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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촛불’ 소강상태 왜?

    ‘촛불’ 소강상태 왜?

    소강상태로 접어든 촛불은 ‘바람 앞의 등불’일까,‘태풍의 눈’일까. 지난 10일 ‘100만 촛불대행진’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는 촛불집회의 앞길에 대해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촛불의 기조를 ‘정부 정책 투쟁’으로 확대하면서 시민들이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참여자 숫자가 부쩍 줄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의 “촛불집회는 천민 민주주의”, 소설가 이문열씨의 “촛불장난 너무 오래한다.” 등 거친 발언도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촛불을 지핀 네티즌들은 이런 지적들이 “촛불을 보는 시각이 구태적이기 때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국민대책회의는 네트워크 조직체일 뿐, 시민들의 의사를 이끌던 ‘과거의 운동권 조직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음 아고라의 ‘해수사랑’은 “시민들은 광우병 쇠고기에서 시작해 ‘소수의 이익과 다수의 고통’이라는 불균형 사회를 추구하는 정책에 대한 고민으로 자신의 자리를 자각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소강상태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지적했다.‘100만 촛불대행진’에 대한 정부 반응과 한·미간 협상 과정을 관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연세대 박명림 교수는 “촛불집회는 직접 민주주의가 대의 민주주의에 경고하는 것으로, 대의 민주주의란 제도를 급하게 뒤엎을 수 없기 때문에 소강국면이 필요한 것”이라면서 “4·19혁명,6·10항쟁 등 민주주의가 발현된 역사적 사건에는 늘 소강국면이 있었다. 시민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면 시민들은 다시 일어선다는 걸 역사가 보여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상지대 정대화 교수는 “시민들은 관망의 단계가 왔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일단 정부에 경고했으니 ‘긴장’의 단계에서 ‘완화’의 단계로 넘어갈 때를 시민들이 알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경원 장형우기자 leekw@seoul.co.kr
  • 30억 상당 미술품 상지대에 기증

    30억 상당 미술품 상지대에 기증

    김성훈 상지대 총장이 9일 자신이 소장하던 시가 30억원 상당의 러시아 공훈 작가 슈베코의 미술품 18점을 학교측에 기증했다. 김 총장은 “상지대에 온 지 3년 반 동안 부지불식간에 행했을지 모르는 잘못에 대한 미안함과 아쉬운 마음으로 20년간 소장한 그림을 기증한다.”고 밝혔다. 그는 목포 자연사박물관에 희귀 조개류 1만여점을 기증한 것을 비롯해 중앙대 안양캠퍼스 부총장 시절에는 선대부터 소장해 온 허소치 일가와 심향의 그림 등 36점을 대학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원주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e까페, 시민운동 새 장 열었다

    e까페, 시민운동 새 장 열었다

    인터넷 카페 등 각종 온라인 모임이 촛불집회를 계기로 시민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 시민단체가 활동가 중심의 ‘대리 시위’를 펼쳤다면 이들은 온라인 토론을 거쳐 거리로 뛰쳐 나가는 자발적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도처에 흩어진 인터넷 카페와 각종 토론광장이 새 시민운동의 원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이런 온라인 풀뿌리 조직들이 참여민주주의를 공고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풀뿌리 조직들은 분야도 다양하다. 애초 촛불을 당긴 것은 미친소닷넷과 2MB탄핵연대 등 목적이 뚜렷한 인터넷 모임이었다. 하지만 최근 촛불집회에서는 ‘새틴’(화장품동호회),‘쌍코’(성형수술정보공유동호회),‘소울드레서’(패션동호회),‘MLB파크’(야구동호회),‘토론의 성지 아고라’(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광장) 등 수많은 인터넷 카페의 깃발을 쉽게 볼 수 있다. 인터넷 모임에는 특별한 구심점이 없다. 회원들은 내부 토론을 거쳐 이슈별로 자유롭게 시위 참여와 불참을 결정한다.‘MLB파크’의 한 회원은 “우리 카페에는 야구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해박한 지식을 갖춘 회원들이 많다.”면서 “정치·사회·문화 등으로 굳이 영역을 구분할 필요없이 우리가 나서야 할 이슈가 생기면 토론을 통해 참가한다.”고 말했다. 시위 방식도 파격적이다. 기존 운동권의 진지하고 격렬한 표현방식과 달리 인터넷에서 통용되는 위트와 유머를 활용해 유쾌하게 불만을 표현한다. 도로를 차단하는 경찰버스에 주차금지 딱지를 붙이는가 하면 단체로 푸른 신호등에 맞춰 횡단보도를 건너는 장난기 어린 집단행동을 연출하고,‘뽀뽀뽀’를 개사한 노래를 투쟁가로 부른다. 촛불집회장에서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헌법 제1조’(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노래도 이들의 작품이다. 또 노트북이나 댓글로 촛불시위를 생중계하면서, 경찰의 채증 인력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경찰의 폭력진압을 감시한다. 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시민운동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으로 무겁고 의례적인 시위를 축제의 성격으로 만들어 누구나 참여하기 쉽도록 만든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상지대 홍성태 교수는 “자발적·분산적으로 일어난 새로운 유형의 운동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정부에 직접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면서 “하지만 시위의 대상이 민생 전반으로 확대된 만큼 서로 뜻을 같이 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경주 장형우기자 kdlrudwn@seoul.co.kr
  • 거리 뒤덮은 ‘피플파워’ 커지는 목소리

    거리 뒤덮은 ‘피플파워’ 커지는 목소리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피플 파워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2일로 촛불집회 한달을 맞지만 촛불집회 규모는 커지고 참석자들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1만명으로 시작했던 촛불집회 참석자는 지난 주말 10만명으로 늘었다.2002년 월드컵 대회,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젊은이들이 주로 자리를 메웠던 서울광장은 70대 노인, 유모차를 끈 주부, 중학생·고등학생들이 메우고 있다. 젊은이들이 내놓던 정치적 요구는 쇠고기를 수입하지 말라는 생활형 정책적 주문으로 바뀌었다. 대운하·영어공교육 등 정책 전반에 대한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 주말 제자들과 저녁을 먹고 나와 구경하다 촛불집회 참여자들과 함께 연행된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1일 “촛불 집회는 무엇보다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시민들이 직접 돌파해 나가는 과정”이라면서 “5년마다 혹은 4년마다 투표만 하는 절차적 민주주의였다면 이제는 정부가 내놓는 정책 하나하나에 대해 검증하고 비판하며 행동하는 정책 민주주의로의 요구가 분출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광장뿐 아니라 지방의 촛불행진에서 1987년의 6월을 연상케 하는 게 단지 6월을 맞아서만은 아니다. 전주의 민중서관 사거리에서 집회가 열린 것은 1987년 이후 처음이고, 부산에서 서면 8차로 도로를 시민들이 메운 것은 1987년과 1991년 강경대군 치사사건 이후 17년 만이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서울만이 아니라 부산 등 전국에서 열렸다는 건 시민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를 스스로 나타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1987년 6월 항쟁처럼 정치적 정당성 없는 정권의 퇴진 요구와 비슷한 수준으로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촛불 행진은 청와대로 가려다 저지당했다. 물대포와 가스 분말기가 동원됐고 경찰특공대가 투입됐다. 우려스러운 것은 촛불행진이 청와대행을 시도했다는 것과 함께 과연 물대포로 촛불을 끌 수 있겠느냐다. 아울러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장관 교체를 비롯한 국정쇄신안이 피플파워를 잠재울 수 있느냐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명박 대통령이 3일 취임 100일을 맞아 민심 수습책으로 제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정책 추진 과정 전반이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장관 교체로 촛불을 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가 위기국면을 극복하려면 인적쇄신보다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인적쇄신이 출발점은 되겠지만 미국과의 재협상 등으로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게 본질”이라면서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던 국정운영의 실수에 대해서도 소통의 장을 만들고 신뢰회복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6·10 항쟁 21주년을 맞는 6월을 맞아 촛불집회와 촛불 행진이 언제까지 계속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정부가 신뢰를 회복하고 정책결정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더 넓은 민주주의를 하지 않는 한 촛불행진의 끝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美쇠고기 고시 후폭풍] 예비군·넥타이부대 ‘촛불’ 가세

