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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 ‘프리맨 수난시대’

    “전부 제 복인데 어찌하겠어요.” 29일 아침 이상윤 SK감독은 전날 ‘서울라이벌’ 삼성을 꺾고도 기분이 씁쓸했다.‘무늬만 NBA’ 세드릭 헨더슨을 퇴출시키고 긴급수혈한 케빈 프리맨(26)이 ‘일시적 기억상실(?)’이라는 황당한 부상을 당한 탓. 미국대학선발 출신인 프리맨은 데뷔무대인 25일 KTF전에서 단 2시간 손발을 맞추고도 12득점 11리바운드 3스틸을 올려 기대를 모았다.194㎝의 크지 않은 키지만 빠른 몸놀림에 탄력이 좋아 공격과 수비 모두 합격점을 받아 파워포워드를 책임질 구세주로 떠오른 것. 하지만 26일 KCC전에서 왼손 4번째 손가락 인대가 파열되면서 프리맨의 ‘수난시대’는 시작됐다.2연패에 빠진 팀 사정상 손가락에 테이핑을 하고 출전한 28일 삼성전.1쿼터 종료 직전 바카리 헨드릭스(삼성)와 부딪힌 프리맨은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며 삼성 벤치로 걸어갔다. 이상하게 여긴 SK관계자들이 라커룸으로 데려가 안정을 시켰지만 프리맨은 “당신은 누구냐. 내가 왜 여기 있느냐.”며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SK는 심각성을 깨닫고 곧장 영동 세브란스병원으로 후송했다.MRI 촬영을 제외한 모든 검사를 거친 뒤 의학적으론 전혀 문제가 없다는 소견이 나왔다. 결국 낯선 환경에 적응을 못해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 쇼크상태에 빠졌던 것. 한때 TV 녹화중계를 보면서도 팀 동료들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던 그는 29일 오후쯤 완전히 기억을 되찾아 SK 관계자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이철우 의원직 상실 위기

    과거 전력을 놓고 ‘간첩논란’까지 불거졌던 이철우 열린우리당 의원(경기도 연천·포천)이 의원직을 상실할 처지에 놓였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 손기식)는 28일 선거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벌금 250만원이 선고된 이 의원에 대한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 의원은 형이 확정될 경우 의원직을 잃고 5년 동안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유세를 지켜본 증인들 모두가 이 의원이 ‘한나라당 고조흥 후보가 20·30대는 투표하지 말고 놀러가도 된다고 했다.’고 일관되게 증언하고 있다.”면서 “또한 이 의원이 고조흥 후보가 아니라 ‘조중동’이라고 말했다면 다른 유세에서 해명이나 사과 등을 했을 텐데 그러지 않은 것을 보면 공소사실은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의원에게 적용된 법조항에 규정된 법정형은 500만∼3000만원의 벌금 또는 7년 이하의 징역으로 아무리 감경해도 원심의 250만원 이하로는 내릴 수 없다.”면서 “법률상 선고유예 요건도 되지 않아 여러 좋은 정상을 참작해도 항소를 기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자문위원 칼럼] 독자중심의 경제기사를 바란다/심재철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

    소위 IMF 경제체제가 시작됐던 1997년 12월에 삼성전자 주식을 당시 시가인 4만원 정도에 구입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주식의 금년 말 시가가 44만원 정도니 7년 만에 10배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렇게 삼성전자가 첨단 우량기업으로 거듭나는 가운데, 국내 경제는 IMF 체제를 성공적으로 졸업한 듯이 보였다. 하지만 현재 국내 기업은 고용창출 기능을 상실하고 있으며, 수많은 샐러리맨들이 구조조정에 의해 직장을 잃었다. 새해에도 내수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무엇이 우리 경제상황을 이처럼 암울하게 만들었을까. 혹시 글로벌 시대에 국가 중심, 기업 중심의 경제뉴스 보도방식에도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국내 산업은 자동차, 조선, 철강 등에서 첨단 정보통신으로 그 중심축이 옮겨졌다. 그래서인지 서울신문은 특히 정보통신과 관련된 뉴스를 많이 전달했으며, 월요자로 IT 면까지 만들었다. 그런데 이런 뉴스 중에는 ‘더 다양해진 휴대전화 서비스’(12월20일),‘LG 휴대전화 판매 사상최고’(21일),‘팬택&큐리텔, 내년 美에 휴대전화 1000만대 수출’(21일) 등 홍보성 기사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그리고 이런 기사들이 나간 뒤에는 관련업체 광고가 지면에 게재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물론 광고주의 좋은 소식은 기사화해야 한다. 특히 요즘 같은 불경기에 ‘단말기 1000만대 수출’과 같은 기사는 뉴스가치가 높으며, 따라서 더 크게 보도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뉴스를 보도하는 데 있어서 문제점은 왜 그런 희망적인 정보가 고용창출이나 내수 진작과 연결되지 않는지에 대한 심층 분석이 없다는 점이다. 나아가서 IT업계의 부조리를 감시하고, 비효율적인 정부 경제정책의 부정적 파급효과에 대한 심층 취재기사를 발견하기도 어렵다. 사실 삼성전자의 진대제 사장이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취임했을 때 신문은 그 가족의 미국시민권 문제 등에 집착했지, 그가 업계로부터 얼마나 독립적으로 정보통신 정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문제제기는 없었다. 즉, 사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충성을 다했던 업체로부터 얼마나 독자적으로 행정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 절차를 찾기 어려웠다. 서울신문도 다른 일간지처럼 IT산업을 포함한 상당수 경제뉴스를 국가나 기업중심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뉴스는 정부나 기업이 내세운 특별한 목표달성을 위해 국민을 도구화할 위험이 내재돼 있다. 미래 정보사회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심어줄 수는 있지만 오늘날의 암담한 경제현실에서 그러한 기대치가 쉽게 충족될 리가 없다. 때문에 국민적 좌절감으로 이어지며, 언론에 대한 불신이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다. 미국 의회가 1929년 대공황의 원인이 됐던 주가의 폭락이유를 찾다 보니, 당시에 전설적인 언론인이었던 아서 크록 기자까지 월 스트리트 기업의 홍보담당관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국내 기자들도 알게 모르게 업계의 홍보 역할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더 늦기 전에 1997년에 어떻게 해서 국가부도 상태로까지 갔으며 왜 코스닥 시장이 그처럼 어이없게 몰락했는지에 대한 심층취재 보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서울신문은 올 한해 ‘서울 인 서울’등 획기적인 시민저널리즘 기획으로 독자에게 한층 더 가깝게 다가갔다. 새해에는 독립적인 경제 탐사보도팀을 구성해 정부와 기업의 비효율적인 경제운영을 감시하고, 보다 더 독자 중심의 경제보도에 집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심재철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
  •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네오콘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네오콘

    “지금 중국도 포스트 김정일 시대를 대비하고 있는데 유독 노무현 정부만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는 정권과 사랑하고 있다.”마이클 호로위츠 미국 허드슨 연구소 종교담당 선임연구원이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을 겨냥해 독설을 퍼부어 ‘네오콘’이 또한번 주목을 받았다.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를 뜻하는 네오콘은 미국 패권주의와 북한 적대국가에 대한 강경노선을 추구한다.9·11 테러 이후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것도 이와 같은 배경에서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지만 기본적인 노선에서 네오콘과 갈등을 겪을 소지를 안고 있다. 네오콘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포함해 한국의 정계 지도층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도 그들과 노선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도 미국의 입장과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에 대외정책을 펴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네오콘이란 백과사전에 따르면 네오콘은 네오 콘서버티브(neo-conservatives)의 줄임말이다. 미국 공화당의 신보수주의자들 또는 그러한 세력을 통틀어 일컫는다. 힘이 곧 정의라고 믿고 군사력을 바탕으로 미국이 세계의 패권국이 되는 것을 최대의 과제이자 목표로 삼는다.1980년대 초 레이건 정권에서 세력을 얻은 뒤 클린턴 정권에서는 권력에서 밀려났다가 공화당의 부시 정권이 들어서면서 권력의 핵심으로 등장했다. 오로지 힘을 바탕으로 불량국가에 대한 선제공격 등을 감행함으로써 미국이 훨씬 적극적으로 국제문제에 개입해 새로운 국제질서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인물은 부시 정권의 핵심 인물인 체니, 럼즈펠드, 울포위츠, 리비 등이다. 정계와 언론계는 물론 싱크탱크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유대인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네오콘의 기원과 활동, 주장 네오콘의 사상적 교조(敎祖)는 “야만인들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자연의 권리이자 책임”이라고 주장한 미국의 정치철학자로 유대계인 스트라우스(Leo Strauss)다. 스트라우스의 사상적 후계자들은 미국과 서양문명을 구제하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힘의 사용이 정당화된다고 생각한다. 스트라우스 교수의 수제자는 앨럼 블룸 시카고대 교수로 1980년대 초 ‘미국 정신의 종말’이라는 저서에서 좌익 학자들이 대학에서 냉전시대의 안보 개념을 흐려놓아 민주주의 국가들을 무너뜨리려는 적들을 도와주고 있다고 나무랐다. 이러한 사상은 네오콘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정치적 기틀과 가치를 제공했다.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싱크탱크요 네오콘의 결집지가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NAC:Project for the New American Century)’라는 단체로 1997년 6월에 창립됐다. 신보수주의는 원래는 20세기 초 서유럽에서 진보주의에 대립하여 자유주의적 전통을 보존하려는 정치적 신념체계를 지칭했다.1970년대에 나타난 신보수주의는 대체로 자유지상주의(libertarianism), 미국제일주의, 평등화의 거부, 그리스도 부흥으로 요약된다. 네오콘은 냉전시대의 승리자요 세계 유일 초강국인 미국은 21세기를 미국의 원칙과 이상을 전파할 세계적 지도력을 상실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세계 평화를 수호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는 미국은 그 힘을 사용하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위험이 도래하기 전에 이를 방지하여 유리한 상황을 조성하여야 한다고도 한다. 따라서 국방비의 증액을 주장한다. 또한 민주주의 국가와의 유대를 강화해 비민주적인 국가를 견제할 것을 요구한다. 세계적으로 정치적, 경제적 민주주의를 권장하고 국제질서 유지를 위한 미국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이라크 파병과 네오콘 네오콘과 결부지어서 생각할 문제가 이라크 전쟁과 한국의 파병이다. 네오콘을 등에 업은 부시 행정부가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주창하고 나선 것은 당연하다.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를 선제 공격한 것은 미국의 힘을 과시하고 소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불량국가를 응징하기 위한 것이었다. 독재국가의 지도부를 교체해 세계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의 파병은 어떻게 볼 것인가. 테러에 항전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와 주장을 따를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정부도 고심했을 것이다. 파병을 반대하는 여론을 무시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은 미국의 요구를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한국과 미국의 전통적인 관계와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파병에 반대한 사람들은 정부의 파병 결정이 줏대 없는 종속적인 행동이었다고 비난한다. 나아가 김선일씨 피살 사건도 파병을 결정한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있지도 않은 대량살상무기를 구실로 이라크 침공을 자행하고 이라크 국민들을 끊없는 항전과 갈등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부시와 네오콘 세력에 분노의 화살이 향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손성진기자 sonsj@seoul.co.kr
  • [책꽂이]

