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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실용| ●잘먹고 잘사는 법 시리즈(박현애 등 지음, 김영사 펴냄) 출간 세 달만에 15만권을 판매한 종합 실용 시리즈의 2차분.‘빵과 과자’ ‘장아찌’ ‘젓갈’ ‘발마사지’ ‘명상’ ‘별점’ ‘자연화장품’등 7권. 각권 5900원. ●성공 비즈니스를 위한 와인 가이드(김기재 지음, 넥서스북스 펴냄) 각종 자리에서 와인을 고르고 마시는 방법부터 와인에 얽힌 역사와 마케팅까지,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는 와인의 모든 것을 담았다.1만 6500원. ●상가투자로 3년안에 5억 만들기(황창서 지음, 원앤원북스 펴냄) 유망한 상권을 제시하고 치밀하게 수익률을 분석한 상가 투자 지침서.1만 4000원. ●리더가 넘어선 위대한 종이한장(최윤규 지음, 고즈윈 펴냄) 주어진 환경을 바꾸고 활용할 줄 알았던 우리 시대의 리더와 스타들의 인생관을 카툰과 짧은 경구로 표현.1만 1800원. ●3의 법칙(마크 S. 월튼 지음, 양영철 옮김, 세종서적 펴냄) 청중의 마음을 열고 설득시키는 전략적 스토리텔링 방법인 ‘3의 법칙’을 설명.1만원. |유아·아동| ●뱀이 색깔을 낳았어요(도다 고시로 글·그림, 김장호 옮김, 다빈치기프트 펴냄) 뱀이 두가지 색깔을 삼키면 어떤 색깔의 알이 나오는지를 보여주는 그림책. 유아의 색채감각과 상상력을 키워주는 데 그만이다.4세까지.7500원. ●부끄럼쟁이 바이올렛(캐리 베스트 글, 하연희 옮김, 문학동네어린이 펴냄) 부끄럼이 너무 많은 주인공이 친구들의 격려로 씩씩한 우주여왕이 되기까지. 수줍음 많은 아이에게 좋은 그림책.8800원. ●동그란 지구의 하루(안노 미쓰마사 글, 김난주 옮김, 아이세움 펴냄) 새해 첫날인 1월1일, 세계 8개국 어린이들의 서로 다른 생활상. 파스텔톤의 은은한 그림을 보며 세계인의 ‘다름’을 인정하게 될 듯.8500원. |어린이·청소년| ●식물의 세계는 신비로워라!(장수하늘소 글, 채우리 펴냄) 광합성, 번식, 나이테 등 초등교과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식물 정보 50가지. 해설 그림이 시원하다. 초등저학년용.8500원. ●생쥐기사 데스페로(케이트 디카밀로 글, 김경미 옮김, 비룡소 펴냄) 2004년 뉴베리상 수상작. 보잘 것없는 생쥐가 인간 공주와 사랑에 빠져 마침내 늠름한 기사가 되는데….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 초등2학년 이상.9500원. ●애니 설리번(마거릿 데이비슨 글, 김완균 옮김, 동쪽나라 펴냄)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했던 미국의 사회운동가 헬렌 켈러와 스승 애니 설리번 이야기. 시각장애를 앓았던 설리번이 헬렌 켈러에게 용기를 주는 과정이 감동적이다. 초등생용.8500원.
  • [되돌아본 2004 문화] ④문학계

    “김훈, 김영하 두 작가로 기억될 한해였다.” 한 출판사 편집장은 2004년 문학계를 이렇게 한 문장으로 압축했다. 재기발랄한 젊은 작가 김영하와 3년전 출간한 장편소설 ‘칼의 노래’로 최고 베스트셀러 작가로 입지를 굳힌 김훈이 침체에 빠진 문학시장의 자존심을 추슬러 주었다는 얘기다. 이에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오빠가 돌아왔다’‘보물선’ 등으로 김영하는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산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을 석권하는 기록을 세웠다. 김훈의 ‘칼의 노래’는 올해도 국내 소설 가운데 최다 판매부수(45부)를 기록했다. 올해 초 장편 ‘현의 노래’를 새로 발표하며 왕성한 창작의욕을 불태우고 있는 김훈은 단편 ‘화장’으로 이상문학상까지 차지해 50대 늦깎이 작가의 저력을 과시했다. 그는 한 설문조사에서 한국문단의 ‘브랜드 작가’ 1순위로 꼽히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출판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두 작가의 ‘스타 스토리’말고는 할 말이 그리 많지 않은 한해였다.1981년 문을 연 교보문고 광화문점조차 사상 첫 매출액 감소를 기록한 해였으니 ‘실족’했다는 소설시장 형편이야 말할 것도 없다. 한 국내소설 전문출판사의 대표는 “유명작가에게서 원고를 받아놓고도 시장이 워낙 얼어붙어 있어 출판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곳이 한 둘이 아니다.”고 푸념한다. 오랫동안 침묵하던 중진 작가들이 우연히도 모두 4년여의 공백을 깨고 새 소설을 발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완서의 장편 ‘그 남자네 집’, 서정인의 연작단편집 ‘모구실’, 최일남의 창작집 ‘석류’ 등이 그것. 특히 박완서는 지난 10월 출간한 새 장편을 지금까지 11만부 넘게 팔아 ‘장편 승부사’로서의 내공을 입증했다. 김원일(‘물방울 하나 떨어지면’)도 12년 만에, 이청준(‘꽃 지고 강물 흘러’)도 3년 만에 소설집을 발표했다. 30대 작가 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린 것도 올해 문학계의 큰 변화.2000년대를 이끌어갈 신인작가들이 다양한 개성의 화법으로 줄이어 등장했다. 김영하를 비롯해 소설집 ‘최순덕 성령 충만기’ 출간 뒤 평단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는 이기호, 왕성한 필력으로 여성소설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천운영, 윤성희 등이 그들이다. 10만부를 넘기면 대단한 베스트셀러로 분류되는 한국문학의 현실과는 대조적으로 댄 브라운의 ‘다 빈치 코드’는 100만부가 팔려 나가며 국내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역사적 상황에 상상력이 결합된 쉽고도 ‘실용적’인 서사로 소설읽기에 거부반응을 보이던 독자들을 달랬다는 분석이다. 올해는 또한 남북간 문학교류와 관련한 논의가 어느 해보다 활발했다. 정치 상황이 경색되면서 막판에 무산되긴 했으나, 지난 8월말엔 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작가대회가 추진되기도 했다. 또 창비가 제19회 만해문학상 수상작으로 북한작가 홍석중의 장편 ‘황진이’를 선정, 금강산에서 작가에게 직접 상을 전달한 것도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책꽂이]

    ●장미의 이름 읽기(강유원 지음, 미토 펴냄) 움베르트 에코의 대표작 ‘장미의 이름’을 텍스트 삼아 작품배경인 중세에로의 진지한 인문학 여행을 권유하는 책. 저자는 ‘장미의 이름’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지 말고 논리적 사유태도로 읽어야 할 문학 텍스트”라고 강조한다.1만원. ●마른 작설잎 기지개 켜듯이(김정웅 지음, 문학동네 펴냄) 세속과 신성을 아울러 독특한 시세계를 구축한 ‘천로역정, 혹은’으로 제8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이 16년 만에 내놓은 세번째 시집. 윤제림 시인은 “우리 삶의 무대가 지구라는 이름의 비좁은 별에 국한된 것은 아니란 것을 알려주려는 사람”이라고 우주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작가를 평가했다.7000원. ●불멸의 이순신(전8권)(김탁환 지음, 황금가지 펴냄) KBS 대하사극 ‘불멸의 이순신’의 원작으로 알려진 장편 역사소설. 지난 7월 1∼3권이 출간돼 지금껏 10만여 부가 팔린 인기소설로,‘성웅’이기보다는 ‘인간’ 이순신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각권 8500원. ●초콜릿(조앤 해리스 지음, 김경식 옮김, 열린책들 펴냄) 프랑스의 시골마을에 새로 문을 연 초콜릿 가게 때문에 빚어지는 이웃간의 갈등과 화해 과정. 쾌락주의와 금욕주의로 대립하는 동네사람들 이야기를 다룬 동화풍의 우화소설.7500원.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신경림 지음, 우리교육 펴냄) 1998년과 2002년에 각각 출간된 1,2권이 양장본으로 한권에 묶여 다시 나왔다. 한국 근·현대 시사(詩史)를 일군 대표시인 45명의 시와 시세계를 신경림 시인의 안내로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가 있는 산문집.1만 7500원. ●9,990원(프레데리크 베그베데 지음, 문영훈 옮김, 문학사상사 펴냄) ‘99프랑’이란 제목에 책값까지도 99프랑이어서 프랑스 출간 당시 화제가 된 소설. 광고가 인류를 병들게 하는 주범이란 단정 아래 현대인의 삶, 사랑, 섹스 등의 소재를 유쾌한 어조로 풀어냈다.9990원.
  • [쪽지 통신]

    ●㈜한국테마기획(www.hellomyfuture.co.kr) 삼성동 코엑스 인도양 홀에서 25일(토)∼내년 1월27일(목) 테마전시회 ‘장래희망 체험전’을 개최한다.IT, 금융, 문화, 스포츠,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직업을 12개 군으로 구분하고 각 컨셉트에 따라 방을 꾸며 어린이들이 500여개의 직업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스포츠인의 방’에서는 인조잔디 위에서 럭비, 농구, 야구, 축구 등을 체험해 볼 수 있다.‘법조인의 방’은 법정 현장을 그대로 재현해 어린이들이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이 하는 일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요리사가 꿈인 어린이들을 위해 자장면을 손으로 만들어보는 이벤트를 마련했고, 과학자가 꿈인 어린이들을 위해서는 신기한 과학실험 체험행사도 마련했다.3∼19세는 1만원, 일반 1만 2000원.6447-2203. ●체험전시 기획업체 엑스앤드엑스(www.5-gam.com) 삼성동 코엑스 인도양 홀에서 23일(목)∼1월27일(목) ‘즐거운 자극,EQ가 쑥쑥 오감체험전’을 개최한다. 시각·촉각·청각·후각·미각 등 성장기 어린이들의 다섯가지 감각을 총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색 전시회다. 여섯 그루의 나무가 있는 ‘냄새의 숲’에서는 후각 형태로 자연의 향을 느낄 수 있는 이색 공간으로 꾸며졌다. 청각의 방,‘소리 공작소’에서는 영상물을 보면서 화면에 나타나는 사물의 소리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촉각의 방에서는 어두운 공간에서 손으로 물건을 만져보고 이를 상상하게 하는 ‘촉각의 터널’을 통해 어린이들의 표현력과 상상력을 키워준다.3∼19세는 1만원, 일반 1만 2000원.536-8531. ●입시교육 사이트 메가스터디(www.megastudy.net) 20일부터 겨울방학 특강 200강좌를 개강했다. 예비 고3학생들에게 수능을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수능 입문 강좌와 기출문제 점검 강좌, 개념정리 강좌 등을 마련했다. 예비 고1,2학년에게는 새학년 교과과정을 학습할 수 있도록 선행학습 강좌와 수능 대비 초급 강좌를 제공한다. ●중등교육사이트 두산에듀클럽(www.educlub.com) 겨울 방학 동안 중학생들이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공부할 수 있도록 ‘8주 완성 겨울방학 특강’을 오픈했다. 이번 특강은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주요 과목을 예습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매주 주간단위 평가를 실시해 학습 진도를 체크하고 한달에 한차례씩 모의고사를 실시한다. 또 2개월 특강을 마친 뒤에는 ‘파이널 모의고사’를 통해 방학특강을 총정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수강료는 4만∼4만 5000원이며 12월 한달 동안 10% 할인해준다. ●서울디지털대학(go.sdu.ac.kr) 중국학부 신입생과 편입생을 모집한다. 중국학부는 전공필수 과목과 선택과목의 구분 없이 중국어·중국경제·중국정치와 외교·중국의 역사 문화 사회 등 총 4가지 분야로 나누어 교과과정이 개설돼 있다. 고등학교 졸업자 또는 2005학년도 고교 졸업예정자가 지원할 수 있다. 내년 1월26일(수)까지 디지털대학 홈페이지에 접속해 원서 접수를 마쳐야 한다.2128-3000.
  • 수메르,혹은 신들의 고향/제카리아 시친 지음

