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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대속 막오른 델라구아다/ 악!신기한 볼거리 섬뜩함‘불쑥’

    점잖은 예술이 몸에 밴 사람이라면 델라구아다홀에 발을 들여 놓지 말라.브로드웨이팀 초청 공연인데,이쯤은 감상해야 체면이 선다고? 그랬다간 물세례를 맞고 후회하게 될 거다.지난달 31일 막을 올린 ‘델라구아다’는 ‘감상’과는 차원이 다른,춤·음악·서커스가 어우러진 광란의 쇼니까. 별 생각없이 화끈하게 즐기길 원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그냥 공연에 몸을 맡기고 배우들과 함께 홀 전체를 무대로 흔들고 젖고 뛰어다니면 된다.하지만 꼼꼼히 극의 전개와 연기를 살핀다면 그렇게 짜릿하고 즐겁지만은 않다.왠지 모르게 가슴 한쪽이 불편해짐을 느낄 것이다. 불편함은 한 여성관객을 ‘납치’할 때부터 시작된다.관객 머리 위로 낮게 드리운 하얀 막에 10여분간 환상적인 그림자극이 펼쳐진 뒤,갑자기 줄에 매달려 막을 뚫고 나온 배우는 한 여성을 끌어안고 올라간다.발버둥을 치지만,배우는 그를 안고 유유히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할 뿐이다.치마가 들춰져 속옷이 다 보이게 될 때면 관객은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사실 이 충격적이고 엽기적이기까지 한 장면의 희생자는 관객으로 위장한 배우다. 이내 이어지는 장면도 환상과 당혹감 사이를 오간다.사이키 조명과,줄에 매달려 벽면을 차고 뛰어다니는 배우들로 관객은 다시 환호성을 지르지만,강풍과 물벼락 아래에서 줄을 오르려고 기를 쓰는 배우들의 표정은 마치 재난영화의 한 장면처럼 불안하다.신기한 볼거리에 박수를 치다가도 섬뜩함이 느껴지는 장면이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온몸이 젖은 채 공중에 매달려 허우적거리던 배우들이 관객석 중앙에 서서 댄스파티를 벌이고 느닷없이 ‘대∼한민국’ 구호를 외치면 관객은 당혹하다가도 곧 어깨를 들썩이며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이 미묘한 부조화는 ‘델라구아다’의 유래에서 비롯된다.원래 이 작품은 1980년대 아르헨티나의 어두운 정치상황에서 탄생한 거리공연이었다.안일하고 소심한 일상에 젖은 대중에게 파괴와 충격을 줄 ‘정치적’ 목적의 공연이었다.그 공연이 10여년 뒤 브로드웨이 기획자에 의해 ‘상업적’으로 탈바꿈했다.형식을 차용해 신기한 볼거리 위주로 내용을 채운 것.원작의충격성은 여전히 관객의 평범한 일상에 얼룩을 만들지만 그것은 흔적뿐,이내 환상적인 쇼로 지워진다. ‘모던’한 의도로 시작한 ‘델라구아다’는 이제 이 시대의 가장 ‘포스트모던’한 공연이 됐다.충격은 남아 있지만 의도는 증발했다. 그래도 다양한 형식의 실험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연극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공연의 첫 10여분은 탄성을 자아낼 만하다.붉게 푸르게 변하다, 순식간에 별빛 가득한 낭만적인 밤하늘로 변하는 장면은 아름답다 못해 몽환적이다.온갖 줄타기 묘기와 아프리카 리듬의 흥겨운 음악도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공연은 세종문화회관 델라구아다홀에서 1년 이상 계속한다.(02)501-7888. ◆ 제대로 즐기려면= 홀 중앙으로 가서 열심히 흔들 것.운이 좋아 눈에 띈다면,배우들과 환상적인 줄타기를 하는 관객 3명에 낄 수 있다.중앙에 있으면 물론 물세례를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이리저리 움직이는 관객들에게 밟힐 수도 있으니 샌들보다는 편한 운동화가 낫다.소지품은 모두 보관소에 맡기고 들어가야 몸을 쉽게 흔들어 댈 수 있다.마지막.바닥이 물로 질퍽대니 긴바지는 입지 말 것. 김소연기자 purple@
  • 새영화/ ‘이투마마’- 야하다, 웃긴다, 서글프다

    도발적인 10대 남녀의 섹스 장면.‘헉,이거 알폰소 쿠아론의 작품 맞아?’밀고 당기는 감정의 흐름이 잔잔한 수채화처럼 화면에 번져가는 ‘위대한 유산’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이투마마’(Y Tu Mama Tambien·23일 개봉)에서 충격을 받는 게 당연하다. 10년동안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들다 잠시 휴식처럼 멕시코로 돌아와 만든이 영화는 정말 독특하다.불온한 상상력으로 가득차 있으면서도 전혀 끈적거리지 않고,가벼운 웃음이 배꼽을 잡게 하다가도 숨겨진 무거운 은유가 한없이 마음을 가라앉게 한다.야하면서도 웃기고,또 서글픈 영화. 갑부집 아들인 테녹과 그저 그런 집안의 훌리오는 17세 동갑나기다.막 성(性)에 눈을 뜬 둘은 주체하지 못하는 욕망을 발산할 대상을 찾아 기웃거린다.그러던 어느날 아름다운 연상녀 루이자를 만난다.남편의 외도로 괴로워하는 그녀는 그들이 함께 여행을 가자는 제안을 받아들인다. 존재하지 않는 해변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유쾌하면서도 슬프다.이 셋이 만든 작은 사회 속에서 서로 다투고 위로하고 상처를 드러내보이다가 결국 각자의 길로 들어서는 과정은 누구나 겪었음직한 고통스런 성장의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이 영화가 무엇보다 돋보이는 점은,성장영화의 형식에 사회현실을 맞물려 정체성 찾기가 과제인 제3세계 국가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도로를 가로지르는 반정부 시위와 군인들의 몸수색을 일상의 한 부분처럼 안고 살아가는 사회.대형 할인마트와 유람선이 서민들의 삶을 빼앗아가지만,젊은이들은 그들 나름대로 다른 고민을 떠안은 채 방황하는,다양한 가치가 엇갈려 몸살을 앓는 멕시코시티의 모습은 전통·모던·포스트모던이 혼재한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형식 또한 독특하다.갑자기 소리가 뚝 끊기고 흐르는 내레이션은 브레히트의 ‘거리두기’를 노렸다.내레이션이 나올 때는 카메라의 시선이 멀어지며 롱테이크로 화면을 붙잡는다.몰입되지 않은 채 주인공의 움직임과 배경을 관찰하고 그 의미를 탐색하게 하는 지적인 장치는 비할리우드 영화이기에 가능한 실험이다.베니스영화제 각본상 수상작.알폰소 쿠아론은 ‘해리 포터’3편의감독으로 낙점됐다. 김소연기자 purple@
  • 방학중 자녀 어떻게 지도할까

    방학중 자녀를 어떻게 지도할까를 고민하는 부모에게 고마운 책 두 권이 나왔다.‘시그림으로 키워주는 상상력의 날개’(한치선 지음,웅진닷컴 펴냄)와‘내 아이 책은 내가 고른다’(조월례 지음,푸른책들 펴냄)이다.두 권 모두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조력을 길러주기 위해 부모가 해야 하는 일을 찬찬히 알려준다. ‘시그림으로∼’의 저자는 홍익대 미술학과를 나와 지역신문에 만평도 그리고 아이들에게 서예와 시를 가르치는 아빠다.그 아빠는 14살,13살 두 딸과 함께 시그림을 그리고 놀면서 자녀의 상상력을 크게 키워주고 있다.시그림이란,시와 그림을 합쳐놓은 저자의 독창적인 개념.시를 쓴 뒤 그림을 그린다거나 그림을 그린 뒤 시를 쓰는 활동을 아우른 명칭이다.저자는 ‘미술이나 시를 전공하지 않았는데 무슨 수로 아이를 가르치나’걱정하지 말고,아이 놀이에 함께 끼어들다 보면 어른도 저절로 발전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교본은 필요한 법.‘시그림으로∼’는 가이드라인이다.시와 그림을 그리는 기초단계부터 차근차근 설명해 보통 부모도 쉽게따라할 수 있다.삼행시 짓기,비유놀이,만화그리기,크로키,사진 보고 그리기,인물화,데생 등이 그것이다.1만 3000원. ‘내 아이 책∼’은 쏟아지는 어린이책 중 ‘진주’를 골라내 손바닥에 한알씩 놓아주는 ‘어린이책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다.저자는 10여년 전부터‘동화읽는 어른 모임’을 운영하는 등 학부모와 교사를 대상으로 강의해온 전문가.고전부터 신간까지,창작동화 외국동화 그림책 인물전 등을 망라해 매월 읽을 2권씩,학년별로 24권을 골라냈다.실생활에서 어린이 독서지도가 가능하도록 주제별로 도서를 소개하고,작가탐구 아동문학이론 등 부가 정보를 덧붙였다.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 좋은 책을 여러번 읽는 것이 좋다는 저자의 철학이 배어 있다.저학년용이 먼저 나왔다.9000원. 문소영기자
  • 문화광장/ 연극

