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상상력
    2026-08-15
    검색기록 지우기
  • 예매율
    2026-08-15
    검색기록 지우기
  • 도시 재생
    2026-08-15
    검색기록 지우기
  • 5원
    2026-08-1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352
  • 극단 학전 김민기 대표/ 안데르센등 아동서 섭렵 어린이극 준비중입니다

    극단 학전의 김민기(52)대표는 ‘지하철1호선’의 2000회 공연을 하나의 마침표로 정의했다.앞으로 극단의 방향을 새롭게 설정하겠다는 의미이다.그는 지난 겨울부터 원주 토지문학관과 대학로를 오가고 있다.월요일부터 수요일은 원주에 머물고,목요일마다 서울에 온다. 그는 “지금까지 하나의 공연제작에 필요한 내·외적인 조건을 실험하는 과정이었다면 이젠 작품 하나하나가 아니라 전체적인 틀을 마련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예를 들면 아동극시리즈,실험극 시리즈 등 확장된 틀 안에서 개별 작품을 모색하겠다는 설명이다.내년을 그 첫해로 삼고 있다.이를 위해 그는 요즘 동·서양의 고전과 안데르센을 비롯한 온갖 아동서들을 섭렵하고 있다.아동극 전문인 그립스극단에도 작품을 추천해달라고 해 그중 몇작품을 검토 중이다.일이 잘 풀리면 내후년쯤 학전블루소극장을 아동극전용극장으로 꾸밀 생각이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했던 극단 운영방식도 열린 구조로 바꿀 계획이다.작가와 연출가를 공개오디션으로 뽑아 다양한 상상력을 포용하는집단 창작체제로 나갈 예정. 당장은 80년대 노래극 ‘공장의 불빛’ 음반 작업이 발등의 불이다.“전쟁통에 애낳아서 힘들다고 고아원에 보내놨는데 이제라도 호적을 찾아줘야하지 않겠느냐.”는 의미라고 했다. 나직한 말투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전하던 그가 어느 순간 목소리를 높였다.“독일 그립스극단은 관객이 티켓값으로 3만원을 내면 시 정부가 7만원을 지원해줍니다.그런데 우리는 문예진흥예산이 300억원에서 186억원이나 깎였습니다.선진국임을 자부하는 국가의 문화예산이 100억원 밖에 안 된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순녀기자
  • ‘남성’ 상실男의 도피… 그 끝은?/ 극단 악어컴퍼니 ‘성인용 황금박쥐’ 연우소극장서 새달 30일까지 공연

    극단 악어컴퍼니가 연우소극장에서 공연중인 연극 ‘성인용 황금박쥐’(고선웅 작,남동훈 연출)는 사회로부터 거부당한 한 소심한 남자의 실존적 고민을 독특한 상상력에 기대 풀어낸 작품이다. 지하철 기관사인 왕기는 터널속에서 황금박쥐의 환상을 보고난 후 자신을 황금박쥐라고 믿는다.사회부적응자인 그는 불임을 감추기위해 건달에게 돈을 주고 아내와 동침을 하도록 한다.사회가 강요하는 ‘남성성’의 상실을 숨기고,어떻게든 현실에 적응해보려는 고육책이지만 오히려 족쇄가 되고 만다.사회와 가정,어느곳에도 마음 붙일 곳 없게 되면서 그는 점점 더 황금박쥐에 집착한다. 결론짓기는 관객의 몫.황금박쥐 옷을 입고 고층 건물에서 뛰어내린 왕기가 하늘로 멋지게 날아올랐을 지,아니면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곤두박질쳤을 지는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탁월한 무대활용과 깔끔한 연출이 돋보인다.11월30일까지 화∼금 오후 7시30분,토·일 오후 4시30분·7시30분(02)764-8760. 이순녀기자 coral@
  • 두 중견시인이 부르는 ‘가을의 노래’/정현종 ‘견딜 수 없네’ 천양희 ‘한사람을 나보다‘

    깊어 가는 이 가을 나이듦이 확 느껴진다면,그리고 외롭다면 최근 나온 두 중견 시인의 시집을 읽어보면 어떨지요.‘인생의 가을’을 맞은 그들이 부르는 곰삭은 노래가 당신만의 것으로 느껴지는 상념을 약간 가볍게 해줄지 모릅니다.그들은 개인의 상념을 날 것으로 토로하기보다는 시로 부화시켰기 때문입니다. 정현종의 ‘견딜 수 없네’(시와시학사 펴냄)를 보면 그 동안 탁월한 이미지를 보여준 시인의 상상력이 단순함의 미학으로 숨은 듯 합니다. 그 징후인듯 이번 시집에는 유달리 ‘시간’이라는 시어가 자주 등장합니다.시인에게 시간의 모습은 “얻는 건 없고/잃는 것 뿐”이고 “흉악하다거나 야속하달 것도 없는” 슬픔이고 “욕망의 피륙”(‘밑도 끝도 없이 시간은’)입니다.때론 두 가지 얼굴로 변주되기도 하는데 “돈과 권력과 기계들이 맞물려/미친 듯이 가속을 해온”것이 세태의 시간이라면 시인에게는 “천천히 꽃 피고 천천히/나무 자라고 오래오래 보석”(‘시간의 게으름’)되듯이 느림으로 버팅겨 온 형상으로 그려집니다.그러나 시인도어쩔 수 없나 봅니다.“흘러가는 것들을 견딜 수 없네/사람의 일들/변화와 아픔들을/견딜 수 없네(…)”라고 노래하니까요. 천양희의 ‘한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 있는가’(작가 펴냄)는 시인 내면의 은밀한 고백입니다.시집을 메우는 정서는 외로움,고독,슬픔,그리움 등입니다.“고독은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고독할 때’)라거나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습니다.”라고 말할 때 쓸쓸함은 고조됩니다.그러나 시인은 그에 갇히지 않고 한발짝 떨어져 자신을 바라봅니다.그래서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은 고독을 잃어버렸을 때다.”라고 말하며 그것을 즐기라고 권합니다.이 도저한 여유는 아마 자기를 다스리는 여유에서 비롯되는가 봅니다.시인은 “어차피 삶은 너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밥’)라면서 “마음아 아무 곳에나 널 내려놓지 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두 시인이 모두 65년 등단한 것도,꾸준히 자기만의 글무늬를 가꿔온 것도 우연이 아닌 것으로 느껴집니다. 그 필연에서 우러나오는 숙성된 노래를 따라부르다 보면 어느새 ‘고독과 동거하는 법’이 보이지 않습니까? 이종수기자
  • 치열한 작가정신으로 엮은 단상/박상우 잠언형식 작가수첩 ‘반짝이는 것은 모두 혼자다’

