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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家 분쟁 ‘외국인 세력’ 관심

    현대상선 지분을 둘러싼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간 갈등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두 그룹의 든든한 배경인 외국인 우호세력들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에 현대상선 지분 17.18%를 매각한 노르웨이 골라LNG는 현대중공업이 그동안 23척의 LNG선 등을 수주한 ‘특수관계’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7일 골라LNG와 또다른 노르웨이 투자펀드 스타뱅거의 현대상선 지분 7.11% 등 26.68%를 매입, 단숨에 최대 주주로 부상했다. 골라LNG는 세계적인 해운회사임과 동시에 선박투자와 지분투자를 병행하고 있는데 2000년 이후 골라LNG가 발주한 대부분 선박을 현대중공업이 인수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선은 현대중공업보다 대우조선해양이나 삼성중공업이 비교우위에 있는데도 골라LNG는 유독 현대중공업과 계약이 많았다.”면서 “선박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하는 골라LNG가 대우나 삼성보다 가격이 약간 싼 현대중공업을 선호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과 골라LNG의 특수한 관계가 새삼 주목받는 것은 골라LNG가 현대중공업에 지분을 매각하기 직전인 지난달에도 5차례에 걸쳐 현대상선 주식 142만여주(약 2.2%)를 매입했기 때문이다.지분 매각을 앞두고 지분을 추가로 늘린 것을 두고 현대중공업과 의견 일치가 있지 않았느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프리미엄을 얹어줘가면서까지 지분을 매입한 것도 단순투자 이상의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골라LNG는 현대상선 외에도 대한해운(21.09%), 한진해운(6.40%), 흥아해운(6.67%) 등 국내 해운사 지분을 대거 보유한 회사”라면서 “국내 해운업계와 상생해야 할 현대중공업이 결과적으로 골라LNG의 투자수익을 보장해준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에 골라LNG가 있다면 현대그룹에는 홍콩 허치슨왐포와 계열의 케이프포천이 버티고 있다. 현대상선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2004년 6월 자사주 1236만여주(12%)를 897억원에 케이프포천에 매각했다. 2007년 말까지는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만약 이 기간에 주식을 팔거나 처분기간 이후 6개월간은 현대그룹측이 우선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 있다.케이프포천은 이미 지분 2%를 현대엘리베이터에 매각했고 조만간 3%를 추가로 넘길 예정이다. 현대상선과 케이프포천은 현대상선이 허치슨측 홍콩 항만터미널의 오랜 고객인데다 현대상선의 부산·광양터미널을 허치슨이 매입하는 등 친분이 깊다. 홍콩터미널의 에릭 사장은 현대상선의 사외이사이기도 하다. 현대그룹은 당시 자사주 매각으로 136억원의 손실이 발생했지만 35% 대 33%(현대중·KCC)로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아깝지 않은 투자였던 셈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상선과 케이프포천의 돈독한 관계를 근거로 향후 지분 경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지면 케이프포천이 추가로 현대상선 지분을 매입하는 등 ‘백기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현대-現重 ‘상선 유상증자’ 신경전 고조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현대상선 유상증자를 앞두고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간에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유상증자를 위해 오는 19일 주주명부를 폐쇄하면 지분 5% 이하의 주주들이 파악돼 현대중공업측이 계열사를 통해 현대상선 지분을 추가로 매입했는지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만약 현대중공업측이 계열사를 동원해 26.68%의 지분 외에 추가로 현대상선 지분을 사들였다면 사실상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의 유상증자 참여 여부도 지분 매입 의도를 짐작하게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유상증자에서 기존 주주에는 주당 0.232주가 배정돼 현대중공업이 배정받을 수 있는 현대상선 주식은 640만주다. 현대중공업이 유상증자에서 이 물량을 배정받지 않으면 현대중공업의 지분은 상대적으로 20% 초반대로 낮아지지만 현대그룹은 우호지분이 40%대를 넘어설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은 현대중공업측에 “현대상선의 백기사를 자처한다면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말아 달라.”고 공식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이 유력시된다. 현대상선 지분 인수 목적을 현대상선에 대한 경영권 방어와 회사·주주이익 극대화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 지분 감소에 따른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 회사·주주이익 극대화를 내세우면 증자에 참여하면서도 현대그룹측의 적대적 M&A 지적을 피해나갈 수 있다. 한편 양측의 긴장감이 높아짐에 따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도 ‘셰익스피어 비극을 뺨치는 이야기’라며 관련 내용을 자세히 전하는 등 해외 언론도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FT는 최근 신문에서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구속된데 이어 현대가에 또다른 비극이 찾아왔다.”면서 “셰익스피어도 차마 이런 형제간 분쟁과 음모, 권력에 대한 열망 등에 관한 이야기를 쓰지 못했을 것”이라며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측간의 분쟁을 자세히 소개했다.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현대상선 진실게임’ 19일 판가름

    오는 19일이면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상선 지분을 취득한 진짜 이유를 읽어낼 수 있다. 유상증자를 위한 신주 배정기준일인 19일이 되면 현대상선 세부 지분율이 모두 공개되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중공업측의 적대적 M&A 의사가 최종 확인되면 다른 주주들을 아군으로 끌어들이는 총력전을 펼 계획이다.●현대중공업 속내 드러나 현대그룹 관계자는 5일 “현대중공업이 우호적인 투자목적으로 현대상선 지분을 매입했다고 주장하지만 19일 주주 명부를 폐쇄하고 세부 지분율을 파악해보면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상증자를 위해 주주명부를 폐쇄하면 지분 5% 이하의 현대상선 주주들이 모두 파악돼, 현대중공업그룹이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 등을 통해 추가 지분을 매입했는지 또는 범 현대가와 사전 논의가 있었는지도 알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범 현대가인 성우그룹이 현대상선 지분 0.6%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현대그룹은 성우그룹의 지분 취득 의도를 파악중이다.●다음달 14∼15일 증자 참여 결정 현대상선은 다음달 14∼15일에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신주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다음달 19일에는 이사회에서 실권주를 제3자에 배정하는 절차를 통해 7월4일에 3000만주 증자를 완료할 계획이다. 현대그룹측은 “현대중공업이 경영권 행사 의도가 없다면 증자에 참여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만일 현대중공업이 증자에 참여한다면 다음달 14일과 15일에 청약을 통해 의사 표시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우리는 주주 이익을 위해 노력할 생각이며 아직까지 현대상선 증자 참여와 관련해 정해진 바 없다.”면서 “참여 여부는 향후 이사회를 통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현대그룹, 아군 끌어들이기 총력전 현대그룹은 향후 현대중공업과 맞붙게 될지도 모르는 지분율 대결을 감안, 범 현대계열사와 소액주주들을 아군으로 끌어들이는 데 최선을 다한다는 전략이다. 현대그룹은 지난 2004년 3월 KCC와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소액주주 등에게 위임장을 받는 등 ‘우리편’을 만들어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전력이 있다. 현대그룹은 또 현대중공업측의 부도덕성을 집중 부각하는 여론전도 펼칠 예정이다.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현대그룹 적통은?