    ◇ 내안에 누군가 있다 =8월1일∼9월8일 평일 오후7시30분,토·일 오후 4시·7시(월 쉼)대학로 인간소극장(02)742-9966.유록식 작,남궁연 연출.오토바이를 타고 드럼을 즐기는 ‘괴짜’퇴마사인 성안스님의 색다른 포교.극단 예군. ◇ 주식회사 무통대변 =8월1일∼9월8일 평일 오후7시30분,토 오후 4시·7시30분,일 오후 3시·6시 소극장 아우내(02)747-0656.신철진 연출.‘대변’을 대신 눠주는 회사를 통해 우리사회의 폭력성 풍자.마르시아스 심 소설 각색.극단 나. ◇ 강변 블루스 =8월10일까지 화·수·목 오후7시30분,금·토 오후 4시·7시30분,일 오후 3시·6시(월 쉼) 바탕골 소극장(02)744-8025.김영무 작.이데올로기에 희생된 연인들의 상처를 그림.극단 대하 대표인 연출가 김완수의 연극인생 40년 기념공연. ◇ 가시고기= 8월 2∼18일 평일 오후 4시30분·7시30분,일 오후3시(월 쉼) 산울림 소극장(02)334-5915.조창인 작,임영웅 연출.백혈병을 앓는 아들에게 모든 것을 바치는 아버지를 그려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을 각색.극단 산울림. ◇ 정인= 8월4일까지 평일 오후 7시30분,토·일 오후 4시30분·7시30분대학로극장(02)2248-2256.김은숙 작,윤영선 연출.사랑과 이별을 다룬 2인극.극단얼·아리. ◇ 내사랑 DMZ= 8월25일까지 평일 오후 7시30분,토 오후 4시30분·7시30분,일오후 3시·6시(월 쉼) 극장 아룽구지(02)745-3967.오태석 작·연출.DMZ를지키고자 하는 동물을 통해 분단의 비극을 돌아보는 가족극.극단 목화. ◇ 개그맨과 수상= 8월11일까지 평일 오후7시30분,토 오후 4시30분·7시30분,일 오후 4시30분(월 쉼) 정보소극장(02)762-0810.김재엽 작,박광정 연출.상관없는 듯 보이면서도 공인이라는 공통된 분모로 연결돼 있는 정치계와 연예계의 모습을 밝고 경쾌하게 풍자.극단 파크. ◇ 피아노와 플루트로 만든 그림연극= 8월4일까지 오후 1시·3시(월 쉼) 정동극장(02)7511-500.김성제 연출.음률 위에 펼쳐지는 마술,종이접기,그림자극.상상력을 자극하는 어린이연극.극단 성 시어터라인. ◇ 어!머니?= 8월11일까지 평일 오후 7시30분,토·일 오후 4시·7시(월 쉼)씨어터 제로(02)3143-3500.장정일 원작,차명욱 연출.2명의 수감자가 어머니에게 품는 그리움.극단 고리. ◇ 마당을 나온 암탉 =27일∼8월15일 오후 2시·4시 문화일보홀 (02)7665-210.송인현·한명희 연출.베스트셀러 동화를 각색.암탉 ‘잎싹’과 오리 ‘초록머리’가 소망을 찾는 과정을 그린 어린이극.극단 민들레. ◇ 고딩만의 세상= 8월11일까지 평일 오후3시,토·일 오후 3시·6시 학전블루소극장(02)923-2131.김영수 작·연출.입시,학원폭력,성범죄에 시달리는 청소년의 삶을 옴니버스 형식에 담음.극단 신화. ◇ 백두거인 =8월4일까지 평일 오후 2시30분·4시30분,토·일 낮 12시·오후2시 대학로극장(02)2248-2256.정지은 작·연출.‘백두산’‘바보온달과 평강공주’설화를 바탕으로 전통무예,춤,전래놀이 등이 어우러진 가족마당극.극단 현장.
  • 쉿!조용히 해주세요, 새달 25일까지 갤러리 상

    “쉿,조용히 해주세요.” 서울 인사동 갤러리 상이 9명의 작가를 초대해 ‘Please,Be Quiet…’기획전을 열고 있다.새달 25일까지.재료와 기법에서 판이하게 다른 작업을 해온 송영규 허정수 강은수 천성명 김윤수 정보영 김미형 한은선 정정엽이 참여했다.출품작은 평면·입체·영상 등 20여점. 갤러리 상은 “이번 전시가 현대 미술의 재기발랄한 상상력과 자유로운 표현방식을 유지하면서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아도 공감할 수 있는 작품들”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관객들은 “쉿!”하고 정신을 집중해야만 한다.작품과 관람객이 소통할 길이 그때 열리기 때문이다.작품은 요란하게 먼저 말을 건네지 않는다.관객은 마음을 비운 채 가만히 작품을 들여다 봐야 ‘작품의 수다’를 들을수 있다.분위기 형성을 위해 전시 공간은 다소 어둡고,고요하다. 한 예로 천성명의 설치 ‘길을 묻다’는 일상에 매몰된 자아가 갈 길을 몰라 불안하게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소녀로 상징한다.눈빛에 두려움이 가득 차 마치 관객의 자아를 향해 ‘어디로 가야 하지?’라고 묻는듯하다.실외에 전시된 설치작품 남자의 두상은 간헐적으로 고개를 끄덕이지만 표정은 넋이나간 듯하다.찬찬히 들여다 보노라면 애처로운 관객 자신의 얼굴이 겹쳐 보이는 느낌을 준다.모두 작가와 현대인의 자화상이다.(02)730-0030. 문소영기자 symun@
  • 책꽃이/ 김소진 전집 등

    ◆ 김소진 전집 = 지난 97년 34세로 요절한 소설가의 작품전집.연작소설 형태로 발표한 ‘장석조네 사람들’을 한권으로,‘열린사회와 그 적들’‘신풍근배커리 약사’등 중단편 소설은 발표시기 별로 나눠 묶었다.꽁트집 ‘바람부는 쪽으로 가라’와 산문집 ‘그리운 동방’등 모두 6권으로 구성했다.문학동네.전6권 각 8500∼9500원. ◆ 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 = (김도연 지음)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첫소설집.표제작은 아르헨티나의 작곡가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탱고 작품을 제목으로 삼은 것으로 실연당한 남자의 방황을 그렸다. 문학동네.8500원. ◆ 술병처럼 서 있다 = (진영대 지음) 지난 97년 실천문학상 신인상으로 등단한 시인의 첫 시집.상처를 까발려 치유하고자 하는 의술적 시쓰기와 자신을 시적 상상력 속에 용해시킨 진솔함이 곳곳에서 묻어난다.문학아카데미.6000원. ◆ 현실과 문학적 상상력 = (이태동 지음)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인 저자의 네번 째 문학평론집.김동리 최인훈 박경리 등의 소설을 분석한 ‘한국 소설의 주제적 양상’을비롯해 ‘자연과 시적 상상력’등 4장으로 구성했다.문예출판사.2만원.
  • 중견작가 한승원씨 ‘물보라’/아버지 세계 익혀가는 섬소년, 환상적 분위기 독자 사로잡아

    중견작가 한승원(63)씨가 신작 장편소설 ‘물보라’(문이당)를 냈다. 원시적 배경을 가진 섬마을에서 자라는 어린 소년이 유일한 식구인 아버지의 세계와 질서를 스스로 익혀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이다.여기에 주술적이고 성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를 덧붙여 소설은 전체적으로 신비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주인공 해선은 모래톱과 파도,달랑게와 물떼새가 무시로 날아드는 섬마을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산다.전교생이라야 고작 스물다섯 남짓한 연도분교의 학생 해선은 교사가 숙제로 내준 동화를 써낸다.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이자 바로 자신의 이야기다. ‘매봉산의 부엉이 소리가 변한 구름장이 날아와서 물너울이 된 여자의 한가운데다 소낙비를 뿌렸는데 그 소낙비가 섬이 되었고,물너울이 그 섬을 미친듯이 할퀴어대 그 주위로 맹렬한 물보라가 일어나더니 그로부터 열달 후그 속에서 아기 하나가 태어났다.’는 이야기다. 해선은 술에 취하면 흠씬 두들겨 팬 뒤 자신을 끌어안고 울어대는 아버지의 전혀 다른 두 모습을 이해하지못한다.이들은 한 집에 살면서도 외따로 쓸쓸하다.이런 해선에게 어느날 친부모가 나타나 그를 데려가려 하지만 해선은 섬에 남는다.스스로 아버지 상을 만들어가면서 아버지의 세계와 질서를 익혀가는 섬소년의 성장기가 작가 특유의 글쓰기로 표현돼 읽는 이를 사로잡는다.8800원. 심재억기자
  • 한국미술 맥 잇는 不惑의 작가들/새달 2일 마로니에 미술관 ‘컨테이너전’