    “수직을 지향하는 인간의 욕망은 수평에 뿌리내린 자연으로 귀의하게 되어 있다.”(35쪽)“나이가 들면 비로소 풍경이 보인다.젊은 날 자신을 사로잡았던 에너지가 소진되고,자기 중심적인 마음의 벽이 허물어져 자연스럽게 바깥 풍경이 내다보이는 것이다.”(82쪽) 이 그윽한 사색을 고백하는 사람은 철학자도 아니고 종교학자는 더욱 아니다.그는 “경험하고,생각하고,읽고,쓰는 사람”이고 “그것이 삶의 전부”(145쪽)인 사람,즉 작가다.주인공은 중진 작가 박상우.그가 작가수첩이란 부제로 내놓은 ‘반짝이는 것은 모두 혼자다’(하늘연못 펴냄)는 순간순간 떠오른 생각을 아포리즘(잠언)형식으로 모은 것.그 것은 심오하면서 재미있게 다가온다. 그 재미는,한 단상이 작품으로 수정되거나 상상력이란 자궁 속에서 자라는 과정을 엿보는 데 있다.예컨대 “마천동 전체의 지리적 조건으로 미루어 소설의 주인공이 동사하는 지점은 144-1번지 정도가 좋을 듯 파출소 취재 시에 들어와 음주 사망자 신고하던 주민과 파출소 풍경 활용할 것”(177쪽) 장면은 그냥살아서 퍼덕거린다.또 남이장군 집터에서 그의 삶을 반추하며 “언젠가 그를 내 소설의 영역으로 불러와 물어보리라.”(85쪽)며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대목은 수태이전에 연정을 품는 과정이다. 그리고 심오함은 그가 매순간 떠오른 단상을 치열한 작가정신의 도가니에서 녹여가는 모습에 담겨있다.글의 도처에 “하루 여섯 시간은 소설 쓰고,하루 여섯 시간은 독서하라”(163쪽)라든가 “캐고 또 뚫어라.일정한 지점에 도달하면 글의 맥이 보일 것이다.”(160쪽)라는 다그침은 장인정신의 열기가 훅 끼쳐온다.또 그가 “소설을 위해 나는 나를 지킨다.”고 고백할 때는 경건함마저 풍긴다.이런 깨어있으려는 부단한 노력에 힘입어 그의 ‘작가수첩’은 ‘인생수첩’으로 훌쩍 뛰어넘는다.“작가는 전부와 전무를 동시에 담는 미묘한 그릇”(65쪽)이라는 장인의식은 “인생은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아침마다 거울에 비친 헛것을 자신이라고 믿지 말라.”(76쪽)등으로 넓어진다. 이런 사유는,그가 물리적 나이가 아니라 상상력의 나이를 중시하는‘열려 있음’에서 나온다.그가 “소설을 위해 나는 나를 지킨다.”고 고백하고 “감성의 유연성으로 얼마든지 소설의 영역을 넓힐 수 있을 것”(31쪽)이라고 말할 때 소설 쓰는 마음가짐을 되새겨보게 한다. 박상우는 88년 문예중앙 신인상으로 등단한 뒤 소설집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장편 ‘호텔 캘리포니아’‘가시면류관 초상’등을 썼고 99년 ‘내 마음의 옥탑방’으로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옥에 티.편집상의 실수인 듯 같은 내용이 반복되기도 한다(180번,184번). 이종수기자 vielee@
  • ‘정치적 타결’ 선언 안팎/盧 재신임투표 U턴 하나

    노무현 대통령이 17일 교착국면의 재신임 정국에 ‘정치적 타결’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내보였다.국민투표 실시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는 정당 대표들을 직접 만나 해법을 찾아보겠다는 것이 노 대통령 발언의 요지다.청와대는 “발언 이상의 확대 해석을 말아달라.”고 요청했으나,정치권은 노 대통령이 사실상 국민투표를 거둬들이는 수순에 들어갔다는 관측과 함께 또다시 찬반 논란으로 출렁이고 있다. ●정치권 ‘새로운 논란'으로 출렁 노 대통령은 이날 ‘정치적 타결’을 해법으로 꺼내든 배경으로 정치권의 상황을 들었다.“재신임을 받겠다고 하면 시끄러운 것이 좀 조용해질 줄 알았는데 야당이 (국민투표를) 반대해 문제가 복잡해졌다.”고 했다. 실제로 정치권은 통합신당이 12월 국민투표를 주장하는 반면,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투표에 앞서 국정조사나 특검수사를 통해 노 대통령 측근 비리의혹부터 가려야 한다고 맞서 있다.그나마 국민투표를 놓고도 한나라당은 수용,민주당은 반대로 갈려 있다.위헌 논란을 접어 놓더라도 적어도 국민투표법을 국회에서 개정해야 재신임 투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뜻만으로는 재신임 투표가 여의치 않은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정치권의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재신임 국민투표를 하겠다는 입장에서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강조해왔다.때문에 이날 발언은 사실상 노 대통령이 방향전환을 시도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대한매일이 지난 15일자 머리기사로 ‘야당이 반대할 경우 재신임투표 강행 않을 것’이라고 보도한 데 대해 노 대통령이 크게 불쾌해한 점도 이런 추론을 뒷받침한다.‘계획된 일정’이 누출된 때문 아니냐는 것이다. 재신임 국민투표 대신 다른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그러나 “청와대측에 재신임투표 백지화냐,아니냐를 명확하게 해석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정치권에 합의를 요청하는 것이지 그 이상의 상상력을 발휘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노 대통령도 자신의 발언이 정치권에 새로운 논란을 일으키자 “각 당 대표와 만나 지난 13일시정연설에서 제시한 일정대로 실시될 수 있도록 설득하겠다는 것”이라고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뒤늦게 해명했다. ●3당 3색 반응 한나라당과 민주당,통합신당이 또다시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정치적 타결’ 발언을 ‘위기탈출용’으로 보고 노 대통령의 제의를 일축했다.그러면서 “당초 천명한 대로 노 대통령 측근비리를 규명한 뒤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최병렬 대표는 “우리는 국민투표를 하자는 것으로,국민들이 대통령 측근비리를 제대로 알고 난 다음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기존 방침을 강조했다.노 대통령과의 회동에 대해서도 “지금 만나야 할 이유가 뭐냐.”고 말했다. 반면 국민투표에 반대해온 민주당은 “다행스러운 일이며,정당대표 회동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박상천 대표는 “대통령을 만나면 재신임투표의 위헌성을 지적해 철회를 요구할 것이고,측근비리에 대해서는 대국민 사과와 진상공개,근본적 재발방지책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투표 조기실시를 주장했던 통합신당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판단”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노 대통령의 진의를 파악하느라 다소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문소영 이지운기자 symun@
  • 사랑의 쪽지 보내는 당신은 누구?/용이 감독 데뷔작 ‘봄날의 곰을‘

    한 편의 동화같은 깔끔한 로맨틱 코미디를 원한다면 24일 개봉하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제작 이손필름)가 어떨까? 그 속엔 사랑을 고백하는 미스터리 인물의 정체를 한꺼풀씩 벗겨가는 재미가 덤으로 숨어 있다. 할인매장에서 일하는 현채는 용모도 괜찮고 심성도 착하지만 소개받는 남자에게 번번이 바람맞는다.덜렁거리는 성격에다 ‘곰탱이’로 불릴 만큼 분위기 파악이 늦다.영화를 보면서 팝콘 먹는 소리도 유달리 크게 내는 스타일.그러다 삼류작가인 아버지를 위해 도서관서 빌린 화집에서 사랑의 고백이 담긴 쪽지를 발견한다.정체불명의 고백자는 “다음 편지는 대출번호 ㅇㅇ번 화집으로”라며 추리소설식으로 고백을 이어간다.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화집을 좇던 현채는 ‘빈센트’라고 이름붙인 쪽지의 주인공을 찾아 나선다.이를 지켜보는 동하는 안쓰럽고 당혹스럽다.어릴적부터 현채를 짝사랑했지만 그저 주위에서 서성이며 기다릴 뿐 속내를 털어놓지 못한다.현채가 ‘빈센트’에 쏠릴수록 더욱 초조해진 그는 마침내 무리수를 던지는데….영화는 현채가 자신에게 큐피드의 화살을 쏜 이를 찾아가는 과정을 마술상자처럼 그린다.한 상자를 벗기면 또 다른 상자가 나오고 다시 상자가 이어지는.그 과정에서 나래를 펴는 현채의 상상력을 동화처럼 아름답게 꾸며서 장면 곳곳에 끼워넣는다.때론 곰으로,때론 귀족 부인으로.화집의 그림과 영화 속 이미지를 연결하는 팬터지 분위기도 눈에 띈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될수록 집중력이 떨어져 지루함이 느껴진다.사랑의 메모를 중심으로 12개로 나뉜 장면을 이어가려고 시도했지만 그 마저도 후반부에는 시선을 끌기에 힘이 달려보인다.CF계 스타감독 용이의 영화 데뷔작.다양한 패턴의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두나와 모델 출신 김남진이 현채와 동하로 호흡을 맞춘다. 이종수기자
  • 이윤기 소설집 2권 동시 출간/단맛보다는 구수한 ‘입담’ 다양한 인물의 삶 풀어내

