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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보급 ‘훈민정음 해례본’ 훔친 범인 법정서 함구중인데…

    국보급 ‘훈민정음 해례본’ 훔친 범인 법정서 함구중인데…

    2008년 경북 상주에서 발견됐다 이내 사라진 훈민정음 해례본. 한글을 보급하기 위해 제작한 한문 해설서로 세상에 나왔지만 수백년간 사람들이 몰라 보고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뒤늦게 가치를 알아본 이들이 ‘무가지보’(無價之寶)라며 치켜세우더니 소유권 다툼 끝에 소재조차 알 수 없게 됐다.<서울신문 11월 11일 자 12면> 지난달 24일 대구지방법원 상주지원 1호 법정. 조모(66)씨가 상주에서 운영하는 골동품 가게에서 해례본 상주본을 훔치고 은닉, 훼손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구속 기소된 배모(48)씨 재판에 문화재 도굴 일인자로 알려진 서상복(50)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서울신문 11월 26일 자 8면> 서씨를 증인으로 부른 박순영 검사가 “증인이 절취한 고서의 표지, 일명 ‘가오리’를 보고 훈민정음 해례본임을 알 수 있었나.”라고 묻자 서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박 검사가 “경북 안동 광흥사에서 훔친 것인가.”라고 묻자 그는 “거기서 나왔다.”고 답했다. 서씨는 광흥사 대웅전의 나한상 등에 들어 있던(복장·腹藏) 수십 권의 고서를 절취했는데 그 중 한 권이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 70호와 동일 판본인 상주본이었다. 그는 조씨에게 간기(刊記·출간한 연도 기록)가 직지심체요절보다 50년 앞선 고려 금속활자본 불경을 1억원에 팔았다. 며칠 뒤에는 상주본을 비롯한 고서 한 상자를 500만원에 넘겼다. 광흥사에서 훔칠 당시 상주본 상태에 대해 그는 “표지와 내용을 몇 장 들춰보고 해례본임을 알았으며 뒷장이 떨어져 나가고 너덜너덜했다.”고 증언했다. 문제는 상주본을 빨리 회수해 제대로 보존하는 일. 대법원이 지난 6월 조씨에게 상주본을 돌려주라고 판결했지만 배씨는 입을 다물고 있고 법원의 강제집행, 검찰과 경찰의 압수수색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검찰과 문화재청은 국보급 문화재를 회수하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지만 해법은 다르다. 검찰은 복장 유물이자 장물로 보기 때문에 배씨는 물론, 조씨에게서도 압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가액을 따져 징역 25년까지 구형 가능한 점으로 압박할 수 있다고 보며 서씨를 증인으로 부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반면 문화재청은 신라 때 창건된 광흥사 불상에서 불경이 아닌 상주본이 나오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선조의 유품이라고 주장하는 조씨 소유를 인정한다는 전략. 배씨를 설득해 조씨에게 돌려주도록 한 뒤 보상금을 주고 사들여 국가에서 보존한다는 복안이다. 서씨는 공판 뒤 “몰래라도 국가가 배씨에게 일정액을 보상하고 양형도 조절해주지 않으면 배씨가 절대 내놓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함께 재판을 지켜본 문화재청 사범단속계 강신태 반장은 “범죄자에게 돈을 건네는 것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고 난색을 표시했다. 강 반장은 “배씨가 (상주시 낙동면의) 자기 집에 숨겨놓았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탐침기구와 중장비를 동원해야 하는 일이라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정밀 수색밖에 해법이 없다는 게 중론. 배씨가 3년 전 감정 받기 위해 낱장으로 분리한 상주본을 이곳저곳에 은닉했을 가능성이 높다. 대구의 고미술상 박진규씨는 “고서는 비닐에 쌌더라도 땅에 묻히는 순간, 급격히 부패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손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주 황성기기자 marry04@seoul.co.kr
  • 말로만 ‘금연’ … ‘감시 눈’ 없었다

    말로만 ‘금연’ … ‘감시 눈’ 없었다

    서울 시내 공원 20곳과 중앙차로 버스정류장 314곳에서 흡연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하는 첫날인 1일 흡연 단속이 겉돌았다. 오후 2시 여의도 문화공원 문화마당. 흡연금지를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지만, 불과 20m 떨어진 벤치에서는 한 남성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가 담배 3대를 연달아 피울 때까지 단속 인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여의도 공원에서 흡연을 단속하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광장 내 흡연 금지’라는 문구가 적힌 어깨띠를 두른 공익요원 1~2명이 걸어다녔지만 공원 곳곳에서 흡연하는 사람들을 단속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비슷한 시간 인근 여의도환승센터 버스중앙차로 정류장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속의 눈이 없는 곳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정류장 벽에 ‘금연구역’이라고 적힌 안내판이 부착돼 있었지만 한 40대 남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를 피웠다. 옆 쓰레기통 주변 바닥에는 담배꽁초들이 뒹굴고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던 박모(27·여)씨는 “정류장마다 흡연 단속 인원이 상주할 수도 없는데 과연 단속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오후 1시 대방동 보라매공원에는 두꺼운 점퍼를 입고 산책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60~70대 노인들이 많았다. 20~30m 간격으로 서 있는 가로등마다 ‘공원에서 흡연시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됩니다’라고 적힌 보라색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공원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흡연을 단속하는 인원도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정모(68)씨는 “공원에는 맑은 공기를 마시며 운동을 하려는 사람들이 주로 찾기 때문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시민은 “흡연을 단속하는 인원이 부족해 제대로 된 법집행이 될지 미지수”라고 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노무현 분향소 강제철거 위자료 80만원 배상하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29부(부장 손지호)는 1일 시민상주단 백모씨 등 548명이 국민행동본부 서정갑(71) 본부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위자료 8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분향소가 불법시설물이어서 도로관리청이 제거할 것이었다고 해도 적법하게 제거될 때까지 당분간 유지, 운영할 수 있는 이익은 있다.”며 “권한 없는 사인에 해당하는 서씨가 분향소를 강제로 무너뜨린 것은 위법하고, 이로 인해 백씨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2009년 5월 23일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백씨는 서울 중구 덕수궁 앞 도로에 시민분향소를 설치, 관리했으나 6월 24일 오후 서씨가 회원들과 함께 분향소를 기습 철거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루르드 ‘동굴의 샘’ 치유의 기적 소망하는 순례객 행렬

