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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초수급 탈락 1만 3000명의 눈물

    기초수급 탈락 1만 3000명의 눈물

    #1 지난 8일 새벽 광주 북구 각화동에서 80대 노인 A(여)씨가 택시에 치여 숨졌다. 도매시장에 일용직 일자리를 구하러 갔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A씨는 지난해 출가한 딸의 소득이 확인되는 바람에 기초생활 수급대상에서 제외됐다. 폐지를 주우며 일용직 청소일을 했지만 살고 있는 소형 영구임대 아파트의 관리비도 내지 못하는 등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결국 새벽에 일자리를 찾으러 나갔다가 변을 당했다. #2 B씨는 어릴 적 부모의 이혼으로 보육시설에 들어가야 했다. 2010년 퇴소 때까지 13년간을 부모와 연락이 끊긴 채 보육시설에서 지냈다. B씨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보육시설에서 독립해 기초생활 생계비 지원을 신청했지만 당국으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사회복지통합관리망에 친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탓이었다. B씨는 동주민센터와 구청에 항의했고 친부가 양육권 재포기 의사를 밝힌 뒤에야 다시 기초생활 수급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다시 시련이 찾아왔다. 올 2월 기초생활 생계비가 전혀 입금되지 않았다. 동주민센터에 확인해 보니 친모의 재산이 발견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15년 넘게 친모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A씨와 B씨처럼 현실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부양의무자 때문에 기초생활 생계비 지원에서 탈락한 사람이 올해 1만 3000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의 사정이 무시되고 서류상으로만 이뤄지는 복지행정 때문에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윤인순 민주통합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빈곤층 1만 3117명이 부양 의무자 소득 때문에 기초수급 대상 자격을 상실했다. 그러나 기초수급 탈락자를 부양할 의무를 진 가구의 월 평균소득은 약 233만원으로, 전국 가구 평균소득 345만원에 크게 못 미쳤다. 부양의무 가구의 68%가 전국 가구 평균소득을 밑돌았다. 지난해에도 기초수급자격 박탈자 19만 3591명 가운데 1만 9978명(10.3%)이 부양의무 가구의 소득기준 초과 때문이었다. 남윤 의원은 “부양의무자의 평균 소득이 실질적인 부양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면서 “가난한 사람에게 더 가난한 사람의 생계를 떠넘기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최동익 의원도 “부양의무 대상자의 경제력이 일정수준 이상이 되면 기초생활수급에서 제외되는데 이는 소득과 재산을 모두 합친 것으로 통상 실질소득은 월 300만원도 안 된다.”면서 “생활하기에도 빠듯한 이 돈으로 부모까지 부양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기준이 되는 소득 수준을 높이고 부양의무 대상자에서 며느리와 사위를 제외시키는 등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범수기자 bulse46@seoul.co.kr
  • KT “세티즌 설문조사 믿을 수 있나” 발끈

     KT가 최근 모바일 포털인 세티즌이 진행한 조사 결과에 대해 발끈하고 나섰다. ‘아이폰 출시되면 KT보다 SK텔레콤’, ‘LTE 품질 만족도, LG유플러스가 가장 높아’ 등 세티즌의 여론 조사가 왜곡됐다는 주장이다.  KT는 이 근거로 최근 한 온라인커뮤니티의 게시글을 제시했다. 한 네티즌은 지난 12일 온라인커뮤니티 클리앙에 “세티즌은 더이상 스마트폰 커뮤니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는 글을 올렸지만 다음날 해당 내용이 삭제요청을 받아 더이상 게시될 수 없다는 공지를 받았다는 것.  이 네티즌은 세티즌이 9월21~30일 진행한 ‘LTE서비스 품질에 얼마나 만족 하시나요’의 리서치 결과, LG유플러스의 만족도가 가장 높다는 내용을 보고 ”설문 참여자 455명에 불과해 의미를 가질 수 없는 설문 결과를 홍보하는 것은 일부 이동통신사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고 하는 속셈”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클리앙의 글을 삭제요청한 당사자가 “LG유플러스 온라인마케팅 대행사”라고 주장했다. 이 네티즌은 세티즌의 편향성을 지적한 기사에 대해 LG유플러스 온라인마케팅 대행사가 무슨 권한으로 기사 삭제를 요청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세티즌과 일부 이통사가 유착 관계에 있다는 소문을 LG유플러스에서 직접 증명했다며 비판했다.  KT는 또 세티즌이 9월13일~14일 726명이 참여한 ‘아이폰5 LTE 당신의 선택은?’이라는 설문도 조사기간이 하루에 불과하고 참여인원이 1000명에 못미쳐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KT는 특히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게재 중지를 요청할 정도로 통신사간 신경전이 치열했던 LTE대동여지도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당시 LTE대동여지도는 LG유플러스의 커버리지가 가장 많이 구축된 것을 반영했지만 SK텔레콤과 KT의 망 구축 현황을 늦게 반영해 결과적으로 허위 마케팅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LTE대동여지도의 제작과 홍보에 세티즌이 적극 개입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KT는 특히 10월 한달간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인 아사모와 뽐뿌, 클리앙에 게재된 ‘아이폰5’ 통신사 선택을 묻는 게시물과 설문 34개, 댓글 1615개를 분석한 결과 KT와 SK텔레콤을 선택하겠다는 의견이 각각 58%, 42%로 나타났다며 세티즌에서 발표한대로 일방적으로 한 이통사가 우세하게 나온 결과와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전문 커뮤니티의 대명사로 불리던 세티즌이 지금은 일부 통신사의 홍보 도구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많아 공정성을 상실하고, 옛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홍 기자 hong@seoul.co.kr
  • 비싸고 위험해진 中… ‘세계의 공장’ 간판 내리나

    비싸고 위험해진 中… ‘세계의 공장’ 간판 내리나

    아시아 국가들과의 영토 분쟁과 인건비 급등으로 중국이 ‘세계의 공장’ 지위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은 일본 기업들이 대(對)중국 투자를 급격하게 줄일 태세인 가운데 상당수 중국 내 기업이 고임금 부담을 못 견뎌 동남아시아로 생산 거점을 옮기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일본 기업 4분의1이 중국에 대한 투자를 줄이거나 연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일본 기업 10곳 중 2곳은 생산 기지를 제3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영유권 분쟁으로 인한 긴장 고조로 일본 기업들의 대중 투자 심리가 대폭 위축된 것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로이터가 지난 1~17일 일본 400개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4%가 중국에 계획한 투자를 연기하거나 규모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 18%는 제3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중장기적으로 중국을 생산 기지로 삼겠느냐는 질문에는 37%가 ‘우려가 높아졌다’며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 일본 기업들은 대신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의 올해 인도에 대한 직접투자는 15억 300만 달러(약 1조 6600억원)로 단일 국가로는 최대를 기록했다’는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의 자료를 인용해 “일본 기업들이 중국을 대체할 시장으로 인도를 꼽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 500여개의 매장을 설치한 일본 의류업체 허니스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미얀마로 공장을 이전하는 등 동남아 국가에 신규 투자를 집중할 예정이다. 타이어 제조업체인 도요타이어앤러버도 말레이시아에 공장을 새로 짓고 있다. 그동안 전 세계 기업들은 중국의 낮은 인건비와 내수시장으로서의 성장 가능성에 ‘베팅’하며 경쟁적으로 중국을 전초기지로 삼아 왔다. 특히 일본 기업들의 중국 사랑은 극진했다. 1990년 이후 파나소닉, 닛산자동차, 토요타자동차 등 일본 대표 제조업체들이 중국 공장에 쏟아부은 돈만 1조 달러가 넘고 2만여개의 일본 기업이 중국에서 창출한 일자리만 160만개에 이른다. 하지만 이제 자국 기업들도 등을 돌릴 만큼 생산기지로서의 중국의 매력은 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최근 상무부 소식통을 인용해 자국 내 의류·신발·모자업체의 30%가 임금 상승, 수출 부진 때문에 공장을 동남아시아로 이전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올 상반기에만 중국 31개 성·시·자치구 가운데 16곳의 임금상승률이 평균 20%를 웃돌았다. 상하이의 월 최저임금은 1450위안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해 베트남의 월평균 임금(600위안)의 2배가 넘고 미얀마보다는 5배나 많은 금액이다. 전문가들은 인건비 영향을 많이 받는 의류·가전업체 등의 이탈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시모토 히사요시 일본국립정책연구대학원 교수는 “이번 반일 시위의 수위는 과거와는 차원이 달라 일본 기업들이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경영 활동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성폭행범 혀 깨물어 절단 ‘무죄’

