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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분석] 범여 주도권 ‘쟁탈전’

    [뉴스 분석] 범여 주도권 ‘쟁탈전’

    범여권 대선 가도의 주도권을 놓고 노무현(얼굴 왼쪽) 대통령과 김대중(DJ·오른쪽) 전 대통령간 신경전이 가속화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이 대통합민주신당 주요 인사들과의 잇단 회동을 통해 범여권 대선 구도에서의 입지를 한껏 넓히고 있는 반면 청와대는 이같은 그의 행보와 대통합 과정에서 옛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상실한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 대통령도 공개적 언급은 자제하고 있으나 민주신당의 정체성과 일부 대선 예비후보들의 비노(非盧) 행보에 대해 강도 높은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대결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간 정통성 및 지분 확보를 위한 세력 다툼의 성격을 지닌다는 점에서 향후 민주신당 대선 후보 경선전이 가열되고,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 논쟁이 구체화할수록 양측간 노선 및 지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DJ,“국민이 신당 대통합 지지” 김 전 대통령은 최근 ‘과도한 현실정치 개입’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민주신당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26일 동교동 자택에서 민주신당 추미애 후보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도 “대통합은 나만 바란 게 아니라 여권을 지지하는 모든 국민의 바람”이라고 언급, 민주신당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지난 23일 정세균 전 의장 등 옛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는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을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햇볕정책을 비판하고 2차 남북정상회담을 반대한 민주당내 일부 인사도 질타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비노(非盧) 진영의 친노(親盧) 진영에 대한 공격이 본격화했고, 그 바탕에 김 전 대통령이 자리해 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DJ의 브레인’이었던 황태연 동국대 교수는 “노무현 정권의 국정실패로 ‘힘의 공백’ 상황이 생기면서 DJ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靑,“신당이 대의 명분 있나” 노 대통령은 최근의 범여권 상황이나 김 전 대통령의 언급에 공식적으로는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행보를 우려하고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선에서 중요한 것은 원칙과 정책을 지켜 나가는 것인데 민주신당이 대의와 정체성을 상실하는 바람에 국민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다른 관계자는 “정책정당 구현을 위해 대선에서 대의와 명분을 지켜 나가다가 설령 야당을 하게 되면 어떻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훈수 정치’가 범여권의 또 다른 분열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가 인권위원들과 가진 비공개 오찬 자리에서 최근 정국에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이날 민주신당을 겨냥, 참여정부의 여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일부 참석자가 전했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동교동과 친노세력의 최근 움직임은 범여권의 대통합과정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양측간 조직세 확산과 어우러져 새로운 프레임이 조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프리온은 ‘지킬박사와 하이드’

    프리온은 ‘지킬박사와 하이드’

    최근 국내에서 최초로 ‘유사 인간 광우병 환자’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사실이 아니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국민들은 광우병 위험으로 검역중단 뒤 수입이 재개된 미국산 쇠고기와 연결시키며 공포심을 느끼고 있다. 한우의 안전성까지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증권가도 불똥이 튀어 쇠고기의 대체재인 닭고기 업체와 수산주의 주가가 뛴다고 한다. 도대체 광우병이 얼마나 무서운 병이기에 이토록 난리법석일까? ●광우병과 ‘프리온’단백질 광우병(狂牛病:Mad Cow Disease)은 말 그대로 병에 걸린 소가 미친 듯한 증상을 보인다는 말이다. 정식 의학적인 명칭은 우(牛)해면양 뇌증(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이다. 소의 뇌조직이 스펀지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녹아버리는 병으로, 병에 걸린 소가 방향감각을 잃고 미친듯이 움직인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광우병은 사람을 포함해 모든 동물에게서 정상적으로 발견되는 ‘프리온’이라는 단백질이 변형을 일으키면서 발생한다.‘프리온 단백질’은 단백질(Protein)과 비리온(Virion:바이러스 입자)의 합성어다. 프리온 단백질은 이제까지 알려진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곰팡이·기생충 등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질병 감염인자다. 변형된 프리온이 뇌조직에 침투하면 작은 구멍들이 생기면서 뇌기능이 마비된다. 또 몸 안에서 정상적인 프리온을 공격해 변형된 형태의 프리온을 기하급수적으로 증식시켜 죽음에 이르게 한다. 프리온은 DNA나 RNA와 같은 핵산이 없이 감염성 질환을 일으키는 것이 특징이다. 아직 그 증식 과정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치료 방법이 없다. ●사람도 광우병 걸릴 위험 높아 1730년 영국의 양떼에서 처음 발견된 광우병은 사육업자들이 소에게 양고기를 사료로 먹이면서 소에게로 전파됐다. 자연에서 방목하는 것보다 빨리 살을 찌우려고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여 일어난 것이다. 자연의 섭리를 뒤바꾸려는 사람의 욕심이 빚어낸 ‘소의 복수’인 셈이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둘러싸고 소뼈 등을 돼지·닭에게 먹인 뒤 이들의 뼈를 소 사료로 다시 사용하는 ‘교차오염’ 문제를 지적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광우병은 소, 염소, 양, 사슴 등 소과의 동물과 고양이, 치타, 퓨마, 호랑이 등 고양이과 동물은 물론 사람도 걸린다. ‘인간광우병’으로 불리는 질병은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으로 광우병에 걸린 소의 뇌, 골수, 내장 등을 먹었을 때 감염된다. 세계적으로 인구 백만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 인간광우병에 걸리면 치매처럼 방향감 상실, 근육마비 증상을 보이며, 일부는 정신착란, 시력장애, 중풍 등이 오기도 한다. 말기에는 뇌 신경세포가 죽게 돼 소 광우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다가 죽음에 이른다. 그러나 잠복기가 길어 때로는 감염된 지 몇십 년 뒤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독(毒)도 되고 약(藥)도 되는 프리온 프리온 단백질이 꼭 인류에게 해를 끼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도움도 준다. 미국 화이트헤드연구소의 하비 로디시 박사팀은 지난해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를 통해 “프리온 단백질이 줄기세포 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프리온이 뇌 질환을 일으키지 않는 정상적인 상태에서 줄기세포의 복제를 도와 다른 세포로 분화시킨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새 혈구세포로 분열하는 쥐의 줄기세포를 연구했다. 그 결과 많은 세포 표면에서 정상 프리온 단백질을 발견했고, 이것이 줄기세포가 골수에서 새 혈구세포로 분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프리온 단백질이 없는 줄기세포는 새 줄기세포를 만들지 못했다. 연구팀은 “프리온이 줄기세포가 골수 안에 달라붙는 것을 돕거나 세포 분열을 일으키는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프리온은 진화적 변화 메커니즘 연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몇년전 시카고대학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HHMI)가 효모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일부 프리온 단백질이 유전자 코드를 정확하게 읽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숨어있던 유전적 돌연변이들이 프리온 단백질로 인해 드러나게 되고, 성장과정에서 완전히 새로운 특징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박찬구 기자의 정국 View] 범여권의 ‘동상이몽’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최근 범여권의 대선 행보를 두고 노무현 대통령이 내놓은 우려 섞인 관전평이라고 한다. 후보보다는 구도와 정책 중심의 대선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일찌감치 이번 대선의 지향점이 ‘후보보다는 정당, 정당보다는 정체성’에 맞춰져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됐다. 정체성도 상실하고 민심의 지지도 얻지 못하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의 현주소에 노 대통령이 착잡함을 느꼈을 법하다. 대의(大義)도 잃고, 대세(大勢)도 놓친다면 대선은 물론 대선 이후를 도모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범여권 대선 주자들이 이명박 후보와 ‘잔펀치’로 싸우는 건 큰 의미가 없다.”면서 “정책 정당의 구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구도를 만들어 가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전장(戰場)의 분위기는 다르다. 옛 열린우리당 당직자 110여명은 세력간 지분 조정의 틈바구니에서 민주신당에 몸을 담지 못하고 하루 아침에 ‘정치 미아(迷兒)’신세로 전락했다. 열린우리당의 가치와 신념을 지켜 왔다고 자부하는 한 고위 당직자는 “갈길은 먼데 갑갑하다.”면서 “민주신당이나 청와대나 모두 야당을 하기로 작정한 사람들 같다.”고 토로했다.민주신당은 정파간·주자간 권력 다툼과 세력확장에만 매몰돼 있고, 청와대는 시급하지도 않은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 등으로 대선 지형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푸념을 덧붙였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민주신당 대선 후보들은 다음달 3∼5일 컷오프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 내공을 쏟아내고 있다. 친노(親盧)후보의 단일화, 민주개혁세력의 적자(嫡子)논쟁, 주자별 당내 경선 경험과 조직력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범여권의 분열로 지난 2002년 민주당 경선 당시보다 흥행성과 시너지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텃밭’인 영남에서 이긴 후보가 이례적으로 경선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의 사례가 민주신당에서 재연될지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정치컨설팅업체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민주신당에서도 광주에서 이긴 후보가 결과적으로 패배할 수 있다는 가설을 상정해 볼 수 있다.”면서 “한나라당에 이어 민주신당에서도 그런 결과가 나온다면 정당사상 의미 있는 변화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선 이후 새로운 정치판을 만들려는 노 대통령과 과거의 판을 복구하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상이몽과 대립 관계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김 전 대통령이 민주당 분당과 대북송금 특검 등을 언급하며 열린우리당 전 지도부를 질책한 것은 ‘대선 본선에 내가 원하는 후보를 내세우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폴컴의 이경헌 이사는 “당내 경선 후보들에게 하나의 기준표를 제시하고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 전 대통령의 직설법에 노 대통령은 침묵하고 있다. 주변 참모들 사이에서는 시간적·지형적 여유가 없는 현실에서 또다른 분화와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와 불만이 감지된다. 대선 전후의 지분 확장을 꾀하는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신경전이 범여권 경선 과정에서 숨가쁜 절정에 이르는 형국이다. 불똥이 어디로 튈지는 당심(黨心)과 민심(民心)의 향배가 결정할 것이다.ckpark@seoul.co.kr
  • [U-17] 한국, 토고에 이겼지만…