    루르드 ‘동굴의 샘’ 치유의 기적 소망하는 순례객 행렬

    ‘천주교는 예수보다 성모 마리아를 더 숭배하는 종교.’ 천주교와 관련해 적지않은 이들이 품고 있는 오해 중 하나이다. 그러나 천주교계는 이 말에 정색하고 반대한다. “성모 마리아는 오로지 예수의 존재와 뜻을 밝힐 뿐이다.” 원죄의 속박 없이 잉태된 무염시태(無染始胎)의 성모 마리아. 성모 마리아의 성심(聖心)은 곳곳에 현현하지만 그 몸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비쳤다는 발현처는 성모 성심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는 이적의 땅들이다. 순례단이 지난 18, 19일 잇따라 찾은 프랑스 남서부의 작은 시골마을 루르드와 파리 중심가 파리외방전교회 인근 ‘기적의메달 성당’은 예사롭지 않은 영성의 공간이었다. 지금까지 가톨릭교회가 성모 마리아 발현과 그 발현때 이루어진 사적 계시를 인정한 곳은 모두 8곳. 이 가운데 루르드는 가장 널리 알려진 발현처로 연간 600여 만명의 순례객이 찾아든다. 1852년 성모 마리아가 14세 소녀 마리아 베르나데트 수비루에게 18차례에 걸쳐 발현했다는 성소. 성모 마리아는 가난한 시골 소녀 베르나데트에게 모습을 보이면서 ‘가엾은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기도하고’‘이곳에 성당을 지을 것’과 ‘많은 사람이 이곳으로 행렬을 지어왔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한다. 그 계시를 따라 이곳에는 ‘동굴 성당’과 ‘비오 10세 성당’, ‘무염시태 성당’을 비롯해 30여개의 성당이 들어서 있다. 순례단이 루르드를 찾은 때는 성수기가 끝난 무렵이지만 루르드 샘물이 솟는 동굴과 성당은 미사와 기도에 참여하려는 순례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치유의 능력을 가졌다는 동굴 샘물은 가장 많은 순례객이 찾는 곳. 베르나데트가 성모를 만난 이 동굴의 샘에서는 지난 153년 동안 끊임없이 하루 14만ℓ의 물이 흘러나와 순례객들의 식수와 침수로 사용되고 있다. 7000여건의 치유 사례가 접수돼 그 가운데 교황청이 67건을 인정한 이적의 샘이다. 얼마 전까지 이 샘 앞에는 병자들이 놓고 간 목발들이 걸려 있었지만 외적인 것보다 내면이 중요하다는 여론에 따라 모두 치워졌다고 한다. 이곳에 상주하는 사제는 30여명. 사제들이 매일 미사를 집전하고 있으며 부활절 일주일 전부터 11월 1일까지의 성수기엔 비오 10세 성당에서 성체강복 미사와 6개 국어로 진행되는 국제미사가 열린다. 이곳에서 한국인들의 성지순례를 안내하는 예수성심시녀회 소속 이 마리 스텔라 수녀는 “각국에서 자비를 들여 와 묵묵히 순례객들을 돕는 자원 봉사자가 8000여 명에 달한다.”며 “이곳을 다녀간 순례객은 이웃을 더 사랑하면서 살아야 하며, 그것이 성모님 뜻에 진정으로 따르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루르드에 이어 순례객이 찾은 기적의메달 성당. 파리외방전교회에서 100m쯤 떨어진 이곳은 루르드보다 28년 앞서 성모 마리아가 발현한 곳이다. 성모 마리아가 카타리나 라브레(1806~1876) 수녀에게 발현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성당. 성모는 카타리나 수녀에게 발현해 “나는 원죄 없이 잉태됐다.”며 성모 공경에 대한 메달을 만들라는 계시를 전했다고 한다. 이후 신뢰심을 갖고 이 메달을 지닌 많은 이들에게 치유와 회개 등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나 ‘기적의 메달’로 부르게 됐다. 순례단이 성당을 찾은 때는 마침 오후 미사가 열리던 무렵. 세계 각국에서 찾아든 신자며 순례객들로 성당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미사가 끝난 뒤 이웃 박물관과 기념품점엔 기적의 메달을 사려는 발길들이 이어졌다. 천주교 성물방이며 웬만한 신자들의 묵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적의 메달. 이곳을 찾는 이들이 어디 기적의 메달 하나쯤을 사려 모이는 것일까. 루르드·파리 글 사진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피해지원 ‘뒷전’ 인맥쌓기 ‘급급’

    범죄피해자지원센터(범피센터)를 놓고 “잘못됐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조직이 커지면서 설립 취지를 도외시한 채 관변단체로 전락, ‘겉치레’에 너무 신경쓰고 있다는 비판이다. ●병원장 등 지역 유지로 구성 범피센터는 지역의 병원장, 업체 대표, 학원장 등 이른바 지역 유지급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범죄피해자를 위한 기부금을 적극적으로 내는 데다 운영위원·이사·의료지원위원 등 범피센터의 임원을 맡고 있다. 센터마다 3~4명의 상근인원이 있지만 임원은 100명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예컨대 천안·안산범피센터의 조직도에는 117명의 임원진이 적혀 있다. 이들은 범죄피해자 지원이라는 목적과 함께 지역 검찰과의 연결에도 적잖게 신경쓰고 있다. 지역 범피센터 전직 이사는 “일부에서는 ‘기부금 500만원만 내면 범죄 피해자도 도울 수 있고 검사장과의 회식자리에도 참석할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떠돌 정도”라고 말했다. 범피센터는 “또 다른 비즈니스의 장”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전문상담 인력 조차 없어 범죄피해자 지원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무엇보다 전문 상담 인력이 부족하다. 각 센터에 전문 상담사는 상주하지도 않을뿐더러 단기 상담교육 과정을 밟은 뒤 앉아 있는 게 고작이다. 범죄 피해자가 온·오프라인으로 상담을 요청하면 1차 상담한 뒤 보다 심도 있는 상담은 법률구조공단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게 전부다. 범피센터가 밝힌 연간 피해자 지원은 4만~5만건이다. “범죄피해 구조금은 어디서 받느냐.”는 간단한 전화문의까지 실적에 포함시킨 결과다. 게다가 피해자 치료비와 생계비 지원액도 넉넉하지 않다. 부산에서 택시운전을 하던 김모(52)씨는 길을 막는다며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폭행을 당해 실명, 수백만원의 병원비를 지출했으나 범피센터에서 받은 지원비는 50만원이 고작이었다. 범피센터 관계자는 “상담 뒤 경제적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지원여부를 결정한 뒤 산정한 금액을 위원단이 최종 심사한다.”면서 “사망시 최대 500만원이며 대부분 100만~300만원 안팎”이라고 말했다. 명문화된 기준이 없는 탓에 센터마다 지원액이 다르다. 센터들의 홈페이지 관리도 부실하다. 2009년 이후 게시글이 전혀 없는 곳도 허다하다. ●이월예산 30억… 지원액 쥐꼬리 익명을 요구한 법학과 교수는 “이월된 예산이 30억원이나 되면서 인건비가 부족하다는 것은 예산을 비효율적으로 쓰고 있다는 의미”라며 “관변단체가 되면 실질적인 피해자 지원보다 자리 나눠먹기로 흐를 수 있기 때문에 센터를 민간에 넘기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피센터 관계자는 “인건비를 기부금에서 일부 충당하지만 기본적으로 지자체 보조금과 기부금은 피해자를 위해 사용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열악하다.”면서 “범방위원들도 있지만 대부분 어려운 여건에서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산학연 협력현장을 가다] (하)日 용접기업 ‘도세이 일렉트로빔’

