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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효숙사태’ 또 미봉… 갈등 잠복

    ‘전효숙사태’ 또 미봉… 갈등 잠복

    ‘전효숙 사태’로 한나라당이 본회의장을 점거하는 등 파행을 빚었던 국회가 16일 일단 정상화됐다. 그러나 갈등의 소지는 남아 있다.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시기만 30일 이후로 미뤘을 뿐 여야의 이견은 여전하다.‘휴전’은 길어야 보름도 안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열린우리당 김한길,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날 회담을 열어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의 원만한 처리를 위하여 11월29일까지 계속 협의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전날까지 거부 의사를 밝혔던 신임 국무위원 인사청문회와 법안·예산안 심의 등 의사일정에 참여했다. 그렇지만 여야의 이견은 그대로다. 한나라당은 전 후보자의 임명 자체가 위헌이라는 인식을 바꾸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임명을 철회하거나, 전 후보자 스스로 사퇴하는 것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강경론을 유지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에서도 근본 접점을 도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시 휴전’으로 해석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노웅래 공보부대표는 “29일까지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합의 정신을 기본으로 한다.”고만 말했다. 즉 이 문제를 표결처리할지, 다시 원점에서 재논의할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당·청간의 껄끄러운 관계가 노출된 것도 여당으로서는 부담스럽다. 원내 관계자는 “청와대가 전 후보자의 재판관 임명을 연기하고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은 여당의 정치력에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나라당은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전 후보자의 자진 사퇴가 임박했으리라는 희망섞인 관측을 내놓은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여당 내부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들었다.”면서 “자진 사퇴가 임박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여당이 전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설득할 것이란 ‘희망’도 피력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특히 이날 양당의 회담 발표문 2항에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이라고만 적힌 것에 잔뜩 고무된 분위기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오후 의원총회에서 “‘전효숙’이라는 글자 자체가 없다는 점을 유의해서 봐달라.”면서 “(김한길 원내대표와의)약속 때문에 다 밝힐 수는 없지만 때때로 정치란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물론 열린우리당은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노웅래 공보부대표는 “헌재소장 후보자는 전효숙 한명인데 행간을 읽으라고 한다면 장난치는 것”이라면서 “이는 합의 자체를 부정하는 무책임한 발언이고 정치도의상 있을 수 없는 날조이자 협상 상대의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려는 이중플레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회담에서 여야가 “국방개혁법 등 주요 법안은 30일 본회의에서 합의처리한다.”고 결정한 것도 논란거리다.‘주요 법안’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담에서는 7∼8개의 법안이 거론됐지만 이견은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나라당이 ‘숙원 사업’인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다른 법안과 연계처리하자며 버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혜영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통합교과논술 대비 이렇게] (4) 교과서로 시작하자

    [통합교과논술 대비 이렇게] (4) 교과서로 시작하자

    대학들은 공통적으로 교과서에 바탕을 둔 논술 출제를 지향하고 있다. 교과서 내용과 개념을 출제의 기본적인 틀로 삼는 것은 앞으로 시행될 통합논술이 또 다른 입시 부담이 된다는 지적과, 실제 고교 교육과정의 현실과 괴리되어 있다는 비판을 아울러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기 때문일 것이다. ●통합논술 기초는 교과서 따라서 통합논술을 준비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바로 교과서다. 단, 이 말을 ‘교과서만’ 정독하면 된다는 차원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각 개별 교과서의 주요 개념과 내용을 연계시킬 수 있는 공통적인 개념과 적용의 학습법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사회 교과서의 ‘분배’의 정의와 윤리 교과서의 ‘도덕적 정당성’의 개념이 서로 통합 연계될 수 있고, 이와 관련한 수리적 연산과 원리가 동원될 수 있을 것이다. 교과서의 주요 개념을 토대로 상호 연계와 적용의 통합적 사고를 더욱 유연성 있게 구사하는 것이 통합 논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통합 논술에서의 교과서 활용 사례 교과서 내용과 개념을 근간으로 통합논술이 출제된다는 것을 단순한 사실로만 받아들이고 교과서 활용법을 모른다면 실제로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통합논술이 지향하고 있는 ‘교과서 중심 논술’의 실상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과서를 근간으로’ 삼는 통합 논술의 의미는 우선 교과서의 내용과 기본 개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몇 가지의 경우로 나눠 볼 수 있다.1) 교과서의 지문을 발췌하여 그대로 논술 제시문으로 활용하는 경우(2008 서울대 1차 예시 문항),2) 교과서의 주요 개념과 내용을 활용, 적용하는 경우(2008 고려대 예시문항), 3) 각 교과목의 내용을 통합하고 해체하여 하나의 논의 속에 포괄시켜 출제하는 경우(2008 연세대 예시문항)가 그것이다. 이 중에서 특히 서울대 예시문항의 경우는 사회, 도덕, 문학 교과서의 내용을 그대로 제시문으로 활용하고, 그것을 토대로 기본적인 학습 내용과 개념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2008 통합 논술은 일정한 기준 없이 광범위한 내용을 다뤘던 과거 고전 논술과 달리, 개별 교과서의 내용과 기본 개념을 기준으로 여러 자료들을 동원하여 분석하고 해석하는 경향을 뚜렷이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개념부터 철저히 익혀야 2008 통합논술의 특성은 과거 고전 논술이나 본고사와의 차이를 통해 이해하는 것이 좋다.1990년대 고전 논술이 동서양 고전의 내용을 토대로 광범위한 논제를 다뤘다면, 통합논술은 고교 교육과정을 절대적으로 존중하되, 교과별 연계와 통합을 통해 기본적인 개념과 내용을 새롭고 다양한 자료에 적용하기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따라서 2008 통합 논술에 가장 잘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 도덕, 문학, 수학과 같은 교과서의 기본 개념과 내용을 철저히 익혀야만 한다. 교과의 기본적 개념과 내용이 통합 논술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또한 통합논술은 과거 본고사와도 다르다. 기존의 본고사는 제시문에 나타난 주제 파악과 해석, 일정한 수리 계산을 요구하는 지식 측정의 차원에 머물렀지만, 통합논술은 교과서의 내용을 개념원리적인 차원에서 능동적으로 응용하고 적용하기를 요구한다. 따라서 교과서에 제시된 기본적인 개념과 내용을 철저히 이해하는 한편 그것을 여러 도표나 자료에 적용해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론과 실제 연습이 필요하다. ●과목간 연계 훈련 필요 통합논술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교과학습을 넘어 몇 가지 훈련을 더 해야 한다. 우선, 각 과목의 주요 내용과 개념을 단원마다 정리해 나가되 과목간에 연계될 수 있는 공통 항목들을 재정리할 수 있는 통합적 개념과 사고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테면 문학+역사, 과학+예술, 수학+생물, 종교+과학 등 다양한 조합과 연계를 살필 수 있어야 한다. 관련없어 보이는 과학적 탐구와 예술 활동의 공통점, 수리적 사고와 인문학적 상상력, 역사의 과학성과 문학성 등 상호 경계를 넘나들면서 공유할 수 있는 공통 항목과 개념을 발견해 낼 수 있어야 한다. ●기존 논리와 다른 각도 분석력 중요 통합논술을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배경지식적 차원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보다는 미시적으로 각종 자료를 통해 도출해 낼 수 있는 자료 해석에 대한 안목도 길러야 한다. 어떤 전제 없이 자료만으로도 구체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도식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기존의 논의들은 참조의 대상일 뿐 실제로는 큰 영향력이 없고, 오히려 기존의 논의와는 다른 각도에서 자료들을 살필 수 있는 분석력이 중요하다. 따라서 교과서의 기본적인 개념과 내용을 기준으로, 독서와 자료 분석력에 관한 실전 연습이 더욱 필요하다. 무엇보다 교과서의 주요 개념과 내용의 통합적 적용을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수험생 스스로가 각 교과의 매 장마다 수록된 학습활동의 영역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다. 교과서에는 각 과목의 해당 단원마다 심화학습이 소개되어 있다. 그 속에 단원의 핵심내용이 농축되어 있기 때문에 그에 따른 학습 활동을 꼼꼼히 해 나가면 통합교과 논술의 예상문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성권 메가스터디 언어/논술 강사
  • ‘4인의 명상여행’전 동행 해볼까

    함께 출발했지만 각기 다른 환경에 있었던 네 사람에게 40년 세월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서울대 미대 61학번 동기인 이강소·심문섭·오천룡·현혜명 4인의 작가가 40년 세월을 돌아보는 전시 ‘4인의 명상여행’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 에스파스솔에서 갖고 있다. 이강소 심문섭은 한국, 오천룡은 파리, 현혜명은 LA에서 각기 왕성하게 활동해온 중견작가들이다. 오리나 새를 단순한 필획으로 표현한 듯한 명상적 회화작품으로 유명한 이강소는 이번엔 사진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작중 하나인 ‘From a dream-06001’에서 보듯 익숙한 듯하지만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세상이 전해주는 기운을 포착해내고 있다. 오천룡은 1971년 파리로 간 뒤 추상에서 구상으로 회화 영역을 넓혔고 화려하면서도 진지함이 깃든 작업을 해왔다. 그의 작업은 얼핏 보면 즐거운 상상력을 표현해놓은 듯하다. 하지만 ‘창조의 힘은 화가들의 눈으로 오랫동안 경험한 예민한 관찰력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되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의 작품엔 현실에 바탕을 둔 사실적주의적 사유가 배 있다. 여류작가인 현혜명은 미니멀한 화면 구성과 자연적 모티프의 조합을 통해 차분하면서도 온화한 미감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목신, 토신, 메타포 등의 조각 시리즈로 많이 알려진 심문섭은 신작 ‘The presentation’ 연작을 통해 작가가 창조해낸 자연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준다.12월16일까지.(02)3443-7475.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OCN, 지상파 주말극장 도전장

