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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 문화읽기](하)순수예술

    올해 문학에서는 판타지가 강세를 유지하면서 80년대생 작가들의 활동이 두드러질 것 같다. 미술에서는 추상의 퇴조와 구상의 부각이, 공연에서는 ‘창작 원천기술’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될 전망이다. 서울신문이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2006년 문화 트렌드 순수예술편을 소개한다. ■ 공연-’창작 원천기술’ 선점 경쟁 치열 ‘창작 원천기술을 찾아라’. 올해 공연계를 관통할 화두다.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매체에 활용하는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 use)’현상이 본격화되면서 이른바 ‘창작 원천기술’을 선점하려는 경쟁 또한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최근 소극장 창작뮤지컬에서 두각을 나타낸 30대 전후의 젊은 창작자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의 장유정, 추민주를 비롯해 성재준, 원미솔, 박새봄 등 젊은 피에 쏠리는 관심이 뜨겁다. 유학파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활황을 맞았던 영화계와 마찬가지로 공연계에도 지난해부터 유학생들이 현장에 투입되면서 창작의 기반을 닦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연극과 영화, 뮤지컬과 영화의 장르간 교류 움직임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공연기획사 악어컴퍼니와 영화제작사 싸이더스의 합병은 단적인 예다. 현재 진행 중인 영화 ‘은행나무침대’와 ‘싱글즈’의 뮤지컬 제작은 시너지 효과를 노린 새로운 시도다. 연극 ‘이’와 영화 ‘왕의 남자’가 동반 상승하고,‘영화 ‘올드보이’가 연극으로 만들어지고, 영화감독 김상진이 연극을 연출하는 현상은 이제 더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뮤지컬의 급성장은 누구도 꺾지 못할 대세. 당장 이달에만 ‘노트르담 드 파리’‘프로듀서스’‘지킬 앤드 하이드’ 등 대작 3편이 경쟁을 벌이고, 이어 ‘십계’‘미스 사이공’‘맘마미아’ 등이 줄줄이 무대에 오른다. 일본의 뮤지컬 전문 극단 시키가 올 하반기 롯데월드와 손잡고 한국에 진출할 것인지의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반면 연극은 창작극보다 번역극이 우세를 점하는 가운데 한 작품을 장기적으로 공연하는 레퍼토리 전용관이 상설화될 전망이다. 순수 정극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현실을 감안, 소극장 뮤지컬 레퍼토리를 한두개 보유하면서 정극을 같이 올리거나 연극에 뮤지컬적인 요소를 결합한 관객 지향형 작품들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움말 주신 분들 ▲김종헌((주)쇼틱 대표) ▲남기웅(모아엔터테인먼트 대표) ▲송한샘(쇼노트 이사) ▲원종원(뮤지컬평론가) ▲오현실(공연기획사 이다 대표)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문학-힘실린 환상코드…문단은 세대교체올 문학계는 여전히 환상코드가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멀티미디어적 상상력이 문학 상상력을 압도하면서 해리포터 시리즈 같은 환상적인 경향의 소설이 강세다. 또한 전통시의 문법과는 전혀 다른 ‘환상시’가 대중적 인기를 예고하고 있다.‘여장 남자 시코쿠’로 주목받은 황병승의 시 같은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결합된 팩션(faction)이 올해도 유행할 것이란 전망이다. 역사적 영웅을 다룬 2005년의 팩션과 달리,2006년의 팩션은 황우석 사태의 영향을 받아 개인의 숨기고 싶은 비밀을 역사에 기대어 말하는 고발성 내지 폭로성 팩션이 하나의 흐름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문단 일각에서는 90년대 문학이 끝났다고 진단하는 이들도 있다. 그것은 올해 김애란, 한유주 등 80년대산(産) 젊은 작가들의 활동이 두드러지리란 지적과 맥을 같이 한다. 사회현실에 대한 부채의식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글쓰기를 자랑하는 이들은 사회문제를 다루더라도 이전의 작가들과는 접근법이 사뭇 다르다. 우선 죄의식을 지닌 어두운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는다. 또 하나의 흐름은 내면의 성찰에 빠져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던 작가들이 ‘타자’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는 조짐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윤대녕, 은희경, 신경숙 등의 올 활동은 새삼 주목된다. 강영숙 등의 예에서 보듯 옌볜 조선족이나 탈북자, 외국인노동자 등의 소재도 보다 활발히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인터넷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설문법의 파괴, 가볍고 찰나적인 주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표현 등이 본격문학을 잠식하면서 마치 영화 같은 분위기의 작품들이 인기를 몰아가고 있다. 복고주의 경향도 뚜렷하다. 개인적인 향수 내지 사회적 향수를 다루는 작품들이 등장할 것이다. 외국 소설은 어떤 경향을 보일까. 지난해에는 ‘연금술사’‘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등 리바이벌 소설이 붐을 이뤘는데, 이런 경향은 올해 한층 심화될 듯하다. 문학 외적인 상황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 문단은 월드컵의 열기로 독자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면서 상반기부터 침체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문학작품들 또한 왜소해질 것이다. ●도움말 주신 분들 ▲문흥술(문학평론가·서울여대 교수) ▲정끝별(시인·명지대 교수) ▲심상대(소설가) ▲김형중(문학평론가 )▲정은숙(시인)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미술-순수한 추상·설치 퇴조 소프트 리얼리즘 뜬다‘추상미술 퇴보, 리얼리즘 부활’‘복고적 민화, 현대적 산수화 부각’ 미술계에선 난해한 추상보다는 구상, 설치미술보다는 회화쪽이 강세를 띨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전통 산수화와 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직 우리 관람객들의 작품에 대한 눈높이가 형상성이 있는 작품에 머물러 있는데다 화랑에서도 팔리는 작품 위주로 전시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마치 현대미술의 대표인양 전성기를 구가하던 설치미술이 퇴보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추세를 뒷받침한다. 요즘 미술계에선 ‘그 많던 설치 미술가들은 어디에 갔나.’란 말이 나돌 정도로 설치미술전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따라 순수한 추상보다는 형상성을 가지면서 소프트한 추상이 들어간 작품이 각광받을 것 같다. 꽃그림으로 유명한 김종학을 비롯, 이왈종, 김병종, 김홍주와 같은 이들의 작품이 인기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김환기의 구상이 실린 추상, 장욱진·이중섭의 작품류도 이같은 흐름을 타고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반면 작고 작가들 가운데 높이 평가받았던 김기창, 장우성 같은 이들의 그림값은 갈수록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함께 산수화나 문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그리고 현대적 기법의 민화도 높은 관심을 받을 전망이다. 나무를 다듬어 그 위에 전통적 소재를 그리는 김덕용, 꽃·인삼 등 잡다한 것들을 컬러풀한 민화로 표현하는 김은진 등이 대표적이다. 전통 산수화에 홀로그램 처리를 하는 신예 김현지도 눈에 띄는 작가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디지털 감각으로 무장한 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가벼운 일상에 예술성을 부여한 작품들도 주목의 대상이다. 또 구상회화의 복귀와 맞물려 다양한 국토 현장과 자연, 환경을 주제로 한 작품도 늘어날 것 같다. 서양화가 강요배·임옥상, 한국화가 김선두·김호석·문봉선·이호신 등이 대표주자다. 미술관, 박물관의 대형 블록버스터 전시도 늘어날 것이다. 국·공립 미술관 관장에 대한 평가 척도로 ‘흥행’ 실적이 중시되고 있기 때문. 하지만 관객몰이식 전시는 우리 미술 발전에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미술인들이 많다. ●도움말 주신 분들 ▲최선호(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서양화가) ▲석철주(추계예술대 교수·한국화가) ▲이호신(한국화가)▲김춘옥(한국전업미술가협회 이사장) ▲이태호(명지대 교수·미술평론가)▲최열(가나미술연구소 기획실장·미술평론가)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女子 송윤아, 배우로 거듭나다

    女子 송윤아, 배우로 거듭나다

    “몸을 많이 사린 탓에 연기폭을 확장시킬 수 있는 굵직한 작품들을 놓쳐왔어요. 이 작품을 끝내면 새로운 나를 경험하고 싶다고 막연히 기대했는데, 실현될 듯해요.” 다음 작품은? “억척이거나 엄청 쿨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 송윤아는? 배우다, 여자다, 배우다, 여자다, 배우다, 아니…. # 송윤아는 ‘여자’였다 송윤아(33)는 그 자신, 이 도돌이표의 마침표를 “여자다.”란 지점에서 찍는다.“데뷔한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사람들은 아직도 ‘배우’라기보다는 ‘송윤아란 여자’로 나를 기억한다.”며 자신의 정체성을 변(辯)한다.“무슨무슨 작품으로서가 아니라 이러이러한 여자로 얘기되는 배우란 사실이 나의 최고 장점이자 최대 단점”이라는 그다. 이번엔 멜로의 주인공이 됐다.26일 개봉하는 ‘사랑을 놓치다’(제작 시네마서비스·감독 추창민)는 공포영화 ‘페이스’(2004년) 이후 햇수로는 2년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도발과는 거리가 멀다. 사랑하는 남자의 주변만 맴돌다 어긋나기만 하는 안타까운 사랑이야기. 누구나 청춘기에 한두 번쯤은 앓아봤을 일상성으로 가득한 연애담에서 그는 또 한번 익숙한 그 송윤아이기로 했다. “평생 연기하며 살 텐데 뭐든 자연스러울 수 있는 걸 하자 싶었다.”는 그는 “한방 가슴을 치는 극적 장치가 없어 답답하다는 시사회 평도 인터넷에 올라오는 걸 봤다. 그러나 그게 매력”이라 운을 뗐다. 무심한 척하지만 몇년새 많이 달라져 있었다. 기실 “어느 작품보다 치열하게 찍었다.”고 했다. 왁자한 배경장치 없이 일상성으로만 승부 거는 어쩌면 좀 “심심한 영화”(상대역인 설경구의 표현)에서 마침내 연기력을 검증받고 싶었던 것이다. 극중 역할은, 대학 때부터 짝사랑한 남자 우재(설경구)를 10년 뒤에 다시 만나서도 계속 엇갈리는 사랑만 하는 여자 연수. 청바지 입은 대학생에서부터 혼자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이혼녀, 시골의 홀엄마(이휘향)에게도 잔정을 쏟는 사려깊은 딸. 이 모두를 떠안은 캐릭터에 순도를 더하느라 메이크업을 전혀 하지 않은 장면도 많았다.“리얼리티를 위해 로션만 바른 적이 많았죠. 그런 게 힘든 게 아니라 절제된 감정연기를 해달라는 감독님의 주문이 힘들었어요. 사랑을 떠나보내는 장면(특히 후반부 옥상신)에서도 눈물을 보이지 말라는 주문이었으니까.” “아직도 내 연기를 보고 있으면 짜증이 난다.”는 그는 “‘더 잘할 걸’보다는 ‘뭔가 덜 했어야 할 걸’하는 생각을 요즘엔 많이 한다.”고 했다. 넘치지 않고 자연스러운 것이 영화의 힘이 된다는 걸 알 듯해서이다. # 송윤아는 ‘배우’일 것이다 꼼꼼한 감독 스타일을 따라가느라 멜로물치고는 촬영이 길었다.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꼬박 다섯달.“‘광복절 특사’로 만난 경구 오빠와는 더할 수 없이 편했다.”는 그에게 현실의 사랑에게도 벙어리 냉가슴 앓느냐고 슬쩍 떠봤다.“아이쿠, 끔찍하죠. 그렇게 번번이 사랑을 놓쳐서야 되겠어요?” 박속처럼 고르게 하얀 치아를 드러내는 웃음이 시원했다. 그는 “이 영화가 진짜 연기자로서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자신있어했다.“늘 한발짝 늦게 왔던 것처럼(자신을 ‘뭐든 늦게 이루는 사람’이라 표현했다.) 이젠 꼭 있어야 할 배우가 돼야 하겠다.”는 짧은 말에도 여운은 깊었다. ‘사랑을 놓치다’는 송윤아에게 반동(反動)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몸을 많이 사린 탓에 연기폭을 확장시킬 수 있는 굵직한 작품들을 놓쳐왔어요. 이 작품을 끝내면 새로운 나를 경험하고 싶다고 막연히 기대했는데, 실현될 듯해요.” 깜짝 놀랄 캐릭터들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다음 작품은? “억척이거나 엄청 쿨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했다. 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씨줄날줄] 占과 성형/진경호 논설위원