    문예진흥원 마로니에미술관이 새달 2∼25일 40대 작가를 위한 기획전 ‘컨테이너전’을 연다.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는 김주영 윤진미 안규철 박이소 박소영 정재철 조덕현 조진숙 최정화 등 모두 9명.이 가운데 김주영(55)을 제외하고는 모두 40대로 설치 위주로 작업하는 작가들이다. 몇몇은 이미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고, 몇몇은 ‘무명’을 떨어내고자 치열하게 작업하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마로니에미술관 큐레이터 김혜경씨는 “한국 현대미술의 허리를 형성해야 할 40∼50대 작가들을 지원하는 자리”라며 “20∼30대의 감각적인 작품들과 달리,설치를 오랫동안 다뤄온 풍부한 경험과 미술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지는 전시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컨테이너전’이라는 명칭처럼 이번 전시는 70년대 수출 한국의 상징이던‘컨테이너’가 형식상·내용상 미술품이 돼 돌아온 데 의미가 있다.컨테이너에 ‘담고’,컨테이너를 ‘옮기고’,컨테이너에서 ‘부리는’ 과정을 통해 세계화와 지역성을 동시에 드러낼 계획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비교적 일찍부터 설치·비디오영상 등 매체작업에 참여해 온 선도자들이다. ‘이서국 이야기’의 조덕현은 경북 청도군에 실존한 작은 나라 ‘이서국(伊西國)’에 관한 이야기를 상상력으로 복원했다.이 작업에는 시인 서림,고고학자 나선화,구비문학자 최원오 등이 참여해 학제간(inter-disciplinary)네트워크을 형성했다는 의미도 크다.관객들은 가상의 발굴과 실제의 발굴을 혼동하면서 2000년의 세월을 느낄 수 있게 된다.일종의 시간 이동이다. ‘지켜진 아름다움’의 최정화는 돌조각 앞면에 ‘하면 된다’ ‘빨리빨리’ ‘정직’ 등의 글자를 새기고,뒷면에는 샤넬·프라다·아르마니 등의 영문자를 새겨 전시장 곳곳에 배치한다.플라스틱 소쿠리에 쌓아올린 탑과 조야한 트로피의 진열들이 현대인의 허황한 욕망과 채워지지 않는 허기 등을 질타한다. 재외교포인 김주영, 윤진미, 조숙진은 각각 프랑스 파리,캐나다 밴쿠버,미국 뉴욕에서 살며 작업한 이민 1.5세대.이주와 이산이라는 개인적 체험을 작품에 투영한다.김주영의 ‘바라나시에서 온 물고기’는 1988년 인도 바라나시 강에서 벌인 제의적 퍼포먼스를 14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서울로 가져온데 의미가 있다.공간 이동이다.바라나시 강은 소떼의 목욕장소이자,화장터,거대한 빨래터,인도여인의 종교의식 장(場)이다.작가는 검은 물고기의 형태를 빌려 인간의 영혼을 위로하는 소망을 드러낸다. 안규철의 ‘움직이는 산’은 컨테이너에 담겨 이동하길 거부하는 자연을 미술관 안으로 가져온다.전시실의 인공산을 두고 작가는 관객들에게 “산 정상처럼 찍히는 사진촬영용 입체배경”이라고 익살스럽게 설명한다. 큐레이터 김혜경씨는 “무분별한 해외 미술사조의 도입으로 누더기가 돼가는 한국 현대미술에서 정체성을 확보해야 하는 40대 중견 작가들의 절실함을 오감(五感)으로 느껴달라.”고 부탁한다. 문소영기자 symun@
  • ‘학교 교실극’워크숍 현장 르포/“교육현장에 연극을 도입하자”

    ‘교육현장에 연극을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교사들이 있다.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에나 사용되는 ‘몸짓놀이’나 심리치료에 역할극 등 연극기법이 활용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학과공부에 바쁜 중·고교생들에게 ‘한가한’연극이라니.그러나 교사들은 ‘창의적인 교실극’이 기존의 주입식 교육과 답답한 교육환경을 바꾸는 대안이 될 것이라 자신한다.여름방학의 달콤한 휴식을 포기하고 직접 주머니를 털어 모인 교사들의 ‘학교 교실극’워크 숍이 열리고 있는 23일 오후 숭실대 사회봉사관을 찾았다. 20대부터 50대까지,초등학교 교사는 물론 중·고교 교사와 대안학교 교사,교육을 전공하는 대학원생들도 함께 어우러져 연극놀이에 열중하고 있었다. 앤 매코맥 교수의 영어설명에 뉴욕대 교육연극학 박사인 이수정씨의 통역이 이어진 워크숍은 그리스 신화 속의 오디세우스 삶에 대한 그룹별 분석에 이어 번갈아가며 신화 속의 사람이 되어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 연극으로 마음을 열게 하라= 한국교육연극연구소 김윤태소장은 “핫 시팅(Hot Seating)이라 불리는 연극 속의 인물과 인터뷰하는 과정은 역사 속의 인물들을 만나는 경험이다.”면서 ‘다들 재미를 느끼고 있는 것같지 않으냐? ’고 물었다.그리고 “바로 그것이 교육연극의 장점이다.재미있게,흥미를 유발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학습의 전제조건임이 확인된다.”고 연극의 장점을 짚어줬다. 짧은 휴식시간에 이어 움직임을 순간 멈추는 타블로(Tableau)를 보여주며 연극이란 거창하거나 특별히 어려운 것이 아니라 스냅사진처럼 짧은 순간들이 연이어지는 과정임을 알려줬다.연기란 배우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멋쩍은 생각을 마치 들여다보기라도 한듯 ‘인간에게는 표현의 욕구와 능력이 있다.’고 매코맥 교수는 말했다. 또 학생들에게 “표현할 수 있도록 불안함을 제거하고 마음을 열어주는 것, 그것이 바로 연극놀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연극을 수업의 도입부분에 적용하면 학생의 마음을 열게 하고,쉽게 학습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 달라지는 학교,새로운 교육기법이 필요하다= 수업이 끝난 후 김보경(광주 금호초교)교사는 “몇년전부터 연극이야말로 교육현장에 새로운 의미를 불어 넣어줄 것이라 기대해왔다.그러나 뚜렷한 방법이나 확신이 없었는데 매코맥 교수를 만나니 그런 의문이 모두 풀렸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날로 아이들이 지식과 정보를 얻을 곳은 늘어간다.학교가 지식전달장소가 아닌 인간성과 사회성,학생의 능력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면서 교육 연극 등 새로운 교육의 기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영진(경남 진주 정촌초교)교사는 언어발달은 물론 인성과 사회성,상상력,창의성 등 통합적인 교육목표를 살리기 위해 연극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면서 “다양한 기법을 배워서 바로 학교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겠다.”고 반겼다.거창하게 ‘연극’이라고 할 것없이 ‘움직임’‘자발적 참여’라는 말로 풀이하는 그는 “행성과 위성의 움직임을 공부할 때 학생들에게 역할을 맡기고,공전과 자전을 하도록 하면 쉽게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연극으로 서로 부딪치고 이해한다= 조민정(신림중)교사는 “학생과 교사,학생과 학생 서로에게 이해와 공감이 쉽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 우리 교육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연극을 도입한 경우 폭력적인 요소도 훨씬 줄어들었다는 말이 특히 인상적이다.”라고 말했다.현재 연극을 교육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는 학교는 선린인터넷고교와 경화여고 등 세곳에 불과하다.선린인터넷고교 연극강사 이연심씨는 “연극의 공동체 의식이 인간관계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학생들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고 연극수업의 성과를 일러줬다. 교사들은 ‘극적 체험의 장’이 학습목표뿐 아니라 나아가 ‘나는 무엇인가? ’라는 근원적인 물음을 아이들에게 던져줄 것이라 기대했다.그래서 인성교 육의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연극과 교육의 만남,앞서가는 이들 교사들이 단숨에 교육현장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달라지는 교육현장은 신선하고,반가웠다.이들의 워크숍은 8월3일까지 ‘즉흥극’과 ‘역할극’등 주제별로 계속된다.문의 (02)743-0322,edutheatre@hanmail.net 허남주기자 yukyung@ ■뉴욕대 앤 매코맥 교수/“상상력 발달엔 놀이가 최고죠”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교육연극의 기법을 가르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앤 매코맥 뉴욕대 교수는 “학생은 사실(fact)과 숫자 등을 암기하도록 훈련돼 있다.지식의 힘을 소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상력이 우리가 알고 있고,경험했던 세계를 뛰어넘어 발명과 혁신,창조의 세계로 이끌어 준다는 것을 인류는 이미 알고 있다.”고 말했다.아인슈타인의 ‘상상은 지식보다 더 강하다.’는 말을 인용하며 단지 지식전달이 교육이란 인식을 바꿔야 할 이유를 먼저 설명했다. “상상력을 발달시키는 데 놀이만큼 잠재력을 갖고있는 활동은 없다.”는 매코맥 교수는 “유치원에서 중요하게 여겨졌던 상상력을 이용한 놀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왜 없어지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그리고 숨어 버린 놀이본능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교사의 역할이자,교육연극의 목표라고 했다. ‘교육연극이 지나치게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 아니냐? 번거롭지 않으냐?’고 묻자 앤교수는 ‘누구든 그렇게 말한다.’며 “주입식 교육이 얼핏 보기엔 시간이 덜 걸리고 보다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연극활동을 이용하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고,오래 기억에 남게 할 수 있다.”면서 교육연극의 효과를 강조했다. 당초 교육연극은 이민자들에게 보다 쉽게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고안된 교육법으로 존 듀이의 ‘경험이론’을 바탕으로 교육연극의 창시자인 유니프레 드워드에 의해 1903년 시작,1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현재 미국에서도 연극을 교육과 접목시키는 것은 불과 4개 대학의 교수들이라고 말하며 다소 진보적인 교육이론이라고 전제한 매코맥 교수는 ‘연극이 어렵다’는 관념을 깨기만 하면 역사·사회·과학교육에까지 적용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수업 시간내내 연극을 활용하자는 것이 아닙니다.도입단계에서 연극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는 겁니다.교사가 초점을 맞추고 싶은 가장 중요한 부분을 더 깊이 생각하도록 돕는 것,그것은 바로 연극의 역할입니다.” 결론을 중시하는 교육이 단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님을 지적하며 그는 ‘과정을 중시하는 교육’으로의 전환을 강조하며 연극을 다양한 학습언어 중의 하나로,‘관념’이 아닌 ‘경험’의 방법으로 제시했다.또 이상적인 교육을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생각의 틀을 바꾸기를 권했다. 허남주기자
  • 얘들아, 미술관 문이 활짝 열렸다 - 어린이 대상 ‘즐기는 미술’ 기획전 다채

