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상업영화
    2026-03-11
    검색기록 지우기
  • 중동 정세
    2026-03-11
    검색기록 지우기
  • 유라시아
    2026-03-11
    검색기록 지우기
  • 의대 정원
    2026-03-11
    검색기록 지우기
  • 경쟁률
    2026-03-1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79
  • 영화시장 할리우드 독식, 비주류 홀대

    최근 극장가에는 한국영화와 할리우드 영화 아니면 찾아보기 힘들다.굳이 예술영화가 아니더라도 유럽·일본영화는 상영관을 애써 찾아가지 않으면 볼 수가 없다. 할리우드의 독점을 막기 위해 도입된 스크린쿼터제의 성과로 한국영화의 점유율이 늘어난 것은 고무적인 현상.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제 그 토양을 딛고 진정한 영화의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 한국·미국영화 독식=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02상반기 국적별 관객수 및 점유율’에 따르면 한국 47%,미국 50%로 두 국가 영화의 관객점유율이 97%를 차지했다.지난해 90%보다 훨씬 높은 수치.기타 국가 영화 31편 가운데 12편은 그나마도 프랑스영화제 때 상영된 영화들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바람이 거센 7·8월은 편식이 더 심하다.현재 상영중인 비(非)한국·할리우드 영화는 전체 20여편 가운데 3편.미국 독립영화 ‘헤드윅’은 서울 3개관,일본영화‘워터 보이즈’는 서울 4개관에서 상영중이다.21개관에 걸린 홍콩 공포물 ‘디 아이’는 여름 특수를 누린 이례적인경우. 개봉을 앞둔 영화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멕시코 영화 ‘이투마마’는 ‘위대한 유산’을 만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지명도에도 불구하고,개봉이 세차례나 늦춰졌다.원래 7월초 개봉이 예정됐던 이 영화는 이달 28일에서 다시 9월6일로 미뤘다.수입사 무비랩 관계자는 “극장주들이 7·8월에는 할리우드 영화 때문에 스크린을 내주기 힘들다고 해 비수기를 택했다.”고 말했다. ◆ 볼 권리 외면=문제는 이 영화들이 상업·작품성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극장에서 외면받는 ‘헤드윅’과 ‘워터 보이즈’는 시사회 후평단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고,“재미있다.”는 반응도 많았다.‘헤드윅’의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연일 개봉관을 묻는 질문이 올라온다.영화를 수입한 ㈜씨네월드 관계자는 “평일에도 점유율이 70%가 넘지만 극장 수가 적어 입소문만으로 개봉관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울상을 지었다. ‘워터 보이즈’홈페이지 게시판에도 불만이 쏟아진다.한 네티즌은 “주위에서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은데 개봉관을 찾기가 힘들다.”면서 “차라리 영화를 들여오지 말지 이렇게 무성의할 수 있느냐.”고 항의했다. ◆ 대안은 없나=비주류 영화에 대한 극장의 홀대가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다.하지만 기업형 극장의 등장과 광역 개봉에 따른 극장 간 경쟁으로 최근 그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워터 보이즈’의 홍보 관계자는 “직배영화들은 자사 라인업만으로 극장을 많이 확보한다.”면서 “영화가 쏟아지는 시기에 작은 영화들은 재미와 상관없이 개봉관을 잡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원칙에 맞긴다면 해결책은 없다고 말한다.일반 극장뿐만 아니라 방송,예술영화전용관 등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영진위 김혜준 정책실장은 “비주류 영화는 상업영화에 새 피를 수혈하는 문화적 가치를 지녔다.”면서 “이에 공감하는 영화인들이 연대해 목소리를 내고,이를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소연기자 purple@
  • 새영화/ 30일 개봉 프릭스 - 괴물로 변한 거미떼의 습격

    ‘프릭스’(Eight legged freaks·30일 개봉)는 잘 계산된 상업영화다.괴물이 인간을 위협하는 공포영화와,재앙에 맞서 싸우는 집단을 그리는 재난영화의 문법을 적당히 섞었다.환경문제를 은근슬쩍 건드리기도 하고,인디영화 같은 황당 코믹도 들어 있다.멜로와 액션의 양념도 쳤다. 결과는? 뛰어난 작품까지는 못 돼도,다양한 재미가 혼합된 괜찮은 오락영화가 됐다.장르를 이리저리 섞다 보면 산만해지기 십상인데,적당한 선에서 장점만 끌어들여 깔끔한 구성을 만들었다.아무 생각없이 즐기기에는 안성맞춤. 배경은 미국의 작은 폐광촌.산업폐기물을 실은 트럭이 전복돼 강으로 흘러든다.강가의 귀뚜라미를 먹은 거미들은 며칠새 인간보다 더 큰 괴물로 변한다.‘터미네이터2’ ‘아마겟돈’ ‘스파이더 맨’의 특수효과팀이 만들었다는 이 거대한 거미만으로도 볼거리는 충분하다. 10년만에 마을로 돌아온 광산 엔지니어 크리스(데이비드 아퀘트)와 그의 옛 애인이자 보안관인 샘(캐리 뷰러)은 거미떼에 맞서 한판 승부를 벌인다.마을 사람들을 한 장소에 불러들여 함께 싸우는 작품의 클라이맥스는 정통적인 재난영화와 닮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의 매력은 영웅이 없다는 점.선남선녀가 주인공이지만 그들은 뭔가 부족한 인물들이다.이 둘이 마을사람들과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은 뻔하지만 감동적인 데가 있다. 고양이가 거미에게 먹히는 것을 마치 만화처럼 벽에 새겨진 고양이의 몸짓으로 표현한 장면,거미의 습격을 외계인의 침공이라고 주장하는 수다쟁이 라디오 DJ,크리스가 위급한 상황에서 샘에게 머뭇거리며 사랑을 고백하려 하자 샘이 빠른 대사로 명쾌하게 받아치는 장면 등은 공포영화답지 않은 웃음을 선사한다. 평화로운 마을이 예기치 않은 위기에 처하고 이를 공동으로 대처한다는 내용은 9·11테러에 직면한 미국인에 대한 은유로 읽힐 수도 있을 듯.감독은 뉴질랜드 출신 엘로리 엘카옘.거미를 그린 단편 공포물로 재능을 인정받아 할리우드에 스카우트됐다. 김소연기자 purple@
  • ‘아스테릭스’ ‘제이 앤 사일런트 밥’ 패러디야? 짜깁기야?

