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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차원 그래픽의 진짜같은 만화영화

    ◎어른용 애니메이션 ‘개미’­‘난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 곧 개봉 ‘만화영화는 아동용’이라는 고정관념을 깰 만한 애니메이션 2편이 내달 선보인다.7일,14일 각각 개봉하는 ‘개미’와 ‘난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는 소재와 주제,기법 등에서 기존 애니메이션과 차별되는 작품들이다. ‘개미’는,드림웍스 공동 설립자인 애니메이션의 대부 제프리 카젠버그의 첫 야심작.‘인어공주’‘미녀와 야수’‘라이온 킹’ 등 어린이 취향의 전작들과 달리 ‘사회와 자아의 대립’이라는 성숙한 주제를 다룸으로써 성인층을 겨냥했다. 여기에 ‘토이스토리’에서 한단계 발전한 3차원 컴퓨터 그래픽의 효과는 혀를 내두레 한다.눈꺼풀의 미세한 움직임을 생생히 잡아내는데다 흰개미와의 전투씬 등은 실사를 방불케할 정도로 정교하다. 뉴욕 센트럴파크에 사는 일개미 ‘Z’는 평생 땅 파고 흙이나 옮기며 살기보다는 개성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삐딱한 개미.술집에 몰래 놀러온 ‘발라’ 공주에게 첫눈에 반해 전투개미 사열식날 친구 ‘위버’대신 참석했다가얼떨결에 전쟁영웅이 된다.그러나 신분위장이 탄로나 체포될 위기에 처하자 발라공주와 함께 바깥세상으로 빠져나와 ‘곤충천국’을 찾아간다. 우디 앨런 특유의 유머와 재치를 그대로 따온 듯한 Z,샤론 스톤의 오만한 섹시함이 묻어나는 발라공주,실베스타 스탤론의 근육질을 연상시키는 전투개미 위버를 통해 대배우의 목소리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이 영화의 큰 매력이다. 이에 견줘 올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후보에 오른 ‘난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영되는 성인 애니메이션.성인용답게 섹스와 폭력이 주 메뉴다. 첫 장면에 ‘고상한 취향은 상상력의 적’(파블로 피카소),‘고상한 척하면 쏴버리고 싶다’(헤르만 괴링)는 경구가 떠오르는데 이것이 바로 영화의 주제다.기발한 상상력을 표현하는데 애니메이션만큼 적당한 장르가 없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신혼인 그랜트는 어느날 TV를 보다 위성수신 안테나에서 발생한 레이저광선을 맞은 뒤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이상한 능력을 갖게 된다.TV토크쇼의 카메라 모니터를 통해 초능력의 근원이 목덜미에 난 혹임이 밝혀지면서 이를 빼앗으려는 방송재벌 일당과 그랜트간의 쫓고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진다. 애니메이션계의 악동 빌 플림튼 감독은 군인을 도마뱀으로,미사일을 햄버거로 둔갑시키는 것은 기본이고 탱크들을 흥분시켜 교미하게 만드는 황당한 유머감각을 발휘한다. 그로테스크하고 희화화한 폭력과 섹스장면이 난무하지만 고상한 척하지 않고 새로움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다.
  • 올 노벨문학상 주제 사라마구/포르투갈 작가로는 처음

    【스톡홀름(스웨덴) 외신 종합】 포르투갈의 소설가 호세 사라마고가 98년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스웨덴 한림원이 8일 발표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사라마고가 상상력과 열정,아이러니가 떠받쳐주는 우화로써 끊임없이 착각하기 쉬운 실재(리얼리티)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올해 75세인 사라마고는 노벨 문학상을 탄 최초의 포르투갈 작가로,지난 82년 ‘발타사르와 블리문다’를 발표해 세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의 수상으로 유럽은 연속 네번째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게 됐다. 그의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이베리아반도가 초자연적 이유에서 유럽대륙에서 분리돼 대서양으로 흘러들어가는 과정을 그린 ‘돌 뗏목’이다. 수상식은 노벨상 창시자인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톡홀름에서 이뤄지며,사라마고는 상금으로 760만크로나(미화 93만8,000달러)를 받게 된다.
  • 재벌 총수 ‘심리보고서’ 화제/컨설팅社 소장 책 펴내

    ◎鄭周永 회장은 ‘호랑이’­자기능력 과신 모험적/李建熙 회장은 ‘로뎅’­자기탐색 몽상가 기질/金宇中 회장은 ‘나폴레옹’­투쟁적 현실주의자 재벌 총수들의 성격은 어떨까. 심리교육컨설팅사(T&C)의 林承煥 소장(40)이 심리유형검사(MBTI)를 통해 재벌 회장의 성격을 엿본 ‘5대 그룹 총수의 성격분석 보고서’를 펴내 화제다. 鄭周永 현대 명예회장은 ‘호랑이’와 같다.정열적이고 재능이 많으며 상상력이 풍부하다.자신의 능력을 과신,즉흥적으로 덤비는 경향이 있다.주위에 사람을 끌어모은다. 李健熙 삼성회장은 ‘로댕’을 닮았다.외부자극에 별 관심이 없고 끊임없이 자기탐색을 한다.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자신의 가치를 고수하는 순교자적 기질이 있다.몽상가적 기질이 있어 현실적 구체성이 결여될 때도 있다. 아이디어가 풍부한 사람을 좋아한다.일 중심이고 여유가 없는 사람을 싫어한다. 具本茂 LG회장은 ‘정형외과 의사’를 연상시킨다.냉정하고 스피드가 있다. 생활의 파격미를 즐길 줄 아는 고감도 센스맨.정보통으로 남의 말을 잘 듣고 상식이 풍부하다.끈기가 부족한 유형. 金宇中 대우회장은 절대 지지않는 싸움만 벌이는 ‘현실주의자’.구체적이고 사실적이며 행정가적 기질을 가졌다.성취지향적이다.일이 없으면 몸살이 난다.상대방을 너무 몰아부치는 경향이 있다.朴正熙,나폴레옹 유형.목표달성에 강한 사람을 좋아한다.
  • 신세대 공무원 조직에 새힘 넣는다(대전환 공직사회:9·끝)

    ◎통념 거부·자기주장 분명/어학·컴퓨터 실력 뛰어나/평생직장 인식 날로 희박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상태를 말한다. 그것은 강인한 의지,풍부한 상상력,불타는 열정을 말한다”사무엘 울만의 ‘청춘’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정부 세종로 청사 12층 행정자치부 모과장의 책상엔 울만의 싯귀가 놓여있다. 올해 44세인 그는 “나이가 아닌 정신 상태로 따지자면 나도 신세대”라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자원부 모사무관(36)은 “저는 신세대가 아닌데요”라고 웃음짓는다. 나이와 공직사회의 연륜을 두고 한 말이다. 행정고시 31회 출신인 88년 공직생활을 시작했으니 신세대라는 표현이 적절치 않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그도 “사고의 유연성 여부로 따지면 신세대”라고 부연했다. 나이를 기준으로 하면 신세대 공무원은 아무래도 20∼30대의 젊은 층이다. 조직에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하고 있는 그룹이다. 기획예산 위원회 재정기획과의 全圭錫 사무관(28·행시 37회)은 2년 전 재정경제부 시절,청춘남녀를 맺어주는 모방송국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공무원이 업무 외적인 일로 방송에 출연한 사실을 의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全사무관은 “당시 朴在潤 장관이 녹화테이프를 보고 싶다고 말해 갖다 준적이 있다”면서 “그 일로 사무실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던 것같다”고 소개했다. 신세대 공무원들의 특징을 단정적으로 꼽긴 어렵다. 하지만 몇가지 특징을 들 수 있다는 게 공직주변의 얘기다. 우선 기존의 통념을 거부하고 자기주장이 분명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자신이 스스로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해 양심에 따라 행동하면 된다는 것이다. ‘공무원은 친절해야 한다. 선생님의 그림자는 밟지도 말아야 한다’는 식의 ‘낡은’ 훈계는 더이상 행동지침이 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은 공직개혁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최근 행정자치부가 부내 직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젊은 직원들은 쓸데없이 눈치보고 퇴근하지 않는 대기성 문화를 없애야 할 가장 큰 병폐로 지적했다. 인터넷 등 첨단 정보통신 문화에 익숙하다는 점도 신세대의 공통분모다. 자료를 팩스로 받기보다는 인터넷으로 주고 받는가 하면 통신을 즐긴다. 젊은 공무원들은 웬만하면 전자메일 주소를 갖고 있다. 또 영어 등 어학 실력이 뛰어나다. 헬스,수영 등 스포츠 취미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가꾸는 데 열성을 보인다. 조직도 중요하지만 내 생활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사고의 반영이다. 공직은 더이상 평생 직장이 될 수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공직에 인생의 승부를 걸었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변화다. 더 나은 자아실현의 기회가 온다면 공직을 떠날 수 도 있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고 있다는 게 신세대 공무원들의 설명이다. 기획예산 위원회의 全사무관은 “과거 철밥통으로 인식되던 공직의 평생직장 개념은 희박해지고 있다”면서 “통상교섭본부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경우,전문지식을 쌓아 민간기업체로 가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이같은 분위기를 전했다. 고시출신의 30대 관계자는 “모그룹의 이사로 가는 선배들이 있는가 하면 후배들 가운데서도 컨설팅회사로 옮기는 등 공직이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사실상 사라져가고 있다“며 “공무원 조직도 인센티브제 활성화 등 인재를 키우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17·18일 세종문화회관서 젊은작가 포럼