    [산학연 협력현장을 가다] (하)日 용접기업 ‘도세이 일렉트로빔’

    도쿄도 외곽 니시타마군 미즈호정에 위치한 도세이 일렉트로빔. 제조업 위주의 중소기업 밀집 지역에 있는 이 회사는 직원 70여명의 작은 용접 회사다. 여느 회사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전자 빔과 레이저를 이용하는 세계에 몇 곳 없는 특수 용접회사로 미국 등 해외 수주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매출액 연간 10억엔(약 148억원) 남짓. 설비시설과 직원 인건비를 제외하고는 달리 들어가는 비용이 크게 없어 부가가치가 높다. 우주선과 항공기 및 원자로에 들어가는 부품과 반도체, 정밀 공작기계들을 전자 빔과 레이저로 전자 미세 절단 및 용접, 기계 가공 작업을 한다. 용접, 절삭 제품은 주로 레이저를 사용하고, 보다 품과 시간이 많이 드는 초정밀 용접 절삭에는 진공 상태에서 전자 빔으로 작업한다. 일본의 주요 전자, 자동차, 제강, 중공업 회사들이 주 고객이다. 미 항공우주국, 미 국방부, 웨스팅하우스도 주요 고객 명단에 들어 있다. 경주용 자동차대회 F1에 참가하는 일본의 주요 경주차들도 이곳 기술로 마무리됐다. 아담한 본사 건물 2층 접견실에는 미국 나사 우주인들의 사진과 각종 감사장, 일본 총리 및 경제산업상 등이 수여한 상장들과 국제적인 국가항공·방위산업인증(Nadcap)과 국제환경경영시스템(ISO14001) 등의 각종 인증서가 빼곡하다. 벽 한편 진열장에는 알루미늄과 동, 세라믹과 철 등을 특수 용접한 F1 전투기와 각종 항공기 부품과 원전에 들어가는 특수 베어링과 부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부사장 우에노 구니코(42)는 적잖은 일본 중소기업들이 그러하듯 대를 이어 가업을 이끌고 있는 2세다. 사장인 아버지 우에노 다모스가 창업한 회사의 후계자다. 일본의 장인정신을 보여주듯 이 회사도 기술 지상주의를 내세우며 성장해 왔다. ‘업계 최고’가 창업정신이다. 그렇다고 창업 35년동안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한 대기업이 도세이의 몇몇 기술자들을 빼내 자체적으로 부서를 만들어 미세 용접과 절삭 등에 도전했지만 결국 도세이를 다시 찾게 된 일도 있었다. 끊임없이 기술을 개량해 더 좋은 버전을 만들면서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한 덕택이었다. 도세이 같은 작은 기업들이 기술력을 유지하고 건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소기업의 초기 정착을 뿌리내리게 돕는 공공기관의 제도적인 지원이 있다. “이 업종은 일종의 장치 산업이다. 고가의 초정밀 제조 설비를 들여놓아야 하는데 중소기업으로선 힘이 부친다. 그런 상황에서 통산성의 중소기업 지원사업이 힘이 된다.” 1억엔(약 14억 8000만원)짜리 기계 설비를 들여올 때 통산성의 중소기업 지원사업의 하나인 초기장비 지원 비용이 60% 이상이나 된다. 제도적으로 중소기업들이 생존과 특화된 기술력을 보호해주는 셈이다. 우리 중소기업청의 연구장비 공동이용사업과도 비슷한 기능을 한다. 통산성의 중소기업 장비 지원사업은 “우수한 하청기업 없이는 국제경쟁력을 지닌 대기업이 있을 수 없고, 고부가가치 상품도 없다.”는 산·학·연 협력의 강력한 공감대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일본 대기업들도 무리하지 않고 중소기업들과의 공생을 선택하고 있다. 우에노 부사장은 “대기업들도 가격 경쟁력보다 품질을 더 중시한다. 무리하게 가격을 낮추려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도세이의 또 다른 생존 비결은 영역이 차별화되는 다른 일등 중소기업들과의 연합전선이다. 미세 용접 및 절삭에서는 독보적이지만 차별되는 영역인 표면처리, 판금, 열처리 등에서 각각 최고의 중소기업 10곳과 전략적 제휴를 하고 있다.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대부분 남 밑에 들어가기를 싫어한다. 독자성을 유지하며 내 손으로 최상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게 보람이다.” 최고를 고집하는 중소기업과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관련 부처의 지원사업, 가격 경쟁력보다는 품질 우수성에 더 무게를 두는 대기업. 산·학·연 협력은 기술 강국 유지의 원동력이 되고 있었다. 글 사진 니시타마군(도쿄도) 이석우 편집위원 jun88@seoul.co.kr
  • [커버스토리] 나는 특성화高·마이스터高다 “미래야, 내 꿈을 부탁해”

    [커버스토리] 나는 특성화高·마이스터高다 “미래야, 내 꿈을 부탁해”