    한국이 설재문과 윤빛가람의 동점·역전골을 앞세워 16강 진출의 불씨를 극적으로 되살렸다. 박경훈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4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17세 이하 청소년월드컵축구대회 A조 최종전에서 토고에 2-1 역전승을 거두고 2패 끝에 귀중한 첫 승을 올렸다.승점 3을 얻은 한국은 토고를 밀어내고 조 3위를 확정, 와일드카드를 바라보게 됐다. 와일드카드는 조별리그 경기가 모두 끝나는 26일 밤 10시쯤 결정된다. 그러나 한국은 골득실 ‘-2’로 조 3위 6개팀 가운데 4개팀에 주어지는 와일드카드를 손에 쥘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박 감독은 이전 경기에서 교체멤버였던 오른쪽 윙포워드 설재문과 왼쪽 풀백 윤석영을 선발 출전시키는 승부수를 던졌고 이것이 적중했다. 설재문은 과감한 오른쪽 돌파를 통해 상대 문전을 여러 차례 위협했으나 별 소득이 없었고 전반 20분 위기가 찾아왔다. 한국 문전에서 수비수가 처리한 공이 흘러나오자 라라웰레 아타코라가 득달같이 달려들어 중거리 기습슛으로 연결, 골망을 흔들었다.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전의를 상실한 듯 패스 실수를 연발하는 등 이전 경기 모습으로 돌아가 버렸다. 반전의 기회가 열린 건 전반 인저리타임 1분. 미드필드 왼쪽에서 한용수가 올려준 크로스를 주성환이 트래핑한 뒤 수비수 2명을 등진 채 넘어지면서 밀어준 크로스를 설재문이 오른발 인사이드킥으로 연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번 대회 한국의 첫 골로 무려 226분 만에 맛본 골맛이었다. 후반 26분 상대 미드필더 카오미 아야오가 백태클로 퇴장당하면서 한국에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9분 뒤 윤빛가람이 오른쪽 골라인 근처에서 조범석이 올려준 크로스를 문전에서 가볍게 밀어넣어 감격적인 결승골을 뽑아냈다. 이후 더욱더 토고를 몰아붙였지만 와일드카드 안정권에 다가가기 위한 추가골은 뽑아내지 못했다. 한편 B조의 북한은 임철민의 결승골에 힘입어 최약체 뉴질랜드를 1-0으로 격파하고 조 3위를 확정, 남북 형제가 와일드카드 다툼에서 희비가 교차할 수도 있게 됐다. 같은 조의 잉글랜드는 브라질에 짜릿한 2-1 역전승을 거두고 2승1무(승점 7)를 기록,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A조의 페루는 코스타리카를 1-0으로 이기고 2승1무(승점 7)로 16강에 직행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단독] ‘오만한 경찰’ 지금도 이런데…

    억울한 피해를 입은 시민에게 ‘피곤하니 고소하지 말라.’고 윽박지르거나 늑장 출동해 폭행 피의자를 놓치고 이를 따지는 시민에게 ‘근무교대하느라 늦었다.’며 되레 큰소리를 치는 등 경찰의 위압적인 행태가 빈축을 사고 있다. 다음달 1일부터 경찰이 기자들의 사무실 출입을 막는 등 언론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이른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이 시행될 경우 경찰의 공권력 남용이 더욱 심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사기성 폐업 확실한데 고소 말라니…” 회원들의 회비 수억원을 빼돌린 뒤 도망간 피트니스센터 대표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기 위해 지난 17일 서울 강남경찰서를 찾았던 김모(37·유학 준비생)씨는 경찰의 어처구니없는 태도에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 등은 지난 4월 회원 몰래 운동기구를 빼돌린 뒤 폐업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A피트니스센터 대표 이모(47)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은 “당신들만 돈을 돌려 받았으면 됐지 왜 다른 사람들까지 끌어들여 일을 키우느냐.”면서 “지금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사소한 것까지 고소를 해 피곤하게 만드느냐.”며 고함까지 쳤다. 이후 이 사건에 대한 추가 고소는 별다른 이유없이 모두 반려됐다. 김씨는 “폐업 당일까지도 회원을 모집하는 등 전형적인 ‘사기성 폐업’이 명백한데 단지 ‘피곤하다.’는 이유로 고소하지 말라고 윽박지르는 경찰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담당 경찰관은 “굳이 고소라는 법적 절차를 밟지 말고 당사자 간 합의로 사건을 해결하라는 취지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대학생 조모씨는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잠실역 부근에서 괴한에게 폭행을 당해 쓰러졌다. 조씨는 괴한을 놓치지 않기 위해 폭행을 당하면서도 옷을 붙잡고 112에 여러 차례 신고했지만 경찰은 신고 뒤 18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이 괴한은 이미 기력을 상실한 조씨를 뿌리치고 유유히 사라졌다. 조씨는 늑장 출동에 대해 따지자 “근무교대하느라 늦었다. 범인을 못 잡으면 국가에 치료비를 청구하라.”고 되레 목소리를 높였다고 주장했다. ●“시민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인데…” 조씨는 “시민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런 무책임한 이유로 늦었다고 해명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분개했다. 이에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신고 시간이 근무 교대 시간인 데다 당시 근무조가 다른 일을 하고 있어 시간이 지체됐다.”고 해명했다. 각 경찰서 게시판에도 경찰의 무책임한 행태를 비난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강동경찰서 게시판에 김모씨는 지난 8일 강동구 명일동 한 치킨집에서 취객이 손에 흉기를 들고 가게에 불을 지르려 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밖에서 수수방관하다 돌아갔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광진경찰서 게시판에는 지난달 26일 오토바이 폭주족 단속에서 반말과 고압적 태도로 일관한 한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이상돈 중앙대 법학과 교수는 “이른바 취재선진화 방안 등으로 경찰 권력에 대한 견제가 제한될 경우 공권력 남용 등으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가 더 커지지 않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희귀 난치병 도전과 정복] (43) 버거병

    [희귀 난치병 도전과 정복] (43) 버거병

    “사람들이 예방법이나 치료법을 묻곤 하는데, 금연 이상의 비책은 없습니다. 이 병은 주로 젊은 남자에게 많이 생기며 대부분이 노동력을 상실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지요.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조직 괴사로 팔다리 등 병변 부위를 잘라내야 합니다. 특히 흡연율과 밀접한 상관성을 가진 이 질환은 최근의 금연 열기 덕분에 전체적인 발병률은 수그러드는 추세지만 아직도 임상에서는 비교적 흔한 병입니다.” 폐색성 혈전 혈관염의 다른 이름인 버거병은 팔과 다리의 동맥이 염증으로 막혀 썩어가는 질환이다. 말초 동맥과 정맥이 혈전이나 염증 때문에 막히게 되고, 이어 혈관 주변에 염증이 생겨 문제를 만든다. 그렇다고 버거병이 흔한 질병은 아니다. 서울아산병원 혈관외과 과장인 권태원 교수에 따르면 인구 1만명당 6명 꼴로 환자가 발생한다.“중년 남성 흡연자의 경우 버거병 증상이 30대부터 집중적으로 나타나며, 최근 들어 전체 환자 수는 줄고 있지만 여성 환자는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 여성 흡연율과 관련이 있는 발병 추이라고 봐야지요. 이 때문에 예전에는 남녀 발병 비율이 100대1정도였지만 최근에는 거의 10대1정도에 도달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특히 50대 이상 연령층에서는 남성보다 여성 발병률이 더 높으며, 드물지만 어린 환자도 없지 않고요.” 이어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흡연자에게서 발병률이 높은 점으로 미뤄 흡연과 밀접한 상관성을 가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버거병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드물지만 흡연율이 높은 아시아권에서는 높은 발생률을 보입니다. 대부분의 환자가 담배를 피우는 20∼40대 남성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입니다.”라고 부연했다. 이 병의 특징은 팔다리의 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 혈류량이 부족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런 증상은 팔보다 다리에서 더 흔하며, 대부분 활동할 때보다 쉬고 있을 때 팔의 아랫부분과 다리에 심한 통증이 온다. 또 걸을 때 다리에 경련이 나타나며, 드물게는 절름발이가 되는 사례도 있다.“이런 증상이 결국 팔다리 조직에 궤양을 만들고, 혈류가 부족한 손·발가락이 추위에 노출되면 무감각증이나 저림증, 정맥 염증이나 혈전이 생기게 되며, 심하면 팔다리 조직괴사로 이어지게 되지요. 이런 특성 때문에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죽상 동맥경화나 심내막염으로 오진되기도 합니다.” 앞서도 거론했지만 버거병은 임상적 특징에 따라 진단할 뿐 원인과 발생기전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의학자들 대부분은 이 병이 흡연과 밀접한 상관성을 갖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환자의 흡연력을 버거병 진단에 필수적인 자료로 활용한다. 당연히 골초에게 이 병이 많다. 물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의학계에 이설이 없지 않았다. 버거병이 류머티즘 같은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이라는 시각이 그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견해를 가진 사람이 거의 없다.“사실 30여년 전만 해도 거의 모든 혈관 이상을 버거병이라고 봤는데, 지금은 그 때에 비하면 놀랍게 정교한 진단이 가능해진 것지요. 이 질환과 동맥경화의 유발 원인 중 서로 겹치는 것은 흡연 한가지뿐이니까요.” 발견이 쉽지 않지만 발진과 폐 또는 신장 이상을 보이는 환자를 대상으로 팔다리의 혈관조영술을 시행하면 혈관의 폐쇄 또는 협착이 어렵지 않게 확인되며, 증상은 말초혈관질환으로 시작된다.“이 병은 팔다리에 있는 중간 크기의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것이 특징이며, 그 때문에 혈류가 줄어 말초혈관질환을 일으키는데, 이 말초혈관 질환은 급성으로 나타나 1∼4주간 지속되기를 반복하는 형태를 보입니다. 말초혈관질환의 증상은 손과 발의 파행(跛行·운동하는 동안 혈류 부족으로 활동 및 운동 중에 나타나는 통증)이나 쉬는 동안에 팔 아랫부분과 다리에 나타나는 심한 통증, 그리고 걸을 때의 다리 경련이 대표적입니다.” 적절한 치료가 뒤따르지 않으면 증상은 계속 심해져 혈관 폐색이 생긴 팔다리의 피부가 위축되고, 내부 조직에는 궤양이 생기며, 무감각증과 저림증이 나타난다. 이런 상황에서 손·발가락이 차가운 온도에 노출되면 부족한 혈류량이 더 줄어 순환장애, 즉 레이노 현상이 나타난다.“이 단계에서는 특정 혈관에 염증과 혈전이 생기고, 심장마비도 올 수 있습니다. 또 아주 심한 경우 조직 괴사가 나타나는가 하면 소장의 혈관에도 영향을 미쳐 복부 통증과 체중 감소가 진행되며, 더러는 신경계 이상도 보입니다.” 치료에는 증상의 완화를 겨냥한 대증요법과 부작용이나 합병증을 완화시키기 위한 지지요법이 주로 적용된다.“실제로 환자가 흡연을 중단하면 증상이 상당히 호전되는데 통계적으로는 환자의 50%가량이 여기에 해당되며, 더러는 증상이 완전히 없어지기도 합니다. 약물치료로는 혈전의 형성을 막아주는 항혈전제나 혈관 확장제, 염증을 막는 소염제와 항생제, 그리고 통증을 없애기 위해 진통제를 주로 사용합니다.” 외과적 수술을 통해 치료하는 방법도 있다.“팔꿈치나 무릎 아랫부분의 소동맥이 막힌 경우에는 대부분 동맥경화증처럼 혈관을 잇거나 넓히는 수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손·발가락의 미세 혈관들을 확장시켜주는 교감신경 차단술 등 간접 수술치료가 시행되며, 혈관의 폐쇄로 혈류가 감소, 조직 괴사가 발생된 경우라면 수술을 통해 사지를 절단할 수도 있지요.” 버거병의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담배를 끊어야 한다는 권 교수는 이런 충고도 덧붙였다.“직업적으로 불가피한 경우가 많지만 어떻든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자세, 다리를 꼬고 의자에 앉거나 무릎을 꿇는 자세는 하지의 혈류를 정체시키기 때문에 피해야 합니다. 물론 꽉 끼거나 조이는 옷도 혈류의 흐름을 방해해 병증을 악화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런 만큼 환자라면 당연히 이런 자세를 피해야겠지요.” 또 환자는 평소에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하며, 만약 상처가 생겼다면 즉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자칫 잘못하면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는 일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草根網民 · 白奴…中, 신조어 110개 사전에 새로 수록