    성폭력에 저항하다 가해자의 혀를 깨물어 자른 여성의 행위가 검찰에서 정당방위로 인정받았다. 의정부지검은 23일 강제로 키스하려는 가해자의 혀를 깨물어 3분의1 가량을 자른 혐의로 입건된 A(23·여)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이 성폭력 피해자의 자기 방어권을 이례적으로 폭넓게 인정한 것으로 잇따라 일어나는 성폭력 범죄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A씨는 지난 6월 11일 오전 1시쯤 혼자 술을 마시러 나가다 탄 택시의 운전기사 이모(54)씨의 제안에 함께 횟집에서 술을 마셨다. 술자리는 의정부에 있는 이씨의 집으로 이어졌다. 오전 6시쯤 성폭력 위협을 느낀 A씨는 이씨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방문을 잠갔다. 그러나 이씨는 문을 부수고 들어와 A씨의 신체부위를 만지며 강제로 키스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이씨의 혀를 깨물어 혀의 3분의1이 잘렸다. 이씨는 언어장애가 나타나는 등 노동능력을 일부 상실하는 중상해를 입었다. 경찰은 지난달 3일 A씨를 중상해 혐의로, 이씨를 강간미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 판단은 달랐다. 검찰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심각한 상해를 입힌 경우에도 정당방위로 인정할 수 있는지 시민 의견을 묻기로 했다. 지난달 28일 시민 9명으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는 갑론을박 끝에 ‘성폭행 위험 상황에서 적극적인 자기방어를 허용하지 않을 경우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검찰은 ‘성폭력 피해자의 자기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며 A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의정부지검 황인규 차장검사는 “성폭력 피해자의 자기방어권이 최대한 인정돼야 성범죄자로부터 성적 결정의 자유를 지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폭력 범죄를 저지를 경우 심각한 상해를 입더라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메시지도 이번 결정에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상해죄 등 전과 11범인 이씨를 강간치상죄로 기소하고 사건 발생 이후 우울증세를 보이는 A씨에게는 심리치료와 보복 예방을 위한 비상호출기(위치추적장치)를 제공했다. 한상봉기자 hsb@seoul.co.kr
  • ‘재정적자’ 美정부 내년 지출축소·증세 예고… 떨고있는 기업들

    ‘재정적자’ 美정부 내년 지출축소·증세 예고… 떨고있는 기업들

    연말로 시한이 다가온 미국의 재정적자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 제너럴일렉트릭(GE)이 내년 초 상환 예정인 채권 50억 달러(약 5조 5150억원)어치를 미리 차환(재금융)한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재정적자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내년 초 시작될 ‘재정절벽’의 악영향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2일(현지시간) GE가 세금 증가와 지출 감소라는 재정절벽 가능성에 앞서 시장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내년 초 상환할 채권 50억 달러 규모를 별도 차입금으로 상환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케이트 셔린 GE 재무책임자(CFO)의 말을 인용해 GE가 모기업을 통해 이달 들어 70억 달러의 채권을 발행했으며, 여기에는 내년 2월 상환해야 하는 채무 50억 달러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GE의 이 같은 대규모 채권 발행은 최근 5년 사이 처음으로 이뤄진 것이다. 셔린 CFO는 채권 조기 차환이 이뤄진 것에 대해 “채권을 10월에 발행했으니 재정절벽이 해결되지 않아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시장 변동이 심해질 경우를 대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GE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차입 여건이 나빠지면서 기업 최고 신용등급인 ‘AAA’를 상실하고 배당까지 깎이는 등 고전한 바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다른 회사들도 GE의 이 같은 움직임을 예의 주시할 것이라면서, 이들도 GE처럼 유동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RBS증권의 거시신용전략 책임자 에드워드 마리난은 “GE가 재정절벽의 불확실성에 따른 위기 관리에 선제적으로 나선 것에 대해 비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잇단 양적 완화로 채권 금리가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인 상황에서 GE와 같은 기업의 채권이 투자자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GE가 차환하기에 좋은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지난주 미국 시장에서 기업이 발행한 채권은 260억 달러 규모였으며, 발행 기업에는 오라클과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등이 포함됐다. 미 의회 예산국(CBO)의 자료에 따르면 미 의회가 끝내 재정절벽 해소에 합의하지 못하면 내년 1월부터 자동으로 지출 감축과 증세가 실행되면서 미 경제에 6000억 달러의 부담이 가해질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평가를 인용해 재정절벽에 그대로 빠지게 된다면 경제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겠지만 적어도 재정적자는 내년 한 해에만 최대 7200억 달러나 감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용어 클릭] ●재정절벽(Fiscal Cliff) 미국에서 올해 연말까지 적용되는 각종 감세 혜택이 끝나 세금이 급증하고 미 연방 정부가 재정적자를 해소하려 지출을 급격하게 축소하면서 기업 투자와 소비가 위축돼 경기 후퇴(리세션)를 불러오는 것을 뜻한다. 미 의회가 연말까지 재정절벽 완화 방안에 합의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시작된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기회의 땅 개도국으로 ‘두뇌’들 유턴

    선진국으로 몰려들었던 개발도상국 출신 인재들이 고국으로 유턴하는 ‘역(逆) 두뇌 유출’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동유럽 등 빈국의 유능한 인력들이 더 나은 기회를 찾아 부자 나라로 대거 이동했던 해외 이주 흐름이 180도 바뀐 것이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22일(현지시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미국 중산층의 몰락과 유로존 재정위기에 따른 유럽 사회복지 시스템의 붕괴로 많은 이민자들이 ‘선진국이 유일한 기회의 땅인가’라는 의문에 휩싸이면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엔에 따르면 이전에는 전체 이민자의 75%가 자국보다 더 발전한 나라로 이주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선진국들이 불황의 늪에 빠진 사이 신흥경제국들이 견고하고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며 임금 등 여러 면에서 더 매력적인 기회의 땅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BRICS) 국가들은 금전적 혜택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지난 30년간 고국을 등진 수백만명의 자국민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고급 인력들까지 이들 나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이민정책 담당자 리자드 콜레윈스키는 CSM과의 인터뷰에서 “특히 유로존 위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이 남유럽 젊은이들에게 기회의 땅이 됐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국외 이주자가 가장 많은 중국은 보조금 등으로 ‘고국으로의 유턴’을 독려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2000년대 이후 중국으로 귀향한 이민자 수는 해외에 머무는 사람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브라질은 2012년 4월 기준 불법 체류 외국인이 2010년보다 50%나 급증할 정도로 인기다. 대다수가 포르투갈 등 한때 남미 국가들을 식민지로 삼았던 유럽의 이민자들이다. 브라질 정부는 2005년 해외 거주자 400만명 가운데 절반이 국내로 돌아왔다고 추산했다. 남아공에서도 2004년 이후 6000여명의 이민자가 귀향했다. 나이지리아 이민회는 최근 고국을 떠나는 사람보다 돌아오는 사람이 2배 더 많다고 추정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동대문운동장’ 글 쓰고 사진 찍은 김은식·박준수