    최근 다른 영화의 장면이나 대사를 빌린 '패러디 영화'가 유행이다. 패러디의 사전적 의미는 특정 작품의 소재나 문체를 흉내내어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수법. 하지만 원래의 목적은 단순한 흉내내기에 그치지 않고 비판적인 의미를 만들어내는 데 있다. 이와 달리 비판이 없는 짜깁기는 혼성모방이라 칭한다. 이런 분류를 놓고 볼때 곧 개봉을 앞둔 '아스테릭스'와 '제이 앤 사일런트 밥'은 패러디일까 혼성모방일까. 다양한 영화를 대조적으로 짜깁기한 두 영화를 집중 분석해본다. *어떤 영화인가= 유럽문화의 자존심으로 통하는 만화 ‘골족의 영웅 아스테릭스’.로마 제국에 대항하는 민중 영웅을 다룬 총 31권의 이 만화는 지금까지 3억부가 넘게 판매됐다. 이 인기를 빌려 지난 99년 영화화됐고 이번에 속편이 나왔다.‘아스테릭스:미션 클레오파트라’(30일 개봉)는 세달 안에 궁전을 짓겠다는 클레오파트라의,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실현하는 골족 아스테릭스와 오벨리우스의 모험을 다룬다. 반면 ‘제이 앤 사일런트 밥’(24일 개봉)은 우리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점원들’‘체이싱 아미’등에서 미국 젊은이들의 문화를 가감 없이 보여준 케빈 스미스의 신작이다.맷 데이먼,밴 애플렉과 ‘도그마’를 찍고 ‘굿윌 헌팅’의 제작을 맡으면서 독립영화계에서 손을 떼는가 싶더니 이전 감각을 되찾은 영화로 다시 찾아왔다. 수다쟁이 제이와 과묵한 밥이 자신의 캐릭터를 본뜬 영화가 ‘영화 씹기’사이트에서 비난의 표적이 되는 것을 보고,제작사를 찾아가 영화화를 막는다는 황당무계한 이야기다. *비판 없는 짜깁기 ‘아스테릭스’= 제국주의에 대한 풍자와 역사를 다루는 원작과 달리 이번 영화는 주성치식 ‘황당’코미디로 승부를 건다.배경은 기원전 52년 이집트인데,등장인물은 미국의 60년대 흑인 가수 제임스 브라운의 ‘I feel good’을 부르며 댄스파티를 벌인다. 19세기말을 배경으로 현대식 팝송과 춤을 넣어 ‘시대 불문’의 뮤지컬을 만든 ‘물랑 루즈’와 비슷한 이 영화는,그래서 뭔가 어색하다. 프랑스의 독특한 문화를 버리고 할리우드 영화를 흉내내 오히려 원작의 풍자성을 훼손하고 있는 것. 궁전의 기둥을 무대로 ‘와호장룡’의 대나무 신을 패러디해 대결을 벌이고,‘스타워즈’의 장면을 빌려 로마제국의 역습을 표현한 것 등은,아이디어는 빛나지만 짧은 웃음을 선사할 뿐이다. 오히려 궁전을 짓는 노동자들이 권리를 찾기 위해 궐기하는 것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며,원작 특유의 민중적 저항의 의미를 깎아내린다. 줄거리 역시 진부한 상업영화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패러디보다는 혼성모방에 가까운 영화다. *장르영화 조롱하기 ‘제이…’= 제이와 밥의 여행길을 채우는 것은 어디서 본 듯한 영화 장면들.둘을 미끼로 이용한 미녀 도둑은 ‘엔트랩먼트’처럼 멋있게 보석을 훔치지만,방귀소리 때문에 비상경고음이 울린다.등장인물은 “식상한 영화의 소재잖아.”라며 비꼰다.뻔한 할리우드 영화를 희화화하는 것. 이 영화의 백미는 패러디로 가득찬 자신의 영화 또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려놓는 데 있다.제이와 밥이 저지하려는 영화는,사실 관객이 지금 보고 있는 영화. “누가 이런 영화를 생돈 내고 보겠냐.”며 관객(카메라)을 쳐다보는 장면은 재치가 넘친다. ‘E.T’의 자전거를 타고 하늘을 나는 장면,‘스타워즈’의 광검선 대결,‘혹성탈출’의 자유의 여신상,‘스쿠비 두’의 4총사와 말하는 개 등도 양념처럼 등장한다. 이 괴짜 감독의 짜깁기를 가벼운 장난으로 느낄 수도 있겠지만,꼼꼼히 살펴보면 장르영화에 대한 비판과 자기 반성이 숨어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패러디의 비판정신을 통쾌하게 이용한 영화다. 김소연기자 purple@
  • 새 영화 ‘아유 레디’ 참을수 없는 CG의 가벼움?

    제작비 80억원에 국내 최초의 판타지 액션 어드벤처라는 대대적인 홍보 속에 선보인 ‘아유 레디?’(12일 개봉)는 기대처럼 환상적이지 않은 어두운 영화다.포스터의 배경대로 푸른 빛 판타지를 꿈꾸는 관객이라면 발길을 돌리는 것이 낫다. 테마파크에 놀러왔다 때아닌 곰의 습격을 받는 관람객들.정신없이 도망치다 우연히 낯선 건물로 들어가게 된 6명은 먼지가 뿌옇게 쌓인 ‘R.U.Ready’라고 쓰인 간판과 ‘잃어버린 것을 찾아드립니다.’라는 문구를 발견한다.갑자기 나타난 쥐떼들의 공격에 다시 건물 밖으로 피신하지만 아무리 걸어도 출구는 보이지 않는데…. 롤러코스터처럼 몰아치는 예측불허의 사건들은 흥미진진할 법도 하지만,‘주만지’‘인디아나 존스’등에 익숙한 관객의 눈높이에는 한참 못 미친다.한국영화라고 백번 양보하고 보더라도,뜬금없이 등장하는 CG(컴퓨터그래픽)는 맥이 빠진다.거대한 바위산이 무너지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등 CG 전시장처럼 특수효과가 넘치지만,과거의 기억과 대면한다는 주제와 그들이 겪는 위험에는 어떠한 인과관계도 없다.끊임없이 벌어지는 각종 자연재해에 계속 도망치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는 주인공들도 관객들도 모른다.CG와 질감이나 색채도 달라 인물들이 화면에서 붕 뜬 느낌을 준다. 생판 모르는 주희에게 반말을 하는 것을 “난 남자잖아.”라며 정당화시키거나,주희가 떨어지려는 차를 뒤에서 밀려고 하자 “이 여자 콤플렉스 있나.”라고 받아치는 주인공 강재는 꼬일대로 꼬인 캐릭터.물론 감추고 싶은 과거와 화해를 하면서 인간성을 회복하지만,그 전까지는 이 남자의 행동과 대사 하나하나가 짜증나게 한다.애정을 주고 몰입할 수 있는 캐릭터가 없다는것은 상업영화의 큰 약점이다. “끝내고 싶으면 물러서지마.도망치면 절대 끝나지 않아.” 영화의 주제는 황노인의 대사로 압축된다.벗어나고 싶지만 어떤 형태로든 현재에 새겨진 과거.벗어날 수 없다면 이제 그 안으로 들어가 화해의 악수를 나눠야 하지 않을까.의미심장한 내용이지만 거대한 스케일에 묻혀 서로 겉도는 것이 아쉽다.하지만 칠흑같은 악몽과 대면할 자신이 있다면,한국영화의 CG가 얼마만큼발전했는지 궁금하다면,이 괴기한 테마파크의 모험에 동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윤상호감독 장편 데뷔작. 김소연기자 purple@
  • 한국영화 상반기 결산

