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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술 비타민] 시작이 반인데…/노병곤 문학박사·’글과 생각’ 송파캠퍼스 원장

    [논술 비타민] 시작이 반인데…/노병곤 문학박사·’글과 생각’ 송파캠퍼스 원장

    (가)와 (나)의 지문을 읽고 사이버 세계의 유용성에 관한 글쓴이의 입장을 정리한 후,이에 대해 가능한 반론을 제시해 보시오.(이화여자대학교 2004학년도 논술 모의시험 문제,인문·자연계열 공통) ●제시문(가) 인간은 새로운 우주론 덕택에 무지의 암흑에서 진리의 찬란한 빛으로 진보했다.우주의 진정한 체계가 발견됨에 따라,인간은 마침내 자신이 우주 내의 어느 곳에 서있는지 알게 되었다.태양이 지구를 대신하여 행성체계의 중심에 들어선 것과 마찬가지로,과학 역시 신학을 물리치고 인간의 지식체계의 중심을 차지했다.이제 인간의 정신이 진정한 빛의 근원을 탐구하게 되면서,진리를 향한 끝없는 도약이 미래를 가득 채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현대 우주론의 엄청난 성과에도 불구하고,서구는 철저한 물리주의의 길을 따라 내려오는 동안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것을 또한 잃어버렸다.현대 우주론이 성공을 거두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공간의 동질화로 인해 영혼 또는 정신의 공간이 우리의 세계관에서 추방되어버린 것이다.동질적인 공간은 오직 한 종류의 실재만을 수용할 수 있었다.즉 과학적 세계관에서는 물질의 물리적 실재만이 존재했다.중세 우주론에서 육체와 영혼은 공간이 비동질적이라는 믿음 때문에 공존할 수 있었다.반면에 근대의 우주론자들은 지구 공간과 천체 공간의 중세적 구분을 폐기함으로써 실재를 고전적인 육체-영혼 이항체계의 절반으로 축소시켰다.게다가 물질 공간이 무한으로까지 일단 확장되어버린 다음에는,어떠한 형태로든 영혼 공간이 들어설 수 있는 자리는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좀더 적나라하게 말해서,근대 우주론의 무한 공간에는 ‘영혼’이니 ‘정신’이니 하는 것들이 존재할 장소가 전혀 없었다.중세의 우주에서 영혼의 장소는 항상 ‘너머’였다.중세에는 우주가 유한하다고 믿었으므로,적어도 비유적으로라도 물질세계의 바깥에 영혼의 자리가 충분히 남아 있다고 상상할 수 있었다.그러나 물질의 세계가 무한한데 영혼의 세계가 어떻게 가능하겠는가?물질세계의 한계가 없어짐으로써 기독교적인 영혼의 세계는 우주로부터 삭제되었다.이러한 삭제는 서구를 정신적 위기에 빠뜨렸으며,우리는 그 여파 때문에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다. ●제시문(나) 사이버공간은 빅뱅에 견줄 만한 기하급수적인 힘으로 현재 우리 눈앞에서 폭발하고 있다.우주론자들은 우주의 물질 공간이 약 150억 년 전에 무에서 폭발하여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하는데,사이버공간도 역시 무에서 시작되었다.현재 우리는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공간,새로운 영역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다.서로 연결된 전 지구적 컴퓨터 네트워크 공간은 이전과 다른 영역으로 팽창하고 있다.물질공간처럼,이 새로운 사이버공간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면서,끊임없이 팽창하고 있다.매일 수천 개에 달하는 새로운 노드 혹은 ‘사이트’들이 인터넷과 관련 네트워크에 추가되고 있으며,이러한 새 노드를 통해서 사이버공간의 전체 영역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모든 사이트들은 동시에 여러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 나가는 웹의 복잡한 미로 안에서 서로 연결된다.1998년 중반 현재,정기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의 수는 1억 명에 이르고 있다.그리고 다음 10년 동안에는 10억 명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된다.이미 3억 페이지가 등록되어 있는 월드와이드웹은 최근 들어 하루에 백만 페이지씩 성장하고 있다.무에서 시작한 지 약 30년 만에 사이버공간은 인간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토’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매우 중대한 의미에서 새로운 디지털 공간은 물리학이 탐구해온 공간 ‘너머’에 있다.왜냐하면 사이버 세계는 물질의 소립자나 힘이 아니라 비트와 바이트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데이터 패킷은 사이버공간의 존재론적 토대이며,전 지구적 현상이 ‘출현하는’ 근원이 된다.사이버공간은 물질의 소립자나 에너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좀더 명확하게 말해서,그것은 한마디로 혁명적인 공간이다.사이버공간은 존재론적으로 물리적 현상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물리학 법칙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그러한 법칙의 한계에 의해 제한되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러한 발전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어떤 의미에서 실리콘 칩은 우리를 형이상학적 통로로 이끈다.한 웹사이트에서 다른 웹사이트로 여행하는 나의 ‘운동’은 어떠한 역학 방정식으로도 설명될 수 없고,내가 활동하는 온라인 공간은 어떠한 물리적 미터법으로도 측정할 수 없다.여기에서 ‘공간’의 개념 자체는 지금까지 거의 이해된 바 없는 새로운 의미를 띠게 된다.역설적이게도,사이버공간은 물리학적 과학기술의 부산물이다.실리콘 칩,광섬유,액정화면,원격통신위성,심지어는 인터넷에 동력을 공급하는 전기까지,이 모두가 과학의 부산물이다.하지만 사이버공간이 물리학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그것은 순전히 물리주의적인 실재관에 얽매이지는 않는다. 소위 ‘과학의 시대’에 우리들은 철저히 물리적인 공간의 개념에 길들여져서,사이버공간을 진정한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데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그러나 내가 사이버공간에 ‘들어갔을 때’,나의 몸은 의자에 편하게 앉아 있지만,‘나’는 자체적인 논리와 지형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세계로 송신된다.분명히 그것은 내가 물질세계에서 경험하는 그 어떤 것과도 다른 종류의 지형이지만,그것이 물질적이지 않다고 해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즉,어떤 것이 물질적이지 않다고 해서 그것이 실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물질성의 결여에도 불구하고,사이버공간은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이다.나는 거기에 있다.우리는 사이버공간을 순전히 물리주의적인 세계상에서 거부당한 인간의 비물질적 측면을 부분적으로나마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사이버공간은 정신을 위한,특히 상상력을 위한,새로운 영역이 되었다. 1.사오정 고민하다 오늘은 저팔계가 사오정에게 여자친구를 소개시켜주기로 한 날.‘얼른 공부하고 놀아야지.’ 둘은 마음이 들떠 있었지만 대입 논술시험이 가까워진 터라 열심히 문제를 풀었다. 자리에서 먼저 일어난 사오정의 답안지를 읽어 내려가던 삼장 선생의 얼굴색이 변했다.“사오정! 너 정신이 딴 데 가 있구나.그러고보니 잔뜩 멋을 부리고 왔구나.무슨 일이냐.” 사오정은 소개팅을 하는 날이라 좀 멋을 부렸다고 했다.“허허! 이 녀석이….” 이어 저팔계의 답안을 받아 본 삼장 선생은 “사오정아,밖에 나가서 저팔계의 답안을 자세히 읽어 보고 네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스스로 생각해 보아라.” 2.저팔계,함께 고민하다 밖으로 나간 둘은 풀이 죽어 있었다.‘빨리 끝내고 가야 하는데….’ 저팔계가 한숨을 쉬었다.“삼장 선생님이 왜 화를 내셨는지 좀 보자.” 둘은 답안을 비교해 보기 시작했다.‘전체 방향이나 내용은 별로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저팔계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아! 알 것 같다.서론 때문에 화가 나셨나 봐.왜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썼니? 본론에서 다룰 내용을 제시했네.” “왜? 할 얘기만 하면 되는 거 아냐? 어차피 그 얘기를 하려는 거잖아.급한 마음에 할 얘기만 쓰자고 생각하기는 했지만,그게 그렇게 잘못한 건가? 어차피 서론이나 결론은 형식적인 거잖아.” 사오정은 고개를 갸우뚱했다.“이러지 말고 삼장 선생님께 가서 여쭤 보자.” 팔을 잡아끄는 저팔계를 따라 사오정은 삼장 선생에게 갔다. 3.논달선생 삼장 꾸짖다 “그래 뭐가 문제인지를 알아냈느냐?” 사오정과 저팔계는 서론 때문인 것 같기는 한데,정확히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제대로 찾기는 했구나.사오정아! 네가 오늘 이렇게 멋을 낸 이유가 뭐지?” “여자친구에게 첫인상을 좋게 보이려고….” “왜 첫인상을 좋게 보이려고 하지?” “그야 첫인상이 좋아야 호감도 생기고,나중에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도 들고….” 사오정은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삼장 선생은 갑자기 껄껄 웃으면서 “첫인상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고 있느냐? 사오정아! 네가 오늘 쓴 답안은 첫인상이 나쁜 답안이다.여자 친구에게 좋은 첫인상을 주는 것만큼이나 논술 답안도 첫인상이 중요하다.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논술의 첫인상은 어떻게 결정되나요? 글씨를 잘 써야 하나요?” 다소 엉뚱한 사오정의 물음에 삼장 선생은 껄껄 웃으시면서 “이 녀석이 옷차림에 신경을 쓰더니 외적인 형식만 생각을 하는구나.하긴 네 말도 일리가 있구나.글씨도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하지만 역시 논술 답안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부분은 서론이다.그런데 오늘 너의 서론은 좋은 인상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나쁜 인상을 주고 있으니 없느니만 못하다.서론은 눈에 가장 잘 띄는 답안의 첫 부분에 위치하고 있고 누구나 가장 먼저 읽어보는 부분이기 때문에 읽는 사람의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참신하고 매력적으로 작성해야 한다.네가 여자 친구에게 호감을 사고 나중에라도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려는 것처럼,서론도 네가 작성한 본론을 호감을 갖고 읽고 싶게끔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듣고 여자친구만 신경 쓰지 말고 네 논술의 첫인상을 좋게 하도록 해라.” 4.삼장 핵심을 찌르다 일반적으로 글의 서두는 독자의 주의를 끌어들이고,그 글의 내용을 예견하게 하며,주제의 방향을 제시하는 부분이다.특히 논술 답안에 국한시켜서 말하면 서론은 읽는 이의 관심이나 호기심을 논제로 모을 수 있도록 하고 글쓴이의 문제 의식을 잘 나타낼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 논술의 서론은 일반적으로 관심 유발,문제 설정,문제 제기의 3부분으로 구성하면 무난하다.서론의 첫 부분에서는 읽는 사람의 관심과 주의를 끌 수 있는 내용을 제시하고,둘째 부분에서는 앞에 서술한 내용의 요점과 핵심을 추출하여 문제의 범위나 방향을 한정하고,셋째 부분에서는 앞 부분의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논제나 쟁점이 무엇인지를 제시하면 무난한 서론 구성이라 할 수 있다.물론 형식적으로 꼭 구분돼 제시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용적으로는 세 가지 면에서 모자란 점이 없는 것이 바람직하다.아래의 예를 보자. 사이버캐릭터,사이버머니,이른바 사이버 공간이 만들어낸 신조어들이다.현대인들은 이러한 공간 속에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과학기술 발달의 절정 속에 컴퓨터가 개발되고 인터넷의 보급 등을 비롯해 새로운 공간으로 사이버 세계가 등장하였다.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새로운 영토에 집을 짓고 이웃과 교류하며 최대한 이용하게 됨으로써 기하급수적인 성장과 거대한 영토확장을 이루어냈다.그렇다면 사이버공간이 형성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렇듯 유례없는 빠른 성장을 이루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그에 따르는 문제점은 없는지,사이버공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한 때이다. 이 글은 이화여대 논술 모의고사에서 우수 답안으로 예시한 답안의 서론이다.앞 부분에서 사이버 공간이 만들어낸 신조어를 소개하면서 글을 시작해 사이버 공간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현상을 제시하여 읽는 이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려 하였고,그 배경이 무엇인지,문제점은 없는지 등에 관한 문제의 설정 및 논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첫 부분의 최근 사이버 공간의 확대 양상이 다른 부분에 비해 길게 서술되고 있고,둘째와 셋째의 문제 설정과 방향 제시가 아우러져 제시되고 있는 경우이다.다소 부족한 면이 있지만 서론이 갖춰야 할 성격을 어느 정도는 충족시킨 예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좀더 나은 논술 답안이 되려면 위의 것보다도 더욱 매력적이고 참신하면서도 적절한 서론을 작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위의 서론의 경우 첫 부분에서 좀더 흥미로우면서도 참신한 내용으로 작성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이버 세계나 사이버 공간이라고 하면 인터넷만을 떠올리기 때문에 그와는 다소 다른 관점인 사이버머니,사이버캐릭터 등을 제시한 것이 참신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다. 또한 문제의 설정 및 논제의 방향을 제시하는 부분에서 ‘사이버 공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한 때이다.’와 같은 서술에서 볼 수 있듯이 논지가 모호하게 제시되고 있는 부분도 서론의 적절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서론 작성시 특히 유의해야 할 사항은 상투적이고 진부한 느낌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서론이 ‘관심 유발-문제 한정-문제 제기’의 성격을 지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다 보니 수험생들은 이런 이론적인 내용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문제를 보고 금방 떠올리게 되는 내용들은 남들도 다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그것으로 답변을 작성한다면 내용이 남들과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따라서 예화나 속담 하나를 들더라도 남들이 잘 생각해 내지 못하는 참신한 예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저기에 서론을 쓰는 구체적이고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고 있는데,중요한 것은 다양한 방법이 있음을 이론적으로 알고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실제 서론 작성에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어떠한 방법을 사용하든지 결과적으로 앞서 얘기했던 서론이 담당해야 할 기능을 수행하는 데에 충분한 것인가 하는 점이 관건임을 명심하도록 하려무나.알겠느냐? 5.사오정 깨닫다 “말씀을 듣고 보니 어떤 의미에서는 서론이 본론보다도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제가 크게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삼장 선생은 “사오정이 오늘 잔뜩 멋을 부리고 왔으니 좋은 첫인상을 줄 수 있을 거야.그렇다고 논술 답안의 첫인상이 지닌 중요성을 잊어먹으면 안 된다.” 다음주에는 ‘뚝배기보다 장맛이다.’라는 주제로 강의가 이어집니다.논술과 심층면접 지상강의 내용에 대해 이해가 안 되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http:///cafe.daum.net/seoulinseoul로 문의하면 선생님들의 조언과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 [19일 TV 하이라이트]