    현대상선 지분 다툼이 범 현대그룹에 대한 적통(嫡統) 싸움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상선 최대 주주에 오른 것은 외견상 현대상선 경영권을 차지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그룹의 진짜 의도는 현대건설을 인수하려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막고,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 등 정(鄭)씨 집안이 현대건설을 차지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의 주인이 현대그룹의 적통성을 인정받을 만큼 현대건설의 상징성은 크다.●“현대의 모태인 현대건설은 정씨 집안이 차지해야”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상선 지분 26.68%를 전격 인수하는데 범 현대가의 사전 협의가 있었다는 설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 지분을 인수하기 전에 정몽준 의원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상영 KCC 명예회장 등을 만나 내락을 받았다는 것이다. 해당 그룹들은 이들의 만남 자체를 공식 부인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서열을 중시하는 현대그룹의 특성을 감안하면 정 의원이 어떤 식으로든 동의를 받았을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재계 전문가들은 정 의원이 현대건설을 인수하기에 앞서 사전 정지작업 차원에서 현대상선 지분을 사들였다고 보고 있다. 정씨 집안이 현대건설 인수를 고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의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혼이 담겨 있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장자인 정몽구 회장은 현대건설 인수를 사실상 접었기 때문에 정씨 집안 중에서는 자금력있는 정 의원이 인수 주체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 명예회장에 대한 존경심이 각별한 정 의원으로서는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것이 아버지의 유지를 받드는 일인 것이다.●“현대그룹의 적통은 대북사업을 이끄는 현정은 회장” 현정은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현대건설 인수를 공식화했다. 적자에 시달리던 현대아산이 지난해부터 흑자로 돌아서고 현대상선도 흑자폭이 커지면서 자금력에 숨통이 트이자 현대건설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현 회장은 정주영 명예회장과 남편인 정몽헌 회장의 뜻을 이어 대북사업을 이끌어 오는 등 적통을 넘겨 받았다고 보고 있다. 현대건설을 인수하려는 것도 이같은 차원에서다. 현 회장측은 정 의원측이 범 현대가의 지원을 받아 현대상선을 인수하려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4일 “이번 적대적 M&A 시도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일으킨 것인데도 마치 범 현대가 전체의 의중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이 적통성이 없음을 지적한 것이다.현대그룹은 이어 “2003년 정몽헌 회장 타계후 일어난 KCC와의 경영권 분쟁 당시에는 현 회장의 도움 요청에 정 의원은 싸늘한 반응만 보였을 뿐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현대그룹이 역경을 이겨내고 경영상태가 호전되자 현대그룹 경영권을 빼앗으려 한다.”고 지적했다.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부고]

    ●한경희(신동아화재 공릉지점 대표)태희(한국일보 광고마케팅본부 제작팀 과장)씨 부친상 태순호(서울산업대 연구원)방의식(ROHM코리아 삼성영업1팀 과장)씨 빙부상 4일 원자력병원, 발인 6일 오전 8시30분 (02)970-1288●이상현(대한야구협회 사무국장)씨 부친상 4일 부산의료원, 발인 6일 오전 9시 (051)607-2652●윤성환(한국경제신문 대외협력부장)씨 모친상 4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6일 오전 9시 (02)3410-6918●장길수 동수(전 대한전기안전협회 부회장)남수 강수(현대증권 군산지점 과장)씨 모친상 4일 전북 익산 둥지장례식장, 발인 6일 오전 10시 (063)833-4471●고정규(전 철도청)태규(서초구청 도시관리국장)석규(예산군청 토목계장)진규(삼성에버랜드 부장)문규(현우재건축사무소 소장)씨 부친상 은일주(진합 차장)씨 빙부상 4일 예산장례식장, 발인 6일 오전 9시30분 (041)331-0749●김광용(전 성동경찰서 정보과 경정)씨 별세 건우(하이닉스반도체 과장)현숙(숙명여대 교수)현옥(피앤에이치 아이팩)씨 부친상 원정재(흥륭종합건설 대표)김영진(인텔코리아 영업부장)씨 빙부상 4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6일 오전 7시 (02)3010-2293●김영호(워싱턴무역 대표)영훈(남양실업 공장장)영윤(미국 거주)영진씨 모친상 4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6일 오전 6시30분 (02)3010-2235●임승택(호주 거주)씨 부친상 전오배(전소아과의원 원장)씨 빙부상 4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6일 오전 7시30분 (02)3010-2236●이수형(전 입시학원장)만형(전 영서중 교장)운형씨 모친상 유창문 박창순씨 빙모상 4일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6일 오전 8시 (02)392-3499●강창림(사업)송림(〃)경림(중평중 교사)태림(현대상선 차장)씨 모친상 3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5일 오전 7시 (02)3010-2263●최민남(사업)광호(금융감독원 부국장)진호(삼일금속공업 총괄이사)씨 모친상 서세원(사업)박기수(수원영광침례교회 담임목사)씨 빙모상 4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6일 오전 8시 (02)3010-2292
  • 현대重 ‘꿩먹고 알먹기’?

