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상실
    2026-08-03
    검색기록 지우기
  • 전주
    2026-08-03
    검색기록 지우기
  • 원작
    2026-08-03
    검색기록 지우기
  • 결속
    2026-08-03
    검색기록 지우기
  • 입시
    2026-08-03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8,994
  • ‘선린·상조’ 기치 올 만해축전 확 바뀐다

    ‘선린·상조’ 기치 올 만해축전 확 바뀐다

    만해 한용운 스님의 자유·평등·자비 사상 선양을 위한 만해축전이 ‘선린과 상조’라는 주제 아래 10일부터 13일까지 강원도 인제군 백담사 만해마을 일원에서 펼쳐진다.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7일 밝힌 만해축전 일정에 따르면 올해는 종전과 달리 대규모 전국대회가 열리는 등 외연이 크게 확장됐다. 특히 지난 4월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만해마을을 동국대에 기증한 데 따라 동국대가 축제의 공동주최자로 참여했다. 올해 만해축전은 만해학회와 한국시인협회 등 40여개 불교, 문학, 시민단체들이 다채로운 문화예술행사로 꾸밀 예정.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행사는 ‘한국시 100년 대회’와 ‘제32차 전국불교청년대회’라 할 수 있다. ‘한국 시 100년 대회’는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지난해부터 편찬사업을 진행해온 ‘한국대표명시선 100’ 완간 기념행사다. 만해 스님이 1922년 시 ‘무궁화를 심고자’를 활자화한 것을 기념해 2년여 동안 진행해온 편찬 사업을 마무리짓는 공식 행사인 셈이다. 11일 오후 7시 만해마을에서 저명 시인 200여 명이 참여해 명시를 낭송할 예정이다. 대한불교청년회가 주관하는 ‘제32차 전국불교청년대회’도 의미 있는 행사. 대한불교청년회는 만해 스님이 1920년 6월 결성한 ‘불교청년회’가 전신이다. 이번 전국대회는 불교청년회 창립 93주년을 기념해 ‘오라 강원으로! 꿈꾸라 평화통일을!’이란 주제아래 전국의 청년 불교인 1000여 명이 참가한다. 올해 축전에서는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대동문화축제의 성격이 강화된 것도 큰 특징. 지역민 축구대회며 게이트볼 대회, 야구대회, 산야초 효소축제가 잇따라 열린다 축전의 백미라 할 수 있는 행사는 11일 인제 하늘내린센터 대강당에서 있을 만해대상 시상식. 시상식에는 제17회 만해대상 수상자들이 모두 모인다. 만해사상실천선양회는 앞서 지난 3월 평화대상 수상자에 김성수 주교(대한성공회)와 터키의 평화·교육운동가 페툴라 귤렌, 세계불교도우의회(WFB)를 선정한 바 있다. 실천대상은 일면 스님(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조계종 호계원장), 앱더라힘 엘 알람(모로코 작가), 다공 따야(미얀마 원로시인 겸 소설가)가, 문예대상은 국악인 안숙선 교수(한국종합예술학교)와 잉고 슐체(독일 소설가), 콘스탄틴 케드로프(러시아 시인)가 뽑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재외국민 주민증 이르면 2015년 발급

    정부는 이르면 2015년부터 외국으로 이민하거나 외국 영주권을 딴 국외이주국민에게도 주민등록증을 발급한다고 6일 밝혔다. 이를 위해 안전행정부와 외교부, 법무부 등 관련 부처가 협의해 해외 이주를 포기해야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는 현행 주민등록법을 올해 안에 개정할 예정이다. 국민이 국외로 이주하더라도 주민등록은 유지된다. 17세 이상의 국외이주국민에게는 현재의 주민등록증과 모양·형태는 같지만 국외이주국민이라고 표시된 주민등록증을 발급한다. 해외 이주로 주민등록이 말소되면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가입 자격을 상실한다. 또 금융·부동산 거래나 임대차 계약을 할 때 여러 불편을 겪어야 했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어려움은 해소될 전망이다. 그러나 재외국민용 주민증을 발급받더라도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연 1만원 이하씩 부과하는 주민세는 면제된다. 안행부 관계자는 “재외국민이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아 권리를 누리는 만큼 국민의 의무를 지는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이에 대해서는 추후 관계 부처와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창의인재 정책은 패자부활 MB정책?

    창의인재 정책은 패자부활 MB정책?

    미래창조과학부와 교육부, 고용노동부는 6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동 브리핑을 열고 ‘창조경제를 견인할 창의인재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2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통과한 새 정부 인재육성 정책 확정안이지만, 부처 간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한 채 이미 발표됐던 부처별 정책을 단순히 묶은 수준이다. 특히 교육·산업 현장에서 비효율성이 지적된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이름을 바꾼 채 도입된 탓에 ‘정책 패자부활전’이란 평가도 나왔다. 정부는 “초등학교부터 취업 후까지 전 과정 동안 창의 역량을 높이고 창의성을 촉진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정책 취지를 설명했다. 이를 위해 초·중·고교 과정에서 체험형 과학수업 등 창의력 교육이 강화되고, 소프트웨어와 같은 국가 전략산업에 집중할 마이스터고가 신설된다. ‘통섭형 사고’를 위해 이공계생들에게 인문학 수업을 더 시키고, 군 복무로 인한 경력단절 시기에 대처하기 위해 원격수업 학점 인정폭도 늘렸다. 정부는 또 우수한 청년 인재의 해외취업을 돕기 위한 ‘K-move 정책’도 소개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백화점식 대책에 정책 대상이 될 현장에서는 벌써 피로감을 호소했다. 당장 내년에 전국적으로 17개 학교에 융합형·체험형 과학교육이 가능한 무한상상실을 설치하는 정책과 관련,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체험, 탐구, 토론이 가능하려면 30~40명인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고, 교육과정도 개편해야 하는데 미시적 대책만으로는 현장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반발했다. 교총은 이어 “지난 정부에서 무리하게 도입된 영어전문강사 때문에 학교가 몸살을 앓고 있는데, 무한상상실 전문강사나 특허교육 강사를 또 내려보낼 생각을 하는 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군복무 중 원격수업 학점을 6학점까지 인정해 줄 때도 활성화되지 않았던 정책을 관련 법까지 고쳐 학점인정 범위를 12학점으로 풀어준 대책이나 청년 10만명을 해외에 취업시키겠다고 공언했다가 실패한 이명박 정부의 ‘글로벌 청년리더 10만 사업’을 ‘K-move’ 사업으로 계승시킨 사례는 ‘실패 정책 재활용 사례’로 꼽힌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내 머릿 속 지우개?…돌아서면 기억 까먹는 청년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주인공처럼 방금 한 일도 금방 까먹는 청년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영국 남서부 서머셋에 사는 19살 청년 릭키 딘의 집안 곳곳에는 다양한 내용이 적힌 메모가 붙어있다. 또한 딘의 휴대전화는 시시때때 알람이 울린다. 딘이 보통 사람들과 다른 생활 습관을 가진 것은 그에게 희귀 질환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단기기억상실증. 태어날 당시 산소부족으로 뇌가 손상된 탓이다. 부모가 딘이 일반 아이들과 다르다고 느낀 것은 7살 때. 말과 행동에 이상함을 느낀 부모가 병원에 딘을 데리고 갔고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딘은 “방금 양치질을 한 것을 까먹을 만큼 생활에 지장이 많다” 면서 “생일, 약속 등 모든 것을 금방 까먹어 큰 오해를 받은 적도 많다”고 밝혔다. 이어 “한 친한 친구는 나에게 빌리지도 않은 돈을 갚으라고 한 적도 있다”며 웃었다. 혼자서는 집을 찾지 못해 10대 중반까지는 현관 밖으로 나오지도 못한 딘은 스마트폰의 도움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 모든 일정과 할일 등을 스마트폰에 기록하고 시간에 맞춰 알람을 울리게 해 도움을 받고 있는 것. 딘의 아빠 게리(40)는 “아들은 기억력의 문제 뿐 아니라 자폐증도 있다” 면서 “자립심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요리나 목욕처럼 위험을 줄 수 있는 생활은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사설] 소규모 학교 통폐합 이후 대안 먼저 내놓길

