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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노웨어 보이’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노웨어 보이’

    2년 전 개봉돼 관객과 조용히 만난 ‘컨트롤’이란 작품을 기억하는지. ‘컨트롤’은 그룹 ‘조이 디비전’의 리더였던 이언 커티스의 마지막 시간을 농밀하게 기록한 작품이다. 각본가 맷 그린핼프는 ‘컨트롤’에 이어 ‘노웨어 보이’(Nowhere Boy)의 각본을 담당함으로써 위대한 영국 뮤지션 두 사람의 잘 알려지지 않은 여정을 나란히 소개했다. 커티스가 자살로 삶을 마친 것처럼, ‘노웨어 보이’의 존 레넌 또한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난 인물이다. 팬의 총격에 쓰러진 레넌이 죽은 지 30년이 되는 2010년 12월, 그를 추모라도 하듯 ‘노웨어 보이’가 한국 관객을 찾는다. 마침 지난달에는 레넌의 앨범들이 리마스터링을 거쳐 재발매된 바 있다. 그것이 팬의 귀에 바치는 선물이라면, ‘노웨어 보이’는 레넌의 청춘 시절을 목격하도록 돕는다. 영화의 제목은 비틀스의 노래 ‘노웨어 맨’에서 따왔다. 1950년대 중·후반의 영국 리버풀, 십대의 레넌(에런 존슨)은 말썽쟁이 학생이다. 보호자인 이모 미미는 어린 레넌을 키워준 고마운 사람이었으나, 그녀의 엄격한 태도는 반항기에 접어든 소년의 기질을 부채질한다. 믿고 따르던 이모부가 심장마비로 죽은 뒤, 레넌은 울적한 마음에 엄마를 더욱 그리워한다. 놀랍게도 그녀는 근처에 살고 있었고, 엄마와 아들은 재회의 기쁨을 나눈다. 그녀의 열정적이고 자유로운 스타일은 레넌이 로큰롤에 빠지는 계기를 만들지만, 미미는 과거에 아이를 버렸던 동생이 다시 레넌의 삶에 악영향을 끼칠까 봐 걱정한다. 한편 친구들과 ‘쿼리멘’이란 이름의 밴드를 조직한 레넌은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을 소개받는다. 그렇게 역사는 시작됐다. 일본감독 가와세 나오미를 키운 건 외할머니였다. 부모가 어린 딸을 버렸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찾아 나선 그녀에게 외할머니는 나쁜 애비를 왜 보고 싶은지 묻는다. ‘나의 아버지’, ‘나의 할머니’는 그 할머니와 아버지에게 쓴 작지만 소중한 편지 같은 다큐멘터리다. 감동 어린 분위기를 이끌어낼 것이란 예상과 달리, 두 영화는 소박하다. 칸영화제에서 두번이나 상을 탄 감독은 사적 다큐에 어떤 장식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투다. 미술계의 유명 작가인 샘 테일러 우드가 영화 데뷔작에 임한 태도도 비슷하다. 독특한 영화를 기대한 사람들이 의아해할 정도로 ‘노웨어 보이’는 정공법을 지킨다. 그녀는 데뷔작을 앤서니 밍켈라에게 바쳤다. 영화를 만들도록 도와준 멘토의 죽음 앞에서, 그녀는 레넌의 상처에도 굳이 현란한 포장을 더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로큰롤 스타의 빛나는 시작을 보고 싶었다면, 혹은 음악이 귀를 자극하는 영화를 보고 싶었다면 ‘노웨어 보이’는 좋은 선택이 아니다. ‘노웨어 보이’는 팝 역사상 가장 뚜렷한 족적을 남긴 남자의 트라우마에 주목한다. 그리고 레넌의 의식에 남은 상실의 흔적이 훗날 창조적 영감으로 어떻게 작용했을지 고민하고 있다. 그 결과, ‘노웨어 보이’는 십대 레넌의 초상만큼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다른 존재를 발견한다. 엔드 크레디트에 레넌의 처절한 노래 ‘마더’를 배치한 ‘노웨어 보이’는, 어쩌면 레넌의 삶에 명암을 제공했을 두 어머니의 재현에 충실한 작품이다. 레넌 역할의 에런 존슨이 눈에 먼저 들어오는 건 당연하지만, 엄마와 이모로 분한 앤 마리 더프와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의 연기가 더 인상적인 건 그런 이유에서다. 영화평론가
  • 젊은 작가의 ‘신춘문예 등단 천기누설’

    젊은 작가의 ‘신춘문예 등단 천기누설’

    찬바람이 불어친다. 바야흐로 신춘문예 계절이다. 창작과비평, 실천문학, 문학동네 등 내로라하는 문예지들도 신인작가를 뽑고 있지만 신춘문예가 지닌 묵직한 무게감은 예비 문인들에게 떨쳐내기 어려운 유혹이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심한 가슴앓이를 하는 예비 문인들을 위해 서울신문 신춘문예 출신 3명의 젊은 스타작가로부터 ‘신춘문예 천기누설’을 들어봤다. ●심사위원과 역대 당선작 눈여겨보라 ‘나쁜 피’,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 등을 펴낸 소설가 김이설(35)은 당선의 순간을 또렷이 기억한다. 출산한 지 열흘도 채 되지 않아 날아온 당선 소식은 산모의 힘겨움은 물론, 10년간 이어졌던 낙선의 막막함도 훨훨 날려 보냈다. 그는 “아직도 이맘때가 되면 가슴이 아련해진다.”면서 “요즘같이 감각적인 것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문학하는 이들이 여전히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으니 경이롭고 숙연해질 따름”이라고 말했다. 시인이자 극작가인 한국 문단의 팔방미인 김경주(34)는 신춘문예에 도전한 지 두 번 만에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그러나 그 역시 “한국의 문청(문학청년)이라면 이 계절에 속앓이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서울신문 신춘문예의 역대 심사위원과 경향을 꼼꼼히 살펴본 뒤 희곡과 시에 함께 응모했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예술의 영역을 점수로 객관화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심사위원들의 개별적 판단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역대 심사위원들의 성향과 그들의 작품을 꼼꼼히 읽어 보는 것도 한 요령이 될 수 있다고 김경주는 조언한다. ●‘신춘문예 스타일’ 따로 있다? 중복 투고하지 않는 것은 필수다. 간혹 이러한 치명적인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 응모 분야를 정확히 기재하는 것과 분야별 원고 분량 및 투고 편수를 차지도 넘치지도 않게 맞추는 것 역시 중요하다. 원고지 80장 안팎의 단편소설 분야에 150장짜리 원고를 보낸다거나, 시 분야에 10편 남짓씩 ‘물량 공세’를 펼치는 것도 곤란하다. ‘신춘문예 스타일’이 따로 있다는 말도 경계해야 할 함정이다. 예컨대 ‘첫 문장은 단문으로 짧게, 시작과 결말의 구성 및 인물은 서로 대응하게, 너무 튀는 주제보다는 보편적인 주제를 선택해야’ 등의 얘기다. 오랜 분석을 통해 나온 공식인 만큼 근거 없는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적으로 신봉할 금과옥조는 아니라고 김이설은 말한다. 그는 “응모작이 수백 수천편 되다 보니 아예 새로운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원고에 (심사위원의) 눈길이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춘문예 당선 자체를 목표 삼지 마라 장편소설 ‘재와 빨강’ 등으로 유명한 편혜영(38)은 “당선 뒤 3년 동안 작품 청탁이 오지 않아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신춘문예 당선 자체를 목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충고다. 그는 “물론 지나고 보니 개성 있는 주제의 작품을 쓰면 될 뿐, 고민할 사안이 아니었다.”면서도 “그때를 돌이켜 보면 자칫 화려하게 등단한 뒤 남모를 속앓이와 방황의 시간에 빠졌다는 생각이 든다.”고 예비 당선자들에게 조언했다. 김이설도 “당선 이후 목표를 상실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습작 시절이나 당선 뒤나 ‘좋은 소설’을 쓰겠다는 목표를 가져야 흔들림 없이 작품 활동에 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신춘문예에) 도전 중인 후배들을 떠올리면 함부로 내뱉기 힘든 푸념일지 모르지만 평생을 함께할 문학임을 명심하고 작품 활동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순두 해째를 맞는 서울신문 신춘문예는 이들 세 사람 외에도 하성란(1996년 ‘풀’), 백가흠(2001년 ‘광어’), 우승미(2005년 ‘빛이 스며든 자리’), 황시운(2007년 ‘그들만의 식탁’) 등 이미 문단에서 확고한 위치를 구축한 젊은 작가들을 대거 배출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주말 데이트] ‘세시봉 디너쇼’여는 포크계의 살아있는 전설 송창식

