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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공원 꽃 페스티벌

    서울대공원은 봄꽃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는 ‘봄 향기 꽃 페스티벌’을 24일부터 다음달 25일까지 식물원에서 연다고 밝혔다. 대공원측은 고대 로마에서 매년 봄 ‘꽃의 여신’ 플로라를 숭배하는 축제를 열었던 것에 착안해 플로라 여신상이 꽃으로 꾸며진 궁전 속에 자리한 형태의 행사장을 만들었다. 플로라 여신상 옆에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여신 헤라,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의 조형물도 전시돼 신화 속 환상의 공간을 재현한다. 특히 고흐의 ‘해바라기’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등 세계적인 명화들도 꽃으로 재현된다. 이 밖에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테마로 한 정원과 서울동물원의 상징물인 호랑이 캐릭터가 전시된 꽃동산도 만들어진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할리우드? 웰리우드! 뉴질랜드, 대형글자판 계획

    할리우드? 웰리우드! 뉴질랜드, 대형글자판 계획

    웰컴 투 할리… 아니, 웰리우드(WELLYWOOD)! 뉴질랜드 웰링턴에 미국 할리우드를 상징하는 대형 글자판을 본 딴 ‘웰리우드’ 글자판이 세워진다. 웰링턴 지역언론 ‘더 도미니언 포스트’에 따르면 ‘WELLYWOOD’라는 대형 글자판이 미라마르 반도에 오는 6월 설치될 예정이다. 낱자 높이는 3.5m이며 9자를 연결한 전체 길이는 28m에 이른다. 이 글자판에는 웰링턴시를 중심으로 한 뉴질랜드 영화 산업의 성공을 자축하는 의미가 담겼다. ‘반지의 제왕’과 ‘아바타’의 특수효과를 담당한 ‘웨타디지털’(WETA)을 비롯한 10개의 영화 관련 업체가 미르마르 반도에 자리를 잡고 세계 영화산업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유명한 뉴질랜드 출신의 피터 잭슨 감독은 이 글자판과 관련해 “세계적인 흥행작들이 이 곳, 웰링턴에서 태어났다.”며 “글자판에서 1마일(1.6km) 안에 ‘중간계’(반지의 제왕)와 ‘판도라 행성’(아바타)가 만들어진 곳이 있다.”고 말했다. 케리 프렌더가스트 웰링턴 시장은 “(이 글자판은) 뉴질랜드 영화 산업의 심장이자 영혼이다. 우리 시는 영화로 이룬 성공에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비행기로 도시에 들어설 때 가장 먼저 보이는 상징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진=The Dominion Post 서울신문 나우뉴스 박성조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서울디자인’ 대부 권영걸 “디자인은 서울사람을 위한 것”

    ‘서울디자인’ 대부 권영걸 “디자인은 서울사람을 위한 것”

    2010년 서울은 디자인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길을 가다 눈에 띄는 건물이나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소, 있는듯 없는 듯한 맨홀 뚜껑, 서울의 상징 해치 등 경험하는 모든 것은 ‘디자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때부터 강조했던 ‘디자인’, 서울이 디자인 도시로 면모를 갖추고 있다. 오 시장은 2006년 7월 취임사에서 “21세기는 모든 것이 디자인인 시대”라면서 “우리는 모두 ‘세상에 하나뿐인 서울’, ‘세계 초일류의 서울’을 만드는 디자이너”라고 역설했고 서울을 ‘디자인’ 하기 위해 힘을 쏟았다.  오 시장은 이를 위해 취임 1년후 초대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으로 서울대 미술대학장을 지낸 권영걸 교수를 영입했다. 지방자치단체가 디자인의 개념을 도입하고 적용한 첫 사례다. 디자이너가 부시장급으로 근무한 것도 대단한 파격이었다.  이후 2년간 ‘양적 풍성함’에서 ‘질적으로 훌륭한’ 도시로, ‘격이 있는 도시’ 서울로 거듭나는 과정의 중심에는 권 교수가 있었다. 그는 지난 2년간의 활동을 정리해 최근 ‘서울을 디자인한다’는 책을 냈다. 오 시장의 강연 제목과 같은 이 책을 통해 서울이 디자인의 도시로 변해가는 과정을 설명했다.  권 교수는 이 책에서 ‘디자인 서울’이 지향하는 22가지 핵심 원칙을 제시하면서 서울의 역사성,인간 중심,자연과의 조화에 우선 순위를 뒀다. 공공 디자인은 배려에서 시작된다는 말로 이런 원칙을 부연하고 있다.  다시 서울대 미대로 복귀한 그는 최근 기자와 인터뷰에서 “21세기는 도시간에 경쟁하는 시대로, 그 경쟁력은 디자인에 있다.”면서 “서울을 디자인을 통해 자연친화적이고 안전한 도시로 탈바꿈시켜 매력있고 재미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저간의 얘기를 풀었다.  그는 ▲디자인서울 거리 ▲야간경관 조명계획 ▲옥외 광고물 정비 및 개선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조성 등 많은 사업을 진두지휘했다.권 교수는 지금도 서울디자인재단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권 교수는 당시에는 “서울을 바꿀 창조적 도시혁신사업에 해외 사례를 수없이 연구·시찰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적용하면서 서울의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무엇보다도 서울을 대표하는 ‘상징’이 필요했다.”면서 “서울 종합상징 체계를 구축하는 게 최우선 과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파리하면 에펠탑, 뉴욕하면 자유의 여신상이 떠오르듯 서울도 세계 속에 일관된 이미지를 심어줄 필요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서울의 상징 ‘해치’가 태어났고, 서울색과 서울 서체 등이 개발됐다. ☞ ‘서울을 디자인한다’에 실린 사진 더 보러가기  서울의 새 명소인 ‘광화문 광장’에 세워진 세종대왕 동상 이야기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2009년 8월 광화문 광장이 시민의 품에 안기고 10월에는 세종대왕 동상이 들어섰다. ‘이야기가 있는 서울’에 무게를 싣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까지 많은 논란이 오갔다. 세종대왕 동상이 이순신 장군 동상 뒤에 위치하게 되면서 군왕이 신하의 뒤를 볼 수 없다는 주장, 임금을 비바람이 몰아치는 광장에 두면 안 된다는 주장, 이순신 장군 동상을 옆쪽으로 옮기고 무신(武臣)이 아닌 문신(文臣) 중 정도전의 동상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정도전은 조선시대의 개국 공신으로,육조거리(광화문거리 양쪽)를 포함한 도읍 한양의 틀을 짠 주역이다.  이처럼 많은 논쟁이 오간 끝에 현재의 세종대왕 동상과 광화문 광장이 완성됐다. 이는 세종로 일대의 문예를 부흥시키기 위한 기틀이었다. 세종문화회관을 중심으로 정동극장·서울시립미술관·서울시립박물관·고궁 등 30여개의 문화예술기관이 모여 뉴욕의 브로드웨이 못지 않은 ‘시민의 문화 명소’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또 권 교수는 이같은 사업들이 ‘지속가능한 혁신’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 도시디자인 기준인 ‘디자인 서울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에 주력했다. 공공 건축물,공공 시설물,공공 공간,공공시각 매체,옥외 광고물 5개 분야에 대한 지침으로 ‘디자인 서울로 가는 길’이 연속성·일관성을 갖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는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해 “디자인은 결국 살기좋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환경을 기치로 자연을 섬기고 시민들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디자인의 궁극적인 목표라 역설했다. 디자인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한 말이다. 디자인은 사치란 생각, 디자인은 외형에만 치중한다는 생각들이 흔히 사람들이 가지는 선입견이다.  하지만 도시의 디자인이 개선되면 시민의 움직이는 ‘생활 동선’이 재미있고 쉽게 바뀌면서 시민의 건강과 사회의 안녕을 다 챙길 수 있다. 이런 결과로 버스정류소에 버스 도착시간을 알려주는 것만으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맨홀 뚜껑 하나도 보도 재질과 일치시키고, 주변과 높낮이를 똑같게 해 걸려 넘어지는 것을 방지했다.  그는 디자인 개선은 결국 ‘자연을 위한 일’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한강르네상스와 남산르네상스는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회복함으로써 서울이 가진 천혜의 경관자원 가치를 극대화한다. 생태환경을 보전하면서 성장동력으로서 가치를 높임으로써 서울 도시문화 혁신의 원천으로 활용 가능하다.  디자인거리 조성으로 ‘걷고 싶은 거리’에서 ‘머물고 싶은 거리’가 되면 그 지역 경제가 발전한다는 논리다. 시민과 관광객 체류시간이 길어지면 질수록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란다. 이처럼 서울시가 디자인 도시가 돼 얻는 유·무형적 이익은 결국 시민에게로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디자인을 통한 변화의 과정에 시민들이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동참하길 바란다.”며 “디자인 도시는 시민이 주체가 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권영걸 교수는 누구?  서울대 미술대학과 환경대학원을 거쳐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디자인학 석사, 고려대 건축공학 박사를 받았다. 권 교수는 서울대 미대 학장과 한국디자인진흥원 이사 등을 역임한 국내 최고의 도시디자인 전문가다. 오세훈 시장 취임 이듬 해(2007년 5월)부터 초대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지금은 한국공공디자인학회장, 서울디자인재단 이사장, 국회공공디자인포럼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 재임때 ▲건축물의 디자인 가이드라인 제정 ▲서울의 서체와 색을 개발 ▲서울의 브랜드 상징물(해치)을 선정 ▲동대문 디자인플라자&파크(DDP) 운영 계획 ▲서울디자인올림픽 기획 등의 성과를 이뤘다.  이에 따라 디자인서울 비전을 시정 전반에 실제로 적용할 수 있도록 정책으로 체계화하고 기본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디자인서울의 기틀을 마련한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도시와 길] 인천 중구청 인근 역사문화의 거리

