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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객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목포 택시기사 무기징역

    승객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목포 택시기사 무기징역

    택시에서 잠든 여성 승객을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목졸라 살해한 50대 남성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광주지법 목포지원 제1형사부는 승객이 술에 취해 잠들어 있자 공터로 데려가 성폭행을 시도한 뒤 목졸라 살해한 혐의(강간 등 살인)로 구속기소된 택시기사 강모(56)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피해자가 저항할 수 없는 취약한 상태임을 이용해 사실상 납치해 유사강간하고 살해했다. 승객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도착시켜줄 보호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성폭행하고 살해해 그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택시의 안전성에 대한 공적인 신뢰를 크게 훼손하고, 시민들에게 불안과 공포를 야기해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살기 위해 달아나려 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는 젊은 나이에 소중한 생명을 빼앗겼다”며 “피고인은 범행 후 피해자의 유품을 버리고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하는 등 증거를 인멸했으며, 피해 회복을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 피해자 유족은 가족을 잃은 상실감으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강씨는 지난 2월 18일 새벽 전남 목포 하당동에서 피해자를 택시에 태웠다. 목적지에 도착했는데도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잠든 모습을 보고는 인근 공터로 데려가 범행했다. 피해자 가족은 ‘택시를 타고 집에 가고 있다’고 연락한 피해자가 귀가하지 않자 당일 밤 10시쯤 경찰에 실종 신고를 냈다. 경찰은 피해자 집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강씨의 택시를 특정하고 그를 긴급 체포했다.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목적지에 도착한 뒤 몸을 가누지 못한 승객을 보고 12㎞ 떨어진 공단으로 이동했다. 성폭행을 시도하는 과정에 강하게 반항하자 홧김에 살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강씨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다. 김서연 기자 wk@seoul.co.kr
  • “조기 귀국하겠다”…수해복구 한창인데 세금으로 유럽 떠난 충북도의회 의원들

    “조기 귀국하겠다”…수해복구 한창인데 세금으로 유럽 떠난 충북도의회 의원들

    지난 16일 충북을 강타한 22년 만의 폭우로 도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18일 외유성 유럽 출장을 간 충북도의원들에 대해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이들 의원이 조기 귀국할 뜻을 전해 왔다.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는 19일 성명을 내고 “도민을 버린 도의원은 필요없다. 돌아오지 마라”고 비판했다. 충북도의회 등에 따르면 전날 프랑스와 이탈리아로 8박 10일의 해외연수를 간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학철(충주)·박한범(옥천)·박봉순(청주 가경·강서1동), 더불어민주당 최병윤(음성) 의원 등 4명이 파리에서 한국행 비행기 표를 구하고 있다고 한다. 도의회는 “기록적인 폭우로 전 도민이 아픔에 잠겨있는 상황에 해외 연수를 강행한 것은 그 어떤 사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도민들에게 씻기 어려운 큰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고개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빠른 시일 내로 귀국시켜 31명의 도의원 모두가 합심해 수해 복구에 앞장서겠다”고 사과했다. 한 도민은 충북도의회 홈페이지에 “충청북도의원 4명과 공무원 4명의 외유성 출장 뉴스에 경악을 금할 수 없습니다. 자비로 갔어도 분개할 마당에 도민의 세금으로 1인당 500여만원의 경비를 지출하면서 베네치아 등으로 간 사실은 도의원과 공무원으로서의 자격 상실입니다. 낙선운동과 퇴진운동, 공무원 퇴출운동을 통해 충북도민들은 개·돼지가 아님을 저들에게 분명히 보여야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번화했던 조선의 중심길… 지금도 생활경제 중심축

    [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번화했던 조선의 중심길… 지금도 생활경제 중심축

    서울신문이 서울시 및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7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의 8차 탐사가 지난 15일 서울 숭례문광장에서 보신각까지 ‘남대문로의 풍경’을 주제로 남대문로 일대에서 진행됐다. 밤새 장맛비가 내렸고, 중부지방엔 폭우가 예보됐지만 투어 예약자 중 단 한 명도 빠지지 않았다. 실제 투어 시작 이래 두 달간 진행된 행사에는 투어 신청자 전원이 참석했다. 해설을 맡은 한세화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구수한 어투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투어를 이끌었다.남대문로는 한양의 3대 대로 중 하나다. 오늘의 광화문광장인 육조대로가 동서축선(軸線)인 운종가(종로)를 만나 동대문 쪽으로 뻗었다가 종루(보신각)에서 꺾어져 숭례문까지 이르는 길이 바로 남대문로다. 이것이 조선의 남북축선이다. 일제강점기 지금의 세종대로(세종로+태평로+남대문로)가 만들어지기 전 광화문에서 숭례문에 이르는 신작로였다. ‘고무래 정’(丁)자 형태를 취했는데 ‘불산’ 관악산의 화기가 ‘나무산’인 목멱산(남산)을 불쏘시개 삼아 일직선으로 경복궁으로 향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 중 하나였다. 불길이 넘지 못하도록 남지(南池)라는 큰 연못을 남대문 앞에 팠으며, 불이 타오르는 형상의 ‘숭’(崇)자와 오행상 불에 해당하는 ‘예’(禮)자를 써서 숭례문(崇禮門)이라는 세로 3.5m짜리 편액을 내걸었다. 황토마루라는 언덕을 세종로 네거리에 쌓았고, 마지막으로 ‘불을 다스리는 물의 신’인 해치 한 쌍을 광화문 앞에 세웠다.숭례문인가, 남대문인가. 아직도 숭례문과 남대문 사이에서 헛갈려 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우리의 이름체계는 왜 이렇게 다양할까. 사람과 사물, 땅을 부르는 몇 개의 이름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하나로 특정 짓지 않고, 여러 개를 경쟁시켜 적자생존 하도록 한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면 이름(名)을 받고, 성년이 되면 자(字)를 가지며, 사람에 따라 살아서 호(號)와, 죽어서 시호(諡號)를 갖는 것과 같이 지명과 사물의 이름도 다분히 다중적이고 다의적이었다. 서울의 지명을 예로 들면 한성, 한성부, 한양, 경성, 황성, 수도, 경도, 한도, 왕도, 황도, 도성, 도읍, 경조, 경, 한경, 수선 등 20개에 가깝다. 한강의 이름도 경강, 용산강, 서강 등 3강이 보편적이지만 때론 5강, 8강, 12강까지 세분해 불렀다. 이 밖에 백악산과 북악산, 남산과 목멱산, 삼각산과 북한산 등등 수많은 지명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육조대로와 광화문광장의 경쟁에서는 광화문광장, 청계천과 개천 중 청계천, 종로와 운종가 중에서는 종로 쪽으로 무게가 기울었다.이와 달리 숭례문과 남대문은 애초부터 병존하는 이름이었다. 조선왕조실록 태조 5년(1396) 9월 24일에 “정남은 숭례문이니 속칭 남대문이라 하고, 동남은 광희문이니 속칭 수구문이라고 하였다…”라는 기록이 나온다. 4대문과 4소문의 경우 백성이 사용하기 쉽게 하려는 의도로 공식 명칭보다 부르기 쉬운 이름, 즉 ‘속칭’을 부여했음을 알 수 있다. 광화문이 경복궁의 정문이라면, 숭례문은 수도 한양의 관문이었다. 조선에서 가장 넓고 긴 다리 광통교를 청계천에 놓았고, 이 길을 따라 2000여칸의 시전행랑이 빽빽하게 들어선 최고의 번화가였다. 임금의 행차길이자 의전로였다. 오늘날 광화문과 숭례문을 직선으로 잇는 세종대로 변이 장대 같은 빌딩숲을 이루지만, 종로타워~롯데백화점~명동 입구~한국은행 앞~숭례문으로 이어지는 ‘오래된 조선 길’이 세월이 흘러도 서울의 생활경제 중심축이다.조선의 주작대로인 남대문로는 어쩌다 ‘경성의 길’이 되었나. 대한제국기 고종이 황궁을 경운궁(덕수궁)으로 옮긴 것이 임계점이었다. 청국과 일본의 간섭을 피해 외국공관 옆으로 가면서 청계천 이남 정동과 무교동, 소공동, 남대문로 지역이 부상한 것이다. 이는 서울의 중심이 청계천 이북 북촌과 서촌에서 청계천 이남 중촌과 남촌으로 공간이동한 것을 의미한다.이후 일제강점기 남산과 용산에 자리잡은 일제 지배기구와 거류민 주거지를 중심으로 서울의 도시구조가 재편됐다. 본정통(충무로)과 황금정(을지로)-장곡천정(소공로)-어성정(남대문로)-경성역(서울역)-원정(원효로)-영등포-인천으로 이어지는 조선 수탈경제 라인이 형성됐다. ‘경성’이 아니라 ‘게이조’였다. 경성땅의 70%가 일본인 소유였고, 상주인구 3분의1이 일본인이었다. 현재 서울의 중심구가 종로구가 아니라 중구가 된 것도 경성시대의 영향 때문이다. 종로구가 중구가 되고, 중구는 남대문구 정도의 지명을 갖는 것이 상식적이었다. 식민시기 경성은 일본식 자본주의의 산실이자 임상실험실이었다. 중세 성곽도시에서 1000만명이 사는 메트로폴리스로 팽창한 기원이기도 하다. 조선은행(한국은행)과 미쓰코시백화점(신세계백화점), 명치좌(명동예술극장), 2층 한옥상가 등 우리가 보고 있는 남대문로의 풍경은 일본을 경유한 서구 문물의 도입이라는 식민지 조선의 지층이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 ‘물난리 속 외유’ 충북도의원 조기 귀국·징계