    수메르,혹은 신들의 고향/제카리아 시친 지음

    지은이가 성경의 역사적 확실성을 믿는, 깐깐한 창조론과 허점많은 진화론간의 합일점을 찾는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잠깐 잊자. 그리고 모든 과거를 설명하는 근거가 하필이면 왜 지금의 현대 문명인가라는 의문도 잠깐 잊자.‘한단고기’류의 서적에 열광했었던 사람이라면 많이 들어봤을 ‘수밀이국(須密爾國)’이라는 명칭도 잠깐 접어두자. 마지막으로 영화관에 온 기분으로, 온 몸의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자. ●수메르는 우주인의 문명 ‘수메르, 혹은 신들의 고향’(제카리아 시친 지음, 이근영 옮김, 이른 아침 펴냄)은 그런 방식으로, 어떻게든 기존의 사고방식을 떨쳐버린 뒤에야 읽어야 할 책이다. 가장 오래된 문명으로 알려진 수메르가 사실은 우주인에 의해 ‘던져진’ 문명이었다는 주장, 그리고 인간이란 존재는 신이라 불렸던 우주인들이 노예로 부리기 위해 만들어냈다는 해석 등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대신 우리가 평소에 궁금하게 여겼던 고대문명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자세한 해설서로 생각한다면 정말 흥미진진한 책이 될 듯하다. 책의 출발점은 단순한 의문이다. 인류는 어떻게 “어느 순간부터 직립보행을 하고 이성적인 생각을 하고 도구를 쓰고 농사를 짓고 문자를 만들고 종교와 예술이라는 분야까지 만들게 됐을까.” 과학적 사고방식이라는 진화론은 이에 대해 ‘단계적 발전’이라는 모델을 제시한다. 그러나 저자는 실제 고고학적 발굴 결과를 놓고 보면 이런 주장이 사실과 어긋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4만∼5만년 전에 출현한, 현생 인류의 조상으로 받아들여지는 존재는 ‘호모 사피엔스’다. 그런데 유물로만 따지자면 호모 사피엔스의 흔적은 수십만년 전에도 발견되고 호모 사피엔스의 조상으로 공인된 호모 에렉투스와도 존재하는 시기가 겹친다. 진화론이 단선적인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부분들은 쉽사리 설명되지 않는다. 왜 진화는 일률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시기에 따라 지역에 따라 들쭉날쭉할까. ●고대문명 해설 흥미진진 저자는 이런 허점들에 대한 기록이 이미 과거에서부터 있어 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대표적인 것이 성경의 창세기다. 일종의 상징이나 비유로서 해석되어 왔던 수많은 대목들이 고고학적 발굴결과로 사실로 밝혀졌다. 성경이 ‘사실(史實)’이라면, 그래서 해석을 고민할 필요없이 문맥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면, 거슬러 올라갈 수밖에 없는 근원이 바로 수메르 문명이다.12간지,60진법, 별자리 이름, 달력…. 기독교에 젖줄을 대고 있는 현대문명에 수메르문화가 끼친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에 대한 풍부한 자료와 설명만으로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때 비틀스의 부활로 받아들여졌던 클라투(Klaatu)의 두번째 앨범 ‘Hope’에 등장했던 ‘폴리체니아(Politzania)’를 떠올릴 법도 하다.1만 8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되돌아 본 2004 문화] ① 출판계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출판시장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2004년 출판계를 주도한 책들은 몇가지 뚜렷한 특징을 보였다. 먼저 소설시장을 중심으로 자기 상상력을 추구한 책들이 주목을 받았으며, 특히 역사적 사실성(fact)에 상상력(fiction)을 보탠 팩션(faction)류 작품이 각광을 받았다. 올해 종합 1,2위를 다툰 ‘다빈치 코드’(댄 브라운, 베텔스만)와 ‘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가 대표적인 작품으로, 독자들의 반응이 식지않는 것으로 보아 내년에도 이같은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문적 실용서 확대와 땅테크 서적이 유행한 것도 눈길을 끈다. 올해 화제를 일으킨 인문서는 ‘미쳐야 미친다’(정민, 푸른역사),‘책문’(김영완, 소나무),‘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이덕일 지음, 김영사) 등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책들은 주로 역사의 비주류, 또는 당시로선 톡톡 튀던 사회 부적응자들을 다루거나, 파격적인 생각을 가졌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별성, 차별성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는다는 점에서, 기존의 역사서와 달리 마치 이야기를 듣듯 쉽게 읽힌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어필했다고 볼 수 있다. 경제·경영서중에선 ‘땅테크’ 관련 책들이 주목받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로버트 기요사키 등, 황금가지)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스펜서 존슨, 랜덤하우스중앙)와 같이 세상의 흐름을 이해하고 개인의 경제적 마인드를 제고하는 책이 주류를 이루었다면 올해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책들이 바통을 이어받았다.‘집 없어도 땅은 사라’(김혜경, 국일미디어),‘한국의 땅부자들’(조성근, 한국경제신문)은 각각 10만부를 훌쩍 넘어섰으며, 땅테크를 다룬 책은 적어도 1만부는 팔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한류바람의 덕도 톡톡히 보았다. 중국의 세계지식출판사는 ‘귀여니’(전9권)를 수입해 열풍을 일으켰으며,‘국화꽃 향기’(생각의 나무)도 중국에서 번역 출판돼 수십만부가 팔렸다.‘가을동화’‘엽기적인 그녀’와 같은 영상물을 모태로한 책도 물건이 없어 못팔 정도라고 한다. 타이완에서도 드라마 ‘대장금’의 원작소설이 베스트셀러 1위 행진을 계속하며 20만부 이상 판매됐으며, 일본에선 ‘욘사마’ 열풍 속에 ‘겨울연가’의 원작소설이 120만부 이상 팔렸다. 하지만 전체적 장기 불황속에 출판업계 또한 전반적으로 힘겨운 한해를 겪었다. 특히 매출액 10억 미만의 소형 출판사들의 어려움이 극심했다. 이들은 더구나 1000억원대의 매출을 목표로 잡고 있는 랜덤하우스중앙이 조직확대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데다가 학습지로 명성을 얻고 있는 일부 출판기업들이 단행본 시장으로 진출, 시장확대를 꾀하고 있어 앞으로 더욱 힘겨운 생존경쟁을 치러야 할 전망이다. 반면 지난해 중앙M&B와 랜덤하우스가 합작해 출범한 랜덤하우스중앙을 비롯해 민음사, 김영사, 시공사, 웅진닷컴, 문학동네, 창비 등 매출 상위를 달리고 있는 출판사들은 작년에 비해 상당한 매출신장을 이룬 것으로 알려진다. 즉 전반적인 출판 불황 속에서도 출판사들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던 한해였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미야자키표 러브스토리 ‘하울의 움직이는 성’

    마녀의 저주로 18살 소녀에서 90살 노파가 된 소피, 비밀에 둘러싸인 꽃미남 마법사 하울, 새 다리를 연상케하는 가냘픈 다리로 이동하는 고철덩어리 마법의 성….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그의 이전 작품들이 그랬던 것처럼 관객을 순식간에 팬터지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매혹적인 요소들로 가득하다. 시공간적 배경이 불분명한 유럽의 어느 마을. 모자가게에서 일하는 평범한 소녀 소피는 동생을 만나러가던 길에 우연히 마법사 하울의 도움을 받고, 그 때문에 마녀의 마법에 걸려 폭삭 늙은 할머니가 된다. 남들 눈에 띌까봐 몰래 집을 빠져 나온 소피는 황야를 걷다 마법의 성에 다다르고, 그곳의 주인인 하울과 불꽃 악마 캘시퍼, 꼬마 마법사 마르클과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거대한 만년설과 반짝이는 호수, 생동감있는 바닷가 마을 등 정감넘치는 자연 풍광은 지브리 스튜디오가 그간 축적해온 노하우를 아낌없이 보여준다. 온갖 잡동사니로 만들어진 성은 곧 허물어질 듯 볼품없지만 문고리를 돌릴 때마다 전혀 다른 세상으로 연결되는 환상의 공간이다. 하울과 소피가 괴한들을 피해 하늘로 솟구쳐오른 뒤 허공을 성큼성큼 걸어다니는 황홀한 장면 역시 미야자키표 애니메이션답다. 가장 돋보이는 건 주인공들의 캐릭터. 그중에서도 소피는 대단히 매력적이다. 무채색의 일상에 지루해하던 소피는 할머니로 변하면서 오히려 삶의 활기를 띤다.‘할머니가 되니 잃을 것이 없어 좋다.’는 낙천성과 의연함으로 현실을 받아들이는 소피는 여성의 미에 대한 선입견을 단번에 무너뜨린다. 전쟁에 홀로 맞서는 강건함과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사춘기적 나르시시즘을 동시에 간직한 하울의 캐릭터 또한 인상적이다. 3년간의 기다림,‘미야자키 최초의 러브스토리’라는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면 충분히 만족할 만하다. 하지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뛰어넘는 감동과 상상력의 확장을 기대했던 팬들이라면 다소 밋밋하게 느낄 수도 있다. 전체 관람가.23일 개봉.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남규철의 DVD 폐인]벤지랑 놀까 래시랑 놀까

