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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靑 “위장전입 논란, 국민 눈높이 못 미쳐 죄송”

    靑 “위장전입 논란, 국민 눈높이 못 미쳐 죄송”

    검증 강화… 장관 인선 늦어질 듯이낙연 청문보고서 채택 불발 청와대는 26일 ‘위장 전입 논란’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의 ‘5대 비리 관련자 고위공직 배제’ 원칙과 어긋나게 된 데 대해 사과했다. 야당이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는 물론 강경화 외교부 장관·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게 제기된 ‘위장 전입 논란’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면서 인준 절차를 보류한 데 따른 것이다. 취임 이후 90%에 육박하는 지지 속에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 온 문 대통령으로선 첫 난관에 봉착한 셈이다.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저희가 내놓는 인사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국회 청문위원들께도 송구한 마음과 함께 넓은 이해를 구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공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해야 한다”고 밝혔었다. 임 실장은 또한 “(5대 비리 배제는) 특권 없는 공정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고 인사 기본원칙과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면서 “취지가 훼손되지 않게 어느 때보다 높은 도덕적 기준으로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 제약 안에서 인사를 할 수밖에 없다. 다만 좀더 상식적이고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이 후보자 등에게 제기된) 관련 사실을 들여다보면 성격이 아주 다르다”면서 “저희로서는 심각성, 의도성, 반복성, 그리고 시점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후보자가 가진 자질과 능력이 관련 사실이 주는 사회적 상실감에 비춰 현저히 크다고 판단하면 사실 공개와 함께 인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내부 인사검증 기준을 마련하고 국정기획자문위에도 논의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위장 전입 논란으로 검증이 강화되면서 장관 인선은 늦춰질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볼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예정됐던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은 무산됐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정우택, 청와대 사과에 “5대 비리 있어도 임명한다는 독선”

    정우택, 청와대 사과에 “5대 비리 있어도 임명한다는 독선”

    정우택 자유한국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6일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원칙 위배 논란에 대한 사과에 대해 “5대 비리에 해당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계속 임명하겠다는 독선의 발언”이라고 비난했다.정 권한대행은 이날 연합뉴스를 통해 “안 하느니만 못한 발언을 한 것“이라며 이와 같이 밝혔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를 포함한 새 정부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잇단 위장전입 논란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직접 고위공직자 인사 배제 5대 원칙을 어겼다면서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후보자가 가진 자질과 능력이 관련 사실이 주는 사회적 상실감에 비춰 현저히 크다고 판단하면 관련 사실 공개와 함께 인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이와 같은 청와대의 입장 표명이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는 판단이다. 정 권한대행은 “사회적 상실감에 비춰본다고 하지만 앞으로 어떤 비리에 해당하더라도 자질과 능력이 우월하다면 임명한다는 말”이라며 “과거 장상·장대환 총리 후보자의 경우와도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의 인사청문 ‘1호’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뤄질 청문회를 생각해서라도 도덕성 잣대라는 측면에서 가르마를 타주기를 기대했는데 오히려 인사청문의 아무런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혼란만 야기시켰다”고 덧붙였다. 정 권한대행은 “발목을 잡으려는 생각은 없지만 이렇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만약 더불어민주당이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을 단독 처리할 경우에 대해선 “의원총회를 열어서 대응방안을 논의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재개봉작> 하루살이 로맨스 ‘첫 키스만 50번째’

    <재개봉작> 하루살이 로맨스 ‘첫 키스만 50번째’

    어젯밤 달콤한 첫 키스를 나눈 그녀, 오늘은 누구세요?! 아담 샌들러, 드류 배리무어 주연의 하루 리셋 로맨스 ‘첫 키스만 50번째’(2004년)가 사랑스러운 에너지로 가득한 메인 예고편을 공개했다. ‘첫 키스만 50번째’는 단 하루만 기억할 수 있는 단기 기억상실증녀와 단 하루면 누구라도 넘어오게 만드는 작업남의 기상천외한 로맨스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공개된 예고편은 ‘루시’와 ‘헨리’의 하루살이 로맨스를 유쾌한 리듬으로 담았다. 서로에게 반한 ‘루시’와 ‘헨리’의 데이트 장면으로 시작된 달콤한 분위기는 이튿날 ‘루시’가 ‘헨리’를 알아보지 못하면서 반전된다. 이어 ‘루시’가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려 하루밖에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그런 그녀를 위해 매일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사랑을 고백하기 시작한 ‘헨리’의 엉뚱한 작전은 유쾌함을 선사한다. 여기에 화면 가득 펼쳐지는 하와이의 환상적이고 이국적인 풍광과 수족관 동물들의 깜찍한 연기는 청량하고 로맨틱한 에너지를 높인다. ‘첫 키스만 50번째’는 단기 기억상실증이라는 참신한 설정과 유쾌하면서도 로맨틱한 스토리로 “달콤하고 따뜻하며, 유쾌함이 넘치는 로맨틱 코미디!”(BBC.com), “유쾌함으로 가득한 영화!”(Empire Magazine) 등 평단의 호평과 북미 개봉 당시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영화는 오는 6월 22일 전국 롯데시네마를 통해 단독 개봉한다. 15세 관람가. 99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임종석 “내각 인사 국민 눈높이 맞추지 못해 죄송”

    임종석 “내각 인사 국민 눈높이 맞추지 못해 죄송”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위장전입 논란으로 차질이 빚어지는 일 등에 대해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내각 인사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26일 밝혔다. 그러면서 임 실장은 “선거 캠페인과 국정운영이라는 현실의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 없다는 점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양해를 구한다”고 덧붙였다.현재까지 이 후보자와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위장전입 문제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밝혔던 ‘5대 비리 관련자 고위 공직 원천 배제 추진’ 공약과 배치되는 일인 만큼 임 실장이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5대 비리’란 병역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행위를 가리킨다. 임 실장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밝혔던) 5대 비리 관련자 고위 공직 배제라는 인사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인사 검증에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임 실장은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선거 캠페인과 국정운영이라는 현실의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는 없다는 점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어 “저희들로서는 관련 사실에 대해서 그 심각성, 의도성, 반복성 그리고 시점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그래서 후보자가 가지고 있는 자질과 능력이 관련 사실이 주는 사회적 상실감에 비춰서 현저히 크다고 판단될 때는 관련 사실 공개와 함께 인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부인의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 2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미술 교사였던 부인이 서울 강남권 학교를 배정받기 위해 위장전입한 사실을 설명한 뒤 “부끄럽게 생각하고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당시 이 후보자의 부인은 주소지를 옮긴 곳에 실제 거주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 후보자의 경우에는 성격이 다르다. 2002년 강 후보자의 딸이 미국 고등학교에 다니다가 한국의 이화여고로 전학을 갔는데, 이 과정에서 1년간 실제 주소지가 아닌 친척집에 주소를 옮겨놓은 사실이 청와대의 인사 검증 과정에서 드러났다. 김 후보자는 1997년 2월 중학교 교사였던 그의 부인이 지방 학교로 발령이 나자 아들을 경기 구리시의 인근 친척 집에 맡겨두고 학교에 다니게 할 목적으로 친척 집으로 주소만 옮긴 사실이 확인됐다. 위 세 후보자가 연루된 위장전입은 지금까지 고위공직자의 인사 검증 및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부동산 투기 목적의 위장전입에는 해당하지는 않는다. 임 실장은 “문재인 정부 역시 현실적인 제약 안에서 인사를 할 수밖에 없다. 다만 좀 더 상식적이고 좀 더 잘 하려고 노력 중”이라면서 “그래도 저희가 내놓는 인사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국회 청문위원들에게도 송구한 마음과 함께 넓은 이해를 구한다. 앞으로 저희들은 더 스스로를 경계하는 마음으로 널리 좋은 인재 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1970년대 신 여성으로 변신한 에이프릴…‘메이데이’ 뮤비 티저