    ‘예비군 부대’와 ‘넥타이 부대’가 촛불대행진의 스타로 떠올랐다. 광화문 근처에서 대규모 행진이 벌어진 지난 29일 밤 예비군 훈련을 마친 대학생들과 직장인 30여명은 예비군복을 입은 채 거리로 나와 행진 대오의 선두와 후미를 인솔했다. 세종로 사거리 인도에서 경찰들과 시민들이 맞서자 일부에서 “도와줘요. 예비군”이라고 외쳤고, 예비군복을 입은 시위대는 재빨리 양측을 진정시켰다. 이에 시민들은 “사랑해요. 예비군”을 연호했다. 다음 아고라 자유토론방에 ‘예비군들 모입시다.’라고 처음 제안한 대학원생 신원교(28)씨는 “우리는 시민들의 방패가 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개인들일 뿐”이라고 말했다. 네티즌들이 분석한 예비군 효과는 ▲중고생 외에 젊은이들이 참가한다는 증거가 되며 ▲중·장·노년층에게도 호국충정의 혈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시민을 보호할 수 있으며 ▲현역 후배들에게 광우병 반대의 당위성을 호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30일 새벽 경찰이 시민들을 강제해산하는 과정에서 예비군 2명을 연행하자 아고라 자유토론방과 국방부 홈페이지에는 경찰을 비난하는 글이 쇄도했다. 연행자는 예비군 2명을 포함해 모두 4명이다.6월 초까지 수도권의 예비군 훈련이 집중돼 있어 촛불집회가 계속되면 ‘예비군 부대’의 참여도 늘어날 것 같다. 1987년 6월항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넥타이 부대’도 장관 고시를 기점으로 거리로 나왔다.29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만난 회사원 서현종(39)씨는 “대통령에게 걸었던 마지막 기대를 접었다.”면서 “10대,20대들이 한 달 동안 외쳐도 귀머거리 정부는 결국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직장내 팀원 모두가 거리로 나와 ‘고시철회’를 외치는 모습도 드물지 않다. 팀원 5명을 이끌고 나온 금융회사의 이용훈(43)씨는 “회식 자리에서 쇠고기 문제를 토론하다 모두가 나왔다.”면서 “주말에는 다른 팀도 우리와 함께 참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상지대 교양학부 홍성태 교수는 “민주화 투쟁 당시 승리의 경험이 있는 세대들이 다시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광장의 힘이 정치적 힘으로 전이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황비웅 장형우기자 stylist@seoul.co.kr
  • ‘성난 촛불’ 대정부 투쟁 조짐

    ‘성난 촛불’ 대정부 투쟁 조짐

    중·고생들과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진행돼 온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가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노동단체들의 가세로 쇠고기 수입 반대를 넘어선 대정부 투쟁으로 번져갈 태세다. 촛불문화제가 신고되지 않은 ‘불법’ 거리시위로 확산되면서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4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17번째 촛불문화제에는 여의도에서 집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전국교사대회를 마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이 일부 합류했다. 또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모임인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도 100일 순례를 마치고 동참했다. ●민노총 지도부 9명 청계광장서 노숙투쟁 정부의 노동·교육·환경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해 온 단체들이 촛불시위에 참여하면 정치색이 강해져 순수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민주노총과 전교조 등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으로 인해 대정부 투쟁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판단으로 적극적인 참여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 등 지도부 9명은 정부의 미 쇠고기 수입 고시가 있을 때까지 청계광장에서 노숙투쟁에 들어갔다. ●쇠고기 담화 불구 “정권퇴진” 구호 또 10대와 네티즌들이 주도하던 시위에 ‘386세대’와 사회단체들이 합류하면서 시위 양상과 소통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10대와 네티즌들이 주로 인터넷 카페를 통해 촛불시위 참여를 독려하고 현장 동영상을 퍼다 나르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알린다면 386세대와 사회단체들은 시위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민중가요를 부르고, 이른바 ‘8박자 구호’를 외치면서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새로운 시위 방식과 기존 시위 방식이 결합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주로 미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던 시민들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도 불구하고 한발 더 나아가 ‘정권 퇴진’과 ‘독재 타도’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쇠고기 수입 문제뿐만 아니라 대운하, 교육자율화 조치, 공공부문 민영화 방침 등 현 정부의 정책 대부분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한데 모이고 있는 형국이다. ●“시민들 순수요구 정치적 음모로 매도” 24일 촛불문화제가 밤샘 거리시위로 이어진 것에 대해서도 주최 측은 다수 시민들의 자발적인 행동이었다고 전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한용진 상황실장은 “주최 측이 행사가 끝났다고 계속 전달했지만 시민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거리로 뛰어 들었다.”면서 “경찰들이 광화문 방향을 막으면 자연스럽게 해산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시민들의 분노는 그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상지대 교양학부 홍성태 교수는 “애초에 시민들은 자신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촛불을 들었다.”면서 “하지만 정부는 시민들의 순수한 요구를 정치적인 음모가 있는 것으로 매도해 일을 키웠다.”고 말했다. 또 “국민에게 사과한다고 하면서도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는 정부의 불성실한 태도에 국민의 불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고 말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물마른 4대강 수량 증대·수질 개선” “훼손될 생태계 여의도 면적의 50배”

    고려대 환경생태연구소는 23일 고려대 생명과학관에서 ‘한반도 대운하­얻을 것과 잃을 것’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건설경제·문화·생태 등 세 분야로 나뉘어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찬반을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참석해 열띤 논쟁을 벌였다. 대운하 찬성 측에는 조원철 연세대 교수, 전택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가 나섰고, 반대측 토론자는 홍종호 한양대 교수, 홍성태 상지대 교수, 이은희 서울여대 교수였다. 닐 커크우드 하버드대 교수는 ‘대형 건설공사의 총체적 접근’이란 주제의 기조연설에서 “대규모 건설 공사는 환경과 기존 시설에 대한 종합적이고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총체적인 계획과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경제 분야에서 홍종호 교수는 “찬성 측에서는 청계천과 경부고속도로 건설사업이 진행 당시에는 반대가 심했지만 완공 후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을 근거로 대운하 건설의 필요성을 역설하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라면서 “청계천은 구정물을 강물로 바꾸는 사업이었지만 경부운하는 식수원을 구정물로 바꾸는 사업이며,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40분에 주파하는 초고속 시대에 72시간 배를 타고 가야 하는 경부운하 계획은 경쟁력 측면에서 타당성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원철 교수는 “대운하 건설시 다른 운송수단과 비교해 에너지 절감 및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있으며 물류·환경·관광·주거·물관리의 연계로 경제 활성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생태분야 토론에서 박석순 교수는 “운하 건설로 물 마른 4대강에 수량증대, 하상준설, 하천부지정비, 오염원 차단 등의 효과를 노릴 수 있고, 수질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은희 교수는 “운하 건설은 하천생태계 교란을 불러 생물서식지 파괴와 생물종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운하건설로 훼손될 자연생태계 보호지역의 예상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약 50배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환경생태 연구소는 이날 열린 토론회 결과를 보고서로 만들어 이명박 대통령 및 정부 각계 인사와 국회에 보낼 예정이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대운하-얻을 것과 잃을 것’ 토론회