    ◎21세기 문학의 진로 찾는다/20∼40대 작가·평론가 32명 참석 21세기 문학의 진로를 모색하는 ‘2000년을 여는 젊은 작가 포럼’이 17일과 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특히 이번 행사는 젊은 작가들이 한데 모여 다양한 화두와 문학적 담론을 쏟아내는 토론의 자리여서 한층 기대를 모은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이 주최하고 교보생명과 교보문고가 후원하는 이번 포럼에는 시인과 소설가,평론가가 참석해 새 시대 새 도약을 위한 문학계의 대응방안을 모색한다. 17일에는 ‘21세기 작가란 무엇인가’‘민족문학의 새로운 가능성’‘문학과 대중문화의 접속’‘여성성과 여성주의’ 등의 주제발표와 토론이 펼쳐진다. 18일에는 ‘사회역사적 상상력의 길’‘환경과 몸’‘개인의 존재형식’‘문학언어의 미래’ 등의 주제를 통해 한국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살핀다. 이번 포럼에 참석해 발표와 토론을 할 작가와 평론가는 모두 32명. 77년 등단한 시인 이성복씨 등 40대에서부터 95년에 데뷔한 소설가 은희경씨 등 20대 작가에 이르기까지 두루 망라돼 있다. 포럼 기획위원장인 평론가 정과리씨는 “이번 행사는 현대문학의 초석을 마련한 50대 이상 작가의 성과를 바탕으로 차세대 작가들이 21세기 문학적 건축을 어떻게 세워나갈 것인지를 모색하는 자리”라면서 “영상시대를 맞아 주변부로 밀려난 문학이 그 입지를 잃지 않고 주체적 역량을 과시할 수 있는 방안이 주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 日 감독 구로자와 사망

    【도쿄 교도 AFP 연합】 일본 영화감독 구로자와 아키라(黑澤明)가 6일 자택에서 숨졌다고 그의 가족들이 밝혔다. 향년 88세. ‘가게무샤 (影武者)’,‘라쇼몬(羅生門)’,‘7인의 사무라이’ 등 명작을 남긴 구로자와 감독은 젊은이들에게 영화적인 상상력을 불어넣은 점이 인정돼 90년 아카데미상 특별공로상을 수상했다. 구로자와 감독은 자신의 1950년작 ‘라쇼몬’으로 1951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일본 영화를 세계무대에 알리는데 이바지했다.
  • 늦여름밤 젖어보는 재즈선율/데일 필더의 美 밴드

    ◎27∼28일 내한공연 늦여름의 밤을 데일 필더 재즈밴드의 선율과 함께 보내시렵니까. 21세기를 이끌 색소폰연주자로 평가받는 미국의 데일 필더가 리드하는 4인조 밴드가 27,28일 하오 7시30분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륨에서 공연을 갖는다. 60년대의 따뜻한 감각을 바탕으로 위엄있는 사운드와 전통적 센스를 조화롭게 처리하며 춤추는 듯한 라틴계 리듬으로 정평있는 이들은 부드러운 하모니와 아름다운 멜로디로 로스앤젤레스에 재즈 열기를 불러일으킨 그룹이다. 비평가들이 존 콜트레인과 견주는 데일 필더를 리더로,재즈의 다채로운 환경에 어울리는 드러머 토마스 화이트,어쿠스틱 베이스의 따뜻함을 가진 베이스주자 트레버 웨어,가슴에서 우러나는 트럼펫 연주의 댄 배거소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면면이 화려한 이들이 만나 빚는 앙상블은 마니아와 언론으로부터 ‘위대한 재즈에 필요한 감정적 만족도를 이루고 있다’ ‘음악적 비전을 거대한 상상력,쉬운 스윙과 탁월한 솔로로 실현하고 있다’ 등의 찬사를 받은 바 있다.데일 필더의 ‘A MOMENT'S RESPITE’‘MODE D′COLRANE’ 등 주옥같은 곡들을 들려준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유학과 연주활동중 데일 필드와 두터운 친분을 쌓았던 재즈피아니스트 곽윤찬이 음악감독을 맡는다.절제된 음의 아름다움도 함께 보여줄 예정. 그리고 관능적이고 매혹적인 보이스를 자랑하면서 세계적인 보컬 뮤지션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재일교포 게이코 리과 국내 대표적 색소폰주자인 이정식이 협연한다.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본토 재즈의 진수를 경험할 좋은 자리가 될 것이다.
  • 삼수,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가라/홍종학 지음(화제의 책)

    ◎올바른 공부 어떻게 지방 대학교수가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 쓴 책이다.그렇다고 해서 엄청난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공부는 머리로 해야 한다.즉 두뇌를 써야 한다.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많은 학생들은 단순히 눈으로만 공부할 뿐 생각을 하지 않는다.눈은 단순하게 정보를 받아들이는 장치에 지나지 않는다.눈으로 받아들인 지식을 자신의 머리로 생각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공부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단순한 암기력,기억력 위주에서 논리적 추론을 기초로 해 상상력과 창의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미래와 사람들 7,500원
  • 성곡미술관 9월까지 치유로서의 미술展

    ◎그림 보며 ‘마음의 病’ 고치세요/자폐증 환자 그림엔 사람 등장안해/정신분열증은 배경처리 빈약·애매/EQ향상·치유적 매체 2주제 나눠/치료사례 발표·관객 성격진단까지 그림에는 그린 사람의 정신세계가 투영돼 있다. 그림속에는 삶의 기쁨과 슬픔,욕구,갈등이 상징적 조형언어로 표현돼 있다. 이에 따라 최근들어 심리치료의 수단으로 미술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술의 치유적 기능을 살펴보는 ‘치유로서의 미술,미술치료전’이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성곡미술관(737­7650)에서 열린다(9월5일까지). 성곡미술관이 한국미술치료학회와 공동으로 마련한 이 전시는 자기표현적 요소가 강한 그림그리기 행위가 혼란스러운 정신세계의 분열을 통합하여 궁극적으로는 카타르시스와 해방감을 통해 감정의 승화작용을 유발시켜 건전한 자아를 갖도록 유도해주는 것을 보여주려는데 있다. 전시회에는 특히 미술치료학회의 연구성과물인 임상실험 작품들이 출품돼 관람자들이 미술치료의 개념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 예로 자폐증 환자의 그림에는 대인관계의 결핍으로 사람이 등장하지 않고 정신분열증 환자의 그림은 배경처리가 빈약하고 애매하다. 비행청소년의 그림은 칼에 찔린 물고기 등 난폭한 표현이 두드러진다. 전문화가들은 ‘EQ기능으로서의 미술’과 ‘치유적 매체로서의 미술’등 두개의 주제로 전시된다. ‘EQ기능으로서의 미술’엔 유병훈,윤동천,채미현,이종한,정환선,이종주,이종현,장승택,박성희씨 등의 작품이 출품됐다. 이들의 공통점은 부드러운 매체와 난색 계열의 색채를 통해 평온함과 안정감을 제공하면서 고요한 조형언어를 통해서는 상상력을 배가시켜 명상적인 세계로 이끌어준다는 것. ‘치유적 매체로서의 미술’에는 양주혜,황혜성,황우철,이준목,전성규,김인태,김은진,김미형,김서경씨 등이 집단우울증,스트레스,정신적 공허감,무기력감,죽음에 대한 공포 등 현대인의 병적 증후군을 표출시키는 작품들을 전시해 현대인의 부정적 사고와 억제된 감정에 대한 공감을 유도하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준다. 성곡미술관 큐레이터 이원일씨는“고흐와 뭉크는 현실의 악몽에 시달린 의식의 분열증세와 악몽에 대한 방어기제로 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미술이 현실적 삶의 지층에 뿌리내리고 그것을 반영하며 상처를 어루만져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전시회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한편 성곡미술관은 15일 상오 10시 미술관 세미나실에서 한국미술치료학회 김동연 교수(대구대 재활과학대학 심리학과)의 ‘미술치료의 이해 및 치료사례’ 특강을 마련한다. 또 12,13,19,20,26,27일 상오 10시∼낮 12시,하오 1∼4시 등 하루 2차례씩 일반인을 대상으로 성격진단및 심리진단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상담은 한국미술치료학회 소속치료사들이 맡는다.
  • 바그너 ‘오페라 서곡들,기타’(명반과 함께하는 음악여행:7)