    지난해 ‘친구’로 전국 관객 800만 시대를 연 이래 한국영화의 앞날은 장밋빛으로 붉어졌다.하지만 올들어 기대작의 연이은 흥행 몰락으로 들뜬 잔칫집에 찬물을 끼얹었다.‘취화선’의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집으로’의 전국 관객 400만 돌파 등 영화팬들을 웃음 짓게 한 일도 있었지만,여전히 미래는 불투명하다.2002년 상반기 한국영화의 명암을 들춰본다. ■明 겉보기보다는 한국영화를 찾는 관객의 발길은 크게 줄지 않았다.올 상반기 관객 점유율은 약 35%로 지난해 39%보다 조금 낮아졌다.영화진흥위원회와 아이엠픽쳐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1·4분기 점유율은 37.3%로 ‘친구’가 불붙기 전인 지난해 상반기보다 10%포인트나 높았다.이는 큰 흥행작은 많지 않았지만 개봉영화 수가 36편으로 지난해 21편보다 훨씬 많았고,기본적으로 한국영화 관객층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소재가 다양해진 것도 긍정적인 신호.지난해에는 ‘조폭 마누라’‘달마야 놀자’‘두사부일체’등 조폭 코미디가 기세등등했다면 올해는 ‘일단 뛰어’‘울랄라 시스터즈’‘재밌는 영화’‘정글 쥬스’등 ‘날라리' 고교생부터 밤무대 여성 댄스그룹까지 다양한 인간 군상을 소재로 끌어왔다.80년대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 ‘해적,디스코왕 되다’와 3가지 단편을 묶은 옴니버스 코미디 ‘묻지마 패밀리’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관객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예술성 짙은 영화들도 빛나는 성과를 거뒀다.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음으로써 오랜 숙원을 풀었다.이어 이성강 감독의 ‘마리 이야기’가 애니메이션 최대 축제인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를 받아 국내 흥행 참패를 보상받았다.일흔살 할머니와 일곱살 꼬마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상업영화의 원칙을 깬 ‘집으로…’가 전국 관객 400만을 돌파,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보였다. ■暗 외형은 그대로지만 영화사는 울상이다.관객·수입은 비슷할지 몰라도 비용은 상대적으로 수직 상승했기 때문.특히 엄청난 제작비를 쏟아부은 영화들이 줄줄이 흥행에 고배를 마시면서 ‘한국영화 위기론’이 대두됐다.제작비 32억원을 들인 ‘피도 눈물도 없이’는 17억원이 적자고,제작비 80억원에 육박하는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전국 관객 200만명을 겨우 넘겼다.‘복수는 나의 것’은 40만명이 관람해 제작비도 건지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집으로…’가 409만명,‘공공의 적’이 303만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지난해 1년간 ‘친구’‘조폭 마누라’‘엽기적인 그녀’‘신라의 달밤’‘달마야 놀자’등 5편이 각각 300만∼800만명을 동원한 것에 비하면 턱없이 저조한 실적.후반기에 선보일 ‘챔피언’‘성냥팔이 소녀의 재림’‘R.U.Ready’도 제작비가 80억∼100억원이어서 실패한다면 영화산업 전반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코미디 소재가 다양해지긴 했지만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문제.영화가 돈이 되다 보니 너도나도 상업성을 좇아 코미디를 만들었지만,기본도 갖추지 못한 채 영화 속 주인공들끼리 웃다 끝나 관객의 외면을 받았다.‘집으로…’를 제외하고는 작가주의 영화가 대부분 실패한 것도 미래를 어둡게 한다.‘복수는…’‘피도…’의 흥행 부진은 지난해 ‘고양이를 부탁해’‘눈물’등의실패에 이어 관객층이 넓어지긴 했어도 여전히 다양하지는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김소연기자 purple@
  • [임영숙 칼럼] ‘아가리텍트’와 임권택