    1970년대 신 여성으로 변신한 에이프릴…‘메이데이’ 뮤비 티저

    걸그룹 에이프릴이 두 번째 싱글 앨범 ‘메이데이’(MAYDAY)의 뮤직비디오 티저가 26일 공개됐다. 공개된 영상 속 에이프릴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영화배우, 음악 감상실 DJ, 양장점 디자이너, 여고생, 문학작품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속 옥희, 미니스커트를 입은 패션 선구자 등 그 시대를 이끌어가는 신 여성으로 변신했다.이와 함께 일부 공개된 신곡의 통통 튀는 가사와 에너지 넘치는 멜로디가 상큼함을 더했다. 신곡 ‘메이데이’(MAYDAY)는 사랑에 빠지기 직전의 두근거림을 비상상황에 비유해 재치있게 풀어낸 노랫말과 도입부의 색다른 사운드가 돋보이는 곡이다.에이프릴은 오는 29일 오후 6시 두 번째 싱글 앨범 ‘메이데이’(MAYDAY)를 발매하고 같은 날 오후 9시 네이버V를 통해 컴백 기념 스페셜 라이브를 진행한다. 사진·영상=APRIL/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박물관과 미술관 바로 알기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박물관과 미술관 바로 알기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제대로 그 개념을 모르고 사용하는 단어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미술관이다. 사람들은 화랑과 미술관, 또 미술관과 박물관을 분명하게 구분하지 못한다. 이런 개념의 오류는 박물관의 역사라는 위엄을 통쾌(?)하게 깨트려버린 가족용 코미디 모험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2006)와 그 속편 ‘박물관이 살아있다2-스미소니언의 소동’(2009), ‘박물관이 살아있다3-비밀의 무덤’(2014)에서도 마찬가지이다. 1편이 무직의 이혼남인 래리(벤 스틸러)가 가까스로 박물관 야간경비원으로 들어가 일하면서 경험하는, 아니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이 연속되는 영화라면 2편은 스미스소니언 소동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을 만큼 확실하게 자연사박물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정체가 모호하다. 자연사박물관이라고 하는데 미술, 사진, 조각 등등이 뒤죽박죽으로 뒤섞여 있다. 그래서 미술관인지 박물관인지 구분이 안 된다. 3편은 영국박물관이 무대인데 역사박물관과는 거리가 너무나 멀다. 시공간을 초월해 이집트 파라오부터 나폴레옹, 폭군 이반, 알카포네 등이 한꺼번에 등장해 정신을 차릴 수 없게 한다.게다가 자연사박물관에 미술품들이 등장하는 것도 뜬금없다. 미국의 박수근쯤 되는 그랜트 우드의 ‘아메리칸 고딕’(1930)은 당시 뉴욕에서 성했던 고급한 모더니즘에 대항해 미국 중부의 견실하고 분명한 농촌의 가치를 담고자 하는 지방주의의 중심이 된 작품이다.그랜트 우드의 작품은 인위적인 위장과 몰입을 부추기는 복잡함, 해독불가능한 양가성을 특징으로 하는데 사물의 본질을 냉정한 관찰과 정확한 묘사로 표현해 독일 신즉물주의와 통한다. 그의 이런 태도는 매우 복잡하면서도 모호하고, 한편으론 단순하면서도 소박해 보인다. 자신의 여동생 낸과 치과 주치의 BH 매키비 박사를 모델로 그린 ‘아메리칸 고딕’은 미국 미술의 아이콘이 된 그림이다. 등장인물의 풍부한 시각적 반향들로 인해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분명하게 보이지만 모든 것이 분명하지 않은 심리적 상태를 드러낸다고나 할까. 그러다가 신고전주의 화가이자 조각가인 안토니오 카노바의 ‘이탈리아 비너스’(1812)가 뒤를 잇는다. 피렌체의 피티궁전에 있는 이 조각은 매우 관능적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읜 작가의 우울한 감정과 감수성을 자신의 조각에 우아하게 표현했다는 카노바의 역작 중 하나이다. 베니스에서 조각과 인체 드로잉을 배운 그는 이후 신고전주의의 대표적인 조각가가 된다. 후에 마지못해 나폴레옹의 궁정 조각가가 됐지만 결코 이탈리아를 떠나지 않았던, 생전에 인정받고 존경받았던 보기 드문 조각가였다.그리고 로이 릭턴스타인의 ‘우는 여인’(1964)이 나온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모 재벌기업과 관련해 널리 알려졌지만 실은 그의 대표작이라기엔 부족하다. 다만 미술품을 문화적 자산이라기보다는 경제적 자산이라고 보는 한국사회의 그림에 대한 낮은 인식의 정도를 드러내는 작품일 뿐이다. 그는 팝 아트의 대표작가로 처음엔 추상 표현주의풍의 작품으로 시작했지만 1961년쯤부터는 만화로 관심을 돌려 만화의 이미지를 부분적으로 확대하는 방법을 통해 1960년대 소비가 미덕인 미국사회를 반영하는 작품으로 유명해졌다.여기에 유명한 ‘수병과 간호사’(1945)라는 사진이 불쑥 등장한다. 1945년 8월 14일 2차 세계대전이 끝났다는 소식에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쏟아져 나온 인파 속에서 한 수병과 간호사가 환희의 키스를 나누는 장면인데 당시 라이프지의 사진기자 앨프리드 아이젠스타트가 촬영한 역사적인 작품이다. 사진은 키스하는 인물의 활기찬 자세처럼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에 들떠 있는 거리의 느낌을 생생하게 전해 준다. 그리고 그 혼잡한 상황에 에드워드 호퍼의 쓸쓸한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1942)이 배경이 되어 준다. 미국의 피폐해진 인간 군상들이 도시의 전형적인 고독과 외로움 속에서도 욕망을 드러낸다. 바에 앉아 몸을 웅크리고 새벽을 기다리며 허기를 달래는 모습에서 우리는 고립된 인간의 상실감을 발견한다. 또 시간을 초월해 현대미술도 등장하는데 로버트 인디애나의 ‘러브’나 제프 쿤스의 ‘풍선으로 만든 강아지’가 그것이다. 코미디 영화에 너무 원칙적인 기준을 들이대는 것이 더 코미디라 할 수도 있겠지만 세상 어느 미술관, 박물관도 이런 식으로 체계와 계통 없이 뒤죽박죽 유물이나 소장품을 수집하진 않는다. 물론 가끔 졸부들의 과시욕 넘치는 컬렉션(?)이나 자신의 비루한 교양 수준을 위장하기 위한 수집품에서 발견되긴 하지만. 아무튼 영화는 우리의 부박한 박물관과 미술관에 대한 개념과 크게 동떨어져 있지 않다. 우리는 박물관은 형님, 미술관은 동생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일로 박물관의 종류는 그것이 다루는 소장품에 따라 구분되며 종류는 사람들의 삶만큼 다양하다. 천문대나 동물원, 수족관은 물론 야외의 고분군, 유적지도 박물관에 속한다. 박물관학에 의하면 도서관이나 고문서보관소도 박물관의 하나이다. 문화재를 다루건 역사를, 자연사를, 미술품을, 과학을 다루건 모두가 박물관이다. 그래서 과학관은 과학박물관의 줄임말이며 미술관은 미술박물관을 이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립중앙박물관의 명칭도 분명하지 않다. 영문으로 ‘National Museum of KOREA’라면 대한민국의 모든 것, 즉 역사, 자연, 종교, 과학, 미술 등 모든 것을 다룬다는 말과 다름없다. 이제라도 소장품과 소장정책을 바탕으로 자신의 몸에 맞는 이름을 찾아 주어야 할 것이다. 박물관은 소장품 수집이 전제돼야 하고 이를 조사 연구하는 학술기관이다. 도서관이 장서를 갖추고 사서를 두어야 하는 것처럼 박물관, 미술관도 소장품을 두고 큐레이터가 이를 연구하고 조사해 상설전시를 갖추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현재 미술관은 박물관, 도서관과 함께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기반정책관 아래에 있지 않고 당대예술진흥을 담당하는 예술정책관이 관장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부처별로 각기 운영 중인 각종 크고 작은 박물관들을 문화기반국으로 옮겨 하나의 통합된 박물관 정책에 의거해 관장해 나가야 한다. 이런 원칙조차 제대로 세우지 못한 채 문화융성을 외치다 결국 문화만 엉성해지고 말았다.
  • [열린세상] 자존감 높은 사회를 만들자/이인희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자존감 높은 사회를 만들자/이인희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엊그제가 소만(小滿)이었다. 햇볕이 풍부하고 식물은 꽃을 피우니 만물이 생명력으로 가득 찬다는 24절기 중 하나다. 들판의 보리가 누렇게 익어 수확하면 곧 모내기를 시작하는 시기로 결실과 희망의 두 가지 뜻도 담고 있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인생이 소만 정도만 차도 무릇 행복한 삶이라고 할 것이다. 새 정부 출범 후 감지되는 국정의 기운이 소만과 일치하는 느낌이 들어 화두로 삼아 보았다. 보리 수확은 촛불 시위에 의한 국민 행동의 결실로 비유되고, 모내기는 국민과 소통하는 데 공을 들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으로 보인다. 정치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데 대한 국민적 자존감이 소만처럼 채워지는 느낌이다. 56년 전 케네디 대통령은 미국 국민에게 조국이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지 말고, 국민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라는 명연설을 남겼다. 세계인들을 향해 그는 미국이 그들을 위해 무엇을 베풀 것인지 묻지 말고, 모두 함께 손잡고 인류의 자유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자고 질문을 던졌다. 능동적인 국민, 참여하고 행동하는 국민의 역할을 제시했고, 국가 간 협력을 기반으로 세계 민주주의를 추구한 메시지다. 그의 이상은 오늘날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지표로서도 전혀 모자람이 없다. 오히려 한국은 탄핵 정국에서 새 정부 출범에 이르기까지 케네디 대통령이 제시했던 이상을 직접 실천함으로써 세계에 민주주의의 모범을 일깨웠다.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과제라면 세계인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국민에게 소만의 기운과 같은 충만감을 맛보도록 해 주는 것이다. 우선 개인이든 사회든 ‘자아존중감’(이하 자존감)이 높은 체질로 개선해야 한다. 자존감이란 자신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중받는 소중한 사람이며 책임감과 능력을 갖춘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을 말한다. 자존감이 있는 사람은 정체성도 뚜렷하고 대인 관계에서도 원만하게 소통한다. 개인에게 자존감은 합리적이고 주도적인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며, 부정적인 경험을 할 경우에도 쉽게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개인의 자존감은 건강한 사회인이 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성향이다. 새 정부 출범 후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는 그동안 국민이 상실했던 개인적, 사회적 자존감을 회복시켜 주는 계기가 됐다. 정치지도자와 국민의 관계는 민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존감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변화와 혁신, 도전과 성취, 참여와 리더십, 위기극복에 이르기까지 자존감이 높은가 낮은가에 따라 사회는 이 같은 동력을 성취할 수도 상실할 수도 있음을 우리는 실감하고 있다. 자존감 높은 사회를 만드는 데 언론과 미디어는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 다시 케네디 대통령의 지혜를 빌려 본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후 신문기자로 활동하고, 당시 국제 정세를 좌우하던 포츠담회담을 직접 취재한 바 있어 언론 감각을 잘 갖춘 대통령이었다. 그의 언론관은 오늘 한국의 언론과 미디어가 배워야 할 점을 시사하고 있어 인용해 보기로 한다. “토론과 비판 없이는 행정부와 국가는 성공할 수 없다. 헌법이 언론을 보호하는 이유는 대중에게 진실을 알리고 깨우침을 주며, 진실을 반영하고 위험과 기회를 사실대로 기술하고, 당면한 위기와 선택을 지적해 줌으로써 여론을 이끌고 조성하며 필요할 때는 분노하게 할 수도 있는 언론이 되라는 뜻이다”라고 강조했다. 민주 사회의 토론장으로서,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통로로서 역할이 핵심이다. 지금까지 언론이 정권과 자본의 눈치를 보면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국민은 자존감을 잃었다. 새 정부는 언론의 비판을 받게 되더라도 달게 받아들이고 불쾌하게 여기지 말자. 언론으로 정권을 홍보하며 언론을 장악하면 민심을 장악하는 것이라는 선대의 전철을 밟지 말자. 케네디가 역설한 언론 본연의 토론과 비판 기능을 존중한다면 국민은 건강한 민주 사회에 살고 있다는 자존감이 높아질 것이다. 권력과 언론은 열린 광장에서 함께 선의의 경쟁을 펼쳐 국민 자존감이 충만하도록 체질 개선을 해 보자.
  • [김&장 시대] 30대 기업도 富의 양극화… 그룹별 차등 규제 방점