    |베이징 이지운특파원|풀뿌리 네티즌(草根網民), 집값 할부 인생(房奴), 어떤 가점도 없이 온전히 시험 성적에만 의지해야 하는 처지(裸考)…. 새로 생겨나는 중국어는 확산되는 민주주의 의식, 경제발전과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 등 최근 중국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낸다.‘중국국어위원회’는 지난해 이같은 신조어 110여개를 사전에 새로 수록했다고 17일 공개했다. 이 가운데 ‘노예(奴)’라는 표현은 시장경제와 경쟁 속에서 점점 존재감을 상실해가는, 중국사회에서의 개인의 위치를 드러낸다. 방노(房奴)뿐 아니라 차값 할부에 허덕이는 신세(車奴), 틀에 매여 살아가는 화이트칼라(白奴) 등이 포함됐다.‘독점기업(壟斷行業)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서 소비자는 가격 선택의 여지가 없는 노예일 수밖에 없다.’는 뜻의 농노(壟奴)도 있다. ‘회색기능(灰色技能)’은 신입사원에게 요구되는 술 마시고, 노래 부르고, 마작 등 도박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공동으로 모인 소비자들이 일괄 구매를 하거나 소비카드를 구입해 혜택을 얻는 ‘ 客’도 있다. 돈을 받고 연인사이에 개입, 헤어질 것을 대신 통보해주는 직종(分手代理)도 포함됐다. 정치적으로는 타이완의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하야운동(倒扁), 천량위(陳良宇) 전 상하시 서기를 축출한 ‘상하이사회보장기금안’ 등이 있다. jj@seoul.co.kr
  • ‘4000만원 빚진 40代 비정규직’

    개인파산 신청자의 표준 유형은 40대에 3000만∼5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고, 월수입 100만원 이하의 비정규직 종사자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 실직 등으로 생활비가 부족해 빚이 늘어난 경우가 가장 많아 건실한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는 개인파산 강좌에 참석하고 있는 빚을 갚을 능력을 상실한 과중채무자 2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개인파산 신청자의 채무 규모는 3000만∼5000만원이 26.0%(65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00만∼1억원 24.8%(62명),2000만∼3000만원 18.0%(45명),1억원 초과 16.8%(42명) 등의 순이었다. 월소득은 전체의 62.8%(157명)가 100만원 이하였다.100만∼150만원은 17.2%(43명),150만∼200만원 2.4%(6명) 등으로 대부분 소득 수준이 낮았다. 소득이 없다는 응답도 17.2%(43명)나 됐다. 주거 상황은 월세 보증금 1600만원 이하의 임대주택 거주자가 49.6%(124명)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지인이나 친지 집에 무상으로 거주하는 사람도 40.8%(102명)나 됐다. 월세 보증금 16000만원 이상 주택 거주자는 4.8%(12명), 전세 거주자는 3.6%(9명)에 불과했다. 직업별로는 응답자의 과반수인 51.6%(129명)가 비정규직으로 건설일용직 노동자가 11.2%(28명), 식당·가게 등의 아르바이트 종사자가 18.8%(47명), 기타 비정규직이 21.6%(54명)였다. 정규직 회사원은 1.2%(3명)에 불과했다. 일정한 직업을 갖지 못하고 구직 활동 중인 사람도 38.0%(95명)이었다. 채무가 증대된 사유(이하 중복답변)는 ▲실직 등으로 인한 생활비 33.2%(142명) ▲사업자금 27.8%(119명) ▲보증채무 9.6%(41명) ▲의료비 8.2%(35명) 등의 순이었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업계소식-게시판]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토날린 CLA’

    토날린코리아는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 메리어트호텔에서 `토날린 CLA 세미나´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 하루 3.4g씩 12개월간 `토날린 CLA´를 섭취하자 9%의 체지방이 감소한 임상실험 결과가 소개됐다.
  • [아프간 인질 2명 석방] 정부 “이제부터 본게임”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여곡절 끝에 여성 피랍자 2명이 13일 밤(한국시간) 풀려남으로써 아프간 한국인 피랍사태가 새로운 전기를 맞을 전망이다. 여성 피랍자 2명의 석방이 지난달 19일 사건 발생 이후 직간접 접촉의 첫번째 성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지 우리 정부 대표단과 탈레반의 대면 접촉 과정에서 여성 2명의 석방이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나머지 19명의 무사 귀환에 기대를 걸 수 있다는 기류가 읽힌다. ●“이번 석방 대면접촉 성과 아니다” 하지만 전망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정부와 청와대는 이들의 석방을 ‘대면 접촉의 성과’라기보다 ‘탈레반의 전략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가 이날 여성 피랍자 2명의 석방 직후 “이제부터 협상의 본게임이 시작됐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관계자는 “여성 2명의 석방이 협상의 지속성을 보증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낙관적인 근거가 될 수 있다.”면서도 “이번 석방이 우리와의 대면접촉이나 거래에서 나온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성 피랍자 2명의 석방을 계기로 이번 사태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급류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섣부른 기대일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탈레반은 여전히 ‘한국인 피랍자와 탈레반 수감자의 맞교환’ 요구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며 향후 대면 접촉 과정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나머지 피랍자 19명의 안위를 쉽사리 예단할 수 없다는 분석도 이같은 상황 인식에 근거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대면 접촉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겠지만, 상황을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면서 “정부는 나머지 피랍자 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정부는 “여성 피랍자들이 언론에 노출됐을 때 현지 피랍 생활에 대한 언행 하나하나가 나머지 피랍자의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언론에 보도 자제를 요청했다. 이같은 정황은 탈레반이 향후 우리 대표단과 대면 접촉하는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고도의 전략을 구사한 것이 아니냐는 추론에 따른 것이다. 이번 석방이 지금까지 고수해온 ‘맞교환’주장을 끝내 관철시키기 위한 압박용 카드일 수 있다는 것이다. 탈레반이 우리 대표단에 아프간 정부를 상대로 ‘맞교환’카드를 받아들이도록 설득해 달라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탈레반이 대외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거액의 몸값 등 ‘실리’를 챙기기 위한 사전 포석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탈레반이 지난 11일 석방 결정 사실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관용과 선의의 표시’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패키지해법´ 이제 본격 시험대 1차적으로는 건강이 악화된 여성 피랍자 2명을 계속 억류하는 것에 탈레반이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다. 대면 접촉 과정에서 이 여성들에게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면 탈레반으로서는 스스로 주장하는 피랍의 명분이나 대면 접촉의 주도권을 상실하게 된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정부 관계자는 “탈레반은 집권 경험이 있는 집단으로 전략·전술에 상당히 능하다.”고 전제한 뒤 “최종 해결까지 섣부른 낙관도 비관도 금물”이라며 신중한 분석을 내놓았다. 여전히 관건은 ‘맞교환’조건을 철회토록 탈레반을 설득하는 것이다. 정치·경제·군사·문화적인 조건을 담은 ‘패키지 해법’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현 시점에서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를 위한 창의적인 해법 도출과 협상력은 대면 접촉에 나선 우리 정부의 몫일 수밖에 없다. 박찬구 김미경기자 ckpark@seoul.co.kr
  • 여자들의 백 속엔 무엇이 들어있나