    [남규철의 DVD 폐인]벤지랑 놀까 래시랑 놀까

    혹시 애완동물을 기르고 계신가요? 제 주변을 보면 강아지나 고양이는 물론 햄스터나 이구아나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들이 다양한 애완동물들을 기르고 계십니다. 대형할인상점에 가봐도 애완동물 코너가 별도로 있을 정도이니 애완동물은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DVD들은 바로 우리에게 친근한 애완동물들이 주인공을 맡은 영화들입니다. 아무래도 주인공이 애완동물들이니 온 가족이 보시기에 부담이 없는 따듯하고 유머 넘치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곧 시작하는 겨울 방학, 아이들과 함께 그리고 애완동물과 함께 즐거운 가족극장을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 벤지 혹시 이 강아지의 이름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대단한 인기를 모았던 1974년 미국 작품으로,1975년엔 세계흥행순위 3위에 오를 만큼 전세계적인 인기도 함께 받았던 작품입니다. 그 시절에 초등학교를 다니셨던 분이라면 귀여운 강아지가 놀라운 속도로 달려가는 모습을 지금도 기억할 겁니다. 납치된 아이들을 악당의 손에서 구하는 강아지 벤지의 활약을 그린 영화로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찰리 리치의 주제가로도 유명합니다.DVD로 출시된 ‘벤지’는 30년이나 된 영화이니만치 화질이나 사운드 등에선 많은 아쉬움이 남고 자막의 오류와 부실한 부가영상도 눈에 거슬리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예전 추억을 되살리며 가족들과 함께 보기엔 어울리는 영화일 것입니다. ● 캣츠 앤 독스 혹시 집을 비운 사이, 집에 남겨진 강아지와 고양이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상상해 보셨습니까? ‘캣츠 앤 독스’의 주인공 고양이와 강아지는 인간이 없는 곳에선 최첨단 무기와 놀라운 전략을 구사하며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치열한 전쟁을 벌입니다. 서로 앙숙인 ‘개’와 ‘고양이’의 전쟁이라는 기발한 상상력과 즐거운 패러디 그리고 유쾌한 웃음이 가득한 작품으로 주말 오후에 가족들과 함께 볼 만한 작품입니다.DVD로 출시된 ‘캣츠 앤 독스’는 보통수준의 화질과 사운드를 가지고 있으며 삭제장면과 제작과정 등의 부가영상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 베이브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애완동물은 아니지만 어떤 애완동물 못지않은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을 가득 가지고 있는 녀석입니다. 엄마 아빠가 어디론가 끌려간 뒤, 혼자 남겨진 꼬마돼지 베이브가 새로운 주인과 친구들을 만나 겪는 이야기를 따스하면서도 유쾌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영화의 끝에 이르러서는 가슴 찡한 감동도 함께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DVD로는 ‘베이브’와 그 속편이 모두 출시되어 있으며 요즘 DVD들이 보여주는 화질이나 음질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감상하기에 무난한 화면을 보여줍니다. 이외에도 ‘영원한 친구 래시’‘베토벤’‘가필드’‘스튜어트 리틀’ 등도 가족들과 함께 볼 만한, 귀여운 애완동물들이 출연하는 작품들입니다.
  • [책꽂이]

    ●세 발 달린 까마귀를 찾아서(조한풍 지음, 풀길 펴냄) 1982년 ‘아동문학 평론’지에 동시 ‘숲에서’로 데뷔한 시인의 4번째 시집. 고대사를 소재로 한 산문시가 독특하다.7000원. ●악기점(배한봉 지음, 세계사 펴냄) 시인은 1998년 ‘현대시’ 신인상으로 등단한 뒤 시집 ‘흑조’‘우포늪 왁새’ 등을 발표해왔다.10년 넘게 전원에 묻혀 과수농사를 지어온 시인답게 시들마다 서정으로 넘쳐난다.6000원. ●식구(김별아 지음, 베텔스만 펴냄) 소설가 김별아가 ‘가족’에 대한 단상들을 산문집으로 엮었다. 해체위기에 직면한 현대 가족의 문제를 때론 신랄하게 또 때론 더없이 차분한 어조로 고민해보게 한다.8800원. ●남자를 묻는다(이경자 지음, 랜덤하우스중앙 펴냄) 소설 ‘절반의 실패’ 등을 통해 여성의 억압된 삶을 돌아보게 했던 중견작가 이경자의 신작 에세이.‘여자’ 혹은 ‘여성작가’로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가부장 제도의 모순을 짚었다.8500원. ●꿈의 벽 저쪽(엄광용 지음, 이가서 펴냄) 요절한 여류화가 최욱경의 삶을 조명한 미스터리 장편소설. 창작집 ‘전우치는 살아있다’, 장편소설 ‘황제수염’등을 발표해온 작가의 소설적 상상력이 속도감 넘치는 문장에 잘 녹아들었다.9800원. ●제국호텔(이문재 지음, 문학동네 펴냄) 모든 것이 네트워크화한 현대문명을 통렬히 고발하는 이문재 시인의 네번째 시집. 첫 시집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도 개정판으로 함께 내놓았다.7000원. ●최명희의 문학세계(박현선 지음, 한길사 펴냄) 2003년 제3회 혼불학술상을 수상한 지은이(숭실대 인문과학연구원)가 ‘혼불’ 작가 최명희의 6주기를 추모해 펴낸 ‘최명희 문학연구서’.1만 2000원.
  • [열린세상] 행정의 DNA를 바꾸어야 한다/강형기 충북대 교수·한국지방자치학회 명예회장

    지금까지 세상에 나온 모든 정치 사상을 모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안거락업’(安居樂業)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치의 기본과제는 국민들이 편안하게 살고 즐겁게 일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중에서 무엇무엇 해도 국민들이 먹고살게 해주는 것은 가장 중요하다. 먹여 살려야 지도자이고 임금님이다.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그 일터에서 보람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정부의 기본 임무이다. 행정의 본분 또한 기업(起業)하게 하는 기업행정(起業行政)에 있으며, 공무원의 기본임무도 기업가(起業家)로서의 과업을 수행하는 것이어야 한다. 국왕이 행해야 할 가장 기본적 과업이 무엇인지를 묻는 제(濟)나라의 선왕(宣王)에게 맹자는 민생을 안정시켜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안정된 생업이나 수입이 없어 가난하면서도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러한 사람은 많은 수양을 하여 높은 경지에 오른 사람입니다. 그러나 일반 백성들은 일정한 수입이나 삶의 근거가 될 재산이 없으면 한결같이 착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맹자,梁惠王 上篇) 국민들이 항산(恒産)을 갖게 하여 마음의 안정을 갖도록 하는 것은 공자도 맹자도 강조했던 덕치정치(德治政治)의 기본이다. 오늘날 선진 세계의 모든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제일의 과제로 삼고 있는 것을 보면 공맹의 시대나 오늘이나 정치의 근본과제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 정부에 부여된 시대의 사명도 기업(起業)하는 환경을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행정은 기업(起業)하게 작용하는 것이어야 하며, 공무원의 임무 또한 기업가(起業家)로서의 과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왜 국민이 바라는 일자리 창출은 못하고 오히려 그 존재가 기업에 짐이 된다는 말을 듣고 있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대답은 국민이 바라는 ‘기업 하게 하는 행정’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 행정의 DNA를 교체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행정은 국민을 통치의 대상으로 보고 국민의 행동을 규제하는 ‘규제행정’으로 시작했다. 행정은 국민을 제도하는 통치기구 그 자체였다. 그러나 새마을 사업이 시작되면서 공무원들에게 새로운 역할이 부여되었다. 정부 시책에 국민이 따라 오도록 지도하는 역할이 그것이다. 공무원들은 ‘지도행정’을 한다며 국민계몽에 나섰고 국가정책의 시각에서 국민을 관리하는 것이 행정의 가장 중요한 임무였다. 우리의 행정사에서 국민이 납세자요 주권자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도 민주화 바람이 불고 정부혁신이 정권의 과제로 대두된 1990년대의 중반에 이르러서이다. 그리고 아직도 우리는 공무원들이 왜 열심히 일하는지, 그 일에 왜 예산을 쓰는지에 대해서 설명책임을 부여하려고 노력중일 뿐이다. 획일적인 잣대로 규제하고 정부의 방침에 맞추어 국민을 관리·지도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공무원들이 주체는 국민이고 자신들은 봉사자라는 것을 행동으로 실천하기에는 DNA에 체화된 유전인자가 방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종이와 연필로 일하는 관료들에게 현실과 현장, 현물을 말하면 억지를 부리는 것으로 매도된다. 다양성을 혼란으로 생각하는 관료들에게 지역의 실정과 기업의 특성을 말하면 그것은 국책을 어지럽히는 것으로 간주된다. 민주적 절차를 비능률로 매도하는 공무원들에게 시민참여는 여전히 낭비로 인식된다. 상상력이라고는 더욱 없는 공무원들은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된다는 것만 알 뿐 봄이 오고 꽃이 핀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러므로 봄을 준비할 수도 없다. 지금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공무원은 프로듀서형 공무원이다. 겨울연가를 만들어낸 프로듀서처럼 국가와 세계를 무대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기반을 정비하는 기업지원프로듀서가 필요하다. 그러나 기업지원(起業支援) 프로그램을 짜는 기업가형(起業家型) 공무원을 양성하려면 먼저 지금까지의 서기형 공무원들이 가지고 있던 DNA부터 교체해야 한다. 그래야만 기업행정(起業行政)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강형기 충북대 교수·한국지방자치학회 명예회장
  • [生生인터뷰] 7년만에 장편 ‘하비로’ 내놓은 이인화

    [生生인터뷰] 7년만에 장편 ‘하비로’ 내놓은 이인화

    ‘영원한 제국’의 인기작가 이인화(38·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가 돌아왔다. 장편 ‘초원의 향기’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새 소설은 ‘하비로’(해냄). 제목에서부터 물음표 몇개쯤 찍게 만드는 이번 작품은 연쇄살인사건을 따라가며 지적 게임을 즐기게 하는 역사추리물이다. 세계 최대의 마약시장이었던 1937년 상하이를 무대로, 조선인 청년예술가집단 ‘보희미안 구락부’의 연쇄살인을 추적하는 한 조선인 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작중 주인공은 삼국지’의 영웅 조조가 남긴 비밀지도의 행방을 쫓고 있는 조선 중국 일본 등 3국 암흑세력의 암투에 휘말리게 된다.‘하비로(霞飛路)’는 상하이의 실제 거리이름이다. “20대 초반 게임세대를 위한 소설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지난 14일 인사동에서 만난 이씨는 “한때는 소설을 외면하는 독자들을 원망도 했지만, 문학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새로 찾아야 한다는 판단에서 추리소설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무려 7년 동안 소설을 접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이상문학상(‘시인의 별’·2000년)을 받고 작품선정에 문제가 있다는 구설에 오르는 바람에 상처를 무척 많이 받았어요. 소설 동네를 어떻게든 벗어나 보겠다는 생각에서 자꾸 밖으로 눈을 돌렸고 그러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작했던 ‘외도’가 이제는 ‘본업’이 되다시피 했다.2000년 창작발레 ‘신시21’의 대본을 쓴 뒤 오페라 대본, 영화·게임 시나리오 등을 가리지 않고 썼다. 한국 최초의 여성비행사 박경원의 삶을 다룬 영화 ‘청연’, 한·일 합작으로 제작중인 영화 ‘기운생동’ 등의 시나리오가 그의 작품이다. 설치미술, 온라인 게임 등 ‘이야기 얼개’가 필요한 장르라면 무조건 달려들었던 것이다. ‘하비로’는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이 손잡은 이른바 ‘팩션(faction)’소설.‘삼국지’의 영웅 조조가 도굴로 부를 축적했다는 대목에서 작가는 상상의 불꽃을 지폈다. 조조가 남긴 비밀지도 한장 때문에 1930년대 상하이 암흑세력들이 뒤엉켜 대결하는 소설의 구도에 대해 그는 “이전의 어느 작품에서도 볼 수 없는 독창적 소재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누아르 분위기가 짙은 소설에 끌어다 쓴 기억상실의 모티프는 ‘사일런트 힐’이란 게임에서, 웅장한 배경은 ‘리니지 2’에서 각각 착안했다고 덧붙였다. 상상의 성취는 크지만, 솔직히 문학적 순도면에서는 옹색해지는 작품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나름의 작가적 신념이 확고하다.“온라인게임·시나리오 작가로 오락가락하는 건 전업작가로 살기가 불가능한 한국문단 현실의 특수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다.‘영원한 제국’ 서문에서도 밝힌 적이 있듯 무엇보다 나는 소설가가 아니라 이야기꾼으로 남고 싶다.”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중간쯤에 자리잡은 이문열, 최인호 선배가 부럽다.”는 그는 “지나치게 리얼리즘을 견지하는 소설은 요즘 독자들을 감동시킬 수가 없다.”며 최근의 소설경향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의 새 소설은 영화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국내 메이저 영화사 두 곳과 협상 중인데, 계약이 마무리되는 대로 시나리오도 직접 쓸 계획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공연리뷰]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