    ●코미디하우스(MBC 오후 7시) 주얼리의 이지현과 함께 하는 ‘노브레인 서바이버’ 코너.최근 인기몰이 중인 게임 ‘당연하지’를 이지현과 준하,천식,현철이 함께 한다. ‘웃지마’코너의 이번주 웃음 술래는 이경실,그녀가 여름맞이 특별 분장인 사탄의 인형 ‘처키’로 변신한다. ●씨네 24(YTN 낮 12시25분) 마을에 공장을 세우기 위해 꼭 필요한 의사와 계약을 성사시키려는 외딴 섬 ‘생 마리아’.주민들이 벌이는 유쾌한 연극을 영화화한 ‘대단한 유혹’을 소개한다.엉뚱한 상상력과 예측불허의 입담으로 독특한 코미디를 구사하는 장진 감독의 신작 ‘아는 여자’도 살펴본다. ●코리아 코리아(EBS 오후 8시) 평양의 김성주 소학교에서 있었던 교과서 용지 전달식,그리고 김성주 소학교와 모란봉 제1중학교 학생들의 축하공연 등이 펼쳐진다.또 방북단이 견학했던 평양의 영재교육 시설인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의 모습과 ‘평양,얼마나 아십니까?’코너도 준비되어 있다. ●뮤직 n 조이(iTV 오후 6시) 20여년 동안 세계 메탈음악계를 뒤흔든 절대적인 존재 메탈리카.국내 팬들은 쉽게 만날 수 없었던 메탈리카의 생생한 라이브 공연장. 진정한 메탈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무대와 웅장한 심포니오케스트라와의 만남이 색다른 느낌을 주는 무대를 찾아간다. ●열린TV 시청자 세상(SBS 낮 12시10분) ‘미디어 바로보기’에서는 공포영화가 아이나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과 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살핀다.‘방송가 사람들’에서는 공연과 전시회 일정을 취재하기 위해 바쁘게 뛰어다니면서도,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기에 행복하다고 말하는 문학담당 기자 김수현씨를 만난다. ●애정의 조건(KBS2 오후 7시50분) 금파는 가족과 함께 주인공 없는 수빈의 생일파티를 열며 애써 울음을 참는다.윤택은 세일러문에 대해 말하는 애리에게 범수가 전성기 이야기를 하려 하자 범수 입을 막으려 한다.뭔가 석연찮은 느낌의 애리는 광택이한테 슬쩍 윤택의 첫사랑에 대해 묻는데…. ●무인시대(KBS1 오후 10시10분) 홍련화의 읍소를 들은 최충헌은 반역도당을 도륙내자는 부하들의 주장을 물리치고 만적을 불러 독대한다.조정에서는 천노의 난에 대해 최충헌이 책임을 지고 사직해야 한다는 공론이 모아지고,태자는 황제에게 ‘최충헌을 신망한다는 뜻을 천명,조정공론을 잠재우라.’고 주청한다. ˝
  • 조란 지브코비치 ‘책 죽이기’

    수수께끼 하나.아래의 우리는 누구일까? “우리의 첫번째 의무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다.인간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우리와 관계를 맺으려 하는데(…) 우리를 가장 많이 데려가는 곳은 침대이다.무뚝뚝한 남편이 얼른 제 욕심만 채우고 마누라쟁이를 이내 싹 잊어버리듯 우리를 대하는 것은 약과다.자기네 손가락을 우리 몸 깊숙이 집어넣고 여기저기 마음대로 헤집으며 더듬는 등 우리를 대하는 방식이 더 더 깊은 상처가 된다.” 야릇한 상상을 부추기는 이 말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책’이다.국내 처음 소개되는 유고슬라비아 소설가 조란 지브코비치의 ‘책 죽이기’(문이당 펴냄)는 이처럼 재기발랄한 유머 감각으로 책의 일생을 추적한다.그는 책에다 철저히 인간의 숨결을 불어넣은 뒤 인간의 삶과 비교하면서 쾌도난마처럼 질주한다.그 길을 따라가는 작업은 매우 유쾌하다. 소설은 “책 노릇을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는 푸념으로 시작한다.이어 인간에게 탄압받는 ‘책의 수난’을 ‘남자와 여자’ 관계로 비유하면서 흡입력을 높인다.소중하다고 말하면서도 냄새나는 화장실에서 보거나,침을 묻히고,틈만 나면 할인·세일 등으로 무시하거나 폐기처분하는 등 다양한 장면을 들어 마치 인권탄압에 저항하듯 책을 위해 변호한다. 이어 책 한 권이 탄생하는 과정을 임신에 비유한다.그런데 이 관계는 은밀한 곳이 아닌 강력한 조명 아래,그것도 수많은 참여자와 증인들 앞에서 행해진다.조산원(출판사 사장·편집자·타자수·식자공 등) 등 많은 조역이 필요함은 물론이다.작가의 상상력은 책을 둘러싼 숱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삶에 견주면서 유쾌하게 그려진다. 작가는 말미에서 “신사 숙녀 여러분! 이제,책은 죽었습니다! 시디롬이여! 영원하기를!”이라고 외치지만 정작 그의 본심은 ‘책 사랑’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물론 “사람들이 우리 없이 살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어림 반푼어치도 없다.”라는 책의 자부심도 크고 오래 간다. 이종수기자 vielee@ vielee@seoul.co.kr˝
  • ‘나를 사로잡은 그녀,그녀들’/함정임 지음