    도의회 의장도 전화로 귀국 요청 “수해 현장 간들 짐만 될 뿐” 변명 “충청북도의원 4명과 공무원 4명의 외유성 출장 뉴스에 경악을 금할 수 없습니다. 자비로 갔어도 분개할 마당에 도민의 세금으로 1인당 500여만원의 경비를 지출하면서 베네치아 등으로 간 사실은 도의원과 공무원으로서의 자격 상실입니다. 낙선운동과 퇴진운동, 공무원 퇴출운동을 통해 충북도민들은 개·돼지가 아님을 저들에게 분명히 보여야겠습니다.” 지난 18일 충북도의회 홈페이지에 한 도민이 올린 글이다. 지난 16일 충북을 강타한 22년 만의 폭우로 도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18일 외유성 유럽 출장을 간 충북도의원들에 대해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이들 의원이 조기 귀국할 뜻을 전해 왔다. 19일 충북도의회 등에 따르면 전날 프랑스와 이탈리아로 8박 10일의 해외연수를 간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학철(충주)·박한범(옥천)·박봉순(청주 가경·강서1동), 더불어민주당 최병윤(음성) 의원 등 4명이 파리에서 한국행 비행기 표를 구하고 있다고 한다. 행문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의원은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중앙당에서 이번 연수를 좋지 않게 보고 있고, 도의회 의장도 전화로 귀국을 요청해 연수를 더 진행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구제역과 조기대선으로 해외연수가 두 번이나 연기된 상황에서 현지 관공서 등과의 약속을 또 취소하는 건 맞지 않는 데다, 출국 전 지역구 수해 상황을 둘러보고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 연수를 떠났다”며 “수해 현장에 남아 있다 한들 공무원들에게 폐나 끼치고 짐만 될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당과 민주당은 징계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날 청주시 수해 현장을 찾은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한국당 의원 3명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바로 시작하겠다”고 했다. 오제세 민주당 충북도당 위원장도 “귀국하는 대로 도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해 엄중 문책하겠다”고 했다. 시민단체들도 비판 성명을 쏟아냈다. 충북경실련은 “물난리를 겪는 도민들을 팽개치고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난 도의원들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며 “함량 미달 의원을 배출하는 정당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이현정 기자의 소리통] 어떻게들 살고 계십니까?

    [이현정 기자의 소리통] 어떻게들 살고 계십니까?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로부터 자살자 유가족 수기 심사에 참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담당 서기관은 A4 용지 500장 분량의 묵직한 원고를 건네며 “보는 데 힘이 들 거예요”라고 했다. 처음엔 단순히 양이 많아 그런 줄 알았다. “에이, 이 정도 보는 게 뭐가 힘들다고?.” 되레 서기관에게 핀잔을 주고선 후딱 끝낼 요량으로 채점표까지 만들어 놓고 첫 장을 넘겼다. 그리고 2시간 뒤 둘은 복도에서 다시 만났다. 하도 울어 눈이 벌겋게 충혈된 기자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혀를 차며 꿀물을 들고 나온 서기관. 한 사람의 일생과 죽음, 남겨진 가족의 고통이 송곳처럼 박힌 500장 원고는 도무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웠고, 온몸이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치는 듯해 다음 장을 넘기기가 두려웠다. 애초 채점이란 가당치 않은 얘기였다. 남편을 잃은 유가족은 ‘분노와 상실감, 배신감으로 힘겨운 매일매일을 맞이하며 아침에 눈을 뜨지 말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고 적었고, 또 다른 유가족은 ‘몸과 마음이 말라가 슬픔마저 얼음처럼 차가워졌다’고 했다.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슬픔에 감히 점수를 매길 수 없어 심사인단은 심사를 포기했다. 대신 의견을 모아 원고를 추렸고,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이를 모아 ‘어떻게들 살고 계십니까?’란 제목의 수기집을 냈다. 오늘과 내일이 다르지 않고, 무관심과 체념이 일상이 된 출구 없는 시대에 안녕을 묻는 책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자살률 부동의 1위,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28.7명. 이 무미건조한 숫자가 의미하는 통계적 심각성 뒤엔 매년 1만 4000명을 죽음으로 내모는 음습한 사회와 하루에도 몇 번씩 죽음과 삶을 넘나드는 유가족들의 피멍 든 가슴이 있다. 자살 시도자는 자살 사망자의 최소 40배 이상이며, 이로 인해 영향을 받는 가족이나 친구는 자살 시도자 1명당 6명이다. 자살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는 사이 우울이 도미노처럼 한국 사회에 번지고 있다. 자살예방 사업 확대가 무엇보다 시급하지만, 19일 발표되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100대 과제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자리 창출, 노인 복지 확대 등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한 정책으로 어둡고 긴 터널의 출구를 만들되 희망을 잃고 벼랑에 선 이들의 손을 당장 잡아 줄 정책이 필요한데도 말이다. 켜켜이 쌓인 삶의 퇴적층만큼 죽음의 사연은 헤아릴 수 없고, 지역마다 형태와 규모도 다르다. 이를 뭉뚱그려 천편일률적으로, 단발성으로 지원해선 자살률을 낮출 수 없다. 일본은 투자를 확대해 유형별, 지역별 맞춤형 자살예방 정책을 편 결과 자살률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아도 장기적 계획을 갖고 꾸준히 투자해 결국 생명의 존엄함을 지켜 냈다. 일본의 자살예방 예산은 3000여억원(2013년 기준), 우리 복지부의 자살예방 예산은 99억원이다. 낳는 것엔 국력을 쏟고 있지만, 지키는 것엔 인색하다. 한두 명도 아닌 수만 명이 목숨을 던진다면 이는 구조화된 죽음이다. 안녕할 수 없는 오늘, 다시 국가의 역할을 묻는다.
  • [4차 산업혁명] 액세서리부터 인공뼈·장기까지 미래 먹거리 ‘3D 프린팅’ 잡아라