    [주말 데이트] ‘세시봉 디너쇼’여는 포크계의 살아있는 전설 송창식

    피리를 부는 사나이다. 언제나 웃는 멋쟁이다. 고래사냥을 갈 때도 피리 하나 불고 간다. ‘한번쯤 돌아보겠지’라고 불러도 ‘바람따라 떠도는 떠돌이’라며 웃는다. 그러면서 ‘갈 길 멀어 우는 철부지야, 나의 피리 소릴 들으려무나 삘릴리 삘리리’라고 한다. 무정타. 못마땅해 칭얼대면 ‘왜 불러, 왜불러, 돌아서서 가는 사람을 왜 불러 토라질 땐 무정하더니 왜 왜 왜~’라고 답한다. 특유의 ‘히죽 웃음’과 함께. 에궁, 고래잡으러 3등 완행열차나 타는 게 훨씬 낫겠다. 살아 있는 포크계의 전설이다. 더 이상의 수식어가 필요없다. 가수 송창식(63). 지난 22일 인디 밴드 대표주자 장기하가 MBC 예능프로그램 ‘놀러와’에서 송창식의 ‘왜 불러’를 불러 인기를 끌었다. 며칠 앞서 같은 프로그램에 1970~80년대 우리나라 음악계를 대표했던 가수 네 명이 출연,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했다. 당시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유명한 음악 감상실 ‘세시봉’에서 만나 매일 노래를 부르던 멤버, 즉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이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느꼈던 한가지. ‘역시 송창식이구나’. 왜? 항상 홀리듯 다가오는 미소가 여전했고. 떨리듯 가슴 속을 후벼파는 울림의 목소리가 그랬다. 송씨의 음악 인생은 올해로 43년째. 1967년 데뷔 당시에는 베이스 기타리스트 이익균, 윤형주 등과 함께 ‘트리오 세시봉’으로 시작했고 이듬해 이익균이 군대에 가자 윤형주와 ‘트윈 폴리오’로 바뀐다. 여기에서 잠깐 팁. 세시봉은 1958년 사업을 하던 이흥원(1975년 작고)씨에 의해 시작됐다. 이후 1960년까지 충무로1가와 소공동, 종로 YMCA 세 군데를 거친다. 1964년 무교동에도 생겨났다. 1969년 TV 보급에 밀려 문을 닫을 때까지 많은 젊은이들이 이곳 통기타에 열광하면서 젊음을 한껏 발산했으며 ‘통기타 가수의 산실’ ‘청바지 문화의 원조’라는 말도 여기에서 생겨났다. 당시 100여평의 ‘세시봉’에는 입장료 30원을 낸 청춘남녀들로 연일 성황을 이뤘다. 여기에서 조영남, 윤형주, 김세환, 송창식이 함께 무대에서 섰고 이백천, 이상벽씨 등이 사회자로 나서 인연을 맺기도 했다. 송씨는 ‘세시봉 시절’에 ‘나는 너’ ‘하얀 손수건’, ‘웨딩 케이크’, ‘축제의 노래’ 등을 히트시켰다. 1970년 솔로로 전향한 이후 그는 특유의 음악적 천재성으로 많은 팬들을 확보한다. ‘고래사냥’, ‘왜 불러’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고 ‘담뱃가게 아가씨’, ‘맨 처음 고백’, ‘피리 부는 사나이’, ‘가나다라’, ‘푸르른 날’, ‘한 번쯤’ 등을 쏟아내면서 200여곡이 넘는 자작곡으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올해로 솔로 전향 40주년을 맞는 데다 다음달 21~22일 서울 홍은동 스위스그랜드 호텔에서 ‘세시봉 친구들’이라는 제목으로 모처럼 디너쇼를 갖는다기에 데이트를 요청했다. 지난 23일 저녁 경기 구리시에 있는 송씨의 연습실. 늘 그랬던 것처럼 양 팔을 가볍게 벌리는 동작에다 ‘히죽 웃음’으로 맞이한다. 어째서 그런 미소가 나왔을까. 고등학교 시절이다. 교실에 남학생이 5명, 여학생이 50명이 있었다. 교실에 들어갈 때마다 약간 지각한 것이 미안해 슬쩍 웃기 시작했는데, 그게 평생 습관이 돼버렸다. 연습실은 꽤 넓어보였다. 40년된 LP판들이 수백장 정도 진열돼 있었고 벽에는 머리숱이 많을 때(50살부터 머리가 빠졌다고 한다)의 큰 사진이 걸려 있다. 그 사진 앞에 마주 앉았다. “여기에서 요즘 무슨 연습을 하나요.” “요즘뿐만 아닙니다. 365일 저녁 8시면 여기에 옵니다. 기초연습을 하지요. 아~ 하는 발성과 음정 연습입니다. 노래부를 때 음정 틀리면 곤란하거든요.(웃음)” “다음달 디너쇼 준비는 잘 돼갑니까.” “잘되고 안되고 뭐 있겠어요. 늘 연습하는 것처럼 하면 되니까.” 이때 김세환씨와 윤형주씨가 들어온다. 디너쇼 멤버들이다. 윤씨는 “레퍼토리나 정해보자고 오늘 만난다.”고 했다. 아니 불과 20여일 남기고? 하긴 선수들이니깐…. “디너쇼에는 왕년의 세시봉 시절 이상벽씨도 함께합니다.” 순간, 엄청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얘기를 더 이상 해본들 무슨 소용있으랴. 화제를 돌렸다. “나이에 비해 젊어 보입니다. 운동은 어떤 거 합니까.” “제자리 돌기합니다. 자고 일어나서 두 시간동안 제자리에서 도는 것이지요. 기마 자세로 눈을 감고 온몸의 힘을 쭉 빼고 있으면 저절로 몸이 돌아갑니다. 이렇게 팔을 가볍게 벌리고….” 여기서 잠시 그의 일과 정리. 늘 아침 6시에 자고 오후 2시에 일어난다. 40년째 낮과 밤을 거꾸로 사는 셈이다. 일어날 때 화장실에서 꼭 한 시간동안 책을 읽는 버릇이 있다. 잡지든 고전 소설이든 닥치는 대로 읽는다. “연말이 다가오는데 술 약속이 많습니까.” “40년 전에 술을 끊었습니다. 간혹 마실 때도 있는데 새로운 술이 나왔을 때 입술로 살짝 맛만 봅니다. 그렇게 맛본 것 중에 마오타이주(茅台酒)가 가장 기억에 납니다.” “퇴촌 집이 수상가옥이라고 하던데요.” “집 없이 살다가 16년 전에 하나 마련했는데 그저 개울가 옆에 있는 집일 뿐입니다. 수상가옥을 지으려면 얼마나 돈이 많이 들겠습니까. 집사람이 물을 좋아해요. 더울 때 8월에 태어났거든요(웃음). 제가 직접 설계했습니다. 부엌을 좀 크게 했지요.” 그는 어릴 때 가수가 아니라 지휘자가 되고 싶었다. 작곡을 선택하려고 했으나 가난해서 성악으로 전환했다. 그것도 독학. 처음에는 클래식을 공부했다. 그럴 때 우연히 찾아간 ‘세시봉’에서 팝송을 부르는 조영남을 보고 팝송과 대중음악에 빠지게 됐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습니까.” “저는 원래 계획이 없어요.. 늘 하던 대로 이렇게….” 이때 윤형주씨가 옆에서 “내년 10월에 세종문화회관 공연 있잖아. 트윈 폴리오 공연….” 하고 거든다. 다들 소리내어 웃었다.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경기 생태통로 절반 ‘방치’