    “암사슴들에 둘러싸인 소녀,그녀에게 뚜렷한 것은 오직 눈뿐이다.그것은 흡사 새로 돋아난 별과 같고 초승달과 같다.” 소설가 함정임(40)은 최근 펴낸 미술에세이집 ‘나를 사로잡은 그녀,그녀들’(도서출판 이마고)에서 프랑스 화가 마리 로랑생의 그림 ‘암사슴들’에 대해 이렇게 썼다. 시인 장 콕토가 야수파와 입체파 사이에 낀 로랑생의 옹색한 입지를 두고 파리 화단의 ‘불쌍한 암사슴’이라 불렀듯,함정임은 지금 그녀를 불러내 ”미안하다.”는 말로 안쓰러운 마음을 전한다. 함정임은 오랑주리 미술관의 로랑생 그림을 보기 위해 프랑스에 갔지만,노트르담의 쌍탑이 눈에 들어오는 생 미셸의 다락방에서 한 달을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로랑생’을 찾아 나선 것이다. 중학교 시절 어머니 몰래 화실을 드나들던 화가지망생 함정임과,야간 소묘 교실에 다닌 것을 제외하곤 오로지 독학으로 미술가가 된 마리 로랑생.이 둘의 운명엔 어떤 공분모라도 있는 것일까.문학평론가 김윤식이 1992년 함정임의 첫 창작집 ‘이야기,떨어지는 가면’에 적어 놓은 것을 보면 모종의 암시를 얻을 수 있다.“…그러나 무엇보다 그는 보름달을 그 자체로 머금고 있기에,마리 로랑생의 당나귀와 새와 여우와 함께 있어도 또는 청색 홍색 한가운데 놓여 있어도 어색하거나 부끄럽지 않다.…” 저자를 사로잡은 그림속의 ‘그녀들’에겐 저마다의 삶이 있고 사연이 있다.벌거벗은 그녀,목욕하는 그녀,춤추는 그녀,레이스 뜨는 그녀,책 읽는 그녀,짝짓는 그녀,복수하는 그녀….삶의 밑바닥을 온전히 견뎌낸 이들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아우라를 발한다.저자는 미(美),감(感),정(情),인(人)이라는 네 개의 감각적인 주제로 나눠 그림 속 주인공에 접근한다. 저자는 보들레르적인 미의식을 드러내는 “기이하다.”라는 표현을 통해 이 책이 그림속 여성들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찾아 떠나는 심미적 탐험의 기록임을 밝힌다.그런 만큼 그림이나 화가의 역사적 배경과 미술사적 의미를 설명하는 기존의 미술관련서와는 구분된다.작가 고유의 감성과 상상력으로 그림 속 인물과 공감을 이뤄내는 독자적인 글쓰기 방식을 택했다. 에드가 드가의 작품 ‘압생트’의 그녀를 통해 서른 아홉 살에 남편을 잃고 자식들을 부양해야 했던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는가 하면,빈센트 반 고흐의 ‘슬픔’을 보면서 사랑하는 이를 잃고 한순간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졌던 서른 세 살 봄의 자신을 회상한다.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와 프리다 칼로,나혜석의 작품에 접해서는 그들의 상처투성이 삶을 떠올린다.이처럼 그림 속 ‘그녀들’과 한 몸이 되기까지 저자는 15년의 긴세월 동안 세계 곳곳의 미술관과 성당,유적지들을 돌아다녔다.소설가이면서도 정작 소설책보다는 미술관련 책들을 서가에 더 많이 꽂아두고 있는 작가.이 책은 함정임의 그림에 대한 오랜 짝사랑의 결실이다.1만 2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佛작가 노통 데뷔작 ‘살인자의 건강법’

    촌철살인의 대사에 담긴 재기발랄한 상상력으로 세계적인 이름을 얻고 있는 프랑스의 작가 아멜리 노통의 데뷔작 ‘살인자의 건강법’(문학세계사 펴냄)이 번역,출간됐다. ‘적의 화장법’이후 국내에서도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지만 데뷔작이 국내에 소개된 것은 처음.노통이 25세이던 92년 발표한 이 장편은 그에게 르네 팔레문학상,알랭 푸르니에 문학상을 안겨주면서 ‘노통 신드롬’의 기폭제가 되었다. 작품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대작가 프레텍스타 타슈가 희귀병에 걸려 살 날이 두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진단을 받으면서 벌어진 일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문학적 명성에다 기형적으로 몸이 늘어나는 병으로 인해 다시 화제의 인물이 되어 그와 인터뷰하려는 기자들이 몰려든다. 그 과정에서 그의 이름만 보고 책 한권 읽지 않고 부나비처럼 몰려든 기자들의 허위의식을 가차없이 까발린다.그 허위의식을 들추는 방식은 노통 특유의 입심이 실린 대사다.타슈의 입을 빌려 터뜨리는 속사포처럼 통렬한 대사 앞에 기자들은 쩔쩔 맨다. 그러나 다섯번째 인터뷰에서 기막힌 반전이 벌어진다.타슈의 작품을 모두 읽은 여기자가 등장하면서 팽팽한 설전을 벌인다.여자를 비아냥거리는 타슈에게 여기자가 “타슈 선생님,선생님께선 제가 이제껏 만나볼 수 있었던 사람들 중에서 가장 뻔뻔하면서도 재미 있으십니다.”라며 “만나서 영광”이라고 비틀면 “놀랄 일이 하나 있소.나 역시 당신을 만나게 되어서 기쁘다오.”라고 되받는다.공방은 타슈의 미완성 작품인 ‘살인자의 건강법’을 놓고 가열된다.경쟁적으로 촌철살인의 대사를 주고받던 두 사람의 힘겨루기 속에 엄청난 사건이 베일을 벗는다. 작품을 읽다 보면 오늘날 노통의 명성이 어디서 비롯하는지를 알 수 있다.그만큼 그녀의 대사는 재미있고 신랄하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이해찬 총리후보 지명] ‘실패한 교육개혁’ 격론 벌일듯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이해찬 의원을 새 총리후보로 지명하면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정부가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는 20일 안에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 본회의 인준투표를 진행해야 한다.여야는 열린우리당 7명,한나라당 5명,비교섭단체 1명으로 인사청문위원을 배분하는 문제에는 합의했지만 위원장 몫을 놓고 벌써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등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특히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무난한 통과를 예상하고 있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전교조’가 9일 지명 반대 논평을 내고 학부모 단체들이 거센 반대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변수다.청문회에 앞서 이 지명자의 공과와 정치권 안팎의 움직임을 짚어봤다. 이해찬 국무총리 후보 지명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교육부장관 때 도입한 각종 교육정책이 핵심 이슈가 될 것 같다.열린우리당의 ‘방패’와 한나라당·민주노동당의 ‘창’이 맞서면서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드러내 놓고 반대의사를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이 지명자의 공과를 철저히 파헤치겠다고 벼르고 있다.이 후보 개인에 대한 ‘점검’은 물론 노 대통령의 ‘코드인사’와 ‘개혁지상주의적 집권2기 구상’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한나라당은 인사청문회 때마다 여론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인신공격성 흠집내기보다는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는 정책적 판단력을 갖고 있는지를 검증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의 주된 공격 ‘메뉴’는 ‘이해찬 세대’로 상징되는 교육개혁 정책들이다.특히 이 지명자가 지난 1998년 교육부장관으로 이 정책들을 추진하면서도 정작 딸에게는 과외를 시킨 게 뼈아픈 약점일 수밖에 없다.2002년 8월 대선을 앞두고 ‘검찰이 병풍 유도발언을 요청했다.”고 말해 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는 등 설화(舌禍)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전여옥 대변인은 논평에서 “교육부장관 때 무모한 개혁의 후유증이 지금 교육현장에서 배움에 대한 경시와 교권 추락으로 남아 있는 점을 우려한다.”면서 “이 지명자가 교육개혁 실패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상생의 정치를 펼칠 의지가 있는지,뚜렷한 국가관이 있는지 냉정하고 엄격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청문위원은 당내 경제·교육·통일안보 전문가들로 구성된다.특히 교육분야 전문가인 초선의 이군현·이주호 의원 등을 전진 배치할 계획이다.이날 오전부터 인사청문위원 인선에 들어갔다.충분한 시간을 갖겠다는 전략이다.현 경제상황에 대한 이 지명자의 상황인식도 점검대상이다.‘경제는 위기가 아니다.’라는 노무현 대통령과 인식이 같은지,경제회생을 위한 복안이 뭔지 등을 추궁할 것으로 알려졌다.아울러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입장과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질문공세가 이어질 것 같다.민주노동당도 인사청문회를 단단히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김종철 최고위원은 “이 지명자가 현 시대가 요구하는 빈부격차 해소나 한반도 평화 등 주요 개혁과제 수행에 적임자인지,특히 교육부장관직을 수행할 당시 업무의 책임성 여부를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이해찬 총리후보 지명자 약력 ▲1952년 7월10일 출생 ▲5선 의원(13∼17대) ▲덕수중,용산고,서울대 사회학과 졸 ▲민청학련 사건 투옥(1974)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투옥(1980) ▲민청련,민통련 등에서 민주화운동(1983∼1987) ▲서울시 정무부시장(1995) ▲새정치국민회의 정책위의장(1996) ▲15대 대선 기획수석 부본부장(1997) ▲교육부 장관(1998) ▲새천년민주당 남북정상회담지원 특위위원장(2000) ▲16대 대선 기획본부장(2002) ▲열린우리당 창당준비위 기획단장(2003)▲가족 부인 김정옥,장녀 이현주 ▲재산 6억 8776만원 ▲저서 ‘사회학적 상상력’,‘민주와 통일의 길목에서’ ▲취미 바둑,독서 ▲e메일 lhc21c@assembly.go.kr ˝
  • 개관 10돌 맞은 김석원 전쟁기념관장