    [4차 산업혁명] 액세서리부터 인공뼈·장기까지 미래 먹거리 ‘3D 프린팅’ 잡아라

    3D 프린팅 기술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적인 성장 동력 중 하나로 각광받으면서 전 세계가 시장 선점을 위해 앞다퉈 경쟁하고 있다. 한국도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으로 ‘3D 프린팅 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함으로써 3D 프린팅 기술이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첨단 기술을 요하는 대형 제조업과 의료 분야에서도 지속적 개발이 이루어져 불필요한 노동력 대체와 더불어 효율적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미국에서는 대형 3D 프린팅 기술업체인 ‘스트라타시스’와 ‘3D시스템스’가 3D 프린터의 상용화를 이끌었고 이후 메이커봇과 같은 글로벌 3D 프린터 기업이 생겨났다. 또한 3D 프린팅 기술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 중이다. 개방형 디자인을 통해 누구나 쉽게 3D 프린터를 다룰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의 경우 3D 프린팅 실무 전문가 및 인재 육성을 위해 다양한 산학연계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 중이다. 특히 정부는 마이스터고등학교에 실습용 장비를 꾸준히 보급하고 있는가 하면 국립과천과학관과 경기지방중소기업청이 각각 ‘무한상상실’, ‘셀프제작소’를 전국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언제 어디서든 3D 프린팅 기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 합정동에는 3D 프린팅 전문 민간 교육기관 ‘BH3D조형학원’(대표 김병하)이 있다. 이 학원은 업계 최초로 설립됐으며, 3D 프린터 사용 방법과 3D 소프트웨어 모델 처리 과정 등을 가르치고 있다. 서울 종로 세운상가에 자리 잡고 있는 ‘Tide Institute’의 ‘팹랩서울’(대표 황동호)은 ‘공간 비즈니스’라는 모델을 내세워 3D 프린팅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직원이 방문객들에게 기초적인 사용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에 3D 프린팅 모델을 구상하고 있는 사업자는 물론 어린이나 초등학생처럼 관련 지식이 전혀 없는 초보자도 참여해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다. 해외의 3D 프린팅 분야 소식과 자료를 전달하는 웹 사이트도 있다. 자이지스트(XYZist) 닷컴이 대표적이다. 이 홈페이지는 3D 프린팅 기술에 입문하는 사람들을 위해 3D 소프트웨어, 프린터, 스캐너, 펜 등의 제품 정보를 소개하고 사용 후기를 게재하고 있다. 3D 프린팅은 갈수록 기술력이 고도화되고 산업 현장에서 두루 활용될 것이다. 하지만 외국에 비해 제한적인 연구개발 시스템과 기술적 한계 등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3D 프린팅 시장은 점차 세분화되고 다양해지고 있다. 가정과 실생활에 응용될 수 있는 액세서리와 음식업계는 물론 자동차 및 우주항공 분야까지 선진적인 기술 도입이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최첨단 의료기술을 기반으로 치료에 쓰이는 인공 뼈나 장기, 보철물 등에도 3D 프린팅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관련 업계의 상용화를 추진하는 것은 물론 환자의 개별적 특성과 수술 부위에 따라 맞춤형으로 생산 가능한 ‘3D 프린팅 의료기기 특성에 대한 허가·심사제도 마련’ 등의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한편 3D 프린팅 의료기기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2015년 12월 세계 최초로 ‘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9월 의료 3D 프린팅 기술을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의료기기 허가·신고·심사 등에 관한 규정’을 도입했다. 이러한 규제개혁을 통해 앞으로는 제한된 허가 범위에서 벗어나 의료 분야에서의 수준 높은 3D 프린팅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노정민 대학발전연구소 인턴기자
  • ‘좀비 영화의 대부’ 조지 로메로 감독 별세

    ‘좀비 영화의 대부’ 조지 로메로 감독 별세

    ‘좀비 영화의 거장’ 조지 로메로 감독이 16일(현지시간) 폐암으로 별세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77세.대학 졸업 후 단편영화와 광고 촬영으로 생계를 꾸리던 그는 친구들과 ‘이미지 텐 프로덕션’을 설립하고 1968년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Night of the Living Dead)을 처음 연출했다. 11만 4000달러(약 1억 2900만원)를 투입해 만든 이 저예산 영화는 평론가들의 외면을 받았지만 입소문을 타며 흥행에 성공, 전 세계적으로 30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이 영화는 후대 감독들에 의해 다양하게 변주되며 좀비영화의 효시로 자리매김했다. 좀비는 느리게 움직이며 인육을 탐하고, 총으로 머리를 맞아야만 죽으며 좀비에게 물린 인간도 좀비가 된다는 규칙도 이 영화로 인해 만들어졌다. 로메로 감독은 이후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2-시체들의 새벽’(Dawn of the Dead·1978년),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3-시체들의 날’(Day of the Dead·1985년) 등 ‘시체 시리즈’ 영화를 잇달아 내놓으며 공포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로메로 감독의 별세 소식에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티븐 킹은 “당신 같은 사람은 또 없을 것”이라며 애도했으며, ‘판의 미로’ 등 판타지 영화를 연출한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상실이 엄청나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세계는 기본소득 실험 중] 실업자에게 월 560유로 공짜로…창업 유도하는 ‘복지 실험’

    [세계는 기본소득 실험 중] 실업자에게 월 560유로 공짜로…창업 유도하는 ‘복지 실험’