    경기도에 설치된 생태통로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진보신당 최재연 의원이 도로부터 제출받은 행정사무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도내 전체 생태통로 52곳 가운데 26곳에 유도펜스가 설치되지 않거나 등산로로 이용되는 등 관리가 엉망이었다. 특히 고양시 행신동 2곳과 성남시 도촌동 1곳 등 3곳은 택지개발로 동물이 살기 어려운 곳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또 22곳에서는 생태통로 설치 목적에 맞는 동물의 이동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생태통로표지판이 설치된 곳은 8곳에 그쳤고 야생동물 출현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CCTV가 설치된 곳은 성남 갈현동과 안산 선부동 등 2곳에 불과했다. 최 의원은 “생태통로로서 역할을 상실한 곳에 대한 보존방안을 강구하고 지자체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내에 있는 육교형 34곳, 터널형 18곳 등 모두 52곳의 생태통로는 국토해양부와 경기도, 시·군, LH가 설치했고 관리는 시·군이 담당하고 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남편 출산휴가 5일로

    이르면 내년부터 남편의 출산휴가 기간이 연장되고, 대입수학능력시험 등 각종 시험을 보지 못할 경우 응시 수수료를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법제처는 23일 오전 김황식 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서민생활 안정과 취약계층 배려를 위한 국민불편법령 개선 과제 72건과 금전납부제도 합리화 과제 142건을 선정, 보고했다. 우선 출산시 남편의 출산휴가 기간을 현행 무급 3일에서 유급 3일·무급 2일로 이틀 더 늘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고용노동부는 이를 위해 2011년 중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에 착수할 계획이다. 수능·운전면허·법학전문대학원 적성·공인회계사·세무사·변리사 시험 등 응시수수료 반환 규정이 없거나 미비한 35개 시험제도도 손본다. 시험 시행일 20일 전까지 접수를 취소하는 경우 납입한 수수료 전부를 돌려주고, 10일 전까지 취소하면 수수료의 절반을 돌려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특히 수능시험의 경우 교육과학기술부가 2011년 상반기 중 관련 규칙을 마련할 예정이다. 아동을 학대한 부모가 현장에 출동한 요원들의 응급조치를 거부하는 등 업무를 방해할 경우에는 벌칙에 처하는 등 적극적 대처방안도 마련된다. 보건복지부는 또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참여하는 심의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친권상실선고 청구요청권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올해 하반기 이후 ‘아동복지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는 강력범죄 전과자라고 해도 2년만 지나면 택시운전사로 일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택시를 이용한 성범죄나 특정강력범죄를 저지른 전과자는 영구적으로 택시를 운전할 수 없게 된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北 연평도 공격] 개성공단 이상징후 없어… 경협 위축 불가피

    북한 개성공단에서 조업 중인 남한 기업들은 23일 북한의 연평도 해안포 공격 사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이상징후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 정부 들어 경색 국면에 있는 대북 경제협력이 추가로 위축될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배해동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도발 직후 개성공단 현지 공장에 연락해 보니 그쪽은 이번 사태를 전혀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면서 “개성공단의 북한 측에서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현장사진] “온동네가 불바다” 연평도에 北 포탄 배 회장은 이어 “협회 회장단은 현지 근로자의 안전 확보를 위한 긴급회의를 열었다.”면서 “최근 개성공단 체류 인원이 늘어나는 등 투자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었지만 (이번 사태로) 개성공단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강산에 머물고 있는 현대아산 직원들의 신변에도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현재 협력업체 직원 7명과 조선족 직원 등 16명이 시설물 관리를 위해 금강산에 체류 중”이라며 “현재 모두 안전한 상태이고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 역시 남북 분단에 따른 ‘코리안 리스크’가 부각될 것을 염려하고 있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국제통상실장은 “핵 개발과 연평도 공격 등 북한의 계속적인 도발로 남북관계가 급랭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정부가 신속한 위기관리체계를 가동하고 단호하고 이성적인 대처를 통해 국민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사태가 조속히 수습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두걸·신진호기자 douzirl@seoul.co.kr
  • CIA 뒷마당의 수수께끼 풀어라

    CIA 뒷마당의 수수께끼 풀어라

    “미국 중앙정보국(CIA) 뒷마당에 숨겨진 크립토스(Kryptos)의 수수께끼를 풀어라.” 버지니아 소재 CIA 본부에 있는 대형 암호 조형물 ‘크립토스’(그리스어로 ‘숨겨진’이라는 뜻)의 해석을 놓고 전 세계 해독가들의 두뇌 싸움이 치열하다. 이 조형물에 새겨진 암호 해독을 위해 수많은 전문가가 나섰으나 20년째 완독(完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 조형물 제작자가 건넨 해독의 실마리를 보도해 전문가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했다. 크립토스가 CIA 본부에 설치된 것은 1990년이다. 정원 조형물 제작자로 뽑힌 조각가 짐 샌본(65)은 CIA 암호해독가의 도움을 받아 구리 조형물 안에 암호화한 알파벳 869자를 새겨넣었다. 크립토스는 이후 CIA 안팎 전문가들에게 ‘집착의 대상’이 됐다. 소설 ‘다빈치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도 자신의 소설에서 이 암호문에 대해 언급해 대중의 흥미를 돋우었다. 전 세계의 다양한 해독가들이 나선 덕분에 1999년 암호판 4개 중 3개의 뜻을 알아냈으나 마지막 4번째 판의 비밀은 20년째 풀리지 않고 있다. 샌본은 22일 NYT와 가진 인터뷰에서 “(제작 당시) 암호가 금방 풀릴 줄 알았다.”면서 답답한 듯 약간의 ‘힌트’를 건넸다. ‘NYPVTT’라고 쓰인 64~69번째 글자가 ‘BERLIN’을 의미한다는 것. 샌본은 그동안 암호문의 비밀을 밝히지 않는다는 이유로 ‘악마’라고 비판받으면서도 “미스터리적 성격을 상실하면 작품의 가치까지 잃는다.”며 입을 닫아왔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1992년 국교단절 앙금 양수쥔 金좌절 상실감”