    [도시와 길] 인천 중구청 인근 역사문화의 거리

    인천 중구청 앞길을 비롯해 인근에 형성돼 있는 길은 ‘역사문화의 거리’로 불린다. 이 일대는 우리나라 개항기 건축물이 밀집된 데다 국내 최초의 도시계획구역이어서 근대 건축물들이 정연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외세의 강압에 못 이겨 인천항이 문을 연 1883년부터 한일병합이 이뤄진 1910년에 이르는 개화기 시대의 주요 건물 50여채가 크게 훼손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당시로서는 생소한 용도의 건물인 은행·상점·교회·기상대 등이 일본, 중국, 유럽 등 외국 양식에 따라 세워져 있다. 어찌 보면 치욕의 역사가 담겼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도시학적 측면에서 보면 다양한 형태의 각국 건물이 자리 잡고 있어 개항도시 인천의 포용성이 느껴진다. 과거 건물은 최근 지어진 건물들과 조화를 이뤄 다양한 도시의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다. 다른 곳에선 흉물스러워 보일 수 있는 건물들이 이곳에서는 문화관광 포인트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중구청에서 인천역 쪽으로 200m쯤 걸어가면 차이나타운이 나타난다. 국내 최초의 차이나타운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인천차이나타운은 화교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1882년 임오군란이 발발하자 청조는 한국을 돕는다는 핑계로 3000여명의 군대를 파견했다. 이때 군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40여명의 중국상인들이 함께 들어왔는데, 이들이 한국 화교의 시작이다. 차이나타운에는 한때 5000여명의 화교가 거주했으나 1960년대 정부가 화교에 대한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자 상당수가 미국이나 동남아 등으로 떠나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외국인부동산취득법 개정 등으로 화교들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고 차이나타운이 관광특구로 지정된 이후 제2의 번영기를 누리고 있다. 차이나타운에는 30여개의 중국요리집과 중국 공예품, 의상·문구류·잡화 등을 파는 상점 30여개, 7개의 대형 매장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장면을 처음 만들어낸 음식점인 ‘공화춘’도 이곳에 있다. 차이나타운에서 인천역 방향으로 난 샛길을 내려가다 보면 오른편으로 보이는 2층 건물이다. 이 밖에 파이러우(큰 대문 모양의 상징물), 삼국지벽화거리, 중국 사찰인 의선당, 한·중문화관, 화교학교 등도 눈길을 끈다. 중구청 바로 앞 골목에 있는 옛 ‘일본58은행’은 일본에서 들여온 벽돌로 만든 2층 석판마감 건물로 발코니, 도머창, 맨사드지붕 등은 프랑스풍 르네상스 양식이다. 인천 전환국에서 만든 신화폐와 구화폐를 교환하는 업무를 위해 일본 오사카에 본점을 두었던 58은행이 1892년 인천에 설립한 지점으로, 현재는 중구음식업지부 사무실로 이용되고 있다. 58은행에서 50m쯤 떨어진 ‘일본제1은행 인천지점’은 1899년 건립된 건물로 조선의 금괴 및 사금 매입업무와 일본영사관 금고 역할을 담당했다. 중앙에 반원형의 돔을 설치한 좌우 대칭의 르네상스식 석조물이다. 이들 은행 건물은 시에 의해 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중앙청 앞 큰길가에 있는 ‘아트플랫폼’은 인천항 개항 이후 물류운송 업무가 증가하면서 연차적으로 지어진 10여동의 적벽돌 창고였으나, 지역예술인들이 다양한 문화와 개항장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 중구청 뒤편에 있는 자유공원은 1888년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근대공원이다. 개항 이후 서구 열강들이 인천을 거류지로 삼고 세력을 확장해 가는 과정에서 완충 역할을 한 공간으로 처음에는 ‘각국공원’으로 불렸다. 인천기상대는 개항 후 선박 입출항이 빈번해진 인천항의 기상관측이 중요해지자 1904년 건립된 한국 최초의 근대식 기상대다. 이외에도 한·미수교 100주년기념탑, 조계지 계단, 제물포구락부, 대한성공회 내동교회, 청국영사관 회의청, 인천우체국 등이 한국 근대사에서 인천이 지니는 역사성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상당수 인천시민들도 이곳이 이처럼 풍부한 역사성을 품고 있다는 것을 모르다가 역사문화의 거리 조성과 함께 많이 알게됐다. 김가혜(26)씨는 “인천에 살면서도 인천에 근대 역사와 관련된 건축물이 이처럼 많은 줄 몰랐다.”면서 “역사문화의 거리를 찾은 뒤 인천이 서양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인 창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홍보 위해 역사 왜곡하는 지자체

    지자체들이 고증을 거치지 않은 설화나 전설을 경쟁적으로 사실(史實)화시키면서까지 홍보에 몰입하고 있다. 같은 인물을 소재로 지자체간 볼썽사나운 모습도 보인다. 무분별한 상업주의라는 비판과 단체장 선거전략의 일환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남 곡성군은 2001년부터 10년째 ‘심청축제’를 열고, 각종 캐릭터 개발 등을 통해 ‘심청전’의 주인공 심청의 고장임을 강조하고 있다. 근거는 오산면에 있는 ‘관음사창건연기설화 사적지’를 토대로 한다. 곡성군은 여기에 나오는 원홍장(심봉사)과 그의 딸 원량(심청)의 이야기가 심청설화와 비슷하다며 심청의 고장으로 못박았다. 같은 역사 인물을 놓고 인천 옹진군도 심청전의 배경이라고 주장한다. 군은 1999년 백령도 진촌리 해안에 20억원을 들여 ‘심청각’을 짓고 그 앞바다가 인당수라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고전소설 심청전의 배경은 황해도 황주라는 게 사학계의 정론이다. 역사적 근거는 있지만 과도하게 포장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남 장성군은 황룡면 아곡리에 홍길동 생가터를 23만㎡ 규모로 복원하고 테마파크를 조성 중이다. 2012년까지 계속될 이 사업에는 무려 515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하지만 역사서에는 홍길동이 의적(義敵)과는 거리가 먼, 백성들에게 큰 피해를 입힌 도적으로 나온다. 드라마나 소설은 허균이 지은 ‘홍길동전’을 소재로 홍길동을 영웅시할 수 있겠지만, 지자체가 관을 희롱한 인물의 생가터를 대대적으로 복원하고 캐릭터화하고 있다는 자체는 아이러니다. 이에 질세라 강원도 강릉시도 홍길동전의 배경이라고 내세우며 지난해 9월 초당동에 ‘홍길동전 박물관’을 열었다. 하지만 전시물은 홍길동을 주제로 한 만화와 영화 포스터, 노래 레코드 등이 고작이다. 심지어는 홍길동을 그린 딱지나 아동용 신발까지 전시한 것을 보면 관련자료가 얼마나 빈약한지를 알 수 있다. 강릉시는 당초 박물관을 ‘홍길동 박물관’으로 했다가 전남 장성군과 상표권 분쟁에서 지자 홍길동전박물관으로 바꾸었다. 지자체들이 역사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상징물로 만드는 것은 지자체 홍보 목적 외에도 단체장의 선거전략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사적 인물을 고증하지 않고 지자체 상징물로 캐릭터화해 홍보하는 것이 단체장 치적쌓기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열린세상]책도둑과 세금도둑/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 교수

