌재 재판관을 지낸 변호사는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로펌의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사건´ 처리 많아 수익에 도움 안돼 꺼려 2003∼2007년에 퇴임한 헌재 재판관 10명의 현황을 추적해본 결과 4명이 로펌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상경·권성 전 재판관은 법무법인 이우와 대륙에, 김효정과 송인준 전 재판관은 법무법인 한승과 서린에 각각 몸을 담고 있다. 소속 로펌은 모두 중소 규모다. 대법관 출신들이 대형 로펌에서 근무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대현·하경철·김영일·김경일·주선회 전 헌재 재판관은 개인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헌법재판소장에 내정됐다가 인준 파동을 겪고 지명철회된 전효숙 전 재판관은 아직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다.1990년대에 퇴임한 헌재 재판관들도 대부분 개인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퇴임 10명중 4명만 중소규모 로펌에 법무법인 광장의 한 파트너 변호사는 “헌법재판소 사건은 우발적이고 정치적인 것이 많다.”면서 “수익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로펌에서는 헌재 재판관을 지낸 분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영입활동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대한변협의 한 관계자는 “법원 간부에게 헌법재판소에 가라고 하면 별로 내켜하지 않는 분위기“라면서 “헌재로 갈 바에야 차라리 몇 년 더 있다가 대법원에 가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법원에서 20여년간 근무한 법무법인 화우의 한 파트너 변호사는 “헌재 재판관보다 대법관 출신을 훨씬 선호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는 퇴임 뒤 수임료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지방시대] 청주직지문화특구에 거는 기대/남기헌 충청대 행정학부 교수

    마침내 중앙정부가 직지(直指)의 진가를 알았나 보다. 지난 6월 인쇄문화산업진흥법을 만들더니 며칠 전에는 지역특화발전특구위원회를 열어 청주 고인쇄박물관 주변을 ‘청주직지문화특구’로 지정했으니 말이다. 청주직지문화특구는 문화자원을 바탕으로 지정된 국내 최초의 특구여서 의미가 크다. 이는 지역의 조그마한 시민단체가 문화운동으로 시작한 직지찾기운동이 그 시발점이었다. 풀뿌리민주주의 실천이 낳은 쾌거라 아니할 수 없다. 직지가 갖고 있는 의미와 가치를 곱씹어 보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문화유산임에 틀림이 없다. 그 이유는 직지가 독일의 구텐베르크보다 78년 앞선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인쇄된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이라는 점이다.2001년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도 그 가치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직지는 인류사에 정보의 생산, 기록, 교류를 촉진하는 매개체로서 학습의 양과 질을 가속화시켰다. 현대의 지식정보사회를 이루는 토대가 되기도 했다. 정보기술과 인간의 창조적 지식을 통합하여 새로운 가능성이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도 제시해 준다. 청주시와 시민단체가 정부의 관심 밖에 있던 직지의 세계화를 통해 청주의 세계화 전략을 구상하고 다듬어온 것도 이 때문이다. 직지의 가치를 문화·경제와 연계해 청주의 세계화에 경쟁력을 확보한 뒤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산업도시이자 세계 최고 인쇄문화도시로 승화시키자는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이번 특구지정으로 중앙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받게 되면서 이러한 프로젝트가 힘을 얻게 됐다. 직지특구의 계획에는 2010년까지 총 130억원을 들여 직지문화특화거리를 조성하고 기반조성 사업, 직지문화 관광상품 개발 및 홍보 사업, 관광자원 개발과 투어링사업 등 3개 분야에서 10여개 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구지정이 지방정부 경쟁력을 가져오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하지만 청주시가 정부의 특구지정 원칙과 방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합리적으로 대응할 때에 그 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다. 