    ‘인간들은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켰다.권력을 위해,때론 영광이나 명예를 위해,또 한 때에는 사랑을 위해….’ 얼마전 개봉된 영화 ‘트로이’의 도입 부분 내레이션이다.‘트로이전쟁’은 10년간 계속됐던 기원전 최대의 전쟁으로 예술과 문학사에서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트로이’는 저 유명한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의 배경이 되고 있다.실재 여부를 차치하고라도 인간 상상력의 극치다.3000여년이 지난 지금도 ‘트로이 목마’가 회자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류는 역사 이전의 시대부터 숱한 전쟁을 치르고,또 기억하면서 살아왔다.‘전쟁’이 현대인들에게 어떻게 자리하고 있는지 1·2차 세계대전,6·25전쟁,베트남전쟁 등에서 실증적으로 경험했다.이라크 전쟁은 지금도 진행형이다.그래서 전쟁은 기억하고 싶던 아니던 인간과 더불어 영원히 ‘기념’될 수밖에 없다고 학자들은 얘기한다. ●1년에 100만명 관람… 분단의 상징 서울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은 민족분단의 ‘상징’이다.해마다 이맘때쯤 가장 붐빈다.‘보훈의 달’이라는 이름아래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올 6월은 더욱 의미가 깊다.10일로 개관 10돌을 맞았기 때문이다. 전쟁기념관은 예상보다 찾는 이가 많다.연평균 100만명이 이곳을 들른다.이에 10년을 곱하면 그동안 1000여만명이라는 엄청난 인원이 이곳을 다녀갔다는 계산이다. 며칠전 김석원(64) 전쟁기념관장을 만나기 위해 기념관 ‘전사자명비’ 앞을 막 지나는 순간이었다.백발의 두 노병이 눈에 들어왔다.둘은 손가락을 짚어가며 돋보기를 들이대며 전사자명비를 열심히 살폈다. “연대장님,여기 있네요.이놈이 틀림없어요.” “백마고지,그 김 중사 맞아?” “그렇습니다.연대장님.” 이윽고 둘은 ‘김○○’이라고 적힌 이름 앞에 쪼그려 앉았다. “이놈 참 용감했어.그때 고집만 안 부렸어도 살았을 텐데….” “연대장님,그래도 김 중사가 아니었으면 우리 연대본부는 아마 몰살당했을 겁니다.” “하긴,그래.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가로막힌 남북은 그대로야.이놈은 죽어서 우리한테 아무 말도 안하고 말야.살아 있다는 게 덧없을 뿐이야.” “…….” 잠시 침묵이 흘렀다.두 노병의 눈가는 이미 젖어 있었다.시인 모윤숙의 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가 문득 생각났다. ‘…나는 죽었노라.스물다섯 젊은 나이에,대한민국의 아들로 숨을 마치었노라.질식하는 구름과 원수가 밀려오는 조국의 산맥을 지키다가,드디어 드디어 숨지었노라….’ 때마침 견학온 유치원생 100여명이 그 앞을 시끄럽게 지나가는 바람에 더 이상의 얘기는 들리지 않았다.전쟁기념관의 이운세 홍보부장은 “6월이어서 옛 전우의 이름이라도 찾으려는 노병의 발길이 더욱 잦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작전통으로 이름날린 36년 ‘군인의 삶’ “전쟁기념관은 한마디로 전쟁을 단일주제로 5000년 민족사를 조망하고 있지요.그 교훈을 마음으로 새기고 두번 다시 전쟁의 참극을 겪어서는 안되겠다는 실천적 결의를 다지는 호국의 전당입니다.” 김 관장은 예비역 중장이다.육군본부 작전참모부장과 제5군단장,군수사령관 등을 지냈다.군 안팎에서는 소문난 ‘작전통’이다.지난 5월10일 관장으로 부임했다.그는 부임한 지 한달밖에 안됐다고 강조했지만 베트남전 참전과 36년 동안 군에 몸담아서인지 전쟁기념관의 중요성과 역할,그리고 나아갈 길에 대해서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일반적인 박물관과는 다르죠.추모의 기능이 있습니다.20만여명의 전사자명비가 있어 추모객들의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전쟁기념관은 우리 민족이 겪은 전쟁사가 살아 숨쉬는 국내 최대의 군사박물관이자 아시아 최고의 기념관으로 우뚝 섰습니다.” 김 관장의 목소리가 더욱 빨라졌다.전쟁기념관은 도심속의 시민문화공간이라고 했다.3만 5000여평의 너른 부지위에 연못,분수,녹지공간이 그렇단다.매년 나라사랑 그림그리기 대회,평화사랑 글짓기 대회,청소년 문화교실,호국추모 꽃꽂이 전시회,6·25음식먹기 행사,열린음악회,영화시사회,패션쇼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이루어지는 곳이며 이용하기에 따라 정말로 유익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뿐만이 아니다.어린이연극,청소년연극,도자기체험교실,과학체험교실,호신무예교실,전통예절교실 등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체험프로그램을 연중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98년 발해건국 1300주년을 맞아 ‘발해를 찾아서’나,2000년의 6·25전쟁 50주년 특별기획전 ‘아! 6·25’,2002년의 DMZ특별기획전 ‘갈 수 없는 땅,그러나 가야만 하는 곳’ 등은 관람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고 했다. 김 관장은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은 대부분 전쟁기념관을 찾을 정도로 중요한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면서 “그동안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영국의 앤드루 왕자,헬렌 클라크 뉴질랜드 총리,고(故) 살라후딘 말레이시아 국왕,피델 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 등 30여개국의 VIP들이 다녀갔다.”고 말했다. ●용산 박물관벨트 중심으로 도약할 것 전쟁기념관에 보유중인 유물만 해도 3만여점에 이른다.김 관장은 “지난 4월 세계적 군사박물관인 프랑스의 앵발리드 박물관과 ‘양해 및 교류협약서’를 맺는 등 앞으로 스페인·영국 등 외국의 박물관과 교류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2005년 국립박물관의 용산이전이 완료되면 기념관 일대는 새로운 박물관벨트로 서울을 대표하는 명소로 한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관 10주년에 맞춰 국내 최초로 ‘우리나라 전통무기’ 특별기획전이 열립니다.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전통무기를 총망라했지요.국보급·보물급도 많이 선보일 예정입니다.” 김 관장은 이웃집 아저씨처럼 소탈하면서도 업무추진력만큼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오자복 현 성우회장과는 각별한 인연을 쌓고 있다.김 관장이 15사단 39연대 작전주임때 오 회장은 39연대장이었다.이후 김 관장은 오 회장의 ‘수제자’라는 별칭이 붙었다. 1940년 경북 영주 출생인 그는 가난한 농가의 8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61년 6월 사병으로 군입대했으나 장교가 멋있어 62년 6월 소위(갑종166기)로 임관했다.이후 위관급때에는 15사단에서,영관급때에는 28사단에서만 근무하게 되는 인연을 맺었다.28사단 81연대 2대대장 시절에는 임동원 전 국정원장이 연대장,김동진 전 국방장관이 인근 3대대장으로 근무했다. “15사단은 젊은 시절 대부분을 보내 제 마음의 고향입니다.” 김문기자 km@seoul.co.kr˝
  • 디즈니 학습채널 “영어? 곰돌이 푸한테 맡겨”

    값비싼 유아용 영어 학습지를 아무리 내밀어도 TV 이외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우리 아이.TV를 보면서도 자연스럽게 영어 공부를 시키는 방법은 없을까.미취학 아동 교육을 효과적으로 시킬 수 있는 길은 없을까.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브랜드인 ‘디즈니’는 만 2∼5세까지의 미취학 아동과 부모를 위한 학습채널인 ‘플레이하우스 디즈니채널’을 오는 12일 국내 케이블TV를 통해 처음으로 선보인다. 미국 럿거스대 르네 체로 레리 교수의 ‘아동전인교육 프로그램’을 토대로 제작된 이 채널은 애니메이션·인형·라이브액션·컴퓨터 그래픽 등의 기법을 동원해 인지력·상상력·운동능력·호기심·사회윤리·창의력 등을 배양하는 다양한 학습프로그램을 제공한다.광고 없이 하루 24시간 종일 편성을 기본으로,영어 음성에 한글 자막을 섞어 방송한다. 우선 3D기법의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곰돌이 푸’를 통해 단어와 언어 그리고 책에 대해 배워나간다.‘수달친구 피,비,제이’캐릭터를 통해서는 문제해결 방법을 보여주고,로봇가족 이야기를 다룬 애니메이션 ‘롤리 폴리 올리’를 통해서는 상상력을 키워준다.애니메이션 ‘스탠리’와 ‘파란집의 곰’은 각각 호기심과 사회성을 배양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싱가포르,홍콩,인도네시아에 이어 아시아권에서는 4번째로 방송되는 ‘플레이하우스‘는 디지털 케이블 방송인 ‘큐릭스’를 통해 성동·광진·노원 등 강북지역 8개구에 우선 공급되며,추후로 방송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씨줄날줄] 당인리 프로젝트/신연숙 논설위원

    프랑스 파리에서 루브르박물관 못지않게 꼭 가봐야 할 명소로 오르세이 미술관을 꼽는다.오르세이 미술관은 고흐,마네,르누아르 등 친숙한 인상파 화가의 그림들을 다리가 아프도록 볼 수 있다.마찬가지로 영국 런던에서 2000년대 들어 새로운 필수 관람코스로 떠오른 곳이 테이트 모던이다.드가,피카소 등 현대작가의 명작이 가득한 것은 물론,상식의 허를 찌르는 기발한 기획전을 보여줘 현대미술의 롤러코스터라 불린다. 두 미술관은 세계적 문화명소란 점 말고도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건물이 미술관용으로 지은 것이 아니라 기존의 오래된 건축물을 재활용했다는 점이다.오르세이 미술관은 1986년에 폐쇄된 철도역사를 개조했고 테이트 모던은 1981년에 문을 닫은 화력발전소를 되살렸다.오르세이 미술관엔 기차출발시각을 챙겨줬던 커다란 시계와 플랫폼이 있었던 중앙홀을 그대로 살려 역사의 정취가 남아있다.테이트 모던 역시 발전 터빈 등을 뜯어내고 재탄생한 공간들이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처럼 세계적 도시들이 왜 대표적인 문화공간을 리모델링 건물에 앉혔을까.무엇보다 개발이 끝난 도시에서 새로운 부지 찾기의 난점 때문이었을 것이다.기존의 낡은 건물에 눈을 돌리면 넓고 접근성이 좋은 부지를 쉽게 찾을 수 있다.그러나 역시 보다 의미있는 해석은 오래된 건축물의 상징성과 역사성이다.오르세이 미술관은 건축가 빅토르 랄로,테이트 모던은 영국의 명물인 빨간 공중전화 부스를 디자인한 길버트 스콧 경이 설계했다.이들 공간은 건축으로서의 작품성과 시대의 역사성을 보존하면서 현대적 혁신을 가미함으로써 시대의 상징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여기에 재활용에 따른 경비절감 측면도 중요한 고려점이 됐을 것이다. 참여정부가 문화정책 청사진으로 내놓은 ‘21세기 문화비전’에 당인리화력발전소의 리모델링 계획을 제안했다.당인리발전소는 국내최초의 화력발전소로서 수명을 다해 2012년엔 폐쇄될 예정이다.개발연대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역사성을 보존하고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 장소로서 손색이 없을 듯하다.어떤 창의적 문화공간이 탄생할지,‘당인리 프로젝트’의 모습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신연숙 논설위원 yshin@seoul.co.kr˝
  • 지워지지 않는 전쟁의 상흔 6월 ‘반전’ 메시지 공연 봇물