    고려대 환경생태연구소(소장 심우경)는 23일 오전 10시 고려대 생명과학관 동관 오정강당에서 ‘한반도 대운하-얻을 것과 잃을 것’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이날 토론회에는 조원철 연세대 교수, 홍성태 상지대 교수 등 전문가들이 참석해 건설경제, 문화, 생태 등 각 분야별로 한반도 대운하에 관한 찬반 논쟁을 벌인다.
  • 간통죄 존속 3연승 이번엔…

    1990년 6대3 합헌,1993년 앞선 결정 인용,2001년 8대1 합헌……,2008년은?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이공현 재판관)는 8일 서울 재동 대심판정에서 간통죄 위헌 여부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었다.헌재가 간통죄를 다루는 것은 네 번째다.1953년 만들어진 뒤 55년 동안 꿈쩍없는 ‘배우자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와 상간한 자도 같다.’는 형법 제241조는 앞서 3차례 헌재 심판 대상에 올랐으나 모두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개별 간통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서울북부지법, 대구지법 경주지원,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의 재판부 3곳이 연기자 옥소리씨 등 피고인의 청구를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 간통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받고 항소한 한 피고인이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이를 모두 종합해 살펴보고 있다. 이번 심판이 주목되는 이유는 헌재 4기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이 인사청문회에서 간통죄 존속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3분의2가 위헌 의견을 내면 간통죄는 폐지되게 된다.110여장가량 마련된 일반인 방청권이 이날 오전 9시 즈음부터 배포되기 시작, 점심 이전 동이 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이 반영되기도 했다. 헌재 재판관들은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 보호가 법률 제한이 가능한 영역인지, 성매매도 성적 자기결정권에 포함되는 것은 아닌지, 간통죄 폐지가 성적 방종이나 불륜 조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간통죄 고소를 위해 이혼소송을 먼저 제기해야 하는 게 적절한지 등을 물어보며 3시간 남짓 꼼꼼하게 따졌다. 제청신청인과 청구인을 대리하는 임성빈·강문대 변호사는 “간통죄가 있다고 가정이 원만하게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처벌 과정에서 가정이 완전히 파탄난다. 파탄의 책임이 있는 사람이 배우자를 고소하며 간통죄를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면서 “간통죄 조항은 성적 자기결정권 및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실효성도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상대 법무부 법무실장은 “공공복리와 질서를 위해, 사회적 해악을 막기 위한 것으로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면서 “2001년 헌재 결정 뒤 국민 의식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3년 동안의 국정홍보처 여론조사에서 간통죄 유지 찬성이 70% 안팎을 오르내렸다.”고 강조했다.그는 “지난해 꾸려진 형사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에서 간통죄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민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 공감대가 형성됐음이 확인될 때 국회에서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일수 고려대 교수는 “자기 의사로 부부 이외에 타인에 의해 침해받지 않는 배타성을 띤 혼인 관계를 이룬 사람이 다른 사람을 선택하는 것은 성적 의사결정의 자유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간통 행위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실현하는 게 아니라 남용 내지 오용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최병문 상지대 교수는 “간통은 바람직하지 않고 불행한 일이며 비윤리적”이라면서도 “법적인 관점에서는 다른 문제로 이혼 사유가 되고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일에 국가 형벌권이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 소장은 “간통죄 조항이 지극히 사적인 성과 사랑에 대해 지나치게 간섭하고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적지 않은 국민들은 이 조항을 통해 가정파탄을 막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위헌 결정이 나더라도 실질적인 부부 평등을 이루기 위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고 합헌 결정이 있더라도 이 조항을 다듬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광우병 괴문괴답戰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논란이 네티즌 사이에 퍼진 ‘괴담’과 정부·정치권에서 촉발된 ‘괴담’이 충돌하면서 ‘괴담 전쟁’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쇠고기 수입 협상 과정과 안전성 등 정확한 정보를 줄 때까지 비이성적인 논의는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17일 휴교’ 관련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 대해 검찰과 경찰 교육과학기술부가 진화 작업에 나서자 이에 격분한 네티즌들이 ‘악성 댓글’로 대응해 괴담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최근 광우병 괴담에 대응하기 위해 급하게 내놓은 ‘10문 10답’도 네티즌 사이에서는 정부가 퍼트리는 괴담으로 치부되고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각 문항마다 반박하는 논거를 대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광우병에 걸린 소라도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SRM)을 제거한 등심 스테이크는 먹어도 안전하다.”는 한나라당 심재철 원내 수석부대표의 지난 6일 발언을 빗대 ‘심재철 괴담’도 나돌고 있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주저않는 소 동영상은 동물학대 영상이다. 이를 광우병으로 연결짓는 것은 혹세무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동영상은 다우너(기립불능소)를 도축해 사람이 먹게 되는 장면을 포착한 ‘휴먼 소사이어티’의 폭로 비디오다. ‘괴담의 실체’라는 글도 인터넷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다음 카페 ‘이명박 탄핵 투쟁연대’의 아이디 ‘새의 선물’이 올린 이 글은 지난해 뼈있는 쇠고기 수입 논란이 한창일 때 일부 언론이 뼈가 들어있거나 30개월 이상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 기사와 사설, 칼럼 등이 담긴 수십개의 인터넷 주소를 총 망라했다. 고려대 이명진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불확실한 상황을 제시하고 스스로도 여기에 빠진 형국”이라면서 “정부는 빨리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 일관된 입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상지대 교양학부 홍성태 교수는 “정부가 국민들의 걱정과 우려를 괴담이라고 치부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정부와 정치권의 주장도 괴담 수준인 게 많고, 경찰과 검찰의 수사는 오히려 억압된 시민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괴담을 수사하고 있는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도 “처벌 근거와 명분이 없는 수사”라는 반응이 나온다.‘휴교시위 괴담’ 문자메시지를 수사 중인 한 경찰관은 “문자의 내용이 ‘휴교한다.’는 것이라면 허위사실로 업무를 방해한 혐의 적용이 가능하지만 실제 문자는 ‘휴교를 위해 시위하자.’는 내용”이라면서 “최초 발신자의 신원을 파악한다해도 처벌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일선서 한 형사는 “대단한 범죄도 아닌데 모든 경찰 조직이 움직이는 건 국민들 보기에도 부끄럽다.”면서 “대운하 반대 교수 사찰에 이어 고등학생들 휴대전화까지 감시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이경주 이재훈 장형우기자 kdlrudwn@seoul.co.kr
  • ‘科 vs 科’ 무한 생존경쟁