청주직지문화특구 지정이 직지가 지니는 상징성과 위상에 걸맞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보완이 필요하다. 먼저 선택과 집중이다. 행사를 위한 행사로 추진되고 있는 직지와 관련된 사업을 재정비해 직지의 위상에 걸맞은 사업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시민사회단체, 학술단체, 언론기관 등이 나눠먹기식으로 추진하고 있는 직지 관련 사업과 예산도 재정비해 효율적으로 배분해야만 한다. 청주시 중기 재정계획과 도시 기본계획과정과의 연계도 필요하다. 둘째 청주직지문화특구의 지리적 범위가 재정립돼야 한다. 현재의 특구범위로는 직지를 통한 인쇄문화도시의 초석을 다지는 데 역부족이다. 추진 과정에서 기존 특구범위에다 그동안 연구돼온 직지문화지구를 도시계획에 담아 이를 연계한 발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셋째 직지문화특구 지정이 지니는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관련 전문가들의 관심과 배려, 중앙 정부의 인식 제고를 통한 행정력과 예산 지원도 절실하다. 특히 직지 관련 사업을 전반적으로 기획 운영하는 청주고인쇄박물관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완해야 한다. 세계문화유산을 관리 운용하는 중심축다운 지위와 조직, 시설, 연구인력이 필요한 것이다. 독일 마인츠시가 구텐베르크의 세계화 100년 역사를 통해 세계적인 인쇄문화도시로 거듭난 점에 비춰 보면 청주직지문화특구의 지정은 청주시의 미래이자 희망이다. 직지의 가치를 살려 청주의 희망이 한국의 희망으로, 더 나아가 세계 지식산업의 희망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남기헌 충청대 행정학부 교수
  • [Local] 유엔기념공원 경비 맡아

    향토사단인 육군 53사단은 30일 부산 남구 대연동 유엔기념공원에서 다음달 1일부터 경비 업무를 수행한다고 밝혔다.53사단이 경비업무를 맡게 된 것은 4월 유엔기념공원 관리위원회(UNMCK)가 유엔기념공원의 상징성이 퇴색될 것을 우려해 국방부에 경비병력 파견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53사단은 이에 따라 지난 7월 경비근무 인원을 선발, 대전현충원 등에서 의장행사, 제식교육 등을 받았으며 다음달 1일부터 정문 경계 근무, 국기게양 등 업무를 한다.
  • [사설] 개성공단 임금 15% 올리라는 북한

    북한이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최저임금(기본급)을 8월부터 15% 올려달라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겠다고 통보해 왔다고 한다.2004년 개성공단이 가동된 이래 몇차례 임금 인상 요구가 있었지만 실제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북한은 이번에 그동안 유보됐던 임금 인상 요구치를 한꺼번에 얻어내겠다는 속셈으로 풀이된다. 우리는 개성공단이 갖는 남북 교류와 화해·협력의 상징성, 중국산 저가 공세로 고사위기에 처한 국내 제조업의 탈출구 등 복합적인 의미를 감안할 때 남북이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임금 인상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개성공단은 북핵사태 등 한반도 위기상황에도 금강산관광과 더불어 남북간 극단 대결을 누그러뜨리는 완충역할을 해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미국의 거부로 개성공단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우리측이 줄기차게 미측을 압박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더구나 개성공단이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남북이 합의·작성한 ‘전년도 노임의 5%를 초과해 올릴 수 없다.’는 노동규정을 무시하는 과도한 임금 인상요구는 개성공단의 앞날에 대한 불안과 불신을 부채질할 수 있다. 배치와 해고 등 인력 운영도 자유롭지 않은 데다 임금마저 북한이 요구하는 대로 올려야 한다면 어떤 기업이 입주하려고 하겠는가. 북한의 요구대로 임금을 올리면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임금은 베트남의 80%선에 이른다고 한다. 북한이 유념할 대목이다. 자칫하다가는 개성공단의 최대 장점을 스스로 허무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 있다. 지금은 임금투쟁에 앞서 보다 많은 기업이 개성공단을 찾아오게 해야 한다. 임금 알력으로 개성공단에 먹구름이 드리워져선 안 된다.