    6월의 상징적 의미가 최근 ‘월드컵’‘민주화 항쟁’ 등으로 변하고 있지만,6월은 여전히 우리에게 전쟁의 상흔을 가장 가까이 떠올리게 하는 달이다.이라크 파병문제 등과 맞물려 첨예해진 사회적 관심을 반영하듯 이달 들어 공연계에도 반전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극단 비파·사조의 ‘호텔 피닉스에서 잠들고 싶다’(오태영 작·김영환 연출)는 월북한 아버지 때문에 연좌제 고통에 시달리던 주인공이 베트남으로 자살여행을 떠나는 과정을 통해 6·25전쟁의 비극과 베트남전의 ‘라이따이한’ 문제를 동시에 다루고 있다.‘통일 익스프레스’‘돼지비계’ 등 일련의 사회 풍자극을 쓴 오태영 작가가 베트남전 참전 기억을 되살려 엮어낸 자서전적 작품이다.13일까지 문예진흥원예술극장 소극장(02)744-0300. 전문 인형극단인 예술무대 산의 ‘전쟁’(조현산 연출)은 간결하고 함축적인 인형의 움직임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강조하고 있다.인간성을 상실하고 전쟁의 도구로 전락한 남자,군인에게 폭행당하는 여자,엄마를 잃은 아이의 이야기를 몽타주식 구성으로 엮어 직설적으로 반전을 주장하는 대신 관객들에게 여운을 주도록 했다.8∼13일 국립극장 별오름극장(02)742-0722. 극단 창파·와우의 ‘바그다드 햄릿’(소희정 번안·연출)은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이라크 사태와 연결시켜 인간의 악하고 이기적인 속성을 풍자한 연극이다.사익을 위해 독재를 행하면서도 한편으론 고뇌하는 이중적인 모습과 전쟁을 상업화하는 부조리한 행위들을 희화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전쟁의 부당함을 고발한다.젊은 연극인들의 실험성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13일까지 대학로극장(016)285-4846. 전쟁에 희생당한 이들을 위로하는 무대도 있다.정선혜무용단의 무용극 ‘굿모닝 바그다드’는 이라크 국민들을 애도하고,현지에 파병된 한국군의 안녕을 기원하면서 이라크의 평화와 세계인의 화해 메시지를 전하는 공연이다.전문 무용가와 연극배우가 함께 무대에 선다.8·9일 오후 7시30분 창무포스트극장(02)337-5961.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책] 나귀 끄는 아이/김기정 글

    옛 선인들이 그린 민화나 풍속도를 보다 보면 가끔 그 그림속에 숨겨진 뒷이야기가 궁금할 때가 있다.조선시대 풍속화가 김홍도가 그린 ‘서당’이 대표적인 예. 한 아이는 돌아앉아서 울고 있고,할아버지 훈장님은 난감한 표정이다.주위에 빙 둘러앉은 아이들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키득거리고 있다.도대체 아이는 뭘 잘못한 것일까.혹 일부러 우는 시늉을 하면서 훈장님을 골려먹는 것은 아닐까.이 책의 첫번째에 실린 ‘빨간 여우’는 매일 서당에 지각해 야단을 맞게 된 아이가 꾀를 내 여우 이야기로 훈장님을 속인다는 상상을 바탕으로 한 동화이다. 표제작 ‘나귀 끄는 아이’(호암미술관)는 조선시대 화가 김시의 동명 그림을 소재로 한 것.나귀를 데려가는 심부름값으로 동전 한닢을 얻은 아이가 개울가에서 고집부리는 나귀와 실랑이를 벌인다는 이야기가 꽤 그럴 듯하게 들린다. ‘상상력을 키워주는 미술동화’라는 부제처럼 이 책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그림 7가지를 소재로 지어낸 독특한 유형의 창작동화집이다.민화 ‘까치호랑이’에서는 사람들 눈을 피하려고 주먹만큼 작아진 호랑이(‘주먹 호랑이’)를,장승업의 ‘수탉’에서는 이젠 할아버지가 된 늙은 아버지(‘늙은 수탉’)를,그리고 민화 ‘십장생도’에선 서로 나이가 많다고 뽐내는 동식물(‘내가 니 할애비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화폭 밖으로 걸어나온 주인공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렵게 여겨지는 미술의 세계가 어느새 한층 가깝게 다가온다.뒤쪽에 원본 그림과 지은이의 소감을 실어 이해를 도운 점도 돋보인다. 초등 저학년용.8000원.이순녀기자coral@seoul.co.kr˝
  • [이런책 어때요]

    ● 안녕하세요 교황님/최성은 지음 교황 요한 바오르 2세의 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를 담았다.교황의 본명은 카롤 유제프 보이티와.1920년 폴란드 남부 도시 바도비체에서 예비역 육군장교인 아버지와 리투아니아 출신의 초등학교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책은 ‘하늘 아래 최고 성직자’로 불리는 교황의 인간적인 면모를 살폈다.크라쿠프 지역의 주교신부를 맡아달라는 부탁에 “그렇다고 제가 카누를 못타게 되는 건 아니겠죠.”라고 되물었다는 이야기,교황 취임식 행사를 앞두고 오후에 축구경기를 봐야 하니 오전중으로 행사를 마쳐달라고 부탁했다는 일화 등이 실렸다.8000원. ●트로이수전 우드포드 지음 고대 그리스의 영웅 서사시에 등장하는 트로이 전쟁은 아름다운 여인 헬레네의 탄생과 여신들(헤라,아테나,아프로디테)의 사소한 다툼에서 비롯됐다.책은 수많은 예술가들의 상상력의 원천이 된 트로이 전쟁의 신화를 복원한다.미술사가인 저자는 고대 그리스의 벽화와 암포라(몸통이 불룩하고 목이 긴 항아리) 등에 남아 있는 그림들을 통해 생동감 넘치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아킬레우스의 죽음,아이아스의 자살,오디세우스의 계책에 의한 트로이의 함락,아이네아스의 탈출 이야기에 이어 6세기 비잔틴 시인 아가티아스의 노래로 끝을 맺는다.1만 1900원. ● 영혼을 훔치는 사람들/필립 쿤 지음 중국 역사에서 청나라의 전성기라면 강희,옹정,건륭 세 황제의 치세를 꼽을 수 있다.특히 가장 뛰어난 만주족 황제였던 건륭제가 다스린 60년간(1735∼1795년)은 눈부신 경제성장과 이를 토대로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시기다.그런데 1840년 아편전쟁 이후의 중국 근대사를 아는 사람이면 누구가 갖게 되는 의문이 있다.그런 건륭년간이 끝난 지 불과 반세기 만에 어떻게 청나라가 서양 열강들 앞에서 그토록 무력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저자(하버드대 교수)는 1768년 중국 대륙을 휩쓴 ‘영혼절도’사건을 고리로 얘기를 풀어간다.1만 8000원. ● 마틴 루터 킹 / 마셜 프래디 지음 서른다섯 살에 노벨평화상을 받고 서른아홉에 극적으로 생을 마친 인권운동 지도자 마틴 루터 킹 평전.내성적인 어린 시절부터 1955∼1956년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의 버스승차 거부투쟁을 통해 미국 전역의 이목을 끌며 흑인 민권운동의 지도자로 떠오른 시기,1968년 테네시의 한 모텔에서 흉탄에 맞아 절명하는 순간까지 다룬다.간간이 내비치던 킹의 자만과 허영,난잡한 혼외정사 등 도덕적 약점과 스스로 ‘십자가에 달리기’를 고대했을 만큼 극심했던 심적 갈등,죽기 직전까지 시달렸던 ‘순교’에 대한 의무감 등도 숨김없이 보여준다.1만 6000원. ●야만의 시대/김성진 지음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중심인 이라크는 20세기에 들어 오토만 터키의 지배에서 벗어나자마자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의 각축장이 됐다.2차대전이 끝나자 겨우 독립을 이룰 수 있었지만 지금은 미국이란 새로운 적을 만나 신음하고 있다.영화 ‘왝 더 독’‘쓰리 킹즈’는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미국과 전쟁에 반대한 유럽 각국의 의도를 헤아려 보게 한다.영화를 통해 문명이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야만의 실상을 파헤쳤다.‘착한 쿠르드,나쁜 쿠르드’‘살아 있는 붓다’‘마수드 아프간’ 같은 분쟁지역의 현실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분석도구로 삼았다.1만 1800원.˝
  • 말말말˙˙˙

    국가보안법은 표현의 자유와 상상력을 제약한다.이제 국보법이 규제하는 현실을 뛰어넘어야 한다.삶의 현장 속에서 국보법이 어떻게 우리의 삶과 자유스러운 상상력을 침해하고 있는지 퍼올려야 한다.국보법은 거대한 정신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다.-민중미술가 홍성담씨,국보법의 존재 의미가 없다며-˝
  • 첫 연작소설집 ‘시하눅빌 스토리’ 낸 유재현씨