    [열린세상]책도둑과 세금도둑/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 교수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시내 초대형 서점 한 곳에서 1년에 없어지는 책은 7만~8만권, 전체 매출의 0.6%라고 한다. 책을 훔치는 사람의 나이와 직업, 그리고 동기는 다양하다. 중고생은 참고서나 문제집, 대학생은 전공서적, 중장년층은 취미서적이나 잡지가 주된 ‘목표물’이다. 잡아 보면 대개 번듯한 회사원인 경우가 많고, 학생 책도둑도 지갑 속에 훔친 책의 값을 치르고도 남을 돈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책 도둑은 안 그래도 이윤이 빡빡한 서점 경영을 위협하는 가장 골치 아픈 존재다. 20세기 최대의 책도둑은 스티븐 블룸버그(1948~ )다. 그는 1968년쯤부터 20년 이상을 미국과 캐나다의 도서관에서 모두 2만 3600여권의 책을 훔쳤다. 그가 훔친 책은 무게로 19t, 시가로는 무려 2000만달러에 달했다. 수사기관이 아이오와에 있는 그의 집에서 훔친 책들을 옮기는 데만 12m짜리 견인 트레일러 2대와 870개의 포장용 종이 상자가 필요했고 꼬박 이틀이 걸렸다. 그는 아무 책이나 훔친 게 아니다. 그가 훔친 책 목록이 ‘블룸버그 컬렉션’이라고 불릴 정도다. 주제를 정해 주도면밀하게 수집했다. 훔친 책을 팔지도 않았다. 그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도저히 다스릴 수 없고 채워지지도 않는 욕망 하나’를 갖고 있다고 고백했다. 바로 ‘책을 향한 욕망’이었다. 멀쩡한 사람을 책도둑으로 만드는 동인(動因)이 ‘책을 향한 다스릴 수 없는 욕망’이라면 자치단체장들을 자칫 세금도둑으로 몰고가는 욕망의 끝은 ‘호화청사’인가. 국민의 질책에도 불구하고 지자체의 호화 청사 건립 경쟁이 갈수록 태산이다. 최근 15년간 신축된 59개 지자체의 청사 건립비용은 3조 561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청사를 앞으로 짓겠다는 지자체도 줄을 잇는다. 그중에서도 선두는 안양시다. 2조원 이상을 들여서 100층 높이 초고층 빌딩을 짓겠단다. 더구나 현 청사는 준공한 지 14년밖에 안 된 건물이라니 기가 막힌다. 새 청사 신축 때문에 빚더미에 앉은 부산 남구가 직원 인건비를 주지 못해 지방채를 발행한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 지난달이다. 안양시는 부지의 효율적 운용, 민간자본 도입 운운하지만, 잘못되어 재정이 파산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안양시민들이 떠안아야 한다. 만약 소문처럼 지방선거용으로 개발 기대감을 높이기 위해 헛나발을 불었다면 더더욱 용서할 수 없다. 책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는 출처 모를 속설은 헛소리지만, 거의 모든 책도둑의 목적은 훔친 책을 읽기 위함이다. 소설가 성석제는 말한다. “훔친 책은 가슴을 뛰게 하는 긴장이 부작용처럼 곁들여져 잘 읽히고 쉽사리 잊히지 않았다. 나보다 수준 높은 책도둑의 서고에서 동굴 속의 알리바바처럼 넋이 나가 서 있던 적도 두어 번 있다. 그 정선된 보물을 다시 훔침으로써 우리 책 도둑들은 시대정신을 공유했다.(‘책, 세상을 탐하다’에서)” 언젠가 ‘한국 도난도서 목록’을 만들어 시기별·지역별로 분류해보고 싶다. 책도둑들이 가장 사랑한 책이야말로 당대(當代) 정신세계의 주소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잣대가 되는 것은 아닐까. 목적이 독서이든 수집이든 판매이든, 붙잡힐 위험을 무릅쓰고 훔칠 만큼 한국의 책도둑들이 꼭 가지고 싶었던 책은 무엇일까.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한국 세금도둑 목록’은 만들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우선 시대별 분류가 필요 없다. 세금 도둑질의 목적은 오직 하나, 돈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절도의 목적 면에서 세금도둑은 책도둑보다 오히려 개도둑과 더 닮았다. 훔친 개를 기르거나 예뻐해 주려고 훔치는 개도둑은 없을 것이므로. 또 지역별로 분류할 필요도 없다. 초고층 호화청사가 세금도둑의 상징물로 바벨탑처럼 우뚝 서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곧 신학기가 시작된다. 서점들은 책도둑을 막기 위해 분주하다. CCTV를 더 달고, 도난방지 경보기를 설치하는 등 만전을 기하고 있다. 세금도둑은 책도둑보다 훨씬 막기 어렵다. 시민들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감시하는 게 제일이다. 헛된 수작이 보이면 표심으로 재빨리 응징할 일이다. 안 그러면 개도둑들에게 개 취급당하는 수가 생긴다.
  • [생각나눔 NEWS] 지자체 로고 도넘은 ‘외국어 사랑’

    [생각나눔 NEWS] 지자체 로고 도넘은 ‘외국어 사랑’

    판타지아 부천·에이플러스 안양·브라보 안산·베스트 김포·예스 의왕·슈퍼 평택…. 지자체들의 영어 수식어 사용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이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이 흐름에 끼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강박관념까지 있는 듯하다. 하지만 지자체들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상징어(로고)나 구호가 외국어 일색이어서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주민도 많다. 서민 생활과 밀접한 지자체 정책까지 외국어를 붙이는 ‘외국어 사랑’이 도를 넘고 있다. ‘판타지아(fantasia)’를 끌어들인 부천시는 f는 판타스틱(환상), a는 아트(예술), n은 뉴(새로움), t는 테크노(기술)를 의미한다고 설명하지만 작위성이 엿보인다. 파주시는 ‘굿(good)’과 ‘그레이트(great)’의 첫 철자를 조합해 한눈에 뜻을 알 수 없는 ‘G&G 파주’를 외치고 있다. 파주시는 구호마저 해마다 바꿔 가며 영어로 된 문장을 쓰고 있다. 올해는 ‘New more’이고 지난해에는 ‘Yes, we can’을 썼다. 안산시는 무려 5개 단어를 조합해 ‘BRABO’라는 합성어를 만들었는데 설명이 매우 복잡해 영어에 능통한 사람이 아니고는 알아들을 수가 없다. 이는 전국적 현상으로 경북 기초단체들은 ‘다이내믹 경산’ ‘러닝 문경’ ‘로하스 영덕’ ‘에버그린 성주’ ‘센트럴 김천’ ‘저스트 상주’ ‘싱그린 청도’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광역단체들도 질세라 ‘글로벌 인스피레이션(global inspiration) 경기도’ ‘컬러풀(colorful) 대구’ ‘BIG 충북’ ‘다이내믹(dynamic) 부산’ ‘프라이드(pride) 경북’ ‘잇츠(It’s) 대전’ ‘플라이(fly) 인천’ ‘하이 서울’(Hi Seoul)’등 현란한 로고를 만들어 경쟁하듯 홍보하고 있다. 아름다운 우리말로 대체하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영어 로고를 만들기 위해 도시브랜드 제작업체에 용역을 주는데 1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도시 마케팅이 중요시되는 상황에서 효과적인 홍보를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정책에 변화를 주고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상징어를 도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이 별로 가슴에 와닿지 않아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구법회(63) 한글문화협회 인천지부장은 “어느 기관보다 공공성이 강한 지자체들이 기업을 흉내내 여과 없이 영어를 남용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지자체의 정책과 지향점을 알기 쉽게 나타낼 수 있는 우리말이 얼마든지 있음을 알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전남도는 캐릭터로 ‘남도’와 ‘남이’를 쓰고 있으며 상징물도 푸른 잎사귀를 형상화한 ‘녹색의 땅 전남’을 사용한다. 경북 군위군은 도시 브랜드를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로 정했다. 강릉은 ‘솔향강릉’으로 순수 우리말을 사용한다. 황모(49·인천 연수구 동춘동)씨는 “영어를 잘 모르는 주민들은 자신이 사는 지자체가 내세우는 가치가 뭔지 모르고 살아가야 할 판”이라고 비꼬았다. 전국종합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부산을 동남권 지식기반산업 도시로

    부산을 ‘동남권 지식재산(IP·Intellectual Property) 허브 도시’로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된다. 부산시는 21세기 지식재산 중심도시를 만들어 경제도약을 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지식재산 인프라 구축을 본격 추진한다고 10일 밝혔다. 시가 마련한 주요 추진 내용은 ▲부산의 10대 전략산업의 지식재산 연계 강화 ▲IP 인재육성 ▲부산브랜드 파워 강화 ▲ 동남권 지식재산 허브 도시 구축 등이다. 부산시는 “세계가 지식기반사회로의 변환이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어 지식기반산업의 성장과 창조사회로의 변환, 새로운 권리에 대한 필요성이 떠오르고 있다.”며 “이에 대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동남권 지식재산 허브도시 조성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는 이달 중으로 시에 ‘산업지식재산팀(가칭)’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 조직은 부산을 지식재산 허브 도시로 만들기 위한 지원체계 구축과 인프라 확충을 전담한다. 또 지식재산 허브 도시 인식제고를 위해 올해 상반기 중으로 지식재산 진흥조례를 제정할 예정이다. 이 조례는 지자체 차원의 지식재산 진흥 의무화, 지식재산 보상규정 등을 담게 된다. 지식재산을 창출하는 개인과 기업의 육성 및 창업을 지원하고 대학 등 연구기관과 연계해 지식재산 인재육성에 나서는 한편 연말쯤 부산을 동남권 지식재산 허브 도시로 만들기 위한 ‘부산 지식재산 도시 선포식’도 갖는다. 지식재산 전문가 양성을 위한 대학원 과정 신설 및 지식재산 교육센터도 오는 2016년까지 설립할 예정이다. 부산브랜드 파워 강화를 위해 부산의 상징물인 해운대, 갈매기, 오륙도, 광안대교, 불꽃축제 등을 이미지화한 브랜드 개발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김기영 과학기술과장은 “지식재산 활동 인구 저변 확대와 체계적인 홍보 전략 등을 수립하는 등 부산을 동남권 지식재산 중심도시로 만드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세계 4위의 특허 강국이지만 산업재산권 등록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부산지역 특허 출원은 전국의 3.4%(1만 1093건), 등록은 3.1%(4770건)에 불과하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내 전시를 말한다]다양한 일화 통해 만나는 욕망