    뿌리 깊은 학력 지상주의가 바뀌고 있다. 속도는 빠르지 않다. 하지만 ‘난공불락’(難攻不落)의 학력지상주의도 변화를 꾀하는 사회적 흐름에 조금씩 흔들리며 무너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각 분야에서 학력보다 능력을 중시하려는 움직임도 만만찮다. 기업체에서는 나름대로 고교 출신을 채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이 진학하는 학교로 여겨졌던 특성화고 및 마이스터고가 주목을 받고 있다. 특성화고는 상업·공업·농업 등으로 대표되는 실업계고의 새로운 명칭이다. 이들 고교에서는 학생들의 꿈과 소질을 키우고 가꾸도록 하는 데 힘쓰고 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한국 사회의 최대 학벌로 일컬어지는 이른바 ‘SKY’의 재학생들이 공개적으로 자퇴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해 3월 고려대 경영학과 3년 김예슬씨가 대학을 “자격증 장사 브로커”라며 떠난 이래 서울대 사회학과 3년생,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4년생도 대학 간판을 내던졌다. 평생 방패막이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예전과 사뭇 다르다. 특성화고의 지원율이 눈에 띄게 올랐다. 전남지역 특성화고 45개 학과의 올해 경쟁률은 지난해 1.1대1에서 1.4대1로 높아졌다. 순천공고는 384명 모집에 590명이 지원, 206명이 탈락했을 정도다. 또 취업률의 경우, 서울 노원구에 있는 경기기계공고는 지난해 24%에서 올해 51%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우수한 성적의 학생들도 실업계 지원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운영하는 마이스터고 28개교의 인기는 두말할 나위 없이 치솟고 있다. 내년에 첫 졸업생이 될 마이스터고 학생들 가운데 77%는 이미 취업이 확정된 상태다. 1300여개 업체에서 학생 2803명을 예약해 놓은 것이다. ‘마이스터고=일자리 보장’으로 취업대란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특성화고를 선택하는 학생들의 꿈은 뚜렷하다. 지난달 서울시교육청에서 발표한 마이스터고 합격자 현황에 따르면 합격자 320명 가운데 중학교 내신성적 상위 20%인 학생이 전체 합격자의 36%인 114명을 차지했다. 대학 진학률이 80%가 넘은 사회에서 다른 길에 들어섰다. 물론 정부의 고졸 대책과 맞물려 기업들이 이미지 마케팅 차원에서 고졸 채용에 나섰다는 부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분명 ‘고졸’이라는 학력에 얽매이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적성과 능력을 찾으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서울 송파구 일신여상 3학년 박성온(18)양은 지난 21일 산업은행으로부터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다. 단국대 수시모집에 합격한 상태였지만 취업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산업은행이 정규직으로 입사, 대학에서 공부할 경우 학비 전액을 지원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것도 박양의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 박양은 “취업 이후에도 대학은 언제든지 갈 수 있지 않겠나.”라면서 “일단 꿈을 위해 전진할 것”이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서울 성북구 동구마케팅고 3학년 황인지(18)양은 졸업하기도 전인 지난 8일부터 SC제일은행 자양동 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고졸 출신들에게 취업 문호를 넓힌 조치가 특성화고의 부상과 함께 고졸 취업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앞으로 문제는 고졸 채용이 한때 유행으로 끝나지 않고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하는 것이다. 사회 전체가 움직일 필요가 있다. 한편 25일 마감된 서울지역 특성화고 2012학년도 신입생 모집 결과 72개교 모두 정원을 넘었다. 지난해에 비해 지원자들의 내신성적이 2%포인트 이상 상승한 상위 60.22%를 기록하고, 전교 1등 학생들도 지원하는 등 고졸 채용 열풍이 실제 입시현장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은 2012학년도 특성화고 신입생 원서접수에서 72개교 1만 7270명 모집에 1만 9196명이 지원해 1.11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경쟁률 1.1대1과 같은 수준이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中, 서태평양 군사훈련 속셈은…

    중국 해군이 5개월여 만에 서태평양에서 또다시 군사훈련을 한다. 중국의 잇따른 서태평양 군사훈련에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호주 내 군사기지에 상주 병력을 파견키로 하는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중시 방침을 밝힌 미국에 대한 무력시위의 성격이 짙다. 군사 전문가인 니러슝(倪雄) 상하이정법대 교수는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미국이 호주, 베트남, 필리핀과의 합동훈련 등으로 남중국해에서 힘을 과시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무례한 도전에 대해 중국이 힘을 과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함정 6척은 지난 22~23일 일본 오키나와섬과 미야기섬 사이 공해를 통과해 태평양으로 진출했고, 중국 국방부는 곧바로 “이달 말 서태평양에서 연례 훈련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중국 해군은 지난 6월에도 11척의 군함이 참여한 가운데 서태평양에서 기동훈련을 했다. 훈련이 차츰 빈번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양작전 능력 배양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일단은 실험용이라고 밝혔지만 항공모함을 보유한 국가로서 항모전단 운용 능력을 축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방의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이 2015년에 첫 번째 국산 항모를 실전배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군은 서태평양에서의 훈련에 대해 “계획된 정례훈련으로 국제법에 부합하며 특정 국가나 목표를 겨누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훈련 해역이 미 7함대의 활동 무대라는 점에서 미군을 겨냥한 ‘방어전선의 확대’로도 보인다. 실제 중국군은 타이완 해협 유사 시 미군의 개입을 막는 ‘반(反)접근전략’을 유지하고 있는데 방어선을 기존의 제1열도선(오키나와~타이완~필리핀)에서 제2열도선(사이판~괌~파푸아뉴기니)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중국군의 서태평양 훈련은 그 중간 지대에서 이뤄진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점심시간 식당앞 안심하고 주차하세요

    서울시는 점심시간(오전 11시30분~오후 1시30분)에 시내 모든 소규모 식당 앞에 주차할 수 있다고 21일 밝혔다. 시는 교통안전과 소통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영세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식당 앞에 2시간 동안 주차를 허용하는 방안을 지난달 24일 각 자치구로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또 점심시간 외에도 오후 9시 이후 심야 시간에는 집중단속보다 계도 위주의 단속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요일과 공휴일에는 간선도로, 자전거도로, 대형 행사장 주변 등 불법 주정차로 교통 소통과 안전을 위협하거나 시민 불편이 예상되는 지역을 위주로 계도하고 있다. 또 화물조업장소와 전통재래시장, 관광지 등도 소통이 원활할 수 있게 하는 정도로 관리하고 있다고 시는 설명했다. 그러나 교통이 복잡한 출퇴근시간 등과 전용차로, 자전거도로, 어린이보호구역 등 특정 목적으로 지정된 도로에서는 단속반이 상주하며 즉시 견인 조치를 하고 있다고 시는 밝혔다. 시 관계자는 “불법 주정차를 단속할 때 자치구 간 형평성을 높이고, 서민 경제를 고려해 계도 위주의 단속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정책을 이끌어낸 정승우 서울시의원은 “서울시 교통본부의 이번 방침이 요식업에 종사하는 11만여개의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도심 카지노서 남성 분신사망