    미술관들이 어린이들에게 활짝 문을 열었다.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을 겨냥해 특별 기획전과 프로그램들을 마련한 것.어린이가 직접 제작하고 감상하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미술은 재미있다.’는 점을 강조한 게 특징이다.미술품 제작의 전과정을 보여줘 작품에 관한 이해 폭을 넓히고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기획전도 눈에 띈다. ◆상상속의 놀이전 - 가나아트센터가 지난해 여름방학때 처음 시작해 3회째를 맞는 방학 특별기획전.직접 만지고 그려 보게해 어린이 머리에 잠재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지적 놀이다.기획자 김미라씨는 “온 방안을 낙서하던 어린이도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이면 ‘난 손재주가 없어.’하면서 미술을 싫어하 게 되지만 그 강박관념을 깨고 ‘미술은 재미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한다. 반 고흐를 이용한 캐릭터 벽지를 직접 벽면에 발라보는가 하면 작가가 만들 캐릭터에 직접 색칠하고,벽에 마음대로 낙서할 수도 있다.무생물인 문구가 되는 퍼포먼스(1만원)도 즐길 수 있다.작품이 훼손될 가능성에 대해 미술관 에서는 ‘감수하겠다.’는 자세다.작가의 동물 작품을 감상하고 동물 전문가 들의 강의를 듣는 자리(1회 2만 5000원)도 있다.(02)736-1020. ◆엄마랑 나랑 - 국립현대미술관이 초등학교 1∼3학년생과 가족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어린이미술관 여름방학 프로그램.올해로 4회째.참가 신청자가 폭발적으로 많아 인터넷에서만 ‘몰래’받았다.25일부터 8월22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전10시∼오후3시 조각(모빌)제작 등 실기작업을 한다.소장 미술품 감상,작 품창작 및 평가 시간도 있다.탈락한 가족도 청강은 가능하다.(02)2188-6065. ◆‘미술의 시작 Ⅳ-열린 미술'전 등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02-580-1511) 은 어린이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한국·인도·일본·필리핀 작가 31명이 참여한 국제환경미술전을 8월26일까지 연다. ‘미술의 시작 Ⅳ-열린 미술’전은 9월1일까지 성곡미술관(02-737-7650)에서 열린다.미술에 관심있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고생에게 좋을 듯.작가는 미술품이 제작되는 전 과정,즉 구상에서 완성 단계까지 보여주고 관객은 작품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문소영기자 symun@
  • 문화공장/ 연극

    ◆ 情人(정인) - 8월4일까지 평일 오후7시30분 토·일 오후4시30분·7시30분 대학로극장(02)2248-2256.김은숙 작·윤영선 연출.사랑과 이별을 다룬 2인극.극단 얼·아리. ◆ 토끼와 자라의 용궁 여행 - 31∼8월8일 오후2시·5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02)2274-3507.류기형 작·연출.판소리 사설을 유아원생도 이해할 수 있게끔 쉬운 말로 푼 어린이 창극.물고기,산호,해초가 있는 환상 여행.국립창극단. ◆ 고딩만의 세상 - 31∼8월11일 평일 오후3시 토·일 오후3시·6시 학전블루 소극장(02)923-2131.김영수 작·연출.입시,학원폭력,성범죄에 시달리는 청소년의 삶을 담은 옴니버스.극단 신화. ◆ 마당을 나온 암탉 - 27∼8월15일 오후2시·4시 문화일보홀(02)7665-210.송 인현·한명희 연출.베스트셀러 동화를 각색.암탉 ‘잎싹’과 오리 ‘초록머리’가 소망을 찾는 과정을 그린 어린이극.극단 민들레. ◆ 백두거인 - 8월4일까지 평일 오후2시30분·4시30분 토·일 오후12시·2시 대학로극장(02)2248-2256.정지은 작·연출.‘백두산’‘바보온달과 평강공주’설화를 바탕으로 전통무예,춤,전래놀이,국악 등이 어우러진 가족마당극.극단 현장. ◆ 모자와 신발 - 28∼8월11일 오후2시·4시(8월5일 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 장(02)580-1300.김민정 작·연출.신발을 찾아 떠나는 모자의 여행기 그린 어린이극.극단 사다리. ◆ 피아노와 플룻으로 만든 그림연극 - 8월4일까지 오후1시·3시(월 쉼) 정동 극장(02)7511-500.김성제 연출.피아노와 플룻의 선율 위에 펼치는 마술,종이접기,그림자극.상상력을 자극하는 어린이연극.극단 성 시어터라인. ◆ 어!머니? - 8월11일까지 평일 오후7시30분 토·일 오후4시·7시(월 쉼)씨어 터 제로(02)3143-3500.장정일 원작,차명욱 연출.2명의 수감자가 어머니에게 품는 그리움.극단 고리. ◆ 내사랑 DMZ - 8월25일까지 평일 오후7시30분 토 오후4시30분·7시30분 일 오후3시·6시(월 쉼)아룽구지극장(02)745-3967.오태석 작·연출.DMZ를 지키고자하는 동물을 통해 분단의 비극을 돌아보는 가족극.극단 목화. ◆ 개그맨과 수상 - 8월11일까지 평일 오후7시30분 토 오후4시30분·7시30분일 오후4시30분(월 쉼) 정보소극장(02)762-0810.김재엽 작,박광정 연출.상관없는 듯 보이면서도 공인이라는 공통된 분모로 연결돼 있는 정치계와 연예계의 모습을 밝고 경쾌하게 풍자.극단 파크.
  • 영화/ 어머! 물고기가 됐어요, 물고기로 변한 세 꼬마 “”엄마, 우리 구해주세요””

    할리우드식 권선징악과 가족주의를 아이들에게 주입하기는 싫고,그래도 방학이 됐으니 만화영화 한편쯤은 보여줘야겠고….이런 고민을 하는,조금은 ‘ 삐딱한’부모에게 희소식이 있다. 26일 개봉하는 덴마크 셀애니메이션 ‘어머!물고기가 됐어요’(Help! I'm a Fish).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정통 오락 애니메이션의 줄거리를 따르면서도, 다양한 교육적 주제를 치밀하게 숨겨놓았다. 바닷가에 사는 개구쟁이 세 꼬마 플라이,척,스텔라.우연히 들어간 바다 속 동굴에서 괴짜박사 매크릴을 만난다.환경오염으로 빙하가 녹아 바닷물이 지구를 덮을 때를 대비해 물고기가 되는 약을 만든 매크릴.세 꼬마는 그 약을 먹고 날치,불가사리,해파리로 변한다.그러나 48시간 안에 해독제를 마시지 않으면 영영 물고기가 될 운명에 처하는데…. 큰 줄기만 봐서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과 비슷하다.바다 속에서 해독제를 주워 마신 나쁜 물고기 조와 세 꼬마의 싸움,그리고 결국은 승리하는 해피엔 딩까지.게다가 현란한 색채와 입체감을 자랑하는 3D도 아닌,일일이 손으로 그린2D 애니메이션이니 성에 안 찰 수도 있다.하지만 꼼꼼히 들여다 보면 놀라운 교훈들을 발견할 수 있다.물고기 조는 인간처럼 생각하고 말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악당으로 돌변한다.인간의 특성을 가진 조가 맨처음 한 일은 상어를 부하로 두고 권력을 갖는 것.다음에는 공장을 세우고 군대를 만든다. 가자미는 컨베이어 벨트로,게는 철갑부대로 돌변하고 조는 그 위에서 장황하게 연설을 한다.획일화한 산업사회와 권력의 집중이 낳은 폐해를 보여주는 이같은 장면에서 사회민주주의 정권이 오랫동안 집권한 덴마크의 정신적 힘을 엿볼 수 있다. 플라이와 스텔라의 부모가,물고기가 된 아이들을 찾으러 배에서 전동기를 돌리자,바다 깊은 곳에서는 강력한 회오리바람이 일어난다.인간의 작은 행동이 자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만화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천재라서 공부는 잘하지만 감성은 부족한 척,노는 것만 좋아하는 플라이.이 둘이 바다 속 모험을 거쳐 함께 어울리는 결말은 모든 면에서 균형있게 성장해야 한다는 평범한 교훈도전달한다. 재미있게 아이들과 영화를 감상하고,보고 나온 뒤 이런저런 주제로 같이 대화를 나누기에 딱 좋은 영화일 듯.유럽에서는 ‘치킨 런’의 흥행을 눌렀고, 2000년 시카고 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작품상과 인기상을 받았다.스텔라의 목소리는 ‘명랑소녀’장나라가,매크릴 박사는 아버지 주호성이 연기한다.극장에서는 한국어 더빙판만 상영한다. 김소연기자 purple@
  • 축제속으로/ 오묘한 비색 취하고 빚고

