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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쫓고 쫓기는 추격전 기발한 상상력 돋보여

    쫓고 쫓기는 추격전 기발한 상상력 돋보여

    4명의 배우,3개의 트렁크,2개의 사다리와 1개의 안락의자. 연극 ‘39계단’(8월19일∼10월12일·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 등장하는 배우와 소품은 이처럼 단촐하다. 하지만 극의 속도는 일반 연극의 2배속쯤으로 빠르다.4명의 배우 가운데 남자 1,2는 ‘멀티맨’으로 150여개의 배역을 숨 돌릴 틈 없이 나눠 갖는다. ‘39계단’은 1935년 발표된 앨프리드 히치콕의 동명 영화를 코미디로 옮긴 연극.2007년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드에서 최우수 희극상을 받았고, 올해 토니상에서도 2관왕을 차지한 작품이다. 극의 배경은 1935년의 런던. 미스터 메모리의 쇼를 관람하러 간 헤니는 한 미모의 여인을 만난다. 여인은 자신이 첩보요원이며 영국 공군의 기밀을 해외로 유출하려는 스파이에게 쫓기고 있다는 말을 남기고 살해 당한다. 그녀가 남긴 것은 ‘39계단’이라는 암호와 스코틀랜드 지도 한 장뿐. 살인범으로 몰린 헤니는 경찰과 스파이 모두에게 쫓기게 된다. ‘기발한 상상력’과 ‘독특한 무대 구성’을 내세운 작품인 만큼 간단한 소품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솜씨가 재기 넘친다. 세 개의 트렁크가 기차가 되는 장면은 그중 압권이다. 트렁크는 객차가 되었다가 기차 지붕이 된다. 배우들은 그 위에서 코트와 머리칼을 펄럭이며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펼친다. 영국식 코미디를 한국적 상황에 맞게 고친 부분도 주목해 볼 만하다. 기름과 가시가 많아 상대에게 권하면 곤란해하는 생선 청어는 홍어로 둔갑한다. 제목에 맞춘다는 의미에서 연극은 정확히 39분에 시작한다.(02)2250-5900.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디자인 도시’ 파리 어떻게 성공했나

    도시 디자인의 성공 뒤에는 훌륭한 지도자가 있었다? 25일 KBS 1TV ‘문화지대’(오후 11시30분)는 도시 디자인의 성패는 정부와 지도자의 역할에 달렸다는 사실을 다양한 해외사례들을 통해 환기시킨다. 세계적인 디자인 도시 프랑스 파리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드골에서부터 미테랑까지 도시 현대화에 대한 최고권력자들의 일관된 통찰력이 지금의 파리를 빚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특히 대형 건축 프로젝트인 ‘그랑 프로제(grand project)’로 오르세 미술관, 라데팡스, 퐁피두 센터 등의 명소가 탄생했다.150억 프랑(약 2조원)을 투입,30여년에 걸쳐 진행하고 있는 파리 도시 디자인의 현주소를 들여다 본다. ‘토이스토리’‘니모를 찾아서’‘라따뚜이’ 등을 낳은 애니메이션 명가 픽사(PIXAR)의 작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도 가본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픽사 애니메이션 20주년 기념전’. 픽사 소속 아티스트 80여명의 드로잉, 조각, 회화 등 수작업 작품 원본 등 650여점이 전시돼 애니메이션의 흥미로운 탄생과정을 자세히 보여 준다. 무한한 상상력은 물론 실사 이상의 표현력까지 애니메이션의 예술성을 만끽할 수 있다. ‘함성호의 수작’ 코너에서는 음악가 박창수씨를 만난다. 서울 연희동에 있는 박씨의 집은 한 달에 두 번 작은 공연장으로 변신한다. 그러니까 박씨가 7년째 하우스콘서트를 개최하고 있는 것. 연주자의 숨소리와 표정까지 코앞에서 놓치지 않고 감상할 수 있어 관객들 입장에서는 연주자와의 공감대가 몇배나 커진다. 그는 이뿐 아니라 영상과 음악의 접목을 시도하고, 국내 최초로 클래식 음악에 1인 독립 레이블 음반 제작 형식을 도입하는 등 끊임없이 삶을 ‘실험’하고 있다.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21세기 新다빈치 프로젝트-통섭을 말하다] 대표주자 MIT 미디어랩 - 촉각에 IT 무한도전

    [21세기 新다빈치 프로젝트-통섭을 말하다] 대표주자 MIT 미디어랩 - 촉각에 IT 무한도전

    |보스턴(미국) 박건형특파원|‘상상력 발전소’로 불리는 미국 MIT 미디어랩에 들어선 순간, 연구소가 아니라 놀이터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연구원들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은 운동장 같았고, 연구원들이 만들고 있는 각종 기계와 상품들은 그야말로 형형색색이었다. 미디어랩 연구실에는 방마다 책임자 이름과 3∼4줄 정도로 연구실의 지향점을 적어놓은 표지판이 붙어 있다. 윌리엄 미첼 교수가 이끄는 ‘스마트 시티’ 연구실의 경우 ‘건물과 도시가 주민들의 욕구에 좀 더 지능적으로 반응하는 법’이라고 연구 지향점을 적어 놓았다. 이곳에선 자유롭게 연구를 할 수 있지만, 철학만큼은 철저히 공유한다는 것이 삼성전자에서 파견나온 이우형 책임연구원의 설명이다. ‘촉각기반 미디어’ 연구실의 히로시 이시이 교수는 기계 작동에 어려움을 겪는 어머니를 위해 날씨에 따라 향기가 달라지는 유리병을 연구 중이다. 어머니가 라디오를 켜는 대신 아침 요리를 위해 병 뚜껑을 열 때 풍기는 냄새로 그 날의 날씨를 알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지체장애자인 휴 헤르 교수는 바이오기계공학 연구실에서 현실속의 ‘600만달러 사나이’를 만들고 있으며, 토드 매치오버 교수는 올 하반기 공연할 악기와 무대장치, 공연 등장물까지 모두 기계화된 오페라의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연구실 중 몇곳은 상상이 지나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에드 보이던 교수는 원숭이의 뇌에 전극을 심어 자극을 주는 실험이 워낙 속도가 느리게 진행되자 실제로 자신의 머리에 전극을 꽂아 실험을 하기 위해 미국식품의약품안전청(FDA)의 승인을 받아냈다. 뎁 로이 교수는 인간이 언어를 배우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알아내겠다는 생각에서 집안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해 갓 태어난 아들을 ‘트루먼 쇼’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1985년 시작된 미디어랩의 상상실험은 지금까지 홀로그램, 입는 컴퓨터(웨어러블 컴퓨터), 동물형 휴대전화, 움직이는 액자,100달러 노트북 등을 만들어냈다. 유비쿼터스와 ‘생각하는 사물(TTT)’이라는 개념을 전세계에 확산시켰다. 미디어랩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정재우 연구원은 학부에서 작곡을 전공했지만 대학원 때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이수했다. 그는 “한국의 대학과 연구소, 지자체 등으로부터 매달 한 건 이상 미디어랩을 벤치마킹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는다.”면서 “그러나 미디어랩이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쪽의 연구에 주력하다 보니 통섭적인 경향을 띠기 시작했을 뿐, 결코 ‘통섭’이 목표였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디어랩 구성원들의 전공은 헤아릴 수없이 다양하다. 공식적으로 발표는 않지만, 미디어랩은 매년 지원자들의 출신 국가와 전공을 조절하면서 다양성 유지를 위해 애쓰고 있다. 이우형 책임은 “자유롭게 상상한다는 미디어랩의 철학을 공유하려고 노력해야지, 미디어랩을 모방하려고 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면서 “인도와 아일랜드에서 미디어랩을 수입해 운영하다 실패한 것도 목적과 수단을 혼동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itsch@seoul.co.kr
  • ‘놈놈놈’ 300만 돌파…기념 무대인사 예정

    ‘놈놈놈’ 300만 돌파…기념 무대인사 예정

    김지운 감독의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의 흥행 돌풍이 거세다. 17일 개봉한 ‘놈놈놈’은 24일까지 개봉 한 주 만에 관객 3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올해 개봉한 영화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300만 관객을 넘어선 기록이다. 개봉 첫날 40만명, 4일만에 200만명 관객 동원이라는 기록을 세운 ‘놈놈놈’은 개봉전부터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세 배우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의 출연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거기에 ‘김치웨스턴’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김지운 감독의 상상력과 화려한 볼거리가 더해지면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놈놈놈’의 송강호, 정우성, 이병헌 등 주연배우들과 김지운 감독은 300만 돌파 기념으로 지방 무대인사에 나선다. 태풍과 계속되는 호우에도 불구하고 ‘놈놈놈’의 질주를 가능하게 한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직접 전하기 위해서다. 주연 배우들은 “100일간의 중국 촬영을 포함해 9개월의 촬영 기간동안 대역 없이 직접 액션 연기를 소화 하는 등 혼신의 힘을 다한 영화인만큼 관객들이 어떻게 영화를 보는지 궁금하다.”며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직접 전하고 싶다.”고 만남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한편 ‘놈놈놈’은 오는 주말 관객 400만 돌파 기록에 도전한다. 사진=CJ 엔터테인먼트 서울신문 NTN 정유진 기자 jung3223@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서서도 잘 수 있어요” 엉뚱황당 발명전