    서울 도심의 한 카지노 인근에서 신원이 파악되지 않은 남자가 분신해 숨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0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11시 50분쯤 서울 중구 남대문로 서울힐튼호텔 입구 옆 카지노 진입로에서 한 남성이 몸에 불을 붙인 뒤 16m 아래인 호텔 노상주차장으로 뛰어내려 숨졌다. 근처에 있던 택시기사가 남성을 발견해 신고했지만 소방관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온몸에 화상을 입어 숨이 멎은 상태였다. 경찰은 시신에서 지문을 채취해 신원 확인에 나섰지만 소지품이나 유서가 남아 있지 않고 시신의 대부분이 심하게 훼손돼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정남 형사3팀장은 “외국인인지 한국인인지도 지문 채취 결과가 나오는 21일이나 22일쯤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사설] 대학가 포퓰리즘 선거 정치권 뺨친다

    학생회 간부를 뽑는 대학가 선거가 기성 정치인 뺨치는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지방 소재 한 대학의 후보는 성형수술 지원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고, 서울의 한 학교 후보는 특정 병원과 연계해 무료 건강검진을 받도록 해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네일아트. 에스테틱(피부미용)숍과 제휴해 30%까지 싸게 해주겠다는 공약을 들고 나온 후보도 있다. 구두수선행사 정기 개최 등 참신하고 알뜰한 공약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대부분 현실성이 없는 황당한 ‘공약’(空約)이고, 학생 스스로 외모지상주의에 매몰돼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행태는 정치권을 쏙 빼닮았다. 대학 총학선거가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은 학생들도 문제지만 기성세대, 특히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순수해야 할 이들이 이 같은 구태를 누구한테서 배웠겠나. 나라가 어떻게 되든, 예산이 있든 없든 우선 당선되고 보자는 포퓰리즘 정치를 이들이 보고 배운 것이다. 시대에 따라 가치관이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민주화를 외쳤던 과거 총학 선배들의 공약과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대학은 사회 변화의 상징이자, 선봉이다. 대학 사회의 진지한 고민과 정의, 용기 등이 공약에 담겨 있어야 한다. 유명 연예인들을 불러놓고 호사스러운 축제를 즐길 때인가. 등록금 투쟁을 하려면 이런 것부터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행위의 정당성이 결여됐을 때 요구의 정당성은 배척되거나 가치를 상실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가정형편으로 대학을 포기하는 친구들이 하나 둘이 아닐 것이다. 이런 현실은 애써 외면하고, 지키지 못할 사탕발림 약속으로 유권자를 현혹하는 것은 정치인의 악행을 답습하는 것이다. 지성의 보루인 상아탑이 이처럼 얼룩지면 나라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총학 간부가 되겠다고 나섰다면 좀 더 큰 시야와 비전을 담은 제대로 된 공약을 선보여야 한다.
  • “北 서북도서 추가 도발시 미군 신속 증원 연합대응”

    정부와 군은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과의 군사 동맹 수준을 한 단계 더 올려 놨다. 특히 군은 북방한계선(NLL)의 실질적 가치에 대한 미국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국지 도발에 대비한 공동 작전 계획을 만들기로 미국과 합의하면서 연합 대응 태세를 갖추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관진 국방장관과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10월 28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가진 제43차 한·미안보협의회(SCM) 회의가 이런 연합 대응 태세의 기틀이 됐다. 연합군사령부의 주축을 이룬 미군이 NLL의 실질적 가치를 인정함에 따라 앞으로 북한이 NLL 인근에서 추가 도발할 경우 국제 연합 군사력을 동원해 응징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한 셈이다. 올 연말쯤이면 북한의 국지 도발에 한·미 양국이 공동 대응하는 ‘공동 국지 도발 대비 계획’도 완비할 예정이다. 북한의 소규모 국지 도발은 한국군이 작전을 책임지고, 전면전에 대해서는 미국이 주도적으로 전쟁을 수행하는 기존의 방위태세 전략이 국지 도발 단계부터 한·미 공동 연합 전력 대응 방식으로 전환되는 셈이다. 더구나 첩보위성 등을 통한 미군의 정보 자산을 보다 폭넓게 공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공군력 동원에 대한 부담도 경감될 것으로 우리 군은 기대하고 있다. 국방부가 최근 북한이 서북도서 지역에서 추가로 도발해 올 경우 긴급히 증원될 미군 병력을 위한 병영생활관을 2013년까지 백령도에 짓기로 한 것도 서북도서 방어를 위한 공동 대응 전력의 일환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지난해 천안함·연평도 사태 이후 우리 군 내부에서 검토됐던 ‘미군 연락단의 서북도서 상주안’과도 연계된 조치로 읽힌다. 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북한이 서북도서 일원에 대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경우 이를 격퇴하기 위해 미군이 신속히 증원될 것”이라면서 “증원될 미군 병력을 위한 병영생활관 마련이 그 준비의 첫 단계”라고 설명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MB “日·타이완 TPP 서두르는데… 안타깝고 답답”

    MB “日·타이완 TPP 서두르는데… 안타깝고 답답”

    “일본과 타이완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서둘러 하려고 하는데, 우리는 어떻게 하려는 건지 안타깝고 답답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에 대한 야당의 반발에 대해 이 같은 심경을 토로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17일 밝혔다. ●“고용창출 위해 꼭 필요한데…” 오전 동남아시아 순방을 위해 출국하기에 앞서 청와대에서 임태희 대통령실장, 김효재 정무수석, 최금락 홍보수석 등 주요 참모들과 다과를 함께하는 자리에서다. 지난 15일 국회를 직접 찾아가 민주당을 설득했지만 끝내 무위에 그친 데 대해 무척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특히 유럽발 재정 위기로 내년도 국내 경제 성장과 수출 판로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을 타개하고 고용을 창출하려면 한·미 FTA의 내년 1월 발효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참모들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이 하와이에 이어 이번엔 발리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다시 만나게 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대통령은 17~22일 인도네시아 발리와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하는데, 19일 발리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담(EAS)에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참석하는 오바마 대통령과 만나 다자 정상회의를 갖고 오찬도 함께한다. 지난 13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렸던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만찬을 하면서 귀엣말을 나눈 지 6일 만이다. 한·미 FTA 협정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와 관련해 ‘FTA 발효 후 3개월 내 ISD 재협상’이라는 이 대통령의 제안을 민주당이 거부하면서 한·미 FTA 비준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이라, 이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과 이번에 만나 어떤 얘기를 나눌지가 주목된다. 핵심 쟁점인 ISD 재협상을 위한 얘기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지난번 호놀룰루 만찬 때처럼 미국 의회가 이미 비준을 한 FTA와 관련해서 이 대통령이 다시 말을 꺼내는 것은 외교관례에 벗어난다는 점에서 이런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아세안대표부 자카르타에 설치키로 한편 지난 5월 우리의 T50 고등훈련기의 인도네시아 수출계약 체결과 전투기 공동개발사업 등을 계기로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국방·방위산업 분야에서의 협력체제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 발리를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17일 발리 누사두아 컨벤션센터에서 수실로 밤방 유도유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양국은 인도네시아 중장기 경제개발 계획(2011∼2025년)에 우리가 주력 파트너로 참여키로 하고 이를 위해 ‘한·인니 경제협력사무국’을 연말까지 자카르타에 설치키로 했다. 또 한국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 자카르타에 있는 주인도네시아 대사관에 아세안 상주대표부를 설치하고 전담 대사를 파견키로 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최동호 새벽을 열며] 동부민요 경창대회와 알리

