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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거짓말하는 애인(가브리엘 마츠네프 지음,조용희 옮김,문학동네 펴냄) 소르본 대학에서 라틴 고전문학을 공부하는 스물두살 청년의,제목만큼이나 도발적인 연애담.저자는 저널리스트 출신의 프랑스 중견작가로,남녀간의 사랑과 이면에 숨은 타락한 인간성을 세련된 필치로 묘사했다.작중 주인공의 애인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신의 것인 양 일기장에 적는 습관을 가진 허언증(虛言症) 환자다.8800원. ●나는 노래가 되었다(조태일 지음,신경림 엮음,창비 펴냄) 1999년 타계한 조태일 시인의 5주기 기념 시선집.시인 신경림이 고인이 생전에 발표한 450여편의 시 가운데 115편을 가려뽑았다.평론가 유종호가 “서정적 진실의 일품”이라 격찬한 ‘어머니를 찾아서’를 비롯해 ‘태안사 가는 길 2’‘노을’‘국토’ 연작 등이 실렸다.8500원.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이오덕 지음,보리 펴냄) 지난해 타계한 아동문학가 이오덕의 대표적 글쓰기 지도서가 재출간됐다.이오덕 선생의 치열한 글쓰기 정신과 지도방법을 일목요연하게 확인해볼 수 있다.서사문,감상문,설명문,동시 등 갈래별 글쓰기 요령이 자세히 소개됐다.1만 5000원. ●오일맨(남궁유 글·그림,샘터 펴냄) 은둔자인 기름인간 오일맨을 통해 인생의 가치와 삶의 열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소년시절 사소한 실수로 온몸이 기름으로 뒤덮인 주인공 오일맨은 고립돼 살아가고,이기적인 마을사람들은 그를 적으로 몰아간다.외로운 현대인의 삶을 독특한 상상력으로 묘사했다.7500원. ●프루스트와 지드에서의 사랑이라는 환상(이성복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 시인 이성복이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을 통해 사랑이라는 환상이 생겨나서 사라지는 과정을 짚어본 해설서.각각의 소설을 세가지 소주제로 나눠 분석했다.9500원. ●내 생의 적들(이인휘 지음,실천문학사 펴냄) ‘활화산’의 작가가 8년만에 국가보안법을 소재로 선보인 소설.어느날 갑자기 국가보안법의 덫에 걸려 24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속수무책으로 뒤틀려 버린 한 청년의 삶을 그렸다.9000원.
  • 성화 이야기/나카자와 신이치 지음

    성화 이야기/나카자와 신이치 지음

    이콘(icon)이라고 하면 흔히 종교적 의미의 도상을 가리킨다.특히 기독교에서 말하는 이콘 즉 성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원한 진리의 빛인 신성을 구체적인 형태로 표현한 것으로,그 자체로 신성시되기도 한다.일본 최고의 신화인류학자로 꼽히는 나카자와 신이치(54·주오대) 교수가 쓴 ‘성화 이야기’(양억관 옮김,교양인 펴냄)는 이같은 성화의 내면풍경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원제는 ‘Iconosophia(이콘의 지혜)’.제목이 암시하듯 저자는 고대의 성화 속에 담긴 인류의 시원적인 지혜를 끌어내 우리의 삶을 비추는 거울로 삼는다.저자는 성화를 단순한 종교적 그림이 아니라 복잡다단한 인류학적 코드를 내장한 상징으로 파악한다.가공되지 않은 자연의 눈으로 이 세계와 인간 존재의 의미를 탐구했던 태곳적 인류의 예지를 성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기독교의 성화에서 불교의 만다라,아메리카 원주민의 신성한 그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권의 성화들을 폭넓게 다룬다.신화와 철학,도상학과 종교학의 영역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성화의 숨은 의미를 읽어낸다.서구의 합리주의 사고방식에 길들여진 현대인에게 초기 기독교의 성화나 불교의 만다라 같은 것들은 한낱 수수께끼이거나 신기한 유물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저자는 이런 성화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15세기 피렌체 화가 파올로 우첼로의 그림 ‘용을 무찌르는 성 조지’는 저자의 성화관(觀)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예다.언뜻 보면 이 그림은 성 조지가 그저 대지의 뒷면에 숨어서 인간에게 해악을 끼치는 흉포한 괴물을 물리치는 그림처럼 비친다.그러나 저자는 이 작품에서 욕망과 집착의 틀에 갇힌 인간 정신을 해방시키려는 ‘정신의 기사’를 발견한다.저자가 보기에 성화는 이 세계와 존재의 의미를 찾는 인간 정신의 여정에 다름아니다. 불교의 만다라에서는 생명이 살아 숨쉬는 세계의 원초적 모습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옛 사람들의 생각을 읽는다.저자에 따르면 만다라는 “인간의 의식 깊은 곳으로 내려가는 탐사도구”다. 일본 학계의 촉망받는 인문학자인 저자는 한때 네팔로 건너가 티베트 닝마파 밀교를 직접 수행하기도 했다.이 책에서는 저자의 그런 이력을 반영하듯 밀교나 신지학 용어들이 학술적 개념어로 쓰이는가 하면 주술사의 말이 저명한 학자의 말과 나란히 놓이기도 한다.그만큼 도발적이고 자유분방한 상상력으로 성화의 내면을 들여다 본다.저자는 성화 해석의 공간을 활짝 열어 놓는다.성화란 이 세계의 다층적인 모습만큼이나 다양한 여러 겹의 옷을 걸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왜 지금 성화일까.사랑의 힘을 잃어버린 시대,다시금 신성과 사랑의 원천으로 돌아가 영혼의 눈을 떠보자는 것이다.성화는 바로 그 내면으로의 여행의 매개체다.10장의 강의 형식으로 꾸며진 이 책은 무엇보다 어려운 철학적 주제를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체로 풀어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이 간다.1만 1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한려수도­이순신이 싸운 바다/이봉수 지음

    “나를 영국의 넬슨 제독과 비교해도 좋습니다.그러나 조선의 이순신 장군과는 견줄 수가 없습니다.이 도고가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이순신 장군은 따라갈 수 없습니다.” 1905년 러·일전쟁 당시 러시아 발틱 함대를 궤멸시킨 일본의 영웅 도고 헤이하치로(東鄕平八郞) 제독이 남긴 말이다.일본인들에게 군신(軍神)으로 추앙받는 도고에게도 충무공 이순신은 까마득히 높은 존재였다.충무공 서거 400여년.하지만 이순신이라는 이름은 어느 때보다 오늘 우리에게 절실하게 와닿는다.‘난세’에 영웅을 기다리는 심정 때문일까.충무공을 재조명하는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불멸의 이순신을 다룬 TV드라마가 방영되는가 하면 ‘천군’이라는 이순신 영화도 제작 중이다. ‘한려수도­이순신이 싸운 바다’(이봉수 지음,새로운사람들 펴냄)는 단순히 이런 ‘이순신 현상’에 편승한 유사 저작물이 아니다.이 책은 기존의 이순신 관련서들이 사료나 문헌 혹은 작가적 상상력에 의존해 장군이 실제로 누볐던 현장을 소홀히 했다는 반성에서부터 출발한다.저자(47·한국토지공사 기획조정실 부장)는 지난 5년간 통영 앞마다 오곡도라는 섬에 베이스 캠프를 차려놓고 주말마다 남해 바다를 구석구석 누비며 이순신 장군의 흔적을 좇았다.역사학자는 아니지만 ‘한려수도-외딴섬 토담집 별장’이란 기행집을 펴낼 정도로 이 쪽에 관심이 깊다.한려수도 지킴이이자 이순신 마니아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은 한려수도에서 한산대첩,당포해전,사천해전,노량해전 등 숱한 전투를 치렀다.여수와 한산도를 기점으로 해 동쪽으론 거제도를 거쳐 부산포까지,서쪽으론 진도 벽파진과 해남 우수영,목포 고하도까지 곳곳에 발자취를 남겼다.이 책은 각 해전마다 아군과 적군의 세력을 분석하고 쌍방의 무기체계를 설명해 눈길을 끈다.조선은 임진왜란 당시 오늘날의 대포격인 총통(銃筒)을 비롯,박격포와 같은 비격진천뢰,수류탄처럼 던져서 폭발시키는 질려탄,지뢰처럼 땅에 묻었다가 폭발시키는 지화(地火) 등 온갖 화기가 개발돼 있었다.거북선과 판옥선에 실은 함포 중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왜선에 큰 타격을 입힌 천자총통이다.이 총통에 장착해 발사했던 2m가 넘는 대형 화살인 대장군전은 단 한 발로 왜군의 지휘관급 기함인 아다케(安宅船)를 격침시킬 수 있었다.지자총통의 위력도 만만찮다.저자에 따르면 지자총통은 새알처럼 생긴 작은 산탄인 조란환(鳥卵丸)을 한번에 200발까지 쏠 수 있었으며,그 위력은 오늘날의 살상무기인 크레모아에 버금갔다. 조선과 일본의 함선을 비교하고 해상전술을 설명한 대목도 흥미롭다.일본의 아다케와 비교되는 판옥선(板屋船)은 갑판 위에 한 층을 더 올려 널빤지로 지붕을 덮어 만든 배로,임진왜란 때 맹활약한 조선 수군의 주력선이다.저자는,적송을 재료로 못을 사용하지 않고 짜맞추는 판옥선은 큰 진동에도 견딜 수 있어 각종 함포를 실을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때문에 조선 수군은 포격전이 주요 전술이었던 반면 일본군은 상대방 배에 기어올라 칼로 승부를 거는 등선 육박전술을 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책은 학계에서 아직 고증되지 않은 새로운 사실도 밝힌다.임진왜란 당시 진해는 현재의 진해시 일대가 아니라 마산시 진동면 일대라는 주장이 그 한 예다.저자는 조선시대에 제작된 가장 정밀한 지도인 동여도를 살펴 보면 진해는 바로 지금의 마산시 진동면 일대이며,그 앞바다가 당시 진해바다로 불렸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김정호가 만든 필사지도인 동여도는 1861년에 간행된 대동여지도를 제작하기 위한 고본(稿本)으로,대동여지도보다 7000여개나 많은 지명이 기록돼 있는 우리나라 최대의 조선 전도다. 조선이 임진왜란에서 승리를 거둔 데는 민초들의 역할이 컸다.책은 임진왜란 당시 한산대첩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한 목동 김천손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전한다.한산대첩 하루 전날 김천손은 견내량에서 미륵도의 당포까지 20㎞를 한달음에 내달려 이순신 장군에게 왜선 70여 척이 거제도를 출발해 견내량에 도착했음을 알린 인물.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저자는 목동 김천손의 이야기는 우리로서는 마라톤 전장에서 아테네로 달려와 승첩을 알리고 절명했다는 그리스 용사 페이디피데스의 고사보다 더 귀중한 것이라고 강조한다.책은 이순신 장군이 싸운 남해 바다 곳곳의 현재 모습과 관광정보 등도 싣고 있어 역사기행을 위한 실용서의 구실도 겸한다.1만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책] 달님의 알/고모리 가오리 글