  • [닥터 ‘이지’의 발칙한 치아 얘기] 꿈에서 이가 빠진다면…

    ‘꿈에서 이가 빠지면 재수가 없다.’는 얘기가 있다. 자신의 치아가 빠지는 꿈을 불길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치아뿐이 아니라 머리카락, 손톱, 눈썹 등이 빠지는 꿈도 ‘흉몽’으로 보았다. 이것이 우리 식의 꿈 해몽이었다. 치아는 그 위치에 따라 상징성이 달라 윗니는 윗사람, 아랫니는 아랫사람, 어금니는 먼 친척, 앞니는 존속 또는 비속을 의미한다. 그러자니 사위가 애매해 덧니를 사위쯤으로 보았다. 몇 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 치아가 흔들리는 꿈은 자신이나 가족이 직장을 잃거나 병들어 근심, 걱정을 하게 되며, 이를 뽑는 꿈은 동기나 친척의 거세를 암시한다. 치아가 저절로 빠지는 꿈은 자연적인 추세에 의해 불행을 체험하게 되는 의미로 본다. 직장에서 면직되거나 성적인 능력이 떨어지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가 온통 우수수 쏟아지는 꿈은 자신이 관련된 단체가 와해되거나 집안의 운세가 쇠퇴할 것을 암시한다고 해석했다. 앓던 치아나 충치를 가진 사람이 꿈에 이 치아를 뽑아내는 꿈은, 자신의 일이 성취되어 근심, 걱정이 해소되거나 결혼을 앞둔 여성은 모든 준비가 순조로워 걱정이 없는 결혼을 체험하게 될 것임을 암시한다고 보았다. 물론 평소 치아 때문에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면 거기에서 해방되고 싶은 간절한 소망도 담겼겠지만…. 치아가 빠진 곳에서 새 이가 나는 꿈도 있다. 이는 새 식구, 직장에서 새 직원이 생기거나, 지금까지 열망했던 일이 성사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치아가 빠진 자리에서 피가 나는 꿈은 누군가 죽음과 동시에 많은 재물이 탕진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으로 보았다. 남의 치아를 뽑아 주었는데 이런 일을 당하면 딴 사람이 죽은 덕분에 오히려 재물이 생긴다는 의미다. 아래쪽 덧니나 어금니가 빠지는 꿈도 있다. 아래쪽은 아랫사람, 어금니는 먼 일가붙이, 덧니는 사위쯤 되니까 현실에서는 자기 사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을 꿈이다. 의치를 해서 빠진 치아를 해넣는 꿈은 협조자를 얻는다는 뜻이며, 자신의 치아가 검게 변하거나 누렇게 때가 묻어 있는 꿈은 집안에 근심, 걱정이나 불길한 일이 생긴다는 의미로 읽었다. 뽑힌 잇새가 마음에 걸려 허전함을 느끼면 외롭게 되거나 고독해진다고 보기도 했다. 이처럼 치아와 관련된 꿈이 다양한 것은 우리의 ‘오복(五福)’의식에서 보듯 전통적으로 치아의 존재를 중하게 여겼으며, 따라서 잘 보존해야 한다는 이른바 ‘건치관(健齒觀)’을 반영한 것이라는 시각이 설득력이 있다. 이런 꿈이 우리에게 주는 건강 메시지는 간명하다.‘치아가 빠지지 않도록 평소 잇몸질환이나 충치를 미리 점검하고 관리할 것,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치아가 빠졌다면 가능한 한 빨리 복원해 재물보다 귀하다는 건강을 얻으라.’는 것이 그것이다.치의학 박사·강남이지치과 원장(www.egy.co.kr)
  • 인천경제구역 개발 힘 실린다

    인천경제자유구역(IFEZ) 개발사업이 송도와 영종 지구에 이어 청라 지구에서도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그동안 논란을 빚은 청라 지구의 컨셉트를 ‘국제금융 및 레저·휴양’으로 정하고 77층짜리 쌍둥이 세계무역센터(WTC) 빌딩을 청라지구에 세우기로 세계무역센터협회(WTCA)와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송도 지구는 미국의 게일사와 포스코의 합작으로 국제업무와 IT·BT단지로 ▲영종 지구는 항공물류단지이자 화상그룹인 리포그룹 중심의 레저관광 단지로 각각 개발되고 ▲청라 지구는 국제금융과 레저단지로 거듭나게 된다. 특히 9·11 테러로 무너진 뉴욕 WTC의 상징성이 청라 지구에서 부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WTC 빌딩을 77층으로 정한 것은 행운의 숫자 ‘7’ 때문이지만 9·11 당시 납치된 미국 비행기가 뉴욕 WTC 빌딩을 들이받은 부분이 77층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WTCA는 전세계 85개국에 289개의 WTC 빌딩을 세웠지만 9·11 이후 국제금융의 메카가 될 건물은 아직까지 건립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청라에 WTC 빌딩이 들어서면 송도지구의 151층 쌍둥이 건물,2009년 말 완공될 인천대교와 함께 인천 경제자유구역의 3대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3개 지구의 주요 시행업체가 확정됨에 따라 지구별 외자유치와 개발 경쟁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태균 재경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장은 “그동안 외자유치가 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온 것은 경제자유구역이 외국인에 친화적인 복합개발사업이라는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데 따른 것”이라면서 “외국인이 살기 위한 주거·의료·교육 등 정주시설과 각종 인프라가 갖춰진 뒤에야 외자유치가 이뤄지는 게 보통”이라고 강조했다. 