    ‘아가리텍트’란 말이 있다.건축가들 사이에서 쓰이는 속어다.입의 비속어인 아가리와 건축가를 뜻하는 영어단어 아키텍트의 합성어다.이 말 속에는 건축가로서의 능력은 없으면서도 입심으로 행세하는 건축가에 대한 경멸이 은근히 스며 있다. 우리 문화계 각 분야에는 이런 ‘아가리∼’들이 꽤 많다.예술가로서 재능이 없으면서도 자신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더 대접을 받는 경우가많은 것이다.특히 평론이 활발하지 못한 분야에서 그들은 주도적인 흐름을 만들기까지 한다.‘아가리∼’가 득세하는 현상은 문화계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조선조 말의 화가 오원 장승업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취화선’으로 올해 제5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임권택 감독은 그런 예술가들과는 정반대 지점에 서 있다.어눌한 그는 말보다는 작품으로 일어선 사람이다.그래서일까.‘취화선’의 장승업은 자신의 그림에 문기(文氣)가 없고 속기(俗氣)가 많다는 비난을 받자이렇게 분노한다.“문자향,시서화 삼절?히히히… 좋아하시네.니미럴…야! 꼭 제발이 붙어야 그림이라더냐? 그림은 그림대로 보기 좋으면 끝나는 거야.꼭 그림 안 되는 새끼들이 거기다 시를 써 놓고 공맹을 팔아서 세인들의 눈을 속여 먹을라구 그러는 거야.씨부랄!” 고아 출신의 머슴으로 오로지 그림만 잘 그려 궁궐의 도화서에까지 들어가지만 그 자리마저 박차고 나와 예술혼을 담금질하는 장승업과 임 감독은 많은 부분이 겹쳐 보인다.중학교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임 감독은 영화판의 밑바닥부터 시작해 최고의 국제영화제로 꼽히는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의 영예를 안았다.‘취화선’의 장승업이 마음에 차지 않는 자신의 그림을 찢고 불태우듯이,임 감독도 “80년대 이전 영화들은 내게 원죄 같은 것”이라며 돈벌이만을 생각하며 만들었던 상업영화들을 “모조리 불살라 버리고 싶다.”는 심정을 피력한 바 있다. ‘아가리∼’의 허망함을 너무 많이 보았기에 나는 그런 ‘원죄’위에 서 있는 임 감독을 오히려 신뢰한다.매일매일 새로워지고자 했던 장승업처럼 임 감독은 속기를 바탕으로 한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통해 자기만의 문기를 이루어냈다.그 문기에 칸영화제의 심사위원들은 매료된 듯싶다. 칸영화제에서 상을 받는 것은 “세계 영화문화의 구도 속에서 한 나라의 영화를상급에 진입시킨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영화평론가 유지나씨는 말했다.그뿐인가.‘취화선’은 한국 상품의 국제 경쟁력도 높일 것이다.“21세기는 문화 경쟁력이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한 프랑스의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은 지난 96년대우가 프랑스의 톰슨사를 인수하려 했을 때 톰슨 노동자들이 반발했던 것은 한국의 문화적 이미지가 약한 탓이었다고 분석한 바 있다.그는 전통예술뿐만 아니라 오늘의 영화·미술·문학인들의 활동을 외국에 알리는 문화수출 전략을 충고하기도했다. 기 소르망의 충고를 그대로 따른다면 미술 분야에서는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씨가 국제적인 명성을 이미 떨치고 있으므로 이제 한국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는 일만 남았다.그러나 노벨문학상은 우리에게 아직도 ‘먼 그대’인 듯싶다.한국 문단에는 임 감독처럼 국제 무대에 널리 알려진작가도,세계 7위 규모라는 영화시장과 같은 상업적 활기도 없다.한국 작가들의 문학적 성취와는 별개의,언어 장벽과 전략부재에서 비롯된 상황이긴 하지만 안타까운 일이다. 결국 한국의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는 당분간 영화계와 임 감독에게 계속 기대할 수밖에 없다.월드컵의 열기에 묻히는 듯하지만 사실 임 감독의 칸영화제 수상은 월드컵 16강 진출에 못지 않은 쾌거다. “내 나이가 황금종려상을 욕심 낼 나이가 아니다.”고 말했다지만 그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또 보여줄 것으로 믿는다.이번 수상으로 영화제에 대한 강박감에서 벗어나 “아무 부담없이 자유롭게” 영화를 만든다면 ‘영화제를 위한 영화’라는 국내 일부 비난에서도 자유로운 영화를 만들어낼 것이다.임권택 감독의 영화는 이제부터다. 임영숙/ 미디어연구소장
  • 시네마 천국 꿈 꾼 빨치산 아들 칸 감독상 임권택

    빨치산의 아들이 미군부대 신발장수를 거쳐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칸 영화제의 감독상 수상자로.임권택 감독이 걸어온 길은 파란만장한 한국 역사의 질곡과 맞물려 있다.영화 ‘취화선’에서 질벅거리는 갯벌을 묵묵히 걸어가는 장승업의 뒷모습은 바로 ‘장인 임권택’자신의 모습이다. 임감독은 1936년 전남 장성군 장성읍에서 7남매 가운데장남으로 태어났다.할아버지는 대지주였으나 인텔리인 아버지와 삼촌 등 가족이 빨치산 활동을 하다 모두 몰락했다.이런 가정사는 그의 영화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면서,이데올로기에 대한 회의와 인본주의라는 주제를 낳는다.광주 숭일중에 다니다가 가출,미군부대에서 헌 군화를 받아 파는 일을 하면서 입에 풀칠을 했다.56년 구두장사를 하던사람들이 영화사를 차리자 이들을 따라 상경해 제작부 막일을 하다 62년 ‘두만강아 잘 있거라’로 감독 데뷔를 했다. 당시 영화는 스스로도 ‘저급한 영화’라고 표현할 정도로 질이 낮았지만 임감독은 이 기간 멜로·액션·전쟁·사극영화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면서 영화의 기본기를 갖췄다.그러다 81년 ‘만다라’로 작가 영화의 길로 들어선그는 84년 태흥영화사 이태원사장과 만나면서 자신의 세계를 더욱 공고하게 한다.그러나 두 사람의 초기 작업은 순탄하지 못했다.처음 계획한 ‘비구니’를 비롯해 ‘노을’‘도바리’등 함께 손댄 영화마다 개봉을 못하는 상황이벌어졌다.악연처럼 비쳐지던 인연은 89년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타면서 승승장구한다.90년 ‘장군의 아들’과 93년 ‘서편제’가 연이어 흥행 기록을 경신하면서 임감독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아는 ‘국민 감독’으로 자리잡았다. 이사장 말고도 오늘의 임감독이 있기에는 뒤에서 언제나묵묵히 힘이 된 부인 채혜숙씨가 있다.MBC 공채 탤런트 출신인 채씨는 21세때 35세 노총각을 만나 8년간 끈질기게쫓아다녔다.혼자 먹고 살기도 힘들다며 임감독이 도망다녔던 것.결혼후 채씨는 연기활동을 중단하고 아이를 키우는것은 물론 치매로 고생하는 시어머니를 모셨다.그래서 임감독은 가끔 술자리에서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불쑥터뜨리곤 한다. 임감독은 2000년 ‘춘향뎐’으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처음 도전한다.한국적 소리와 이미지의 리듬에 맞춰 영화를만든 놀라운 형식 미학을 성취하면서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진리를 확인시켰다.이번 작품 ‘취화선’은 그보다 한 발 더 나아갔다.상업영화와 예술영화 사이,한국의 옛 정취와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군분투하며 40여년간 스크린에 붓질을 해온 임권택 감독.이제그는 원하는 대로 붓을 휘두를 수 있는 행복한 거장 대열에 올랐다. 김소연기자 purple@
  • 원성스님 시나리오 작가 데뷔

    수필집 ‘풍경’ ‘거울’ 등으로 잘 알려진 원성(圓性·30)스님이 상업영화의 시나리오 작가로 데뷔한다. 영화제작사 ‘시네마 풍경’(대표 유혁주)은 16일 초능력을 가진 어린 소년의 이야기를 동화풍으로 그린 ‘어린 왕자’(가제)를 영화화하기로 하고 올해 초 원성 스님에게시나리오를 맡겼다고 밝혔다. 황수정기자 sjh@
  • [충무로 산책] 충무로에 희망 던진 77세의 신인 여배우