    ◎리하르트 바그너/서쪽으로,서북쪽으로/파시즘 선구자로 숭배 유태인 몰살의 음악/서로 흐러던 문명사조 북향시키려던 노력들/베토벤 교향곡 ‘확장’ 오페라속으로 신화화/망상의 평화 꿈꿨으나 엷기만한 희망의 흔적 1.발할라,유태인을 혐오하는 천재를 환영하다… 1883년 2월13일 베니스에서 바그너가 사망하자 신문은 그런 부고를 냈다. 발할라는 그의,4일 동안 연속 공연되는 총 16시간짜리 대작 ‘니벨룽의 반지’에 나오는 신들의 궁전. 독일신화의 주신(主神) 보탄의 딸 발퀴레들이 전쟁터에서 용감하게 전사한 영웅들을 이곳으로 데려온다. 보탄은 그들에게 날마다 주연을 베풀며 마지막 ‘악과의 전쟁’에 대비한다. 그러나 그 싸움에서 신들이 승리할 수는 없다. 신들과 악의 세력이 모두 멸망하고 새로운 인간의 세상이 열린다. 그래서 ‘반지’ 4부의 각 제목은 전야제 격인 ‘라인의 황금’(라인의 황금을 지하세력 난장이가 탈취하면서 세상의 질서가 뒤흔들리는 ‘사건 발단’),첫째날 ‘발퀴레’, 둘째날 ‘지그프리트’(미래의 주인인 지상의 ‘인간영웅’ 이야기)에 이어 마지막날이 ‘신들의 황혼’이다. 그렇게,그런채로 발할라가 천재­바그너를 환영한다.‘유태인 혐오’는,무슨 소린가? 식인종이었던 자들을 교육시켜 사회를 주무르는 장사꾼으로 키웠다… 유태인 종족에 대해 바그너는 그렇게 극언했다. 그리고 사망 40여년후 그는 악명높은 히틀러 파시즘의 선구자로 숭배되고 그의 음악속으로 수백만의 유태인들이 몰살한다. 2.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문명은 태양의 동쪽에서 태동,서쪽으로 그 중심지를 옮겨갔다. 뒤늦은 문명이 앞선 문명을 보다 빠른 기간에 배우고 여력을 계승­발전에 투여한다. 그렇게 고대 그리스에서 문명이 만개하고 로마에서 위대한 건축물을 이룬다. 문명의 주역은 그후 프랑스­영국을 거쳐 미국으로 바뀌었다. 동에서 서로… 바그너는 독일문명의 세계 주도를 위해 그 흐름을,거대하게 북향(北向)시킨다. 그의 음악은 그래서 음악사상 가장 거대한 폭으로 흐른다. 물에서 태어나 가장 강렬한 욕망의 불길을 태우다가 다시,물의 평정으로,죽음으로회귀하려는 필생의,그리고 전 생애에 걸친 음악. 그러나 당대와 후대의 바그너 예찬자들은 그의 음악에 평정을 허락하지 않았다. 바그너 자신은? 그는 소망했지만,소망을 성취할 수 없었다. 각 민족에게는 고유한 문화가 있다. 그것들을 선진­미개의 틀로 설명할 수는 없다. 요는,주류 문명에 대응하는 방식. 바흐는 ‘독일속으로’ 더 흔들리면서 더 명징한 종교음악을 세웠고,독일을 종교음악의 본산지로 세웠다. 괴테는 그리스­로마의 문명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독일문학을 이룩했고 베토벤은 자신의 불행과 독일의 열정을 음악사적인 낭만주의로 전화시켰다. 브람스 또한 북(北)독일의 우울을 음악의 보편적 심오함으로 담금질했다. 그리고 마르크스는 영국과 프랑스의 학문적 업적을 독일적으로 종합,독일의 후진성을 혁명성으로 변혁시켰다. 바그너는? 고대 그리스 비극의 복원을 꿈꾸면서 이탈리아 코믹 오페라 형식(사랑의 금지)과 프랑스 그랜드 오페라 형식(리엔치)을 기웃댔지만 처음부터 북행(北行)이 그의 목표였다. 그렇게,서북 쪽으로. 그 결과는무엇인가? 문명의 야만을 치유하기 위한 생체실험이다. 역사상 가장 위대했으나,위대한 실패로 끝난. ‘베토벤의 교향곡 세계를 오페라 세계로 심화­확대시키자’. 바그너의 음악적 꿈은 그랬다. 베토벤이 오페라를 단 한편 남겼으므로,그리고 그렇게 그의 ‘교향곡세계’가 ‘보이는 것’의 음악적 응축이었으므로,그것은 타당한 꿈이었다. 그러나 그는 너무 일찍 북쪽의 광포하고 웅대한 신화로 꿈의 내용을 채운다. 3.웅대한 규모는 막대한 자본을 요구하고 ‘야만의 신화’는 신화의 성스러운 야만화를,그리고 역사관의 반동화를 초래한다. 야비한 사기,불륜 행각과 과대망상의 천재 행각이 오페라 ‘속으로’ 신화화 하고 그 신화음악이 오페라 ‘밖으로’ 나와 다시 바그너의 현실세계를 미화,영웅화하는,악순환 고리가 반복 심화된다. 예찬자들은 열광하고,그러나 바그너로서는 ‘마음의 지옥’이었던 그 악순환의 고리. 그러므로,그의 음악은 그가 그 지리한,고통의 생체실험을 멈추지 않고 마침내 육(肉)의 고행으로까지 밀어부치는 대목에서 가장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이다. 도대체 어디까지니이까.어디까지 음악의 육욕을,탐닉해야 하니이까. 저를 도와주소서… 그러나 그는 끝까지 ‘음악의 살속’을 파고 든다. ‘끝까지’가 지리하고 심오한 반복을 낳고 ‘파고 듦’이 음악을 이제껏 가장 극단적인 반음(半音)사용으로, 사랑의 환희의,몰아의 황홀경의,그렇게 ‘사랑의 완성을 위한 죽음’의 정황으로 치닫는다. 물의 죽음에서 물의 죽음으로… 그러나 그 과정은 아름다움이 죽음으로 완성되는 극단의 불의 경지. 그것으로 물과 불의 구분 자체가 극복되는 경지이다. 4.반프리트. 망상에서 평화로운 곳. 혹은,망상으로 평화로운 곳. 바그너는 만년의 저택을 스스로 그렇게 불렀다. 숱한 거장들이 바그너를 ‘망상으로 평화로운 곳’으로 연주한다. 그러나,예술가는 망상에서 평화롭지 않으면 망상으로 평화로울 수 없다. 흥분은 금물. 루돌프 켐페의 음반은 한마디로 바그너 ‘반지’ 작곡 생애에 바치는 진정한 반프리트이다. 오페라 ‘방황하는 네델란드인’(1841)서곡,‘탄호이저’(1845)서곡 및 1막 일부,‘뉘른베르크의 명가수’(1867) 1막,3막 서곡 및 일부,그리고 ‘신들의 황혼’(1874) 서주­‘새벽’과 ‘지그프리트의 라인여행’등 수록곡은 켐페의 ‘독일 정통’ 연주를 통해 ‘바그너 선언’,‘정체성과 전통 발견’,그리고 ‘평정의 갈구’로 재설계된다. 그리고 그때 우리는 바그너의 진정한 소망의 골격을 보는 것이다.가장 중요한,이 모든 것이 종합되는 ‘지그프리트 장례행진곡’은 등장하지 않고 각 곡 도처에 흔적으로 존재한다. 그것은 위대한 망상의 흔적이 (아직)아니고 상상력 풍부한 희망의 흔적이다. 바그너 사망 한달 후 마르크스도 세상을 떠났다. 그는,어느 쪽?
  • 올바른 생활습관 현암사 동화시리즈