    현대상선 지분을 둘러싸고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간 공방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중공업의 ‘속내’가 무엇인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3일 “이미 현대상선의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천명했고 조만간 공시를 통해서도 단순 투자 목적임을 밝힐 계획”이라며 기존입장을 재확인했다. 현대중공업이 M&A 의도는 없다면서도 주식을 팔지 않으면서 일단 `자금운용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대박´을 터뜨렸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달 27일 현대상선 주식 2750만주를 시가(1만 6800원)보다 높은 주당 1만 8000원에 샀다.3일 종가가 2만 5350원이니 1주일도 채 안돼 2021억원의 평가차익을 거둔 셈이다. 지금 당장 주식을 처분해도 수천억원의 차익을 거둘 수 있고, 계속 보유하고 있다가 ‘여론’이 잠잠해지면 현대상선 경영권을 확보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범현대가’의 현대그룹 인수설이 끊이지 않는 데는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 지분 매입 배경을 설명하면서 두 회사의 오랜 ‘인연’을 강조한 탓도 있다는 지적이다.현대중공업은 “현대상선의 전신인 아세아상선은 현대중공업이 1976년 설립한 회사이고, 현대상선은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총 125척의 선박을 인도해 간 최대 고객”이라며 ‘연고권’을 주장했다. 범현대가의 ‘맏형’인 현대차그룹과의 관계도 주목받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자동차운송사업의 재개를 위해서도 양사의 협력은 절실하다.”고 설명했다.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현대상선 유상증자 ‘제동’

    현대상선 유상증자 ‘제동’

    금융감독 당국은 현대상선이 최근 문의한 유상증자 신청을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보류시킨 것으로 3일 밝혀졌다. 금융감독 당국자들은 이날 현대상선이 최근 현대증권을 주간사로 3150억원 규모의 주주 우선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겠다면서 금융감독원에 의견을 구했으나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 당국은 이날 “현대상선측이 증자 목적을 운영자금 마련이라고 표현하는 등 목적이 명확하지 않고, 실권주가 발생하면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증권이 전량 인수토록 하는 것은 사실상 현대증권이 현대그룹에 편법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행위”라면서 현대상선의 증자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자 현대상선은 당국의 지적사항을 보완해 증자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이날 공시를 통해 “유상증자를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에서 주주배정 증자로 바꾸고 다음달 19일 이사회를 통해 세부 사항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실권주를 현대증권이 아닌 제3자에게 배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대상선은 또 증자목적에 대해서도 “올 하반기 이후 국내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현대건설 등에 대한 인수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명확히 했다. 신주 배정 기준일은 오는 15일에서 19일로 늦췄다. 현대상선은 당초 신주 발행가액을 1만 500원으로 책정했다.1만 500원에 3000만주를 발행,3150억원의 자금을 마련해 현대건설 인수에 따른 실탄으로 쓴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이날 공시에서는 신주 발행가액을 정하지 못했다. 최근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최근의 주가 상황을 감안하면 신주 발행가액은 1만 500원을 훨씬 웃돌 것이 확실하다. 더 많은 돈을 쏟아부어야 증자에 참여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자신의 지분만큼 배정된 신주를 인수할 것을 가정한다면 현대그룹 역시 자신의 지분만큼 배정된 신주를 인수할 수밖에 없다. 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 그만큼 지분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증자하는 3000만주 가운데 20%인 600만주가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돼 있다고는 하지만 현대상선 사원들이 모두 주식 매입에 나서줄지도 장담할 수 없다. 현대상선은 공시를 통해 전략을 노출시킬 수밖에 없었다는 점도 부담이다. 현대상선은 이날 증자의 목적은 현대건설 인수라고 공시했다. 때문에 현대상선은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된 자금은 현대건설 인수전이 판가름날 때까지는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서만 쓰여질 수밖에 없어 자금운영이 다소 빡빡해질 전망이다. 당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금을 동원해야 할 경우 유상증자 자금이 아닌 다른 자금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시각장애 러년, 출산후 첫대회 1만m 우승

    “비록 장애를 갖고 있지만 당당한 엄마의 모습을 딸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시각장애인 육상선수 말라 러년(37·미국)이 엄마가 돼 1년7개월 만에 복귀했다. 러년은 최근 미국에서 열린 오리건인비테이셔널대회 1만m에 출전,32분11초92의 올 시즌 미국 최고기록을 세우면서 우승했다. 대회 출전은 2004년 10월 시카고마라톤 이후 처음으로 그동안 임신과 출산으로 공백기를 가졌다. 9세 때 망막퇴행성 질환을 앓아 시거리가 4.5m에 불과한 러년은 3년 전 자신의 코치인 매트와 늦깎이 결혼을 한 뒤 지난해 9월 딸 안나를 얻었다. 일부에선 많은 나이와 출산으로 은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희망의 레이스를 포기하지 않았다. 특히 복귀에는 딸의 영향이 컸다. 비록 장애를 갖고 있지만 정상인들에게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강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러년은 돌도 지나지 않은 딸을 경기장에 데리고 나와 당당하게 1위로 골인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뒤 트랙으로 딸을 안고 내려와 기쁨을 함께 했다. 러년은 “딸을 보는 재미에 훈련이 전혀 힘들지 않다.”면서 “당당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올림픽 장거리에서 두차례(2000시드니 1500m 8위·2004아테네 5000m 9위)나 미국대표로 출전했던 러년의 다음 목표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 꿈이 성사되면 3회 연속 올림픽 출전을 기록하게 된다. 내친김에 ‘올림픽의 꽃’인 마라톤에 도전하고픈 욕심도 있다. 앞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도로레이스인 마라톤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을 깨고 러년은 자전거를 탄 안내원의 도움을 받아 4차례나 마라톤 풀코스를 성공적으로 뛰었다. 이 가운데 2002년 뉴욕대회와 2004년 시카고대회에선 2시간20분대의 좋은 기록을 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상선 지분 우호기업서 재매입 가능”