    ●이런 나라에서 살고 싶다(안형기 지음, 투머로우미디어 펴냄) 샐러리맨으로 출발했다가 사업에 뛰어들어 3년만에 매출 500억원의 최우량 IT기업을 이룬 씨에스터테크놀로지 회장인 지은이의 우리 경제와 사회현상에 대한 시각을 담았다.1만원. ●마음(달라이 라마 지음, 제프리 홉킨스 편저, 나혜옥 옮김) 달라이 라마가 지난 1979년과 1981년 미국과 캐나다를 방문했을 때 가졌던 강연 모음집. 주로 불교 교의에 관한 여러 주제를 명쾌하고도 심오하게 설명했다.1만원. ●북아트, 나만의 책 만들기(이명숙 지음, 다빈치기프트·서울북아트 펴냄)핸드메이드 바인딩 등 다양하면서도 아름다운 책 만들기를 단계별로 알기 쉽게 설명한 북아트 실용서.2만 8000원. ●보살예수(길희성 지음, 현암사 펴냄)기독교 신자로서 불교를 연구한 종교학자인 지은이가 기독교와 불교의 경계를 넘나들며 펼치는 사유의 모험을 담았다.8500원. ●생각하는 그림들 정(情)(이주헌 지음, 예담 펴냄) 바쁜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안식을 주고 정신적 재충전에 도움이 될만한 따뜻한 느낌의 그림 50여점을 소개한 책.1만 3000원. ●체 게바라 자서전(체 게바라 지음, 박지민 옮김, 황매 펴냄) 남미의 전설적 혁명가 체 게바라의 기록 모음집. 그가 직접 쓴 글과 사진, 편지, 인터뷰 기사 등이 담겨 있다.1만 3000원. ●세포 여행기(후지타 쓰네오·우시키 다쓰오 지음, 이정환 옮김, 이지북 펴냄) 인체에서 각각 다른 역할들을 수행하고 있는 세포에 관한 이야기를 세밀한 확대 사진을 곁들여서 들려준다.2만 2700원. ●디알북-대한민국 사실은(데일리서프라이즈 펴냄) 인터넷에서 인기리에 연재중인 정치풍자 게시글을 엮은 책. 쉬운 그림과 촌철살인의 해석으로 정치·사회 현안을 명쾌히 설명해준다.1만원. ●상실(라마 수리야 다스 지음, 진우기 옮김, 푸른숲 펴냄) 살아가면서 항상 겪게 되는 상실의 실체와 상실을 극복하기 위한 해답을 제시한다. 지은이는 세상과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품고 긴 여행을 하던중 티베트 불교를 만나 승려가 되었다.9800원.
  • [데스크 시각] 도시는 재미있어야 한다/임태순 지방자치뉴스 부장

    사람들에게 도시의 이미지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화려한 야경, 하늘 높이 치솟은 빌딩 등은 번영과 발전을 상징하지만 이면에는 매연, 교통난 등 부정적인 측면이 뒤따른다. 또 꽉 찬 일상생활 속에서 도시인들은 여유를 찾기가 어려우며 공동체 의식 등 인간적 유대감을 느끼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도시인의 삶을 두고 소외, 단절, 인간성 상실이란 말도 나온다. 특히 우리는 서구처럼 축제문화나 특별한 이벤트도 없는데다 그런 문화에도 익숙지 않아 별달리 사는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날로 메말라가는 현실 속에서 도시민들이 뒷골목을 찾는 것은 인간적 향취를 느끼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전 기업체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 스케이트장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봤다. 다분히 비판적인 의견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면서 던진 질문이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예상과 달리 색안경을 끼고 볼 일이 아니라며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오래 전 미국 뉴욕에 들렀는데 시내 한복판 스케이트장에서 시민들이 스케이트를 지치는 것을 보고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는 부모들이 자녀를 스케이트장에서 놀게 하고 시청이나 백화점에 들러 일을 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회상했다. 며칠 뒤 서울시 공무원을 만난 자리에서 다시 같은 질문을 던져봤다. 스케이트장 규모가 너무 작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에 불편해 시민들이 발품을 들여서 오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과 전시행정, 탁상행정 같은 느낌이 든다는 의견도 곁들였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일부러 시청까지 나와서 줄을 서서 스케이트를 타지 않겠느냐며 서울광장의 분수대를 사례로 들었다. 듣고 보니 한여름은 물론 이미 더위가 물러간 10월까지 학생 또는 직장인들이 분수대 사이를 뛰어다니며 까르르 웃던 모습이 떠올라 그의 말에 수긍이 갔다. 그러면서 그는 도시는 재미있어야 한다고 했다. 녹음이 우거진 숲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도심 여기저기에서 퍼레이드, 가장행렬이 열려 시민들이 잔잔한 즐거움, 기쁨을 맛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가 지난봄 서울시내 일부 공원에서 바비큐를 허용하려던 방안이 무산된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당시 서울시는 공원에 바비큐 시설을 설치하고 주민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제한적으로 고기를 구워먹는 것을 추진하려다 환경단체 등 환경보호론자들의 반발에 밀려 철회하고 말았다. 환경론자들의 우려에 공감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원리원칙에만 집착한 나머지 시민들 편에선 잔잔한 재미를 하나 잃어버린 것 같다. 북유럽은 도시설계의 지향점이 인간중심이라고 한다. 자동차 배척 운동이 일어나고 그 여파로 차도가 4차선에서 2차선으로 줄어들 정도라고 한다. 공원이고 산이고 도로고 모두 다 사람을 위해 있어야 한다. 그저 바라보는 대상이거나 사람이 뒷전이면 의미가 없다. 최근 우리 사회도 차없는 거리가 조성되고 쌈지공원이 들어서는 등 조금씩 변화가 일고 있지만 시민들의 휴식공간은 여전히 크게 부족하다. 서울광장과 동네공원, 스케이트장 등 모두 다 우리가 주인이다. 시민들을 위한 시설에 예산낭비 또는 전시행정이 아니냐며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임태순 지방자치뉴스 부장 stslim@seoul.co.kr
  • 안방극장 ‘울려야 산다’

    안방극장 ‘울려야 산다’