    여자들의 백 속엔 무엇이 들어있나

    『「핸드백」은 무조건 존경하라』- 죽어라 하고 벌어다 올리는 월급의 관제탑인 때문이다.「핸드백」이 요새 구설수를 입고 있다. 모모하는 양장점에서 날치기당한 어느 여성의「핸드백」에 수백만원어치가 들어있었던 것. 뿐만아니라 많은 여성들이 날치기당한「백」을 경찰이 압수해보면 신분에 어울리지 않게 어마어마한 내용들이었다는 사실이 새삼 고개를 들고 화제에 오르내리고 있다. 때로는 거액의 금품들어…오토바이 날치기도 등장 여성 필수용품 가운데「핸드백」을 빼놓을 수는 없다. 알쏭달쏭한 약품에서 (소화제·감기약·피임약 따위) 화장도구, 휴지,「메모」용지, 하루 용돈, 머리빗, 심지어는 땅콩,「검」, 오징어다리까지 먼지를 뒤집어 쓴채 뒹군다. 그런가하면 수백만원짜리 보증수표가 엎드린 당당한 금고가 되기도 하고 번쩍거리는 보석반지의 보관처도 된다. 반면 건실한 여성용품 구실을 제대로하는 경우가 물론 대부분. 말하자면「핸드백」은 소유자의 개성, 품위, 재산정도 등을 가늠할 수 있는「바로미터」인 셈. 밝혀진 바로는 우리나라 여성 가운데서 최고액「핸드백」은 지난달 2일 T미장원에서 털린것. 비취백금반지(싯가1백만원)와 현금·보증수표등 3~4백만원어치였다. 인기배우 문희(文姬)양은 30만원짜리 백금진주반지를 털렸고,「샤넬」양장점의 경우는 모두 3백15만원어치. 이쯤되면「핸드백」은 거액금고. 날렵한 솜씨로「핸드백」을 들치기했던 박정자(朴貞子·27) 채길자(蔡吉子·26)여인의 솜씨는 명성을 이미 획득했고, 그보다도 여성들이 주의할 것은「오토바이」날치기들. 요즘「오토바이」의 수요증가로 서울시내에 운행대수가 상당히 늘었는데 그들중에는 여성들의「핸드백」만을 노리는 고속 도둑들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된다. (1) 걸어갈 때는 절대로 차도쪽을 걷지 말고 안쪽으로 갈 것 (2) 건널목에서 신호대기중에는「핸드백」을 팔에 걸치거나 행인들의 뒤쪽에서 기다릴 것 (3)「핸드백」은 언제나 차도의 반대쪽 손에 들 것 (4) 한산한 큰길가를 걷지 말 것-어떤 여성이 들려주는 주의 사항이다. 또 호젓한 밤길을 노리는「핸드백」날치기는「백」만 빼앗는게 아니라 가냘픈 여성을 때려 뉘기까지 하니 무섭다. 요 조심!「핸드백」 손재수도 그렇지만「핸드백」은 여성의「프라이버시」-. 그 「프라이버시」를 날치기 당한다는게 더욱 부끄러운 일이다. 연예인「백」엔 거의 화장품…출연료등 수표있을 때도 그러나 악의에서가 아니라도 그속을 들여다보고 싶은 호기심이 없지도 않은데…. 다음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공개한 각계여성의「핸드백」목록…. 문희(24·영화배우)양= 대소 60여개의「핸드백」을 갖고있다. 이번「샤넬」양장점에서 잃어버렸던 진주반지(싯가 30만원가량)는 그날 영화촬영용으로 쓰고「핸드백」속에 빼넣었던 것.「액세서리」를 사랑은 하지만 달고다니는건 별로 좋아 하지않아 자연「백」속에 넣고 다닌다. 화장품은 화장「케이스」에 넣고 돈은 안가지고 다닌다.「백」속에는 손수건 2장, 안약(촬영용으로 우는 장면을 찍을 때 쓰는)정도가 상비품. 오현주(디자이너)씨= 그날의 기분이나「스케줄」에 따라「핸드백」의 모양은 달라지지만 내용물은 언제나 비슷하다. 「립·스틱」2개(자주색·분홍색)「아이·라인」「파운데이션」「마스카라」물연지「아이섀도」「그레이스·페인트」등 화장품 계통이 단연「톱」.「머플러」(나일론제품)손수건 2장, 가죽장갑, 수첩(단골 손님 전화번호가 까맣게 적힌)「볼·펜」2개, 명함 1개(그날 처음 온 손님에게 받은 것), 복권 1장, 현금 4천2백원, 그리고 못쓰게 된「거들」(?) 1개. 최지희(崔智姬·배우)양= 유행따라 산 것이 1백여개. 요즘은 까만 가죽의 끈이 긴「백」을 어깨에 걸치고 다닌다. 현금은 용돈으로 1만원쯤. 출연료가 수표로 나오니까 때에 따라서는 몇십만원 들어 있을 때도.「루즈」, 간단한 눈화장기구, 향수, 손수건이 내용물. 때에 따라서는 귤,「검」같은 식용품이 들어 갈때도 있는데 그만큼 큼직해서 편리하다. 미국서 사온「백」인데 장식이 좀 까다로와서 방범용으론 안성마춤. 이영숙(李英淑·가수)양= 악보와「레코드」를 넣을 수 있는「수트·케이스」가「핸드백」대용. 예쁜「백」이 나오면 사두지만 실용성이 없어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수트·케이스」속에는 화장품 일체가 구비돼 있다. 무대용 의상도 2,3벌. 돈은 손지갑에 넣는데 용돈 4,5천원. 이밖에 성대보호용 약품과 비상용 상비약 몇가지.「핸드백」이 의상실 약방 화장대를 모두 겸하고 있다. 신미림(辛美林·한식집「마담」)씨= 긴 끈이 달린 검정「핸드백」. 돈지갑 1개, 「콤팩트」1개, 향수 3병,「라이터」4개, 손수건 1장,「브로치」1개,「엑스포70」「메달」1개,「이어링」1쌍, 머리「핀」3개, 명함 20장 가량. 돈지갑속에는 10만원권 수표1장, 현금 5천원. 길을 다닐때 차도 가까이 다니거나 차도쪽 손에「핸드백」을 쥐지 말라는 당부. 왜냐하면 요즘「오토바이」타고「핸드백」날치기하는 불량배가 있다는 것. 박초선(朴招宣·국악인)씨= 길이 40cm가 넘는 검은색 대형「핸드백」. 안에는 화장도구, 손거울, 흰장갑, 손수건, 휴지 등. 특색있는 것은 창을 부를 때 손에 쥐는 큼직한 부채가 두자루. 소형「노트」가 두툼해서 살짝 펴보니까 할아버지가 전해주었다는 판소리 가사가「잉크」로 가득 쓰여있다. 제일 소중한 물건이「노트」여서 특별히 큼직한「나일론」보자기에 싸여 모셨고. 각계인사가 보내온「프로그램」과 초대장이 몇장.「핸드백」속에 들어 있는 조그만 돈지갑에는 돈이 4천7백원. 웬돈이냐니까 스승 김여란(金如蘭)선생을 찾아가는데 과일이나 좀 사가지고 갈 예정이라고. 그러나 보통때 용돈도 늘 이 정도는 되는듯한 눈치다. -피임약은? 혼자사는 사람이니까 그런 약은 필요없다면서 눈이 찢어지게 흘겨댄다. 여행원은 빳빳한 돈넣어…기자 백속엔 귀금속 없고 윤경희(尹京姬·은행원)양=「립·스틱」에서부터「콤팩트」그리고 머리「핀」3개, 빳빳한 새돈 5백원권이 7천원. 다음 10만원짜리 적금 통장이 1권. 엽서가 3장, 주민등록증과 행원증, 마지막으로「미니」옷솔과 까만 손도장 1개. 김재숙(金在淑·여기자)씨= 기자라는 직업 탓인지「백」이 크다. 안은 3칸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우선 좌·우칸부터 보면-「세므」장갑, 손수건,「머플러」,원고지(10장), 수첩,「검」봉지(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만), 모사회단체 행사안내「팸플리트」,휴지,「볼·펜」「헤어·브러시」동전 1개(10원짜리)등. 귀중칸인 가운데「지퍼」를 열면-작은 돈지갑(지갑 속에는 10원짜리 지폐 2장), 향수병, 화장「케이스」(속에는「루즈」,「콤팩트」,「콜드」,「파운데이션」)「샴푸」(치약형의「주브」로 된 것), 명함 4장(모두 저명인사), 열쇠 2개, 도장, 신분증, 지갑(속에는 주민등록증, 기자증과 일금 3천7백40원), 반지, 목걸이 등 값나가는 물건은 없다. 이상의 물건들이 5천원 주고 샀다는「핸드백」속에 차곡히 들어찼는데 돈으로 환산해보면 2만원미만. 이「핸드백」속에 최고로 담았던 돈은 20만원(곗돈 탔을 때) 평균 한달에 한번씩「핸드백」속을 정리한다는데 공개를 하고나서 『어휴! 굉장히 많이 들어 있구나!』하고 본인도 새삼 감탄. [선데이서울 70년 12월 20일호 제3권 51호 통권 제 116호]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15년만에 앨범 낸 이은하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15년만에 앨범 낸 이은하

    많은 경우 큰 감동은 보이는 것보다 들리는 것에서 생성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운드’가 그것이다. 영화의 명장면에도 음악이 잔잔히 깔려야 가슴 찡하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 아련하게 기억에 남는다. 노래도 마찬가지다. 얼굴이 못생겨도 흉내낼 수 없을 만큼 고운 목소리로 심금을 울리면 사람들은 그냥 소리에 취해 ‘뿅’간다. 그래서 가수는 가도 그 소리는 영원히 남는다. 고 김정구 선생의 ‘눈물 젖은 두만강’이나 1965년에 작고한 이난영 선생의 ‘목포의 눈물’이 여전히 애창되는 이유의 한 가닥은 여기에 있지 않을까. ‘멀리 기적이 우네 나를 두고 멀리 간다네, 언젠가는 또 만나겠지 헤어졌다 또 만난다네∼’로 시작되는 ‘밤차’의 가수 이은하(46)씨.1970년대 동료 가수 혜은이씨와 함께 방송무대를 주름잡았던 스타 가수였다. 당시 ‘디스코의 여왕’으로 군림했던 이씨는 ‘아직도 그대는 내사랑’,‘봄비’,‘아리송해’,‘돌이키지마’ 등 연이어 히트곡을 내놓으면서 10대 가수상을 10년 가까이 휩쓸 정도였다. 목소리는 흐느끼듯 허스키했고, 특유의 율동은 답답했던 대중들의 가슴을 뻥 뚫어주는 청량제 역할을 했다. ●트로트 아닌 ‘트랜스´ 음악으로 승부 그랬던 그가 1992년 어느날, 그 추억의 목소리만 남긴 채 훌쩍 사라졌다.‘언젠가는 또 만나겠지∼’라는 그의 노랫말처럼. 그로부터 꼭 15년 세월이 지난 최근 ‘아직도 그대는 내사랑’이라며 올드팬들 앞에 반갑게 모습을 드러냈다.‘컴백’이라는 새 앨범을 내고 다시 가요무대에 컴백한 것. 그 중 신곡 ‘사랑도 추억만큼 기억될 수 있다면 우린 아마도’라는 긴 제목의 노래가 눈길을 끈다.‘등 뒤로 찬바람이 불면/지난 세월을 되새겨보죠∼/사랑하고 이별연습 하면서/내 인생의 많은 걸 생각해요∼’ 팬들은 ‘왕년의 이은하’와 함께했던 지난날들을 되새길 기회를 갖게 됐다며 벌써부터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다. 타이틀곡 ‘컴백’을 비롯해 ‘드라마’,‘기억상실’,‘돈 스탑(Don’t Stop)’ 등 12곡의 노래에 재즈 하우스, 트랜스(전자음악의 한 종류), 발라드, 댄스 등 다양한 장르를 버무렸다. 중견가수 이은하의 ‘컴백’은 나름대로 각별한 의미가 있다.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다는 점도 그렇고 이번 앨범에서 ‘재즈 하우스’를 시도했다는 점도 눈길을 끌 만큼 신선하다. 중견가수들이 ‘안전하게’ 선택하는 트로트 대신 새로운 음악을 꺼낸 것도 새삼 그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그는 “나이 들어도 새로운 가수, 뭔가 열심히 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컴백 일성을 내놓았다. 이번 앨범을 위해 3년 동안 비지땀을 흘렸다. 작사·작곡에도 직접 참여했다.3년 전 유럽여행을 갔는데, 그곳에서는 중견가수들이 트랜스·일렉트로닉 음악을 하는 것을 보고 충격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신나는 리듬에 희로애락이 녹아 있는 게 트랜스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이씨를 만났다. 자리에 앉자마자 코를 매만지며 “보형물 뺐더니 약간 내려앉은 것 같다.”며 소녀처럼 말갛게 웃는다. 잘나가던 시절 성형수술로 콧대를 높였는데 최근 가요계에 컴백하면서 그걸 쏙 빼냈더니 오히려 홀가분하다는 것. 또 세살 높여 살았던 자신의 과거를 커밍아웃한 것도 비슷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컴백한 소감에 대해 “개그우먼 이영자가 그러더군요.‘늦둥이 하나 낳은 기분이 어떠냐.’라고요.”라고 전했다. 그동안 가요계 뒷전에서 조용히 살다가 ‘컴백’이라는 앨범(늦둥이)으로 불쑥 나타난 그를 격려하는 말이다. 팬들이 그동안 뭐하면서 지냈는지 궁금해한다는 질문에 “사실 방송무대와는 멀리 있었지만 매년 연말 디너쇼 등으로 틈틈이 가요활동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또 ‘IMF’ 외환위기 때 일본 진출을 시도했으나 준비가 매끄럽지 못해 실패했으며,‘ZZ엔터테인먼트’회사를 차려 제작자의 길을 가려고도 했지만 몇억 빚만 짊어지고는 중도하차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다시 제작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버리지 않고 있으며, 열아홉살 남자를 소프트록 가수로 키우고 있다고도 귀띔했다. ●싱글 아닌 싱글… “노래와 결혼했어요” 이씨는 아직 싱글이다. 여의도의 한 아파트에서 혼자 산다. 아무리 싱글이라지만 그 흔한 사랑 얘기 한 토막 얻어들을 게 없을까 싶었다. 슬쩍 ‘러브스토리’도 좀 소개해 달라고 눙을 쳤다.“좋다고 생각한 남자 친구가 있어 자주 만났다.”는 그는 “그렇지만 같이 살기엔 성격이 서로 잘 맞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와 지금은 편한 친구 관계로 가끔 통화를 하면서 지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녀 관계라는 게 원래 감당할 수 없이 뜨겁다가도 식어지면 덤덤해지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굳이 결혼을 안 할 생각은 없지만 지금은 노래와 결혼했다고 생각하니 훨씬 마음이 편하다고 부연했다. 그가 문득 원래의 나이를 되찾기 위해 법원에 소를 제기한 얘기를 꺼냈다. “제가 1961년 3월29일 생입니다.1973년 데뷔하면서 17세 미만은 방송에 출연하지 못할 뿐 아니라 가수증도 내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음반회사나 주위 선배들이 그렇게(3살 나이 올리는 호적) 해야 된다고 나서 본의 아니게 나이를 속이게 된 셈이지요.” 고민하던 중 그는 3년 전부터 가족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자연스럽게 나이 정정에 대한 법원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어릴 때 다니던 서울 홍릉초등학교의 생활기록부, 그리고 77년 졸업했던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의 경남여상 학적부 등을 어렵게 찾아내 법원에 ‘내 나이 돌려주세요.’라고 요청했다. 그는 워낙 어린 나이에 음악을 시작했기에 시키는 대로 노래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혼나지 않기 위해 우울한 블루스를 불렀고,20대 중반쯤에야 록음악을 접하고는 무척 좋아하게 됐다고 했다. 평소부터 ‘밝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많았다. ●다섯살 데뷔 때부터 ‘허스키 보이스´ 눈길 그는 서울 왕십리 토박이. 아버지는 아코디언 등 악기연주에 탁월해 지방연주 때마다 자주 초청을 받았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어린 딸 은하를 항상 데리고 다녔다. 가수 하춘화처럼 다섯살 때 무대에 처음 서게 된 계기도 아버지 덕분이다. 그러던 중 주위에서 “딴따라 하면 배고프다.”며 딸 이은하를 공부시켜야 한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계속 딸의 음악적 재능에 관심을 가졌다.‘황포돛대’,‘섬마을 선생’ 등을 기타반주와 함께 부르게 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버지 손에 이끌려 작곡가 김준규씨를 찾아갔더니 “어쩌면 그렇게 허스키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느냐.”고 반색하면서 선뜻 곡을 만들어주면서 음반 취입을 주선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임마중’(1973년)이었다. “당시 아버지는 왕십리 출신으로 돌아가신 서영춘, 이기동 아저씨 등 코미디언분들과 무척 친했어요. 판이 나오면서 십시일반으로 그분들한테 도움도 받았지요. 방송에 노래가 나오면 그분들이 우리 집에 와서 훌륭한 가수라고 저한테 격려를 많이 해주시기도 했고요.” 그는 남동생을 밑으로 둔 맏이로 태어났다. 아버지(69)와 어머니(73)도 여전히 건강하다. 서울 약수동에 사는 아버지는 자전거로 온동네를 돌아다니며 소일하신다. 생활비는 딸 은하가 매달 거르지 않고 드려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효녀라는 칭송도 자자하단다. “저는 노래와 결혼했어요. 정말이지 늦둥이 ‘컴백’이라는 아이도 순산했고요. 보란 듯이 아름답고 새로운 인생을 살 겁니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tpgod@seoul.co.kr
  • 한국·일본 두 여류작가 1년 주고 받은 편지묶음