    N서울타워(남산타워) 파빌리온 A, B 관에서는 일상 속 엉뚱하면서도 황당한 물건들을 보면서 잠자던 상상력을 깨울 수 있는 ‘엉뚱황당 발명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에 전시된 발명품들은 일본의 괴짜 발명가 ‘카와카미 켄지’의 작품들로서 5가지 원칙(섞어라, 통합하라, 개선하라, 차용하라, 상상하라)의 발상법들을 소개하고 이를 응용한 황당 발명품들을 관람하도록 구성돼 있다. 서서도 잘 수 있는 헬멧, 날아다니는 파리를 잡을 수 있는 파리채, 걸으면서 머리를 말릴 수 있는 드라이기, 등 긁개용 티셔츠 등 상상만으로도 우스꽝스럽고 엉뚱한 이 물건들은 저마다의 이유는 있지만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이는 발명품들. 불편한 점을 개선했지만 전혀 실용적이지 못한 이러한 발명품들을 보고 있자면 과연 발명이라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상식의 제약에 얽매이지 말고 사물을 보는 관점을 바꿔서 상상해보는 것이 이 엉뚱황당 발명전의 매력이기도 하다. 한편 발상법을 배우는 것과 더불어 관람하는 중 가장 큰 재미는 발명품을 직접 착용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재미와 웃음 속에서 저절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면 즉시 메모로 남겨 발명 콘테스트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엉뚱황당 발명전은 다음달 31일까지 계속된다. 서울신문 나우뉴스TV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김봉석의 스크린 엿보기] ‘도라에몽’

    ‘도라에몽-진구의 마계 대모험 7인의 마법사’의 개봉 소식을 듣고 무척 반가웠다. 중학교 시절에 아주 재미있게 보았던, 당시에는 ‘동짜몽’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걸작만화였기 때문이다. 이번에 개봉한 애니메이션이 당시에 보았던 원작 만화를 그대로 각색한 것은 아니다. 만화 ‘도라에몽’은 일본에서 70년대에 연재되기 시작했고, 끝난 지도 이미 몇 십년이 흘렀으니까. 하지만 여전히 일본인들은 ‘도라에몽’이 새로운 극장판으로 돌아오는 것을 반기고, 열광적으로 호응을 보내고 있다. 시대를 초월한 ‘도라에몽’의 강점은 대체 무엇일까? ‘도라에몽’은 미래에서 온 로봇 도라에몽이 소심하고 허약한 진구와 함께 살아가면서 벌어지는 갖가지 소동을 그리고 있다. 도라에몽의 배에 달려 있는 요술주머니에서는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문, 사물을 작거나 크게 만드는 광선총, 간단하게 머리에 달고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 헬리콥터 등 어린 시절에 우리가 원했던 모든 것이 튀어나온다. 하지만 요술 주머니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진구는 언제나 도라에몽을 졸라 신기한 것을 손에 넣게 되지만, 결국은 자신의 힘으로 모든 것을 이루어 내야만 한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10대가 보기에 ‘도라에몽’의 세계는 무한한 상상력으로 가득한 꿈의 세계이고, 어른이 보기에는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동심의 낙원이다. ‘도라에몽’이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어른들도, 아이들도 매번 즐거운 마음으로 도라에몽과 진구의 새로운 모험을 만나러 간다. 거기에서 ‘새로운 이야기’라는 것은 절대적인 판단기준이 아니다. 그들이 ‘도라에몽’ 시리즈를 보러 가는 이유는, 오로지 도라에몽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즉,‘도라에몽-진구의 마계 대모험 7인의 마법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라에몽이라는 캐릭터 자체다. 이야기가 아무리 재미있어도 대중을 매혹시키는 캐릭터가 없으면 후속편을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캐릭터가 뛰어나면, 캐릭터 하나로도 수많은 이야기를 변주할 수 있다. 원작이 끝나도 언제나 새로운 번외편을 만들 수 있다. 한국에서 아쉬운 것은, 장수하는 캐릭터가 없다는 것이다. 왜 로봇 태권 V는 기동전사 건담처럼 다양한 시리즈로 변주되지 못하는 것일까? 왜 아기공룡 둘리는 도라에몽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극장판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일까? 원작이 끝나도, 캐릭터의 생명력만으로 뻗어나가는 작품을 왜 만들지 못하는 것일까? 아기공룡 둘리는 21세기에 되살아나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그렇다면 문제는 과거의 캐릭터에 끝없이 생명력을 불어넣는 상상력일 것이다. 도깨비감투, 주먹대장 똘이, 아기공룡 둘리 등 한 시절을 주름잡았던 캐릭터들의 부활을 정말 보고 싶다. 영화평론가
  • [책꽂이]

    ●인권의 풍경(조효제 지음, 교양인 펴냄) 성공회대 조효제 교수가 인권과 정치, 인권시대의 민주주의에 대해 성찰한 글 모음. 민주주의의 퇴행을 막을 마지막 보루가 인권이라고 주장.1만 8000원.●고대 러시아 문학사(전2권)(니콜라이 칼리니코비치 구드지 지음, 정막래 옮김, 한길사 펴냄) 저자(1887∼1965)는 러시아의 대표적 문학사가.11세기에서 17세기까지의 고대 러시아 문학사의 주요내용이 연대순으로 기록됐다. 각권 2만 5000원.●추사에 미치다(이상국 지음, 푸른역사 펴냄) 추사 김정희의 인간적 면모, 그를 둘러싼 인연과 사랑이야기, 세한도에 관한 해설 등을 두루 엮어 ‘추사의 재발견’을 권유하는 책. 스스로를 ‘추사쟁이’라 부를 만큼 추사세계를 이해하려는 지은이의 열정이 뜨겁다.1만 5000원.●CEO를 위한 중국사 강의-리더십 편(쉬줘윈 지음, 정경일 옮김, 김영사 펴냄) 중국의 응용역사학자인 지은이가 중국 역대왕조의 제도와 통치방식에서 찾아낸 리더십을 어떻게 기업경영에 적용시킬 수 있는지를 살폈다.1만 4000원.●디지털 시대의 문화 복음화와 문화사목(김민수 지음, 평사리 펴냄)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올바른 ‘문화 복음’은 다양한 문화를 도구로 활용해 사목의 영역과 효과를 증대하는 것이라며 선교와 사목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저자는 한국주교회 매스컴위원회 총무.1만 5000원.●영화 속의 바이오테크놀로지(박태현 지음, 생각의나무 펴냄) DNA 지문, 유전자 재조합, 인간복제 등 다양한 생명공학 기본지식들을 영화를 통해 소개했다.1만 5000원.●노벨상의 교양을 읽는다(버튼 펠드먼 지음, 전제아 옮김, 한국경제신문 펴냄) 노벨상 창시자인 알프레드 노벨의 생애, 노벨상 제정의 역사, 수상자 선정방법 및 절차, 상을 둘러싼 각종 논란 등 노벨상의 모든 것.3만 5000원.●상상력(장 폴 사르트르 지음, 지영래 옮김, 기파랑 펴냄) 전후 프랑스의 대표 지성 사르트르가 31세 때 내놓은 처녀작. 이미지란 ‘희미한 지각’이 아니라 엄연히 현실에 뿌리를 둔 사물의 반영이라는 주장.1만 2000원.●매월당시 서예산책(김태수 지음, 한국학술정보 펴냄) 서예가인 저자가 매월당 김시습(1435∼1493)의 한시 100여편을 가려뽑아 쓰고 해설을 달았다. 다양한 서체를 선보이며, 시의 자구를 상세히 설명했다.2만원.●화요일의 동물원(박민정 지음, 해냄 펴냄) 4년 동안 매주 화요일마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을 찾아가 그곳 동물들 이야기를 빌려 소중한 인생의 가치를 되새겨보는 에세이. 우화 같은 글맛이 빼어나다.1만 1000원.
  •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촛불과 진보의 앞날] 운동의 새싹… ‘진보의 재구성’을 강제하다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촛불과 진보의 앞날] 운동의 새싹… ‘진보의 재구성’을 강제하다