    [공연리뷰]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

    유명한 고전을 재해석하는 것은 구미당기는 일이다. 이를 입증하듯 11일 뮤지컬 ‘호두까기인형’의 첫 막이 열린 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특히 가족 뮤지컬을 표방한 작품답게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부모들로 가득했다. 그러나 애당초 이번 공연을 바라보는 객석과 제작진의 눈높이가 맞지 않다는 사실은 막이 올라가기 전에 여실히 드러났다. 자리를 채운 건 대부분 어린이 관객들. 에스코트의 임무를 끝낸 상당수의 부모들은 서둘러 공연장을 빠져나갔다. 어른들의 태도를 보면 ‘호두까기인형’은 여전히 아이들을 위한 레퍼토리. 하지만 공연은 온전히 아이들만의 것도 될 수 없었다. 일단 신나는 음악과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장난감들의 군무로 상큼하게 출발했지만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생쥐대왕을 물리친 호두까기 인형이 소년 ‘크라카툭’으로 변해 주인공 소녀 ‘마리’와 장난감 왕국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새로운 이야기는 흥미진진함과 거리가 멀었다. 열악한 음향시설 탓인지 다소 긴 대사 때문인지 어른들조차 이야기를 따라가는 맛을 느끼기 힘들었다. 상황이 이런데 “정치를 모르는군.” 또는 “공주가 사주를 했어요.” 등의 대사에 어린이 관객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재미 찾기를 포기한 아이들은 좀이 쑤셔 몸을 비틀어 댔다. 솜사탕, 선물상자, 우산여인들, 메아리 괴물 등의 출연에 짧은 시선을 던졌을 뿐이다. 드디어 장난감 왕국의 입구에 도착한 주인공들. 여정이 끝남을 아쉬워 머뭇거렸지만 객석의 관객들도 그랬을까. 지루함에 산만해진 공연장에 간간이 통일된 웃음이 번질 수 있었던 것은 새롭게 창조된 ‘말탄 기사’ 덕분이었다. 그는 아이들의 코드에 딱 들어 맞는 우스꽝스러운 몸짓과 재치 있는 한마디로 분위기를 그나마 ‘업’시킨 일등 공신. 원작에 없는 인물(말탄 기사)을 창조해 얼마간의 활력을 불어넣고 발레로 익숙한 작품을 색다르게 풀어냈다는 것 말고는 미덕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악어컴퍼니, 오디뮤지컬컴퍼니,PMC프로덕션 공동 제작.26일까지.(02)764-8760.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뒷골목 맛세상] 인사동의 작은 맛집들

    [뒷골목 맛세상] 인사동의 작은 맛집들

    인사동은 흔히 ‘거리의 박물관’이라고 불린다. 화랑에서부터 공예품이며 골동품을 파는 가게에 이르기까지 고급스러운 문화의 향취가 풍겨난다. 더군다나 얼마 전부터 관광특구로 지정돼 거리 미화작업이 진행되고, 기다렸다는 듯이 문화자본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인사동은 더욱 세련되고, 멋들어졌다. ●음식점 상호엔 멋들어진 우리말 화가나 도예가, 공예인, 문인 같은 예술인들이 터전을 삼아 노니는 곳에 어찌 멋이 뒤따르지 않겠는가. 그들의 발자취가 두루 머무는 곳에 멋이 빠진다면 그야말로 속빈 강정에 다름 아닐 터이다. 멋스러운 거리에 자리를 잡은 먹고 마시는 맛집들 또한 어찌 멋들어지지 않겠는가. 인사동의 맛집들은 우선 상호에서부터 맛이 다르다. ‘오늘같이 좋은 날,千강에 비친 달, 바람 부는 섬, 소금인형, 황금비늘, 두레멍석, 오 자네 왔는가, 툇마루, 놀부가 기가 막혀, 흥부가 기가 막혀, 북치구 장구치구, 사람과 나무, 우리 그리운 날은, 평화만들기, 달고둥, 보릿고개추억, 조각하늘, 좋은 씨앗, 달새는 달만을 생각한다, 뜰 앞에 잣나무, 아빠가 어렸을 적에, 낮에 나온 반달, 완자무늬, 머시 꺽정인가, 모깃불에 달 끄슬릴라, 풍경소리….’ 얼핏 둘러봐도 가히 그 멋들어짐은 시인의 상상력을 넘어선다. 멋들어진 것이 어디 상호뿐이랴. 다양한 먹을거리 또한 멋들어져서, 은정이나 선천, 사천, 이모집 같은 전통 한정식에서부터 재첩 요리만을 전문으로 하는 섬진강, 다슬기 요리만을 전문으로 하는 풍류사랑, 홍어만을 전문으로 하는 홍어가 막걸리를 만났을 때, 홍어천하, 사찰음식 전문의 산촌, 녹차대나무쌈밥이며 녹차너비아니 등 밥이며 요리에 녹차를 이용한 차이야기, 야채 커리나 마살라 같은 인도 요리의 작은 인디아, 된장비빔밥의 툇마루에 이르기까지 불쑥 어느 집에 들어가도 멋들어지지 않은 요리가 없다. 어쩌면, 인사동에 한 가지 흠이 있다면 바로 그 멋들어짐이 너무 지나치다는 데에 있는지도 모른다. 멋이 멋으로만 머물지 않고 멋 자체가 상품화되어 거리에 넘쳐난다면 그런 멋은 이미 멋이 아니다. 멋들어짐이 지나치면 곧바로 건들거리는 법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건들건들, 건들거리면 자칫 사람 냄새를 잃고 만다. 만약 인사동 거리가 죄다 사람 냄새를 잃고 건들거리고 있다면? 인사동에 언제부터인가 40대 언저리의 중년여인이 있는 듯 없는 듯 모습을 드러냈다. 그이는 인사동 네거리에서 안국동 방향으로 10미터쯤 오르는 왼편 골목에 역시 있는 듯 없는 듯 조그만 맛집을 냈다. 작은 뜨락(02-739-2218)이라는 상호인데, 원래 건물 옆에 버려진 골목이었던 것을 위는 차양으로 가리고, 건물 벽에 의지해 폭 1미터에 길이 5미터 남짓한 공간을 마련했다. 폭이 너무 좁아 일반 탁자를 놓을 수가 없어서 벽에 긴 나무판대기를 붙이고, 바닥에는 겨우 엉덩이를 걸칠 만한 간이의자를 놓았다. 이 집에서 먹고 마시기 위해서는 한껏 몸을 웅숭그린 채 본의 아니게 면벽을 해야 한다. ●인사동 풍류객들의 ‘참새 방앗간’ 한 마디로 멋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맛집에다가 주인 되는 노인자씨도 멋하고는 아예 담을 쌓은 이였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한 주먹 움켜잡아 뒤통수에 질끈 동여맨 꽁지머리, 아무렇게나 차려입은 차림새. 한 술 더 떠, 먹고 마시는 소위 물장사가 난생 처음이어서 음식을 마련하고 상을 차리고 셈을 헤아리는 일도 서툴다.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손님이 “여기 얼마요.”하면 “몰라요. 먹은 만큼 알아서 주세요.”가 대답이고, 대구와 동태라는 생선을 구별하지 못해 대구를 동태로 파는가 하면 손님이 계산을 않고 나가도 숫제 알아내지를 못했다. 멋대가리라고는 없는 작은 뜨락의 진가를 인사동의 눈 밝은 이들이 못 알아볼리 없었다. 툇마루의 바깥주인이자 ‘집도 절도 주민등록증도 없이’ 떠도는 시인 박중식, 동숭동에서 작가폐업이라는 카페를 운영하는 예사롭지 않은 작가 배평모, 누구나 알아주는 시대의 낭만주의자인 시인 김사인, 한국판 비용으로 통하는 시인 김신용, 인사동 화단의 마당발 화가 장경호,588여인들의 사진전으로 이름을 날린 사진작가 조문호, 십수 년에 걸쳐 인도를 헤맨 끝에 ‘우리는 지금 인도로 간다’는 인도 안내서를 내고 아울러 ‘인도로 가는 길’이라는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인도전문가 정무진 등 소위 인사동의 풍류객으로 통하는 이들이 마치 고양이가 생선냄새를 맡고 찾아오듯 차례로 작은 뜨락에 모여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노인자씨는 물장사만 난생 처음인 것이 아니라 돈을 버는 일 또한 처음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돈이라고는 벌어본 적이 없는 노인자씨는 돈을 쓰는 일에는 누구보다도 화려한 이력이 붙은 이였다. 일찍이 불교계의 내로라하는 큰스님 아래서 포교사 비슷하게 아시아 각국이며 유럽을 거쳐 아프리카까지 돌아다녔는데, 세 번이나 말라리아에 걸려가며 아프리카를 종단하여 굶주린 현지인들을 위해 아낌없이 돈을 썼다. 이를테면 몸과 마음 전체를 바쳐 30년 가까이 중생구제라는 보살행을 해온 셈이었다. 그런 그이가 어느 날 획하고 머리가 돌아 그만 맛집을 차려 돈을 버는 일을 하고 말았다. 인사동의 눈 밝은 풍류객들이 맨 먼저 알아본 것은 다름 아닌 주인 되는 이의 사람냄새였을 터이다. 그런 그이들로서는 적어도 작은 뜨락이 그대로 망하는 꼴은 두고 볼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그이들은 주인을 대신하여 나름대로 작은 뜨락을 살리는 일에 나섰다. 이를테면 셈이 어두운 주인을 대신해 모자를 돌려 자신들이 먹고 마신 만큼 돈을 거두어 스스로 셈을 헤아리고, 한 접시에 5000원을 넘지 않는 한도에서 입맛에 맞는 안주를 개발해내고, 무엇보다도 작은 뜨락을 연락처 삼아 주인이 있든 없든 하루에 한 두 번은 꼭꼭 들렀다. 그리고 그이들은 마침내 작은 뜨락만의 규칙을 만들었다. 술과 안주는 한 사람이 1만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1차를 마감한다. 만일 차수를 변경하여 2차로 넘어가면 다시 모자를 돌려 1만원을 추가하는데, 절대로 외상은 없다. ●사찰음식 전수받은 된장찌개·들깨탕 작은 뜨락은 4000원짜리 우거지 해장국이 있어서 식사도 할 수 있다. 술안주는 서산에서 이틀에 한번 꼴로 택배로 부쳐오는 어리굴젓과 자연산 생굴이 있는데, 배춧속에다가 생굴을 쌈 싸먹는 맛이 신선하다. 그밖에 조기며 자반고등어 같은 생선구이며 생선찌개도 있다. 작은 뜨락에 처음 가는 이라면 마땅히 조심해야 할 것은 자칫 요술 같은 시간의 흐름에 휘말리는 일이다. 우연히 합석하게 된 풍류객들과 잠시잠깐 웃었는데, 낮술 한 잔이 어느 새 2차,3차를 넘어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진다. 인사동 네거리에서 종로 2가 쪽으로 몇 걸음 걷지 않으면 덕원 갤러리 옆 골목 깊숙이 고샅길(02-734-3371)이라는 한식 전문집이 역시 있는 듯 없는 듯 멋 부리지 않고 있다. 한옥의 사랑채를 개량한 듯 주방까지 합쳐 10평 남짓한 실내에 대여섯 개의 식탁이 있는 작은 집이다. 출입문 쪽의 벽을 터서 통유리창을 달고 거기에 진열해놓은 종발 같이 앙증맞은 도기들이 무슨 꽃들이라도 재잘거리며 피어나듯이 아름답다. 뿐만 아니라 좁은 공간에 매달아놓은 화분들이며 실내장식들은 어디에서나 주인의 깔끔하고도 섬세한 손길이 그대로 묻어나와 은은한 향기를 풍긴다. 고샅길 주인 되는 이는 박진숙·경숙 두 자매인데, 이중에서 언니 되는 박진숙씨가 도예가여서 이들 종발이며 요리에 쓰이는 접시와 그릇들을 모두 포천에 있는 작업실에서 직접 구워낸 것이다. 동생인 경숙씨는 식품영양학과 출신으로 원래부터 음식 솜씨가 뛰어났는데, 솜씨를 아낀 언니의 권유로 인사동까지 나서게 되었다. 고샅길의 특징은 요리에서 밑반찬에 이르기까지 어느것 하나 정갈하면서도 깊은 맛이 우러나지 않는 것이 없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고샅길된장찌개(5000원)와 산사들깨탕(1만원)이 일품이다. 메주를 쓰지 않고 알콩 자체를 띄워 만드는 절에서만 전해오는 비법으로 담근 된장을 원료로 한 된장찌개는 한 입 넣는 순간, 어떻게 이런 맛이 날 수 있을까 싶게 그 정갈하면서도 깊은 맛에 대뜸 매료된다. 스님들의 보양식에서 비롯되었다는 산사들깨탕 또한 예사로운 맛이 아니다. 곱게 간 들깨에 배추, 호박, 버섯, 두부, 거두절미한 콩나물을 넣고 약간 되직하게 끓인 산사들깨탕은 육식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특히 별미일 터이다. 얼핏 보면 지극히 평범하지만 먹을수록 감탄사가 나오는 이 두 가지 요리는 실제로 쌍계사에 있던 무산스님으로부터 전수받았다는데 무산스님은 출가하기 전에는 한의사 출신으로 평소에도 사찰음식에는 깊은 조예가 있는 이였다. 이밖에도 5000원짜리 동태찌개와 야채비빔밥이 있고, 술안주로는 버섯전골(2만원)이며 닭매운탕(2만원)이 있는데, 서너 명이서 너끈히 즐길 수 있는 양이다. ■ 인정으로 우려내는 전통찻집 인사동 네거리에서 안국동 방향으로 한참을 올라와 쌈지박 어름에서 왼편 길로 접어들면 산타페 입구 옆에 초당(02-738-4154)이라는 전통찻집이 또한 있는 듯 없는 듯 멋 부리지 않고 있다. 탁자 세 개가 전부인 작은 공간의 한 쪽에 주인 되는 최정해씨가 평생을 바로 그 자리에 있었던 듯 그림 같은 자세로 신비한 미소 지으며 앉아 있다. 결코 적지 않은 나이와는 상관없이 곱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자태다. 무언가 알 수 없는 향기와 빛깔이 은근하게 배어나오는 듯한 자태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마치 오랜 세월을 잊혀졌다가 어느 날 불쑥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고려청자나 이조백자처럼 정지된 시간 속에서 깊어진 향기며 빛깔이다. 삶의 무엇이 한 여인을 저렇듯 깊게 만들었을까. 참으로 막막한 무슨 기다림 같은 것은 아닐까. 손님이야 하루에 한 명이 들든 두 명이 들든 별로 개의치 않는다. 중요한 것은 바로 최정해씨가 지키고 있는 자리이다. 벌써 20년 가까이 그 자리에서 어쩌다 든 손님들에게 깊은 손길로 차를 만들고 차를 따른다. 아주 잊혀진 듯 참으로 오랜만에 오는 손님이면 연꽃 모양의 작은 촛불을 물이 담긴 자기 잔에 켜서 차와 함께 탁자 위에 올려놓는다. 촛불에 어둑한 실내가 일순 은은하게 밝아지면서, 그것을 지켜보는 손님의 어둑한 마음 또한 어쩔 수 없이 밝아지기 마련이다. 그렇듯 밝아진 마음으로 차를 들어 한 모금 입안에 넣으면 저 안으로 깊이 흘러들어가는 것은 비단 차만은 아니다. 홍삼말차라는 초당만의 특이한 차가 있다. 녹차 가루에 홍삼가루를 섞어서 약간 되직하게 물을 넣은 흡사 맑은 죽 같은 느낌의 차인데, 이것을 사발에 넉넉하게 마시고, 다음에 바위에서 나는 대나무의 어린 순으로 만든 연둣빛 석죽차와 석류빛 오미자차를 마시고, 이어 솔바람차며 매실차까지 마신다. 차를 바꾸는 틈틈이 편강, 쥐눈이콩강정, 오미자 양갱으로 입가심을 해가며 대여섯 가지의 차를 마시고 나면, 삶의 무엇이 우리를 그다지 애면글면 안타까워하게 하랴. 이런 식으로 차를 순례하고 초당을 나설 때 잠자코 1만원짜리 한 장을 식탁에 놓아두는 것을 잊지 말 일이다.
  • 복고풍 드라마 겨울안방 점령