    ◎살갗나라에는 누가누가 살고 있을까/이닦기·음식 꼭꼭 씹어먹기 등 지도/생물학 원리 재미있는 이야기로 엮어 여름 피서.아이들이 일년동안 손꼽아 기다려온 행사다.하지만 부모들 입장에선 무조건 들떠 있을 수만은 없다.피서지에만 데려다 놓으면 고삐풀린 망아지가 되는 아이들.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뙤약볕 아래 민머리로 뛰어나가니 일사병에 걸리지 않을까,홀딱 벗고 해변을 오가다 등껍질이나 벗겨지지 않을까 바람잘날 없는 심정이다. 최근 나온 ‘살갗 나라 두리’(안나 러셀만 글·그림,장지연 옮김)는 피서를 앞둔 부모들의 고민을 덜어줄 만한 책.현암사에서 펴내는 ‘올바른 생활 습관을 길러주는 동화’ 시리즈 세번째 권이다. 몇년새 어린이책 단행본이 붐을 이루면서 아이들 생활지도 그림책이 여러군데서 나왔지만 현암사 시리즈는 특히 개성있다.인사예절,밥먹기,대소변가리기 등 유아들 기초습관 잡는 법이 주류였던데 비해 어느 정도 자기 고집이 생긴 어린이들의 구체적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아주 실용적이다.예를 들어 시리즈 첫째권 ‘충치 도깨비 달달이와 콤콤이’는 이닦기를,둘째권 ‘뱃속 마을 꼭꼭이’(이상 러셀만 글·그림,박희준 옮김)는 밥먹을때 꼭꼭 씹어먹기를 지도하는 책. 그런데 이 책들은 전혀 훈계적이지 않다.생물학적 원리를 뼈대삼고 풍부한 상상력으로 살을 입혀 흥미진진하게 동화처럼 풀어낸다.한번 훑어보면 절로 이 잘 닦고 꼭꼭 씹어먹어야지 하는 마음이 샘솟을 것 같다. ‘…두리’는 땡볕아래 쏘다닐땐 꼭 모자와 런닝을 챙겨입고 노출된 부위엔 썬크림을 바르라는 것이 메시지.하지만 듣기싫은 설교는 한군데도 없고 대신 살갗나라 대표들의 긴급회의를 보여준다. 바닷가에 도착하자마자 팬티차림으로 조개를 주으며 쏘다닌 누리.저녁이 되자 온통 빨갛게 타버린 피부가 따끔따끔 아파온다.그러자 살갗나라에선 부위별 대표를 뽑아 귓바퀴 회의에 파견한다.어깨마을에서 온 들썩이는 “집천장(어깨피부)까지 달군 뜨거운 햇볕에 다들 쓰러졌다”고 호소한다.머리마을의 부시시 아줌마가 “나라 전체가 뙤약볕에 타고 있는데 무슨 방법을 찾자”고 제안한다. 더위,뙤약볕 퇴치법에 다들 머리를 싸맬 즈음 엉덩이마을 포동이가 느즈막이 나타났다.“우리 마을은 수영복 천막이 가려줘 아무일도 없었다”볼마을 연지도 거든다.“두리 엄마가 두리 볼을 쓰다듬을때 나타나는 손마을 사람이 우리 마을 곳곳에 하얀 양산을 펴줬는데 그게 햇볕을 막아주더라” 누리가 머리마을에 모자 지붕을,배마을과 어깨마을에 티셔츠 천막을,얼굴에 썬크림 양산을 씌워주자 살갗나라 사람들은 기운을 되찾는다.이들이 다시 땅을 일구자 빨갛던 땅(누리 피부)이 그제서야 갈색으로 돌아온다.
  • 성격맞춰 공부시키면 우리아이도 ‘우등생’

    ◎사랑의 전화 복지재단 검사프로그램 소개 밤새워 공부해 90점 맞았다고 좋아했는데 노트 한번 쓱 들여다본 짝은 100점이란다.내 머리가 나쁜 걸까?교육심리학자들은 그게 아니라 공부방법의 차이라고 말한다.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공부방법도 모두 달라야 한다는 것. IMF한파속에 찾아온 올 여름방학엔 학원 하나 등록하기도 망설여진다.상담전문기관 사랑의전화 복지재단이 마련한 ‘엄마와 함께 하는 공부방법 배우기’는 혼자서 책상머리를 지켜야 할 학생들이 성격검사(MMTIC)를 통해 자기한테 맞는 공부법을 찾는 프로그램. MMTIC는 널리 쓰이는 ‘성격유형검사’(MBTI)를 어린이,청소년 용으로 바꾼 것.성격은 네가지 차원으로 나뉘고 각 차원별로 두가지 상반되는 특성이 나오는데 아이들 성격은 그 특성의 한쪽에 속한다는 것.즉 모든 아이들은 외향성­내향성,감각적­직관적,사고력­감정적,판단력­인식력 등의 쌍에서 각각 마다 한쪽 특성을 지니고 있다.예를 들어 어떤 아이는 외향적,감각적,감정적,인식적인가 하면 어떤 아이는 내향적,직관적,감정적,판단력의 특징을 지니는 등이다. 사랑의전화 프로그램은 이 성격검사를 포함,공부방법 찾기,효율적 7단계 공부법,노트정리·시험준비법 등을 포함,이틀 8시간 강의에 2만8,000원을 받는다.생할보호대상자는 무료,미망인·장애인가정 자녀에겐 50% 할인해준다. 중·고생 반 29∼30일,초등생 반 31∼1일.712­8600.한국심리검사연구소(784­0990∼2)에서 성격검사만 따로 받아볼 수도 있다.이때는 아래의 성격별 공부방법을 참조할 것. ◇△외향성=친구들과 그룹으로 공부하면 효율적이다. △내향성=공부할때 다른 사람은 방해자.혼자 해야 능률이 오른다. ◇△감각적=현실적이고 세심하지만 전체적 맥락을 읽는 능력이 부족하다. 차례부터 외워 큰 틀을 파악한뒤 세부로 들어가는게 좋다. 또 비디오나 그림을 이용해 상상력을 자극해 줘야 한다. △직관적=숲은 보지만 나무를 못보는 스타일.자잘한 부분까지 노트에 쓰면서 외우는게 좋다. ◇△사고력=객관적으로 사고하며 논리·분석에 강한 스타일.사설·논평등을 활용하면 능률이 배가 된다.△감정적=책을읽으며 추론하는 능력이 떨어진다.이런 아이들도 논리력 보완을 위해 사설·논평을 많이 읽어야 한다. ◇△판단력=성격이 계획적이고 철두철미해 공부를 먼저 다 해놓고 노는 스타일. △인식형=인간관계는 좋으나 공부할때 상황에 좌우되기 쉽다. 벼락치기형.때문에 계획을 세우는 습관이 필요하다.부모님이 따라붙어 계획세우기를 지도해줘야 한다.
  • 한창훈씨 두번째 소설집 ‘가던 새 본다’