    겨울 안방극장이 눈물로 흥건하다.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지독한 멜로나 비극적인 러브스토리가 브라운관에 넘쳐나고 있다. 곧 전파를 탈 드라마들 가운데 상당수도 ‘최루 코드’로 무장하고 있다. 계절적 요인으로 늘상 이맘 때면 한동안 유행하던 상큼발랄한 ‘해피엔딩’이 사그라지는 대신 ‘비극’이 주류를 이루기 마련. 하지만 최근 쏟아져 나오는 ‘눈물 드라마’들은 과거와 달리 시대감각에 뒤처진 노골적인 신파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진한 여운을 남기는 주인공들의 눈물 연기와 함께 젊은 세대의 눈높이를 고려한 세련된 영상미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불치병과 시한부 인생으로 주인공이 죽는 천편일률적인 결말 등 한국 드라마의 고질이 되풀이되는 퇴행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가운데 시청자들의 손에 휴지를 쥐게 만드는 선두주자격인 드라마는 KBS 월·화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소지섭과 임수정의 안타까운 눈물 연기에 뮤직비디오를 방불케 하는 아름다운 화면이 자연스레 덧씌워지면서,30%에 가까운 시청률을 보이는 등 만만찮은 흡인력을 과시하고 있다. MBC 수·목미니시리즈 ‘12월의 열대야’도 10년 동안 남편에게서 외면당한 아내 엄정화와 악성 뇌종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 김남진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로 23일 종영 때까지 내내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SBS 주말 드라마 ‘마지막 춤을 나와 함께’도 기억상실증이라는 아픈 상처를 지닌 지성이 유진과의 눈물겨운 사랑을 일궈 나간다. 거장 김수현 작가가 집필하는 KBS2TV 주말극 ‘부모님 전상서’는 자폐아의 어머니로 강인한 모성애를 보여주는 김희애의 눈물 연기를 통해 시청자들의 가슴 속을 한없이 파고든다. SBS 수·목미니시리즈 ‘유리화’와 SBS 월·화미니시리즈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도 각각 이동건·김성수와 김하늘, 김래원과 김태희의 안타까운 사랑을 그리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선보일 드라마들은 안방극장을 더욱더 눈물바다로 만들 것으로 보인다.1월8일 방영 예정인 SBS 주말 드라마 ‘봄날’은 이번 겨울 시즌에 선보이는 멜로물 가운데 최고로 최루성이 강한 작품. 실어증에 걸린 여자주인공(고현정)이 사랑의 상처를 딛고 만난 남자(지진희)와 그의 이복동생(조인성)과의 슬픈 사랑이야기를 통해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한없이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1월5일 방영예정인 MBC 미니시리즈 ‘슬픈연가’도 권상우·김희선·연정훈이 구구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만드는 독한 멜로물이다. 이같은 드라마 속 ‘눈물 코드’는 사회내 분위기와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분석이다. 경기침체는 물론 사회 전반에 배어 있는 ‘복고풍’과도 맥을 같이한다는 것.SBS 드라마 관계자는 “계절적인 요인과 함께 최근 경제 불황이 닥치면서 당분간 ‘눈물 코드’가 인기를 끌 것”이라면서도 “주인공이 죽음에 이르는 드라마가 넘치는 것은 과거 유사한 설정으로 성공했던 드라마를 본떠서 기획한 작품들이 이제 막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간암 유전자칩 개발

    간암 환자들의 생존 가능성은 높이고 재발 위험성은 낮출 수 있는 DNA(유전자)칩이 이르면 2006년부터 상용화된다. 한국원자력의학원 이기호 박사팀은 22일 이같은 내용의 ‘간암 환자 예후예측용 DNA칩’ 임상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이 박사팀은 지난 9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용성·염영일 박사가 발굴한 한국인 유래유전자 1만 4000종을 담아 간암 환자의 생존율과 재발가능성 등을 예측할 수 있는 DNA칩을 제작했다. 이어 원자력의학원과 서울대병원 간암환자 170명을 대상으로 DNA칩에 대한 임상실험을 실시한 것. 이 박사는 “간암은 한국인 암 발생률 및 사망원인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의 10% 정도만 5년 이상 생존할 수 있어 병의 경과와 재발 가능성 등을 예측한 치료법이 중요하다.”면서 “DNA칩에 대한 임상실험에서 간암 환자의 생존 및 재발 예측률이 80∼85%에 달했다.”고 밝혔다. 즉, 이번 DNA칩 개발로 간암 환자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의료서비스’ 제공도 가능해져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전환기의 현대·기아차] (하) 미래형 자동차 개발

    [전환기의 현대·기아차] (하) 미래형 자동차 개발

    일본이 자동차산업의 강자로 떠오른 데는 1·2차 오일 쇼크가 결정적이었다. 고(高)연비차를 집중 개발한 일본은 미국과 유럽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세계 자동차산업의 새 강자로 등장했다. 지금 세계 자동차업계에서는 또다시 총성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하이브리드·수소차로 대변되는 ‘미래형 자동차’를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다. 일본차들은 또 한번의 ‘영광’을, 일본에 쓰라린 역습을 당한 유럽·미국차들은 ‘설욕’을 다지며 연구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박홍재 부소장은 “현대·기아차가 세계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음으로써 선진 메이커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면서 “그러나 향후 세계 자동차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미래형 친환경 자동차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모처럼 맞이한 기회를 상실하는 것은 물론 경쟁에서 낙오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기회가 위기로 변할 수 있다는 경고다. ●“기름없는 차를 개발하라” 미래형 자동차의 쌍두마차는 하이브리드차와 연료전지차다. 기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일반차와 달리, 미래형 자동차는 전기의 힘을 빌리기 때문에 연비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향상된다. 물론 환경오염도 훨씬 덜 하다. 특히 ‘수소로 가는 차(연료전지차)’는 가장 이상적인 차로 꼽힌다. 호주 홀덴 자동차연구소는 2010년 이후에는 하이브리드차가,2020년 이후에는 연료전지차가 시장의 중심추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맞춰 선진 메이커들은 전담 개발조직을 신설하고 막대한 연구비를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수소차의 경우, 충전소(휘발유차에 비유하면 주유소) 등 인프라 구축에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 당장은 하이브리드차가 업계의 화두다. ●일본 ‘성큼’ 한국 ‘시동’ 하이브리드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업체는 일본차들이다. 도요타는 1997년 첫 하이브리드 양산차 ‘프리우스’를 선보인 뒤 5년 만에 10만대를 팔면서 손익분기점에 벌써 도달했다. 혼다는 내년까지 ‘인사이트’ ‘시빅’ 등의 양산차종에 하이브리드 기술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업계 내부에서는 “지금과 같은 고유가가 지속되고 연료전지차 개발이 지지부진하면, 하이브리드 기술을 선점한 일본 메이커들 주도로 세계 자동차시장이 또 한 차례 재편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위기의식을 느낀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2010년까지 연간 10만대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판매한다는 목표 아래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드도 신차 판매량의 20%를 하이브리드차로 대체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이제 갓 걸음마 단계다. 현대·기아차가 올해 ‘클릭’ 하이브리드차 50대를 시범운영하면서 대열에 합류했다. 내년에 베르나 하이브리드차를 내놓을 예정이지만 본격적인 양산체제로 보기는 어렵다.2010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해 30만대 규모의 양산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클릭 연비는 리터당 18.0㎞. 도요타 ‘뉴 프리우스’(35.5㎞/ℓ)와 비교하면 차급이 다르다 하더라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부 제도적 지원 절실 미국 에너지성은 ‘프리덤카’라는 연료전지차 개발 프로젝트에 17억달러(2조원)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연료전지차 개발에 2년간 680억엔(7100억원), 유럽은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4년간 21억유로(2조 6000억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자동차산업 후발국인 중국만 하더라도 연료전지차 개발에 5년간 10억위안(15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연료전지차에 10년간 2890억원,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7년간 1280억원을 책정해 놓았을 따름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래형 자동차는 환경문제 해결이라는 공공성도 지니고 있는 만큼 보조금 지급, 세제 지원 등을 통해 조기 상용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오늘의 눈] 취업 ‘눈높이’를 낮춰라/최용규 공공정책부 차장

    “청년실업을 해소할 묘책이 없습니까?” 한 정부 당국자가 기자와 만나 정말 진지하게 건넨 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면 노벨평화상감이라는 얘기도 꺼냈다. 사실 청년실업은 각국의 골칫거리로 대두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그 정도가 심해 일자리 창출이 국가적 과제임에 틀림없다. 내년 취업은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회 초년병들의 상실감은 어느 때보다 클 듯하다. 그렇다고 미리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런 때일수록 지혜와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얼마 전 만난 한 리크루팅 업체 대표는 취업 희망자들의 눈높이 교정을 주문했다. 대기업 대신 중소기업을 뚫을 것을 강력히 권했다. 우리 중소기업 가운데는 경쟁력을 갖춘 기업도 많다. 처우 또한 대기업 못지않다. 다만 지명도에서 뒤처질 뿐이다.3D업종이며, 대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불평할 때가 아니다. 중소기업에서도 얼마든지 웅지(雄志)를 펼 수 있다. 또 일자리가 국내에만 있는 게 아니다. 세계화 추세에 맞춰 밖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한 여론조사 관계자는 새해 화두를 ‘세계로 나가자’로 정하자고 제안했다. 무역의존도가 국내총생산(GDP)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에게 세계로의 진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뜻이다. 그러나 기회를 잡으려면 그에 걸맞은 소양과 실력을 갖춰야 한다. 지식만이 세계 무대에서 통하기 때문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도 “지식이 곧 힘”이라고 정의를 내리지 않았던가.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올해 3만 3600여명이 해외 일자리를 신청했지만 취업자는 500여명에 그쳤다. 해외 구직자의 성공률이 이처럼 낮은 것은 치밀한 준비없이 해외취업의 문을 두드린 탓이다. 해외취업은 해당 국가의 언어습득과 희망하는 일자리에 대한 업무능력을 갖췄을 때만 가능하다. 여기에 정부의 지원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효과를 배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청년 구직자들의 눈높이를 조절할 때다. 최용규 공공정책부 차장 ykchoi@seoul.co.kr
  • [김후년의 클럽하우스] 겨울철의 스윙 감각