    둥근 보름달 속에 떡방아를 찧는 토끼가 살고 있다는 전설은 우리나 일본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일본 동화작가 고모리 가오리가 쓴 ‘달님의 알’은 어쩌다가 토끼가 달나라에까지 가서 떡방아를 찧게 됐는지를 재미있는 상상력으로 풀어낸 책이다. 생일선물로 고무새총을 받은 너구리 ‘유리’는 장난삼아 총알을 날렸다가 그만 달님을 깨뜨린다.깜짝 놀란 유리는 할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하고,할머니는 만물상자에서 달님의 알을 꺼내준다.차가우면 작아지고,더워지면 부풀어오르는 신기한 알을 둘러싸고 유리와 친구들이 벌이는 갖가지 소동이 웃음을 자아낸다. 이때 어디선가 나타난 괴상한 차림새의 토끼 아저씨.찹쌀떡을 너무나 좋아해서 커다란 배낭 안에 절구와 절굿공이,찹쌀가루를 넣어다닌다는 토끼는 알을 달님으로 만들 수 있는 펭귄네 별장으로 유리를 데려간다.얼음처럼 차가운 곳에서 알은 마침내 금빛 달님으로 탈바꿈한다. 문제는 두둥실 떠오르는 달님에 몸이 붙은 토끼와 유리도 덩달아 하늘로 올라가게 된 것.라라미의 도움으로 유리는 땅에 내려오지만 토끼는 달에서 편히 살겠다며 작별인사를 한다.추석날 밤,환한 보름달 아래 아이와 함께 책장을 넘기기에 안성맞춤이다.1만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부천 만화도서관 “반응 좋네”

    ‘찾아가는 만화도서관’이 호응을 얻고 있다. ‘만화도서관’은 사단법인 부천만화정보센터가 만화인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 학교나 복지기관 등에 수천권의 만화책을 기증,만화도서관을 운영토록 지원해 주는 사업. 지난해 4월 부천시 오정구청이 센터측으로부터 만화책 1000권을 기증받아 민원실에 만화도서관을 개장한 것을 시작으로 부천장애인종합복지관,상동종합사회복지관,한·중 국제여객선 향설란호 등 현재까지 모두 9개 기관이 1000∼3500권의 만화책으로 도서관을 열었다. 도서관에 비치되는 만화책은 이용 대상자를 고려한 학습만화,국내외 단행본,시리즈물 등 다양한 장르의 만화로 구성된다. 만화센터는 앞으로 만화도서관 설립 대상 기관을 센터가 위치한 부천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부천만화센터 김선미 연구원은 “상상력과 창의력의 결집체인 만화를 보급하기 위해 ‘찾아가는 만화도서관’ 사업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패션+α]

    ●BIF보루네오는 29일부터 10월5일까지 인사아트센터에서 ‘가구재해석전’을 연다.창립 38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 전시회에서는 설치예술과 가구를 재구성해 컬러 방석을 쌓아올릴 수 있는 샌드위치스툴,매일 아침 사과를 하나씩 주는 침대,평면과 입체를 조합한 서재가구,몬드리안의 작품 이미지를 활용한 장식장 등 설치예술가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소개된다. 10월1일 오후 4시에는 재즈뮤지션 윤희정씨의 공연을 열고,초대권을 소지한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사은품을 증정할 계획. ●로제화장품은 한가위를 맞아 연령대별 선물세트를 준비했다.20대를 위한 허니앤플라워 웰빙 3종세트(7만원선)는 허니테라피 개념의 자연주의 화장품으로 활력있고 건강한 피부를 만든다.30대를 위한 오퍼스투 피부관리 3종세트(중·건성용 14만 8000원선,지·복합성용 13만 3000원선)는 3단계 피부 관리 프로그램 화장품으로 엘라스틴 콜라겐 등 단계별로 적절한 효과를 전달한다.40대 이상을 위한 십장생 3종세트(18만 6000원)는 한방원료 10가지를 담아 한방의 효능을 극대화한 제품. ●메이블린은 1971년 소개된 후 지금까지 판매돼 마스카라의 전설로 꼽히는 ‘그레이트 래쉬’를 선보인다.바르는 순간 눈썹에 특수 컨디셔닝 처리를 해 번지지 않고 탄력있는 긴 속눈썹을 연출한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5000원선.
  • 소통부재 시대의 자기이해

    첨단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도 현대인은 고독하다.커뮤니케이션의 장애를 겪는다.이른바 ‘소통부재’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작가 양만기(40·덕성여대 교수)는 바로 그런 점에 착안,작품을 만들고 대중과의 소통을 꿈꾼다.22일부터 10월5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양만기­아트컴퍼니’전은 소통을 주제로 한 다양한 미디어 설치작품을 소개한다. 전시작은 ‘PDP영상’‘LED영상’‘소음풍선’‘메모리 프로젝션’‘앵무새 사운드’ 등 크게 5개로 이뤄져 있다.이 중 ‘앵무새 사운드’는 모방의 상징인 앵무새 세 마리를 금속줄로 연결해 전시장을 가로질러 설치한 작품.어느 한 부분을 누르면 각각 입력된 서로 다른 소리가 흘러 나오도록 돼 있다.또 ‘소음풍선’은 ‘소음을 판다.’는 컨셉트 아래 만든 작품으로,공중에 설치된 커다란 풍선 아래 소음이 새어 나오는 여러 개의 헤드폰을 매달아 놓았다.상호 소통하지 못하는 현대 사회의 불구성을,작가는 이런 작품들을 통해 조롱한다.출품작은 모두 100원짜리 동전을 사용해야만 작동된다.거기엔 물론 현대사회의 상업성을 비판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담겼다.작가적 상상력과 최첨단 기술이 어우러진 양만기의 작품은 현대사회의 소통과 자기 이해의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전시장 한편에서는 주방용품 테팔을 이용한 ‘양만기­테팔이 꿈꾸는 집’이란 이색 전시도 열린다.(02)736-1020.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이런 책 어때요] 상상력의 천국, MIT 미디어랩/나카무라 이치야 지음

