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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적 지원·교류 통해 北 비핵화 유도

    인도적 지원·교류 통해 北 비핵화 유도

    박근혜 정부의 ‘선(先) 남북 간 신뢰 구축, 후(後) 비핵화’로 상징되는 대북·외교 기조 변화는 이명박 정부 당시 대북 정책 등에 대한 비판이 대폭 반영된 궤도 수정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 협력을 상호 보완적으로 추진하며 동력을 상실한 비핵화 협상을 견인한다는 구상이다. 27일 외교부와 통일부의 이례적인 합동 업무보고로 윤곽을 드러낸 박근혜 정부의 대북·외교 기조는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신뢰를 전면에 포진시키며,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두 개의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모멘텀을 만들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이 북핵과 남북관계를 직접 연계시킴으로써 북핵과 남북관계 모두 악화시킨 데 대한 학습 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새 정부는 북핵 사태와 남북관계를 연계하지 않고 신뢰 프로세스에 포함된 각종 유도책으로 북측의 변화를 선제적으로 이끌어 낸다는 전략을 세웠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북한의 선택에 의해 좌우되는 게 아니라 한국이 주도적으로 만드는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남북관계 변화를 위한 노력을 상황에 구속돼서 수동적으로 하지는 않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과는 궤를 달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북 인도적 문제와 순수한 사회경제 교류라는 ‘낮은 수준’의 신뢰부터 구축한다는 방안이라는 점에서다. 2010년 3월 천안함 침몰 이후 가동된 ‘5·24’ 대북 제재 조치의 무조건 해제는 검토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외교부는 ‘대화와 압박’이라는 기존 투트랙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당분간은 북한 3차 핵실험 등에 대한 유엔 결의 2094호 등 대북 제재 이행에 외교력을 집중하면서 국제적 공조를 통해 2008년 이후 중단된 6자회담의 추동력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비핵화에는 결코 쉼표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북 압박의 핵심 지렛대로는 미국 및 중국과의 외교 공조가 꼽힌다. 한·미 동맹은 21세기에 맞는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심화하는 수순으로 가고, 한·중 관계는 현재의 차관급 전략대화의 급을 높이고 중·장기적으로 정치·안보 협력의 파트너로 발전시킨다는 복안이다. 북한이 존재를 공식 부인해 온 국군 포로와 납북자 송환의 단초가 마련될지도 주목된다. 통일부는 현금과 물자 등의 대가 지불을 통해 국군 포로, 납북자를 송환하는 프라이카우프 방식을 업무보고에 포함했다. 이는 미국의 6·25전쟁 전사자 유해 송환에서 이미 활용된 방식이다. 1996년 이후 북한에서 이뤄진 미군 유해 발굴 작업에서는 시신 1구에 9만여 달러(약 1억원)의 비용이 북측에 지원됐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10월 당시 임태희 대통령 실장은 싱가포르에서 북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만나 프라이카우프 방식에 대한 양해각서에 서명했지만 최종 합의는 불발됐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에 대가성 현물을 준다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지만 인도적 문제와 정치적 문제는 별개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남북관계의 유연성 확보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데스크 시각] 박태환과 김연아/최병규 체육부 차장

    [데스크 시각] 박태환과 김연아/최병규 체육부 차장

    며칠 전 일이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던 회사 동료가 “야~ 박태환이 홈쇼핑에 나온 거 봤어?”라고 큰 소리로 물었다. 목소리의 톤이 마치 못 볼 걸 봤다는 듯 격앙돼 있었다. 지난 10년 동안 박태환을 지켜봐 온 기자는 귀를 의심했다. “낮술 탓에 잘못 본 걸 가지고 떠드는 거겠지” 하고 웃어넘겼다. 그런데 그날 이후 인터넷이 들끓었다. 박태환의 TV 홈쇼핑 출연은 사실이었다. “바보처럼 쭈뼛대면서 말도 제대로 못하더라”는 동료의 전언이 기억 속에서 튀어나왔다. 사실 TV 홈쇼핑 출연이라고 해서 짐짓 입방아 찧을 일은 아니다. 박태환은 그동안 TV뿐만 아니라 후원사였던 SK텔레콤의 모델 활동, 각종 매체에 얼굴을 내밀면서 무수히 많은 광고를 찍었다. 따라서 그가 홈쇼핑 프로그램에 한 번 출연했다고 해서 가십거리가 될 이유는 전혀 없다. 다른 광고는 되고 어린이용 영양제를 판매하는 TV 홈쇼핑 출연은 못 봐 주겠다는 건 억지다. 그런데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타이밍이다. 박태환은 지난해 10월 SK텔레콤과 결별한 뒤 지금껏 새 후원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가 7명 안팎의 ‘박태환팀’을 거느리고 미끈한 외제 밴을 타고 다니던 것이 불과 6개월 전이다. 우리나라에 첫 올림픽 수영 금메달을 안겨 준 스물넷 한창 나이의 수영선수 박태환이 왜 SK텔레콤과 결별했는지,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는 알 필요도 없고 캐물을 이유도 없다. 중요한 건 이러한 상황에서 자존심이 무너졌다는 사실이다. 박태환이 아니다. 그가 경쟁자들보다 한 뼘 앞서 헤엄칠 때 그리고 올림픽 시상대에 올라가 금빛 메달을 목에 걸 때 눈물 흘리며 박수 치던 국민들의 자존심이 무너진 것이다. ‘평행이론’이란 게 있다. 간단히 말하면 현재를 살고 있는 나와 똑같은 존재가 저 먼 우주 어딘가에 똑같이 살고 있다는 가설이다. 박태환과 김연아는 우주 저 멀리 갈 것도 없이 같은 지구,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똑같이 살고 있는 ‘닮은꼴’이다. 이제 이런 비유는 식상하지만 아무도 돌보지 않는 소외된 종목을 올림픽 금메달 종목으로 바꾼, ‘쓰레기통에서 피어난 한 송이 꽃’이었다. 이들은 올림픽에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로 국민들의 고단한 삶에 기운을 불어넣어 준 젊은이들이다. 우리의 자존심이 배신당한 건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박태환과 김연아의 ‘평행이론’에 쫘악 금이 갔기 때문이다. 실망과 상실은 곧 분노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같은 시기에 세상에 알려지고, 비슷한 때 세계 정상에 서고, 나란히 올림픽 뒤에 좌절을 맛본 다음 한쪽은 제 궤도를 찾았다. 다른 한쪽은 제대로 몸을 추스를 둥지조차 찾지 못하고 홈쇼핑 화면에 얼굴을 비추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둘의 평행선이 뒤틀어진 것이다. 이게 바로 우리들이 공분하는 진짜 이유가 아닐까. 박태환은 의리파다. 낯가림이 심하지만 한 번 마음을 주면 수영하듯 최선을 다한다. 제법 긴 시간의 후원을 약속해 준 중소기업의 특허 받은 제품을 위해 딱 한 번 나가는 조건으로 홈쇼핑 출연에 합의했다는 게 알려진 진실이고 보면 그리 분기탱천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영원한 스포츠 스타는 없다. 박태환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문제는 자신이 언제, 어떻게 물러나는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올림픽까지 3년이 남아 있다. 박태환이 김연아와의 뒤틀어진 평행선을 제대로 펴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cbk91065@seoul.co.kr
  • 악어 찍으려다 ‘악어밥’ 될뻔한 사진작가