    벌써 12월 하순이다. 한동안 예년보다 평균 10도나 높은 이상 고온현상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겨울은 겨울이다. 겨울이면 뜻하지 않은 샷 난조로 당황하는 사람을 보곤 한다. 이는 자기 실력에 대한 과신과 연습 부족, 계절 변화에 순응하지 못한 점 등의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평소 같으면 드라이브샷이나 아이언샷 중 한 가지만 말썽을 부리지만 드라이브샷에서 퍼팅까지 되는 일이라곤 하나도 없는, 정말 클럽을 내팽개치고 싶을 정도로 안 되는 사람도 있다. 우연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고 날씨 탓으로 돌리기엔 너무나 황당한…. 딱히 원인을 꼬집긴 어렵지만 평소의 스윙 감각을 잃어 버렸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다. 이런 현상은 아마추어 골퍼에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한때 타이거 우즈와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다투던 데이비드 듀발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뛰어난 선수들도 졸지에 이런 황당한 경험을 겪으며 몰락했다. 샷의 난조를 불러일으키는 스윙 감각을 잃어버린 순간, 스윙 도중 헤드가 움직이는 궤도는 물론 그립을 잡는 방법, 어드레스를 어떻게 해야 할지, 무엇인가에 홀린 듯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스윙 감각을 되찾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연습을 엄청나게 많이 하는 사람도 있고, 일정 기간 골프를 멀리 하고 다른 일에 매진하는 경우도 있다. 방법은 달라도 목적은 한 가지일 것이다. 벤 호건은 “하루를 쉬면 자신이 안다.”고 말했다. 스윙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하게 연습하는 것만이 가장 좋은 방법임을 강조한 것이다. 스윙 코치와의 결별, 부모의 불화설 등 여러 주변 상황 변화와 연애 등으로 지난해 연말 이후 1년여의 기나 긴 슬럼프에 빠졌던 타이거 우즈가 결혼 이후 차츰 안정을 찾기 시작, 최근 연거푸 우승을 차지하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심리적인 안정이 중요함을 알 수 있게 하는 사례다. 결국 육체적인 훈련의 반복과 심리적인 안정. 이 두 요소의 조화가 깨질 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스윙 감각이 상실되는 것이며 조화를 이룰 때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골프 칼럼니스트 golf21@golf21.com
  • “성매매질환 업주에 집단 손해배상 청구”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업주를 상대로 성매매로 인한 질환의 책임을 묻는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나선다. 성매매 피해여성 자활 지원을 위한 ‘다시함께센터’와 법률사무소 ‘청지’는 20일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업주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과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묻는 집단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자궁암 말기로 병원에 입원 중인 30대 여성은 2억 9900여만원을, 상피경부내암으로 자궁적출수술을 받은 30대 여성은 5100만원을 각각 청구하기로 하고 21일 법원에 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중증 골반염 등으로 치료 중인 20∼30대 여성 3명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침이다. 피해여성의 손해배상 청구액은 질환으로 노동능력을 상실함으로써 얻을 수 없게 된 소득과 치료비, 간호비,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등을 합산한 것이다. 다시함께센터 등은 “성매매 여성에게 불법 의료시술을 하는 ‘주사 이모’와 실제 질환과 다르게 보건증을 발급하거나 보건소의 형식적 검진으로 질환이 발견되지 않은 사례 등을 찾아 민·형사상의 소송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내년 성장률 3%대 이하”

    국내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 10명 중 6명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3%대 이하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전문경영인과 경제학자들의 모임인 ‘한국CEO포럼’의 회원들도 내년 경제성장률을 3.38%로 낮게 예측했다. ●내년 원-달러 환율 1000∼1049원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9일 내놓은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 경제 전망’에 따르면 CEO 61명은 내년 경제성장률에 대해 ‘3%대 이하’(3%대 50명,2%대 7명,1%대 4명)라고 답했다. 34명은 4%대,3명은 5%대,1명은 6%대로 내다봤다. 경기회복 시점과 관련,81%는 ‘2006년 이후’로 꼽아 대다수가 내년에도 경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36%는 향후 3년간 경기 회복이 어렵다고 답했다.‘2006년 상반기’는 29%,‘2005년 하반기’ 19%,‘2006년 하반기’는 1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내년 물가상승률에 대해서는 67%가 올해(한국은행 추정치 3.6%)보다 높은 4%대 이상으로 예측했다. 내년 원-달러 환율은 49%가 ‘1000∼1049원’으로 관측, 최근 환율(지난 16일 1056.3원) 수준보다 다소 하락할 것으로 점쳤다.‘1000원 미만’도 19%나 됐다. 반면 기업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초래하지 않는 ‘환율 마지노선’은 평균 1085.2원으로 조사됐다. 내년 투자계획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소폭 축소’,‘대폭 축소’가 각각 38%,28%,11%씩 차지,77%가 투자를 늘릴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반면 ‘확대한다’는 응답은 23%에 그쳤다. 내년 경영수지와 관련,43%가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고,‘소폭 악화’,‘대폭 악화’가 각각 28%,5%로 총 76%가 경영실적이 올해보다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60% “4대 개혁법안 부적절” 한국CEO포럼은 최근 회원 59명을 대상으로 ‘내년 경제 전망’을 조사한 결과, 내년 경제성장률이 3.38%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의 84%는 “현재 상황이 비상 국면으로 내년 봄까지 정확한 대안이 제시되지 않으면 장기불황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가장 우려되는 경제 문제로는 ▲민간소비 부진 지속과 건설경기 급랭에 따른 경기 급강하(39%) ▲수출경기 본격 둔화(25.4%) ▲‘4대 입법’ 추진 등 경제외적 불안정 확대(18.6%) ▲불황속 중산층 붕괴와 신용불량자 증가(11.9%) ▲부실채권 증가에 따른 금융권 불안정(5.1%) 등을 꼽았다. 기업외적 환경 가운데 우려 사항으로는 ‘정치적 이슈에 대한 보수-혁신 국론분열 지속’(31.7%)과 ‘비생산적 정치이슈로 경제·시장논리 상실’(30%) 등이 지목됐다. 열린우리당이 추진 중인 ‘4대 개혁입법안’과 관련,60%가 ‘동의하기 어렵고 현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매우 부적절하다.’라고 답했다. 반면 ‘전체 내용에는 동의하지만 경제상황을 고려해 추진시기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은 33.3%,‘장기적으로 꼭 정리돼야 할 사항이므로 경제에 미치는 효과와 상관없이 추진돼야 한다.’는 6.7%로 조사됐다. 안미현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더 다양해진 휴대전화 서비스

    더 다양해진 휴대전화 서비스

    한해를 보내려는 연말 술자리가 잦아졌다. 귀가 시간은 평소보다 늦어지고 몸은 보다 피로해져 있다. 웰빙을 의식하지 않더라도 이때쯤이면 건강에 신경이 쓰이게 마련이다. 휴대전화 건강 및 노래 도우미를 이용해 보자. 요즘은 음주측정기, 숙취해소기, 약속방, 택시콜·대리운전, 음치치료 등 서비스가 다양하게 나와 있다.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일지만 나름의 임상실험을 거치고 통계 자료를 토대로 상품을 내놔 이용해 봄직하다. 이용료는 통화료 외 대략 건당 300∼2000원 안팎이다. ●LG텔레콤-이지아이(ez-i) 접속 ‘음주 측정기’를 제공 중이다. 몸무게와 술 종류, 마신 술의 양, 술을 먹고 지난 시간을 입력하면 알코올 수치 등의 정보를 알려준다. 내게 맞는 술 고르기, 술 덜 취하는 법, 술깨는 법 등도 제공한다. 이지아이(ez-i)에 접속하면 된다. 이용료 1000원. ‘숙취 해소’도 음원을 이용해 피로, 긴장, 스트레스 등을 해소하고 두뇌활동을 촉진시킨다. 녹십자의 인체실험 결과 음악을 들을 때 혈중알코올 농도를 11.3%정도 낮추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용료 2000원.‘손가락 지압·안마’는 각종 모임으로 피곤한 몸을 풀어 준다. 이용료는 2000원(평생사용)이다. ‘약속방’도 이용해 봄직하다. 단말기 가상방에서 멤버끼리 위치찾기, 쪽지 및 약도보내기 등을 할 수 있다. 또 ‘맛집 찾기’는 연말 모임장소인 맛집 검색이 가능하다. 수도권 111개의 ‘버스도착 알리미’나 연말연시 여행길에 유용한 ‘주유 정보’도 있다.‘보디가드’는 실행하면 강력한 경보음으로 범죄자를 놀라게 한다. 설정된 보호자 3명에게 위험 메시지 전송하고 보호자와 바로 통화 가능하다. 비용은 3000원(평생이용). 위험메시지 전송때 100∼300원 이용료가 부과된다. ●SK텔레콤-네이트(NATE) 이용 ‘음치치료 도우미’는 노래방에는 따라가지만 노래가 두려운 사람이 이용하면 도움이 된다. 무선 네이트(NATE)를 이용, 내려받으면 된다. 음치진단(ARS)을 이용, 자신의 노래수준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이용료는 음치 치료기 내려받을 때 2000원이며, 음악치료는 곡당 500원. 음악 심리치료 콘텐츠인 ‘뮤직 클리닉’도 있다. 스트레스, 우울증, 불면증, 불안감 등 상황에 맞는 치료용 음악을 들으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찾도록 도와준다.‘숙취 해소’는 과음 다음날 술이 덜 깨었을 때 20분∼1시간 정도 들으면 알코올 농도가 줄어든다. 의료재단의 임상실험을 거쳤다. 동요풍 음악에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등이 복합돼 있다. 또 ‘택시콜·대리운전’은 늦은 시간 택시잡기가 힘들 때나 술이 많이 취했을 때 요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위치정보를 이용, 가장 가까운 지역의 콜택시 혹은 대리운전을 연결시킨다. 이용료 100원. ●KTF-멀티팩 접속 ‘숙취 해소’는 2000㎐ 주파수대 자연의 소리에 경음악을 섞은 ‘그린 음악’을 사용한다. 멀티팩을 이용하면 된다. 요금은 2000원.‘수면도우미’와 ‘졸음퇴치기’ 서비스도 있다. 이용료는 2000원씩.‘모바일 총명탕’은 암기, 두통, 숙면 등에 적합한 음원을 들려준다. 휴대전화 진동기능을 활용해 손가락 혈액 순환을 도와주는 서비스도 나와 있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월드이슈 ‘존엄사’ 논쟁] “안락사 허용하라” 거세진 요구