    신화연구와 인문학적 상상력에서 문학의 젖줄을 찾아온 작가 이윤기씨가 두 권의 소설집 ‘노래의 날개’(민음사 펴냄)와 ‘내 시대의 초상’(문학과지성사 펴냄)을 동시에 내 가을 문단을 풍요롭게 한다.늘 그랬듯 작가는 단맛보다는 오래 씹을수록 구수해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물론 그의 얘기는 편안하다. 표제작 등 9편의 중단편을 모은 ‘노래의 날개’는 작가의 연륜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옛이야기’‘전설과 진실’‘봄날은 간다’‘하모니카’에서 작가는 다양한 이들의 삶의 무늬를 노래하듯 들려준다. 작가는 18세에 들은 ‘애간장 끊는 노래’에 얽힌 옛 이야기와 군대시절 일화를 들려주면서 ‘절창’을 노래하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던 주인공이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은 그런 찰나적 무한한 감동이 아니라 초라하고 보람 없을지라도 꾸준히 돌을 나르는 작업임을 깨닫는다는 표제작에서처럼 다양한 사연을 아늑한 음조로 노래한다.남다른 교분을 쌓았던 요절 시인 박정만과의 만남을 반추하면서 그의 삶에 얽힌 진실과 거짓을 풀어가는 ‘전설과 진실’,나무장사가 되어 나타난 신학대학 선배를 보며 전공 공부보다 흘러간 유행가를 부르며 자유를 즐기던 추억을 떠올리며 삶의 유한성을 이야기하는 ‘봄날은 간다’…. 작가는 “물물의 핵심을 향해 똑바로 다가가 적확하게 무찌르기를 지향하는 시(詩)보다 때로는 핵심을 피해 스치듯 지나가는 짧은 순간 궁극적 실재를 투욱 건드리는 노래가 더 마음에 절실하게 묻어든다.”고 심경을 들려준다.계간 ‘문학과 사회’에 연재한 연작 4편을 담은 ‘내 시대의 초상’은 작품 곳곳에 작중 주인공이 들은 작은 이야기를 배치하면서 이야기꾼 이윤기의 미덕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작품. ‘샘이 너무 깊은 물’에서 작가는 옛 주인집 아들을 만나 열 다섯 처녀가 임금에게 샘물을 올리고 “나라는 지켜내지 못했다.샘물은 잘 지키거라.”는 말 한마디에 평생 샘을 지킨 일화를 소설 속 에피소드로 삽입해 민담이나 전설의 구수함을 작가 특유의 재담으로 현대적으로 되살려낸다. 또 마흔다섯에 유학갔다 만난 고교동기생 박한우의 떠돌이 삶을 소개하면서 프랑스 단편소설 ‘돌므 남작’이야기를 곁들인 ‘호모 비아토르’도 작가의 해박한 인문학적 지식과 유려한 문체에 힘입어 훈훈하게 다가온다. 이종수기자
  • 초대형 해외뮤지컬 한국무대 연쇄습격

    제2의 오페라의 유령’신화,과연 가능할까? 제작비 120억원,총매출액 192억원의 경이적인 흥행기록으로 국내 뮤지컬산업의 분수령이 된 ‘오페라의 유령’.그에 버금가는 초대형 해외 뮤지컬들이 속속 몰려와 국내 공연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뮤지컬제작사 제미로와 LG아트센터,설앤컴퍼니 등 ‘오페라의 유령’제작팀은 지난주 월트디즈니의 대작뮤지컬 ‘미녀와 야수’의 한국판 공연 제작발표회를 가졌다.이자리에는 월트디즈니의 공연부문 자회사인 브에나비스타시어트리컬의 토마스 슈마커 대표가 참석,공동제작에 대해 설명했다. 내년 8월부터 오픈 런(open-run,무기한)으로 LG아트센터에서 막올릴 ‘미녀와 야수’는 세계적인 애니메이션제작사 디즈니가 만든 첫 뮤지컬.1991년 아카데미상 음악상을 수상한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무대화한 작품으로,9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래 지금까지 전세계 20여개 도시에서 2400만명이 관람한 장기흥행작이다.이번 한국판 공연에는 사전제작비만 55억원이 투입되고, 공연기간을 감안할때 제작비가 100억원대로 늘어날 예상이다.오픈 런이기는 하지만 LG아트센터는 자체 일정에 따라 2005년 1월까지만 공연에 참여하고,이후에는 다른 공연장이나 지방 순회 등으로 짜여질 전망이다. 설앤컴퍼니의 설도윤대표가 프로듀서로 참여하는 한국판 ‘미녀와 야수’는 ‘오페라의 유령’과 마찬가지로 출연진만 우리 배우가 맡고,스태프진과 무대,의상,세트 등은 현지에서 공수된다. ‘오페라의 유령’‘캣츠’‘레미제라블’등 세계 ‘빅4’뮤지컬에 이어 최근 뮤지컬시장에서 가장 각광받는 디즈니의 작품까지 상륙함으로써 이제 국내 뮤지컬계도 본격적인 산업화의 길을 걷게 됐다.제미로의 문영주 대표가 “앞으로 디즈니와 확고한 파트너십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라이온킹’‘아이다’등 디즈니가 제작한 다른 대작들이 국내에 들어오는 것도 시간 문제로 보인다. 이미 티켓판매에 들어간 뮤지컬 ‘마마미아’역시 80억원 규모의 대작이다.내년 1월25일부터 13주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될 ‘마마미아’는 예술의전당과 신시뮤지컬컴퍼니,에이콤 3사가 공동제작한다. 이에 앞서 오는 11월15일부터 LG아트센터에서 막올릴 뮤지컬 ‘킹 앤 아이’도 ‘미녀와 야수’‘마마미아’에는 못미치지만 제작비 25억원의,꽤 규모있는 작품이다.오디뮤지컬컴퍼니, 제미로, 피닉스가 공동제작하고, 탤런트 김석훈,뮤지컬배우 김선경이 주연을 맡는다. 하지만 공연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대형뮤지컬 붐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실제 올해 공연한 SJ엔터테인먼트의 ‘싱잉 인 더 레인’(제작비 25억원)이나 ‘토요일밤의 열기’(30억원)가 기대이하의 흥행실적을 보이면서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다.뮤지컬전용극장 ‘팝콘하우스’를 인수하면서 야심차게 뮤지컬사업을 추진하던 SJ엔터테인먼트는 ‘싱잉…’의 실패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경제불황의 여파도 내년 대작 공연들의 성패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뮤지컬업계의 한 관계자는 “‘마마미아’나 ‘미녀와 야수’가 우리 뮤지컬 시장을 넓힌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갖고 있지만 워낙 경기가 안좋아 성공여부를 예측할 수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순녀기자 coral@ 제작 총지휘 토머스 슈마커 “디즈니가 만든 뮤지컬을 한국에 소개하게 돼 매우 기쁩니다.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인 사랑을 주제로 한 만큼 한국 관객들도 좋아할 것입니다.” 월트디즈니사에서 18년간 애니메이션과 뮤지컬 제작을 총지휘해온 토머스 슈마커(사진·45) 브에나비스타 시어트리컬그룹 대표.지난 8일 내한해 뮤지컬 ‘미녀와 야수’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그는 뮤지컬 ‘미녀와 야수’와 애니메이션의 차이에 대해 “기본적으로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무대화하는데 주안점을 뒀다.”면서 “단지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뮤지컬에서는 사람이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은 새롭게 창조했다.”고 설명했다. 디즈니 뮤지컬과 다른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차이에 대해서는 “인간의 보편적인 감성이라든가 풍부한 상상력 부분에서 강점이 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토이스토리’‘몬스터주식회사’‘포카혼타스’등 18편의 디즈니 애니메이션과,뮤지컬 ‘미녀와 야수’‘라이온킹’‘아이다’를 총괄 개발 제작한 인물로 현재 애니메이션 ‘타잔’과 영화 ‘메리 포핀스’의 뮤지컬 작업을 각각 필 콜린스,카메룬 매킨토시와 진행중이다. 이순녀기자
  • 수학 풀이법 정답은 없다 아이 방식대로 풀게 하라/‘왕수학’ 저자 박명전씨의 ‘수학아빠는‘

