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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남중국해 군사기지화는 불법”… 中에 맞짱 뜨는 베트남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남중국해 군사기지화는 불법”… 中에 맞짱 뜨는 베트남

    베트남이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과 맞짱을 뜰 기세다. 중국 측의 남중국해 군사기지 폐쇄와 미사일 등 전략자산 배치의 즉각적인 철회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로이터통신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남중국해 ‘우발 충돌방지를 위한 행동준칙’(COC) 협상 초안을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 베트남이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 폐쇄와 미사일 등 전략무기 배치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그러면서 “베트남은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과 해상 봉쇄, 미사일 발사대 등 공격형 무기 배치 등 분쟁 수역에서 지난 몇 년간 중국이 취한 조치들을 불법으로 간주하는 협정(남중국해 COC 협정)을 원한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이어 “베트남은 중국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남중국해 방공식별구역(ADIZ)도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도 초안에 담았다”고 덧붙였다.‘COC’(Code of Conduct)는 중국과 아세안이 2002년 채택한 ‘남중국해 분쟁당사국 행동선언’(DOC)의 후속 조치에 해당한다. 분쟁 당사국 간 우발적인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 지침을 담을 예정이다. 중국과 아세안은 2017년 8월 외무장관회의에서 COC 협상 초안을 채택하고 지난해 3월부터 협상에 본격 착수했다. 아세안 의장국인 태국은 올해 안에 COC 타결을 주요 추진 목표로 제시했다. 베트남은 모든 분쟁 당사국이 핵심 무역항로에서 국제법에 따라 영유권 주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중국해 90%의 영유권을 주장해 온 중국이 근거로 제시한 이른바 ‘남해 9단선’을 무력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이다. 베트남이 대중 강경노선을 표방하면서 올해 타결을 목표로 추진 중인 아세안과 중국의 남중국해 COC 협상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싱가포르 ISEAS 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남중국해 전문가 이언 스토리 시니어 펠로는 “베트남은 중국이 지난 10년간 (남중국해에서) 해 온 일들을 금지하는 내용을 COC 협정에 담으려 한다”며 “따라서 이를 둘러싸고 베트남과 중국 사이에 매우 짜증스러운 언쟁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남중국해는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가 맞닿아 있는 해역이다. 서태평양과 인도양, 중동을 연결하는 해상 물류 중심지이자 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세계 해양 물류의 25%, 원유 수송량의 70%가 이곳을 통과한다. 금액으로는 한 해 5조 3000억 달러(약 5974조원)에 이른다. 석유 매장량은 최소 110억 배럴, 천연가스는 190조 ft3로 추정된다. 중국은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그어 90%를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며 베트남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과 첨예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중국은 스프래틀리제도(중국명 난사군도, 베트남명 쯔엉사군도, 필리핀명 칼라얀군도)와 파라셀제도(중국명 시사군도, 베트남명 호앙사군도) 등에 인공섬을 잇따라 건설해 활주로와 항공기 격납고 등을 구축하고 지대공미사일과 발사 차량, 레이더 등을 배치하는 등 군사기지화해 역내에 긴장을 고조시켰다.베트남은 특히 과거 자국이 관할하던 스프래틀리제도와 파라셀제도가 1974년과 1988년에 중국에 각각 강제로 점령당한 ‘아픔’을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다. 2016년 7월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필리핀 정부가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지만, 중국은 이를 무시한 채 일방적인 영유권 주장을 하고 있다. 중국은 한발 더 나가 2013년 일방적으로 남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포하고 이곳을 지나는 모든 항공기는 자국에 식별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주변국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베트남의 도발이 곤혹스럽기만 하다. 힘 자랑을 하려던 중국이 베트남 공격에 나섰으나 번번이 패퇴하는 바람에 ‘트라우마’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1979년 미국과 중국이 정식 수교한 이후 중국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그해 1월 29~2월 5일 워싱턴을 방문한 덩샤오핑(鄧小平)이 지미 카터 미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다. “애송이가 말을 안 듣는다. 엉덩이를 때려 줘야겠다.”(小朋友不聽話 該打打股了) 불과 한 달여 전인 1978년 12월 25일 베트남이 캄보디아를 침공한 사실을 두고 한 말이었다. 베트남군은 당시 캄보디아 국경을 넘어 1979년 1월 7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을 함락시키고 중국이 지원하는 크메르루주 지도부는 국외로 탈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군 6만여명이 1979년 2월 17일 전격적으로 베트남을 침공했다. 베트남이 국민 총동원령으로 맞섰다. 주력군이 캄보디아 쪽에 배치돼 있어 민병대와 여성들이 전투에 앞장섰다. 중국군은 20만명까지 병력을 늘렸지만 졸전 끝에 2만여명의 사상자를 내고 한 달 만에 퇴각했다. ‘말 안 듣는 애송이’를 손봐 주겠다던 덩샤오핑은 머쓱해졌다. 190년 전인 청(淸)나라 때도 마찬가지다. 건륭제(乾隆帝)는 베트남 왕이 황제를 칭하자 20만 대군을 보내 베트남을 침공했다. 베트남군은 수륙 양면작전으로 맞섰다. 10만 군사와 전투용 코끼리 100마리를 앞세워 기습작전을 펼쳤다. 청군은 궤멸하고 건륭제는 망신만 톡톡히 당했다. 송(宋)나라와 원(元)나라도 베트남을 침략했다가 쓴맛을 보고 돌아서야 했다. 베트남은 939년 중국 대륙이 5대10국의 혼란기에 접어든 틈을 타 독립한 이후 명(明)나라 때 일시적으로 식민지가 됐던 20년간을 빼고는 1884년 프랑스 식민지가 될 때까지 줄곧 독립을 지켰다. 독립 이후 중국 역대 왕조와 여러 번 전쟁을 치렀지만 그때마다 승리했다. 민족적 자부심이 유난히 강한 이유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을 제외하고 남의 지배를 거의 받지 않았다는 것이 베트남 힘의 원천인 셈이다. 때문에 남중국해의 스프래틀리제도와 파라셀제도를 놓고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일 때마다 전 국민이 똘똘 뭉친다. 2011년 5월 중국 해군이 베트남 석유·가스 탐사선의 해저 케이블을 끊었을 때 베트남 전역이 반중(反中)시위로 들끓었다. 군부는 “중국이 파라셀제도를 점령하면 우리는 육로로 공격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분위기를 격앙시켰다. 2014년 5월 중국의 석유시추 장비 설치에 항의하던 베트남군이 다치고 어선이 파손됐을 때도 벌떼같이 들고일어났다. 중국인 소유 공장들이 잿더미로 변하고 화교들은 탈출했고 결국 중국 해군은 철수해야 했다. 지난해 6월에도 베트남 정부가 추진한 경제특구 조성 관련 법안에 외국인 투자자에게 최장 99년간 토지 임대를 허용하는 조항이 들어간 데 대한 항의로 반중시위가 벌어졌다. 일부 시민들은 이 같은 조항이 중국에 특혜를 제공해 자국의 땅을 팔아넘기고 결과적으로 국가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반발한 것이다. 현행법상 다른 지역의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최장 70년간 토지를 임대할 수 있다. 베트남 정부의 강경 진압에도 고속도로 점거 및 차량 방화로 비화됐다. 시위대는 해산을 시도하는 경찰에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반중시위는 수도 하노이시, 남부 경제 중심지 호찌민시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다. 반중 정서에 밀린 베트남 정부는 급기야 경제특구 관련 법안 처리를 연기하고 토지임대 조항을 빼기로 했다. 지난해 사태의 기저에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치열하게 벌이는 영유권 분쟁 등의 이유로 베트남 사회 저변에 짙은 반중 감정이 깔렸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당당히 맞짱 뜨는 베트남을 절대로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이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에 맞짱 뜨는 베트남의 결기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에 맞짱 뜨는 베트남의 결기