    주말 TV의 드라마 경쟁이 뜨거운 가운데 케이블·위성채널의 16부작 드라마가 지상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영화전문채널 OCN은 옐로우필름이 2년여에 걸쳐 기획, 제작한 16부작 드라마 시리즈 ‘썸데이’(연출 김경용, 극본 김희재)를 11일부터 매주 토·일 오후 10시 ‘OCN 오리지널 블록’을 통해 방송한다. 주말 같은 시간대는 SBS ‘사랑과 야망’,KBS ‘대조영’,MBC ‘환상의 커플’ 등이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어 ‘썸데이’가 가세하면서 지상파 중심의 주말극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배두나·김민준·오윤아·이진욱 등 스타급 주연 캐스팅에 제작비 45억원 투입 등으로 기획 초기부터 관심을 끌어온 이 드라마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젊은이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HD 영화 수준의 수채화 같은 영상과 대담한 대사를 통해 그릴 예정이다. 특히 애니메이션과 실사만화를 삽입, 사랑에 대한 상상력을 감각적으로 펼친다. 한국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신예 여류 만화가 야마구치 하나(배두나 분). 말 없이 떠난 부모 대신 할머니와 일본에 살면서 만화 페스티벌에서 최고상까지 받으며 승승장구하지만 새 작품의 잡지 연재가 중단되면서 서울행 비행기에 오른다. 하나는 흥신소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석만(이진욱 분)을 알게 돼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찾아달라는 엉뚱한 의뢰를 하고, 진표(김민준 분)가 원장으로 있는 병원에서 석만을 만나기 위해 기다린다. 하나가 그린 만화의 열성팬인 진표는 하나를 보고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하나는 진표의 호의를 거절하고 석만과 함께 취재여행을 떠나는데…. ‘연애시대’ 제작사인 옐로우필름과 ‘카이스트’의 김경용 감독,‘한반도’의 김희재 작가가 만나 운명적인 사랑을 어떻게 그려갈지 관심이 쏠린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국내 첫소개 SF화제작 多본다

    경기도 안산에서도 올해부터 영화잔치가 열린다.SF·디지털 영화제를 표방하며 16일부터 18일까지 CGV안산에서 열리는 안산국제넥스트영화제(ANeFF·집행위원장 강한섭)이다. 개막작은 프랑스 누벨바그의 거장 프랑수아 트뤼포의 ‘화씨 451’. 억압적 권위에 대항하는 개인의 모습을 SF의 상상력과 트뤼포 특유의 철학적 사유로 그렸다.‘닥터 지바고’의 줄리 크리스티가 주연한다.SF 마니아들에겐 고전으로 통하지만 국내에선 처음 상영돼 화제다. 이 영화제는 올해 ▲SF클래식 ▲충무로 뉴 웨이브 ▲아이 디렉터(I.DIRECTOR) ▲넥스트 필름 어워즈 등 4개 섹션과 특별상영, 부대행사 등으로 짜여졌다.‘기막히게 줄어든 사내(The Incredible Shrinking Man)’와 ‘금단의 혹성(The Forbidden Planet)’ 등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SF화제작들이 나온다.‘가족의 탄생’‘구타유발자들’‘다세포 소녀’‘피터팬의 공식’‘천하장사 마돈나’ 등이 충무로 뉴웨이브 섹션에서 소개된다. 가장 참신한 섹션은 ‘아이 디렉터’. 영화감독이 아닌 문화계 인사들이 자신의 디지털 영상작품을 선보이는 부문으로, 올해는 만화가 이우일씨의 작품이 선보인다. 자신이 직접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모아 10여분 분량의 영상물로 다듬었다. 비경쟁 영화제인 ANeFF는 올해는 쇼케이스 형식으로만 선보이고, 내년 6월 본격적인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www.aneff.org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주연 봉태규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주연 봉태규

    봉태규는 재미있고 익살맞다. 경쾌하고 발랄하다. 잘생기지 않았다, 그래도 스타일이 좋다,…. 이 모든 것은 ‘설정’이다. 지난 7일 서울 인사동 프레이저스위츠 호텔에서 만난 배우 봉태규(25)는 그가 가진 이미지를 하나하나 파헤쳐 갔다. “가장 답답한 말이 뭔지 아세요? ‘변신’요. 연기자가 무슨 로봇인가요, 변신하게. 연기는 변주라고 생각해요. 코믹배우로 변신이 아니라, 코믹한 역할을 그려내는 거죠. 지금까지 제 역할은 모두 진지한 것이었어요.” ●재치·상상력 넘치는 판타지 오는 16일 개봉하는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제작 투모로우엔터테인먼트, 아이러브시네마)도 코미디이다. 하지만 그는 ‘판타지’라고 말한다. 아내 없이 5년을 보낸 동철동(백윤식)과 더 오랜 세월을 여자친구 없이 지낸 고등학생 아들 동현(봉태규), 이 부자 앞에 매력적인 여인이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이 영화의 큰 줄기다. 여인과 데이트를 앞둔 아버지가 자는 사이 파자마와 이불을 꿰매는가 하면, 아버지는 아들을 포대에 묶어 굴복시키기도 한다. 옥상에서는 한바탕 격투기를 펼친다. “소재나 설정이 신선하잖아요. 상상력도 풍부하고. 또 겉보기는 부자의 대결 구도이지만, 속에는 진짜 끈끈한 가족관계가 깔려 있어요. 보통 부자관계가 대부분 서먹하고 어색하잖아요. 영화에서는 아버지와 아들, 한 가족이자 남자인 그들의 친밀함을 맛깔나게 그려내고 있는 거죠.” ●매일 3시간 운동하며 체중감량 영화 속 한 장면. 동현이 아버지의 기세를 꺾으려 독한 재료들을 섞은 양념장을 만든다. 그는 이 과정에서 눈물 콧물 흘리며 아주 제대로 망가진다. 실제로 양념 냄새가 촬영장에 가득 차 모든 촬영진이 그와 비슷한 모습이었다는 후문이다. “제 모토가 ‘움찔하는 순간 삼류가 된다.’는 겁니다. 망가지려는 것을 두려워하는 순간 이미 배우일 수 없다는 거죠.” 전작 ‘방과후 옥상’에서는 망가짐과 정상적인 모습의 경계선에 어중간하게 서 있는, 소위 내숭을 떤 것이 눈에 보여 아쉬웠다고 했다. 시사회에 앞서 그는 대담하게도 “영화에 대해 대단한 자신감이 있다.”고 했던 것이 생각났다.“자신감이라고 했던 것은 이번 영화 속 연기에 대한 만족은 아니에요. 작품에 대한 만족이죠. 과감하게 망가지고, 많이 보여주려고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죠.” ‘대사를 애드리브처럼, 애드리브를 대사처럼’을 연기관으로,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기 위해 감독과 끊임없이 대화를 한다고 했다.“제 연기의 상당부분이 애드리브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 촬영을 할 때 애드리브를 하는 경우는 없어요.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는 거죠.” ●완전한 몰입 위해 끊임없이 노력 맨몸을 보여 주는 장면을 위해 정릉 집에서 압구정동까지 무려 3시간을 매일 걸어다니며 운동을 했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노력하는 배우인지 보여주는 단면이다.“(김성훈)감독님이 요구한 것도 있었고, 영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생각해서 시작했죠. 두 달 정도 운동해 56㎏까지 뺐어요. 지금은 몸이 조금 불어서 또 시작하려고요. 아마 운동복에 모자 눌러 쓰고 성수대교 건너는 사람 있으면 저일걸요.(웃음)” 그는 스스로를 ‘미칠 정도로 자신을 궁지에 몰아붙이는 타입’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늘 유쾌하고, 편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이다. 하지만 내면에서는 끊임없이 채찍질을 한다. 이것이 주연 배우로 성장한 원동력이 아닐까.“제가 잘생기길 했어요, 키가 크길 해요. 전 노력밖에 없어요.” 겸손해하는 그의 표정에서 강한 자신감이 묻어난다. 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최재경 장편소설 ‘플레이어’

    네덜란드 문화사학자 호이징거에 따르면 인간은 ‘노는 존재(호모 루덴스)’다. 굳이 학문적 이론을 꺼낼 필요도 없이 이 시대 대한민국 직장인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자. 아마 열에 아홉은 똑같은 답을 들려줄 것이다. 놀면서 월급받는 것. 물론 이때의 ‘논다.’는 적극적인 유희의 개념이 아니라 ‘일하지 않는다.’는 소극적 의미이긴 하지만 말이다. 최재경(35)의 장편소설 ‘플레이어’(민음사)는 밥벌이와 놀이가 양립하기 힘든 자본주의 시스템을 교묘하게 비튼다. 돈받고 놀아주는 신종 직업 ‘플레이어(PL)’를 통해서다. 촉망받는 직장인이었으나 한순간의 업무 실수로 회사에서 쫓겨난 유노는 우연한 계기로 대기업의 사회환원사업인 ‘축복의 섬’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는다. 의뢰인을 대신해서 놀아주고 돈을 받는 직업인 ‘PL’은 이를 테면 맹인을 위해 영화나 아름다운 경치를 대신 봐주고 경험을 들려주는 일을 한다는 것. 유노는 뒤가 개운치 않으면서도 최고급 스포츠카를 타고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두배나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유혹을 거절하지 못한다. 놀이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게임은 그러나 예상치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감수성 부족으로 CEO후보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대기업의 상무가 유노에게 불륜 체험을 의뢰하면서 소설은 현실과 놀이의 경계, 실존과 정체성에 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진다. 감정을 연기하고, 심지어 성별을 바꾸는 PL들의 삶을 통해 어쩌면 우리 모두 가상현실을 사는 플레이어일지 모른다는 섬뜩한 자각을 느끼게 한다. 소설은 ‘축복의 섬’프로젝트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는 추리소설 형식을 띠고 있어 술술 읽힌다.1995년 ‘상상’에 ‘살아있는 죽은 여인’으로 등단한 작가는 첫 장편 ‘반복’과 소설집 ‘숨쉬는 새우깡’에서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영화적 상상력으로 주목받았다.95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세계 최초 美 브루클린 어린이박물관 캐럴 엔세키 관장