    세계적인 이공계 교육의 메카인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안에는 미디어랩이라는 연구소가 있다.가상현실,3차원 홀로그램,모션 캡처,웨어러블 컴퓨터(옷을 입듯이 몸에 착용할 수 있는 특수 컴퓨터),유비쿼터스(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통신환경)등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다양한 비전을 창출하고 있는 곳이다.설립연도는 1985년.소장인 니콜라스 네그로폰테,인공지능 전문가 마빈 민스키 등 디지털 리더들이 뭉쳐 디지털 기술의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이들의 땀과 열정의 이야기를 소개한다.1만 2000원.
  • [시네마천국]알모도바르 감독의 ‘나쁜 교육’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는 언제 봐도 특별하다.그는 원색의 화려한 영상과 내러티브의 오밀조밀함을 섞어 누가 봐도 재미있는 영화를 만드는 재주를 가졌다.성도착·동성애 등이 항상 소재로 등장하지만,평범한 관객의 흥미까지 끌어안는다.그리고 그 속에 다양한 의미를 뒤섞어 보고 난 뒤에는 몇 번씩 곱씹어 보게 한다. ‘나쁜 교육’(Bad Education·17일 개봉)은 이같은 알모도바르 감독만이 갖는 특징의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영화는 영화감독인 엔리케에게 어릴적 친구인 이나시오가 찾아오는 별스럽지 않은 이야기로 시작한다.이나시오는 영화에 출연시켜 달라며 둘의 이야기로 완성한 시나리오를 엔리케에게 준다. 어린시절 이나시오는 사랑하는 엔리케를 위해 신부의 성추행을 묵인한다.성인이 되어 트랜스젠더로 살아가던 이나시오는 신부를 찾아가 돈을 요구하며 협박한다.하지만 현실과 시나리오 속 이나시오의 괴리에 궁금해하던 엔리케에 의해,그가 동생 후안임이 밝혀지면서 영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현실과 시나리오만 존재하는 초반부는 예술의 상상력과 현실의 관계를 탐구하는 듯하지만,마치 스릴러영화처럼 하나하나 다른 진실이 추가되면서 의미의 가지는 다층적으로 뻗어간다.나쁜 교육 탓에 분열된 인간으로 굳어버린 이나시오,파계한 뒤 새 인생을 살려고 했지만 다시금 새로운 욕망의 대상에 집착하며 파멸하는 마놀로 신부,거짓인 줄 알면서도 후안에 대한 욕망을 끌어안고 가는 엔리케 등 결코 이룰 수 없는 인간 욕망의 고리가 퍼즐처럼 엮어진다. 하지만 그 욕망이 추악하게만 비치지 않는 건 어린시절을 서정적으로 추억하는 영상 때문이기도 하지만,모든 인간을 추동하는 힘이 이같은 욕망에 기인한다는 슬픈 인식 때문이다.예술영화 전문 배급라인으로 탄생한 Cine,休의 첫 배급작품.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시네마천국]17일개봉 성룡 ‘…세계여행’

    ‘80일간의 세계일주’(Around the World in 80 Days·17일 개봉)는 어린시절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미지의 세계를,첨단의 상상력과 스펙터클한 영상으로 재현해낸 작품이다. 우선 1억여달러가 투입된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성룡이 휘젓고 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이 반갑다.성룡이 맡은 역할은 영국 백작의 하인 파스파투.하지만 원작과 달리 주인의 조언자이자 친구로,또 위기를 모면해가는 주도적인 인물로 등장한다.한마디로 말해 성룡이 영화의 중심이다. 런던은행에서 불상을 훔친 파스파투는 경찰에 쫓기다 얼결에 괴짜 발명가 필리어스 포그(스티븐 쿠건)의 하인이 된다.평소 필리어스의 진보적인 발명품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과학부장관은 80일동안에 세계일주를 할 수 있다는 그의 말에 장관직을 건 내기를 제안한다.불상을 고향으로 가져가려는 파스파투는 흔쾌히 동행하고,첫 도착지 파리에서 화가 지망생인 모니크 라루슈(세실 드 프랑스)도 동참한다. 터키,인도,중국,샌프란시스코,뉴욕 등을 도는 여행길의 최대 난관은 불상을 다시 찾으려는 전갈단과 과학부 장관의 졸개들.하지만 위협 속에서도 파스파투의 기지 섞인 액션으로 아슬아슬하게 피해나간다.주변 기물을 활용한 계산된 동선과 날렵한 동작을 보여주는 성룡의 액션은 단순한 갈등구조와 에피소드 위주의 여행길보다 훨씬 많은 재미를 선사한다. 동서양을 망라한 각양각색의 볼거리도 풍부하다.하지만 정교하게 재현된 19세기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대부분 이미지에 그친다.터키왕자로 분한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나,영어와 중국어를 번갈아 말하는 중국인들은 어색한 오리엔탈리즘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그래도 동양적 전통과 서양적 진보의 조화를 주제로 삼고,원작과 달리 중국이 여행지의 중요 기착지로 설정된 것은 성룡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라이트 형제 역의 오언·루크 윌슨 형제,뉴욕의 부랑자로 출연한 롭 슈나이더,영국 여왕 역의 캐시 베이츠 등 카메오도 재미를 더한다.막문위,홍금보의 출연도 동양 팬들을 즐겁게 할 듯.다소 유치하고 억지스러운 설정과 사실감이 결여된 화면으로 어린아이의 눈높이를 벗어나지 못한 한계를 보이지만,추석용 가족영화로는 손색이 없다.‘웨딩싱어’의 프랭크 코라치 감독 연출.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관훈갤러리 ‘박병춘­길이 있는 검은 풍경’

    한국화가 박병춘(39·덕성여대 교수)의 작업은 끝없는 형식실험의 연속이다.검정 생고무를 오려 붙인 ‘고무산수화’를 통해 전통산수의 새로운 멋을 전해줬고,칠판에 백묵으로 그린 ‘칠판산수화’에서는 눈에 보이는 이미지의 덧없음을 일깨워줬다.그림을 벽에 거는 대신 공간에 배치해 한국화의 설치예술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박병춘의 신작이 기대를 모으는 것은 그가 이처럼 끊임없이 예술적 도전을 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는 ‘교수작가’라는 울타리에 안주하지 않는다. 22일부터 10월5일까지 서울 관훈동 관훈갤러리에서 열리는 ‘박병춘-길이 있는 검은 풍경’전에서도 그의 실험정신은 유감없이 드러난다.그는 지난해 먹의 농담(濃淡)을 배제한 ‘흐린 풍경’을 선보인데 이어 이번에는 까만 먹만을 사용한 강렬한 ‘검은 풍경’의 세계를 보여준다. 검은 숲을 가로지르는 하얀 길과 야트막한 둔덕의 덤불,그리고 하늘을 향해 솟은 거대한 나무.박병춘의 검은 풍경은 고작 이런 것들의 조합이지만 그의 그림은 결코 단조롭거나 지루하지 않다.작가의 상상력은 하늘에 맞닿은 길만큼이나 무한대로 뻗어간다. 작가는 수묵화가들이 흔히 하듯 먹의 농담을 조절해 사물의 세부를 묘사하거나 음영을 나타내지 않는다.대신 현장에서 풍경을 사생할 때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농담의 붓질을 무수히 거듭한다.얼핏 보면 단순한 검은 숲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안에 자디잔 잡풀과 덤불들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작가는 “풍경화에서 흔히 놓치고 있는 ‘힘’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는 ‘은행나무’ ‘울진 소광’ ‘통고산의 겨울’ ‘생동하는 땅’ 등 42점이 나온다.작가는 이 그림들을 그리기 위해 올 봄부터 전국의 산야를 돌며 모필로 직접 스케치했다.그런 만큼 그림에 생동감이 넘친다.(02)733-6469.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논술비타민] 정보화 사회와 인간