    베트남이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을 빚어온 중국에 대해 맞짱을 뜰 기세다. 중국 측의 남중국해 인공섬 군사기지 폐쇄와 미사일 등 전략자산 배치의 즉각 철회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남중국해 ‘우발 충돌방지를 위한 행동준칙’(COC) 협상 초안을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 베트남이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 폐쇄와 미사일 등 전략무기 배치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고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그러면서 “베트남은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과 해상 봉쇄, 미사일 발사대 등 공격형 무기 배치 등 분쟁 수역에서 지난 몇 년간 중국이 취한 조치들을 불법으로 간주하는 협정(남중국해 COC 협정)을 원한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이어 “베트남은 중국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남중국해 방공식별구역(ADIZ)도 폐지해야 한다고 내용도 초안에 담았다”고 덧붙였다. COC(Code of Conduct)는 중국과 아세안이 2002년 채택한 ‘남중국해 분쟁당사국 행동선언’(DOC)의 후속 조치에 해당한다. 분쟁 당사국 간 우발적인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 지침을 담을 예정이다. 중국과 아세안은 2017년 8월 외무장관회의에서 COC 협상 초안을 채택하고 지난해 3월부터 협상에 착수했다. 차기 아세안 의장국인 태국은 올해 안에 COC 타결을 주요 추진 목표로 제시했다.베트남은 모든 분쟁 당사국이 핵심 무역항로에서 국제법에 따라 영유권 주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중국해 90%의 영유권을 주장해온 중국이 근거로 제시해온 이른바 ‘남해 9단선’을 무력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이다. 베트남이 대중 강경노선을 표방하면서 올해 타결을 목표로 추진 중인 아세안과 중국의 남중국해 COC 협상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싱가포르 ISEAS 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남중국해 전문가 이언 스토리 시니어 펠로는 “베트남은 중국이 지난 10년간 (남중국해에서) 해온 일들을 금지하는 내용을 COC 협정에 담으려 한다”며 “따라서 이를 둘러싸고 베트남과 중국 사이에 매우 짜증스러운 언쟁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남중국해는 중국과 대만,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가 맞닿아 있는 해역이다. 서태평양과 인도양, 중동을 연결하는 해상 물류 중심지이자 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세계 해양 물류의 25%, 원유 수송량의 70%가 이곳을 통과한다. 금액으로는 한 해 5조 3000억달러(약 5974조원)에 이른다. 석유 매장량은 최소 110억 배럴, 천연가스는 190조 ft3로 추정된다. 중국은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그어 90%를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며 베트남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과 첨예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중국은 스프래틀리제도(중국명 南沙群島, 베트남명 쯔엉사군도, 필리핀명 칼라얀군도)와 파라셀군도(중국명 西沙群島, 베트남명 호앙사군도) 등에 인공섬을 잇따라 건설해 활주로와 항공기 격납고 등을 구축하고 지대공미사일과 발사 차량, 레이더 등을 배치하는 등 군사기지화해 역내에 긴장을 고조시켰다. 베트남은 특히 과거 자국이 관할하던 스프래틀리제도와 파라셀군도가 1974년과 1988년에 중국에 각각 강제로 점령당한 ‘아픔’을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다. 2016년 7월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필리핀 정부가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지만, 중국은 이를 무시한 채 일방적인 영유권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한 발 더 나가 2013년 일방적으로 남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포하고 이곳을 지나는 모든 항공기는 자국에 식별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주변국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베트남의 도발이 곤혹스럽기만 하다. 힘 자랑을 하려던 중국이 베트남 공격에 나섰으나 번번이 패퇴하는 바람에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1979년 미국과 중국이 정식 수교한 이후 중국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그해 1월 29~2월 5일 워싱턴을 방문한 덩샤오핑(鄧小平)이 지미 카터 미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다. “애송이가 말을 안 듣는다. 엉덩이를 때려줘야겠다(小朋友不聽話 該打打屁股了).” 불과 한달여 전인 1978년 12월 25일 베트남이 캄보디아를 침공한 사실을 두고 한 말이었다. 베트남군은 당시 캄보디아 국경을 넘어 1979년 1월 7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을 함락시키고 중국이 지원하는 크메르루주 지도부는 국외로 탈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군 6만여 명이 1979년 2월17일 전격적으로 베트남을 침공했다. 베트남이 국민 총동원령으로 맞섰다. 주력군이 캄보디아 쪽에 배치돼 있어 민병대와 여성들이 전투에 앞장섰다. 중국군은 20만 명까지 병력을 늘렸지만 졸전 끝에 2만여 명의 사상자를 내고 한 달 만에 퇴각했다. ‘말 안 듣는 애송이’를 손봐 주겠다던 덩샤오핑은 머쓱해졌다. 190년 전 청(淸)나라 때도 마찬가지다. 건륭제(乾隆帝)는 베트남 왕이 황제를 칭하자 20만 대군을 보내 베트남을 침공했다. 베트남군은 수륙 양면작전으로 맞섰다. 10만 군사와 전투용 코끼리 100마리를 앞세워 기습작전을 펼쳤다. 청군은 궤멸하고 건륭제는 망신만 톡톡히 당했다. 송(宋)나라와 원(元)나라도 베트남을 침략했다가 쓴맛을 보고 돌아서야 했다. 베트남은 939년 중국 대륙이 5대10국의 혼란기에 접어든 틈을 타 독립한 이후 명(明)나라 때 일시적으로 식민지가 됐던 20년간을 빼고는 1884년 프랑스 식민지가 될 때까지 줄곧 독립을 지켰다. 독립 이후 중국 역대 왕조와 여러 번 전쟁을 치렀지만 그때마다 승리했다. 민족적 자부심이 유난히 강한 이유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을 제외하고 남의 지배를 거의 받지 않았다는 것이 베트남의 힘의 원천인 셈이다. 이 때문에 남중국해의 스프래틀리제도와 파라셀군도를 놓고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일 때마다 전 국민이 똘똘 뭉친다. 2011년 5월 중국 해군이 베트남 석유·가스 탐사선의 해저 케이블을 끊었을 때 베트남 전역이 반중(反中)시위로 들끓었다. 군부는 “중국이 파라셀 제도를 점령하면 우리는 육로로 공격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분위기를 격앙시켰다. 2014년 5월 중국의 석유시추 장비 설치에 항의하던 베트남군이 다치고 어선이 파손됐을 때도 벌떼같이 들고 일어났다. 중국인 소유 공장들이 잿더미로 변하고 화교들은 탈출했고 결국 중국 해군은 철수해야 했다. 지난해 6월에도 베트남 정부가 추진한 경제특구 조성 관련 법안에 외국인 투자자에게 최장 99년간 토지임대를 허용하는 조항이 들어간데 대한 항의로 반중시위가 벌어졌다. 일부 시민들은 이 같은 조항이 중국에 특혜를 제공해 자국의 땅을 팔아넘기고 결과적으로 국가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반발한 것이다. 현행법상 다른 지역의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최장 70년간 토지를 임대할 수 있다. 베트남 정부의 강경진압에도 고속도로 점거 및 차량 방화로 비화됐다. 시위대는 해산을 시도하는 경찰에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반중시위는 수도 하노이시, 남부 경제중심지 호찌민시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다. 반중 정서에 밀린 베트남 정부는 급기야 경제특구 관련 법안 처리를 연기하고 토지임대 조항을 빼기로 했다. 지난해 사태의 기저에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치열하게 벌이는 영유권 분쟁 등의 이유로 베트남 사회 저변에 짙은 반중감정이 깔렸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당당히 맞짱 뜨는 베트남을 절대로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남중국해 원유 공동탐사 합의한 중국과 필리핀

    남중국해 원유 공동탐사 합의한 중국과 필리핀

    중국과 필리핀 양국이 영유권 갈등을 벌여온 남중국해에서 에너지 공동 개발에 전격 합의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수행하고 필리핀을 방문중인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0일(현지시간) 테오도로 록신 필리핀 외무장관과 필리핀 대통령궁에서 남중국해 원유 및 가스 개발 협력을 내용으로 하는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고 신화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이와 관련, 중국해 문제로 첨예한 갈등을 겪어온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협력 관계로 격상하기로 하는 등 밀착 행보를 보였다. 또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국가주석의 필리핀 방문은 13년 만이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에서 공통의 이해를 많이 갖고 있다”면서 “인프라 건설과 농업 분야 등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하고 해양 협력을 계속 증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 주석은 남중국해 영유권에 관해선 “우호적인 대화를 통해 상호 입장 차이를 조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영유권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어온 필리핀과 관계를 강화한 것은 시진핑 지도부로서는 상당한 외교적 성과라고 할 수 있다는 평가이다. 다만 필리핀 내에서는 대중 경계감으로 대중 합의에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상당히 높다. 중국과 공동 개발에 나서려면 의회 승인이 필요한데 성사 여부에는 불투명한 부문이 많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유엔 해양법조약에 따른 상설중재재판소가 중국의 남중국해 주권 주장을 전면 부정하는 판정을 내렸지만 이를 보류하고 그 대신 경제협력을 추진하는 등 대중 융화자세를 보여왔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필리핀은 일대일로의 중요한 파트너로 일대일로가 필리핀의 발전 전략과 맞물리도록 인프라, 전자통신, 농업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이 21일 보도했다. 시 주석은 “양국은 남중국해에서 광범위한 공동 이익이 있어 우호적인 협상을 통해 갈등을 관리하고 해상 실무협력을 추진할 수 있다”면서 “중국은 필리핀과 함께 중국·아세안 관계를 증진하길 원한다”고 러브콜을 보냈다. 두테르테 대통령도 “필리핀은 상호 존중의 기초 아래 중국과 포괄적 전략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무역, 투자, 농업, 마약, 민생 개선, 인프라,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길 원한다”며 대규모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필리핀은 지역 국가들과 함께 남중국해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것에 동의하며 아세안과 중국의 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면서 “필리핀은 중국과 유엔 등 다자 틀 내에서 소통과 조율을 긴밀히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시진핑, 中 지도자 최초로 태평양 도서국 간다