    [저자와 차 한 잔] ‘동대문운동장’ 글 쓰고 사진 찍은 김은식·박준수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착공 3년 만에 가림막을 벗었다. 기하학적이고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건물은 마치 언덕이나 파도 같다. 설계자 자하 하디드는 ‘환유의 풍경’(Metonymic Landscape)이라고 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곧 동대문을 상징하게 될 것이라는 말인데, 일단은 맞는 것 같다. 적어도 사람들의 관심은 끈다. 서울시가 투입한 사업비가 무려 4300여억원-초기 사업비는 2274억원이었고 관계자는 5000억원 가까이 추정한다-이고, 교통 불편을 감수하면서 3년을 기다렸던 곳이 세상에 나왔으니 관심을 끌 수밖에. 그런데 어째 방향이 이상하다. 대단히 훌륭하다거나 서울의 랜드마크로서 가능성을 떠올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누구는 “미확인비행물체냐.”고 묻고, 또 누구는 “다 지어진 것이냐.”고 묻는다. 물론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프랑스 파리의 명소 퐁피두센터도 1977년 건립 당시에는 철골이 바깥으로 나와 흉측하다거나 버려진 공장 같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으니까. ●한국야구사 고스란히 품은 동대문운동장 사라져 분명한 것은 하나다. 이 건축물을 갖기 위해 우리가 잃어버린, 한국 야구사를 고스란히 품은 동대문운동장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대한 실망감은 동대문운동장의 상실감을 더욱 키운다. 그리고 때마침 그때 그 공간을 추억한 ‘동대문운동장’(브레인스토어 펴냄)이 나왔다. 18일 서울 서교동 출판사 사무실에서 만난 작가들은 모두 동대문운동장에 대한 추억을 한 아름 품고 있었다. 책을 기획한 사진작가 박준수(31)는 야구 명문인 신일중·고교를 나와 이곳에서 열띤 응원을 한 기억을 하고 있다. “이런 곳이 철거된다는 소리를 듣고 뭔가를 기록하고 싶었다.”는 그는 철거 직전에 열린 2007년 8월 제37회 봉황대기 고교야구대회를 사진기에 담았다. “기록이라는 것은 망각에 대한 저항이라는 말을 하잖아요. 없어질 동대문운동장의 추억에 나름대로 저항을 하려는 것이었죠.” ●“이런 곳이 철거된다는 소리를 듣고 뭔가를 기록하고 싶었죠”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점점 모습을 갖춰갈 무렵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야구전문작가 김은식(39)을 찾았다. 사진을 찍었던 5년 전 기억을 채우고,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잘 풀어낼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야구 관련 책을 여러 권 쓴 김 작가는 “제안을 받았을 때 야구책이라는 게 그리 잘 팔리는 것이 아닌 데다 동대문운동장에 대한 추억을 가진 사람들에게나 관심을 끌 것이라 낼만한가라는 생각이 앞섰다.”고 털어놨다. 박 작가의 사진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이런 가치가 있던 곳을 잃어버렸구나’라고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김 작가가 “책의 테마는 반성”이라고 말하는 배경이다. “낡은 것을 버리고 새것만 취하려는 정책결정권자에 대한 비판이나 비아냥을 담아 글을 쓴 것이 아닙니다. 내가, 또 우리가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추억이나 오랫동안 만들어온 역사를 심상하게 바라봤구나, 그래서 결국 잃어버렸구나 하는 반성이죠.” ●“누군가에게 아련한 추억이라도 됐으면…” 1925년 만들어진 동대문운동장은 90년 가까이 되는 세월 동안 많은 사람이 추억을 켜켜이 쌓은 곳이다. 수많은 학생야구대회 본선이 대부분 열렸고, 1982년에는 프로야구 역사가 시작됐다. 해마다 경기는 800번 안팎으로 열렸고, 선수 수천 명과 수백만 명 관객들이 야구장 구석구석, 객석 틈새를 메웠다. 책에 담긴 것은 그 수많은 일의 일부이지만 동대문운동장의 이야기를 떠올리기에 부족하지 않다. 대회를 알리는 커다란 현수막, 아직 남아있을까 싶은 고교야구대회 대진표, 아들을 응원하러 온 부모와 손자를 보러온 할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그저 야구가 좋아서 온 아저씨들과 지금 보면 촌스러운 응원단도 있다. 물론 치열하게 시합을 하는 야구선수들이 중심이다. 이제는 책을 보고서야 “아빠가 어렸을 때 여기서 응원을 했어.”라거나 “1976년 봉황기 대회 때 이곳에서 최동원이 20탈삼진을 기록했지.”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지만. “무조건 옛것을 보존해야 한다는 낭만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다만, 우리가 잃어버린 기억을 한번 돌아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죠.”(박 작가) “동대문운동장이 없어도 우리 삶은 계속되겠죠. 동대문운동장 철거는 그만큼 초라한 사건일지도 모릅니다. 이 초라한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되새기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책은 충분히 의미를 갖게 될 겁니다.”(김 작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하프타임] 프로배구 드림식스 아산시와 연고 협약

    남자 프로배구 러시앤캐시 드림식스는 18일 충남 아산시청 본청 회의실에서 복기왕 아산시장과 박상설 한국배구연맹(KOVO) 사무총장, 김호철 러시앤캐시 감독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12~13시즌 연고 협약을 체결했다. 드림식스 구단은 KOVO 관리 아래 네이밍 스폰서인 러시앤캐시의 후원을 받아 운영 자금을 충당, 올 시즌을 치르는데 장충체육관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하는 바람에 2012~2013 시즌에는 연고지를 임시 이전, 아산 이순신빙상실내체육관에서 홈경기를 치른다.
  • ‘옷로비’ 부산교육감 피의자 조사

    ‘옷 로비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 특수부(부장 신호철)는 17일 임혜경 부산시교육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임 교육감은 지난해 4월 16일 전남 광주의 D의상실에서 부산시내 사립 유치원 원장 2명으로부터 원피스, 재킷 등 180만원 상당의 옷 3점을 받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임 교육감을 상대로 이들로부터 옷을 받게 된 경위와 대가성 여부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교육감은 검찰조사에서 옷을 받은 것은 인정하면서도 대가성은 없었다며 혐의 내용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달 중으로 수사를 마무리한 뒤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여기野] 롯데 찬스에 재뿌린 박진만의 ‘명품 수비’

    0-1로 뒤지던 롯데는 6회 초 동점에 성공한 데 이어 1사 1·3루의 결정적인 역전 찬스를 잡았다. 타석에는 5번 타자 박종윤. 올 시즌 SK를 상대로 2홈런에 타율 .295를 기록하는 등 강한 모습을 보였다. 준플레이오프(PO)에서 .231로 부진했지만 양승호 감독은 여전히 박종윤을 5번 타자로 중용했다. 그러나 박종윤의 자신감이 문제였다. 어떻게 해서든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초구와 2구 모두 스퀴즈번트 자세를 취했고 그나마도 실패했다. 벤치의 사인이 아닌 스스로의 판단이었다. 양 감독은 볼카운트 1-1에서 박종윤을 박준서로 전격 교체했다. 양 감독은 경기 후 “초구 번트 시도는 수비수를 끌어들인다는 의도로 이해했지만, 두 차례나 번트 자세를 취해 자신감이 없는 것 같았다.”며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박준서는 풀카운트까지 끌고 간 뒤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그의 직선 타구는 유격수 박진만의 멋진 다이빙 캐치에 걸려들었다. 롯데는 아쉬움에 땅을 쳤다. 1루 주자 홍성흔은 타구를 제대로 보지도 않은 채 2루로 내달린 탓에 롯데의 황금 찬스는 병살로 날아갔다. 3루 주자 손아섭은 침착하게 베이스에 붙어 있었다. 중심 타선의 자신감 상실과 성급한 주루플레이로 역전 찬스를 놓친 롯데는 결국 공수가 교대된 6회 말 결승타를 얻어맞으며 무릎을 꿇었다. 인천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술고래 vs 골초, 어느쪽이 더 인체에 유해할까?