    [내 전시를 말한다]다양한 일화 통해 만나는 욕망

    “거울아, 거울아?” 동화 속 아름다운 백설공주를 만날 수는 없지만, 아쉬워하지는 마시라. 백설공주의 계모, 왕비는 여기에 있다. 왕비의 내실에 은밀히 걸어둔 거울. 그녀를 한결같이 움직이게 하는(백설공주를 독살시키기까지 하는!) 원동은 그녀 마음속 깊은 곳 두꺼운 벨벳 커튼으로 가리어진 ‘거울’, 즉 왕비 자신의 욕망을 비추고 확인하는 그것이었던 것이다. 널리 알려진 그리스 신화의 나르시스 이야기, 자크 라캉의 욕망 이론에 이르기까지 거울이 오랫동안 인간의 욕망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한 매개물로서 역할해 왔음을 상기하면서, 욕망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동 시대 여러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 다가가 보고자 한다. 그들의 거울과 마주해보자. 권민경은 실제 작가 자신의 몸을 찍은 사진 위에 드로잉을 더하여 여성으로서의 ‘몸에 관한 판타지와 욕망’에 대해 들려주며, 김현희는 층층이 쌓아올린 동전(Money Tree)을 통해 욕망의 숲, 자본주의 현시대를 직설적으로 이야기한다. 김여운이 그리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동물들, 기실 그것은 인간 욕망에 의해 본래의 생명력과 가치를 잃고 박스 넘버로 불리는 ‘희생된 박제품’일 뿐이다(모든 캔버스는 견고한 아크릴과 나무박스에 가두어져 있다). 오흥배는 남성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처럼 여성의 성적 상징물로 여겨져 왔던 하이힐을 남성의 욕망으로서가 아닌, ‘현대 여성들의 욕망 표상’으로 읽고 극사실적인 묘사로 캔버스 안에 등장시킨다. 그리고 먹다 만 사탕, 껌 등의 달콤한 것들-타액이 잔뜩 묻은 채이다-을 클로즈업해 명료하고도 감각적인 색채로 화면 가득 담은 김형섭의 사진에는 더욱 원초적이고 즉각적인 욕망이 포착되어 있다. 욕망에 관한 다섯 작가의 이야기를 펼쳐놓은 전시장에서 나는 예상치 못했던, 관람객의 자못 흥미로운 반응들과 만난다. 젊은 작가들이 비추는 욕망의 다양한 일화를 통해, 지양하고 억압해야 하는 욕망의 추한 모습과 맞닥뜨리는 것을 넘어 우리 안 어느 곳인가에 생동하며 때로는 삶의 동인이 되어주기도 하는 욕망의 이면들과 조우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14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밥(옛 갤러리 쌈지)에서 열리는 ‘거울아, 거울아’전은 번득이는 욕망의 거울, 그 다채로운 표정들과 마주하는 장이 될 것이다. (02)736-09 00. 이지혜 ‘거울아… ’전 기획자
  • 다시 얻은 목포의 상징 삼학도

    다시 얻은 목포의 상징 삼학도

    오래전 전남 목포의 지인에게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목포의 상징 중 하나인 삼학도(三鶴島)를 다시 볼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의당 제자리에 있어야 할 섬을 다시 보게 되다니요. 도무지 무슨 뜻인지 의아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삼학도는 목포 사람들의 가슴에서 멀어져 있었던 겁니다. 가장 큰 원인은 간척사업이었습니다. 삼학도는 유달산과 함께 목포를 대표하는 상징물이지요. 그런데 저마다의 가슴에 아스라이 남아 있어야 할 삼학도가 뭍으로 변한 겁니다. 전혀 섬답지 못한 몰골을 하고 있는 데다, 공장 건물과 관공서가 들어서면서 목포 사람들은 도무지 발걸음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지요. 버려진 자식 같았던 그 삼학도가 다시 돌아옵니다. 목포시가 10년째 벌이고 있는 복구공사가 끝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총 공사비만도 1300억원 가까이 됩니다. 지역사회에서는 대단히 큰 돈일 겁니다. 눈앞의 경제적 이득만 좇는다면 결코 시도할 수 없는 공사지요. 옛모습을 찾겠다고는 했으나, 예전만은 못합니다. 형태는 갖췄으되, 빛바랜 사진 속에서 보았던 모습은 많이 잃었습니다. 그러나 삼학도엔 여전히 목포 사람들의 정서와 애환이 살아 흐르고 있지요. 지금은 다소 어색하고 살갑지 않더라도, 하루 이틀 지나다 보면 사람과 섬이 화해할 날도 오지 않겠습니까. 천문학적인 돈을 포기하고 다시 얻은 삼학도인 만큼, 목포 사람이 아니더라도 한번쯤 찾아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섬에서 뭍이 되어버린 삼학도 언제부터인가 목포 시내 교통표지판에 ‘삼학도’가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얼마전 바로 그 자리엔 해양경찰서, 혹은 한국제분 등 다른 목적지를 알리는 표지가 있었을 터. 점차 삼학도가 목포 사람들 삶에 다가가고 있다는 뜻일 게다. 헐벗고 궁핍했던 시절인 1968년부터 73년까지, 정부는 삼학도 주변에 대한 간척사업을 벌였다. 외국에서 들여온 석탄과 밀가루, 설탕 등을 내륙으로 실어나를 전초기지로 삼기 위해서였다. 그때부터 섬은 뭍이 되고 섬 외곽에는 부두가, 중턱에는 제분공장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산자락은 절단되고, 주택이 난립했다. 목포 사람들이 윤락가를 지칭하던 ‘옐로 하우스’도 그때 들어섰다. 그 와중에 삼학도는 동네 뒷산보다 못한, 볼품없는 존재로 추락하고 만다. 간척과 삼학도를 맞바꾼 셈이다. 그렇게 삼학도는 잊혀져 갔다. 목포의 근대사를 ‘간척의 역사’라 할 만큼 목포는 간척사업과 연관이 깊다. 조대형 문화관광해설사는 “일제 강점기부터 시작된 간척으로 목포의 몸집이 두 배 가까이 불었다.”고 했다. 간척사업의 틈바구니에서 삼학도 또한 예외가 될 수 없었다. 목포시청 관광기획과 조건형 계장에 따르면 삼학도 매립공사 당시 인부들의 일당으로 미제 원조 밀가루가 지급됐고, 어린이들은 그 밀가루를 구멍가게에서 사탕 등과 바꿔 먹었다고 하니 삼학도는 섬으로서 명을 다하는 순간까지 여러 사람에게 덕을 나눠준 셈이다. ●놀이터로, 씨름장으로, 그리고 밀회 장소로 삼학도는 대삼학도와 중삼학도, 소삼학도가 크기에 따라 일렬로 늘어서 있다. 예전엔 뭍에서 가장 먼 소삼학도가 1㎞, 가장 가까운 대삼학도는 600m 남짓 떨어져 있었다. 조 계장은 “어린 시절엔 배를 타고 삼학도꺼정 들어갔다가, 머리에 옷을 인 채 목포까지 헤엄쳐 오고는 했지요. 뭍에서는 놀거리가 부족했응께 그라고 놀았지요. 아마 목포 사람들 다 그랬을 것이요. 예전엔 요즘과 달리 삼학도에서 나올 때만 왕복 요금을 받았응께.”라며 걸쭉한 호남 사투리를 섞어 설명했다. 물론 소풍 장소로 자주 찾기도 했다. 단옷날이면 어른들은 나룻배를 타고 건너와 모래톱에서 씨름 등 전통놀이를 즐겼다. 연인들에겐 몰래 숨어 유희를 즐기고 사랑을 다짐하던 ‘해방구’와 같은 곳이었다. 조선시대 목포 만호청(萬戶廳)에 땔감을 공급하던 곳이었을 만큼 수목이 울창해, 뭍에서라면 따가웠을 타인의 시선을 피하기에 제격이었던 곳. 애써 외면했지만, 가슴에서 삼학도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는 노릇. 목포시민들은 1998년 삼학도 복원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이 복원사업 지원의사를 표시하면서 논의는 실행단계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2000년 1월 사업비 1243억원을 들인 복원공사가 시작됐다. 절개된 소·중 삼학도에 흙을 쌓아 산 형태를 만들고, 곰솔 등 4만여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대삼학도 ‘옐로 하우스’ 자리엔 ‘목포의 눈물’을 노래한 가수 고(故) 이난영의 유해를 수목장으로 안치한 난영공원을 조성했다. 삼학도를 짓누르던 공장 등 건축물들의 철거와 이전 작업도 병행했다. 목포시는 2007년 3월 1차로 소삼학도에 배수관문과 교량 5개 등을 조성한 데 이어, 2차로 소삼학도와 중삼학도를 연결하는 호안수로 742m 등의 토목공사를 2008년 2월 마무리 했다. 그리고 중·대삼학도 호안수로 1500m와 교량 6개 등 3차 공사는 이달 마무리된다. 시는 삼학도 호안수로 총 2242m와 교량 12개 등을 바다로 연결시킨 뒤 이달 말, 늦어도 3월 초엔 개통식을 갖고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이제는 사라지게 될 삼학도선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전북 군산의 ‘페이퍼코리아선’처럼 화물열차가 화물열차가 목포시내를 관통하며 내달리던 ‘삼학도선(線)’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삼학도 간척사업 당시 놓여진 삼학도선은 섬 바깥쪽에 조성된 ‘삼학부두’에서 석탄, 밀가루 등을 싣고 목포역까지 운행하던 약 2.3㎞ 길이의 지선이다. 삼학도에 마지막 남은 공장인 한국제분이 2011년 충남 당진으로 이전되고 나면 삼학도선의 임무 또한 완전히 없어진다. 시에서는 시내 구간 1.8㎞는 철거하고, 삼학도 부두 안쪽의 약 400m 구간은 레일 바이크 등 위락시설로 이용할 생각이다. 하지만 시내 구간 철거에 앞서 한번쯤 득실을 따져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섣불리 근대 역사유적들을 철거한 뒤 후회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목포를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주말에만 여객열차 1~2량을 편성해 목포역까지 오가는 관광열차로 이용한다거나, 삼학도 안쪽에 조성될 레일바이크 노선을 연장하는 것도 생각해 봄직하다. 목포가 자랑하는 ‘문화·역사의 거리’와의 연계성에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사진 목포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61) →주변 볼거리:목포역 왼쪽으로 걸어서 5분 거리에 문화·역사의 거리가 있다. 옛 일본영사관과 동양척식주식회사, 일본 사찰이었다가 한국 교회로 바뀐 동봉원사 등 일제 강점기 때 분위기를 흠씬 느낄 수 있는 건물들이 많이 남아 있다. 갓바위, 유달산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목포의 명물. 목포시청 관광기획과 270-8182. →잘곳:새로 개발된 하당 쪽에 깨끗한 숙박업소들이 밀집돼 있다. 바다 위 일출과 함께 잠에서 깨고 싶다면 목포항여객터미널 인근 숙박업소를 고려하는 것도 좋겠다. 4만원대. →먹거리:독천식당은 낙지요리로 입소문이 난 집. 연포탕 1만 4000원, 갈낙탕 1만 5000원(이상 1인분). 낙지볶음·무침·구이는 각 3만 5000원. 242-6528. 문화역사의 거리 인근에 있다. 영란횟집은 민어요리를 잘한다. 회무침 4만 5000원. 234-7311. 선경횟집은 준치요리 전문점. 회무침 8000원, 구이 1만원, 탕 1만 2000원(이상 1인분). 목포항 여객터미널 쪽에 있다. 242-5653.
  • 영등포구 1인당 녹지면적 두배로 늘린다