    [김&장 시대] 30대 기업도 富의 양극화… 그룹별 차등 규제 방점

    “상위 (4대) 그룹에 집중해 법을 엄격하게 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개혁 방법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취임 일성을 통해 새 정부가 재벌 정책의 질적 변화를 도모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30대 그룹 단위로 적용되던 감시와 규제를 삼성·현대차·SK·LG 등을 주축으로 ‘범4대그룹’에 집중시킨다는 뜻이다. ‘소득주도 성장’을 주장하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함께 김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구상을 기획, 실현하는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재벌개혁의 질적 변화가 요구되는 이유, 김 후보자와 장 실장이 추진할 재벌개혁이 성과를 내기 위한 제언 등을 3회에 걸쳐 싣는다.4대 그룹으로의 자산·수익 쏠림 현상, 즉 30대 그룹 안에서도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문제의식이 새 정부 재벌정책의 근간이 됐다. 지난 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집계한 30대 그룹의 면면을 보면 4대 그룹으로의 각종 쏠림 현상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만일 중세시대처럼 성 안과 밖의 마을이 구분돼 성 안 마을에 30명(30대 그룹)이 산다고 비유하면 다음과 같은 상황이 전개된다. ‘성 안에 사는 30명 중 4명(4대 그룹)이 부(富·자산)의 절반 이상(52.7%)을 독식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상위 4명이 번 돈(매출액)은 전체 30명이 번 돈의 56.2%였다. 지난해 이익으로 남긴 돈(당기순이익) 역시 상위 4명이 전체의 72.2%를 차지했다. 원래 부자였던 이 4명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 큰 부자가 되고 있다. 성 안 사람 전체의 부가 16.5% 증가한 지난 5년 동안 상위 4명의 부는 20.1% 늘었다. 성 안에 산다고 해도 처지는 제각각이다. 30명 중 6명은 지난해 적자 벌이(당기순손실)를 했다. 5명은 빚이 재산의 두 배(부채비율 200%) 이상인 처지다. 상위 4명의 빚이 평균적으로 재산의 56.5%에 불과한 데 말이다.’ 30대 그룹 전체의 상태를 보면 하위권 기업들은 당국의 감독과 규제를 견디기에 취약하다는 점이 드러난다. 새 정부가 ‘4대 그룹 위주 규제’를 천명했지만, 실상 ‘30대 그룹에 속했다고 무조건 규제하지 않겠다’는 데에도 방점이 찍혀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그룹별 맞춤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은 김 후보자의 오랜 지론이었다. 예컨대 지난 1월 당시 야당이 주도한 토론회에서 김 후보자는 ‘4대 그룹으로의 경제력 집중 심화’와 함께 ‘하위 재벌들의 부실(징후) 심화’, ‘기업가 정신을 상실한 재벌 3세’ 등 3가지를 재벌개혁 과제로 꼽았다. 당시 김 후보자는 ▲집중투표제·다중대표소송제 등 상법 개정 ▲기관투자자 주주권 행사 모범 규준인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 ▲은산·금산분리 체계 개편 등 구체적인 재벌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이 같은 방안은 앞서 박근혜 정부, 지난 3월 국회에서도 일부 추진되다 무산됐다. 김 후보자의 제안이 ‘급진적’인 단계는 아닌 셈이다. ‘1990년대 김상조·장하성’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김상조·장하성’을 차별화된 시각으로 보는 이들도 ‘점진적 개혁’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둘에게 ‘삼성 저격수’ 혹은 ‘재벌 저승사자’란 별명이 붙은 시기는 1990년대 말부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등을 중심으로 소액주주 운동을 펼칠 때였다. 주식을 매입해 주주총회에 참석, 대기업의 경영 및 지배구조에 대한 공개 질의를 던지며 감시하는 활동이 소액주주 운동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의 편법 행위를 문제 삼아 총수 일가와 경영진을 고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뒤 경제민주화에 대한 둘의 접근 방식은 다소 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까지 소액주주 운동에 매진하던 경제개혁연대가 이후 일감 몰아주기 금지 등 경제민주화법 제정으로 역할의 축을 바꿨다”면서 “김 후보자와 장 실장 모두 시장질서를 존중하는 성향”이라고 진단했다. 그렇더라도 ‘재벌 저격수’가 당국 책임자로 반전된 상황은 기업들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이들이 주장한 여러 개혁 방안 중 어떤 분야에, 어느 강도로 매스를 들이댈지 불확실한 국면이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실상 4대 기업은 글로벌화돼서 골목상권 침해 등 공정위 현안 이슈에서 자유로운 측면이 있고, 위상에 비해 4대 기업 고용 창출 효과가 미진하다는 문제는 단기적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라면서 “어떤 기업이, 어떤 방식의 규제를 받게 될지 불확실하다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김 후보자와 장 실장이 주장한 정책의 직격탄을 맞게 될 처지인 기업들도 관련 정책이 어떤 속도로 추진될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토론회에서 김 후보자는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보험업법 개정안 입법을 꼭 집어 촉구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간 연결고리가 약화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형이 불가피하다. 역으로 김 후보자가 지지하는 중간금융지주회사법 제정안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삼성그룹의 범주 안에 안정적으로 둘 수 있는 방편으로 꼽힌다. 어떤 정책이 먼저 추진되는지에 따라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 변화가 생기는 셈이다. 장 실장이 주장하는 ‘소득주도 성장’은 개별 그룹의 지배구조를 넘어 산업구조 전반의 생태계를 바꿀 위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 실장은 임금 분배 체계, 대기업·중소기업 이익 공유 체계를 바꿔 가계·중소기업에 더 많은 분배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생태계 변화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될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두 남자의 운명…노무현과 문재인, 5월의 기록