    “1992년 국교단절 앙금 양수쥔 金좌절 상실감”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태권도선수 양수쥔(楊淑君)이 실격패 판정을 받으면서 확산되고 있는 타이완 내 반한(反韓) 감정과 관련, 주타이완 한국대사 격인 구양근 타이베이(臺北) 대표부 대표는 21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1992년 한·타이완 국교 단절에 대한 앙금과 양수쥔 선수의 금메달 순애보를 기대했던 민심이 복합적으로 작용, 폭발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현지 상황이 얼마나 험악한가. -시민들이 총통 청사 앞에서 태극기를 찢고 계란을 던지고 한국 상품 불매 운동을 외치고 있다. 한국 교민들에게 비상연락망을 돌려 공공장소에서 언행을 조심하는 등 신변 안전에 각별히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타이완 경찰이 대사관과 한국학교에 대한 경비를 강화했다. →우리 잘못도 아닌데 왜 한국에 분노를 표출하나. -아무래도 1992년 국교 단절에 대한 앙금이 남아 있는 것 같다. 타이완 사람들이 평소에는 이렇지 않았다. 내가 얼마 전에 1992년 당시 타이완 외무장관이었던 분을 식사에 초청했는데 그 얘기(국교 단절)를 꺼내면서 이해해 달라고 했더니 “지나간 일을 갖고 왜 그러느냐. 신경쓰지 말라.”고 하더라. 그랬는데 이 사건이 터진 걸 보니 마음속으로는 뭔가가 남아 있었던 것 같다. →경기 심판을 한국 사람이 본 것도 아닌데. -그래도 이 사람들은 세계태권도연맹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다 한국 사람이고 필리핀 심판도 한국계라면서 비난한다. →왜 하필 태권도 경기에서 이런 불상사가 빚어졌다고 보나. -태권도가 타이완에서는 엄청난 인기 스포츠다. 유단자만 10만명 가까이 된다. 한국 다음으로 태권도 인구가 많은 나라일 것이다. 메달밭이었기 때문에 타이완 사람들이 더 폭발한 것 같다. 또 양수쥔 선수가 인기 스타로 확실한 금메달 후보였는데, 좌절되니까 상실감이 더 큰 것 같다. 특히 양수쥔이 실격당했을 때 같이 부둥켜안고 운 코치가 그녀의 약혼자인데, 금메달 따면 그 기념으로 프러포즈할 거라고 해서 타이완 사람들이 감동적인 장면을 고대했던 것도 사건을 확산시키는 데 일조한 것 같다. →언제쯤 파문이 가라앉을 것으로 보나. -19일이 절정이었다. 모든 신문과 방송이 톱기사로 도배했다. 주말에는 좀 누그러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시끄럽다. 5개 직할시 시장과 시의원 선거가 끝나는 27일까지는 갈 것 같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K21 장갑차 설계결함… 25명 문책”

    지난 7월 부사관 1명이 사망한 K21 장갑차 침몰 사고는 총체적인 설계 결함이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는 19일 육사 및 카이스트 교수 등 학자와 전문가들을 참여해 구성된 합동조사단이 8월 30일부터 10월 20일까지 K21 장갑차 침몰 사고를 조사해 네 가지 사고원인을 규명<서울신문 9월9일자 5면>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K21 장갑차의 침몰 원인은 장갑차 전방부력의 부족, 파도막이 기능상실, 엔진실 배수펌프 미작동, 변속기의 엔진 브레이크(제동장치) 효과에 따른 전방 쏠림 심화현상 등이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국방부가 설명했다. 특히 전방부력이 부족한 이유에 대해 내부 공간에 병력이 탑승하지 않아 장갑차 전방이 후방에 비해 무거웠기 때문에 물이 유입됐다고 밝혔다. 설계 당시부터 장갑차 앞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울었다는 것이다. 국방부 정환덕 감사관은 “장갑차 중량 및 무게중심의 변화에 따른 부력기준의 설정 및 관리가 미흡했다.”면서도 “설계 결함이 아닌 설계 미흡”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방에서 밀려오는 물결을 차단하고 부력을 얻기 위해 설치된 파도막이는 너무 무거워 장갑차 제조과정에서 변경됐지만 그마저 수상운행 때 물의 압력으로 변형돼 제 기능을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명품이라 말하던 K21 장갑차의 부실 설계가 드러나면서 국방부는 내년 2월까지 문제점을 개선하기로 했다. 그동안 부실한 시험평가로 문제점을 밝혀내지 못했던 시스템도 향후 철저한 검증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또 관련 기관들의 연구개발을 검증할 수 있는 제3의 기관 설립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장갑차 개발에 참여하면서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 육군시험평가단 관계자 25명을 문책하기로 했다. 정 감사관은 “징계 대상자가 25명인데 징계 시효가 지나 엄중히 경고할 예정”이라면서 “법적 책임에 대한 검토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갑차를 제조한 업체에 대해서는 “파도막이 변경은 1급 형상변경 사안인데 업체가 기품원에 2급 형상변경으로 요구했고 비고란에 표기하는 등 부적절하게 올렸다.”면서 “업체에 대해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법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보완 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올해 계획된 물량 50대는 야전 배치를 보류하고 내년도 계획된 생산물량 90대 가운데 1개 대대분 31대를 제외한 59대로 축소해 올해 보류된 50대를 포함한 총 109대를 전력화할 계획이다. 한편 8월 6일 발생한 K1 전차 포신폭발 사고<서울신문 9월6일자 6면>는 포강 내 이물질 및 포신의 재질, 강도, 불량 탄두 등의 문제가 아니라 포강에 형성된 미세한 균열이 오랜 기간 사격으로 확대돼 한계점에 도달, 파열된 것으로 밝혀졌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변별력 떨어져도 EBS 연계율 지켜”