    시진핑, 中 지도자 최초로 태평양 도서국 간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5~2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중국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한다. 시 주석은 태평양 국가 방문을 통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응하는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협력 방안을 강화할 전망이다.●두테르테와 회담… ‘남중국해 갈등’ 의제 15~16일 파푸아뉴기니를 국빈 방문하는 시 주석은 이 기간 피지, 사모아, 바누아투, 미크로네시아, 쿡제도, 통가, 니우에 등 8개 수교 도서국의 정상들을 만날 예정이다. 정저광(鄭澤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13일 “시 주석이 중국의 태평양 군도 국가들에 대한 정책과 섬나라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7~18일 APEC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기조 연설을 하며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일정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이어 18~21일 브루나이와 필리핀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갖는다. 특히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는 영유권 분쟁 대상인 남중국해 문제가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은 시 주석의 방문을 앞두고 국방장관이 미군 주둔을 환영한다고 밝히는 등 잇달아 남중국해와 관련한 민감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장관은 13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관련 정상회의가 열리는 싱가포르를 방문해 “필리핀은 지역과 남중국해에서의 안정세력으로서 미군의 주둔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도 지난 11일 “시 주석에게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승소 판결을 언급하며 ‘우리 영토에서 석유를 시추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고 공개했다. 필리핀 정부는 2016년 7월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PCA 승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그동안 친중 노선을 띠며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던 두테르테 정부가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을 앞두고 관련 발언 수위를 높이는 이유로 고도의 협상전략이란 분석과 남중국해 원유 공동탐사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시각이 엇갈리게 나온다. ●트럼프, 수입 자동차 관세폭탄 잠정 보류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수입 자동차의 관세폭탄 부과 방안을 잠정 보류하기로 해 주목된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수입 자동차의 관세 폭탄으로 동맹국들과 갈등이 커지면 대(對)중국 공동전선 구축에 균열이 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고위 통상관리들이 이날 백악관에서 상무부의 자동차 관세 관련 보고서를 논의한 후 이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최빈국 동티모르, 호주와 해양경계선 설정으로 32조원 이득 챙겨

    최빈국 동티모르, 호주와 해양경계선 설정으로 32조원 이득 챙겨

    호주와 동티모르가 400억달러(약 43조원) 어치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된 두 나라 해안선의 중간선을 새 해양경계선 기준으로 삼았다. 이번 조약은 먼저 상설중재재판소(PCA) 타협을 거친 뒤 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서명이 이뤄졌다. 안토니오 구티에레스 유엔 사무총장은 두 나라가 “비전과 결단력”을 보였다고 극찬했다. 2002년 인도네사아로부터 독립한 이후 여전히 최빈국 대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동티모르는 이번 조약 체결로 300억달러(약 32조원)의 상당한 이득을 챙기게 됐다. 해당 광구 개발은 두 나라의 해양경계선 분쟁 때문에 상당 기간 중단돼 있었다. 동티모르에 정제 시설을 갖출지에 따라 개발 수익을 7-3 이나 8-2로 나누기로 했다. 두 나라는 그레이터 선라이즈 광구의 개발 수익을 5-5로 나누고, 50년 동안 티모르해 해양경계선 협상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2006년 티모르해 조약(CMATS)의 적법성을 두고 오랫동안 갈등을 겪어왔다.이 과정에 호주는 동티모르 정부청사를 도청해 불평등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도록 상황을 몰고갔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동티모르가 해양경계선 분쟁과 관련해 PCA에 호주를 제소했을 때는 PCA가 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했다가 남중국해 영유권에 대한 PCA 판결을 무시한 중국과 같은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결국 두 나라는 지난해 초 CMATS를 폐기하기로 합의했다. 한편 이번 조약은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라 국가 간 해양경계선 분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첫 사례로도 주목된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훈 센 32년 철권통치 연장 행보에… 웃음꽃 핀 中

    훈 센 32년 철권통치 연장 행보에… 웃음꽃 핀 中

    캄보디아의 훈 센(65) 총리. 1985년부터 지금까지 32년째 단독·공동총리를 오가며 ‘철권’을 휘두른,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집권한 지도자 중 한 명이다. 내년 7월 총선을 앞두고 훈 센 총리는 집권 연장을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며 “10년은 더 일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의 독재 행보를 지켜보며 웃음 짓는 것은 다름 아닌 중국이다. 그동안 훈 센 총리가 이끄는 캄보디아에 막대한 원조를 제공함으로써 얻은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훈 센 총리는 지난 3일 제1야당인 캄보디아구국당(CNRP) 지도자 켐 소카를 미국과 결탁해 정부 전복을 꾀한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재판에 넘겨진 소카 대표는 반역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유죄가 인정되면 최장 3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는다. 캄보디아 정부는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영자지 캄보디아데일리에 지난 10년치 체납 세금 630만 달러(약 71억원)를 내라고 갑자기 통보, 캄보디아데일리는 지난 4일 결국 폐간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또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미국의소리(VOA) 방송 송출을 차단하고 미 비영리단체 민주주의연구소(NDI) 활동도 금지했다. 11일 일간 크메르타임스와 신화통신에 따르면 훈 센 총리는 전날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의류업계 근로자들과 만나 캄보디아구국당이 반역 행위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 해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1야당 지도자 구속에 이어 당 해체까지 이뤄지면 내년 7월 총선은 사실상 여당의 독무대가 된다. 훈 센 총리는 지난 6일 “이전에는 언제 공직을 사임할지 매우 주저했지만 최근 야당 지도자의 반역 행위를 목격하고서 10년은 내 일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며 “세계에서 최장수 총리가 되는 나를 질시하지 말 것을 외국인들에게 부탁한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훈 센 총리가 이렇게 독재 야욕을 거침없이 드러낼 수 있는 배경에는 중국과의 밀월 관계도 한몫하고 있다. 훈 센 총리는 그동안 캄보디아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온 중국을 등에 업고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한편, 중국은 훈 센 총리와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남중국해 등에서 이익을 보겠다는 계산을 각각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크메르타임스에 따르면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지난 7일 캄보디아를 방문해 헹 삼린 캄보디아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캄보디아가 정치적 혼란의 와중에 주권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노력을 지지한다”며 “중국은 어떤 상황에서도 캄보디아를 돕겠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의 시사평론가 라오몽헤이는 “중국의 캄보디아 정부 지지는 예상된 것이었다”며 “중국은 캄보디아와의 우호적 관계에서 이익을 보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해 7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영유권 판결 직후 캄보디아에 36억 위안(약 6243억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 캄보디아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을 지지한 것이 경제 지원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훈 센 총리도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중국에서 막대한 원조와 차관을 지원받았고, 이런 경제적 성공을 정권의 정당성으로 이용하고 있다. 원래 친(親)베트남 노선을 꾸준히 걸어온 훈 센 총리는 1997년 노로돔 라나리드 왕자를 몰아내고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뒤 국제사회의 고립에 직면했다. 훈 센 총리는 캄보디아에 제재를 가하려던 서방 세계를 피해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선택을 한다. 훈 센 총리는 1999년 처음 중국을 방문해 무이자 차관 2억 달러와 1830만 달러 원조 약속을 선물로 안고 왔다. 이후로 중국은 캄보디아에 막대한 지원을 이어 나갔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15년 현재 중국은 대(對)캄보디아 투자국 1위로, 캄보디아에 대한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나머지 나라를 합친 것보다도 큰 수준이었다. 중국이 2013년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추진한 뒤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2015년 중국은 캄보디아가 진 빚 8700만 달러를 탕감해 줬다. 중국은 이어 지난해 7월 캄보디아의 인프라, 교육, 건강 분야의 개선을 위해 6억 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지난 5월에는 훈 센 총리가 중국을 찾아가 2억 4000만 달러의 원조 약속을 받아 왔다. 정국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훈 센 총리는 판 소라삭 상무장관과 함께 11일부터 13일까지 중국 광시(廣西)성에서 열리는 중국·아세안 엑스포에 참석한다고 크메르타임스는 전했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세계는 지금 新냉전시대] 美우선주의에 선명해진 ‘中 9단선’… 3810兆 해양굴기