    안방극장도 불황과 추위에 몸이 움츠러든 것일까. 현재 방영되거나 곧 전파를 탈 TV드라마들을 보면, 사회 전반에 불고 있는 ‘복고’추세를 반영하듯 ‘과거지향’적인 작품들이 많다. 이미 흥행이 검증된 ‘고전’을 리메이크하거나, 과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해 ‘추억’과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역사적 사실과 과거 성공한 인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구관이 명관 내년 1월3일 첫 전파를 타는 KBS 2TV 미니시리즈 ‘쾌걸 춘향’은 고전 ‘춘향전’을 2005년도 판으로 리메이크한 작품. 춘향은 첫사랑이자 서울지검장의 아들인 이몽룡을 공부시켜 명문대에 합격시키는 당찬 여성으로, 변학도는 유명 연예기획사 대표 신분을 이용해 춘향을 유혹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시대극 가운데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SBS 대하드라마 ‘토지’도 박경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이번에만 세번째 리메이크되는 작품. 월·화 드라마 가운데 최고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SBS 미니시리즈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도 과거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TV외화 시리즈 ‘하버드대의 공부벌레들’과 영화 ‘러브스토리’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다모’를 연출한 이재규 프로듀서가 내년 3월 SBS를 통해 선보일 미니시리즈 ‘훼숀 70s’는 지난 세기 패션계를 주름잡았던 두 인물인 코코 샤넬과 엘자 스키아파 렐리의 대결 구도에서 모티프를 따온 작품.70년대 국내 패션 예술과 산업의 성장 과정을 그린다. ●‘팩션’드라마 속속 등장 과거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한 ‘팩션(faction:fact+fiction)’작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내년 1월8일 첫 방송 예정인 MBC 주말드라마 ‘제5공화국’은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등 전직 대통령들과 12·12 쿠데타,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정치사를 드라마화한 작품. 현재 방영 중인 KBS2TV 대하드라마 ‘해신’과 KBS1TV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은 각각 최인호와 김훈의 소설을 각색, 장보고와 이순신 두 역사적 인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 작품이다. 실존 인물인 삼성 고 이병철 회장과 현대 고 정주영 명예 회장을 모델로 한 MBC‘영웅시대’도 과거 60∼70년대 격동기의 ‘재벌 이야기’에 정치적 혼란 상황을 함께 녹여 드라마화했다. KBS 김현준 드라마 1팀장은 “대리만족 등 시청자들의 심리적 욕구를 꿰뚫는 것이 드라마 기획시 최우선적인 고려 사항”이라면서 “최근 ‘고전’을 리메이크하고,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이 속속 등장하는 것은 좋았던 옛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불황기 시청자들의 심리가 드라마에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연말 영화 볼까 공연 볼까