    ◎사투리와 해학으로 녹여낸 소외된 이웃의 애환과 새삶/80년대 아물지 않는 상처 은색 숲속서 떨쳐버리고… 구수하고 찐한 인정미 물씬/“작가란 기쁨보다 슬픔을 승리보다 패배 보듬는 존재” 머리로 캐는 글이 있고 몸으로 건지는 글발이 있다. 상상력과 체험이 따로 놀지 않아야 하는 법이지만 대개는 한쪽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 80년대를 풍미한 노동자문학·민중문학이 주춤하는 틈새를 비집고 나온,세련된 문체나 관념에의 집착도 이런 극단의 흐름이다.와중에 민중의 생활을 다룬 언어가 낯설어 진지도 오래다. 항상심이 아쉬운 현실에서 한창훈의 두번째 소설집 ‘가던 새 본다’(창작과 비평사)는 사적 체험이나 남의 글 팔아먹는 가벼움이 판치는 문단의 주류를 모르쇠 하는 뚝심이 넘친다. 또한 열기가 사그라지는 공백기의 방황을 삭여온 자취도 보여 진지함을 더해 준다. 흔히 한창훈의 작품세계를 남도와 충청도 사투리에 녹여낸 해학의 세계,혹은 된장찌개로 표현되는 구수한 고향내음이라 일컫는다. 하지만 이번 소설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은사시나무 겨울’에서 보여주는 섬뜩함이다. 이전의 한창훈의 작품세계와는 약간 동떨어진 새로운 면목이다. ‘은사시나무의 겨울’의 주인공 ‘나’는 자칭 도보고행승(徒步苦行僧)이다. “시퍼렇게 날이 선 80년대의 상황에,그 고통과 폭압에 몸과 마음을 다치지 않고 버텨내기 위해”택한 길이 “변증법과 사적유물론을 밀어두고”그저 걷는 것이다. 방황의 여정에 머문 은색 숲 집에서,녹슨 콤파스로 피고름 나는 창(瘡)을 도려내는 장면은 처절하다. 여기서 창은 권력집단의 비인간적 고문으로 인한 아물지 않은 생채기이고,그뒤의 열병은 방황의 사라짐이자 새삶을 향한 통과의례다. 생경한 구호나 경험담에 머무르기 쉬운 소재를 탄탄한 구성 등 문학적 질료로 잘 버무림으로써 또 다른 경지를 개척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전의 날카로운 해학이 빛을 잃은건 아니다. 표제작 ‘가던 새 본다’의 할매와 세들어 사는 ‘나’가 주고 받는 욕지거리를 보라. 걸쭉한 할매의 입심을 통해 이 땅의 농투성이 아낙의 애환을 전라도 방언 특유의 리듬에 실어 넉넉하게 품어내고 있다. 또 돈까지 주며 섬으로 데려와 둥지를 튼 ‘성자’가 도망갈까 조마조마하는 ‘문환’과 섬사람들의 투박하고 시비조의 말로 그리는 구수한 인정이나(‘숭어’),병충해를 입은 생강농사를 둘러싼 농민회의 울분과 아내의 입덧을 재미있게 교차시키는 대목(‘입덧’)은 한창훈에 걸린 이전의 기대에 충분히 답하고 있다. 하지만 해학을 낳은 고통의 과정에 대한 인상이 더 강하고 오래 남는다.재기발랄한 문재(文才)보다는 이웃에 대한 애정을 엮은 이야기가 더 절실한 문단에서,소설가 한창훈의 자리는 더 커보인다. “작가란 제 상처를 만지고 노는 아이들처럼 기쁨보다는 슬픔을,승리보다는 패배를 붙들고 뒹구는 존재일 것이다”. 작가는 92년 대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지난 해 첫 소설집 ‘바다가 아름다운 이유’를 내놓았다.
  • 윤영수씨 패러디소설 ‘자린고비의 죽음을 애도함’

    ◎민담 빌린 현실 풍자/‘해와 달이 된 남매’ 등 11편 비리·性타락·물신화 고발/대사만의 이야기 등 다양한 실험 옛날 민담 하면 할머니가 연상된다.포근하고 익숙한 이미지가 겹친다.아주머니 이야기꾼 윤영수가 세번째 풀어놓은 소설 보따리 ‘자린고비의 죽음을 애도함’(창작과비평사)도 포근하다.그러나 보따리 속에 그득한 것은 오래묵은 옛날 얘기가 아니라 현실을 보는 신선함과 다양한 실험이다. 신작 ‘자린고비…’는 전래민담 11편을 패러디한 것이다.패러디란 말은 옆에서라는 뜻의 파라(Para)라는 말과 노래를 뜻하는 오드(Ode)가 합친 것이다.즉 옆에서 노래부른다는 뜻인데 직접 부르지 않고 옆에서 흥얼거리는 이유는 무얼까. “리얼리즘 원칙에 충실했던 이전 작품들이 답답했어요.낯선 주인공을 잘만들어 개연성 있게 소개하는 것에서 벗어나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에게서 느끼는 의외의 놀라움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어요.민담이라는 형식이 맞아떨어진 것입니다” 익숙한 얘기를 빌려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하겠다니,그럼 그녀의 이야기속으로 찬찬히 들어가 보자. 먼저 혹부리 영감 이야기를 다룬 ‘민사95다6008사건’.작가는 줄거리엔 관심이 없는 듯 ‘네 혹 도로 떼가라’라는 재판 풍경을 그리며 현실을 조롱한다.소송보다는 잿밥에 관심 있는 ‘합법적 도둑’ 판사와 변호사의 비리를 통쾌하게 까발린다.그들은 또 하나의 혹에 불과한 존재다. ‘은혜갚은 까치’에 이르면 아예 줄거리가 달라진다.과거보러 가던 선비는 까치새끼를 살리지 않는다.구렁이를 죽이는 것은 먹이사슬을 깨는 자연훼손이라는 것이다.(‘숲에서는 아무 일도’).원작 ‘자린고비’는 더 일그러진다.천하의 구두쇠가 “지붕에서 새는 빗소리에서 풍악을 즐기고,겉보리밥한 술로도 산해진미를 맛보는” 탁월한 상상력을 지닌 예술가로 둔갑한다(표제작 ‘자린고비의 죽음을 애도함’). ‘해와 달이 된 남매’를 소재로 한 ‘동아줄,동아줄을!’얘기 하나만 더해 보자.원래 얘기와 현재의 살인 사건을 넘나들면서 세태를 꼬집는다.한 전과자의 죽음을 둘러싼 수사과정에 여러 명의 화자가 등장한다.실타래같이 얽힌 증언에서,굴절된 교육,신(神)이 된 돈,타락한 성 등 추악한 세상의 얼굴을 새겨낸다.하나하나를 모으면 ‘현대판 민담’이 된다. 지은이의 속셈이 뭔지 알 만하다.옛날 얘기에 대한 단순한 재해석이 아니라 익숙한 형태(민담) 속에서 오늘의 세태를 비꼬는 지혜를 캐 보자는 것이다.그것은 한가지 잣대로 주변을 재는 왜곡된 인간상과 싸우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작가는 여러 계층·직업의 언어와 토박이말을 맛깔스럽게 빚으며 뜻한 바대로 거둔다.이런 실력은,살고 있는 시대에 대한,윤씨의 열린 눈에서 나오는 것이다. 정작 윤씨 자신은 이렇게 말한다.“인간의 행위 중에는 어처구니 없는 게 너무 많아요.사슴이나 토끼의 눈으로 보면서 이런 것들을 우스꽝스럽게 다루려고 했어요.특히 ‘파 이야기’는 인육(人肉)도 먹을 수 있다는 인간의 잔인함을 그로테스크하게 그렸는데 이는 민담 형식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해요” 이런 문제의식을 효과적으로 전하려는 다양한 실험정신도 빛난다.이야기 그릇을 정신병자에 대한 임상보고서만으로 채우거나 대사만으로 담는 등 파격이 거침없다.부단하게 글쓰기를 새롭게 하려는 의지가 푸르다. 윤씨는 마흔이 가까운 나이에 이야기 동네에 등장했다.난삽한 관념의 난무에 지친 문단에 ‘모처름 나타난 이야기꾼’은 지난해에 ‘착한 사람 문성현’이라는 걸로 상도 받았고,같은 이름의 책도 내놓았다.
  • 말과 함께 하는 인간의 삶/월간 다큐멘터리 ‘지오’ 6월호