    [최동호 새벽을 열며] 동부민요 경창대회와 알리

    가을비가 가늘게 내리는 경주 함월산 기슭에서 지난 6일 동부민요 경창대회가 열렸다. 하루 종일 비가 흩뿌리는데도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참가자들은 진지하고 열띤 모습으로 경연에 열중했다. 그들의 노래를 듣고 있으니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들 핏속에 녹아 있던 음률이 살아나는 것 같았다. 동부민요란 태백산 동쪽에서 불려지던 노래로 ‘정선 아리랑’이나 ‘상주 함창가’ 등을 지칭하는 것이다. 경기민요나 서도소리 그리고 판소리와는 다른 창법을 가지고 있는 노래다. 탁한 소리가 일단 막사발 같은 서민적 특징을 드러내 주며, 가슴에서 터져나오는 소리는 산간지방에 살던 서민들의 한 많은 애환을 구성지게 들려준다. 공연 프로그램에서 피아니스트 임동창은 참가자들의 마음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풍류가인으로서 그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여 열띤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어서 경기민요를 부른 김옥숙은 무르녹은 맑은 소리로 깊고 그윽한 가창력을 발휘하였고, 계현선의 살풀이춤은 한국무용의 진수를 보여 주었다. 특히 가을비로 인해 물이 흥건히 고인 바닥에 멍석을 깔고 시작된 그의 춤은 가는 선을 휘날리면서 진흙 바닥을 버선발로 거리낌 없이 내디뎌 관중을 숨죽이게 하는 묘미를 연출했다. 그동안 승무는 많이 보았지만 살풀이춤의 진수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흐르다가 휘어지는 선과 날렵한 몸동작이 하나가 되어 마음속에 응어리진 한을 풀어내는 그의 살풀이춤이 빚어내는 감명은 강력했다. 경창대회가 끝나고 마지막에 모든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박수관 명창과 함께 ‘강원도 아리랑’과 ‘쾌지나 칭칭나네’를 부를 때 어둠이 깊어진 계곡을 일깨우는 노랫소리는 한국인의 예술적 기질이 잠드는 산의 영혼을 울리는 것 같았다. 어쩌면 이 민중가요에 우리 소리의 고유성과 창조성의 뿌리가 있으며 앞으로 현대 가요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 세계적 보편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로 돌아오니 ‘불후의 명곡’ 프로에서 세 번 우승한 알리 조용진의 노래가 청중을 압도하고 있었다. 그의 노래는 서구적 취향의 팝송이나 이의 아류적인 모방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그는 판소리 창법에서 다진 목소리로 높낮이를 자유로이 조절하면서 맑고 경쾌하게 노래했다. 정확한 가사 전달력을 바탕으로 부드럽고 달콤하기까지 한 그의 목소리는 이제 새로운 카리스마의 탄생을 알리는 게 아닌가 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송골매가 처음 부른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를 부른 그의 목소리는 마야가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록의 방식으로 부르던 것과는 다른 차원의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었다. 배경음으로 사용된 해금의 소리 또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기여했다. 조용필이 불렀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탱고의 가락에 얹어 부르는 그의 목소리는 이제 쥐어짜는 목소리로 청중에게 호소하는 게 아니라 경쾌하고 분명하며 때로는 느리지만 강렬하게 청중을 압도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알리의 가요가 앞으로 한국 민중가요의 전통을 창조적으로 응용할 뿐 아니라 이를 한 차원 승화시킨다면 세계적 가요의 한 정상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지난여름 K팝이 파리에서 열광적인 호응을 얻으면서 한국인의 가요를 사랑하는 서구인들이 점증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세계 중요 음악 콩쿠르에서 한국인 음악가들이 정상을 휩쓸고 있다는 소식과 더불어 벨기에의 한 텔레비전 방송사에서는 한국을 방문해 ‘코리아 미스터리’라는 프로를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무섭게 성장하는 한국의 음악 교육 특징을 알아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어둡고 슬프고 한 맺힌 사연을 떨쳐버리고 세계 가요계에서 대성할 무수한 꿈나무들을 상상해 본다. 동부민요 경창대회에 참가한 앳된 초등학생의 얼굴에서 미래의 주인공을 떠올려 본다는 것은 전에 가져보지 못한 커다란 기쁨이었다.
  • ‘곶감 흉년’ 상주, 지원책 마련되나

    곶감 주산지인 경북 상주에서 감 말리기 작업이 한창인 요즘, 곶감 생산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상주지역의 기온이 예년보다 높아 작업에 큰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상주시에 따르면 올해 상주지역의 2800여 농가가 6000여t(2000여억원)의 곶감을 생산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곶감 생산농가들은 10월 중순부터 11월 초순까지 감을 건조시키고 있다. 상주는 우리나라 곶감 생산량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곶감 최대 주산지다. 그러나 올해 기온이 너무 높은 탓에 곶감 건조대에 걸린 감의 겉껍질이 제대로 마르지 않은 채 속이 너무 빨리 홍시화돼 문제가 되고 있다. 곶감걸이와 맞닿은 감꼭지가 감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이다. 곶감걸이에 매달린 감이 바닥에 떨어지면 대부분 못쓰게 된다. 떨어지면서 감이 터지거나, 모양을 유지한 채 떨어지더라도 정상적으로 건조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예년 이맘 때면 큰 일교차와 적당한 햇빛과 건조한 바람으로 인해 감 말리기가 수월했다. 곶감걸이에 매달린 감의 겉이 먼저 마르고, 속은 홍시가 됐다가 서서히 젤리처럼 부드러워지는 것이 상주 곶감의 특징이었다. 상주기상대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3일까지 평균기온은 14.5도로, 예년 9.7도보다 4.8도나 높았다. 박경화(55·상주시 서곡동)씨는 “올해로 12년째 곶감 농사를 짓지만, 올해 같은 이상기온 피해는 처음”이라며 “피해 정도가 심한 농가의 농민들이 자살했다는 소문이 떠도는 등 민심이 흉흉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상주시는 곶감 생산농가를 대상으로 피해 정도를 파악하는 한편, 산림청에 대책 마련을 건의할 계획이다. 이창희 상주시 산림공원과 곶감담당은 “현재 곶감 농가들의 피해액을 2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구체적인 보상이나 대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주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은행+증권 ‘원스톱 서비스’