    정부와 새누리당이 여론의 반발로 무산됐던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을 재추진하기로 했다고 한다. 지난해 추진했던 통폐합안에 명기했던 초등·중학교 6학급 이상, 고교 9학급 이상 등의 획일적인 기준을 뺐지만 학교당 재정 인센티브를 대폭 늘리는 등 기준을 유연하게 잡았다. 이는 초·중등 교육정책을 지역 거점학교 육성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큰 틀에서는 옳다고 본다. 통폐합 안은 학생수가 줄어드는 도서·벽지 소규모 학교의 열악한 학습 여건을 개선하고 유지비를 효율화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교육 당국은 학년당 학생수가 5~6명인 곳이 많고, 일부 교과과정의 경우 복식수업으로 인해 교육 여건이 열악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에 60명 이하 소규모 학교는 초등학교 1462개, 중학교 470개, 고등학교 52개에 이른다. 대부분이 농어촌 지역에 있다. 농어촌 교육정책은 농어촌 활성화 정책과 상치되는 측면이 있어 선택이 쉽지 않다. 지역민과 학부모들은 통폐합 작업이 지역의 경제기반을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부에선 소규모 학교의 장점을 살려 특성화 학교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중·고교의 경우, 기숙형 학교를 대안으로 삼을 만하다. 지역 특성을 살린 기숙형 학교의 성공 사례는 적지 않고, 외부 학생의 유입 등으로 지역사회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초등학교다. 초등학교는 지역 주민의 삶의 터전과 깊이 연관돼 있다. 100명 이하 소규모 학교의 90%가 농촌에 있어 학교가 없어지면 지역 공동체가 무너지고 삶의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 오지가 많은 강원도의 경우 절반 이상이 학교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중학생과 달리 초등학생의 통학 문제는 접근성 문제로 학부모들이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한 198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5500여개 학교가 통폐합됐지만 활용을 제대로 못한 채 방치된 폐교가 부지기수다. 지방자치단체와 학부모, 지역민의 의견 수렴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교육 당국은 통폐합 이후에 나타날 문제점과 함께 대안들을 면밀히 찾아 나가야 반발을 줄일 수 있다.
  • 오남매 키운 ‘할머니의 귀여운 젖통’

    오남매 키운 ‘할머니의 귀여운 젖통’

    나이 여든을 바라보는 할머니가 시집을 출간했다. 충북 청주에 사는 이월순(77) 할머니는 최근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시집 ‘할머니의 귀여운 젖통’을 냈다. 이 시집에는 고즈넉한 시골풍경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시와 할머니의 인생살이 추억을 표현한 시 등 총 121편의 시가 담겼다. ‘할머니의 귀여운 젖통’은 이 시집 마지막에 담긴 시 제목이다. 이 시는 의상실 앞 계단에서 쉬고 있는 할머니의 하얀 저고리 앞자락이 반쯤 열리면서 보이는 할머니의 귀여운 젖통을 표현했다. 이 할머니가 시집을 낸 것은 이번이 네 번째. 수필집도 한권 발간했다. 이 할머니는 “오남매를 키우면서 여자로서 가슴에 맺힌 것들이 많았는데 글을 쓰면 속이 후련해진다”면서 “나에게 글쓰기는 황혼에 찾은 행복”이라고 말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오늘의 눈] 소 얼마나 잃어야 외양간 다 고치나/김정은 사회2부 기자