    악어 찍으려다 ‘악어밥’ 될뻔한 사진작가

    악어가 먹이를 먹는 사진을 찍으려다 하마터면 자신이 ‘악어 밥’이 될 뻔한 사진작가가 화제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최근 유튜브에 공개된 ‘악어 공격을 간신히 피한 사진작가’라는 동영상을 소개했다. 데이비드 크로우라는 남성이 지난 18일 남미 코스타리카에 있는 악어 관광지로 유명한 타르콜레스강에서 촬영한 이 영상에서 그의 친구인 사진작가 안토니오 루이즈는 강둑 아래까지 내려가 악어가 먹이를 먹는 모습을 촬영하려고 시도했다. 영상을 보면 강둑 위에서 먹이를 던지자 악어들이 몰려들었고 이 모습을 그 무모한 남성이 촬영하려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일부 악어는 위에서 던져준 먹이보다 자신들을 향해 셔터를 눌러대는 남성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몇 마리 악어가 그 남성에게 다가가자 사람들이 피하라고 소리치며 경고했지만 겁을 상실한 그 남성은 아직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지 못했는지 촬영을 감행하면서 먹이를 더 던지라고 주문했다. 이때 바로 앞까지 다가온 한 악어가 남성을 향해 입을 벌리며 달려들었다. 그러자 그는 본능적으로 깜짝 놀라며 몸을 뒤로 빼 악어의 공격을 간신히 피할 수 있었다. 한편 영상을 본 대다수 네티즌은 그의 행동이 무모했다고 비난했다. 일부는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악어의 먹잇감이 될 뻔한 아찔한 영상이라고 평가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오늘의 눈] 화학물질사고 대기업·관 믿을 만한가/김상화 메트로부 부장급

    [오늘의 눈] 화학물질사고 대기업·관 믿을 만한가/김상화 메트로부 부장급

    지난해 구미 불산 사고에 이어 최근 잇따라 터지고 있는 맹독성 화학물질 유출사고가 예사롭지 않다. 영세 기업이라면 몰라도 삼성, SK, LG 등 삼척동자도 알 만한 글로벌 기업이 사고의 ‘주범’이라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우리의 눈과 귀를 의심하게 만든 세계 초일류 기업 삼성전자 화성공장의 올 1월 불산 누출사고는 서막에 불과했다. ‘3월 2일 LG실트론 경북 구미2공장 혼산(불산·질산·초산 혼합) 누출’ ‘22일 LG실트론 구미2공장과 SK하이닉스반도체 충북 청주공장 혼산 및 연소가스 누출’ 등 줄줄이 사탕처럼 올들어서만 벌써 4건이나 터졌다. LG실트론 구미2공장에서는 이달에만 두 번째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인근 주민들이 ‘이러다가 죽는 것은 아닌지’ 불안에 떠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기업들의 사고 대처 인식은 안일하기 짝이 없다. 삼성전자반도체공장과 LG 실트론 공장(2차 사고)은 사고 신고를 4~26시간 늦게 했고, SK하이닉스반도체와 LG 실트론 공장(1차 사고)은 아예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경미한 유출 사고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없어 관계 기관에 늦게 신고했다. 극소량이 누출돼 신고하지 않았다”며 축소·은폐로 일관했다. 그러는 사이에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 몫이 됐다. 사고 재발 방지 노력도 말뿐이었다. LG실트론 구미2공장은 2일 1차 사고 때 “안전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불과 20일 만에 또다시 비슷한 사고가 터졌다.  행정·환경당국의 묘한 행보 역시 누구를 위한 기관인지 도통 헷갈리게 한다. 지난해 9월 근로자 5명이 숨진 경북 구미 산업단지 불산 누출 사고 당시 구미시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하지만 사고는 재연됐고, 사고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맹독성 화학물질 사고에 대비한 전문가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혼산 누출 사고를 낸 뒤 늑장신고한 LG실트론에 대해 관계 당국은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솜방망이식 처벌에 그쳐 ‘가재와 게’의 관계인지 의심하게 할 정도다.  경북도도 1월 14일부터 2월 15일까지 도내 497개 유독물질 취급장에 대한 합동점검을 벌였으나 이후 사고가 잇따르면서 ‘수박 겉 핡기’ 식에 그쳤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도는 점검 이후 2차례나 사고가 난 LG실트론 사업장에서는 위반 사례가 없었다고 밝혔었다. 자칫 사고 기업을 감싸고 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자치단체들의 이 같은 행태는 결국 관에 대한 주민의 신뢰 상실로 이어질 뿐이다.  화학물질 사고는 일단 터졌다 하면 주민에게 2, 3차 피해와 함께 환경 재앙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1970~1980년대 우리 경제는 중화학공업 중심 정책이었다. 사람만 늙는 것이 아니다. 화학공장의 시설도 노후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기업의 지금과 같은 행태와 행정당국의 소나기 피하기식 대처, 땜질 대응이 계속된다면 재앙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기업은 말뿐인 안전관리 대책이 아니라 실질적인 예방책을, 관계 당국은 근본적인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shkim@seoul.co.kr
  • [사설] 쪼개진 ICT 부처 칸막이 없애 극복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타결됐다. 법안이 제출된 지 51일 만이며, 이로써 박근혜 정부도 출범 25일 만에야 정상 가동하게 됐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협상 과정에서 미래창조과학부의 원안이 많이 훼손돼 새 정부의 핵심 정책인 ‘창조경제’도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 정보통신기술(ICT)진흥 기능을 이렇게 쪼개려고 요란을 떨었느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이날 KBS 등 지상파방송의 허가·재허가권을 방송통신위에 그대로 두고,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사업변경 허가권은 미래부에 주되 방통위의 사전동의를 받는 데 최종 합의했다. 애초 새누리당은 방송정책의 일부 규제 부문을 방통위에 두고 진흥 부문만 미래부로 옮기는 안을 갖고 민주당과 협상에 나섰다. 협상은 민주당이 인터넷방송(IPTV), SO 등 뉴미디어를 독임제 장관 아래에 두면 방송의 공정성이 훼손된다며 제동을 걸면서 꼬여 버렸다. 이후 수정안을 놓고 테이블에 앉았지만 협상을 할수록 기능은 찢어져 누더기가 됐다. 주파수정책 등 다른 ICT 기능도 미래부와 방통위, 총리실 등에 분산배치돼 번지수도 찾기 힘들게 됐다. 문제는 누더기가 된 ICT정책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다. 방송의 규제와 진흥은 전문가도 구분하기 애매한 부분이 많아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올 수 있다. 합의제 기관인 방통위의 정책결정 과정에 정치적 이해 관계가 개입돼 미래부의 진흥정책 추진에 발목을 잡을 우려도 없지 않다. 우리는 이런 부작용을 지난 정부 5년간 뼈저리게 느껴왔다. 새 정부의 국정철학은 ‘정부 3.0’이다. 정부 3.0은 쌍방향 시대의 흐름에 맞춰 소통과 융합을 시도하면서 새로운 융합콘텐츠를 만들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게 뼈대다. 미래부와 방통위의 정책은 컨버전스, 즉 융합을 배제하면 그 존재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새 정부가 공룡부처란 지적을 받으면서도 방송통신정책을 미래부로 옮기고자 했던 것에는 이런 속내가 있었다. 여야는 정부조직법 처리 과정에서 공히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국민은 정치력 상실 현장을 똑똑히 보았다. 타결 뒤 “한판승했다”는 민주당의 생각은 이런 점에서 국민의 눈높이와 동떨어진다. 이는 정치권이 방통위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정파적 기준을 들이대지 않아야 한다는 엄중한 요구이기도 하다. 미래부는 방송통신을 융합하는 정책으로 창조적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ICT 정책은 부처 칸막이를 없애는 소통 과정에서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고 시너지 효과가 커진다. 창조경제의 성공은 두 부처가 어떤 모습으로 융화되느냐에 달렸음을 명심해야 한다.
  • [DB를 열다] 1971년 머리카락을 삭발당하고 있는 ‘장발족’

    [DB를 열다] 1971년 머리카락을 삭발당하고 있는 ‘장발족’