    부실한 공교육도,상업적인 사교육도 못믿겠다는 부모들이 많다.그래서 최근 부모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습방법 지도서가 연이어 출간되고 있다. ‘왕수학’교재로 유명한 박명전씨가 아이의 수학성적을 올리고 싶은 부모들을 위한 책,‘수학아빠는 수학을 가르치지 않는다’를 펴냈다.그런데 저자는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좋은 아빠’들을 향해 ‘아이를 끼고 가르치는 것을 그만두라.’고 말한다.더욱이 “식을 세워서 풀라.”고 강조하는 일반적인 부모들에게 “식으로 풀지 않고 직관이나 우연한 발상으로 문제를 맞힐 수도 있다.이런 우연조차 아이의 상상력과 이해력이 남다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라고 말하며 기존의 수학공부 방식을 버릴 것을 강조한다. 이 엉뚱한 충고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저자는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중 11년간 전국수학올림피아드에서 수학왕을 배출한 그 유명한 박명전씨가 아닌가.‘수학을 잘하면’ 학교가는 일이 즐겁고,수학을 잘하면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이 될 뿐 아니라 독창적이고,자주적이며 약속과 규범을 지키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한다.그렇기 때문에 수학은 즐겁게,자기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서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또 ‘진정으로’ 부모가 격려를 보내면 점차 아이는 성공의 경험을 늘려가고,만화책과 게임에 몰입하듯 수학에도 몰입한다고 말한다. “절대 아이들의 수학선생이 되지 말라.”고 말하는 박명전식 수학학습법의 비결은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문제)동물원에 가서 토끼와 오리를 세어 보았다.모두 합해 20마리였는데 다리의 개수는 48개였다.이중 토끼는 몇 마리인가? 부모라면 당연히 이렇게 풀 문제다.그러나 초6 이상,중2는 돼야 이런 방법을 채택할 수 있다. “이런 문제는 방정식으로 풀면 되잖아.”라고 저학년에게 말하는 것은 아무 소용없다. 풀이3)모두 오리라고 생각하면 2×20=40(개)다.그런데 다리가 48개인 이유는 토기가 있기 때문이다.토끼는 오리보다 다리가 2개씩 더 많으므로 (48-40)÷2=4(마리)다. 문제)높이가 같은 평행사변형의넓이와 직사각형의 넓이가 같다는 것을 증명하는 방법은? 보통 평행사변형의 한쪽 삼각형을 떼어내 이것을 반대편으로 옮겨 같은 직사각형을 만드는 방법으로 푼다.그러나 한 아이가 위아래가 뚫린 원통을 잘라보면 알 수 있다. 같은 원통을 직각으로 자르면 직사각형이 되고,사선으로 자르면 평행사변형이 된다고 답했다.물론 한치의 오차도 없는 답이다. 저자는 말한다.“수학문제를 푸는 방법에 정답은 없다.다만 많이 쓰는 풀이방법이 있을 뿐이다.사고의 폭이 깊고 창의적인 아이로 키우려면 초등학교 시절에는 자신만의 생각대로 답을 찾아내는 것이 좋다.”. 그 외에도 ‘수학공부의 가치에 대해 자녀와 대화하라.’‘부모부터 목표지향적인 삶을 보여줘라.’‘자기 일을 즐기는 아빠가 자식도 잘 키운다.’‘자녀의 질문을 엄마에게 떠넘기지 말라.’ 등 수학아빠의 행동강령도 따로 정리했다. 마치 담임교사가 아이 키우기의 지혜를 조목조목 구체적으로 짚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중앙M&B,8500원. 허남주기자 hhj@
  • 김영현·박노해·장정일·김영하…90년대 문학 ‘10년의 성찰’/신수정 첫 평론집 ‘푸줏간에 걸린 고기’

    “90년대 문학을 되돌아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제대로 이해받지 못한 자의 치욕스러움이다.” 흔히 90년대 문학의 특징으로 거대 담론의 실종과 내면세계로의 회피,서사구조의 상실,대중문화의 고고한 진군 앞에 ‘백기 투항’ 등을 거론한다.한마디로 ‘위기’라는 것.그러나 신예비평가 신수정(사진·38)은 이런 견해가 일면적이라고 일축한다.그가 낸 첫 평론집 ‘푸줏간에 걸린 고기’(문학동네 펴냄)는 90년대 문학에 대한 10년의 성찰이 담겨 있다. 93년 등단한 뒤 다작은 아니지만 예리한 시각의 글을 꾸준히 발표하면서 98년 고석규비평상을 수상한 그의 글모음은 ‘90년대 문학’을 위한 항변으로 읽힌다.그는 섬세한 살핌으로 김영현,박노해와 장정일,그리고 김영하에게서 90년대 문학의 징후를 읽어낸다. 그에게 김영현의 ‘벌레’는 한국문학이 이성에서 욕망으로 이동하는 맹아다.“이상과 당위의 열정으로 충만했던 이성적 주체로서의 인간이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육체적 존재에게 그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52쪽)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욕망’이 문학사에 떠오르는데,이를 반영한 작가는 박노해와 장정일.둘다 ‘인간=욕망하는 기계’로 규정하되 박노해는 ‘인간의 욕망’에,장정일은 ‘욕망의 인간’에 방점을 찍는다. 시집 ‘참된 시작’에서 박노해는 욕망을 넘어서는 인간의 힘을 강조하는데 견주어 장정일은 ‘내게 거짓말을 해봐’등 일련의 포르노그래픽 작품에서 인간의 모든 이성적 기획에 도사린 억압성과 무의미함을 포착한다는 것이다.지은이는 박노해와 장정일의 길을 ‘구도자와 유희자’라는 대조적 키워드로 정리한 뒤, 이들이 90년대 한국문학사에 욕망의 상상력을 보여주는 두가지 가능성이라고 평가한다. 논의는 더 나아간다.지은이는 이질적인 두 작가의 이면에 ‘계몽적 기획’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한다.기존 체제와 부딪힌 두 사람은 “현존 체제의 그물을 넘어 또 다른 욕망을 욕망한다”며 그를 ‘아버지 넘어서기 욕망’이라고 진단한다. 신수정이 ‘90년대 문학’이라는 보따리에 담는 마지막 작가는 김영하.그의 작품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프로이트의방법론으로 분석하면서,“자기 안의 남성성을 거세한 신인류 탄생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진단한다.결론은 “사회정치적 리비도를 내면화한 90년대 문학은 ‘푸줏간에 걸린 고깃덩어리’들이 구현하고 있는 쓸쓸한 신성을 통해 문명과 제도의 폭력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데 이는 새 인간형에 대한 갈망으로 귀결된다.”는 것. 지은이는 90년대에 매달린 이유에 대해 “문학청년 시기를 지나 본격적으로 사회·세계를 향해 발언한 시기가 90년대였는데 이 시기 문학 형태가 제 생각과 너무 닮았다.이 우연성을 필연적 이야기로 풀어보고 싶었다.” 그의 비평집은 90년대를 반추하는 메타비평에 머물지는 않는다.그는 박완서 등 원로작가는 물론 은희경 성석제 배수아 하성란 등 문제작 작가들과 윤효 김이태 등 숱한 신인작가의 세계에 밀도높은 비평의 거울을 비춘다.그가 말하는 문학의 새로운 출발을 보려는 듯. 이종수기자 vielee@
  • 스페인 방랑화가의 독특한 ‘원색 에너지’/29일까지 선갤러리 ‘에두아르도 우르쿨로’ 展