    ‘77세의 신인 여배우’ 영화 ‘집으로…’의 여주인공 김을분 할머니에게 붙은 애칭이다.극중에서 청각·언어장애를 가진 외할머니로 나온 김 할머니는 “생전 영화 한편 본 적 없다.”는 말이 믿기지않을 만큼 매끈한 연기로 시사회장에서 뜨거운 박수갈채를받아냈다. ‘생초짜 배우’ 김 할머니의 경우는 이래저래 충무로에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한글 한자 모르는 까막눈”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할머니의 캐스팅 및 제작과정은 신선한 충격 그 자체. 이정향 감독은 충북 영동군 상촌면에서 호두농사를 짓고 사는 할머니를 현장에서 ‘즉석 캐스팅’했다.그러나 할머니가 “자식들 얼굴에 먹칠할지도 모른다.”며 계속 고사하는 통에 할머니의 아들을 몇차례나 따로 만나는 등 ‘삼고초려’도 해야 했다.이뿐만이 아니다.조금은 거칠지만 능청스런 연기를 보여주는 50여명의 영화속 엑스트라도 모두 촬영장 인근의 주민들이다. 철저한 자본의 논리로 굴러가는 상업영화판에서 이렇게까지 ‘실험적인’ 캐스팅이 이뤄진 건 한국영화 사상 처음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터.스타배우를 캐스팅해야만 안심하고 카메라를 돌리는 충무로의 경직된 관행에 김 할머니와 ‘집으로…’는 보란듯 일침을 날리고 있는 셈이다. 영화의 흥행여부야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순제작비 15억원도 채 못 건져 득의양양하던 감독의 어깻죽지가 축 처질 수도 있을 거다.하지만 한가지만은 분명하다.새로움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과 시도.그것만이 ‘오∼래가는’ 영화의 진짜힘이라는 사실이다. 황수정기자
  • “관객800만명 찾는 한국영화풍토 인상적”

    “한국관객들이 자국 영화는 물론이고 다양한 국적의 영화들에 열광하는 모습이 무척 좋아보입니다.상업영화 한편으로 전국관객 800만∼900만명을 동원해내는 한국의 영화풍토도인상적이구요.부산영화제에서 신인감독을 발굴해 지원하는프로그램이 운영될 수 있는 건 그런 풍토 덕분일 겁니다.” 제6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장으로 부산에 머물고 있는 타이완의 허우샤오시엔(侯孝賢·54)감독이 14일 코모도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틈날 때 자갈치시장을 둘러봤는데 삼삼오오 도박판을 벌이는 시장사람들의 모습이 재밌었다”면서 “꼭 다시 와서영화를 찍고 싶다”며 웃었다. 10년동안 3편의 영화를 찍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감독은그중 하나인 ‘밀레니엄 맘보'를 이번 영화제에 선보였다.느리게 고정된 화면이 주류이던 이전 작품들과 달리 카메라의움직임이 활발해진 데 대해 “변화의 신선함이 영화를 이끄는 동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임에도 젊은 관객들이 보기엔 내용이 어렵다는 지적에 “그들도 나이가 들면 자연히 이해하지 않겠느냐”며 여유있게 받아넘겼다. 작가주의 영화를 찍어온 감독이지만 상업영화에 대한 시각은 매우 우호적이었다.“상업영화가 풍부한 토양이라야 실험성 짙은 예술영화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중국에서 태어나 이듬해 타이완으로 이주했다.1980년 ‘귀여운 소녀들'로 감독데뷔한 뒤 ‘동년왕사'‘연연풍진' 등으로대만영화의 뉴웨이브를 이끌었다.1989년 베니스국제영화제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비정성시'로 국내에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우리나라를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 황수정기자 sjh@
  • 새영화/ ‘흑수선’

    배창호 감독이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대중적 흥행을거두고야 말겠다”고 선언해 화제를 모아온 ‘흑수선’(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이 16일 개봉된다.최근 몇년동안 ‘러브 스토리’‘정’ 등 흥행을 의식하지 않고 독립영화를 찍어오던 배 감독이 40억원이 넘는 본격 상업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은 두고두고 얘깃거리가 될만했다. 영화는 반세기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한국전쟁의 비극에서 찾아내는 미스터리 액션물.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하던 오형사(이정재)는 피살자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한다.죽은 두사람 모두 한국전쟁 당시 거제포로수용소에서 탈출포로 체포작전을 맡았었다는 점이다.피살자의유품속에서 낡은 일기장 한권과 흑백사진 두장을 발견한오형사는 이를 토대로 세사람에게로 살인혐의를 좁혀간다. 50년전 남로당 당원이었던 손지혜(이미연)와 그녀의 연인이자 사건 발생 전날 출감한 비전향 장기수 황석(안성기),빨치산의 우두머리였던 한동주(정준호). 미스터리 구도로 일관되는 영화는 50년전의 과거와 현재,한동주가 과거를감춘 채 정치인으로 활약하고 있는 일본미야자키현을 수시로 넘나든다.영화의 스케일을 생생하게전해주는 장치로 성공했다.거기에,300여명의 엑스트라를동원해 재현해낸 거제포로수용소 등 웅장한 화면은 시선을 붙드는 볼거리다. ‘흑수선’은 극중 여주인공이 남로당 당원이었을 당시의 암호명.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적해가는 한켠으로 두드러지는 주제어는 ‘비극적 사랑’이다.끔찍하게 사랑했으면서도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50년의 세월을 어긋나게 살수밖에 없었던 손지혜와 황석의 슬픈 운명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영화에는 큰 허점이 있다.긴장감을 잃지 않고 퍼즐을 맞춰가듯 해야 하는 미스터리극의 ‘본분’을 다하진 못했다.오형사가 발휘하는 추리력이 무색하게….중반을넘어서면서 살인범의 정체가 빤히 짚힌다.감독의 ‘흥행선언’을 맞장구쳐주기엔 걸림돌이 적지 않다.
  • 인터넷영화 ‘아미그달라’제작키로

    ◆‘시월애’의 이현승 감독 등 국내 유명 감독과 교수들이공동 연출하는 인터넷 영화가 제작된다.iMBC(대표 조정민)는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과 공동으로 잊어버린 기억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영화 ‘아미그달라’를 제작한다고 최근밝혔다. 각각 15∼30분 분량인 5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될 옴니버스영화로,이현승 감독을 비롯해 ‘결혼이야기’의 김의석 감독,한상준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이충직 중앙대 교수,신인이수연씨 등이 1편씩 연출을 맡을 예정이다. ◆‘쉬리’의 강제규 감독(39)이 남북분단 후 처음으로 북한에서 극장용 상업영화를 찍는다.30일 강감독은 “‘쉬리’이후 3년만에 메가폰을 잡는 컴백작 ‘영웅’(가제)의 촬영을 북한 올로케이션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이를 위해 감독은 조만간 국가정보원과 통일부에 협조를 요청하고중국측 창구를 통해 북측에 구체적 촬영신청을 할 계획이다.‘영웅’은 한국전쟁에서 격전을 치렀던 한 병사의 영웅담을 그린 영화다.
  • 여성감독들 충무로 ‘호령’