    두 남자의 운명…노무현과 문재인, 5월의 기록

    다시 5월이다. 누군가는 손 꼽아 기다렸던 황금연휴의 5월이고, 누군가에게는 뜨겁고도 처절했던 5·18 민주화운동의 5월이다. 또 누군가는 불꽃같은 삶을 스스로 접어야했던 5월이고, 비탄에 빠졌던 한 남자가 새 역사를 쓰기 위해 일어선 5월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이었고, 또 대통령이 된 두 남자의 5월을 돌아봤다.● 평온했던 5월 23일 아침, 대한민국이 뒤집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오늘 오전 9시 30분경 이곳 양산 부산대 병원에서 운명하셨습니다. 오늘 새벽 5시 45분경에 사저를 나와 봉화산 등산을 하시던 중 6시 40분 쯤에 봉화산 바위 위에서 뛰어내리신 것으로 보입니다. 즉시 가까운 병원으로 후송을 했습니다만 상태가 위독해서 양산 부산대 병원으로 다시 옮겼고 조금 전 9시 30분경 돌아가셨습니다” 남색 정장 차림의 한 남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이 담긴 발표문을 읽어 내려갔다. 비통함을 애써 담담하게 억누른 어조였지만, 얇고 검은 안경테 너머 눈빛은 단단했다. 2009년 5월 23일 오전 11시,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그렇게 자신의 반평생 친구이자 정치적 동지 노무현의 죽음을 세상에 알렸다.2002년 당내 경선 2% 지지율로 출발해 제16대 대통령 당선이라는 기적을 일군 노무현,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인권변호사를 거쳐 정치인의 길을 걸었던 그가 허망하게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대통령직을 떠나 고향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내려간 지 1년 3개월 만의 일이다.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거리의 변호사로, 국회 청문회에서 요즘 말로 ‘전국구 사이다’로 급부상한 국회의원으로, 그리고 대통령까지 지낸 노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며 남긴 것은 달랑 171자 메모 형식의 유서 한 장이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미안해하지 마라.누구도 원망하지 마라.운명이다. 화장해라.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오래된 생각이다. 이런 내용이 담긴 문서는 노 전 대통령이 사저에서 사용한 컴퓨터에서 발견됐고, 산으로 떠나기 직전인 오전 5시 10분쯤 직접 쓴 것으로 확인됐다.유서 내용이 공개되면서 노 전 대통령 지지층의 분노는 이명박 정권으로 향했다. 2008년 4월 정부 출범 초기부터 전국적인 대규모 ‘광우병 촛불집회’ 파동으로 국정운영 동력을 잃은 이명박 정부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측에게 거액의 뇌물을 줬다는 내용의 ‘박연차 게이트’를 국면 전환 카드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소환 조사를 위해 부인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씨, 딸 정연씨 등도 앞서 소환 조사했고,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을 언론을 통해 흘리며 노 전 대통령을 압박했다. 그런 노 전 대통령 곁을 지킨 사람은 언제나처럼 문재인이었다. 참여정부에서 초대 민정수석을 포함해 두 번의 민정수석과 시민사회수석, 임기 말 비서실장을 맡았고 2004년 4월 탄핵심판 당시 노 전 대통령 변론도 맡아 기각을 이끌어냈다. 1982년 법무법인 ‘부산’에서 인권변호사로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문 대통령은 2009년 5월 7일간의 국민장 상주로 ‘친구 노무현’의 세상 떠나는 길을 지켰다. 1970~80년대 부산에서 소위 잘 나가던 ‘변호사 노무현’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 이도 문재인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문재인과의 첫인상을 이렇게 회고했다. “문재인 변호사와 손을 잡았다. 원래 모르는 사이였지만 1982년 만나자마자 바로 의기투합했다. 그는 유신반대 시위로 구속되어 경찰서 유치장에서 사법고시 합격 소식을 들은 사람이다. 그래서 사법연수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서도 판사 임용이 되지 않았다. 정직하고 유능하며 훌륭한 사람이다. 나는 그 당시 세속적 기준으로 잘 나가는 변호사였다. 사건도 많았고 승소율도 높았으며 돈도 꽤 잘 벌었다. 법조계의 나쁜 관행과도 적당하게 타협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재인 변호사와 동업을 시작하면서 그런 것들을 다 정리하기로 약속했다. 그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울분과 비통함만이 가득했던 봉하마을과 영결식장에서 문 전 실장이 보여준 의연함은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남겼다. 참여정부의 퇴장과 함께 정치권과는 거리를 두고 경남 양산 자택에서 생활하던 문 전 실장은 노 전 대통령 비보를 들은 즉시 병원으로 달려와 그날부터 봉하마을을 지켰고, 5월 29일 발인과 서울 경복궁 앞뜰에서의 영결식, 수원 연화장 화장과 다시 봉화산 정토원 안치까지 노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는 모든 순간을 함께했다. 국민장 기간 내내 의연한 모습을 보였던 문 대통령도 분골함 안치를 위해 정토원으로 들어가는 차 안에서는 눈물을 훔쳤다.특히 영결식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헌화 도중 백원우 민주당 의원이 “정치보복을 사죄하라”고 고함치자, 현장을 수습한 후 문 전 실장이 이 대통령을 찾아가 고개를 숙이며 정중히 사과하는 모습은 ‘인간 문재인’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훗날 당시의 기억에 대해 “그날만큼 내가 마지막 비서실장을 했던 게 후회된 적이 없다. 시신 확인에서부터 운명, 서거발표, 그를 보내기 위한 회의 주재까지. 나 혼자 있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노무현의 운명, 문재인의 운명 “정치, 하지 마라… 정치인은 거짓말의 수렁, 정치자금의 수렁, 사생활 검증의 수렁, 이전투구의 수렁들을 지나가야 한다. 걱정하는 것은 정치의 신뢰가 이런 속도로 계속 떨어지면,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능을 점차 상실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2009년 3월 4일 공식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 쓴 글의 일부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은 가까운 참모들에게는 제도권 정치에 나서는 것을 만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정부 종료와 함께 자연인으로 돌아간 문 전 실장에게도 정치에 대한 미련은 없었다. 하지만 변호사 문재인이 잘 나가던 ‘변호사 노무현’을 훗날 대통령의 길로 이끌었듯이, 퇴임 대통령 노무현의 죽음은 그를 운명처럼 정치의 중심으로 불러냈다. 이를 두고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을 통해 이렇게 고백했다.“그(노무현)를 만나지 않았으면 적당히 안락하게, 그리고 적당히 도우면서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의 치열함이 나를 늘 각성시켰다. 그의 서거조차 그러했다. 나를 다시 그의 길로 끌어냈다. 대통령은 유서에서 ‘운명이다’라고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나야말로 운명이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 하게 됐다” ● 대통령 문재인, 다시 봉하마을로 간다 총 1342만 3784표, 득표율 41.08% 기호 1번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당선. 지난 9일 치러진 대선에서 9년간 보수 정당에 표를 줬던 국민의 선택은 적폐 청산과 나라다운 나라를 약속한 문재인이었다. 2위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는 557만 938표 앞서며 역대 대선에서 가장 많은 표 차이다. 취임사에서도 ‘나라다운 나라’를 강조한 문 대통령은 연일 소통과 탈 권위, 국민 통합의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당장 집무실을 청와대 참모들의 업무 공간인 여민관으로 옮겼고,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부분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약속했다. 스승의 날인 지난 15일에는 세월호 참사로 숨진 기간제 교사 김초원·이지혜 교사의 순직 인정을 지시하고,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는 직접 참석해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제창을 금지했던 ‘님을 위한 행진곡’을 힘차게 불렀다.제1 야당이 된 자유한국당은 이런 문 대통령을 ‘좌파 행보’라며 연일 비판하고 있지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정의당 등에서는 지지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의 이혜훈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굉장히 잘한다. 솔직한 말씀으로 무섭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겨울, 국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을 지켰던 남자. 변호사 노무현이 사람 사는 세상에 눈 뜨게 하고, 그의 모든 순간을 함께했던 노무현의 동지 문재인. 그가 5월 23일, 대통령 문재인으로 다시 봉하마을을 찾는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월요 정책마당] 4차 산업혁명시대, 문화콘텐츠가 답이다/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