    지난 6월10일 광화문 일대에선 촛불의 물결이 파도처럼 일렁거렸다. 촛불의 바다를 바라보던 진보진영의 한 인사는 “촛불시위를 통해 구 진보는 몰락했다.”는 극단의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미국산 쇠고기 논란’ 정국 내내 촛불의 상상력과 역동성을 좇아가지 못한 진보진영 스스로의 뼈아픈 반성이었다. 촛불은 진보의 상상력을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축복인 동시에, 진보의 자기성찰을 강제한다는 점에서 괴로운 도전이다. 촛불 이후 진보진영은 달라져야 하고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촛불시위는 진보와 진보진영이, 운동과 운동권이 반드시 일치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그간 진보를 자처해온 사람들의 활동영역에서 한 발짝 떨어진 인터넷을 중심으로 진보와 운동의 싹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는 까닭이다. 진보진영이 처한 딜레마의 핵심이다. ●깃발에 대한 부정 지난 5월 말 시위현장에선 이른바 ‘깃발논쟁’이 벌어졌다. 깃발은 ‘전위성’의 상징이다. 기존 진보진영은 조직의 세를 과시하고 대중을 동원하는 상징으로 깃발을 사용했다. 촛불시위에서 진보적 시민사회단체가 들고 나온 깃발은 시위 참여자들에게 눈총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반면 ‘다음 아고라’ ‘소울드레서’ 등 시위대 스스로가 만든 깃발은 친근감과 동지의식을 확인하는 표지판이 됐다. 깃발 자체에 대한 거부라기보다는 진보진영의 전위성과 대표성에 대한 거부였던 셈이다. 선두에서 구호를 선창하던 반전평화단체 ‘다함께’의 방송차는 “차 빼”라는 시위대의 항의에 직면했다. 서울 소재 대학 중 가장 먼저 동맹휴학과 촛불시위 참여를 결정했던 성공회대에서는 결정의 당위성엔 찬성하면서도 학생들의 총의를 모으지 않은 학생회의 의사결정 절차를 문제 삼는 이의가 분출됐다. 촛불 든 시민들은 ‘왜 우리가 당신들의 지도를 받아야 하느냐.’며 진보진영 엘리트적 리더십의 존재이유를 따져 묻고 있다.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진보진영 운동방식의 ABC가 부정당하고 있다.”는 말로 답답함을 표현했다. 지금까지는 ‘깃발을 세우고 → 사람을 모아서 → 세를 형성해 행동하는 것’이 운동의 ABC였다.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촛불시위 이후 진보진영이 확보해온 권위의 해체가 가속화될 것”이라면서 “진보는 자세를 낮추고 관성적 운동방식을 어떻게 바꿔낼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고 말했다. 조희연(사회학) 성공회대 교수도 “시민을 동원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진보와 운동의 주체로서 시민과 결합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촛불시위 내내 현장을 지키며 촛불과 민주주의의 상관성을 연구 중인 신진욱(사회학) 중앙대 교수는 촛불 이후 ‘진보 재구성’의 핵심을 “기존 진보진영이 진보의 중심이 아닌 다양한 진보적 흐름의 일부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나를 따르라.’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시민과 소통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하승창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도 “촛불을 겪은 진보진영의 가장 큰 고민은 사람들이 실제로 와글거리는 공간으로 어떻게 들어갈 것인가의 문제”라며 소통방식의 전면적 전환을 강조했다. 전통적으로 시민의 참여를 독려하는 입장에 서 있었던 진보진영이 이젠 거꾸로 시민들이 만들어놓은 논의의 장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뀐 것이다. ●‘진보 재구성’의 출발은 질문하기 촛불은 진보 이슈의 우선순위도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간 정치나 경제 이슈에 비해 부차적 문제로 치부됐던 먹거리와 건강 등이 촛불시위에선 정국을 뒤흔드는 의제로 부상했다. 하 위원장은 “촛불이 불타오르면서 진보가 향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분야가 무엇인지 확인하게 됐다.”면서 “생활이슈를 주로 다뤄온 단체들의 역할이 새롭게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고 촛불의 문제제기가 기존 진보진영 운동을 전면부정하는 방식으로 가서도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촛불시위의 ‘성지’였던 시청 앞 광장엔 시민사회단체의 천막과 학교 친구 및 회사 동료, 각종 동호회, 가족 단위의 작은 모임들이 평등하게 공존했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운동의 세대가 바뀌면서 새로운 운동이 출현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이전 세대를 완전히 부정하기보다 각자 서로에게 배우며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촛불시위 현장에서 보여준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의 인권지킴이 활동이 시위 참여자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사례가 대표적 예다. 우석훈 교수는 현재 진보진영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하기’라고 강조한다. 그는 “촛불이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를 끊임없이 묻는 데서부터 진보의 재구성은 출발한다.”고 말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21세기 新다빈치 프로젝트-통섭을 말하다] 음악가가 음향기기 만드는 ‘통섭의 시대’ 온다