    노무현 대통령 탄핵 움직임으로 정치권이 들끓던 2004년 3월 초. 국회 민주당 조순형 대표의 불꺼진 사무실에서 황태연 당 국가전략연구소장이 점통을 흔들었다. 정치철학을 전공한 교수이자, 김대중 대통령의 정책자문역을 맡았던 그는 허리춤에 늘 점통을 차고 다닐 정도로 역술에 능했다. 잠시 뒤 그가 뽑아든 점괘엔 노 대통령이 중도에 자리에서 물러날 운세가 나왔다. 결국 국회의 탄핵이 성공한다는 것이다. 황 소장은 탄핵의 법적, 정치적 당위성과 함께 중도하차로 끝날 노 대통령의 운세를 몇몇 출입기자들에게 귀띔하기도 했다. 이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탄핵 추진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그는 탄핵소추안을 직접 작성했다. 결국 탄핵안은 소수이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극렬한 저항 속에 3월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새삼 탄핵의 뒷얘기를 꺼내든 것은 야당이 점괘를 믿고 대통령 탄핵을 추진했다고 주장하려는 게 아니다.5월14일 헌법재판소에 의해 기각되기는 했으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법적, 정치적으로 나름의 탄핵 논거를 지니고 있었다. 다만 점술이라는 것이 법과 이성이 지배해야 할 국회의 한복판에까지 들어와 있는 것이 우리 정치의 또 다른 현실임은 분명하다 하겠다.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 점술과 성형수술 붐이 일고 있다고 한다. 광역단체장에 도전할 한 여당 중진은 “기가 샌다.”는 역술가 말에 회관 사무실 문을 항상 닫아둔다 하고, 야당의 모 의원은 전국의 용하다는 점쟁이를 섭렵했다고 한다.1970∼80년대를 풍미한 자강 이석영, 도계 박재완, 제산 박재현 등 명리학의 빅3가 사라지고,90년대 수십명에 이르렀던 ‘백운학’‘백운산’도 상당수 자취를 감췄다지만 지금도 ‘○○아지매’‘○○거사’ 등등 몇몇 역술인들이 정치인 고객들로 성업 중이라고 한다. 성형수술도 이에 못지않은 모양이다. 쌍꺼풀 수술에 주름제거, 모발이식은 기본이고, 심지어 코나 턱을 손보는 인사들도 있다고 한다. 수험생, 취업지망생 사이에 유행하는 관상성형 붐에 정치인들까지 가세한 것이다. 외모에 자신감이 생기면 인생도 바뀐다니 탓할 일만도 아닐지 모른다. 첨단과학 시대에 정치와 점술, 관상, 성형이 하나로 이어지는 현상이 그저 흥미로울 뿐이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51)끝. 새날의 희망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51)끝. 새날의 희망

    ‘정감록’ 연재도 막바지라 맺음말이 없을 수 없다. 지난 한 해 동안 나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한국의 예언문화를 다각도로 다루려 노력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화제는 조선후기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바로 그 시기에 ‘정감록’이 등장했고, 그것이 한동안 정치 및 종교운동의 모태가 되었다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조선후기엔 이른바 ‘정감록’ 사건이 참 많기도 했다. 그런데 ‘정감록’은 과연 무슨 사상을 담고 있단 말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때가 많다. 아무리 ‘정감록’을 읽어봐도 어떤 체계라든가 사상성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설사 ‘정감록’에 예고된 정진인(鄭眞人)의 세상이 된다 해도, 그것은 또 하나의 왕조일 뿐 세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잘 알 수 없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신약성서’의 ‘요한계시록’ 은 예수의 재림이 가져다 줄 인류역사의 완성을 예언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 ‘정감록’은 기껏해야 왕조교체를 논하는 수준이란 평가다. 그렇게만 볼 일이 아니다.‘정감록’이란 텍스트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다.‘정감록’을 읽는 나의 방법은 적혀 있는 글자만 읽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문화적인 맥락에 비추어 읽는 방식이다. 텍스트의 안과 바깥을 부지런히 오가며 ‘정감록’을 읽는 것이다. 그러면 수수께끼가 풀린다. ●정감록, 지배이데올로기에 맞선 대항이데올로기 ‘정감록’은 조선시대의 지배이데올로기인 ‘성리학’에 맞서 평민 지식인들이 준비한 대항 이데올로기였다. 이 점은 19세기 후반에 등장하기 시작한 여러 신종교의 가르침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동학·증산교 및 원불교는 하나같이 곧 밝아올 새 세상을 노래했다. 그들이 선포한 새날은 ‘정감록’이 민중에게 약속한 새 나라였다. 그것은 역사상 존재했던 여러 왕조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다른 새 하늘, 새 땅이었다. 새 날의 모습은 성리학자들이 추구해온 목가적 이상세계와는 달랐다. 그것은 ‘정감록’으로 빚은 대항 이데올로기의 핵심이었다. 연재 가운데 이미 검토된 사실이지만 동학과 같은 새 종교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17세기 이후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런 운동은 ‘정감록’을 매개로 평민 지식인들이 주도했다. 신종교 운동은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면서 나름대로 조직적 경험과 이론을 확립해갔다. 마침내 19세기 후반에는 동학이란 교단으로 화려하게 부활해 민중에게 널리 지지를 받았다. 최제우의 동학은 ‘정감록’운동의 터전 위에서 창립된 것으로,‘정감록’없이는 동학도 존재할 수 없다는 말이 옳다. 나중에 동학의 교명을 천도교로 바꾼 손병희 같은 지도자도 ‘정감록’을 무척 중시했다. ●오만년 대운, 전환기의 괴질 동학을 비롯한 여러 신종교에서는 조선왕조가 망하고 나면 새 세상이 열린다고 보았다. 바로 ‘정감록’에 예언된 정진인의 나라다. 그때가 되면 문자 그대로 과거에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롭고 복된 사회가 건설된다고 한다. 이를 두고 오만년대운(五萬年大運)이 새로 시작된다고 표현했다. 동학의 경전 ‘용담유사’에는 ‘오만년’이라는 표현이 여러 번 등장한다.‘용담가’에 “한울님 하신말씀 개벽 후 오만 년에 네가 또한 첨이로다.”라는 대목이 있다. 세상이 열린 지 오만 년 만에 최제우가 큰 가르침을 열었다는 말이다. 최제우는 인류역사상 최초로 이상적인 종교를 창립했다며,“무극대도 닦아내니 오만년지 운수로다. 만세일지 장부로서 좋을시고”라고 했다. 불교와 유교는 이미 낡은 것이 되었고, 이제는 인류 최상의 가르침인 동학을 통해 새 세상을 건설할 때라는 것이다. 최제우는 동학의 유행을 천운(天運)이라 했다. 그러면서 보통사람들은 근심걱정 없이 이러한 시운에 따라 최제우가 가르치는 대로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 했다. 최제우에 앞서 세상이 바뀔 거란 점을 누누이 강조한 것은 ‘정감록’이었다. 그 유행에 힘입어 사람들은 최제우의 주장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정감록’엔 새 세상이 밝아올 때 여러 가지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고 예언돼 있다. 전쟁과 질병과 굶주림이 그것이다. 최제우는 ‘정감록’ 예언을 대폭 수용해 과도기의 징후를 ‘몽중노소문답가’에서 이렇게 정리한다.“십이제국 괴질운수 다시개벽 아닐는가.” 여기서 말하는 십이제국이란 문자 그대로 열두 나라가 아니라 온 세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봐야 한다. 온 세상이 정체불명의 질병으로 시달리게 된다는 이야기다. 다른 곳에서 그는 ‘삼년괴질’이니 ‘연년괴질’과 같은 말을 한다. 요컨대 여러 해 동안 인류가 조류독감이나 에이즈와 같은 질병으로 시달린 다음에 “개벽”이 완성된다고 보았다. 이것은 마치 성경에서 말세에 큰 환란을 겪은 뒤 예수가 재림한다는 식이다. 조선 후기엔 천주교가 수용되어 종말론이 널리 전파되었다.‘정감록’에 기록된 환란도 그와 관계가 있어 보인다. 최제우의 동학 역시 마찬가지다. 동학은 이름부터 천주교(서학)에 반대한다는 점을 명백히 하고 있지만, 그 주장이 꼭 대립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동학을 계승한 증산교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증산교의 창립자 강일순은 한국에 출생하기 전에 로마 교황청 꼭대기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고 했다. 그는 서양신부 마테오리치를 중국으로 파견한 장본인이라고도 했다. 이런 증산교도 전환기에 찾아올 환란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강일순의 생각은 동양적이었다. 그는 이른바 괴질의 원인을 과거의 모든 악업(惡業)과 신명들의 원한과 보복이 쌓인 것이라 했다. 악업과 신명을 강조한 점에서 그의 생각은 다분히 불교적이다. 강일순은 괴질의 발생을 사계절과 비교한다. 봄과 여름에는 큰 병이 없다가 봄여름의 죄업에 대한 인과응보가 가을에 접어드는 환절기에 병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말세에는 이런 식으로 큰 병이 세상을 휩쓸게 되는데, 한국에서 최초 발병자가 나오며 병을 치료할 구원의 도(道) 역시 한국에서 일어난다 했다. 괴질은 전라북도 군산과 순창에서 발생해 49일 동안 전국을 휩쓸고는 외국으로 건너가 3년 동안 전 세계를 휩쓴다. 이것이 강일순의 예언이다. 그는 한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간주했는데 이런 사고방식은 ‘정감록’에서도 확인된다. 동학의 최제우 역시 오만년 대운을 열 새 가르침을 받았다고 말함으로써, 한국을 세상의 중심으로 여겼다. 19세기 한국은 내우외란이 겹쳐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종교적인 면에서도 외래종교인 천주교가 들어와 전통사상이 도전에 직면했다. 이런 판국이라 ‘정감록’을 비롯한 각종 예언은 더욱 인기를 끌었고, 마침내 말세의 환란과 새 세상에 대한 기대가 꽃을 피웠다. 동학과 증산교의 등장이 바로 그 보기다. ●새 세상은 미륵세상 최제우의 글에는 새 세상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강일순의 경우는 달라 다가올 세상을 비교적 자세히 예고했다. 언제나 발뒤꿈치를 땅에 붙이고 살기 마련인 사람들도 하늘에 올라갈 수 있게 된다 했다. 새 세상은 밤도 낮처럼 환해지며, 들에는 백가지 곡식이 풍성하고 만 가지 과일이 다 굵고 커, 음식이 풍성하게 된다. 아름다운 옷도 무척 흔해진다. 강일순이 꿈꾼 새날은 의식이 풍족하고 교통이 편리하게 되며 어둠이 사라진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선 거짓이 사라지고 온갖 차별도 없어지며 수명이 늘어난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은 강일순의 예언이 적중했다고 말한다. 이제 비행기를 타고 얼마든지 하늘을 날게 되었고, 전깃불로 밤을 밝히게 되었다. 또한 대형 할인마트에는 국산과 외국산을 막론하고 음식과 과일 그리고 의복이 넘친다. 헐벗고 굶주리던 옛 모습은 자취를 감췄다. 인권이 잘 보장되며 평균수명도 많이 늘었다. 그런데 알고 보면 강일순이 예고한 새 세상은 불교에서 말하는 미륵세상이다.‘미륵하생경’에 비슷한 모습이 더욱 자세하게 그려져 있다. 새 세상이 되면 거리마다 번화하기 짝이 없고, 밤마다 향수가 가랑비처럼 내린다 했다. 길바닥은 거울처럼 맑고 깨끗하고 평탄하며, 식량이 풍족해 인구도 번창한다. 보배가 무수하고 감미로운 과일나무, 향기로운 풀과 나무도 무성하다. 기후는 늘 온화하고 화창하며, 계절의 변화가 순조롭고 사람들은 착하고 고운 말만 서로 주고받는다. 대소변을 볼 때면 땅이 저절로 열렸다 닫혀 아무런 냄새도 안 난다. 인간의 수명도 늘어나 보통 8만 4000세까지 살게 된다. 이것이 지금 도솔천에서 수행 중인 미륵이 세상에 내려와 건설할 새 세상의 모습이다. 물질이 지극히 풍족하고, 평화로우며, 아름답고, 누구나 심신에 고통을 받지 않고 오래 사는 이상향이다. 불교신자라면 누구나 이런 세상에 다시 태어나기를 염원하는 것이 당연하다. 불교는 오랫동안 한국의 국교였다. 삼국시대, 통일신라시대 및 고려시대까지 늘 그랬다. 상하를 불문하고 모두 불교를 믿었다. 조선시대에야 사정이 달라졌다. 유교를 국시(國是)로 삼아 불교를 업신여기는 풍조가 유행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불교적 세계관에 익숙했다.19세기에 강일순이 미래의 이상향을 언급하면서 미륵세상을 사실상 그대로 옮긴 것도 우연이 아니다. 미륵세상은 한국사람 누구나가 지향한 이상향이었다. 그 점을 감안하면 조선후기 신종교운동을 펼친 평민지식인들이 이상세계를 구체적으로 논하지 않은 것도 납득이 된다.‘정감록’에 미래사회의 모습이 나오지 않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그 때는 누구나 미륵세상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정감록’이든 또는 동학의 경전이든 이상향에 관해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던 시절이다. 조선시대 민중이 궁금했던 것은 이상향의 모습이 아니라 과연 언제 새날이 밝느냐는 문제였다.‘정감록’이 선포한 새 세상은 미륵세상이란 것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미륵이 얼마나 중시됐는가는 전국각지에 미륵신앙이 퍼져 있다는 사실에 나타난다. 일제시대 함경도 함흥에서 수집된 무가(巫歌)를 보면, 미륵은 인간을 창조한 조물주로 인식될 정도였다. 바로 그 “미륵님 세월에는 섬(石)으로 말(斗)로 밥을 배불리 많이 먹고 인간 세월이 태평하였다.” 과거 미륵세상이 태평했다는 대목은 앞으로 다가올 미륵세상이 그러리란 기대를 역으로 투사한 것이다. ●정감록은 후천세계로 귀결 다가올 미륵세상을 신종교에서는 후천(後天)이란 용어로 표현한다. 인류의 역사를 양분해 지난 세상은 선천(先天), 다가올 세상은 후천으로 설명한다. 선천은 각종 모순이 쌓여 불합리하고 상극이 되어 충돌하던 어두운 세상, 후천은 상생의 논리가 지배하는 밝은 세상으로 본다. 원불교 교조 박중빈은 이미 선천과 후천이 교대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 후천세계는 평화롭고 평등한 문명 세상이다. 그것은 온갖 종류의 차별과 대립이 사라진 지상낙원인데, 한국이 중심적 위치를 차지한다.‘정감록’이 기약했던 정진인의 나라는 결국 후천세계로 귀결되었다. ■ 정감록과 임진왜란 ‘정감록’이 등장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임진왜란이었다. 선조25년(1592)에 일어난 왜란의 여파는 무척 컸다. 전쟁이 끝나고 얼마 안 돼 전쟁에 관한 예언이 수집되었다. 일종의 사후 약방문인 셈인데, 그것은 뒷날 ‘정감록’에 녹아들었다. ‘조선금석총람’ 하편을 보면 세조5년(1459) 원각(圓覺)이란 승려가 81세를 일기로 입적하며 앞날을 예언했다. 자기가 죽고 130여년이 지난 뒤 고래 같은 도적(왜적)이 쳐들어와 나라가 의지할 곳을 잃게 된다고 했다. 그 때가 되면 산과 냇물에 시체가 쌓이고 피가 천리를 적시는데 서쪽(중국) 병사들이 와서 구원하리라 했다. 임진왜란 발생과 경과를 대강 맞춘 셈.‘산과 냇물에 시체가 쌓인다.’는 식의 표현은 ‘정감록’에도 보인다. 원각은 참혹한 전쟁에도 불구하고 나라가 망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늘의 신들이 도와주기 때문이란 것이었다. 그는 향불을 태우며 무릎꿇고 관세음보살의 주문을 외우면 화를 입지 않게 되며 오래 살 수 있다고 하였다. 당시 유행한 예언서에 “적은 부산에서 일어나 부산에서 그친다.”라고 돼 있었다 한다. 임진왜란은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경상도 부산포에서 시작돼 어찌보면 거리가 매우 먼 평안도 부산에서 끝난다는 이야기였다. 보통은 잘 모르고 있지만 평양 서쪽 30리에 부산 고개라는 곳이 있다. 그 왼쪽 언덕에는 사람 모양의 석상이 있는데 언제 누가 무슨 일로 세웠는지는 알 수 없다 한다. 임진년(1592년) 봄, 석상이 피를 흘려 이웃한 부산 고개까지 흘러 내렸다. 전쟁이 일어날 징조였다. 전라도 광양에선 돌에 적힌 예언서가 발견되었다. 쇠무덤(鐵叢)이라 알려진 곳에서 출토된 예언서에는 이상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동쪽으로 시오리 되는 곳에 황금총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발견하면 만 배 이익이 될 것인데 그리 되면 아들은 능지기가 되고 노비가 능 주인이 되어 상하가 뒤집힌다. 승려가 승려노릇을 그만 두고 선비가 붓과 먹을 버리게 되며, 베 짜는 여인이 베틀을 버리고 농부가 쟁기를 버린다.” 상하의 질서가 무너지고 사람들이 본업에 충실하지 않는 괴상한 일이 일어난다는 예언이었다. 비슷한 표현이 ‘정감록’에도 있다. “임진년에는 나라가 셋으로 갈라졌다가 계사년에 다시 평정되리라. 말해 또는 양해에 다시 태평하여질 것이다. 두류산에 들어가 난을 피하는 것이 제일이다. 호서는 조금 편안하고, 한양에 도읍하면 마땅히 팔백년을 갈 것이다. 당나라 병사가 임진강을 건너면 국운이 2백년은 더 하리라.” 이 대목은 ‘정감록’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삼국으로 갈라졌다 하나로 통일된다는 것, 말해와 양해가 대길하다고 예언한 것은 모두 ‘정감록’에 수용되었다. 이런 점을 보더라도 한 번 나온 예언은 어떤 식으론가 계승되게 마련인 것을 알 수 있다. 선조 때 명신인 이항복에 관한 이야기도 전한다. 왜란이 일어나기 한 해 전 겨울날이었다. 이항복이 퇴궐해 막 집에 도착하자 청지기가 뛰어 나와 어느 괴상한 남자가 뵙자고 야단이라 하였다. 그 사나이는 헤진 갓에 다 떨어진 신발을 신고 있었다. 더러운 누더기를 몸에 걸쳤고 좁은 바지 자락은 정강이까지 돌돌 말아 올렸는데 얼굴은 큰 돌 같았고 키가 무척 컸다. 붉은 입을 괴물처럼 열고 한참 동안 무슨 말인가를 늘어놓은 뒤 갑자기 사라졌다. 이웃집에 살던 이덕형이 이를 목격하고 사정을 캐물었다. 이항복은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기를, 그 사나이는 자칭 백악산의 야차(범어의 yaksa, 두억시니)라고 하는데 장차 내년에 큰 난리가 터질 텐데 아무도 걱정하는 사람이 없어 이렇게 내게 알려주러 왔다고 하더라고 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야차는 10세기 초 철원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토성 신을 연상케 한다. 그는 고려태조의 등극을 알리는 ‘고경참’을 시장에 내다 판 것으로 돼 있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가족수만큼 행복하죠”