    본격 휴가철을 맞아 온 가족이 여름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다채로운 축제가열린다.신비의 비취빛 청자의 멋에 빠져들거나 탁 트인 동해 바다로 달려 가보자.아니면 한여름밤 야외무대에서 연극의 감흥을 샤워해도 좋다. ■전남 강진 청자문화제 올해 문화관광부가 ‘최우수 축제’로 선정한 전남 강진 청자문화제는 여름방학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체험학습장으로 제격이다.오묘한 청자의 멋을 만끽하는 안복(眼福)의 연속이고 직접 물레를 밟으며 옛 도공이돼 보는 기회까지 가질 수 있다.‘흙,불 그리고 인간’을 주제로 27일부터 8월2일까지 대구면 사당리 고려청자 박물관과 도요지 일대에서 열린다. ◆알고 보면 재미가 두배-청자 자료박물관에는 비색을 자랑하는 국보급 청자 유물이 진열돼 있다.또 청자 제작과정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모형 전시관도 있다. 강진청자 명품전에는 청자 2000여점이 전시된다.청자 그릇으로 차려진 밥상,광주·전남 8개 대학교 학생들의 도자기 작품전,중국 용천시에서 기증한 청자 10점과 보검 6점도 볼 만하다.특히 명품전 옆에서 500원부터 시작하는 청자 공매제에 참여하면 원하는 물건을 싼 값에 장만할 수 있다. 주행사장에는 김미숙(조선대) 교수의 도공들 생활상을 담은 ‘천년 비색’무용공연,국창 조상현과 안동 하회탈춤 초청공연이 열린다.행사장을 오가는 길옆 12곳에 청자 제작이나 민속놀이,흥부네집 등을 형상화한 허수아비가 설치돼 있어 추억사진 찍기에 안성맞춤이다. ◆가족과 함께 하는 체험행사-30여대 수동 물레에서 직접 고령토로 청자를 빚을 수 있다.직접 빚어낸 접시나 꽃병을 7000원(택배비)만 내면 집에서 받아볼 수 있다.또 5000원을 내면 소형 완성품인 접시나 컵에다 자신이 좋아하는 문양을 넣고 이를 전기가마에 다시 구워(3∼4시간) 가져간다.고령토에 손이나 발 모양을 찍어보는 청자도판 만들기,전통옹기 전승자의 시연대로 옹기 만들어 보기,가마에서 구워낸 청자 중 불량품을 깬 조각으로 붙이는 동물모양 만들기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있다. ◆주변 가볼 만한 곳-강진은 남도답사 1번지답게 들러볼 만한 곳이 많다.강진읍에 영랑 김윤식생가,도암면에 다산(정약용)초당과 백련사,성전면의 무위사(국보 13호인 극락보전)를 비롯해 월출산 자락 10만여평에 펼쳐진 녹차밭,네덜란드인 하멜이 표류해 살았던 병영성이 있다.특히 축제장 인근은 강진만을 끼고 있어 싱싱한 횟감과 수산물을 맛볼 수 있다.(061)430-3228. 강진 남기창기자 kcnam@ ■경북 영덕 해변축제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탁 트인 동해 바다가 피서객들을 부른다.‘해변의 고장’인 경북 영덕군이 마련한 2002 영덕 해변축제가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고래불·대진·장사 등 3곳 해수욕장에서 다채롭게 펼쳐진다.몸에 달라붙지 않는 금빛모래가 빛나는 백사장에서 3일간씩 나뉘어 다양한 체험·문화·공연행사가 마련된다. 행사기간 내내 해수욕장의 물살을 가르며 시원하게 바다 위를 질주하게 될 바나나보트 무료 체험과 영화감상 기회가 주어진다. 또 일출·일몰때 연인 등과 함께 백사장을 걷는 추억만들기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축제의 절정은 체험행사.▲모래 조각경연대회 ▲조개줍기 ▲모래찜질 ▲영덕복숭아먹기 등과 같은 행사가 푸짐하다. 특히 28,29일 이틀동안 영덕 오십천에서는 강을 반짝거리며 수놓는 은어를 맨손으로 잡는 대회가 열려 즐거움은 두배가 된다.은어 요리대회·먹을거리장터도 열린다.잘 익은 수박 냄새처럼 향긋하고 깊은 맛은 피서객들을 취하게 한다. 또 전국 대학치어리더동아리 경연과 영화음악,국내외 민요·가곡 등의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 퍼지는 해변음악제도 마련된다.이밖에 신돌석 장군배 씨름왕선발대회,백사장 5인조 축구경기,해변 열린미술마당,해변노래자랑,페이스페인팅,수상스키쇼 등의 행사가 열린다.(054)730-6392. 영덕 김상화기자 shkim@ ■춘천 국제연극제 “‘연극의 바다’에 빠져 한여름 무더위를 잊어 보세요.” 연극의 묘미를 흠뻑 맛볼 수 있는 ‘2002 춘천국제연극제’가 강원도 춘천시 어린이회관 야외무대 등에서 24일 화려한 막을 올린다.3년마다 열리는 춘천국제연극제는 다양한 직업과 경력을 가진 해외 각국의 순수 아마추어 연극인이 만드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공연예술축제. 24일 오후 2시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무대에 오르는 개막작 ‘정읍사’ 공연을 시작으로 독일,크로아티아,불가리아,러시아,프랑스,터키,방글라데시,중국등 12개국 29개 연극단체 200여명의 연극인들은 춘천문화예술회관과 봄내극장,야외공연장인 어린이회관 야외무대 3곳을 중심으로 29일까지 6일간 열정의 무대로 춘천을 뜨겁게 달구게 된다. 특히 어린이회관 숲 속의 한여름밤 야외무대에서 펼쳐지는 연극 공연은 일상에 찌든 도시민들의 짜증을 훌훌 털어내는 색다른 장이다. 또 어린이를 위한 연극·인형극 워크숍이 25∼27일 오전 11∼12시까지 춘천국민생활관 체육관에서 마련돼 어린이들이 재미나게 공연 예술을 접할 수 있게 된다.방글라데시 연출가가 강사로 나서 어린이들이 부담없이 연극과 놀아보는 상상력의 세계로 이끌게 된다.초등학생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2002춘천국제연극제 사무국 (033)241-4345,인터넷은 www.citf.or.kr.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
  • 26일 개봉 ‘마이너리티 리포트’/ 액션은 넘치는데 웬 지루한 하품?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크루즈가 손을 잡고 SF의 대가 필립 K.딕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26일 개봉). 흥행의 삼박자가 척 들어맞았다고? 천만의 말씀.스필버그의 지난해 작품 ‘A.I.’를 보고 지루함을 느꼈다면,꼭 그만큼 하품을 할 만한 영화다.숨막히는 액션 신은 훨씬 많지만,시종일관 흐릿하고 칙칙한 화면을 2시간 반동안 견뎌야 하기때문이다. ◆ 어떤 줄거리? = 예언자 3명이 범죄가 일어날 시간·장소·범인을 예측하는 프리크라임 시스템이 가동되는 2054년 워싱턴 D.C.특수경찰 팀장 존 앤더튼(톰 크루즈)은 6년전 아들을 잃은 슬픔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 미래의 범죄자를 잡는 데 힘을 쏟는다.어느날 존은 예언자 머리에서 나온 놀라운 살인장면을 목격한다.그 살인의 범인은 바로 자신.존은 기구를 없애려는 연방정부검사 워트워(콜린 파렐)의 음모로 보고,무죄를 입증해 줄 ‘소수 의견’을찾아 예언자 아가사를 납치한다.하지만 의지와 상관없이 범행현장에 도착하고,사건은 예언 그대로 진행되는데…. ◆ 작가가 되고 싶었던 장인 =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프로젝트를 넘겨받아 완성한 ‘A.I’부터 스필버그는 자신이 큐브릭 같은 영화작가라는 착각에 빠진 듯하다. 시스템에 확신을 갖고 있던 존이 자신의 살인을 목격했을 때 느끼는 혼돈,파일로만 존재하는 아들의 홀로그래프를 바라보는 존과 그 공간이 내뿜는 텅빈 무력감,스크린을 불안하게 유영하는 클래식 선율,존이 신분을 숨기려고 안구를 바꾸는 엽기적인 수술대 장면 등은 큐브릭의 영화에서 익숙하게 보아온 세계다. 큐브릭은 이같은 장면에 통제 불가능한 사회에서 소외되고 미쳐가는 인간과 그 시스템에 대한 섬뜩한 통찰을 담아냈다.하지만 스필버그는 그럴듯하게 기교만 빌려오고 주제는 동화와 휴머니즘으로 바꿔치기했다.형식과 주제의 부조화는 영화를 보는 내내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 단순명확한 세계관 = 줄거리만 얼핏 봐서는 시스템의 오류를 통해 인간의 오만함을 비판하고,확고부동한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심오한 작품처럼 보인다.하지만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는 법.스필버그 작품에 항상 등장하는 가족주의·선악이분법·동화적 결말이 역시 영화의 중심축을 이룬다. 아들을 잃은 슬픔으로 이혼할 수밖에 없었지만 결국 존은 아내의 도움으로 일을 해결한다.어머니를 잃은 예언자 아가사도 적극 존을 협력한다.원작은 존이 아내와 워트워의 관계를 의심하는 것으로 돼 있다.또한 중년인 원작의 주인공과 달리 미남 스타인 톰 크루즈는 모든 음모를 밝혀 악당을 처단한다.게다가 예언자 3명이 오두막집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는 식의 동화적 결말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 볼거리는 풍성 = SF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스필버그가 창조해낸 새로운 미래세계를 보는 재미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을 듯.튜브들이 갑자기 위로 솟아올라 수천명의 사람이 거대한 공간에 차곡차곡 쌓여지는 감옥,수직으로 이동하는 자동차 사이를 뛰어 탈출하는 장면,떠다니는 이미지를 마치 춤을 추듯 손으로 잡아내는 수사과정,로케트 배낭을 맨 특수경찰과 존의 공중 추격등 긴박감을 주면서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장면은 지적호기심을 채워준다. 김소연기자 purple@
  • 책꽃이/ 과학철학의 형성 등