    세계 최초 美 브루클린 어린이박물관 캐럴 엔세키 관장

    “어린이박물관은 아이 못지 않게 부모가 더 배울 수 있는 곳이 돼야 합니다.”“개별 어린이에 맞는 체험식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어린이박물관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서울신문 9월21자 26면 보도) 어린이박물관의 미래지향적인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특별한 자리가 마련됐다. 개관 10주년을 맞은 삼성어린이박물관이 8일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 내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에서 개최한 특별세미나 ‘혁신과 헌신:어린이를 위한 체험식 박물관’에는 국내외 어린이박물관 전문가들이 참석,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세미나에는 세계 최초의 어린이박물관인 미국 뉴욕 브루클린어린이박물관 캐럴 엔세키 관장이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어린이박물관의 사명과 역할 등에 대한 경험담을 나눴다. 엔세키 관장은 세미나에 앞서 기자와 만나 “세계 최초 어린이 박물관인 브루클린어린이박물관과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삼성어린이박물관이 만난 자리라서 서로 배울 점이 많다.”면서 “전세계 어린이박물관이 협력해 아이들이 세계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엔세키 관장과의 일문일답. ▶브루클린박물관의 성공 요인은. -1899년 개관한 뒤 유물 중심 전시에서 관람객이 중심이 된 체험식 전시로 전환,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살아있는 동식물, 다양한 전통문화로부터 온 악기, 인형 등 2700여점의 영구 소장품이 있어 역사·문화교육이 한꺼번에 이뤄지고 있다. 뉴욕시와 기업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입장료를 낮추고, 연 관람객 25만여명 중 40%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연계해 무료로 입장하고 있다. ▶체험식 프로그램의 효과는. -최근 개최한 ‘사물의 신비’특별전은 전시물의 이름을 붙이지 않고 보여줘 아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직접 탐구하도록 했다. 지역 순회전시 중인 ‘세계의 신발전’도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는 효과가 있다. 어떤 아이는 만지는 데 강하고 어떤 아이는 관찰력이 뛰어나는 등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직접 두드리고 만지게 하거나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사물의 여러 면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소장품을 학교에 빌려줘 아이들이 심도있게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어린이박물관의 발전방향은. -정부와 민간의 지원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와 공교육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취학 전 아동은 물론, 주말·방학 때도 교육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학교들과 긴밀한 제휴를 맺어야 한다. 또 박물관에 대한 열정과 어린이 교육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박물관 운영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자원봉사·인턴십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한다. 이와 함께 어린이뿐 아니라 부모도 즐기고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 부모가 박물관을 교육의 도구로 사용하고 스스로 박물관 스태프가 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계 미국인인 엔세키 관장은 “유치원 교사인 남편과 유아 때부터 박물관을 접해온 14살 아들이 최고의 조언자”라면서 “우리 아이들이 세계인과 의사소통하고 세계 곳곳에서 일할 것인 만큼 전세계 어린이박물관이 연계, 열린 사고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Seoul in] 공무원 창의력 일깨우기 강좌

    금천구(구청장 한인수) 공무원들의 잠재된 상상력과 창의력을 일깨우기 위한 강좌를 오는 8일과 9일 실시한다. 강의는 ㈜민들레영토 대표인 지승룡 도시문화연구소장이 ‘고객 감성에서 찾는 블루오션’이라는 주제로 맡는다. 기획예산과 890-2315.
  • 프랭크 모스 MIT 미디어랩 소장 인터뷰

    프랭크 모스 MIT 미디어랩 소장 인터뷰

    “인간의 뇌야말로 차세대 미래 기술의 원천입니다. 디지털 기술은 단순히 인간을 닮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배우고 이해하는 ‘감성공학’으로 진화될 것입니다.” 세계적 산학협력의 모델이자 ‘미래 기술의 창조적 공장’으로 명성을 떨치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프랭크 모스 소장이 예견하는 테크놀로지의 미래다. 그는 지난달 3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를 ‘브레인 투 비트, 백 투 더 브레인’이라는 말로 압축했다. 미래 사회에서 인간의 두뇌가 비트(숫자)로 표현되는 정보로, 그 정보를 창출하는 기술과 인간이 교감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모스 소장은 지난 2월부터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전 소장의 후임으로 미디어랩을 이끌고 있다. 프린스턴대를 졸업하고 MIT에서 항공우주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첫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소장답게 산학협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모스 소장에게 이번 한국 방문이 초행길이다.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미디어랩과 제휴하고 있는 주요 파트너인 삼성·LG전자를 찾았다. 그는 이날 인터뷰를 마친 후 기자와 함께 나선 서울 인사동 곳곳에서 DMB 휴대전화 등을 목격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특히 ‘디지털 세례’로 충만한 한국인의 ‘디지털 라이프’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모스 소장이 그리는 미래 기술의 변화는. -미래 기술의 핵심은 단순성(simplicity), 환경·인간에 대한 순응성(adaptability), 창조성(creativity)이다. 과거 산업 기술은 인간을 이해하지 못했다. 미래 디지털 기술은 인간을 배우면서 인간을 이해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더 많은 인간의 정보를 기술이 습득할수록 인류는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현재 미디어랩의 관심 분야는 무엇인가. -인간 두뇌 연구에 큰 투자를 하고 있다. 신경공학, 인지과학 등 두뇌 연구는 새로운 시장 수요를 창출할 것이다.(미디어랩은 두뇌 연구를 위해 최근 관련 분야 교수를 영입하는 등 연구 인력을 확대하고 있다.)미디어랩은 알츠하이머와 자폐아동의 치료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신체 일부분이 절단된 장애를 극복하는 생체공학 연구와 고령화 사회에 따른 노화 해결도 요구(needs)가 많은 분야다. 물론 나의 개인적인 관심사도 이런 분야에 집중된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인간 친화적인 디지털 기술’의 참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산학 협력 방식은. -미디어랩은 전 세계 90개 글로벌 기업과 제휴하고 있다. 우리는 직접 상품을 만들지 않으며, 기업도 그런 것을 우리에게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는 미래를 설계한다. 기업은 단기적으로 상품화가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에만 관심이 있다.5년,10년 후는 생각하지 않는다. 미디어랩은 기업들이 응용할 미래 상품의 아이디어와 컨셉트를 연구하고 제공한다. 미디어랩의 특허는 제휴 기업들이 거의 무료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LG전자는 현재 미디어랩과 함께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Things that Think)’이라는 미래 성장엔진 발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래 정보가전 컨셉트 개발과 유비쿼터스 환경 구축이 연구 분야다.LG전자는 상주 연구인력을 미디어랩에 파견하고 있으며 매년 수십만달러의 연구비를 후원하고 있다.(삼성전자와 관련, 구체적인 연구 분야와 기금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산학 협력의 이상적 모델은. -대학과 기업은 접근방식이 다르다. 대학은 자유로운 연구를 원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상품성과 실용성이 중요하다. 서로 다른 양자의 ‘니즈’가 조화돼야 한다.MIT가 기업인 출신인 나를 미디어랩 소장으로 임명한 것도 대학과 기업을 모두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미디어랩은 산학 협력의 훌륭한 모델이 될 수 있다. 학생과 교수, 기업이 함께 아이디어와 컨셉트를 공유하고 창출되는 아이디어와 첨단 흐름을 기업에 제공한다. 우리 모두 다같이 미래 설계를 고민하는 것이다. ▶한국 기업의 현재는. -한국은 전 세계 전자제품과 첨단기술의 ‘메이저 프로바이더’이다. 한국 전자제품은 더 이상 저가형 상품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또 인간과 사회를 연계하는 유연성과 놀랍도록 인간 친화적인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삼성과 LG는 이런 측면에서 세계적인 ‘글로벌 리더’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두 기업은 MIT 미디어랩의 최대 후원자이기도 하다.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미디어랩과 협력하려는 이유 중 하나가 삼성·LG와 협력할 기회를 미디어랩이 제공한다는 이유다. ▶한국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조언이 있다면. -한국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위험성이 높은 창조적 분야의 투자에는 좀 소극적인 경향을 보인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실패 위험이 크더라도 시장 창출 수요가 있는 혁신적인 부분에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네그로폰테 전 소장이 추진하는 ‘100달러 노트북’의 진행상황은. -네그로폰테 전 소장은 별개의 영리재단을 만들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미디어랩과도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빈곤 국가 어린이들의 교육을 위해 창안된 100달러 노트북은 주목할 만한 기술 혁명이다. 한국 기업과도 핵심 부품인 저가형 LCD 디스플레이 공급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MIT 미디어랩이 원하는 인재는. -우리는 ‘창조적 사유자(original thinker)’이다. 논문이나 연구보고서를 잘 쓰는 학생은 원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무엇인가 만들어내고 창조할 수 있는 학생을 원한다.MIT의 마스코트가 무엇인줄 아는가.‘비버’이다. 나무에 앞니를 긁어대며 댐도 만들고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동물 아닌가.(웃으면서)MIT 학생들은 비버를 닯았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있다. 미디어랩 학생들은 비버가 안되면 더 힘들 것이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상상력의 공장’ MIT미디어랩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15호 건물이 미디어랩 연구소다.MIT 산학 협력의 대표적 모델이자 과학과 실생활을 접목시켜 기술 혁신을 이루는 ‘상상력의 공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공지능형 로봇부터 전자잉크, 유비쿼터스, 생체공학적 나노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쏟아내고 있다.1985년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교수가 설립했다. 세계 90개 기업이 후원하는 연구비로 운영된다. 제휴 기업들에는 미디어랩이 개발한 특허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제공된다. 교수 30명과 석·박사 과정 학생, 연구원 등 18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한국인 학생은 석사 과정 4명, 박사 과정 3명 등 모두 7명이 있다.
  • [책꽂이]