    [세계는 지금 新냉전시대] 美우선주의에 선명해진 ‘中 9단선’… 3810兆 해양굴기

    남중국해. 암초와 산호초로 이뤄진 네 개의 군도다. 보잘것없는 이 섬 덩어리를 두고 중국과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대만, 브루나이 등 6개국은 70년 가까이 싸우고 충돌하고 서로에게 협박을 일삼았다. 중국과 다른 나라 간 분쟁이 거듭되면서 미국까지 개입, 미·중 간 힘겨루기로 비화됐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냉전 2.0’의 양상을 되짚어 봤다.갈등의 시작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 맺어진 195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태평양전쟁에서 패배한 일본이 남중국해를 포기한 뒤 주변국들이 지리적 근접성 등을 이유로 이곳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했다. 이유는 남중국해가 가진 경제적·군사안보적 가치 때문이다. 남중국해는 서쪽으로는 말라카 해협을 통해 인도양으로, 동쪽으로는 대만 해협을 통해 동중국해와 서태평양으로 이어지는 길목이다. 전 세계 해양 물류의 약 25%와 원유수송량의 70% 이상이 남중국해를 지난다. 이곳을 지나는 물류의 가치는 3조 4000억 달러(약 3810조원)에 달한다. 중요한 해상 교통로이자 군사적 요충지다. 중국은 남중국 해상에 가상의 선 9개로 이어진 ‘9단선’(Nine Dash Line)을 정해 이 지역 모두가 중국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9단선은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 정부가 1947년 제작한 11단선 지도가 원형이다. 2000년 전 한나라 시대 때 남중국해의 섬들을 발견해 개발했다는 문헌자료, 명나라 시절 정화(鄭和)의 남해원정 당시 남중국해 총독을 두어 관리했다는 사료 등이 11단선의 근거였다. 신중국은 1953년 11단선에서 하이난다오(海南島)와 베트남 간 통킹만에 있는 2개 선을 삭제해 9단선으로 수정한 새 지도를 반포했다. 9단선 안에는 스프래틀리(중국명 난사·베트남명 쯔엉사) 군도, 파라셀(중국명 시사·베트남명 호앙사) 군도,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등이 포함돼 있다. 현재 스프래틀리 군도는 필리핀·베트남·중국·대만·브루나이가 부분 실효지배를 하고 있고, 파라셀 군도는 중국과 베트남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가운데 중국이 실효지배 중이다.●中, 베트남·필리핀과 수차례 충돌 남중국해를 둘러싼 분쟁은 주로 중국과 베트남, 중국과 필리핀 사이에 일어났다. 중국과 베트남은 1974년과 1988년 파라셀 군도와 스프래틀리 군도에서 무력 충돌했다. 중국은 1992년 2월 남중국해 대부분을 영해로 포함하는 영해법을 일방적으로 공포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중국과 필리핀은 1990년대 들어 스프래틀리 군도에 속해 있는 미스치프 환초(중국명 메이지자오·美濟礁)와 스카버러 암초를 두고 충돌했다. 1996년 유엔해양법협약 비준을 계기로 중국은 해양 문제를 국제법적으로 다뤄야 할 대상임을 인식했다. 여기에 2002년 11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이 남중국해 영유권 다툼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남중국해 행동선언’을 채택하면서 분쟁은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듯했다. 상황이 바뀐 것은 8년 뒤. 중국은 2010년 남중국해를 티베트와 대만 같은 ‘핵심적 이익’이라고 규정하고 나섰다. 이에 맞서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남중국해에 있어서 국제법 준수는 미국의 국익”이라고 표명하면서 국제적으로 남중국해 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했다. 다음해인 2011년 5월 중국 해안순시선이 베트남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베트남 석유 탐사선 케이블을 절단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2012년 4월에는 스카버러 암초에서 필리핀 함정과 중국 해양감시선이 57일간 대치하는 등 남중국해에서 국지적 무력 충돌이 다시 시작됐다. 결국 2013년 1월 필리핀은 유엔해양법 조약에 근거해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중재를 신청했다. 설상가상으로 2014년 6월 중국이 스프래틀리·파라셀 군도에 인공섬을 건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갈등은 본격화됐다. 중국은 스프래틀리 군도에 7개, 파라셀 군도에 2개의 인공섬을 만들어 미사일 시설과 군수품 저장 목적으로 추정되는 지하 구조물도 들여 놨다. 분쟁국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데도 중국이 인공섬을 강행한 것은 ‘해양 강국’이 되겠다는 야심 때문이다. 중국은 2002년 제16차 당대회부터 경제대국 발전전략과 해양개발 추진을 연계하기 시작했고 2012년 제18차 당대회에서는 ‘해양강국 건설’을 선포하고 해양굴기에 나섰다. 인공섬 건설은 중국 공산당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열쇠인 ‘굴욕의 세기’ 극복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오바마 ‘항행의 자유 작전’ 직접 개입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노골적인 세 확장에 나서자 그동안 직접적인 개입을 꺼렸던 미국이 나섰다. 2015년 4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향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다른 나라를 밀어제쳐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고 그해 10월에는 ‘제1차 항행의 자유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이 스프래틀리 군도에 만든 인공섬 수비 암초에서 12해리(약 22㎞) 이내에 이지스 구축함 라센을 파견했다. 지난해 7월에는 PCA가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다. 스카버러 암초가 속한 해역이 필리핀의 200해리 EEZ 내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중국 인공섬의 권리를 부인한 것이다. 중국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듯했던 남중국해 정세는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하며 또 한번 변화를 맞았다. ‘아시아 중시 정책’을 펼쳤던 전임 오바마 전 대통령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웠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의 포괄적인 전략이 부족했다. 오바마 정부가 추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거부한 것이 그 방증이다. TPP는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전략으로 평가받았다. 중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를 추진하며 TPP에 대응해 왔다. 그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TPP를 거부한 것은 아시아의 전통적인 동맹국들의 신뢰를 잃게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지난달 17일 포린폴리시(FP)가 지적했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치로 ASEAN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영향력을 야금야금 확대해 가는 참이었다. 실제로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갈등을 빚어 왔던 미국의 우방 필리핀과 베트남은 최근 무게중심을 중국 쪽으로 옮기는 모양새다. 특히 PCA 판결 직전인 지난해 6월 취임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반미친중’ 노선을 선명히 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군의 필리핀 주둔 근거가 되는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을 폐기할 수도 있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그해 10월 처음 중국을 방문해 총 240억 달러 규모의 경제 협력을 약속받는 등 선물 꾸러미를 한아름 안았다. 지난 5월 방문에서도 각종 지원을 얻어 왔다. 마지막 남은 우방 베트남도 최근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달 29일 진단했다. 지난 7월 남중국해에서 스페인 석유회사인 렙솔과 벌이던 석유 시추 작업을 돌연 중단했는데, 베트남이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국 BBC방송은 동남아 석유업계 소식통의 말을 인용, 석유 시추를 중단하지 않으면 중국이 스프래틀리 군도에 있는 베트남의 군사기지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뒤늦게 ‘항행의 자유 작전’을 확대 실시하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해군이 이 작전을 매달 2~3차례로 늘려 실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는 총 4차례, 트럼프 행정부 들어 3차례 실시했던 작전을 정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中 “11월 아세안 회의 후 COC 개시” 지난달 6~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ASEAN+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ASEAN 10개 회원국 외교장관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남중국해 비군사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2002년 채택한 ‘남중국해 행동선언’의 후속 조치인 ‘남중국해 행동준칙’(COC)의 법적 구속력 부여가 필요하다는 내용은 넣지 않았다. 베트남은 COC의 이행에 강제성을 부여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나머지 회원국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ASEAN 회의 후 “남중국해 상황이 대체로 안정되고 외부의 큰 방해가 없다면 오는 11월 아세안 정상회의 기간에 COC 협의의 공식 개시 선언을 고려할 것”이라고 조건부 협상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중국이 세를 과시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COC 관련 논의가 순탄하게 진행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시론] 사드는 하늘이 준 위기이자 기회/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시론] 사드는 하늘이 준 위기이자 기회/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지난 6일 필리핀에서 개최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기간 중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임시배치 결정은 개선되고 있는 한?중 관계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어 8일 중국 현지 언론들은 한?중 수교 25주년 행사는 별도로 개최한다고 보도했다. 한동안 언급되던 문재인 대통령의 8월 중국 방문은 이제 물 건너갔다. 한?중 수교 이후 어려운 시기가 이렇게 오래 지속된 적은 없었다. 출구는 없는가?중국은 한국 정부의 7월 28일 사드의 일반 환경평가 실시 결정 후 바로 다음날 사드의 ‘임시’배치 결정에 ‘중국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지난해 7월 12일 중국이 남중국해 분쟁 관련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결을 앞둔 4일 전 박근혜 정부는 사드 배치를 전격 결정했다. 이번 임시배치 결정도 중국이 인도와의 국경 분쟁으로 대치 중인 상황에서 나왔다. 중국은 한국이 중국의 어려운 상황을 이용한다고 느낀다. 외교가 타이밍인 점을 고려할 때 한국 외교의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겉으로는 사드에 초강경 입장이지만 중국도 여러 정황상 한국의 사드 배치가 불가피한 것을 잘 안다. 중국도 적당한 때에 사드 정국을 벗어나고 싶은 만큼 우리의 새로운 사드 해결 접근법이 필요하다. 중국을 몰아붙이는 방식보다는 중국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감성적 접근이 필요하다. 전 정부의 잘못에 선을 그으면서도 대승적으로 이번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다는 통 큰 입장을 보여 주어야 한다. 대국끼리는 서로 통하므로 중국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미?중에 전하는 메시지는 모두 같아야 한다. 한국도 노력하겠지만 중국도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하라고 요청할 필요가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중국의 국내 상황을 이해하고 중국 정부와 교감하는 것이다. 사드 배치는 그대로 추진하되 시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한?중 관계의 추가 악화, 그래도 현상 유지, 혹은 개선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현 상황에서 최선은 내년 3월 중국의 양회(兩會) 이후, 차선은 올가을 예정된 제19차 당대회 이후, 차차선은 올해 한·중 수교일인 8월 24일 이후다. 시진핑 주석은 이제 절대적 지도자로 등극 준비 중이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많은 양보를 하는 것도 국내 정치 일정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시 주석의 체면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준다면 시 주석의 불만도 어느 정도 희석될 것이다. 612년 살수대첩은 한민족 역사상 가장 큰 군사적 승리로 일컬어진다. 고구려 명장 을지문덕이 둑을 쌓아 물을 가두었다가 이를 터뜨려 수나라 113만 군대를 전멸시켰다. ‘살수’(薩水)는 청천강의 옛 이름이다. ‘보살의 물’(水攻)로 외적을 제압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사드의 중국식 표기는 ‘살덕’(薩德)이다. 사드는 또 다른 ‘살수’로서 중국의 위협 인식과 경계심을 자극한다. 살수대첩은 욱일승천하던 수나라의 기세를 꺾고 결국 멸망의 길로 접어들게 했다. 그러나 당시 중국과 한반도는 상쟁의 시대를 살았지만 현재는 협력의 시대를 살고 있다. ‘살덕’의 뜻은 아이러니하게도 ‘보살의 베품’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보란 하늘의 뜻일 수 있다. 사드 문제를 잘 풀어내면 한반도 통일 준비에도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미?중 모두가 한국의 외교력을 긍정하게 하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주도권을 수용하게 할 것이다. 사드의 임시배치로 문제를 끝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우리만 끝낸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하라고 한다 해서 들을 중국이 아니다. 중국에 대해 한 번 정도 배려를 해 본 뒤 여의치 않다면 그때 가서 중국을 압박해도 늦지 않다. 이번 사드 난국을 잘 풀어 낸다면 중국이 대북 제재에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더 적극 나설 수 있다. 당장엔 24일 중국 정부에 수교 축전을 보내고 고위급 인사를 서울과 베이징 수교 행사에 참석토록 해야 한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호응할 것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만능 해답은 없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 美·日·濠 “中, 남중국해 인공섬 군사화 말라”