    [21세기 新다빈치 프로젝트-통섭을 말하다] 음악가가 음향기기 만드는 ‘통섭의 시대’ 온다

    원효의 화엄사상 해설이나 조선 말기 실학자 최한기의 기(氣) 철학에서 주로 사용됐다. 정치적으로는 ‘총괄하여 관할한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최재천 교수가 에드워드 윌슨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의 저서 ‘컨실리언스(Consilience)’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재해석해 도입한 개념이다. 요즘 한국 지식사회의 최고 화두는 ‘통섭(統攝)’이다. 대학들은 앞다퉈 통섭을 표방한 학과를 설립하고, 석학들은 지식의 통합을 외치고 있다. 통섭이 ‘새로운 변화’의 상징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4년 전 일개 학설로 한국에 소개된 통섭은 이제 스쳐 지나가는 유행이 아닌, 우리 사회가 가야 하는 방향으로 대접받고 있는 셈이다. 통섭이 왜 국내 지식사회의 주제어로 떠올랐고, 그것은 왜 필요한 것일까. 통섭을 주장하는 많은 학자들은 통섭이 ‘한국적 특수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데 대부분 동의한다.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고등학교 때부터 문과, 이과의 구분에 익숙해진 한국 사람들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별개의 학문으로 생각한다. 서양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편의상의 학과 구분이 한국에서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자리를 잡았고, 결국 그것은 유연하고 복합적인 사고를 갖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학자들은 인간과 기계, 우주, 생명공학 등 다양한 학문을 과학적 방법과 인문학적 방법으로 동시에 고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는 1933년부터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교류가 시작됐고, 일본도 학문 전 분야를 아우르는 ‘슈퍼대학원’의 등장을 앞두고 있다. 물론 특수한 학과가 오히려 인기를 끌 정도로 ‘전문성’이 강조되는 한국사회에서 통섭을 논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노령화, 산업 변화의 가속화 등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섭적 사고를 갖춘 인간상이 필요하다. 한 예로 평생 직업의 개념이 희박해지는 상황에서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직업을 찾기 위해 매번 새로운 자격증을 따고 공부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폭넓은 사고를 갖고, 뛰어난 적응력을 가진 사람을 키운다면 그만큼 새 길을 모색하고 목표를 세우는 데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학자들이 ‘통섭형 사고 교육’을 어린 시절부터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통섭은 학문의 벽을 허무는 일에서 시작된다. 현재 한국의 대학사회는 같은 학과 교수들 사이에서도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것을 불문율처럼 여기고 있다. 한 사람이 모든 일을 해낼 수 없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이같은 구분은 오히려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데 장애로 작용할 뿐이다. 특히 다른 학문에 대한 관심과 기본적인 개념의 이해는 전혀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개미를 연구하는 생물학자가 인간사회를 기본으로 연구하거나, 기계공학자 대신 음악 전공자가 음향기기를 만든다면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미분방정식으로 경제를 예측하는 대신 자기공명영상을 도입해 경제활동을 하는 인간의 뇌를 분석하기 시작했다.MIT에서는 사람이 전혀 등장하지 않은 채 전자기기가 오페라의 막을 올리고 공연을 한다. 여러 학문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아리스토텔레스 통섭의 원조 통섭은 인류 역사와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다.‘지식의 경계’를 넘어서려고 했던 모든 노력을 통섭의 일환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각종 학문에 ‘광범위한 관심’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지식의 경계가 없던 시절인 만큼 그의 관심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그 결과 수많은 분야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원조’로 떠받들어진다. 박지원, 홍대용, 최한기 등 조선시대 후기 실학자들도 인문사회과학을 배워 자연과학에 적용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통섭의 역사에 기록될 만한 것으로 평가된다.200여년의 시간 차이는 있지만 서양의 다빈치와 조선의 정약용이 약속이나 한 듯 기중기(거중기)를 개발했다는 사실은 통섭적 사고가 시대적 배경이나 사회환경과는 상관없이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가장 전형적인 형태의 통섭은 ‘자연을 흉내내는 일’에서 시작된다. 인간사회를 바꾼 수많은 도구와 아이디어가 자연에서 비롯됐다. 기업들은 동물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연구해 새로운 휴대전화를 만들기 위해 연구 중이다.‘현실에 존재하는 통섭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MIT 미디어랩은 1985년 ‘함께 모여 상상의 나래를 펼치자.’는 소박한 목표로 시작됐지만, 매년 수백건 이상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상상력 공장’으로 발전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국내 연구 현주소 2005년 최재천 교수 등 윌슨의 ‘컨실리언스’를 번역 학문적 기반 아직 취약… 대학들 전면도입 움직 통섭의 개념이 국내 학계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과학철학자 장대익 박사와 최재천 교수가 에드워드 윌슨의 저서 ‘컨실리언스(Consilience)’를 ‘통섭’이란 이름으로 번역, 출간한 2005년의 일이다. 퓰리처상을 두 차례나 받은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이자 생태학자인 윌슨은 개미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로 섬 생물지리학과 사회생물학이라는 두 개의 학문을 개척했다. 윌슨이 주창한 컨실리언스는 르네상스 회귀로 집약된다. 인문학과 사회과학 등 모든 학문이 언젠가는 자연과학적인 방법론으로 통합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컨실리언스는 19세기 자연철학자 윌리엄 휴얼이 처음 만들어냈다. 라틴어의 ‘컨실리에르(consiliere)’에서 파생된 것으로 추정된다.‘컨(con)’은 영어로 ‘함께’라는 뜻을,‘살리에르(salire)’는 ‘뛰어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결국 휴얼과 윌슨의 ‘컨실리언스’는 ‘서로 다른 현상들로부터 도출되는 결론들이 서로 일치하거나 정연한 일관성을 보이는 상태’를 의미한다. 최 교수와 장 박사는 컨실리언스에 대응하는 우리말을 찾기 위해 고심하다가 원효대사의 화엄 사상에서 통섭이라는 말을 찾아냈다. 그러나 이들의 통섭은 방법론과 지향점에서 윌슨 것과 다르다. 윌슨이 자연과학으로의 통합을 강조한 데 반해, 이들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동등한 위치에서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진행되는 통섭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학자들의 상당수가 무조건적인 생물학 중심의 학문적 통합보다는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자연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비중을 두고 있다. 통섭이 ‘학문간의 벽을 허물자.’라는 정도의 의미로 쓰이고 있지만, 그것의 정확한 의미나 지향점을 설명할 수 있는 학문적 기반은 취약하다. 올 초 서울대에서 열린 포럼에서는 “기계적으로 학과가 통합되는 것을 물리학적 통합, 두 학문이 새 학문을 만들어내는 것을 화학적 통합으로 정의한다면 통섭은 생물학적 결합으로 경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구체적 지향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 특히 가설과 학문 사이에서 여전히 논쟁 중인 외국과 달리, 전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움직임은 다소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쪽도 있다. 인위적인 벽 허물기가 될 경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통섭의 시대’ 다시 주목받는 다빈치식 사고 통섭을 언급하는 학자들은 통섭형 인간의 표본으로 르네상스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꼽는다. 다빈치식 사고는 끊임없는 지적 호기심과 경험을 통한 증명정신, 예리한 관찰과 섬세한 감각, 모호한 것까지 포용하는 묘사법, 과학과 예술의 조화, 건강한 육체와 정신, 그리고 한 가지 아이디어에 다양한 분야를 엮어내는 연결 습관 등으로 집약된다. 시대와 환경을 뛰어넘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인 셈이다. 과연 다빈치는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사고방식이 그로 하여금 위대한 업적을 쌓게 만들었을까. 다빈치식 사고를 가진 수많은 사람을 키워 새로운 시각으로 현대를 바라보게 할 수는 없을까. 이탈리아 각지에 숨어 있는 다빈치의 발자취를 찾아, 왜 그가 지금 다시 주목받고 있는지를 짚어봤다. |빈치·피렌체·밀라노(이탈리아) 박건형특파원|이탈리아 밀라노에 자리잡은 오페라극장 라 스칼라 앞 광장. 거대한 성당 두오모를 보려는 관광객들이 꼭 지나야 하는 이곳에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의 동상이 우뚝 솟아 있다. 동상 아래에 적혀 있는 ‘과학과 예술의 혁명가(AL Rinnovatore Delle Arti E Delle Scienze)’라는 문구는 다빈치를 설명해주는 가장 짧은 수식어이자,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로 추앙받는 다빈치에 대한 이탈리아인들의 헌사다. ●거대한 박물관이 된 다빈치 고향 50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탈리아 곳곳에는 다빈치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다빈치는 이탈리아인들의 영웅이자 정신적 지주다. 수도 로마 공항의 공식 명칭은 ‘레오나르도다빈치공항’. 공항과 시내를 연결하는 기차의 이름 역시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다. 공항 곳곳에 다빈치의 작품을 형성화한 조형물들과 그의 동상을 목격할 수 있다. 암흑의 중세를 벗어나 인문학의 부흥을 이끌어낸 르네상스의 핵심도시 피렌체를 지나 피사 방향으로 65㎞가량 떨어진 작은 마을 빈치에 도착했다. 나지막한 언덕으로 둘러싸여 있고, 사방 어느 곳에나 포도밭과 올리브 나무만이 가득한 특별할 것 없는 시골마을이 바로 다빈치의 고향이다. 마을 중심지의 가장 높은 곳에는 3m가 넘는 비트루비우스의 ‘인체 비례도’ 조형물이 다빈치의 고향임을 말해주고 있다. 다빈치는 로마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의 이론에 따라 기하학적으로 완전하다고 생각하는 원 안에 사람의 몸을 그렸다. 이 비례도의 원본은 베니스 박물관에 소장돼 있지만, 공개는 허용되지 않는다. 다빈치가 빈치에 살았던 기간은 태어난 이후 피렌체에서 베르키오의 도제로 들어가기 전까지 16∼17년간으로 알려져 있다.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그의 생가는 세 개의 방으로 이뤄져 있다. 집 내부에는 다빈치의 생애와 작품에 관한 글들이 벽을 장식하고 있지만, 실제로 다빈치의 흔적은 벽난로와 책상뿐이었다. 생가를 지키고 있는 빈치 시청의 알베르토 로카티는 “다빈치는 세르 피에로와 카테리나라는 하층계급 여인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였다.”면서 “다빈치를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는 다빈치의 왕성한 학구열이 어린 시절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에 대한 반사작용이란 설도 있다.”고 소개했다. 마을의 중심지 폭이 채 500m밖에 되지 않는 조그만 빈치지만, 마을 전체가 거대한 다빈치 박물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성당 옆에 자리잡은 다빈치 박물관에는 그가 설계한 물레와 기중기 등의 원리가 자세히 설명돼 있다. 다빈치 아이디어 박물관은 다빈치의 사고가 어떻게 형성됐으며 후세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체험관이다. 박물관 학예사인 세르지오 페오네는 “다빈치는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사고가 다방면으로 발달해 있었다.”면서 “이 박물관의 첫 번째 전시물도 플라톤의 흉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빈치가 스케치한 작품을 실제로 만들어보는 작업이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잡고 있을 정도로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을 곳곳에 자리잡은 상점에서는 티셔츠나 엽서 등 흔한 기념품 대신 다빈치가 고안한 시계와 헬리콥터 모형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학문과 예술 꽃피운 피렌체, 밀라노 다빈치 연구자들은 그의 생애를 크게 제1차 피렌체 시대(1466∼1482), 제1차 밀라노 시대(1482∼1499), 제2차 피렌체 시대(1499∼1506), 제2차 밀라노 시대(1506∼1513), 그리고 로마ㆍ앙부아즈 시대(1513∼1519) 등 다섯 시기로 구분한다. 말년을 제외하면 그의 성과가 대부분 밀라노와 피렌체에서 이뤄진 셈이다. 피렌체 우피치 박물관에는 다빈치의 작품 중 가장 오래된 1473년의 데생이 걸려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다빈치는 보티첼리, 크레디, 페루지노 등 베로키오 산하의 수많은 제자들 중 한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베로키오의 도제로 있는 동안 다빈치는 그림을 그리는 일에만 매달리지 않고 건축, 도형 연구, 광학론, 원근법, 기하학, 자연과학, 음악 등을 폭넓게 익혔다. 이때 배운 원근법의 결실이 바로 1495∼1497년에 다빈치가 완성한 밀라노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의 ‘최후의 만찬’이다.15분에 단 25명의 관람객에게만 공개되는 이 불후의 거작은 성당의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울 만큼 크고 장엄했다.‘최후의 만찬’ 전문 가이드인 실비아 솜바루는 “작품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미술사학자, 구조학자, 역사학자, 광학자 등 각 분야에 걸쳐 있다.”면서 “지금도 이 그림 연구로 연간 수십편의 논문이 쏟아져 나올 정도”라고 밝혔다. 성당 길 건너편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립 과학기술박물관이 있다. 온통 과학에 관한 내용으로 꾸며진 박물관 전시물 중 다빈치가 고안한 각종 기계들이 단연 인기다. 피렌체 시내에도 다빈치의 기계를 실물 크기로 재구성해 전시·체험할 수 있도록 한 두 곳의 박물관이 있다. 두 도시의 대형 서점에는 다빈치 관련 서적들이 별도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고, 탄생 555주년을 맞았던 지난해에는 도시 전역이 다빈치 기념물로 꾸며지기도 했다. 빈치시의 다빈치 박물관장 알레산드로 베조시는 “다빈치의 지식은 대부분 직접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단계를 거쳤다.”고 소개했다. 이어 “다빈치가 ‘단순한 천재’였다면 그저 동경의 대상이자 신화적인 존재에 머물렀겠지만, 다빈치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각고의 노력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닮고 싶은 존재’ ‘배워야 할 존재’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kitsch@seoul.co.kr ■다빈치는 어떻게 만능학자가 되었을까 호기심·증명정신 겸비 ‘노력하는 천재’ 해부학자, 건축가, 식물학자, 도시계획가, 의상·무대디자이너, 요리사, 해학가, 엔지니어, 발명가, 지리학자, 지질학자, 수학자, 군사과학자, 음악가, 화가, 철학자, 물리학자, 이야기꾼…. 다빈치는 인간이 알고 있는 거의 모든 분야에 관심을 가졌고, 여러 분야에서 천재성을 발휘했던 인물이다. 이탈리아 전역은 물론, 프랑스와 영국에도 다빈치 박물관이 있고 대부분 진품을 최소한 한 가지 이상 소장하고 있다. 평생 그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얼마나 방대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가 탄생한지 55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다빈치는 지식인들이 꿈꾸는 ‘만능인’(Universal Man)의 표상으로 꼽힌다.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가 주창한 지능의 다양성에 대한 이론에 따르면 천재는 논리·수학(스티븐 호킹, 아이작 뉴턴), 언어(윌리엄 셰익스피어, 에밀리 디킨슨), 공간·기술(미켈란젤로), 음악(모차르트), 신체·운동감각(무하마드 알리), 사회적 대인관계(엘리자베스1세, 마하트마 간디), 자기 인식적 대인관계(틱낫한, 테레사 수녀) 등 일곱가지 척도 중 하나에서 특이성을 보인다. 그러나 다빈치는 일곱가지 분야에서 모두 천재성을 나타냈다. 고도로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현대 사회에서 다빈치가 다시 각광받는 것은 그가 거의 모든 학문에서 특이성을 보인 이유가 단순한 천재여서가 아니었다는 점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노력하는 천재’였고,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실용주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그가 해부학에 관심을 가진 것은 좀 더 정확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였고, 물의 과학에 관심을 가진 것은 좀 더 좋은 다리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유체역학에 대한 연구는 비행기 설계로 이어졌고, 노년에는 이 모든 기계의 원리를 하나로 설명할 수 있는 근원을 찾기 위해 골몰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다빈치의 사고방식을 이해함으로써 교육법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마이클 겔브가 쓴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생각하기’는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교육서적 목록에 올라 있다. 겔브는 “다빈치가 살았던 르네상스 시대에는 다재다능하고 균형잡힌 인간, 예술과 과학 양쪽을 모두 편안하게 포용할 수 있는 인간을 이상형으로 삼았다.”면서 “정보의 홍수 속에서 폭넓은 지식을 쌓아야 하는 현대인에게 다빈치식 사고는 최적의 모델”이라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문화마당] 기로에 선 콘텐츠산업/박양우 중앙대 예술경영학과 교수