    최근 과다 노출을 단속하는 경범죄처벌법이 발효돼 1970년대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70년대의 퇴폐 사범 단속은 히피 문화와 관련이 있다. 1960년대 말부터 미국 등지에서 히피 문화가 흘러 들어와 젊은이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번져 갔다. 머리카락을 길게 기르거나 미니스커트, 청바지를 입고 자유분방하게 행동하는 모습이 당시의 당국자들의 눈에는 사회 분위기를 흐리는 것으로 비친 듯하다. 심지어 정부는 풍속사범단속법안을 만들어 장발이나 과다 노출 등을 처벌 대상으로 삼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원 이상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머리 스타일이나 옷차림까지 국가가 간섭할 수 있느냐 하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신문 기사에 따르면 장발족을 처음 단속한 날은 1970년 8월 29일로 소위 퇴폐적인 사회 풍조를 일소한다는 명분이었다. 단속 기준은 옆 머리카락이 귀를 덮거나 뒤 머리카락이 옷깃을 덮는 경우였다. 당국의 압력으로 장발족들은 음악감상실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예비군들도 훈련장에 가면 머리카락을 잘라내야 했다. 내국인들만 단속한 것이 아니다. 외국인도 머리카락이 길면 공항이나 항구에서 입국을 막았다. ‘장발족’뿐만 아니라 미니스커트를 입는 등 과다 노출한 여성들도 붙잡아 즉심에 넘겼다. 미니스커트의 기준도 애매해 경찰서마다 달랐다. 서울 종로경찰서의 경우 무릎 위로 스커트가 17㎝ 이상 올라가면 미니로 간주했다. 대체로 무릎 위 20㎝를 미니의 기준으로 삼았다. 미니스커트를 단속하는 경찰관들은 30㎝ 자를 필수품으로 가지고 다녀야 했다. 1971년 들어 단속은 더욱 강화된다. 10월 한 달 동안 전국에서 5만 3000여명이 단속되었는데 대부분이 장발족들이었고 보디페인팅을 하거나 비밀 댄스홀에서 춤을 춘 사람들도 걸렸다. 장발족들은 대부분 삭발한 뒤 훈방됐지만 입건되거나 즉심에 넘겨진 사람들도 있었다. 10월 유신이 선포된 1972년에는 13일 만에 12만명을 단속하기도 했다. 장발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자 1976년에는 치안본부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장발 일제 추방령을 내렸다. 그해 4월까지 55만명이 삭발을 당하거나 즉심에 넘겨졌다. 사진은 1971년 7월 7일 경찰서 보호실에서 긴 머리카락을 강제로 깎이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이다. 손성진 국장 sonsj@seoul.co.kr
  • 인문학으로 들여다본 의학 치료법이 아닌 해법을 찾다

    인간의 몸을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방법은 과학이다. 의학도 그 하위 범주에 포함된다. 과학은 작용과 반작용, 그리고 원인과 결과가 명확하게 구분된다. 한데 여러 변수로 인해 과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기기도 한다. 폐경을 예로 들자. 오래전, 인간이 채 마흔을 살아내지 못했던 시절엔 폐경이라는 의학적 현상이 없었다. 요즘엔 다르다. 생식능력을 잃고도 훨씬 더 많은 나날들을 살아간다. 인간의 생물학적 존재 이유 가운데 하나인 종족 보존의 측면에서 보자면, 생식능력을 잃은 몸에 대한 가치평가가 잔인할 정도로 야박할 수밖에 없다. 그 탓에 많은 여성들이 상실감으로 인한 우울증 등 위기 상황과 맞닥뜨리기도 한다. 그래서 등장한 단어가 ‘완경’이다. 생식에 대한 임무를 완수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게 과학적 사고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완수’란 게 결과인지 아닌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과학이 이해하지 못하는 이런 부분을 설명하려는 시도가 바로 ‘인문의학’이다. 생로병사를 과학적 방법으로만 살피지 않고, 그를 다시 인문학의 가치와 규범에 비춰 보자는 생명 이해의 한 방법이다. 치과의사 출신의 강신익 인제대 인문의학연구소장이 펴낸 ‘불량 유전자는 왜 살아남았을까?’(페이퍼로드 펴냄)는 이처럼 의학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시도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가 논지를 펴기 위해 채택한 방법은 역사 속 의학적 사건들을 되짚어 보는 것. 과학이 가설을 세우고 그를 검증하는 과정을 중시한다면, 책은 새 가설과 그 가설을 세운 사람들이 겪었던 우여곡절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890년대 세균병인설을 반박하려 콜레라균을 들이킨 페텐코퍼, ‘손 씻기’의 중요성을 간파해 산모의 사망률을 낮춘 제멜바이스 등 의학사 속에 잠들어 있던 수많은 ‘스타’들을 불러내 새로운 각도로 조명하고 있다. 연구 성과의 진실성 여부와 별개로 생명 윤리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을 쏟아냈던 황우석 사태에 대해서도 비교적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불량 유전자’란 저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인 유전자’에 상대되는 개념이다. 이기적인 유전자는 목적을 중시한다. 유전자가 어떻게 사람의 몸을 도구 삼아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지가 관심이다. 반면 불량 유전자는 유전자가 사람에게 미친 결과를 중시한다. 유전자의 존재 이유가 무엇이건 세상을 사는 건 결국 사람이지 유전자는 아니라는 게 인식의 출발점이다. 저자는 “자연의학과 인문의학, 그리고 사회의학 등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될 때 우리 몸의 고통과 발병에 대한 진정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학과 삶이 분리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권혁 변호사의 행정법 판례 강의(20)] 절차상 하자 있는 공익요원 소집 문제 보완뒤 재소집 통보땐 적법

    이번에는 대법원 판결 2009두16879판결을 먼저 살핀다. 갑이 부산지방병무청장에게 생계유지 곤란 등 사유로 병역감면신청을 하자, 을은 이를 검토하지 않고 회송처분을 하면서 1차 공익근무요원 소집통지를 하였다. 이에 갑이 공익근무요원 소집통지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자, 을은 갑에게 회송했던 서류를 다시 제출하라고 하고 그 서류를 검토한 후 다시 2차 공익근무요원 소집통지를 하였다. 사안에서 검토해야 할 점은 ①1차 소집통지에 절차적 하자가 존재하는지 여부 ②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처분을 취소할 수 있는지 ③하자를 보완하여 2차 소집통지를 한 경우 1, 2차 소집통지의 효력은 어떻게 되는지 등이다. 본인 아니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유 등이 있으면 제2국민역 또는 보충역으로 편입될 수 있으므로(병역법 제62조 제1, 2항), 갑에게 병역감면신청권은 있다. 행정청으로서는 신청을 받으면, 이유를 제시하여 문서로 처분을 하여야 한다(행정절차법 제 23조 등). 그런데, 을이 1차 소집통지를 하기 전 감면신청에 대해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 문서로 처분을 하지 않았으므로 1차 소집통지에 절차적 하자는 존재한다. 절차적 하자가 독립된 취소 또는 무효사유가 되는지에 관하여 학설은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취소 판결이 선고되더라도 행정청으로서는 절차적 하자를 치유하여 동일한 내용의 재처분을 할 수 있으므로, 행정 및 소송경제에 반한다는 이유로 이를 부정하는 견해 ▲절차적 하자를 독립된 취소사유로 보지 않는다면 절차적 규제가 유명무실해질 위험이 있고, 재처분 시 원래 처분과 동일한 처분이 항상 반복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이를 긍정하는 견해 ▲재처분 반복 가능성에 따라 기속행위에는 독립된 취소사유가 되지 않고, 재량행위의 경우에는 독립된 취소사유가 된다는 견해 등이 있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판례는 재량행위뿐 아니라 기속행위까지도 절차적 하자를 독립된 취소사유로 보고 있다(대판 2000두10212). 판례의 태도에 따라 갑의 감면신청에 대해 심사, 통지하지 아니한 절차적 하자가 있는 1차 소집통지는 독립된 취소 사유가 존재한다. 1차 소집통지는 절차적 하자가 있고 이는 독립된 취소사유가 되지만, 을은 다시 갑에게 감면신청을 하도록 하고 이를 검토한 후 동일한 내용의 2차 소집통지 처분을 하였으므로, 1차 소집통지는 직권으로 취소 또는 철회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행정처분이 취소되면 그 처분은 효력을 상실하여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고, 존재하지 않는 행정처분을 대상으로 한 취소소송은 소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대판 2004두5317판결). 따라서 1차 소집통지는 직권으로 취소 또는 철회되어 더 이상 다툴 소의 이익이 없다. 2차 소집통지는 1차 소집통지에 있던 절차적 하자를 보완하였다. 그 경우 하자가 치유될 수 있을 것인가. 하자 있는 행정행위의 치유는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것이고, 예외적으로 행정행위의 무용한 반복을 피하고 당사자의 법적 안정성을 위해 다른 국민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한적으로만 인정된다(대판 99두11592 등). 처분의 실체적 하자에 대해서는 그 하자의 치유가 인정되지 않지만(대판 90누1359 등), 절차적 하자는 치유가 인정된다. 의견진술 통지기간에 하자가 있어도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는 경우 이유 제시를 하지 않았으나, 불복절차에 지장을 주지 않는 기간 내에 이유 제시가 된 경우 등에는 하자의 치유가 인정되고 있다. 2차 소집통지의 경우 감면신청에 대해 응답하지 아니한 절차적 하자는 재제출 요청 및 그에 대한 검토로 치유된 것으로 볼 것이므로, 결국 2차 소집통지는 적법하다.
  • 이·김 자격심사 3번째 합의도 실행 회의적