    영등포구 1인당 녹지면적 두배로 늘린다

    2020년 서울 신길동에 사는 김모(43)씨는 퇴근길에 지하철 5호선 영등포구청역에 내려 바로 옆 자전거 주차장으로 향한다. 자신의 하이브리드 자전거(페달의 힘과 전기를 함께 쓰는 자전거)를 꺼내 곧바로 영등포 전역에 바둑판처럼 깔린 녹지축을 따라 시원스레 달려나간다. 자전거를 내려 바로 옆 인공하천에 일부러 발을 담근 뒤 쭉쭉 솟은 인공 열대삼림에 들어간다. 잠깐이나마 자신이 동남아 우림지역에 들어온 기분이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숲바람을 맞으며 집에 도착했다. 시간은 불과 10여분. 자가용으로 가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현재 영등포구가 추진하는 녹지축 조성사업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이는 현실이 될 수도 있다. 구는 최근 ‘공원·녹지 확충 중장기 기본 10개년 계획’을 수립해 2020년까지 마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구는 올해부터 2020년까지 모두 1522억원을 들여 4개 핵심분야 13개 사업을 연차적으로 추진한다. 사업이 완료되는 2020년이 되면 주민 1인당 녹지면적이 현재(16.7㎡)보다 두 배 가까이 넓어진 29.2㎡로 늘어나게 된다. 영등포구는 서울에서 유일하게 산지가 없는 자치구다. 당연히 녹지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 때문에 이번 계획을 통해 가로녹지와 녹지벨트를 대폭 확충해 ‘녹색도시’로 변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에서 추진할 핵심 사업은 크게 네 가지다. 하나는 ‘외곽 녹지골격 형성’(Green Ring System)으로, 지역 하천의 녹지기능을 높여 이와 연결된 외곽 하천축과의 산책로를 완성하려는 사업이다. 도림천~안양천 구간도 꽃으로 하천 전역을 디자인하고, 대방로와 시흥대로에도 친수녹도(Water Street)를 조성한다. ‘도심세부 녹지연결’(Green Network System)은 대규모 외곽 녹지를 도심 내부로 유입시켜 도심 전반이 서로 연결된 이른바 ‘네트워크 녹지’를 확충하는 계획이다. 경인로와 여의대로, 제물포길 등 구의 대표 가로 지역에는 구의 상징물을 설치한다. 대방천길에 친수공간(Water Park)을 조성해 발을 물에 담글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게 된다. ‘도심 녹지량 증진’(Green Matrix System)을 통해 공업지대에 에너지 절약형 ‘녹색공장’을 조성하고, 녹지율이 낮은 단독주거지와 저층 공동주거지에도 녹지 확충을 위한 꽃마을을 조성하게 된다. 기존 공원도 모두 테마파크로 리모델링할 예정이다. 신수용 공원녹지과장은 “이번 계획은 지금보다는 한 세대 뒤 후손들이 살아갈 영등포를 내다보고 하는 사업”이라며 “지금까지는 영등포 지역에 녹지가 적어 다소 삭막한 이미지였지만, 10여년 뒤 이곳은 그야말로 ‘그린 파라다이스’(Green Paradise·푸른 낙원)로 변모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형수 구청장은 “공원녹지 조성에 있어서 구청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어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라며 “주민 활동을 보조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녹지상담소 설치도 고려하고 있는 만큼 주민과 모든 사안을 공유해 녹색도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낙동강변 일원에 호국평화벨트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최대 격전지이자 승리의 전환점이 됐던 낙동강변 일원에 호국 문화관광벨트 조성 사업이 추진된다. 경북도는 올해부터 오는 2014년까지 5년간 왜관·다부동~신녕·영천~안강·포항 등 낙동강 인근 한국전쟁 유적지 일대에 전쟁 체험·학습공간인 ‘호국 평화 벨트’를 조성하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국비 등 총 2865억원이 투입될 이 사업은 한국전쟁 반전의 계기가 된 낙동강 방어선 내 전쟁 유적과 극적인 전쟁 스토리를 복합적으로 연계해 세계적인 호국 평화 명소로 육성하기 위한 것. 이를 위해 도는 올해 상반기 중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하고 하반기쯤 조사가 완료되면 본격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사업은 ▲칠곡 왜관·다부동 ▲영천 신녕 ▲ 경주 안강·기계 ▲포항 ▲영덕 장사 ▲상주 화령장 ▲안동 낙동강 등 7개 지구로 나눠 개발이 추진된다. 지구별 특성으로는 우선 전쟁 당시 대대적인 융단 폭격이 감행된 왜관·석적 유학산 등 왜관·다부동 지구에는 낙동강 호국평화 문화공원이 조성된다. 600억원이 투입될 공원에는 한국전쟁의 유적을 전시한 전시박물관을 비롯해 다부동 전투와 관련한 상황을 입체적으로 재현한 기념관, 체험관, 영상관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특히 도는 한국전쟁 격전장의 중요한 상징물인 칠곡 왜관읍 왜관철교(길이 468m, 폭 4.5m)를 복원한다. 등록문화재 제406호인 왜관철교는 1950년 파죽지세로 남하하던 북한군을 막기 위해 유엔군이 다리 일부를 폭파했으며, 이후 국군이 낙동강 전투에서 승리하면서 북진의 계기를 마련했던 곳이다. 1993년 다리를 전면 보수, 차량 통행은 금지되고 인도교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전쟁 최남단 전투지역으로 승리의 결정적 계기가 된 영천·신녕(영천 마현산 일대) 지구에는 전쟁역사기념관과 전망 타워, 전쟁 체험 탐험 코스, 서바이벌 체험장, 호국평화회관 등이 마련된다. 전쟁 당시 가장 많은 학도병들이 희생된 곳으로 알려진 안강·포항 지구엔 호국 기념관과 추념 광장을 건립하고 전쟁 관련 유적전시관, 세트장, 유스호스텔 등을 짓는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남산팔경 영상물 빛의 향연 서울타워기둥 통해 31일부터