    (가),(나)의 지문을 읽고 사이버세계의 유용성에 관한 글쓴이의 입장을 정리한 후,이에 대해 가능한 반론을 제시해 보시오.(이화여대 2004학년도 논술 모의시험.인문·자연계열 공통) (가)인간은 새로운 우주론 덕택에 무지의 암흑에서 진리의 찬란한 빛으로 진보했다.우주의 진정한 체계가 발견됨에 따라,인간은 마침내 자신이 우주 내의 어느 곳에 서있는지 알게 되었다.태양이 지구를 대신하여 행성체계의 중심에 들어선 것과 마찬가지로,과학 역시 신학을 물리치고 인간의 지식체계의 중심을 차지했다.이제 인간의 정신이 진정한 빛의 근원을 탐구하게 되면서,진리를 향한 끝없는 도약이 미래를 가득 채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현대 우주론의 엄청난 성과에도 불구하고,서구는 철저한 물리주의의 길을 따라 내려오는 동안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것을 또한 잃어버렸다.현대 우주론이 성공을 거두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공간의 동질화로 인해 영혼 또는 정신의 공간이 우리의 세계관에서 추방되어버린 것이다.동질적인 공간은 오직 한 종류의 실재만을 수용할 수 있었다.즉 과학적 세계관에서는 물질의 물리적 실재만이 존재했다.중세 우주론에서 육체와 영혼은 공간이 비동질적이라는 믿음 때문에 공존할 수 있었다.반면에 근대의 우주론 자들은 지구 공간과 천체 공간의 중세적 구분을 폐기함으로써 실재를 고전적인 육체-영혼 이항체계의 절반으로 축소시켰다.게다가 물질 공간이 무한으로까지 일단 확장되어버린 다음에는,어떠한 형태로든 영혼 공간이 들어설 수 있는 자리는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좀더 적나라하게 말해서,근대 우주론의 무한 공간에는 ‘영혼’이니 ‘정신’이니 하는 것들이 존재할 장소가 전혀 없었다.중세의 우주에서 영혼의 장소는 항상 ‘너머’였다.중세에는 우주가 유한하다고 믿었으므로,적어도 비유적으로라도 물질세계의 바깥에 영혼의 자리가 충분히 남아 있다고 상상할 수 있었다.그러나 물질의 세계가 무한한데 영혼의 세계가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물질세계의 한계가 없어짐으로써 기독교적인 영혼의 세계는 우주로부터 삭제되었다.이러한 삭제는 서구를 정신적 위기에 빠뜨렸으며,우리는 그 여파 때문에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다. (나) 사이버공간은 빅뱅에 견줄 만한 기하급수적인 힘으로 현재 우리 눈앞에서 폭발하고 있다.우주론자들은 우주의 물질 공간이 약 150억년 전에 무에서 폭발하여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하는데,사이버공간도 역시 무에서 시작되었다.현재 우리는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공간,새로운 영역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다.서로 연결된 전 지구적 컴퓨터 네트워크 공간은 이전과 다른 영역으로 팽창하고 있다.물질공간처럼,이 새로운 사이버공간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면서,끊임없이 팽창하고 있다.매일 수천 개에 달하는 새로운 노드 혹은 ‘사이트’들이 인터넷과 관련 네트워크에 추가되고 있으며,이러한 새 노드를 통해서 사이버공간의 전체 영역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모든 사이트들은 동시에 여러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 나가는 웹의 복잡한 미로 안에서 서로 연결된다.1998년 중반 현재,정기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의 수는 1억명에 이르고 있다.그리고 다음 10년 동안에는 10억명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된다.이미 3억 페이지가 등록되어 있는 월드와이드웹은 최근 들어 하루에 백만 페이지씩 성장하고 있다.무에서 시작한 지 약 30년 만에 사이버공간은 인간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토’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매우 중대한 의미에서 새로운 디지털 공간은 물리학이 탐구해온 공간 ‘너머’에 있다.왜냐하면 사이버 세계는 물질의 소립자나 힘이 아니라 비트와 바이트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데이터 패킷은 사이버공간의 존재론적 토대이며,전 지구적 현상이 ‘출현하는’ 근원이 된다.사이버공간은 물질의 소립자나 에너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좀더 명확하게 말해서,그것은 한마디로 혁명적인 공간이다.사이버공간은 존재론적으로 물리적 현상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물리학 법칙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그러한 법칙의 한계에 의해 제한되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러한 발전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어떤 의미에서 실리콘 칩은 우리를 형이상학적 통로로 이끈다.한 웹사이트에서 다른 웹사이트로 여행하는 나의 ‘운동’은 어떠한 역학 방정식으로도 설명될 수 없고,내가 활동하는 온라인 공간은 어떠한 물리적 미터법으로도 측정할 수 없다.여기에서 ‘공간’의 개념 자체는 지금까지 거의 이해된 바 없는 새로운 의미를 띠게 된다.역설적이게도,사이버공간은 물리학적 과학기술의 부산물이다.실리콘 칩,광섬유,액정화면,원격통신위성,심지어는 인터넷에 동력을 공급하는 전기까지,이 모두가 과학의 부산물이다.하지만 사이버공간이 물리학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그것은 순전히 물리주의적인 실재관에 얽매이지는 않는다. 소위 ‘과학의 시대’에 우리들은 철저히 물리적인 공간의 개념에 길들여져서,사이버공간을 진정한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데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그러나 내가 사이버공간에 ‘들어갔을 때’,나의 몸은 의자에 편하게 앉아 있지만,‘나’는 자체적인 논리와 지형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세계로 송신된다.분명히 그것은 내가 물질세계에서 경험하는 그 어떤 것과도 다른 종류의 지형이지만,그것이 물질적이지 않다고 해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즉,어떤 것이 물질적이지 않다고 해서 그것이 실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물질성의 결여에도 불구하고,사이버공간은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이다.나는 거기에 있다.우리는 사이버공간을 순전히 물리주의적인 세계상에서 거부당한 인간의 비물질적 측면을 부분적으로나마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사이버공간은 정신을 위한,특히 상상력을 위한,새로운 영역이 되었다. 1.사오정,숙제를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제출하다 사오정과 저팔계는 밤 늦도록 PC 방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야! 그만 집에 가자.” 저팔계가 걱정이 되는지 사오정에게 말을 건넸다.“조금만 더 하고….조금만 더 하면 레벨이 올라간단 말이야.” 사오정은 게임에 열중이다. “너 삼장 선생님이 낸 숙제 다 했어? 내일까지 제출해야 하잖아!” “그거 인터넷에서 내려받으면 돼!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것을 약간만 고치면 돼.게임에 방해되니까 말 시키지 마.” 사오정은 다시 게임에 빠져들었다. 저팔계는 한숨을 쉬더니 “그럼 먼저 갈게.내일 보자.”며 자리를 떴다. 2.사오정 혼쭐나다 다음 날,사오정과 저팔계는 삼장 선생 집에서 만났다. 과제물을 살펴보던 삼장 선생이 갑자기 사오정에게 호통을 쳤다.“사오정 이 놈! 숙제를 자신이 직접 해야지.인터넷에서 내려받으면 효과가 있겠느냐!” 갑작스러운 호통에 사오정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이 녀석이 잔꾀만 늘어가는구나.그럴 바에는 숙제를 안 하느니만 못하다.실력 향상에 전혀 도움이 안 되지 않느냐.시간만 낭비한 셈이지.좀 힘들어도 직접 해보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알겠느냐?” “네….” 사오정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자! 그 얘기는 그만하고,이 문제를 하나 풀어보자.” 사오정과 저팔계는 삼장 선생이 건넨 논술 문제를 풀었다. 3.삼장 선생,명쾌하게 해설해주다 “사오정과 저팔계의 답안을 살핀 삼장 선생은 “사오정! 인터넷에서 숙제를 내려받더니 인터넷 얘기만 잔뜩 해 놓았구나.” “예?” 사오정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삼장 선생은 말을 이어갔다.“이 문제는 (가),(나)의 제시문을 읽고 사이버 세계의 유용성에 관한 글쓴이의 입장을 정리한 후,이에 대해 가능한 반론을 제시해 보라고 하였다.두 제시문을 사이버 세계의 유용성의 관점에서 정리한 후,그 정리된 내용,즉 글쓴이의 입장에 관해서 반론을 제시하면 된다.두 제시문을 사이버 세계의 유용성의 관점에서 정리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제시문 내용을 요약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시문 (가)는 과학이 발달하면서 우주의 신비가 풀리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이 때문에 생명까지도 물질주의적 관점에서 해석되어 인간의 영혼 및 정신이 들어설 자리를 상실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제시문 (나)는 최근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공간,곧 물질로부터 자유롭고 공간 이동 또한 무한대로 자유로운 사이버 공간의 출현을 목격하게 되는데,이 공간은 과학의 산물임에도 오히려 우리가 잃어버린 영혼과 상상의 세계를 열어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우주와 사이버 세계라는 새로운 공간의 개념에 초점을 맞추어 쓴 글인데,우주라는 공간 개념은 인간의 영혼과 정신이 깃들 여지를 축소시켜버린 반면에 사이버 공간은 반대로 잃어버린 영혼의 자유와 상상의 세계를 확장한다는 다소 낙관적인 전망이다.