    백해무익이라는 담배와 현대인들에게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술 중, 술이 훨씬 인체에 유해하다는 전문가의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독일 그라이프스발트메디슨 대학 울리치 존 교수 연구팀의 조사 결과, 알코올 중독자들은 평균수명보다 최고 20년 더 빨리 사망하며 흡연자보다 수명이 더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무작위로 추출한 18~64세의 남녀 407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중 알코올 중독으로 분류된 사람은 149명이었으며, 이중 30명은 여성, 119명은 남성이었다. 이들을 14년간 관찰한 결과 알코올 중독자 중 남성의 평균 사망 나이는 60세, 여성은 58세였으며 이는 평균수명보다 약 20년 짧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여성 알코올 중독자의 사망률은 남성 알코올 중독자보다 4.6배 더 높았으며, 알코올 중독자의 사망률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의 2배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존 박사는 “알코올에 기인하는 사망 케이스에 비해 흡연과 관련한 사망 사례는 대부분 암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음주는 흡연과 과체중, 비만 등의 위험한 습관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때문에 술 과음이 흡연보다 더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계는 이전 연구가 과한 음주의 위험성만 강조한 반면, 이번 연구는 알코올 중독과 관련한 임상실험에 기초를 치료법 등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알코올 중독 : 임상 및 실험연구 저널(journal Alcoholism : Clinical & Experimental Research)에 게재됐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대기업, 中企인력 빼가면 이적료 내야

    정부가 대기업의 중소기업 인력 빼가기 행태에 ‘메스’를 들었다. 고용노동부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숙련 인력을 스카우트할 때 해당 기업에 ‘트레이드 머니’(이적료)를 지급하는 방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중소기업 인력유출이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전체 산업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주범’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15일 고용부 등에 따르면 고용부는 이달 말쯤 전자, 금형, 기계 등 주요 업종별 중소기업의 인력유출 때 적용할 ‘중소기업 인력 이적료 가이드라인’(가칭)을 발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최종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이적료 산정 등을 위한 외부 전문기관 용역과 전문가 협의 등은 이미 마친 상태다. 지난 5월 이채필 고용부 장관이 “대기업에서 중소기업 경력직을 뽑을 때 중소기업에 이적료를 내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구체적 실행에 돌입한 셈이다. 이번 방안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우수 인력을 빼갈 때 해당 인력의 양성을 위해 투자된 기여분을 중소기업에 되돌려줘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정부가 이례적으로 중소기업 인력 유출에 대해 직접 대응에 나서는 것은 대기업의 ‘사람 빼가기’ 폐해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인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소기업은 우수 기술인력이 빠져나가면 경쟁력 상실은 물론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가는 인력양성소냐’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고용부는 이적료 가이드라인을 강제 적용하기보다 해당 업종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약을 맺어 운용토록 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A 업종에서는 인력 이동 때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이적료를 제공하고, B 업종에서는 대기업이 해당 협력사 임직원의 재교육을 모두 떠맡는 식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용부 고위 관계자는 “대기업이 인력을 무분별하게 빼가는 대신 협약을 통해 자발적 움직임을 이끌어내는 게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중소기업의 인력 유출 최소화와 경쟁력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열린세상] 늑대 같은 지도자/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열린세상] 늑대 같은 지도자/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만약 당신이 늑대처럼 거칠고 사나워 보이는 집단의 우두머리가 되려 한다면,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압도적인 힘과 카리스마일까, 부드러운 포용력과 솔선수범하는 자세일까. 이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실제 동물행동학자 두 사람이 한 무리의 ‘진짜’ 늑대를 대상으로 우두머리의 조건에 대해 실험을 한 것이다. 먼저 한 사람은 늑대들을 힘으로 제압할 생각이었기에 금속 보호대와 채찍을 들고 우리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늑대들이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덤벼올 때면 채찍을 사납게 휘둘러 그들을 제압했다. 그러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쫓겨나듯 우리에서 나와야 했다. 그가 채찍을 휘두르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늑대들은 더욱 난폭해져 갔고, 결국에는 손댈 수 없을 만큼 사나워져 버리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반면 다른 이는 채찍 대신 유화정책을 사용했다. 그는 늑대들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그들의 털을 쓰다듬으며 한데 어울려 놀거나 늑대처럼 짖으며 그들 무리에 동화되고자 노력했다. 놀랍게도 며칠 지나지 않아 늑대들은 얌전한 개처럼 그를 따르며 그와 어울려 장난을 치기에 이르렀다. 후자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는 늑대들이 우두머리에게 요구하는 행동 특성 탓이다. 그들은 강하고 폭압적인 지도자가 아니라 현명하고 무리를 위해 헌신할 줄 아는 지도자를 추대한다. 보통 늑대는 무리를 지어 사냥하는 습성이 있는데 먹잇감이 줄어드는 겨울에는 다른 전략을 취한다. 한꺼번에 몰려다닌다고 해서 먹이를 잘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먹잇감의 주의를 끌 가능성만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겨울이 되면 대부분의 늑대들은 동굴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우두머리 늑대 홀로 칼바람이 부는 벌판으로 나서곤 한다.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먹이를 찾아 헤매는 것은 오로지 우두머리의 몫이다. 하지만 우두머리 늑대가 아무리 힘이 세고 체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며 눈밭을 헤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기에 종종 우두머리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채 지친 몸을 이끌고 동굴로 돌아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때에도 부하들은 그를 능력 없는 지도자로 폄훼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따뜻하게 맞아준다. 하지만 아무리 우두머리의 잘못이 아니라고 해도, 이런 일이 반복되면 굶주린 늑대들의 눈빛은 변하기 마련이다. 분위기가 심상찮음을 느끼면 우두머리 늑대는 동료들을 향해 애처롭게 울부짖기 시작하는데, 이 울부짖음은 다른 늑대들이 모두 함께할 때까지 계속된다. ‘늑대들의 합창’이라고 부르는 이 울부짖음은 먹이를 구하지 못해 날카로워진 늑대 무리들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공동체의 결속력을 다지는 응원가의 구실을 한다. 이처럼 우두머리 늑대는 힘이 세지만 그 힘을 과시하지 않고, 가장 현명하지만 다른 늑대들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기 때문에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절대적인 신뢰와 존경을 받는다. 그러나 늑대 역시 나이가 들어갈수록 실수를 하거나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우두머리가 그에 어울리는 자질을 잃었다고 판단되는 경우, 늑대들은 새로운 지도자를 영입한다. 내부적으로 공인된 젊고 능력 있는 수컷이 우두머리에게 대드는 것을 묵인하거나, 우두머리의 아내가 차세대 지도자와 짝짓기를 하는 방법을 통해 기존의 우두머리를 퇴임시키고 새로운 지도자를 맞는 것이다. 지금까지 충성을 바쳤던 대장일지라도 내칠 때는 잔인할 정도로 단호하다. 그러나 이를 통해 지도력을 상실한 개체를 권력을 장악했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통치하게 만드는 것을 묵인하지 않겠다는 늑대 공동체의 단호한 결의를 읽을 수 있다. 무능한 지도자의 손아귀에 권력을 계속 놓아두는 것만큼 공동체를 위협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늑대들이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는 모습은 인간들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늑대 집단의 우두머리와 구성원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인간 군상들이 보여주는 그것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인간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 앞으로 5년간 우리 사회를 이끌 지도자를 선출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정당과 이념과 종파에 대한 편견을 접고, 늑대들의 현명한 눈과 냉철한 손을 벤치마킹해 보는 것은 어떨까.
  • 남해 ‘火電유치’ 내일 주민투표

    경남 남해군 지역에 석탄화력발전소 유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주민들의 찬반 의견을 묻는 주민투표가 17일 실시된다. 남해군은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관내 22개 투표소에서 ‘남해에너지파크(석탄화력발전소) 유치 동의서 제출에 대한 의견안’을 놓고 주민투표를 실시한다고 15일 밝혔다. 주민투표는 19세 이상 주민등록자 4만 2055명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투표율 33.3%에 유효투표의 과반수 득표에 따라 찬반 여부가 확정된다. 투표결과는 17일 밤 11시 전후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부터 화력발전소 유치를 추진한 남해군은 주민들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등 분열이 우려되자 주민투표를 실시해 유치 동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찬반 양측 모두 투표를 앞두고 읍내 곳곳을 돌며 ‘지역발전’이나 ‘환경오염에 따른 생존권 상실’등의 논리를 내세워 홍보활동을 벌이면서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여론 조사 등으로 비춰볼 때 주민들의 의견은 팽팽하다. 남해군은 주민투표 결과 찬성으로 결정되면 유치예정지역 반경 5㎞ 이내 1534가구의 동의서와 군의회 동의안을 25일까지 지식경제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투표수가 정족수에 모자라거나 반대 의견이 많으면 화력발전소 유치는 백지화된다. 남해군은 지난해 7월 한국동서발전㈜이 중현리 일대에 8조 6000억원을 들여 4000㎿ 규모의 화력발전소를 포함한 남해에너지파크 건설을 제안하자 타당성 용역조사를 하는 등 유치를 추진해 왔다. 동서발전은 내년부터 2021년까지 1·2단계로 나눠 에너지파크를 건설할 계획이다. 남해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선택! 역사를 갈랐다] (30) 이재순 vs 이범진