    제 자식도 제대로 건사하기 힘들다는 장애아를 무려 36명이나 입양한 부부가 있다.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에 사는 짐 실콕(43)과 앤 벨리스(42) 부부의 삶은 하루하루가 고단하지만 행복하다. 실콕은 중증 장애인이다. 믿기지 않는 이들 부부의 훈훈한 사연을 성탄절인 25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전했다. 먹고 입고 자는 일이 늘 도전의 연속. 근처 주택으로 분가시킨 8명과 지난해 합병증으로 숨진 아이를 빼도 27명이 매일 벗어내는 빨랫감이 마흔 통이다. 먹는 데만 1주일에 1000달러(약 100만원)가 든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2층집은 방이 9개, 화장실이 5개다. 애완 동물도 개, 햄스터 등 수십마리다. 냉장고에는 아이들 학교 스케줄과 담임교사 이름, 교실번호가 빼곡히 붙어 있고 외출할 때는 6대의 차로 나눠 탄다. 가족사진을 찍을 때 줄곧 4열로 9명씩 서서 실콕은 아직도 ‘36명’으로 착각한다. 벨리스는 빈자리에 새 아이를 곧 입양할 것이라고 늘 상기시켜 줘야만 한다. 장애도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것들. 뇌성마비와 이분척추·근위축증·자폐·발달장애·외상성 정신질환 등이며 몇몇은 휠체어에 의존한다.4살에서 27살까지다. 러시아·에스토니아·루마니아·카자흐스탄 등에서 왔다. 이들 부부의 행복한 고행은 벨리스의 남다른 ‘고아 소년 사랑’에서 출발했다.8살 때 찰스 디킨스 원작의 영화 ‘올리버’를 보고 “고아 소년들을 돌보며 살겠다.”고 결심했다. 마침내 1998년 인터넷 채팅방에서 실콕을 만나 그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실콕은 1987년 다이빙을 하다 목을 다쳐 사지를 거의 쓰지 못하지만 벨리스를 돕고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부부가 다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 부부의 월급에 연방정부 보조금 1만 9500달러와 이웃들의 기부금이 보태져 14명의 보조원을 고용했다. 실콕은 장애인들을 위한 부동산 찾아주기 사업을 하고 있으며 벨리스는 1주일에 30시간을 국제기독교입양센터에서 일한다. 배우로 활동하는 아이들을 뒷바라지하는 것도 부부의 몫이다.5명은 영화배우 조합에 가입했으며 TV에 출연한 경우도 있다. 때로는 ‘장애인들이 모여 산다.’며 싫어하거나, 지나친 언론의 관심에 항의하는 이웃도 있지만 부부는 입양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벨리스는 “시행착오를 겪지만 나는 야구단을 운영하는 게 아니다.”면서 “아이들은 모두 개성이 있는 존재”라고 말했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환자진료비 전액부담 축소

    내년부터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환자가 진료비를 전액 부담하는 이른바 ‘100/100’ 항목이 대폭 줄어든다. 보건복지부는 21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100/100 항목 1060개 가운데 659개를 건강보험 급여지급 항목으로 전환, 진료비 지원을 해주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보장성 강화에 1400억원의 재원이 투입된다. 이번에 포함되는 항목은 전기 자극에 의한 충격파를 통해 담도결석을 부수는 담도경하 전기수력충격쇄석술과 턱뼈 골절 고정용 합판 및 나사, 요실금 치료용 인공테이프 등이다. 이에 앞서 복지부는 지난 8월 483개의 100/100 항목을 보험급여 지급항목으로 전환했었다. 복지부는 또 뇌혈관·심장질환 환자가 관상동맥을 확장하기 위해 스탠트나 풍선 등이 사용되는 중재적 시술이나 내시경 치료를 받을 경우 입원기간 30일 이내의 총 진료비 가운데 10%만 내도록 했다. 이 같은 조치로 연간 4만 3000여명에 이르는 환자의 진료비 부담액이 30∼50% 정도 줄어드는 혜택을 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복지부는 내년부터 장기이식 환자의 부담 경감과 장기이식 수술 활성화를 위해 간과 심장·폐·췌장 등 4개 장기 이식수술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본인부담금 산정 특례 희귀난치질환을 확대,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과 에번스 증후군, 비타민D 저항성 구루병, 진행성 핵상성 안근마비 등 9종의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해서도 외래 진료시 본인 부담률이 20%가 되도록 할 방침이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대학별 어떤 주제 잘 나오나

    논술가이드라인 발표로 정시 논술고사도 영어지문 배제 등 다소의 변화가 예상된다. 수험생들은 지원하는 대학의 기출문제를 꼼꼼히 살피면서 공통된 주제나 제재 등을 확실히 파악하고, 예시문항이나 출제경향도 숙지해야 한다. ▲경희대 ‘문명에 대한 이해와 인류의 미래(2005)’‘환경 문제와 근본생태주의(2003)’ 등과 같이 시의성 있는 주제로, 사회 현상에 대한 관심과 비판의식을 토대로 논지를 전개하도록 요구한다. 시사 이슈에 관심을 갖고 연관된 인문·철학적인 가치와 개념 등을 익혀야 한다. ▲고려대 수험생 스스로 각각의 제시문을 이해해 공통 주제를 찾고 제시문 간의 연관 관계를 분석한 뒤 공통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도록 하고 있다.‘큰 것과 작은 것의 관계(2005)’‘사실과 인식(2004)’‘앎의 문제(2003)’ 등 주로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와 관련된 철학적인 주제들을 출제. 제시문은 현대 고전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서강대 ‘개인의 실존과 대중의 익명성(2005)’‘인간 자유의 구현과 책임성(2004)’‘노동(2003)’‘쾌락(2002)’ 등 주로 윤리적이고 철학적인 주제에 대해 수험생의 가치관을 묻는 문제들이 출제돼 왔다. 공통된 주제에 관한 다양한 견해의 제시문을 보여주면서, 그 주제에 관한 수험생들의 견해를 서술하도록 한다. ▲서울대 시사적인 주제를 벗어나 ‘사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2005)’과 같이 학문적 분석과 지적인 고찰을 요구하는 본질적인 문제를 주제로 삼는 경향이 강하다. 제시문의 길이와 답안의 분량(2500자)이 길고 고사 시간도 180분이기 때문에 시간 안배와 분량 조절이 필요하다. 제시문에는 한자가 혼용된다. ▲성균관대 4개 정도의 제시문으로 ‘크로스오버 현상과 문화 발전의 관계(2005)’‘인간의 전체성과 진화의 관계(2004)’ 등과 같은 논제를 선택해 문항을 세분화하고 다양한 요구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도표, 그림, 그래프 등이 수년간 제시문으로 출제돼 자료해석 능력이 중요하다. ▲연세대 일상생활 속에서 무심코 지나가기 쉬운 문제들을 제재로 한다.‘세월이 흘러감과 욕망의 관계(2005)’‘웃음의 사회적 기능(2004)’‘이미지에 대한 인식 차이(2003)’ 등 제시문에 나타나는 관점의 차이나 인물들과의 관계, 행동의 의미를 분석해 논제를 파악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성경, 고전, 인문서, 그림 등 다양한 형태의 제시문이 특징이다. ▲이화여대 ‘비일상성이나 비현실성이 지니는 기능(2005)’‘소문과 타인의 시선이 개인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2003)’ 등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성찰이나 사회구조의 심층적인 측면을 탐색하는 문제를 선호한다. 직간접적으로 체험했거나 매스미디어를 통해 접했음 직한 사회의 쟁점과 관련된 문제들을 통해 통찰력·사고력을 요구하는 전통적 논술형이다. ▲중앙대 올해부터 인문계열에 한해 정시 논술고사를 부활한다. 자료를 제시해 주되 고등학교 교육과정 수준에 맞춘 인문·사회과학 주제의 일반 논술 형태이다. ▲한국외대 시사적인 주제보다는 윤리·철학적인 주제를 선호한다. 다양한 교과 영역이 혼합된 제시문을 여러 개 주고, 각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논지를 전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화와 관련된 쟁점이 자주 출제된다. ▲한양대 자연계는 수학·과학의 교과 지식을 활용하여 타당성 있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인문계열은 수험생 스스로 문제를 찾아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게 하는 논술 유형이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도움말 유웨이중앙교육, 종로학원평가연구실
  • [기고] “보편적 접근권 법제화 지상파편향은 탈피를”