    기본소득은 기존 사회보장제도를 대체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모든 구성원에게 정기적으로 일정한 금액을 조건 없이 지급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대상자 선별, 심사 등이 불필요해 인공지능(AI),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인한 기술 진보로 미래에 저숙련 일자리가 사라지고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는 미래 근로환경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1월 유럽의 복지대국인 핀란드가 기본소득 실험을 시작하자 전 세계는 보편적 기본소득의 확대로 이어질지 관심 있게 지켜봤다. 핀란드의 혁신적 실험은 독일, 미국 등에서도 유사한 형태로 시도되고 있다. 한국도 경기 성남에서 전국 최초로 기본소득 개념이 적용된 청년배당제를 시도한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에서 기본소득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신문은 AI 시대 일자리 감소 등을 맞아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 중인 핀란드와 미국, 독일 등을 현지 취재하고 우리 사회에 맞는 기본소득 제도가 있을지 살펴본다.복지 천국 핀란드가 2000명의 실업자에게 2년간 월 560유로(약 72만원)의 돈을 공짜로 주겠다고 밝혔을 때 많은 국가가 핀란드의 실험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그들은 왜 ‘퍼주기’를 하기로 했을까? 6개월여가 지난 시점에서 지난달 21일 만난 마르쿠스 카네바 총리실 시니어 정책분석자문은 핀란드의 실험을 보편적 기본소득 지급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이번 실험은 단지 매우 제한적인 숫자를 상대로 한 실험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면서 “2년 뒤 전면적인 기본소득 도입으로 확대해석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기본소득을 전국적으로 확대 도입하면 해마다 100억~150억 유로(약 12조 5000억~18조 8000억원)의 복지예산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핀란드는 2016년 11월 당시 실업수당을 받은 17만 5000명 중에서 25~58세의 남녀 실업자 2000명을 무작위로 선발해 올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560유로를 지급하고 이들의 삶의 변화를 관찰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정상적인 실업수당을 받는 17만 3000명 중에서 2000명의 대조군도 선발해 비교한다. 실험에 필요한 예산 2000만 유로(약 264억원)는 전액 국민 세금으로 충당된다. 이들은 돈을 어디에 썼는지 보고하고 세금을 낼 필요는 없지만 일주일 단위로 무슨 일을 했는지는 알려 줘야 한다. 삶의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핀란드가 이런 혁신적 실험을 하기로 한 것은 중도 우파로 2015년 5월 집권한 유하 시필레 총리의 등장과 경제난이 관련이 있다. 대표기업인 노키아가 휴대전화 부문의 경쟁력 상실로 몰락하자 핀란드 경제는 2012년부터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2015년(0.3%), 지난해 1.4%로 겨우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경제는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IT 재벌 출신의 시필레 총리는 핀란드를 제2의 그리스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예산을 줄이고 사회보장비용을 절감해 지출과 부채를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즉 기본소득을 지급해 빈곤층을 없애고 복지제도 비용 절약, 고용률을 높이겠다는 것이다.기본소득 실험은 이런 밑바탕에서 출발했다. 단순한 퍼주기가 아니라 그동안의 복지비용 절감을 위해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라 아랜코 총리실 프로젝트 매니저는 “이번 실험을 복지제도 개혁을 위한 첫 번째 단계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번 프로젝트를 총리가 매우 관심 있어 한다”고 설명했다. 기본소득 실험을 설계하고 추진한 올리 캉가스는 “2년 뒤에는 이번에 포함되지 않은 저소득층과 25세 미만 청년층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실험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핀란드는 기본소득 도입으로 복지제도 통합을 노리고 있다.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춰진 핀란드는 그동안 실직했을 때 월평균 700~1000유로(약 90만~130만원)의 실업수당을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실업보험에 가입된 실직자는 실업보험기금으로부터 이전에 받던 임금의 60~70%에 해당하는 실업보험금을 근무일수 기준 최대 500일(100주)까지 받았다. 이는 노동조합에 가입했을 경우에만 해당된다. 또 실업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실업자는 사회보험공사(KELA)로부터 매월 약 700유로(세전)의 실업수당을 500일(100주) 동안 받을 수 있다. 실업보험금이나 실업수당의 수급기간이 완료된 뒤에도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은 KELA로부터 매월 약 700유로(세전)의 노동시장보조금을 무기한 받을 수 있다. 이 밖에도 각종 아동수당과 장애수당, 학업수당, 학생주거보조금 등의 명목으로 돈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이런 각종 수당은 없어지고 기본소득으로 통합돼 실업자가 받는 수령액은 대체로 줄어든다. 이 때문에 노조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사회민주당은 기본소득의 전면 도입에 부정적이다. 핀란드 정부도 기본소득 실험이 ‘퍼주기식’ 전면적 기본소득 도입이 아닌 사회보장개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마유카 트루넨 KELA 개혁국장은 “공짜로 돈을 주면 사람들이 게을러진다는 주장을 하지만 실제로 그런지에 대한 데이터가 없다”며 “기본소득 지급이 기존 사회보장제도와 조화가 가능한지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놀고먹으며 실업수당을 받는 근로자에게 기본소득 지급으로 개인 창업을 유도하고 비정규직이라도 취업하도록 근로 의욕을 고취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핀란드는 이번 실험을 통해 KELA의 관료주의와 비효율성 혁파도 목표로 하고 있다. 전국을 5개 권역으로 200개 정도의 사무실을 운영하는 KELA는 70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이 중 6000명가량이 상담 직원이다. 그렇지만 향후 AI시대를 맞아 단순 업무를 AI가 담당하도록 해 불필요한 인력을 감축해 예산 절감을 노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KELA는 2019년부터 수급자의 데이터 관리나 처리를 사람이 아닌 AI가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루넨 국장은 “사람이 하는 일을 AI가 대체하게 되면 노동환경에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그 결과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게 되지만 이번 실험은 기본소득을 지급해 일을 하지 않고 사는 방식에 대한 정보를 얻어내는 것도 목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글 사진 헬싱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치매 유발하는 삶의 27가지 시련…사별, 해고, 이혼 등

    치매 유발하는 삶의 27가지 시련…사별, 해고, 이혼 등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극심한 스트레스 사건 27가지가 밝혀졌다.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미국 알츠하이머협회 국제 콘퍼런스(AAIC·Alzheimer’s Association International Conference)에서는 극심한 스트레스가 뇌의 노화를 가속해 치매 위험을 키운다는 연구논문이 발표됐다. 미국 위스콘신대 연구진이 평균 나이 58세 성인남녀 13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 연구는 참가자들의 스트레스 경험을 설문 조사하고 기억력과 사고력을 검사해 비교 분석한 것이다. 그 결과, 부모나 형제자매, 또는 자녀가 세상을 떠나거나 배우자와 이혼하고 또는 직장에서 해고당하는 것과 같이 스트레스가 극심한 사건을 경험하면 치매를 유발하는 뇌 노화가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 참가자들은 백인 참가자들보다 스트레스 경험마다 최대 4년 더 뇌 노화가 빨랐다. 반면 모든 참가자의 평균 뇌 노화는 스트레스 경험마다 약 1.5년이었다. 또한 이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백인들보다 평균 60% 더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했는데 이들 집단에서 치매가 발생한 빈도가 더 높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문제는 치매 위험과 관련이 있는 스트레스 경험이 아동기나 청소년기부터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학교에서 유급이나 중퇴, 퇴학, 또는 정학을 당하거나 어떤 이유로 집에서 떨어진 곳에서 살게 되는 것 역시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했다. 또한 부모가 실직하거나 알코올이나 마약에 중독된 경우도 자녀의 스트레스를 유발해 치매 위험을 키웠다. 그리고 나이에 상관없이 부모가 이혼하거나 부모나 형제자매, 또는 자매가 세상을 떠나는 것은 물론 배우자의 불륜이나 친인척과 심한 갈등 역시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해 뇌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여기에 파산하거나 해고를 당하고 화제나 홍수로 집을 잃는 등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할 때도 뇌 손상이 일어날 수 있었다. 입대하거나 갑작스럽게 기초연금이나 노령연금 등을 받게 되는 경우에도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심각한 스트레스가 뇌에 염증을 유발하고 장기간에 걸쳐 뇌를 점점 더 취약하게 만들어 치매와 같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스트레스가 극심한 사건으로 우울증이 생기는 것도 치매 위험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미국 알츠하이머협회(Alzheimer’s Association)의 수석 연구원 마리아 카릴로 박사는 이번 스트레스 사건 27가지에 덧붙여 어렸을 때 전학을 가거나 주택 구매로 어려움을 겪는 것과 같은 경험 역시 뇌 손상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신적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트레스가 극심한 사건은 평생에 걸쳐 일어나며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이 충격과 스트레스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치매와 뇌 건강은 단지 중년이나 노년의 문제가 아니라 인생 과정의 문제로 생각돼야 한다. 이는 현재 나이가 많건, 적건 지금 다시 한번 뇌 건강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임을 뜻한다. 다음은 이번 콘퍼런스에서 공개된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극심한 스트레스 사건 27가지를 나열한 것. ▼ 어릴 때나 10대 시절에 겪을 수 있는 스트레스 사건*학교에서 유급 *집에서 멀리 떨어져 지냄 *부모의 실직 *부모의 알코올 중독 *부모의 약물 남용 *학교에서 중퇴 *학교에서 퇴학 또는 정학 ▼ 언제든지 겪을 수 있는 스트레스 사건*대학에서 중퇴 *직장에서 해고 *장기간 실직 *부모의 사망 *부모의 이혼 *배우자의 불륜 *친인척과의 문제 *형제자매의 사망 *자녀의 사망 *자녀의 심각한 사고 *화재 또는 홍수로 주택 상실 *신체적 폭행 *성폭행 *심각한 법적 문제 *징역형 *파산 선고 *재정 또는 재산 손실*연금 수혜자 편입 *입대 *참전 사진=ⓒ pathdoc / Fotoli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월드피플+] 두 아들 잃은 엄마, 2년 만에 아들 쌍둥이 출산