    [오늘의 눈] 소 얼마나 잃어야 외양간 다 고치나/김정은 사회2부 기자

    최근 개봉한 영화 ‘더 테러 라이브’는 서울 마포대교의 붕괴사고를 발화점으로 얘기를 풀어나간다. 마포대교 폭탄 테러범과 방송사 앵커가 생방송을 통해 긴박한 심리전을 펼쳐 나가며 관객의 심장을 시쳇말로 쫄깃하게 만든다. ‘박노규’란 이름을 사용하는 테러범은 수년 전 국제행사를 앞두고 서둘러 시행한 마포대교 보수공사 당시 발생한 상판 붕괴사고를 언급한다. 이 사고로 당시 일당 2만 5000원을 받고 일하던 박노규 등 인부 3명은 상판과 함께 한강에 빠져 숨졌다. 목숨을 잃은 아픔, 가족을 상실한 고통은 훗날 복수의 원동력이 된다. 물론 테러는 용서받지 못할 행동이다. 하지만 무책임한 당국의 관리감독, 힘없는 막노동 일꾼의 목숨에 대한 보잘것없는 보상을 그리는 대목을 보면 테러범의 심정을 잠깐이나마 수긍하게 된다. 어느 순간 쫄깃해졌던 심장이 죄어 오는 먹먹함에 아픔을 느끼게 된다. 영화 같은 일은 현실에서도 발생한다. 이 영화가 개봉되기 수일 전, 우연찮게도 서울 방화대교 접속도로 상판 붕괴로 2명의 인부가 사망했다. 그로부터 보름 전에는 장마철에 무리한 공사 강행으로 노동자 7명의 목숨을 빼앗은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가 있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마다 공사 발주처인 서울시는 “책임 감리제로 진행된 공사여서 관리감독을 감리업체에 일임했다”고 앵무새처럼 해명했다. 서울시의 해명이 틀린 건 아니다. 건설기술관리법상 공무원이 감리회사의 권한을 침해할 수 없고 주된 책임은 감리회사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감리회사를 지도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그렇다면, 서울시가 이 권한을 제대로 행사했을까.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가 발생하고 사흘 뒤인 지난달 18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간부회의에서 “소를 잃고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면서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공사현장 안전문제, 하도급 관계, 감리문제를 하나하나 점검해 뿌리부터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박 시장의 말에 따라 대형 공사장에 대한 안전점검을 시행했다. 방화대교 공사현장도 점검 대상에 들어갔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지난달 20일부터 5일간 방화대교 공사 현장을 둘러봤다고 한다. 급해서였는지 형식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서울시는 전문가들을 빼놓고 안전점검을 했다고 알려졌다. 그리고 6일 뒤 방화대교 상판은 무너졌다. 사실상 ‘수박 겉핥기식’ 안전점검이었던 셈이다. 이에 대한 서울시의 해명은 궁색한 단계를 넘어 비겁했다. 시 관계자는 “방화대교 안전점검은 노량진 사고 이후에 진행된 것이라 수몰사고 위험성에 대한 안전점검이었다”면서 ”도로 건설 구조물에 대한 안전점검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안전점검은 말 그대로 점검 대상의 안전성을 살피는 것이다. 사후 대책 차원에서 이뤄진 ‘언 발의 오줌 누기 식’ 퍼포먼스가 아니다. 얼마나 많은 소를 잃어야 외양간을 제대로 고칠 것인가. 얼마나 많은 인재(人災)가 일어나야 뿌리부터 관행을 바꿀 것인가. 영화든 현실이든 누구도 인재의 피해자가 돼 소중한 목숨을 잃어서는 안 된다. kimje@seoul.co.kr
  • 자기 골수줄기세포로 간경변 치료… 간 이식 대기자 4800명에 희소식

    간경변증을 환자 자신의 골수줄기세포로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서울성모병원 배시현(소화기내과)·조석구(혈액내과) 교수와 부천성모병원 박정화(소화기내과) 교수팀은 2009~2010년 만성 간염으로 간 기능을 상실한 35~51세 간경변 환자 5명(남자 2명, 여자 3명)에게 자신의 골수에서 추출한 중간엽줄기세포를 주입해 간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최근 밝혔다. 의료팀은 환자의 골수를 채취해 조혈모세포를 제거한 뒤 중간엽줄기세포를 포함한 단핵구 세포만을 따로 분리, 간동맥을 통해 직접 주입했다. 그 결과, 간기능 활성도를 보여주는 ‘알부민’ 단백질 생성수치(정상치 3.5g/㎗ 이상)가 2.8, 2.4, 2.7, 1.9g/㎗에서 3.3, 3.1, 2.8, 2.6g/㎗로 높아졌다. 또 간의 탄력도는 65, 33, 34.8kPa에서 46.4, 19.8, 29.1kPa로 낮아졌다. 이들은 간 기능 악화로 황달과 복수가 차고, 간 독소가 해독되지 않아 의식이 혼탁해지는 ‘간성혼수’까지 나타난 상태였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간이 딱딱해지는 섬유화현상이 완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대상자 중 희귀 만성 간 질환인 윌슨병을 앓던 여성환자(35)의 경우 복수와 간성혼수가 호전됐으며, 위축됐던 간의 크기도 609.2㎖에서 733.7㎖로 20.4%나 커졌다. 간경변증은 지속된 염증반응으로 간 조직이 섬유화해 점차 굳어지는 증상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간세포 수가 급감해 결국 간 기능을 잃게 되지만 아직 치료제가 없어 간 이식이 최선의 치료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현재 6000여명의 환자가 간 이식을 기다리고 있으나 기증자가 없어 지난해 1200여명만이 간 이식수술을 받았을 뿐이다. 배시현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 허가를 신청해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치료를 시작할 방침”이라며 “간경변증으로 한번 손상된 세포는 회복이 어렵지만, 진행을 막을 수는 있으므로 절대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임상결과는 세포치료분야 국제학술지 ‘사이토테라피’ 7월호 온라인판에 실렸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스스로를 속임, 생존 능력이 되다