    美 “中, 과도한 해양권 주장 반대” 日 “인공섬 중단·시설물 철거를” 中 “주권침해… 항행의 자유 아냐” 중국이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미국, 일본, 호주에 협공을 당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4일 폐막한 포럼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에 대한 군사화와 과도한 해양권 주장을 반대한다”며 “현상(status quo)에 대한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변경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매티스 장관은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계속 펼치겠다는 뜻도 천명했다. 이나다 도모미 일본 방위상과 머리스 페인 호주 국방장관도 “중국은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을 존중해 인공섬 매립을 중단하고 군사적 시설물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지난 2일 기조연설에서 “강압적인 중국은 자율권과 전략적 공간을 마지못해 빼앗긴 이웃들의 분노 섞인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대만 문제까지 거론했다. 그는 “미국은 대만 방어 의무를 다할 것”이라며 “대만이 필요로 할 때면 언제든지 무기를 판매하는 등 ‘대만 관계법’을 준수하겠다”고 말했다. 대만 관계법은 미국이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제정한 법으로, 대만이 군사적 위협에 처하면 미국이 지켜준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다만, 매티스 장관은 중국 측 대표들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정하는 것이냐”며 거세게 반발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고 해명했다. 중국 측 대표인 허레이 중장은 “군함과 군용기로 중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미국의 행위는 결코 항행의 자유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아태지역에서 자신들이 마치 법관이나 된 것처럼 행동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한편 중국은 이번 포럼에 예년과는 달리 대표단의 격을 낮춰 10여명의 군사과학학회 관계자들만 파견했다. 남중국해 문제가 첨예하게 쟁점화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또 올가을 개최하려던 샹산(香山)포럼을 취소했다. 샹산포럼은 서방 주도의 샹그릴라 대화에 대응하고자 중국이 개최하는 군사·안보 포럼이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두테르테 “시진핑, 남중국해 원유 채취땐 전쟁한다고 말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에게 계속해서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면 전쟁에 나서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시 주석의 전쟁 위협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 19일 자국의 해안경비대 행사에서 폭로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15일 중국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남중국해에서 원유를 채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시 주석이 “그러지 마라. 그것(남중국해)은 우리 바다”라고 응수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우리에겐 헤이그 중재 법원의 판결이 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지난해 헤이그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일축하는 한편 필리핀의 배타적 경제수역 주장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동안 친중국 행보를 위해 재판 결과를 언급하지 않던 두테르테 대통령이 시 주석 면전에서 판결 이행을 주장한 것이다. 이에 시 주석은 “당신들은 아무 구속력도 없는 법률만 갖고 있지만 우리에겐 명나라 이후 계속 내려온 역사적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역사적 권리는 멀고 생소하다”고 되받아쳤다. 그러자 시 주석은 단호한 어조로 “꼭 그렇다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사실을 알려 줘야만 할 것 같다. 당신들과 전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두테르테가 시 주석의 전쟁 위협을 폭로한 것은 친중 행보를 비판하는 국내 여론을 겨냥한 것이었다. “중국과의 전쟁은 대재앙”이라며 중국과 평화적으로 남중국해를 공동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나온 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남중국해 분쟁이 언젠가는 (전쟁의) 발화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 준다”면서 “중국의 인공섬 건설에 맞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전개하는 미국에도 딜레마를 안겨 주는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두테르테, 남중국해 자원 개발 中에 제안

    두테르테, 남중국해 자원 개발 中에 제안

    필리핀이 중국에 남중국해를 공동으로 개발하자고 제의하는 한편 미국 무기 대신 중국산 무기를 대거 사들이기로 했다.17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연일 친중국 행보를 이어 가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영유권 분쟁 당사국인 중국·베트남과 남중국해 천연자원을 공동으로 개발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남중국해는 연간 해상 물동량이 5조 달러(약 5586조원)에 이르는 전략적 요충지로, 석유와 가스 등 천연자원이 대량 매장돼 있으며 중국, 베트남, 필리핀의 주요 어장이기도 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특히 “남중국해 판결을 중국에 강요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선언했다. 필리핀 정부는 베니그노 아키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 중국을 상대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 분쟁 조정 신청을 냈으며, 지난해 7월 중국의 영유권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승소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필리핀은 이 판결을 무시하는 대가로 중국으로부터 많은 경제적 이익을 취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최근 중국에서 열린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참석해 마닐라 파시그강 다리 건설 등 중국이 5억 위안을 지원하는 협정을 포함해 양국 간 협력 증진을 위한 다수의 협정을 체결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일대일로 포럼에서 횡재했다”고 말했다. 필리핀은 또 지난해 테러 소탕용 소총을 중국에서 수입한 데 이어 이번에는 전투기, 드론, 쾌속정 등도 수입할 계획이다. 중국은 필리핀의 무기 구매를 위해 5억 달러를 빌려줄 예정이다. 현재 필리핀 무기 가운데 75%가 미국산이다. 하지만 미국이 두테르테 대통령의 인권침해를 이유로 필리핀에 무기 수출을 하지 않고 있어 중국 무기 비중은 점점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필리핀은 특히 19일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에서 처음으로 ‘남중국해 양자회담’을 한다. 아키노 대통령 때는 중국의 공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 등 우방국을 끌어들여 다자회담을 열었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과 직접 담판을 벌여 남중국해 갈등 관리 및 공동 개발 합의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데스크 시각] 미국의 유엔해양법협약 비준 움직임을 주목하라/이제훈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미국의 유엔해양법협약 비준 움직임을 주목하라/이제훈 국제부 차장