    ●석초시집(신석초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충남 서천 태생인 신석초(본명 신응식)는 사회주의 사상의 영향을 받아 ‘카프’에 가입했으나 카프의 도식주의적 창작방법에 실망, 박영희의 전향선언과 때를 같이해 탈퇴한다. 그후 이육사와 알게돼 함께 동인지 ‘자오선’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한다. 그의 첫 시집 ‘석초시집’을 60년 만에 복간했다.‘비취단장’‘규녀(閨女)’‘가야금별장(別章)’‘사비수(泗水)’‘낙와(落瓦)의 부(賦)’ 등의 시가 실렸다.9000원.●36인의 아틀라스(샘 본 지음, 노진선 옮김, 황금부엉이 펴냄) 유대 신비주의 전통에 따르면 이 세계가 망하지 않는 이유는 ‘의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세계에는 36인의 감추어진 의인들이 있다. 그들은 쉽게 눈에 띄지 않지만 다른 인간들을 위해 선행을 베푼다. 그들의 선행이 이 세계를 지탱하고 존재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 이야기를 모티프로 삼은 종교스릴러. 유대교의 신비주의 종파인 하시디즘의 문화적 전통과 관습을 엿볼 수 있다. 아틀라스는 그리스 신화의 거인신으로, 호메로스의 작품에선 하늘과 땅 사이를 받치는 기둥을 버티고 있는 존재로 나온다.1만 2000원.●닐스의 신기한 여행(셀마 라게를뢰프 지음, 배인섭 옮김, 오즈북스 펴냄) 1909년 여성 최초이자 스웨덴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저자의 성장소설. 스웨덴 남부 스코네에 살고 있는 열네 살의 심술궂은 소년이 엄지손가락만큼 작아져 거위 등을 타고 기러기들과 함께 스웨덴 전역을 여행, 온갖 모험과 견문을 쌓으며 어진 마음을 지닌 소년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스웨덴의 20크로나짜리 화폐에는 저자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1890년대 스웨덴 낭만주의 부흥운동에 기여한 판타지 문학의 고전. 전3권 각권 9000원.●루시퍼의 눈물(마이클 코디 지음, 공보경 옮김, 노블마인 펴냄) ‘신의 유전자’ ‘크라임 제로’ 등 과학적 지식과 종교적 상상력을 버무린 지적 스릴러로 주목받는 작가의 장편소설. 종교지도자들과 과학자들이 광컴퓨터로 죽은 이의 영혼을 추적해 사후 세계를 들여다본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에서 루시퍼는 꼭 사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작가가 밝히고 있듯,‘빛을 가져오는 자’를 뜻한다. 악마 루시퍼를 그동안 종교계에서 해석해온 것과 달리 인간에게 빛을 가져다주는 프로메테우스 같은 존재로 설정해 눈길을 끈다. 전2권 8800원.
  • 하루키 문학의 숨겨진 코드 파헤친 ‘하루키를 읽는 법’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그의 소설은 세계 30여개 나라의 언어, 변방의 소수 민족어를 제외한 거의 모든 선진국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하루키 문학에 대한 연구서와 해설서 가운데 스테디셀러를 기록하고 있는 것만 40여권. 그 폭발적인 인기의 비결은 깊이 있는 순문학 작품을 재미있게 써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하루키를 읽는 법’(히사이 쓰바키·구와 마사토 지음, 윤성원 옮김, 문학사상사 펴냄)은 하루키 문학의 숨겨진 코드를 파헤친 흥미로운 책이다. 하루키 연구의 일인자로 꼽히는 두 저자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서 ‘상실의 시대’를 거쳐 ‘댄스 댄스 댄스’에 이르는 하루키 초기 대표작에 등장하는 키워드들의 유래와 의미를 낱낱이 분석, 하루키 문학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하루키는 “내 작품을 읽는 이마다 다르게 읽을 수 있고, 되풀이해 읽을 때마다 새롭고 재미있게 읽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그런 맥락에서 그는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은유적인 표현을 종횡무진 구사하며 작품 곳곳에 수수께끼와도 같은 키워드를 무수히 깔아놓는다. 작품 속에 숨겨놓은 바람, 하트필드, 쥐, 코끼리, 양, 일각수, 제이, 댄스…. 이 교묘하고 심오한 핵심어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 책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각도에서 작품해석의 근거를 제시한다. 한 예로 저자들은 하루키의 작품 ‘양을 쫓는 모험’에서 예수처럼 부활하는 양은 정치적 관점이 아니라 종교적 관점으로 봐야 자연스러운 해석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런 시각에서 ‘제이’라는 호칭도 지저스나 예루살렘의 J로 볼 수 있다는 것. 저자들의 해석 코드를 따라가다 보면 하루키 문학이 결코 ‘자폐의 문학’이 아님을 알게 된다.9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오한나 양 “월트디즈니 뛰어넘는 애니 작가 될래요”

    오한나 양 “월트디즈니 뛰어넘는 애니 작가 될래요”

    “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라이언킹’과 같은 세계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최근 열린 ‘제 10회 송파구 어린이 그림그리기 대회’에서 고학년부 최우수상을 수상한 오한나(12·신천초등학교 6년)양은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작가를 꿈꾸는 당찬 소녀다.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탓에 키 130㎝, 몸무게 26㎏으로 초등학교 1학년생 정도의 왜소한 체구를 갖고 있지만 “내 꿈은 월트디즈니를 능가하는 애니메이션 작가”라고 당당하게 외친다. ●두돌 무렵부터 희귀난치성 질환 앓아 한나에게 그림은 희망이자, 세상으로 통하는 출구였다. 두 돌 무렵부터 나타난 희귀·난치성질환인 ‘리스트디스프라자’(골이형성증·몸통이 작고 키가 작은 질병)를 앓으면서 어릴 적부터 그림으로 마음을 표현해 왔기 때문이다. 정식으로 그림을 배워본 적도 없지만 유치원 때부터 학교는 물론 각종 그림대회의 상을 휩쓸었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것도 10여차례가 넘는다. “그림을 그리는 게 재밌어요. 맘껏 상상의 날개를 펼 수 있으니까요.” 한나는 그림뿐만 아니라 공부도 잘해 친구들로부터 인기가 높다.1학년 때부터 줄곧 학급 회장을 도맡아 왔고, 현재는 학교 전체 부회장을 맡고 있다. 몸이 불편하지만 학교 일에 솔선수범하는 데다 부지런하고 사교성이 뛰어나 친구도 많다. 6살때 골반 및 인조뼈로 목뼈 이식수술을 받고 허리가 계속 휘는 것을 막기 위해 조만간 척추수술을 받아야 하는 등 힘든 수술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초등학생답지 않게 성격이 밝고 활달하다. ●엄마와 선생님은 든든한 버팀목 한나의 어머니 강은희(50)씨는 친구이자 든든한 버팀목이다. 강씨는 한나의 꿈을 키워 주기 위해 동화책과 비디오 등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한나에게 선물했고, 각종 그림 전시회도 함께 다녔다. 초등학교 4학년때까지 한나를 등에 업고 직접 등·하교를 시켰다. 또 강씨는 3년전 잠신고 학부모봉사단을 창단한 봉사마니아로 한나와 함께 송파구 자원봉사센터 ‘소나무가족 봉사단’으로 ‘나눔’에도 동참하고 있다. 교장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도 한나의 든든한 후원자다. 지난달 25일 담임 선생님은 몸이 불편해 졸업 여행에 참가하지 못한 한나에게 ‘마음의 양식을 쌓는 기회로 삼으라.’는 내용의 장문의 편지와 함께 5만원권 도서상품권을 보내 한나를 위로해 주기도 했다. ●장애인 그림 동호회‘화사랑’ 최연소 멤버로 한나는 이번 시상을 계기로 장애인그림 동호회 ‘화사랑’의 최연소 회원이 됐다. 한나의 그림이 예술의 전당에서 초대전을 갖고 있는 화사랑 지도교사 김정현씨의 눈에 띄어 쟁쟁한 실력을 갖춘 성인 동호회의 멤버가 된 것이다. 김씨 등은 장애가 있어도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는 첨단도시 ‘송파의 미래’를 담고 한나의 그림에 대해 초등학생의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상상력이 풍부하고, 원근감과 색채감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도 훌륭하다. 한나는 시상식 당일 김영순 구청장에게 “주민 모두가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아름다운 송파구를 만들어 달라.”면서 직접 그린 그림을 선물하기도 했다. “행복해요. 주변에서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나중에 제가 받은 사랑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싶어요.”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젊은 작가 박형서 두번째 소설집 ‘자정의 픽션’