    프랑스 하원이 지난달 30일 소생 가망이 없는 말기환자가 생명연장 치료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환자와 임종의 권리에 관한 법률’을 만장일치로 승인,20년 동안 지속돼 온 ‘존엄하게 죽을 권리’ 논쟁은 일단락됐다. 네덜란드와 벨기에처럼 안락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프랑스가 존엄하게 삶을 마감할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함에 따라 안락사를 금지하고 있는 다른 국가에서도 제한적이나마 안락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회복불능인 환자에 대한 치료를 중단하는 행위가 가정과 병원에서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다. 물론 종교계는 안락사에 대해 여전히 ‘절대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파리 함혜리특파원| 프랑스에서 ‘존엄하게 죽을 권리’ 논쟁은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한 청년의 어머니가 아들의 안락사를 시도한 사건을 계기로 촉발됐다. ●뱅상 욍베르의 호소 전직 소방관인 뱅상 욍베르는 지난 2000년 9월24일 교통사고를 당해 전신마비에다 시각과 언어능력마저 상실하는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 오른쪽 엄지손가락 하나만을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상태였던 그는 곁에서 어머니가 알파벳을 하나씩 부르다 원하는 글자가 나왔을 때 손가락을 움직이는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의식은 뚜렷하지만 병세는 호전되지 않아 육체적·심리적으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던 뱅상은 2002년 12월 자크 시라크 대통령에게 ‘죽을 권리를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뱅상은 편지에서 “뚜렷한 의식을 갖고 있는 환자라면 누구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고 생존 또는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면서 “나를 위해서,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서 죽음을 바란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그의 청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프랑스에서는 안락사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들의 고통을 보다 못한 어머니 마리 욍베르는 아들이 사고를 당한 지 만 3년째 되는 날인 지난해 9월24일 아들에게 다량의 신경안정제를 주사했고 뱅상은 이틀 만에 숨졌다. 이 사건은 프랑스에서 내연하고 있던 안락사의 합법화 논쟁에 불을 지폈다. 안락사를 제한적이라도 허용해야 한다는 여론도 들끓었다.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위한 협회(ADMD)’의 장 코엔 회장은 “죽음은 정상적인 삶의 연장”이라며 “인간답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권리가 존중되듯이 품위있게 자신의 삶을 마감할 수 있는 권리도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에서 안락사는 여전히 ‘불법’ ‘환자와 임종의 권리에 관한 법’은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인정하되 환자의 의식 유무에 따른 다양한 생명 마감절차를 규정하는 등 가망이 없는 환자의 고통을 단축할 수 있는 조건을 엄격히 명시했다. 소생 불가능한 환자가 원할 경우 의사는 생명연장 장치의 제거나 일시적인 소생술에 의한 치료를 중지할 수 있으며 죽음을 앞당기는 역효과를 가져오는 한이 있더라도 통증완화제를 투여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이같은 처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환자에게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 환자가 자신의 뜻을 표현할 수 없는 상태일 경우 환자의 가장 가까운 가족이 이를 대신할 수 있다. 필립 두스트 블라지 보건장관은 “새 법에 따라 프랑스에서 삶의 마감은 또 다른 측면을 갖게 된다. 죽음은 더 이상 복종의 시간이 아닌 선택의 시간이 된다.”면서 “그러나 안락사가 금지되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유럽에서는 네덜란드가 지난 2001년 4월 안락사를 법적으로 허용했으며, 벨기에와 스위스에서는 자살을 하려 해도 신체여건상 자살할 수 없는 말기 환자들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죽을 수 있도록 자살 지원을 합법화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매년 3500명이 합법적으로 안락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실을 감안, 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소생술로 생명을 유지하다 갑자기 숨진 경우의 50%가량이 치료 중단에 따른 것으로 집계될 만큼 가망없는 환자에 대한 치료 중단은 실제로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명확한 관련 법이 없어 의료진이 판단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전국의사협회가 ‘환자와 임종의 권리에 관한 법률’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며 전폭적인 환영의사를 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론도 대체적으로 그런 쪽이다. 프랑스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6%가 환자 본인이 원할 경우 죽을 수 있는 자유를 가져야 하며,80%가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영국도 안락사 옹호단체인 ‘자발적 안락사협회(VES)’의 지난 9월 여론조사에서 영국인의 82%가 현재의 자살 관련법 개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국에서는 환자가 원하거나, 의사가 소생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 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잇따라 이런 사회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lotus@seoul.co.kr ●존엄사와 안락사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말하는 ‘존엄사’는 말기 환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더이상 소생치료나 연명술에 의지하지 않고 편안하게 죽음을 맞게 하는 것을 말하고,‘안락사’는 고통을 없앨 다른 수단이 없을 경우 약물 투여나 인공호흡기를 떼는 등의 인위적인 방법으로 생명을 끊는 행위를 가리킨다. ■ 미국 미국 50개주(州) 가운데 안락사를 법으로 허용하는 곳은 오리건주 한주뿐이다. 미시간과 메인, 하와이 등에서도 안락사 허용을 법제화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주민 반대로 부결됐다. 오리건주는 1994년 안락사법인 ‘존엄 사망법(Death with Dignity)’을 주민 투표로 통과시켰다. 일단 시행한 뒤 3년 뒤 확정한다는 단서가 붙었지만 원안대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고통에 시달리며 시한부 삶을 사는 오리건주 주민은 의사에게 치사량의 약을 처방받아 숨질 권리가 생겼고, 지금까지 171명 이상이 그렇게 죽음을 택했다. 하지만 오리건주의 안락사법은 아직도 법정 싸움에 휘말려 있다. 안락사법에 반대하는 미 연방정부가 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연방정부는 지난 5월 항소심에서 졌지만 “안락사법이 약물 사용에 관한 연방법(CSA)에서 규정한 ‘정당한 치료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지난달 대법원에 상고했다. 1997년에도 안락사 허용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당시 대법원은 안락사 권한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지만 각 주가 안락사 허용 여부를 결정할 여지는 남겨 두었다. 정부의 상고에 대해 대법원은 내년 초 심리 여부를 결정한다. 정부의 승소 가능성은 97년 당시 판결문 작성을 주도했으며 현재 갑상선암으로 정상적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보수 성향의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이 참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11월 대선에서 존 케리 후보가 당선됐다면 정부가 소송을 취하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안락사에 반대해온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달리 케리는 “개인적으로 안락사에 반대하지만 오리건주 법에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미국에서 안락사 문제가 최대 쟁점이 된 계기는 10여년 동안 130명을 안락사시킨 ‘죽음의 의사’ 잭 케보키언 사건이었다. 케보키언은 지난 99년 루게릭병 환자를 안락사시킨 혐의로 2급 살인죄를 적용받아 10∼2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고 있다. 최근에는 14년 간 의식을 잃고 튜브로 영양분을 제공받아 살아온 아내를 안락사시키기 위해 튜브를 제거하게 해달라는 플로리다주 마이클 시아보 사건이 쟁점이다. 연방대법원은 시아보의 손을 들어줬으나 안락사에 반대해온 대통령 동생 젭 부시 주지사는 재판 과정에 하자가 있다며 대법원에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일본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에는 안락사를 관습적으로 용인하는 분위기가 있으나 아직 법제화되지는 않아 실제로 안락사가 이뤄지거나 문제화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신 일본에서는 죽음이 임박했을 경우 연명치료(목숨을 연장시키기 위한 치료)를 거부, 자연사를 선택하는 ‘존엄사(尊嚴死)’가 폭넓게 인정되고 있다. 존엄사를 내세워 안락사를 적절히 수용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관련 법은 현재 청원 단계이다. 존엄사를 인정하려는 사회적 움직임도 활발하다.1976년 창설된 ‘일본존엄사협회’는 10만명 이상의 회원을 거느리며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존엄사 관련 단체들도 적지 않다. 다만 일본존엄사협회 회원수가 최근 수년간 정체상태이다. 이는 안락사나 존엄사가 사회적인 쟁점으로 부각된 사례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일반국민 다수는 절박한 과제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후생노동성이 지난해 실시한 의식조사에서 일본국민의 74%는 고통을 동반하는 말기질환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에 부정적이었다. 그 가운데 59%는 존엄사를 지지했고 14%는 안락사까지도 찬성했다. 존엄사의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여전히 37%였다. 앞서 일본에서는 1990년대 중반 교토의 한 병원장이 말기 암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근육 이완제를 투여, 안락사시킨 것이 적발돼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바 있으나 근래에는 특별한 논란이 없는 상태다. 일본은 다만 안락사나 존엄사시킬 경우 유죄 여부에 대해 법원의 판례(95년 요코하마 법원)를 준용하고 있다. 당시 법원은 가족의 부탁을 받고 골수종 환자를 안락사시킨 도카이의대병원 의사에게 유죄판결을 내리면서 ‘안락사’의 4가지 조건을 명시했다.▲환자의 견딜 수 없는 고통이 계속되고 ▲죽음이 임박했으며 ▲고통을 없앨 다른 수단이 없고 ▲환자 본인이 명백히 안락사를 원할 경우에만 안락사가 허용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본에서는 죽음이 임박했을 때 생명연장 치료를 거부해 자연사를 선택하는 소극적인 안락사를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다. 다만 올 들어 인터넷 동반자살이 도쿄는 물론 전국적으로 빈발하며 젊은층의 자살사이트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그 중에서 “안락사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다.”는 등의 안락사나 존엄사를 앞세운 자살사이트가 적지 않아 안락사 문제를 다소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평이다. taein@seoul.co.kr
  • “공무원에 돈봉투…” 외국인이 본 부패사례