    “변별력 떨어져도 EBS 연계율 지켜”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장인 안태인 서울대 교수는 18일 “9월 모의평가에서 수리 ‘가’형이 어려웠다는 분석이 있어서 다소 쉽게 출제했다.”면서 “전체적인 난이도 역시 지난해 수준을 거의 그대로 유지했다. ”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수능 출제경향 브리핑에서 “EBS 교재 연계율에서 언어영역의 연계율이 72%에 이르는 등 전 영역에서 70% 이상의 연계율을 나타내도록 출제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험문제 및 답안 보러가기 →전반적인 난이도 수준은. -지난해 수준을 거의 그대로 유지했다. 지난 9월 모의고사에서 수리 가형이 조금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돼 본 수능에서는 조금 쉽게, 전년도 수준으로 출제했다. →EBS 교재 연계율은. -지난 6월, 9월 모의평가에서 언어·수리·외국어영역과 사회·과학탐구 등 5개 영역에서 EBS와 연계 출제했다. 다만 반영 비율이 6월 50%, 9월 60% 수준이었다. 본 수능에서는 연계율을 70% 이상으로 높였고, 연계 영역도 직업탐구와 제2외국어, 한문 등 전 영역으로 확대했다. EBS교재와 연계돼도 같은 문항을 그대로 출제하는 것은 아니다. 비슷하면서도 기본 개념과 원리를 이해해야만 점수를 얻을 수 있다. 기존 모의평가 분석 결과 연계율에 대한 체감 정도는 상위권이 높고 중하위권 학생들은 낮다고 한다. →중·상위권 연계 체감도가 다르면 변별력은. -상당히 염려하는 부분 중 하나지만 경우에 따라 변별력이 상실되더라도 (70% 이상)연계율을 확실하게 지켜, (사교육 감소) 정부 정책에 부응하도록 노력했다. 또 EBS 연계 출제 문항 중에도 변별력 높은 문항이 있다. →EBS 연계 문항 외 나머지 30% 변별력은. -나머지 30%에 고난도 문항이 몰리지 않을까 우려하는데 여기에도 쉬운 문항과 중간 난이도, 고난도 문항을 골고루 배치했다. →EBS 동영상 강의도 출제에 활용했다는데. -출제위원들이 영역과 과목 특성에 따라 일부 문항을 출제하기 위해 강의까지 본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EBS 교재를 바탕으로 출제하되 세부적 내용을 검토하는 데 동영상 강의를 참고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시론] 온라인게임 0~6시 청소년 제공 금지를/이명숙 청소년정책연구원장

    [시론] 온라인게임 0~6시 청소년 제공 금지를/이명숙 청소년정책연구원장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수많은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게임중독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며칠 전에는 게임을 제지하는 엄마를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은 아이가 있었다. 게임으로 인간의 본성마저 거스르는 사건도 있었다. 3개월 된 신생아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게임중독 부부’는 경악을 넘어 참담한 심정을 갖게 한다. 그런데도 이런 병리적 현상에 사회는 침묵하고 있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들이 우리의 귀한 자녀라는 사실이다. 그들은 꿈을 잃은 채, 자신들의 삶을 좀먹으며 밤새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만 두드리고 있다. 최근 실태조사를 보면 청소년의 14.3%인 약 100만명이 게임중독으로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군으로 밝혀졌다. 20~30대 중독률 6.3%의 두배를 넘는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수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것과 저연령화되어 간다는 점이다. 중독은 인간 존엄성의 핵심인 자율성을 상실케 한다. 게임중독은 마약이나 알코올중독처럼 뇌와 신체적 손상, 그리고 자제력 상실을 통해 결국 존엄한 인간성을 잃게 한다. 또한, 관계로부터 단절되고 사회적 생산성과 역동성으로부터 낙오된 게임중독자들은 건전한 사회인으로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된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업계의 자율규제만을 강조하며 별도의 법적 규제는 이중규제이고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 부처에서 제시한 게임과 몰입대책은 ‘선택적 셧 다운’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일부 소수 게임업체에 대해서만 0시부터 6시까지 청소년이용자에게 온라인 게임을 제한하는 ‘셧 다운’을 시행하고 나머지 업체는 업계 자율규제로 남겨 놓자는 것이다. 물론 건전한 오락으로서의 게임산업 육성을 신성장동력으로 보는 입장도 이해는 할 수 있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자녀의 게임과 몰입 여부를 지도감독할 여건이 되지 않는 취약가정이 있는데도, 부모에게 게임중독의 예방과 지도의 책임을 넘기는 선택적 셧다운 제도는 실효성이 없다. 서울시교육청의 최근 자료를 보자. 맞벌이 저소득가정이나 한부모 기초생활수급 가정 아동의 정보화 능력을 높이려고 컴퓨터와 인터넷 통신비를 지원하는 정책이 오히려 가난한 아동들의 게임중독 비율을 더 높였고, 반대로 학업성취도는 더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컴퓨터게임을 1시간 더할수록 국·영·수 평균점수는 2.l3점 낮아졌다. 가난한 집 아이들의 과잉행동장애, 아토피, 천식 등 질병 발병률이 고소득층의 2배에 달한다는 경기도교육청의 조사결과와도 맥을 같이한다. 아동을 지도양육하는 가정환경의 질에 따라 아동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의 질도 극명한 격차를 보인다는 것을 시사한다. 따라서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모든 아동·청소년에 대한 온라인 게임물 제공 금지를 원칙으로 하는 셧 다운제는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 이 제도는 이중규제가 아니며 청소년보호제도이다. 방송도 청소년보호시간대를 1997년부터 잘 지켜가고 있다. 국가 효율성의 측면에서도 몇백만명의 중독자에 대한 치료와 관리, 그들 탓에 발생하는 범죄에 대한 사회비용, 그리고 무엇보다 수백만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동시에 미래 인재로서 성장했을 때 보일 무한한 잠재가치를 고려하여야 한다. 심신이 건강하게 발달하려면, 다음 날 공부하고 활동해야 할 에너지를 비축하려면 0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청소년들이 잠을 자야 할 시간이지 게임을 해야 할 시간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게임산업은 0시부터 6시까지 청소년을 잠자지 못하게 하고 온라인게임에 끌어들여야만 성장할 수 있는 허약한 산업이 아니다. 글로벌 경쟁력은 청소년의 수면시간을 빼앗고 게임중독이라는 사회적 병리를 통해서 획득되는 것이 아니다. 우수한 콘텐츠 개발을 위한 노력을 통해 획득되는 것이라 본다. 더군다나 가난한 집 아이들을 더 병들게 방치하는 것은 절대 공정한 사회가 아니다.
  • ‘황산테러’로 얼굴잃은 미녀 원상복원 드라마