    연말 영화 볼까 공연 볼까

    [영화] 올 연말 극장가의 강자는 어떤 작품이 될까. 스펙터클, 팬터지, 액션, 어드벤처가 그 충족조건이라면 올해도 어김없이 이를 모두 갖춘 작품 두 편이 대격돌을 앞두고 있다. ‘폴라 익스프레스’(The Polar Express·24일 개봉)와 ‘인크레더블’(The Incredibles·15일 개봉). 모두 애니메이션이지만, 블록버스터 실사영화 못지않은 규모와 재미로 전연령대의 관객을 무장해제시킬 채비를 갖췄다. #1 스토리-X마스의 꿈 vs 슈퍼영웅 가족 크리스마스하면 산타, 눈, 선물꾸러미 등이 떠오른다면 ‘폴라‘는 최고의 선택이 될 듯. 크리스마스 이브 북극행 열차에 몸을 실은 소년의 모험과 환상을 그린 이 작품은 어른에게는 잊고 살던 부푼 동심을 일깨우고, 아이에게는 크리스마스만의 환상여행을 선사할 만한 작품이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기차의 움직임에 따라 몸이 저절로 움직여질 정도로 실감나는 화면이 재미의 핵심. 하지만 산타에 대한 믿음이 흔들렸던 한 아이의 여행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믿음이 중요하다는 기독교적인 세계관을 그 바탕에 깔았다. ‘폴라‘의 주제가 다소 뜬구름처럼 느껴진다면,‘인크레더블’의 슈퍼영웅 가족에 눈을 돌려보자. 무적의 힘을 가진 밥과 몸이 자유자재로 늘어나는 헬렌. 초능력으로 약자를 구하는 영웅이 됐지만 영웅을 원하지 않는 여론에 밀려 평범한 가장과 주부로 15년을 살게 된다. 초스피드로 달리는 아들과 투명인간으로 변하는 딸에게도 평범함을 강요한다. 하지만 밀려드는 공허함으로 밥은 딴생각을 품고, 악당의 음모에 걸려들자 이젠 온가족이 힘을 모은다. 전형적인 슈퍼영웅 스토리지만, 가족을 위해 열정을 포기해야만 하는 아버지나 특별함보다는 다수에 맞춰 살아가길 강요하는 사회의 모습 등은 현실과 비춰 다양하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2 캐릭터-진짜 사람같네 vs 개성 톡톡 ‘폴라‘를 보는 동안엔 내내 마치 실사영화를 보는 듯한 입체감과 사실성에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이나 눈꺼풀의 움직임 등은 진짜 사람과 마주하고 있는 느낌을 줄 정도. 캐릭터나 사물의 과장보다 실물의 느낌이 강조된 이유는, 실사영화로 그릴 수 없는 것들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애니메이션을 활용했기 때문이다.“실사영화로 만든다면 거대한 빙판 길을 미끄러지는 기차 등을 어떻게 표현하겠느냐.”는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말은 이 작품의 의도를 잘 설명해 준다. 반면 ‘인크레더블’은 애니메이션만이 가지는 과장된 표현을 십분 살렸다. 캐릭터의 생김새는 말할 것도 없고 밥의 불뚝한 배나, 헬렌의 기다란 팔 등 만화적 상상력을 발휘한 캐릭터들은 개성이 넘친다. 하지만 머리카락의 출렁임이나 인물의 움직임은 ‘폴라’ 못지않게 사실적이기도 하다. #3 테크닉-퍼포먼스 캡처 vs 3D애니메이션 이같은 시각적 차이는 두 작품이 각각 끌어다 쓴 기술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폴라‘의 모든 캐릭터는 퍼포먼스 캡처라는 기술을 이용해 배우들이 직접 연기했다. 다이버 복장 같은 수트에 광반사 물질로 된 60개의 표식 장치를 달고 얼굴과 머리에도 150여개를 달아 배우들이 연기를 하면,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돼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재창조되는 과정을 거쳤다. 배우 톰 행크스가 소년, 차장, 소년의 아버지, 떠돌이, 산타 등 1인 5역을 맡았고, 소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그의 목소리를 변조해서 사용했다. 기차안에서 핫 초콜릿을 나르며 화려한 춤을 보여주는 장면 역시 전문 뮤지컬 배우들이 직접 연기한 것이다. 인간의 숨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폴라‘와 달리 ‘인크레더블’은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3D애니메이션이 창조해낸 세계다. 하지만 애니메이터들이 몸속 골격의 움직임을 조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개성적인 얼굴에 사실적인 움직임을 덧입혔고, 보통의 애니메이션보다 3배나 많은 100여개의 세트와 ‘몬스터주식회사’보다 600개나 많은 쇼트는 속도감과 스케일을 살려냈다. 목소리 연기는 크레이그 넬슨, 홀리 헌터, 사뮤엘 잭슨이, 감독은 ‘아이언 자이안트’와 TV물 ‘심슨 가족’을 연출한 브래드 버드가 맡았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이런 영화도 있어요 올 연말엔 크고 작은 영화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온가족이 함께 볼 만한 크리스마스용 영화가 많다. 미리 계획을 짜서 ‘찜’해 두자. ● 온가족이 함께 요정들이 사는 북극에서 성장한 주인공이 부모를 찾아 뉴욕에 오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코미디 ‘엘프’(15일 개봉)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화다. 어릴 적 살던 집에 찾아가 크리스마스 빌붙기를 시도하는 밴 애플렉 주연의 ‘서바이빙 크리스마스’(24일) 역시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코미디. 마법에 걸려 할머니가 된 소녀가 마법사 하울의 성으로 들어가면서 펼쳐지는 모험과 사랑을 담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24일)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 연인 혹은 친구끼리 우아한 뮤지컬의 선율에 푹 젖고 싶다면 ‘오페라의 유령’을, 사소한 일에 토닥거리는 연인들에겐 ‘브리짓 존스의 일기:열정과 애정’(10일)을 추천한다. 자기밖에 모르는 작가 아버지와 불만투성이인 딸의 갈등을 진지하고도 유쾌한 시선으로 담은 프랑스의 아네스 자우이 감독의 ‘룩앳미’(24일)도 기대할 만한 작품. 조선인이지만 일본의 영웅으로 살아간 역도산을 그린 한·일합작영화 ‘역도산’(15일)은 이 즈음 스크린에 걸려 있을 유일한 한국의 블록버스터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공연] ■ 기다렸던 콘서트 vs 色다른 공연 서서히 매서워지는 추위, 그보다 더 혹독하게 느껴지는 경제한파. 악조건 속에서도 연말은 어쨌든 공연계의 대목이다. 바쁘게 사느라 변변한 추억거리 하나 만들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많은 이들이 볼거리를 찾아 두리번거리기 일쑤다. 이에 편승해 이번 주말부터 웬만한 공연장에는 음악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힙합-분위기 업에는 역시 힙합 한국적 힙합의 대명사가 되고픈 ‘무브 패밀리’가 워커힐호텔 비스타홀에서 11일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파티를 겸한 콘서트를 연다.‘힙합계의 대부’ 바비 킴에서부터 드렁큰 타이거, 다이내믹 듀오,t(윤미래) 등이 1부 콘서트를 맡고 오후 10시부터 시작되는 파티에서는 양동근, 에픽 하이,PK커넥션이 실력파 DJ들과 함께 열광적인 무대를 선사한다.(02)784-5118. 한 주 뒤인 17∼18일,‘한국 힙합의 선두주자’ 드렁큰 타이거의 타이거JK가 홍대 롤링홀에서 독상을 차린다.5집까지 낸 힙합 가수로서의 내공을 아낌없이 보여줄 듯.‘무브 패밀리’도 이번 콘서트에서 다시 한번 뭉친다.(02)333-0305. ●포크-포크 그룹…어쿠스틱한 향기 일본 내 한류 확산에 일조를 하고 돌아온 3인조 포크 그룹 자전거 탄 풍경이 17∼19일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오랜만에 팬들과 만난다. 지금까지 했던 공연 가운데 ‘베스트5’를 선정, 앙코르 무대로 선보일 예정이다.(02)567-1318. 감미로운 멜로디와 정곡을 찌르는 가사로 귀를 즐겁게 해온 여행스케치는 현재 대학로 질러홀을 ‘전세’냈다. 내년 1월2일까지 기간별로 ‘송구영신’‘크리스마스’‘근하신년’ 등 세 가지 테마로 공연을 진행한다.(02)741-9700. ●7080-노장들의 힘…추억은 끝나지 않았다 올 한해 콘서트 현장을 휩쓸었던 ‘7080바람’ 아래 송창식 최백호 윤시내 정태춘&박은옥 한영애 등 빛깔 다른 가수들이 뭉친다. 타이틀은 ‘오색오감’ 콘서트. 긴 세월을 무대와 함께 해온 노장들의 저력이 빛날 듯.14∼15일 오후 7시30분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02)454-6114. 데뷔한 지 어느덧 18년, 하지만 언제나 젊은 오빠인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전태관이 29∼31일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유쾌한 콘서트를 연다.5년째 팬들과 공연장에서 새해를 맞아온 팀답게 ‘한잔의 추억’‘브라보 마이 라이프’ 등 주옥같은 노래와 연주로 올 한해 마지막 밤을 화끈하게 책임진다.(02)522-9933. ●女風-여성 보컬들의 활약 발라드 가수 린은 11∼12일 오후 7시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 새천년홀에서 감성적인 무대를 연다. 사랑과 삶, 추억에 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아름다운 노래와 함께 풀어낼 예정. 그녀의 파격 변신이 기대된다.(02)874-8707. 변진섭의 노래 ‘너에게로 또다시’를 절절한 음색으로 리메이크해 사랑받았던 서영은.30∼31일 삼성동 섬유센터에 가면 그녀의 섹시한 춤까지 볼 수 있다. 소니뮤직과 정식 계약을 맺고 일본에서 영역 확장 중인 박화요비는 24∼25일 장충체육관에서 분위기를 한껏 잡는다.4집 앨범 타이틀곡 ‘당신과의 키스를 세어보아요’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업’시키기에 딱이다. ●이밖에-색다른 걸 원한다면 젊은 마술사 최현우의 ‘사랑을 부르는 매직콘서트’에 가보자.17일부터 내년 1월2일까지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 콘퍼런스룸. 최현우는 드라마 ‘매직’에 출연하면서 귀여운 외모와 화려한 마술 기술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던 인물. 지난 9년간 쌓아온 마술 비법을 이 무대에 쏟아붓는다.(02)3444-3480. CCM 아티스트 송정미는 18일 오후 3시·7시 어린이대공원 돔아트홀에서 메마른 감성을 자극하는 콘서트를 연다.CCM 공연이 기독교인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느끼게 해줄 듯.(02)333-0305. 유영석과 노영심은 나란히 신촌에서 피아노 선율을 퍼뜨린다. 유영석은 31일 서강대 메리홀.(02)588-5474. 노영심의 무대는 24∼25일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이다.(02)522-9933. 이밖에 얼마 전 전역한 가수 홍경민이 18∼19일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화려한 복귀 공연을 펼친다. 군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 애인과 함께 오는 국군장병들에게 할인혜택도 준단다. 또 스포츠와 콘서트의 접목을 시도한 새로운 컨셉트의 공연으로 전국을 휩쓸었던 김건모도 24∼25일 같은 장소에서 ‘연장전’ 공연에 들어간다.(02)522-9933.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크리스마스를 들어요 크리스마스를 겨냥해 캐럴 음반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이 가운데 재기발랄한 인디 밴드들과 ‘오버’무대를 주름잡는 가수들이 각각 뭉쳐 비슷한 컨셉트의 음반을 냈다. 비교해서 들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크리스마스 미츠 카바레 사운드(Christmas Meets Cavare Sound) 인디 레이블 카바레사운드 소속 가수들이 참여한 크리스마스 캐럴 컴필레이션 음반. 여성 2인조 메리고라운드가 ‘크리스마스 스페셜’로 상큼하게 첫 트랙을 돌면 로큰롤 밴드 오!부라더스의 장난기 넘치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뒤따르고, 이어 플라스틱 피플의 안재한이 포근함을 선사하는 기타 연주(Wish Me A Merry Christmas)로 긴장을 풀어준다. 이밖에 다방밴드, 갑균이네, 미스터 펑키 등 실력 짱짱한 밴드들이 ‘조이 투 더 월드’‘루돌프 사슴코’ 등을 들려준다. 총 13곡. ●크리스마스 스토리(Christmas Story) 윤도현 성시경 토니안 바다 김조한 버즈 이정 서문탁 에즈원 앤 제이 페이지 솔플라워 나윤권. 이질감 강한 14명의 가수들이 그리는 크리스마스는 이들이 부른 캐럴만큼 다를 것이다. 윤도현은 ‘실버 벨스’를 보다 강하게 울리고, 서문탁은 ‘블루 크리스마스’에서 우울한 감성을 선보인다. 록 사운드에 실려 재해석된 버즈의 ‘징글 벨 록’ 등 기존 캐럴의 변주가 듣는 맛을 꽤 느끼게 해준다.‘아틀란티스 소녀’‘휠릴리’ 등을 만든 히트 제조기 황성제가 만든 ‘세상 가득 사랑을’에서 참여 가수들의 돋보이는 하모니를 확인할 수 있다. 기존 캐럴을 새롭게 편곡한 13곡과 신곡 3곡 등 총 17곡이 수록돼 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8일 TV 하이라이트]