    파블로 피카소,호안 미로,살바도르 달리,후안 그리스,훌리오 곤살레스,파블로 가르가요,에두아르도 아로요,안토니 타피에스….20세기 현대미술을 살찌운 스페인 출신 작가들이다.스페인 출신 작가들의 특징이라면 가공할만한 에너지와 무한한 상상력,풍부한 감수성을 꼽을 수 있다.이같은 스페인 현대미술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은 또 한 명의 거장이 바로 에두아르도 우르쿨로(1938∼2003)다.그러나 그의 작품세계는 우리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측면이 없지 않다. 서울 인사동 선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에두아르도 우르쿨로’전(29일까지)은 그런 점에서 특별히 눈길이 가는 전시다.정물화를 중심으로 유화,드로잉 등 모두 56점이 출품된 이번 전시에서는 6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르쿨로의 작품세계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마지막 암소’‘신비한 테라스’‘시선’‘정물화’‘카페’ 등 대표작들이 망라됐다. 우르쿨로는 영원한 ‘방랑화가’다.그 자신이 여행을 무척 좋아해 스스로를 여행자 혹은 방랑자로 불렀다.우르쿨로는 “나의 의도는나를 다른 세계로 인도할 주제들을 계속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그 주제들이란 여행가방,모자,구두,재킷,우산,암소,기모노,엉덩이,두개골,뉴욕의 도시풍경 등 사뭇 독특하다.작가는 특히 마천루의 스카이라인,브루클린 다리 등 뉴욕의 풍경을 즐겨 그렸다.여행자가 낯선 도시에 도착했을 때의 느낌을 우수 깃든 화면에 담아냈다. 우르쿨로의 작품들은 미술사적으로 팝아트 양식에 가깝다.말기에는 큐비즘에 기울어 팝아트와 큐비즘을 결합한 ‘네오 큐비즘’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리듬감 넘치는 절제된 화면을 추구하는 그는 스페인의 전통적인 낭만주의적 특성에 따라 화려하고 강한 원색을 구사했다. 이번 전시는 아시아 순회전의 하나로 올들어 베이징,콸라룸푸르,상하이에서도 우르쿨로전이 열렸다.우르쿨로는 지난 7월 베이징 전시를 마치고 귀국한 직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전시에 맞춰 한국에 온 미망인 빅토리아 이달고씨는 “우르쿨로가 한국 방문을 고대했는데 갑작스럽게 사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02)734-0458. 김종면기자 jmkim@
  • 황산벌 / 계백 “황산벌 꼭 사수한당께” 김유신 “백제 함 붙어보자카이”

    영화의 상상력에는 마침표가 없다.660년.황산벌 전투에서 계백과 김유신 장군이 질펀한 사투리로 맞붙었다면 어떤 그림이 연출될까. 오는 17일 개봉하는 ‘황산벌’(제작 씨네월드)은 상상의 꽃이 만개한 한국영화의 기획력을 웅변하는 역사코미디다.지난해 할리우드 진출작 ‘찰리의 진실’을 선보였던 박중훈,‘와일드 카드’로 흥행배우 반열에 오른 정진영이 백제의 계백장군과 신라의 김유신 장군을 각각 연기했다. 신라와 당나라가 연합군을 결성해 백제를 공격하기 직전의 시점에서 영화는 왁자한 수다를 풀어놓는다.TV시트콤으로 코믹연기를 인정받은 오지명이 정치적 수세에 몰린 백제 의자왕 역.구부정한 자세에 눈을 위로 치뜬 채 호남사투리로 질펀한 욕지거리를 내뱉는 그의 연기가,사극의 심상찮은 코미디 강도를 예감케 한다. 그러나 섣부른 상상력으로 역사적 사실에서 적당히 코믹요소만 뽑아내고 얼버무릴 영화라고 넘겨짚었다간 오산이다. 당나라 사령관 소정방과의 협상에서 밀린 김유신 장군은 서해 덕물도 앞바다까지 조공을 운반해야 하고,백제군과의 정면대결은 불가피해진다.의자왕의 간청으로 황산벌 사수에 나선 계백장군과 대립구도를 이루면서 영화는 조금씩 정색을 하기 시작한다. 영화의 가장 큰 장기는 생생한 영·호남 사투리로 탄력을 받은 ‘입담’이다.“거시기혀야겄다.”“거시기할 때까지 갑옷을 거시기한다.”식의 암호 같은 사투리 대사들이 영화의 온도를 높이는 데 주효했다. 두 장군 진영의 갈등이나 전투의 비극상황에 감상의 주파수를 맞추기보다는 자꾸만 배우들의 ‘입’만 쳐다보게 된다. 아쉬운 대목도 눈에 띈다.특히 박중훈·정진영의 ‘투톱’구도를 그리려 했으되 내용상으로는 드라마의 구심체 역할을 제대로 못해 캐릭터들 비중이 지나치게 분산된 느낌이 든다.계백 진영의 이름없는 병졸 ‘거시기’역을 맡은 조연 이문식이 오히려 더 강렬한 이미지로 기억될 정도다. 주변 캐릭터들은 꾸준히 코믹한 상황을 엮어가는데,언제나 혼자만 심각해뵈는 계백의 캐릭터는 물위의 기름처럼 빙빙 겉돈다. 황산벌 세트나 전투장면 등 사극으로서의 외형적 스케일은 크다.옥신각신 패를 나눠 주고받는 병사들의 욕싸움 등 잘게 쪼개진 에피소드들은 충분히 유쾌하다. 하지만 선굵은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했음에도 끝내 감동의 부피가 기대치에 못 미치는 건 왜일까.수많은 캐릭터들이 선악의 개념없이 일직선상에 나열되는 것도 약점인 듯하다. 황수정기자 sjh@
  • 쿠체 문학세계/남아공 쿠체 노벨문학상 수상 인종문제·제국주의 비판