    스스로를 속임, 생존 능력이 되다

    진정한 사기꾼은 남을 속이는 자가 아니다.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을 진짜라고 믿는 사람이다. 타인을 감쪽같이 속이려면 자기가 먼저 속아야 한다는 점을 간파한 자기기만(Self-deception)술의 천재라 할 수 있다. 자기기만은 비단 사기꾼이나 거짓말쟁이에 국한되는 현상이 아니다. 인간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자기기만 행위를 한다. 개인 차원을 넘어 집단적인 자기기만 행위도 역사적으로 심심찮게 벌어져 왔다. 인류는 바깥 세계를 보다 정확하게 인식하는 방향으로 감각과 이성이 진화해 왔다. 그런데 현실을 왜곡하고, 정보를 편향시키며, 거짓 기억을 만들어내는 자기기만은 어떻게 발달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을까. 진화생물학자인 로버트 트리버스의 이 책은 ‘인류의 아이러니’인 자기기만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통찰한 보고서다. 트리버스의 저서가 국내에 소개되는 것은 처음이지만 그는 호혜적 이타주의, 양육투자, 성비결정 등에 관한 진화적 분석으로 학계에서 업적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특히 리처드 도킨스의 출세작 ‘이기적 유전자’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저자는 자기기만이 남을 속이기 위해 진화한 것이라고 본다. 속이는 행위가 늘어날수록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속임수를 간파하는 능력이 함께 발달했고, 이러한 기만과 간파의 경쟁이 인류의 지능 향상에 기여했다고 파악한다. 하지만 남을 속이려면 그만큼 마음에 부담감과 두려움을 안게 된다. 그래서 자신조차 속이는 자기기만 능력이 방어 전략으로 진화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자기기만 성향은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학자들의 94%는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상위 절반에 속한다고 확신하고, 미국 고교생의 60%는 리더십 면에서 자신이 상위 절반에 속한다고 확신한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자기 자신을 실제보다 더 매력적이고, 더 도덕적이며, 더 뛰어나다고 여기는 이러한 자기기만은 ‘과신’과 ‘무의식’의 토대에서 자라난다. 자기기만에 대한 진화론적 이론을 나열한 전반부는 다소 지루하지만 자기기만의 실제 사례를 제시하는 후반부는 속도감 있게 읽힌다. 저자는 자기기만이 초반에는 행복감과 약간의 편익을 주지만 결국에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사실을 다양한 층위의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무엇보다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조직적, 국가적 차원에서 행해지는 집단적 자기기만이다. 전략이 위험하다는 점을 인지했음에도 기업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주장에 밀려 일을 추진하다 위기에 처하거나 조종사와 부조종사가 눈앞의 위험을 막연하게 회피하려다 발생하는 항공 사고 등은 자기기만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집단적 자기기만의 최악의 사례는 역사 왜곡이다. 저자는 미국의 편향된 건국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왜곡된 갈등, 터키의 아르메니아인 대량 학살 부인과 더불어 일본의 위안부 부정을 ‘역사적 기억 상실증’과 ‘강요된 거짓’으로 가득한 거짓 역사 서사의 주요 사례로 설명한다. 저자는 “(기만과 자기기만의)질병은 모든 인류 집단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며 어느 누구도 이 병에 면역성을 지니고 있지 않다”면서 “과신과 무의식을 피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쉽지는 않겠지만 자기기만에 빠질 위험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한국일보 법정관리… 장재구 회장 경영권 상실

    노사 갈등으로 신문 발행에 파행을 빚고 있는 한국일보가 사실상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장재구 회장 등 경영진이 경영권을 상실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2부(부장 이종석)는 1일 ㈜한국일보사에 대해 재산보전 처분과 동시에 보전관리인 선임을 명령했다. 이는 지난달 24일 기자를 비롯한 전·현직 직원 201명이 채권자 자격으로 회생절차를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의 채권액은 임금·퇴직금·수당 등 95억여원이다. 보전관리인으로는 우리은행 출신의 고낙현씨가 선임되면서 장 회장 등 경영진은 신문발행 업무를 포함한 모든 경영권을 상실했다. 한국일보는 법원의 허가 없이 재산처분이나 채무변제를 할 수 없고 채권 가압류나 가처분, 강제집행 등도 금지된다. 재판부는 경영진이 수사를 받고 있고 신문제작 파행으로 광고주가 급속도로 이탈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회생절차에 앞서 보전관리인을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장 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5일 오후 4시에 열린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권혁 변호사의 행정법 판례 강의 ] 도로법 개정돼 부담 근거 없어져도 ‘시설물 설치’ 행정처분 여전히 유효

    오늘은 대판 2005다65500 사건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 일부 구간에 대해 피고 회사에게 도로 점용 및 공작물 설치 허가를 해 줬다. 한국도로공사는 피고와 점용 도로 구역에 송유관을 매설하도록 허가할 것을 전제로 협약을 체결하면서 송유관의 매설 및 이전 비용은 피고 회사의 비용으로 하기로 정했다. 그 뒤 한국도로공사는 송유관 매설 및 이전을 하고 그 비용을 피고 회사에 청구하였다. 그런데 피고 회사는 협약 체결 당시에는 송유관 설치 행위가 한국도로공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었으나 도로법 시행규칙이 개정돼 송유관 설치가 허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 자유로운 행위로 변경되었으므로 송유관 매설 및 이전에 관한 협약의 효력이 상실됐다, 송유관 설치 및 이전에 관한 비용을 피고 회사에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결부 금지의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비용 부담을 거부했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이 사건의 쟁점은 ①공작물 설치 및 도로 점용 허가와 그에 부수된 협약의 법적 성격 ②주된 행정 처분의 근거 법령이 개정돼 부관(附款)을 붙일 수 없게 된 경우 부담의 효력 ③부당결부 금지의 원칙 위반 여부라고 하겠다. 먼저 공작물 설치 및 도로 점용 허가는 수익적 행정행위에 속한다. 특히 도로 점용 허가는 강학상 공물의 특별사용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행정행위의 성격상 특허에 해당한다(대판 96누7342). 공작물 설치 및 이전 비용의 부담에 관한 내용의 주된 행정처분은 공작물 설치 및 도로 점용 허가에 부수된 것으로 부관에 해당하고, 부관 중 상대방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부담에 해당한다. 기속행위의 경우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지 않다면 부담을 붙이는 것은 위법하지만 재량행위에는 법률에 규정이 없어도 부담의 부과가 가능하다. 강학상 특허인 공작물 설치 및 도로 점용 허가에는 행정청의 재량권이 인정되는 것이 분명하므로 부담의 부과는 가능하다. 다만, 피고 회사로서는 부담 이행 시를 기준으로 한다면 주된 처분인 공작물 설치 및 도로 점용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는 상태에서 부수적 처분인 부담도 역시 그 필요가 소멸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위 문제는 처분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시점이 처분 시인지, 판결 시인지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통설에 따르면 처분의 위법 여부 판단 시점은 처분 시 사실 및 법률 상태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보고, 판례의 태도 역시 같다(대판 96누9799 등. 다만,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위법 판단의 기준 시에 대해서는 침익적 처분에 대한 것과 다르게 보는 견해도 존재하고 소송의 내용 및 성격을 감안하면 충분히 설득력도 있다). 오늘 소개한 판결에서도 역시 처분시설을 취하면서 처분 후의 법령 개폐나 사실 상태의 변동은 처분의 위법 여부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근거 법령 개정으로 부담의 전제가 된 주된 행정 처분을 받을 필요가 없어져서 부담을 붙일 수 없게 됐더라도 곧바로 위법하거나 그 효력이 소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마지막 쟁점인 부당결부 금지 원칙이란 행정 주체가 상대방에게 관련이 없는 의무를 부과하거나 그 이행을 강제해서는 안 되는 원칙을 말한다. 그런데 피고 회사의 경우 사유지를 이용해 송유관을 매설하는 것보다 도로 점용 허가를 받아서 하는 것이 공사 절차와 비용 면에서 유리한 점이 있었던 점, 비용 부담은 주된 처분과 관련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이 사건은 부당결부 금지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 [서울광장] ‘뫼비우스’도 못 트는 나라가 무슨 문화융성/안미현 논설위원