    이별을 고했다는 이유로 끔찍한 황산테러를 당한 영국의 20대 여성이 사건 2년 여 만에 몰라보게 아름다움을 회복한 모습을 공개해 눈길을 모았다. 햄프셔에 사는 케이티 파이퍼(27)는 현지잡지 리빌 매거진(Reveal Magazine) 최신호에 실린 화보에서 아름다운 주얼리와 이브닝드레스로 멋을 낸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2008년 3월 31일 자신의 집 앞에서 헤어진 남자친구가 사주한 괴한이 뿌린 공업용 황산에 얼굴을 맞고 얼굴과 목, 귀 등의 피부가 심하게 훼손됐으며 왼쪽눈의 시력이 완전히 상실됐다. 아마추어 모델로 활동했던 파이퍼는 “하루아침에 나는 직업과 꿈을 모두 잃었다. 사람들이 무서웠고 거울을 보기가 힘들었다. 얼굴은 물론 정신적으로 완전히 망가졌다.”고 말했다. 고통스러운 화상치료와 심리상담, 거듭된 성형수술을 받은 파이퍼의 상태는 호전됐고 자신감도 되찾았다. 다시 미모를 되찾은 그녀는 최근 잡지에서 당당한 포즈를 취하며 예전의 상처를 깨끗이 잊은 모습이었다. 촬영을 마친 파이프는 “다시 카메라에 설지 몰랐기 때문에 감격적”이라고 말한 뒤 “여전히 혼자 밤길을 다니는 게 무섭긴 하지만 이젠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사랑도 하고 예쁜 가정도 꾸리고 싶다.”고 소망을 드러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문화마당]아마추어리즘의 신선함과 불경스러움/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마당]아마추어리즘의 신선함과 불경스러움/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대중음악 시장이 뜻하지 않게 복병을 만났다. 방송을 장악하고 있는 아이돌 음악만이 당분간 생존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굳은 믿음이 깨져 버렸다. 판세를 뒤엎은 주인공은 아마추어들이다. 자신의 음반을 발표하거나, 정식 데뷔도 하지 않은 이들이 음악시장을 호령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단발적 현상은 아니다. 이들이 싱글음반을 발표할 때마다 음악차트 상위권에 안착하고 있다. 장안의 화제였던 ‘슈퍼스타K2’(M-net), ‘남자의 자격-합창단’(KBS)에 출연한 아마추어들이 대중문화계 지형도의 한 축을 흔들어 놓았다. 단 한명의 우승자만이 가질 수 있는 영광이 아니라, 출연했던 자들이 무더기로 주목을 받게 되는 전대미문의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단 한명의 ‘신데렐라’라는 공식을 깬 것도 주목할 일이다. 스타 발굴 오디션 ‘슈퍼스타K2’는 방송 기간 내내 화제였다. 오디션 참가자는 전년에 비해 두 배가 늘어난 134만명.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은 케이블 채널에서 나오기 힘든 수치를 실현했다. 박칼린이 지휘하는 ‘남자의 자격-합창단’ 역시 시청자들의 감동을 이끌어내며 화제의 인물들을 속속 배출했다. 배다해와 리포터 출신 선우는 이미 앨범을 내고 정식 가수로 데뷔하면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남격’ 합창단이 부른 ‘넬라 판타지아’도 각종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다. 대중음악계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성공신화의 주인공으로 포장된 출연자들의 이미지는 강력한 호감을 형성했다. 창작곡이 아닌, 이미 국민가요로 검증된 노래를 부르는 이들을 통해 가수가 되기까지의 역경을 파노라마처럼 각인시킨 것도 이들이 전폭적인 인기를 누리게 된 요인이었다. 그야말로 스토리텔링 시대에 부합하는 ‘맞춤형 프로그램’에서 단물만 고스란히 빨아들인 셈이다. 130만명 중에서 발탁되었다는 수치의 중압감도 대중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불특정 다수의 대중들은 자신들의 투표가 선택한 결과라는 것에서도 드라마틱한 감동을 받았을 게다. 자신이 선택한 사람이 가수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들이 ‘차세대 국민대표 가수’라는 인식을 은연중 심어준 것이다. 강력한 응원 세력이 붙은 것이다. 그러나 거품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미디어가 만들어 놓은 포장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회의론자들은 머지않아 거품이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디어가 줄기차게 이들을 지켜주지는 않을 것이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각종 포털사이트와 언론에서 가십 기사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고, 대중은 피할 수 없는 뉴스의 홍수에 세뇌되면서 점점 브라운관 앞으로 몰려들었다. 이는 아이돌 그룹에 식상한 대중이 그만큼 많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새로운 것을 원하는 대중의 심리를 시의성 있게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결국 미디어의 권력이 응집하면 주류의 길은 언제나 달라질 수 있다는 현실을 목격하게 됐다. 그럼에도 우리 대중음악계는 불황의 바다에 수년간 표류하는 배로 남아 있어야 했다. 음악적 진정성이 외면 받고, 음악이 귀가 아니라 눈으로 보는 것이라고 말한 지 수년이 되었다. 그러한 오류를 범한 시간과 대중음악계 불황의 시간이 겹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중은 새롭지 못한 반복적 콘텐츠 앞에서 이내 식상해하고, 냉혹하게 눈길을 돌리게 마련이다. 흥미를 잃은 대중은 천편일률적인 음악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 명성과 무관하게 소리에 대한 열망의 더듬이로 미지의 세계를 탐닉하는 뮤지션들이 아직도 상당수 있다. 우리 음악계는 몇몇 작곡가와 가요 권력자들이 미디어와 결합하며 제대로 길을 걷지 못했다. 돈 되는 노래는 엇비슷해 누가 누구의 노래인지 도무지 알 길 없는 상실의 길을 걸어왔다. 그래도 가요는 우회적으로 시대정신을 반영했건만, 그것마저 잃어버린 지 오래되었다. 새로운 화법의 음악을 만들고 고민하는 일보다 당장 내일의 밥벌이를 고민하는 오늘의 일그러진 모습은 화려함 뒤에 감춰진 추한 얼굴이다.
  • 민주당 ‘파업’

    민주당이 청목회 입법로비 수사과정에서 당 의원실 관계자들이 체포된 것을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며 17일 국회 상임위와 예결위 예산심의 일정을 전면 거부하는 등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손학규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검찰 권력으로 죽일 때, 그의 손은 이제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손이 됐다.”고 비난했다. 이에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공당의 대표가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위조차 상실한 표현”이라며 강력히 반발, 국회 파행은 물론 정국 혼돈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 청와대가 사건을 보고받고 직접 사찰을 진행했다는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 8월 서울지검 수사2과의 분석요청에 따라 대검 디지털수사관실이 분석해 통보한 13쪽짜리 분석보고서 전체를 입수했다.”면서 “금융권 인사 청탁에 연루된 김종익씨에 대한 사찰보고서가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보고됐으며, 검찰은 이 사실을 조사조차 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청와대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 밑에서 일했던 이모 행정관은 김성호 전 국정원장과 민주당 정세균 전 대표 등 수많은 사람들을 직접 사찰했다.”고 폭로했다. 이 의원이 이날 제시한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내역에 따르면 이모 행정관은 ▲이종찬 당시 민정수석에게 ‘김성호 원장 체제의 문제점’ 보고 ▲2008년 3월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이상득 의원 총선 불출마 촉구 기자회견 이후 정 의원 부인에 대한 사찰 ▲국정원 1차장의 부인인 전모씨 등의 사찰에 연관됐다. 이 행정관의 사찰 대상에는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 부인 한모씨와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 민주당 정세균 당시 대표 등도 포함됐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사설] 민사고의 영어면접 결국은 터질게 터졌다

    대표적 자율형 사립고교인 민족사관고등학교가 정부의 학생선발 지침을 정면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민족사관고가 내년도 신입생을 선발하면서 ‘자기주도 학습전형 지침’ 중 일부를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그제 밝혔다. 민사고는 무성영화를 비디오로 보여주고 학생들에게 느낀 점 등에 대해 60분 동안 영어로 토론하도록 했다. 교과부는 신입생 선발을 앞둔 다른 학교로의 확산을 막도록 학생정원 감축, 자율형 사립고 지정취소 등 엄중 제재 방침을 밝혔다. 이번 사태는 학교별 특성에 맞는 시험 없이 학생을 선발하라는 정부 정책의 합목적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문제가 된 자기주도 학습전형이란 자율형 사립고와 외국어고, 국제고 등 학생선발권을 가진 고교들에 필기시험 없이 중학교의 내신성적과 면접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토록 하는 고교 입학전형이다. 학교생활기록부와 학습계획서, 학교장이나 교사의 추천서가 전형요소이다. 교과 지식을 묻는 형태의 구술면접이나 적성검사도 금하고 있다. 각종 인증시험 점수와 경시대회 수상실적 등 선행학습 유발요소의 제출도 배제된다. 민사고의 교과부 지침위반은 예견돼 온 일이다. 학교 측은 국어와 국사를 제외한 전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영어 구사능력을 사전에 검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항변한다. 영어능력 검증 없는 학생선발은 민사고의 존립기반을 흔드는 격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교육 당국은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생을 대상으로 민사고 진학이 목적인 한달 390만원짜리 영어캠프가 성행하는 현실에는 눈을 감고 있다. 우리는 민사고 나름의 이유 있는 항변에도 불구하고, 고입전형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는 제재 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다만 이번 일이 우리 현실에 맞는 고입전형 대안을 진지하게 모색해 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 청량리 역세권 새 ‘스카이라인’