    유재현(42)의 첫 소설집 ‘시하눅빌 스토리’(창비사 펴냄)는 우리 문단에선 드물게 캄보디아를 무대로 한 작품이다. 배경뿐만 아니라 작품 속 등장인물이 대부분 현지인이어서 작가가 한국인이란 점 말고는 ‘한국 작품’이란 수식어가 낯설 정도다. “최근 ‘동북아시대’ 운운하면서 관심이 늘고 있지만 아시아는 여전히 우리에게 ‘먼 이웃’입니다.오히려 멀리 떨어진 미국은 이웃처럼 느끼지요.아시아에 대한 굴절된 시선을 바로잡고 그들의 상황 속에서 우리 문제를 볼 요량으로 소설에 담았습니다.” 20∼30대를 학생·노동운동으로 보낸 작가는 90년대 초반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 등 급변하는 현실에서 방황하다가 92년 중편 ‘구르는 돌’로 등단했다.12년 만에 첫 소설집을 냈으니 과작인 셈이다. “등단한 뒤 1년 동안 작품을 거의 못썼습니다.능력도 능력이지만 제게 맞는 일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죠.그래서 10년 가까이 정보통신 관련 사업을 했습니다.어느 날 문득 ‘이게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모두 다 접고 90년대말 훌쩍 동남아시아로 떠났습니다.”. 태국,베트남 등지를 떠돌다가 아예 작품을 써볼 작정으로 99년 캄보디아를 찾았다.“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동소설에 자신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시간이 정지한 ‘후일담 소설’에 갇히기는 더 싫었다.”는 그는 ‘바깥’을 선택했다.‘밖(아시아)’으로부터 들여다봄을 통해 ‘안(한국)’에서 잃어버린 전망을 찾으려는 희망으로 소설 ‘시하눅빌‘는 시작됐다. “한때 ‘대안의 땅’을 찾아 부모님이 사시는 미국을 비롯 멕시코를 전전했지만 ‘이곳은 아니다.’ 싶더군요.식민지·전쟁 등 우리와 역사적 경험이 비슷한 동남아시아에 눈길이 갔습니다. 특히 97년 쿠데타가 일어날 때까지 전쟁이 그치지 않았던 캄보디아는 우리와 역사적 배경이 비슷해 시사점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처음부터 계획하고 연작으로 써내려간 6편의 작품은 해안가 작은 도시 시하눅빌의 비루한 일상을 담았다.작가의 경험을 녹여 냉철한 국외자의 관점으로 들여다보는 캄보디아의 표정은 우울하고,어둡고,참혹하기까지 하다. 도박과 마약,매춘이 횡행하는 풍경 속에서 돈 때문에 서로 죽고 죽이거나 생존을 위해 마약상이 되는 젊은이들의 자화상(‘솜산과 뚜이안’‘대마는 자란다’)과 시장 개방과정에서 “명분도 없이 오직 돈만을 위해 벌어지는 아귀다툼”(‘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온 사나이’)이 겹친다. 그러나 작가는 이 지옥 같은 현실에 무릎을 꿇지 않고 희망을 길어 올린다.지뢰사고로 남편을 잃은 찬나가 딸과 합동 결혼식을 치르는 과정을 다룬 ‘시하눅빌 러브 어페어’는 훈훈하게 다가온다. 언제까지 시선이 캄보디아에 머물러 있을 것이냐고 물었더니 치밀한 ‘소설 전략’을 들려주었다. “지금은 가는 단계이지만 언젠가 한반도로 돌아올 계획입니다.곧 발표할 장편에 한국인을 등장시켜 왜 캄보디아가 한국인의 의식이며 존재와 무관하지 않은가를 파헤치겠습니다.궁극적으로 전후 세대의 눈으로 한국전쟁의 의미를 찾아낼 계획입니다.” 황석영이 ‘심청’으로 씨앗을 뿌린 우리 문학의 ‘동아시아적 상상력’에다 늦깎이 작가인 유재현이 그만의 방식으로 어떻게 물을 주고 가꿔서 활짝 꽃피울지 기다려진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젊은 평론가 박철화·홍용희 나란히 평론집

    꾸준히 자기 비평의 틀을 만들어 가고 있는 소장 평론가 박철화와 홍용희가 각각 평론집 ‘문학적 지성’(이룸 펴냄)과 ‘아름다운 결핍의 신화’(천년의시작 펴냄)를 냈다.두 사람은 문학의 위상에 대한 고심을 징검다리 삼아 작가(품)론을 펼쳐간다. ●‘문학적 지성’ “인간의 일 치고 문학적 대상이 아닌 것은 없다.(…)문학은 그 전체를 끌어안는 자리다.그래서 때로 그 전문성을 물으면 난감해지기도 한다.” 2002년 두 번째 평론집을 냈던 박철화를 사로잡은 화두는 문학의 전문성.문학이 어떻게 전문영역을 찾아서 정체성을 갖추고 그 속에서 더 깊이 전문성을 확보하는가라는 문제였다.저자는 그 해답을 ‘문학적 지성’이라 규정하고 나아가 이를 ‘성숙한 낭만’으로 풀이한다. 이런 입장에 터잡아 저자는 김향숙,김원우,최윤,송기원 등의 1990년 초반 작품에서 “혼돈과 희망이 교차”하는 표정을 읽는다.이어 ‘낡은 것이 된 이념,제어못하게 된 욕망,사회와 단절된 개인의 세계’라는 현실에 대한 해답을 윤대녕,전경린,배수아의 ‘동물적 상상력’에서 모색한다.이후 김경욱,김연수,백민석,윤성희 등이 ‘문학의 위기’ 담론과 싸우며 새 길을 열어가고 있다고 정리한다. ●‘아름다운 결핍의 신화’ “시인들이 사물의 근원적인 존재의 부름을 쫓아 헤매었다면 나는 시인들이 창작한 시의 부름을 쫓아 헤맨 셈이다.” 홍용희는 우리시대의 시인론을 서술하기에 앞서 자신의 문학관을 설명한다.문학작품을 우주,예술가,청중으로 구성된 삼각형의 중심에 놓은 그는 작품이 각각의 요소와 맺는 관계에 따라 나타나는 모방론,반영론,수용론의 입장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설명한다.이어 시에서 나타난 노동의 변화 양상,시와 회화의 친화력,문화산업시대의 독자의 주체적 가능성을 복권시킬 수 있는 방법 등을 고심한다. 그 뒤 저자는 황홀한 ‘들림’의 목소리로 정희성,김지하,이성복,장영수,김형영,채호기,문인수,이수명,이대흠의 시세계를 안내한다.그에 힘입어 독자는 이전엔 몰랐을 시의 오묘함,예컨대 일상성의 이면에서 본질을 날카롭게 파헤치는 오세영·고영조·이진영의 작품에 담긴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12일부터 ‘살바도르 달리 특별전’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1904∼1989)는 스스로 “나는 천재이므로 결코 죽지 않는다.”고 했다.그의 말대로 그는 천재다.‘상상력의 천재’요. ‘기괴함의 천재’다.자서전 ‘나의 숨겨진 삶’을 보면 달리의 어린 시절은 격렬한 히스테리의 연속이었음을 알 수 있다.학생들을 선동해 마드리드 미술학교에서 정학당하고,결국 기이한 행동으로 학교에서 쫓겨났다.반정부활동 혐의로 잠시 투옥되기도 했다.달리는 일생에 걸쳐 기괴함을 추구했으며 과대망상적인 과시욕을 보여줬다.그는 이 모든 것이야말로 자신의 창조력의 원천이라고 생각했다. 올해는 달리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세계적인 ‘달리 열풍’속에 국내에서도 특별기념전이 열린다.12일부터 9월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살바도르 달리 특별전은 달리의 ‘전방위적’인 예술세계를 보여주는 대형 전시다. 달리는 20세기가 낳은 가장 창조적인 작가 가운데 한 명.현대회화의 혁명적 전환점이 된 초현실주의를 대표할 뿐 아니라 순수예술과 대중문화를 이어준 선구적인 예술가다.달리의 창조적 광기는 순수미술에서부터 영화,패션,가구,광고,삽화.무대·보석디자인,심지어 향수에까지 이른다.한 마디로 스스로를 상품화시킨 아트 스타다.이번 전시에선 조각과 회화를 비롯해 가구,패션,사진 등 340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프로이트의 열렬한 추종자였던 달리는 자신의 작품의 가장 중요한 주제인 꿈과 환상의 세계를 재현하는 데 몰두했다.이른바 ‘편집증적인 비판방법’에 의해 광인이 보는 듯한 기괴한 상상과 환각의 세계를 표현하려 했다.전시에선 ‘녹아내리는 시계’와 같은 달리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조각작품을 통해 보여준다.‘관능성과 여성성’이란 주제 아래 달리의 무의식적인 성적 강박을 보여주는 공간도 마련된다.밀로의 비너스상에 성적 상징인 서랍을 끼워넣은 ‘긴 서랍들이 관통된 밀로의 비너스’,관능적인 여배우의 입술을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조각 ‘매 웨스트 입술 소파’ 등의 작품이 선보인다.‘유니콘’‘성 게오르기우스와 용’ 등 종교와 신화를 주제로 한 조각도 만날 수 있다. ‘응용미술가’ 달리는 디자이너로서도 명성을 날렸다.전시장엔 달리의 작품으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가구·패션 작품 15점이 나온다.최고의 패션브랜드로 꼽히는 폴 스미스,모스키노,파라코반,소니아 리키엘 등은 모두 각자의 디자인을 통해 달리의 시각을 재해석해 낸 것들이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대부분 스위스에 본부를 둔 달리 재단 ‘스트라튼 파운데이션’의 컬렉션이다.빌리는 데 10억원의 비용이 들었지만 달리의 회화 가운데 유화는 없고 콜라주와 삽화만으로 채워져 아쉬움을 남긴다.관람료는 어른 1만 2000원,중·고등학생 8000원.(02)732-5616.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열린세상] 린디 일병과 포르노의 상상력/김진호 당대비평 주간 목사