이러한 글쓴이의 입장을 정리한 후 사이버 세계 역시 영혼의 자유나 상상의 세계를 확장하기보다 이를 제한할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음을 설득력있게 제시하면 된다.여기에 어떻게 하면 사이버 공간이 영혼과 상상의 세계가 될 수 있는지에 관한 내용을 덧붙인다면 더욱 바람직한 답안 작성이 가능할 것이다. 주의할 점은 사이버 공간이 곧 인터넷 공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인터넷 공간이 사이버 공간의 한 사례에 불과한 것이다.사오정처럼 이러한 점을 간과해서 답변을 작성하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실제로 이 모의고사를 치른 수험생들의 답안을 채점한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출제의도와는 무관하게 사이버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한 인터넷에 초점을 맞추어,최근 매체로부터 집중적 관심을 모은 인터넷의 폐해를 서술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한 인터넷의 폐해로 지적된 사례 예시 과정에서도 다소 획일적 전형성이 나타났다고 한다.우리가 흔히 듣는 인터넷의 폐해로 익명성의 자유가 야기하는 언어 폭력의 문제,포르노 등 음란물의 범람,게임 프로그램에 내포된 소비성 및 파괴성,중독성의 문제가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으로 구성한 답변은 피상적인 답안이라는 인상을 주게 될 뿐 아니라 창의력 등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우므로 바람직하지 않다.인터넷 공간이 아니라,말 그대로 사이버 공간 자체의 본질적 특성 및 가능성 등을 대상으로 논의를 전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4.삼장 선생,보충 설명하다 “말이 나온 김에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정보화 사회의 특성을 잘 정리해 둘 필요가 있음을 말해 주고 싶다.인터넷 등 최근의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과 관련,정보화 사회가 인간의 삶에 과연 긍정적 전망을 가져다 주는가 하는 관점에서 정리를 해놓으면 현대 사회나 문명과 관련한 문제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대입 논술에서는 정보화 사회와 관련한 다양한 현상에 대한 평가의 문제는 출제 빈도가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정보화 사회가 인간의 삶에 긍정적 전망을 가져다준다는 입장에 선 경우 당연히 각종 정보 및 통신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삶을 윤택하고 편리하게 만든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사회의 각 부문에서 쌍방향 정보기술의 발전이 어떤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는지 구체적으로 예시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한가지 빠뜨리지 말아야 할 사실은 이러한 변화를 외면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등 반대 입장을 비판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는 대목이다. 다음으로 부정적 전망에 입각할 경우 정보화 사회를 지배하는 탈가치적 지식이 인문적 교양을 황폐화시키고 인간관계를 피폐시켜 결국 인간성이 상실된다는 점을 거론해야 할 것이다.특히 기술의 발전을 역사발전과 동일시하는 기술결정론적 사고가 잘못된 것임을 지적하고,역사의 발전이 인간다운 삶의 실현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등 긍정적 전망에 대한 비판을 언급하는 것도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있게 하는 하나의 요소다. 이 두 가지와 다른 입장에서 접근할 수도 있다.과학기술 그 자체는 인간의 삶에 대해 중립적이며,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전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 그것이다.결국 인간의 의지에 따라 정보화 사회의 양상이 달라진다는 관점이다. 어떤 관점에서든지 간에 중요한 것은 정보화 사회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에 관한 배경 지식을 잘 정리해 둬야 한다.특히 정보화 사회와 관련된 사건,사고들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논술 문제가 궁극적으로 늘 우리들의 현재 삶과 연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똑같은 정보화 관련 문제라 하더라도 문제 제기 방식이나 접근 방식이 시기에 따라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알겠느냐?” 5.사오정,하늘이 가르쳐주다 “삼장 선생님!” 갑자기 사오정이 삼장 선생을 불렀다. “그런데 제가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것을 어떻게 아셨어요?” “허허! 이 녀석이 선생님을 우습게 보는구나.모든 선생님은 자신의 분야에서는 원래 모르는 것이 없단다.척 보면 다 알 수 있지.허허! 사실은 내가 오늘 네가 제출한 과제 내용을 우연히 본 적이 있단다.그런 거 보면 너는 참 운이 좋구나.걸리지 않았으면 계속 그런 식으로 과제를 냈을 것이고,결과적으로 너는 전혀 실력이 향상되지 못했을 거야.이번에 걸렸으니 정말 다행이다.” “운이 좋은 건가? 헤헤헤!” 사오정은 겸연쩍게 웃었다. 다음 주에는 ‘역사는 살아있다.’라는 제목으로 논술강의가 이어집니다. 논술과 심층면접 지상강의 내용에 대해 이해가 안 되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http://cafe.daum.net/seoulinseoul로 문의하면 선생님들의 조언과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 [시네마 천국]만화 원작 영화 2편-지옥갑자원·퍼니셔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10일 나란히 개봉한다.마블코믹스의 캐릭터 가운데 가장 어두운 영웅인 ‘퍼니셔’,일본의 황당무계한 엽기 스포츠만화 ‘지옥갑자원’.이 두 영화는 만화적 상상력과 현실 사이에서 길을 잃긴 했지만,원작만화의 팬이라면 또다른 종류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듯싶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지옥갑자원 리얼리티는 완전 무시하고 만화적 상상력으로만 완전 무장한 영화 ‘지옥갑자원’(地獄甲子園)은 황당무계한 엽기코드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이성을 무장해제시킨 채 낄낄대고 웃을 만한 작품이다.하지만 영화의 필터로 한 번쯤은 걸러냄직한 표현조차 거침없이 쏟아내니,대다수의 평범한 관객들은 어안이 벙벙해질 듯싶다. 오매불망 갑자원 진출만 바라보는 교장이 있는 세이도 고교로 불량소년 주베이(사카구치 다쿠)가 전학온다.온 몸을 공처럼 날리는 주베이의 전투야구 실력을 지켜본 교장은 야구의 꿈을 접은 주베이를 설득시켜 야구부에 들어오게 한다. 내용이야 뻔한 스포츠물의 전형이지만,그것을 풀어가는 방식은 상식을 뛰어넘는다.주베이의 공을 잡아주던 아버지가 공이 너무 빨라 몸을 관통하는 바람에 죽어버려 그가 야구를 멀리하게 됐다는 황당무계한 사연도 그렇고,막가고를 상대로 야구시합을 하자 해골과 시체가 즐비한 아수라장이 되는 것도 그렇다. 그래도 초반부는 그런대로 참신하고 재미있다.어차피 대놓고 유치찬란한 엽기코드로 풀어가기로 작정한 영화인 만큼,그 수준으로 눈을 낮추면 나름대로 흥미진진하게 감상할 수 있다.하지만 영화는 뒤로 갈수록 ‘엽기’의 진열장으로 변질해간다.야구경기는 없고 패싸움만 있어,왜 주베이를 강속구의 소유자로 설정했는지 의아해질 정도.‘소림축구’같은 엽기 스포츠 경기를 기대했다면 실망이 클 듯싶다.동명의 만화가 원작으로,야마구치 유다이가 감독을 맡았다.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영 판타스틱 부문 그랑프리 수상작. ● 퍼니셔 ‘스파이더맨’‘엑스맨’‘데어데블’‘헐크’에 이어 마블코믹스의 대표 캐릭터인 ‘퍼니셔’(The Punisher)가 영화화됐다.‘퍼니셔’는 이 가운데 가장 양면적인 캐릭터.초능력 하나 없이 인간의 분노만으로 영웅으로 올라섰다는 점에서 가장 인간적이지만,그 어떤 캐릭터보다 잔인한 방법으로 정의를 심판하기에 가장 비인간적이기도 하다. 퍼니셔(처형자)란 캐릭터를 탄생시키는 계기가 되는 영화의 초반부는 그 어떤 캐릭터의 사연보다 공감을 산다.불법 무기 거래상의 위장근무를 끝으로 은퇴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FBI 비밀요원인 프랭크 캐슬(톰 제인).하지만 마지막 임무 때 죽은 범인이 무기 밀매와 검은 돈 세탁에 연루된 대기업 총수 하워드 세인트(존 트라볼타)의 아들임이 밝혀지고,격분한 하워드는 해변에서 휴가를 보내는 프랭크의 가족 수십명을 몰살한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살리려 기를 쓰지만 이미 한 발 늦어버린 프랭크의 모습을 보며 가슴 끝이 시려오지 않을 관객은 없을 듯.그런 관객에게 보답이라도 하듯 가까스로 살아남은 프랭크는 하워드에 대한 잔혹한 응징에 나서며 스스로 ‘퍼니셔’가 된다. 하나하나 현실이 되는 복수의 진행에 통쾌함을 느끼다가도 슬픔이 밀려오는 건,묵묵히 복수를 감행한 뒤 돌아와 술로 마음을 다스리는 고독한 영웅의 모습 때문이다.모든 것을 잃어서 더 잃을 것이 없는 사내.그를 진한 연민없이 바라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 캐릭터는 그 이상으로 진전하지 못한다.아버지가 살해당한 뒤 정의의 이름으로 복수를 감행하는 퍼니셔와 닮은 캐릭터인 ‘데어데블’은,선한 영웅인 동시에 악마의 가면을 쓴 자신의 이중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었다.반면 퍼니셔는 캐릭터의 양면성에 대한 고민으로까지 나아가지 못한 채 끝없이 비장해지기만 한다.몇몇 장면에서는 비장함이 지나쳐 실소까지 낳는다.가장 인간적인 캐릭터로 출발했지만,비장함과 폭력성만 남아 가장 만화적인 캐릭터로 바뀌어버린 탓이다.‘다이하드3’‘아마겟돈’의 각본을 썼던 조너던 헨슬레이가 감독·각본을 맡았다.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 (19)생태 통일을 향하여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 (19)생태 통일을 향하여