    [문화마당] 기로에 선 콘텐츠산업/박양우 중앙대 예술경영학과 교수

    한국의 방송드라마는 아직도 동남아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심지어 이란에서도 ‘대장금’ 시청률이 80%를 넘어섰다니 그 열풍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겠다. 우리 가수의 인기 또한 이에 못지않다. 지난 6월 베트남 하노이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장나라 공연은 베트남 관객들로 가득 찼다. 가히 한류 열풍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최근 한류 열풍이 식어간다는 우려가 있다. 잘 알다시피 한류(韓流)라는 용어는 2000년 2월 가수 그룹 H.O.T의 북경공연 당시 구름같이 몰려든 중국의 10대 팬들을 보고 중국의 언론에서 ‘한국문화의 유행’이라는 뜻으로 사용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처음 방송드라마로 시작해서 대중가요, 영화로 이어지다가 최근엔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우리의 콘텐츠산업이 중국·일본은 물론 동남아에서 한류의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 방송드라마 등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이지 않는 통제 속에 중국 콘텐츠시장의 한국 따라잡기가 심상치 않다. 일본에서의 한류에 대한 역풍 또한 만만치 않다. 더구나 중국 및 동남아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상품의 불법복제 유통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적지 않아 이에 대한 대책도 시급한 상황이다. 우리사회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방송통신융합과 유비쿼터스 시대가 되었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창의력과 상상력에 기초한 콘텐츠기반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미국에서 콘텐츠산업은 군수산업과 함께 가장 큰 산업분야다. 콘텐츠산업은 제조업보다 훨씬 높은 부가가치와 고용창출 효과를 갖고 있다. 그래서 세계 최고의 콘텐츠 강국 미국은 물론 일본·영국을 비롯한 콘텐츠 강국, 나아가 중국 등 신흥경제 강국들이 앞장서 콘텐츠산업을 지원하는 강력한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지구촌에서는 지금 콘텐츠산업 곧 문화산업 전쟁이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 국정비전으로 ‘선진일류국가’를 표방하고,‘소프트파워가 강한 창조문화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문화정책의 비전으로 정했다. 그리고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목표로 콘텐츠산업의 전략적 육성을 제일 우선순위에 두었다. 그만큼 콘텐츠산업이 갖는 경제적·사회문화적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증좌라고 할 수 있다. 문화계 한편에서는 순수예술의 상대적 홀대라는 비판이 제기되었지만 경제 살리기가 시급한 새 정부에서 콘텐츠산업에 대한 육성은 다급하고도 실질적인 국정의제였을 것이다. 이 같은 정책목표를 바탕으로 의욕적인 세부정책들이 제시되었다. 가칭 콘텐츠산업기본법 제정 및 대통령 직속의 콘텐츠진흥위원회 신설, 약 1조 5000억원 규모의 콘텐츠산업진흥기금 신설 등 굵직한 제도적 인프라 구축에 대한 청사진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같은 세부정책들은 순조롭게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관련 부처들의 반대로 콘텐츠산업기본법의 제정은 시작조차 버겁고, 콘텐츠진흥위원회의 신설도 쇠고기 파동 등 현 정부 초기의 현안들 때문에 거론할 분위기가 아닌가 보다. 콘텐츠산업진흥기금 얘기는 경제관료들의 비협조로 입밖에 꺼내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인 듯하다. 거창하게 발표한 세계 5대 콘텐츠강국의 꿈은 이 정부에서 그냥 꿈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이미 제조업 시대는 가고 창조산업 곧 문화산업시대가 도래했다. 콘텐츠산업이야말로 국가 미래의 보고다. 현 정부가 기왕에 발표한 콘텐츠산업육성 계획들은 부처이기주의와 재정부족 타령을 넘어 강력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물론 관련 부처 장관, 나아가 요즘 다른 국사로 경황이 없겠지만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박양우 중앙대 예술경영학과 교수
  • [씨줄날줄] 선의의 함정/우득정 논설위원

    로버트 러드럼의 소설 ‘밴크로프트의 전략’에서 세계적인 자선단체 밴크로프트재단의 창시자 폴 밴크로프트는 ‘자선’이라는 공리주의적인 이상이 선의의 결과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 회의에 빠진다. 많은 자선단체들은 우간다, 짐바브웨 등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의 극빈층 구제를 위해 구호물자와 기금을 쏟아부었지만 소수의 독재 지배층을 강화하는 결과만 초래했다.1929년 박애주의 사업가 6명이 설립한 국제적인 자선기구 ‘인베르 브라스’는 히틀러의 제3제국 출현에 자양분만 공급한 꼴이 됐다.‘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선의가 반드시 최선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젊은 시절 위대한 수학자로 명성을 날렸던 밴크로프트는 자신의 수학적 분석으로도 답을 얻을 수 없는 부분이 있음을 깨닫는다. 이상이 현실이라는 방정식과 만나면서 사람들의 이기심에 의해 굴절된다는 추론에 이른다. 좋은 정책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선의의 함정’이다. 정책 결정자의 ‘상상력 빈곤’일 수 있지만 정책의 고유 습성 때문일 수도 있다. 최저임금제 적용 확대나 비정규직보호법 도입, 참여정부의 분배정책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아파트 경비원들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최저임금제를 적용한 결과, 아파트 입주민들은 추가 부담을 지지 않으려고 경비원 숫자를 줄였다. 그 자리엔 폐쇄회로TV(CCTV)가 대신했다.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고용안정을 위해 도입한 비정규직보호법 역시 비정규직을 근로조건이 더욱 열악한 외주·용역직으로 내몰았다. 참여정부의 분배정책은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성장도 분배도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선의의 정책이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책이라는 명분으로 시장에 국가의 인위적인 힘이 가해지면서 시장의 흐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시장 개입으로 강 줄기가 바뀌면서 시장 실패로 귀결된 것이다. 그럼에도 정책당국자나 기업에 ‘선의’는 아주 매력적인 상품이다. 정책이나 법률 제안서는 항상 선의로 포장된다. 기업들은 더 많은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무료 시식회나 사은품 제공 등과 같은 선의의 미끼를 던진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부모님 손잡고 영화관 가요