    [선택! 역사를 갈랐다] (30) 이재순 vs 이범진

    현재 한국학계에서는 대한제국에서 추진한 광무개혁에 대한 평가가 학자에 따라 엇갈린다. 개혁의 실효성을 부정하는 쪽에서는 대한제국이 부정부패로 얼룩져 근대화 사업을 주도면밀하게 추진하지 못한 점을 지적한다. 반대로 광무개혁을 높게 평가하는 쪽에서는 외세에 의존하지 않고 자력으로 근대화하려 한 노력 자체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대한제국의 다양한 평가에 앞서 한국학계에서 반드시 주목해야 할 대상이 있다. 바로 대한제국의 개혁을 추진한 정치세력이다. 개혁을 주도한 정치세력에 대한 천착이 없다면 대한제국의 다양한 해석도 그 의미를 상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한제국 시기 고종은 군주 중심의 ‘전제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궁내부에 자신의 정치세력을 결집시켰다. 아관파천 이후 이재순(李載純,1851~1904)과 이범진(李範晋, 1852~1911)으로 구성된 궁내부는 고종 권력의 핵심세력이었다. ●이범진, 제정러시아 대한제국 개입 유도 1896년 2월 9일 러시아 순양함 아드미랄 코르닐로프의 내부는 긴박했다. 당시 아드미랄 코르닐로프는 제물포에 포함 보브르와 함께 정박했다. 함장 몰라스는 해군대위 흐멜레프에게 러시아 수병을 이끌고 신속히 서울로 출발할 것을 지시했다. 2월 10일 새벽 중위 미하일로프는 서대문에 도착해서 대위 흐멜레프를 비롯한 해병부대를 맞이하여 러시아공사관으로 안내했다. 장교를 포함한 러시아 해병의 전체 인원은 135명이었다. 포함 보브르에서 대포 1문도 러시아공사관으로 이송되었다. 1896년 2월 11일 새벽 고종과 왕세자는 가마를 타고 경복궁 영추문(迎秋門)→금천교(禁川橋)→내수사전로(內需司前路)→새문고개→러시아공사관으로 신속히 피신했다. 우리나라 근대사에 왕이 안방을 내주고 셋방살이를 자처했다는 아관파천이었다. 2월 11일 저녁 러시아공사관과 영사관 사이의 광장에는 청색의 천막이 설치되었다. 1개 중대의 러시아 병력이 러시아공사관의 안팎에서 경계를 시작했다. 고종은 러시아공사관 내부 2개의 방을 침실과 접견실로 사용했다. 공사관 정문 앞에 있는 정원에는 대포가 설치되었고, 공사관 내부의 개조된 3개의 방에 33명의 해병이 거주했다. 영사관 내부의 개조된 2개의 방에는 62명의 해병이 거주했다. 그동안 청·일전쟁과 을미사변에도 불구하고 제정러시아는 조선에 대한 ‘현상유지’ 외교 정책을 고수하였다. 오랫동안 지속되던 러시아의 ‘현상유지’ 외교 정책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북극곰 제정러시아를 움직인 인물은 이범진이었다. 이범진은 2월 2일 러시아공사관으로 “생명의 위협을 피하여 왕세자와 같이 대궐을 떠나 러시아공사관에서 피신하려고 한다.”는 고종의 비밀 편지를 전달했다. 당시 주한 러시아공사 스페예르는 이범진에게 고종 피신의 위험성을 알렸다. 하지만 이범진은 “만약 스페예르가 고종의 피신을 승인하지 않는다면, 고종이 대궐에서 더욱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다.”며 “고종이 아관파천을 결심했다.”고 답변했다. 아관파천 직전 고종은 자신의 신변안전 때문에 파천의 실행을 주저했다. 그러자 이범진은 러시아 공사의 지원을 확인하는 한편 ‘궁중(宮中)의 여화(餘禍)가 있을지 모른다.’는 일본의 ‘고종폐위설’까지 유포하여 고종의 결단을 유도했다. 1898년 9월 11일 경운궁이 발칵 뒤집혔다. 이날 저녁 식사 전에 고종과 순종은 커피를 마셨다. 그런데 커피의 절반을 마신 순종은 토하면서 혼절하였고, 고종은 구토했다. 남겨진 커피를 마신 내관들도 혼절하였다. ●이재순, 고종 커피에 아편 넣어 정적 제거 사건의 파장이 심각했기 때문에 신속한 수사가 진행되었다. 그날 고종의 수라상에 관련된 인물은 14명이었다. 심문과정에서 김종화(種和)라는 인물이 개입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김종화의 심문과정에서 전선사(典膳司) 주사(主事)를 지낸 공창덕(孔昌德)의 개입 사실이 드러났다. 공창덕에 따르면 그는 김종화에게 1000원의 사례금을 보장하면서 김종화가 고종과 순종의 커피에 ‘아편 1량’을 몰래 집어넣었다. 무엇보다도 공창덕의 심문과정에서 배후인물이 김홍륙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공창덕에 따르면 김홍륙은 공창덕에게 협판을 보장하면서 고종의 독살을 지시하였고, 김홍륙은 자신의 처인 김소사를 통해서 공창덕에게 ‘아편 1량’을 제공하였다. 사건에 참가한 인물 중 김종화는 이재순의 추천에 의해 각감청(閣監廳)에서 일하게 되었다. 보현당(寶賢堂)의 창고지기인 김종화는 홍릉 제사 때에 비용을 사적으로 유용해서 면직되었다. 그런데 면직된 김종화는 사건 당일 대궐에 몰래 잠입하여 고종의 독살을 실행했다. 공창덕은 고종의 아관파천 시절 러시아공사 베베르가 고용한 요리사였다. 아관파천 이후 공창덕은 김홍륙의 추천에 의해서 전선사 주사로 임명되어 왕의 주방에서 외국요리를 관장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의 의문을 살펴보면 첫째, 커피를 마신 사람 중 죽은 사람은 없다는 점이다. 독살의 의도가 있었다면 커피를 마신 사람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아야 한다. 죽은 사람이 없다는 것은 암살의 계획보다는 정치적 음모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둘째, 김종화라는 인물이 이 사건에 개입한 동기가 매우 부족하다. 또한 고종을 암살하려는 인물이 쉽게 체포된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면직된 인물이 대궐에 잠입할 수 있는가? 1898년 4월 부임한 러시아공사 마튜닌은 독차사건이 러시아통역관 출신 김홍륙을 파멸시키려는 음모로 파악했다. 당시 러시아의 후원 아래 김홍륙은 궁궐에 자유자재로 출입하면서 정치와 인사 문제까지 깊숙이 개입하였다. 마튜닌은 러시아정부에 보낸 보고서에서 고종 독차사건의 배후로 궁내부대신 이재순을 지목하였다. 이재순은 김홍륙이 러시아공사의 후원 아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자, 이것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이재순은 자신이 김종화를 추천해 사건에 간접적으로 관련되었지만 사건의 처리과정에 개입했다. 이재순은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서 고종의 승인을 얻었고 경무청에 조사할 것을 직접 지시했다. 이후 1898년 10월 김홍륙·공홍식·김종화는 반역 음모를 기도했다는 혐의로 교수형에 처해졌다. 아관파천 이후 고종은 군주권을 강화하기 위해서 궁내부에 소속한 이재순과 이범진 계열을 적극 후원했다. 이범진은 갑신정변 당시 명성황후를 구해준 인연으로 황후의 총애를 받아 민비가문과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아관파천 이후 법부대신에 임명된 이범진은 을미사변 관련자를 처벌하면서 정국을 주도했다. 이재순을 비롯한 권력집단은 이범진의 지나친 권력 집중에 반발하였다. 결국 이범진은 1896년 6월 주미공사, 1899년 3월 주러공사에 임명되었다. 대한제국은 1900년까지 도쿄, 워싱턴에만 자국 공사를 주재시켰다. 당시는 의화단 사건 이후 대한제국과 만주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일본이 첨예하게 대립한 시기였다. 주러공사 이범진은 고종의 여전한 신임 아래 대한제국 외교 정책 수행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종친정시문과에 합격한 청안군(淸安君) 이재순은 종친 내부에 폭넓은 지지 기반을 갖고 있었다. 을미사변 이후 시종원경 이재순은 시위대 장교와 병사를 결집하여 고종 구출을 위한 춘생문사건을 주도했다. 그는 김홍륙의 암살시도 및 고종 독차사건의 배후였다. 궁내부대신을 여러 차례 역임한 이재순은 고종의 군주권 강화를 위해서 각종 정치적 사건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대한제국 정치 분야의 업무를 수행하는 핵심인물이었다. 이재순의 인맥은 충청도 출신자, 반면에 이범진의 인맥은 함경도 출신자가 주축이었다. 궁내부를 중심으로 정치세력을 형성한 이범진과 이재순 계열은 군주권의 강화를 당연하게 생각하였고, 각각 러시아·프랑스와의 협력을 통해 일본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고 노력했다. 이들은 지지기반이 달랐지만 독립협회, 만민공동회 등 중요한 정치적 사건에서는 상호 연대할 수 있었다. ●고종, 충성심 자극 위해 경쟁 유발… 갈등만 낳아 대한제국 시기 고종은 군주 중심의 ‘전제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궁내부에 자신의 정치세력을 결집시켰다. 그런데 고종은 이들을 단일한 세력으로 통합시키지 않으면서 상호간 경쟁을 유발하여 자신에 대한 충성심을 자극했다. 이러한 상호 경쟁은 대한제국의 신속한 개혁이 필요한 시점에 권력 독점을 향한 지나친 대립만 초래했다. 처녀지를 개간하려면 겉으로 미끄러지는 쟁기를 쓸 것이 아니라, 땅속을 깊이 파고드는 플라우(쟁기)를 써야 한다. 김영수(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 [삼성·LG ‘40년 전쟁’] 경쟁 먹고 큰 두 공룡… TV·반도체·휴대전화 시장 ‘코리안 신화’