송도지구에는 2010년까지 국제학교와 중앙공원, 컨벤션센터, 뉴욕장로병원(NYP)이 2014년까지 60여개 오피스 건물과 서구식 상가지역이 들어선다. 청라지구와 마주한 운북지구에 2015년까지 대규모 관광·레저타운을 짓겠다고 발표한 세계 2위의 화상(華商)그룹 리포는 “사람을 모이게 하는 것이 개발의 첫번째 단계”라고 밝혔다. 따라서 청라지구에는 WTC 빌딩 이외에 주변에 주거·상업시설, 쇼핑몰, 컨벤션센터를 세울 계획이다. 아울러 청라 지구를 국내 레저·휴양단지로 만들기 위해 리조트형 카지노와 패밀리 호텔의 유치도 추진하고 있다. 당초 세계 최대의 카지노 운영업체인 ‘해라 엔터테인먼트’와 접촉할 때 정부는 영종 지구에 카지노 유치를 제안했으나 해라 측은 청라 지구에 더 관심을 표명했다. 청라 지구에 들어올 미국의 MD앤더슨 암센터와 연계하려는 의도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병원과 호텔을 연계해 개발하는 방식이 새로운 추세”라고 밝혔다. 송도지구의 뉴욕장로병원(NYP)도 구름다리로 연결한 호텔을 병원 옆에 건립할 예정이다. 환자들을 돌보는 가족들이 호텔에 묵으면서 남는 시간에 카지노나 레저·스포츠 시설에서 보내게 한다는 생각이다.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데스크시각] ‘같기도’ 세상/심재억 문화부 차장

    혹시 ‘같기도’라고 들어보셨는지요? 모 방송사의 코미디 프로그램에 들어있는 짧은 개그코너입니다. 보신 분들은 ‘아하!’하실 이 같기도의 정체성은 ‘애매’와 ‘모호’에 있습니다. 같기도라는 명칭에서 보듯 경계를 오가는 인식이나 판단의 혼란 상태를 코미디 언어로 상징화한 것이지요. 세상의 흠결들, 이를테면 온갖 악폐와 부조리, 양극화로 치닫는 우열의식과 빈부, 허위 등에 가해지는 이 신랄한 조소(嘲笑) 앞에서 우리는 앙리 베르뇌유 감독의 영화 ‘25시’에서 본 앤서니 퀸의 우는 것 같기도 하고, 웃는 것 같기도 한 그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같기도를 생각합니다. 사회적 시각으로 보자면 같기도가 함축하는 상징성은 짝퉁과 표절, 복제 등으로 구체화되는 우리 사회의 온갖 사이비 행태에 대한 통렬한 비판일 것입니다. 그 TV속 같기도가 희화(戱化)한 소재들이 우리 현실의 투영이라면 지금의 한국, 그리고 한국인의 핏속에 녹아있는 정치, 경제와 사회, 문화, 나아가 그런 모든 분야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국민의식까지도 같기도의 농단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가진 모든 부조리의 본질을 꿰는 그 촌철살인의 기지에 ‘그래, 맞아’하고 무릎을 친 사람이 어디 저뿐이겠습니까? 그 같기도가 우롱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진짜와 가짜의 혼동입니다. 공자는 사이비를 말하며 ‘붉은 빛을 어지럽힐까 두려워 자주색을 미워한다.’고 했습니다. 연암 박지원은 ‘무릇 진짜에 가깝다거나 닮았다고 할 때는 (거기에)이미 다르거나 가짜라는 의미가 들어있다.’며 ‘어찌해서 진짜는 못 되고 닮기만을 구하는가. 그것은 참된 것이 아니다.’라고 설파했습니다. 진짜가 아니라 진짜를 닮았을 뿐인 혹초(酷肖)이든 정말 진짜 같은 핍진(逼眞)이든 모두 사이비, 즉 같기도의 주전부리거리밖에 안 되는 것들이겠지요. 이 같기도의 안경에 비친 세상은 한 편의 요지경(瑤池鏡)입니다. 모든 것이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다시 들여다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당장 요절을 낼 것처럼 날뛰던 미국이 북한에 추파를 보내고, 북한도 ‘철천지원수’라던 미국의 깨춤이 싫지만은 않은 표정입니다. 그래도 가재는 게 편이어서 동포 좋다는데 배 아플 일이야 없지만 어지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와 어떻게 얽혔든 바깥 일이야 반쯤은 남의 일이라 여기며 살지만 안으로 눈길을 돌리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사람 사는 곳에 왜 분란이 없으며, 소동은 또 왜 없겠습니까만 그 격(格)이 도무지 성에 차지 않아섭니다. 남장한 여자, 여장한 남자가 판친다는 강남 유흥가 얘기야 뒷전으로 쳐도 아들에게 매 맞는 아버지, 아버지의 봉양을 받는 아들, 이런 가족윤리의 전도는 ‘죽도 밥도 아닌 세상’의 보편적인 흐름이 되었습니다. 