    ●생방송 TV연예(SBS 오후 8시55분) 가수에서 배우로 변신한 영화배우 윤계상이 마침내 군에 입대했다. 윤계상이 입대하던 날 그를 밀착 동행 취재했다. 스타들이 가장 바쁘다는 12월, 화려한 행사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스타들. 연말 술자리에 얽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스타가 공개하는 ‘나만의 건강법’을 들어본다. ●사이언스+(YTN 오전 8시30분) 초록색 괴물을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로 만든 에니메이션 ‘슈렉’의 제작현장을 살펴본다. 영화는 새로운 상상력과 뛰어난 제작기술로 이전의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드림워크사의 컴퓨터 전문가들에 의해 완성된 첨단 컴퓨터그래픽의 진수를 보여준다. ●문화센터(EBS 오전 11시) 발레리나의 의상, 튀튀의 길이에 따라 극의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지고, 어떤 내용을 포함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튀튀를 통해 발레 작품을 이해하는 요령을 살펴본다. 또한 화려하고 웅장한 발레의 대명사인 ‘군무’장면을 보면서 작품 해석도 해보고, 발레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여검시관 닥터(iTV 오후 9시) 사사건건 부딪치던 조던과 헤일리는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고 조던이 어린 시절 엄마가 돌아가신 일을 헤일리에게 털어놓으면서 두 사람은 가까워진다. 그러다 조던은 헤일리의 가방에서 피살자의 목소리가 담긴 테이프를 발견하고 그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실체를 의심하게 된다. ●12월의 열대야(MBC 오후 9시55분) 지환의 방 앞에 선 영심은 들어가지도 못한 채 문을 응시하고 있다. 이마에 피를 흘리며 서있는 영심을 지환이 발견한다. 치료를 끝내고 병원을 나오던 영심은 아직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정우를 발견하고 멈춰 선다. 영심을 뒤쫓아 나온 지환은 정우를 발견하고 분노가 치민다. ●해신(KBS2 오후 10시) 궁복은 염장과의 검술 대결에서 출중한 실력을 보인다. 궁복은 능창의 눈에 들고 자미부인의 사병이 될 기회를 얻게 된다. 이즈음 최무창의 지시를 받은 비밀부대의 군사가 자미부인의 집무실에 침입하여 비밀 장부를 빼간다. 자미부인은 비밀부대의 실체를 알게 되고 먼저 무주도독을 치려고 한다. ●TV문화지대(KBS1 오후 11시35분) 자기고백적인 정서를 그려낸 심수봉의 노래들은 ‘솔직함’으로 세대와 시대를 넘어 누구에게나 사랑받는다. 한혜주씨의 하프연주와 함께 ‘사랑이 시로 변할 때’와 ‘17세기 어느 수녀의 시’를 낭독한다. 또한 중년으로 접어든 심수봉의 노래 인생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다.
  • 탈북 청소년들이 만든 X-마스 트리

    탈북 청소년들이 만든 X-마스 트리

    지난 3일 광화문 열린마당은 오전부터 20여명의 청소년들로 북적거렸다.4일 오후 2시까지 ‘2004소망트리축제’에 출품할 트리 작품을 마무리지어야 했기 때문이다. 참가한 15개팀은 각자의 상상력을 총 동원해 특이한 모양의 트리들을 만들어 갔다. 볏짚을 이용한 것부터 마네킹, 요구르트 병을 이용한 트리도 있다. 이들 가운데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굵고, 가는 철사를 이용한 한반도 모양의 트리다. ●‘통일, 아자!’팀의 소망담은 ‘통일트리’ 눈길 “크리스마스때 트리를 만들고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죠. 아무리 어려운 소원도 다 가능한가요?” 철부지 아이처럼 묻는 열아홉살 고선희 양의 물음에는 간절한 ‘소망’이 담겨있다. 이번 트리축제에 4명의 친구들과 함께 참가한 고양은 직접 만든 한반도 모양의 트리에 소원을 담은 편지를 정성스레 걸어 뒀다. 평양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셋넷학교’에 다니는 이들은 남북통일을 위해 힘내자는 의미로 팀 이름을 ‘통일, 아자!’라고 정했다. 고양은 1995년 부모님과 함께 평양을 떠나 중국을 거쳐 지난 2002년 11월 입국한 ‘탈북 청소년’이다. 그는 한국에서 2년을 보내며 초·중·고교를 검정고시로 마치고 올해 이미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와 서강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 동시 합격한 예비 대학생이기도 하다. “지난 2년 동안 정말 열심히 살았어요. 소기의 성과도 거뒀고요.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항상 뭔가 안타깝고 아쉬운 게 있었습니다.” ●보고싶은 사람 보는 게 가장 큰 소원 ‘통일, 아자!’팀의 김혁철(20)군은 2001년 한국에 들어온 ‘탈북 고참’이다.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에 말도 적은 편이지만 착하기로 소문난 친구다. 특유의 ‘해맑은 미소’는 ‘셋넷학교’ 친구들에게 인기 짱이다. 김군은 ‘통일트리’에 소망을 담은 보랏빛 편지를 걸며 “이곳이 함경북도 만춘”이라고 소개했다. 김군은 부모님, 형, 누나와 함께 1999년 탈북을 감행, 중국에서 2년간 생활하다 한국에 들어왔다. 하지만 고향인 만춘에는 할머니, 작은아버지, 사촌 등 친척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보고싶은 사람을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소원이 가장 많아요. 결국 통일이 되면 저절로 이뤄지게 되는 것들인데 그게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굵은 철사로 뼈대를 만들고 가는 철사줄로 친친 감기를 5시간째. 처음엔 뭐가 만들어질지 아리송했던게 점차 한반도 모양을 닮아간다. ●“탈북자를 이상한 시선으로 보지 마세요.” ‘통일, 아자!’팀의 대표격인 고양은 최근 ‘탈북자 간첩행위’관련 뉴스 보도를 보며 걱정이 된다고 한다. 경험상 한국의 언론은 일부 이야기를 마치 전체의 이야기인 것처럼 과장한다는 설명이다. “설사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일부일 뿐이에요. 이 일로 선량한 탈북자들까지 의심받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통일, 아자!’팀의 작품과 다른 15개 참가팀 그리고 시민들이 직접 나와 만든 트리는 오는 25일 성탄절까지 광화문 열린마당에 전시된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生生 인터뷰] 새시집 ‘유목과 은둔’ 펴낸 김지하 시인

    [生生 인터뷰] 새시집 ‘유목과 은둔’ 펴낸 김지하 시인

    9번째 시집을 낸 김지하(63) 시인을 지난 30일 아침 일산에서 만났다. 신도시의 회색빛 늦가을이 희멀겋게 내려다뵈는 오피스텔 11층. 그곳에서 이태째 거처해온 시인은 많이 쇠잔해져 있었다. 생로병사의 성벽 앞에 순하게 무릎을 접는 시인 김지하를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새 시집 ‘유목과 은둔’(창비 펴냄)에서 시인의 키는 낮아졌다. 시대를 발언하는 사상가, 운동가이기보다는 생활인으로 돌아와 목청을 낮게 다듬었다. 그 자신 “가장 허름하고 가장 허튼 글모음”이라고 당찮은 겸사로 메어친다. 그러나 잦아진 사변적 발언들에 사뭇 달라진 시인의 지향을 감지하게 되는 건 사실이다. 틀림없이 그는 어느 때보다 삶에 밀착했다. ●현기증·고혈압… 육체적으로 지쳐 “육체적으로 아주 지쳐 있어요. 현기증에 좌골신경통, 혈압까지. 육체가 지치는 데는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거든. 논리적 담론 형태의 글쓰기를 쉴 때가 온 거라.” 94편의 시를 묶은 시집에서 그는 평범한 생의 순리에 자주 귀를 내맡겼다. 첫 시 ‘몸’(시인이 가장 아끼는 시)으로 “예전엔/잘 몰랐지//몸이 무너지면서/몸을 알았지”로 운을 떼더니 “늙어가는 길/외로움과 회한이/가장 큰 병이라는데//사람이 그리우나/만나기는 싫다”(‘오늘’)며 게으른 회한을 쏟아내기도 한다. 지친 몸과 죽음에 대한 사유도 부쩍 깊어졌다.“고담준론도 질퍽하게/아아/무엇이 아쉬우랴만//문득 깨닫는다//죽음의 날이 사뭇 가깝다는 것”(‘김지하 현주소’)이라고 물끄러미 오늘 발아래를 내려다보는가 하면,“자유당 말기의/내 정신풍경을 한마디로 뭐라 할까//매독환자/아니면/아편쟁이(…)이제는 아무것도/아무것도 없고//외로움밖에 없고//후회할 일밖에 없으니//참/개똥같은 인생”(‘김지하 옛주소’)이라고 쓸쓸히 탄식한다. “조동일(계명대 석좌교수)씨가 얼마 전 지용문학상 시상식에서 만났더니 그럽디다. 미학적으로 정련된 시, 엄격히 리듬을 따진 시만 쓰지 말고 이젠 좀 쉽고 허름한 시를 써보라고. 그렇게 열편 스무편 막 쓰다 보면 거기에 사금파리가 들어 있는 거라면서…” 지난 시절 민중문학운동을 함께 했던 지우의 권유에 시인은 진지하게 귀를 열었다.“동화를 쓸 요량입니다. 붉은악마 세대의 감수성에 맞추되 신화적 상상력을 움직이는 그런 동화 말이지.” 동화의 환상성과 소설의 리얼리즘을 모아 집필에 들어간 동화는 내년 여름 이후 발표할 계획이다. ●4년쯤 뒤 생명운동에서 은퇴 “내후년쯤부터 차츰 후배들한테 지금 일(‘생명과 평화의 길’ 이사장을 맡고 있다)을 넘겨주면서 늙은 그루터기 역할을 할 생각”이라는 그는 “4년쯤 뒤엔 생명운동에서 은퇴할까 한다.”고 했다.“앉아만 있어 달라고들 하니 죽은 제갈량이지 뭐.(웃음)” 시인은 “앞으로의 내 시는 문명을 비판하는 잠언쪽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형식적으로 쉽고 짧은 시를 쓰겠다는 부연설명도 했다. 이번 시집 속에도 시의 뜻을 곧추 세우는 고백글이 들어있다.“50여년을 내내/시를 써온 이 뒷날에야/느지막이 시의 뜻을 세운다//다시 태어나리라//한 작가로,/꼭 자유자연만이 아닌/활동하는 무(無),/흰 그늘로//(…)//다시 진화하리라”(‘재진화(再進化)’) “육신이 지쳤다.”는 말을 인터뷰 도중 여러번 했다. 그러나 영혼의 나이만은 더 먹지 않으려는 시인의 정신은 청청히 살아 있다.“나는 언제나/반역의 사람/(…)/살아있다면/친구여/바람을 거슬러라”(‘바람이 가는 방향’)라고 반역의 정신을 드러낸 시인은 “나이를 먹어도 비판정신만은 늙지 않는 미국의 삐딱이 사상가 노엄 촘스키가 부럽다.”고 고백했다. 그는 내년 초 산문집 ‘생명과 평화의 길’(문학과지성사)과 미학이론을 다듬은 ‘흰 그늘의 미학’(실천문학사)을 또 내놓는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아트 & 이슈] 낙서도 이젠 당당한 예술?