    이·김 자격심사 3번째 합의도 실행 회의적

    여야가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에 합의하면서 비례대표 부정경선 의혹을 받고 있는 이석기·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안 처리를 약속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실행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두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안 처리 합의는 지난해 6월과 8월에 이어 세 번째다. 이번 합의도 전례에 비춰 볼 때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여야는 지난 17일 국회운영 관련 합의사항으로 두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안을 양 교섭단체별로 15명씩 공동으로 3월 임시국회 내에 발의해 윤리특별위원회에서 심사하기로 했다. 국회 윤리위 심사를 거친 뒤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분의2에 해당하는 200명의 의원이 찬성하면 두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하지만 두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는 검찰이 아직 기소도 안 한 사안이므로 실제로 실행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새누리당의 정치공세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윤관석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은 “검찰 기소 요건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당장 윤리특위 심사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두 의원을 종북 의원으로 몰아가는 것은 매카시즘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비례대표 부정경선 여부는 법적인 판단이 필요한 문제”라면서 두 의원의 자격심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두 의원이 속한 통합진보당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당사자인 김 의원은 “검찰에 기소조차 되지 않은 무고한 사람을 부정선거 운운하며 자격심사를 추진한다는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며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이에 대해 신의진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자신들의 잘못부터 되돌아보라.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공식 언급을 자제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주민들, 安 노원병 선택 이해 못해 … 정책 승부”

    “주민들, 安 노원병 선택 이해 못해 … 정책 승부”

    4·24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한 김지선(58) 진보정의당 예비 후보는 같은 지역에 출사표를 올린 안철수 후보에 대해 “새 정치를 표방한 안 후보가 노원병을 선택한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주민들이 많다”며 “그건 안 후보가 극복할 문제이며, 저는 선의의 경쟁자로서 정책으로 승부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예비후보 등록 이후 첫 휴일인 17일 지역 유세 중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안 후보는 사회적 지위와 명망을 다 가진 분이지만 저는 서민, 사회 약자들 속에서 40여년 평생을 노동자로서 노동 운동을 하며 살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후보는 “안 후보가 이렇게 나와서 마음이 무겁긴 하다”면서도 “제가 살아온 길과 그분이 살아온 길이 다르다. 주민들이 노동자로서 살아온 저의 삶을 보고 평가해주실 것”이라며 안 후보와의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안 후보가 ‘전 대선 후보’이긴 하지만 두렵지 않다”고도 했다. ‘안기부 엑스파일’ 판결로 이곳에서 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의 부인인 김 후보는 여성노동자회 등에서 활동한 여성운동가이자 인권활동가이다. 김 후보는 7년째 노원 지역에서 거주하며 ‘함께걸음 의료복지 사회적 협동조합’ 이사 등으로 활동했다. 때문에 다른 후보들보다 지역 밑바닥 민심을 잘 알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오랜 기간 봉사활동을 통해 느낀 노원의 지역의제들을 생활정치와 국회 입법 활동으로 이끌어내겠다”고 강조했다. 노 공동대표의 부인으로 ‘지역구 세습’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김 후보는 “세습은 안정적인 권력을 물려주는 게 세습이다. 지난 선거에서 노원병은 야권단일화를 해서도 (노 공동대표가) 겨우 이긴 곳”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노 공동대표가 물려 준 게 있다면 ‘안기부 엑스 파일’의 진실을 열심히 밝혀내겠다는 의지”라고 지적했다. 노원병 보선의 야권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김 후보는 “야권 연대는 대상이 서로 있어야 하는데 안 후보 측에서 공학적 단일화는 없다고 한 상태이기 때문에 ‘(야권 단일화를) 한다, 안 한다’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기자가 “쉽지 않은 선거”가 될 것이라고 하자 김 후보는 “어떤 점에서는 그래서 더 결기가 생긴다. 한약 한 재 지어서 먹고 있다. 아직은 쌩쌩하다”며 웃어 보였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안철수 ‘박원순 미담’ 이미지 업고 자기PR?

    안철수 ‘박원순 미담’ 이미지 업고 자기PR?

    4·24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예비 후보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17일 서울 중구 덕수궁 옆 음식점 달개비에서 회동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해 안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 직전인 9월 13일 회동한 뒤 처음이다. 안 후보와 박 시장은 50분 남짓 각각 노원병 보선 선거유세 얘기와 2011년 서울 시장 보선에서의 경험담 등을 나눴다고 배석했던 송호창 무소속 의원이 회동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안 후보는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느낀 소회와 상계동 주민들로부터 들은 뉴타운, 창동 지하철기지 이전 등 현안을 박 시장에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현안에 대해서는 특별한 답변을 하지 않았지만 2011년 서울시장 보선 당시를 떠올리며 안 후보에게 “지역주민을 만날 때 낮은 자세로 진심으로 성실한 모습을 보여달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특히 박 시장은 안 후보에게 “정치권에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달라”고 말했다고 송 의원은 전했다. ‘안기부 엑스파일’ 판결로 노원병에서 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에 대한 언급이 있었냐는 질문에 송 의원은 “정치적인 현안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이 없었다”고 답했다. 이날 만남에 대해 서울 특정 지역에 출마한 후보와 서울 시장과의 만남 자체가 노원구 지역 주민들에게는 ‘힘 있는 후보’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 후보가 2011년 서울시장 보선 당시 박 시장에게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한 ‘미담’을 상기시키는 자리로 비칠 수도 있다. 안 후보 측이 과거 박 시장과의 회동 시 비공개 원칙을 고수했지만 이날 만남에서는 이례적으로 시간과 장소를 먼저 공개하고 취재진에게 사진촬영을 허용한 것도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박 시장이 민주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의 노원병 공천 여부에 영향을 끼칠지도 주목된다. 회동 후 음식점 밖에서 안 후보가 비를 맞으며 취재진과 악수를 하자 박 시장은 “안 교수님이 달라지셨네”라며 웃기도 했다. 이날 안 후보는 부인 김미경씨의 생일을 맞아 노원에 있는 자택에서 조촐하게 생일 축하 행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봉사·출산으로… 공백기간 불안 대신 넉넉함 채웠죠