    대학내 학과(학부)의 무한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인기학과는 살아남고 인기가 없는 학과는 폐지되는 생존게임이다. 학과의 살아남기 경쟁은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의 대학 자율화 방침이 도화선이 됐다. 교과부는 현재 복수의 학과 또는 학부별로 정하도록 돼 있는 학생 모집단위를 대학별로 실정에 맞게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학과의 무한경쟁이 철학·물리학·사회학 등 기초학문 학과가 사라지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동국대는 53개 학과(전공)의 최근 3년간 학생재학률, 취업·진학률 등을 조사해 1∼53위까지 성적을 매겼다. 평가에서 46위인 철학전공,47위 수학,48위 윤리문화학 전공,49위 기계공학과는 내년도 입시에서 정원을 10% 줄이기로 했다. 50위 전기공학,51위 물리,52위 사회학전공,53위 독어문화학전공의 정원은 15%를 줄인다. 감축되면서 생긴 36명의 정원은 내년에 신설되는 1개 학과에 우선 배정한다. 동국대 관계자는 2일 “성적이 우수한 학과(1위 컴퓨터 공학전공,2위 경영,3위 전자공학과)는 앞으로 정원을 늘리는 등 집중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2학기부터 ‘학과종합평가제’를 시행해 각 학과별로 교과과정이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지, 영어강의 비율을 통해 국제화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평가한다. 세분화된 국사학과·동양사학과·서양사학과 등 역사학과의 통폐합도 검토 중이다. 고려대는 국제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내부적으로 구조조정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2학기 때 몇 개 과를 통·폐합하거나 이미 통합된 과를 분리하는 등 변화가 예상된다. 서강대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새학기 시작 전까지 전공 커리큘럼 개편이나 학부제운영 보완 계획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한다.한국외국어대는 이달 중순부터 각 학과나 학부에서 학제개편 관련 아이디어를 제출받아 학문적 수요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일부 학과나 학부를 손질할 것으로 전해졌다. 성신여대는 다음달 말쯤 나오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컨설팅 결과에 따라 학과 구조조정을 벌인다는 계획이다.임상범 입학처장은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학과별 인원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대학의 학과 통·폐합 움직임에 대해 기초학문이 몰락하면서 ‘학문의 편식’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동국대의 한 교수는 “(오영교) 총장이 대학을 너무 상업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여러 학문이 수백년 동안 발전해 왔는데 학문을 평가하는 잣대를 취업률로 보는 것은 정말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고했다.홍성태 상지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방대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진행된 지 이미 10년이 넘었고, 이제 서울 중위권 대학까지 번지게 된 것”이라면서 “갑작스럽게 학과를 없애거나 정원을 줄이면 해당 교수나 학생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기초학문에 대한 무관심이 더 커진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김성수 이경원기자 sskim@seoul.co.kr
  • 꼬인 與·野·政… 현안 대립

    꼬인 與·野·政… 현안 대립

    이명박 정권 초반기가 이견과 대립으로 꼬여 있다.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대운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인사문제 등 현안마다 대척점이 날카롭다. 여야간에 점접을 찾으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고 대립만 반복하는 모양새다. 청와대가 정국운영의 틀을 제시하면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여야는 일정 정도 ‘허니문 기간’을 갖는 것이 정권 초반기의 기본 구도로 여겨져 왔다. 이를 감안하면 현재의 국면에서는 여야간에 허니문을 찾아보기 어렵다. 야권은 여권을 향해 ‘민란’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한·미 FTA와 혁신도시, 인사문제, 비례대표 사법수사 등 거의 모든 현안에서 공조를 찾을 수 없다. 여권은 “통합민주당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게 야당의 역할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특히 한·미 FTA는 자신들이 집권 여당일 때 만들어놓고도 이제 와서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 야권 역시 반대 일변도다. 대선 패배 이후 전열 재정비에 연착륙하지 못한 상태에서 원할한 정국 운영이나 민생 제고를 위한 ‘협조’보다는 대여 투쟁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당내 지지 기반이 미약한 상황에서 당권을 잡은 손학규 대표의 지도력도 또다른 배경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합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2일 최고위 회의에서 “쇠고기 개방문제와 관련, 이 대통령을 규탄하는 네티즌들의 서명이 인터넷 민란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을 지적하기도 한다. 상지대 정대화 교수는 “지난 10년의 정책에 대해 협의는 고사하고 조급하게 수정·폐기하는 것이 반발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지난 1일 한·미 FTA 반대 범국민운동본부를 경찰이 불법단체로 규정하자, 범국본 일원으로 참여한 민주노동당의 반발은 극에 달했다. 민노당 박승흡 대변인은 “정권의 비상식적 폭주에 어떠한 반대의 목소리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이자 야당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여권 내 불협화음도 시급한 해결 과제다.‘MB노믹스’의 주도권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대운하 공방에선 야권 반대에 여권의 엇박자까지 물려 있다.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기싸움은 추경예산 편성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분간 추경은 없다.”고 정리한지 이틀만에 강 장관은 “6월 국회에서 당과 추경편성 재추진 방안을 협의하겠다.”며 편성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정책위 의장은 “정부가 당을 우습게 보거나 아주 대담한 것”이라며 불쾌해했다. 이 대통령의 측근인 정두언 의원과 소장파 남경필 의원 등이 청와대 정무라인의 쇄신을 주장하는 양상도 여권 내 갈등에 기름을 붓고 있다. 정 교수는 “여권의 비주류이던 이 대통령이 집권 후 기존 당 주류세력의 의사를 배제한 것이 일차적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박근혜 전 대표를 정점으로 한 견제세력을 적극 끌어안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정치세력간 협력이 중요하지만 열쇠는 청와대가 쥐고 있다.”면서 “청와대가 정무 기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야권도 전열 재정비 과정을 통해 집권 여당에 생산적인 견제와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충고했다. 구혜영 구동회기자 koohy@seoul.co.kr
  • ‘바람직한 도시’ 학문적 조명 활기

    ‘바람직한 도시’ 학문적 조명 활기

    국가와 자본 일방의 도시개발이 아닌 민의가 투영되는 도시 만들기가 학문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화가 강제하는 ‘글로벌 도시’ 담론에 대응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글로벌 도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가 꼽힌다. 국내에서도 ‘제2의 두바이’를 꿈꾸며 송도신도시로 대표되는 국제도시와 명품도시 건설이 가속화되고 있다. 글로벌 도시는 세계화가 제시하는 경쟁력 있는 도시의 미래형인 동시에, 주민들의 오랜 생활터전을 위협하는 성장의 정글이다. 도시가 학계의 비판적 탐구 대상인 ‘공간정치’의 장으로 대두되는 까닭이다. ●‘공간정치’의 관점에서 파악하는 도시개발 한국영상문화학회가 12일 고려대 국제관에서 여는 학술대회 ‘새로운 도시 시학을 위하여’는 인식론적인 관점에서 도시를 탐구한다. 기조발제(‘주거·도심·전원-도시 미학의 여러 요소’)를 맡은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는 그의 주요 이론틀인 ‘심미적 이성’으로 현대 도시를 탄생시킨 ‘산업적 합리성’을 성찰한다. 생산기능에 따라 합리적으로 조직된 공간은 생산능력을 갖지 못한 빈민촌을 배제하는 대신 깔끔하게 정리된 공단과 연구소, 집단 아파트를 전면에 내세운다. 김 교수는 “산업적 합리성이란 합리적 정치권력이 부재한 상태에서 가장 손쉽게 작용하는 기능주의적 원리”라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세계화 과정에서 한층 부각되는 수직 구조물의 비(非)심미성을 비판하는 한편,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수평 건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반면 계간 ‘황해문화’는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적극 활용한다.6월 발간될 황해문화 여름호는 ‘도시의 재기획화’란 주제로 글로벌 도시로 표상되는 도시담론의 현주소를 분석하는 대형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 황해문화가 글로벌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은 ‘공간정치’다. 기획을 총괄하는 건축평론가 전진삼 편집위원은 “현대 사회의 도시개발 배경엔 정치적 함수가 짙게 깔려 있다.”면서 “정치적 시각으로 개발 프로젝트들을 비판·분석해야 정치권력의 책임도 제대로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청광장 개발, 청계천 복원, 한반도 대운하 사업 등 정치인이 공적 자산을 활용해 자신을 상징하는 대형 토목사업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 하는 관행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자리잡았다는 지적이다. ●주민 뜻 반영한 대안 도시 만들기 ‘민주사회정책연구원 안산지역연구팀’의 대안도시 만들기는 실천적인 성격이 강한 작업이다. 성공회대, 한신대, 상지대가 공동운영하는 민주사회정책연구원 연구원들은 2004년 팀을 결성해 경기 안산시를 집중 연구, 그 성과를 최근 ‘전환기의 안산’(정건화 등 지음, 한울아카데미 펴냄)이란 책으로 펴냈다. 연구팀은 안산을 한국 사회의 제반 문제들이 집약된 공간으로 파악한다.1970년대 전형적인 농촌이었던 안산은 80년대 가난한 노동자들이 밀집한 공단도시로,90년대 이후 이주노동자들의 집단 거주지로 옷을 바꿔 입었다. 현재는 세계화 담론의 유행을 타고 ‘첨단산업도시(멀티테크노벨리)’ 개발이 추진되면서 시민사회와 갈등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주노동자 및 비정규직 노동자와 연대해 지역조직을 만들고, 지역 현안을 주제로 각종 토론회를 여는 등 학문적 연구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역 이슈에 깊숙이 개입했다. 공동필자 가운데 한 명인 정건화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도시는 지역적 특성을 무시한 채 획일적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면서 “대학과 연구자가 지역 문제에 적극 참여해 대안을 고민하는 작업이 활성화돼야 주민의 뜻이 반영된 도시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이젠 정책부터 따져보자