    [월요 정책마당] 4차 산업혁명시대, 문화콘텐츠가 답이다/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

    1987년 개봉한 마이클 J 폭스 주연의 영화 ‘백 투 더 퓨쳐’를 기억하는가. 개봉 당시 영화적 상상력이라고만 생각했던 화상통화, 지문인식 등은 이미 우리 생활 속 일부가 되었고 더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 종류와 속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우리 사회는 늘 기술의 변화 속에 놓여 왔다. 그리고 기술의 변화에는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늘 따른다. 지금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기대와 함께, 기계가 인간을 대체함에 따라 일자리가 줄어들고 인간성이 상실될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영화 ‘백 투 더 퓨쳐’가 시사하듯 지금의 새로운 기술도 언젠가는 평범한 일상이 되고 보편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술이 인간의 행복을 증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기여하게 하는 변치 않는 힘은 무엇일까. 그 답은 문화콘텐츠에 있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기존의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많은 예측에도 불구하고 한국고용정보원 ‘2017 한국직업전망’은 멀티미디어기획자, 감독과 연출자, 대중가수와 성악가 등 콘텐츠 산업 직종의 고용 증가를 예상했다. 이는 상상력과 창의성이 필수적인 문화콘텐츠는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일자리를 창출할 대표 분야임을 의미한다. 또한 콘텐츠는 젊은 청년들에게 익숙하고 그래서 매력 있는 분야로, 청년을 행복하게 하는 일자리가 많은 영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3월 잡코리아 ‘덕업일치’(좋아하는 일과 직업이 같다는 뜻의 청년들의 신조어)에 대한 20대 의식 조사 결과 87.98%가 ‘취미·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는 것이 행복을 좌우한다’고 답한 것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위로하는 힘을 지닌 문화콘텐츠가 산업적으로 양적, 질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양질의 차별화된 콘텐츠는 인간의 감성을 자극할 창의적인 스토리,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문화기술과 미디어, 창작-유통-재창작이 선순환하는 제도적 기반인 저작권 정책이 밀접하게 결합하고 협력할 때 비로소 탄생한다. 인간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고 상상력과 창의성을 키우는 고전적이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독서라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독서를 통해 키워진 감성은 새로운 콘텐츠를 창출하는 중요한 자산이 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21년까지 출판문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을 추진하는 한편 2018년을 ‘책의 해’로 지정하는 등 책 읽는 문화가 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창작자와 저작물의 가치를 존중하고, 공정하고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저작권은 콘텐츠가 산업으로 기능하게 하는 기반이다. 민관의 노력으로 불법 복제로 인한 합법시장 침해율은 2013년 16%에서 2015년 13.5%로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지만, 창작 현장에서의 노력을 생각해 보면 13.5%라는 침해율은 여전히 높다. 앞으로도 정부는 저작권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서 침해율을 낮추고, 콘텐츠 창작자가 정당한 대가를 받고 이것이 새로운 창작의 밑거름이 되는 토양을 조성하는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상상력을 실현하고 대중에게 전하는 매개체인 신기술과 뉴미디어에 대한 콘텐츠 중심의 접근도 필수적이다. 우리의 풍부한 문화적 자산과 새로운 기술이 결합해 한국의 ‘포켓몬고’와 같은 차세대 콘텐츠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제조업 수준의 콘텐츠에 특화된 R&D 투자가 필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7년 551억원의 문화기술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는 전체 R&D 예산 중 0.28%에 불과하다. 새 정부에서는 4차 산업시대 기술과 콘텐츠의 유기적 결합을 위해 문화기술 R&D에 타 산업과 비등한 수준의 충분한 지원을 이끌어 내고, 그 결과가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사업화 연계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또한 온라인, 블로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뉴미디어에 기반한 1인 창작자, 소규모 창작단체가 문화콘텐츠 산업 내로 연착륙해 우리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하고 즐거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콘텐츠의 원천인 문화예술, 그리고 그것을 담는 그릇인 문화기술과 (뉴)미디어, 제도적 기반인 저작권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콘텐츠산업이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 고도화를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 ‘흠집내기 청문회’ 벗어나 협치 발휘할까

    24~25일 이낙연 총리 후보자 29일엔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등 검증대 與 정책 검증 vs 野 송곳 검증 오는 24~25일 열리는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국회가 본격적인 ‘청문회 정국’에 돌입한다. 21일 국회에 따르면 이번 주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이어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오는 29일 실시된다. 여기에 최근 임명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도 국회 검증대에 오른다. 이번 청문회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인 안착 여부를 가늠할 첫 시험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박근혜 정부의 경우 출범 후 1개월 동안 6명의 후보자 또는 내정자가 줄줄이 낙마하면서 국정운영 동력을 크게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과거 청문회 때마다 반복됐던 여당의 단독 진행 또는 야당의 무조건적 흠집 내기 행태에서 벗어나 여야가 한목소리로 다짐한 ‘협치 정신’을 발휘할지도 주목된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순조로운 출발을 뒷받침하기 위해 후보자들의 낙마 예방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겉으로는 “무조건 발목은 잡지 않는다”면서도 속으로는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김성원 대변인은 “문제 인사에 대해서는 청문회 과정에서 보다 철저히 검증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김 경제부총리 후보자와 강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노무현 정부의 경제 실패를 고스란히 재현해 서민의 삶이 더 팍팍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면서 “강 후보자는 위장전입 사실만으로도 고위공직 배제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국민의당과 ‘개혁 보수’를 내세운 바른정당도 존재감 부각을 위해 각 후보자에 대한 도덕성 및 정책 역량 검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무한도전’ 배정남, 정준하에 로우킥 포착 ‘아찔한 표정’