    봉사·출산으로… 공백기간 불안 대신 넉넉함 채웠죠

    # 1 정갈한 말투와 빈틈없는 몸놀림. 어김없는 아나운서였다. 지난해 9월 KBS 1TV ‘사랑의 리퀘스트’에서 작별 인사를 고한 지 6개월 만이다. 그는 ‘사랑의 리퀘스트’에서 12년 방송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2010년 2월 촬영차 찾은 아이티는 충격 그 자체였다. “지진이 난 지 딱 한 달 만에 아이티에 갔어요. 처참함 속에서도 아이들은 여전히 순수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그때부터 색다른 삶을 꿈꿨다. 봉사활동에 오롯이 매진하고 싶었다. 지난해 8월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전쟁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남수단으로 훌쩍 떠났다. ‘9시 뉴스’를 비롯해 ‘스펀지’ ‘열린음악회’ ‘생생정보통’ 등을 진행했던 그는 회사의 간판이었다. 아나운서 김경란(왼쪽)의 이야기다. # 2 ‘개그우먼’이란 호칭이 무색하게 브라운관을 누볐다. 2009년 ‘5월의 신부’로 축복을 받았다. 지난해 9월 인기 절정의 예능 프로그램인 ‘강심장’에서 자진 하차하는 등 차근차근 엄마가 될 준비를 했다. 한 달 뒤 3.84㎏의 건강한 딸 ‘이엘’을 낳았다. 집에서 무려 28시간의 산통을 겪고 병원에 도착, 한 시간만에 딸을 자연분만했다. 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은 지금도 온통 딸 사진으로 도배돼 있다. 개그우먼 김효진(오른쪽)의 이야기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두 여자를 만났다. 한 케이블 방송의 뷰티·패션 트렌드 프로그램으로 각각 6개월, 3개월 만에 방송 복귀를 신고하는 자리였다. 김경란은 너무 이른 방송 복귀, 그것도 쇼핑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란 지적에 “KBS라는 든든한 울타리 밖으로 나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내가 강하게 소망하는 그 무엇을 잡기 위해 내려놓아야 할 것도 있구나 생각했다. 안정된 삶도 중요하지만 아침마다 눈을 떴을 때 가슴 뛰는 삶을 꿈꿨다”고 말했다. 김경란은 남수단을 지난해 10월과 올 2월 두 차례 다녀왔다. 내전의 상처가 지워지지 않은 곳에서 각각 이레와 열흘 머물렀다. 동부 종글레이주 보르에선 지역 고아원뿐 아니라 학교와 한센병 마을을 방문했다. 아이들에게 축구공과 줄넘기를 선물하고 비눗방울 놀이를 하며 함께 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는 “같은 세상에 존재하는 곳이라 믿기 힘들 만큼 없을 ‘무’(無)자만 생각났다. 풀로 엮은 집과 흙먼지 나는 비포장 활주로만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선한 눈빛을 잃지 않은 아이들의 인사법은 악수다. 유난히 물기를 머금은 축축한 손을 내민다. 그곳 어른들은 팔다리가 엄청 길고 얼굴이 새까맣고 험악하다. 그런데 씩 한번 웃어주면 미소가 너무 아름답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에 뭐가 필요할까?’를 고민했다. ‘불쌍하다’며 돕기보다는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을 재미있게 가르쳐주자는 데 생각이 이르렀다”고 했다. 그는 현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방송 녹화가 없는 날이면 어린이재단을 찾아 하루 5~10시간씩 동료들과 회의를 이어 간다. 다음 달에는 나눔조합 형식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긴다. 김효진은 날씬해 보였다. 지난해 출산 전 70㎏에 육박하던 몸무게가 현재 55㎏에도 못 미친다. ‘폭풍 감량’의 비결은 “하루에 세끼를 꼬박 먹되 튀긴 것, 구운 것 먹지 않고 숨 막힐 정도로 열심히 운동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본업이 희극 배우인 만큼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웃음을 드리겠다”면서도 “탁월한 끼가 있다면 모를까, 딸은 같은 길을 걷지 않길 원한다”며 미소지었다. 출산 이후의 공백 기간이 불안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는 “예전 같으면 초조하고 불안했겠지만 임신 이후부터 마음이 넉넉해졌다. 새 생명을 맞은 기쁨이 상실감을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김경란은 김효진을 “언니”라고 부르며 살갑게 대했다. 2006년 KBS ‘스펀지’의 메인 MC와 패널로 처음 만났다. 김경란은 “언니는 의외로 낯도 가리고 수줍음이 많다”며 웃었다. 김효진은 “(경란이는) 너무 단정하고 지적이라 빈틈이 있을것 같은데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백치미가 숨어 있더라”고 말했다. 두 여자는 지난 14일부터 매주 목요일 밤 11시에 방영되는 케이블 채널 스토리온의 ‘토크&시티’에서 다른 두 명의 MC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할머니 무릎·엄마 바느질·엿장수…노학자와 떠나는 그리움으로의 여행

    사라지고 잊힌 것들은 상실로 해서 더욱 간절하고 그리운 반추의 대상이 된다. 그것이 힘겹고 벅찬 상황에서의 추억이건, 즐겁고 유쾌한 기억이 서린 물건이건…. 사람들은 그 사라지고 잊힌 것들을 뒤늦게 찾아나설 때가 있다. 그 옛날 가난하고 배고팠던 보릿고개의 추억을 떠올려 지금을 살피듯 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모르는 결에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은 적지 않다. 그리고 그것들은 또 언젠가 간절한 그리움으로 다가올 것이 뻔하다. ‘이젠 없는 것들’(김열규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은 바로 그 사라지고 잊힌 것들을 정리한 책이다. 평생 한국인 삶의 궤적에 천착해 온 노학자(서강대 명예교수)가 애정 어린 시선으로 되살려 낸, 사라지고 잊힌 흔적들의 묶음이다. ‘이젠 없는 것들, 사라져 가는 아쉬운 것들’에 대한 기록이자 그 시절에 대한 헌사라고 할까. 불과 1∼2세대 혹은 3∼4세대 전까지만 해도 우리 주변에 널렸고 펼쳐졌던 유·무형의 소재 132개를 들여다보는 과정은 과거로의 반가운 여행이자 우리네 삶의 유쾌한 반추와 다름없다. 할머니 무릎, 할머니 손, 엄마 바느질, 꽃신, 개떡, 엿장수, 깨금발 뛰기…. 지금은 흑백사진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음 직한 풍경들은 노학자의 전문 지식과 애틋한 시선을 통해 더욱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등에 책보를 지고 호젓한 길을 풀피리 불며 씩씩하게 걸어가는 아이의 발에서 빛나던 검정고무신, 보따리 안에 갖가지 물건을 싸서는 등에 메고 온 마을을 누비고 다니는 봇짐장수, 생각하면 금세 침이 고이는 군고구마, 찐감자, 누룽지 등 군것질거리, 동그란 지붕을 얹은 보금자리 초가삼간, 본채 한가운데 넉넉하고 시원하게 자리 잡은 대청마루, 할머니의 보물 상자인 반짇고리는 모두 반추와 공유의 추억들이다. “할머니의 무릎! 그것은 예사 무릎이 아니다. 뜨거운 정과 아기자기한 사랑의 터전이 된다. 그것은 때로 품보다 더 정겨운 것이기도 했다.”(‘할머니 무릎’ 중)/“요란한 가위질로 엿장수 아저씨는 아이들의 마음을 들쑤셔댄다. 어쩌다 용돈이 생겼거나 값나가는 고물을 모아뒀던 녀석이 ‘자요!’ 하고 내밀 적에나 엿장수는 ‘좋아. 많이 줄게!’ 하며 흥정을 붙일 수 있었던 것이다.”(‘엿장수’ 중) “그리움은 아쉬움이고 소망이다. 놓쳐버린 것, 잃어버린 것에 부치는 간절한 소망. 그런데 이제 바야흐로 우리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애달픔에 젖는 것, 그건 뭘까?” 이 시대의 사람들을 ‘놓친 사람들’이라 부르는 저자는 그래서 진정 소중하고 귀중한 것, 잃은 것들을 더 늦기 전에 챙겨 보자고 거듭 권한다. 각 권 1만 2000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방향 없는 당신의 독주, 공동체는 바스러지네요