    충무로가 여성감독들의 기지개 켜는 소리로 떠들썩하다. 가뭄에 콩나듯 명함을 내밀던 여성감독들의 활약이 올 가을을 기점으로 크게 두드러질 전망이다.당장 10월 중순에는 임순례 감독(40)의 ‘와이키키 브라더스’(제작 명필름)와 정재은 감독(32)의 ‘고양이를 부탁해’(마술피리)가개봉을 벼르고 있다.이 두편이 흥행을 저울질할 즈음 새로크랭크인할 여성감독들의 야심작도 줄잡아 10여편이다. 90여년의 한국영화사를 통틀어 여성감독의 작품이 0.5%가 채안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놀라운 수치이다. 먼저 올 가을 간판을 올릴 두 편의 영화는 흥행성적이 적잖이 기대된다. 임 감독의 두번째 장편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지난 5월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나와 이미 호평을 얻었다. 정 감독의 데뷔작 ‘고양이를 부탁해’는 스무살을 맞은다섯명의 소녀 이야기를 솔직대담하게 그린 청춘드라마.신세대 스타 배두나와 이요원을 내세웠다. 최근 급부상하는 여성감독들은 뚜렷한 공통분모를 가졌다.대부분이 30대 미혼의 데뷔감독들.거기다 단편·다큐영화로 이름이 알려졌거나 서너편의 영화에서 연출부나 조감독을 하며 단숨에 역량을 인정받았다는 점이다.한 감독 밑에서 십수년동안 ‘도제식’의 눈물젖은 빵(?)을 먹기보다는체계적인 연출공부로 실력을 다진 이들이다. 정재은 감독만 해도 그렇다.단편 ‘도형일기’로 주목받은 그는 ‘여고괴담’의 오기민 프로듀서를 도와 연출부로일하다 오씨가 창립한 영화사(마술피리)의 첫 작품을 맡게된 행운아. 청년필름이 10월말 촬영에 들어갈 멜로 ‘질투는 나의 힘’을 연출하는 박찬옥 감독(33)은 단편 ‘느린 여름’으로 단숨에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버스,정류장’(명필름)의 이미연 감독도 ‘조용한 가족’과 ‘반칙왕’의 프로듀서로,영화이력은 길지 않다. 임순례 감독의 ‘세 친구’에서 조감독이던 영화아카데미 출신 박경희 감독(36)도 조만간 ‘미소’(이픽쳐스)를 찍는다. 여성감독들의 달라진 특징은 또 있다.이들의 작품이 극장수입을 올릴 수 있는 본격 대중영화를 정조준한다는 점이다.이를 방증하듯 제작사들이 하나같이 쟁쟁하다. 공포스릴러 ‘4인용 식탁’의 이수연 감독(31)과 휴먼드라마 ‘집으로…’의 이정향 감독(37)이 각각 메이저급인봄영화사와 튜브엔터테인먼트의 후원을 업고 있다.다큐영화로 유명한 변영주 감독(35)도 전경린의 소설 ‘내 생애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을 원작으로 상업영화를 준비중이다.실제로 임순례 감독은 “작품성도 중요하지만 대중에가까이 가고 싶어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만들었다”고고백했다. 여성감독들의 맹활약에 영화계는 잔뜩 고무돼 있다.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영화제작 시스템이 전문화된 지금은 남성적 지도력이나 카리스마는 불요불급하다”면서 “제작자들은 감독의 성별이 아니라 창의력을 평가할 뿐”이라고말했다. 황수정기자 sjh@. ■“한국형 멜로物 관습 깨겠다”. “한국형 멜로의 관습을 깨는,아주 특별한 멜로를 만들고싶어요. 최근의 멜로영화들이 일상에 지나치게 기대는 게아쉬웠거든요.이제는 일상성을 깨는 멜로가 필요하지 않겠어요.” 새 영화 ‘버스,정류장’(제작 명필름)을 연출하는 이미연 감독(38)은 “32세의 학원강사(김태욱 분)와 17세 여고생(김민정 분)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멜로드라마가 이같은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조교제 내용을 담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감독은 손사래를 쳤다.“여주인공의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원조교제하는 여고생을 만난 적이 있긴 해요.그러나 극중 남녀가 결코 서로를 몸의 대상으로 보지는 않죠.” 대사를 아끼고 ‘소리’를 최대한 배제할 영화에는 실제로 버스정류장이 주요 무대가 된다.남녀가 서로의 상처를알아보고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음을 깨달아가고 기다리는,흔하면서도 특별한 공간이란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독특한 감수성을 살린 여성감독들의 영화가 위험부담을안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준비된 답이 나왔다.“어떤 배우와 작품이 어떻게 만나느냐가 열쇠일 뿐이죠.어느 정도완성도만 갖추게 되면 영화의 파괴력은 절로 생기는 것이고.” 프랑스 사립영화학교(ESEC)에서 연출공부를 했고 손대는 영화마다 성공해 ‘실력’과 ‘운’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손에 틀어쥐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충무로의 명(名)제작사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와는 대학동기동창이다.9월5일 크랭크인. 황수정기자
  • 비주류 단편영화 TV속 자리매김

    ‘상업영화의 방부제’인 단편영화가 방송에서 자리를 잡았다. 지난 99년 EBS에서 ‘단편영화극장’을 시작한 이래 KBS가4월부터 ‘단편영화전’을 방송하고 있고 케이블방송인 예술·영화TV도 ‘인디스토리’란 단편 영화를 방송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지난달 29일 100회를 맞은 EBS ‘단편영화극장’(일 밤12시30분)은 2년동안 200편에 가까운 단편영화를 소개,‘단편영화의 지지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KBS2 ‘단편영화전’(금 밤12시50분)은 영화팬들의 열렬한지지를 얻고있다.“단편영화가 비록 주류는 아닐지라도 방송에서마저 주류 문화만을 소개하고 그것만으로 시간대가 채워진다면 비주류나 언더 문화가 설 자리는 없을 것입니다”란이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 의견은 ‘단편영화전’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웅변한다. 9월3일 시작하는 예술·영화TV의 ‘인디스토리’(월·화 새벽2시,목·금 새벽4시,토·일 오전8시)는 각종 국내외 영화제 수상 및 진출을 통해 알려진 단편 영화들을 방송한다.영화를 틀기 전에 감독을 직접 인터뷰한 ‘나의영화이야기’란 시간도 마련된다. 3일에는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재학중인 김형국 감독의 ‘나는 왜 헤비메탈 듣기를 멈추고 애국시민이 되기로 결심했는가?’를 방송한다.평범한 대학생이 헤비메탈 공연을 보다 검은 옷을 입은 정체불명의 인물들에게 납치된다.모처로 끌려가 물고문을 받고 애국가를 1절부터 4절까지 500번 쓰는 숙제를 하고서야 풀려나는데 이후에도 거듭된 실수로 계속 이러한 교육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다. 같은 날 방송되는 ‘햇빛 자르는 아이’는 20회 프랑스 끌레르몽-페랑 국제단편영화제 최우수 창작상 등 각종 국제영화제 수상작으로 유명하다.허름한 판자집에 갇혀 사는 가난한소녀의 일상을 섬뜩하게 담아 낸,빛을 통한 심리묘사로 영화적 이미지를 극대화한 작품이다. 그러나 방송에서 내보내고 있는 단편영화가 대부분 영화제수상작,영화아카데미 졸업작품이 많아 겹치는 경우가 잦은것은 문제.하지만 제작진은 “방송에 내보낼 수 있는 수준을 담보한 작품을 고르다보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KBS ‘단편영화전’의 최수형PD는“획일화되고 소재도 제한된 주류 상업영화보다 훨씬 자유로운 단편영화를 통해 한국영화의 기반이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윤창수기자 geo@
  • ‘꽃섬’으로 베니스영화제 진출 송일곤감독