    이젠 정책부터 따져보자

    18대 국회의원 선거가 6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심성 공약이 난무하는 가운데 국가차원의 정책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은 찾기 어렵다. 부동층 증가에서 드러나듯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도 실종된 지 오래다. 하지만 정책에 대한 비교 분석 없이 투표하는 것은 신랑신부 얼굴도 모르고 결혼식장에 들어가는 것이나 다름없다.‘유권자가 권력이다.’라는 총선기획에 이어 주요 정책이슈에 대한 정당별 입장과 이에 대한 매니페스토실천본부 공약 비교평가단원의 평가를 잇따라 싣는다. ■복지 국민·노령연금 통합 정당별 입장차 가장 커 복지분야에 있어 보수 정당은 민간복지 확대 등 시장 역할의 강화를, 진보정당은 정부 역할의 강화를 제시하는 등 다소 차이를 보였다. 특히 주요 정책 의제인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의 통합과 관련해 각 당은 엇갈린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을 통합해 모든 노인들에게 최소한의 기초 연금을 지급하고, 그 대신 국민연금은 낸 만큼만 돌려받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통합민주당 등 주요 4개 정당은 국민연금은 그대로 두고, 기초노령연금 대상을 확대하고, 지급액을 높이겠다며 다른 ‘처방전’을 내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민연금을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으로 분리하고 기초연금은 부과 방식으로, 소득비례연금은 적립방식으로 운영하고,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친박연대는 기초노령연금의 기초연금화가 바람직하며, 수급대상 확대도 필요하다며 찬성했다. 반면 통합민주당은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을 통합해 기초노령연금이 조세방식으로 자리잡을 경우 막대한 재원 소요로 후세대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이유로, 창조한국당은 “노후 빈곤 예방이라는 연금제도의 본래 기능마저 약화시킬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이유로 연금 통합을 반대한다. 통합민주당과 창조한국당은 기초노령연금 지급대상을 80%까지 높이고 지급액도 각각 16만원까지 올리자는 입장이다. 자유선진당은 “국민연금제도를 소득비례 연금 제도로 발전 개편하고, 기초 노령연금은 모든 노인에게 적용되는 기초 연금으로 고치자.”고 제안한다. 심상용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주요 정당의 복지공약에 대해 “한나라당, 통합민주당, 자유선진당은 지난 대선보다 일부 진전된 구상을 공약형태로 제시한 점이 평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한나라당은 보건복지서비스 시장화 확대 구상, 민간복지 확대 구상, 중증장애인에 대한 기초장애연금 지급 구상 등을 추가하거나 구체화시켰다. 통합민주당은 실업보험 확대, 비정규직 관련법 재개정 및 최저임금 현실화, 무기여 장애인 연금제도 도입 등을 추가했다. 자유선진당은 공공부조 개혁, 국민연금제도 개혁, 영리법인 병원 허용 등 많은 내용들을 제시했다. 심 교수는 이회창 후보의 지난 대선 공약이 부실했던 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한나라당의 경우, 집권 여당으로서 정부와의 정책 조율을 통한 공약 제시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보건복지부의 올해 업무계획과 한나라당의 총선 공약, 나아가 지난 대선 공약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면서 “이는 한나라당의 총선 공약과 지난 대선 공약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고, 유권자의 선택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환경 그린벨트 해제, 보수 OK 진보 NO 이번 총선에서 각 정당의 환경 공약 비중은 지난 대선에 비해 다소 감소했으나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대한 입장과 그린벨트(녹지대·개발제한구역) 해제 여부는 중요한 환경이슈들로 유권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이슈들이다. ●주민 재산권 vs 녹지 보전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은 조건부 찬성을, 통합민주당은 조건부 반대를, 민주노동당과 창조한국당은 반대입장을 각각 표명했다. 한나라당은 “더 이상 녹지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린 그린벨트에 대해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보호할 가치가 없는 지역에 대해서는 지역 주민의 재산권 행사를 가능케 하고 국토의 이용가치를 좀 더 생산적으로 만들어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유선진당도 “그린벨트 지역 주민의 재산권 침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투기자의 개발이익 환수 등의 보완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조건부 찬성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통합민주당은 “그린벨트 해제는 국민의 정부가 1999년 7월 마련한 제도 개선 방안에 따라 2020년까지 점진적으로 추진할 사항”이라면서 “지역별 해제 총량과 조정가능 지역 확정 등 점진적 제한적으로 최소화해 검토해야 한다.”고 조건부로 반대했다. 민주노동당은 “그린벨트 해제는 도시팽창 확산을 유발하고 나머지 그린벨트 지역에 개발 압력을 가해 결국은 제도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창조한국당도 “환경파괴와 불로소득 방지대책이 사전에 면밀히 검토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절대 안 된다.”고 반대하고 있다. ●‘한반도대운하´ 모든 야당 반대 환경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쟁점이 된 한반도 대운하의 경우, 한나라당을 제외한 야당에서는 대운하 반대를 이번 총선의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재준 협성대 도시건축공학부 교수는 “이번 총선에서 환경공약은 한반도 대운하, 기후변화 대응, 친환경 국토, 친환경 사업 등으로 지난 대선 공약과 비교해 일관성은 있지만 중요성은 비교적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정당의 20대 핵심 공약 가운데 환경 공약은 1∼2개에 불과해 경제·교육·복지에 비해 비중이 낮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의 경우, 기후변화대책기본법 제정(통합민주당), 온실가스 저감 신기술 개발 및 신재생에너지 확대(한나라당), 대통령 직속 민·관합동 기후변화대책 전담반 구성(자유선진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창조한국당) 등 각 정당마다 대처하는 방법에 있어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친환경 사업의 경우 한나라당을 제외한 야당은 지속가능한 발전개념 강화, 생태환경 파괴방지 등을 통해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친환경 개발을 유도하는 선계획·후개발 체계 마련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나라당은 남북한 연계 생태벨트 조성, 아토피 퇴치 프로그램 개발 등을 제시하고 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교육 ‘자율형사립고’ 한나라만 찬성 야당도 ‘수월성 교육’ 부분 인정 교육분야에서 정당별로 차이 나는 부분은 영어 공교육과 수월성 교육에 대한 입장이다. ●영어교육 여론악화에 여당 공약 수정 한나라당은 영어몰입교육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공약 내용을 수정했다.‘영어로 하는 수업 확대’가 빠지고 농어촌 지역 등에 원어민 교사를 확대한다는 공약으로 내용을 바꾸었다. 통합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과 견제 기능을 강화했다. 대선에서는 영어교육의 ‘국가책임제’를 실시한다는 학생 중심의 영어교육정책을 주장했으나 총선에서는 실력있는 영어교사 양성을 위한 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김영순 인하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이는 현 정부의 영어몰입교육에 대한 교원단체 및 학부모단체의 반응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교육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에만 초점을 맞추면 교육문제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은 영어교육 분야에서 한나라당 정책과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자유선진당은 영어 능통 교사와 원어민 대폭 확충, 영어수업 시수 증가, 학교를 영어 공용 기관으로 만드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창조한국당은 교육의 기회 균등과 교육의 창조력 극대화를 강조하지만 ‘교육경쟁력 세계 1위 달성’의 방안으로 영어공교육 강화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친박연대는 영어몰입 교육에 대해 특별한 언급이나 정책 제안이 없다. ●기회균등 보장 vs 수월성 중시 정당별로 뚜렷한 견해차를 보이는 교육정책분야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 중인 자율형 사립고 설립 여부다. 한나라당은 “자율형 사립고가 획일화된 평준화 교육이 아닌, 자율성을 보장하는 열린 교육의 장”이라며 설립에 찬성한다. 그러나 통합민주당을 비롯한 나머지 정당은 “특목고와 더불어 고교 서열화를 초래하고 사교육비 확대 등 입시경쟁을 부추긴다.”며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회균등 보장 대 수월성 중시’라는 철학의 차이가 자리잡고 있다. 자율성 확대와 경쟁력 강화라는 한나라당의 교육공약 기조와, 공교육 강화와 교육기회 확대라는 나머지 정당의 기조가 맞부딪치는 셈이다. ●민주당 “영어수업시간 3배 늘려야” 한편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은 공교육 강화를 외치면서도 교육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월성 교육을 부분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통합민주당은 영어몰입교육은 반대하면서 현재보다 3배 이상의 수업 시수를 편성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창조한국당의 경우 조기영어교육을 초등학교 1학년부터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친박연대는 학생의 자유의사에 따라 방과후 수월성 교육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교조는 “정당들이 정당의 정체성에 바탕을 둔 공약보다는 표 계산을 위한 공약을 제시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대북·외교통상 북풍 논란은 없을 듯 18대 총선에서 대북·외교통상분야는 정치적 쟁점이 될 가능성이 낮다. 각 정당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우선순위를 매겨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당을 차별화하는 기준은 여전하다. 대북정책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에 관한 입장차가 그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기존 햇볕정책의 틀을 벗어나 북핵·경협 연계 등 강경 노선을 걷고 있다. 한나라당의 총선 공약도 ‘선 핵폐기, 후 경제지원’이라는 대선 당시의 기조와 다르지 않다. 여기에 인도적 지원을 북핵문제와 연계하지는 않지만 납북자·국군포로 문제와 연계하겠다는 새로운 차원의 상호주의 천명 등 기존 정부와 차별되는 공약이 추가됐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와 공조하겠다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북한 인권과 관련해 한나라당과 가장 유사한 공약을 내세운 당은 자유선진당과 친박연대다. 자유선진당은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대북경제지원은 인권 개선을 포함한 북한의 변화와 전략적으로 연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친박연대도 “대북경제지원을 인권문제, 삶의 질 개선 등과 연계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현곤 민화협 사무처장은 “한나라당의 공약은 친박연대 등장과 자유선진당의 충청표 잠식 등 보수세력의 이탈을 막고 한나라당으로 보수세력을 결집하려는 입장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북한이 핵 프로그램 신고에서 성의를 보이고 미국이 대북인도적 지원을 실행해야 정책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햇볕정책의 모태인 통합민주당은 물론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은 “인도적 지원은 생존권과 관련된 사항으로 거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대북경제원조 문제와의 연계를 반대한다. 특히 창조한국당은 “한·미동맹 강화에 맞춰 인권과 경제지원을 연계하다 자칫 전쟁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북한의 경제개발을 도와 북한인권과 한반도 안정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 FTA는 민주노동당만 반대 한·미 FTA 비준과 관련해 민주노동당만 “한·미 FTA가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반대하고 나머지 정당은 찬성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과 친박연대는 “한국 경제의 도약과 체질강화를 위해 조속히 비준돼야 한다.”며 적극 찬성 입장을, 통합민주당·자유선진당·창조한국당은 “중소기업이나 농업 등 취약분야에 대한 대책이 충분히 강구돼야 한다.”며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혔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원로들 “대운하 국론 분열없게”