    방향 없는 당신의 독주, 공동체는 바스러지네요

    지난해 ‘피로사회’로 독자들을 흥분시켰던 철학자 한병철 독일베를린예술대 교수가 ‘시간의 향기’(김태환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로 돌아왔다. ‘피로사회’처럼 ‘시간의 향기’ 역시 180여쪽의 짧은 글이라 책이 얇다. 판형도 작아 척 보면 시집 같다. 그럼에도 서술의 밀도가 워낙 촘촘하고 자신감 넘치는 문장들이 이어져 있다 보니 책은 상상 이상으로 묵직하다. 하이데거, 니체, 리오타르, 부르디외, 헤겔, 마르크스 등의 거장을 철저하게 쌍따옴표로 옭아매서 한 구절 한 구절씩 줄줄이 호출해 냈다. 바이러스 시대에서 신경증 시대로의 전환을 피로사회라는 키워드로 분석해 냈던 한병철이 이번에 들려주는 이야기는 시간이다. 신화의 시간은 그 굽은 등을 펴면서 역사의 시간이 됐고, 역사의 시간이 계몽주의의 세례를 받으면서 활기찬 발걸음을 옮기는 진보적 역사관으로 탈바꿈했다. 나는 해낼 수 있다는 자기 긍정의 구호로 가득한 피로사회는 그 이름에서 느껴지는 노곤한 이미지와 달리 실제로는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의 외침 소리, 발걸음 소리, 옷깃 스치는 소리가 가득한 요란한 사회다. ‘활동적인 삶’이 지배하는 사회다. 이런 사회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압도적인 느낌은 “시간의 가속화”다. 허둥지둥하며 살다 문득 뒤돌아 보니 해 놓은 것 없이 세월만 갔더라, 하는 게 시간의 가속화다. 슬로 푸드, 느림의 미학, 느리게 살자, 이런 말들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한병철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문제라고 못 박는다. 방향이 문제일 때 가속화란 성립하지 않는다. “가속화란 방향성 있는 궤도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방향이 없는 까닭에 가속화라 말할 수조차 없”다. 그러면 왜 사람들은 시간의 가속화를 말할까. 방향 없이 이리저리 내몰리기 때문이다. “삶을 충만하게 해 줄 어떤 이야기도, 의미를 만들어 주는 전체도 없”는 세상에서 “하나의 가능성에서 다른 가능성으로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초초한 불안”인데 그것을 가속화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 연대를 부식시킨다. “사건들은 이야기되기보다 나열된다. 사건들은 자체 정합적인 그림으로 응축되지 않는다. 이처럼 서사적 종합을 이룰 수 없다는 것, 이는 또한 시간적 종합을 이룰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거니와 여기서 동일성의 위기가 발생한다.” 가장 단적인 예가 역사를 대하는 한·일 양국 우익들의 태도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증거 없다고 얼버무리고, 이미 버젓이 교과서에 오른 5·16 쿠데타에 대해 공부가 부족하다느니 역사의 평가에 맡긴다는 등의 소리만 늘어놓는다. 역사라는 서사적 종합을 부정하다 보니 동일성의 위기, 즉 정신분열이나 기억상실증 증세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투게더’(리처드 세넷 지음, 김병화 옮김, 현암사 펴냄)를 봐도 그렇다. 세넷은 1960년대 미국의 신좌파가 주창했던 모든 것으로부터의 해방은, 그 바탕에 억압이 없어졌을 때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다는 욕망이 깔려 있다고 봤다. 그게 어떤 결과를 낳았던가. 신자유주의와 맞물려 자기 착취의 논리로 악몽처럼 현실화됐다. 피로사회 논의와 겹치는 부분이다. 세넷이 모색하는 대안은 다시 공동체의 가능성이다. 개개인이 온전한 하나의 개별적 우주라 믿는 현대인들이 어떻게 공동체를 이룰 것인가. 세넷의 입에서 나오는 표현은 연대를 넘어선 협력, 헌신, 소명 같은 단어다. 좌파의 입에서 지극히 우파적인 종교의 단어가 나오는 것이다. 한병철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시간의 가속화 현상은 허구이기 때문에 단순히 느리게 살라고 말하는 것은 아무런 해법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사색적 삶’을 내세운다. “인간의 행동이 모든 사색적인 차원을 상실함으로써 단순한 활동과 노동으로 추락”했다. 멈춰서 생각을 해야 한다. 단 홀로 생각하는 것은 우울증만 더한다. 함께 나눠야 한다. 그래서 그렇게 창조해 낸 시간은 “나를 위한 시간이 아니라 남을 위해 내어주는 시간”이어야 한다. 그걸 일러 “연대를 뛰어넘어 더 진하고 견고한 그 무엇”이라 했다. ‘피로사회’에서 쓴 표현을 빌리자면 ‘형제애’다. “잘 읽히는, 폭력 없는 인문학을 넘어서 언어의 폭력으로 기존 사고의 틀을 깨고 싶은”, “힐링보다 킬링을 하는”, “자기 착취보다는 분노하라고 말하고 싶은”, “인문학의 정치화”를 꿈꾼다는 한병철이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내놓은 대답인데, 그 대답은 지극히 종교적이다. 한국도 이제 사회적 유대를 찾아보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면? 앞으로 더더욱 자잘하게 부서질 수밖에 없는 사회라면? 그렇다면 사회적 유대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 협력, 헌신, 소명, 형제애? 서구사회는 ‘기독교 공동체’라는, 밉건 곱건 간에 오래된 미래라도 겪었다지만 급성장에 바빠 아무런 역사적 경험을 쌓지 못한 한국 사회는? 1만 20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그래픽 강미란 기자 mrkang@seoul.co.kr
  • [한·미 FTA 1년] 기대했던 100년 먹거리도, 우려했던 농축산업 붕괴도 없었다

    [한·미 FTA 1년] 기대했던 100년 먹거리도, 우려했던 농축산업 붕괴도 없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15일로 꼭 1년이 된다. 7년 넘게 찬반 논쟁이 뜨거웠던 것에 비하면 막상 발효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다. ‘100년 먹거리가 생긴다’는 지지 주장도, ‘농업과 서비스업 시장 등이 붕괴될 것’이라던 반대 주장도 아직까지는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13일 정부 부처와 재계 등에 따르면 1년 전 한·미 FTA를 지지했던 진영의 가장 큰 논리는 교역 증가에 따른 먹거리 확보였다. 두 나라의 관세 장벽이 없어지면 수출입이 늘어나 동반 발전을 모색할 수 있다는 ‘윈윈’ 논리였다. 관세청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직후인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액은 478억 5000만 달러다. 2011년 4월부터 2012년 1월까지의 실적인 477억 3000만 달러보다 1억 2000만 달러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 해 12억 9000만 달러가 늘어날 것’이라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11개 국책연구기관들의 전망치에는 크게 못 미친다. 수입은 같은 기간 382억 7000만 달러에서 350억 9000만 달러로 되레 31억 8000만 달러 뒷걸음질쳤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들면서 대미 무역 흑자 폭은 FTA 체결 전 94억 6000만 달러에서 127억 5000만 달러로 32억 9000만 달러 늘었다. ‘불황형 흑자’의 한계를 안고 있기는 하지만 당초 기대했던 1억 4000만 달러보다는 더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과 수입은 각각 214억 5000만 달러, 275억 8000만 달러 감소했다. 최현필 코트라 선진시장팀장은 “지난해 미국의 경기 침체와 예산 자동 삭감(시퀘스터) 등으로 소비 심리가 바닥까지 떨어지면서 FTA 효과가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한·미 FTA가 없었더라면 양국 수출입은 더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35만명 고용 증가 전망은 현재로서는 ‘장밋빛’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수는 43만 7000명 늘었다. FTA와 연계된 제조업은 1만 4000명, 전기·통신·금융 등은 4만 1000명 증가에 그쳤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FTA에 따른 고용 효과는 15년 정도 장기적으로 측정한 만큼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FTA가 없었더라면 제조업 등의 고용 증가 폭은 더 적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효과 못지않게 타격도 아직은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당초 농축산업의 경우 연간 8150억원, 수산업은 295억원의 생산 감소가 예상됐다. 하지만 FTA 발효 이후 대미 농산물 수출액은 오히려 10% 늘었다. 미국산 오렌지와 체리 등의 수입이 크게 늘었지만 이는 가격 인하 효과도 수반했다. 연평균 1200억원의 생산 감소로 제약 주권을 상실할 것이라던 우려도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과 교수는 “까다로운 원산지 증빙에 대한 지원 등을 강화하고 중소기업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FTA를 활용할 수 있도록 추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사진작가 최원진 ‘얼굴’로 돌아왔다.