    “분명히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지 않았는데도 경찰에게 돈을 줘 보내더라고요. 이상하죠?”(레인·캐나다·학원강사) “너무 많은 걸(비리) 알고 있다고 나가라더군요.”(게이츠·여·미국·지방대학 강사)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우리나라 부패상의 단면들이다. 부패방지위(위원장 정성진)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수기(手記)를 모았다. 한국에서 겪었거나 보고 들은 부패상을 들려 달라는 것.7명이 선정됐고, 부방위는 16일 이들을 시상하면서 수기를 공개했다. 우수상을 받은 미국인 조지 코스의 체험담. 그는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다. 취업비자가 없어 사실상 불법취업 상태다. 어느날 출입국관리소 직원이 이 사실을 알고 찾아 왔다고 한다.“이 공무원이 ‘적당히 조사해 문제를 해결토록 하겠다.’고 말하자 사장이 돈봉투를 꺼내더군요.” 그는 이 돈이 건네졌는지는 직접 보지 못했지만 공무원의 말에 대해 뇌물을 달라는 뜻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장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부산에서 학원 강사로 일하는 캐나다 출신 레인은 슈퍼마켓을 하는 한국인 친구와 겪은 부조리를 전했다.“내 (한국인)친구가 미성년자에게 우유를 팔았는데, 경찰이 들이닥치더니 술을 팔지 않았느냐며 다그치더군요. 잠시 후 친구는 은행 현금자동인출기에서 돈을 꺼내 그 경찰관에게 쥐어 주었습니다.” 레인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돈을 주느냐고 물었더니, 친구는 ‘경찰과 따져 봐야 영업에 지장만 받는다.’고 하더라.”며 혀를 찼다. 경기도의 한 대학 강사를 지낸 미국인 여성 디미트리 게이츠는 “원어민 강사에게 지급돼야 할 주택보조금을 학교 직원이 부동산 투기에 전용했다.”고 고발했다. 자신에게 지원되는 주택을 학교 직원이 다른 사람 이름으로 매입한 뒤 부동산 가격이 뛰면 파는 방식으로 엄청난 시세차익을 누려 왔다는 것이다. 그는 “어느날 갑자기 이 직원이 찾아와 ‘집이 팔렸으니 나가라.’고 해 어쩔 수 없이 집을 비워야 했다.”면서 “2002년 11월 강사계약을 갱신하려 했으나 이 직원이 ‘당신은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으니 나가야겠다.’고 말해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고 원망했다. 이밖에 광주에서 대학강사를 하는 미국인 잭슨은 교사 재훈련프로그램에서 본교 졸업생들에게 유리하게 성적을 조작하는 등의 대학 비리를, 경기도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필리핀인 마난가야는 출입국관리소 공무원과의 연줄을 이용해 외국인 노동자를 착취하는 취업 브로커 실태를 각각 고발했다. 수원에서 학원강사를 하는 뉴질랜드인 미키넌(여)은 상습적으로 외국인 영어강사의 월급을 체불하는 악덕 학원장과 허위모집공고 사례 등을 신고했다. 부패방지위 김의환 대외협력과장은 “주한 외국인들이 경험한 부조리는 상당부분 구조적 부패보다는 개인간 약속을 깨는 데서 비롯되는 신뢰감 상실로, 이런 모습들이 한국 전체의 이미지를 흐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들은 대부분 학교 촌지와 같이 관행화된 부조리를 안타까워한다.”면서 “불법정치자금 같은 거창한 부패보다는 생활 주변에서 벌어지는 작은 부조리들부터 하나씩 고쳐 나가는 자세를 보여줄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9년째 청각장애인 돕는 최순길 前신동아그룹 부회장

    9년째 청각장애인 돕는 최순길 前신동아그룹 부회장

    “나는 눈이 안 보일 뿐 아니라 귀도 안 들린다. 귀가 안 들려서 생기는 문제는 눈이 안 보여서 생기는 것보다 훨씬 깊고 복잡하다. 귀가 들리지 않는 것이 훨씬 더 지독한 불행이다. 왜냐하면 생각을 불러일으켜 우리를 지적인 인간집단 속에 있게 해주는 목소리의 상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나는 귀가 들리지 않는 것이 눈이 안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장애임을 발견했다.”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3중의 장애를 겪은 헬렌 켈러가 청각의 중요성을 함축한 말이다. 최순길(61) 한국청각장애인돕기회장은 청각장애인들에게 9년째 희망의 소리를 찾아주고 있다.“청각 장애인들에겐 새의 지저귐, 스치는 바람소리, 심지어 소음처럼 느껴지는 자동차의 경적조차도 구원의 소리로 들려옵니다.” ●카페·와인하우스 운영하며 기금 충당 1998년 신동아그룹 부회장을 지낸 그는 케이크와 커피가 맛있기로 소문난 ‘카페 라리’ 신사점과 분당점, 국내 최대 규모의 와인바인 ‘라비뒤뱅’의 대표다. 이만하면 이순(耳順)을 넘긴 그가 애호하는 차와 와인을 즐기면서 인생을 관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같은 연말이면 그는 더욱 바쁘다. 사무실을 겸한 카페의 한 구석에서 청각장애인돕기 행사 장소를 알아보고, 소요 경비를 추산하는 전화를 받느라 분주하다. 그러면서도 걱정이 앞선다.“기금이 많이 모여야 할 텐데.‘IMF한파’때보다 더한 불황이어서….”라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최 회장 자신도 청각 장애를 겪고 있다. 고향인 황해도에서 어렸을 때 중이염을 앓은 후유증으로 나이가 들면서 잘 들리지 않아 오른쪽 귀에 보청기를 끼고 지낸다.20년째 낀 보청기가 몸의 일부분처럼 자연스럽다. 겉모습으로는 아무리 봐도 구별되지 않는다.“커피잔 너머로 흐르는 음악의 농암도 다 들을 수 있지요. 안경을 끼고도 명화를 감상할 수 있는 것처럼요.” ●청각장애인 100여명에 보청기 제공 그는 청각장애인돕기회를 설립한 지난 1996년 이후 해마다 청각장애인 10∼20명에게 보청기를 맞춰 줬다. 청력검사를 거친 뒤 귀본을 떠 보청기 1대를 주문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은 100만원선. 가정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겐 결코 적지 않은 액수다. 청각 장애 수술을 하려면 3000만원 이상이 든다. 재활교육비까지 합치면 더 늘어난다. 그래서 보청기를 사 주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회원들의 성금이 제일 큰 힘이지요. 초창기엔 노인들에게 보청기를 해줬는데, 사실 노인들은 인생을 살 만큼 살았잖아요. 그래서 이젠 가정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을 찾아 보청기를 해줍니다.” 암흑 같은 침묵의 세계에 빠진 청각 장애 어린이들에게 희망의 소리를 전해줄 때마다 가슴 벅찬 희열을 맛본다고 했다. 안경을 끼는 것을 더 이상 장애로 보지 않듯이 보청기를 끼는 것도 허물은 아니란 것이 그의 생각이다.“보청기만 있으면 들을 수도 있고, 말할 수도 있게 되는 거죠. 말이 어눌한 어린이들도 보청기를 끼고 나면 금방 정상적인 어린이로 돌아오죠.” ●회원들 성금이 제일 큰 힘 청각 장애에 대한 식견도 이젠 전문가 수준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15% 정도가 청각 장애인이며, 해마다 7%씩 늘고 있다고 한다.2000명 가운데 1명은 선천적 청각 장애인이라는 통계도 나와 있다. 또 65세 이상 노인층의 10%는 청각 장애를 겪고 있다. 이렇게 흔한 청각 장애가 오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먼저 우울증이 생겨 일에 대한 의욕을 잃고, 소외감을 느끼며, 사람들과 대화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청각 장애에 대한 예방과 치료는 물론이고, 장애에 노출된 이들을 돕는 사회적 지원이 절실한 셈이지요.” 회원들이 모금한다고는 하지만 항상 기금은 빠듯하다. 돈줄은 운영하는 카페의 수익금. 운영비와 직원 월급을 뺀 금액 대부분이 청각장애인돕기회로 들어간다. 커피잔을 들던 그는 “카페에서 마시는 한 잔의 차엔 청각 장애인을 돕는 사랑의 마음이 들어 있다.”며 은근슬쩍 카페 ‘선전’을 끼워 넣는다. 그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는 아내 윤명숙씨.“카페에 출근하자마자 화장실 청소부터 하는 아내에게 늘 미안하고, 고맙지요. 수익금도 고스란히 내어주고.” ●얼굴기형 450여명에도 시술 선행 그의 장애인 사랑은 유별나다. 그가 다니던 회사의 집무실에는 늘 그를 찾는 장애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장애인 돕기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로터리클럽에 가입하면서부터다. 지난 91년 뜻이 맞는 로터리클럽 회원들과 함께 얼굴기형(언청이) 돕기회를 조직했다.“우연히 접한 언청이 환자가 바깥 생활을 못해 열등감과 정서 장애에 시달리는 것을 봤지요.” 즉시 언청이 환자를 돕기 시작했다. 자신이 직접 회원들을 모아 회비를 거두었다.95년까지 8억여원을 모아 450여명에게 시술, 해맑은 얼굴로 거듭날 수 있도록 했다. 얼굴기형 돕기가 어느 정도 뿌리 내리자 그는 지친 마음을 가라앉히려 1년가량 쉬었다.“봉사활동을 하다가 안 하니 많이 허전했어요. 그래서 청각 장애인을 돕는 쪽으로 관심을 돌렸죠.” 얼굴기형 돕기 활동을 함께 한 옛 회원들을 다시 모아 동분서주하고 있는 그는 요즘 ‘보람’이라는 말을 새삼스럽게 곱씹고 있다. ■ 청각장애인돕기 후원 문의 (02)3443-9247.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生生인터뷰] 7년만에 장편 ‘하비로’ 내놓은 이인화