    [서울광장] ‘뫼비우스’도 못 트는 나라가 무슨 문화융성/안미현 논설위원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보면 불편하다. 메시지가 불편하고 장면이 불편하다. 김 감독의 신작 ‘뫼비우스’가 또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고로 성기를 상실한,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소수의 마음을 표현한” 영화다. 지난 26일 ‘관계자 시사회’에서는 87%가 개봉에 찬성표를 던졌다. 김 감독은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가 두 차례나 ‘뫼비우스’에 사실상 상영 불가 판정을 내리자 “평론가·기자 등 관계자 시사회를 열어 반대표가 30% 넘게 나오면 영등위의 세 번째 판정에 관계 없이 개봉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애초부터 일반시민이 아닌 문화계 인사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다분히 ‘의도’가 엿보이기는 했지만 어찌됐든 공은 다시 영등위로 넘어왔다. 올 6월 초 영등위는 모자(母子) 성관계 장면 등을 문제삼아 이 영화에 ‘제한상영가’ 등급을 매겼다. 이 등급을 받으면 제한상영관에서만 틀어야 한다. 김 감독은 20여컷을 잘라내 재심의를 요청했다. 영등위는 그래도 반사회적이라며 지난 16일 또다시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렸다. 김 감독의 대응이 궁금했다. 과연 엎을 것인가, 아니면 더 자를 것인가. 궁금증은 생각보다 빨리 풀렸다. 영등위의 재심 판정이 나온 지 이틀 만에 김 감독은 “밤새 살을 자르듯 필름(50초 분량 12컷)을 더 잘랐다”며 세 번째 심의를 받겠다고 밝혔다. 상업영화판과 결탁했다며 한때 제자였던 유명 감독을 실명 비판했던 그인지라 다소 뜻밖이었다. 혹자는 가위질하지 말고 영등위의 권유대로 제한상영관에서 틀면 될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제한상영관이 한 곳도 없다. 현행법상 제한상영관은 선전물이나 광고를 극장 밖으로 보이게 해선 안 된다. ‘성인전용관’이라는 간판을 밖에 걸 수조차 없는 것이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을 살거나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제한상영가 등급이 아닌 영화도 틀 수 없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는 40편이 채 안 된다. 팔 물건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선전조차 못 하는데 자선단체가 아닌 이상 누가 이런 극장을 운영하려 하겠는가. 영등위는 법률에 보장된 영화등급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 것뿐이고 제한상영관이 없는 현실은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존재하지도 않는 전용슈퍼에 가서 물건을 사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막연한 등급 분류 보류 제도가 2001년 위헌 판정을 받자 ‘기준’을 내세워 보완한 게 지금의 제한상영가 등급이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상 상영 금지에 해당돼 위헌이라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5월 김선 감독의 ‘자가당착’에 대해 제한상영가 등급 취소 판결을 내린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라도 위헌 소지가 다분한 제한상영가 등급은 없애야 한다. 제한상영가 등급을 유지하고 싶으면 전용상영관이 생존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이도 저도 당장 어떻게 할 자신이 없으면 관객에게 선택을 맡겨야 한다. 영화 ‘피에타’가 지난해 국제영화제에서 아무리 큰 상(베니스영화제 최고작품상)을 탔어도 김 감독의 작품을 싫어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관객은 상영관을 찾지 않았다. 호기심에 찾았다가 중간에 퇴장하는 관객도 있었다. 그런데 아예 선택조차 못하게 빗장을 거는 것은 한국 성인관객의 수준을 우습게 보는 처사다. 문화융성을 4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정한 박근혜 대통령은 “문화는 다른 산업에 새로운 고부가가치를 더해주는 21세기 연금술”이라며 문화산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문화정책은 현장 중심의 논의와 신선한 발상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전용극장이 없는데 전용극장에서만 틀라’는 코미디 같은 지침이 나오는 나라에서 어떻게 ‘문화융성’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hyun@seoul.co.kr
  • [열린세상] 회의록 정국 바라보며/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회의록 정국 바라보며/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연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회의록에 관한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보고 있으면 정말 가관이다.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 의혹은 대선 정국에서 불거진 것이므로 그렇다 치자. 정상적인 국가라면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수사하고 처리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갑자기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나온다. 이것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공방이 시작되고, 실제로 그러한 취지였는지 설전이 오고 간다. 급기야는 문서를 확인하자고 하는데, 이번에는 회의록이 아예 없단다. 이제 공방은 대통령의 비밀문서가 왜 없어졌는지로 넘어간다. 이보다 더 웃긴 코미디가 있기 어렵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에게는 정말 슬픈 코미디다. 국정원이 선거 개입을 해서도 아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해서도 아니고, 회의록이 없어져서도 아니다. 이런 아무 실익도 없는, 조선시대 예송(禮訟) 논쟁에서나 있었을 법한 당쟁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합의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정상 간의 대화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했으면 어떤가. 회의록이 없어졌으면 또 어떤가. 어차피 원래 그 문서는 당분간은 아무도 보지 못할 운명 아니었던가. 심지어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했다고 하더라도 이제 지나간 일이다. 분명히 우리의 민주주의는 후퇴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대통령 선거를 다시 할 가능성이 있는가. 관계자가 적절한 책임을 지는 것으로 마무리하면 그만이다. 이런 것들을 국가 기강의 문제라고 하면서 논쟁하고 있기에는 우리의 현실이 너무 급박하다. 경제성장률은 벌써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고 기업은 투자를 극도로 주저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항상 피해는 저소득층에게 돌아온다. 청년실업률은 증가하고 있고, 특히 저소득층 젊은이들의 상실감과 패배감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여기에 복지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이제 나라의 곳간이 비었다고 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증세 방식으로 현 세대가 부담하든 아니면 국채 방식으로 미래 세대가 부담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가계부채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계속 악화 일로에 있다. 나라가 곧 망할 것 같지만 뾰족한 묘수도 보이지 않는다. 정치를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경제를 문제 삼을 수밖에 없는 것은, 이명박(MB) 정권과 현 정권이 모두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면서 국민의 표를 얻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MB 정권과 현 정권에 도덕적인 덕목까지 기대하지는 않았다. 두 정권의 계속되는 인사 실패와 비리에도 불구하고 일단 경제를 살리겠다고 했으니 참고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이 문제가 해결하기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것을 국민도 알고 있고, 그래서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을 따름이다. 민주당을 발목 잡은 것도 결국 경제 문제였다. 그런데 요즘 정국을 보면 모두 이 점을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회의록 정국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정말 피곤하다. 이제는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물론 여야가 이 일에 집착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없는 바 아니다. 항상 북한 관련 이슈는 국민의 관심을 분산시키거나 서로 흠집 내기에 좋은 소재였다. 어차피 경제 문제는 대책도 없으니 공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전략적 목적이 아니더라도 실제로 설전을 벌이다 보면 정말로 중요한 것을 가지고 싸우고 있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특히 관념적인 문제이거나 입증이 불가능한 사항이라면 더 그러한 경향이 있다. TV 토론에서도 말꼬리 붙잡다가 토론이 산으로 가는 경우를 흔히 본다. 그러다 보면 마무리 토론 시간이 되어 허둥지둥 끝내기 마련이다. 여야가 회의록 정국을 끌고 가는 이유가 무엇이든지, 지금은 도를 지나쳐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이러다가 정말 우리 경제의 뇌관이 터져 버리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 [생명의 窓] 살, 금욕과 사랑 사이/구미정 숭실대 기독교학과 강사