    ‘소설은 허구다.’ 너무나 당연해 깜박 잊고 있었던 이 정의가 박형서(34)의 두번째 소설집 ‘자정의 픽션’(문학과지성사)을 읽고 나면 불현듯 뒤통수를 후려친다. 하긴 실화소설이 아닌 한 모든 소설은 픽션인데 굳이 책 제목에까지 끌어다 쓴 걸 보면 조짐이 예사롭진 않다. 책에 실린 8편의 단편은 말 그대로 작가가 지어낸 허구의 이야기다. 그런데 보통의 소설이 실제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일어날 법한 일을 서술하는 데 비해 박형서의 소설은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아니 가능성 따윈 아예 염두에 두지 않은 듯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200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해 첫 소설집 ‘토끼를 기르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2003)에서 기괴하고, 극단적인 상상력으로 주목받았던 이 젊은 작가는 한층 과격한 상상력에다 걷잡을 수 없는 유머까지 보탰다. 기발하고, 독특한 상상력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의뭉스러운 패러디이고, 다른 하나는 편집증적인 서사다. 전자에 해당하는 작품이 ‘「사랑손님과 어머니」의 음란성 연구’와 ‘논쟁의 기술’이다.‘「사랑손님과 어머니」’는 주요섭의 소설이 사실은 음란물이라는 주장을 밝히는 연구 논문 형태의 패러디 소설이다.‘달걀’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사랑손님이 사랑한 대상이 옥희어머니가 아니라 실은 옥희였음을 주장하는 소설 속 가설은 황당하지만 세세하고 면밀한 논증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고개가 끄덕여진다.‘논쟁의 기술’은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논쟁을 말싸움의 차원으로 끌어내려 그 말싸움에서 승리하는 법을 알려준다.‘은근히 겁주기’‘무시하기’‘얄밉게 웃기’‘딴청 부리기’등 단계별로 제시된 유쾌한 대응법에 폭소가 터진다. 반면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자해를 일삼는 아이의 이야기인 ‘물속의 아이’, 무료함에 지쳐 스스로 성기를 잘라내는 엽기적인 주인공이 등장하는 ‘존재, 혹은 고통따위의 시시하기 짝이 없는 것들’은 편집증적인 서사의 예를 보여준다. 이쯤되면 작가의 의도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평론가 김형중에 따르면 박형서의 소설은 “소설의 ‘진정한 가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고,‘개연성’이란 손톱만큼도 없으며 오로지 유쾌할 뿐”이다. 현실을 환기하거나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허구의 이야기를 제시해 독자들에게 재미를 주는 것, 이를 통해 작가는 소설의 존재 형식 자체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소설의 영역을 제멋대로 허무는 그의 소설이 누군가에겐 재밌고, 유쾌하지만 누군가에겐 낯설고, 불편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잣대로든 섣불리 그의 소설을 규정하는 일만큼은 피해야 할 듯싶다.‘(사랑손님과 어머니)’의 첫 구절에서 작가가 주장한 바에 따르면 말이다.“멋진 문학 작품의 의미가 왜곡되거나 편협한 해석만이 유령처럼 배회할 때 작가가 느끼는 고통은 가늠하기 어렵다. 정확한 의도를 짚어내는 것이 힘들다면 가능한 한 다양한 담론을 생산해야 할 필요성이 그래서 존재한다.(135쪽)” 1만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사일런트 힐

    러닝타임 124분 내내 소름 돋게 한다. 긴장을 풀 수 있는 여유를 단 1분이라도 주지 않는다. 치밀한 스토리텔링에 공포를 겹겹이 장치한 연출력, 현실의 이면에 도사린 죽음 저편에 대한 화려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다만 공포에만 갇혀 있다보면 자칫 미스터리 풀기에 실패할 수 있다. 현실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오락가락하는 주인공이나, 미스터리의 열쇠를 쥔 악마와 주인공과 얽힌 관계를 또렷하게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바싹 정신차리지 않으면 “뭔 영화야!”하기 딱 십상이다. 30년 전의 대형화재로 폐쇄된 마을 ‘사일런트 힐’이 갖는 3중의 의미를 얼른 파악하지 않으면 안된다. 현실로서 존재하는 마을과 그 마을이 상징하는 현실과 죽음의 모호한 경계, 그리고 마을에 숨어있는 분노와 저주에 가득찬 지옥, 이 3개의 세계를 염두에 둔다면 영화보기가 훨씬 수월할 터이다. 몽유병에 걸린 딸 샤론(조델 퍼랜드)의 비밀을 풀려고 딸과 함께 사일런트 힐을 찾은 로즈(라다 미첼)는 교통사고를 낸다. 정신이 깨어 보니 샤론은 사라지고, 학교와 호텔과 교회를 오가며 딸을 찾아 헤맨다. 하나씩 던져지는 단서를 좇아 9살난 딸의 출생의 비밀을 풀어가며 벌이는 괴물들과의 사투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 자신 게임광이기도 한 크리스토프 강스 감독이 원작으로 삼은 것은 일본 고나미 사가 제작한 플레이스테이션2의 인기 게임 ‘사일런트 힐’. 판권을 사들이고 제작하기까지 5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어둠의 세계를 여는 신호인 네 번의 사이렌소리가 인상적이다.18세 관람가,11월9일 개봉. 황성기기자 marry04@seoul.co.kr
  • [교육]학생들의 성격 유형별 공부 지도요령

    [교육]학생들의 성격 유형별 공부 지도요령

    부모들에게 최대 고민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1위는 단연 자녀 공부다. 성적도 변변치 않아 걱정인데 공부하는 모양새를 보면 잔소리부터 나온다.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들락날락한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기도 한다. 하루종일 앉아 있는 것 같은데 성적은 제자리 걸음이다. 제대로 공부 좀 하라고 소리도 쳐 보지만 도무지 아이 속을 알 수 없다. 그러나 자녀의 학습성격 유형을 알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성격에 따른 행동특성과 이에 맞는 공부 지도 요령을 소개한다. 학습성격 유형은 아이의 성격에 따른 행동 특성과 학습 양식에 따라 14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현재 연우심리연구소에서 표준화된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기본 유형은 행동형, 규범형, 탐구형, 이상형 등 4가지다. 나머지 10가지 세분화된 유형은 서울신문 홈페이지(www.seoul.co.kr)에 소개한다. ●예측불허, 럭비공같은 행동형 ‘초등학교 5학년. 친구들과 운동하고 노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으면 쉽게 지루해하고 힘들어한다. 나중에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하는데 구체적인 방법은 없다. 용돈을 받으면 금세 써버린다. 시험문제를 대충 읽어 아는 문제도 틀린다.’ 학부모의 실제 상담 내용으로 행동형의 대표적인 사례다. ☞ 10가지 세분화된 유형 바로가기 행동형은 몸으로 직접 부딪치면서 배우는 체험을 필요로 한다. 모험을 좋아하는 반면 매일 반복되는 틀에 얽매이기를 매우 싫어한다. 학교에서 책상을 두드리거나 짝꿍을 귀찮게 하고 산만하며, 교실에서 제멋대로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다. 종이와 연필로 하는 공부를 지루해한다. 숙제하기를 매우 싫어하지만 음악이나 미술, 공예 등 활동적인 과목은 좋아한다. 특성이 이렇다 보니 일반적으로 성적이 낮다. 혹시 머리가 나쁜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결코 머리가 나쁜 것은 아니다. 행동형은 공부할 때 짧은 시간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계획표를 짜 규칙적으로 실천하라고 해봤자 소용 없다. 대신 프로젝트 중심으로 계획을 세워 공부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1시간 동안 공부하기’보다는 ‘1∼10쪽까지 풀기’처럼 계획을 세운다. 활동적이고 모험심이 강하기 때문에 꿈과 희망을 크게 갖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람들과 관계의 폭을 넓혀주고 학급 간부 등 리더를 경험하게 하면 도움이 된다. 흔히 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야단치기 쉽다. 그러나 행동형의 가장 큰 자산은 자신감이다. 자신감을 잃게 하면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 ●철두철미한 꼼꼼이 규범형 ‘난 고2 여학생이다. 선생님이 알려준 방법대로 공부하고 공책 필기도 꼼꼼히 하는 편이라 성적은 상위권이다. 지각한 적도 없다. 큰 딸이라 부모 저녁식사도 챙겨드리기도 하고 내 방 정리도 잘 한다. 시험 때면 계획표를 짜 공부한다. 그런데 진로 결정이 막막하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이 학생의 경우 규범형의 전형이다. 규범형은 부모나 교사 등 권위적인 인물의 마음에 들기를 바란다.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몰라도 부모나 교사가 하라고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공부를 할 충분한 조건이 된다.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학급에서 더 잘 적응하며, 체계적인 것을 좋아한다. 즉 명확하게 지시를 받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분명히 알 때 최선을 다한다.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며, 규칙을 준수하는데 매우 뛰어나다. 질책이나 비난도 잘 수용한다. 대체로 학교를 좋아하며, 교사를 신뢰할 수 있다면 학교생활이 순조롭다. 성적은 대부분 상위권을 유지한다. 성적이 높지 않다면 공부 방법을 모르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이 때는 공부방법 등을 다룬 책 등을 참고해 과목별 공부 요령을 알려주면 도움이 된다. 규범형에게는 좌절을 경험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 생각한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험 등에서 실패했을 경우에는 아이와 함께 실패를 분석해야 한다. 아이 스스로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호기심 투성이 탐구형 ‘중학교 2학년 남학생.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책 읽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런데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이 고민이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운동을 하면 좋겠는데 책에만 관심 있다. 좋아하는 과목만 열심히 하고 싫어하는 과목은 아예 관심도 없다. 그래서 성적이 들쭉날쭉이다. 공부에 재능은 있는 것 같은데 성적은 높게 나오지 않아 걱정이다.’ 탐구형은 능력에 대한 갈망이 있는 아이들이다. 무엇이든 이해하고 설명하기를 원한다. 규칙과 원리를 많이 알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규명하고 자신의 생각을 전개해 나가기를 즐긴다. 늘 지적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다. 남학생이라면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다. 독자적으로 공부하는 경향이 있고, 머리도 좋다. 탐구형은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유형은 무조건적 칭찬에 만족하지만 탐구형은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따져 평가받는 것을 좋아한다. 공부도 자기만의 요령으로만 한다. 때문에 공부 시간을 양적으로만 강요하기보다 질적으로 승부하도록 하고, 자신의 성적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자극이 된다. 문제는 대인관계. 관심사가 또래 아이들과 많이 다르고 상황에 맞지 않는 엉뚱한 행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 학급에서는 외톨이일 가능성이 높고, 집단따돌림을 당하기도 쉽다. 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또래에게 상처받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에서 자신의 전공을 찾는 순간 능력도 잘 발휘하고 대인관계도 형성해 간다. ●상상력이 풍부한 이상형 ‘초등학교 3학년 딸. 마음이 너무 따뜻하지만 너무 연약해 보인다. 주변의 여러가지에 관심을 갖고 보살핀다. 키우는 강아지가 아프면 자신이 아픈 것처럼 안타까워한다. 상처를 많이 받는다. 야단을 맞아도 잘못했다고 하면 그만인데 아빠의 화난 표정이나 굳은 표정을 보면 어쩔 줄 몰라한다. 어른이 돼서도 약한 모습을 보일까 걱정이다.’ 이상형은 자아실현을 갈망한다. 인격적인 관계 형성을 원하며, 적개심이나 다투는 것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민감하다. 이상형은 자신의 감정적인 자세를 인정받을 때 잘 성장한다. 교사가 자기 이름을 알고, 알아주고, 인정해 준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민주적인 학급에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을 좋아하고 남들을 즐겁게 하는 것을 좋아한다. 스스로는 물론 다른 사람의 감정에도 민감하다.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또래들과 경쟁하기보다는 함께 나아가는 것을 좋아한다. 이상형이 좋아하는 수업 방식은 상호 이해받는 분위기다. 아무리 어려운 과목이라도 교사가 마음에 들면 그 과목에서 1등을 할 수 있다. 과목의 난이도보다는 그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가 마음에 드느냐 안 드느냐가 더 중요하다. 결국 가르치는 사람이 아이 마음을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상형에게 야단이나 비난은 피해야 한다. 인정받고 칭찬받을 때 능력을 잘 발휘하기 때문이다. 내향적인 이상형이라면 종종 심하게 부끄러움을 타므로 용기를 북돋워줄 필요가 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도움말:연우심리연구소(www.iyonwoo.com) ■ 김만권 연우심리연구소 소장 “자녀의 특성 무시한 채 부모 생각만 강요 안돼” “부모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연우심리연구소 김만권 소장은 “상담받으러온 부모의 대부분이 아이만 달라지기를 바라고 정작 부모 자신은 바뀌지 않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부모 스스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한 채 무조건 아이를 부모에게 맞추려고만 한다는 지적이었다.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나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기본만 하기를 바란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 기본이라는 것이 아이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김 소장은 “성적 올리는 방법에만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지만 유형에 따라 고등학교에 가서 성적이 오르는 아이도 있게 마련”이라면서 “아이의 특성은 무시한 채 부모의 생각만을 아이에게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충고했다. 그는 학습성격 유형에 대해서도 맹신하지 말 것도 강조했다.“학습 유형검사의 장점은 아이의 행동특성이나 공부방식을 이해하게 되면서 이에 맞는 지도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반면 검사 결과에 따라 아이에 대해 단정짓고 규정하면 편협한 시각에서 아이를 볼 수 있어 다양한 발전 가능성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는 “검사 결과에 대해 부모가 자기가 알고 있는 방식으로만 아이를 이끌려고 하지만 실제 중요한 것은 그 방식이 아이와 전혀 맞지 않을 수 있다.”면서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송두율칼럼] 평화의 이해