    부모님 손잡고 영화관 가요

    여름방학과 휴가시즌이 다가오면서 극장가에 온가족이 함께 즐기는 가족영화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탈북자의 아픔을 리얼하게 그려낸 ‘크로싱’과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가 지난달 개봉된 데 이어 애니메이션 ‘스페이스 침스’와 ‘도라에몽’, 초특급 모험영화인 ‘님스 아일랜드’가 오는 1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크로싱-탈북자가족의 엇갈린 비극 차인표 주연의 ‘크로싱’(감독 김태균)은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의 참상과 탈북의 아픔을 가감 없이 담아낸 작품이다. 아픈 아내의 약을 구하기 위해 중국으로 탈북한 주인공인 용수가 계속해서 가족과 엇갈리는 비극적인 드라마.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시사회를 열어 호평을 받았을 정도로 해외에서 더 잘 알려져 있다. 영화는 비교적 차분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려는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다. 때문에 ‘엄마 없는 하늘 아래’와 같은 ‘최루성’ 가족 드라마와는 분명히 거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건조한 시각을 견지한 나머지 눈물의 카타르시스를 잔뜩 기대한 관객들의 누선(淚腺)을 자극하기에는 다소 역부족이었다. ●쿵푸 팬더-몸치 팬더 포의 씩씩한 활약 주인공인 몸치 식신 팬더 포가 뚱뚱하고 지독하게 느린 신체적 약점을 극복하고 쿵푸의 고수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쿵푸 팬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오락 작품으로 만드는 데 탁월한 할리우드의 솜씨를 잘 보여주는 영화이다. 중국이 자랑하는 ‘쿵푸’와 ‘팬더’, 두 가지 요소를 절묘하게 결합해 관객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한다. 캐릭터들의 생생한 개성과 유머, 흥겨운 액션과 속도감 있는 이야기 전개가 시각적 즐거움을 전해준다. 팬더 포는 장난기 많은 개성파 배우 잭 블랙, 포를 훈련시키는 사부 역은 더스틴 호프먼, 카리스마 넘치는 날렵한 타이거리스 역은 앤절리나 졸리, 유머러스하고 편안한 몽키 역은 청룽(成龍)이 각각 캐릭터의 특징에 맞게 목소리 배역을 맡아 재미를 배가시켜 준다. 특히 스토리(제니퍼 여 넬슨)와 레이아웃(전용덕) 총책임자로 엔딩 크레디트에 오른 한국인의 이름이 인상적이다. ●스페이스 침스-특수임무 침팬치들의 우주모험 성인보다 어린이 관객을 겨냥하는 애니메이션 ‘스페이스 침스:우주선을 찾아서’는 사람보다 영리한 침팬지들이 미국우주항공국(NASA)의 특수 업무를 수행하는 모험담을 다룬 작품이다. 침팬지들의 모험이라는 기본 컨셉트에 다양한 개성의 캐릭터들과 유머도 풍성하다. 세밀한 캐릭터 묘사나 우주 행성에 대한 풍부한 상상력 역시 가족 관객들이나 애니메이션 팬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가수 MC몽과 개그우먼 신봉선이 남녀 주인공 캐릭터를 연기했으며, 국내 극장에서는 모두 더빙 판으로 상영된다. ●도라에몽-미래에서 온 로봇과 벌이는 에피소드 일본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도라에몽-진구의 마계대모험’은 덜렁이 사고뭉치 초등학생 진구와 만능 로봇 고양이 도라에몽이 벌이는 모험과 에피소드를 다룬 작품이다. 미래에서 온 로봇 도라에몽이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여러가지 장비로 마법을 펼치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도라에몽’은 1969년 만화로 첫선을 보인 이후 40년 가까이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일본에선 해마다 도라에몽 새 극장판 개봉과 함께 방학을 맞는다고 할 정도로 인기다. ●님스 아일랜드-미지의 섬에 갇힌 소녀 구출기 조디 포스터 주연 ‘님스 아일랜드’는 남태평양 피지제도 미지의 섬에 홀로 있는 소녀를 구하기 위해 여행하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모험담을 다룬 작품. 지도에도 없는 비밀의 섬에 사는 님 역은 제2의 다코타 패닝으로 떠오른 아비게일 브레스린, 광장 공포증을 가진 엉뚱한 작가 알렉산드라 로버 역은 조디 포스터, 님의 아버지와 세계적인 영웅 알렉스 로버의 1인2역은 제라드 버틀러가 맡아 지상 최대의 모험쇼를 벌인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책꽂이]

    ●여우소녀(노라 옥자 켈러 지음, 이선주 옮김, 솔 펴냄)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하와이에서 자란 한국계 미국인 저자의 두번째 장편소설. 첫 작품 ‘종군위안부’와 마찬가지로 여성의 시각에서 전쟁의 비극을 조명했다.1960∼70년대 한국의 미군 기지촌에서 자란 두 소녀의 성장이야기.2002년 발표된 이후 영어로 쓰인 전세계 여성작가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시상하는 영국 문학상 ‘오렌지상’의 최종후보로도 올랐었다. 원제는 Fox Girl.9500원.●책 읽어주는 여자(레몽 장 지음, 김화영 옮김, 세계사 펴냄) 1990년 처음 소개된 뒤 이번에 번역을 새롭게 해 재출간했다. 책을 읽는 사람과 그것을 듣는 사람, 책 속의 이야기와 책 밖의 현실을 아우르면서 독서 행위의 특별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불문학자 김화영씨가 스승인 저자를 위해 꼼꼼하게 재수정했다. 말미에는 프랑스 문학에 관한 사제간의 대화도 실려 있다.1만 1000원.●무중력증후군(윤고은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제1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달이 여러 개로 분화한다는 엉뚱하고 대담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달이 6개까지 분화하는 과정과 함께 지구에서 일어나는 소동을 그리고 있다. 심사위원들로부터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군중의 소외감을 은유와 농담으로 표현하며 소외의 무거움은 가볍게, 상처의 잔혹함은 경쾌하게 그려나간다.”는 평을 받았다.1만원.●꿈이었을까(김용희 엮음, 생각의나무 펴냄) 젊은 문학평론가 김용희가 50편의 시를 가려 뽑아 자신만의 섬세한 해설을 덧붙였다. 신달자, 천양희, 안도현, 황학주, 김선우, 정호승, 김경주 등 지금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주요 시인들의 작품이 고루 포함돼 있다.‘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등 다섯 계절로 나눠 그에 해당하는 시를 소개하고, 여러가지 해석의 스펙트럼 중 하나를 골라 감상을 써내려 갔다.1만 1000원.
  • 이병헌ㆍ차승원ㆍ정진영 중 최고의 악역은?

    이병헌ㆍ차승원ㆍ정진영 중 최고의 악역은?