    원로들 “대운하 국론 분열없게”

    이명박 대통령이 31일 서영훈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등 각계 원로 12명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 간담회를 갖고 한·미 정상회담 등 국정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경제살리기·국민통합 협조 당부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새 정부의 양대 국정 과제인 ‘경제살리기’와 ‘국민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국가 원로들의 조언과 협조를 당부했다고 청와대 측은 전했다. 원로들은 최근 정국 쟁점으로 떠오른 한반도 대운하와 관련, 국론 분열을 우려하며 정부의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고건 전 총리는 “요즘 대운하 문제가 나오는데 공개적이고 실질적인 찬반토론을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홍구 전 총리도 “새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가세했다. 반면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은 “중국 13억 인구가 화장실을 쓰게 되면 지금 중국에서 쓰는 농업용수, 산업용수 다 합쳐도 모자란다.21세기 정부는 물 관리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대운하 추진에 힘을 실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선거를 맞아 정치적 이슈가 됐지만 국내외 전문가를 모셔다 충분히 의견을 모아 논의하려 한다.”고 답했다. 이어 “내가 청계천을 해놓고 나니까 이것도 후딱 하는 줄 안다.”며 “500㎞가 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될 일도 아니고 검토할 시간도 많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대운하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거듭 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영훈·남덕우씨 등 12명 참석 간담회에는 서 전 총재와 남덕우·박태준·강영훈·이홍구·고건 전 총리,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 김창성 전 경총회장, 이인호 명지대 석좌교수,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강신석 전 5·18기념재단 이사장,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는 참석자들의 면면에서부터 5년 전 노무현 대통령 때와 큰 차이를 보인다. 노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2003년 3월6일 열렸던 간담회에는 함세웅·류강하 신부, 김지길·박형규 목사, 법장·청화 스님, 이돈명·조준희 변호사, 강만길 상지대 총장, 리영희 한양대 대우교수, 임재경 한겨레신문 부사장, 송기숙 전남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진보 성향의 종교계, 법조계, 학계 인사들이 중심이 됐다. 전직 총리와 재계 원로가 중심이 된 31일 모임과 대비된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사고]유권자 합리적 선택 도와드립니다

    [사고]유권자 합리적 선택 도와드립니다

    서울신문은 매니페스토실천본부와 함께 4·9총선에 출마한 후보자의 의정활동계획서와 정당별 총선공약, 후보자 개별공약을 비교분석한다. 정당이나 후보자가 제시하는 정책이 실현가능한 것인지, 소요 예산이나 조달방법은 구체적으로 있는지 등 유권자의 합리적 선택을 돕기 위해서다. 비교분석에는 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비교평가단원으로 있는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 김욱 배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민전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 조현수 평택대 무역학과 교수, 이원희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 오수길 한국디지털대 정보행정학과 교수, 김영순 인하대 사회교육과 교수, 심상용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등이 참여한다.
  • [이명박-노무현- 김대중 초기내각 해부] MB내각 아들 병역면제율, 국민 평균보다 최고 5배 높아