    [월드피플+] 두 아들 잃은 엄마, 2년 만에 아들 쌍둥이 출산

    지난 2년 동안 상실감과 슬픔, 희망이 반복돼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시간을 보내야 했던 부부에게 기쁜 소식이 생겼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 미러 등 외신은 사고로 두 아들을 잃은 사우스 캐롤라이나 출신의 부부 젠트리와 해들리 에딩스(28)에게 쌍둥이 아들이 찾아왔다고 보도했다. 2015년 5월 에딩스 부부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고, 아들 돕스(2)의 생명이 스러져가는 모습을 눈 앞에서 지켜봐야했다. 그 때 당시 해들리는 임신 8개월째였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병원으로 급히 실려간 뒤, 아직 뱃속에 있던 아들 리드를 제왕절개로 분만했다. 하지만 비극적이게도 이틀 만에 아들은 숨을 거뒀다. 그 사고가 있은지 2년이 훌쩍 지난 10일 에딩스는 건강한 아들 쌍둥이를 출산했다. 부부는 “만난 적도 없는 죽은 두 형의 이름을 따와서 쌍둥이들의 가운데 이름을 ‘이사야 돕스, 아모스 리드’라고 지었다. 우리가 큰 슬픔에 직면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운을 차릴 수 있었던 건 다 쌍둥이 덕분이다”고 기쁨을 표현했다. 이어 “우리에게 벌어진 상황은 전혀 재미있지 않았다. 좌절감과 상실감을 줬고 매우 화가 났다. 그러나 신은 계획이 있으셨던 것 같다. 정말 힘들 때 큰 축복과도 같은 선물을 주셨다”며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한편 에딩스 커플의 친구 중 한 명은 사고가 일어난 뒤 부부를 위로하고자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고 펀드미 페이지’를 만들었다. 근 2년에 걸쳐 20만 달러(약 2억2700만원)가 모인 상태다. 에딩스는 남편과 함께 봉사하는 ‘미션 오프 홉 하이티’(Mission of Hope Haiti) 단체에 자선 기금 모두를 기부할 생각이다. 사진=미러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In&Out] 미·중 전략적 경쟁과 북한의 ICBM 도발/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In&Out] 미·중 전략적 경쟁과 북한의 ICBM 도발/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하면서 이전 대북 정책을 포괄적으로 검토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폐기되고 제재 강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한다는 점이 골자인 ‘최대 압박과 관여’ 정책이 수립됐다. 제재와 대화를 병행한다고 하지만 미국의 목표는 제재 강화가 우선이다. 문제는 역내 안정을 우선시하는 중국이 이를 반대한다는 점이다. 중국과의 마찰을 피함과 동시에 중국과의 협력을 중요시하는 미국은 중국의 현상유지 선호에 지금까지 인내해왔다. 하지만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계기로 미국의 대중(對中) 정책은 강경해지고 현상유지보다는 변화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계속되는 핵과 미사일 도발은 미국이 주 대상이지만 암묵적으로 중국에 대한 도발이기도 하다. 미국에 대한 북핵 위협이 가시화되면 사드와 같은 미사일 방어체제가 동북아에 구축될 것이라는 점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사드 배치는 새로운 상황 전개가 아니라 예전 경고가 비로소 현실화된 것뿐이다. 그럼에도 중국이 대북 압박에 소극적인 것은 북한이라는 전략적 함정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중 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몰고 갈 수 없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회피한다. 북한 정권이 붕괴하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완전히 상실할 수 있다는 깊은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다. 이런 전략적 딜레마로 북한의 도발에 대한 중국의 자세는 항상 소극적이다. 미국도 전략적 딜레마를 갖고 있다. 미국은 무역, 금융, 및 군사적 측면에서 중국에 대해 많은 수단을 갖고 있지만 북한을 제재하기 위해 중국을 압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현재 북·중 무역의 규모는 연 60억 달러 수준이다. 연 대외무역 규모가 4조 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반나절 무역 거래량 정도밖에는 되지 않는다. 미국의 경제적 보복이 두려웠다면 중국은 애당초 미국과 협력해 북핵 문제를 해결했을 것이다. 미국의 전략적 딜레마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딜레마가 해소되기 전까지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기보다는 강하게 반발할 것이라는 점에 기인한다. 두 강대국 각각의 전략적 딜레마 때문에 북핵 해결은 정체됐다. 미국과 중국 간의 ‘폭탄 돌리기’는 시작됐다. 미국은 중국에 북한을 압박하라고 요구하고 중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은 미국과 북한 간의 문제라고 애써 축소한다. 이 큰 틀 안에서 한국의 대북정책은 부침을 거듭하고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트럼프의 공격적인 대북 정책은 북한의 핵 위협만큼이나 동북아 정세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현재 북·중 무역에 간여하는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중국을 압박하지만 이보다 더 강력한 제재 도구는 금융제재, 핵전력의 대대적 강화 및 재배치, 그리고 대만 독립이다. 미국의 금융제재는 글로벌 규모의 중국 금융기관을 목표로 할 것이고 전술핵을 서울 이남에 위치한 오산 기지에 배치해 무력시위를 극대화할 수 있다. 미·중 관계에 있어서 대만 독립은 북핵에 버금가는 폭발적인 사안이다. 동북아 정세가 이 정도 상황에 도달하게 되면 미·중 관계와 한·중 관계는 실질적으로 파탄할 것이다. 미국이 현재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해 느끼는 위기감은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미국도 북핵 위협에 있어서만큼은 대동단결하는 모습이다. 미국은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 변화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이에 대비해야 한다.
  • “각자도생 사회·개인구원 종교는 일란성 쌍둥이”

    “각자도생 사회·개인구원 종교는 일란성 쌍둥이”

    신자들이 교회 출석과 미사 참석을 꺼리고 절을 등진다. ‘탈종교의 시대’다. 일반의 종교 거부와 기피도 갈수록 심해진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은 전체 국민의 절반을 넘는 56.1%나 된다. 10년 전보다 무려 9%가 늘어났다. 흔히 탈종교의 원인을 사회 변화 탓으로 돌린다. 하지만 외부보다는 종교 자체와 종교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지난 12~13일 서울 종로구 구기동 금선사 해행당에서 레페스포럼 주최로 열린 토론회는 그 종교인의 문제를 파고들었다. 불교, 개신교계의 전문 연구가 12명이 1박 2일 끝장 토론을 벌여 ‘종교 썰물’ 시대 속 종교인의 자세와 역할을 따져 물어 흥미로웠다.●“행복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해야” 탈종교의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이도흠 한양대 교수(국문·불교학)는 여섯 개의 키워드를 끄집어냈다. 탈근대적 문화현상과 과학 발달로 인한 신에 대한 절대적 믿음의 회의, 시장논리의 종교 침투와 종교 상품화, 시민사회단체의 부상, 종교인에 대한 신뢰 상실, 종교의 사사화(私事化). 주류 종교계는 대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대다수가 퇴행적이거나 종교의 본질을 망각하고 있다고 이 교수는 꼬집었다. 근본주의의 심화와 영성종교화, 명상·치유·수련회 등 종교 의례와 수행의 대중화에 치우쳤다는 것이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고통과 행복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자기를 낮추며 상대방을 내 안에 들여 섬길 때 종교의 큰 가치인 존재의 생명성에 다가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김용표 동국대 불교학부 명예교수는 잘못된 종교교육을 파고들었다. 김 교수는 지배층을 위한 종교 이데올로기의 도구화나 미신적 윤리와 비과학적 사고, 비판적 사고를 약화시키는 종교교육은 종교적이지도, 교육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종교 상업화, 특정인 우상화, 현세 기복화, 종교 권력화 같은 비종교적 현상의 심각성에 대한 교단적 차원의 겸허한 자기비판과, 이런 현상을 자초한 종교교육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비해 정경일 새길기독사회문화원장은 ‘탈종교화’가 아닌 ‘탈사회화’가 문제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사회의 부재는 구조적 위기일 뿐 아니라 정신적, 영적 위기”라며 각자도생을 원리로 하는 사회와 개인구원을 목표로 삼는 종교는 일란성 쌍둥이라고 규정했다. 그 둘은 인간 경험의 사사화를 사회적, 종교적으로 극단화해 공동체를 파괴하는 만큼 탈종교 시대에 종교가 세상의 사랑을 받는 길은 오직 하나, 이 시대의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찬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는 “종교와 종교 아닌 것의 경계를 실선으로 나누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거들었다. “탈종교 시대는 실선 내부에 대한 외부의 저항”이라는 이 교수는 “그 저항이 거세지면서 종교는 타의에 의해 경계를 점선화해 가는 중”이라며 “불교와 기독교의 경계도 점선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종교 화합 이루려는 노력 필요” 한편 박연주 일본 난잔대 종교문화연구소 교수(일본 불교학)는 불교와 일본 고유의 신도(가미신앙)가 밀착된 신불습합(神佛習合)을 예로 들어 원융사상의 실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박 교수는 “근대 들어 정책적 강제에 의해 분리되긴 했지만 일본에서 오랫동안 불교와 토착 가미신앙이 조화로운 공존 관계를 이룰 수 있었던 건 서로의 신성 안에서 같은 것을 보고 화합을 이루려는 노력 때문”이라면서 “그 공존은 우리 종교 현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공학계열 탄탄·장학제도 든든… 특성화고 학생들 몰립니다”