    [생명의 窓] 살, 금욕과 사랑 사이/구미정 숭실대 기독교학과 강사

    며칠째 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어서 동선이 제한되다 보니 만만한 게 컴퓨터다. 오늘도 글을 쓴답시고 종일 컴퓨터만 두드려댔다. 아니다. 실은 글을 쓰는 틈틈이 ‘인터넷질’도 뻔질나게 했다. 한데 인터넷이라는 요망한 세상 속을 빛의 속도로 헤집고 다니는 동안, 아무하고도 ‘살’이 닿지 않았다는 사실이 문득 기이하게 여겨진다. 분명 그 안에서 무수한 인연들과 부닥치고, 또 익명의 다중이 공들여 집적해 놓은 정보를 공짜로 얻기까지 했는데, ‘살’은커녕 ‘말’도 닿지 않았다. 이런 무례한! 인간의 무수한 관계 가운데 머리로만 맺어지는 관계만큼 공허한 게 또 있을까. 생각으로는 아프리카에서 굶어 죽는 아이들 수백 명쯤 거뜬히 살리고도 남는다. 그뿐이랴? 말로도, 그래야 한다고, 그럴 거라고 수없이 사기를 치고 위선을 떨 수 있다. 문제는 살이다. 다만 손끝이라도, 살과 살이 맞닿아야 진짜다. 생각과 말에는 뼈만 있는 게 아니다. 살도 있다. 살이 붙어야 비로소 생각은 현실이 되고, 말은 실천이 된다. 살은 없고 뼈만 있으면 생각은 독선이 되고, 말은 폭력이 되기 쉽다. 그러니 생각과 말의 구원 능력은 살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 종일 컴퓨터만 두드린 내 손은 철저히 금욕적이었다. 장구한 인류 역사에서 최근에 등장한 컴퓨터가 ‘호모 사피엔스’의 자리를 순식간에 대체한 이래, 어느 종교보다도 강력한 금욕주의를 창안했다고 하면 지나친 상상일까. 컴퓨터는 살이 닿는 모든 관계를 프로그램화해 인터넷 속의 가상 관계로 전환시키고, 인스턴트식 편리성에 중독되게 만든다. 하여 컴퓨터가 ‘전지전능’해질수록 우리의 살은 더욱 인간성을 상실할 것이라는 게 나의 추측이다. 살과 살의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관계를 억누르는 금욕주의는 애당초 탈선과 타락으로 이어지기 쉽다. 예수가 자신의 살과 피를 내어준 뜻이 거기에 있지 않을까. 그는 머리와 입으로만 사랑을 주장하지 않았다. 그의 사랑은 몸을 입은 것이었고, 몸을 바친 것이었다. 그가 화병에 시달리던 베드로의 장모를 향해 손을 내밀었을 때, 이미 죽었다고 선언된 야이로의 딸을 향해 손을 내밀었을 때, 그것은 단순한 ‘만짐’의 의미가 아니었다. 당시 유대 사회의 통념상 병에 걸린 부정한 몸 또는 부정의 극치인 시신을 접촉하는 행위는 상대방의 부정이 옮는다는 뜻이었다. 그러므로 모름지기 살을 나누는 사랑에는 서로의 운명에 참여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동반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다 못해 봄에 살을 섞어 가을에 열매를 맺는 나무들도 목숨 바쳐 제 사랑에 책임을 지고 있지 않은가. 여름은 무엇보다도 금욕주의가 해체되는 계절이다. 노동의 금욕에서 벗어나 인간과 자연이 가장 능동적으로 살을 섞는 시기다. 도시 문명은 ‘바캉스’라는 이름으로 이를 제도화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인간성이 구원 받을 길이 없다는 걸 조금이나마 깨달은 탓이다. 한데 자연은 오래전부터 문명의 부정을 제 몸으로 옮겨 인간 대신 십자가를 지고 있건만, 인간은 어떤가. 쓰고 버리는 관성에 찌든 나머지, 자연은 고사하고 다른 사람의 몸에다가도 못된 짓만 하는 건 아닌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한 가지 관계 속에 열 가지 관계가 들어 있다. 아무리 사소한 관계라도 근신하며 정성을 쏟는 것, 그것이 깨어 있는 인간의 삶이다. 그러니 설령 산을 오르더라도 침조차 함부로 뱉지 말 것. 초록의 나무들이 지금 열렬히 사랑하고 있나니.
  • 간경변증, 이식 없이 자가 골수줄기세포로 치료