    서울 남산 산마루에서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서울시는 남산의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남산팔경’을 영상물로 제작해 31일부터 남산의 서울타워 기둥을 통해 연출할 계획이라고 30일 밝혔다. 남산팔경은 남산의 계절별 자연풍경과 유수한 문화유산이 담긴 8가지 빛의 테마로 만들어졌다. 남산의 소나무와 성곽, 봉화대, 각종 꽃, 서울 상징물인 해치 등의 모습이 생동감 있게 연출된 영상물이다. 시는 이와 함께 최근 서울타워와 팔각광장으로 인해 단절된 서울 성곽 자리를 따라 분수를 설치했다. 시는 분수에서 분출된 물 표면에 성곽의 모습을 재현한 영상물을 상영하는 시스템을 최근 완성해 내년 4월 초부터 10월 말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헌 페트병에 소망담아 탑 쌓아요”

    금천구가 주민들의 소원을 모은 페트병을 탑으로 만들어 전시한다.금천구는 올해 마지막날인 31일 밤 11시부터 구 종합청사 광장에서 새해맞이를 위한 ‘금천구민 희망 선포식’을 갖는다고 29일 밝혔다.세계적 경기침체 및 신종플루 대유행 등 다사다난한 한 해를 마무리짓고 새해인 경인(庚寅)년이 희망으로 가득 차기를 바라는 구민들의 소망을 기원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구는 설명했다.특히 이번 행사에는 2010년을 상징하는 금천구민 2010명의 희망메시지를 담은 대형 조형물의 점등행사가 열린다. 각자 버려진 페트병에 가족과 지역, 나라에 대한 바람과 새해소망 등을 적어 ‘희망캡슐’을 만들고, 이렇게 만들어진 희망캡슐들을 쌓아 올려 ‘희망 상징탑’을 완성하게 된다.희망 상징탑은 가로 7m, 세로 3m, 높이 7m 규모의 대형 상징물이다. 한국설치예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김홍년 작가와 지역 문화예술인, 어린이, 학생, 영세상인, 공무원 등 각계각층이 함께 참여했으며, 설치된 상징 조형물은 내년 1월까지 구청 광장에 전시된다. 앞서 탑을 쌓아 올린 2010명 외에도 금천구민이라면 누구나 희망캡슐 쌓기에 참여할 수 있으며, 가까운 동주민센터나 금천구청 광장에 가지고 가면 동참할 수 있다. 밤에도 희망 상징탑을 볼 수 있도록 LED 조명 등을 이용해 다양한 효과를 낼 계획이다. 헌 페트병을 탑 재료로 사용해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로 삼겠다는 게 구의 생각이다.한인수 구청장은 “이번 행사는 새해를 맞아 구민들과 함께 금천구의 새출발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구민들의 많은 참여를 당부했다.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온난화로 혹한기에도 재두루미 집단서식

    온난화로 혹한기에도 재두루미 집단서식

    겨울철 기온상승으로 철원평야 철새들의 겨울나기도 바뀌고 있다. 재두루미는 초겨울 철원지역에 날아와 추워지면 주 월동지인 일본 이즈미 지역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최근 두루미가 도래하는 11~12월 철원지역의 최저기온이 10년 전에 비해 0.8~2.3℃ 올라가 이 지역에 계속 남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주말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전문가와 함께 철원평야를 찾았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2시간여를 달리자, 전장의 상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철원평야가 눈에 들어왔다. 분단의 상징물로 잘 알려진 노동당사와 월정역은 관광자원으로 단장돼 탐방객들이 즐겨찾는 명소가 됐다. 철새 탐조시설 대부분이 군의 작전지역인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 내에 있어 해당부대 초소에 출입허가를 받은 후 계속해서 북쪽으로 차를 몰았다. 재두루미는 두루미과의 대형 조류로서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생존 개체 수가 7000마리에 불과하다. 번식지는 몽골, 중국 동북부, 러시아 연해주 남단지역이며 초겨울 한반도에 잠시 들렀다 혹한기를 일본에서 보낸 뒤, 초봄에는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아예 혹한기에도 철원에 머무는 두루미 개체 수가 점점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큰 이유는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겨울철 철원의 평균기온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재두루미를 좀더 가까운 곳에서 관찰하기 위해 철원군 동송읍에 위치한 삽송봉(揷松峰)에 올랐다. 평야 가운데 솟은 야트막한 산으로 넓은 평야가 한눈에 들어와 재두루미를 관찰하기엔 더없이 좋은 장소였다. 삽송봉은 한 그루 소나무를 심어놓은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공식대로라면 지금쯤 자취를 감췄어야 할 재두루미들이 평야지대 곳곳에서 가족단위나 집단을 이뤄 열심히 먹이를 찾고 있었다. 또다른 영역에는 기러기와 독수리떼들도 흔하게 관찰됐다. 재두루미의 아름다운 자태를 실컷 감상하고 함께 탐방에 나선 조류 전문가의 안내에 따라 철새들의 숙영지라는 토교저수지로 향했다. 제방에는 독수리떼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이방인의 방문을 잔뜩 경계하고 있었다. 마침 지역 철새보호협회 회원들이 가축농장에서 새끼를 낳다가 죽은 어미젖소 한 마리를 싣고 들어와 철새먹이로 제공하는 중이었다. 덩치가 큰 독수리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죽은 젖소 등에 올라탔다. 금세 주변은 독수리떼들로 덮여 시커멓게 변했다. 배가 채워진 독수리들이 자리를 뜰 때를 기다렸다가 저수지 제방 위로 올라갔다. 살얼음이 진 저수지 위에는 수많은 철새들이 자리를 잡고 오수를 즐기는 듯했다. 철원 두루미보호협회 문웅래(50)씨는 “두루미들이 밤에는 토교저수지로 몰려들었다가 동이 틀 무렵엔 먹이를 찾아 평야지대로 옮긴다.”면서 “일부 두루미들은 비무장지대(DMZ)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날아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곳에도 재두루미가 남아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동송저수지와 샘통, 평화전망대까지 올라갔다. 기대했던 대로 이곳에도 곳곳에서 재두루미떼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해가 서산을 향해 기울고 있을 즈음, 차량이 다니는 도로 옆에서 재두루미 가족이 들이미는 카메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먹이를 찾는 데 열심이다. 마치 포즈라도 취하듯 우아한 자태로 우리 일행을 바라보며 배웅했다. 철원평야의 절반 이상은 지금 민통선과 비무장지대에 포함돼 있다. 겨울이면 인적이 끊겨 침묵의 땅이 된 그곳이 철새들의 낙원으로 탈바꿈했다. 철새도래지로 알려지면서 한겨울에도 탐방객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지역 철새보호협회와 두루미보호협회 등에서는 먹이주기 행사와 각종 생태탐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말로는 철새들을 보호하자면서 비닐하우스 재배 허용, 축분이 주원료인 액비 살포 허용 등으로 철새들의 보금자리가 위협을 받고 있다. 비닐하우스 한 동이 지어질 때마다 전봇대 하나 이상이 늘어난다. 즐비하게 늘어선 전깃줄에 걸려 목숨을 잃거나 다리가 잘리는 재두루미들도 늘고 있다. 철원평야 가운데 즐비하게 늘어선 비닐하우스와 전봇대,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액비도 겨울철새들에겐 최대 적으로 꼽힌다. 마을 공동체인 두루미생태체험장 이루미(동승읍 양지리) 사무국장은 “철원은 철새도래지로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면서 “지역을 세계적인 철새탐방 명소로 만들기 위해 개발제한 등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환경부는 지역 철새보호를 위해 생물다양성 계약을 통해 추수철에도 수확하지 않고 곡식을 남겨두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계약 면적이 턱없이 부족해 대폭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간과 생물체가 공존할 수 있는 대책수립을 기대해본다. 글ㆍ사진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아파트와 인간의 군상-소설 3選] 신흥도시를 둘러싼 일그러진 한국사회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줍니다.’ 몇 년 전 한 고급 아파트가 내세운 광고 문구였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는, 동네는 계급의 상징물이자 욕망과 질시의 촉매가 됐다. 이는 권력화된 자본과 물신(物神)을 숭배하는 사회, 소비의 욕망 앞에 무기력해지는 개인들의 총합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하지만 ‘집’은 소비재만도, 재테크의 수단만도 아니다. 가족이라는, 삶의 최소한의 공동체를 이루게 해주는 공간이다. 서울 강남 한복판 압구정에서부터, 버스로 한 시간 이상 떨어진 경기도 어느 도·농복합도시까지, 어느 집이건 사람의 냄새 자체를 지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관건은 따로 있다. 그 집 다락방 구석에, 누렇게 바랜 벽지에, 날벌레 시체 쌓인 형광등에 어떤 냄새를 배어들게 할 것인가다. 서로 다른 듯 비슷한, 집과 사람을 다룬 소설 3권을 소개한다. 도시와 농촌이 뒤엉켜 있다. 넥타이 맨 이들 바삐 오가는 번듯한 도시만도 아니고, 달 차고 기우는 것 보며 계절에 호흡 맞춰 사는 농촌만도 아니다. 그곳을 그저 ‘마을’이라 불러 두자. 행정구역은 명확하다. 경기도 ‘초림시 용담면 사곡마을’이다. 그 마을은 서울 강남역에서 좌석버스를 타고 한 시간 거리만큼 떨어져 있다. 풍광 좋고 한적한 곳인 데다, 용담저수지가 있어 강태공들도 즐겨 찾는 곳이다. 어느 날 그곳에 전망 좋은 아파트가 우뚝 솟아오르고, 골프장이 지어지고, 초고압 송전철탑이 지나고, 화장장이 들어서려 한다. 원주민은 원주민대로, 이주민은 이주민대로, 이해관계와 욕망이 서로 충돌하고 갈등할 수밖에 없는 마을 구조다. 전통의 가치는 해체되고, 도시적 삶의 가치가 이제 갓 꿈틀대고 있다. 김종성이 쓴 연작소설 ‘마을’(실천문학 펴냄)은 작가 스스로 표방한 대로 ‘경계인들의 인간 생태학’을 이야기로 풀어냈다. 열 편에 걸친 이야기들은 작품 하나마다 자체의 완결성을 갖춘 단편소설들이다. 하지만 순서대로 읽어내려 가면 신흥 도시의 생성과 성장에 대해 치밀하게 기록한 하나의 백서 또는 그 공간을 함께 꾸려가는 사람들에 대한 만인보(萬人譜)가 된다. 이문구의 ‘관촌수필’,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의 뒤를 잇는 연작소설의 또 다른 전형이다. 사곡마을의 드림랜드 아파트는 분양가 6500만원짜리 106㎡(32평) 아파트다. 그러나 시공 과정에서 부도가 났다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들어진다. 도시생활을 꿈꾸며 농촌으로 온 이들이기에 원주민이 키우는 개짖는 소리, 닭똥냄새에 집단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의 비주류가 외곽의 주류와 갈등하는 상황이다. 파출소장, 면장, 농협조합장 등이 차지하던 농촌 주류 권력이 부녀회장, 입주자대표, 아파트 관리소장 등 도시 주변부 권력으로 대체되기 시작함은 물론이다. 이주노동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아파트 앞 공중전화 부스를 없애는 이기심, 학벌 사회를 비판하며 위조 학벌을 자인하는 위선, 무조건적 교세 확장만을 욕망하는 일그러진 종교인 등 한국 사회의 모순이 고스란히 축약돼 있다. 마을 사람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눈은 때로 현미경을 들이댄 듯 꼼꼼하고 섬세하게, 때로는 뒷산에 올라가 내려다보듯 일목요연하게 따라가고 있다. 그 시선과 작법이 리얼리즘의 전형성에 머무르지도, 최근 소설의 경향처럼 냉소적이지도 않다. 마냥 따뜻할 것도, 냉철할 것도 없기에 진정성의 울림은 더욱 크다. ‘마을’은 우리말이 얼마나 ‘생기발랄하게’ 구사될 수 있는지 찾아가는 쏠쏠한 재미도 함께 선물한다. 숫보기(순진하고 어수룩한 사람), 굽죄다(기를 펴지 못하다), 수굿하다(고개를 조금 숙인 듯하다), 해닥사그리하다(얼큰하게 취하다), 울가망(근심스러운 상태), 말휘갑(말을 꿰맞추는 능력), 허릅숭이(일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 등등…. 어려운 단어들이지만 맥락을 읽는 데는 지장이 없다. 다만 한 번 쭉 읽으며 밑줄 그어놓은 뒤 사전 뒤적거리며 다시 읽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또 등장 인물들이 제법 복잡하다. 대하소설 읽을 때 그러하듯 인물표를 한 번 구성해 보면 도농복합 사곡마을이 그려가는 어제와 오늘의 변화상이 한눈에 쏙 들어와 더욱 재미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서울광장] 광화문 광장에서 國格을 생각한다/함혜리 논설위원