    [삼성·LG ‘40년 전쟁’] 경쟁 먹고 큰 두 공룡… TV·반도체·휴대전화 시장 ‘코리안 신화’

    삼성과 LG의 경쟁 과정은 대한민국 산업 역사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그룹은 반세기에 걸쳐 경쟁을 펼치며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주요 분야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지난 수십년간 두 그룹은 서로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경주해 왔다. 하지만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돼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채 의미 없는 이전투구의 소모전을 벌인 측면이 없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싸우면서 커 온 삼성과 LG “왜 금성사(현 LG전자)를 경쟁자로 생각하느냐. 우리 경쟁자는 소니, 마쓰시타, 인텔 같은 회사다. 이제부터 금성사에 대해서는 내 앞에서 말도 하지 마라. 보고도 받지 않겠다. 나는 금성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내 생각으로는 삼성전자는 조(兆) 단위 이익이 나야 한다. 올림픽 풀스폰서 정도는 돼야 한다.” 1987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취임 직후 직원들에게 강조한 말이다. LG를 더 이상 경쟁 대상으로 여기지 말라는 선전포고다. 하지만 삼성과 LG는 지금까지도 서로를 벤치마킹하고 경쟁하며 성장하고 있다. 반도체와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평판TV 등이 그랬다. 싸우면서 성장한 대표적인 사례가 TV다. 특히 브라운관TV에서 평판TV로 넘어가는 시기에 두 회사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세대 경쟁에서 TV 판촉전에 이르기까지 어떤 양보도 용납하지 않으면서 숱한 경쟁 신화를 만들어 냈다. 이러한 경쟁의 결과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06년 세계 TV 시장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과거 ‘트리니트론 TV’로 유명한, TV에서 영원히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았던 소니 등의 일본 업체들을 넘어서는 기적을 만들어 냈다. 현재 디스플레이 및 2차 전지 분야에서도 같은 식으로 세계 1위 싸움을 하고 있으며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역시 전 세계에서 삼성과 LG만 55인치 대형 제품을 내놓은 상태다. 박원규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1960년대 대한민국 상위 10개 그룹 가운데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살아남은 곳은 삼성과 LG뿐”이라면서 “수십년간 서로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온 점이 오늘날 눈부신 발전을 이룩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LG전자 관계자도 “지난해 두 회사가 벌였던 3차원(3D) 입체영상 TV 논쟁만 해도 우리 업체끼리 세계 가전 시장의 표준을 정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점을 반영한다.”면서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1등주의·인화 내세운 기업 슬로건 서로 모방 특히 두 기업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을 거듭했다. 대표적인 것이 ‘1등주의’와 ‘인화’다. 1990년대 LG는 ‘미래의 얼굴’ 로고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사랑해요, LG.” 광고는 고객들에게 그룹의 따뜻한 이미지를 알리는 데 기여했다. 같은 시기 삼성은 “세상은 2등을 기억하지 않습니다.”와 같은 일등주의를 강조하는 광고를 내보냈다. 그러다가 “사랑해요, LG.” 광고가 인기를 얻자 삼성도 콘셉트를 바꿔 친근한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삼성은 “신뢰할 수 있는 친구, 삼성”, “또 하나의 가족” 등의 슬로건을 사용해 일류, 첨단, 최고 등의 이미지를 친화와 신뢰의 콘셉트로 바꾸기 시작했다. 반면 LG그룹은 2002년 시무식부터 “1등 LG”라는 새로운 모토를 선보였다. 과거 삼성이 내걸었던 세계 일류 광고와 비슷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특히 2010년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에 부임하면서 LG전자는 “1등 합시다”라는 슬로건을 쓰고 있다. 두 그룹이 순서만 바뀌었지 비슷한 브랜드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 ●1960년대 상위 10개 그룹 중 2곳만 생존 반면 두 회사의 경쟁이 지나치게 가열된 나머지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의미 없는 이전투구의 소모전을 벌인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우선 삼성의 전자산업 진출 당시 삼성과 LG가 자신들이 갖고 있던 언론매체를 활용해 상대방을 비난했던 것은 지금까지도 대표적인 경언(經言) 유착 사례로 거론된다. 당시 삼성은 J신문사를 통해, LG는 부산 지역 신문인 K사를 통해 자사 입장을 대변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삼성은 당시 “생산량 대부분을 수출하겠다.”는 전제를 내걸어 전자산업 진출 허가를 받아냈다. 이는 ‘수출만 한다면’ 재벌들이 어떤 분야에라도 진출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삼성의 전자산업 진출이 재벌들의 문어발식 확장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부정적 분석도 내놓는다. 전직 LG전자 창원공장 직원은 “삼성TV가 있는 음식점을 부서 회식 자리로 잡게 되면 해당 사원은 상사에게 따귀를 맞기도 했다.”면서 “그건 삼성 쪽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디스플레이의 경우 두 회사는 방식도 다르고 주력 패널의 크기도 다르다. 한때 정부가 이 같은 대결구도를 깨기 위해 양측에 교차 구매에 나설 것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두 진영은 물류비 부담을 감수하면서 타이완 업체의 패널을 공급받고 있다. 두 회사가 자존심을 걸고 과당 경쟁을 벌이면서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떨어지는 경쟁 업체들의 설 자리까지 빼앗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문섭 계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과 LG가 거의 모든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기 위해 출혈 경쟁과 입도선매를 마다하지 않으면서 기술이 뛰어난 전문 업체들이 대부분 설 자리를 잃고 무너졌다.”면서 “이 때문에 한국 전자업계는 사실상 삼성과 LG 두 곳만 살아남아 다양성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安, 계열분리명령제 도입 시사… 재벌개혁 초강수 예고