    간경변증, 이식 없이 자가 골수줄기세포로 치료

    간경변증을 환자 자신의 골수줄기세포로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서울성모병원 배시현(소화기내과)·조석구(혈액내과) 교수와 부천성모병원 박정화(소화기내과) 교수팀은 2009~2010년 만성 간염으로 간 기능을 상실한 35~51세 간경변 환자 5명(남자 2명, 여자 3명)에게 자신의 골수에서 추출한 중간엽 줄기세포를 주입해 간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최근 밝혔다. 의료팀은 환자의 골수를 채취해 조혈모세포를 제거한 뒤 중간엽 줄기세포를 포함한 단핵구 세포만을 따로 분리, 간동맥을 통해 4명의 환자에게 직접 주입했다. 그 결과 간기능 활성도를 보여 주는 알부민 단백질 수치는 높아졌고, 간의 탄력도는 낮아졌다. 연구팀은 “간이 딱딱해지는 섬유화현상이 완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대상자 중 희귀 만성 간 질환인 윌슨병을 앓던 여성환자(35)의 경우 복수와 간성혼수가 호전됐으며, 위축됐던 간의 크기도 20.4%나 커졌다. 간경변증은 지속된 염증 반응으로 간 조직이 섬유화해 점차 굳어지는 증상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간세포 수가 급감해 결국 간 기능을 잃게 되지만 아직 치료제가 없어 간 이식이 최선의 치료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현재 환자 6000여명이 간 이식을 기다리고 있으나 기증자가 없어 지난해 1200여명만이 간 이식 수술을 받았다. 배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 허가를 신청해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치료를 시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임상 결과는 세포치료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토테라피’ 7월호 온라인판에 실렸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김형태 당선 무효형 확정… 의원직 상실

    지난해 19대 총선을 앞두고 사전선거운동을 하고 선거운동원에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김형태(60·포항 남·울릉) 무소속 의원이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이 확정됐다. 김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김근태(61·충남 부여·청양군) 전 의원과 이재균(59·부산 영도) 전 의원에 이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세 번째 국회의원이 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의원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의원은 2011년 3월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 ‘선진사회언론포럼’이라는 사무실을 차려놓고 직원 및 전화 홍보원 10명에게 1년 동안 무작위 전화 홍보를 하도록 지시하고, 급여 및 수당 명목으로 3270여만원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의원은 ‘박근혜 언론특보단장’이라고 예비후보자용 명함에 적어 배포하는 등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도 받았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KT&G, 서울의 하루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원데이샷’ 참가자 모집

    KT&G, 서울의 하루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원데이샷’ 참가자 모집

    KT&G는 서울의 하루 24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원데이샷’(ONE DAY SHOT) 프로그램에 참가할 아마추어 사진작가를 다음달 15일까지 모집한다고 26일 밝혔다. 사진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가 가능한 이번 행사 접수는 KT&G 상상마당 홈페이지(sangsang.ktng.com)에서 받는다. 접수 시 자신이 촬영한 사진과 참여 동기를 등록하면서 멘토링을 받고 싶은 전문작가와 촬영지역도 선택할 수 있다. KT&G는 참가희망자들이 제출한 사진을 심사해 총 44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이들은 두 차례에 걸쳐 멘토들과 워크숍을 진행한 뒤 오는 9월 7일 0시부터 24시까지 서울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하루를 기록하는 출사에 나서게 된다. 이날 촬영한 사진은 홍대 상상마당에서 전시되는 한편 사진집으로도 발간될 예정이다. 특히 최종 심사를 통해 선정된 최우수 작가 2명에게는 오는 11월에 개최되는 ‘상상실현 페스티벌’에서 자신의 작품을 프레젠테이션하고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와 상상마당 사진 강좌 수강권 등이 제공된다. KT&G 관계자는 “‘원데이샷’은 2008년 홍대의 하루를 기록하는 것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진행해 온 국내 대표 사진 기록 프로그램의 하나”라면서 “멘토링과 사진 촬영에 이어 출판과 전시로 이어지는 일련의 프로그램을 통해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의 상상이 실현되는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무소속 김형태 의원 선거법 위반 집유 확정…의원직 상실

    무소속 김형태(60ㆍ포항 남·울릉) 의원이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5일 19대 총선을 앞두고 사전선거운동을 하고 선거운동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김 의원에 대한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김 의원은 이날 의원직을 상실했다. 국회의원은 공직선거법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무효가 된다. 김 의원은 지난해 3월 초 서울 여의도 오피스텔에 선진사회언론포럼이라는 사무실을 연 뒤 직원과 전화홍보원 10명에게 1년동안 여론조사를 가장한 홍보활동을 하도록 지시하고 급여 명목으로 5천여만원을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김 의원은 또 예비후보자용 명함에 ‘현 박근혜 언론특보단장’이라고 기재하고 제작·배포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도 받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성과 없이 계획만 짜는 미래부

    미래창조과학부가 ‘사람·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를 강조하며 올 하반기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3개월여 전 최문기 장관 취임 때 내놓은 업무계획, 또 지난달 정부 합동으로 발표한 ‘창조경제 실현계획’을 재점검한 수준이어서 업무의 속도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다시 나온다. 조경식 미래부 정책기획관은 2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하반기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하반기에는 국민행복과 일자리 창출에 주안점을 두고 각종 대책의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해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본격 비상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미래부는 우선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해 9월 중 소프트웨어(SW) 창업 프로젝트를 발굴·사업화하는 ‘SW 전문 창업기획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또 국방부와 협의해 군 복무 중에도 전공을 살려 기술을 개발할 수 ‘한국형 탈피오트’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성장 단계별로 나눠 SW 창업 기업에 투자하는 ‘특화 펀드’도 4분기 중에 조성한다. 이 외에 미래부는 창조경제 종합포털을 창조경제타운으로 개편해 국민 아이디어를 모으고, ‘무한상상실’을 6곳에서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또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 접목을 통해 신산업을 육성하는 ‘비타민 프로젝트’ 시범사업 과제도 9월 중 선정한다. 이날 발표된 미래부의 업무 계획은 이미 나온 창조경제 정책에서 큰 진전이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반기 주요 계획의 상당수가 이미 나온 정책의 ‘실현’이 아니라 ‘세부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또 다른 계획에 그친 경우가 많다. 미래부는 상반기 업무 실적에 대해서도 각종 계획 수립 외에 창조경제 관련 지표 개선 등의 효과는 제시하지 않았다. 조 정책기획관은 “올해는 창조경제 기반을 다지는 해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일자리 창출, 창업 등 성과가 나올 것”이라며 “긴 호흡으로 미래부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한편 미래부의 올해 예산은 12조 8000억원으로 이미 60% 정도가 집행됐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③창조경제 원조국 영국 - 세계 디자인의 아이콘 ‘탠저린’·출판협회를 가다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③창조경제 원조국 영국 - 세계 디자인의 아이콘 ‘탠저린’·출판협회를 가다