    한국·일본 두 여류작가 1년 주고 받은 편지묶음

    “서로 무슨 얘기를 쓰자고 미리 약속한 것도 아닌데 지난번 편지에서 우리는 결국 서로 같은 얘기를 쓰고 있었지요.”(신경숙) 한국 작가와 일본 작가 사이에 물길이 트였다. 신경숙(44)과 일본의 중진작가 쓰시마 유코(60)가 1년간 주고받은 편지를 ‘산이 있는 집 우물이 있는 집’(현대문학 펴냄)에 담았다. 10년전 한·일작가심포지엄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2년전 신씨의 제의로 2006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편지를 주고받았다. 북한산 자락을 바라보는 신씨의 집과 아직도 우물이 남아 있는 쓰시마 유코의 집이 그대로 제목이 됐다. 일본 근대문학의 거장 다자이 오사무의 딸이기도 한 쓰시마 유코는 애인과 투신자살한 아버지의 죽음을 신경숙에게 스스럼없이 털어놓는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같은 반의 한 아이가 내게 와서는, 니네 아버지 살인자라며? 물었습니다.…인명사전에서 아버지에 대해 알아봐야겠단 생각을 했지요. 다행히 살인을 했다는 기록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아버지의 일생은 내가 알지 못하는 말로 마감되어 있었어요.” 그는 또 다운증후군인 오빠와의 사별이 주는 상실감, 순진하고 즐거웠던 시절 등을 담담하게 술회한다. 신씨도 헛간에 숨던 어린 시절의 기억과 글을 몰라 자신의 작품을 읽지 못한 어머니 이야기, 서로의 작품에 대한 감상과 한·일 사회에 대한 단상을 주고받는다.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남북분단에 대한 생각도 함께한다. 신씨와 쓰시마 유코는 1년간의 교감이 “국경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매일의 생활 속에 그대로 녹아든 자그맣지만 아름다운 선물 같은 경험”이었다고 고백한다. 슬픔에 울걱이고 기쁨에 출렁이던 두 작가 사이의 물살이 어느 순간 합쳐져 한 방향으로 흐른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파산신청에 면책 불허 ‘생계 막막’

    Q과거 벤처기업을 운영할 때 진 10억원가량의 보증채무가 있습니다. 취업해 근근이 살다가 급여에 압류가 들어오는 바람에 직장을 그만두고 파산신청을 했는데, 면책을 불허한다는 결정을 받았습니다. 생활고에 지친 아내의 요구에 따라 이혼하면서 2500만원 월셋방을 넘겼다는 이유였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요. -김영화(47세)- A파산제도로 채무를 면하기 위하여는, 약간의 면제재산을 제외하고는 채무자가 가진 것을 채권자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내놓는 것이 규칙입니다. 이혼을 하면서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대책을 세워주는 것은 사람의 도리라고 하겠습니다만, 그것은 가정 내부의 사정입니다. 위자료, 재산분할은 가정 외부의 제3자에 대한 채무를 청산하고 남은 것으로 주게 되어야 하는데 비록 사소한 금액이지만 채권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재산을 빼돌린 꼴이 된 것이고 파산법원이 이 점을 명분으로 삼은 것으로 봅니다. 이미 지나가버린 일을 후회하기보다는 이제 면책을 못 받은 상태에서 생활하여야 할 것입니다. 파산을 받고 면책을 못 받은 상태는 실질적으로 파산신청을 하지 않은 상태와 같습니다. 채무가 면해지지 않았기에 채권자들은 계속 돈을 달라고 독촉을 할 수 있고 소송을 걸어올 수 있으며 채무자가 가진 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피하기 위하여 많은 채무자가 남의 명의를 빌려서 사업을 하고 주거를 마련하고 남의 이름으로 회사에 취업을 합니다. 채권추심은 파산 선고 이전보다 훨씬 덜합니다. 왜냐하면 파산의 선고는 채무자가 상환 능력을 잃었다는 것을 공적으로 선언하는 것이고 채권자들도 그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소송을 하고 강제집행을 하는 것은 비용 지출을 수반하는데, 그 결과 받을 것이 없다면 이를 실행할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채무자가 많은 재산을 감추어 놓은 것이 발견되거나 갑자기 재산을 물려받는 일이 생기면 채권자들의 주의를 끌게 될 것입니다만 이런 경우는 예외에 속합니다. 파산선고를 받고 면책을 받아 복권되지 않은 것을 이유로 취업이 제한됩니다만 이것은 직업공무원, 변호사 등 특정 직종에 국한됩니다. 시의원, 도의원, 국회의원, 도지사와 같은 선출직 공무원에 대하여는 이같은 제한이 없고, 의사, 약사, 한의사, 간호사와 같은 의료인도 면허가 취소되지 않습니다. 파산의 선고를 받은 사실은 위임계약의 종료사유가 되므로 이론상으로는 법인의 이사·대표이사 직을 상실하지만, 파산 선고를 받은 사실을 아는 상태에서 법인이 이사·대표이사로 선임하는 것을 금하는 규정은 없기 때문에 법인 이사·대표이사가 되는 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면책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취업하여 채권자들의 주의를 끌지 않고 잘 다니고 있는 사례도 종종 있습니다. 물론 언젠가는 취업하여 받는 급여에 대하여 채권자들이 압류를 시행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경우 회생절차 또는 개인회생절차를 이용하여 면책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파산절차에서 면책을 받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개인회생절차를 이용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어디에도 없기 때문입니다. 상환되지 않는 부실채권은 채권자의 입장에서도 골칫거리가 됩니다. 따라서 채권자는 이것을 보유하면서 관리하는 비용을 들이는 것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전문적인 추심업자, 부실채권투자자에게 매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나중에 어떠한 연유로든 여유가 되면 이 채권을 적정 가격에 매입하는 방향으로 과거의 채무를 청산할 수도 있습니다. 파산 절차에서 면책을 받지 못하였다고 절망하지 마세요.
  • [병자호란 다시 읽기] (31) 모문룡의 작폐Ⅰ