    ‘무한도전’ 배정남, 정준하에 로우킥 포착 ‘아찔한 표정’

    배우 배정남이 정준하에게 발차기를 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20일 방송되는 MBC ‘무한도전’의 ‘미래예능연구소’ 편에 출연하는 배정남이 정준하에게 로우킥을 하는 듯한 장면이 공개돼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미래예능연구소에서는 제작진 및 방송관계자들의 다양한 궁금증을 바탕으로 실험주제를 선정, ‘무한도전’ 멤버와 신체조건, 직업군이 다른 예능인을 대상으로 황당한 실험들을 진행했다.공복으로 계속되는 실험에 급격한 체력저하를 보인 11명의 예능인들에게 단비 같은 점심시간 또한 그냥 주어지지는 않았다. 시각, 청각, 후각을 자극하는 음식 앞에서 급기야 폭력사태까지 이르렀다는 후문. 한 자리에 모인 11명의 예능인들은 예능임상실험을 통해서 ‘아무것도 안하는 유형’. ‘진행을 하려는 유형’, ‘편을 가르는 유형’ 등 다양한 행동양상을 보이며 만족스러운 실험결과를 보여줬다. 20일 토요일 오후 6시20분 방송되는 ‘무한도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허위사실 공표’ 김진태 고발한 시민단체 “1심 벌금형 선고 환영”

    ‘허위사실 공표’ 김진태 고발한 시민단체 “1심 벌금형 선고 환영”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4·13 총선 당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돼 1심 국민참여재판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의 지역구인 강원 춘천 지역의 시민단체에서 선고 결과를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참여와 자치를 위한 춘천시민연대’는 20일 성명을 통해 “김 의원의 공약이행률 관련 허위사실 문제를 최초로 문제 제기했고, (춘천) 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에 고발한 단체로서 재판 결과를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김 의원은 지난해 제20대 총선 당내 경선 기간 개시일인 지난해 3월 12일 선거구민 9만 2158명에게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공약이행평가 71.4%로 강원도 3위’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됐다. 춘천시민연대는 “관행적으로 용인되어 온 정책 관련 허위사실 유포에 경종을 울리고자 김 의원을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는데, 김 의원은 재판 과정에서 시민단체의 활동을 자신을 흠집을 내기 위한 활동으로 폄하했다”면서 “시민단체의 공익적인 활동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김 의원의 자질이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의원은 지역 유권자에게 약속한 공약을 5%도 지키지 못한 점을 반성하고 해명하기는커녕 공약이행률을 부풀리고 유권자에게 사실인 양 문자까지 보내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우리 정치에서 반드시 없어져야 할 구태”라고 지적했다. 앞서 춘천지법 제2형사부(부장 이다우)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의원에게 전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당선 무효가 된다. 김 의원은 1심에서부터 국회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김 의원은 “납득하기 어려운 선고인 만큼 항소하겠다”면서 “지역 주민에게 면목이 없지만, 고등법원에 항소해서 제대로 다퉈보겠다”고 밝혔다. 이에 춘천시민연대는 “김 의원이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상급심 재판도 신속하게 진행되기를 바란다”면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유권자를 기만하는 낡은 정치가 청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134억원 유산 내놔”…반려견과 상속 전쟁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134억원 유산 내놔”…반려견과 상속 전쟁

    美 부동산 재벌 손주들 소송 제기…법정 공방 끝 몰티즈 22억원 상속 2012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사는 로버트 모니악과 엘리자베스 모니악 부부는 당시 8살이었던 닥스훈트 잡종견 롤라와 관절염이 있는 또 다른 반려견 캘리를 반려견 위탁 업체에 맡기고 프랑스로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평소 매우 건강했던 롤라의 상태가 심상치 않은 것을 발견했다. 애틀랜타뿐만 아니라 플로리다까지 가서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9개월 뒤 롤라는 신부전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양육권부터 상속권까지 소송전 치열 부부는 위탁 업체가 캘리에게 먹여야 할 관절염 약을 롤라에게 잘못 먹여 목숨을 잃게 했고, 이는 업무상 주의 태만, 사기, 기만 등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롤라의 병원 진료비 등 비용 6만 7000달러(약 7500만원)는 물론 반려견을 잃은 정서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까지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위탁 업체 측은 롤라를 돌보는 과정에서 과실이 없었으며, 애초에 유기견이었던 롤라의 ‘재산적 가치’는 ‘0원’이라는 점을 들며 배상 자체를 거부했다. 무려 4년간 계속된 법정 공방 끝에 현지 법원은 모니악 부부의 손을 ‘절반 쯤’만 들어줬다. 지난해 6월 조지아주 대법원은 반려견 위탁업체가 모니악 부부의 반려견을 죽게 한 과실이 인정되며, 이 부부가 요구한 치료비 전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특히 논란이 됐던 반려견의 재산적 가치와 관련해 휴 톰슨 조지아주 대법원장은 “혈통이나 나이, 기질 등 반려견의 가치를 매기는 질적, 양적 기준이 다른 개인 재산의 가치를 매기는 기준보다 덜 인정받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유기견이기 때문에 가치를 낮게 보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법원은 “인간과 동물의 특별한 유대감은 소중히 여겨지지만, 법적 측면의 밖에 있다”면서 모니악 부부의 피해 보상이 정서적 가치에 근거를 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시했다. 즉 재산으로서의 보상 가치는 있지만 ‘물건’ 이상의 가치를 두고 정서적 상실감까지 보상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펫팸족’ 늘지만 법적 장치는 미비 위 사건은 1인 가구와 함께 반려동물울 가족으로 여기는 펫팸족(Pet+Family)의 수가 갈수록 증가하는 반면, 이와 관련한 법적 장치는 아직 미비한 현실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미국 일부 주와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는 법적으로 여전히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간주한다. 특히 예기치 못한 사고 혹은 타인에 의해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나거나 소유권 분쟁이 발생했을 때 논쟁은 더욱 심각해진다. 지난해 4월 16년의 결혼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이혼하기로 한 캐나다 부부가 반려견 두 마리를 둘러싼 양육권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현지 고등법원의 판사는 이 소송을 각하하며 “개는 어떤 이들에게 가족과도 같은 존재”라고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개는 개일 뿐이다. 법에서 개는 재산이자 소유하는 가축이기 때문에 가족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부부가 계속 법적 다툼을 이어 간다면 법적으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다. 개를 팔아 수익금을 양쪽이 나눠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개와 자녀를 동일시할 수는 없으므로 판사의 판결이 옳았다는 의견과 자녀 없이 반려견을 키우는 부부들에게 반려견이 자녀와 동일한 정서적 가치를 지녔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반려동물이 동물 그 이상의 존재가 되면서 재산권을 둘러싼 소송도 빈번하게 발생하기 시작했다. 2007년 미국의 부동산 재벌 리오나 헴슬리가 심장마비로 사망한 뒤 그의 손주와 반려견 사이에 상속 분쟁이 벌어졌다. 그는 사망하며 반려견 ‘트러블’(몰티즈 종 암컷)에게 1200만 달러(약 134억원)의 유산을 남겼다. 그에게는 남동생과 손주 4명이 있었는데, 남동생에게는 반려견이 죽을 때까지 돌봐주는 조건으로 1500만 달러(약 168억원)를 남겼다. 문제는 손주 4명 중 헴슬리로부터 단 한푼도 상속받지 못한 손주 2명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유언장이 공개되자마자 뉴욕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치열한 법정 공방을 거친 끝에 현지 법원은 트러블의 유산을 200만 달러(약 22억원)로 대폭 줄이는 대신 손주 2명에게 총 600만 달러(약 67억원)를 상속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우여곡절을 거쳤지만 어쨌든 우리 돈으로 20억원이 넘는 돈을 상속받은 트러블은 2010년까지 연평균 6만 달러 이상을 쓰며 호화롭게 살다 세상을 떠났다. ●‘반려동물=가족’ 사회적 인식 변해 법적으로 인정되지는 않지만 사회 통념상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정하는 경향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일본에서 반려동물 관련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한 보험회사는 사원이 기르던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증명 가능한 서류를 회사에 제출할 경우 최대 3일 동안 장례휴가를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미국에서도 같은 내용의 ‘펫 로스’ 제도를 도입한 회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미국 연방법이나 주법 모두 반려동물 사망으로 인한 직원의 휴가는 의무 사항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제도를 개와 고양이뿐만 아니라 물고기와 설치류 등에까지 적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데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에게는 부당한 제도라는 지적도 쏟아낸다. 국적을 막론하고 반려동물 관련 법안의 필요성에 대한 논쟁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huimin0217@seoul.co.kr
  • ‘허위사실 공표’ 김진태, 1심서 당선 무효형인 벌금 200만원