    ‘강철중’을 시작으로 위기의 한국영화가 숨통을 튼 가운데 제작 전부터 화제를 모은 세 영화 ‘착한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 ‘님은 먼곳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하 ‘눈눈이이’)가 7월 줄지어 관객을 찾는다. 먼저 올해 가장 기대를 모은 ‘놈놈놈’은 한국에서 꿈꾸지 못한 웨스턴 영화를 만들겠다는 김지운 감독의 상상력에서 출발한 영화로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등 국내 톱 배우들이 출연해 화제가 됐다. 7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님은 먼곳에’는 이준익 감독이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최초의 작품으로 베트남전의 참상과 한 여인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사랑’의 곽경택 감독과 ‘우리형’의 안권태 감독의 공동 연출작으로 형사 한석규와 천재적인 지능범 차승원과의 숨막히는 대결이 기대된다. 이처럼 각자의 개성으로 무장한 세 영화에는 악역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놈놈놈’ 이병헌, ‘님은 먼곳에’ 정진영, ‘눈눈이이’ 차승원이 그 주인공. 피할 수 없는 악역 전쟁에 뛰어든 세 배우의 연기에 한번 빠져 들어가보자. #피도 눈물도 없는 마적단 두목 ‘창이’: 이병헌 연기 인생 17년 만에 처음 악역에 도전한 이병헌은 ‘놈놈놈’을 통해 피도 눈물도 없는 마적단 두목 창이 역을 맡았다. 목표를 위해서는 살인도 밥 먹듯 저지를 수 있는 냉혈한 창이는 잔인하고 야비하다. 죽을 수는 있어도 질 수는 없다는 자존심 하나로 살아온 창이는 단순한 악당이 아닌 최고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건 싸움을 펼친다. 이병헌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촉촉한 눈빛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창이 역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겠지만 ‘놈놈놈’을 통해 이병헌은 확실하게 변했다. 걸음걸이, 행동, 표정, 말투까지 창이로 변신한 이병헌의 열연은 영화에 중심을 이끌며 자신만의 독특한 울림을 전달한다. #미워할 수 없는 사기꾼 ‘정만’ : 정진영 ‘님은 먼곳에’를 통해 최초로 악역 연기에 도전한 정진영은 악역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사기꾼으로 변신했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능청스러운 태도와 임기응변에 뛰어난 그는 양념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연기의 진가를 발휘했다. ‘황산벌’,‘왕의 남자’, ‘즐거운 인생’에 이어 이준익 감독과 4번째 호흡을 맞추는 정진영의 탄탄한 연기력은 베트남전을 다룬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영화에 웃음과 활기를 불어 넣는다. #21세기 괴도 루팡 ‘안현민’ : 차승원 영화 ‘리베라메’ 이후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하는 차승원은 천재적인 지능범 안현민으로 변신했다. 안현민은 기존의 악역들과 달리 MBA출신이자 교도관으로 근무한 이색적인 경력의 소유자로 완전 범죄를 저지른다. 겉모습만으로는 전혀 범죄자임을 알 수 없는 안현민을 연기한 차승원은 섬세한 연기를 통해 한석규와의 연기대결을 펼친다. 서로 다른 매력으로 악역을 소화한 세 배우 중 누가 관객들을 사로잡을지 개봉이 기다려진다. 서울신문 NTN 정유진 기자 jung3223@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양천구, 상상어린이 공원 조성

    양천구 곳곳에 어린시절 동화속 공간이 들어선다. 9일 구에 따르면 놀이시설이 단조롭고 낡은 어린이공원 6개소를 동화와 동요가 있고 과학적 상상이 가능한 ‘상상어린이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먼저 신월7동 금실어린이공원이 미국작가 실버스타인의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주제로 꾸며진다. 사과나무가 소년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었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상상정원, 나뭇가지 통로, 그루터기 등 이야기 요소가 연결돼 공원이 하나의 동화속 무대로 새롭게 탈바꿈한다. 나머지 5개 어린이공원도 요술거울과 그림자시계 등 착시현상, 모험심을 키우는 놀이시설 또는 어린시절 동화 등 각종 테마를 반영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상상어린이공원’으로 올 12월까지 실시 설계를 거쳐 조성된다.5개 어린이공원은 신월어린이공원(신월1동), 태양어린이공원(신월4동), 꽃사과어린이공원(신정1동), 신이어린이공원(신정3동), 아랫말어린이공원(신정4동)이다. 어린이공원을 직접 이용할 어린이와 주민 등이 함께 평가단을 구성, 주민 의견을 설계과정에 반영하기로 했다. 추재엽 구청장은 “낡고 지저분해 외면받는 어린이공원을 어린이들의 품으로 돌려줄 것”이라면서 “어린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내는 보물창고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도시 간 정보격차 해소를”

    세계 각 도시의 대표들이 전자정부의 미래와 도시 간 협력방안 등을 논의하는 ‘세계 전자정부 시장 포럼’이 8일 1박2일의 일정으로 개막됐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유엔경제사회국(UNDESA)과 유엔전자정부센터(UNGC)가 후원하는 이 포럼에는 세계 35개 도시의 시장 및 대표들이 참석했다. 베를린, 샌프란시스코, 상파울루, 바르셀로나, 밀라노, 암스테르담, 본, 마닐라, 자카르타, 나이로비, 퍼스, 케이프타운, 베이징, 헬싱키 등 주요 도시가 망라돼 있다. 오세훈 서울 시장과 세계 도시 대표들은 이날 “전자정부 실현을 위해 각 도시들이 함께 노력한다.”는 내용의 ‘서울 전자정부 선언’을 채택하고, 세계 도시 전자정부 협의체의 구성을 발의했다.‘서울 전자정부 선언문’에는 ▲전자정부 추진을 위해 도시들이 서로 협력할 것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 안전하고 편리한 도시를 만들 것 ▲각 도시의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함께 노력할 것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서울에 전자정부 협의체의 구체적 사업내용과 차기 총회를 준비할 사무국을 두기로 했다. 오 시장은 “오늘은 세계 도시의 시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의미있는 출발을 한 날”이라면서 “전자정부 분야의 국제적인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각 세계 도시가 발전하고, 시민들도 보다 나은 삶을 향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영상메시지를 통해 “전자정부는 현재 행정서비스를 보다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만들고 있고 삶의 질도 향상시키는 중”이라면서 “향후 포럼이 더 많은 인류에게 꾸준한 혜택을 안겨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포럼에서는 미래학자인 MIT 미디어랩의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박사가 참가해 전자정부의 미래전망과 정보격차해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네그로폰테 박사는 이날 오 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시울시의 ‘천만상상 오아시스’사업을 언급하며 “1000만명의 상상력이 현실로 실현되는 과정이 너무 놀랍고 환상적.”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또 “미래는 아시아에 있다고 본다.”면서 “한국은 이미 경제나 정보통신 분야에서 이미 큰 성과를 이룬 만큼 가난한 도시들에게 나눠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지방시대] ‘창조적 인재’ 지역 스스로 길러야/강형기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지방시대] ‘창조적 인재’ 지역 스스로 길러야/강형기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원동력이 극적으로 바뀌었다. 인간의 지혜와 재능, 상상력이 빚어내는 창조력은 지금까지 도시의 중요한 자원으로서 기능해 왔던 입지, 자연자원, 시장의 접근성보다 더 중요해졌다. 지역에서 살면서 지역을 경영하는 사람의 창조성이 지역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이다.‘인재 육성이야말로 지방경영의 핵심적 활동’인 것이다. 그런데도 여러 지역에 가보면 “우리 지역에는 자원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없는 것은 자원이 아니다. 자원을 볼 줄 아는 눈이 없고, 자원을 활용할 지혜가 없는 것이다. 현장에 가보면 인력이 모자란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모자라는 것은 인력의 양이 아니라 인력의 질이다. 창조도시론을 화두로 도시경영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찰스 랜드리는 많은 도시를 조사한 결과 다음과 같이 결론짓고 있다. “잘나가는 도시 그리고 성장하는 도시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유형적인 자산을 가진 곳이 아니다. 그 구성원들의 상상력이 풍부하고, 상상력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창조적인 시스템이 있으며, 그러한 시스템을 밀어주는 정치문화가 있는데도 발전하지 않은 곳은 없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지방은 자신의 지역에 필요한 인재를 효율적으로 육성하고 있는가. 인재 육성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그 핵심은 역시 교육과 학습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교육 실태를 살펴보면 많은 한계가 있다. 첫째, 지역이 확보해야 할 인재 비전을 설정하고 전략적으로 실시하는 연수가 거의 없다. 보편적인 상식과 지식을 전달하는 강의를, 그것도 앞뒤의 내용연계도 없이 소모적으로 이루어지는 연수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제는 구체적인 테마와 과제를 전제로 한 콩나물에 물 주듯 반복적인 테마연수, 과제연수, 정책연수가 필요한 시대다. 둘째, 현장의 과제와 시민의 관점에서 연수를 해야 한다.‘현실을 가슴에 품고’ ‘현장에 서서’ ‘현물을 다루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특정 지역의 필연성과 주민의 특성, 그리고 지역의 이념과 비전을 전제로 한 연수도 해야 하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 만들어진 성공 사례나 차용한 지식만으로는 최고의 도시를 만들 수 없다. 셋째, 정책 인재를 양성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지방을 경영한다는 것은 공무원과 주민이 공동 창조한 비전 실행을 위해 정책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국가로부터 자립한다는 것은 정책적으로 자립하는 것이다.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분석하며 바람직한 목표와 정책과제를 설정하는 능력을 겸비한 정책형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넷째, 단순한 지식주의를 벗어나 견식(見識)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담식(膽識)을 기르고 절조를 갖도록 하는 것을 학습의 목표로 해야 한다. 가르친다는 것은 지식을 주입하는 노동활동이 아니라 인간을 만드는 창조 행위다. 따라서 틀에 박힌 지식을 공급하는 배급소와도 같은 연수원은 큰 의미가 없다. 하나의 원칙을 터득하면 그것을 토대로 스스로 자신의 의문을 풀어나가는 창조적 인재의 육성이 연수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의 희망은 상상력과 실천력이 뛰어난 인재를 기르는 것이다. 지역에는 다양한 계층의 인재가 필요하지만, 그중에서도 창조적인 공무원을 육성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나 사전 준비도 시키지 않고 현장에 투입한다면 조직의 생산성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구성원 개인을 망치게 한다. 그래서 공자는 말했다.“훈련되지 않은 사람을 곧바로 실전에 투입시키는 것이야말로 그 사람을 버리는 것이다.”(以不敎民戰,是謂棄之·논어 子路 30) 강형기 충북대 행정학 과교수
  • 아이디어 작품 총집합