    安, 계열분리명령제 도입 시사… 재벌개혁 초강수 예고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12일 공약으로 내건 대통령 직속의 정부 조직인 재벌개혁위원회는 ‘안철수 경제민주화’ 정책의 핵심으로 평가된다. 안 후보가 14일 총론인 경제민주화 정책 발표를 예고한 상황에서 각론 격인 재벌 개혁을 먼저 밝힌 것은 집권 시 경제민주화 실현의 최우선 과제로 재벌에 대한 고강도 개혁을 상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내놓은 재벌개혁안에 대해 맞불을 놓으며 정책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전략도 담겨 있다. 경제민주화포럼 대표인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이날 서울 종로구 공평동 캠프에서 “재벌 정책을 총괄하는 사령탑이 없어 효과적인 대응이 미흡한 만큼 대통령 직속의 재벌개혁위원회를 설치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재벌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단순한 행위 규제 외에 구조 개혁 수단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초강수인 ‘계열분리명령제’ 도입 가능성도 시사했다. 계열분리명령제는 재벌 계열사로부터 시장지배력 남용과 독점 폐해가 발생할 경우 해당 기업의 지분 매각을 명령해 재벌에서 분리하는 제도로 미국이 최근 입법화했다. 이봉의 서울대 교수는 “우리가 고민하는 건 재벌의 지배 구조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라고 밝혀 재벌 경제의 전반적 구조 변화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대통령이 직접 재벌 개혁의 선봉에 서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재벌이 이윤 추구만 목적으로 하고 있고 재벌 개혁이 구호에만 머물렀다는 평소 안 후보의 비판적 인식과 맞닿아 있다. 안 후보가 “아무리 기업이라고 해도 기업 자체의 이윤 추구만 목적이 될 수는 없다.”며 “사회를 생각하고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집단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한 것도 재벌 개혁에 대한 기본적 철학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 측은 현재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국세청, 지식경제부 등으로 쪼개진 재벌 정책을 하나의 기구인 재벌개혁위원회에서 총괄해야 개혁 동력을 상실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야말로 대통령이 앞장서는 전방위적 재벌 개혁의 예고탄이다. 전 대표는 “금융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공정위와 금융위 해석이 달랐던 사례처럼 정부 부처 사이에 재벌 정책에 대한 상충과 공백이 있다.”며 “재벌개혁위원회의 기능이 중복되지 않아 옥상옥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 측은 집권 1년 내에 재벌 개혁 법안을 정비하고 매년 성과를 국민에게 보고해 집권 기간 내에 재벌 위주의 경제 체제를 청산하는 로드맵도 제시했다. 전 대표는 “문 후보의 재벌 공약이 센 것이 아니며 공약도 재벌의 구조적 개혁이라고 볼 수 없다.”며 “다시 실패하지 않겠다고 한 만큼 문 후보의 재벌 공약과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경제민주화 위원장 3자회동 대신 양자회담이라도 추진하자는 문 후보 측 제안에 대해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지킬 약속을 만들자는 취지로 3자 회동을 제안했기 때문에 3자가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거절했다. 한편 안 후보는 이날 화상 대화 및 트위터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된 ‘재외국민 타운홀 미팅’에서 외교 정책 기조에 대한 질문에 “기본적으로 튼튼한 한·미 동맹의 기반 위에 중국, 러시아, 일본 등 4대 강국과 대외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2012 대선후보 심층분석] (10) 문재인 쟁점행적(하)

    [2012 대선후보 심층분석] (10) 문재인 쟁점행적(하)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지난 10일 전북 완주에서 열린 전북 지역 당원 필승 결의대회에 참석해 “나는 털어도 먼지 안 나는 사람”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네거티브전도 거뜬하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문 후보의 과거 행적에 오점이 적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야권 의원은 11일 “현재 흐름상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 비해 행적 측면에서 어느 정도 비교 우위에 있지만 그 역시 각종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새누리당은 문 후보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을 벼르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을 제외한 문 후보의 행적 가운데 쟁점이 될 만한 사항들을 짚어봤다. 문 후보의 경남 양산시 매곡동 자택 매입 논란이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새누리당은 이를 문 후보에 대한 검증 대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문 후보는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직에서 퇴임하기 전인 2008년 1월 23일 매곡동 부동산을 8억원에 매입했지만 소유권 이전 등기 시점은 2009년 2월로 돼 있다. 문제는 거래 시점이다. 문 후보가 퇴임 전인 2008년 1월 23일에 부동산을 매입했다면 퇴직공직자 재산 신고 내역 미제출로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부동산 매입 후 소유권 이전 등기를 2009년 2월까지 1년 남짓 늦췄다면 부동산등기법 위반이다. 부동산 소유권 이전 등기는 거래 완료 후 60일 이내에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문 후보가 양도세를 절세 혹은 탈세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008년 초 이미 1가구 2주택을 보유하고 있었고 매곡동 자택까지 추가하면 1가구 3주택이 된다. 이 경우 주택을 양도하게 되면 60%의 중과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이를 피하려 등기 일자를 바꿨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문 후보가 2008년 2월 퇴직 시 신고한 재산 총액은 8억 7340만원이다. 매입 자금 출처에 대해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서울 평창동에 있던 집을 팔아 마련한 4억 2000만원과 은행에서 대출한 4억원을 더해 매입했으며 이후 부산 금정구 장전동의 집을 팔아 은행 대출을 갚았다.”고 설명했다. ●文측 “8억, 평창동 집 팔고 대출” 매곡동 자택 매입 논란은 앞서 지난 5일 국토해양부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양산시 매곡동 30번지에 주택 세 채가 있는데 그중 한 채가 미등기된 무허가 건물이었고 그 주인이 문 후보였다.”면서 국토부 장관에게 “왜 등기가 안 됐는지, 문제는 없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문 후보를 둘러싼 논란 중에는 그가 2008년 18대 총선에서 공천헌금을 수수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청원 친박연대 전 대표를 변호한 행적도 있다. 정치권은 이 일이 문 후보에게 도덕적 흠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부패를 외치고 원칙주의자 이미지가 강한 그가 정치 비리 사건 피고인의 변호를 맡았다는 이유에서다. 문 후보는 당시 서 전 대표의 상고이유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서 전 대표는 결국 2심에서 내려진 1년 5개월형이 2009년 5월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문 후보의 서 전 대표 변호 논란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도 불거졌다. 경쟁자였던 손학규, 김두관 당시 경선 후보는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을 지향하는 ‘노무현 정신’의 계승자라고 자임하는 문 후보가 불의의 편에 서서 언행 불일치의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은 “당시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서 전 대표가 받은 자금의 성격을 두고 법률적 논쟁이 있었을 뿐이며 문 후보가 변호한 것은 사실관계가 아니라 법리 다툼에 관한 것이었다.”고 항변했다. 문 후보가 30대 변호사였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와 유사한 일이 또 발견된다. 문 후보는 1988년 부산에서 인권·노동 변호사로 이름을 날렸지만 당시 방위산업체인 풍산금속 노동자들에게는 그들 인권의 반대편에 선 사측 고문 변호사로 기억된다. 노태우 정권 시절이던 1988년 7월 경북 풍산 안강공장에서 폭발 사고로 한 노동자가 숨졌다. 당시 노동자들은 살인적인 노동 강도와 산재 사고를 없애기 위해 노조를 만들었다. 하지만 회사 측과 공권력은 1989년 1월 2일 새벽, 경찰 4500명을 안강공장에 투입해 노조 간부들을 체포, 구속했다. 1990년 9월 11일 새벽에는 경찰 2300명을 부산 동래공장에 투입해 농성 노조원 300명을 연행했다. 이 밖에도 사측은 노조지부장 선거유세에 참가한 노조원에게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하는가 하면 노조가 파업하기도 전에 전면 휴업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때 문 후보는 풍산금속 사측 변호사를 맡았다. 당시 부산대 운동장에서 열린 풍산 동래공장 살인 진압 규탄 집회에 참석한 문 후보는 한 관계자에게 “우리 ‘노변’(당시 노무현 변호사의 애칭)께서 풍산의 자문 변호사라서 저희가 이번 사건의 사측 변호를 맡을 수밖에 없습니다. 양해해 주세요.”라는 말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문 후보가 이해 관계에 따라 사측의 편에 서서 사건 해결에 나섰던 것이다. 문 후보 측은 “문 후보가 사측 고문 변호사였던 건 맞지만 노동자를 상대로 사측을 변호한 적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문 후보의 아들 준용(30)씨의 특혜 채용 의혹도 논란거리다. 문 후보가 청와대 정무특보였던 2007년 당시 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에서 5급 일반직을 뽑으면서 채용 공고에 ‘연구직 초빙’이라고만 밝혔고 준용씨 1명만 응모해 합격했다는 것이다. 당시 권재철 고용정보원장이 문 후보 밑에서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데다 권 전 원장이 쓴 ‘대통령과 노동’이라는 책에 문 후보가 추천사를 쓴 사실이 드러나면서 특혜 의구심도 가중됐다. 고용정보원 측은 “준용씨는 국내 기업 주최 광고 공모전에서 세 차례 수상한 경력이 있고 토플(CBT) 점수도 250점으로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고 해명했다. ●해군기지 등 정권따라 ‘말바꾸기’ 문 후보 아들 특혜 채용 의혹은 지난 4·11 총선의 공천 개입 논란으로 이어진다. 문 후보가 당시 한명숙 당 대표에게 권 전 원장을 서울 동대문갑 지역 후보로 공천해 줄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아들 특혜 채용에 대한 보답이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친노(친노무현) 인사 배려’ 논란이 일었다.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한 말 바꾸기 논란도 문 후보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입장이 줏대 없이 정권에 따라 바뀌었다는 것이다.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된 2007년 4월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 후보는 협상에 반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10월에는 “세상에 무슨 이런 조약이 다 있나.”라고 비판했다. 2005년 참여정부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할 때 시민환경단체들의 반발이 심했다. 그럼에도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 후보는 해군기지 건설에 찬성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 같은 문 후보의 말 바꾸기는 대선 후보 경선 과정과 최근 선대위 구성에서도 일부 엿보인다. 문 후보가 자질론에서는 국정 경험을 내세워 정치 경험이 풍부한 후보라고 주장하면서도 정치 개혁 부분에서는 때묻지 않은 정치 신인임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 후보는 “친노(친노무현)는 실재하는 프레임이 아니라 보수 언론이나 반대 세력 측에서 우리를 분열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프레임”이라고 비판했지만 저서인 ‘사람이 먼저다’에서는 “친노 딱지를 떼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日 ‘전자제국’의 굴욕적 몰락, 왜