    [이명박-노무현- 김대중 초기내각 해부] MB내각 아들 병역면제율, 국민 평균보다 최고 5배 높아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에 대한 병역 검증은 과거 정부와 마찬가지로 부실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장관급 이상 병역 면제율이 노무현 정부 때보다 높아진 데 이어 장관 2세들의 병역 면제율은 국민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최근 영국 왕위 계승 서열 3위인 해리 왕자가 아프가니스탄 교전 지역 근무를 자원, 군 복무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로 칭송받은 것과 대조된다. ●장관급 2세 24명 중 3명 면제… 5명은 유학 등으로 미뤄 서울신문이 병무청 공직자 병역신고 사항과 인사청문회 자료 등을 통해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의 장관급 이상 22명 2세들의 병역 이행 실태를 분석한 결과, 병역 이행 대상자 24명 중 15명이 병역 의무를 이행했거나 복무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9명 가운데 3명은 과체중과 질병 등의 사유로 면제(12.5%)받았고,1명은 미국 국적자,5명은 유학 등을 사유로 징병 검사나 입영 연기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병무청에서 밝힌 나이대별 국민 평균 병역 면제율은 29세(1979년생) 5.8%,24세(1984년생) 2.5%,20세(1988년생) 2.3%다. 장관 자제의 병역 면제율은 최근 10년간 일반인에 비해 최저 2배에서 최고 5배까지 높은 셈이다. 면제받은 3명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장남, 김성호 국정원장의 장남,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의 장남 등이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의 1남2녀는 모두 미국 국적자로 병역의무 이행대상이 아니다. 참여연대 박원석 협동사무처장은 “병역 면제, 이중 국적 등과 연루된 고위공직자를 임용함으로써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회의, 불안이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외청장과 부처 차관 등 43명의 차관공직자 2세의 경우, 병역 이행 대상자 37명 가운데 2명(5.4%)이 면제였다. 정남준 행정안전차관의 장남은 2006년 불안전성 대관절로 면제를 받았고, 어청수 경찰청장의 장남은 2001년 6급(질병 미공개)을 받아 면제됐다. ●장관급 이상 병역 검증 여전히 부실 한편 여성부 장관을 제외한 장관급 이상 병역 이행 대상자 21명의 33.3%인 7명이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강만수 기획재정(고령)과 김경한 법무(독자), 이만의 환경(생계곤란), 정종환 국토해양(장기 대기), 원세훈 행정안전(질병), 전광우 금융위(질병) 등 6명과 노무현 정부 출범부터 감사원장을 맡고 있는 전윤철 감사원장(질병)이다. 이는 병역 이행 대상자 18명(여성 2명 제외) 가운데 33.3%인 6명이 면제받은 김대중 정부출범 당시와 같다.2003년 출범한 노무현 정부의 경우, 대상자 19명(여성 3명 제외) 중 26.3%인 5명이 면제받았다. 이명박 정부 초대 장관의 병역면제율이 노 정부에 비해서는 다소 높아진 것이다. 차관급의 경우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차관을 제외한 대상자 42명 중 병역 면제자는 3명(7.1%)에 그쳤다. 박종구 교육과학기술 차관이 고도근시, 김장실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중이염, 윤여표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생계곤란으로 각각 면제받았다. 홍성태 상지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소영, 강부자라는 논란과 달리 병역은 국민이면 누구나 이행해야 하는 보편적 의무”라면서 “이는 이명박 정부 내각의 검증시스템 부재를 보여주는 것으로 병역 등에 대한 검증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별취재팀
  • [이명박-노무현- 김대중 초기내각 해부] “미국식 다단계 검증 도입필요 청문회 강화 인준권 부여해야”

    ■제2의 ‘고·소·영 내각’ 막으려면 “인사검증 시스템이 아예 없다. 대통령과의 연고를 강조하는 ‘고·소·영 내각’은 통계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다.”(상지대 사회학과 홍성태 교수) “민주화 이후 병역기피, 부동산투기 여부 등 고위공직자 인사 기준에 대한 무형의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모두 무시했다.”(참여연대 박원석 협동사무처장) 장관 내정자 3명의 낙마로 상징되는 실용정부의 첫 인사를 거치며 제대로 된 인사검증시스템의 필요성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었다. 인사권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긴 하지만 이를 견제할 수 있는 검증과정이 없다는 반성에서다. 시스템을 만들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2005년 11월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에 관한 법률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행정자치위원회에서 세 차례 논의됐으나 아직까지 통과되지 않아 자동폐기될 처지에 놓여 있다. 행자위원장인 유인태(통합민주당) 의원은 “법안상 검증의 주체인 대통령비서실장의 권한이 커질 우려 등 각론에서 의견 차가 있었다.”며 “18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공직후보자의 모든 것을 검증하는 미국식 제도를 참고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성신여대 사회교육학과 서현진 교수는 지난 6일 참여연대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의회 내 검증위원회 설치, 검증분야에 대한 세부항목과 기준 마련 등 미국식 다단계 검증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은 모두 6단계를 거친다.▲인사보좌관실에서 후보 물색 ▲대통령 보고 후 내부승인 ▲FBI신원조사를 포함한 인사검증 ▲공식 지명 ▲인사청문회 등 상원인준절차 진행 ▲상원인준 및 대통령 임명이 그것이다. 이 과정에서 후보자는 연설·기고 등의 공적 언행이나 재산보유·납세내역, 심지어 사적 영역까지 낱낱이 공개하게 된다. 모든 검증 과정은 통상 8개월∼1년 정도 소요된다. 청문회 제도를 보완하자는 의견도 있다. 참여연대 박원석 협동사무처장은 “도덕성과 기본 자질에 결격 사유가 없는 후보에 대해서만 인사청문을 요청할 수 있도록 사전검증을 강화하고, 미국처럼 청문회에 인준권을 부여해 구속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을 인사청문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통합민주당의 박영선 의원은 “금융시장과 경쟁시장을 감독하고 이끌어가는 위치에 있는 만큼 높은 도덕성과 자질이 요구된다.”며 “특히 이 기구들의 정책이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정책을 총괄하는 수장의 정책방향 타당성을 검증할 수 있는 청문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별취재팀 조현석 김민희기자 tamsa@seoul.co.kr
  • 국내학계 통섭 논쟁 ‘솔솔’

    국내학계 통섭 논쟁 ‘솔솔’