    [병자호란 다시 읽기] (31) 모문룡의 작폐Ⅰ

    인조반정 성공 이후 조선이 표방했던 대외정책의 성격은 ‘친명배금(親明排金)’이었다. 그런데 ‘친명’은 분명 실천했지만 ‘배금’은 쉽사리 실천할 수 없었다.‘배금’을 실천하려 할 경우 필연적으로 후금과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조선의 존망까지 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괄의 난을 비롯한 내부 변란을 겪었던 와중에 조선은 후금과 군사적 모험을 벌일 능력도 여유도 없었다. 조선이 1627년 후금으로부터 침략을 당하게 된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거의 전적으로 모문룡(毛文龍)과의 관계 때문이었다. 모문룡과 가도 ( 島)의 동강진(東江鎭)은 인조반정 이후부터 병자호란 직후까지 조선, 명, 후금 삼국관계의 ‘키워드´였다. ●모문룡과 가도의 존재 의미 1618년 누르하치에게 무순(撫順)을 빼앗긴 이후 명은 요동에서 연전연패했다.1619년 사르후에서 참패한 직후 개원(開原)이 무너졌고,1621년에는 요양(遼陽)이,1622년에는 광녕(廣寧)이 넘어갔다. 정치, 군사적 거점이자 전략적 요충이었던 요양과 광녕이 함락됨으로써 명은 사실상 요하(遼河) 이동의 만주에 대한 지배권을 상실했다. 만주의 상실은 조선과 명을 연결하는 육로가 사라진 것을 의미했다. 이제 조선과 명이 연결되려면 철산(鐵山)에서 요동반도 연해를 거쳐 등주(登州)로 이어지는 해로를 이용해야만 했다. 그것은 육로에 비해 불편하고 위험했다. 실제 조선과 명의 신료들은 험악한 해로를 두려워하여 상대방 국가로의 사행(使行)을 꺼리게 되었다. 한 예로 1626년 조선에 왔던 한림원(翰林院) 편수(編修) 강왈광(姜曰廣)은 이 위험한 바닷길을 ‘고래 아가리(長鯨之口)’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요동 길이 사라진 것은 조선에 대한 명의 영향력과 ‘통제력’이 대폭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과거에는 조선에서 무슨 일이 있을 경우, 북경 정부는 요양의 요동도사(遼東都司)를 통해 바로 조선을 견제할 수 있었다. 해로를 통해서는 그것이 여의치 않았다. 바로 그때 등장한 인물이 모문룡이다. 앞에서(25회) 언급했지만 광해군은 모문룡을 ‘화근’으로 여겼다. 그래서 그를 설득하여 섬으로 밀어 넣었다.1622년 철산 앞바다에 있는 가도( 島)로 들어갔던 모문룡은 가도와 주변의 목미도(木彌島) 등을 아울러 동강진이라는 군사 거점을 만들었다. 일개 섬에 불과한 가도를 거점으로 요동을 수복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 조정은 가도를 매우 중시했다. 후금과 조선을 견제하는 전략 거점으로 보았던 것이다. 특히 1626년 명의 주문욱(周文郁)은 가도의 존재 의의를 명확히 정의했다.‘조선은 비록 약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조선이 후금에 넘어가면 우리가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오늘날 가도는 바로 조선이 반역하는 것을 방지하는 거점이다’. ●‘찬밥’에서 ‘은인’으로 변신 가도는 농토가 적고 척박한 섬이었다. 식량을 자급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런데도 모문룡이 가도로 들어간 이후 수많은 요동 출신 한인(漢人), 즉 요민(遼民)들이 가도로 몰려들었다. 모문룡을 ‘비빌 언덕’이자 의지처로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도에 식량이 없어 굶주리게 되자 요민들은 다시 조선에 상륙했다. 이미 광해군 말년부터 철산, 용천, 의주 등 청천강 이북(淸北)지역은 요민들로 넘쳐났다. 요민들은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식량을 구걸했다.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관아를 습격하거나 민가를 약탈했다. 조선 백성들의 피해가 급격히 늘어났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요민들 때문에 후금의 침략 위협이 높아지는 점이었다. 자신들이 점령했던 요동 지역에서 노비로 부렸던 요민들이 줄지어 가도와 조선 영내로 탈출하자 후금은 격앙되었다. 이미 1621년 12월, 후금은 모문룡을 제거하기 위해 조선을 침략한 적이 있거니와 후금은 조선 조정에 거듭 경고했다. 모문룡을 축출하고, 요민들을 받아들이지 말라고 요구했다. 광해군은 후금의 침략을 우려하여 모문룡을 채근했다. 휘하 병력을 육지에 상륙시키지 못하도록 단속하고, 요민들을 속히 산동(山東) 지역으로 이주시키라고 요구했다. 모문룡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광해군 또한 식량과 군수 물자를 제공해 달라는 모문룡의 요구를 회피했다. 모문룡은, 자신의 요구에 고분고분하지 않은 광해군에게 이를 갈았다. 광해군때 ‘찬밥’ 신세였던 모문룡은 인조반정을 계기로 ‘은인’으로 변신했다. 그가 인조가 명 조정으로부터 승인받는 데 힘을 썼던 것은 이미 언급한 바 있다. 인조대의 모문룡은 광해군때보다 조선에 훨씬 버거운 존재가 되었다. 인조와 조선 신료들은 모문룡이 보낸 차관(差官)을 융숭하게 대접했고, 그때마다 거의 빠짐 없이 ‘인조가 책봉된 것은 모야(毛爺)의 덕분’이라는 상찬을 빼놓지 않았다. 더욱이 이괄의 난 때문에 정권을 잃을 뻔했던 뒤로 모문룡에 대한 의존 심리가 더 높아졌다. 이미 반란 초기에 모문룡에게 원병을 요청했다. 문제는 정권의 모든 역량을 기울여 난을 겨우 진압한 다음이었다. 반란 진압으로 힘이 거의 고갈되자 인조 정권은 후금이 침략해 오는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고, 자연히 유사시 모문룡에게 의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인조 정권은 모문룡의 공적을 기리는 송덕비(頌德碑)를 세웠다. 조선을 오가는 명나라 사신들에게 보여 주기 위한 목적이었다. 인조반정의 원훈(元勳)이었던 김류(金 )가 붓을 들었다. 그는 비문에서 먼저 모문룡이 진강(鎭江)에서 이룩한 승리의 전말을 기록하고 찬양했다. 이어 ‘모문룡의 은혜를 배신한 광해군의 배은망덕’을 질타했다.1621년 12월, 후금군이 모문룡을 공격한 것은, 실상 광해군의 밀지(密旨)를 받은 의주부윤 정준(鄭遵)이 모문룡을 제거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유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류는 나아가 ‘모문룡이 조선을 후금으로부터 지켜주고 동방의 백성들을 보호해준 덕과 은혜가 하늘과 같다’고 찬양했다. 그러면서 모문룡이 ‘요동 수복’의 대업을 이룰 것이라며 그의 앞길을 축원했다. ●격화되는 모문룡의 폐해,‘은인’의 실상 김류의 찬양과 기대는 오산(誤算)이자 부질없는 짓이었다. 모문룡은 ‘요동 수복’은커녕 조선을 도울 역량이나 의지도 없는 인물이었다. 가도로 들어간 이후, 그가 보였던 행태를 보면 명확히 드러난다. 모문룡은 가도와 목미도의 이름을 제멋대로 뜯어고쳤다. 본래 가도와 목미도는 엄연히 조선 땅이지만 모문룡이 점거한 이후 명에 임대되었다. 모문룡은 가도를 피도(皮島)로, 목미도를 운종도(雲從島)로 고쳤다. 순전히 미신적인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모문룡은 자신의 성인 ‘모(毛-터럭)’는 ‘가죽(皮)’이 없으면 붙어있을 수 없다는 이유로 가도를 피도로 바꾸었다. 또 자신은 ‘용(龍)’인데 ‘용은 구름 속으로부터(雲從) 나온다.’는 속설에 따라 목미도를 운종도로 바꾸었다. 자신의 안위를 지키는 데 급급했던 인물이었다. 인조와 조선 조정이 모문룡을 ‘은인’으로 인식하면서 그 휘하의 병력과 요민들에 대한 태도에 변화가 나타났다. 광해군때와 달리 그들이 조선 영내로 상륙하는 것을 제지하지 않고 방임했다. 그것을 계기로 10여만 이상의 요민들이 청북 지방을 휩쓸었다. 휘하의 병력들은 용천, 철산 일대에 둔전(屯田)을 설치했다. 기세등등한 그들의 횡포 앞에 조선의 지방관들은 움츠러들었다. 떼를 지어 다니며 민가를 약탈하고 백성들을 구타하는 것이 다반사가 되었다. 청북의 백성들은 그들의 횡포를 피해 이주했다.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조정은 연일 대책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모문룡을 ‘은인’으로 여기는 한 뾰족한 방도는 없었다. 이정구(李廷龜)는 요민들을 ‘새로운 홍건적(紅巾賊)’이라 지칭하고, 방치할 경우 청북은 조선 영토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朴측 “李캠프-국정원 간부 연계” 李측 “3류 추리소설”

    朴측 “李캠프-국정원 간부 연계” 李측 “3류 추리소설”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은 7일 이해찬 전 총리 홈페이지 등에 게재돼 논란이 된 ‘최태민 보고서’는 국정원이 만든 문건이 아니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 문건을 언론 등에 유포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간부 박모씨를 직위해제한 상태다. ●유출 혐의 국정원 간부 직위해제 한나라당 박근혜 대선경선 후보 캠프 소속 의원 8명은 이날 “이명박 후보 캠프가 국정원과 짜고 정치공작을 펴고 있다.”며 국정원을 항의 방문, 김 원장과 1시간30분 동안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김 국정원장은 국정원 자체 조사 결과 일부를 공개했다. 이혜훈 캠프 대변인은 “국정원이 문서 작성부서와 관리부서 등 관련 부서를 모두 조사했지만,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최태민 보고서를 만든 부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김 국정원장의 말을 전했다. 박 후보가 퍼스트 레이디 대행을 하던 시절인 1977년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가 A4 용지 반쪽 분량으로 최태민씨 관련 횡령·사기 의혹을 정리한 적은 있지만, 최근 유통되는 보고서는 국정원이 만든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박측,“이 후보 사퇴 의사 없나?” 이날 1시간 남짓 이뤄진 국정원장 면담에서 박 캠프측 의원들은 사건 전모를 밝히고 관계자들을 엄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김만복 국정원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고 박 후보측 이 대변인이 전했다. 동행한 엄호성 의원은 김 원장이 국정원 내부조사를 통해 문제의 문서를 생산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서와 문서 관리부서, 문서수발부 등을 조사했으나 문서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유승민 정책메시지총괄단장은 선거대책위 명의로 된 기자회견문에서 “겉으로는 국정원 정치공작을 비난하면서 속으로는 국정원과 내통, 제2의 김대업을 배후조종, 상대후보를 음해한 이 후보 캠프에 환멸을 느낀다.”면서 “한나라당 경선 역사상 가장 추악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를 향해서는 “추악한 정치공작에 책임을 지고 후보를 사퇴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고, 이 후보 캠프에는 “캠프인가, 범죄집단인가.”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박 후보측은 ‘최태민 보고서’ 유출 사건과 관련해 검찰수사를 받는 국정원 간부 박모씨와 고위간부 K씨가 이 후보 캠프의 국정원 출신 비선팀과 연계, 최태민 보고서 등을 생산하고 유출시켰다고 주장했다.“박씨가 이 후보 캠프 박창달 전 의원과 60여차례 통화한 기록을 검찰이 확보했고, 박씨는 이 후보 측근 J 의원,K 전 의원,S 전 언론인 등과 골프 회동을 가졌다.”는 제보 내용도 공개했다. 박 후보 비방 기자회견을 했다가 구속된 김해호씨와 이 후보측 핵심 인사 임현규씨의 연계 의혹에 대해서도 물고 늘어졌다. 박 후보측은 “이 후보 캠프 핵심 의원들이 김해호씨를 매수하기 위해 정치공작 자금을 건넨 정황도 김씨 본인의 메모에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가 이사장으로 있던 대구대·청구대 비리 의혹 기자회견에도 임씨가 개입했다는 추가 의혹도 제기했다. 박 후보측은 검찰에 이번 주말까지 수사 결과 발표와 음해공작 배후자 색출 및 사법 처리를 촉구했다. ●이측,“박측 몸부림이 애처롭다.” 이 후보측 박희태 공동선대위원장은 “야당과 국정원이 공모했다는데 ‘소가 웃을 일’이다.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면서 “어떤 국민이 박 후보측의 모독적 발언을 믿겠느냐.”고 비판했다. 장광근 대변인도 “결정난 판세를 뒤집어 보려는 박 후보측의 몸부림이 차라리 애처롭다.”면서 “범죄집단 운운한 데 대해 책임질 각오를 하라.”고 반박했다. 국정원 직원과 60여차례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지목된 박창달 전 의원은 “인척인 데다, 의원직을 상실해 취업 문제로 전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골프회동을 가졌다고 지목된 J의원은 “5∼6월쯤 국정원 동향 후배 주선으로 박씨 등 4명이 골프를 쳤지만, 이후 한번밖에 만나지 않았다.”고 말했다.S 전 언론인도 “어떤 경로로도 (박씨와) 접촉한 적이 없다.”고 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성윤석 시집 ‘공중묘지’