    비무장지대(DMZ)는 남극대륙 어딘가의 오지와 같은 처지다.뭍으로 엄연히 실재하되 주인 없는 땅이니 그렇다.남과 북이 서로 영유권 행사를 하지 않은 채,DMZ는 그렇게 51년을 흘러왔다. 그러면서도 사람과 자연 모두에게 안락과 고통의 희비극을 연출했다.참화는 그쳤으나 민족은 갈라섰다.생물들에게 안전지대를 만들어준 한정된 공간은 동시에 그들을 가두는 우리여서 종(種)의 다양성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불안한 평화,평화로운 불안이 드리운 역설의 공간이 DMZ인 것이다.그러기에 DMZ가 지금의 상태로 지속돼야 할 어떤 당위도,실리도 찾아질 순 없을 것이다.사람과 자연이 모두 기꺼워할 미래의 DMZ 모습을 그려야 할 때다. ●DMZ를 둘러싼 무성한 논의 DMZ의 미래를 설계하는 상상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오래 전부터 발동돼 왔다.크게 나누면 개발 혹은 보전으로 요약된다.평화시를 조성(1991년 한국정부)하거나,평화통일 축구장(1996년 경기도) 혹은 남북교류협력단지를 건설(1994년 한국정부)하자는 제안은 개발론 쪽이다.북한 이주민 수용시설을 짓자(1997년 한국토지공사)는 주장까지 나왔다. 환경부를 필두로 한 정부 일각과 시민단체 등은 보전론을 펴며 이곳을 생태계보전지역이나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접경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하거나,세계유산(자연·문화·복합)으로 등재하는 방안을 추진해오고 있다.생태공원(UNEP·유엔환경계획),생태탐방로(경기도 접경지역종합계획) 그리고 사파리공원 조성(강원도 접경지역종합계획) 같은 절충형도 이미 제기된 상태다. 갖가지 밑그림은 저마다 그럴 듯한 설득력을 지닌다.하나같이 놓칠 수 없는 여러 가치가 DMZ에 혼재하여 녹아 있기 때문이다.대개는 경제적 관점에서 출발하는 ‘남북간 교류협력’ 주장은 개발의 형태를 지지하고,군사적 필요로 제한되고 있는 ‘접경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후생적 이용론은 개발 혹은 절충론에 기대고 있다.세계적으로 드물고 희귀한 이곳의 ‘자연생태계를 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생명존중과 지속가능한 발전의 가치를 내걸고,공명의 진폭을 갈수록 높여가는 중이다. ●남북한의 생태적 통일을 위해 하지만 인류가 걸어온 대개의 역사가 그렇듯,발빠른 움직임으로 무성하고도 오랜 논의를 현실화한 쪽은 개발론이다.51년 동안 그리도 굳건하게 금단의 지대를 지켜온 장벽을 허문 것이 바로 동해선·경의선 공사였다.금강산 육로관광과 개성공단 건설을 위한 수단으로서,도로로 이름지어진 개발의 첨병이 DMZ에 맨 먼저 등장한 것이다.환경친화적이며 DMZ의 생태계를 고려한 노력도 수반됐지만 사람과 물자의 잦은 왕래는 필연적으로 생태계 훼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반해 보전론은 꾸준히 제기되긴 했지만 발걸음이 더디다.정부는 DMZ의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북한과의 합의를 전제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2001년 환경부·통일부 등 정부와 민간단체 인사로 구성된 추진위원회가 발족되고,각종 국제기구를 통한 남북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실행력을 갖추지 못한 당사자 사이의 단순한 의견교환 수준에 머물러 있다.최근 DMZ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다시 고조되면서 문화관광부가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북한과 실무접촉에 들어가고,통일부도 궁예도성이 자리한 철원 일대에 대한 남북간 공동조사를 계획하고 있기도 하다. 당장의 성과가 없다고 탓하는 것도,이러한 노력이 폄훼돼서도 안 되겠지만 이같은 방안은 공허하기까지 한 측면이 있다.세계유산이니,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니 시일을 기약할 수 없는 장밋빛 그림을 그리기에 앞서 남북 당국간의 작지만 의미있는 실천적 행보가 필요한데 실상은 딴판인 것이다.DMZ에 대한 자연환경조사가 지금껏 한번도 실시되지 않은 현실이 이를 웅변한다.그런 탓에 한반도 서해안과 철원일대를 주된 번식지로 삼은,멸종위기종이자 세계적 희귀종인 저어새나 두루미의 서식행태에 대한 공동의 기초적인 조사자료조차 없는 상태다. 경제적 교류협력에 관한 남북간 정성과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이제 남북한의 생태·환경문제에 그 노력의 일부나마 쏟을 때가 됐다.남북 장관급회담을 정치·경제·군사적 이슈로 묶어둘 게 아니라 생태와 환경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머리를 맞대는 지혜가 필요하다.독일은 1990년 통일 이후 3년간 환경복구 비용으로 190조여원을 지불했다고 한다.환경·생태는 곧 경제이기도 한 것이다.‘지속가능한 한반도’의 구상은 어디에서 시작돼야 하나.우선은 한반도 허리 생태축인 DMZ에서 생태적 협력의 닻을 올리는 게 절실하다.저어새가 한반도의 서해안을 어떻게 오르내리는지,산양가족이 철책 안에 얼마나 살고 있는지….지금까지 미뤄왔던,작지만 의미있는 일들이 실행에 옮겨지기를 DMZ는 고대하고 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전문가 칼럼] DMZ를 한반도의 ‘허파’로 비무장지대에 대한 생태조사는 오랫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이루어져 왔다.하지만 결과는 매 한가지였다.꼼꼼히 따져보면 남방한계선 너머 펼쳐진 비무장지대에 대한 조사가 아니라 이보다 아래의 민간인통제 지역에 대한 조사였을 뿐이다.그나마 군부대에서 만들어 놓은 작은 창을 통해 들여다보고 조사를 할 수밖에 없었던 실상을 감안하면 숱한 조사의 결과가 크게 다를 바 없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비무장지대 조사는 철책에 매달려 들여다보고 짐작한 것들일 뿐이다.이제는 창을 벗어나,창을 통해 보여졌던 것들 속으로 실제로 들어가야 하고 그 속에서 야생동물과 같은 눈높이에서 그들을 바라봐야 한다.그렇게 하지 않으면 생태조사의 올바른 결과를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기 위한 어떤 대책도 마련할 수 없다. 한반도 남쪽의 생태계는 수많은 도로로 갈라져 섬처럼 떠 있다.크게는 남방한계선이 대륙으로 이어졌던 생태 축을 잘라 남한 모두가 커다란 생태 섬이 되고 말았다.백두대간을 따라 지리산까지 이어지던 생태통로도 크고 작은 도로와 시설들이 들어서면서 끊어지고 만 상태다.큰 생태 섬이 또 작은 생태 섬으로 갈라지면서 야생동물은 어디에서도 마음 놓고 살 수 없는 지경에 처해 있다.이 땅이 야생동물의 삶을 보장할 수 없는 곳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마음을 열 때가 되었다.남북이 마음을 모아 남방·북방한계선의 일부를 터 야생동물들이 넘나들 수 있도록 해주고 백두대간의 생태통로를 이어준다면 생태계의 복원은 생각보다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야생동물의 통일을 이루어줌으로써 우리들의 통일도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비무장지대와 민통지역은 우리들의 미래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이다.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겨지게 되면 우리들의 삶을 건강하게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부디 이 지역이 사람과 동물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허파와 같은 곳으로 남겨지기를 바란다.누구도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우리들과 야생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생명의 터전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잃지 않도록 모두가 마음을 모으길 고대한다. 향로봉에 서서 무산을 지나 북쪽으로 굽이쳐 흐르는 백두대간을 바라보며 가슴 뭉클했던 기억을 잊지 못할 것이다.내 사랑하는 땅이여…,사랑하는 생명들이여…. 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표
  • 옥색 바다 이불 삼아 진달래꽃 베고 누워/이청준·김영남·김선두 지음