    ‘통섭(統攝)’을 놓고 국내 학계에 논쟁이 솔솔 지펴지고 있다. 최근 지식계의 대표적 화두 가운데 하나가 통섭이다. 미국의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책 ‘통섭’(1998)이 화두의 발원지고, 윌슨의 제자이자 2005년 책을 번역·출간한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화두의 전파자다. 최 교수 스스로 “통섭이라는 용어와 개념은 꺼내 놓기 무섭게 날개 달린 듯 학계는 물론 기업과 사회로 퍼져나갔다.”고 평할 만큼 통섭은 사회적 인지도를 한껏 높이고 있다. 통섭은 분과학문간의 장벽을 뛰어넘어 ‘지식의 대통합’을 주창한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다양화되고 전문화되는 현대 지식 사회에선 매우 호소력 있는 메시지임에 틀림없다. ●“통섭은 과학제국주의” 반면 한국을 벗어나면 통섭은 매우 논쟁적 개념이다.‘몰논쟁적’인 국내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미국에서 윌슨의 통섭론은 인문학자와 사회과학자뿐 아니라 윌슨과 같은 생물학자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극명하게 갈린다. 국내의 ‘통섭 논쟁’은 이제 발아 단계다. 더디지만 싹은 트고 있다. 윌슨의 논리를 ‘미신’이라고 비판하는 미국 시인 웬델 베리의 ‘삶은 기적이다’(녹색평론사)도 2006년 번역돼 나왔다. 국내 ‘통섭 현상’을 바라보는 비판론의 골자는 한국 통섭론자들이 통섭의 양지에만 주목하고 음지는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판론의 일차 타깃은 통섭이란 번역어다. 영어 단어 ‘consilience´를 최 교수는 통합, 통일, 일치, 합치 등 익숙한 용어 대신 전문 학술용어 뉘앙스가 강한 ‘통섭’이라고 옮겼다. 한자어 또한 ‘사물에 널리 통한다.’는 뜻의 ‘통섭(通涉)’이 아닌 ‘거느닐 통´(統)과 ‘잡을 섭´(攝)을 붙여 ‘큰 줄기를 잡다.’란 의미로 풀이했다. 김흡영 강남대 신학부 교수는 최 교수의 번역을 윌슨의 과학제국주의를 그대로 이식한 용어라고 혹평한다. 김 교수는 최근 출간된 ‘배움과 한국인의 삶’(전상인·정범모·김형국 엮음, 나남 펴냄)에 실은 글 ‘통섭을 반대한다’에서 “(최 교수가) 기존의 ‘두루 통한다’는 말을 쓰지 않고 고의적으로 ‘포섭하여 통제한다’는 의미의 한자를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가 보기에 자연과학의 인문학 ‘정복’을 암시하는 윌슨의 통섭론은 과학제국주의이자 황우석 사태가 보여준 과학파시즘적 요소를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학적 현상→심리학적 현상→생물학적 현상→물리학적 현상’으로 이어지는 환원주의 입장을 취하는 윌슨의 논리도 비판 대상이다. 김 교수는 “윌슨에 의하면 환원주의 방법론을 채택하지 않은 것은 과학이 아니고, 윌슨의 통섭론은 사회과학과 인문학을 환원주의 방법론으로 재편하자는 것”이라면서 “이미 본토에서 부적격 판정이 난 실패한 기획이 뒤늦게 한국에 전파돼 유능한 통섭전도사들의 화려한 수사학에 의해 성공적으로 부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는 윌슨과 다르다” 당사자인 최 교수의 설명은 다르다. 환원주의가 통섭적 연구를 위한 하나의 방법론일 수는 있으나 모든 통섭적 연구가 환원주의적으로 이뤄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학문의 대통합이 오로지 자연과학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진정한 통섭은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원활한 소통으로부터 나온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통섭론이 윌슨의 한계를 극복·발전시킨 것이란 뜻이다. 최종덕 상지대 교양과 교수는 지난해 7월 ‘통섭에 대한 오해’(한국의철학회 여름 세미나 발표)란 글에서 “최재천 교수가 통섭을 환원적 통합이 아닌 상호적 통합에 있다고 믿는다면 윌슨 저서의 유명도에 의존하지 말고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으로 태도를 분명히 한 뒤 통섭의 의미를 전개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논쟁은 이제 시작 단계다. 활발한 공방을 거친 후에야 한국적 통섭론은 왜곡과 발전적 극복 사이에서 제 길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열린세상] 기억과 언어/김정란 상지대 교수·시인

    [열린세상] 기억과 언어/김정란 상지대 교수·시인

    나는 아주 오랫동안 왜 엿장수는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지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물론,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한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왜 여러 ‘장수’들 중에서 유독 엿장수만 노래를 할까? 이상하게도, 엿장수들은 ‘예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아주 뚜렷하게 자각하고 있다. 물론, 소박한 수준의 예술 행위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 이유는 틀림없이 그들이 하는 특유의 ‘가위질’에 있을 것이다. 손님을 불러모으기 위한 가위질이 내는 규칙적인 리듬, 그것이 자연스럽게 춤과 노래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왜 엿장수는 가위 소리를 내는 걸까? 물론, 엿을 끊을 때 쓰는 도구와 가위를 이루고 있는 쇠가 어느 정도 연관이 있을 수는 있다. 인간의 문화적 관습은 사실 아주 오랜 세월을 거쳐 만들어진다. 엿장수와 노래의 상관관계는 엿장수들이 들고 다니는 ‘쇠 가위’와 뚜렷한 연관이 있다. 엿장수들에게 원래 엿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원래는 고철을 모으는 것이 그들이 하는 주된 일이었다. 엿장수들은 엿을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쇠와 교환하기 위해서 엿을 가지고 다녔던 것이다. 가위 소리는 그래서 생겨났을 것이다. 그런데 왜 ‘쇠’는 노래와 연관이 될까? 나는 학생들에게 도깨비 설화를 가르치다가, 도깨비가 유난히 노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도깨비는 쇠방망이를 들고 다닌다. 그런데 도깨비는 노래를 너무 좋아해서 노래가 흘러나온다는 혹부리 영감의 혹과 쇠방망이를 바꾸기도 한다. 도깨비는 야금술과 연금술 신화와 연관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도깨비 방망이가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한다는 것을 보면 나의 가정은 맞는 것 같다. 야금술 신화에서 쇠는 늘 신성한 어떤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쇠의 획득은 신성한 존재들과의 효과적인 소통으로 얻어지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음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야금술에 개입한다. 음악은 아주 아득한 옛날부터 인간이 우주와 소통하는 수단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그것은 ‘다른 존재들’과 소통하는 ‘다른 언어’로서 쇠라는 신성한 물건을 얻는 데 도움을 준다고 여겨졌다. 중세기 서구 연금술 책자인 미하엘 마이어의 ‘아탈란타 푸가’에 그려진 연금술사들의 실험실에는 악기들이 연금술 실험도구들과 나란히 놓여 있다. 그렇다면, 엿장수의 노래는 쇠를 얻기 위한 대장장이들의 기도와 연관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 기억이 수천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쇠를 매개로 엿장수들을 춤추고 노래하게 만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엿장수 맘대로”라는 표현은, 물론 고철과 엿의 교환관계를 마음대로 결정하는 엿장수의 무원칙한 기준을 빗댄 말일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그것도 아득한 옛날, 용광로 앞에서 좋은 쇠를 얻기 위해 노래를 흥얼거리던 대장장이의 언어의 기억과 연관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영혼의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언어 밖의 언어, 의식이 닿지 않는 깊은 영역에서 흘러나와 세상의 속박과 상관없는 논리를 따라가는 자유로운 언어,‘멋대로인’ 언어의 기억과 엿장수들은 자유롭게 세상을 떠돈다. 인간의 모든 행위는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가까운 기억에서부터 의식이 기억해내지 못하는 아주 아득한 옛날의 지워진 기억에까지 그 뿌리를 내리고 있다. 공동체의 기억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매체는, 말할 필요도 없이 당연히 언어이다. 한 공동체가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데에 언어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언어를 잃어버린 민족은 이미 죽은 민족이다. 그런데, 지금 제 나라 언어를 놓아두고 남의 나라 언어로 교육을 하자는 멍청한 발상이 버젓이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것은 세계 전체에다가 대고,“우리는 바보입니다.”라고 광고하고 있는 것과 똑같다. 도대체 인수위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국민을 기억이 텅빈 깡통 로봇으로 만들 작정이 아니라면. 김정란 상지대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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