    ◎카메룬 기마행사·美 딜콘 로데오/포르투갈 투우 등 상세하게 소개 일본인들에게는 야부사메(流鏑馬)라는 신성한 기마의식이 있다.이것은 1,600년 전 풍성한 수확과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시작된 무예다.이 의식의 참가자는 달리는 말 위에서 활을 쏘아 세 개의 과녁을 맞춰야 한다. 말 길들이는 고장으로 유명한 프랑스 남부 론강 어귀의 섬 카마르그에서는 축제나 종교의식 등 거의 모든 행사에 말이 참여한다.이곳서는 축제기간 동안 1년생 수소에게 낙인을 찍는 의식인 ‘페라드’를 치른다.또 몽골에서는 매년 7월이면 국가독립일인 ‘나담’을 기념하기 위해 수천명의 기수들이 수도인 울란바토르에 모인다. 월간 다큐멘리 잡지 ‘지오’(두비) 6월호는 인간과 말이 함께 만들어가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말과 사람’이란 주제와 관련해 특히 흥미로운 것은 북미 인디언들과 그리스인의 말에 얽힌 신화다.북미 인디언들은 말 탄 사람을 처음 보자 이를 초현실적인 존재로 여겼다.말을 북미에 가장 먼저 전한 이는 17세기에 엘도라도를 찾아 아메리카 대륙탐험에 나선 스페인 사람들.처음으로 신기한 동물을 갖게 된 아파치족과 나바호족은 자연스레 말을 그들 세계관의 일부로 받아들였다.북미 인디언들은 우주의 별들 가운데 가장 중시했던 태양을 말의 이동과 관련해 생각했다.아파치족은 밤에는 검은 말이,동틀녘에서 대낮까지는 파란 말이 태양을 태우고 하늘에서 경주을 벌인다고 믿었다. 동방에서 온 말 탄 사람들을 처음 본 그리스인들은 그 말과 기수가 하나라고 믿어 반인반마(半人半馬)의 괴물 켄타우로스의 전설을 만들어내기도 했다.그리스인의 상상력이 낳은 또 하나의 신인 사티로스도 원래는 그 몸의 일부가 염소가 아니라 말이었다는 사실로 볼 때 당시 이 동물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인상적인 존재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번 호에는 카메룬의 술탄들이 선조의 업적을 기려 매년 개최하는 기마행사,인디언 어린이들이 벌이는 미국의 딜콘 로데오,소의 뿔에 가죽을 감고 하는 포르투갈의 투우 등에 관한 이야기도 실렸다.
  • 시와 판화와의 만남전/실천문학 지령 50호 기념

    고은 신경림 김지하 이시영 곽재구 등 시인 62명의 시를 주제로 한 ‘시와 판화와의 만남전’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학고재화랑(739­4937)에서 열린다(7일까지). 문예계간지 실천문학(대표 김영현)이 지령 50호를 기념해 마련했다.문학과 미술의 접목을 모색해보는 이번 전시에는 계간 실천문학과 실천문학사가 펴낸 시집에 실린 62편의 시를 국내의 역량있는 화가들이 판화로 형상화한 62점이 전시된다.이번 ‘시 주제 판화전’은 시의 서정성에서 출발했지만 화가의 새로운 상상력이 시의 감동을 어떻게 확장시키는지 눈여겨볼 만 하다. 실천문학사는 이번에 전시되는 판화와 시를 담은 시화집 ‘판화로 읽는 우리 시대의 시’를 전시 개막에 맞춰 내놓았다.
  • 토머스 탤리스,라틴교회음악(명반과 함께하는 음악여행:2)

    ◎20세기,멸망과 화해하는 법 1.가장 인간적인 것은 멸망이다.인간이 죽음을 알았다.그리고 모든 인간적인 행위가 눈물겹고 아름답다.그렇게 노동이,종교와 역사가,예술의 생애가 시작된다.종교는 죽음을 삶 속에 끌어들이고 죽음 이후를 유토피아로 제시한다.그것은 멸망과의 화해를 좀체 용인하지 않는다.그리고,그렇게 종종 광신으로 치닫는다. 우리는 멸망의 시대를 살고 있다.두 차례의 참혹한 세계대전,좌우냉전과 절멸전,동유럽 제국의 거대한 몰락을 가슴에 품은 20세기가 바야흐로 저물고 있다. 세기말 천년말의 낭떠러지 앞에 우리는 나침반 없이 서 있다.오늘의 경제난국과 가난연습은 사실 고마운 선물인지 모른다.생계 걱정이야말로 세기말의 광란을 극복하는 말짱한 정신의 교량일 것이므로. 2.그러나 그것 뿐인가.이 현기증나는 흔들림의 의미를 그렇게 무마하고 망각하면 그만인가.16세기 영국 작곡가 탤리스의 라틴 교회 음악이 지금 우리에게 그렇게 묻는다.그대 죽음을 아는가.그대 멸망을 아는가… 그리고 더욱 놀랍게도 그 질문,그 흔들림이,악기 반주 없이 인간의 목소리 만으로,절망을 넘어선 화해의 경지를 구성한다.절망이 아름다운 공의 건축물로 들어선다.스펨 인 알리움 하부이…내 희망은 오로지 당신 뿐…광신인가? 아니다.음악은 흔들림을 매개 삼아 더 드높은 아름다움의 경지를 연다.그리고,그렇게 더 우월한,이성과 이성 바깥을 완벽하게 조화시키는 음악예술 이성의 길이 펼쳐진다. 유토피아? 아니다.그 길은 절망을 머금은 길이므로 실패가 없고 시각의 독재를 벗어나 귀의 상상력을 무한 자극한다.그 상상력은 펼쳐질 뿐 아니라 온몸을 적신다.그래서,어떻게? 비데테 미라쿨룸(보라 기적을)…호모 쿠이담(어떤 사람이)…아우디비 보쳄(목소리 들린다)…칸디디 파크티 순트(휘황한 백열로)…탤리스의 라틴 교회음악은 그렇게 이어지다가,가사의 종교성을 벗으며 잠시 침묵이 더 무겁다가,에 도달한다. 이 음악에 이르러 우리는,귀를 가진 우리의 몸은 벌써 고통의 비(우)에 흠씬 젖은 세상으로,드러난다.20개 성부가 주선율을 모방하면서 연속적으로 등장,그 세상이 여러겹의 아름다움으로 펼쳐지기 시작한다.마치 끊임없이 펼쳐질 것처럼.선율이 끊임없이 목소리를 닮아가고 목소리가 끊임없이 선율을 닮아간다.음악의 몸과 우리의 몸이 구분되지 않는다. 끊임없이,끊임없이…그러는 사이 어느새 또다른 20개 성부가 새로운 주제를 갖고 들어선다.그,새로운 세대의 등장은 신선하고 충격적이지만,음악도 우리 몸도 음악의 세계이므로,단절일 수 없고 단순한 이어짐일 수 없다.아나는 역사 속에서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그 모든 유토피아들의 절규들이 단절을 넘어 위대한 공을 이루는 광경을 보고있는가…고통이 의미로,의미가 의미 충만의 세계로 펼쳐진다. 그렇다.삶은,끊임없이 살만한 것이다.죽음이,멸망이,흔들림이 있으므로 더욱 아름답게.음악은 현실 속을 파고 들면서 좌절하지 않는다.오로지 슬픔을 형상화하는 까닭이다.유토피아는 언제나 실패한다.기쁨의 환각을 위해 현실보다 못한 까닭이다. 3.40성부 모테트 은 영국음악이 이룩한 종교음악의 최고봉이다.탤리스는 영국사 중 가장 혼란한 시대를 살면서,흔들리면서,그 흔들림을 가장 영롱한 음악으로 전화시켰다. 그는 헨리 8세,에드워드 6세,메어리 여왕,그리고 엘리자베스 여왕 등 모두 4명의 군왕을 섬겼다.이들은 종교에 대한 태도가 각각 달랐다.탤리스는 어떤 때는 영어로 어떤 때는 라틴어로 작곡을 해야했고 음악양식도 그때마다 달라졌다.그리고 그는 때때로 군왕의 명령을 어겼다.그렇다.그는 끝내 음악의 명령을 따랐다.숭고한 비탄이 아름다움의 뼈대로 들어선다.그리고 아름다움은 다시 그 숭고한 비탄이 열려가는 통로로 작용한다. 그러나 탤리스의 음악은 당시 영국의 정치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룩된 업적이 아니다.사실,베토벤의 음악에서조차 완벽한 ‘불구하고’는 없다.그것은 음악이 지닌 진혼과 평화지향의 성격에 위배된다.특히 탤리스의 은 크게 보아 음악에 대한 영국민의 깊은 사랑,그리고 다른 나라보다 깨인 정치의식의 소산이고,그러므로,베토벤이 독일적이듯,영국적이다. 역대 군왕은 모두 탤리스의 음악을,종교적 신념과 무관하게 존중해 주었다.엘리자베스 여왕은탤리스와 버드에게 21년 동안의 음악출판독점권을 주었다.헨리 8세의 종교개혁은,독일­프랑스의 그것과 달리,왕족 몇몇의 목숨을 앗아갔을 뿐 백성 전체를 기아와 공포,그리고 살륙의 장으로 내몬은 종교전쟁으로 치닫지는 않았다.그리고 그것이 향후 300년 동안 영국의 부강을 보장하는 것이다.그렇게 탤리스의 슬픔은 낙관적인 희망의 그것이다. 탤리스가 살던 16세기 말,영국은 서정적 선율의 극치로써 서양음악의 주도권을 꿈꾸고 있었다.그 소원은 이루어지지만,기간이 너무 짧았다.그리고 곧 언어가 따따부따한 이탈리아 음악의 ‘일상적인’ 대공세가 시작된다.프랑스는 가까스로 감미로운 비무장지대를 형성한다.그리고 ‘더 크게 흔들린’ 바흐 음악이 강한 성으로 구축된다.이 전쟁은 사상자가 없는,아름다운 전쟁이다.어쨌거나,그렇게 영국음악은 역사속으로 사라진다.그리고 20세기에 들어서야 다시 세계성을 되찾는다. 4.오늘 소개하는 음반은 정격연주로서 탤리스 당대의 ‘흔들림 속 영롱함’을 정밀하게 재현하면서 그 후의 질문들을 더욱 영롱하게,마치 촉촉한 눈동자처럼 덧붙인다.연주자와 작곡가가 구분되지 않는다. 그렇게 질문은 영국음악 자체의 그것으로 확대된다.그리고 그것이 오늘날 멸망을 맞는,아니 멸망을 한없이 슬퍼하는 자들의 고통 대신 들어서는 것이다. 흔들려라,끊임없이.흔들림이야말로 고요와 평정의 요람이나니.그대 죽음을 아는가.그대 멸망을 아는가?… 그것은 이미 말(언)이 아니다.음악도 아니다.음악과 말에 존재하면서,그 ‘사이’로써 세계를,멸망의 낙관적 희망을 담지하는 어떤 것이다. 1989.EMI CDC 7 49555 2 테버너 콘소트/태버너 합창단 지휘:앤드류 패럿 ◎왜 명반인가/토머스 탤리스(1505∼1585)/짧은 무반주합창/당대 악기 연주 존중/정격연주의 절정 모테트는 길이가 짧은 무반주 합창곡.16세기 종교음악의 최절정을 구현했다.바흐에 이르는 역대 음악 거장들이 모두 모테트 걸작을 남겼다. 정격연주는 작곡자 당대의 악기와 연주 관행을 최대한 존중하는 음악 해석 방식이다. 콘소트는 ‘콘서트’(협주)의 옛말.통(통,whole) 콘소트는 관악기,현악기등 같은 그룹의 악기들로 만 구성되며 분산(분산,broken)콘소트는 혼합 구성이다. 앤드류 패럿(1947∼ )은 영국태생의 지휘자.16,17세기 음악 연주 관행을 연구하면서 1973년 정격연주단체 테버너 합창단을 창단하고,테버너 콘소트와 연주단을 추가했다. 데뷔는 1977년 몬테베르디의 .그후 바흐 ,,,헨델 ,모짜르트 등 대작을 포함한 숱한 정격연주가 있다.
  • 중남미 포스트모더니즘 선구자/보르헤스가 쓴 불교이해