    ◆ 과학철학의 형성 = (한스 라이헨바하 지음,전두하 옮김) 철학을 과학이라고 믿는 것은 인식의 오류인가.’를 주제로 독일의 논리적 실증주의철학자인 저자가 다양한 주제를 과학적 해석했다.저자는 결국 철학도 사변에서 과학으로 전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선학사.1만 3000원. ◆ 마호메트 평전 = (카렌 암스트롱 지음,유혜경 옮김) = 15억 지구인의 숭배를 받는가 하면 종교분쟁이라는 참혹한 현실의 한 가운데 있는 이슬람의 창시자 마호메트를 이슬람의 시각에서 조감한 책.실패와 굴욕의 지도자인 예수와 달리 마호메트야말로 가장 성공적이고,평화적이고,영적인 지도자라고 주장한다.미다스북스.1만 8500원. ◆ 비극의 현대 지도자-그들은 민족주의자인가,반민족주의자인가 = (서중석 지음) 한국을 이끈 현대 지도자들을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다시 살핀 책.해방정국을 이끌었던 이른바 ‘우익 3영수’ 이승만 김구 김규식을 비롯해 여운형 조봉암 박정희 장준하 등을 다루었다.‘인물을 통해 현대사에 접근한다.’는 저술 취지에 보이듯 독특한 시각이 눈길을 끈다.성균관대 출판부.1만7000원. ◆ 상식으로 보는 문화사 = (21세기연구회 지음) 다양하고 독자적인 각 문화사의 이면을 ‘상식’이라는 시각에서 조명한 책.상식이야말로 역사와 더불어 발전해 온 문화유산이자 살아 숨쉬는 생활의 발견이라는 점을 실증으로 보여준다.시공사.9000원. ◆ 하늘과 땅과 바람의 문명 = (김지희 지음) 세계사의 현장을 찾아 13년간이나 문명의 흔적을 탐사한 저자가 생생하게 기술한 이란 파키스탄,실크로드 중국의 문명답사기.그동안 우리가 정말 알고 싶었으면서도 이런저런 제약으로 접하기 어려웠던 문명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해 준다.책속에 들어 있는 다양한 사진자료는 덤으로 얻는 재미.세종서적.1만 3000원. ◆ 다시 보는 민족과학 이야기 = (박성래 지음) 한국 과학사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저자가 중국의 전통기술로 둔갑한 측우기와 서양의 그것을 압도하는 금속활자 등 우리의 전통과학을 재조명하고 이를 현대과학과 접목시켜 민족과학의 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는 의도에서 냈다.두산동아.8000원. ◆ 신화의 힘 = (조지프 캠벨·빌 모이어스 대담,이윤기 옮김) 신화 해설에 있어 독보적인 지위를 가진 미국의 신화종교학자 캠벨과 저명한 저널리스트 모이스의 대담집 ‘The Power of Myth’를 번역한 책.캠벨은 “신화야말로 내가 어디에 있으며,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는 중요한 지침”이라고 역설한다.이끌리오.1만 3500원. ◆ 잡노마드 사회 = (군둘라 엥리슈 지음,이미옥 옮김) 지금까지의 직업세계를 버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해야 하는 일을 찾아 유랑하는 새로운 부류 잡노마드(Job Nomade)의 세계를 그렸다.노트북과 휴대전화,헤드셋으로 무장하고 어디든 원하는 곳으로 달려가는 ‘자유롭지만 외롭지 않고 움직이면서도 움직이지 않는’ 생활형태를 예언서처럼 그려냈다.문예출판사.1만원. ◆ 상상은 미래를 부른다 = (최성우 지음) SF나 공상과학소설에 묘사된 과학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상상력이 과학기술에서 어떻게 현실화했는지를 살폈다.예컨대 1865년에 쓴 쥘 베른의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는 우주선의 달여행을 그럴듯하게 그리고 있으며 쥐라기공원의 모티브였던 ‘호박속 모기화석’도 이후의 과학연구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사이언스북스.1만원. ◆ 몸이 원하는 밥,조식 = (마쿠우치 히데오 지음,김향 옮김) 지난 7년동안 일본에서만 100만부 이상 팔려나간 스테디셀러.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산 밀과 유제품,육류 등이 쏟아져 들어와 순식간에 붕괴돼 버린 일본의 전통식생활을 살피고 이를 근거로 ‘전통적인 ‘밥’을 되찾아야 우리의 건강이 지켜진다.’고 역설하는 식생활 혁명선언문.디자인하우스.1만원. ◆ 히딩크어록 = (이성환 편저) 월드컵 열기를 타고 히딩크와 관련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히딩크가 한 말들을 주제별로 따로 모아 축구에 대한 철학과 소신을 일목요연하게 짚어볼 수 있도록 꾸몄다.특히 발언을 했던당시의 배경과 환경 등을 더해 단순하게 말만 전달되는 데서 오는 인식의 오류를 최소화하려 한 점이 눈에 띈다.엔 북.7500원.
  • 방학중 자녀 독서지도 이렇게/ “아이가 좋아하는 책 읽히세요”

    이번 주말 방학을 맞는 두 아이를 위해 김혜영(38·주부·경기도 고양시 화정동)씨는 휴가를 준비하면서 ‘독서지도’계획도 세웠다.이제 막 글자를 읽기 시작한 딸 서연(6)이와 글자가 많은 책을 읽기 싫어하는 아들 건우(10·초등학교 3년)를 위해 어린이책 전문 대여점에서 그림책 몇권을 빌려다 여행짐에 함께 싸놓았다. 김씨는 “서연이는 책을 좋아해 서로 대화식으로 읽으면 좋아해요.건우는 이번 방학에 50∼100쪽짜리 동화책에 도전해 보도록 시도하렵니다.”라고 말한다. 평소처럼 잠자기 전 30분씩 책 읽어주기는 휴가를 떠나서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잠자기 전에 엄마 목소리로 읽어주는 동화를 듣고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부쩍 자랄 것을 생각하면 피곤도 잊을 것 같다고 한다. 방학 한달동안 자녀를 들판의 메뚜기처럼 자유롭게 풀어놓자니 엄마들에게는 걱정이 앞선다.그러나 전문가들은 학교와 학원을 쳇바퀴 돌듯한 아이들에게 숨통을 틔워주고,책읽는 습관을 붙여주면 자연스레 성장할 것이라고 말한다. ◆ 어떤 책을 읽히지? = 어린이도서연구회(www.childbook.org)의 책선정위원회전지애 위원장은 “방학이 끼어있는 만큼 자연과 쉽게 접할 수 있는 책들을 내놓았다.”며 각 연령별로 우리창작,외국창작,과학책,옛날이야기,동시나 글모음 등 5권을 ‘여름방학에 권하는 책’으로 지정해 내놓았다.최소한 이 다섯권을 꼭 읽어보면 좋겠다는 바람을 섞어놓았다고 했다. 이 다섯권이 부족하지 않을까? 전 위원장은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 한권이라도 제대로 읽고 감동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책은 읽을때마다 느끼는 맛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한권의 책을 여러번 읽는다면 그 아이에게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것인 만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엄마는 놓칠 수 있지만,아이는 그림 한장면,글 한줄에서도 감동을 받는다는 것이다. ◆ 긴 동화책을 안 읽는데 = 학년이 높아지는데도 그림책만 좋아한다고 걱정인 엄마들이 많다.5년째 어린이 독서지도를 맡고 있는 이재숙씨는 “그림책은 글을 못읽는 유아만 읽는 책이 아니라 100살 노인들이 읽어도 좋은 책”이라며 “아이가 그림책을 좋아하는데 억지로 긴 동화책을 권하면 책을 싫어하게되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한다.특히 그림책은 엄마가 읽어주고,아이는 그림을 보면서 상상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책을 고를 때 엄마의 취향을 강요하기보다 아이가 흥미있어 하는 분야를 존중해야만 한다.때문에 엄마가 자녀와 함께 서점에 가서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고르게 하는것이 좋다. ◆ 독후감을 받아야 할까 = 책을 다 읽자마자 “어떤 내용이었지?”하고 되묻는 엄마들이 많다.아이는 책을 읽은 여운을 다 느끼기도 전에 부담을 느끼게된다.전 위원장은 “고학년의 경우 주제의식 등을 놓고 대화하는 것,저학년의 경우 의도적인 질문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문소영기자 symun@
  • 대한매일 창간98/‘208세대’ 그들은 누구인가 - 고정관념 깨고 세계를 품안에