    “폴란드란 외국에서 공부한 경험 덕에 한국적 이야기를 세계 보편적으로 그려냈기 때문이 아닐까요.” 단편영화 ‘소풍’으로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데 이어 첫 장편영화 ‘꽃섬’으로 올해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송일곤 감독(30)은 국제영화제로부터 ‘총애’받는 이유를 이렇게 풀이했다. “상업적으로 비대해진 칸은 진정한 작가보다는 대가 위주로 작품을 선정하는 반면,베니스는 강력하게 예술 영화를 옹호하죠.” 송 감독은 영화 ‘에어리언’의 세트 디자인을 참조할 정도로 우울하고 무겁지만,사람의 삶이 가깝게 느껴지는 폴란드의 우츠 국립 영화학교를 5년여 동안 다녔다.폴란드에서의유학경험은 IMF로 실직한 가장의 이야기를 담은 ‘소풍’,각자 상처를 간직한 세 여인의 로드 무비 ‘꽃섬’을 낳았다. 칸영화제 수상 덕에 ‘시네 파운데이션’이라는 기금으로프랑스에서 3개월간 머물며 영화의 후반작업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영화 및 각종 문화시설을 마음껏 무료입장할 수 있는 ‘황금패스’와 함께 칸이 지목한,세계 각국의 신인 감독들과 파리의 대저택에서 지냈다. “칸의 수혜를 받아도 작가주의 영화는 돈을 못 구해 세계어디서나 고생이더라구요.” 제작비 4억여원의 저예산 디지털 영화인 ‘꽃섬’은 “눈물과 웃음이 있는 영화”라고 강조했다.강원도 정선,지리산 구례,남해 등을 지난 겨울 떠돌며 찍은 영화의 촬영지는 여행을 좋아하는 송 감독이 이미 예전에 들렀던 곳들이다.자신을 ‘유목민’이라 생각한다는 그는 대부분의 돈을 술값과 여행비로 쓴다고 털어놓았다. “앞으로 블록버스터 같은 대규모 상업영화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본의 논리와 타협하지 않고 만들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주 어려운,관객들이 이해 못 할 영화는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창수기자 geo@. ■베니스영화제…이탈리아 리도섬서 29일 개막. 세계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제58회 베니스국제영화제가 29일 이탈리아 리도섬에서 개막,11일간 대장정에 들어간다. 올해 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은 장편 경쟁부문이 두 개로 나뉘었다는 것.작가로 인정받는 감독들이 초청된 ‘베니스 58’과 젊은 감독들이 독창성을 겨루는 ‘현재의 영화’로 나뉘어 진행된다. ‘비포 더 레인’으로 유명한 밀코 만세비치 감독의 ‘먼지’를 개막작으로 모두 140편의 영화가 상영된다.한국 영화는 김기덕 감독의 ‘수취인불명’이 ‘베니스58’부문에,송일곤 감독의 ‘꽃섬’이 ‘현재의 영화’부문에 진출했다.또권일순 감독의 ‘숨바꼭질’,홍두현 감독의 ‘노을소리’,조선족인 장뤼 감독의 ‘11세’는 단편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 발명소재 영화·드라마 만든다

    발명을 소재로 한 상업영화와 TV드라마가 국내 최초로 제작된다. 특허청은 발명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영화를 일반 영화사를 통해 제작,내년중 일반극장에서 상영할계획이라고 4일 밝혔다.발명의 중요성을 담은 TV드라마나미니시리즈 제작도 방송사와 함께 추진 중이다. 특허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특허행정혁신 추진반’을통해 아이디어를 발굴한 결과,영화 TV 등 대중매체를 통한발명의식의 대중화 작업을 추진키로 의견을 모았다.이를 위해 5억5,000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자금지원 외에 정부의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반 영화사를 선정,전문인력에 의한 시나리오 작성을 끝낸 상태다. 특허청 관계자는 “아이디어는 청에서 냈지만 정부가 제작하는 계도성 공익영화가 아니라 일반관객을 대상으로 한 대중적 상업영화로 만들어질 것”이라면서 “미스테리 성격을가미한 액션물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허청은 또 공중파 방송을 통해 발명관련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미니시리즈 방영도 추진하고 있다.특허청 관계자는“외주제작을통해 7∼8월쯤 2회분 정도의 드라마·다큐 등을 방영하고,하반기에는 미니시리즈 방영도 추진하고 있다”면서 “한국판 ‘맥가이버’가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
  • 잠을 잊게하는 단편영화 ‘감칠 맛’

    “잠을 잊은 그대에게 아침이슬 같이 싱싱한 단편영화 두편을 선물합니다.” KBS-2TV가 봄 개편을 맞아 준비한 ‘단편영화전’(금요일밤 12시50분∼1시40분)이 잠을 잊은 영화 마니아들의 넋을쏙 잡아 끌었다. 심야에 방영된다는 취약점에도 불구하고 9%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한 ‘독립영화전’은 극장 흥행영화를 그대로 답습하는 구태의연한 TV영화에 새로운 물꼬를 텄다는 평이다. 이번주에 방영될 첫영화는 한동네에 살지만 서로 모르는 세 여자가 겪는 세가지 이야기다.세 여성은 같은 날 각기 황당한 일을 당한다.집앞의 좁은 골목에 차가 가득 세워져 있어서 한참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전철 안에서 행패를 당하거나 남편이 귀가하지 않은 늦은 밤,생면부지의 술 취한남자가 막무가내로 들이닥치는 일이 생긴다.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세여성은 서로를 스쳐가지만 무기력하게 외면할 뿐이다.한가지 주제로 세 이야기를 묶는 치밀한 짜임새가 돋보인다. 두번째 영화는 첫번째 영화와 달리 이야기보다는 이미지를중시한 작품이다.겨울밤,어촌의허름한 가게가 배경이다.가게 앞에서 전화를 걸던 젊은 여자가 떠나가고 가게의 늙은여자는 전화를 떼낸 뒤 가게 불을 끈다.일상적인 하루를 지내는 가게의 여자와 한복집에서 일하며 하루를 보내는 젊은여자.젊은 여자가 퇴근길에 가게에 들러 전화를 걸다가 사라지면 늙은 여자는 전화기를 떼낸다.가게의 불은 꺼진다. ‘단편영화전’은 일반인들은 쉽게 접할 수 없는 20분 내외의 짧은영화 두편을 보여준다.중앙대 영화학과 주진숙 교수가 진행하며 이효인 영화평론가가 특별출연해 감상할 때 유의할 점,영화의 의도,색다른 기법 등의 설명도 간단하게 덧붙인다. KBS는 프로그램에 소개된 독립영화를 ‘단편영화전’ 홈페이지에서 한달동안 다시 볼 수 있도록 했다. ‘단편영화전’의 최수형 책임 프로듀서는 “참신한 영화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려는 의도로 이번 프로그램을 계획했다”면서 “단편영화에 대한 제작환경을 지원하고 상업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송하기자 songha@
  • 칸 영화제 개막