정치판이라고 다를 게 없습니다. 숱한 개혁입법을 주물러 개악입법으로 둔갑시킨 열린우리당은 ‘꼴통 수구정당’ 같고, 우리도 북한 정권과 관능의 춤판 한번 벌이고 싶다며 슬쩍 대북정책의 기조를 바꾼 한나라당은 ‘맹탕 진보정당’ 같습니다. 그 위층에는 대통령도 같고 매품 파는 흥부도 같은 ‘노통’이 있고, 몇 걸음 뒤에는 구국의 애국자도 같고 파탄난 독재자도 같은 ‘박통’이 어른거립니다. 그 아랫줄에는 대통령이 될 것 같기도 하고 ‘삼팔따라지’가 될 것도 같은 이명박이 있고, 그 옆에는 요강단지 같기도 하고 골동품 같기도 한 박근혜가 있습니다. 모르겠습니다만, 유효하고도 정리된 가치관을 갖지 못한 이 땅에서 사는 게 문제라면, 저도 같기도의 힐난을 피할 수 없겠지요. 산다고 살았지만 살아온 날들이 ‘풀도 아니고, 나무도 아닌 것’이어서 영 말이 아니니까요. 저야 그렇다 치고, 그걸 재밌어하는 당신은 지금 무엇 같고, 또 무엇 같은 삶을 사시는지요? 심재억 문화부 차장
  • “美 종전선언 제의 전에 정부 8·15께 먼저해야”

    “美 종전선언 제의 전에 정부 8·15께 먼저해야”

    정부가 오는 8·15 광복절을 전후해 ‘종전(終戰)선언’을 전격 제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월4일 안보분야 3대 국책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과 외교안보연구원, 통일연구원이 공동으로 진행한 비공개 세미나에서 우리 정부가 한반도 종전선언을 선도적으로 제의하는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안보분야 3대 국책硏 5월 비공개 세미나 서울신문이 단독입수한 ‘한반도 안보상황 진전대비 군사분야 추진전략’이란 보고서에서 국방연구원은 “현재 미국이 북한의 2·13 합의 이행을 유도하기 위해 종전선언을 먼저 제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우리가 종전선언을 주도적으로 추진함으로써 비핵화와 평화체제 추진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종전선언 제의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8·15 성명 등을 통해 2·13 합의 이행 및 한반도 비핵화 협상과 연계해 국제적인 공론화를 추진한다.”는 방안까지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 임기 안에 종전선언이 성사된다면 정치적 효과와 상징성이 정상회담을 능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핵화와 평화체제 주도권 확보” 건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보조를 맞추면서 ‘대선용’이라는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조성렬 신안보연구실장은 “북한 핵시설의 불능화가 이뤄지는 6개월 이내에 종전선언이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보고서 작성자로 알려진 김모 연구위원은 “세미나는 2·13 합의 이후 북핵 정세 변화에 따른 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비공개로 마련된 자리였다.”면서 “BDA 문제 해결로 2·13 합의 이행이 탄력을 받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종전선언 제안의 적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미나가 열리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정부 안팎에선 세미나의 ‘주문자’로 청와대를 지목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핵과 평화체제 문제를 두고 세 연구기관과 수시로 비공개 세미나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세미나 내용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면서 “종전선언 제안과 관련, 청와대 내의 구체적 움직임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용어클릭 ●종전선언 한국전쟁 당사국의 정치지도자들이 ‘정전(停戰)’상태의 종결을 정치적으로 선언하는 것. 일종의 신사협정으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대표들이 서명하고 효력발생 시기 등을 명시한다면 조약에 준하는 성격을 갖게 된다. 정전상태의 법적인 종식을 위해서는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하지만 최근 남북관계 및 주변여건을 고려, 평화협정으로 가는 중간단계로 종전선언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 [열린세상] 공무원의 액션 바이러스/문인철 정치경제평론가

    [열린세상] 공무원의 액션 바이러스/문인철 정치경제평론가