    미국 플로리다에서 지난 6~7일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미·중 정상회담은 ‘세기의 담판’이라고 언론이 호들갑까지 떨었지만 정작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100일 계획’ 외에 이렇다 할 성과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데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한 내용을 살펴보다 문득 지난 2월 미국의 저명한 중국 전문가로 구성된 초당적 태스크포스(TF)가 발표한 보고서가 생각났다. ‘미국의 대중 정책 : 새 행정부를 위한 권고’라는 제목이 붙은 74쪽 분량의 미·중 관계 관련 보고서는 아시아소사이어티센터 미·중 관계팀과 UC 샌디에이고 글로벌 정책 및 전략 담당팀이 1년 넘게 공을 들여 작성했다. 보고서가 생각난 것은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트럼프의 주장과 보고서 내용 중 일부가 너무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TF에는 지난 50년간 중국 문제를 다뤄온 앤드루 네이선 컬럼비아대 교수를 비롯해 윈스턴 로드 전 주중 대사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중국 전문가 20명이 포함돼 있다. 보고서 집필진이 주는 무게감 때문인지 백악관도 이 보고서를 주의 깊게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6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당연히 그중에서 가장 먼저 거론한 것은 바로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둘러싼 중국과의 협조 문제였다. 보고서는 트럼프가 시 주석과 북핵 문제 해결을 전담할 고위급 채널을 서둘러 만들 것을 권고했다. 또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 정전협정을 항구적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한 포괄적 협상을 북한에 제안하는 것도 포함할 것을 추천했다. 중국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은행과 기업, 개인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단행하라고도 조언했다. 팽창하는 중국을 두려워하는 동맹국을 안심시키고자 가능한 한 빨리 트럼프 대통령이나 고위급 인사가 일본과 한국을 방문해 동맹 수호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외국기업에 대한 차별 시정과 이를 위한 중국과의 협력방안 제안도 추천했다.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싼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을 거부하며 해양 팽창 야욕을 보이는 중국을 견제하고자 미국이 비준을 거부하는 유엔해양법협약을 조속히 비준할 것도 권장했다. 보고서 내용을 본 뒤 정상회담을 다시 보면 트럼프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 협력을 추진하되 조율할 수 없다면 독자적인 방법을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세컨더리보이콧을 사용하겠다는 뜻이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한국과 일본을 선택한 것이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아시아 순방을 다녀간 것도 보고서에 언급된 것과 비슷한 행보이다. 15~25일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아태지역 순방에 나선다. 이들은 모두 트럼프 행정부 최고위 인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미·중이 합의한 ‘100일 계획’도 결국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 시정에 방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가 이 보고서를 얼마나 참고해 행동에 옮겼는지는 알 수 없다. 보고서에서 언급한 북한과의 포괄적 협상은 고사하고 트럼프는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한반도 해역으로 급파해 한반도의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이런 내용은 보고서에 없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관심 있게 봐야 할 것 같다. 미국이 유엔해양법협약 비준 움직임을 보인다면 더 그렇다. parti98@seoul.co.kr
  • 남중국해까지 전선 확대… 美·中 ‘격랑’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중국의 남중국해 점거를 불용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미·중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하나의 중국’ 원칙을 파기할 뜻을 수차례 천명하면서 중국과의 힘겨루기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중국은 이에 대해 “국가의 핵심 이익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혀 왔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정식 취임하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인내’ 전략을 구사해 온 측면도 있다. 남중국해는 아시아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과 역외 균형자를 자처하는 미국의 힘이 정면충돌하는 지점이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법적인 문제에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며 국제법에 따른 분쟁 해결을 촉구해 왔다. 하지만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첫 공식 일일 브리핑에서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이해관계를 확실하게 할 것이라고 밝혀 미·중 갈등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언행을 자제할 것이라는 중국의 기대를 산산이 깨뜨리는 발언인 셈이다. 중·미 대결의 전선을 대만, 무역분쟁, 환율분쟁에서 남중국해까지 확대한 것이다. 사실 중국 외교부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첫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 발표를 통해 “양국 정부가 함께 노력해 서로 충돌하지 않고 협력해서 건강하고 안정된 방향으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기대와 달리 미국이 남중국해 문제를 언급하자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난사군도(南沙群島)와 기타 부속 도서는 논쟁할 여지가 없는 중국의 주권 영역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미국은 남중국해 문제에서 당사국이 아니다”라고 반박한 대목에선 향후 미얀마 등 중국의 우군을 끌어들여 미국이 남중국해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거론할 것을 예고했음을 읽을 수 있다. 중국은 지난해 7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남중국해를 중국 영토가 아니라고 판결한 이후 분쟁 당사국인 동남아 각국을 상대로 ‘각개격파’식 외교를 벌여 대부분 우군으로 포섭했다. 특히 미국과 우호적이던 필리핀, 베트남, 싱가포르의 마음을 돌려세운 것에 중국은 크게 고무돼 있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오바마 행정부와의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둔 것으로 자평해 왔다. 하지만 국제 문제에 대해선 비교적 무관심할 것 같았던 트럼프 행정부가 취임하자마자 강공으로 나서자 중국의 긴장감은 훨씬 더해가고 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10조원 돈보따리 들고… ‘남중국해 공조’ 나선 아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필리핀에 1조엔(약 10조 3000억원) 규모의 원조 보따리를 풀었다. 이는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패권 확장에 나선 중국을 견제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또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을 거쳐 호주를 방문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대통령이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협상 타결을 위해 공조 강화에도 나설 계획이다. 12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필리핀의 사회기반시설 건설 등에 1조엔의 지원 계획을 밝혔다. 1조엔 규모의 지원은 일본의 단일국가에 대한 지원 액수로는 사상 최대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총리의 올 첫 방문지로 올해 동남아국가연합(ASEAN) 의장국인 필리핀을 선택한 것이나, 두테르테 대통령의 고향인 다바오시에 들르기로 한 것도 총리의 필리핀에 대한 중요성 인식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다바오를 찾는 첫 현역 외국 정상이 된다. 또 일본과 필리핀 정상은 경제 협력 방안뿐만 아니라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인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해법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과 일본은 해양국가로서 어떤 종류의 위협이 있더라도 해양 안전과 안보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두 나라가 해양 협력 증진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했다”고 말했다. 필리핀은 지난해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판결 이행을 압박하지 않고 대신 중국과의 경제·방위 협력 등 다른 분야에서 ‘순익’을 챙기고 있다. 이베 총리는 이번 순방 출발에 앞서 하네다 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힘을 합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지역 평화·안정에 어떻게 기여할지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겠다”며 전략적 협력 강화에 대한 의욕을 보였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최순실 농단에 대통령 탄핵… 트럼프 당선에 전 세계 쇼크