    은행+증권 ‘원스톱 서비스’

    1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에 문을 연 국민은행의 강남스타PB센터에는 30명이 근무한다. 16명은 은행 내외에서 명성을 쌓은 프라이빗뱅커(PB)들이다. 나머지는 세무사와 회계사 자격증을 가진 직원은 물론 부동산 전문가와 기업 외환컨설턴트들도 포함돼 있다.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로서 손색이 없는 인적 진용을 갖춘 것이다. 센터 안에는 KB투자증권 직원이 상주하는 증권사 점포도 운영된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이 이날 축사를 통해 “강남스타PB센터가 대한민국 최고의 금융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만난 자산관리서비스의 새로운 랜드마크로서 PB센터의 새로운 방향을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 생긴 PB센터의 지향점은 ‘서비스 융합’이다. PB 개인별 역량에 의존한 기존 방식과 달리 전문가끼리 팀을 구성해 금융자산 30억원 이상 PB 고객 각각을 집중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소매금융 고객이 많은 은행 지점과 증권사가 한 곳에 있는 복합점포(BIB·Branch in Branch)가 있으면, 증권사가 은행 고객을 소개받을 수도 있고 은행과 증권사 간 공동 마케팅이 가능해진다.”면서 “고객들도 물리적인 측면에서 은행과 증권사를 오갈 때 생기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강남스타PB센터를 포함해 7곳에 설치된 복합점포를 연말까지 1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국내 최다 점포를 보유한 국민은행이 은행 안에 증권사를 유치하는 복합점포를 꾸렸다면, 수신기반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는 산업은행은 대우증권 안에 은행 점포를 집어넣는 복합점포를 늘리고 있다. 경남 거제시 옥포동에 생긴 첫 복합점포에서는 예·적금, 대출, 증권 업무를 모두 볼 수 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리비아 NTC수반 “대우건설에 감사”

    리비아 NTC수반 “대우건설에 감사”

    대우건설은 리비아 국가과도위원회(NTC) 수반인 무스타파 압둘 잘릴(왼쪽) 위원장이 10일(현지시간) 이 회사가 건설한 리비아 벵가지 중앙병원 현장을 방문했다고 11일 밝혔다. 잘릴 위원장은 그동안 내전 상황에서도 대우건설 직원들이 철수하지 않고 병원을 운영·유지·관리해 온 데 대해 감사와 격려의 뜻을 전했다고 대우건설은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지난 2월 리비아 사태가 발생한 이후에도 벵가지 중앙병원에 한국인 직원 3명, 제3국 출신 외국인 직원 29명을 상주시켜 시민과 군인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병원 운영을 도왔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아쌀한’ 쿨 재팬의 속살

    ‘아쌀한’ 쿨 재팬의 속살

    유럽으로 여행을 가면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들르는 것은 필수 코스다. 그래서 유럽 미술관 기행을 다룬 책이 많이 나왔고 팔리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의 미술관이라 하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일본에서는 미술관을 가기보다는 쇼핑, 온천을 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아트, 도쿄’(최재혁·박현정 지음, 북하우스 펴냄)는 미술사를 공부한 부부가 7년 가까이 산 일본 도쿄에 바치는 애정 고백이자 헌사다. 일상의 도시 도쿄와 직업처럼 느끼게 된 전공 영역인 미술을 미술관이란 공간에 효과적으로 버무리고자 동원한 것은 ‘기억과 편애’라고 저자들은 밝힌다. 책은 부부가 거주했던 우에노의 한 고양이에 대한 기억으로부터 시작한다. 도쿄예술대학 대학원에서 미술사 석·박사 과정을 수료한 저자들은 미술관 최대 집결지인 우에노에 학교가 있는 덕분에 눈이 실컷 호강했다고 말한다. 미술사 전공자들이지만 책은 오히려 ‘도쿄에서 내가 반한 미술관 소개’에 가깝다. 미술사에 눈 밝은 이들의 소개이기에 더 신뢰가 간다. 세계적인 명성의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와 재개발 쇼핑몰 정도로만 인식됐던 오모테산도 힐스에 대해서도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하라주쿠와 아오야마를 잇는 거리에 80년 가까이 있던 ‘아오야마 도준카이 아파트’가 철거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은 자신의 일부가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고, 오사카 출신 건축가 안도도 마찬가지였다. 안도는 상업공간인 오모테산도 힐스 끝에 아파트 일부를 복원했다. “바보 같은 일”이란 세입자와 소유주들의 반대에 “공공에 대해 그 정도는 낭비할 책임이 있다.”고 안도는 맞섰다. 과거의 기억은 오모테산도 힐스 안쪽에도 남아 있다. 28년간 명맥을 유지했던 화랑 ‘갤러리 412’의 낡은 문이 아직도 화랑 입구에 걸려 관람객을 맞이한다. 작은 집의 한가운데에 지붕 없는 정원을 만들어 자연을 집안에 끌어들인 스미요시 주택을 설계하기도 했던 안도는 “춥다.”는 거주자들의 불평에 “옷을 더 껴입든지 운동을 하라.”고 했다. 책은 안도의 건축물에 대해 “그가 꿈꿨던 ‘재생’이 실현되고 있다.”고 평했다. 한류 이전에 일본인들은 ‘쿨 재팬’으로 세계인을 매료시켰다.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과 같은 대중문화를 비롯해 문학, 미술, 디자인, 패션, 건축, 음식에 이르기까지 외국을 겨냥한 문화 캠페인을 벌였다. 일본인들은 ‘쿨 재팬’의 출발을 프랑스 인상주의에 큰 영향을 미친 민속화 ‘우키요에’로 꼽았다. 우키요의 원래 의미는 근심 어린 세상(憂世)이었다고 한다. 어차피 힘든 세상, 즐겁게 살아보지 않겠느냐는 뜻에서 같은 발음의 우키요(浮世)로 바뀐 것. 서양인이 먼저 그 가치를 알아본 우키요에 미술관은 도쿄 중심가인 오모테산도와 하라주쿠로 건너가는 길목에 있다. 수수한 밤색 벽돌 건물 속에 1만 2000점에 달하는 화려한 우키요에를 숨겨놓은 오타 기념미술관에는 다다미 위로 올라가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도 있어 색다른 흥취를 느낄 수 있다. 책에 소개된 24곳의 특색있는 미술관과 별책부록으로 덧붙여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화랑, 카페 소개까지 합해서 총체적으로 뽑아낼 수 있는 일본의 미감은 뭘까. 저자는 ‘아쌀하다’(산뜻하고 시원스럽게라는 뜻이 있는 일본어 부사 ‘앗사리’가 변형된 속어)란 표현을 언급한다. 확 피었다가 순식간에 져버리는 벚꽃, 화려하게 장식한 접시 위에 정작 먹을 건 몇 점 안 되는 사시미에서도 아쌀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일본의 근대 미술사는 인상파 화가들이 반해 너도나도 베낀 유키요에에 비하면 초라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모성의 화가 이와사키 지히로(1918~1974)의 이름을 딴 지히로 미술관에서는 아쌀함과는 좀 다른 따뜻한 기운을 얻을 수 있다. 이와사키는 우리에게도 낯익은, 어린이를 주로 그린 수채화로 유명하다. 그의 수채화가 더욱 감동을 안겨주는 이유는 이와사키가 1946년 침략전쟁에서 큰 충격을 받고 공산당에 가입, 인민신문사에서 삽화를 그린 이력 때문이다. 이와사키는 아름다운 어린이의 모습을 그려낼 수 있었던 까닭에 대해 “공산당원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책은 화려하거나 쓸쓸하고 혹은 따뜻한, 다양한 일본 미술의 속살을 살뜰하게 일러준다. 2만 4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밀레니엄 빼빼로데이, 이대 앞 나타난 빼빼로남?