    2차 세계대전 패전국 일본을 경제대국으로 부활시킨 전자산업의 트로이카 소니·파나소닉·샤프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제품 브랜드에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로 명성을 누렸던 이들 기업의 현재 시가총액 합계는 290억 달러(약 32조원). 1990년대 후반 워크맨으로 전성기를 누렸던 소니의 당시 시가총액(1200억 달러)의 25% 선에도 못 미친다. ‘굴욕’을 넘어 ‘몰락’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이 10일(현지시간) 일본 전자산업의 부진을 한국 전자업체의 강점과 조목조목 비교한 기사를 실어 눈길을 끌고 있다. 블룸버그는 먼저 일본 전자기업들이 몰락하게 된 주된 이유로 지나친 내수 집중과 인구감소를 꼽았다. 세 기업의 지난해 국내 매출 비중은 각각 32%, 48%, 53%에 달했다. 17%를 기록한 삼성과 LG의 두 배를 넘는다. 씨티그룹연구소 일본지사는 “이들이 거대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성장을 지속하는 동안 반대로 생산과 개발, 판매, 관리 같은 기술을 세계화하는 데 무뎌졌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국내 인구가 2008년 1억 278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돌아서 2050년에는 1억명 선이 무너질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 규모는 여전히 세계 3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급속한 인구 감소로 내수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선진국에 대한 과도한 판매 집중과 국내 생산체제 고수도 약점으로 꼽힌다. 세 기업의 지난해 전체 매출의 70%는 일본과 북미, 유럽에서 나왔다. 반면 삼성과 LG는 북미와 유럽에서 각각 52%, 35%의 수익만 올렸다. 한국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옮기는 동안 일본 기업은 고집스럽게 국내 생산을 추구했다. 이는 원가상승을 불러왔고 곧바로 판매량과 시장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컨설팅업체 매킨지는 “한국이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흥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동안 일본은 자국의 제조업에 대한 과신을 바탕으로 수요가 줄어드는 선진국에 집중한 것이 성패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자국 업체 간 과도한 경쟁도 약점이다. 소니와 삼성을 비교한 책을 출판했던 장세진 싱가포르국립대 석좌교수는 이를 “일본에는 9개의 TV업체, 10개의 휴대전화업체, 10곳의 컴퓨터 회사가 있지만 한국에는 삼성과 LG 2곳이 있을 뿐이다.”라고 압축해서 표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소비시장이 위축되면서 투자가들이 안전자산인 엔화에 투자하면서 엔고를 유발, 일본 기업들이 수출경쟁력을 상실한 것도 몰락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세계 최고 기술전략가로 손꼽히는 피터 코헨은 일본 전자산업의 몰락에 대해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소니가 애플리케이션 같은 소프트웨어 대신 하드웨어에 집중하면서 ‘혁신’의 타이틀을 애플과 삼성에 넘겨주면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사설] 국적 버려 병역기피 자식 둔 관료 설 땅 없어야

    고위공직자 자식 33명이 국적을 포기해 가면서까지 병역을 면제받은 것으로 나타나 모럴 해저드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일부 공직자는 본인이 영주권을 받아 군 복무를 면제받은 뒤 국적을 회복해 공직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직자는 누구보다도 투철한 국가관과 도덕의무가 요구된다. 그런데도 병역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식의 국적 포기를 방관·방조했다면 공직자로서 자격 미달이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임을 포기하면서까지 병역 면제를 받은 자식의 부모들은 정부 산하기관 이사장, 기획재정부 서기관, 헌법재판소 과장, 경찰병원 관계자, 소방서장 등이라고 한다. 솔선수범해서 신성한 국방 의무를 다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야 할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어서 더욱 걱정된다. 이들도 법적으로 군 복무를 하지 않아도 되는데도 자원입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게다. 해외 영주권자 가운데는 시력 교정 수술을 하거나 질병을 치유하고 나서 현역으로 입대하는 이들도 있다. 지난 2004년 국외 영주권자 입영 희망원 제도가 도입된 이후 매년 자원자가 늘어 누적 인원이 지난해 10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향후 한국 사회에 적응하거나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는 등 여러 목적이 있겠지만, 여하튼 애국자들이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주 국정감사에서 일부 고위급 외교관 자녀들이 국외 체류를 이유로 병역을 기피한 사실과 관련해 “진급이나 공관장 나가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자식들의 병역 이행 문제로 구설에 오르는 공직자들은 어떤 형태로든 불이익을 받게 해야 한다. 병역 회피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다른 사람의 노력이나 희생에 편승해 살아가려는 무임승차 행위다. 성실하게 의무를 다하는 사람들에게 상실감을 주는 등 공정사회 실현이나 사회 통합을 어렵게 한다. 정부는 군 복무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3대 가족 모두 현역 복무를 마친 가족을 병역명문가로 선정해 널리 알리고 있다. 지난 4월부터는 병무청 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줘 병역면탈 범죄를 직접 단속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외 체류를 이유로 징병검사를 계속 연기하는 이들에게는 해외 송금을 제한하는 등의 법적 조치를 검토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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