    [송두율칼럼] 평화의 이해

    끊임없이 인간은 전쟁을 경험하지만, 동시에 평화체제를 수립할 수 있는 존재라는 인간학적인 전제는 먼저 인간을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존재로서 보려고 한다. 자연적인 평화상태보다 오히려 전쟁상태에서 살고 있지만 그 무엇으로도 대치시킬 수 없는 이성의 힘에 의하여 인간은 평화상태를 이룰 수 있다는 데 칸트의 ‘영구평화론’의 철학적 핵심도 놓여 있다. 동족상잔의 참화를 이미 경험했고 그로부터 많은 교훈을 얻었던 우리는 적어도 대량살상무기까지 투입될 수 있는 오늘날의 전쟁이 어떤 비극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쯤은 충분히 이성적으로 통찰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전개되는 한반도의 위기적인 상황 속에서도 ‘국지전’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이나,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이유로 북에 대한 제재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려는 ‘평화주의자’에 대한 비난도 적지 않다. 또 ‘안보불감증’이니 ‘안보과민증’이니 하는, 현사태에 대한 정반대의 평가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둘 다 평화를 너무 단순하게 안보의 종속개념으로만 이해하고 있다. 물론 평화는 안보가 보장되어 전쟁과 같은 직접적인 폭력이 없는 상태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소극적인 의미의 평화 개념에 지나지 않는다고 노르웨이 출신의 평화이론가 요한 갈퉁(J Galtung)은 주장한다. 그에 의하면 적극적 의미의 평화는 전쟁과 같은 직접적인 폭력은 물론 가난과 질병, 교육, 인종간의 차별과 갈등 같은 구조적이며 문화적인 폭력까지도 사라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평화는 단순히 안보의 종속개념이 아니라는 뜻이다. 북핵의 위기적 상황 속에서 사회 일각으로부터 계속 제기되는 ‘햇볕정책’이나 ‘포용정책’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은 평화 개념을 너무 좁은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도 안보에 대한 위협적 요소로서 보기보다는, 적어도 소극적 의미의 평화를 위한 ‘안보투자’나 더 나아가 적극적 의미의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평화투자’로서도 바라볼 수 있지 않은가. 평화는 오늘날 그 자체가 사회발전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쟁을 피하려거든 먼저 그것을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라며 ‘미국의 헤게모니가 싫으면 세계평화에 대한 희망을 묻어야만 한다.’는 주장을 펴는 하케(Ch Hacke)라는 독일 본 대학의 정치학 교수도 있다. 비슷한 논리는 지금 미국 주도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PSI)에 한국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도 보인다. 남북의 군사적 대치 상태와 더불어 미국의 헤게모니에 도전하는 중국이 행동반경을 계속 확충하는 오늘날, 그러한 구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과연 미래를 위한 현명한 판단인지 신중하게 따져 볼 문제다. 한반도의 평화체제 수립 문제를 동북아의 평화체제 수립이라는 큰 틀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카터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수립했던 브레진스키(Z Brzezinski)는 냉전종식이후 미국의 헤게모니에도 단지 짧은 역사적 기회만이 주어질 뿐이라고 주장한다. 또 그는 적어도 한 세대 또는 그 이상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해서 미국은 빨리 사회와 정치적 변화에 따른 충격을 완화시키는 것과 함께, 평화적인 세계지배를 위한 공동적 책임의 지정학적 중심 수립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만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늘의 미국이 미래의 미국의 모습으로 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적어도 한 세대 이후의 동북아 체제를 가늠해 보며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야만 한다. “겪어본 고통에 대한 인간의 기억은 놀랍게도 짧다. 앞으로 올 고통에 대한 인간의 상상력은 그러나 더욱 더 한심스럽다.”라는 독일극작가 브레히트(B.Brecht)의 경고도 있지만, 미래의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에 대한 우리의 상상력을 더 이상 ‘안보불감증’이나 ‘안보과민증’을 둘러싸고 티격태격하는 수준의 논쟁에만 비끄러맬 수는 없다.
  • [인터뷰] 김병규 동화작가