    다음은 전인백 현대그룹 기획총괄본부 사장의 일문일답. ▶현대상선 지분을 다시 매입하면 현대건설 인수에 타격이 불가피할 텐데. -현대건설 인수는 현대상선이 중심이 돼야 한다. 상선 지분은 현대엘리베이터 등 우호 기업이 매입하면 된다. ▶현정은 회장, 정몽준 의원, 정상영 KCC 명예회장 등이 만날 의향은. -현대중공업에 우리의 요구를 문서로 공식 요청했기 때문에 실무진 차원에서는 만남이 있어야 한다. 현 회장 등 현대가 내부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현대중공업이 취득한 현대상선 지분 10% 매입 의사를 밝혔는데. -구체적인 금액은 언급하지 않고 방법론만 제시했다. 최대주주가 현대그룹 내 회사여야 한다. 그러나 협의가 된 제3자에게 넘기는 길은 열려 있다. ▶현대중공업이 ‘적대적 M&A’라는 증거는. -적대적이냐 우호적이냐 차이는 지분 매입 절차와 매입한 지분의 물량이 시사한다.1대 주주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지분을 취득했다면 우호적 지분 매입이라고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이종왕 삼성 고문 “우리 사돈 맺어요”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과 이종왕 삼성그룹 법무실 고문이 사돈을 맺는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2일 김 전 사장의 차남(31)과 이 고문의 장녀(27)가 오는 7일 서울의 모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린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에 근무중인 김 전 사장의 차남은 친지의 소개로 이 고문의 장녀와 만나 교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결혼은 김 전 사장과 이 고문의 인연 때문에 더욱 관심을 끈다.1999년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으로 일하다가 ‘옷로비 의혹’ 수사를 둘러싼 검찰 수뇌부와의 갈등 끝에 사직한 이 고문은 2003년 김 전 사장이 현대그룹의 불법 대북송금 사건으로 수사를 받을 때 변호인으로 인연을 맺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현대상선 ‘경영권 다툼’ 본격화

    현대상선 ‘경영권 다툼’ 본격화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간 현대상선 지분 다툼이 본격화됐다. 현대그룹은 2일 현대중공업의 현대상선 지분매입을 ‘적대적 M&A 시도’라고 규정하고 즉시 현대그룹에 지분을 매각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현대그룹의 이같은 요구를 일축했다. 현대상선 경영권을 놓고 형수(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와 시동생(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대주주) 간에 벌어졌던 물밑 다툼이 여론전까지 곁들인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현대그룹 “백기사라면 증거를 대라” 전인백 현대그룹 기획총괄본부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중공업그룹의 현대상선 지분 매입은 명백한 적대적 M&A시도”라면서 “현대중공업그룹이 백기사가 맞다면 현대상선 지분 26.68%의 10%를 즉시 그룹에 넘겨야 한다.”고 공식 요청했다. 현대그룹의 현대상선 지분이 35% 수준인 만큼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의 지분 16%만 갖고 있어도 충분히 백기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 사장은 이어 “만약 현대중공업이 즉각 현대상선 지분의 10%를 현대그룹에 매각하지 않으면 백기사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현대그룹은 현대중공업이 원만히 10%의 현대상선 주식을 넘길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이 지분을 끝까지 넘기지 않을 경우 현대상선이 취할 수 있는 특별한 대책은 없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현대상선의 실탄이 부족한 것도 경영권 방어에 어려움을 더해주고 있다. 현대상선은 오는 15일쯤 3000만주에 대한 유상증자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현금 보유고가 부족해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향후 현대건설 인수 등에 따른 자금 마련이 어려워진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2조원이 넘는 현금 보유고가 있어 유상증자에 참여하고도 추가로 현대상선 지분 매입을 할 수 있다. 이를 감안,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유상증자 때 현대중공업은 참여를 포기하라고 요구했다. 현대상선 지분 추가 매입도 포기하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주주이익 극대화… 매각 못해” 현대중공업은 즉각 반박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요청받은 현대그룹측의 제의에 대해서는 투자가 불과 수일 전 결정된 현재로서는 수용이 불가하다는 판단이며 추후 검토해 주주이익 극대화의 원칙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고려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대상선의 지분과 관련해 당사의 이러한 기본 입장은 앞으로도 변함 없을 것이며 유상증자 참여 여부는 이사회의 결의가 요구되는 사안이므로 이사회를 소집해 충분한 토론과 협의를 거친 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은 주식 매입 당시부터 현대상선에 대한 적대적 M&A는 물론 경영권 행사 의사가 없음을 수시로 밝혔으며 지금도 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강충식 류길상기자 chungsik@seoul.co.kr
  • 현대상선 지분 8% 쥔 현대건설 ‘누구손 들까’

    현대상선을 놓고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간 지분 다툼이 격랑속에 빠져들면서 현대건설이 주목받고 있다. 현대건설이 현대상선 지분을 8% 이상 보유하고 있어 현대건설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 있다. 특히 이번 분쟁은 채권단이 조만간 진행할 현대건설 매각과도 연결될 수 있어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캐스팅보트 쥔 현대건설 현재 현대그룹이 가진 현대상선 지분은 37.9%다. 그룹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가 17.16%를 가지고 있으며 현정은 회장 등 특수관계인도 3.37%를 보유 중이다. 나머지는 케이프포춘, 우리사주조합, 현대백화점 등 옛 현대그룹 계열사 우호지분이다. 반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매입한 26.68%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다 우호세력인 KCC의 6.26%를 포함할 경우 32.94%로 늘어난다. 현대그룹측에 비하면 5%가량 적다. 때문에 현대상선 지분 8.69%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건설이 현대중공업그룹의 손을 들어주면 판세는 달라진다.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건설을 ‘우군’으로 확보한 뒤 주주총회를 소집해 경영진 교체를 추진할 수도 있다. 유상증자와 양측의 지분 추가 매입 등 변수가 남아 있지만 현대건설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판세에 큰 영향을 주는 것만은 확실하다. 현대건설 채권단 관계자는 “어느 한 쪽을 지지해야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지에 대해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다.”면서 “그런 상황이 될 경우에는 채권단 회의를 통해서 입장을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 인수전도 변수 이번 지분 경쟁은 현대건설 채권단이 추진할 현대건설 매각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즉 현대건설을 인수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현대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상선 지분을 확보하게 되고, 이를 통해 현대상선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건설이 매각될 때까지 현대상선의 경영권 분쟁이 결론나지 않을 경우에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물론 현대그룹이나 현대중공업그룹을 제외한 다른 기업도 현대건설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이번 분쟁의 결과가 현대건설 인수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재계 인사이드] 형수의 ‘읍소’… 시동생 “…”