    성윤석 시집 ‘공중묘지’

    쇠뜨기, 바랭이, 쑥부쟁이가 무연묘(無緣墓)를 뒤덮었다. 비석도 상석(床石)도 없다. 활개도 축대(築臺)도 없다.10년이 지나도 찾는 이 없고, 묘적부에서도 지워졌다. 바람 불어 초록 풀씨 날리면 묘지는 수풀 속에서 형태마저 잃는다.‘더욱 버려져’ 마음 아린 무연묘에 시선을 주며 쓸쓸해하는 이, 성윤석(42) 뿐이다. 성윤석은 경기도 용미리 서울시립묘지 관리인 생활을 시작하고도 2년이 지나서야 놓았던 펜을 다시 들 수 있었다.25살 대학 4학년(1990년) 때 등단했고,31살(1996년) 때 첫 시집(‘극장이 너무 많은 우리 동네’, 문학과지성)을 냈던 시인. 두 번째 시집 ‘공중묘지’(민음사)가 나오기까지 11년이 걸렸다. ‘공중묘지’는 죽음으로 꽉 차 있다. 썩은 시체 눈알이 굴러 떨어지고, 시즙(屍汁)이 뚝뚝 흐른다. 몸에서 막 빠져나간 영혼은 ‘사랑해서 생긴 약점’(아내와 어린 자식들)이 맘에 걸려 세상을 떠돈다. 시집에 내리 깔린 죽음의 이미지엔 시인이 보낸 가혹한 시간이 더해졌다. 11년 동안 그는 신문기자와 공무원을 거쳤고, 사업에 실패했다.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동생이 죽었고, 충격받은 어머니는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몸의 평형기능을 상실하는 ‘양성발작성변환이석증’에 걸려 시인의 눈은 환상을 봤다. 지하철을 타면 두 다리가 공중에 붕붕 떴고, 눈 옆으로 꽃이 폈다. 밤마다 하얀 원피스 입은 소녀가 미간을 스쳐갔다. 묘지 앞에서 만난 시인은 “공포스러운 나날이었다.”고 회고했다. ●묘지에 와서야 공포를 떼어내다 시인은 그 공포를 무심한 언어로 옮겼다.“어머니는 기절했으며 / 조문객들은 낄낄대며 술추렴을 했다”(‘아우가 죽었다’)고 썼고,“미쳐 버리고 싶은데, 미쳐지지 않는 늦은 밤”에 “가끔 뒤로, 뒤로 / 정신의 불빛이 나가 버리곤 한다”(‘1과 8사이엔 무엇이 있나’)며 전정기관 망가진 자신을 관조했다. 공포로부터 자신을 떼어내 객관화할 수 있었던 건 살아 움직이는 것 없는 공중묘지, 온갖 버려진 것들의 집결지에 와서야 가능했다. “목매러 왔다 줄만 매달아 놓고 간 사람, 미혼모가 쓰레기통에 버리고 간 아이 시체, 묘지를 떠도는 애꾸눈 애완견…. 묘지의 살아있음이 눈에 보이면서 이야기들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죽음의 골짜기인 묘지에서 도리어 이야기는 살아나더군요.” 모든 사람이 무서워하며, 묘지 인부들마저 침 뱉으며 멀리하고, 까마귀떼만 날아오르는 공중묘지가 이제 시인에겐 일상이자, 밥을 벌고, 삶을 구하는 터전이 됐다. 늙은 산역 작업부가 “자네 이제 묘지 관리인이 다 되었네”(‘죽은 자들의 아파트에 눈이 내릴 때’)라고 할 만큼 ‘내공’ 쌓인 그는 죽음 가득한 행간에 생의 의지를 꼭꼭 숨겼다. 공중묘지는 죽어 떠도는 영혼이 마지막으로 의탁하는 안식처(‘공중묘지 6’)이자, 시체의 자양분을 찾아 산마가 무덤 밑으로 끝없이 뿌리 뻗는 곳(‘죽은 자들의 아파트에 눈이 내릴 때’)이다. 생명이 부글거리는 공간(‘알박기’)이다. “아버지가 묻혀 있는 동그란 무덤 속 / 아버지의 살점을 자양분으로 / 살모사는 새끼를 낳자마자 죽고 낳자 죽고 / 두더쥐와 굼벵이와 들쥐와 구더기는 아버지의 / 평생 속고 속아 썩어 문드러진 가슴께에서 / 햇빛처럼 떨어지는 생을 향해 / 부글부글거리겠지.”(‘알박기’) 시인은 “이승의 끝인 공중묘지에서 삶을 긍정함으로써 신산한 인생들이 겪어온 아픔을 치유하고 싶었다.”고 했다. ●묘지 관리인으로 활동하며 창작 ‘공중묘지’에 실린 58편의 시적 밀도가 모두 균일한 건 아니다. 묘지 관리인으로 일하며 쓴 최근 시들(1부)의 압도적 정서에 비해, 과거 젊은 날에 쓴 시들(2∼3부)은 다소 성긴 게 사실이다. 그 간극의 차이를 시인은 “영화처럼 꿈꿀 수 있다고 믿었던 젊은 시절과 달리 지금은 인생의 속살이 찬란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성윤석은 용미리를 떠나지 않겠다고 했다. 죽음도 공포가 아닌 평생 붙들고 씨름하고픈 화두가 됐다. 온갖 ‘아름다운 이유’로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는 저 바깥 세상, 그곳이야말로 거대한 공중묘지임을 깨달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美, 외국인 도청권 대폭 확대

    美, 외국인 도청권 대폭 확대

    미국의 외국인에 대한 도청 권한이 대폭 늘어나게 됐다. 미국 하원이 4일(이하 현지시간) 외국인 테러 용의자에 대한 비밀도청 권한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해외정보감시법(FISA) 개정안을 통과시킨 까닭이다. 이에 따라 반테러 활동을 위한 미국 내 수사기관의 도청 권한이 강화되고, 범죄 수사기관간 정보 공유가 다시 활발해지게 됐다. 전날 상원에서 통과된 이 법안은 이날 하원에서 찬성 227, 반대 183표로 가결됐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면 법률로서 효력을 갖게 된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하원에서 통과된 법안이 백악관으로 전달되는 즉시 서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FISA 개정안에 따르면 미국 안보 당국은 외국에 거주하는 테러용의자들이 미국 내 통신망이나 서버를 이용해 전화 통화나 이메일 외 다른 통신활동을 할 경우 사전 영장 없이 도청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이에 대해 부시 행정부는 이 법안이 테러방지 프로그램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법안이 정부로 하여금 법원·의회의 감독의 눈을 피해 미국민이 외국인과 전화통화, 이메일을 주고받을 때에도 마음대로 도청할 수 있도록 했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조 로프그렌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이 법안이 “테러 용의자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광범위하게 남용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반발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그동안 이번 법안에 제한 조치가 더 가해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부시 대통령은 민주당의 수정 법안을 거부하겠다고 위협하면서 8월 의회 휴회를 앞두고 개정법안을 밀어붙여 통과시키게 됐다. 민주당은 지난주 초반에 이 법안 개정을 둘러싼 논의에서 몇몇 양보 조항을 얻어냈을 뿐이다. 도청시 법무장관은 물론 국가 정보 당국 책임자의 승인을 얻도록 했다. 또 의회가 새 법안을 연장하지 않으면 6개월 후에 효력을 상실하도록 견제했다. 한편 조지 부시 대통령은 지난 1월 영장 없이도 도청할 수 있도록 해서 말썽을 빚어온 비밀 도청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해외정보감시법원(FISC)의 승인을 받아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테러용의자의 국제전화, 이메일 등은 FISC의 승인을 얻은 경우에 한해 도청이 이뤄졌다. 지난 1978년 제정된 해외정보감시법에 의거해 설립된 FISC는 스파이, 테러범 등 미국의 적에 대한 도청, 압수 수색영장 발급을 비밀리에 담당해왔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HAPPY KOREA] (17) 전남 무안군 백련마을