    [서울광장] 광화문 광장에서 國格을 생각한다/함혜리 논설위원

    며칠 후면 2010년이 시작된다. 경술국치를 맞은 지 100년이 되는 내년에는 지방선거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남아공 월드컵 등 빅 이벤트들이 대기하고 있다. 하이라이트는 G20 정상회의가 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국격이 높아지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뀔 것이라며 내년을 ‘국격 향상 원년’으로 지목했다. 국격은 사전에 없는 단어이지만 어느 사이 우리의 중요한 어젠다로 자리 잡았다. 사람에게 인격이 있듯이 나라에도 품격이 있는데 이를 국격이라고 한다. 나라의 품격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위치, 경제력, 국가 이미지, 공적개발원조(ODA)의 규모 등을 거론할 때 국격이 흔히 사용되지만 이때는 위상이라는 단어가 더 적확한 표현이다. 한국은 선진국의 유무상 원조를 받은 수혜국에서 눈부신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 바뀌었다. 국제사회에서 위치는 확실히 높아졌다. 국민의 생활 수준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나아졌다. 그렇다면 국가의 품격이 그에 비례해 높아졌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국가의 품격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하드파워뿐 아니라 의식과 문화와 같은 소프트 파워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두 가지가 잘 조화를 이뤘을 때 국가는 품격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소프트 파워를 논할 때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사회적 자본이다. 신뢰, 사회 규범, 네트워크, 사회구조 등 사회적 맥락에서 발생하는 일체의 무형 자산을 가리킨다. 한국 사회는 대체로 사회적 자본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자본 수준은 OECD 29개 회원국 가운데 22위로 이탈리아와 비슷하다. 비합리적인 법과 규제는 국민들로 하여금 ‘법을 지키면 손해를 본다.’는 의식을 갖게 한다. 지도층의 위·탈법, 욕설을 주고받으며 몸싸움을 하는 국회의원들은 국가에 대한 신뢰 상실과 냉소를 낳았다. 폐쇄적인 연고주의, 배타적인 집단 이기주의, 지역갈등은 또 어떤가. 시급하게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다. 사회적 자본보다 더 중요한 소프트 파워는 바로 문화다. 문화란 우리의 유구한 역사를 통해 이뤄진 정신세계와 가시적인 성과물들을 아우른다. 당연히 한국과 한국인의 고유한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어야 한다.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은 했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서울시가 조성한 광화문 광장은 문화에 대한 몰이해의 단면을 보여준다. 광화문 광장의 치명적인 결함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공간이라면서 우리의 정체성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국인의 미적 수준과 행정 수준, 정책 결정권자의 의식수준을 보여줄 뿐이다. 시는 좁은 공간에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해치와 같은 상징물들을 중복 설치해 광장의 격을 떨어뜨렸다. 분수와 꽃밭도 모자라 스케이트장까지 만들었다. 오천년 역사의 무게를 새겨 넣어 한국의 품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줘야 할 장소가 산만한 놀이 공간으로 전락한 것이다. 우리 고유의 정체성은 실종됐다. 그러고 보니 광화문광장뿐 아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보이지 않는다. 정체성 없는 국격은 무의미 하다. 국격을 높이기에 앞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체성을 찾는 것이다. 2009년을 보내며 광화문광장에 서서 내린 결론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서울광장] 현대중공업 노조의 선견지명/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현대중공업 노조의 선견지명/육철수 논설위원