    옥색 바다 이불 삼아 진달래꽃 베고 누워/이청준·김영남·김선두 지음

    고향은 그리움이다.마치 줄을 끊고 달아난 연처럼 고향길은 끊어지고 정답던 이웃도 떠났지만,고향을 그리는 마음만은 막을 수 없다.그것은 우리 모두의 원형적 심성이기 때문이다.모든 게 정신없이 변해 가는 이 시대,고향은 우리에게 어떤 얼굴로 남아 있을까.소설가 이청준(65),시인 김영남(47),화가 김선두(46).전라남도 장흥이 고향인 세 사람이 ‘옥색 바다 이불 삼아 진달래꽃 베고 누워’(학고재 펴냄)라는 색다른 제목의 책을 출간,자신들만의 고향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장흥은 특별한 관광지도 유적지도 아닌 조그만 바닷가 마을이다.하지만 그곳엔 구수하고 질박한 사투리가 있고,하루의 노동을 이끌어가는 육자배기 가락이 있다.발이 푹푹 빠지는 펄 같은 정(情)이 넘치고,서화와 예술의 깊이를 아는 사람들이 살아간다. 이청준에게 고향은 아픈 상처다.아버지와 손위 형제들을 일찍 여의고 가세마저 기울어 도망치듯 떠난 고향이니 어찌 아픔이 없으랴.쉬이 돌아갈 수도 돌아가고 싶지도 않았던 고향.그러나 마침내 다시 찾은 고향은 그에게 무엇 하나 더하고 덜할 것 없는 ‘관용의 성지’로 다가왔다.붉은 동백꽃이 선혈 낭자하게 울어대는 고향은 그에게 새로운 창작의 샘이다.이청준은 자신이 ‘할미꽃은 봄을 세는 술래란다’라는 동화를 쓴 것은 고향의 꽃전설과 유년 시절 몸에 배인 ‘동화 정서’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이청준의 고향 진목리는 너른 바다를 끼고 있는 반면 김영남 시인의 고향 분토리 마을은 산과 산 사이에 장대를 걸치면 하나로 이어질 것 같은 첩첩산중이다.이런 풍토에서 김영남의 상상력은 하늘로 뻗어갔다.“산 너머 저 아득한 곳 하얀 두 줄을/멧비둘기 날아간 긴 여운으로 문질러/이 세상에 없는 그리운 음악 듣겠네”(‘가을 하늘에 해금이 있다’)라는 시 구절은 깊은 산골을 고향으로 둔 그에게 무엇보다 잘 어울린다. 이청준이나 김영남과 달리 김선두에겐 아버지의 모습이 깊이 각인돼 있다.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버지는 학교를 그만두고 화가가 됐다.어린 김선두에게 크레파스를 쥐어주던 아버지.중학교 무렵 서울로 올라올 때까지 그는 바다와 산의 축복 속에 자랐다.관산 평촌의 고향 마을에 있는 소나무 두 그루를 아버지와 자신의 분신이라고 여긴 그는 호를 이송(二松)이라고 지었다.영화 ‘취화선’에서 주연배우의 대역으로 장승업의 그림을 그렸을 정도로 실력이 출중한 김선두의 수묵채색화에서는 구성진 남도 가락이 들려오는 듯하다.고향! 그것은 흠모할 수밖에 없는 이름이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北작가 최초 만해문학상 수상 홍석중 소설 ‘황진이’

    여성에게 참담한 굴욕을 강요했던 조선시대의 여비적(女卑的) 공간을 가장 자유롭게 누비다 간 여성 황진이.그가 북한 작가의 상상력으로 복원돼 송도가 아닌 서울 장안을 활보하고 있다.우리에게는 ‘임꺽정’으로 유명한 월북작가 벽초 홍명희의 손자 홍석중(63)씨가 살려낸 ‘황진이’(대훈닷컴 펴냄). 이 작품이 주목받는 것은 암울한 시대를 살았던 한 여성 자유주의자,어쩌면 그런 자유마저도 초탈한 한 도가적 이상주의자의 삶을 당대 문화의 원형질에 부합하는 소설적 서사로 복원시킨 점이다.작가는 당시의 대표적 지식인이자 사대부였던 화담 서경덕과 천기 황진이의 교유가 상징하는 신분상의 귀천의식,그리고 여기에서 배태되는 신분 파괴의 역설적 통념을 거부하는 대신 사대부에 맞서 당당하게 자신의 성적 담론을 실천하는 계급투쟁적 황진이를 그려내고 있다. 문학평론가 최원식(인하대 교수)은 이를 ‘화담마저 부정되는 절대자유의 경지’로 읽어낸다.체제와 반체제의 경계를 벗어나 그 이상의 자유를 갈구하며,그 이면에 당대의 시대적 한계이기도 했던 ‘신분’과 ‘계급’이 주는 억압과 이에 맞서는 이성의 고뇌를 담아 지금까지도 우리를 억압하는 체제 이상의 세상으로 사유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진단이다. 홍석중이 그려낸 이런 매력은 남한의 권위있는 문학상을 수상한 최초의 북한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확인된다.만해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최근 이 작품을 제19회 수상작으로 선정하면서 그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탁월한 역사적 상상력과 창조력으로 소설적 서사의 진수를 보여줬으며,사실과 야사,속담과 살아있는 비유,민중적 비속어와 품위있는 시적 표현을 풍성하게 구사하는 가운데 남북한 언어가 자연스럽게 융화함으로써 분단의 벽을 뛰어넘어….’ 이처럼 홍석중의 ‘황진이’는 그간 남한에서 생산한 동류 소설의 상업적 의도에도 날카로운 비판을 가한다.소설적 상상력을 배제한 채 기존 콘텐츠를 되우리는 식상함과 안일함에 대한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이 작품이 갖는 또다른 매력은 현란하게 구사하는 우리말 어휘.‘개짐’,‘거쿨지다’ ‘나부시’ ‘덴겁’ ‘수삽하다’‘집난이’ 등 지금은 잊혀진 우리의 토속어가 즐비하게 늘어서 가히 어휘의 보물창고라 할 만하다.그렇다고 북한 체제의 교조성을 이겨내지 못한,재미없는 작품이라는 편견은 털어내는 게 옳다.지금까지 북한에서 산출된 다른 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노골적 성애장면은 이런 우려를 씻고도 남는다.전 2권 각 9500원.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여고 3학년 소설가 박설아양

    ‘귀여니’ 등 여고생의 인터넷 소설이 붐을 일으키는 가운데 한 여고생이 순수소설을 2권이나 펴내 화제다. 광주 대성여고 3학년 박설아(18)양은 중학생이던 14살 때 이미 월간 문예사조를 통해 등단,중편소설 ‘아버지의 눈물’을 출간한 데 이어 최근 중편소설 ‘바이올렛 友’와 팬터지 장편소설 ‘카이넌스’(문예사조 刊)를 내놓았다. 박양은 ‘등단작가’답게 10대 인터넷 소설가들이 또래들의 연애담을 주로 다루는 것과 달리 남학생들의 우정과 팬터지를 소재로 삼아 눈길을 끌고 있다. ‘바이올렛 友’는 실수로 친구를 숨지게 한 뒤 죄책감에 ‘맞기’만을 반복하는 이른바 주먹짱 최현민과 그를 둘러싼 남학생들의 우정을 담고 있다.또 ‘카이넌스’에서는 나라를 지키는 여전사가 되기 위한 주인공의 수련과정을 10대 특유의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지금까지 읽은 책만 1만여권에 이른다는 박양은 순수소설,연애소설,팬픽(스타를 소재로 한 릴레이 소설) 등 다양한 분야의 소설들을 습작노트에 적어가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박양은 “세월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글을 쓰는 것이 목표”라며 “앞으로 관련 학과에 진학해 시,소설 등 장르에 관계없이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쓰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배수아 새장편소설 ‘독학자’

    배수아 새장편소설 ‘독학자’