    [生生인터뷰] 7년만에 장편 ‘하비로’ 내놓은 이인화

    ‘영원한 제국’의 인기작가 이인화(38·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가 돌아왔다. 장편 ‘초원의 향기’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새 소설은 ‘하비로’(해냄). 제목에서부터 물음표 몇개쯤 찍게 만드는 이번 작품은 연쇄살인사건을 따라가며 지적 게임을 즐기게 하는 역사추리물이다. 세계 최대의 마약시장이었던 1937년 상하이를 무대로, 조선인 청년예술가집단 ‘보희미안 구락부’의 연쇄살인을 추적하는 한 조선인 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작중 주인공은 삼국지’의 영웅 조조가 남긴 비밀지도의 행방을 쫓고 있는 조선 중국 일본 등 3국 암흑세력의 암투에 휘말리게 된다.‘하비로(霞飛路)’는 상하이의 실제 거리이름이다. “20대 초반 게임세대를 위한 소설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지난 14일 인사동에서 만난 이씨는 “한때는 소설을 외면하는 독자들을 원망도 했지만, 문학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새로 찾아야 한다는 판단에서 추리소설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무려 7년 동안 소설을 접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이상문학상(‘시인의 별’·2000년)을 받고 작품선정에 문제가 있다는 구설에 오르는 바람에 상처를 무척 많이 받았어요. 소설 동네를 어떻게든 벗어나 보겠다는 생각에서 자꾸 밖으로 눈을 돌렸고 그러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작했던 ‘외도’가 이제는 ‘본업’이 되다시피 했다.2000년 창작발레 ‘신시21’의 대본을 쓴 뒤 오페라 대본, 영화·게임 시나리오 등을 가리지 않고 썼다. 한국 최초의 여성비행사 박경원의 삶을 다룬 영화 ‘청연’, 한·일 합작으로 제작중인 영화 ‘기운생동’ 등의 시나리오가 그의 작품이다. 설치미술, 온라인 게임 등 ‘이야기 얼개’가 필요한 장르라면 무조건 달려들었던 것이다. ‘하비로’는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이 손잡은 이른바 ‘팩션(faction)’소설.‘삼국지’의 영웅 조조가 도굴로 부를 축적했다는 대목에서 작가는 상상의 불꽃을 지폈다. 조조가 남긴 비밀지도 한장 때문에 1930년대 상하이 암흑세력들이 뒤엉켜 대결하는 소설의 구도에 대해 그는 “이전의 어느 작품에서도 볼 수 없는 독창적 소재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누아르 분위기가 짙은 소설에 끌어다 쓴 기억상실의 모티프는 ‘사일런트 힐’이란 게임에서, 웅장한 배경은 ‘리니지 2’에서 각각 착안했다고 덧붙였다. 상상의 성취는 크지만, 솔직히 문학적 순도면에서는 옹색해지는 작품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나름의 작가적 신념이 확고하다.“온라인게임·시나리오 작가로 오락가락하는 건 전업작가로 살기가 불가능한 한국문단 현실의 특수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다.‘영원한 제국’ 서문에서도 밝힌 적이 있듯 무엇보다 나는 소설가가 아니라 이야기꾼으로 남고 싶다.”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중간쯤에 자리잡은 이문열, 최인호 선배가 부럽다.”는 그는 “지나치게 리얼리즘을 견지하는 소설은 요즘 독자들을 감동시킬 수가 없다.”며 최근의 소설경향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의 새 소설은 영화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국내 메이저 영화사 두 곳과 협상 중인데, 계약이 마무리되는 대로 시나리오도 직접 쓸 계획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문학이 머문 풍경] 시인 박인환의 고향 ‘인제’

    [문학이 머문 풍경] 시인 박인환의 고향 ‘인제’