    제54회 칸 국제영화제가 10일 새벽2시(한국시간· 현지시간 9일 오후7시)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의 탈레 홀에서 개막돼 12일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이날 개막식에선 질 자코브 위원장이 개막선언문을 낭독했고 개막작으로 호주 바즈러먼 감독의 ‘물랭 루즈’가 상영됐다. 탈레 홀 주변에는 유명감독과 스타들을 구경하려는 영화팬들이 몰려 혼잡을 빚었다. 우리나라는 이번 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신동일 감독의 ‘신성가족’과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김영남 감독의 ‘나는 날아가고…너는 마술에 걸려있으니까’ 등 단편 영화 2편을 내보냈으며 극장용 상업영화는 출품하지 못했다. 그러나 8개의 한국영화 마케팅 부스가 설치돼 ‘비천무’‘단적비연수’‘선물’‘싸이렌’‘인터뷰’등 50여편의 영화를 홍보하고 있어 수출 전망이 비교적 밝은 편이다. 칸 황수정특파원 sjh@
  • 새 영화 ‘눈물’ 임상수 감독 인터뷰

    데뷔작‘처녀들의 저녁식사’를 가볍게 출세작으로 연결시킨 임상수감독이 이번엔 10대로 눈돌렸다.가출청소년들의 거친 삶을 담은 영화‘눈물’(봄 제작·20일 개봉)은 이래저래 얘깃거리가 많다. “5년전부터 시나리오를 구상하고,사실감을 얻으려고 대여섯달 구로동 쪽방에 기거하며 안경노점상을 했다”는 임감독이다.뒷골목 10대의 모습을 카메라에 옮겨담기 위한 사전작업이었다. 주인공은 탈선한 4명의 10대.외모도 성격도 순진한 한(한준)은 이혼한 부모가 싫어 가출했고 입에 욕을 달고다니는 창(봉태규)을 만나단란주점 ‘삐끼’(호객꾼)가 된다.한과 창을 통해 보이는 세상은 모든 게 굴절돼 있다.창은 술집 접대부인 란(조은지)의 기둥서방 노릇을 하며 빌붙어 살고,오토바이를 즐겨타는 새리(박근영)는 ‘나쁜잠’(섹스)은 절대 자지 않는다면서도 유흥가를 전전한다.영화에서 유일하게 온전한 건 새리와 한이 키워가는 사랑의 감정뿐인 듯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디지털카메라로 찍었습니다.그런 점에선 실험적이라 할 만하죠.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도 아녜요.(웃음)처음엔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들었으니까.”솔직한 대답이다.제작비 5억원.“다 찍고 보니 생생한 현장감은 35㎜로는 도저히 잡아낼 수 없는 것이더라”며 디지털영화의 매력을 강조한다.현란한 밤거리나 닭장같이 좁은 공간 등은 간편한 디지털카메라가 아니었으면 담아내기 어려웠다. 손수 각본까지 쓰고 치밀한 계산끝에 영화를 찍었다.주인공들은 물론조연이나 단역까지 무명으로만 채운 데는 이유가 있었다.“생날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는 게 감독의 변이다.“그런 애들은 그냥먹어주면 되는거야” “나랑같이 살아볼래?”등등 시종 비린 대사들을늘어놓은 것도 같은 계산에서였다. 주인공들의 방황에 고민이 엿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어봤다.역시,스스로도 석연찮던 대목인 모양이다.“뭔가 설명이 빠진 듯 불편하다는지적을 많이 받습니다.드라마가 너무 세서 장르적이라는 이도 있고. 글쎄요,상업영화판에서 살아남고자 극단의 견해들 사이에서 열심히줄타기하는 게 아닐까요?” 봄에 시나리오를 끝낼 차기작은 30대부부와 그들의 애인에 관한 이야기이다.“역시 좀 불편한 영화가 될 것 같다”고 귀띔한다. 황수정기자
  • [굄돌] 영화 제작자와 감독

    며칠 전,모 일간지를 읽다가 깜짝 놀랐다.어느 평론가가,한국 영화는 제작자가 다 만드는 거고 감독은 연출보조에 불과하다고 쓴 것이다.자기가 영화 현장에 대해 뭘 안다고….처음엔 화가 났고 그 다음엔 슬퍼졌다.한국의 지식인들이 가진 영화 산업에 대한 이해라는 것이 고작 이 정도였구나 하는 깨달음 때문이었다. 사실 이런 건 진보적인 정치 성향을 지녔으나 영화를 잘 이해하지못하는 지식인들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현상이다.자본주의 사회에서영화 제작자는 자본가이고 감독은 고용된 노동자이다.자본가는 무조건 노동자를 착취한다. 따라서 무식한 장사꾼에 불과한 제작자들은 예술가 감독들을 무자비하게 억압해서 자본의 논리를 관철시켜내고야 만다.대충 이런 삼단논법인 셈인데,여기서 문제는,첫째 그건 사실이 아니고 둘째 그런 주장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가 큰 자본을 필요로 하는 예술이라고 해서 자본과 예술을 이분법적으로 갈라 대립시키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두 요소는 서로 돕는다.그리고 실제 대개의 한국 영화는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물론 갈등할 때도 많지만 본래 상업영화란 자본과 예술 사이의 팽팽한 긴장을 필요로 한다.영화 산업이 가진 독특한 성격을 무시하고 단순한 착취의 논리만을 적용하려 한 그 평론가의 말에 정말 모욕을 당한 사람은 감독이 아니라 제작자였다. 영화가 정말 집단예술이라면 제작자 역시 예술가이기 때문이다.그리고 그렇게 연출보조의 위치로 강등되고도 가만히 있을 감독도 없다. 박찬욱 영화감독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