    [인터뷰] 김병규 동화작가

    글 고은별 자유기고가 김병규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인터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그 다음 날, 나는 밝고 경쾌한 기분으로 약속 장소인 송현 클럽으로 갔다.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하여 근처 꽃집에서 작고 예쁜 꽃이 서너 송이 화사하게 피어 있는 화분을 하나 샀다. 어제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왠지 꽃이 피어 있는 예쁜 화분을 하나 선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망이 좋은 송현클럽에서 밖을 내다보니 가까이에 경복궁이, 멀리 청와대가 보이고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서로 다른 모양으로 바람 따라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었다. 푸드득 까치가 날아가고…. 늘 아래에서 내 머리 위를 날아가는 까치를 올려다보았는데 오늘은 내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까치의 날개짓이 사뭇 달라 보였다. 아주 작은 점 하나가 멀리서 파르르 움직이며 이리저리 나불나불 날아 다녔다. 자세히 바라보니 나비였다. 그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십오분 넘게 기다렸을까 작가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전화를 받았을 때의 첫 느낌 그대로 그의 얼굴 표정은 투명하게 맑고 밝았다. 고은별 | 제가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인터뷰 요청을 할 때 선생님처럼 흔쾌하고 기쁘게 승낙하시면서 오늘이요 내일이요. 그렇게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며 빨리 만나보고 싶은 마음을 전해주신 분은 선생님이 처음이었습니다. 김병규 | 전화를 받을 때는 좀 밝게 받으려고 노력을 합니다. 잘못 걸려온 전화라도 밝게 받으면 기분이 나빠지지 않지요. 특히, 아는 사람이 전화를 했을 때 제 목소리가 밝으면 받는 사람도 기쁠 수 있으니까요. 고은별 | 어느 사람을 만나도 그 사람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고 세상을 향해 두려움 없이 열려 있는 분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15년 동안 초등학교 선생님이셨고 이후 《소년한국일보》 기자로 활동하셨는데 지금은 기자라는 느낌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주는 동화를 쓰는 작가시잖아요. 한 사람이 어떻게 서로 다른 세 가지 일을 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김병규 | 하는 일은 서로 다르지만 연결은 어린이와 관계가 있지요. 어린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었고 어린이 신문 기자였고 어린이를 위한 동화를 쓰고 있으니까요. 고은별 | 동화를 쓰고 싶어하는 꿈을 가진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김병규 | 좋은 동화를 쓰려면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고 좋은 생각을 많이 해야지요. 고은별 | 그럼 선생님도 인생에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셨나요? 김병규 | 많이 만났지요. 저는 사람 복, 인복(人福)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지요. 고은별 | 선생님의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신지요. 김병규 | 전(前) 색동회 회장이었던 김수남 선생님을 잊을 수 없습니다. 돌아가신 지 9년이 되었네요. 직장 상사였는데 회사 밖에서는 형님 같은 분이었어요. 그분이 누굴 만날 때면 저를 늘 데리고 다니셨어요. 옆자리에 저를 앉혀 놓고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셨는데 그분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습니다. 스스로 느끼면서 깨닫도록 해주신 분이셨지요. 저도 그분처럼 후배들을 아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채봉 선생도 잊을 수 없는 분입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친하게 되었지요. 고은별 |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외에 다른 것이 있다면? 김병규 | 무엇인가를 자세히 바라보고 관찰하는 습관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큰 꿈과 작은 꿈을 같이 꾸면서 살아가면 좋을 것 같고요. 어떤 경우에는 작은 꿈이 더 중요할 수도 있지요. 내 꿈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아주 뛰어난 작가가 되는 것은 타고난 어떤 것이 있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냥 좋아서 쓰다 보면 자기 속에 있는 재능을 스스로 계발하고 자기도 모르고 있던 숨어 있는 재능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70년대 초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재직할 때 어린이들과 생활하다 보니까 어떤 모습들이 보였습니다. 저것을 동화로 한번 써봐야지 하는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글이 써지면 신춘문예에 보냈습니다. 떨어지면 왜 떨어졌는지 알아보고 당선된 사람의 작품을 자세히 읽어보면서 다시 새롭게 공부를 했습니다. 처음 신춘문예에 글을 보내고 꼭 십 년 만인 78년에 <춤추는 눈사람>으로 당선이 됐습니다. 그 10년 동안 떨어지면서 공부하고 떨어지면 다시 시작하고 그렇게 동화를 썼습니다. 독학으로 공부한 셈이지요. 고은별 | 끈기와 의지요, 부단히 노력한 결과네요 김병규 | 동화작가는 글을 쓰는 작가 자신이 행복해야 합니다. 저는 한 편의 동화를 끝내면 큰 기쁨을 느낍니다. 나이 들수록 더 잘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이 세상에 고통과 힘든 일이 많지만 즐겁고 희망적인 것도 많거든요. 희망이라는 것이 꼭 편하게 사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고 즐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힘들게 일하는 사람일지라도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땀을 흘리는 그 순간에 가족을 생각하며 내가 이 일을 해서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잘할 수 있지라고 생각하면 행복을 느끼는 것이거든요. 이런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바로 그것을 동화에서 전해줄 수 있다면 좋은 동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을 보거나 사물을 볼 때 큰 것을 작게 볼 수 있고 작은 것을 크게 볼 줄 아는 안목을 기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꽃 속에 있는 어떤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크게 드러내어 볼 수 있어야 하고 생활 속의 고통이나 흉이나 흠이 있을 때 아아, 그것은 내 인생에서 아무 것도 아니다 하고 적게 줄여 줄 수도 있잖아요. 동화작가는 사회 속에서 생활 속에서 생각 속에서 좋은 것, 아름다운 것을 찾아서 드러내 보이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고 그런 노력을 하는 사람입니다. 고은별 | 선생님의 얼굴을 보면 어떤 따뜻한 기운이 감돌고 있어요. 김병규 | 몇 년 전에 전라도 광주 백양사에 갔는데 석다정이라는 스님이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저보고 처사는 뭐 하는 사람이냐고 하셨어요. 그래서 동화를 씁니다 하고 대답했더니 음, 그렇지 표정이 좀 밝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고은별 | 《소년한국일보》 기자로 활동하셨지요? 김병규 | 78년에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었는데 김수남 편집국장님이 제 동화를 좋게 보셨는지 저에게 일을 같이 하자고 하셨습니다. 저는 시골에서 아이들하고 살겠습니다 하고 대답했는데 당신은 지금 한 학급에 50명을 데리고 수업을 하는데 《소년한국일보》에서 십만 명이 넘는 학급을 데리고 일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며 저를 설득하셨고 그분의 권고대로 서울로 올라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고은별 | 동화작가 김병규는 눈물이라는 자양분으로 꽃이라는 희망을 피어내어 사랑이라는 향기를 퍼트려온 참다운 동화작가다. 표현한 글을 읽었습니다. 김병규 | 제가 쓴 동화 중에 울 줄 아는 꽃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꽃은 늘 웃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꽃도 울고 또 울 줄 알아야 진짜 꽃이라는 내용의 동화입니다. 그래서 눈물이나 희망, 사랑이라는 표현을 쓰셨나 봅니다. 저에게는 과찬의 말씀으로 들립니다. 고은별 | 우리나라 동화의 초기 작품들과 현대 동화 작가들의 작품이 상당히 다르지요? 김병규 | 초기는 방정환 선생님으로부터 시작하는데 일제시대였지요. 동화 속에 문학작품과는 동떨어지게 의도적인 것들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해방 이후에 활동한 작가 강소천, 마해송 같은 분들은 민족의 비극 자체를 이야기하기 보다 반공적인 내용의 글을 많이 썼습니다. 시대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지요. 60~70년 대까지는 동화작가들 중에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많았습니다. 80년 대에 들어와서 전문적으로 공부한 젊고 개성있는 작가들이 본격적으로 동화를 쓰기 시작했어요. 문학과 동심이 같이 어우러지는 동화, 문학성이 있는 작품이 등장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동화가 많이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고은별 | 동화에서 문학성을 이야기한다면…. 김병규 | 어떤 이야기를 하는데 수기 비슷한 쪽으로 가면 그것은 사실에서 감동을 받는 것이거든요. 문학으로 승화가 되어야만 작품성이 있다고 할 수 있지요. 문학은 허구잖아요. 현실에서 소재를 따오더라도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재구성되고 재창조되는 과정을 거쳐야 문학작품이 됩니다. 그래야 진실이 주는 감동으로 바뀝니다. 진실이 주는 감동일 때 공감의 폭이 넓어지지요. 2000년대에 들어와서 우리 동화가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조금 염려스러운 것은 세계화라고 해서 우리만의 정서, 우리 고유의 것을 배제한 것이 세계화된 작품이라고 착각하는 젊은이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것이 살아 있으면서 세계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은별 | 어릴 적에 시골에서 자란 아이들이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서정적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면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김병규 | 자연을 찾아가는 수밖에 없지요. 자연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말로나 어떤 영상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자연과 사람 속에서 살아온 옛날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본받아야 합니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존재하는 곳이어야 바람직하지요. 행복에 대해 말씀드린다면 저는 89점짜리 행복, 그 만큼의 삶만 살면 된다고 생각해요. 보통 사람은 90점, 100점을 살려고 하고 최소한 90점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왜 제가 1점을 빼고 80점대로 내렸냐하면 그래야 이룰 수 있을 것 같고 넉넉해질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딱 90을 채우기 위해 1% 때문에 아닥바닥하고 89점도 다 된 것인데 90점이 안 됐다고 못 이루는 것이라 생각해 안타까워하고 속상해하기 보다는 80점대로 내려놓고 80점대 중에는 최대로 노력을 기울여 89점이 되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고 기뻐할 수 있는 것이지요. 고은별 | 아아, 그것이 선생님께서 행복하게 살고 계신 비결이군요. 김병규 | 앞으로도 계속 좋은 동화를 쓰고 싶습니다. 동화를 쓸 수 없는 나이가 되면 고향에 가서 자연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월간 <삶과꿈> 2006.10 구독문의:02-319-3791
  • 박인환 : 어린 딸에게