    린디 잉글랜드 일병은 어느 날 갑자기 미국의 이라크 전쟁포로 학대의 상징이 되었다.전 세계인들은 드디어 미국에 대한 분노를 터뜨릴 대상을 찾았다는 듯 린디를 향해 맘껏 저주하였고,악을 응징하는 세계의 보안관으로 스스로를 기억하고 싶었던 미국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무너뜨린 그녀에게 미국인들 또한 관대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듯이 보였다.이제 그녀는 포로학대의 혐의를 받고 있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하지만 이미 린디 텍스트는 법의 문제는 아니다.다각도에서 해명되어야 할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내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린디의 저 엽기적인 사진들이 ‘포르노적 텍스트’로서 사람들에게 기억되었고,그것이 그녀를 특별히 주목받게 한 결정적인 이유였다는 점과 관련된다.이런 맥락에서 나는 두 개의 텍스트를 떠올렸다.하나는 제시카 린치 일병의 텍스트다.제시카와 린디의 텍스트를 비교하면,이 둘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갖는 미 여군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이들은 각각 하나는 가냘프고 예쁜 이미지인 반면,다른 하나는 강인하고 의지가 강한 모습이다.하나는 적의 포로였고,다른 하나는 적군 포로의 간수다.또 그들은 각기 피해자와 가해자다.그리하여 하나는 보호가 필요했고,다른 하나는 제거되어야 했다.결국 착한여자 제시카는 영웅이 되었고,린디는 ‘악녀’가 되었다. 두 번째 텍스트는 ‘나쁜 남자’의 ‘조재현’이다.여기서 조재현은 감독인 김기덕 자신과 상호교환 가능한 존재다.린디는 포로학대는 상부의 직접적이거나 암묵적인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즉 그녀는 이 텍스트에서 연기자에 불과하다.조재현이 그런 것처럼.아무튼 둘은 가해자의 연기를 훌륭히 수행했다.그래서 둘은 각기 적극적인 악의 수행자이지만,동시에 운명의 수동적인 희생자이기도 하다.둘의 생존 방식은 자신이 가해할 수 있는 타인에 대한 폭력을 필연적으로 동반한다.그런데 ‘나쁜 남자’를 둘러싼 논란에서 조재현 김기덕은 악인으로 낙인찍히는 대신,“영화는 영화로 보라.”며,영화에 대한 찬사를 전제한 후광을 받았지만,린디는 변명의 여지없는 악녀로 결정되었다. 나는 여기에서 포르노에 관한 가부장제적 시민사회의 질서를 몸의 일부로 체현하고 있는 우리 자신의 ‘모호한 추억’을 본다.가부장제적 시민사회에서 모든 남자는 포르노의 소비자다―실제적이든 잠재적이든.내가 그것을 소비한다는 것은 내가 포르노 텍스트의 남자가 되는 상상에 빠진다는 것을 뜻한다.포르노적 상상력에서 가해자는 거의 언제나 남자다.결국 모든 소비자 남성은 동시에 가해자가 된다.한편 포르노 텍스트에서 여자는 희생자이고,보호의 대상이다.그래서 가부장제적 질서는 그녀를 가정으로 되돌려 보내는 것을 최선의 시민사회적 공공성으로 규정한다.마찬가지로 가해자인 ‘나쁜 남자’를 응징하는 일은 시민사회의 정의로운 얼굴에 속한다.그런데 문제는 이 텍스트의 나쁜 남자의 욕망을 소비자인 모든 남성도 공유한다는 데 있다.즉 ‘나쁜 남자’에 대한 시민사회적 응징은 동일한 욕망의 소유자인 자기 자신에게 부메랑처럼 되돌아온다.자신을 나쁜 남자와 구별하는 방안을 찾아내지 않는 한 말이다.그래서 포르노 텍스트는 종종 ‘나쁜 남자’를 변태이거나 범법자로 만든다.혹은 ‘나쁜 남자’처럼 ‘그’의 번민과 성찰 과정 속으로 깊이 들어감으로써 불편함이 해소되거나…. 한데 린디 텍스트가 선사한 포르노적 상상력의 가해자는 뜻밖에도 ‘여자’다.그리고 피해자는 남자,남자이기는 하되 아랍인이라는 혐오스러운 존재다.보호해주고 싶은 여자가 아니라,이제까지 ‘악’으로 표상되거나 최소한 ‘열등한 존재’로서 기억되었던 혐오스러운 남자들이다.그러니 아름답고 수동적인 여자에 관한 가학성의 텍스트와는 달리 이 독특한 포르노는 ‘역겹다.’ 따라서 이때 악녀는 역겨워하는 시민사회의 정상적 일원인 ‘우리’와는 애초부터 동일시될 수 없다.또 여리고 수동적인 예쁜 존재가 아니라 강하고 적극적인 여자이기에,보호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두려운 존재다.누군가가 말했듯이 ‘악녀’는 남성적 상상계의 거세공포증의 산물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의 기억 속에서 악녀는 탄생하였다.결국 ‘악녀 린디’는 인류의 가학적 문명에 관한 성찰 대신 우리가 공범자로 가담되어 있는 포르노적 상상력만을 야기할 뿐이다. 김진호 당대비평 주간 목사˝
  • 유목민 닮은 강렬한 윤곽-재미작가 최동열 작품전

    재미작가 최동열(53)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다.중학교를 마치고 검정고시로 대학에 진학했는가 하면 16세에 해병대에 입대하고,월남전에 자원해 2년간 참전했다.그는 대학(외국어대 월남어과) 재학중 교환학생으로 미국으로 갔다가 이내 정착했다.공장 직공,태권도 사범으로 일하기도 했으며 정치학을 공부하다 마침내 문학과 미술의 세계에 빠져들었다.미술학교는 다니지 않았지만 ‘독학’으로 일가를 이룬 케이스다.뉴욕,플로리다,뉴올리언스,멕시코,프랑스 등으로 주거지를 옮겨다니며 작품활동을 해온 그는 인도,실크로드 등을 장기간 여행하며 예술적 상상력을 키웠다.이런 유목민같은 삶의 흔적이 말해주듯 그는 어느 누구보다도 자유분방하고 개성적이며 감성적이다.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리는 ‘최동열 작품전’(2일부터 16일까지)에선 그가 미국에서 작업해온 회화와 판화들을 포함,지난 6개월간 경기도 이천에 머물면서 만든 100여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최동열의 작품은 원색에 가까운 화려한 색을 사용하는 만큼 더없이 강렬한 느낌을 준다.거칠 것 없는 힘찬 붓질은 주제의식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인물이나 사물을 두드러지게 표현하는 반면 주변 요소들은 과감히 생략한다. 원근법 같은 고전적인 방식에 기대기보다는 사물을 되도록 평면화해 단순한 윤곽선으로 처리하는 것도 그의 그림의 특징이다.이번에 출품되는 ‘정물과 산수’‘누드와 산수’ 등의 작품은 그런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최동열은 개인적으로 20세기 프랑스 화가 발튀스를 좋아한다고 말한다.카뮈의 작품 ‘페스트’와 ‘계엄령’의 무대장식을 맡아 유명해지기도 한 발튀스 또한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최동열과 기맥이 통하는지도 모른다.이들의 그림엔 진부한 일상에 존엄성을 부여하거나,낭만적인 꿈의 세계에 빠져드는 공통점이 있다.한국 화가론 대구 출신 서양화가 이인성의 누드그림이 인상적이라는 그는 앞으로 한국인의 누드도 열심히 그려나갈 작정이라고 밝혔다.(02)734-0458.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이명랑·심윤경 장편 나란히 출간

    문단의 촉망받는 젊은 여성작가 이명랑(31)과 심윤경(32)이 나란히 장편 소설 ‘나의 이복형제들’(실천문학사)과 ‘달의 제단’(문이당)을 냈다.소재와 작품 속 시공간은 다르지만 성숙한 시선으로 삶의 본질을 캐려는 눈길은 닮았다.둘다 자기만의 독특한 문체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을 보여준다. ●‘나의 이복형제들’ 2년 전 ‘삼오식당’에서 영등포시장 상인들의 일상생활을 능청스러운 해학과 기지로 그리면서 삶의 난장을 빼어나게 묘사했던 이명랑.그의 시선이 이번에는 시장 안에서 더 밑으로 내려갔다.시장 상인들은 배경음악 정도로 뒷전에 처리하고 떠돌이 일용직 등 더 버림받고 주변부에 놓인 인물들의 삶을 돋을새김한다. 소설은 따로 읽어도 자연스러운 여섯편의 에피소드로 이뤄졌다.신내림의 운명을 포기하고 집을 나와 떠도는 열일곱살 소녀 영원을 화자이자 주인공으로 내세워 소녀의 눈에 비친 신산한 삶을 정밀묘사한다. 서울상회 ‘협동합시다’ 아저씨의 배려로 과일가게에서 일하는 영원에게 ‘깜뎅이’ 인도인 노동자,근육수축병에 걸린 불구의 춘미 언니,조선족 다방 여종업원,난쟁이 왕눈이 등은 모두 애증이 교차하는 ‘이복 동생’이다. 영원은 그들 모두가 징그럽고 눈에 거슬리는 존재라 처음에는 뜨악하게 반응하지만 갈수록 그들의 상처에 공감한다.나아가 그들의 손과 발이 되어 친구·동생·누이처럼 상처를 달래주고 생의 의지를 불어넣으려고 노력한다.겉으로 보기엔 비루한 삶 속에서 생의 열정과 의지를 발견하는 작가의 노력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달의 제단’ 2002년 성장 소설 ‘나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제7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심윤경의 상상력이 이번엔 고색창연한 세계로 뻗었다.종손으로 문중의 전통을 이어가려는 할아버지와 서자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손자의 갈등을 축으로 상식을 넘어서서 명분에 집착하는 빗나간 열정의 허망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은 현재와 과거의 두 이야기를 넘나들며 진행된다.바람둥이 생모,자살한 아버지 등의 태생적 상처를 지닌 종손 상룡과 문중의 전통에 대한 맹목적 애정을 지닌 할아버지의 갈등이 한 축이고 다른 하나는 상룡의 10대 조모인 안동김씨가 친정 할머니와 주고받은 언찰(諺札)이다. 상룡이 해독한 편지는 가문의 계통이 의심스러운데 이를 인정하지 않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시공을 초월해 존재하는 맹목적 열정과 그것이 부른 희생을 증언한다.문중의 명예를 목숨보다 귀하게 여기는 할아버지의 강요로 사랑하는 사람과 이혼하고 재혼한 뒤에 자살한 상룡의 아버지와 편지 속 안동김씨 할머니가 아들과 서방을 건사하지 못한 이유로 시아버지에게 자진하라는 명을 받는 것은 맥이 통한다. 언문 형식의 편지를 끈질기게 해석한 작가의 노력에 힘입어 세대를 달리한 신구 가치의 대립이라는 본질은 현재형으로 다가온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42)안의현감(安義縣監) 연암 박지원의 행정론