    보편적 시청권은 스포츠에 한정된 것은 아니고, 시청자들이 국민적 관심사를 무료 혹은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처음 입법화되었던 영국에서는 여왕의 대관식, 황태자의 결혼식, 이탈리아에서는 산레모 가요제 같은 국민적 이벤트를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개 보편적 접근권이 법제화된 곳은 유럽과 같은 공영방송 중심제도와 스포츠가 국민적 일상화가 된 곳이다. 반대로 미국과 일본 같은 시장중심의 방송제도에서는 보편적 시청권이 방송사업자의 표현의 자유와 자연스러운 시장거래를 막는다는 측면에서 법제화되지 않았거나 위헌판결을 받았다. 우리와 같이 지상파독과점 상황에서는 보편적 시청권이 어젠다로 부각될 필요가 없었다. 손봉숙 의원이 발의한 주요 내용은 (1)국민적 관심사인 체육경기에 대해 무료인 지상파가 우선적인 중계권을 가지고 (2)국민적 관심사를 정하기 위해 방송위원회에 보편적 시청권 보장위원회를 두고 (3)지상파가 비인기종목도 편성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박형준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방송사업자간 스포츠중계권을 공정거래하도록 명시하고, 이를 방송위원회가 감시감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손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지상파 위주의 편파적인 법안으로 판단된다. 최근 지상파가 미국 메이저리그야구, 아시아축구연맹의 축구, 국내프로농구 등의 중계권을 상실한 것은 자업자득인 측면이 강하다. 지상파 독과점인 상태에서 스포츠연맹들을 너무나 홀대하였고, 중계권을 독점해 놓고도 인기있는 경기만 골라서 방송하고 가격도 매우 낮게 책정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우선방송사 선정도 지상파로 한정하였는데, 무료 또는 저렴한 시청요금이라면 1300만 가구로 73%가 보급된 케이블TV도 포함되어야 한다. 케이블요금은 평균 5000∼6000원 정도로 매우 저렴한 편이다. 법안에서는 비인기종목에 배려를 하도록 하였는데, 이는 원론적으로 보편적 접근권과는 거리가 먼 조항이다. 법적 규제를 국민적 인기 스포츠에 한정하는 것은 외국의 입법례이다. 박형준 의원의 법안은 특정매체 편파성이나 시장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보다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의 추상성 때문에 실효성에 의문의 여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폭등하는 스포츠중계권의 가격안정과 지나친 외화유출 등을 막기 위해 법제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지상파와 뉴미디어가 포함된 중립적 입장에서 신중한 사회적 공론을 통하여 법제화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영국의 경우, 프리미어 리그가 인기가 있어도 이는 시장흐름에 맡기고 있다. 이는 우선방송사 선정과 스포츠 종목지정에서 시장흐름을 존중하면서 최소규제에 그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용준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먹빛 문자, 날기를 욕망하다

    먹빛 문자, 날기를 욕망하다

    불꽃처럼, 때론 폭풍처럼, 그리고 때로는 조용한 호숫가의 미풍처럼 춤추는 글. 문자의 틀안에 갇힌 서체가 아니라 자유로움을 지닌 예술작품으로 승화해 나간다. 여류 서예가 고숙희씨가 20여년 갈고 닦은 서예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욕심부리지 않고 차근차근 써왔다.”고 하지만 그의 다양한 서예 작품들을 대하면 그동안 부단히 연마해 온 작가의 내공이 느껴진다. 군더더기 없이 맑고 단아하게 써 내려간 글속에는 기운생동(氣韻生動)함이 넘쳐나면서도 친근감을 주는 따뜻함이 배어 있다. 선비의 글처럼 치장하지 않고 잘 가다듬어 써 내려간 글씨에는 그의 깔끔한 품성이 엿보인다. 그가 추구하는 서예는 고전을 중시, 외재적인 형태와 형식미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결코 그안에 매몰되지 않고 자기 나름의 내적인 골격을 지녔다. 한 가지를 고집하지 않고, 한문 서체인 예서, 초서, 행서 등을 고루 익혀 선보이는 각각의 작품에서는 옛 전통을 익히면서도 고유의 개성을 드러내도록 했다. 한발 더 나아가 그 자신만의 특유한 글씨체를 만들어 냈다.8폭의 한글 병풍에 흘림으로 써 내려간 그의 글씨는 현대적 감각과 세련미가 돋보인다. 새로운 스타일의 고숙희식 흘린 글씨체는 한문의 초서와 행서를 섞어 놓은 듯하다. 그는 글씨도 글씨지만 글의 내용 또한 자신이 직접 창작하는 열의를 지녔다. 고씨는 “글이 갖는 완벽한 추상성을 깨부수어 제 글이 새처럼 날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12월7∼13일 세종문화회관 신관 2실.(02)399-1111.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송두율칼럼] 독일통일을 잊자

    [송두율칼럼] 독일통일을 잊자

    독일통일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라는 주제는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신선한 주제는 아닌 것 같다. 그동안 많은 책과 연구논문, 그리고 크고 작은 학회나 토론회가 이 주제를 다루었다. 그런데 독일통일 15주년을 맞아 그러한 주제를 또 다루는 학술토론회에서 필자는 강연을 하게 되었다. 진부하게 들리는 주제지만 통일이라는 주제는 흡사 ‘영원의 철학’처럼 아직은 우리 모두에게 다가서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또 다른 장벽인 ‘휴전선’이 무너질 시간을 나름대로 자신 있게 예언했던 그 많은 주장들이 하나 둘 사라지면서 그 자리에는 독일통일의 부정적인 후과(後果)를 강조하고 독일통일을 우리 통일의 반면교사로서 볼 것을 요구하는 주장들이 대신 들어섰다. 한편에서는 독일식 흡수통일에 대한 경고로서,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이른바 ‘한탕주의’에 기초한 감상적 통일론에 대한 경고로서 그러한 주장들이 제기되었다. 우리의 통일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어떤 식이든지 우리는 대개 독일통일을 먼저 떠올리며 그로부터 한반도의 통일문제를 유추(類推)하게 된다. 물론 베트남의 통일도 한때 그러한 유추의 대상이었으나 오래 전부터 우리의 뇌리로부터 사라졌다. 우리의 사고활동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추는 비교하는 대상간의 복잡한 내적 요소들과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 그리고 이를 둘러싼 환경을 비교해야만 한다. 그러나 완전한 신과 불완전한 인간사이의 유추처럼 대칭적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 비교대상들을 전체로서 유추해보는 이른바 ‘수식적 유추’가 독일과 한반도통일의 비교연구를 강하게 지배해왔다. 이로 인해 합리적인 분석에 의거한 유추보다는 대개 선언적인 내용들이 먼저 자리잡은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과학이라는 이름 밑에서 자연과학적인 엄밀성을 모범으로 한 여러 가지 사회과학적 연구방법을 동원해서 독일통일에서 한반도통일을 유추해보려는 시도도 있다. 이러한 시도들은 많은 경우 햇볕정책 그리고 이의 구체적인 결실이었던 6·15공동선언도 일종의 감상적 통일의 표현으로 보려고 한다.‘뭉치면 죽는다.’는 식의 탈현대적(脫現代的)인 역설까지 동원해서 이른바 ‘퍼주기’식의 통일정책을 비판한다. 그토록 정교하게 구성된 서독학계의 합리적 분석들도 독일통일을 예견치 못했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보여주었듯이, 그러한 ‘과학적’시도도 기본적으로 인간 스스로가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 왔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지나치고 있다. 구조 속에 갇혀 있으면서도 이를 혁파하려고 부단히 움직이는 인간주체의 능동적 역할을 제대로 보지 못할 때 민족통일문제도 일종의 사회공학(工學)적인 문제로만 여기게 된다. 이 점에서는 당시 동독의 학계도 마찬가지였다. 계획이 곧 합리성이라고 오해했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동독체제에 등을 돌린 이른바 1989년 가을의 ‘탈출혁명’을 예견할 수 없었다. 하나의 사건처럼 불쑥 다가온 통일은 한때 축제의 분위기를 조성했지만 이는 곧 지루한 일상생활 속으로 녹아들었다. 물리적 장벽을 허무는 작업에는 무엇보다도 많은 돈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마음의 장벽이 저절로 사라지지도 않았다. 바로 이렇게 사건과 일상성이 뒤얽혀 전개되는 삶의 세계로서 통일은 우리에게 현실과 꿈, 물질과 사람, 객관과 주관으로 단순히 갈라 볼 수 없는 하나의 원초적(原初的)인 세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상기시킨다. 이 세계는 분명 고향처럼 우리 모두가 하나였던 그 때를 기억토록 만든다. 고향은 과거를 되살리는 세계다. 그러나 이 원초적인 세계로서 통일은 더 이상 그러한 ‘과거의 고향’이 아니라, 우리 중의 어느 누구도 아직까지 밟아보지 못한 ‘미래의 고향’을 의미한다. 통일이 바로 이러한 미래의 고향이기에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풍부한 상상력을 항상 요구한다. 바로 이 풍부한 상상력을 훼파(毁破)시켜온 독일통일로부터 우리 스스로도 이제는 해방되어야만 한다.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10)명차(名茶)와 설화(說話)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10)명차(名茶)와 설화(說話)