    박인환 : 어린 딸에게

    글 유종호 문학평론가, 시인 기총(機銃)과 포성의 요란함을 받아가면서 너는 세상에 태어났다 주검의 세계로 그리하여 너는 잘 울지도 못하고 힘없이 자란다. 엄마는 너를 껴안고 삼 개월 간에 일곱 번이나 이사를 했다. 서울에 피의 비와 눈 바람이 섞여 추위가 닥쳐오던 날 너는 입은 옷도 없이 벌거숭이로 화차(貨車) 위 별을 헤아리면서 남으로 왔다. 나의 어린 딸이여 고통스러워도 애소(哀訴)도 없이 그대로 젖만 먹고 웃으며 자라는 너는 무엇을 그리 우느냐. 너의 호수처럼 푸른 눈 지금 멀리 적을 격멸(擊滅)하러 바늘처럼 가느다란 기계는 간다. 그러나 그림자는 없다. 엄마는 전쟁이 끝나면 너를 호강시킨다 하나 언제 전쟁이 끝날 것이며 나의 어린 딸이여 너는 언제까지나 행복할 것인가. 전쟁이 끝나면 너는 더욱 자라고 우리들이 서울에 남은 집에 돌아갈 적에 너는 네가 어데서 태어났는지도 모르는 그런 계집애. 나의 어린 딸이여 너의 고향과 너의 나라가 어데 있느냐 그때가지 너에게 알려 줄 사람이 살아 있을 것인가. 작고한 시인 박인환은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의 시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목마와 숙녀>의 화려하면서 감상(感傷)적인 모더니즘, <세월이 가면>에 보이는 샹송 흐름의 가볍고 유창한 애상은 박인환 시편 곳곳에서 발견되는 특징이다. 해방 직후 박인환은 동인 사화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에 수록된 시편을 선보이면서 주목을 받았다. 거기 수록된 <인도네시아 인민에게 주는 시>같은 작품은 해방 직후의 정치적 격정과 노도질풍의 시기에 발표된 정치시편 가운데 가장 우수한, 유려하고 활력 있는 것의 하나였다. 지배권을 회복하려는 모략을 부셔라 이제는 식민지의 고아가 되면 못 쓴다 전 인민은 일치 단결하여 스콜처럼 부서져라 국가방위와 인민전선을 위해 피를 뿌려라 3백년 동안 받아온 눈물겨운 박해의 반응으로 너의 조상이 남겨놓은 야자나무의 노래를 부르며 홀랜드군(軍)의 기관총 진지에 뛰어들어라 -<인도네시아 인민에게 주는 시> 중에서 언뜻 임화의 격문시(檄文詩)를 연상케 하는 바 있지만 상상력의 규모나 세목에서 임화를 능가하는 박력을 가지고 있다. 그 후에도 사회 현실에 대한 관심은 지속되지만 어느덧 도시인의 영탄으로 흐르면서 대중적 상상력 속에서는 <목마와 숙녀>의 시인으로 굳어져 있다. 그에게는 김수영이 경멸해 마지않았던 어떤 경박함이 명시적으로 드러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서른 살의 이른 나이에 요절했다는 그의 불행한 개인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 사실 박인환은 50년대 전후해서 등장한 많은 모더니스트 시인 가운데서 읽을 만한 시편을 남긴 몇 안 되는 시인이기도 하다. 가령 <행복>같은 작품은 널리 알려진 시편보다 한결 격조 있는 성숙 시편이기도 하다. 위에 적은 <어린 딸에게>는 각별히 뛰어나거나 박인환의 시적 특징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은 아니다. 활달하고 잘 읽히는 쉬운 시편으로서 박인환에게 이런 시편도 있나 하는 소회를 갖게 되는 독자도 적지 않을 것이다. 3년 간 계속된 전쟁 중에 많은 사람들이 피란 생활을 강요당했으나 그런 특이 체험을 다룬 시편은 의외로 많지 않다. 그런 가운데 위의 시편은 당대의 숨김없는 소회가 담긴 소박하나 진실한 시편이다. 전쟁 중에 태어난 어린 딸을 데리고 부모는 수없이 이사를 다녔다. 심란하기 짝이 없는 생활이었을 것이다. 너의 호수처럼 푸른 눈 지금 멀리 적을 격멸(擊滅)하러 바늘처럼 가느다란 기계는 간다. 그러나 그림자는 없다. 이 대목에서 독자들은 주춤할 것이다. ‘적을 격멸하러 가는 가느다란 기계’는 무엇일까. 당대를 살아보지 않은 독자들에게 이 대목은 수수께끼로 비칠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전쟁 당시에 하늘을 자주 날던 제트기(機)를 가리키는 것이라 생각한다. 음속보다 빠른 제트전투기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한국전쟁에서다. 처음 제트기를 접했을 때 폭음은 나지만 비행기는 보이지 않아 적지 아니 당황했다. 나중에 보니 소리나는 곳보다 훨씬 전방에 쏜살같이 달리는 비행기가 보였다. 제트기는 특유의 비행운(飛行雲)을 달고 다녔는데 그것을 통틀어 ‘바늘처럼 가는 기계’라 한 것이라 생각된다. ‘그림자가 없다’는 것도 그 보충설명이라 보면 될 것이다. ‘호수처럼 푸른 눈’이란 서술 다음에 비행기가 나오는 것은 마침 아기의 눈이 비행기 쪽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엄마는 전쟁이 끝나면 너를 호강시킨다 하나 언제 전쟁이 끝날 것이며 나의 어린 딸이여 너는 언제까지나 행복할 것인가. 사실 전쟁 중에는 전쟁이 언제 끝날지 대중을 잡을 수 없었다. 전쟁 중에 태어나 제대로 먹이지도 입히지도 못한 처지이기 때문에 전쟁이 끝나면 호강을 시켜준다고 부모는 다짐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뿐이다. 과연 전쟁은 끝날 것이며 딸의 행복은 기약할 수 있는 것인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에겐 생소한 소회일 것이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부모들이 과연 무사하게 평화를 맞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도 기약할 수 없다. 담담하면서도 절박한 느낌이 다음 대목에 보인다. 너의 고향과 너의 나라가 어데 있느냐 그때가지 너에게 알려 줄 사람이 살아 있을 것인가.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 전쟁과 그로부터 파생한 고통스러운 기억은 대체로 망각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전혀 모르는 세대들이 인구의 다수파를 이루고 있다. 그러한 시점에 박인환의 <어린 딸에게>를 읽는다는 것은 각별한 소회를 안겨준다. 젊은 독자들은 거침없이 활달하기는 하나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이런 시편의 장점과 미덕이 어디에 있는지 혼란을 겪을지도 모른다. 20세기의 한국은 역동적인 격변의 시대였다. 취향의 변화도 막심하였다. 그러한 풍화의 세월 속에서 이만한 생명력을 가진 시편도 그리 흔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50년대에 씌어진 다른 시편과 견주어보아야 실감이 될 터이다. ”나는 불모의 문명, 자본과 사상의 불균형한 싸움 속에서 시민정신에 이반(離反)된 언어작용만의 어리석음을 깨달았다. 자본의 군대가 진주한 시가지는 지금은 증오와 안개 낀 현실이 있을 뿐-더욱 멀리 지난날 노래하였던 식민지의 애가이며 토속의 노래는 이러한 지구(地區)에 가라 앉아 간다.“ 시인으로 출발하면서 박인환은 이러한 시적 포부를 밝혔다. 시민정신에 충실하련다는 그의 시적 선언은 그의 요절로 충분히 실현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시편 곳곳에 박혀 있는 그의 신선한 언어는 아쉬운 잠재가능성의 기호로서 우리에게 안타까운 호소를 계속할 것이다. 피로한 인생은 지나(支那)의 벽처럼 우수수 무너진다. -<종말> 중에서 나는 들었다 나는 보았다 모든 비애와 환희를. -<어느 날> 중에서 유종호 · 1935년 충북 충주 출생. 서울대 문리대 영문과를 나와 뉴욕 주립대(버펄로) 대학원에서 수학. 현재 연세대 문과대학 특임교수. 1957년부터 비평 활동을 해왔으며 저서로 《유종호 전집》(전 5권) 이외에 《시란 무엇인가》 《서정적 진실을 찾아서》 《다시 읽는 한국시인》 《내 마음의 망명지》 《나의 해방 전후》 《시 읽기의 방법》 등이 있다.       월간 <삶과꿈> 2006.10 구독문의:02-319-3791
  • [이주일의 어린이책] 눈이 즐거운 타이완 동화 ‘내 사랑, 파란나무 숲’

    책 갈피갈피에서 상상의 꽃망울이 팡팡 소리를 내며 터질 동화책이 한권 나왔다. “서쪽 숲을 향해 해 지는 길을 뛰어가다 보면, 하늘 한 쪽에 걸린 장난꾸러기 마술사 같은 태양 할아버지가 달걀노른자로 변해서는 먼 산 위로 황금색 노른자를 뚝뚝 흘리곤 하지요.” 잠자던 오감을 살살 꼬드겨 깨우는 감각 넘치는 묘사들이 쉼없다.“파란 나무숲에 닿으면 나는 파랑에 둘러싸여 파랑을 보고, 파랑을 들이마시고, 파랑을 듣기도 해요.” 타이완에서 날아온 창작동화 ‘내 사랑, 파란나무 숲’(장자화 글, 신민재 그림, 전수정 옮김, 사계절 펴냄)의 도입부이다. 지은이는 타이완의 신인 동화작가. 때묻지 않은 참신한 상상력에서 신인작가의 가치가 고스란히 읽힌다. 어린 주인공 마그리트가 사는 마을은 모든 게 신기하다. 황금색 노른자가 뚝뚝 떨어지는 태양, 달콤한 파인애플 즙이 흘러나오는 달,“야옹, 야옹, 야옹”“꿀꿀꿀꿀” 제멋대로 소리를 내는 괘종시계…. 꿈꾸기를 좋아하는 마그리트가 학교숙제로 그리는 파란 나무숲 그림은 그야말로 환상의 극치다. 나뭇가지도, 기둥도, 나뭇잎과 열매까지도 온통 파랗기만 한 파란나무숲을 춤추듯 헤집고 다니는 커다란 물고기떼. 극적 구도가 돋보이는 서사의 즐거움보다는 액자 속 그림을 들여다 보듯 미술적 감식안이 도드라진 장면묘사가 압권이다. 또 어느결엔 어른들의 환상소설에서나 만남직한 팬터지 화법이 쓰윽 끼어들어 책읽기의 다양한 질감을 보태기도 한다. 마그리트가 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니는 파란나무숲을 그리면, 거짓말처럼 갖가지 모양새의 물고기들이 현실에 나타나 파란 나무숲 사이를 돌아다닌다. 화려한 시각장치에 시력이 맞춰질 즈음. 슬며시 갈등요인을 집어넣어 이야기를 곱씹을 여지를 주기도 한다. 황금동이라는 이름의 낯선 남자가 나타나면서 평화롭던 마그리트와 파란 나무숲의 꿈은 짓밟히게 생겼다. 오래전 마을을 떠났던 그 남자는 왜 갑자기 돌아왔을까. 파란 나무들은 밑동만 남긴 채 모두 사라지고, 숲 사이를 한가롭게 누비던 물고기들은 떨어진 잎사귀들 위에 나뒹군다. 마그리트의 슬픔이 어떻게 달래질 수 있을까. 굳이 품평하자면 이 책이 줄을 서는 문예사조는 초현실주의 쪽이다. 마그리트, 달리, 미로 같은 초현실주의 대표주자들의 이름을 등장인물에 붙인 작가의 의도에서도 분명해지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잣대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빼고 보탤 것도 없이 아이들 눈높이에서 바라본 상상의 세계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눈과 귀와 가슴이 한꺼번에 즐거운 재치 많은 창작물이다. 초등생.7500원.황수정기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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