    “‘대∼한민국’을 외치고 태극기를 흔들면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느꼈습니다.계산적이지 않고 사랑하는 것에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우리는분명 기성세대와 다릅니다.” 월드컵 기간 동안 서울시청앞 길거리 응원에 빠짐없이 참여했던 정유진(22·이대 불문과3)양은 ‘208세대’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했다. 인터넷 세상 속에서 모래알처럼 흩어졌다가 월드컵을 계기로 뭉친 ‘208세대’.그들은 누구인가. ◆두가지 평가 = 길거리 응원을 주도한 ‘208세대’(20대이며 00∼02학번으로 80년대 이후 출생자)를 해석하는 시각은 극과 극을 달린다. 이들의 폭발적인 응집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사회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주장한다.반면 길거리 응원을 일시적이고 즉흥적인 현상으로바라본 사람들은 “질펀하게 즐긴 것일 뿐”이라며 평가절하한다. 그러나 ‘208세대’ 당사자들은 두 가지 시각을 모두 부정한다.자발적인 집단행동을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나 애국주의로 과대 포장하지도 말고,아무 생각없이 거리로 뛰쳐나간 철부지로 치부하지도 말라는 것이다. ◆208세대의 특징 = 통계청에 따르면 ‘208세대’에 해당하는 20∼24세의 인구는 390만여명에 이른다.남한인구 4700만여명 가운데 8%를 웃도는 이들이 월드컵 잔치를 주도했다는 사실은 ‘208세대’의 문화적 잠재력이 얼마나 폭발적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들로부터 촉발된 자발적 집단화는 기성세대와 청소년에게까지 확산됐으며,길거리 응원은 남녀노소 모두 하나가 되는 잔치 마당으로 바뀌었다.‘208세대’가 터놓은 ‘축구 해방구’가 가정화목,세대화합,이웃사랑의 장으로 발전한 것이다. ‘208세대’는 80년 광주항쟁을 겪으면서 이념적 집단의식이 형성된 ‘386세대’와는 달리 탈정치적이고 문화지향적이다.90년대 초반을 풍미한 ‘X세대’는 개인적이고 소집단적인 성격이었지만,‘208세대’는 월드컵을 계기로자신의 문화를 사회 공동체에 널리 전파했다. 인터넷 세상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는 ‘N세대’와는 달리 광장으로 뛰쳐나왔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난다. 한국청년정책연구소 김흥주 박사는 “‘208세대’의 키워드는 모바일(움직임)과 다양성”이라면서 “이들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자신들의 세계를 구축하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이들은 월드컵을 계기로 어울리는 즐거움을 맛보기 시작했으며,하나됨의 공간에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분출구를 열어 주자 = 탈이념적인 ‘208세대’가 태극기를 두르고 ‘대∼한민국’을 외쳤다고 이들의 행동을 ‘애국’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김재홍 교수는 “이들의 열광은 월드컵과 응원 때문에 나온 것이지 결코 정치적인 발산은 아니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개방적이고 창의적인 ‘208세대’의 열정을 긍정적으로 유도한다면사회를 더욱 윤택하게 이끌 수 있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상일 박사는 “이들의 다양성과 자발성을 기성세대의구미에 맞게 재단하거나 이용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면서 “문화적상상력을 마음껏 내뿜을 수 있는 분출구를 적절하게 마련하는 것이 기성세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창구 장세훈기자 window2@ ■208세대 김나리양 하루 서울의 모여대 불문학과 01학번인 김나리(20·가명)양은 여름방학을 맞았지만 오전 7시면 자연스럽게 눈이 떠진다.월드컵 기간 동안 인천공항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오전 8시부터 불어 통역을 하면서 몸에 밴 습관이다. 집을 나서 서울 종로의 한 프랑스어 회화학원에 달려가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가을 학기부터 교환학생으로 프랑스 파리 제3대학에서 공부하기로 돼있어 프랑스어 공부를 게을리 할 수 없다. 이번에 교환학생으로 선발된 것은 수시로 프랑스어 작문을 써서 교수님을 따라다니며 교정을 받았던 노력의 결과다.학교 선배들은 겨우 대학 2학년이 교수님을 쫓아다니며 전공 공부만 한다고 ‘개인주의적’이라는 핀잔을 주기도 한다.하지만 그녀는 “좋아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건 자기 발전을 위해 너무나 당연한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학원에서 돌아오자마자 이메일을 확인하니 지난해 여름 프랑스 여행 때 사귄 폴란드 친구 카시아의 편지가 도착해 있었다.‘세계화 시대’에 언제 어떻게 도움이 될지 몰라 여행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들과 인연의 끈을 놓지 않으려 노력한다.하루하루 바쁘게 지내다 보니 고등학교나 대학 친구들과는 주로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소식을 주고 받는다.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정보도 인터넷을 통해 얻는다.화장품 하나를 사더라도 관련 게시판을 찾아 다른 네티즌들의 ‘사용 후기(後記)’를 읽어보고 선택한다. 화장품 값 등 용돈은 남동생 영어 과외로 해결한다.그는 “부모님도 따로과외 선생님을 두지 않아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남자친구를 만나러 외출하기 전까지 조간신문을 펼쳐들고 국제면부터 살핀다.프랑스 관련 기사에 제일 먼저 눈이 간다.연극,영화를 소개하는 문화면기사는 따로 오려둔다. 그녀는 “정치면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지난 6월13일에도 투표를 하긴했지만 권리를 행사했을 뿐 정치인에게 많은 기대를 걸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오후 5시쯤 백화점에서 산 여성스러운 남색 원피스에 굽이 있는 샌들로 외출 준비를 마쳤다. 남자친구는 항상 폴로 스타일을 고집한다.오늘도 역시 폴로 티셔츠에 면 반바지를 입고 나왔다.얼마 전부터 한쪽 귀에 귀걸이를 하고 다니는데 영 어울리지 않는다. 데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니 밤 11시.요즘 인기 있는 십자수를 놓았다.이틀이면 시계 십자수를 완성해서 방을 예쁘게 장식할 수 있을 것 같아 흐뭇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윤창수 강혜승기자 geo@ ■208세대가 바라본 신문 - “시류 영합않는 건강한 논조 아쉬워” 21세기 한국사회의 주도세력으로 등장할 ‘208세대’는 한국 신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208세대’를 대표하는 00,01,02학번 대학생들은 한국의 신문들이 인터넷서비스 등을 통해 인터넷 언론이나 지상파 방송과 경쟁하며 독자와의 거리를좁히려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기성세대의 관행을 그대로 답습한 듯한 취재·보도행태에는 아쉬움을 드러내며 자발적인 개선 노력을 기대했다.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00학번 유승현(21)양은 “10개 일간지 어디를 뒤져봐도 같은 주제,같은 내용일 뿐”이라면서 “이는 엠바고나 기자실 문제 등과거 관행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현실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꼬집었다.그녀는 “모든 신문들이 6월 한달 동안 거의 매일 10개면 이상을 월드컵 관련기사로 채워 나가는 동안 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여중생 문제를 신속하게 다룬 곳은 인터넷 언론뿐이었다.”고 지적했다. 유양은 “우리 시대 신문은 넘쳐날 정도로 많다.”면서 “시류에 영합하지않고 논조의 건강함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양대 정보사회학과 01학번 최남영(20)군은 “‘208세대’가 신문에 무관심한 것은 한국의 신문들이 우리 젊은 세대에게 다가오는 방법을 제대로 읽지 못하기 때문”이라면서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뉴스나 정보만 선택적으로 섭취하는 젊은 층에 어필할 수 있는 기사를 발굴·보도하는 신문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정치학부 02학번 한진하(20)양은 “한국의 신문은 거대자본의 광고시장에 종속된 지 오래”라면서 “한국 신문이 수익 기반을 광고 위주에서 독자 중심으로 바꾸지 않으면 지금처럼 가쁜 호흡을 계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내다봤다. 한양은 “대한매일이 월드컵 기간 동안 ‘대∼한매일’이라는 파격적인 제호와 과감한 편집으로 권위주의를 탈피하고 참신성을 보여준 모습이 참 보기좋았다.”면서 “신선한 변화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영표 유영규기자 tomcat@
  • 연극/갈매기 등