    “한 잔의 술을 마시고/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가을 속으로 떠났다./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상심(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중략)…인생은 외롭지도 않고/거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목마는 하늘에 있고/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가을 바람 소리는/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펑펑 눈이라도 내리는 겨울날, 찻집에 앉아 애잔한 음악과 함께 낭송되던 박인환 시인의 ‘목마와 숙녀’는 대학가 감상적 낭만의 대명사였다.20∼30년전까지만 해도 찻집마다 단골메뉴로 들려주던 ‘목마와 숙녀’는 그렇게 젊은이들의 가슴속에 자리잡았다. 한국전쟁이 가져다 준 허무와 절망, 시대적 불안과 애상을 노래한 전후의 대표적 모더니즘 작품인 ‘목마와 숙녀’는 애절한 한국인의 한(恨)풀이이기도 했다. 전쟁의 상처를 보듬은 31세 요절 시인 박인환(朴寅煥)은 전쟁으로 인해 죽어가는 모든 것들에 대한 슬픔을 인간의 비극으로 승화시켜 상처받은 시대적 감성을 달래주었다. 젊은 나이로 요절한 시인이었지만 그의 작품은 세월이 흐를수록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지금도 애송되고 있다. 박인환 시인은 1926년 8월15일 강원도 인제군 상동리 비교적 부유한 집안에서 출생했다. 이후 서울로 유학해 서점을 경영하며 모더니즘 시운동의 중심에 서 있었다. 서점을 통해 문단의 주요인사와 교분을 넓혔고 1946년 국제신보에 ‘거리’를 발표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그리고 전쟁 이후 상실과 자조의 풍조가 지배적이었던 당대의 시풍을 ‘세월이 가면’ ‘목마와 숙녀’등으로 담아내면서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한때 외항선을 타기도 했던 박인환 시인은 당대 문인들 가운데 최고의 멋쟁이 ‘댄디보이’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입고 다닌 양복은 외국 고급천에 일류 양복점의 라벨이 붙어 있을만큼 지나칠 정도로 정장과 외투를 선호했다는 후일담이다. 시 쓰기에 몰두하던 박인환은 공교롭게도 요절한 천재시인 이상 추모의 밤 행사때 술을 마시고 심장마비로 눈을 감았다. 친구들은 싸늘하게 식어가는 시신에 그가 평소에 좋아했지만 돈이 없어 마음껏 먹지 못한 조니워커를 쏟아 부어주며 그의 시 ‘목마와 숙녀’처럼 살다간 시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전략)/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후략)” 그는 해방후 혼란의 소용돌이와 6·25 전란의 황폐 가운데서 70여편의 시를 남겨 한국현대시의 맹아를 키워 냈으며, 모더니즘 시인으로서 현대시의 토착화에 기여하였고 문학사에 큰획을 그어 놓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인환 시인 시비건립추진위원회에서는 수십편의 주옥같은 시를 남기고 젊은 나이에 요절한 박 시인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1988년 남북리 아미산공원에 시비를 건립했다가 이후 도로공사로 현재의 합강정 소공원에 이전·건립했다. 해마다 10월이면 시인의 문학세계를 기리기 위해 ‘박인환 문학제’도 열린다. 문학제는 추모 백일장과 문학상 시상식, 시낭송대회, 문인초청 세미나, 동화구연대회 등 다채롭게 개최된다. 인제군 문화재 담당 윤형준씨는 “생가터 복원을 위한 자료조사를 마치고 산촌박물관 공원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2006년까지 생가터에 15억원을 들여 상징물과 동상, 시비 이전사업을 펼쳐 문학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그의 눈동자 입술은/내 가슴에 있어//바람이 불고/비가 올 때도/나는 저 유리창 밖/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후략).” 시인이 남긴 시 가운데 ‘세월이 가면’도 지금까지 세인들의 심금을 울리며 애송되고 있다. 인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소록도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소록도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한센인(한센병 환자와 병력자) 700여명이 모여 사는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1리 소록도. 일본 변호사 65명과 한국 변호사 37명이 일제강점기 때 강제 수용돼 노역에 시달린 이곳 할아버지, 할머니 117명을 대리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보상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01년 특별법을 제정, 강제 수용됐던 일본 한센인에게 1인당 800만∼1400만엔씩 보상했지만, 소록도 주민은 내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한·일 변호사들은 지난 8월 일본 정부의 결정에 불복, 보상청구소송을 냈다. 소록도 한센인들에게 재판과정을 보고하러 가는 변호사들을 동행, 취재했다. ■ 日정부상대 소송 소록도 르포 #1. 할머니와 손녀의 상봉 지난 11일 오후 2시. 전남 고흥군 소록도 중앙리 강당을 가득 메운 할아버지, 할머니 50여명이 한국과 일본의 변호사들을 반갑게 맞았다. 한센병을 앓았던 노인들은 불편한 몸으로 휠체어를 타거나 비스듬하게 바닥에 앉아 있었다. 일본에서 온 여변호사들이 손가락이 뭉개진 할머니 손을 다정히 잡으며 “안녕하세요.”라고 서툰 한국어로 안부를 묻는다. 일그러진 얼굴로 눈을 꼭 감은 할아버지를 포옹하기도 했다. 미소를 머금은 할아버지, 할머니는 오랜만에 손녀딸이라도 만난 듯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이날 일본 변호사 5명과 한국 변호사 15명이 보고대회에 참석했다.10차례가 넘게 이곳을 방문한 사람도 있었다. 대한변호사협회 박영립 인권이사가 “첫 재판(10월25일) 때 장기진(84), 강석우(80) 할아버지가 증언했는데 17일 2차 재판 때 김일임(71·가명) 할머니가 증인으로 나선다.”고 말하자 노인들은 투박한 손으로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2. 피와 눈물로 얼룩진 ‘소록도’ 서울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6시간을 달리면 전남 고흥군 녹동항에 도착한다. 섬의 모양이 어린 사슴을 닮았다는 소록도(小鹿島)는 선착장에서 돌을 던져도 닿을 듯 가까이 보인다. 선착장과 소록도 사이 거리는 겨우 600m. 섬은 가운데 자리잡은 중앙공원을 중심으로 오른쪽은 관광객이 북적이는 해수욕장, 왼쪽은 출입이 제한된 한센인 거주지역으로 나뉜다. 김명호(55) 자치회장은 “일제강점기 때 6000여명이 거주하던 섬에는 이제 ‘한센인’ 702명만이 남았다. 평균 연령은 78세이고 한해 노환으로 사망하는 분만 50∼60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1936년에 착공돼 3년4개월만에 완공된 중앙공원은 한센인의 피와 눈물로 만들어졌다. 한센인 6만여명이 강제 동원돼 산림을 베어내고,6000여평의 대지를 조성했다. 암석은 완도 등에서 채취, 운반해 왔다. 나무는 일본과 타이완에서 들여왔다. 장기진 할아버지는 “몇 척의 배를 연결해 뭍에서 섬까지 다리를 만들었어. 우리는 목도라는 장대에 길이 2∼3m, 폭 1∼1.5m짜리 돌 수십개를 매달아 옮겼지. 언덕 위를 오르다 쓰러지면 돌 위에 앉은 일본인이 몽둥이로 마구 때렸어.”라고 회상했다. 중앙공원 한쪽에 자리잡은 붉은 벽돌집도 ‘고통의 역사’를 안고 있다. 시체해부실, 감금실, 단종대(斷種臺·남성불임수술대)…. 김 자치회장은 “일제 때 한센인은 다섯 차례 ‘죽음’을 맞이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가족과 생이별하며 호적에서 파내져 한번, 자녀를 낳지 못하도록 단종수술 받으며 또 한번, 목숨이 끊어져 한번, 그 시체를 해부해 또다시 한번, 불에 태워 화장하며 마지막으로 죽는다는 것이다. 감금실은 일제 때 노역을 하지 않거나, 소록도를 탈출하다 잡힌 한센인들이 7∼60일씩 갇혔던 곳이다. 실컷 매를 맞은 뒤 감금되면 음식도 없이 추위를 견뎌야 했다. 결혼을 하려면 단종수술을 해야 하는 규정은 2002년 10월24일 국립소록도병원 운영규칙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유지됐다. #3. 오늘도 고통은 계속된다 한·일 변호사들은 진술서를 작성하기 위해 노인들이 살고 있는 집을 방문, 강제 격리된 상황과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했다. 권모(77) 할아버지는 1943년,16살 때 3살 많은 누나와 소록도로 들어왔다고 했다. 경북 안동에 살던 남매는 “소록도에 가면 6개월만에 나병을 고칠 수 있다.”는 일본 순사의 말을 믿고 따라나섰다. 그러나 소록도는 치료는커녕 좁은 방에 10명씩 몰아넣어 강제노역을 시키는 ‘지옥’이었다. 가마니를 짜고, 벽돌을 굽고, 토끼가죽을 만들었다. 당시 한센인들은 한 해 벽돌 140만장, 가마니 30만장, 토끼가죽 1500장을 생산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배고픔에 잠을 잘 수가 없었어. 동상과 고된 노동으로 멀쩡하던 손과 발은 상처투성이로 변해갔지. 그리고 손목, 발목이 절단되더라고….”권 할아버지의 한숨이 이어진다. 1945년 광복 후 강제노역은 사라졌다. 그러나 강제격리 정책은 66년 말까지 계속됐다.92년에야 소록도에 노령수당이 지급됐고, 이듬해 의료보험 대상자로 선정됐다. 장애인 등록은 94년 9월에 가능해졌다.4평 남짓한 단칸방에서 생활하는 소록도 노인들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병원에서 의식주를 해결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이들의 생활비는 노령수당 3만∼5만원이 전부다. 한센인 할아버지, 할머니의 애달픈 사연을 변호사들은 한글과 일본어로 옮겼다. 이 진술서는 일본에서 진행 중인 보상청구 소송에 주요 자료로 일본재판소에 제출될 것이다. 12일 오후 변호사들은 노인들의 배웅을 받으며 뭍으로 향했다.“고마우이.” 뭉툭한 손으로 등을 쓰다듬던 할머니를 향해 한 여변호사가 돌아섰다. 그는 차별, 편견과 싸우느라 가냘퍼진 할머니의 어깨를 감싸안았다.“우리는 하나인 걸요.” 소록도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소송 앞장 日변호사 구니무네 “인권을 침해당한 한국인도 일본인과 동등하게 보상받아야 합니다.” 일본인 구니무네 나오코(國宗直子·49) 변호사는 2002년 3월부터 소록도 한센인 소송에 앞장서고 있다. 소록도변호단의 일본측 사무국장을 맡으며 14차례 방문했다.12일 한센인 117명에게 받은 진술서를 마무리하던 그를 만났다. 구마모토 출신의 구니무네 변호사가 소록도에 관심을 가진 것은 다키오 에이지(73) 때문이다. 일본 근대사를 전공한 다키오씨는 구니무네 변호사가 1998년 일본 한센인들을 대리해 국가배상 소송을 진행, 승소하자 소록도 얘기를 들려줬다. 1907년 ‘나병예방법’을 제정한 일본은 1996년, 법이 폐지될 때까지 90년 가까이 한센인을 요양소에 강제 격리시켰다. 구니무네 변호사를 비롯한 일본 변호사 200여명은 ‘한센병 예방법 위헌 국가배상 변호단’을 구성, 소송을 냈고 2001년 5월 승소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항소를 포기, 한센병 환자 보상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구니무네 변호사는 “일제강점기 때 한국과 타이완에서도 한센인 강제격리정책이 펼쳐졌다는 얘길 접하고 바로 소록도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국적과 관계없이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해선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는 “일본인들에게 많은 고통을 받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나를 반갑게 맞을 때 눈물나도록 고마웠다.”고 털어놨다. 일본 한센인들이 보상금 일부를 기금으로 조성, 소송비용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언어 장벽 탓에 소록도 노인들의 진술서를 받는 게 쉽지 않던 구니무네 변호사는 한국 변호사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우리 일을 대신해줘서 고맙다.”며 발벗고 나섰다. 한·일 변호사 102명은 지난 8월 도쿄 지법에 보상청구소송을 냈고, 지난 10월25일에 이어 17일 열리는 2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구니무네 변호사는 “일본 한센인들은 요양소에서 의식주 해결은 물론 매월 8만 5000엔(약 85만원)씩 받아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한다. 그러나 한국 한센인들의 생활 여건은 너무나 열악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한센인이 정당한 대우를 받으려면 일본 정부에 앞서 한국인들의 편견과 오해를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타이완 한센인 격리지역인 낙생원의 일본 정부 상대 소송도 돕고 있다. 소록도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한센병에 대한 몇가지 오해 한센인에 대한 두려움과 차별은 오해와 무지에서 비롯된다고 가톨릭의대 채규태 교수는 지적한다. 그는 한센병은 하늘이 내리는 형벌(天刑)도, 전염성이 강해 격리가 필요한 난치병도 아니라고 말한다. 한센병에 대한 몇 가지 오해를 풀어본다. ●한센병은 전염성이 강하다 한센병은 전염병예방법상 가장 낮은 단계인 3군 전염병이다. 결핵의 전염력이 한센병의 2000배를 웃돌 정도다. 특히 일반인은 95% 이상 한센병에 대한 자연 항체를 갖고 있다. 또 리팜피신이란 치료제를 단 1차례 4알(600㎎)만 복용해도 나균의 99.9%는 전염력을 상실한다. 신체는 물론 성접촉, 임신을 통해서도 감염되지 않는다. ●치료하려면 격리조치가 필요하다 1980년대 치료제 리팜피신이 발견되면서 한센병은 통원치료를 받는 병으로 바뀌었다. 전염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손가락·발가락 등 일부 신체기관의 변형으로 수술이 불가피하면 입원하지만, 장기간 격리는 필요치 않다. ●한센병은 난치병이다 한센병은 약물 복용으로 1∼2년이면 완치된다. 예전엔 치료시기를 놓쳐 변형된 손·발로 살아가는 한센인이 많았지만, 최근 발병한 환자들은 피부 반점 정도만 남는다. 치료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몸속 나균은 전염력을 잃는다. ●한센병은 유전된다 1973년 대한나협회가 조사한 결과, 전국 88개 정착촌에 살고 있는 2세 4157명 가운데 한센병에 감염된 2세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가족 가운데 한센인이 있다 해도 감염은 240만명에 한 명 꼴로 일반인과 다르지 않다고 의학계는 분석하고 있다. ●새로운 한센병 환자가 많다 2004년 1월 현재 한센인은 1만 6801명이다. 대부분 치료가 끝난 사람들이다. 새로운 환자는 해마다 20여명에 불과하다. 소록도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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