    ‘허위사실 공표’ 김진태, 1심서 당선 무효형인 벌금 200만원

    지난해 4·13 총선 당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민참여재판 방식으로 열린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현행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 무효가 된다. 김 의원은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춘천지법 제2형사부(부장 이다우)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의원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이대로 형이 최종 확정되면 김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상실한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며, 허위성에 대한 인식도 있어 고의가 인정됐다”고 밝혔다.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이어진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7명의 평결은 유죄 4명, 무죄 3명으로 엇갈렸다. 배심원의 양형은 벌금 200만원 3명, 벌금 80만원 3명, 양형 의견을 내지 않은 배심원도 1명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제20대 총선 당내 경선 기간 개시일인 지난해 3월 12일 선거구민 9만 2158명에게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공약이행평가 71.4%로 강원도 3위’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을 맡았던 당시 검찰은 4·13 총선 공소시효 만료를 앞둔 지난해 10월 “김 의원이 (문자를 보낼 당시) 허위사실이라는 점을 인식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춘천시 선거관리위원회가 검찰의 처분에 불복해 재정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의 공소 제기 결정으로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인천 초등생 살해 10대 ‘아스퍼거 증후군’ 가능성

    인천 초등생 살해 10대 ‘아스퍼거 증후군’ 가능성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8살 여자 초등학생을 유괴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10대 소녀가 정신감정 결과, 자폐성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일 가능성이 제기됐다.인천지검 형사3부(최창호 부장검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미성년자 약취·유인 후 살인 및 사체손괴·유기 혐의를 받는 고교 자퇴생 A(17)양의 정신감정이 끝나 구속기소 했다고 19일 밝혔다. A양은 올해 3월 29일 낮 12시 47분쯤 인천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 B(8)양을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목 졸라 살해한 뒤 흉기로 잔인하게 훼손한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양은 범행 당일 오후 5시 44분쯤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평소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고교 졸업생 C(19·구속)양에게 훼손된 B양의 시신 일부를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양의 정신감정을 서울 국립정신건강센터에 의뢰한 결과 “아스퍼거 증후군일 가능성이 크다”는 잠정 의견을 최근 받았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폐성 장애의 하나로 인지 능력과 지능은 비장애인과 비슷하나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고 특정 분야에 집착하는 정신과 질환이다. 그러나 검찰은 A양이 심신상실 상태에서 범행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경찰이 적용한 죄명을 유지해 구속기소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마네킹으로 변해버린 솔비…‘프린세스 메이커’ 티저 영상

    마네킹으로 변해버린 솔비…‘프린세스 메이커’ 티저 영상

    솔비의 ‘하이퍼리즘’이 베일을 벗을수록 궁금증과 기대감을 자극한다. 솔비는 17일 EP ‘하이퍼리즘:레드’(Hyperism:Red) 타이틀곡 ‘프린세스 메이커’(Princess Maker)의 2차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18일 EP 발매를 하루 앞두고 공개되는 티저 영상은 솔비의 파격적인 변신과 새로운 시도들을 예고한다. 2차 티저 영상은 1차 티저와 마찬가지로 한 편의 영화 같은 감각적인 영상미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예능퀸’의 이미지를 벗은 솔비의 변신이 궁금증을 증폭한다. 검은 단발머리와 붉은 입술로 날카롭고 차갑게 이미지 변신한 솔비에게서 기존의 긍정적이고 엉뚱한 매력은 찾아볼 수 없다. 로봇이나 마네킹을 연상시키는 딱딱하고 경직된 표정은 타이틀곡 ‘프린세스 메이커’의 의미를 추론하도록 유도한다.티저 영상은 설국열차 등 국내외 100여 편 이상의 영화, 드라마를 편집하고 있는 최고의 편집감독 최민영과 최근 2년 사이 20편 이상의 뮤직비디오를 만든 최고의 감독 심형준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솔비는 “스타를 꿈꾸며 달려온 어린 시절 나는 꿈의 노예였다. 때로 회사가 원하는 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다시 돌아간다면 더 나답게 살고 싶다”며 “10~20대 후배들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사에 담아냈다. 로봇처럼 조종되는 삶을 살지 말라고, 인형이 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프린세스 메이커’ 가사를 귀담아 들어달라”고 설명했다. 한편 ‘하이퍼리즘’ 시리즈는 정보와 콘텐츠의 홍수 때문에 현대인들의 욕망과 높아진 기대치들이 해소되지 못할 때 반대로 오는 상대적 박탈감, 상실감 등의 부작용이라는 시대적 현상을 ‘하이퍼리즘’이라 정의하고, 부정적인 요소를 음악으로 해소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완성됐다. 첫 번째 시리즈 ‘하이퍼리즘:레드’는 솔비의 눈으로 본 이 시대 여자들의 삶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음악에 담아냈다. 타이틀 곡 ‘프린세스 메이커’는 KAVE가 작곡하고 솔비가 가사를 붙였다. 거친 락 사운드에 세련된 일렉트로 댄스 요소가 가미된 퓨전 스타일의 곡으로 발랄하면서도 거침없는 솔비의 ‘오리지널’이 잘 녹아든 곡이다. ‘프린세스 메이커’를 포함해 총 4곡이 실린 ‘하이퍼리즘:레드’는 오는 18일 전격 발매된다. 사진·영상=솔비 (Solbi) - Princess Maker [Teaser #2]/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박철환 해남군수, 인사조작·뇌물수수 등으로 ‘불명예 퇴진’

    박철환 해남군수, 인사조작·뇌물수수 등으로 ‘불명예 퇴진’

    전남 해남에서 공직자 부패로 인한 군정 공백이 되풀이 되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17일 박철환(58) 해남군수가 휘하 공무원들의 인사평가를 조작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자치단체장 등 선출직 공무원은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 그 외의 혐의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기 때문에 박 군수는 군수직을 상실하게 됐다. 해남에서는 2008년 박희현 전 군수가 뇌물수수로 징역 4년형, 2011년 김충식 전 군수가 뇌물수수로 징역 5년형을 확정받는 등 공직자 부패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10년 7월부터 해남군수로 재직한 박 군수는 2013∼2014년 공무원 19명의 근무성적평정 순위를 조작해 부당한 인사를 하고, 특채로 채용한 자신의 비서실장으로부터 2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해 5월 구속기소 됐다. 재판부는 “박 군수가 인사업무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직업공무원제도나 건전한 지방자치의 근간을 해하는 범행을 저질렀다”며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반려견 양육권, 상속권…법의 판결은?

    [송혜민의 월드why] 반려견 양육권, 상속권…법의 판결은?