    예리한 직관으로 형이상학적 문제를 포착,독자들을 환상의 세계로 이끌었던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 사람들은 흔히 그를 ‘20세기의 창조자’‘환상문학의 창시자’‘사상의 디자이너’‘중남미의 호머’‘포스트모더니즘의 선구자’‘바벨탑 같은 작가’‘작가를 위한 작가’등으로 부른다.그의 이름은 이제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문학적 상징의 하나가 됐다.그런 그가 불교에 깊은 애착을 가졌으며 이해 또한 정통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최근 출간된 ‘보르헤스의 불교강의’(김홍근 옮김,여시아문)는 보르헤스가 불교를 얼마나 깊이 이해했으며 얼마나 깊은 정신적 경지에 도달했는가를 짐작하게 하는 의미있는 연구서다. 보르헤스는 “불교는 내게 구원이었다”라고 고백한 적이 있다.20세기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그의 대표작들에는 불교의 영향이 짙게 배어 있다.그는 쇼펜하우어를 통해 불교와 힌두교,우파니샤드 철학을 접했다.그런 영향으로 보르헤스는 밖으로 드러난 외부의 세계는 거대한 환영에 불과하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진정으로 세계를 현실감 있게 파악하려면 겉만 묘사하는 사실주의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환상적 사실주의’를 통해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그에게 ‘환상’이란 숨은 이면을 직시할 수 있는 상상력을 의미한다.가시적인 세계가 환영이라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할수록 작품은 더욱 환상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것이 이른바 ‘환상적 사실주의’다.이것은 또한 불교의 핵심인 색즉시공(色卽是空)의 문학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 곳곳에서는 보르헤스만이 경험한 깨달음의 편린들을 만날 수 있다.한 예로 그의 독특한 사고와 발상법에서 싹이 튼 포스트모더니즘의 단초들도 사실은 그의 불교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이 책은 붓다가 언급한 ‘화살의 비유’를 예로 든다.우리의 몸에 박혀 있는 화살은 바로 우리들 자신의 에고(ego)라고 밝힌 보르헤스의 견해는 ‘근대적 자아’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인간은 연극배우이자 연출가이며 관객이기도 하다.보르헤스가 작품에서 다루는 주요 주제는 내 안의 여러모습 가운데 진짜는 누구인가 하는 자아정체성의 문제다.보르헤스는 자신의 이러한 의문점들을 붓다의 가르침 핵심인 사성제와 윤회,무아,진정한 소멸인 열반의 의미로 풀어나간다.보르헤스는 단순한 작가의 위치를 넘어 20세기 후반의 지적 조류를 이끌어가는 프랑스와 미국의 주요 사상가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그의 기본적인 발상들이 불교사상에서 연원한다는 사실은 눈여겨볼 만하다.
  • 슈베르트 D.956.(명반과 함께하는 음악여행:1)