    [재계 인사이드] 형수의 ‘읍소’… 시동생 “…”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그룹의 주력인 현대상선 지분 26.68%를 매입한 것과 관련, 양측의 팽팽한 긴장도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주로 불만을 터뜨리는 쪽은 형수(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진영. 반면 시동생(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대주주) 측은 “시간이 지나면 선의를 이해하게 될 것”이라며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숙(정상영 KCC 명예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동정여론’으로 승기를 잡은 현 회장이 이번에도 여론에 ‘읍소’하는 작전을 구사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현정은 회장은 요즘 기회 있을 때마다 시동생측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1일 현대그룹과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 회장은 최근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현대상선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을 막아주기 위해 지분을 매입했다는 현대중공업의 주장에 대해 “(나에게) 연락을 하지 않는 태도를 보면 속내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정몽준 의원이 회장인 대한축구협회로 세 차례나 전화를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고 동서(정몽준 의원 부인)인 김영명씨에게도 전화해 통화하고 싶다는 말을 남편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으나 응답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 회장은 정 의원에 대해 “별로 가깝게 지내지는 않았고 최근에는 아는 척도 안 하더라.”며 불만을 터뜨렸고,“정 의원은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큰아들(정몽진 KCC 회장)과 함께 현대그룹을 빼앗으려 한다.2년 전 경영권 다툼이 일어났을 때도 정 의원은 삼촌 편에 섰었다.”는 말도 숨기지 않았다. 검찰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날(4월27일)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상선 주식을 매집한 것에 대해서도 “기회를 노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측은 “조선업과 해운업의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고 현대상선의 M&A 위협을 덜어주자는 투자 목적은 변하지 않았다.”면서 “조만간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경영참여’가 아닌 ‘단순투자’ 목적임을 밝힐 것”이라고 반박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우리가 현대상선 지분을 인수하지 않았으면 골라LNG에서 다른 투자자를 찾았을 것이고 그 경우 M&A 위협이 더욱 커진다.”면서 “현대상선도 처음에는 이해하는 입장이었는데 현 회장측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전에 충분히 협의하지 않았고 백기사치고는 지분이 너무 많다는 현 회장측 주장에 대해서도 “5000억원 가까운 주식을 거래하면서 당사자에게 미리 알려주는 것은 공정공시 위반 소지가 높다고 판단했고 골라LNG측에서 지분 전량 매입을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몽준 의원과의 ‘접촉’ 시도에 대해서도 “KCC와의 경영권 분쟁 등 복잡한 집안 내력이 있긴 하지만 이사회에서 결정한 사항을 경영에서 손을 뗀 정 의원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임대청사 출퇴근 공무원들 좋은점·나쁜점