    영국 런던의 대표적 서민 거주지역인 버러는 재개발이 한창이다. 템스강 건너편의 금융지구 땅값이 지나치게 비싸지면서, 사무지구가 이곳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리의 빌딩 상당수에는 ‘임대’ 또는 ‘매매’ 간판이 붙어 있고 건물 신축 현장도 곳곳에 보였다. 이 중 탠저린이 자리 잡은 빌딩은 일종의 ‘미디어아트 센터’다. 디자인 기업과 건축설계 사무소 등 아이디어로 수익을 창출하는 창조형 기업들이 모여 있다. 조이 글로버 탠저린 마케팅총괄이사는 “비슷한 생활 패턴과 성향을 가진 기업들이 이웃에 있어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런던에만 이런 센터가 200여개, 회사수는 4000개가 넘는다. 디자이너들의 작업장은 좁았지만 열기가 넘쳤다. 사무실 벽에는 디자인 시안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고 목업(실물모형) 제품들도 쌓여 있었다. 특히 서울 광화문의 ‘KT 무한상상실’이나 신도의 새 복사기와 로고 등 한국 고객의 작업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 25년간 탠저린은 ‘제품 디자인’의 역사를 바꿔 왔다. 히스로 공항과 런던 시내를 연결하는 ‘히스로익스프레스’, 토요타의 콘셉트카, LG전자와 삼성전자 냉장고, 래미안아파트 주방과 욕조, 니콘 카메라, 현대중공업의 차세대 지게차와 굴착기 등이 탠저린에서 탄생했다. 특히 2000년 영국항공의 비즈니스 좌석은 탠저린을 디자인 업계의 최고로 끌어올린 대표작으로 평가된다. 마틴 다비셔 대표는 “당시 항공기 좌석은 무조건 박스형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S자로 마주 보게 만들면 탑승객들이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석을 교체한 뒤 영국항공의 영업이익은 연간 8000억원씩 증가했다. ‘디자인의 경제적 효과’가 실제 숫자로 입증된 사례다. 산업계 전반에 걸친 눈부신 활약에도 불구하고, 탠저린의 전체 직원은 30명에 불과하다. 글로버 이사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수준에서 회사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사람을 뽑을 때는 ‘그림을 잘 그리는 디자이너’가 아닌 ‘생각을 할 수 있는 디자이너’를 우선시한다”고 설명했다. 디자인 산업은 1997년 토니 블레어 정부가 시작한 ‘크리에이티브 브리튼’(창조적 영국)의 최대 수혜 분야로 꼽힌다. 당시 영국 정부는 창조산업을 ‘개인의 창조성, 기술, 재능에 기원을 두는 산업들과 지적 재산의 형성과 이용을 통해 경제적 가치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산업들’로 정의했다. 광고, 건축, 디자인, 영화, 방송 등 모두 13개 산업 분야에 대한 본격적인 육성정책이 시작됐다. 다비셔 대표는 “당시 정부가 주도적으로 시장을 창출한 것이 아니라, 시장의 핵심적인 흐름을 오히려 늦게 깨달은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업이 완전히 망가진 영국에서 유일한 활로가 ‘창조산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늦은 결정조차 다른 나라보다 앞선 선택이었고, 창조산업 정책은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 영국 창조산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2003년 2.6%에서 2008년 4.5%로 증가했고, 1997~2006년 영국 창조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영국 전체 경제성장률(3%)의 두 배를 웃도는 6.9%에 이르렀다. 김병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은 “영국은 창조산업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잠재력이 높다는 판단 아래 지원책을 펼쳤고, 실제로 성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 본보기가 됐다”면서 “이후 다른 국가들은 물론 유엔도 창조산업과 창조경제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이어 “처음으로 창조경제의 개념을 도입했던 영국산 문화는 이제 ‘해가 지지 않는 문화제국’을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영국의 창조산업이 ‘영어로 쓰인 콘텐츠’라는 특화된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한국의 창조경제는 문화기반이 아닌, 창조적 아이디어를 전 산업에 심는 새로운 형태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다비셔 대표는 “한국은 창조산업을 성장시킬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디자인 등 영국형 창조산업은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기보다 기술에 새로운 가치를 심어 주는 것”이라며 “기술이 없다면 디자인도 의미가 없지만 경험상 한국의 기업과 한국인들은 전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창조적 아이디어를 심는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2001년 저서 ‘크리에이티브 이코노미’(창조경제)에서 창조경제의 개념을 정립한 존 호킨스 호킨스어소시에이츠 대표는 “창조경제는 새로운 산업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것에 새로운 가치를 심는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이 중점을 뒀던 ‘문화산업’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졌다기보다는 사회적 전통의 산물이다. 리처드 몰렛 영국 출판협회 사무총장은 19일(현지시간) 런던 홀본 협회 본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사양산업이라고 모두가 지목하던 출판업 역시 크리에이티브 브리튼 정책으로 부흥을 이뤘다”면서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는 수백년간 영국에서 출간된 책과 다를 것 없는 모양새였지만, 해리포터가 이룬 결과물이 창조경제가 아니라고 누가 얘기할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지난해 기준 360억 파운드(약 61조 8500억원)에 이르는 영국 창조산업 중 출판은 50억 파운드를 차지하고, 이는 영화나 음악산업보다 크다. 몰렛 총장은 “출판시장에서는 과거처럼 개인의 창작 욕구를 고취시키는 정책과 인터넷 등 디지털환경의 변화에 따른 인쇄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정책이 동시에 추진됐다”면서 “전통적인 출판시장을 변화하는 환경에 맞도록 연착륙시키는 것이 핵심이었다”고 밝혔다. 전자는 무명 작가였던 롤링에게 스코틀랜드예술위원회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 해리포터를 낳았고, 후자는 출판 콘텐츠의 영화 비디오화와 전자책 등 출판산업의 저변 확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출판시장의 40%를 수출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후 생길 수 있는 저작권이나 디지털 플랫폼 등 중요한 문제들을 선제적으로 해결해 나간 것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몰렛 총장은 ‘영어로 된 영국 콘텐츠여서 문화수출이 가능하다’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문화시장에서 수요자들은 익숙한 것보다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갈망하고,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내년 런던도서전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예정돼 있는데, 한국 출판이 뻗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런던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