    최순실 농단에 대통령 탄핵… 트럼프 당선에 전 세계 쇼크

    [국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2월 9일 국회에서 재적의원 300명 가운데 234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헌정 사상 두 번째이며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직무가 정지됐고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됐다. 탄핵의 원인이 된 ‘최순실 국정농단’은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과정의 정경유착, 청와대 문건 유출 및 최씨의 인사 개입,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 등 희대의 국기문란이자 부정부패 사건이었다. 사상 최대 232만명 촛불집회… 청와대 100m 앞까지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을 부정한 박근혜 대통령의 1차 대국민 담화 직후인 10월 29일 1차 촛불집회가 불을 밝혔다. 박 대통령이 ‘방어용’ 2차 담화와 검찰 조사 거부, 국회에 퇴진을 떠넘긴 3차 담화 등을 이어갈수록 촛불은 거세졌다.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 100m 앞까지 확장한 촛불집회는 6차인 12월 3일 232만명(전국, 주최 측 추산)으로 정점을 찍었다. 폭력과 연행자가 없는 평화집회의 새 장을 열기도 했다. ‘접대 문화 근절’ 청탁금지법 시행… “내수위축” 반발도 고질적인 청탁 관행과 접대 문화, 부패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지난 9월 28일 시행됐다. 공직자, 사립학교 교원, 언론인 등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어도 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이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내수 위축을 우려한 농축수산업계 등의 반발도 따랐다. 인간 최고수 이세돌·인공지능 알파고 ‘세기의 대국’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컴퓨터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는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대국 전에는 이 9단이 완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알파고가 1~3국을 승리했다. 인간 최후의 영역이라고 믿어 왔던 바둑이 인공지능에게 추월을 허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 9단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알파고의 약점을 파고들어 4국에서 승리하며 ‘인간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희망을 전했다. 경북 성주 사드 배치 결정… 中 ‘한류금지령’ 등 보복 한·미 군 당국은 7월 8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공식 발표했다. 북한이 올초부터 핵·미사일 도발을 잇달아 감행하자 ‘전략적 모호성’을 버리고 협의를 해 온 결과였다. 배치 부지는 경북 성주군으로 결정됐다. 중국은 사드가 자국의 ‘안보이익’을 침해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악화된 한·중 관계는 ‘한류금지령’ 등의 형태로 나타났으며 양국 갈등은 사드 포대 배치가 마무리되는 내년 하반기까지도 계속될 전망이다. 새누리당 총선 참패… 16년 만에 여소야대 국회 탄생 지난 4월 13일 실시된 20대 총선에서 최악의 ‘공천 파동’에 휘말린 새누리당이 참패했다. 수도권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은 123석을 확보해 원내 제1당에 올랐고 122석을 얻는 데 그친 새누리당은 원내 제2당으로 추락했다. 16대 총선 이후 16년 만에 ‘여소야대’ 국회가 현실화됐다. 38석을 챙긴 국민의당은 호남의 새로운 맹주로 등극하며 15대 총선 이후 20년 만에 ‘3당 체제’를 열었다.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벽에 부딪힌 남북교류 정부는 2월 10일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북한이 1월 6일 4차 핵실험에 이어 2월 7일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자 극약 처방을 한 것이다. 이 사건은 ‘대북 제재·압박 기조’의 상징이 됐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역대 최강의 대북 제재 결의 2270호를 도출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이후 남북 교류협력 채널은 완전히 사라졌으며 남북 관계는 2000년 6·15공동선언 이전으로 돌아갔다. 경주서 역대 최고 5.8 강진… 한반도 지진 공포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7㎞ 지점에서 9월 12일 오후 8시 33분 5.8규모의 강진이 발생했다. 1978년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후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중 가장 강력한 규모다. 이후 12월 현재 여진도 550여회나 잇따랐다. 경주 지진은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새삼 일깨웠다. 경주는 국내 지진 관련 첫 특별재난지역이 됐다. 삼성 갤노트7, 배터리 발화로 리콜에 이어 단종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노트7)이 출시 59일 만에 단종됐다. 홍채인식, S펜 번역 기능 등으로 호평받으며 8월 출시됐지만 배터리 발화 논란이 일었다. 9월 2일 전량 리콜이 실시됐지만 새 노트7에서도 발화 사고가 이어졌다. 결국 10월 11일 삼성전자는 노트7 생산·판매를 중단했다. 단종에 따른 손실은 3조원 중반대, 기회손실을 포함해 7조원대로 추산된다. 발화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1106명 사망… 끝나지 않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실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고, 수많은 피해사실이 새롭게 부각되면서 온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검찰은 지난 1월 본격 수사에 착수, 제조업체 옥시레킷벤키저의 전 대표 등 관계자 다수를 사법처리했다. 정부는 생활화학물질 안전관리방안 등 후속 대책을 내놓았으나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은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모임 등은 지난 26일 현재 사망자를 1106명으로 집계했다. [국제] 미국의 억만장자 사업가 도널드 트럼프가 11월 8일 치러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2차 세계대전이후 미국 주도로 설립된 국제질서가 새롭게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의 주류 언론들은 클린턴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악화된 빈부격차와 기성정치세력에 실망한 ‘앵그리 화이트’(분노한 백인)가 트럼프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英, 브렉시트 결정… 60년 만에 흔들리는 EU체제 영국이 6월 국민투표로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결정하자 세계가 경악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뒤엎고 찬성률이 52%에 달해 충격이 더 컸다. EU에 대한 전통적 반감에 이민자 유입에 대한 불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사임했고 파운드화 가치도 폭락하는 등 후폭풍이 거셌다. 1946년 시작돼 60년간 이어진 유럽 통합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신생아 소두증 유발’ 지카바이러스 확산 공포 신생아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바이러스가 올 들어 본격 확산되면서 전 세계가 공포에 떨었다. 중남미·아시아·아프리카 등 73개국에서 150만명이 넘는 감염자가 발생했다. 이집트숲모기를 통해 전파된 지카바이러스는 사람 간 성관계를 통해 2차 감염이 이뤄져 우려가 더 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월 1일 국제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가 11월 18일 해제했다. PCA, 中 남중국해 영유권 불인정… 미·중 갈등 고조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가 지난 7월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미·중 간 갈등이 본격화됐다. 중국은 결정에 불복하며 남중국해의 군사기지화를 강행했다. 미국은 항행의 자유를 고수하며 이 해역에 군함을 파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단교 37년 만에 처음으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하며 양국의 갈등은 더욱 고조되는 모습이다. 가수 밥 딜런에 노벨문학상… ‘문학의 경계’ 논란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문학상 115년 역사상 처음으로 대중가수인 밥 딜런에게 상을 안겼다. 이 파격과 반전의 드라마는 “문학의 경계를 넓혔다”는 환영부터 “문학에 대한 모욕”이라는 비난까지 전 세계에 갑론을박을 불러일으켰다. 정작 가장 태연한 이는 상의 주인이었다. 수상 발표 이후에도 한동안 연락이 닿지 않던 딜런은 시상식에도 끝내 참석하지 않았다. 모바일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고’ 세계적 열풍 구글 사내벤처로 시작한 나이언틱랩스의 모바일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가 지난 7월 출시되자마자 세계적 인기를 끌었다. 포켓몬고가 정식 출시되지 않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게임이 구동된 지역인 강원도 속초는 올여름 최고 관광지로 급부상했다. 국내 지적재산권(IP), 가상현실(VR), AR 산업에 대한 관심도 환기됐다. 연말까지 약 5개월 동안 포켓몬고가 달성한 매출은 7억 8800만 달러(약 9471억원)로 추산된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취임… 마약과의 전쟁 필리핀 대선에서 승리한 로드리고 두테르테가 지난 6월 30일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무자비한 마약·범죄 소탕 정책과 막말·기행으로 ‘필리핀의 트럼프’로 불리며 단숨에 국제사회의 눈길을 끌었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판매자와 이용자를 불문하고 마약 용의자는 즉시 살해하라는 명령을 내리며 ‘마약과의 전쟁’을 벌여 5개월여 만에 5927명을 처형했다. 실제로 필리핀 내 범죄율을 10% 이상 끌어내렸다. 벨기에·터키 등 유럽 전역서 IS 테러 기승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된 테러는 올해 더욱 기승을 부렸다. 지난 3월 벨기에 브뤼셀의 국제 공항과 지하철역, 6월 터키 이스탄불의 국제 공항과 미국 올랜도 나이트클럽 등에서 폭탄 및 총격 테러가 발생했다. 7월 프랑스 대혁명기념일에는 니스 해변에서 트럭이 군중을 향해 돌진해 86명이 숨진 데 이어 지난 19일 독일 베를린 크리스마스 시장에서도 트럭 테러가 발생해 12명이 사망했다. ‘쿠바 공산혁명의 상징’ 피델 카스트로 타계 ‘쿠바 혁명의 상징’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11월 25일 90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카스트로는 1959년 1월 풀헨시오 바티스타의 친미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고 공산 혁명에 성공한 뒤 반세기 동안 미국과 대립해 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현직 미국대통령으로서는 88년 만에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미국과 쿠바는 국교 정성화를 선언했다. 美 기준금리 0.25%P 인상… 저금리 시대 막 내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0.25~0.50%에서 0.50~0.75%로 올라갔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지난해 12월(0.25% 포인트) 이후 1년 만이다. 미국은 앞으로도 내년에 기준금리를 세 차례 더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이로써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8년 동안 유지되던 ‘저금리 시대’가 사실상 끝을 맺게 됐다.
  • 美드론 탈취, 시진핑 지시 가능성… 트럼프에 경고장 보낸 셈

    남중국해 다툼 선공 가능성 보여 中 핵잠수함 방해물 제거 해석도 중국이 공해상에서 미군의 수중 드론(무인잠수정)을 탈취한 것은 고도로 계산된 군사 행동일 가능성이 크다. 우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트럼프가 ‘하나의 중국’ 정책 파기를 들먹이며 대만 카드로 중국을 압박하자, 중국이 미·중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남중국해에서 ‘드론 탈취’라는 새로운 방식의 충돌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니 글레이저 고문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드론 압수는 중국군 일개 사령관이 지시한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우리는 시진핑 주석이 군대를 틀어쥐기 위해 노력했던 것을 잘 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시 주석의 지시로 이뤄졌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글레이저 고문은 “중국이 트럼프에게 ‘핵심 이익’을 건드리지 말라는 신호를 강력하게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또 남중국해 등 주권과 관련된 다툼에선 방어를 넘어 선공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나포는 지난 7월 헤이그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이 근거가 없다고 발표한 이후 중국이 처음으로 취한 군사적 조치이다. 중국 남해연구원 우스춘 원장은 관영 환구시보에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더이상 꿀 먹은 벙어리가 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면서 “중국은 이 문제가 2~3년 내에 해결될 것으로 보지 않고, 충돌 없이 해결될 것이라고도 보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향후 남중국해에서 벌어질 미·중의 핵잠수함 갈등의 전초전이기도 하다. 미국은 해당 드론이 해저 지형 및 염도 측정 장치라고 설명했지만, 중국은 물론 미국 전문가도 핵잠수함 운항 정보를 수집하는 드론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중국은 문제의 수중 드론 수거 작업에 ‘ASR 510’ 잠수함 구조선을 전격 투입했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잠수함 구조선이 출동한 것은 중국의 핵잠수함 부대가 해당 수역에서 활동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증명한다”면서 “핵잠수함 운항을 방해하는 드론을 제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남중국해 분쟁 필리핀 스카버러 순찰 재개