    일반 국민들은 ‘공무원’하면 정부중앙청사나 서울시청·도청·군청 등 관공서 건물로 알려진 곳에서만 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의외로 청사건물이 아닌 민간인 소유의 임대건물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도 많다. 조직이 커지면서 사무실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세들어 사는 셈이다. 이른바 ‘셋방살이’를 하는 공무원들은 본청사 건물 직원들을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떨어져 생활하는 게 좋은 점도 많다고 한다. 셋방살이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들어봤다. ●좋은 점 청계천 변에 위치한 옛 현대상선 건물을 임대한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중앙인사위원회의 권모(여·6급)씨는 “중앙청사보다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세종로 중앙청사에 출입할 때는 방호원과 경찰 등 2∼3중으로 신분증을 제시해야 했지만 이곳에서는 그런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직원 수도 적어 경비원이 먼저 얼굴을 알아보고 ‘눈인사’를 건네는 것도 기분좋다. 아울러 청사에 있으면 타 부처와 회의실 사용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야 하지만 그런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11층 브리핑룸,7층 대회의장,4층 소회의실 등 인사위만의 공간이 있어 사용에 제약이 없다. 서대문구 미근동의 민간인 소유 임대 사무실에 근무하는 국민고충처리위원회의 정모(6급)씨 역시 사무실 출입 때 번거로운 절차가 없어 편하다고 말했다. 또한 윗사람과 자주 만나지 않는 것도 좋은 점으로 꼽았다. 정부청사에 있으면 직접 업무 연관성은 없지만, 총리나 각 부처 장·차관 등 고위직과 맞닥뜨려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심리적 부담감이 없어서 좋단다. 종로구 계동 현대계동빌딩에 입주해 있는 국가청렴위원회는 건물이 깨끗하고 관리인들의 친절함도 장점으로 꼽힌다. 주차공간이 넓고 관리가 잘되는 데다, 구내식당이 있어 편리하다. 김덕만 홍보팀장은 “민간 건물을 임대해 사용하는 대부분의 부처 공무원들은 구내식당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데 현대 구내식당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어 좋다.”고 자랑했다. 지난해 8월 과천청사에서 안양시 관양동의 빌딩으로 이사한 노동부 감사실 직원들도 ‘분가´에 만족하는 눈치다. 과천청사에 비해 무려 5배나 넓어 사무공간이 쾌적하다. 과천청사에서는 27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서 20여명이 일을 했지만 이곳은 167평이나 된다. 직원들은 “사무공간이 넓어 휴게실 등 각종 편의시설까지 갖춰져 생활이 풍요로워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한 출·퇴근 때 교통체증이나 인파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 과천청사보다 식당가도 많아 점심메뉴도 훨씬 다양해졌다. 퇴근 후 동료들과의 회식자리도 잦아지면서 직장 분위기도 한층 부드러워진 것 같다고 전했다. 최기현 감사팀장은 “간부들은 본청회의나 결재 등으로 다소 불편하지만 직원들은 널찍한 사무실과 휴게시설 등이 있어 만족해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나쁜 점 하지만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우선 공무원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복지혜택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힘든 점이 구내식당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중앙청사나 과천청사, 대전청사 등엔 모두 구내식당이 있어 3000원 안팎의 저렴한 비용으로 식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임대 사무실의 경우 대부분 구내식당이 없다. 중앙인사위에서 근무했던 박모씨는 “무교동으로 이사를 하면서 점심 때만 되면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털어놨다. 예전에 정부청사에 있을 때는 먹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지만 직장인들이 많은 무교동·태평로 일대에서 ‘한끼’를 때우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것이다. 빠듯한 봉급으로 일반식당에서 매번 점심을 사먹는 것도 부담이지만 주변 건물에서 쏟아져나오는 직장인들로 점심이 전쟁만큼이나 번거롭고 곤혹스럽다고 토로했다. 김모씨 역시 식사에 대한 고충을 털어놨다. 고민 끝에 그는 인근 회사의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있다. 또한 출근용 셔틀버스가 중앙청사에만 서기 때문에 중앙청사에서 근무지까지 15분 가량을 걸어와야 한다. 여성공무원들의 경우 무엇보다 육아시설이 없다는 게 큰 불편이다. 청사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순서가 1순위 청사 근무자,2순위 청사 인근 근무자이기 때문에 대부분 1순위로 마감되는 경우가 많다. 27개 팀 가운데 16개 팀이 정부중앙청사 건너편 이마빌딩에 입주해 있는 소방방재청. 상황실을 비롯한 간부들 대부분은 정부청사에 있기 때문에 각종 회의·결재 등에 불편함을 호소한다. 재난·방재업무의 특성상 신속한 상황전파와 대응력도 떨어진다. 언론 브리핑 때도 어려움이 많다. 대부분 출입기자들이 정부청사에 상주하기 때문에 요즘처럼 홍보를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소외되는 느낌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조덕현 이동구기자 hyoun@seoul.co.kr
  • 바람잘 날 없는 현대가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현대차 사태가 정몽구 회장 구속으로 결론이 난 가운데 이번에는 현대상선을 사이에 두고 시동생과 형수가 한판대결을 벌일 형국이다. 정몽준 의원이 대주주인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 27일 현대상선 주식을 대거 매입, 최대주주로 부상하면서 현대중공업과 현대그룹간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2년전 시숙인 정상영 명예회장이 이끄는 KCC와 경영권 분쟁을 벌인 데 이어 이번에는 ‘시동생의 난’에 직면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상선 주식 26.68%를 매입하기로 한 것은 당초 밝혔던 것처럼 외국인의 적대적 인수·합병을 막고 풍부한 자금을 협력회사에 투자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면서 “골라LNG측에서 현대상선 지분 전량을 사겠느냐고 갑자기 제의했고 답변 시한을 워낙 촉박하게 주는 바람에 현대그룹과 충분히 협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KCC와의 ‘밀약설’이나 현대건설 인수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도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현대그룹측은 현대중공업그룹과 KCC(지분 6.26%)의 지분이 32.9%나 되기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다. 현정은 회장은 28일 금강산에서 열린 윤이상음악제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그룹 경영진과 수습책을 논의하느라 하루 미뤘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정말로 현대상선의 백기사를 하고 싶었다면 굳이 26.68%나 매입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며, 사전에 우리측과 충분한 논의를 거쳤을 것”이라면서 “KCC와도 무관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범 현대가는 또 현대차사태에 묻혀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지만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최근 고려산업개발 신주인수권 매매차익 56억여원을 개인적으로 챙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현대백화점그룹도 주목받고 있다. 정몽근 회장에서 정지선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지분승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일단 수면아래로 가라앉았지만 한라그룹과 현대차그룹간에 벌어진 만도 인수전도 ‘진행형’이다.강충식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정몽구회장 구속수감] 1평 남짓 독방 생활

    [정몽구회장 구속수감] 1평 남짓 독방 생활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28일 밤 영장이 발부된 직후 검찰의 승용차로 경기도 의왕의 서울구치소로 가서 독거실(독방)에 수감됐다. 독방은 1평 남짓하다. 독방에는 TV와 수세식 변기, 이불이 놓인 선반이 있다.TV 시청은 정해진 시간에만 가능하다. 수감자는 식사를 마친 후 식기를 직접 물로 씻어 반납해야 한다. 서울구치소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씨, 국정원 도청 사건의 신건·임동원 전 국정원장 등 거물급 정치인들과 최태원·손길승 SK 그룹 회장, 정태수 한보 전 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 김우중 대우 전 회장 등 경제인들이 거쳐간 곳이다. 전·노 전 대통령들이 사용했던 VIP용 개조 독방은 폐쇄됐다고 법무부 관계자는 밝혔다. 현대로서는 정 회장의 동생인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도 1992년 현대상선 탈세 혐의로 수감된 적이 있는 악연이 있다. 정 회장은 다른 수용자들과 마찬가지로 간단한 신원 확인절차와 신체검사를 거쳐 가슴에 수용자 번호가 찍힌 갈색 수의를 입었다. 정 회장은 구치소 일과에 맞춰 오전 6시20분에 기상해 하루 세 번 국과 두 가지 반찬이 곁들여진 식사를 하며 오후 8시20분에 잠자리에 든다. 검찰 조사가 있는 날은 대검 중수부에 불려나가 조사를 받는다. 정 회장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사이 하루 한 차례 10∼15분 간 외부인의 면회를 받을 수 있으며 변호인의 접견은 횟수와 시간 제한 없이 할 수 있다. 특별면회를 통해 30∼40분간 외부인 접견이 가능한 만큼 그룹의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직접 결재할 수도 있다. 분식회계 혐의로 2003년 구속돼 7개월 간 구치소 생활을 한 최태원 SK 회장도 특별면회를 활용해 기업 경영을 챙겼다. 정 회장도 ‘옥중경영’을 할지 관심거리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현대重은 백기사? 흑기사?

    현대重은 백기사? 흑기사?