    청량리 역세권 새 ‘스카이라인’

    동대문구는 동부청과시장 정비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주민공람에 들어갔다고 15일 밝혔다. 2015년까지 용두동 93-1 일대 26만㎡에 지하 7층, 지상 45∼55층으로 짓는 동부청과시장(조감도)에는 용적률 973%·높이 180m 이하의 건물 4동과 현재 매장의 5배인 2만 3000㎡의 판매시설과 아파트 999가구가 들어선다. 특히 기존 한방(韓方)을 중심으로 한 전통시장과 향후 청량리 재정비촉진지구에 형성될 초대형 상권의 접점으로 유도하고 동북아시아에서 내로라하는 맛과 향의 허브로서 특화하기 위해 세계 식자재 도·소매시장, 세계음식백화점, 세계 식요리문화 아카데미, 세계주류 및 웰빙식품 전문마켓 등 음식문화에 관련된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체험장도 꾸며진다. 또 재정비 촉진지구와 연계해 답십리길 도로선형을 정비하고 광장 등 6400㎡의 기반시설을 조성하며 청량리 재정비 촉진지구 중심을 가로지르는 주 보행동선인 다리를 연결해 청량리역 이용 편의를 높이기로 했다. 상가 활성화를 위해 1층에 천장이 뚫린 형태의 대규모 ‘선큰(Sunken) 광장’을 만든다. 1972년 문을 연 동부청과시장은 동북권 시민의 생활편익에 한몫했지만 시설이 낡고 고객 소비패턴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슬럼화돼 경쟁력을 상실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해 시장정비구역으로 선정해 현대화 계획을 승인했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민자역사 주변 용두도시환경정비구역과 함께 초고층 주상복합, 판매, 여가, 문화복지시설이 들어서는 동북권 랜드마크로 조성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신월 IC~목동교 정체 뚫는다

    신월 IC~목동교 정체 뚫는다

    제물포길 지하화 사업(위치도)은 이 일대 상습정체 해소를 위해 추진되고 있다. 제물포로는 서울시내 상습정체구간 중 하나로 양천구를 관통하는 신월IC~목동교 구간의 경우 일일교통량 13만 7000대로 평균 속도가 시속 16.5㎞에 불과할 정도로 정체가 심하다. 이 사업은 수익형 민자사업(BTO)으로 추진된다. 서울시가 850억원의 재정을 지원하고 민간사업자가 4600억원의 개발비를 부담하는 대신 향후 30년간 승용차 1대당 약 2000원의 통행료를 부과해 사업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2009년 한국개발연구원으로부터 적격성 검사에 이어 지난 5월 서울시 재정심의와 기획재정부의 적격심사(6월)에서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 시는 오는 12월 예정돼 있는 시의회 동의 절차를 거쳐 통과되면 내년 4월에 사업자를 선정하고, 12월부터 5년간 공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서울시의회 건설위원회가 지난 9월 “검토가 미진했다.”는 이유로 상정 자체를 미루었고 10월에는 일부 시의원들이 사업변경을 주장하면서 또다시 보류됐기 때문이다. 시의회 건설위원회가 내놓은 새로운 계획은 원안인 왕복 4차로를 목동교까지 6차로로 늘리고 인근에 나들목을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서울시는 시의회가 내놓은 계획으로는 시와 민간사업자가 떠안을 재정부담이 커져 사업 추진 자체가 안 된다며 곤혹스러워한다. 왕복 4차로의 지하화사업을 6차로로 늘릴 경우 서울시와 민간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예산이 600여억원이 더 늘어나서다. 나들목 설치문제에 대해서도 난색이다. 설치로 인한 병목현상이 우려되는 등 지하도로로서의 기능을 상실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고전 톡톡 다시 읽기] (42) 레비스트로스 ‘야생의 사고’

    [고전 톡톡 다시 읽기] (42) 레비스트로스 ‘야생의 사고’