    “진정으로 묘한 작용 알고 싶다면 일상생활에서 천연을 섬겨라. 물 길어 차 달여 마시고 자리에 올라 다리 뻗고 잠잔다. 솔개는 날아 푸른 하늘을 가로지르고 물고기는 뛰어올랐다가 깊은 못속으로 들어간다. 만물은 그지없이 활발하여 잠시도 중단되는 일 없으니 푸른 구름 먼 산마루에 일어나도다.” 우리나라 다승중 한 분인 보우선사는 ‘차’의 정신을 선가의 정신인 ‘평상심시도’에 비유한 선시를 남겼다. 차의 진정한 묘용은 바로 차의 일상성에 있다. 학교에서든 직장에서든 차를 마시는 법식은 따로 없다. 그저 차를 마실 수 있는 잔에 찻잎을 띄워 그냥 필요할 때 마시면 된다. 그러나 차를 마실 때는 차에 깃든 일상의 도를 생각해야 한다. 수단선사의 ‘다당청규’는 ‘화경청적’의 묘리를 잘 말해주고 있다. 중국의 대선사로 불리는 양기선사의 문하에서 공부를 하던 수단선사는 10년이 넘도록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 낙심한 수단선사는 양기선사의 문하를 떠나기 위해 하직인사를 했다. 수단선사의 모습을 본 양기선사는 그의 수행이 충분히 익을대로 익었음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스님 차나 한잔 하고 가십시오 양기선사는 수단선사에게 “스님 떠나시더라도 차나 한잔 하고 가십시오.”라고 말했다. 마음이 바빴던 수단선사는 차를 내오는 시자스님에게 “나는 갈길이 바쁘니 빨리 차를 가져오라.”고 청했다. 수단선사는 시자스님이 가져온 차를 급하게 마시다 그만 목에 걸렸다. 목에 걸린 차 때문에 고통을 받던 수단선사는 차의 향기가 코로 스며들어오는 순간 깨달음을 얻었다. 깨달음을 얻은 수단선사는 ‘명선’(茗禪)이란 공안과 ‘다당청규’를 제시했다. 수단선사는 ‘다당청규’에서 “처음에 정좌하여 호흡을 조용히 한 다음 세 번 깊게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쉰다. 몸의 탁한 기운을 다 빼는 것이다. 그리고 입을 다물고 코로만 호흡한다. 마음을 가라앉혀야 호흡도 가라앉는다. 희로애락에 마음이 쏠려 기분이 들떠 있거나 가라앉아 있으면 호흡을 제대로 할 수 없다. 호흡을 들여다 내 뿜어야 한다. 그러면 일상에 들떠 있던 ‘마음’이 천천히 가라앉는다.”고 말하고 있다.‘화경청적’의 묘용은 일상속에서 차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가라앉히는 것이다. 가라앉은 내면은 온화한 얼굴이 되며 평온한 마음을 통해 활력있는 일상과 지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약 5000여종의 차가 있는 중국의 차 이야기는 무궁무진할 정도로 많다. 그중 옛날부터 전해오는 명차와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소개해 보겠다. 우리는 그 수많은 명차들 속에 당시대를 살다간 민중의 피와 땀이 배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명차엔 중생들의 피와 땀이 황제의 나라 중국에서는 ‘공다원’같은 공적인 기관을 두어 차를 체계적으로 관리했다. 차가 귀한 공물이었음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공다원’ 같은 기관에서는 공차를 5등급으로 분류했다고 한다. 그중 가장 어려웠고 민중을 수탈했던 것은 첫물차를 공납하는 것이었다.‘급정차’(急程茶)이야기는 그같은 사실을 우리에게 잘 상기시킨다. 공다원에서는 첫 번째 청명 10일전에 차를 황제가 살고 있는 장안으로 운송해야 했다. 차를 운송해야 하는 장흥에서 장안까지는 4000리 정도. 당나라때 교통조건을 따진다면 10일 안에 도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절강북쪽 지구에 속하는 장흥은 기온이 다른 곳보다 낮아 봄이 늦게 오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실에서는 종묘제사에 쓸 공차를 청명 이전에 장안에 보내라고 했던 것이다.‘급히 운송한 차’라는 점에서 ‘급정차’라고 불렸던 그 차에 대해 호주자사 원고는 “걸핏하면 천금을 내라고 하니 백성들은 날로 빈곤해진다. 내가 고저에 온 후로 찻일을 알게 되었는데 바삐 농사 짓고 차 채집하는 일은 너무나 힘들다. 사람들은 노동을 위해 온 방 가득 모여든다. 하루종일 채집해도 다 채우지 못하고 손에는 온통 주름이 잡힌다. 비탄의 소리는 산을 울리고 초목은 봄을 맞지 않는다. 어두운 언덕에 싹 아직 안 돋았어도 관리들은 조급히 재촉한다. 망망한 푸른 바다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어디에 토로할까”라고 차공납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망망한 차의 대해로 불리는 중국에서 명차가 탄생한 이면에는 이같은 중생들의 피와 땀이 배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죽은사람도 살린다는 ‘선약´ 중국차의 전설은 몽정산의 몽정차로 시작된다.‘동다송´ 19절에 “육안차는 맛이요 몽산차는 약이다.”라는 구절이 있듯 몽정차는 그 어느 차보다 약성이 두드러진 차다. 몽정산 상청봉에서 나는 몽정차는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는 ‘선약’이라는 전설이 내려올 정도로 뛰어난 약성을 보유하고 있어서 ‘길상예’‘성양화’라고도 부른다. 감로보혜선사가 몽산 상청봉아래 일곱 그루를 심어 만들기 시작했다고 하는 몽정차는 맛이 달고 맑으며, 그 빛은 황금빛을 띤 푸른색으로 향기가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당나라대 문헌인 ‘국사보´에서는 몽정차를 황차 가운데 가장 뛰어난 차라고 적고 있으며 뇌명, 무종, 석화, 감로, 자설, 백호, 미아, 황아, 능백 등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중국의 대표적인 녹차는 동정 벽라춘이다. 춘분에서 곡우 때까지 따는 벽라춘은 아주 어린 잎으로 만든다.1등급에서 7등급으로 나뉘는 벽라춘은 1등급 한 근에 어린 찻잎과 싹이 약 6만 5000개 가량 들어있고,2급의 벽라춘에는 5만 5440개 정도의 찻잎과 차싹이 들어있다. 참으로 놀랍고 어마어마한 차인 벽라춘은 짙은 향기와 신선한 맛을 지니고 있다. 우려낸 차의 빛깔도 선명한 벽록색이며 어린 차싹과 잎은 여린 녹색 비취 빛이고 그잎의 모양은 소라고동처럼 구부러져 있어서 ‘일눈삼선’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기도 하다. 오늘날 마치 중국차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오룡차’는 중국 푸젠성에서 생산되는 무이산 암차가 그 원류이다. 푸젠성 숭안현 남쪽에 있는 무이산은 그 자연환경이 차의 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가진 곳으로 유명하다. 무이암차에는 육계, 수선, 오룡, 철라한, 대홍포, 기란, 매점 등의 차가 있다. 그중 가장 뛰어난 것이 바로 육계와 수선, 그리고 오룡차이다. 무이암차는 봄과 여름 두철에 걸쳐서 찻잎을 채취한다. 무이암차의 찻잎을 따는 기준은 녹차와는 다르다. 녹차는 어린 차싹과 찻잎을 따지만 무이암차는 다 펼쳐진 찻잎을 딴다. 찻잎을 너무 일찍 따면 무이암차의 독특한 향기와 맛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운남 보이차도 명차 중 하나다. 운남의 대엽종 찻잎으로 만드는 차인 보이차는 보이현에서 모아 출하하기 때문에 보이차라는 이름을 붙였다. 보이차는 발효성분과 타닌성분이 많아 그 차맛은 아주 진하며 자극성이 있고 여러차례 우려낼 수가 있다. 보이차는 잎을 채취하여 차를 만드는 시기로 구분하는데 그 시기에 따라 어린 잎의 부드러운 정도가 차이가 난다. 차를 따서 만드는 시기에 따라 춘첨, 춘중, 추미, 이수, 곡화 등의 이름이 붙는 것이다. 보이차는 크게 산차와 고형차로 나눈다. 그 형태와, 어린잎 센잎을 섞는 비율의 기호도는 판매되는 곳의 습관에 따라 다르다. 만두와 같이 생긴 타차, 아주 단단하게 만든 긴차, 떡차인 병차, 칠자병차, 그리고 둥글거나 네모진 형태의 벽돌처럼 만든 박차…. ●안계철관음 과일향처럼 은은 안계철관음 역시 중국에서 오랫동안 내려온 명차로 인식되고 있다. 안계철관음은 푸젠성 안계현에서 생산되는 차로 높은 향기가 오랫동안 유지될 뿐만 아니라 차맛이 달고 입안을 시원하게 해준다. 또한 마신 뒤에는 입안에 과일의 향기와 같은 향이 감돌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찻잎은 4계절에 걸쳐서 따는데 시기에 따라 봄에 따는 춘차, 여름에 따는 하차, 더울 때 따는 서차, 그리고 가을의 추차로 나눈다. 철관음을 우려낸 차의 탕색은 금빛이 감도는 선명한 등황색이고 잎은 두텁다. 두터운 찻잎이 원래 차나무 잎보다 무겁기 때문에 철관음의 ‘철’자가 붙었다고 한다. 부드러운 은빛털이 빛나는 ‘황산모봉차’도 명차다. 황산모봉차를 처음 보는 사람은 놀란다. 작고 흰 은빛털이 온몸에 감고 있어 마치 여우털이나 밍크를 온몸에 감고 있는 귀부인을 연상시키기 대문이다. 특급에서 3급까지 나뉘어지는 황산모봉차는 또 높은 향기와 부드러운 맛을 자랑한다. 찻잎의 색깔은 황록색이고 우려낸 탕색은 맑고 투명하다. 어린 황산모봉차의 찻잎을 차호에 넣고 더운 물을 부으면 차호 안에서 찻잎이 물위에 둥둥 뜨다가 계속해서 물을 부으면 천천히 차호에서 가라앉는다. 이밖에도 청대에 이르러서 황실에 바치던 귀한 차인 군산은침차는 첨차와 용차로 구분되었으며 차싹이 검과 같고 흰털 난 것이 녹용과 같은 모습인데 조공되는 차는 첨공이라고 했다. 안후이성 남단에서 나오는 기문홍차도 중국 10대 명차의 반열에 속한다. 기문홍차는 흔히 ‘기홍’이라고도 부르며 꽃다운 향기가 넘치고 단맛이 돌 뿐만 아니라 신선한 차맛을 자랑한다. 이밖에도 가슴속을 향기로 가득 채우는 동정오룡차, 다성 육우가 극찬했던 대로 자줏빛 차움이 아름다운 고저자순차, 중국최고의 다완으로 불렸던 천목다완과 너무도 잘 어울렸던 여향경산차, 높고 깊은 푸른 하늘을 담고 있다는 천목산의 청정차 등은 중국을 대표하는 명차들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중국의 시인들은 명차중 하나인 ‘경정차’에 대해 이렇게 노래했다.“그 모습은 작설과 같은데 백호를 보이니/비취빛 어린 잎 향기도 짙어라/부드럽고 순한 맛이 가슴을 적시고/넘치는 샘물 담은 잔에 눈꽃이 핀다.” 일지암 암주 ■ 장쑤성 동정산 벽라춘 중국을 대표하는 명차들에는 아름다운 전설같은 이야기들이 얽혀 있다. 몽정산의 몽정차, 용정산 용정차 등에는 각기 그럴듯한 전설들이 전해진다. 중국의 명차중 장쑤성의 벽라춘이라는 차가 있다. 벽라춘은 장쑤성과 동정의 동·서쪽산 일대에서 생산되는 아주 어린 잎으로 만든 차로, 탕색은 푸른 녹색에 천연 꽃향기와 과일향의 맑고 그윽한 품위 있는 차향이 나고 신선하고 상쾌한 맛이 있고 마신 후에는 단맛이 난다. 그런 벽라춘에는 한폭의 수채화 같은 아름다운 차이야기가 숨어 있다. 먼 옛날 태호 동정산에 아름답고 착한 처녀인 벽라가 살고 있었다. 벽라는 동정산을 대표하는 노래꾼이었다. 노래를 부르기 좋아한 벽라는 고기를 잡거나 농사를 짓는 중생을 위해 노래를 불러주곤 했다. 벽라의 노래에는 중생에게 노동의 피로를 잊게 하는 신기한 힘이 있었다. 동정산에는 무예가 뛰어나고 의협심이 강하나 고기잡이로 생계를 꾸려가는 착한 청년 아상이 살고 있었다. 아상은 벽라의 노래를 좋아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큰 재앙이 닥쳤다. 태호에 살던 나쁜 용이 아름다운 벽라가 탐이나 아내가 되어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마을사람들이 그 요구를 거절하자 용은 바람과 불을 일으켜 마을과 배를 폐허로 만들었다. 벽라를 구하기로 마음먹은 아상은 용을 잡는 작살을 들고 밤낮없이 7일 동안 싸워 이겼다. 그러나 용에게 깊은 상처를 받은 아상의 목숨은 경각에 달렸다. 벽라는 자신을 위해 싸운 아상을 깊은 정성으로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상의 병은 깊어만 갔다. 깊은 시름에 빠진 벽라는 아상을 생각하며 용과 싸운 곳을 서성이다 작은 찻나무를 발견했다. 벽라는 그 찻나무를 아상을 위해 매일 가꾸기 시작했다. 벽라의 정성을 들었음인지 경칩이 지나자 그 차나무에서는 어린 찻잎이 움트기 시작했다. 어린 찻잎이 얼어붙을까봐 벽라는 매일 아침 그곳에 가서 한번씩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어 주었다. 청명이 지나자 그 차나무는 차잎을 풍성하게 갖추기 시작했다. 벽라는 그 차나무를 바라보며 “이 차나무는 아상의 선혈과 내 입의 온기로 자란 것이다. 이 찻잎을 따다가 아상에게 마시게 하면 그 병이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벽라는 아상을 위해 여린 잎을 한잎 따서 차를 만들어 아상에게 권했다. 그 찻물을 마신 아상은 기운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벽라는 매일 여린싹을 한 줌 뜯어 품에 넣고 자기체온으로 잎을 말려 차를 만든 후 아상에게 끓여줬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아상의 간호에 너무 정성을 기울인 나머지 벽라는 아상의 품에서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슬픔에 젖은 아상은 벽라의 시신을 동정산 차나무 옆에 묻어 주었다. 사람들은 벽라와 아상의 슬픈 사랑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그곳에서 나는 차 이름을 ‘벽라춘’이라고 불렀다.
  • “껍데기만 좇는 사회 안타까워”

    “껍데기만 좇는 사회 안타까워”

    “스위스의 신학자 카를 바르트는 ‘현대인은 한 손에 신문을 들고 또 한 손엔 성경을 들고 살아간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오늘날 사람들은 ‘뉴스’만 좇으며 살아가는 듯합니다. 일상성에 파묻혀 본질적인 것보다는 표피적인 것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얘기지요.‘본질과 현상’은 바로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고급 교양지입니다.” 지난 2월 한양대 국문과 교수직을 정년 퇴임한 소설가 현길언(65)씨가 계간 ‘본질과 현상’을 창간했다. 올 봄 평화의문화연구소 소장에 취임한 데 이어 학술적 성격이 짙은 잡지의 편집·발행 책임까지 맡았으니 그의 지적 행보가 주목받지 않을 수 없다. “개인의 존재는 철저하게 상품화돼 가고, 지식은 효용주의의 늪에 빠져 있습니다. 거짓으로 포장된 순수는 마침내 폭력을 정당화하기에 이르렀고요. 찰나적인 가치에 매몰돼 문화는 경박해졌고, 학문은 상업주의로 치닫고 있습니다.” 오늘을 ‘전망부재의 시대’로 진단하는 그는 “이같은 현실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삶의 본질을 성찰하고 현상을 정직하게 인식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취지대로 이번 창간호에는 각 종교의 신관을 다룬 특집을 비롯,‘온생명 사상과 평화’‘생명을 평화로 승화시킨 대교황-요한 바오로 2세의 생애와 사상’ 등 본질과 현상에 관한 담론들이 가득 실렸다. “일부에선 정년 퇴임을 하니까 소일거리로 하는 것 아니냐고도 말합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학술지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3년 전부터 해왔어요. 창간 취지를 이해하고부터는 후원회원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인문학의 부흥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그는 500명의 고정독자를 포함,1000명 정도의 독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본질과 현상’은 평화의문화연구소에서 콘텐츠를 제공하는 잡지이지만 영업은 다른 출판사(태학사)에서 맡는다.“상업주의의 위험을 막고 문화권력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이원체제로 가는 것”이라는 게 현씨의 설명이다. 평화의문화연구소에서는 계간지 발행 외에 매년 네 차례씩 평화의 문화 강좌를 열고 평화의 문화 문고를 펴낸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지금 당장은 연구소 운영과 잡지 발간에 몰두하고 있지만 그의 본업은 어디까지나 문학이다. 기독교 신앙과 제주설화를 문학적 자양분으로 삼아온 그는 ‘용마의 꿈’‘닳아지는 세월’‘껍질과 속살’ 등 십수권의 소설집을 낸 ‘다작가(多作家)’. 내년 초엔 개화기에서 현대에 이르는 민초들의 신산한 삶을 다룬 장편 ‘광야’를 펴낼 예정이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선생님이 쓰는 신나는 과학] 운동중 몸속 pH농도는?