    “공학계열 탄탄·장학제도 든든… 특성화고 학생들 몰립니다”

    “특성화고 학생 대부분이 졸업과 동시에 취업하지만, 진학에 대한 희망의 끈도 놓지는 않는 사례가 많습니다. 3년의 재직 과정이 있어야 진학할 수 있는 4년제 일반대학과 달리 취업하고 바로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사이버대에 더 많은 학생이 몰리고 있습니다.”한양사이버대가 특성화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13일 개최한 ‘고교생 꿈공장 캠프’에서 만난 류태수 한양사이버대 부총장은 “올해 20개 사이버대에 진학한 특성화고 학생들을 분석해 보니, 6명 가운데 1명이 한양사이버대를 찾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성화고 출신 학생들이 한양사이버대를 가장 많이 찾는 데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는 1939년 ‘기술보국’(技術保國)을 기치로 설립됐습니다. 실사구시 정신에 입각해 사회와 시대가 원하는 인재를 길러냈고, 한양사이버대의 교육 이념에도 그대로 계승됐습니다. 이런 까닭에 한양사이버대는 어느 사이버대보다 공학계열이 탄탄합니다. 특성화고 학생들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지만, 더 알리고 싶어 고교생 꿈공장 캠프를 열고 있습니다.” 한양사이버대 공학계열은 ▲컴퓨터·정보보호공학부(컴퓨터공학과, 해킹보안학과) ▲전기전자통신공학부 ▲기계자동차공학부 ▲디지털건축도시공학과의 5개 학과·학부로 구성됐다. 지난해 기계자동차공학부, 전기전자통신공학부를 신설했고, 올해에는 융합학문으로 건축공학과 도시공학 그리고 정보기술이 접목된 디지털건축도시공학과를 사이버대 최초로 신설했다. 온라인상에서 공학계열 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까. 류 부총장은 이와 관련, “한양사이버대는 가상실습실을 구축해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실습을 할 수 있고, 일부 학과에서는 시뮬레이터를 통해 직접 조작하고 결과까지 낸다”고 설명했다. 야간, 주말에 이어지는 각종 오프라인 실습 수업과 특강은 혹시라도 부족한 온라인 수업을 보강한다. 탄탄한 수업과 함께 각종 장학금 혜택도 눈여겨보는 게 좋다고 류 부총장은 덧붙였다. 한양사이버대는 특성화고 졸업 7년 미만 학생이 입학하면 고교진학장려장학으로 수업료의 20%를 1년간 장학금으로 준다. 취업한 직장인이 들어오면 직장인장학으로 1년 동안 20% 수업료 감면 혜택을 받는다. 특히 한양사이버대 협약을 체결한 위탁기업에 재직 중인 학생이라면 졸업 때까지 50%를 장학금으로 받는다. “사이버대 재학생도 정부의 국가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소득층 학생이라면 전액 장학금을 받으면서 학위를 취득할 수 있습니다. 한양사이버대는 특성화고 출신 학생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을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박상기 “공수처 설치로 檢 개혁… 국정원 댓글 수사 필요”

    박상기 “공수처 설치로 檢 개혁… 국정원 댓글 수사 필요”

    朴후보 “검·경 수사권 조정 필요… 우병우 수사 철저하지 않았다… ‘정치 검사’ 인사에 반영할 것” 아파트 편법 증여 의혹 제기에 “독일 가면서 부친 명의로 한 것” 박상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13일 검찰개혁과 관련,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으로 견제와 균형을 통한 국민의 검찰상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시급한 검찰개혁 과제로는 ‘법무부의 탈(脫)검찰화’를 꼽았다.박 후보자는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포획되지 않는 외부자의 시각으로 검찰개혁을 하겠다”고 말했다. 공수처 설치와 관련해서는 “한국적 현실에서 고려되는 고육지책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고강도 인적 쇄신을 예고하며 “부부장부터 차장검사까지 인사에 검찰개혁의 성패가 달려 있다”며 “세습되는 식의 인사는 끊겠다”고 강조했다. 적폐 청산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수사 과정에서 공정성을 상실했거나 정치적 편향성을 보였다면 인사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는 “지금 단계에서 필요하고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최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과거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의 수사와 관련해 윗선의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자세히 보고받지는 못했으나 그 부분도 면밀히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채 전 총장에 대한 사퇴 종용, 기획 낙마 등의 의혹과 관련한 진상조사 의사를 묻는 질의에는 “조치가 필요하다면 그런 방향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철저하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철저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세월호 사건에 대한 재수사 여지가 있으면 할 것인가”라고 묻자 박 후보자는 “새로운 단서가 나타나면 검찰에서 마땅히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고 답했다. 사형제에 대해서는 “궁극적으로 폐지될 제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 복무에 대해서는 “도입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문회에서는 박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박 후보자가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아파트를 부친으로부터 편법 증여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후보자의 모친이 분양받은 아파트를 팔아 4억 4000만원의 양도차익을 얻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이에 박 후보자는 “제가 산 집이었는데 독일로 떠나게 돼 부친 명의로 하고 떠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모친이 부동산 투기를 위해 (아파트를) 구입한 적은 없다”고 했다. 앞서 여야는 자료제출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 때문에 오전 10시에 시작된 청문회는 한 시간 만에 정회됐다가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속개되는 등 파행을 빚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수출물량 감소 자동차업계 초긴장

    전자·정보통신업계는 ‘무덤덤’ 미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공식화하자 주된 타깃이 될 자동차와 철강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수출 물량이 감소하는 등 사정이 좋지 않은 자동차 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완성차 회사부터 부품업체까지 한·미 FTA 발효 덕에 무관세로 수출하는 혜택을 누렸는데, 자칫 이런 이점을 상실할 판이 됐기 때문이다. 1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154억 9000만 달러로 한국의 미국차 수입액(16억 8000만 달러)의 9배에 달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전체 생산물량의 각각 7%와 11%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김태년 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한국 자동차업계만 FTA의 수혜를 누리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은 매우 왜곡된 것”이라면서 “한·미 FTA 이후 한국차의 대미 수출은 연평균 12.4% 느는 데 그쳤지만 미국차의 한국 수출은 연평균 37.1% 증가했다는 사실을 미국 측이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반발 속에 대응책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미 미국 정부가 우리 업계를 대상으로 반덤핑관세부터 상계관세까지 줄줄이 부과한 상황인데 FTA까지 손보겠다면 뭘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트럼프 정부는 우리 철강업체가 생산하는 강판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선재까지 반덤핑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지난 3월에는 포스코 후판에 11.7%의 반덤핑관세와 상계관세를, 4월에는 현대제철과 넥스틸의 유정용 강관에 각각 13.8%, 24.9%의 반덤핑관세를 매겼다. 이에 비하면 전자와 정보통신(IT) 업계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다. 수출 효자 종목으로 꼽히는 반도체와 스마트폰은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전 세계 무역 장벽이 철폐된 상황이어서 한·미 FTA가 개정되더라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TV, 냉장고 등 생활가전 역시 대부분 미국이나 멕시코 등의 현지공장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FTA가 아닌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적용을 받는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中 노벨상 수상자 류샤오보 사망