    경남 함양군 안의면 안의초등학교 교정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비석 하나가 서 있다.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1737∼1805) 선생에 관한 역사와 선생께서 활동하셨던 18세기 영조 정조시대의 조선 지성사와 사회사의 한 단면까지를 엿볼 수 있게 하는 사적비(事蹟碑)다.위대한 문학가로서의 면모와 탁월한 행정가로서의 면모를 함께 느낄 수 있으며,특히 안의현감이라는 지방의 한 작은 고을을 다스리는 행정관 시절의 흥미로운 일화들은 정치와 권력의 남용으로 고통받는 이 시대를 향하여 무언의 꾸짖음을 던지고 있다. 오늘은 산 좋고 물 좋은 지리산 아래 함양 안의면의 오월 녹음을 주우며 그 푸르고 향그러운 색깔 속에 살아있는 한 지성의 인간과 세상을 향한 말씀을 들으려 길을 떠난다. 연암 박지원 선생을 두고 칭송하는 글귀는 매우 많다.‘그의 문장은 천마(天馬)가 하늘을 나는 것 같아 굴레를 씌우지 않았건만 자연스럽게도 법도에 다 들어맞는다.그러므로 그의 문장은 문장 가운데 으뜸이라 할 만하며,뒷 사람들이 배워서 이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는 글과 ‘영국에 셰익스피어가,독일에 괴테가,중국에 소동파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박지원이 있다.’는 글이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이같은 선생은 흔히 ‘양반전’‘허생전’ 등 부패한 사회상과 타락한 양반 사회를 풍자적 기법으로 통렬하게 비판한 소설가로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선생의 나이 44세 때 청나라 여행을 계기로 국내 보수파들의 극렬한 비난을 무릅쓰면서 쓴 ‘열하일기’는 당시 문단에 충격을 던진 놀라운 문체로서 선생의 글이 단순히 글 재주에 의지한 것이 아니라 시대와 인간의 삶을 새로운 지평으로 이끌고 가기 위한 위대한 통찰력과 상상력이 결합된 신선함의 상징이었다.여기에서 선생은 행정가 혹은 정치가로서의 안목과 구체적 능력을 암시하기도 했다. ●나이 50에 임금분부로 마지못해 벼슬길 이렇듯 천하 제일가는 문장가로 널리 알려진 선생이었지만 한사코 과거시험을 거쳐 벼슬길에 나아가는 일은 극력 회피했다.주위의 권유가 하도 잦고 간곡하여 몇 차례 과거시험장에 나간 적이 있었다.그러나 답안지를 작성한 뒤에는 이름을 적지 않았고,글 대신 그림을 그려 놓거나 엉뚱한 시편들을 대신 적기도 했는데,이 때 선생이 지은 글은 곧잘 큰 유행이 되기도 했고 많은 이들로 하여금 감탄과 아쉬움을 함께 자아내기도 했다.심지어 임금의 명령으로 과거시험장에 억지로 나간 적도 여러번 있었지만 모두 이름을 적지 않았다.벼슬이나 권세가 깊은 학문과 향기 짙은 문학세계를 해칠 수 있다는 선생의 청정한 지조,혼탁하고 광분한 지성사를 꾸짖어 바로잡을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세상에 나아가면 더욱 세상을 어지럽힐 뿐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정직과 청빈을 집안의 가훈으로 이어받은 선생 또한 몹시 가난하게 살았다.가난과 고난 속에서도 마치 독서하는 군자처럼 살았던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떴는데,선생이 나이 50세 때 임금의 거듭된 분부를 차마 뿌리치지 못해 음관(蔭官)으로 벼슬길에 나간지 반 년도 못 된 때였다.아내를 여읜 지 얼마 안되어 다시 맡며느리의 상을 당한 뒤로는 끼니 챙겨 줄 사람도 없이 19년여를 혼자 살았다.그 고적하고 불편한 생애의 후반에 이르러서야 선생의 학문과 행정가로서의 세계가 더욱 깊고 넓게 완성될 수 있었다. 선생이 참으로 엉뚱하게도 경상도 안의현감이라는 지방 목민관으로 부임한 것은 1792년 1월이었다.1796년 봄에 서울로 돌아갈 때까지 5년 동안 안의현감을 지내면서 남긴 업적은 2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직자와 정치가들에게 변함없는 교훈이자 반드시 닮아야 할 목표로 남아 있다.53세에 안의현감으로 부임한 선생 앞에 맨 먼저 던져진 과제는 아전들의 오래된 폐단이었는데,공금횡령과 현감을 속이고 우롱하는 행동이었다.다른 하나는 공금횡령을 부추기는 주변의 권유와 부정부패를 일삼아야만 출세할 수 있다는 공공연한 현실이었다. ●군량미 향곡 9000섬 야금야금 도둑질 지방관청의 실무 담당자들인 아전은 모두 그 지방 출신자들인데다 오래도록 아전으로 지낸 터여서 관내의 모든 일을 소상하게 알고 있었다.거기에 비해 서울에서 임명되어 오는 현감의 임기는 정해져 있지 않아서 언제든지 바뀔 수 있었다.따라서 현감은 짧은 임기 동안에 안의지역에 관한 일들을 미처 파악하기도 전에 떠나는 일이 흔했다.이같은 사정을 알고 있는 아전들이 고의적으로 현감의 임기를 되도록 짧게 만들기 위한 수작을 부리는 폐습이 뿌리 깊었다.부임하는 현감으로 하여금 안의 지역의 행정 업무에는 아예 손도 못대게 하기 위해 교활한 함정을 파서 빠뜨렸다.아전 상호간의 비리를 적은 투서를 익명으로 현감에게 보내는 것이었다.투서자가 익명이기 때문에 투서에 적힌 당사자를 소환하여 조사하면 으레 시치미를 잡아 떼면서 누명을 덮어 썼다고 항변했다.이같은 투서사건을 조사하느라 시일을 보내다보면 현감 본연의 업무는 뒷전으로 밀려나게 되고,그러는 사이에 현감이 무능하다거나 죄없는 아전들을 잡아들여 족치면서 뇌물을 요구한다는 투서가 서울로 보내졌다.결국 현감은 서울로 불려가거나 다른 지역으로 겨갔다. 아전들의 이같은 행동은 자신들이 저지른 공금횡령 사실을 은폐시키기 위한 계획적인 짓이었다.아전들이 저지르는 공금횡령의 대표적인 사례는 군량미로 책정된 곡식인 향곡(餉穀)을 도둑질하는 것이었다.각 고을에서 백성들로부터 거두어들인 대동미 중에서 일부는 서울로 올려보내고 나머지는 여러 가지 용도에 대비하기 위해 지방관청에다 보관해 두고 있었는데,이 곡식을 아전들이 야금야금 도둑질하여 선생이 안의현감으로 부임했을 때는 무려 6만여 휘(열 다섯 말이나 스무 말을 일컫는 수량의 단위)나 되었다.10말을 한 섬으로 치면 무려 9000섬이나 되는 엄청난 곡식이었다.아전들의 고질적인 횡령으로 국가와 지방관청은 늘 재정부족으로 허덕였다.선생은 특유의 직관과 지혜로서 아전들의 농간을 혁파하고 그들이 훔쳐 낸 공금을 모두 환수했다.그 과정에서 어느 한 사람도 죄를 묻거나 궁지에 몰아 넣지 않고 깊이 뉘우치면서 기쁜 마음으로 죄를 갚도록 함으로써 안의 사람들로부터 커다란 존경을 받기 시작했다. 선생은 과오를 저지른 아전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칠 수 있도록 다양한 교훈과 모범을 보였다.선생의 정직함과 청빈함이 아전들에게 교훈이 되었다.앞서 간 수많은 현감들의 탐욕과 위선이 아전들을 공금횡령으로 밀어 넣은 것이라고 선생은 말했다.오늘날의 저 많은 국가 공직자들과 지도자들이 다시 살펴봐야 할 두렵고 또 두려운 역사적 교훈이자 민주주의가 제대로 되기 위한 철학이다.이렇게 채워진 곡식을 두고 서울의 중앙관청 고관들로부터 나눠 갖자는 유혹이 있었다.어차피 없어도 좋은 것이므로 나눠갖자는 제의였다.또한 늘그막에 가난 때문에 지방 수령 노릇을 하니까 적당히 챙기면 가난은 면할 수 있으리라는 중앙의 벼슬아치들이 예사로 주고받는 말은 선생으로 하여금 더욱 청빈하게 만들었다.빈번한 흉년 때마다 굶주리는 백성들을 도울 때 선생이 한결같이 정성을 쏟은 것은 얻어 먹는 사람의 인권과 명예를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또한 부득이 아랫사람에게 곤장을 쳐야 할 경우에는 곤장질이 끝난 후 반드시 사람을 보내 맞은 곳을 주물러 멍을 풀게 했다. ●죄 묻거나 궁지에 몰지않아 모두 감복 “고을 원 노릇은 좋은 일이지만 사람을 매로 다스리는 일만큼은 몹시 괴롭고 싫다.”고 했다. 선생은 지방관청 행정가가 가장 공력을 많이 들여야 할 것으로 몇 가지를 꼽아 실천했다.가난한 사람을 돕되 가난의 원인을 해결해 주는 것,상업과 농업의 중요성만큼 장사하고 농사 짓는 사람의 인권과 명예를 존중해 주는 것,농민들의 노동력을 능률적으로 확대시키기 위해 청나라에서 실시하는 여러 가지 농기계를 제작하여 보급하는 것,지역민들이 자신들의 고장에 대한 긍지를 갖고 살도록 하기 위해 지역 문화를 발전시키는 것들을 꼽았다. 선생의 이같은 위업은 조선 후기 타락한 양반 관료들의 부패와 탐학의 만연으로 가려져 있었지만,오늘 다시 선생의 청렴과 결백한 행정가로서의 삶은 우리 시대를 향해 또 한 번 꾸짖는다.너는 왜 공무원이 되었느냐고. 선생은 부인과 함께 황해도 장단구 송서면 대현리에 묻히셨는데,지금 누가 그 무덤의 풀을 베고 술잔을 올리는지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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