    [선생님이 쓰는 신나는 과학] 운동중 몸속 pH농도는?

    ‘우리 혈액 속의 pH(수소이온농도)는 항상 일정할까?’ 요즈음 운동을 통해 건강에 신경쓰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특히 걷기나 달리기 같은 가벼운 운동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론적으로는 걷기나 달리기를 오랫동안 하면 몸 속에 젖산이 많이 생겨 혈액 속으로 녹아 들어가기 때문에 pH가 낮아지게(산성화) 된다. ●완충용액, 체내 pH 유지 우리 몸의 pH는 조금이라도 변하면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어 위험하다.pH가 낮아진다는 것은 세포 안에 수소 이온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수소 이온이 많아져서 항상성이 깨지면 세포가 죽음에 이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혈액 속의 pH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완충용액’이다. 그렇다면 완충용액이란 무엇일까. 완충용액은 pH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려는 성질 때문에 용액에서 이온의 용해도를 조절하거나, 생화학적·생리적 과정에서 pH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는 용액을 말한다. 완충용액의 원리는 약한 산에 그 짝염기를 넣거나 반대로 약한 염기에 그 짝산을 넣어 중화시키는 것이다. 예컨대 약한 산인 아세트산(CH3COOH)과 그 짝염기인 아세트산 이온(CH3COO-)을 넣은 수용액에서는 다음과 같은 평형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CH3COOH + H2O ↔ CH3COO- + H3O+ 이러한 완충용액에 산을 넣어주면 새로 생긴 옥소늄 이온(H3O+)이 용액 속에서 아세트산 이온과 반응하여 아세트산으로 되기 때문에 pH가 낮아지지 않는다. 반대로 염기를 넣어주면 아세트산과 반응하여 옥소늄 이온을 내놓기 때문에 pH가 높아지지 않는다. ●체내 적정 pH는 7.35∼7.45 이와 같은 원리로 우리 몸 속의 혈액에서도 세포에서의 산화반응의 결과로 이산화탄소가 녹아서 만들어지는 탄산수소 이온(HCO3-)이 다음과 같은 평형을 이룬다. HCO3- + H2O ↔ CO32- + H3O+ 심한 운동으로 유기산인 젖산이 생성되면 젖산의 수소 이온(H+)이 혈액 속에 녹아 들어간다. 이어 수소 이온이 탄산 이온(CO32-)과 반응해 약한 산인 탄산수소 이온을 생성하므로 혈액 속의 수소 이온 농도는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젖산이 생겨서 혈액 속에 녹아 들어가더라도 혈액의 pH는 거의 변하지 않게 된다. 또 혈액 속 수산화 이온(OH-)의 농도가 증가하면 탄산수소 이온이 해리(解離)하여 옥소늄 이온을 생성시켜 역시 pH가 일정하게 유지된다. 결국 우리 몸은 이와 같은 반응을 통해 증가하는 수소 이온과 수산화 이온을 곧바로 제거함으로써 완충작용을 하게 된다. 이렇듯 정상적인 성인의 경우 4.5ℓ 정도의 혈액은 스스로 완충용액의 기능을 유지하여 항상 pH를 7.35∼7.45 정도의 약한 알칼리성을 유지하도록 한다. 만약 이 값이 ±0.2 이상 변한다면 사람은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완충용액의 기능은 우리 몸의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우리 몸의 구성 성분인 단백질도 수용액의 액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하면서, 세포의 안팎에서 일정한 농도를 유지하게 하는 완충제 역할을 하고 있다. 배준우 숭문고 과학교사
  • 盧대통령 증인신청 파문

    추석 연휴 뒤 개막되는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야간 증인 채택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을 놓고 증인 채택 논란이 뜨겁게 벌어지더니 급기야는 야당 의원에 의해 노무현 대통령까지 증인으로 신청되는 파문까지 일어났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13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노 대통령과 형 노건평씨, 형수 민모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주 의원은 “대통령이 딸을 숨겨놓았다고 의혹을 제기한 한 모씨가 구속된 뒤 관련 재판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으며 변호사 사무실에서는 재판 관련 자료가 도난당했다.”며 “사건 관련자 신문을 통해 수사 및 재판 과정상의 문제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이 노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한 것은 한나라당 당론과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오영식 공보부대표는 “동료 의원을 근거없이 간첩으로 매도해 비난과 여론의 뭇매를 맞고도 반성은커녕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한 데 대해 씁쓸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도 “국감을 하겠다는 것인지 물타기를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가세했다. 또 옛 안기부 도청사건인 ‘X파일’ 파문과 관련해 국회 법제사법위와 정보위가, 삼성차 채권회수 논란과 관련해 재경위가 이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할 뜻을 보이면서 논란을 벌였다. 열린우리당은 일단 ‘선택과 집중’ 원리에 따라 이 회장을 재경위에만 출석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X파일은 이미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사안이라는 점을 들어서다. 대신 재경위에서 금융산업구조개선법, 삼성차 채권 회수 논란 등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심상성 의원단 수석부대표는 13일 “상임위별로 증인 채택하는 이유가 모두 다른 데도 한 상임위로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 “증인으로 출석해도 한 상임위에 하루 2∼3시간 밖에 안 되고, 몇개 상임위를 합쳐봐야 반나절 밖에 안 되는 시간인데 마치 기업 활동에 지장이라는 식으로 옹호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한나라당은 아직까지 뚜렷한 당론을 정하지 않았다.“재벌을 비호하는 것처럼 비춰져선 안 된다.”는 반응과 “명분이 약하다.”는 의견이 엇갈리는 분위기다.이종수 박지연기자 vielee@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장외인간’과 ‘방외지사’/원철 스님 조계종포교원 신도국장

    사실 무엇이건 이름을 붙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좀 과장해서 말한다면 그 글을 쓰는 것만큼의 품과 시간이 들기 마련이다. 글을 읽게 만드는 데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상 내용보다는 제목인 까닭이다. 주변에 글줄깨나 써대고 저서라도 가진 안면 있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얘기가 가장 어려운 것이 탈고 이후 제목을 다는 일이라는 것이다. 하긴 뭔가 있어 보이려면 제목이 그럴 듯해야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그 제목에 사상성과 시류성까지 반영할 수 있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라고 하겠다. 얼마 전에 ‘방외지사(方外之士)’라는 책이 인구에 회자되더니 이즈음은 ‘장외인간(場外人間)’이란 소설이 신문의 광고면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내용은 그만두고서라도 두 제목이 주는 공통적 메시지가 더없이 시선을 끌어당기는지라 나 역시 서평도 열심히 읽고 광고문마저도 통독했다. 방외지사의 가장 큰 매력은 현장의 이해관계에서 한발 비켜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날 수밖에 없다. 인기사극 ‘불멸의 이순신’에서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의 책사(策士)인 요시라(要時羅)라는 인물은 방외지사의 또다른 모습이다. 그는 전쟁터에서 장수가 흥분할 때마다 사태를 차분하게 보라고 조언한다. 따지고 보면 고니시는 천주교인인 까닭에 종군 선교사 프로이스가 따라다녔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이로 미뤄볼 때 요시라가 승려였는지는 불확실하다. 더구나 그는 조선말을 잘했다는 것 말고 신분에 대해 별로 알려진게 없다. 그럼에도 작가적 상상력은 이 프로이스와 요시라라는 인물을 함께 묶어 장외인간이라는 동일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또다른 새로운 인물을 창조한 것이라고 본다면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지혜에는 영역이 없다. 그리고 시대를 가리지 않는다. 외환위기 시절의 일이다. 어느 승려한테 지인이 상의를 해왔다. 부도로 인해 이것저것 다 정리하고 나니 이 정도의 금액이 남았는데 무슨 주식을 사면 가장 좋겠느냐고 물어왔다. 자포자기 상태로 반쯤은 도박하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모 회사 주식을 사라고 권했다. 그 승려 역시 보통사람들처럼 경제에는 전혀 문외한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회사마저 망한다면 우리나라 자체가 망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즉석에서 추천했다는 것이다. 몇 년 뒤 결과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그 지인에게 ‘진짜 도인’ 소리를 들으며 지금도 귀의와 존경을 받고 있다. 그 승려가 그렇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와는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장외인간인 까닭에 주변을 상식적으로 바라볼 마음의 여유가 있었던 것이다. 참으로 방외지사를 제대로 표현한 말은 ‘축성여석(築城餘石)’일 것이다. 성을 쌓고도 남은 돌이라는 의미이다. 사실 성을 쌓자면 큰 돌과 작은 돌 모두 각각 쓰이는 위치가 있다. 하지만 막상 다 쌓고나서도 남은 돌은 여전히 있기 마련이다. 거대한 성을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조차 필요치 않는 돌이라는 말이다. 해방 이후 한국불교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선지식들이 나이가 들어 소일거리 삼아 이야기나 나누면서 지내고자 몇 번 모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모임의 이름이 되었다. 모두 뒷방으로, 그리고 승단마저 떠나 진짜 장외인간의 안목으로 살고 싶다는 그 마음은 ‘남은 돌’이라는 이 한마디에서 묻어난다. ‘방외지사’와 ‘장외인간’이라는 말은 다람쥐 쳇바퀴같이 반복되는 일상의 틀을 깨고 뭔가 일탈된 삶이면서 동시에 내면적 자유를 추구하려는 시대적 욕구의 또다른 경향을 반영한 외마디 언어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추구한다고 해서 구름을 타고 다니면서 이슬만 먹고 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발은 땅을 딛고 살지만 마음만큼은 어디에도 얽매이고 싶지 않다는 또다른 욕구가 ‘방외지사’ 내지는 ‘장외인간’이란 말로 등장한 까닭에 모두에게 잔잔한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나 보다. 원철 스님 조계종포교원 신도국장
  • [논술 가이드라인] “예이츠詩 욕망과 연관 분석하라”

    [논술 가이드라인] “예이츠詩 욕망과 연관 분석하라”

    교육부의 논술 기준을 따를 때 어떤 문제가 해당되고 안되는지 궁금해진다. 입시전문학원인 종로학원은 29일 교육부 기준에 따라 주요 대학들의 최근 기출 논술 문제를 분석, 공개했다. 이 학원에 따르면 논술에 해당하는 유형으로는 주요 대학의 정시모집 논술 문제가, 논술에 해당하지 않은 유형으로는 수시모집 논술 문제가 많았다. 논술에 해당하지 않은 유형 가운데 ‘특정 교과의 암기된 지식을 묻는 문제’로는 고려대와 숙명여대의 2006학년도 수시1학기 논술고사를 예로 들었다. 숙명여대는 소설가 복거일씨의 ‘쓸모없는 지식을 찾아서’라는 글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과 파스퇴르의 생물속생설 가운데 하나를 골라 그 발견 과정과 과학사적 중요성에 대해 서술할 것을 요구했다. 고려대는 정수와 유리수의 관계를 간단히 소개한 뒤 복소수의 필요성과 실수와 구별되는 복소수의 성질 세 가지를 예를 들어 설명하라는 문제를 냈다. ‘수학·과학과 관련한 풀이의 과정이나 정답을 요구하는 문제’ 유형으로는 고려대와 이화여대의 2006학년도 수시1학기 수리논술을 예로 들었다. 고려대는 염색공장의 생산량과 염색업자와 양식업자의 이윤을 표시한 표를 주고 서로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설명하라는 문제를, 이화여대는 아파트에서 남산타워의 높이를 계산하는 방법을 설명하라는 문제를 냈다. 교육부의 기준에 맞는 출제 가능한 문제로는 고려대와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의 2005학년도 정시 논술문제와 서강대의 2004학년도 정시 논술문제를 제시했다. 서울대는 두 개의 우리말 제시문을 주고 별도로 제시한 특정 문장을 인용해 자신의 견해를 담아 논제를 해결하는 문제를 냈다. 고려대는 4개의 우리말 제시문을 주고 공통 주제와 제시문간 관계, 자신의 생각을 물었다. 연세대는 영국 시인인 예이츠의 ‘나이 들면 철이 드는 법’이라는 시를 번역 제시하고,‘세월이 흘러감’에 대한 생각을 ‘욕망’과 연관시켜 분석하고 자신의 의견을 쓰라고 요구했다. 이화여대는 3개의 우리말 제시문을 바탕으로 네번째 제시문에 대해 찬반 입장을 정해 현대사회 안에서 비일상성이나 비현실성이 지니는 기능을 논하라는 문제를 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여연 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7) 당나라 문인 육우의 ‘茶經’