    필리핀이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여온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해역에 대한 순찰을 재개했다. 필리핀 해안경비 당국은 지난 5일부터 순시선 2척을 투입, 루손섬에서 서쪽으로 200㎞ 떨어진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 주변에 대한 순찰을 재개했다고 NHK가 8일 보도했다. 필리핀 해안경비 당국은 필리핀 어선들의 조업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일본이 제공한 순시선을 포함해 2척의 함정을 스카버러 암초 주변에 보내 순시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카버러 암초는 필리핀의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에 있지만, 중국이 2012년부터 이 암초를 실효지배하면서 필리핀 어선들의 조업을 막아 왔다. 그러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달 중국을 방문, 시진핑(習近平) 주석과의 회담에서 양국 관계 개선에 합의하고 돌아온 뒤 같은 달 28일쯤부터 중국 해양 경비정들이 철수하면서 조업을 막지 않아 필리핀 어선의 조업이 재개됐다. 필리핀 정부는 스카버러 암초 주변 해역 순찰 재개에 대해 “긴장을 고조시킬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NHK는 “암초 주변 해역에는 여전히 중국 함정들이 상주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앞으로 중국의 대응이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방중 기간 중국 측에 필리핀 어민들의 주요 어장인 스카버러 암초 해역의 조업 허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업 허용에 어떤 조건이 붙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스카버러 암초 해역에 대한 필리핀 측의 순찰 재개 배경과 중국의 대응 등이 주목된다. 중국은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가 지난 7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필리핀의 손을 들어준 이후에도 필리핀 어선들의 조업을 허용하지 않았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中, 필리핀 구애 본격화? 두테르테 고향 간척 프로젝트 합의

    中, 필리핀 구애 본격화? 두테르테 고향 간척 프로젝트 합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방중 이후 중국이 필리핀 남부지역의 대규모 간척사업에 참여키로 하는 등 양국 관계가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다.  25일 베이징청년보에 따르면 중국 최대 준설업체인 중교(中交)준설은 최근 필리핀의 메가 하버 항만발전공사와 208 헥타르 규모의 간척사업 프로젝트에 합의했다.  중교준설의 간척사업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고향인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에 위치한 다바오만에 걸쳐있는 8㎞ 구간 해안선에서 이뤄지며 2019년말에 완공된다.  중교준설은 중국 최대의 첨단 준설선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 최대 설계회사인 중국교건(交建)의 자회사다.  이에 앞서 중국 외교부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 23일 태풍피해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스카보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에서 필리핀 어선의 조업 가능성을 언급한 발언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시사했다.  루캉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남중국해와 관련된 모든 문제에 대해 협의를 하고 있으며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필리핀은 앞서 지난 7월 중국이 남중국해 대부분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을 얻었으나,중국은 판결을 수용하지 않고 스카보러 암초 부근해역에서 필리핀의 조업을 물리적으로 계속 막아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0일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개선에 합의했다.두테르테 대통령은 공동성명에서 PCA의 판결을 언급하지 않는 대신 경협에서 상당한 실리를 챙겼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방중기간 필리핀 고속철 사업을 비롯한 기초시설(인프라)과 에너지, 투자, 미디어, 검역, 관광, 마약퇴치, 금융, 통신, 해양경찰, 농업 등 13건의 협정문에 서명했다. 중국이 약속한 투자 규모만 해도 135억 달러(약 15조 20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필리핀 ‘친중격미’ 행보에… 美, 남중국해서 항행의 자유 작전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친중격미’(親中隔美·중국과는 가까이, 미국과는 멀리하는 외교정책) 행보에 대해 국제적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미국이 그의 방중 직후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재개했다. 특히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 지난 7월 상설중재재판소의 중국 패소 판결에도 제소국인 필리핀의 두테르테가 중국과의 대화를 통한 해결 방침을 밝히면서 미군의 항행의 자유 작전 재개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일종의 무력시위로 보인다. 미 국방부의 게리 로스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미군 구축함 디케이터호가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군도·베트남명 호앙사 군도)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로스 대변인은 “이번 작전이 (다른 선박의) 안내나 사고 없이 일상적으로 운항하듯이 합법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로스 대변인은 디케이터호가 이날 구체적으로 파라셀 군도의 어느 지점을 통과한 것인지 밝히지 않은 채 “12해리 이내로는 진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즉각 강력히 반발했다. 중국 국방부는 성명에서 “중대한 불법 행위”, “의도적인 도발 행위”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또 중국 전함 2척이 디케이터호에 즉각 떠날 것을 경고했다면서 앞으로 해당 해역에 대한 항공 및 해상 순찰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두테르테는 중국 방문 기간 남중국해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대신, 모두 240억 달러의 경제협력 약속을 받았다. 또 “미국의 간섭이나 미국과의 군사 훈련은 없다.”, “미국과 작별을 고할 시간”이라고 말하자 미국은 진의 파악을 위해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급파하기도 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중국 필리핀 ‘新밀월’…두테르테 “미국과 결별”, 中·필리핀 공동성명

    중국 필리핀 ‘新밀월’…두테르테 “미국과 결별”, 中·필리핀 공동성명

    중국과 필리핀이 새로운 밀월 관계로 접어들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중 기간 발표된 중국과 필리핀의 공동성명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은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 내용이 빠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두테르테 대통령이 미국과 결별을 언급하고 친중국 노선마저 선언해 아시아·태평양 패권을 놓고 미국과 경쟁 중인 중국으로선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 됐다. 외신들은 중국이 이번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외교전에서 승리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 또한 이번 방중을 통해 막대한 경제 지원이라는 선물 보따리를 받았다. ‘윈-윈(win-win)’한 셈이다. 중국은 이번에 필리핀과 국방 및 해양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했으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내년에 필리핀을 답방해 필리핀을 견고한 우군으로 만들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어 보인다. 우선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미국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수년간 대화가 중단됐던 중국과 필리핀은 21일 공동성명을 통해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협상 체계를 만들어 정기적인 대화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PCA가 지난 7월 12일 중국의 패소를 결정한 가운데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한 중국은 관련국과의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했는데 필리핀이 이에 응한 것이어서 중국의 외교적 성과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양국 공동성명에는 PCA의 남중국해 판결 언급조차 빠진 점이 주목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당초 기자들에게 PCA 판결을 방중 기간에 제기하겠다고 했으나, 방중 기간에 방침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성명은 또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주권 국가 간의 협상과 담판을 명시해 미국이 관여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차후 전개될 영유권 분쟁에서 필리핀이 중국과 ‘연대’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공동성명에는 중국의 필리핀 바나나 수입 금지 해제, 해양 경비대간 협력과 국방 교류, 시진핑 주석의 필리핀 답방 등도 포함됐다. 시 주석이 언제 필리핀을 방문할지는 명시되지 않았으나 내년 아세안 의장국인 필리핀에서 아세안 관련 회의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때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 필리핀 측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중 성과에 만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시 주석과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0일 정상 회담 후 필리핀 고속철 사업을 비롯한 기초시설(인프라), 에너지, 투자, 미디어, 검역, 관광, 마약퇴치, 금융, 통신, 해양경찰, 농업 등 13건의 협정문에 서명했다. 여기에 중국이 약속한 투자 규모만 135억 달러(약 15조 2000억원)에 달해 필리핀으로선 ‘가뭄의 단비’와 같은 선물을 받았다. 이처럼 필리핀이 중국 편으로 돌아서자 중국은 적극적으로 두테르테 대통령을 감싸고 나섰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번 방중에서 미국과 결별하고 중국과 러시아에 호감을 표시한 데 대해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 국민이 선출한 지도자이므로 우리는 필리핀 국민과 국가 이익에 따라 필리핀이 외교 정책을 스스로 결정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옹호했다. 화춘잉 대변인은 “중국은 필리핀이 주권 국가로써 자체 판단으로 외교 의정을 결정하는 것에 대해 존중한다”면서 “중국 입장에서 말하자면 현재 국제관계에서 냉전 사고를 품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9일 중국 내 필리핀 교민 간담회에서 “이제 미국과 작별을 고할 시간”이라고 말했고, 필리핀-중국 경제포럼에서는 ‘미국으로부터의 분리(결별)’를 선언하며 미·중 사이에서 중국을 선택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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