    2010년 여름은 월드컵의 계절이었다. 남자 대표팀의 16강 원정 성공을 시작으로 20세 이하 여자 대표팀의 4강 진출, 17세 이하 여자 대표팀의 우승까지 축구의 열기에 여름 더위가 무색했다. 매 경기마다 승부가 갈리고, 끝까지 살아남는 한 팀이 우승컵을 거머쥐게 되는 월드컵. 우리는 승패가 갈리는 그 순간을 보기 위해 눈을 떼지 못한다. 뉴기니의 원주민 가후쿠가마족도 유럽 문명의 유입으로 축구라는 새로운 게임을 배웠다. 그런데 그들은 양 팀의 승부가 똑같아질 때까지 몇 날 며칠이고 계속 경기를 했다고 한다. 이게 뭔 소리? 게임이란 승패를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닌가. 축구의 초식도 모르는 바보들이나 할 법한 이들의 리그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에 따르면 이것은 원주민들이 게임을 의례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게임과 의례의 원리는 반대다. 게임은 1등, 2등을 가림으로써 팀들의 차별성을 만들고자 한다. 하지만 의례는 서로 다른 두 팀 사이의 대칭적 관계를 만들고자 한다. 대칭적 관계를 통한 공존의 세계. 이것이 가후쿠가마족의 기묘한 축구가 보여 주는 무승부의 사유다. 레비스트로스는 원주민들의 이러한 사유를 ‘야생의 사고’라 명명한다. 우리는 원주민들을 아무 원칙도 없이 살아가는 ‘야만인’이나 ‘미개인’으로 여긴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의 편견이다. 레비스트로스는 ‘구조’를 통해 우리의 편견을 깨고자 한다. 구조는 체계와 다르다. 체계가 한 사회 내부만을 문제 삼는다면, 구조는 두 개 이상의 사회를 대상으로 한다. 레비스트로스는 이를 현대대수학의 군론(群論)을 차용해 설명한다. 군론은 질적인 ‘수’를 다루는 대신 ‘연산 구조’를 중심에 둔다. 레비스트로스는 질적으로 다른 두 집합도 연산 구조의 측면에서는 동일하게 다룰 수 있다는 군론의 아이디어를 인류학에 적용한다. 그리고 여기에 소쉬르와 야콥슨의 언어학을 가미해 원주민과 유럽 문명 사이의 구조를 정치하게 비교분석한다. 이를 통해 그는 원주민 사회에도 문명사회와 동일한 구조가 숨겨져 있음을 밝힌다. “야생의 사고는 야만인의 사고도 아니며 미개인이나 원시인의 사고도 아니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세련화되었다든가 길들여진 사고와는 다른, 길들여지지 않은 상태의 사고다.” 레비스트로스는 ‘브리콜뢰르’(손재주꾼)를 통해 이 길들여지지 않은 사고를 설명한다. 레비스트로스가 소개하는 작품 하나를 보자. 동서양과 시간을 가로지르며 다양한 건축 양식을 구현하고 있는 ‘우편배달부 슈발의 아방궁’. 피카소까지 감동시킨 그 궁은 우편배달부 슈발이 편지를 배달하는 길에서 주은 돌들을 쌓아 만든 작품이다. 레비스트로스는 이런 슈발을 브리콜뢰르라 부른다. 브리콜뢰르는 문명의 상징인 장인과는 다른 작업 방식을 가지고 있다. 장인은 자신에게 꼭 맞게 마련된 재료와 도구가 없으면 제대로 작업을 할 수 없다. 그에게 훌륭한 재료와 도구는 좀 더 나은 작업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브리콜뢰르의 재료들은 우연적으로 그의 손에 들어온 것들이다. 장인의 눈에 브리콜뢰르의 작업대는 너저분해 보인다. 그러나 브리콜뢰르는 그런 눈으로 재료를 바라보지 않는다. 그는 잘 다듬어진 재료를 기다리는 대신 자신 앞의 그 우연적 재료들을 가지고 바로 작업에 돌입한다.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선입견을 버리고 재료와 직접, 그리고 전면적으로 만난다. 그 부딪침 속에서 재료가 가진 잠재적 능력을 끝까지 끌어올려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낸다. 브리콜뢰르는 훌륭한 재료를 가지지 못했다. 대신 그는 재료를 훌륭한 것으로 만든다. 이것이 야생의 사고가 세계를 구축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에게는 그 길들여지지 않은 사고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 있다. 길들여지지 않았기에 ‘폭력적’이지 않겠는가 하는 마뜩지 않은 눈길. 분명 원주민들이 보여 주는 통과의례는 끔찍해 보인다. 영화 ‘아바타’에도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주인공 제이크가 통과의례를 겪는 모습이 등장한다. 나비족의 전사가 되려는 제이크는 자신을 허락하는 익룡 ‘이크란’을 찾아 교감에 성공해야 한다. 그 과정에 세련되고 효율적인 매뉴얼이 들어올 틈은 없다. 그것은 차라리 싸움에 가까워 보인다. 그 싸움은 제이크가 인간으로서 이크란의 주인이 되겠다는 생각을 버릴 때 끝난다. 문명 속의 우리는 그런 싸움을 통해 ‘나’란 존재가 다칠까 두려워한다. 그래서 ‘친절’이나 ‘상냥한 미소’의 서비스를 바란다. 하지만 원주민들은 알았다. 교감은 그런 서비스로는 이루어질 수 없음을. ‘나’를 지키겠다는 두려움이 오히려 교감을 싸움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임을. 그들에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제껏 타자였던 자연과의 교감 능력을 획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교감은 오로지 인간이란 정체성을 버릴 때 가능하다. 통과의례의 고통은 자신을 해체시키는 데 따르는 아픔을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게임의 원리를 따르는 서구적 지성은 자연으로부터 분리된 특권적 영토 안에 인간을 세웠다. 그리고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멀어진 꼭 그만큼, 인간들 스스로도 서로에 대해 분리된 채 살아가게 되었다. 인간은 자연에 대해서도, 서로에 대해서도 고립된 채 자신의 영토를 지키고 확장하는 데 혈안이 되었다. 밀가루에서 배추로 이어지는 농산물 파동,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인종 분쟁과 종교 분쟁. 그렇게 우리는 교감과 공존의 능력을 상실해 갔다. 타자든 자연이든 교감과 공존은 나의 것에 대한 탐욕을 버리지 않는 한 이루어지지 않는다. 가후쿠가마족이 바보여서 그런 기묘한 축구를 한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어떻게든 같이 살아가는 무승부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교감과 공존은 길들여진 자신만의 영토에서 나올 때 시작된다. 자신을 해체한 마주침 속에서 매 순간 새롭게 형성되는 교감과 공존의 지반. 그렇기에 레비스트로스는 말한다. 궁극적 목적은 “인간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을 용해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덧붙인다. 설령 그 용해가 기존의 ‘나’를 통째로 뒤집더라도 감수해야 한다고. 신근영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 [공무원 특채 대해부] 외국도 채용방식 변화

    일본, 미국, 영국 등 주요 국가들도 공무원 전문성 강화를 목표로 공무원 채용 및 운영제도를 다변화하고 있다. 지난 8월 발표된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 방안’은 이 같은 세계적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행정안전부는 각 부처가 자체적으로 실시 중인 5급 공무원 특채를 통합 관리할 방침이다. ‘중소기업 채용 박람회’처럼 각 부처의 특채 수요와 기준, 방식을 제출받아 객관성·공정성 심사를 거친 뒤 일괄 채용공고를 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한국 공무원 채용제도의 모델이 된 일본은 2012년부터 ‘국가공무원 1·2·3종 시험’을 폐지한다. 일본 공직체계는 지정직(임명직)인 국장급 이하 11계급으로 운영되는데 부국장급 이상의 88%가 우리나라 행시에 해당하는 1종시험 승진자다. 이런 이유로 1종시험은 인사운영의 경직성과 하위직 의욕상실의 원인으로 지적돼왔다. 일본 정부는 1·2·3종 시험을 폐지하는 대신 종합직(정책기획), 일반직(사무처리), 전문직 등 3개 분야로 나눠 공무원을 뽑을 예정이다. 또 분야별 외부 전문가를 계장급 이상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중도채용시험’ 대상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우리나라가 도입할 ‘5급 특채 확대’와 같다. 미국 행정부는 이달부터 공무원 신규 채용 절차를 간소화했다. 미국은 공무원 선발시험을 매년 시행하지 않고 결원이 생길 때마다 최적임자를 채용하고 있다. 부처별로 결원이 생기면 연방정부인사관리처(OPM)에 통보하고 채용공고를 낸다. 공직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학력, 경력을 기술한 이력서를 작성해 OPM에 제출하면 부처별로 검토해 상급자에게 후보군을 평가토록 한다. 지금까지는 선발인원의 3배수만 추천했지만 앞으로는 추천제한을 없애고 영역별 업무 특성 중심으로 평가하기로 했다. 영국도 채용권한은 각 부처에 있다. 결원이 발생하면 자체 시험을 통해 선발한다.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직군은 외부 전문가 지원을 받아 내부심사를 통해 충원한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천안시의회 의장 줄줄이 비리 연루

    충남 천안시의회 의장들이 잇따라 비리 등에 연루돼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지역에선 ‘천안시의회 의장을 하면 의원직이 위태롭다.’는 괴담까지 나돌고 있다. 14일 대전지검 천안지청에 따르면 6대 천안시의회 전반기 K의장의 사무장인 A씨가 6·2지방선거 당시 선거사무실 자원봉사자에게 2차례에 걸쳐 470만원을 건넨 혐의로 지난 11일 구속됐다. 선거사무장이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게되면 K의장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앞서 5대 천안시의회 후반기 의장을 지낸 S씨는 2005년 천안 백석지구 민간도시개발사업 예정부지 내 2필지(4500㎡)를 22억원에 매입한 뒤 아파트 시행사에 32억원을 받고 미등기 전매해 10억원의 전매차익과 7억원의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게 되자 의원직을 중도 사퇴했다. S씨는 지난해 10월 1심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아 명예를 회복했지만 의정생활을 접었다. S씨의 뒤를 이어 의장에 취임한 L씨는 천안 제5일반산업단지 조성과정에서 개인비리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자 6·2지방선거에 불출마했다. 천안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의장들의 중도사퇴와 선거 불출마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뒤숭숭하다.”면서 “의장이 되면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는 좋지 않은 전례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안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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