    존 맥스웰 쿠체는 194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우스터에서 네덜란드계 백인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남아프리카와 미국에서 수학,컴퓨터,언어학,문학 등을 공부한 그는 세계문학계에서 “지적인 힘과 균형적 스타일,역사적 비전과 윤리적 통찰력을 독특한 스타일로 통합시킨 작가”로 통한다. 영어로 교육을 받은 그는 7편의 소설로 영국의 권위적인 ‘부커상’ 사상 처음으로 두 차례 수상자가 되는 등 주요 문학상을 휩쓸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주요 작품으로는 국내에 번역 출판된 ‘추락’‘페테르부르크의 대가’‘야만인을 기다리며’와 ‘철의 시대’,‘포’‘더스크랜즈’ 등이 있다.작품을 내는 족족 “내용과 형식면에서 기존 범주에 도전하면서 새 영역을 개척한다.”고 호평받았다.케이프타운 대학 석좌교수인 그는 부커상 수상작이자 대표작인 ‘마이클 K의 삶과 세월’ ‘추락’에서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인종차별과 성 문제를 창의적 소설기법에 담았다. 2000년 국내에 소개된 ‘추락’은 그의 문학세계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이 작품은 흑백의 공존이 구호만으로는 안 된다는 작가로서의 문제의식을 형상화했다.흑인에게 정권이 넘어간 뒤 남아공화국 한 백인교수의 치욕스러운 추락 과정을 조명하면서 진정한 화해를 위해서는 백인의 무한한 자기 반성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인종 문제에서 싹을 보여준 폭력과 억압에 대한 쿠체의 비판의식은 타깃을 제국주의로 넓히면서 보편성을 담보한다.최근 소개된 ‘야만인을 기다리며’(들녘 펴냄)에서 쿠체는 남아프리카라는 공간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는데 이는 제국주의-식민지주의자 사이에 나타나는 폭력과 억압이 특정한 시대와 장소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작가의식을 투영한 것이다. 쿠체의 작품세계는 리얼리즘보다는 반리얼리즘 혹은 포스트모더니즘 계열로 분류된다.국내에 소개된 또 다른 작품 ‘페테르부르크의 대가’(책세상 펴냄)가 이를 잘 보여주는데,이 작품에서 그는 도스토예프스키를 사악한 인물로 묘사하면서 역사와 허구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그는 또 어떤 경우에도 타협하지 않는 작가로도유명하다.‘페테르부르크의 대가’가 그런 특징을 압축하고 있는데,감상을 철저히 배제하고 현실을 바라보는 등장인물에는 그의 창작방법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국내에 쿠체 작품을 주로 소개해온 왕철 전북대 영문과 교수는 “그의 작품은 반리얼리즘적 소설이어서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야 맛을 알 수 있다.”며 “주로 단문을 사용하지만 그 속에 깊은 사유와 해석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같은 남아공 작가로서 노벨상을 수상한 나딘 고디머는 그의 작품세계를 “종달새처럼 날아올라 매처럼 쳐다보는 상상력을 갖고 있는 작가”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종수기자 vielee@
  • 마포 ‘거리 미술전’/오늘부터 홍대앞에서

    마포의 문화 향기를 알리는 ‘거리 미술전’이 1일부터 5일까지 홍익대 일원에서 열린다. 마포구(구청장 박홍섭)가 후원하고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이 주관하는 이번 거리미술전은 ‘상상권 회복운동’을 주제로 다양한 전시,문화행사가 펼쳐진다.기존 거리미술전이 아이들과 학생들 중심으로 진행된데 비해 이번은 부모와 어르신들도 마음껏 참여할 수 있는 전시공간으로 꾸민 것이 특징이다. 홍대앞 큰 거리에서는 주제별 기획전이 열리고,걷고 싶은 거리에서는 점점 획일화돼 가는 현대인들의 삶에 대해 관객들과의 의사소통을 시도하는 작가들의 상상력을 보여준다. 시장통 골목에서는 시장에 대한 추억을 소재로 벽화를 제작하고 홍대지하철역 내부통로에서는 비디오 아트 등으로 단편영화,뮤직비디오,애니메이션 등을 상영한다. 홍대앞은 화방,미술학원,작가스튜디오,갤러리,소극장,전시장 등이 밀집돼 있고 다양한 공연과 전시문화들이 상시 열려 창조성과 실험성이 넘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이동구기자
  • 새 작품집 낸 중견 VS 신인 정길연 - 정이현 대담

    등단 19년 만에 “이제 소설이 뭔지 알 것 같다.”는 작가 정길연(42)과 첫 작품집을 내고 “아직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신인 정이현(31)이 28일 만났다.비슷한 시기에 작품집을 낸 여성작가란 사실 하나만으로 통한 것일까.장편 6편에 두권의 작품집에 이어 세번째 작품집 ‘쇠꽃’(문이당)을 낸 농익음과 지난해 등단한 뒤 ‘낭만적 사랑과 사회’(문학과지성사)를 갓 구워낸 풋풋함은 첫 만남이란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도란도란 정담을 일구었다.말문을 연 것은 선배.후배의 ‘첫 출산’을 축하한 뒤 문학입문 과정을 이야기한다. 연:정외과(성신여대)를 졸업하고 문예창작과(서울예대)로 재입학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야.그 전문성은 소설의 자양분이거든.나처럼 바로 문창과(서울예대)에 들어간 경우엔 때로 문학 자체의 세계에 갇힌다는 한계를 실감할 때가 있거든. 현:든든한 힘이 되네요.사실 ‘작가 오정희’론을 펼치는 20살 동기들을 보며 ‘난 저 나이에 뭐했나.’하며 기죽기도 했거든요. 연:아니야.40대쯤되면 그 모든 걸 소설이란 용광로에 녹일힘이 생겨.소설가는 장거리 주자이거든. 다리도 놓을 겸 살짝 끼어들어 작품집 낸 소감을 물었다. 연:이제 작품집 낸 기분이 뭔지 알겠어요.등단 이후 정신없이,그저 작가이기에 쓴다는 관성에 등 떼밀려온 느낌이었거든요. 현:일단 기쁘고 설렙니다.교정지 넘긴 이후 ‘붕’ 떠있었어요.막상 책이 나오니 ‘진짜 독자’를 만난다는 부담도 들고요. 두 사람은 대담 제의를 받은 뒤 촉박한 일정을 쪼개 서로의 작품을 읽었다.그 발품에 힘입어 상대 작품에 대한 덕담과 조언을 주고받았다. 연:문단에는 선,후배가 없어요.무서운 신인작가 많아요(웃음).문체만 있고 내용이 빈약한 작가들이 꽤 있어 걱정했는데 이현씨는 ‘트렁크’나 ‘무궁화’등의 작품에서 보듯 발랄함과 정통적 기법을 겸비해 인상적이었어요. 현:그저 학교서 받은 수업에 충실하면서 제 주위 이야기를 담으려 한 것입니다.선배님 작품을 계속 읽은 편인데 장편 ‘종이꽃’에서 이번의 ‘쇠꽃’ 사이에 즉,한없이 연약한 종이가 단단한 쇠가 되는 과정에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연:큰 변화는 없어요.다만 개인적 환경변화에 따라 공중의 상상력이 땅에 뿌리내리면서 굳게 박혔다는 느낌,혹은 작가로서 배수진을 쳤다는 생각이 드네요. 얼핏보면 군더더기 없는 구성과 정제된 문체로 느릿느릿 걸어온 선배와 재기발랄한 문체로 ‘쌩’달리는 후배의 작품세계는 달라보인다.그러나 둘의 소설관은 딱 맞아떨어진다.“독자에게 늦게 들킬수록 작가로서는 더 좋은 고도의 사기극”이라는 선배의 말에 후배는 “어머,놀랐어요,전 작품집에서 소설이 ‘짝퉁’(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 물건)이라고 썼거든요.”라고 맞장구친다. 하지만 ‘있음직함’을 그리는 방법은 달랐다.“둘다 동시대 여성의 질곡을 다뤘는데 저는 사회에 초점을 두었는데 선배님은 개인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 본다.”는 후배의 정리에 선배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금까지 모세혈관에서 찾은 문제점을 대동맥에 연결시키는 게 과제”라고 말한다.이어 “이현씨도 언젠가 그 역의 작업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장편 쓰는 풍경,첫 작품집 이후 짐벗기 등 아직 ‘형태가 갖춰지지 않은’ 후배의 질문은 이어졌고 그럴 때마다 선배는 자신의 경험을 자상하게 들려주었다. 이종수 기자 vielee@ 정길연‘쇠꽃’ 잘짜인 구성과 시처럼 절제된 문체,생생한 대사가 8편의 작품에 빛난다. 기막힌 반전을 숨기며 유부남인 친구 오빠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키우는 주인공과 어머니의 2대에 걸친 기구한 인생을 담은 ‘연’을 비롯,애인과 공모하여 초호화 양로원 노블 팰리스에서 수발들던 할머니의 차를 훔친 뒤 그에게 버림 받은 이야기를 다룬 표제작 등 질곡과 싸우기보다는 숙명적으로 안고가는 여인들의 한많은 사연을 촘촘히 엮었다. 정이현 ‘낭만적 사랑과 사회’ 여러 유형의 영악한 여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경박한 세태를 조명한 작품집. ‘결혼=인생 최대의 도박’이라 여기는 깜찍하고 도발적인 주인공의 남자 관계를 소재로 성 풍속도를 스케치한 표제작을 비롯, 8편을 담았다.남편과의 세차례 사별에 원인을 제공한 듯한 여성(‘순수’),자신의 출세를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는 화장품 회사 중견 간부(‘트렁크’)등악마적 주인공이 많이 등장하는데 작가의 초점은 그런 인물을 낳은 사회를 까발리는 데 있다.
  • 책꽂이