    ‘시동생의 형수 구하기냐, 위협이냐?’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은 27일 골라LNG계열의 제버란트레이딩 등이 갖고 있던 현대상선 주식 26.68%(2750만주)를 주당 1만 8000원에 시간외 대량거래 방식으로 매입했다고 밝혔다. 매입대금은 4950억원이다. 현대중공업은 최대 고객인 현대상선이 최근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어 고객 확보와 투자 차원에서 주식을 매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그룹의 주력사인 현대상선은 현대엘리베이터, 현정은 회장 등 최대 주주 지분율이 20.53%에 불과해 M&A 위협설이 나돌았다. 하지만 현대상선측은 케이프포춘 10%, 우리사주 2%, 기타 4% 등 우호지분을 더하면 37.2%나 되기 때문에 M&A 위협은 사실상 없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KCC에 이어 현대중공업이 현대그룹 인수에 ‘욕심’을 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KCC그룹은 지난 3월 현대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1.47%를 스위스업체인 쉰들러에 매각했지만 아직 현대상선 지분 6.26%를 갖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오늘 오전 현대중공업측에서 그룹을 찾아와 주식을 인수하겠다고 설명했다.”면서 “M&A 위협이 없으니 주식 인수를 유보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중공업측이 곧바로 이사회를 열었다.”고 의아해했다.‘백기사’치고는 인수한 지분이 너무 많다는 것도 현대그룹을 불안하게 했다. 현대중공업과 KCC를 더하면 ‘범 현대가’의 지분은 32.94%나 돼 현정은 회장측 우호지분 37.2%와 대등하다. 지분 8.7%를 갖고 있는 현대건설이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에 승패가 갈릴 수 있다. 현대그룹은 이미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 것을 선언한 상태다. 현대중공업 역시 현대건설에 ‘욕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분을 대량으로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지만 현대상선이 계열로 편입되는 것은 아니며 경영권을 행사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최대 주주인 정몽준 국회의원은 현대상선이 속한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시동생이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장복심 해머던지기 한국新

    장복심(28·파주시청)이 육상 해머던지기에서 한국기록을 갈아치웠다. 장복심은 26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종별육상선수권 여자 일반 해머던지기 1차 시기에서 57m88을 던져 지난해 6월 전국선수권에서 세운 자신의 종전 기록(56m82)을 1m06 늘렸다. 장복심은 이로써 자기 생애 9번째 신기록을 만들어냈다. 168㎝,85㎏의 크지 않은 몸집이지만 타고난 파워가 주무기. 학창시절 원반과 포환을 던지면서 육상을 시작한 그는 15년째 함께 한 김영래 코치의 권유로 투척 종목 중 가장 어렵다는 해머를 잡았다. 장복심은 “세계는 물론 아시아의 벽과도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도하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오늘의 눈] 믿을 수 없는 약관리/강혜승 사회부 기자

    “나 같은 사람은 어떻게 하느냐.”아침 신문에서 카피(복제)약의 효능이 조작됐다는 기사를 읽던 어머니의 한숨섞인 한 마디다. 갑상선 질환으로 끼니 때마다 10알 이상의 약을 몇 달째 복용하고 있는 어머니다. 비타민이나 소화제라도 약을 먹지 않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장기간 치료약을 복용하는 사람을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약은 그만큼 우리 생활과 떨어질 수 없는, 음식과 같은 존재다. 그런 약의 효과를 조작했다는 사실은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도 남았다. 오리지널 신약을 복제한 카피약의 효능을 검증하는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 시험기관의 실태 조사에 착수했던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발표한 중간조사 결과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지난해 생동성 시험을 거쳐 식약청의 허가를 받은 카피약 351개 중 우선 101개 품목을 조사했는데, 절반에 가까운 43개 약품 효능이 조작됐다고 한다. 시험기관도 11곳 중 10곳이 연루됐다. 생동성 시험 결과 조작이 만연돼 있었다. 유통되는 약품 대부분은 카피약이다. 약국에서 파는 어떤 약도 믿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생동성 시험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긴 바이오벤처기업과 양심을 팔아 넘긴 약대도 문제지만 결국은 제도를 허술하게 운영한 보건당국의 책임이다. 한 전문의는 “미 식품의약국(FDA)은 생동성 시험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당 기관을 시장에서 퇴출시킬 정도로 엄격하게 관리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너무나 허술하다.”고 지적한다. 생동성 시험 관리 자체에 허점이 있다는 말이다. 식약청은 지난 2년간 80여차례나 시험기관을 실사했지만 단 한 건의 조작도 적발하지 못했다. 식약청은 조작 기관에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각종 먹을거리 파동으로 보건당국에 대한 불신이 커질 대로 커진 상황에서 국민들이 그 약속을 신뢰할 수 있을까. 두 달 후쯤이면 이번 실태조사의 최종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최종 결과는 또 얼마나 충격적일지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강혜승 사회부 기자 1fineday@seoul.co.kr
  • [체르노빌 대참사 20주년] 거대한 유령도시…끝나지 않은 악몽