    ‘쿨하다’는 압축적 형용사로 기억되는 소설가 배수아(40)가 ‘에세이스트의 책상’에 이어 올들어 두번째 장편소설을 냈다.‘독학자’(열림원 펴냄)는 절대자유를 좇아 세상과의 타협을 완강히 거부한 스무살 청년의 방황기,아니 투쟁기다. 자기선언이 아닌 글쓰기가 세상에 어디 있으며 자아를 붙들고 사무치게 고민하지 않는 글쟁이가 또 어디 있을까.토마스 만에 감화돼 훌쩍 독일로 짐을 꾸려 갔던 작가도,자아를 표백하고 채색하는 실험을 간단없이 해왔음에 틀림없다.그를 방증이라도 하듯 ‘독학자’에는 자기고백적 글쓰기 흔적이 역력하다. 주인공에게 스무살이라는 다듬어지지 않은 나이를 부여한 의도부터 예사롭지 않다.소설의 배경은 작가 자신이 대학을 다녔을 1980년대.대학생활에 대한 환상이 남달랐던 ‘나’는 얼마 못가 극도의 환멸에 빠진다.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캠퍼스는 군중을 선동하는 광대마당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대학에서 마음을 나누고 싶은 유일한 친구는 ‘S’.지적이고 독창적인 삶의 방식으로 나를 매료시킨 S를 통해 학자적 양심을 지닌 P교수를 만나 짧은 위안을 얻기도 한다.하지만 S에게 여자친구가 생기고,얼마 뒤 죽은 P교수의 낡은 컴퓨터를 물려받은 나는 일련의 주변과정들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이성과 논리를 앞세운 냉소적 리얼리즘은 새 소설에서도 여전하다.“글을 쓴 이후 가장 애정을 가진 주인공”이라고 밝힌 작가가 비판의 발톱을 들이댄 대상은 이번엔 대학이다.조직 부적응자로 전락해가는 주인공의 시선을 빌려 대학사회를 비판하는데,그 어투는 격렬하다. “가장 처음으로 내가 경악했던 것은 문학이론의 수업교재 때문이었는데 아마도 진주만 침공 이전에 나온 일본의 교과서를 말 그대로 옮겨놓은 듯이 보였기 때문이다.” 주인공에 투영된 작가의 자의식에는 대학을 쏘아보는 노골적 혐오로 가득차 있다. 80년대의 캠퍼스는 “거대한 정치집회장”,주인공이 만난 늙은 교수들은 “명성이라는 더러운 스타킹을 뒤집어쓴 부패한 관료”,마이크를 들고 수업하는 교수는 “부흥전도사”로 야유한다.주인공의 소외에 점점 동정의 시선이 보태지는 것은 이처럼 통렬한 사회적 발언 덕분인 듯하다. 스무살의 주인공은 회의뿐인 대학을 견디지 못해 끝내 혼자만의 세상을 설계한다.“나는 현대적인 교통수단이 없는 도시를 꿈꾼다.…상상력과 영감이 마음속에서 이글거리며 불타오른다.…그곳에서 사람들은 밤에 책을 읽는다.…마흔살이 되면,그때 나는 스스로 만든 대학을 졸업할 것이다.” 피안을 향한 주인공의 간절한 동경은 익숙한 삶의 방식에 이별을 고하며 끝을 맺는다. 왜 하필 마흔살일까.소설이 작가에게 또 한번의 자기고백이자 선언임에 틀림없다.작가의 나이 또한 마흔.소설출간차 잠시 귀국해 일산 집에 머물고 있는 작가의 말을 들으려 전화기를 들었다. 그러다 퍼뜩 마음을 바꿨다. 쉽사리 속내를 털어내는 작가가 아닐 뿐더러,‘스스로 만든 대학’을 졸업한 그의 다음 작품을 상상하는 즐거움이 톡톡할 거란 생각에서였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열린세상] 상상력과 지혜/이정옥 대구 가톨릭대 사회학 교수

    시가를 물고 줄기차게 영국의 중무장을 외치는 윈스턴 처칠의 영화 속에서 우리를 본다.다른 정치인들이 입만 열면 평화를 이야기하던 상황에서 독일의 공격에 대비한 영국군의 무장을 주장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고집으로 야유의 대상이 되었다.독일이 선전포고를 하고 나서야 영국 정가는 처칠을 중심으로 뭉치게 되었다. 호치민 역시 역사의 중요 고비에서 과감하게 인기없는 방향을 선택하였다.예를 들면 제2차 대전 말기 일본군에 의해 점령당했을 때 프랑스와 협력해서 일본에 대항하기로 결정을 했다.당시 일본군은 대동아공영권을 내세우며 프랑스 식민지로부터의 해방군임을 자처하던 상황이었다.프랑스 식민지로부터의 독립이 목표였던 대다수의 독립투사뿐 아니라 일반 국민정서도 일본과 협력하여 프랑스와 싸우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상황에서 유독 호치민만은 프랑스와의 협력노선을 선택하였다.그리고 자신의 선택에 대해 줄기차게 그리고 간절하게 국민들을 설득하였다.인기없는 정책을 선택하고 나서도 국민의 마음을 흐트러지지 않게 묶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나라 사랑에 대한 지도자의 진정과 국민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위기를 공감하고 문제 해결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을 때에만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 지혜를 구하고 손을 내밀 수 있게 된다.과감한 역사적 상상력 속에서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보이지 않는 미래를 열고자 하는 노력이 여기저기서 느껴진다.지금은 1000년 단위의 지각 변동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해리 포터’,‘반지의 제왕’ 같은 팬터지 소설들이 전 세계의 베스트 셀러가 되는 이유도 과감한 상상력을 구하는 신세대의 목마름 때문이다. 2004년의 문턱을 넘어서면서 이제는 팬터지 소설의 자리에 각 나라의 뛰어난 정치 지도자의 전기가 앞다투어 등장하고 있다. 인도 뭄바이의 서점가에는 간디와 네루의 전기가 가득했고 미국에서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자서전이 서점가의 중심에 있었다.중국도 ‘영웅’이라는 영화를 통해 진시황 시대의 천하 통일을 현재로 끌어들이고 있고 강희제,옹정제,한무제가 소설과 영화로 오늘의 중국인들에게 다가오고 있다. 이제는 정치지도자를 넘어,새로운 사상에 대한 현실 또는 상상의 리포트가 나오고 있다.일본에서는 사무라이 관련 책이 영화로,문고본으로 나오고 있고 미국에서는 예수 생존기부터 현재까지를 다루는 ‘다빈치 코드’가 기독교 문명과 르네상스 문명의 화해를 암시하면서 등장하고 있다. 우리도 독도 문제,고구려사 왜곡으로 이제는 천년 단위의 역사여행을 강요받게 되었다.멀리 갈 것도 없이 2004년에 1904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보자.친러,친일,친청파의 당파적 주장 속에 몰두했던 정치 지도자 중에 영·일동맹과 가쓰라 태프트 밀약의 의미를 읽어내고 1905년과 1910년의 비극을 막기 위해 인기없는 외로운 입장을 취한 사람이 있었는지를 따져보자. 일본 국민문고인 이와나미 문고 제1권은 일본 외무성 관리였던 무쓰가 쓴 청·일전쟁 당시의 외교비사를 기록한 ‘건건록’이다.‘동양’과 힘을 합쳐 서세동점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청 왕조가 유능한 외교관인 리훙장을 대책 없이 전격 교체하는 것을 보고 같이 협력할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개인이나 사회의 운명을 바꾸는 카이로스적 시간에는 특히 외교문제나 국내의 갈등이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지금부터 100년 후 아니 5년,10년 후 지금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모두가 상상력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이정옥 대구 가톨릭대 사회학 교수
  • 영원한 어린아이,인간/클라이브 브롬홀 지음

    인간은 오래 전부터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해 왔다.유일하게 직립보행을 하고,그 결과 자유로워진 손으로 도구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게 된 점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면서 말이다.하지만 우리의 먼 조상인 유인원이 처음 직립보행을 하던 600만년 전의 상황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직립보행으로 인해 달리는 속도는 현저히 느려졌고,효과적인 무기인 커다란 송곳니도 잃어 버렸다.육식동물이나 모든 포유류들의 몸을 보호해 주는 털조차 없다. 적자생존의 법칙으로 보자면 하등 유리할 것 없는 방향으로 인간의 진화과정이 일어난 원인은 도대체 무엇일까.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동물학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인간에게만 독특하게 나타나는 모든 생물학적 특징들은 인류가 유인원 유아와 비슷하게 변화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즉 인간은 성숙한 침팬지로 발달하는 중간 단계에서 성장을 멈쳐버린 ‘유아화된 동물’이며,평생 유아 상태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는 ‘영원한 아이’의 운명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인간은 커다란 아이일 뿐이며,세상은 피터팬들의 유치원이 되어 버렸다고 단언한 저자는 인류의 모든 행동을 유아화라는 키워드로 풀어내는 시도를 한다.먼저 여타 육식동물에 비해 연약하기 그지없는 우리 조상들이 살아남기 위해 택한 방법은 유아적 행동이었다.유아들처럼 공격성이 없고,결속력이 강한 집단을 이루는 것이 인류의 유아화에 불을 붙였다면 자신과 자식들을 더 잘 보살펴줄 남자를 고르기 위해 유아적이고 의존적인 남자를 선호한 여성들의 선택 경향은 유아화를 강화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의식의 발전과 더불어 창의력과 호기심이 많은 어린아이 같은 사람들이 새로운 도구를 만들어내기 시작하면서 유아적 특징은 가치있는 덕목으로 자리잡게 됐다.저자는 인류가 처음 나타났을 당시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이같은 유아적인 특징들이 한데 합쳐져서 폭발적인 결과를 낳은 덕분이라고 결론을 제시한다. 흥미로운 대목은 저자가 동성애,아동성애,근친상간,복장도착,성전환 등 생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행동들도 유아화의 잣대로 명쾌하게 분석한다는 것.이를 테면 동성애자들은 극단적인 유아화 때문에 동성 친구에게 애착을 보이는 아동기와,이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성인기 사이의 경계선을 넘지 못한 이들이다. 저자는 유아화의 정도는 성별,인종,생존 전략,환경 등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4가지 유형의 인간형을 제시한다.공격적이고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알파형,단결력이 강한 집단을 형성하는 관료형,자신감과 불안감을 동시에 갖고 있는 네오형,그리고 상상력은 풍부하지만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울트라형.천재 예술가들 중에 울트라형이 많다는 것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2만 2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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