    [여연 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7) 당나라 문인 육우의 ‘茶經’

    중국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차의 종주국이다. 그런 중국에서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항주의 매가촌에서 시작한,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차’개발이 그것이다. 연 300만에 이르는 한국 관광객들이 들르는 필수코스가 바로 매가촌이다. 그들이 만든 ‘새로운 용정차’는 이른바 한국인만을 겨냥한 ‘신상품’이다. 신상품의 핵심은 그 옛날 가마솥에서 할머니가 만들어주던 구수한 숭늉맛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런 맛을 낸 매가촌의 ‘용정차’가 연간 수십억원어치나 한국인들에게 판매된다는 것이다. 한사람의 차인으로서 참으로 무섭고도 어이없는 일이 차의 강대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차를 차답게 한 것은 차의 고전인 (다경)을 쓴 육우(陸羽·733-804)이다. 육우는 차인들에게 ‘다성’이요 ‘다신’으로 불린다. 육우의 자는 홍점(鴻漸) 또는 계자(季疵), 호는 경릉자(竟陵子) 상저옹(桑苧翁) 다산어사(茶山御使)다. 당나라 현종 개원 21년에 경릉군에서 태어났다는 설이 있으나 부모 출생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그러나 육우의 연표에 따르면 중국 복주 경릉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진다. 그는 태어난 지 사흘 만에 서쪽 서호의 강가에 버려졌다. 인근의 용개사 주지인 지적스님이 새벽에 일어나 호숫가에서 기러기 떼 울어대는 소리에 가까이 가보니 새들이 깃털로 영아를 덮고 있어서 거두어 길렀다고 한다. 매우 어린시절부터 육우는 지적 스님을 시봉하며 불경과 차를 배웠던 것으로 보인다. 대나무 꼬챙이로 소의 등에다 글을 혼자 연습할 정도로 유교에 심취했던 육우는 불교를 뛰쳐나와 광대가 되어 단역배우 역할을 했다. 나무인형, 아전, 구슬감추기 등을 하는 단역배우였던 그는 얼굴이 못생기고 말마저 심하게 더듬었지만 성실하고 재주가 많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육우의 삶이 바뀌게 되는 것은 20세 때부터다. 경릉으로 좌천되어온 예부랑중 최국보와 교분을 쌓으면서부터다. 최국보와 의형제를 맺은 육우는 그와함께 시·서·화뿐만 아니라 차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펼치게 된다.22세때 육우는 최국보와 헤어지게 된다. 헤어짐을 아쉬워한 최국보는 육우를 위해 흰나귀 한 마리와 괴목으로 만든 서함을 선물한다. 육우는 오늘날 하남성의 신양일대와 파산협천등 주요 차산지를 여행하며 당시의 최고 명차였던 ‘파동진향명’‘협주차’등을 마셔본다.23세 여름 다시 경릉으로 돌아온 육우는 청탄역 석호옆 동강촌에 은거하며 그동안 수집한 차에 대한 자료를 정리하기 시작한다.(다경)을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차 여행이었던 셈이다.‘안사의 난’은 육우를 또 한번 변신시킨다. 그가 제2의 고향으로 불렸던 호주로 피란 간 것이다. 이곳에서 그는 당대의 시인이자 차승이었던 저산 묘희사의 교연스님과 친구가 된다. 교연스님을 통해 육우의 호주시대가 열린 것이다. 초계로 거처를 옮긴 육우는 피란길을 거쳐왔던 양자강 중유 및 회하유역의 차에 관한 자료들을 다량 수집하고 정리한다. 전란중에도 차에 대해 연구한 육우의 열정이 놀랍기만 하다.27세때 모산으로 거처를 옮긴 육우는 악동 감북 환남 환북 강소의 승주 윤주 상주 등 차구(茶區)를 유람했다. 강소유람에서 그는 당대 최고의 서예가인 안진경뿐만 아니라 황보중 등 훗날 그를 든든하게 지탱해주는 ‘지인’들을 만나게 된다. 첫눈에 서로 반한 안진경은 후일 육우를 위해 삼계정을 지어줄 뿐만 아니라 조자겸 왕희지 등 당대최고의 문사들과 교류도 주선해준다. 육우는 단순한 차인이 아니라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었다는 것이 (저산기)(오흥도경)등 그의 수많은 노작들을 통해 확인된다. ●유명 차생산지 떠돌며 자료모아 육우(32세)가 제작했다는 차 달이는 풍로(茶爐)도 매우 흥미롭다. 육우는 오랑캐로부터 자신이 사는 성스러운 땅을 지킨 기념으로 세발 달린 풍로를 제작한다. 한발에는 주역의 궤인 호랑이(바람을 상징), 꿩(불을 상징), 물고기(물을 상징)를, 한발에는 당이오랑캐를 무리친 기념글을, 한발에는 세상에서 차를 가장 잘끓이는 육씨(자신)와 곰국을 잘끓였다는 진미공을 새겼다. 세발달린 풍로는 평화와 평정을 상징한다. 물 바람 불은 조화롭게 융화해 차의 ‘진미’(眞味)를 맛보게 한다. 육우는 자연과 삶이 완벽하게 조화된 세상을 표현해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시대의 정치지도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우리는 다로를 통해 육우가 차와 함께 자연과 평화를 사랑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육우가 (다경)초고를 완성한 것은 33세때다. 당시 32개 주(州), 군(郡)을 답사한 후 띠집에 은거하며 (다경)의 초고를 마침내 완성했다. 차에 대한 육우의 명성이 점점 높아가자 그를 음해하려던 세력도 나타났다.(만구지)란 기록은 그것을 잘 나타내준다. “어느날 육우가 월강차를 따다 불에 쬐어 말리고 있었다. 잠깐 일이 생긴 육우는 어린 노비로 하여금 월강차를 지켜보도록 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그 어린노비는 그만 졸다가 월강차를 새까맣게 태워버렸다. 이에 화가난 육우는 그 어린 종을 철끈으로 꼬아 묶어 불속에 던져버렸다.”고 기록되어 있다. 차의 물질성보다도 차의 정신과 품격을 강조했던 다신이었던 육우의 삶을 의도적으로 폄하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34세때 젊은 어사대부 이계경과의 ‘훼다론’에 관한 일화도 유명하다. 젊은 어사대부였던 이계경이 강남을 순찰하며 명성이 자자하던 육우를 알고 초대했다. 육우는 들옷을 입고 다기를 든 채 초청에 응했다. 초의스님이 “차는 물의 신(神)이요, 물은 차의 몸체이니 진수(眞水:참된 물)가 아니면 그 신기가 나타나지 않고 정제된 차가 아니면 그 몸체를 엿볼 수 없다.”고 말했듯이 차와 물은 떼려야 뗄수 없는 관계다. 육우는 그런 점에서 최고의 물 품평가였다. 그는 그가 거처했던 곳들이나 유람했던 곳들의 물을 품천했다. 광주의 곡렴천을 맛본 후 “천길 바위 틈을 뚫고 솟아 나와 구강에 이르러 배를 띄운다.”며 천하제일천이라 품했고, 황주의 난계수는 천하제삼천이라 품하며 중국산천의 물들의 ‘등급’을 매겼다. 육우는 그런 점에서 물의 ‘달인’이었다. 찻자리에 초청을 받은 육우는 이계경에게 우중수인 양자강물을 부탁했다. 이계경은 육우에게 “육군이 차를 잘 한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바이요. 거기다 양자강의 중류는 물이 빼어나니 오늘 두 오묘함이 천재일우하였습니다.”라고 했다. 육우가 이에 “이 물은 양자강물이 아닙니다.”라고 답하자 얼굴이 붉어진 이계경은 물을 떠온 노비를 불렀다. 노비는 이계경에게 양자강물을 떠오다 그만 미끄러져 3분1정도를 다른 물로 채웠음을 고백했다. 최고의 물품천가였던 육우의 뛰어남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집에 돌아온 육우는 이계경이 찻자리를 모독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부끄럽고 안타까운 마음에 (훼다론)을 지었다. 육우는 48세때 비로소 10년에 걸쳐 정리해왔던 (다경)을 탈고 완성했다. 무려 38년간 섭렵했던 차에 관한 모든 것을 담아낸 것이다.(다경)에 대해 당나라 피일휴는 “주나라 이래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차에 관한 일은 경릉사람 육계자의 말이 상세하다. 그러나 계자 이전에도 명(茗)을 마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뒤죽박죽 섞어 삶아 마셨으니 시래기 삶아 마시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계자가 비로소 경 세권을 지었더니 그 근원과 제조법, 차 만드는 도구와 만드는 법, 차 끓이는 방법과 그릇, 차를 다려서 마심 등이 자세히 분류되었던 것이다. 소갈증을 풀어주고 역기를 제거시킴은 비록 의원이라도 그와 같지는 않을 것이니, 그 이익됨이 사람들에게 어찌 작다고 하리오.”라고 적고 있다. 송나라의 진사도는 “무릇 차에 대한 저술은 육우로부터 비롯되고, 세간에서의 쓰임 또한 육우로부터 비롯되니, 육우야말로 진리로 차에 공이 있는 사람이다. 위로는 궁성으로부터 아래로는 읍리에 이르고 밖으로 융이만적에 이르기 까지 손님 접대하고 제사지낼 때 먼저 앞에 진설하고, 산과 못으로써 저자를 이루고 장사를 하여 집안을 일으키는 것이 또한 사람에게 공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지혜롭다고 할 것이다.”고 적고 있다. ●‘다경3권´ 1200년 이어온 고전 육우가 현세의 우리에게까지 남긴 (다경 3권)은 그를 다신(茶神)으로 만들었다. 후일 중국에서는 그런 다신을 추모하여 차를 끓여파는 다점에서 도자기로 육우의 상을 만들어 신으로 모시고 제사를 지낼 정도였다고 한다. 다신이었던 육우의 위상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다경)을 저술한 육우는 태상시태축이란 관직에 봉해졌으나 나아가지 않았다. 그리고 호주의 청당에서 72세의 나이로 죽을 때까지 육우암정을 파 소주산차를 심어 가꾸고 차를 제다하며 살았다. 전문(全文) 약 7000자(字)로 육우가 편찬한 (다경)(780년쯤) 은 당대(唐代)와 당대이전의 차에 관한 과학적 지식과 실천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중국차 문화의 기초를 확립했다.1200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져온 (다경)은 단순히 차의 종류나 마시는 방법을 말한 표면적인 책이라기 보다는 ‘차의 정신’을 중요시하고 있다. 육우가 확립한 다학(茶學) 다예(茶藝) 다도(茶道)의 사상과 그것을 정리한 (다경)은 시대를 초월한 차의 명작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다경)은 3권 10장규모로 1장에는 차의 근원,2장에는 차의 연장,3장에는 차 만들기,4장 찻그릇,5장 차 달이기,6장 차 마시기,7장 차의 옛일,8장 차의 산출,9장 차의 생략,10장 차의 그림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존하는 (다경)은 4종이 있다. 주(註)가 있는 것으로 이른 것이 남송대 좌규본(左圭本:백천학해본)이고, 주가 없는 것으로는 (백권(百倦)의 설부본)이며, 하나의 증본으로 다기권(茶器卷)을 다구도찬(茶具圖讚)에서 추가한, 명의 (정화은본(鄭火恩本))(선화당본(宣和堂本))이 있다. 넷째는 원문을 가감한 삭절본(削節本)으로 명대(왕기본(王圻本))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다경)은 전해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 세계최고의 차 문화를 보유했던 중국 최초의 다서인 (다경)을 수입하지 않았을 리 없기 때문이다.(다경)은 고려나 조선의 문집에서 간간이 나타나고 있어서 그런 정황을 유추해볼 수 있다. 불행하게도 (다경)이 우리에게도 전해졌거나 간행되었겠지만 그 흔적은 아직까지 없는 상태다. 육우가 (다경)을 저술한 이후에 쓰여진 다서들은 대략 2000여권에 이른다고 한다. 실로 어마어마한 분량이 아닐수 없다. 그러나 그 어느 저술보다도 1200년전 다신 육우가 저술한 (다경)은 지금까지 차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완벽한 고전으로 우리 곁에 남아 있다. 지금 육우가 묻혀 있는 곳은 중국 호주시 묘서향에 있는 저산이다. 그곳에는 중국 항주시인민위원회가 1995년 10월 새롭게 조성한 묘역에 ‘당옹육우지묘’라고 쓰여져 있다. 육우는 우리에게 다도의 길이 무엇인지를 지금까지도 일깨우고 있다. 그같은 육우의 차 정신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은 바로 9장인 ‘찻일의 생략’이다.“차를 만드는 도구는 만약 봄에 불을 금하는 때 들의 절간이나 동산에서 일손을 모아 찻잎을 따고 쪄내고 절구질하고 불에 말려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송곳 두드리개 꿰뚫개 시렁 숙석통등 일곱가지 다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차 다리는 그릇들을 만약 소나무 사이의 바위위에 놓을 수만 있다면 구열은 쓰지 않아도 된다. 만약 샘물이나 산곡물 근처에서 차를 달이게 된다면 물통 개수통 물거름자루 등은 쓰지 않아도 된다. 다만 도시의 왕공(王公)의 집안에서 찻일을 행할 때에는 스물네가지의 찻그릇 가운데서 하나만 빠져도 다도는 무너진다.”고 적고 있다. 차의 일상성과 현장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된 찻자리를 빼고는 상황과 현장에 맞게 편안한 찻자리를 일상에서 즐기라는 것이다. 이른바 조주선사가 말했던 ‘차나 한잔 마시는’ 일상의 차도를 강조함이다. 육우는 그의 은사였던 지적스님이 열반하자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백옥찻잔도 부럽지 않고 황금술독도 탐나지 않는다. 벼슬하여 아침에 조회드는 것도 부럽지 않고, 저녁에 퇴청하여 고대광실에 오르는 것도 부럽지 않다. 천만번 그리운 것은 서강의 물뿐….” 마치 소동파의 ‘귀거래사’를 보는 듯하다. 소동파는 작은 초암을 짓고 몇 평 안되는 작은 땅에 반은 노란황국을 심어 생을 노래했고, 반은 조(당시 중국의 주식)를 심어 삶을 노래했다. 육우도 마찬가지였다. 호주의 작은 초당인 청당별업에 은거하며 샘을 파고, 차나무를 가꾸며 삶과 자연이 조화된 무욕(無慾)의 삶을 살았다. 만물이 자신의 삶을 회향하는 가을이다. 일지암 초당에 앉아 반야차 한잔 기울이니 겨드랑이에 바람이 일고 몸은 가벼워져 저 멀리 하늘을 거니는 듯하다. 일지암 암주
  • [여담여담] 딸 가진 부모의 행복/김미경 문화부 기자