    [HAPPY KOREA] (17) 전남 무안군 백련마을

    “정부에서 언제 얼마나 지원해 준다고 합니까.”“정부에서 돈이 내려와야 뭘 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주민들이 주도해서 자율적으로 하라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대상지역 현장취재 과정에서 만난 주민들은 물론, 해당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자주 꺼내는 ‘단골 표현’이다. 전남 무안군 일로읍 하늘백련마을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 지원에 ‘길들여진’ 농촌 마을 원인을 찾다보면 그만큼 부족한 게 많은 탓도 있고, 농촌 지원에 한없이 관대했던 중앙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원인 찾기’도 중요하지만 지역 개발을 중앙정부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이른바 ‘거지 근성’을 버려야 할 때이다. 하늘백련마을 역시 마을 발전방향, 사업 추진일정 등을 담은 기본계획을 지난 6월 확정했다. 이를 근거로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정책이 구현된다. 그러나 중앙·지방정부의 지원 여부와 무관하게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드물다. 총 140억원 규모의 굵직굵직한 사업 대부분이 정부 지원과 연계돼 있다. 한 주민은 “대상지역 선정 이후 6개월 정도 지나는 동안 주민들이 뜻을 한데 모으고 열의가 생긴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정부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 그동안 추진한 구체적인 사업은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일로농협 김명진 상무는 “사업 계획에 비해 자체 재원 계획이 부족한 것 같다.”면서 “정부의 예산 지원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자칫 추진 동력을 상실할 수 있는 만큼 자체 추진 사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상무는 또 “주민들의 자율성이 강조되기는 했지만, 계획 대부분이 외관에 치우친 듯하고 미래를 내다본 중·장기 계획도 부실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공동생산기반시설로 의존적 태도 버려야 행정기관에 의존적인 태도는 특히 정부 지원이 끊겼을 때 더욱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중앙정부는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대상지역에 3년 동안 지원한다. 이후에는 지방정부와 주민들의 몫이 된다. 이 때 재원 부족을 이유로 마을 개발 계획이 ‘올 스톱’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피나는 살빼기 이후 부실한 자기관리에 따른 ‘실패한 다이어트’는 지역 개발에서도 언제든 빚어질 수 있는 현상이다. 때문에 공익기금을 마련, 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이끌어낼 수 있는 공동생산기반시설이 중요하다. 공동생산기반시설은 또 교육·의료·복지 등 부족한 기초인프라를 보완하기 위한 재원으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하늘백련마을 기본계획’에는 공간의 질과 삶의 질을 끌어올리고, 소득기반을 창출하기 위한 다양한 계획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재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공동생산기반시설에 대한 내용은 빈약하다. 조준범 목포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개인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돌아가지 않은 공동생산기반시설에 대한 고민은 아직 부족한 형편”이라면서 “지역이 자생력을 갖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측면에서 공동생산기반시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주민 교육프로그램이 각각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안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지역자원 활용 어떻게 하나 전남 무안군 일로읍 하늘백련마을은 ‘회산 백련지’를 끼고 있는 6개 자연부락을 일컫는다. 지금까지 백련은 주민들의 소득 향상에 기여하지 못했다. 또 마을 경관은 방문객들이 몰리는 백련의 아름다움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등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섞이지 않는 이물질’이었다. 하지만 지난 2월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대상지역으로 선정된 이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시간이 가져다준 선물,‘백련 호수’ 동양 최대의 백련 자생지로,33만㎡(10만 5000평) 규모를 자랑하는 전남 무안군 일로읍 회산 백련지. 접시 모양의 푸르른 연 잎이 뒤덮인 저수지 위로 새하얀 꽃 봉우리가 올라오기 시작하는 6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장관을 연출한다. 이 같은 ‘백련의 호수’가 형성되는 데는 10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당초 회산 백련지는 일제 시대에 인근 논에 물을 대기 위한 농업용수 공급용 저수지로 축조됐다. 하지만 1981년 영산강 하구둑이 건설된 이후 제 기능을 상실했다. 이를 계기로 저수지 축조 당시 인근 덕애부락 주민들이 저수지 가장자리에 심은 백련 12뿌리가 번식을 거듭, 현재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백련 외에 아침에 피었다가 오후에 꽃봉오리를 닫는 수련, 가시가 매력적인 가시연 등 다양한 연꽃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지금은 연간 방문객만 100만∼150만명에 이르고, 올해로 11번째를 맞는 백련축제(8월4∼12일)도 무안의 대표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목포대 조준범 교수는 “이곳 백련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토착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면서 “다만 이같은 상징적 의미에 비해 실제 활용 측면에서는 개선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포장되지 않은 선물’은 가치가 없다 부용, 수단화라고도 불리는 연꽃은 ’꽃의 군자’로 간주된다. 특히 백련은 관상용은 물론, 식용·약용 등으로도 인기가 높다. 열매는 콩팥·지라 기능을 보강하고, 불면증에 효과가 있다. 연잎은 설사·두통·어지럼증·야뇨증에 효과가 있고, 연근·연방·수술·배아 등은 지혈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직 연 재배농가가 전체 310가구 중 17%인 53가구에 불과하다. 또 연 재배면적 역시 전체 경지면적 2.4㎢ 중 20%인 0.5㎢에 그치고 있다. 주민 박행철(60)씨는 “연 재배농가는 같은 면적에 벼를 심는 것보다 두배 가까이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면서 “하지만 기계화된 시설이 없어 연을 수확하기 위해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판로 확보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곳 일로농협은 최근 주민들과 손잡고 ‘백련 산지유통센터’를 설립하고, 마을 인근에 저온저장고를 건립했다. 이를 통해 올해부터 마을에서 생산되는 연 관련 생산물을 전량 매입한 뒤 농협 유통·판매망을 통해 판로를 개척할 계획이다. 주민들은 이에 발맞춰 공동브랜드인 ‘하늘백련’에 대한 상표 등록을 마쳤다. 연향차·연입차 등 차상품도 개발했으며, 액세서리·목욕용품 등으로도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일로농협 김명진 상무는 “연의 효능 연구와 저장기술 개발도 지원할 계획”이라면서 “연 관련 상품들이 대중화되면 방문객 유치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무안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서삼석 무안군수 “‘특화사업’ 역할모델 될것”“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이 지역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하늘백련마을을 만들겠습니다.” 서삼석 무안군수는 “그동안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부족해 결국 흐지부지되는 정부 사업이 수없이 많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서 군수는 “연꽃이 만발하는 7∼8월에만 반짝 손님을 맞이하는 장소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면서 “방문객들이 연중 꾸준히 찾고, 이를 통해 주민들이 새로운 소득기반을 창출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서 군수는 또 “중앙정부의 지원이 본격화하면 사업 추진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면서 “다만 중앙정부가 지원금의 용도를 지나치게 제한하면 지역특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특화사업을 추진하는데 제약이 큰 만큼 부작용만 우려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믿고 맡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안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희귀 난치병 도전과 정복] (41) 당뇨망막증

    [희귀 난치병 도전과 정복] (41) 당뇨망막증

    40대 초반부터 당뇨병 치료를 받아온 조두완(59·자영업)씨는 최근 눈이 침침해져 안과를 찾았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노안이려니 했는데 진찰 결과 당뇨 합병증으로 망막이 대부분 망가졌으며, 거기에 출혈까지 진행돼 실명 직전이라는 것이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지금으로서는 치료가 어려워 더 이상 병이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사의 설명이었다. 조씨는 “최근에는 먹구름 같은 것이 시야를 가려 물체를 식별하기도 어렵다. 나에게 이런 문제가 생길 줄은 몰랐다.“며 안타까워 했다. 조씨가 앓고 있는 당뇨망막증은 일반인은 물론 당뇨 환자들도 간과하기 쉬운 당뇨 합병증의 하나로,20세 이후의 흔한 실명 원인이다. 당뇨로 혈당이 올라가면 망막에 있는 혈관들이 약해져 터지거나 막혀 결국 망막의 기능을 빼앗아 실명에 이르게 하는 무서운 질환이다. 이에 대해 ‘씨어 앤 파트너(Seer & Partner)안과 김봉현 원장은 당뇨 환자들은 이 질환에 특별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일단 병증이 나타나면 뾰족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당뇨망막증을 증식성과 비증식성으로 구분해 설명했다.“비증식성은 당뇨망막증의 80%가 해당될 만큼 흔하며, 시력 저하, 특히 야간에 물체 식별이 어렵고, 색깔을 구별하지 못하는 증상을 보입니다. 망막의 모세혈관이 터져 혈액이 망막 내부로 흘러들기 때문입니다. 이와는 달리 혈관이 약해져 망막에 필요한 산소가 공급되지 못하면 이에 대응해 인체는 망막 안에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 증식시키는데, 이 신생혈관이 기존 당뇨병의 영향으로 쉽게 터져 안구 내에서 대형 출혈을 발생시키고, 또 혈액에서 만들어진 진물이 엉기면서 망막을 파괴하는 유형이 증식성입니다. 특히 증식성은 진물이 엉기면서 망막을 안구 벽에서 떼어내는 이른바 망막박리를 유발해 실명하게 하기도 합니다.” 이병의 발병률은 환자군의 당뇨 병력과 비례한다.“당뇨를 앓은 지 10∼14년이 된 환자의 26%,15년 이상 된 환자의 63%에서 당뇨망막증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또 이 병의 유병률은 30세 이상 성인의 8∼10%에 이를 만큼 높으며, 최근 20년 동안 7∼8배 이상 급증해 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식생활 변화와 운동부족, 스트레스 누적, 평균 수명의 연장에 따른 노령인구의 증가 등이 주요인입니다.” 원인은 망막이 필요로 하는 혈액이 정상적으로 공급되지 못하는 것이다. 카메라 필름처럼 물체의 상(像)이 맺히는 망막은 시각 정보를 시시각각 신경섬유를 통해 대뇌로 전달해야 해 산소와 영양분 소비가 매우 왕성하기 때문에 원활한 혈액공급이 필수적이다.“그런데 당뇨로 혈관이 망가지면 망막으로의 혈액 공급이 방해를 받게 되고, 이 때문에 당뇨망막증이 발생합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지요. 산소량이 부족한 망막 조직은 자체적으로 혈관을 만들어 산소 공급을 꾀하나 이렇게 만들어진 비정상적인 혈관이 시력 상실 등 합병증의 원인이 되거든요.” 김 원장은 이 질환이 초기에 별 증상이 없다는 게 함정이라고 말했다.“실은 증상이 없는 게 아니라 환자가 못 느낄 뿐이지요. 당뇨망막증은 진행이 느려 초기에는 거의 시력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모르고 지나치거나 알더라도 노안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에 따라 약간의 시력감퇴나 출혈에 의한 비문증(눈앞에 검은 점이나 날파리 같은 것이 어른거리는 증상)이 나타나지만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가운데 병변이 망막의 중심인 황반부로 번지거나, 눈 속에 출혈이 생기면 그 때서야 시력장애를 느끼게 되는데, 이 때는 병이 이미 심각한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지만 질환 인지도가 낮아 예방 차원에서 안과 검진을 정례화한 당뇨 환자는 그리 많지 않다.“사실, 혈당 조절을 잘 해도 병력이 오래 되면 당뇨망막증은 생기는데, 이 단계에서 적절한 관리를 받지 않으면 실명에 이르기 쉽습니다. 따라서 망막증이 발병하지 않은 당뇨 환자라면 최소한 6개월, 당뇨망막증 진단을 받았다면 2∼4개월마다 정기적인 검진을 받을 것을 권합니다.” 당뇨망막증이 확인되면 시력과 망막의 손상 정도, 나이, 병력, 생활습관 등을 고려해 치료 여부와 방법을 결정하게 된다.“치료는 망막의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약물 투여를 비롯, 망막 레이저치료, 유리체 절제술 등이 있습니다. 약물은 주로 초기 환자에게 투여해 미세혈관의 혈액순환을 촉진하는데,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레이저 치료는 망막에 신생혈관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망막 조직을 레이저로 응고시키는 치료술이다.“레이저로 망막에 미세한 흉터를 만드는 치료로, 망막증이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 가는 단계일 때 효과적이지만 이 역시 더 이상 시력을 잃지 않도록 하는 치료일 뿐 잃어버린 시력을 회복시키지는 못합니다. 특히 비증식성은 방치할 경우 대부분 증식성으로 발전해 심각한 합병증을 부르기 때문에 빠른 치료가 시력 보존의 절대적인 조건이지요. 물론 이 치료법도 치료 후 30% 가량의 환자에게서 병이 지속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필요하면 추가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경과 관찰이 중요하다는 거죠.” 유리체 절제술은 유리체에 출혈이 있거나 망막박리가 있을 때 적용하는 수술치료법이다. 이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중증의 시력손실이나 실명 위험이 높은 부류이다.“그러나 수술 중에 위험한 출혈이 생길 수 있고, 또 망막 섬유화가 많이 진행된 경우에는 수술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재수술률도 높고, 수술 후에 시력 개선 정도가 미미할 수 있다는 게 부담입니다.” 특별한 수술 약제가 아니라면 당뇨망막증과 관련된 거의 모든 치료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김 원장은 당뇨망막증의 성공적인 치료는 환자의 태도와 자기관리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당뇨 환자는 시력이 좋더라도 안과 정기검진은 물론 의사의 지시에 따라 망막을 관리하는 것이 시력을 보존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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