    中 노벨상 수상자 류샤오보 사망

    중국의 인권운동가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61)가 13일 중국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류샤오보의 사망을 계기로 중국의 인권 상황을 둘러싼 국제사회와 중국의 갈등은 더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 사법국은 병원에서 간암 치료를 받아온 류샤오보가 13일 다발성 장기기능 상실로 숨졌다고 밝혔다. 그를 치료해온 선양 소재 중국의대 부속 제1병원은 “12일 오후부터 호흡 곤란을 겪었으며 신장, 간 기능이 떨어지고 혈전이 생겨 고통스러워하더니 숨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5월 교도소 정기 건강검진에서 간암 말기 진단을 받고 8년 만에 가석방돼 병원에서 한달 넘게 치료를 받았다. 최근 신장과 간 기능이 급격히 떨어져 패혈성 쇼크와 복부 감염, 다발성 장기 부전이 나타나는 등 병세가 위중해졌다. 류샤오보는 서방에서 마지막을 보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중국 정부는 허락하지 않았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檢 소환 조사 황영철 의원, 보좌관 월급 2억여원 유용 혐의

    檢 소환 조사 황영철 의원, 보좌관 월급 2억여원 유용 혐의

    황영철 바른정당 의원이 보좌진들의 월급 2억여원을 받아 개인 용도로 쓴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 것으로 13일 전해졌다.황 의원은 지난 12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15시간에 가까운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지난 7일 황 의원의 지역구 후원회 사무소 간부 김모씨를 재판에 넘겼다. 사무소 직원 월급 일부를 반납받아 운영비로 사용한 혐의다. 검찰은 이 과정에 황 의원도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2012년부터 약 2억여원을 임의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특히 황 의원이 돌려받은 돈 일부를 여행경비 등 사적 용도로 쓴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일단 황 의원 추가 소환은 없다는 입장이다.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그의 신병처리 방향을 검토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황 의원 사건이 바른정당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회의원은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이른바 ‘미니 정당’인 바른정당은 현재 국회에서 20석을 확보하고 있다. 교섭단체 최소인원(20명)을 겨우 유지하는 상태로, 여기서 한 석이라도 더 줄어들면 교섭단체 지위를 잃게 된다. 다만 황 의원이 기소되더라도 최종 판결까지는 지루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보좌진 월급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기소된 이군현 당시 새누리당 의원 사건도 여전히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법조계에서는 이 의원과 황 의원 사건을 유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황 의원은 “김씨가 후원회 운영을 위해서 업무 추진비 형태로 일부 월급을 돌려받은 것 같다”며 김씨의 단독 범행을 주장했다. 황 의원은 당시에는 이 사실을 몰랐고 자신에게 들어온 돈도 없다고 해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리뷰>전쟁이 지나간 뒤 찾아온 거짓말과 죄책감···영화 ‘프란츠’

    <리뷰>전쟁이 지나간 뒤 찾아온 거짓말과 죄책감···영화 ‘프란츠’

    프랑소아 오종의 신작 영화 ‘프란츠’는 전쟁이 끝난 뒤 남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감독인 오종이 독일 출신 에른스트 루비치의 고전 ‘내가 죽인 남자’(1932)를 리메이크 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제1차 세계대전 후, 독일의 작은 마을. 안나는 전쟁터에서 숨진 약혼자 프란츠를 잊지 못한다. 마을의 아버지들은 술집에 모여 “프랑스인이 내 아들을 죽였다”며 분노를 토로한다. 이곳에 한 프랑스 남자가 찾아온다. 바로 아드리앵이다. 안나는 프란츠의 묘지에서 눈물을 흘리는 프랑스 남자를 궁금해한다. 그는 왜 독일의 후미진 마을까지 왔을까. 프란츠를 닮은 아드리앵을 보며, 안나와 프란츠의 가족들은 상처를 치유한다. 또 프란츠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총을 쥐어준 우리의 잘못도 있다”며 “프랑스의 아들들도 죽었다”고 말한다. 딱 여기까지 오종은 원작의 줄거리를 따라간다. 그러나 ‘프란츠’ 속 아드리앵은 돌연 프랑스로 떠나고, 안나는 그를 쫓아 프랑스로 향한다. 오종은 “‘내가 죽인 남자’가 비밀을 간직한 프랑스 남자가 느끼는 죄책감에 중점을 뒀다면 나는 반대로 상실감을 가진 독일 여자와 그녀에게 찾아온 거짓말, 그리고 그녀의 흔들리는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파격적인 소재를 고급스럽게 연출해 온 오종은 이 작품을 통해 클래식 멜로 드라마에 처음 도전했다. 영화는 흑백과 파스텔톤 컬러로 100여년 전을 되살린다. 오종은 “플래쉬백 기법을 사용할 때나, 거짓말을 하는 순간 또는 행복한 순간의 장면에 색감을 입혔다. 흑백 장면으로 역사적 아픔을 애도했다”고 밝혔다. 독일의 신예 배우 폴라 비어는 섬세한 표정으로 흔들리는 안나를 보여준다. 비어는 이 영화로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아드리앵은 ‘이브 생 로랑’(2014)의 타이틀롤로 얼굴을 알린 프랑스 배우 피에르 니네이가 맡았다. 니네이는 “이 영화는 내게 모험이자 도전이었다. 아드리앵이 되기 위해 바이올린과 왈츠, 독일어까지 배웠다”고 말했다. 20일 개봉. 12세 관람가.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최윤희 전 합참의장, ‘방산비리’ 항소심서 무죄

    최윤희 전 합참의장, ‘방산비리’ 항소심서 무죄

    최윤희(64) 전 합참의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최 전 의장은 아들을 통해 무기중개상으로부터 2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었다. 검찰은 항소심 선고를 수긍할 수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조영철)는 13일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최 전 의장에게 징역 1년 및 벌금 4000만원, 추징금 500만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돈을 건넨 혐의로 함께 기소된 무기중개업체 S사 함모 대표와 함씨의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정모 전 국방과학연구소장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 함씨는 징역 2년 및 추징금 1500만원, 정 전 소장은 징역 3년 및 벌금 6000만원, 추징금 7200여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재판부는 최 전 의장이 해군참모총장으로 재직하던 2012년 해상작전 헬기 와일드캣(AW-159) 시험평가 보고서 중 일부가 허위로 작성된 부분이 있다고 봤다. 다만 이 과정에 최 전 의장이 개입하거나 알고도 묵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최 전 의장이 와일드캣 도입 사업을 중개했던 함씨와 유착 관계를 맺고 부하에게 “문제없이 시험평가 서류를 통과시키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판단했지만, 1·2심 모두 이 부분을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실물평가를 거치지 않고 평가 항목에 ‘충족’ 또는 ‘적합’으로 기재했다고 해서 허위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구매 단계였던 점을 고려하면 완성된 무기가 존재한다는 전제에서 평가한 것이 아니고, 실물평가를 못 했다는 이유만으로 ‘미달’이나 ‘부적합’으로 기재해야 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1심이 유죄로 본 뇌물수수 혐의도 항소심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 전 의장 아들이 함씨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점을 인정했지만, 최 전 의장이 이를 미리 알았다거나 청탁의 대가였다고 보기엔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아들이 받은 돈이 사업 투자금이었다고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 전 의장 아들은 사업비 명목으로 2억원가량을 함씨로부터 지원받기로 약속하고 2014년 9월 2000만원을 받았다. 정 전 소장도 아들을 통해 뇌물을 수수한 혐의가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으나 항소심에서 판단이 달라졌다. 아들이 돈을 받은 사실을 몰랐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피고인이 분명 잘못 처신한 부분이 있고 부끄럽게 생각해야 하지만, 범죄로 인정할 증거는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판결에 수긍할 수 없다며 대법원의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1심 재판부가 오랜 재판 끝에 유죄 선고한 사안에 대해서 별다른 사정 변경 없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전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아들이 금품을 받았고 수수 전후 함씨가 합참의장 공관을 방문한 사실을 재판부가 인정하면서도 무죄를 선고한 것은 합리적인 근거를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에이리언’ 시리즈와 그로테스크한(?) 인간상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에이리언’ 시리즈와 그로테스크한(?) 인간상