    2012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사는 로버트 모니악과 엘리자베스 모니악 부부는 당시 8살이었던 닥스훈트 잡종견 롤라와 관절염이 있는 또 다른 반려견 캘리를 반려견 위탁업체에 맡기고 프랑스로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평소 매우 건강했던 롤라의 상태가 심상치 않은 것을 발견했다. 애틀랜타 뿐만 아니라 플로리다까지 가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9개월 뒤 롤라는 신부전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부부는 위탁업체가 캘리에게 먹여야 할 관절염 약을 롤라에게 잘못 먹여 목숨을 잃게 했고, 이는 업무상 주의 태만, 사기, 기만 등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롤라의 병원 진료비 등 비용 6만 7000달러(약 7500만원)는 물론, 반려견을 잃은 정서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까지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위탁업체 측은 롤라를 돌보는 과정에서 과실이 없었으며, 애초에 유기견이었던 롤라의 ‘재산적 가치’는 ‘0원’이라는 점을 들며 배상 자체를 거부했다. 무려 4년간 계속된 법정 공방 끝에 현지 법원은 모니악 부부의 손을 ‘절반 쯤’만 들어줬다. 지난해 6월, 조지아주 대법원은 반려견 위탁업체가 모니악 부부의 반려견을 죽게 한 과실이 인정되며, 이들 부부가 요구한 치료비 전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특히 논란이 됐던 반려견의 재산적 가치와 관련해 휴 톰슨 조지아주 대법원장은 “혈통이나 나이, 기질 등 반려견의 가치를 매기는 질적, 양적 기준이 다른 개인 재산의 가치를 매기는 기준보다 덜 인정받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유기견이기 때문에 가치를 낮게 보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법원은 “인간과 동물의 특별한 유대감은 소중히 여겨지지만, 법적 측면의 밖에 있다”며서 모니악 부부의 피해보상이 정서적 가치에 근거를 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시했다. 즉 재산으로서의 보상 가치는 있지만 ‘물건’ 이상의 가치를 두고 정서적 상실감까지 보상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위 사건은 1인 가구와 함께 반려동물울 가족으로 여기는 펫팸족(Pet+Family)의 수가 갈수록 증가하는 반면, 이와 관련한 법적 장치는 아직 미비한 현실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미국 일부 주와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는 법적으로 여전히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간주한다. 특히 예기치 못한 사고 혹은 타인에 의해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나거나 소유권 분쟁이 발생했을 때, 논쟁은 더욱 심각해진다. ◆법정 드라마 뺨친 반려견 양육권, 상속권 다툼 지난해 4월, 16년의 결혼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이혼하기로 한 캐나다 부부가 반려견 두 마리를 둘러싼 양육권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현지 고등법원의 판사는 이 소송을 각하하며 “개는 어떤 이들에게 가족과도 같은 존재”라고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개는 개일 뿐이다. 법에서 개는 재산이자 소유하는 가축이기 때문에 가족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부부가 계속 법적 다툼을 이어간다면 법적으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다. 개를 팔아 수익금을 양쪽이 나눠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개와 자녀를 동일시할 수는 없으므로 판사의 판결이 옳았다는 의견과 자녀 없이 반려견을 키우는 부부들에게 있어 반려견이 자녀와 동일한 정서적 가치를 지녔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반려동물이 동물 그 이상의 존재가 되면서 재산권을 둘러싼 소송도 빈번하게 발생하기 시작했다. 2007년 미국의 부동산 재벌 리오나 헴슬리가 심장마비로 사망한 뒤 그의 손주와 반려견 사이에 상속 분쟁이 벌어졌다. 그는 사망하며 반려견 ‘트러블’(말티즈 종 암컷)에게 1200만 달러(약 134억원)의 유산을 남겼다. 그에게는 남동생과 손주 4명이 있었는데, 남동생에게는 반려견이 죽을 때까지 돌봐주는 조건으로 1500만 달러(약 168억원)를 남겼다. 문제는 손주 4명 중 헴슬리로부터 단 한푼도 상속받지 못한 손주 2명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유언장이 공개되자마자 뉴욕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치열한 법정 공방을 거친 끝에 현지 법원은 트러블의 유산을 200만 달러(약 22억원)로 대폭 줄이는 대신 손주 2명에게 총 600만 달러(약 67억원)를 상속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우여곡절을 거쳤지만 어쨌든 우리 돈으로 20억 원이 넘는 돈을 상속받은 트러블은 2010년까지 연 평균 6만 달러 이상을 쓰며 호화롭게 살다 세상을 떠났다. ◆‘법적 가족’에 점점 가까워지는 반려동물 법적으로 인정되지는 않지만 사회 통념상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정하는 경향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일본에서 반려동물 관련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한 보험회사는 사원이 기르던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증명 가능한 서류를 회사에 제출할 경우, 최대 3일 동안 장례휴가를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미국에서도 같은 내용의 ‘펫 로스’(pet loss) 제도를 도입한 회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미국 연방법이나 주법 모두 반려동물 사망으로 인한 직원의 휴가는 의무 사항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제도를 개와 고양이뿐만 아니라 물고기와 설치류 등에까지 적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데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에게는 부당한 제도라는 지적도 쏟아낸다. 국적을 막론하고 반려동물 관련 법안의 필요성에 대한 논쟁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김태의 뇌과학] 조현병의 뇌과학

    [김태의 뇌과학] 조현병의 뇌과학

    최근 ‘조현병’이라는 병명이 매스컴에서 종종 등장하고 있다. 과거 ‘정신분열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이 병은 2011년 의학용어 개정으로 조현병으로 변경됐다. 현악기를 잘 조율해야 조화로운 음악을 만들 수 있듯, 정신현상에도 균형 잡힌 조율이 필요하다. 이런 조율 기능에 이상이 생긴다는 뜻으로 조현병이라는 병명이 탄생했다. 과학적으로 타당한 용어를 사용하는 동시에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병명을 바꿨는데 환자와 보호자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조현병이 무슨 병인지 이름만 들어서는 여전히 아리송한 것이 사실이다. 조현병 환자는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망상, 환청, 엉뚱한 이야기 등의 증상 중 1개 이상을 보이고 감정표현 저하, 의욕상실 등의 ‘음성증상’과 엉뚱한 행동이 나타난다. 이런 5개 증상 중 2개 이상이 지난 1개월간 뚜렷이 보일 때 조현병 진단을 내린다. 그렇다면 조현병 환자의 뇌 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의과학자들은 조현병 환자의 유전자 연구를 통해 정상 대조군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유전자를 다수 찾아냈다. 신경세포 연결에 필요한 물질을 생산하거나 다른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다. 이런 유전자 발현이 정상적으로 조율되지 않을 때 신경세포 연결도 비정상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특히 이런 변화는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이행되는 시기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신경세포 연결에 이상이 생기면 신경망 전체로 볼 때 조직적인 뇌 활동이 방해를 받아 뇌신경으로 들어오는 신호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 부정확한 해석, 비논리적인 판단, 감각의 이상이라는 증상이 발현되는 것이다. 조현병 발병 기전은 이렇듯 복잡한 요소들이 상호작용해 작동하기에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고 치료 과정도 복잡하고 길다. 그렇지만 치료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조현병 치료제는 ‘도파민 가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조현병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때는 뇌 속에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한다. 따라서 도파민의 작용을 막아 주는 약을 먹으면 환청, 망상 등의 ‘양성증상’이 감소한다. 다른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도 양성증상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세로토닌과 도파민을 모두 막는 약물이 개발돼 각광을 받았다. 또 도파민을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할 수 있는 약물도 개발됐다. 최근에는 신호전달 조절에 관여하는 신경수용체 ‘NMDA 수용체’의 기능 이상이 주목받고 있다. 킴도 스위스 로잔대 교수는 환원·산화 불균형과 신경염증의 결과로 NMDA 수용체의 기능저하가 생기고 이것이 조현병 발생기전의 공통분모가 된다고 주장한다. 이런 이론을 바탕으로 그는 항산화 작용이 강한 약물인 ‘N-아세틸시스테인’을 투여하는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환자들에게서도 음성증상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사회적 고립, 동기소실, 감정표현의 저하와 같은 음성증상은 만성화된 조현병 환자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준다. 도파민 계열의 약물이 양성증상 조절에 탁월한 반면 아직까지 음성증상에 효과적인 약물이 없었기에 반가운 연구 결과다. 조현병을 개인의 질병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되고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조현병이 어떤 이유에서 일어나는지 뇌과학적인 이해가 높아지면서 막연한 두려움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조현병의 조기 진단과 치료를 통해 더 많은 환자가 건강한 모습을 되찾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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