    직업상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주말에 사우나와 찜질방을 자주 찾는다. 사우나에 가면 피로만 풀리는 게 아니다. 처음 보는 많은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대고 앉아있다 보면 ‘이웃사촌’처럼 친근감까지 느껴진다. 우연찮게 그들과 나누게 되는 대화는 참 진솔하다. 살을 빼야 한다는 둥, 집값이 안 오른다는 둥, 각자 마음속에 있는 얘기들이 술술 나온다. 그러던 중 임신부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들어왔다. 수다를 떨고 있던 모든 사람들의 눈이 그녀에게 쏠렸다. 쏟아지는 질문들.“몇개월이에요?아들이래요, 딸이래요?” 그녀는 수줍게 딸이라고 답했다. 상당히 아쉬운 눈치였다. 그러자 50∼60대 아줌마들의 반격(?)이 시작됐다.“어머나, 딸이에요?좋겠네. 딸이 재산이에요. 키워보면 안다니까요. 딸이 아들보다 훨씬 나아요.” 이어지는 이야기들.“우리 딸도 다음달에 애를 낳는데 손녀랍니다. 난 너무 기뻐서 펄쩍 뛰었는데 딸은 섭섭해합디다. 뭘 모르는 소리죠. 아들 키워봤자 처가만 챙기고 효도도 제대로 못 받아요. 딸이랑은 어려운 일 털어놓고 얘기할 수도 있고, 사소한 것도 얼마나 챙겨주는지 몰라요.”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다가 지난달 해외연수에 참가하면서 만났던 한 대기업 과장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는 연수 중 부인이 둘째 아이를 낳아 타지에서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더 아쉬운 것은 둘째도 아들이라는 것. 아들을 키워보니 재미(?)가 없어 딸이었음 하고 내심 바랐는데 또 아들이란다. 내년쯤 부인과 상의해서 딸을 하나 꼭 낳았으면 한다며 술잔을 기울였다. 최근 통계청이 밝힌 ‘2004년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출산율은 지난해보다 낮아졌고, 여아 100명당 남아 수를 의미하는 ‘출생성비’도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상당수 ‘딸딸이’부모들이 아들을 낳기 위해 도전하는(?) 셋째와 넷째아 이상의 출생성비도 지난해보다 많게는 10명이나 줄어들어 2000년 이후 해마다 감소추세다. 출생성비가 정상성비에 접근하고 있는 것은 출산율 저하가 가장 큰 이유이겠지만,‘남아선호사상’이 그만큼 사라지고 있다는 방증일지 모른다. 딸을 가진 부모들의 행복이 갈수록 커지면서 언젠가 ‘여아선호사상’으로 번져 출생성비가 뒤바뀌는 날이 오지 않을까? 김미경 문화부 기자 chaplin7@seoul.co.kr
  • [주말에 뭘 보러갈까]

    미술 방혜자전-9월7일까지 갤러리 현대 보이지만 잡히지 않는 ‘빛’. 재불화가 방씨는 육안으로 보는 빛에 머물지 않고 깊숙한 내면, 마음으로 보는 빛이 하나가 되는 세계를 그리고 있다. 자연과 우주에 대한 작가의 치열한 고뇌가 담겨있다.(02)734-6111. ■ 육심원전 예쁜 척하는 여자, 새침떼는 여자 등 한결같이 귀엽고 깜찍한 여자만 그리는 육심원의 4번째 개인전. 만화같이 예쁜 그림들이어서 하나쯤 방에 걸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다음달 30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에이엠. (02)733-4455. ■ 유미수전 일상 공간을 소재로 일상성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또 시간에 대한 작가의 고민도 담고 있다.30일까지 관훈동 갤러리수. (02)733-5454. ■ 美식가전 인간의 욕구중 하나인 식욕. 강용면 고낙범 김종학 김준 등 15명의 작가가 나서 잃어버린 예술적 미각을 북돋우고 있다. 다음달 16일까지 청담동 카이스갤러리 (02)511-0668. ■ 윤영주전 동양의 산수가 추상표현주의적 기법으로 재탄생. 한지에 물감을 스며들게 하여 캔버스에 얹히게 하는 작업을 반복, 은은한 동양의 관념산수의 느낌을 준다.30일까지 인사동 노암갤러리.(02)720-2235. 어린이 ■ 꼬방꼬방 28일까지 사다리아트센터 네모극장. 전래동화로 엮은 극단 사다리의 놀이음악극.(02)382-5477. ■ 뽀롱뽀롱 뽀로로 9월11일까지 롯데월드예술극장. 호기심많은 꼬마 펭귄 뽀로로와 친구들의 신나는 모험기.(02)543-6706. ■ 가루야 가루야 28일까지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 밀가루를 활용한 놀이체험극.(02)569-0696. 클래식■ 화음쳄버오케스트라 창단 10주년 기념음악회 31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미술관 음악회로 유명한 실내악간, 화음을 모태로 한 화음쳄버오케스트라. 지난 10년 돌아보는 의미에서 갖는 기념 음악회다. 관객들에게 사랑 받았던 작품 위주로 연주된다.(02)780-5054. ■ 박수진 피아노독주회 25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트홀. (02)3436-5929. ■ 권수미 유지수 듀오 연주회 27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트홀.(02)3436-5929. ■ 오페라 갈라 콘서트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518-7343. ■ 신정아 귀국 피아노독주회 28일 금호아트홀. (02)581-5404. 뮤지컬아이다-27일부터 LG아트센터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와 파라오의 딸 암네리스, 그리고 매력적인 장군 라다메스의 운명적인 삼각사랑을 그린 디즈니 뮤지컬. 팝의 황제 엘튼 존의 감칠맛나는 음악이 인상적이다. 옥주현 문혜영 배해선 출연.1588-7890. ■ 돈키호테 2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삽입곡 ‘더 임파서블 드림’으로 유명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김성기 류정한 강효성 출연.(02)501-7888. ■ 뱃보이 무기한 신시뮤지컬극장. 박쥐소년의 인간세상 적응기를 그린 컬트뮤지컬. 샘 비브리토 연출, 김수용 슈 출연.1544-1555. ■ 풋루스 10월16일까지 연강홀. 반항과 억압, 사랑과 고통 등 분출하는 젊음의 열정을 춤과 노래로 풀어낸다. 서지영 이한 출연.(02)766-8551. 연극블랙 햄릿-27~9월16일 충무아트홀 소극장 59년 역사의 극단 신협이 새롭게 각색한 햄릿. 철저하게 조작된 게임속에서 음모와 복수의 먹이사슬이 펼쳐진다. 전세권 연출, 이명호 이혜진 출연.(02)2253-7537. ■ 오스카와 장미할머니 9월11일까지 김동수플레이하우스. 백혈병을 앓는 소년 오스카와 장밋빛 가운을 입은 할머니의 감동적인 우정.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작·김동수 연출, 백수련 왕지연 출연.(02)764-6979. ■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9월25일까지 산울림소극장.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을 위한 작품. 임영웅 연출, 박정자 정세라 출연.(02)334-5915.
  • ‘방송3사, 연기자 공동 선발·관리’ 추진 이은규 MBC 드라마국장

    ‘방송3사, 연기자 공동 선발·관리’ 추진 이은규 MBC 드라마국장

    “드라마도 예술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방송연기 등 TV분야를 심도있게 배우는 학교가 필요합니다.” 이은규 MBC 드라마국장을 지난 3일 여의도 MBC방송센터에서 만났다.‘지상파 3사, 연기자 공동 선발·관리 합의’에 대한 기사가 나온 직후였다. 연기자를 같이 뽑고, 함께 교육을 시켜 드라마에 투입하자는 게 골자다.‘스타 권력화’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상파 3사가 본격 대응을 시작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대해 그는 “일부에서 합의 또는 결정이라는 단어를 썼으나 각사 드라마 국장들이 의견을 교환하고, 공감대를 이룬 러프한 수준”이라면서 “반드시 추진하겠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끊임없이 논의를 해야한다.”고 전했다. 또 그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단순히 ‘스타 권력화’에 맞장을 뜨자는 차원이 아니라 한국에서 드라마가 처한 현실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야흐로 ‘한류’ 중심에 TV 드라마가 있다고 한다. 문화적인 파괴력은 물론, 이제 드라마를 두고 산업적 측면까지 논할 단계가 됐다. 하지만 지난 2월부터 MBC 드라마를 총괄 책임지고 있는 그가 바라보는 현재 한국 드라마 수준은 ‘재미는 있되 깊이는 없다.’다. 그는 외적으로 팽창했지만 내용에서는 빈약해진 근본적인 원인을, 드라마를 경시하는 분위기에서 찾았다. 우리에게는 연극·영화과가 익숙하다.TV라 하면 영화보다 하찮다거나 영화를 못하니까 TV한다는 폄하의 시선이 아직도 많다. 때문에 방송 연기나 연출, 글쓰기 등을 심도있게 가르치고 철저하게 배우는 체계가 자리잡지 못했다. 수십, 수백개의 연기학원이 난립하고 있지만, 이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내실이 부족하다. 무엇이든 방송국에 들어와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배워야 하는 게 우리 현실. 반면 외국에 가면 영화·TV과가 주류.TV분야가 당당히 영상예술의 한 축으로 자리잡아, 학교 교육 등 탄탄한 제도를 통해 꾸준히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 이 국장은 “방송 출신이 대학에 교수로 가도 영화 연출을 지도하는 실정은 방송과 관련해 쌓아놓은 커리큘럼이 없다는 방증”이라며 “늦은 감이 있지만, 일상성의 카타르시스를 가진 드라마가 내실있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적인 교육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상황에서는 사설 학원 개념이 아닌, 공적인 차원의 연기 스쿨을 설립하는게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연극 기반이 약한 한국에서는 TV 드라마를 통해 숱한 연기자가 배출됐지만, 스타가 되면 떠나고, 이후 TV 출연을 꺼리는 게 보통이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인 상황에서 역량을 가진 주연급 배우를 캐스팅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 드라마의 질과 다양성을 떨어뜨리는 부분이다. 방송사 드라마 국장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던 가운데 “함께 해보자.”고 의기투합한 것도 허덕이며 드라마를 만드는 것보다 역량있는 연기자를 키워내 궁극적으로 드라마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 이 국장은 “솔직히 영화에서는 문화·산업적 차원의 정책적인 지원이 있지만, 방송은 그렇지 못한 현실이 가장 아쉽다.”고 했다. 활화산처럼 의견을 쏟아내던 이 국장은 “한국 드라마에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생각”이라며 쑥쓰러워했다. 그는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연기스쿨 설립 등을 반드시 이뤄내고 싶다.”고 전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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