    ◎눈물 부서져,광휘(光輝)로운…/베토벤 장례식후 유언으로 쓴 4악장/안개,흐느낌 영롱한 눈물 아! 베토벤 죽음의 安息/절정이 쇠한 미완성 아찔한 현기증… 음악 작품에는 작곡가의 혼이 있습니다.그의 삶이 있고 시대적 배경이 있습니다.명연주가가 그것을 살려 냅니다.金正煥 시인의 지상 음악감상실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1.바이올린,비올라,첼로.세 겹 현음(絃音)이 겹쳐 전설같은 안개가 형성된다마치 시작은 시간이 아니라 공간이라는 듯이.비장(悲壯)이 낮고 무겁다. 그러나 짧다.선율이 잠시 흐르다가 흩어질 틈도 없이 현악기들이 갈라진다.바이올린은 길길이 치솟고 첼로는 둔중하게 깔리고,비올라는 양자를 수습치 못한다.무언가 찢어진다.바이올린 음이 제 스스로 분리되어,하나가 아니고둘이다.아니 여럿이다.첼로 음은 무거운 채로 균열되고…. 음악은 그렇게 흐느낌의 생애를 시작한다.현악5중주 D.956번.슈베르트는이 작품을 생애 마지막 유언으로 썼다.1827년 3월 29일 베토벤 장례식에서그는 관을 옮겼다. 2.베토벤은 그에게 평생 거대한 벽이었다.비엔나의 한 카페에 베토벤은 늘같은 자리에 무뚝뚝하게 앉아 있었지만 슈베르트는 자기소개도 제대로 못하고 더듬거렸었다. 그러나 더 구체적인 슬픔의,원흉이 그의 몸 안에 도사리고 있었다.매독이그의 몸에 치명적으로 번진 상태였던 것.그런데,어떻게,아름다운 음악이? 그러나 그렇게 음악은 고통의 생애를 ‘고통스러울수록 아름답게’ 액정화(液晶化)하기 시작한다.이듬해 10월 2일 그는 피아노 소나타 세 편 ,하이네시에 곡을 붙인 가곡 여섯편을 라이프치히 출판업자에게 보냈다. 이 작품들은 모두 위대한 유언에 달하는 걸작이다.그러나 그 모두를 합해도 그가 ‘써 볼 참’이라고 덧붙인 현악5중주 한 편을 능가하지 못한다. 출판업자는 ‘노래’에만 흥미를 보였다.11월 19일 슈베르트는 31세로 숨을 거두고 현악5중주는 22년 동안 연주도 출판도 되지 못하다가 1850년 처음으로연주되고 1853년에 원고가 일부만 출판되었다. 3.슈베르트는,아니 음악은 그 운명을 알고,오로지 아름다움으로써 감내하기로 결심했던 것일까? 2악장 아다지오에서 기적이 일어난다.1악장의 서두,‘공간화했던 시간’이 장중한 주선율로 흐르고 제1바이올린과 첼로음이 묻어난다.그 묻어남은 정확히 눈물의,시야(視野)흐릿함과 자체(自體) 영롱함을 그대로 닮았다. 그렇다.눈물은 언제나 생애의 광경에 묻어난다.그것이 광경을 흐리지만 음악은 손에 잡히지 않고 귀에 들리고 귀는 마음에 가장 가깝고 그렇게 기억의최대 광경이 음악의 선율로 액정화되고 흐른다. 귀가 광경을 보고 눈이 선율을 듣는다.위대한 미완성,위대한 미완성….미완성이므로 더욱 감동적인 그러므로 몸은 지상을 떠나되 음악은 역사 속으로 스며드는,그렇게,미완성이므로 영원히 이어지고 포괄하는 순간이다. 물론 모든 예술이 그렇다.상상력은 손에 잡히지 않고 무한한 광경을 펼친다.조각 예술조차,우리가 손으로 만지기 전에,얼마나 무수한 광경을 펼치고있는가.다만 음악은,그 사실을 다시 예술의 시간으로 가시화(可視化)하며 흐른다. 4.슈베르트 현악5중주,2악장 아다지오.때는 불곰 러시아가 터키를 노리고 숫사자 영국이 그 러시아의 배후를노리던 1827년.제목조차 선율화하는 이 만파식적(萬波息笛)의 음악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펼쳐진다.전쟁의 참상과 인간 존재의 슬픔을 머금고.더욱 광활한 음악의 광경으로. 그 속으로 황혼녘,우리의 가장들이 귀가한다.일터를 찾지 못한,하릴 없는 가장들이.점차 황혼을 닮아가는 그들의 생애와 표정이 음악의 집으로 귀가한다.음악은 다시 묻어나고 무언가,슬픔이,지상에서 가장 찬란하게 반짝이다가 아름다운 희망으로 전화된다. 아,미완성.31세.모차르트보다 4년 더 짧았던 슈베르트의 생애.그러나 누가 그것을 안타까워하겠는가.그의 유언이 이리도 흐릿하며 영롱하고,간절하며 흥건한 것을. 3악장은 베토벤의 위대한 스케르초에 바치는 헌사다.그것은 베토벤의 언어로 베토벤을 뛰어넘으려 했던 자신의 시도가 허망한 것이었음을 깨닫고 자신의 길을 펴가는 과정의,고백의 헌사다. 그래서,4악장은 슈베르트만의 출발.그러나 음악 안에 이미 죽음의 안식이 깃든다.되돌아오는 론도 무곡(舞曲) 형식 속에 그 형식이 발전한다.그렇게 그는 자신의 음악 속으로가라앉고,아찔한 현기증이 지나면 어느새 지상에 남은 자 벅찬 삶의 무게에 감동하고. 5.그래,이제 알겠다.왜 슈베르트가 (베토벤의) 현악4중주 아닌 현악 5중주를 유언의 형식으로 삼았는가를.현악4중주는 절정과 심화,5중주는 절정이 쇠하는 미완성의 경지고,그런 채로 ,펼쳐짐인 채로,현악기 음악의 끝이다. 현악6중주는 3중주의 2배에 불과한 까닭이다. 그리고,위 음반이 위대한 연주인 까닭도 그 미완성의 경지와 일맥상통한다.하이페츠의 바이올린이 예의 강성한 독재성을 스스로 무마시키며 현악5중주의 세계로 귀가한다.그리고 묻어난다.숱한 광경으로 묻어난다. 피아티고르스키의 첼로가 그런 그를 따스한 자궁으로 받아들인다.프림로즈의 비올라가 그 세계를 가장 겸손하게 주관하면서 나머지 두 무명(?)연주자를 위로 세운다. 그래서 어떻게 되는가? 하이페츠와 ‘ 백만불 짜리 피아노 트리오’를 구성했던 불세출의 피아니스트 루빈스타인은 이렇게 유언했다.‘내 장례식 때슈베르트 현악5중주 2악장을 연주해다오…’ 놀라운 일이다.2악장에는 피아노가 없는데. □金正煥 시인 약력 △1954년 서울 출생. △서울대 문리대 영문과 졸업. △‘창작과 비평’통해 시인 등단. △자유실천문인협회 사무국장 역임. △‘황색 예수전’등 시집 다수.음악 관련 저술 ‘클래식은 내 친구’‘김정환의 클래식 이야기­음악이 있는 풍경’ 등 △라디오 클래식 음악 해설자 1년. ◎1961.녹음,1988.BMG 7964­2­RG/바이올린:야샤 하이페츠/비올라:윌리엄 프림로즈/첼로:그레고르 피아티고르스키 현악5중주는 현악4중주 악기 구성(바이올린 2대,비올라 1대 첼로 1대)에다 비올라 혹은 첼로를 추가한다. 모차르트가 비올라를,슈베르트가 첼로를 추가한 대표적인 경우.슈베르트 이전에 보케리니가,이후에 본 윌리엄즈가 첼로를 추가했다. 야샤 하이페츠(1899∼1987)는 러시아에서 태어나 미국에 귀화한 바이올리니스트.세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우고 1911년 데뷔,그 이듬해에 니키쉬의 베를린필과 고난도의 차이코프스키 을 협연했다.1917년 미국 이주 및 카네기홀 데뷔 이후 반세기 넘게 바이올린의 제왕으로 군림했다.그의 전집음반이 BMG레이블로 나와있다. 그레고르 피아티고르스키(1903∼1976) 또한 러시아 태생으로 미국에 귀화한 첼리스트.1921년 소련을 떠나 푸르트뱅글러의 베를린필 수석 첼리스트로 활동했다(1924∼28년).그 후 슈나벨,호로비츠,밀슈타인 등과 실내악 연주 호흡을 맞추다가 하이페츠를 만났다.정명화의 스승이다. 윌리엄 프림로즈(1903∼1982)는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이자이에게 배우며 활동하다가 1937년 미국으로 이주한 비올리스트.1938년부터 1942년까지 토스카니니의 NBC심포니오케스트라 수석 비올라주자로 활동했다.
  • 시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김종길 지음(화제의 책)

    ◎공장·플라톤의 눈 빌려 본 詩의 본질 “시를 만드느니 버터를 만들라”는 영국 속담이 있다.실생활에 있어 시보다는 차라리 버터가 더 중요하지 않느냐는 비꼼이 담긴 말이다.그러나 고대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교육에서 시가 차지하는 비중이 막강했다.공자는 ‘논어’의 태백편과 ‘예기’의 경해편에서 시를 교과목의 하나로 꼽고 있다.또 서양의 경우 플라톤 당시까지도 고대희랍의 교과목에서 으뜸가는 것이 시였다.원로 영문학자인 지은이는 이 책에서 공자와 플라톤을 인용해 시의 본질에 접근한다.공자와 플라톤은 모두 ‘교훈적 오류’에 빠졌다고 할만큼 교육적 관점에서 시를 다뤘다.하지만 시에 관한 그들의 견해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플라톤은 대화편 ‘파이드로스’와 ‘이온’에서 시를 순전히 영감의 산물로 간주한다.즉 시신(詩神)의 영감을 받은 시인이 시적 광기속에서 지껄이는 것이 시라는 것이다.또 플라톤은 ‘이온’에서 시가 열등한 지식의 소산임을 지적하고,‘이상국’에서는 시는 진리인 이데아의 이중(二重)의 모방임으로 인식론적으로 가치가 없고 도덕적으로 유해한 것이라고 단정한다.나아가 얼마간의 유보는 두었지만 플라톤은 ‘이상국’에서 시인을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이에 비해 공자는 플라톤처럼 감정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교육시킴으로써 올바른 성정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한다.시를 읽으면 인정의 기미를 알게 돼 사교와 정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시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지은이는 시를 올바르게 읽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상력을 적절하게 발동시켜야 하고 불필요한 개인적인 연상작용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그는 1950년대 ‘블랙 마운틴 운동’을 주도한 미국 시인 로버트 화이트 크릴리의 “형식은 내용의 연장”이라는 말을 빌어 결론을 대신한다.고려대학교 출판부 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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