    [체르노빌 대참사 20주년] 거대한 유령도시…끝나지 않은 악몽

    역사상 가장 큰 원전 참사로 기록된 체르노빌 원자로 폭발이 26일로 20주년을 맞았다. 당시 낙진(落塵) 피해가 바다 건너 영국, 스웨덴까지 미쳤을 정도로 엄청난 방사능 구름을 만들었다.1986년을 전후해 태어난 ‘체르노빌 아이들’은 아직도 갑상선암, 혈액암 등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앞으로 여러 대에 걸쳐 영향이 나타날 전망이다.20세기말 대재앙의 현장을 살펴봤다. 벨로루시 공화국의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9)는 뇌수종을 앓고 있다. 아버지는 병마와 싸우는 어린 딸을 돌보기 위해 직장까지 그만뒀다. 이 소녀에게 미래가 있을까. 꼭 20년 전에 일어난 한 사고는 그 후 11년 뒤에 태어난 어린 소녀의 가슴마저 할퀴고 있다. 방사능에 피폭된 부모로부터 출생한 아동의 80%가 선천성 기형을 포함한 각종 신경계통 질병을 안고 태어난다는 보고도 있다.1986년 4월26일 발생한 체르노빌 폭발 사고는 ‘인류 최악의 재앙’으로 기록된다. 체르노빌 참사 20주년을 맞아 원전을 찾은 AP통신 마라 벨라비 기자는 “잠든 거인(원자로) 주변에서는 여전히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이 측정되고 있다.”고 전했다. 벨라비 기자의 현장 르포는 다음과 같이 이어졌다.“녹이 슨 대형 크레인에 둘러싸인 6개의 원자로와 폭발로 녹아버린 원전은 ‘거대한 폐선(廢船)’처럼 보였다. 폭발 사고가 난 4호기 인근에 서자 본능적으로 숨이 꽉 막혀 왔다. 그곳이야말로 현재까지도 수많은 사상자를 낳고 있는 ‘죽음의 최전선(Dead line)’이었다.” 체르노빌 원자로 반경 48㎞는 아직도 ‘오염 지역’이다. 콘크리트가 낡은 석관마냥 원자로를 둘러싸고 있다. 부서지고 곳곳에 금이 갔다. 원자로 내부 기둥은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벨라비 기자는 “원자로 지붕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여전히 방사능이 유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수치는 490에서 520,700마이크로뢴트겐(μR)까지 올라간다. 원전 안내를 맡은 유리 타타르척은 “정상 수치는 12마이크로뢴트겐”이라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씩 웃고 만다. 인근의 프리피야트는 ‘거대한 유령도시’로 바뀌었다.1970년대에 원전 노동자를 위해 건설된 계획 도시였다. 한때 4만 7000여명의 주민이 살던 대형 아파트 단지는 모두 텅 비어 있다. 소련은 폭발 후 28시간이 지나서야 비밀리에 대피령을 내렸다. 주민들은 트럭과 배를 타고 프리피야트 강을 거슬러 탈출했다. 삼일 이상이 걸렸다. 원전에서 불과 17㎞ 떨어진 체르노빌 마을은 인간의 자취가 남아 있는 유일한 곳이다. 체르노빌 주민은 1년에 딱 2주만 4000여명까지 늘어난다. 대부분이 오염 제거를 위해 온 파견 노동자들이다. 나머지는 정부의 경고에도 고향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러시아 당국은 현재도 14개 지역의 4343개 도시와 마을이 방사능에 오염된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오염 지역에 살고 있는 전체 인구는 140만명에 달한다. 네덜란드의 로버트 크노츠는 체르노빌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사진작가다. 그는 사진을 통해 방사능 오염의 고통을 전하고 있다. 그는 1999년부터 체르노빌 생존자를 취재했다. 그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생존자와 그 자녀들의 참혹한 모습이 공개된다. 체르노빌과 아무 상관없는 아이들의 피해가 더욱 안타깝다. 머리가 비정상적으로 큰 아이부터 난장이로 태어난 마을 어린이,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는 어른들. 그가 펴낸 ‘핵의 악몽 20년이 지난 체르노빌’이라는 흑백 사진첩을 통해 체르노빌 사람들의 위태로운 삶을 엿볼 수 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피해는 어느정도 인가? 체르노빌 피해자 규모는 사고 당시 소련의 은폐와 주민 이주 등으로 정확한 집계가 없다. 국제 기구들의 조사 결과도 천차만별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센터(CIRC)는 지난 21일 “앞으로 60년 동안 1만 6000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지난해 9월 WHO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발표한 4000명의 네 배 규모다. CIRC 전문가들은 “2065년까지 갑상선암 1만 6000건과 다른 종류의 암 2만 5000건이 발병할 수 있으며 이중 1만 6000명이 숨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발표도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그린피스는 지난 18일 “10만명의 추가 암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옥사나 로조바 소아 전문의는 “여러 세대에 걸쳐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며 “방사능이 어린이들의 면역체계를 손상시켰다.”고 말했다. 러시아 환경아카데미는 체르노빌 주민의 사망률이 평균 4% 높다는 결론이다. 17개국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으며, 지금도 벨로루시 주민 130만명과 러시아 4343개 마을 주민이 암 검진을 받고 있으며 호흡기 질환과 알레르기, 면역결핍 등을 호소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하리코프의 경우 3∼18세 6000여명이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사고 현장에서 1600㎞ 떨어진 스웨덴에도 낙진 피해가 보고됐다. 방사능 구름이 덮친 북부 스웨덴의 110만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1988∼1996년 849건의 암이 ‘체르노빌 효과’였다는 보도도 있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유가급등…유럽은 지금 원전 건설 ‘꿈틀’ 체르노빌 재앙 이후 ‘원자력으로부터 철수’를 선언했던 유럽 국가들이 고민에 빠졌다. 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에너지 안보문제가 ‘발등의 불’로 등장한 상황에서 원자력만큼 손쉬운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달 벨기에의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도 확인됐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등 유럽 정상들의 압도적 다수가 원자력 발전 재개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비공개로 진행된 당시 정상회담에서 원자력 발전의 재개에 명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나타낸 나라는 독일과 오스트리아뿐이었다고 전했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래 새로운 원전건설을 전면 중단한 유럽이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핀란드는 2009년 완공을 목표로 1600MW급 원자로를 건설중이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지난해 말 “원전 건설을 재검토할 때가 됐다.”며 운을 뗐다. 그러나 이들이 넘어야 할 벽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사고 위험과 폐기물 관리에 수반되는 안전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우라늄 역시 제한된 자원이란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일부에선 매장된 우라늄이 전 세계에서 가동중인 원전 440개를 50년 정도 돌릴 양밖에 되지 않는다고 추정한다. 이러한 이유로 원전 반대론자들은 원자력에 다시 집중되는 관심을 고유가와 일시적 공급불안에 편승한 ‘거품인기’라고 일축한다. 안드리스 피발그스 EU 에너지 집행위원은 “원전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는 것은 어리석다.”면서 “유럽이 직면한 에너지 위기를 해결할 근본 해결책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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