    세계의 도시 특히 뉴욕의 지하철에서는 흔히 스프레이 물감을 이용한 낙서그림을 볼 수 있다. 그래피티 아트(graffiti art) 또는 스프레이캔 아트(spraycan art)라고 불리는 낙서미술이다. 이런 그래피티 미술이 ‘거리의 예술’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차세계대전 이후부터다. 경기장 벽이나 지하철, 거리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소외되고 억눌린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예술. 도시의 골칫거리로 치부되던 그래피티가 현대미술로 인정받게 된 데는 무엇보다 ‘검은 피카소’ 장 미셸 바스키아와 80년대 거리문화를 이끈 키스 해링의 공이 크다. 낙서미술계에서 가장 유명한 이들은 그러나 불행하게도 각각 마약중독과 에이즈로 요절하고 말았다. 미국에선 이미 1989년에 낙서미술관까지 문을 열었을 만큼 그래피티 아트가 자리를 잡았다. 이 자유분방한 영혼의 예술은 이제 우리에게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서울 서교동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스타일 큐브 잔다리에서 19일 동안 열린 ‘거리의 작가’전은 ‘한국적’ 낙서미술의 가능성을 보여준 하나의 시험무대였다. 전시에는 jnjcrew, day­z, wk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20대의 세 팀이 참가했다. 특히 가수 서태지와의 공동작업으로도 잘 알려진 day­z는 인간 내면에 잠재된 분노의 감정을 ‘악마’라는 소재를 통해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낙서미술가라 할 이들은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일러스트와 애니메이션, 기하학적 문양, 문자 등 다양한 형태를 통해 보여줬다. 90년대 초반부터 힙합문화와 함께 발전하기 시작한 한국의 그래피티 아트는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외국의 경우 하나의 독립된 장르, 나아가 제3의 예술로 인정받고 있는 데 비해 우리는 여전히 ‘낙서’라는 고정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그림은 이렇게 그려야 한다.’는 박제된 미술교육을 받아온 이들에게 상상력의 물꼬를 터주는 계기가 됐다. 개막일에는 100여명의 그래피티 팬들이 전시장에 몰리는 등 우리 낙서미술 인구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줬다. 이번 ‘거리의 작가’전은 우리에게도 바스키아나 해링 같은 낙서미술의 대가가 나올 날이 머지않았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우리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는 그래피티는 이제 ‘비(非)예술’‘반(反)예술’의 수모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그 자체 예술로서 당당히 심판받아야 한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지금 공연계는 장르파괴중

    지금 공연계는 장르파괴중

    겨울을 알리는 무대의 전령,‘호두까기인형’이 찾아왔다.‘호두까기인형’하면 누구나 발레를 떠올리기 마련. 올해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서울 발레시어터 등 3개 발레단이 앞다투어 작품을 내놓는다. 발레리나들의 행진이 펼쳐지는 한켠에서 국산 뮤지컬 ‘호두까기인형’이 첫발을 내딛는다.E T A 호프만의 원작 동화 ‘호두까기인형’은 지난 5월 영국 안무가 매튜 본이 댄스 뮤지컬로 만든 것까지 합하면 올 한해 가장 많이 변주된 단골 소재가 아닌가 싶다. 이렇듯 한 작품이 여러 장르에서 ‘재활용’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베르디의 오페라로 유명한 ‘아이다’도 작곡가 팀 라이스와 가수 엘튼 존에 의해 디즈니식 가족 뮤지컬로 탈바꿈중이다. 내년 한국 상연을 앞두고 있다. 영화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뮤지컬 황제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대표작 ‘오페라의 유령’이 새달 스크린에서 부활하고, 스웨덴 출신의 걸출한 뮤지션 아바의 명곡들을 엮어 만든 뮤지컬로, 세계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맘마미아’도 곧 영화로 만날 수 있다. 물론 아무 작품이나 재활용되는 건 아니다. 탄탄한 작품성으로 경기 불황 등 외적 조건과 상관없이 꾸준하게 먹히는 고전 또는 히트작들만이 그 영예를 얻을 수 있다. 웬만큼 해서는 원작의 그늘을 벗어날 수 없다는 우려도 있지만, 창작의 위험성을 손쉽게 극복할 수 있다는 유혹을 떨칠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한 뮤지컬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수입해서 팔아먹을 브로드웨이산 뮤지컬이 바닥난 상황에서 익숙한 재료들을 갖다 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기존 흥행작들의 유명세에 기대는 이런 현상은 창작의 싹을 잘라버리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고전의 또 다른 묘미를 맛볼 수 있는 즐거운 기회를 선사하기도 한다. ■ 우유부단한 왕자… ‘호두까기인형’ 살짝 비틀어졌네 새달 11일부터 26일까지 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에 올려질 가족뮤지컬 ‘호두까기인형’은 완전히 새로운 내용과 감각으로 다가간다.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고전으로 유명한 이 작품의 변주를 위해 국내 3대 공연기획사인 악어컴퍼니, 오디뮤지컬컴퍼니,PMC프로덕션이 의기투합했다. 원작과 그 원작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에선 생쥐대왕을 물리친 주인공 소녀 마리와 호두까기인형이 소매 속으로 들어가 신비한 나라를 여행하다가 현실세계로 돌아오는 것으로 끝이 났다. 뮤지컬은 소매 속 여행 부분에 ‘확대경’을 들이댔다. 즉 호두까기왕자가 왕위를 수여받기 위해 왕국을 찾아 여정을 떠나는 내용이 뮤지컬 2막을 채우고 있는 것.‘말탄기사’와 같이 원작에 없는 인물이 여럿 등장하고, 호두까기인형, 마리, 드로셀마이어 등 주인공들의 캐릭터나 관계도 원작과 다르게 비틀었다. 원작에서 용맹스러운 왕자였던 호두까기인형은 뮤지컬에서는 겁 많고 우유부단한 인물로 나온다. 마리는 이런 호두까기인형을 이끌어 진정한 남자로 만드는 강인한 여성으로 그려진다. 연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를 통해 동화적 상상력을 한껏 과시했던 박승걸씨가 극작과 연출을 맡았다. 박씨는 “뮤지컬 ‘호두까기인형’은 여행과 모험을 통해 성숙하고 사랑을 깨닫는 한 편의 성장 러브스토리로 그려질 것”이라면서 “꿈과 환상이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라 사람을 성장시키는 데 현실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가족뮤지컬이지만 주인공들의 러브스토리에 초점을 맞춰 성인 관객들까지 겨냥했다. 현대무용, 발레, 재즈가 녹아든 자유롭고 기발한 춤사위가 무대 위에서 펼쳐지며 이에 맞춰 26곡의 노래도 새롭게 창작됐다. 발레에 밀리지 않는 볼거리와 이야기를 듣는 재미까지 충족시킬 것으로 보인다. 작곡 이경재, 공동극작·안무 조성주. 서영주, 김선동, 오진영, 김태한, 최인경 등 출연.5만원∼3만원.(02)764-8760.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국립발레단·유니버설발레단·서울발레시어터 3色 ‘호두까기…‘ 12월21∼2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은 러시아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볼쇼이발레단 버전. 러시아에서 직접 제작한 웅장하고 화려한 무대와, 전막에 걸쳐 역동적이고 짜임새있게 배치된 안무가 특징이다. 인형 대신 어린이 무용수가 호두까기인형으로 출연해 깜찍한 춤을 선사한다.(02)587-6181. 유니버설발레단은 12월21일부터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키로프발레단 버전의 ‘호두까기인형’을 공연한다. 섬세한 여성미와 아기자기한 작품구성이 매력. 오디션으로 선발한 어린이 50여명이 펼치는 앙증맞은 춤솜씨도 볼거리다. 러시아, 스페인, 중국 등 세계 각국의 화려한 민속춤과 아름다운 눈송이 요정들의 군무는 낭만적인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제격이다.1588-7890. 서울발레시어터의 ‘호두까기인형’은 발레단 상임 안무가인 제임스 전이 차이코프스키의 음악만 그대로 두고 장소와 배경, 줄거리를 모두 바꿔 한국적으로 재창조한 작품. 고아원에 사는 남매가 꿈속에서 부모님을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는 내용의 모던발레다.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를 무대에 등장시키고, 안무에도 변화를 주는 등 지난해에 비해 볼거리를 보강했다.12월23∼25일 과천시민회관 대극장.(02)3442-2633.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오페라의 유령’ ‘맘마미아’ 영화로 만나봐 최근 영화계에서도 인기 뮤지컬이나 오페라를 영화로 제작하는 바람이 일고 있다. 지난해 뮤지컬 ‘시카고’가 캐서린 제타 존스·르네 젤위거 주연, 롭 마셜 감독의 뮤지컬 영화로 선보여 큰 성공을 거뒀다. 아카데미상을 휩쓰는 등 흥행과 비평 모두를 만족시키며 뮤지컬 영화의 붐을 예고했다. 지난 추석 연휴 때는 비제의 오페라로 유명한 ‘카르멘’을 스페인의 비센테 아란다 감독이 영화로 선보여 국내에 개봉했다. 원작의 비극적인 드라마를 살리되 감각적이고 화려한 영상으로 승부하는 작품이었다. 새달에는 뮤지컬의 황제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작곡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초호화 블록버스터 영화로 재탄생시킨 영화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흥행 영화 감독인 조엘 슈마허가 메가폰을 잡아 19세기 오페라 하우스의 웅장하고도 화려한 무대를 그대로 재현해냈다. 원작 소설을 토대로 영화화된 적은 여러번 있지만 1986년에 초연된 뮤지컬의 인기에 힘을 입어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웨덴 그룹 아바의 노랫말을 엮어 만든 뮤지컬 ‘맘마미아’도 곧 영화로 제작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올해 초 국내에서 공연돼 선풍적 인기를 끌기도 했던 작품으로, 영화에서는 ‘러브 액츄얼리’의 키이라 나이틀리와 니콜 키드먼, 안토니오 반데라스 등이 출연진 물망에 올라 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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