    1990년 가을, 울산 현대중공업은 전쟁터였다. 파업 현장을 취재하던 나는 노조원들의 규모와 일사불란한 움직임에 압도당했다. 운동장에는 공장 단위의 깃발을 앞세운 노조원 수천명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줄지어 뛰어다녔다. 노조원들은 쇠파이프와 작업용 공구로 무장하고 삼엄한 경비를 폈다. 높이 82m 골리앗 크레인 꼭대기에서도 수십명이 농성을 벌였다. 상황을 파악하려고 노조 간부를 만나는 일은 엄두도 못낼 일이었다. 노조원들은 날이 어두워지자 큰길에 중장비를 동원해 공장으로 통하는 모든 길과 문을 봉쇄했다. 노조원들을 걱정하는 가족·친지의 전화가 빗발쳐 통신은 두절되다시피했다. 현대중공업은 외부와 단절된 그들만의 세상이었다. 해마다 상습 파업을 벌이던 현대중공업 노조는 골칫거리였다. 워낙 전투적이어서 손실은 어마어마했다. 번번이 공권력 투입으로 끝도 좋지 않았다. 그랬던 노조가 지금 14년째 무파업에다 가장 모범적으로 변신했다. 믿어지지 않는다. 지난 10월에는 1990년 파업의 상징물인 고공 크레인에서 당시 농성 노조원들과 임태희 노동부 장관 등이 모여 ‘화합의 골리앗’ 현판식을 가졌다. 20년 전 상황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몇년 전 민주노총과 결별한 현대중공업 노조를 어용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노조는 꿋꿋하게 본연의 활동에 충실하고, 울산 시민들로부터 절대적인 성원을 받고 있다. 손가락질하는 세력이 오히려 이상하다. 지금 국회에서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을 놓고 밀고 당기기가 한창이다. 쟁점 중 하나는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 조항이다. 지난 4일 한국노총·경총·노동부는 전임자 무임금을 6개월 유예해서 내년 7월1일부터 시행하자고 의견을 좁혔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개정법안에서 전임자 임금을 사실상 지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 재계의 반발을 샀다. 민주노총·민주당·민주노동당이 그제부터 합류한 다자협의체는 오는 28일까지 합의를 보겠다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연말까지 법 개정이 무산되면 현행법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법과 현실이 다른 여건에서 부작용이 어떨지는 안 봐도 뻔하다. 13년 전에 제정된 현행 노조법의 핵심내용은 세 차례나 시행이 미루어 졌다. 정치인들과 노동단체는 시한만 되면 적당히 구실을 둘러댔다. 하지만 이제 막다른 골목까지 왔다. 국정 장악력이 떨어지는 집권 말기나 선거 등을 악용해 야합하는 행태는 더 이상 용납되기 어렵다. 노동계는 회사 일은 안 하면서 월급을 타 가는 습성을 빨리 끊는 게 옳다. 더구나 대기업 노조는 정치화·권력화하고 활동비도 두둑하다. 전임자 무임금은 어차피 닥칠 것이고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시간을 질질 끌수록 구차해질 뿐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런 와중에 일찌감치 지혜로운 판단을 내렸다. 오종쇄 노조위원장은 이달 중순 “자주성을 위해 전임자 임금을 벌어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전임자 55명의 한해 임금 34억원을 벌기 위해 다양한 수익사업을 구상 중이라고 한다. 노조 조직을 벌써 12개 부(部)에서 7개 실(室)로 줄였다. 회사 측에서 볼 때 이렇게 듬직하고 고마운 노조가 어디 있겠는가. 노동계가 전임자 임금을 사측에 계속 의존하려는 분위기에서 홀로서기를 차분히 준비하는 현대중공업 노조의 선견지명은 더욱 돋보인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광화문광장 조형물 최소화·교통체계 수정

    서울시가 시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기울여 광화문광장 운영 방향을 수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광장의 조형물을 최소화하고 주변 교통체계를 조정하는 내용의 토론회가 열리게 된다. 토론회에선 광장 주변 나무 식재에 대해서도 논의하게 된다. 서울시는 8일 서소문 청사에서 기자브리핑을 갖고 세 차례의 공개 토론회를 거쳐 광장 주변 교통이나 시설물 배치 등의 기본 운영 방침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8월1일 광장 개장 이후 주변 교통이나 시설물 설치 등과 연계된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돼 온 데 따른 것이다. 시는 우선 여론수렴을 위해 광장 개장 6개월을 맞는 내년 2월 전문가 중심의 1차 토론회, 개장 1주년인 8월 시민이 참여하는 2차 토론회를 각각 개최한다. 시는 마지막으로 광화문 복원이 끝나는 시점에 3차 토론회를 열어 광장의 성격과 운영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토론회에선 ‘국가 상징물’로서 광장의 품격과 정체성 확립 방안, 보완 필요 시설물, 주변 시설물과의 연계방안 등이 논의된다. 또 광화문광장을 비롯해 서울광장, 청계광장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도 토론이 진행된다. 시는 아울러 광장의 역사성과 디자인 등 기본 설계 틀을 유지하되 스케이트장 운영이나 스노보드 국제대회 유치 등 계절별 행사에 대해선 각계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브리핑에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최근 제기한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광장을 사용하도록 하자.’는 주장에 대해선 추후 논의 계획을 언급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조례를 통해 광화문광장에서 국가 또는 지자체가 주관하는 행사, 문화·예술행사, 어린이·청소년 관련 행사 외에는 개최를 금지하고 있다. 광화문광장은 개장 이후 지난 6일까지 모두 602만 1000명이 다녀갔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그 때 너의 손을 잡았더라면 세상을 등지진 않았을텐데…

    청소년 문학이 다루는 소재는 어쩌면 뻔하다. 왕따, 이성 문제, 성적 정체성, 학교 성적, 결핍된 가정 등 청소년이 늘상 겪을법한, 정체를 드러내기 어려운 불안과 공포가 주종을 이룬다. 화법 역시 비슷하기 일쑤다. 어른의 뻔한 훈계나 권선징악식 결말을 겨우 피했다 싶으면, 개연성 떨어지는 느슨한 서사구조 또는 기성 사회와의 도식적 불화, 생뚱맞은 캐릭터 등이 범벅이 되곤 한다. 그럼에도 오로지 청소년이 등장한다는 이유로 버젓이 청소년 문학의 이름표를 달고 있다. 이제는 문학의 한 장르로 당당히 인정받고 있건만, 여전히 아쉬움 가득한 청소년 문학의 현주소다. ● 탄탄한 서사·생생한 캐릭터 흥미진진 지난해 ‘완득이’로 청소년 문학의 새 장을 연 김려령이 다시 한 번 청소년 문학의 새로운 전범(典範)을 제시했다. ‘우아한 거짓말’(창비 펴냄)은 탄탄한 서사 구조와 살아있는 캐릭터를 앞세워 작품의 완결성을 높임은 물론 극적 재미까지 안겨준다. 하지만 ‘우아한 거짓말’의 진짜 미덕은 청소년들이 삶 속에서 고민해야할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질문을 무척 자연스럽게 던진다는 점이다. 죄와 죄의식 사이의 미묘한 간극, 용서와 화해의 주체 문제, 종이 한 장 차이인 진실과 거짓의 문제 등 묵직한 주제에 대한 답을 소설을 읽는 내내 찾게 만든다. 게다가 작품 끄트머리에서 심장이 쿨럭거릴 정도로 먹먹해지는 감동은 청소년 문학이 더이상 ‘청소년들만 읽는 문학’이 아님을 여실히 확인시켜준다. 중1 여학생 천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늘 착하고 조용하기만한 천지가 이상하게도 아직 생일이 한참 남았건만 왜 생일 선물로 MP3를 당장 사달라고 엄마를 졸랐으며, 또 학교 안팎에서 어떤 일이 있었길래 집안에서 붉은 털실로 목을 매 자살해야 했는지 의아해지며 점점 높아지는 심박수에 맞춰 작은 혼란이 일기 시작한다. 이후 천지의 담담한 상황 설명, 주변 인물들의 복잡한 죄의식으로 시선을 바꿔가며 씨줄 날줄을 가지런히 풀어간다. 천지는 각각의 메시지를 담은 털실 뭉치 다섯 개를 남겨놓고 떠났다. 털실은 어릴 적 세상을 뜬 아빠의 몫까지 대신해야하는 지친 엄마에게, 엄마처럼 자상한 언니에게,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혀온 친구 화연에게, 또 하나는 동정과 경멸의 시선을 관심으로 포장해온 친구 미라에게 준다. 이렇듯 털실은 천지의 분노와 불안, 두려움, 증오 등을 삭이게 해준 이해와 용서의 상징물이다. 천지는 털실 뭉치 메시지로 모두를 용서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가해자와 피해자의 쌍방의 소통이 아닌 일방적인 메시지가 되고 만다. ● 남아있는 자들의 소통·화해·용서 마지막 털실뭉치는 천지 자신에게 남겼지만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는다. 누군가 간절히 자신의 손을 잡아주기 원하던 천지였지만 끝내 소통은 미완성이 되고 만다. 언니 만지는 “지금부터 시작이야. 마지막 털실 뭉치를 찾을 때까지….”라며 천지의 죽음을 통해 남은 이들끼리 소통하고, 이해하고, 용서하는 법을 가져야함을 배운다. 천지와 비슷한 나이 무렵, 세상을 등지고 싶은 유혹에 시달렸다는 작가 김려령은 “‘잘 지내냐.’는 진심어린 말 한 마디를 듣고 나를 지치고 쓰러지게 하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걱정하고 바라봐주는 누군가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청소년들은)어떠한 일이 있어도 미리 생을 내려놓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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