    ●아무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인 나(최승호 지음,열림원 펴냄)77년 등단 이후 활발한 시작 활동으로 ‘오늘의 작가상’‘김수영문학상’ 등 숱한 상을 받은 시인의 11번째 작품집.시인은 “문을 열 때마다 낯설고 놀라운 풍경이 눈앞에 처음 펼쳐지는 것처럼 쓰고 싶다.”고 고백한다.6000원. ●파랑초(채정은 지음,모아드림 펴냄)83년 등단,진보적 동인지 ‘제3의 시’에서 활동하던 시인의 두번째 시집.84년 발표한 연작시 ‘광야를 건너면’을 비롯,사랑과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5500원. ●디아볼루스 인 무지카(얀 아페리 지음,신미경 옮김,문학동네 펴냄)프랑스 문단에서 주목받는 젊은 작가의 세번째 장편.폭력적인 술주정뱅이 아버지에게서 자란 주인공이 마을 교회의 오르간 연주자의 보살핌 아래 성장하면서 음악가로서의 소명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다뤘다.8800원. ●수목한계선(정군칠 지음,현대시 펴냄)97년 늦깎이로 등단한 시인의 첫 작품집.제주에서 살면서 발길 닿은 유적지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광에 시적 상상력을 불어넣어 서사적 의미를 복원하고시인으로 깨어 있으려는 ‘서늘한 정신’을 들려준다.6000원. ●되풀이(알랭 로브그리예 지음,이상해 옮김,북폴리오 펴냄)‘누보 로망의 기수’로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작가가 여든살에 낸 장편.이전 발표한 모든 작품의 묘사와 구성요소를 되풀이하지만 그 조각을 모아서 새 창조물을 낳는다는 평을 받음.9000원. ●채털리부인의 사랑(D H 로렌스 지음,이인규 옮김,민음사 펴냄)노골적 성묘사로 출간직후 출판금지 조치와 해적판 유통으로 훼손된 원작을 완전 복구한 작품.외설·성적 탐닉이란 외적 평가 이면에 육체를 말살시키는 산업사회에 대한 작가의 비판의식을 되새겨볼 만.모두 2권,각권 7500원. ●치아 소중한 그대(김관식 지음,창조문학사 펴냄)현직 치과의사가 낸 첫 작품집.사랑 니와 잇몸 수술 등을 소재로 자신의 치료 과정을 시적 감수성으로 빚었다.6000원. ●비키니를 입은 공룡(홍종화 지음,찬섬 펴냄)유부남과의 사랑,계약 결혼 등을 소재로 욕망 덩어리의 사회를 ‘성’중심으로 파헤친 작품.2002년 등단한 작가가 ‘성’이 가족이라는 제도와부딪치면서 빚는 마찰음을 다루었다.9000원.
  • [21세기 한국을 읽는다]시리즈를 마치며

    지난 7월18일 ‘북의 최인훈’을 시작으로 일성을 터뜨린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방민호 교수가 만난 문학지성’ 시리즈가 25일 ‘남의 박경리’를 끝으로 막을 내립니다. 현재를 전환기 혹은 과도기라고 합니다.낡은 것과 새것이 공존하는,완전히 낡지도 전적으로 새롭지도 않은 이 ‘지나가는 시대’는 그래서 혼란스럽습니다.이번 시리즈에서 우리 시대의 대표적 문학지성 10인이 들려준 목소리는 사회 여러 분야에 나타나는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할 패러다임이나 그 단초가 될 것입니다. 이 작업은 그 발판이 문학이기에 가능했을지 모릅니다.문학은 사회문제·철학·역사·경제·정치 등 모든 것을 끌어안기 때문입니다.무엇보다 문학은 총체적 삶에 관한 것으로서 삶의 본질을 다룹니다.그래서 늘 시대정신의 진실을 추구하고 억압과 질곡과 싸워왔습니다. 시리즈에 참가한 10명의 문학지성들은 평생동안 문학이란 넓고 깊은 사색의 바다에서 닦아온 지혜로 혼미한 시대를 헤쳐나갈 고견들을 들려주었습니다.한 분야에 일가를 이루면다른 분야가 보인다는 말이 있듯 당대 최고의 문학지성들의 화두는 단순히 문학 그 자체에 멈추지 않고 시대의 본질을 꿰뚫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나아가 차가운 이성만으로 무장하다 보면 자칫 딱딱하고 난해해지기 쉬운 사상이나 분석틀을 문학 특유의 상상력과 감성으로 부드럽게 감싸주면서 이해하기 쉽게 들려주었습니다. 그 속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사의 흐름을 진단한 뒤 현실적 과제로 젊은 세대들의 자율과 자유의지를 강조하는 원로 소설가의 화두를 접했습니다(최인훈).세계의 관심이 언어와 문화로 이동하고 있다며 동북아시아 전체를 하나의 문화틀로 보라는 당대 최고의 평론가의 당부도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김윤식).동서고금 사상을 넘나든 뒤 ‘붉은악마’와 ‘촛불 시위’에서 새세대의 문화적 창조의 싹을 보는 논리는 황홀했습니다(김지하). 한 우물만 파고 한 마리 토끼만 쫓으라는 기존의 사고방식을 뒤흔든 문명비평가의 발상의 전환(이어령),시대를 초월하여 중심을 잡아야 하는 지성의 역할을 강조한 비평가의 낮지만 소중한의견(김우창),새로운 의미의 민중이 존재하기에 여전히 평등의 가치를 되새겨야 한다는 시인의 충고(신경림),남북한 문제를 형과 아우로 비유하며 보듬고 가야 한다는 소설가의 진단(현기영) 등 현대의 혼란한 항해를 비추는 등불은 시리즈 어느 곳에서나 발견됐습니다. 우리가 만난 문학지성은 자신의 방법론에 바탕하여 늘 새로운 삶의 방식과 해석을 꿈꾸고 있었습니다.그것은 제 자리에 머무는 게 아니라 앞으로의 세계와 가능성의 그림을 그리는 문학의 정신이기도 했습니다.시리즈를 마치며 온고지신(溫故知新)을 다시 한 번 생각합니다. 혼돈의 시대일수록 연륜에서 묻어나는 지혜로움이 빛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바쁘고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에 응해주신 문학지성과 그들의 값진 말씀을 하나라도 더 담기 위해 동분서주한 방민호 교수의 노고가 없었다면 이 시리즈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독자 여러분께도 그동안 뜨거운 호응을 보여주신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이종수기자 vielee@
  • ‘스캔들‘ 어떤 영화/방탕한 선비 ‘은밀한 게임’ 뒤끝은…