    밀레니엄 빼빼로데이, 이대 앞 나타난 빼빼로남?

    압구정 사과녀, 홍대 바나나녀, 홍대 계란녀 등 외모지상주의로 뭇 여성들의 시기를 받았던 OO녀. 이에 뿔난 여성들을 달래기 위함일까? 천 년에 한 번 온다는 밀레니엄 빼빼로데이, 이대 거리에 댄디한 빼빼로남이 나타났다. OO녀 시리즈에 이어 출몰한 이화여대 앞 빼빼로남은 “내 빼빼로를 받아줘” 플래카드를 걸고 바구니에 빼빼로를 여성들에게 나눠주며 훈훈한 외모로 빼빼로데이에 빼빼로를 받지 못한 솔로들은 물론이고, 남자친구가 있는 여성들의 마음도 흔들고 있다. 미녀들로 화제가 되었던 OO녀 못지않은 댄디한 훈남인 빼빼로남에 대해 누리꾼들은 “도대체 누구냐?”는 반응과 “이번에는 어디 홍보냐”는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진=엘컨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훈민정음 해례본 은닉 배모씨 재판서 침묵… 행방은?

    훈민정음 해례본 은닉 배모씨 재판서 침묵… 행방은?

    10일 오전 11시 35분 대구지법 상주지원 1호 법정. 국보급인 훈민정음 해례본을 절취하고 은닉, 훼손한 혐의로 구속 기소(문화재보호법 위반)된 배모(48)씨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다. 이날 재판은 3년 전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가 곧바로 사라진 또 하나의 훈민정음 해례본 행방이 밝혀질까 하는 기대에서 주목됐다. 하지만 1시간가량 진행된 재판에서 배씨는 끝내 이 책의 행방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방청석에선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국보 7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간송미술관 소장본(이하 간송본)이 3년 전까지 유일무이했다. 그러다 2008년 상주본이 발견되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상주본이 간송본과 동일 판본인데도 더 가치 있다고 평가되는 이유는 간송본에 견줘 보존 상태가 좋은 데다 표제와 주석 모두 16세기에 새롭게 더해져 학술적 가치가 비상하기 때문이다. 고서적 감정의 권위자인 남권희 경북대 교수는 “한장 한장 찍은 영상물을 본 결과 붓으로 발음에 관해 글씨를 써놓는 등 공부한 흔적까지 있으며 표지를 ‘오성제자고’라고 바꾸는 등 훈민정음 반포 이후 정착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문화재”라고 평가했다. 상주본의 행방이 묘연해진 것은 소유권 다툼 탓이다. 2008년 7월 27일 골동품 수집을 하던 배씨가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자신이 소유한 고서적을 국보로 지정받고 싶다는 글을 올렸고 한국국학진흥원과 남 교수는 “틀림없는 훈민정음 해례본”이라고 감정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상주의 골동품상 조모(66)씨가 자신의 골동품 가게에 처박아 둔 고서적 두 상자를 배씨가 30만원에 사가면서 훈민정음 해례본을 훔쳤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검찰이 조씨의 형사 고소를 기각하는 등 우여곡절을 거쳐 지난해 2월 조씨가 제기한 소유권 이전 민사소송을 담당한 대법원은 지난 6월 “배씨는 해례본을 조씨에게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배씨가 불응해 해례본을 회수하려는 강제 집행은 실패로 돌아갔으며 검찰의 압수수색에서도 꽁꽁 숨겨진 상주본은 나오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배씨가 낱장으로 분리한 상주본을 비닐봉투에 싸서 모처에 은닉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간행된 지 565년 된 책이라 습기와 빛에 극도로 민감할 수밖에 없어 전문적인 보존 작업을 거치지 않으면 훼손될 우려가 크다. 또한 상주본의 해외 유출을 저지한 바 있는 문화재청은 배씨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문화재청 사범단속계 강신태 반장은 “배씨든 조씨든 후손에 물려줘야 할 국가적 보물을 하루빨리 세상에 내놓고 보존에 필요한 절차를 밟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상주 글 황성기 기자 marry04@seoul.co.kr [용어 클릭] ●훈민정음 해례본 세종 28년(1446년) 훈민정음 반포와 동시에 출간된 한문 해설서. 세종의 명을 받아 창제 동기, 의미, 사용법을 정인지 등 집현전 학사들이 엮었다. 33장 1책의 목판본인 해례본은 문화재 전문가들 사이에서 값을 따질 수 없는 ‘무가지보’(無價之寶)로 평가되며,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백운화상초록불조 직지심체요절’이 1조원 이상으로 평가된 전례에 비쳐 그 이상으로 매겨지기도 한다. 실제로 사라지기 전 상주본을 58억원에 사겠다는 골동품상이 있었다. ■11일 오후 7시 30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 ‘TV 쏙 서울신문’ 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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