    오싹한 영화나 소설을 읽는다고 더위가 가시랴마는 그래도 습기에 옷이 몸에 척척 감기는 여름엔 역시 납량물이 최고다. 올해 5월 개봉한 ‘에이리언-커버넌트’는 여름에 딱 맞는 SF 스릴러다. 흉악한 외계생물과 인간의 혈투를 다룬 ‘에이리언’은 1979년 리들리 스콧 감독이 처음 만들었다. 이후 1986년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에이리언2’를 만들고 이어 1992년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에이리언3’, 1997년 장피에르 죄네 감독이 4편을 만들었다.‘스콧 감독은 2012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프리퀄 ‘프로메테우스’로 다시 에이리언 시리즈에 복귀했다. 그러곤 5년 만에 내놓은 후속작이 ‘에이리언-커버넌트’였다. 이로써 시리즈는 지금까지 총 6편이 나왔다. 에이리언 시리즈는 SF영화의 흐름을 바꾼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속편들은 전편에 구애받지 않고 편마다 독특한 스타일과 영상미로 관객의 눈을 호사시켰다.스콧 감독은 각본을 읽고 매우 끌렸지만 영화 속 ‘우주괴물’을 어떻게 그릴지 고민이었다. 스위스의 초현실주의 화가 H R 기거의 화집 ‘네크로노미콘’(1977)을 보면서 ‘바로 이 괴물이야’라고 무릎을 쳤고 화집 속 이미지를 영상으로 고스란히 옮겼다. 미술가들의 상상력은 많은 이에게 영감을 준다. 현대미술 감상은 혁신과 변화가 필요한 세상에서 새로운 것, 낯선 것, 나와 다른 것을 대할 때 놀라지 않는 넉넉한 태도와 침착함을 길러 주기도 한다.기거의 작품이 한국에 알려진 것은 1970년대 초반이다. 그는 매우 익숙하게 붓이 아닌 에어브러시를 사용해 금속성의 인체를 매우 섹시하게 그렸다. 또 장기나 성기를 연상시키는 것들을 회색 조로 ‘그로테스크’하게 그려 당시 플레이보이나 펜트하우스 같은 잡지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그저 삽화로만 대하기에는 아쉬운 초현실적인 기이함과 편집광적인 정밀함이 있다. 시대를 풍미했던 하이퍼리얼리즘이나 포토리얼리즘과 맥을 같이했지만 너무나 독특한 나머지 주류 세력들로부터 외면당했다. 어려서부터 초현실주의자였던 장 콕토와 달리에 심취했던 그는 건축과 산업디자인을 공부했다. 1966년쯤부터 음험한 느낌의 초기작을 완성해 나가며 화가, 조각가, 일러스트레이터, 괴물(크리처)·세트 디자이너로 일했다. 이후 그는 초현실적이고 음울한 환상, 불안하고 왜곡된 형체, 그리고 인체와 기계가 묘하게 결합되어 있는 그림을 그렸다. 무명 시절 그의 재능을 알아본 화가 달리가 영화 ‘성스러운 피’의 조도롭스키 감독에게 소개해 영화계와 인연을 맺고 1979년 에이리언에 참여하면서 일약 유명 화가 반열에 들었다. 기거는 그 후 인간의 생체를 뜻하는 ‘바이오’와 사실적이고 정밀한 기계를 뜻하는 ‘메카노이드’가 결합된 엽기적인 ‘바이오 메카노이드’를 완성한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외눈박이 괴물 사투르누스나 르네상스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그림에 나오는 괴물, 19세기 말 미국 공상소설가 H P 러브크래프트의 단편 괴물 이야기들로 꾸며진 크툴루 신화는 그의 기괴스러운 작품 탄생에 영감을 줬다. 또 시각적으로는 영국의 윌리엄 블레이크나 스위스의 화가 아르놀트 뵈클린 그리고 폴란드의 즈지스와프 벡신스키와 맥이 통한다. 기거는 늘 악몽을 꾸었다. 이런 경험은 예술적으로 그로테스크한 형태로 나타났다. 그의 그림은 충격적이고 불합리한 이미지의 조합으로 사람들을 놀라움, 불편함, 매혹, 공포 등으로 이끈다. 빅토르 위고는 그로테스크를 새로운 예술의 방법론으로 채택해 세계가 이성적이고 질서정연한 것이 아닌 혼돈 즉 ‘모순의 결합’이라며, 이를 제대로 표현하려면 선과 악, 비천과 고귀를 하나로 묶어 양면을 드러내 보여야 한다고 했다. 그로테스크한 그림은 현실계 너머의 세계이다. 특히 초현실주의 화가들에게 좋은 소재가 되었는데 1970년대 후반 등장한 극사실주의 즉 하이퍼리얼리즘 화가들은 이를 즐겼다. 현실 같지만 현실이 아닌 허구의 세계, 즉 만들어진 상상의 세계를 보여 주는 데 적격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붓을 대신하는 에어브러시의 등장은 사진만큼이나 미술사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작가의 개성을 중시하던 모더니즘적 태도를 버리고 사진처럼 또는 사진보다 더 정교하며 객관적으로 세상을 표현하고자 하는 포토리얼리즘이 등장했다. 이를 슈퍼리얼리즘, 래디컬리얼리즘이라고도 하는데 팝아트처럼 흔하고 일상적인 소재를 다루지만 표현하는 방식은 좀더 극단적으로 객관적이며 즉물적이다. 돋보기나 현미경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얼굴의 피부 조직이나 땀구멍까지 극명하게 그려내 관객들을 질리게 하거나 충격을 준다. 또 사진은 렌즈의 왜곡현상 때문에 화면의 주변이 휘거나 흐릿해지는데 이를 인위적으로 수정해서 눈으로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보여 준다. 하이퍼리얼리즘의 정교한 현실 묘사는 역설적으로 현실을 해석하고 이를 표현할 적절한 방법을 상실한 현대미술의 무기력함을 보여 준다. 하지만 ‘손의 복권’을 통한 ‘그림’의 본질적 의미를 일깨웠으며 구상과 추상, 리얼리즘과 반리얼리즘의 구별은 언제나 상대적이며 역사적이라는 사실을 환기시켰다는 점은 중요하다. 여기에 그림의 예술적 목표는 대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제아무리 사실적인 그림도 결국은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진실을 드러내 그림의 허구성을 부각시킨 점은 역설적이다. 아무튼 상상을 초월하는 기거의 그림 한 장에서 비롯된 영화 ‘에이리언’은 문화가 됐다. 수많은 덕후(?)들이 오늘도 여기에 몰입해 그들 나름대로 스토리를 입혀 새로운 에이리언들을 만드는 등 이른바 ‘원소스 멀티유저’의 모범이라 할 수 있다. 징그러움의 궁극인 제노모프 즉 에이리언은 소름끼치게 기괴한 생명체이지만 “가장 무서운 것은 인간에 가까운 것이다”라는 기거의 말처럼 그 바탕은 인간의 모습에 두고 있다. 인간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진정 인간일까. 문득 으스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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