    점잖은 대갓집 양반이라고,규방을 지키는 천하의 정절녀라고 원초적 본능이 없었을까.‘정사’를 연출한 이재용 감독의 멜로사극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제작 영화사 봄·새달 2일 개봉)는 바로 이 지점에 주춧돌을 놓고 출발했다. 미지의 드라마를 상상력으로 개척해 나가는 것은 영화보기의 큰 즐거움 중 하나.그런 점에서 감독은 대단한 위험수를 뒀다.그러나 모험은 성공한 듯하다.시간배경만 조선시대로 바꿨을 뿐 빤히 알려진 줄거리에 충실했는데도 온통 새 작품 같은 신선함이 느껴진다.각본도 감독이 직접 썼다. 과거에 급제하고도 풍류에 빠져 사는 방탕한 선비 조원(배용준)과,그가 ‘누님’이라 부르는 내연의 여자이자 명문가의 정실부인인 조씨부인(이미숙)이 은밀한 게임을 시작한다.천하의 바람둥이 조원이,얼굴 한번 못본 남편을 잃고도 꼿꼿이 수절하는 소문난 정절녀 숙부인(전도연)을 유혹할 수 있을지 ‘능력’을 시험키로 한 것. 영화는 세 사람이 주인공인 사랑게임에 주변인 몇몇을 거멀못으로 엮어넣어 에로물의 단순함을 극복하려했다.조씨 부인의 덫에 걸려드는 청춘남녀 인호(조현재)와 소옥(이소연)이 그들.조씨 부인은,남편이 소실로 들이려는 꽃다운 소옥을 좌의정의 아들 인호와 의도적으로 맺어줌으로써 남편에게 복수하려 한다. 영화 전편에 떠도는 주제어는 질투와 욕망,억압이다.거침없이 발산되는 조원의 정복욕,은밀하고 간교한 조씨 부인의 질투심,인습에 얽매인 숙부인의 도덕적 강박 사이를 영화는 쉼없이 줄타기한다. 이미숙이 치맛자락 밖으로 감질나게 내미는 버선코,극도로 폐쇄적인 전도연의 옷매무새 등에서 역설적이게도 아찔한 욕망이 스며나온다.“당시대에 일반화했던 억압의 이미지로 에로티시즘을 극대화하고 싶었다.”는 감독의 계산은 잘 맞아떨어졌다.철저히 고증된 복식과 소품들을 과감히 클로즈업하는 화면이,백지위에 뚝뚝 떨어진 선혈처럼 강렬하고 인상적이다. 황수정기자
  • 책꽂이

    ●당신의 저녁(정인 지음,문학수첩 펴냄) 2000년 ‘21세기 문학상’신인상 수상작가의 첫 작품집.표제작 등 11편의 작품에서 1차적 관계인 ‘가족’이 안온함이 아니라 이익을 놓고 갈등하는 곳으로 변한 현대사회의 모습을 그리면서 의사소통 회복의 필요성을 강조.8500원. ●죽은 올빼미 농장(백민석 지음,작가정신 펴냄) 일탈적 상상력이란 지평을 일궈온 작가의 9번째 작품.도시적 감성의 대중가사 작사가인 주인공의 일상과 그가 농장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메마른 아파트 세대의 정신세계를 형상화.7000원. ●일찍 늙으매 꽃꿈(이선영 지음,창작과비평사 펴냄) 90년 등단한 시인의 네번째 작품집.“네 몸 하나가 내 두눈의 천체(天體)가 된다”(‘내가 읽고 또 읽는 너의 몸’)는 말처럼,절묘하게 압축한 ‘몸’주제의 시 61편으로 세계와 시적 자아의 혼일을 노래.6000원. ●사라진 나라를 꿈꾸다(정상현 지음,모아드림 펴냄)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고 식물인간이 된 뒤 12년째 투병생활을 하는 시인의 두번째 작품집.자신의 상황을 노래한 ‘실명’등 시인이“재활의 메신저”라는 작품 50편을 담았다.5500원. ●독일문학의 깊이와 아름다움(정서웅 지음,민음사 펴냄) 30여년간 독일문학을 연구한 저자가 쉬운 글로 들려주는 독일문학.자신의 전공인 헤르만 헤세를 비롯,괴테,토마스 만,고트프리트 벤 등의 작가론과 동독문학론 등을 담았다.1만 5000원. ●복제인간(로빈 쿡 지음,공경희 옮김,열림원 펴냄) 의학스릴러의 대명사로 통하는 작가의 21번째 소설.큰 돈을 받고 난자기증수술을 받은 주인공이,그 난자가 인간복제 프로젝트 실험에 쓰인다는 것을 알고 그 비윤리성과 싸운다는 내용.모두 2권,각권 8500원. ●영원한 이방인(이창래 지음,정영목 옮김,나무와숲 펴냄) 절판된 ‘네이티브 스피커’를 내용·형식 모두 새롭게 꾸민 작품.미국사회의 특수한 용어에 대한 설명을 첨가하는 등 역자가 1년6개월간 새로 번역했다.1만원. ●야만인을 기다리며(존 쿳시 지음,왕은철 옮김,들녘 펴냄) 영국 부커상을 처음으로 두차례나 받은 작가의 장편.제국주의자들이 야만인들에게 가하는 고통과 폭력을 고발해온 작품세계는 여전.자신도 모르게 제국 이데올로기에 전염됨도 지적.1만원.
  • 가을밤 별의 비밀 캐봐요/마포구 무료천체강좌 참가자 모집

    도심속 주민자치센터에서 가을 하늘의 별을 관찰한다. 마포구(구청장 박홍섭) 아현3동사무소는 다음달 1일부터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에 ‘어린이 우주과학 여행’ 강좌를 개설하고 오는 30일까지 참가자를 선착순 모집한다.3개월 과정으로 ▲밤하늘과 친구하기 ▲길잡이별을 따라 찾는 별자리 ▲혜성과 별똥별의 비밀 ▲블랙홀 여행 등 매주마다 12개의 서로 다른 주제별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강의는 ‘현암 I별학교’에서 진행되는 데 전임강사와 멀티미디어 영상자료 등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 별자리에 얽힌 전설 등 궁금증을 해결해주기에 충분하다.특히 강의실 옥상에는 천체망원경까지 갖추고 있어 도시 어린이들이 밤 하늘 별자리를 보며 상상력을 키우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모집인원은 15명이며 수강료는 없다.393-1911. 이동구기자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