    ◇갈매기= 19일까지 오후7시30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02)2271-1742.안톤 체호프 작,김철리 연출.사실주의 연극의 장을 연 러시아 스타니슬라브스키의 연출노트를 바탕으로 새로운 형식을 찾는 예술가의 삶과 죽음을 성찰.무료공연.국립극단. ◇어!머니?= 20∼8월11일 평일 오후7시30분 토·일 오후4시·7시(월 쉼)씨어터 제로(02)3143-3500.장정일 원작,차명욱 연출.2명의 수감자가 어머니에게 품는 그리움.극단 고리. ◇우수 마당극 퍼레이드= 20·27일 오후7시30분,21·28일 오후5시 국립극장하늘극장(02)2278-5818.신명아트센터,극단 갯돌,민족예술단 우금치,놀이패열림터,금수예술마을 등 지역 공연단 초청 마당극 잔치. ◇만남=20∼8월22일 오후2시·4시30분(월,8월 8·9일 쉼)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02)499-3487.유홍영·나카지마 켄 연출.한국과 일본의 전통놀이를 이용해 자연과 공존하는 삶을 그림.한·일 어린이극 전문극단의 합동 공연.극단 사다리·가제노코큐슈. ◇내사랑 DMZ=19∼8월25일 평일 오후7시30분,토 오후4시30분·7시30분,일오후3시·6시(월 쉼)극장 아룽구지(02)745-3967.오태석 작·연출.DMZ를 지키고자 하는 동물을 통해 분단의 비극을 돌아보게 하는 가족극.극단 목화. ◇모자와 신발= 28∼8월11일 오후2시·4시(8월5일 쉼)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02)580-1300.김민정 작·연출.신발을 찾아 떠나는 모자의 여행기.극단 사다리. ◇피아노와 플룻으로 만든 그림연극= 24∼8월4일 오후1시·3시(월 쉼)정동극장(02)7511-500.김성제 연출.피아노와 플루트의 선율 위에 펼쳐지는 마술,종이접기,그림자극.상상력을 자극하는 어린이연극.극단 성시어터라인. ◇혜화동 파출소2=28일까지 오후4시30분·7시30분(월 쉼)창조콘서트홀(02)744-8617.김은숙 작,윤영선 연출.죽은 자를 재판하는 파출소의 풍경을 통해 산다는 것의 의미를 되돌아봄.극단 얼. ◇2002 첫사랑= 8월25일까지 평일 오후6시 토·일 오후3시·6시(월 쉼)소극장 아리랑(02)741-5332.방은미 작·연출.학생들의 꿈과 가치관을 첫사랑의 경험으로 풀어낸 청소년 연극.극단 아리랑.
  • 새영화/ 오늘 개봉 ‘스쿠비 두’, “말하는 개?” 엽기발랄함 가득

    미국 최장수 인기 TV만화를 영화로 만든 ‘스쿠비 두’(Scooby Doo·17일개봉)는 기발하고 황당한 상상력으로 가득찬 영화다. 유령을 쫓거나 불가사의한 사건을 맡아온 미스터리 주식회사 맴버들과 말하는 개 스쿠비두.성격 차이로 뿔뿔이 흩어진 지 2년 뒤 다시 스푸키섬에서 만난다.이곳에 놀러왔다 나가는 학생들은 모두 말이 없고 폭력적으로 변하는 괴기한 현상에 대해 수사에 들어간 이들은,인간의 몸을 빌어 활동하는 괴물과 한판 대결을 벌이는데… 인간의 정신을 빼내 따로 통에 담아둔다거나,여자의 몸으로 잘못 찾아 들어간 남자가 “실컷 몸이나 구경해야지.”라고 말하거나,이 엄청난 음모를 꾸민 악당이 어처구니 없는 동물로 밝혀지는 등 영화에는 엽기적인 장면이 넘친다.배경은 ‘오스틴 파워’에서 이미 선보인 1960년대식 원색의 현란함으로 채웠다. 원작만화를 본 관객이라면,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해 마치 만화의 주인공들이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영화에 열광할 만하다.실제로 미국에서는 개봉 첫주 5640만달러의 흥행수입을 거둬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하지만 문화적 코드가 다르고,이미 ‘엽기’유행이 한풀 꺾인 국내 관객들의 취향에는 맞지 않을 듯.아이들이 보기에는 지나치게 황당하고,어른들이 보기에는 좀 유치하다. 김소연기자
  • ‘현대시학’ 400호기념 작품상 수상 이원씨-미래를 클릭한 겁없는 시인

    어떤 시(詩)는 한사코 오래전에 지나간 시간의 뒷전을 떠돌고,또 어떤 시는 죽어라 바쁜 시간의 옷자락을 잡고 늘어진다.그런가 하면 어떤 시는 시간을 앞질러 간다. ‘쿠폰이 동백꽃잎처럼 뚝 떨어진다 나는/동백 꽃잎을 단 나를 클릭한다/검색어 나에 대한 검색 결과로/0개의 카테고리와/177개의 사이트가 나타난다/나는 그러나 어디에 있는가/나는 나를 찾아 차례대로 나를 클릭한다’(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흑백으로 찍힌 아날로그 문예지에 박힌 시의 행간에서 사이키델릭한 빛살이 뿜어져 나온다.금속성 시어에서 끼끼거리는 사이보그의 변조음이 울려 나오고 젊은 네티즌들은 키득거리며 그의 시를 탐닉한다.그의 시는 시간 앞에 있다. 적당한 속도감에 기존 시의 도식적 평면성을 극복한 입체성이 마치 FX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시.그러면서도 감성의 촉수를 뻗어 새로운 의식과 질서를 부단히 감지하는 시인 이원(34). 현대시학이 창간 33주년과 통권 400호를 기념해 선정한 현대시학상 작품상수상자인 이원 시인의 시세계는,이렇듯 그로테스크하고 사이버틱한 풍경속에 있다.이 영역은 일찍이 우리 시가 금기시한 ‘현재 이후’의 시제(時制)다.시인은 그러나 주저없이 낯선 곳의 베일을 걷고 스스로 그 시공 속을 보행한다. ‘31029403120469103012022/01죽음은기계처럼정확하다01/10207310349201940392054/눈물이 나오질 않는다/전자상가에 가서/업그레이드해야겠다/감정 칩을’(사이보그3). 한국시가 가진 시간성의 벽이 이런 그의 도발성에 여지없이 무너진다.시어 발탁에도 주저함이 없다.‘허공’‘베란다’‘침묵’‘애인’처럼 동티난 단어들이 그의 시 속에서 되살아나는가 하면 ‘사이보그’‘코드’‘식칼’‘코스닥’‘권총’ 등 다루기 어려운 말도 그의 뇌리를 거치면 말끔한 부품이 된다. 시인 성윤석은 이런 시에서 “인터넷시대의 수백만 네티즌들을 떠올린다.”고 했다.정진규 시인도 “속도가 있는 상상력의 운행과 현란한 이미지의 창출 가운데서도 갑갑하지 않은 질서로 그것들을 우주화하는 면밀한 접속의 긴장과 탄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했다. 얼핏,그의 시는 건조하다.그러나 이런 관찰은 표피적이다.그는 ‘같은 곳에서 다른 곳을 보고 있을 뿐’이다.스스로도 “사람마다 자신의 한계나 딜레마를 극복하는 방법이 다른 데서 오는 차이”라며 자신을 도회적 감성에 익숙한 사람이라고 평한다.‘실습용 재료같은 사내와 여자가/나란히 검은 주유기를 제 옆구리에 꽂고 서있다/그들은 서울의 밤이 꿈 대신에 선택한 텍스트이다’(서울의 밤 그리고 주유소).확실히 도회적이고 서울식이다. 모성회귀적이고 본태적 정체성도 그의 시 속에 숨어 있다.그의 시에 자주 나타나는 ‘사막’에 대해 그는 “항상 사막이라는 미지의 곳과 현실의 경계쯤에 내가 있으며,사막은 내 시세계의 궁극”이라고 토로한다.그렇게 자신이 구축한 시세계를 떠돌다가도 그는 저물녘의 귀가처럼 ‘일상’과 ‘현실’로 어김없이 되돌아오곤 한다.마치 모래바람을 헤치고 오아시스를 찾아드는‘낙타’처럼. 이원에게 사이버공간은 그의 마당이면서도 결코 몰입의 대상은 아니다.오히려 그의 시는 가상의 사이버세계가 아니라 철저하게 ‘현실’에 발을 디디고 있다.컴퓨터를 통해 가상의 공간을 누비는 사이버 포잇(Cyber Poet)이면서도 관찰자의 시각을 잃지 않고 비교중립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이런 그의 현실인식 덕분이다.‘비명을 안으로 삼킨 것들만이 어둠에 관여한다/유리창으로 얼굴이 뭉개진 머리들이 떠다닌다/그들은 이미 부패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시간은 허공의 침전물같은 그들을 비켜나가고 있다/지금은 번식이 성행하는 시간이다’(심야 버스). 이런 이원의 시를 준비없이 읽는 것은 혼란스러운 일이다.그의 시가 주는 혼란이 아니라 기성 시세계의 몸통을 부수려고 대드는 그의 싱싱한 발상과 거침없이 차용하는 시어,사유의 공간을 확장하는 그의 대담함 때문에 기존 시세계에 익숙한 우리의 ‘안일’은 확실히 혼란스럽다. 우리를 혼란스럽게 흔들어 놓는 ‘경계의 시인’ 이원의 단봉낙타는 클릭음같은 발굽소리 따닥거리며 지금 사막의 어디쯤을 가고 있을까. 심재억기자 jes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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