    연일 정치판과 매스컴은 검증이다, 통합이다 하면서 떠들썩하다. 뭐 그리 법석이냐며 못마땅해하는 분도 있겠지만, 이해해줘야 한다. 마을 이장을 뽑더라도 한바탕 회오리바람이 불기 마련인데, 하물며 한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대통령 선거인데 조용하겠는가. 이 정도의 야단법석은 당연한 것이다. 어떤 언론에서는 소모적인 소란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자신들의 구도대로 대선을 진행하려는 의도가 뻔히 보이는 수작이다. 한나라당 후보들은 정책토론회를 거치면서 공약을 제시하였다. 반면 여권에서는 거의 매일 대통령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출마 선언만 했을 뿐이지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1980년 이후 대선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공약이 있는데 ‘규제완화’ 또는 ‘규제철폐’가 바로 그것이다. 현 한나라당 예비후보들에게도 규제완화의 공약이 빠지지 않았다. 향후 공약을 제시할 여권의 후보들도 공약에 규제완화가 들어갈 것은 뻔하다. 물론 과거에도 새로 출범한 정권마다 경제동력과 기업가정신을 좌절시키는 규제를 없애고자 노력하였다. 실제로 규제완화의 성과도 있었다. 문제는 대선을 치를 때마다 규제완화가 공약으로 계속 반복된다는 것이다. 여전히 규제완화는 경제문제의 주요 화두인 것이다. 인류역사상 정부가 존재하면서도 규제가 전혀 없는 자유방임(laissez-faire)은 경제학 교과서에서나 등장하는 체제이다. 경제사적으로는 예외적으로 자유방임시절이 존재한 적이 있긴 했다. 영국에서 산업혁명기의 약 40여년과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직후의 약 12년이다. 산업혁명이 최고조일 때 영국정부는 뒷북만 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규제하고자 해도 혁명적으로 변화하는 기술과 생산량의 증가를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예측이 가능해야 지원을 하든, 규제를 하든 할 것이니까 말이다. 독립 후의 미국은 좀 다른 경우이다. 중앙정부가 있었지만 상징성만 존재했지 실권이 없었다. 그래서 정부체제가 갖추어지기 전 처음 12년 동안 자유방임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 두 경우도 아주 짧은 기간일 뿐이다. 이렇듯 이 두 경우 외에는 정부규제가 없는 세상이란 상상조차 불가능하다. 산업혁명 등의 경제적 혁명기는 혁명기라는 명칭 자체로서 정부규제가 어려웠다는 것이 이해된다. 그러나 세계의 각 나라들과 우리나라 각 정권들이 규제완화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것은 공무원의 특성을 알아야만 이해가 된다. 단순하게 생각해 보자. 공무원이 존재하는 한 규제는 피할 수 없다. 공무원의 주요 업무가 인·허가이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은 행동하고 싶어한다. 명분은 얼마든지 있다. 시장작용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또는 시장실패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이다. 공무원은 행동하지 않으면 존재 이유가 없다. 그래서 그들은 행동하지 않는 것을 두려워한다. 일종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통용되는 용어는 아니지만 ‘액션 바이러스’이다. 즉, 공무원은 액션 바이러스에 의해 규제강화를 위한 액션을 지속하려는 의지에 늘 사로잡혀 있다. 과거 각 정권들이 출범시마다 규제철폐를 부르짖었지만 공무원의 비협조로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바로 공무원의 ‘액션 바이러스’ 때문이다. 규제완화를 통해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려 한다면 액션 바이러스를 제거하지 않고는 절대 불가능하다. 교육이나 지시를 통해 변화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 종류가 아니다. 결국 규제완화를 하려면 규제담당 공무원 직책을 없애야만 가능하다 하겠다. 대통령 선거는 미비한 제도나 정책을 대폭 개선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공무원의 액션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획기적인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문인철 정치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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