    사진작가 최원진 ‘얼굴’로 돌아왔다.

    앗! 윤두서의 모습이 여고생 얼굴에 나타났다. 익숙한 것들을 다르게 보여주는 사진작가 최원진이 새로운 작업을 들고 나타났다. 최원진은 한동안 채소를 뜻밖의 모양새로 보여주는 작업으로 관심을 끌더니 이번에는 10여년 만에 다시 얼굴로 그것도 예전에 보였던 자화상이 아니라 앳된 여고생들의 얼굴을 들고 나타났다. 그런데 그 여고생의 얼굴 속에 조선 여인의 모습이 보인다. 조선 선비 윤두서의 모습부터 신윤복 김홍도의 화폭 속 인물이 연상되는 얼굴들이 신기하게 현재 여고생 얼굴에 나타나 있다. 한국은 오랜 전통과 문화를 갖고 있는 만큼 나름대로의 미의식이 있었으나 조선시대 말기에 근대화에 실패하면서 서양의 미의식이 그대로 우리에게 영향을 끼쳐서 한국적인 미의식이 많이 상실되었다. 인물에 대한 미의식에서도 그런 경향은 두드러진다. 조선시대 미인도를 보면 현재의 미인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최원진의 이번 전시는 대전에 위치한 호수돈 여고생을 상대로 화장과 성형을 하지 않은 순수한 얼굴의 눈, 코, 입을 부각시켜 현재 한국 젊은 여성의 매력을 부각시키는 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약 150명의 여고생을 촬영하여 한국여성의 꾸밈없는 아름다운 모습을 찾고자 한 것이다. 마치 증명사진처럼 정면을 촬영한 것은 한국인의 의식 속에 인간의 모습은 정면에 있다고 생각한 것에 있다. 유럽의 전통적인 초상화를 보면 정확한 정면을 피한 반면에 왕의 영정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전통적으로 대칭을 이루는 정확한 정면을 그리려 노력했다. 아마 사람의 얼굴에서는 앞면이라는 말 보다 정면이란 단어를 선호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머리카락을 잘라내어 눈, 코, 입을 부각시킨 것은 헤어스타일 자체가 서구적인 이미지로 보여 한국적인 이미지 보이는데 방해가 되어 좀 더 군더더기를 없앤 것이다. 마치 조선시대 김홍도, 신윤복의 풍속화 속에서 장옷으로 얼굴만 내놓은 여인의 인상이 느껴지는 듯, 그리고 윤두서의 부리부리한 눈매가 느껴지는 이미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전시회는 3월 27일~4월 2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덕빌딩 3층에 있는 갤러리 룩스에서 열린다. (Tel 02.720.8488) 인터넷 뉴스팀
  • 미소 줄고 어조 단호해져 에두른 모호한 화법 여전

    미국에서 82일 만에 귀국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화법이나 목소리가 지난 대선 때와 비교해 단호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안철수식 ‘애매모호한 화법’은 여전했다는 평도 있다. 귀국 직후 가진 기자회견 인사말에서 안 전 교수의 목소리는 새정치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듯 다소 격앙돼 있었다. 회견장 단상에 선 안 전 교수는 13시간의 비행에도 그다지 피곤한 기색 없이 표정은 담담해 보였다. 그러나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 새 정치에 대한 각오, 노원병 출마 계기 등 중요한 대목에서는 목소리가 단호해졌다. 안 전 교수는 특히 “국민의 편을 가르고 높은 곳에서 하는 정치 대신 국민의 마음을 위한 낮은 정치를 하겠다”는 부분을 힘주어 말했다. 표정은 결의에 차 있으면서도 다소 비장해 마치 야권 단일화 후보 사퇴 발표 때를 연상시키는 듯했다. 오랜만에 공개적인 자리에서 말을 해서인지 이따금 긴장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지만, 대체로 시종일관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 소장은 “안 전 교수의 모두 발언을 보면 말 끝이 딱딱 끊어지면서 단호하게 변했다.”면서 “대선 당시와 비교해 가장 크게 드러난 변화”라고 평가했다. 강 소장은 또 “긴장한 탓인지 예전보다 미소가 더 적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핵심을 찌르지 않고 에둘러 가는 답변은 여전했다. 안 전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평가에 대한 질문에 “국민 한사람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또 ‘노회찬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 원인이 안기부 X파일 사건이다. 이에 대한 여론이 나눠져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노 전 의원께서는 아주 훌륭하신 분이라고 생각한다. 판결에 대해서 아주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해 정확한 답변을 피해갔다. 이에 대해 안 전 교수가 지나치게 중도층을 의식한 답변으로 일관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폐쇄적 한수원 개혁·핵폐기장 건립 시급”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의 원전 사고 이후 국내에서도 원전의 안전성이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앞다퉈 국내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는 대책을 발표했지만, 아직도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각종 비리와 사고 은폐 의혹 등이 끊이지 않은 한국수력원자력의 개혁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 건립 등은 시급한 문제로 지목됐다. 11일 정부와 한수원 등에 따르면 고리 원전은 해일에 대비해 7.5m였던 해안 방벽을 10m로 높였고 월성 1호기에는 압력 증가를 막기 위한 여과·배기장치를 설치했다. 또 원전 23기 가운데 13곳에는 전원 공급이 끊겨도 수소 가스를 제거할 수 있는 설비를 추가했다. 권맹섭 한수원 후쿠시마후속대책팀장은 “2015년까지 원전 안전 대책에 따라 모든 원전에 방수문과 방수형 배수펌프를 설치하고 전원 상실에 대비해 이동형 비상디젤발전기를 설치할 예정”이라면서 “자연재해 등으로부터 원전을 보호할 수 있는 56가지 개선 대책이 마무리되면 국내 원전의 안전성은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원전의 잦은 발전 정지와 한수원의 각종 사고 등으로 국민의 불안감은 수그러들고 있지 않다. 특히 국내 원전 밀집도(비슷한 지역에 원전 5~8기가 몰려 있는 것)가 세계 최고 수준인 데다 고리 원전 30㎞ 반경에는 350여만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따라서 원전의 안전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일본처럼 여러 기가 한꺼번에 사고 날 경우를 대비한 비상대응체계 구축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후쿠시마 사고에서 볼 수 있듯이 원전의 밀집도가 높으면 최악의 자연재해로 여러 기의 원전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수원에서는 종합적인 대책이나 훈련보다는 개별 원전 차원에서의 대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기존의 비상대응 체제는 원전 한 기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원전 밀집도가 높은 국내 상황을 고려한다면 종합적인 비상대응 체제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노후 원전에 대한 처리도 문제다. 월성 1호기가 수명 연장 논란에 휩싸이며 가동 정지된 상태고 다른 노후 원전의 설계수명도 속속 만료될 예정이다. 하지만 수명 연장을 하지 않고 폐쇄하려고 해도 아직 원전 해체 기술 등이 검증되지 않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또 2016년부터 2021년 사이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가 포화 상태에 이르지만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 건설은 아직 밑그림조차 그리지 못하고 있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과 원전 해체 기술 축적 등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정확한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커버스토리-온라인은 지금 ‘댓글 전쟁’] ID 10개로 하루 2만여개 댓글 가능… 어디로 튈지 모르는 ‘폭발력’

    [커버스토리-온라인은 지금 ‘댓글 전쟁’] ID 10개로 하루 2만여개 댓글 가능… 어디로 튈지 모르는 ‘폭발력’

    지난해 초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립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미스터리네요. 알바 1등 집중 법칙?’이라는 글을 리트위트하며 댓글 알바의 실체를 꼬집었다. 한 언론매체가 2011년 12월 30일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별세 소식을 ‘네이버’와 ‘다음’에 동시 전송했지만, 누리꾼의 반응은 포털사이트에 따라 극과 극으로 갈렸기 때문이다. 다음에서는 김 고문의 별세를 추모하는 댓글이 주를 이뤘지만, 네이버에는 김 고문의 과거 행적을 색깔론으로 비난하는 글들이 다수였다. 당시 전문가들은 “두 포털 사용자들의 정치적 견해 차이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이 정도로까지 극단적인 것은 특정 목적을 가진 세력이 의도적으로 댓글에 간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간 정치권에서의 댓글 알바 동원 논란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그 실체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갖게 만든 것은 ‘국가정보원 댓글녀’와 ‘십알단 검거’ 사건이다. 이들은 특정 입장을 지지하는 댓글을 달거나 특정 시간대(5분에서 10분 사이)에 올라온 글들에 집중적으로 추천 수를 올려 지속적으로 확인이 되게 하는 방식을 써 왔다. 일부에서는 ‘알바들이 댓글 몇 개 달고 특정 글에 추천 몇 번 눌러준다고 해서 여론이 바뀌느냐’고 반박하지만, 고가에 판매되는 자동댓글 생성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신 프로그램의 경우 ID 하나로 한 시간에 수백개씩 댓글을 달 수 있다. 한 시간에 100개씩만 댓글을 생성한다고 해도 하루 24시간이면 2400개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 한 사람이 ID 10개를 이용하면 하루에만 2만 4000개, 100개를 쓰면 24만개의 댓글을 달 수 있다. 대규모 조직이 동원되면 댓글의 위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그렇다면 왜 기업이나 정치권은 무리수를 자처하면서까지 댓글 알바를 운영하는 것일까. 이른바 ‘바이럴 효과’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댓글은 확산 속도가 빠른데다 전방위적으로 퍼지다 보니 일개 개인이나 기업 차원에서는 사실상 대응이 불가능하다. 설사 잘못된 댓글이 확산돼 포털사이트에 삭제를 요청해도 사실 여부를 확인해 절차를 밟는 데까지 최소 2~3일이 걸려 대응 자체가 무의미하다. 최근 댓글 하나로 온 사회를 들썩이게 만든 솔로대첩 사건이나 ‘24인용 텐트를 혼자서도 칠 수 있다’는 댓글 하나로 시작된 T24 소셜페스티벌 등은 댓글의 위력을 잘 말해 준다. 쉽게 말해서 평소에는 잠잠하다가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폭발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부정적인 댓글 하나하나를 모두 찾아 대응할 경우 되레 부작용이 더 커진다”면서 “사실상 부정적인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유독 댓글의 힘이 커진 것에 대해 주류 언론에 대한 신뢰성을 상실한 한국적 특성이 반영됐다는 의견도 있다. ‘효순이 미선이 사건’처럼 신문과 방송 등 이른바 주류 미디어들이 외면하는 이슈들을 댓글이 대신 짚어준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경향은 보수 정권이 집권하면서 더욱 뚜렷해졌다. 이는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주류 언론들이 정부와 기업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믿음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즉 기사에 나와 있지 않은 ‘진짜 팩트’를 댓글에서 찾는다는 것으로, 이른바 한국에서의 댓글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역할도 한다는 것이다. 특정 정당이나 기업의 문제점에 대한 눈 감아 주기식 기사에 기사 논조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댓글들이 달려 또 다른 사실 확인 통로가 됐다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담당자는 “10년 전만 해도 시간이 지나면 자정 작용에 의해 개선될 것으로 봤지만 댓글 문화는 더욱 각박해지고 있다”면서 “일부 댓글에서는 인간의 악마적 본성까지 드러나기도 해 무서울 때도 있다”고 지적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문화마당] 스타를 권하는 사회/임형주 팝페라 가수

    [문화마당] 스타를 권하는 사회/임형주 팝페라 가수

    간만에 서재를 대청소했다. 언제 어디서 구입했는지도 모르는 음악 CD와 영화 DVD들 속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필자와 같은 해(1998년)에 데뷔했고, 한 음반사에서 같은 장르로 활동했던 동갑내기 영국 팝페라 소프라노 샬럿 처치다. 샬럿은 재능 있는 아이들을 찾는 TV프로그램에 전화를 걸었고, 노래 하나로 스타가 됐다. 12살에 세계적인 음반사 소니뮤직에서 데뷔 음반 ‘천사의 음성’(Voice of an Angel)을 내면서 전 세계에서 수백만장에 달하는 판매고를 세웠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미국 빌 클린턴 전 대통령,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등 세계 각국 유명인사에게 초청돼 공연하는 등 화려한 이력을 쌓아갔다. 그러나 그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스타가 된 값을 톡톡히 치렀다. 10대 후반부터 타블로이드지를 장식했다. 하루 담배 2갑, 길거리 흡연 등 골초로 비쳐졌고, 어린 나이에 임신과 유산을 반복했다. 2005년 음반을 내고 섹시 콘셉트의 팝가수로 변신했지만 판매량과 평단의 평가, 흥행 모두 참패했다. 운동선수 출신인 연인과의 불화, 재결합, 결혼 등 숱한 기사를 쏟아내며 그의 애칭은 ‘천사의 음성’에서 ‘최연소 스캔들메이커’가 됐다. 2년 전 샬럿은 ‘백 투 스크래치’를 발표하면서 반짝 관심을 끌었지만 예전의 인기를 되찾기엔 역부족이었다. 그에게서 우리 대중문화계의 현실이 겹쳐 보였다.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이 정말 많다. 참가자격을 대폭 낮추거나, 아예 어린아이들이 대상이 된 오디션 프로그램도 있다. 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서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제작진이 탈락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자 참가자는 “초등학교 들어가서 공부해야죠. 제 유년기의 마지막 오디션이에요”라고 대답했다. 아이는 참 귀엽고 똘똘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보며 씁쓸했다. 어린 나이에 재능을 발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다. 특히 선천적 재능이 필요한 대중문화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일찍 재능을 꽃피울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지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는 것은 생각하는 것보다 엄청난 고통을 수반한다. 무엇보다도 확고한 의지가 없다면 무척 힘든 일이다. 어린 나이에 데뷔한 필자도 어른들 틈바구니 속에서 실수하면 안 된다는 법부터 배웠던 것 같다. 어른의 눈치를 보고 어른들이 원하는 태도와 생각을 옮기면서 훈련받는 아바타가 된 느낌이었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무대 위에서는 나 자신과 끝없이 싸웠고, 무대에서 내려오면 상실감·외로움·고독과 마주했다. 이 모든 것들을 혼자 감당해 내야 했다. 자유를 찾아 반항과 일탈을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는 것을 알기에 앞만 보고 달렸다. 아이가 사람들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잘 춘다면, 그 재능을 키워주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우리 아이가 방송이나 무대에서 재능을 펼치고 사랑을 받는 것이 어찌 행복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단순히 판을 벌여 맛을 보여주고, 아이들에게 스타가 될 수 있다고 부추기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아이들의 재능과 특성, 장점을 먼저 찾아주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그 험난한 길을 걸어가기 위한 열정을 갖추었는지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를 스타로 만들기 전에 해야 할, 어른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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