    아이디어 작품 총집합

    접착제를 일절 쓰지 않고 밥풀로만 만든 그릇, 돼지가죽으로 찌그러뜨려 만든 국회의사당, 나무합판으로 종이보다 더 종이처럼 보이게 다듬은 소포상자, 마늘껍질 외관에 오렌지 알맹이로 속을 채운 도자 작품…. 번득이는 아이디어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되는 전시가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판을 벌이고 있다.‘크리에이티브 마인드’전에는 기발한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중무장한 현대미술 작가 20명의 작품 40여점이 나와 있다. 조각, 설치, 영상, 사진 등 작가들의 창의력을 엿볼 수 있는 장르도 매우 다양하다. 전시는 모두 4개의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 가운데서도 맨 먼저 눈길을 잡아끄는 공간이 ‘거꾸로 보는 세상’. 당장 팬시 상품으로 개발해도 좋을 아이디어 작품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매화나무 가지에 꽃송이 대신 팝콘이 빼곡히 매달린 구성연의 사진작품 ‘팝콘시리즈’, 사과 모양인데 속은 엉뚱하게 고추씨로 채워진 김문경의 도자 작품 ‘고추사과’, 동파이프를 활용해 소나무의 결을 절묘하게 표현한 이길래의 조각 ‘소나무’, 경찰서 건물을 돈피로 구겨 만들어 권위 전복의 메시지를 함께 던지는 정혜련의 설치작품…. 무심코 지나쳤다 다시 돌아와서 요리조리 뜯어보게 만드는, 아이디어의 힘이 센 작품들이다. 30∼40대 젊은 작가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국수를 카펫처럼 깔고 그 위에 우레탄을 불에 그을려 갓 구워낸 소보로 빵처럼 보이는 소파를 놓아둔 작품 ‘커뮤니케이션’의 주인공은 일흔살이 넘은 노작가 조성묵. 창의력과 나이의 함수관계가 반드시 반비례한다고 믿는 관객들을 머쓱하게 만든다. 기획에서부터 전시까지 1년 넘게 공을 들였다는 큐레이터 황정인씨는 “사람들은 대상에 대한 기억과 경험을 토대로 눈에 보이는 이미지를 해석하려는 습관이 있다.”면서 “창의적 예술가들은 세상을 바라볼 때, 그들이 지닌 다양하고 복합적인 모습을 어떻게 파악하고 표현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전시”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이미지의 재발견’ 섹션에서는 우리 주변에 널린 일상적 소재들이 어떻게 예술의 영역으로 편입될 수 있는지를 압축해 보여준다. 멀리서 보면 근사한 벽지 패턴 같은데 자세히 보면 작가의 아이 사진이 반복표현돼 있거나(이중근 ‘You are my angel’), 실제 자투리 영화필름들을 모아 붙여 독특한 패턴으로 변모시키기도(김범수 ‘Hidden emotion’) 했다. 외국인 작가는 한 명 참여했다. 국내에서 활약하고 있는 독일 작가 베른트 할프헤르는 원구에 이미지를 펼친 사진콜라주 작품 ‘바로크 교회’를 내놓았다. 만들기 등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참가비 1만원)도 운영한다.31일까지.(02)736-4371.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놈놈놈’ 김지운 감독 “전투 치르듯 만든 영화”

    ‘놈놈놈’ 김지운 감독 “전투 치르듯 만든 영화”

    지난 5월 제 6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초 공개 후 큰 호평을 얻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의 김지운 감독이 영화를 제작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김지운 감독은 7일 오후 서울시 용산 CGV에서 열린 ‘놈놈놈’의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놈놈놈’이 명작은 아니더라도 한국 영화의 돌파구와 한국 장르 영화의 새로운 기원을 만들어 보려고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김감독은 “배우와 스텝들이 혼신을 다해 만들었고 촬영 하루 하루가 전투였다. 뼈와 뼈를 부딪치는 고생을 통해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담아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깐느를 거쳐 최종 도착점은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었다.”는 김 감독은 “욕망과 꿈을 쫒아 달려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먼저 보였으면 하는 생각에서 편집을 마쳤다.”는 바램을 전했다. 영화에 쓰인 CG에 대해서 김 감독은 “잊혀젔던 아날로그적인 박진감을 구현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CG는 와이어 줄을 없애는 보조적인 정도로만 사용했고 액션 장면은 배우와 스텝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연기해 완성해냈다.”고 덧붙였다. ‘조용한 가족’, ‘반칙왕’, ‘달콤한 인생’ 등 끊임없이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김지운 감독은 한국에서는 꿈꾸지 못한 웨스텐을 만들겠다는 상상력으로 ‘놈놈놈’을 완성해냈다. 1930년대 일제 강점기 만주를 배경으로 각자의 생존 방식을 터득한 태구(송강호 분),창이(이병헌 분), 도원(정우성 분)이 운명처럼 만나 정체 불명의 지도를 둘러싸고 벌이는 대추격전을 그린 ‘놈놈놈’은 오는17일 개봉한다. 서울신문 NTN 정유진 기자 jung3223@seoulntn.co.kr /사진=한윤종, 조민우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서커스, 예술이고 환상이다

    서커스, 예술이고 환상이다

    대나무 막대기 끝에서 100개의 접시가 핑글핑글 돌아간다. 각기 다른 무늬와 색의 회전은 마치 꽃밭이 펼쳐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공중에는 칠흑 같은 밤 유성이 떨어지듯 365개의 공이 날아다닌다.1만 2000개의 코르크 마개가 한여름 시원한 소나기처럼 쏟아져내린다. 공중으로 치솟았던 배우들은 하늘이 삼켜버린 듯 훌쩍 사라진다. 캐나다 대표 서커스단체인 서크 엘루아즈의 하늘 3부작 ‘노마드´ ‘레인´ ‘네비아’가운데 ‘네비아´(이탈리아어로 안개라는 뜻)가 9∼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화려하게 선보인다. 지난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초연했고,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이번에 우리나라를 찾는다. ‘네비아’의 연출가 다니엘 핀지 파스카(44)는 이번 작품에서 작·연출·조명 등 1인 3역을 맡았다. 스위스 출신인 파스카는 체조를 배우면서 서커스에 첫발을 내디뎠다. 안무가·곡예사로도 활동하는 그는 서정적인 이야기와 조명을 이용한 극적 효과 연출이 주특기.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 폐막식과 지난해 ‘퀴담’으로 국내 공연 흥행1위를 기록한 태양의 서커스의 최신작 ‘코르테오’(2005)를 연출하기도 했다. 4일 오후 전화 인터뷰로 만난 그는 “곡예는 역사의 여명에서 시작된 오래된 예술이자 신을 향한 인간의 응답”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보도의 가장자리를 걷거나 뛰어오르는 것도 서커스의 원형이죠.” 대형 뮤지컬이 득세하고 있는 공연시장에서 ‘서커스’는 옛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파스카는 이에 대해 “현재의 서커스는 과거와 전혀 다른 것”이라고 못박았다. “서커스는 새로운 변혁기로 전환점을 맞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프랑스에서 시작돼 캐나다를 거쳐가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죠. 새로운 무대 메커니즘과 애크러배틱 퍼포먼스로 과거보다 더 풍성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최근의 서커스 성공 요인은 예술적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키기 때문이지요.” ‘네비아’는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은 주인공 곤잘로가 기억에서 건져올린 유년기의 친구, 연인들에 대한 단상을 하나의 이야기로 묶었다. 죽은 친구는 살아나고, 물고기는 날고, 마을에서는 축제가 벌어진다. 그의 공연에는 유독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건들이 많다. 이번 공연에서 사용되는 코르크 마개 외에도 그간 감자가루, 깃털, 눈 등을 사용했다. 그는 “영감의 근원은 꿈에서 온다.”고 말했다. 유독 꿈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장면이나 비행, 하늘과 관련된 이미지가 많이 등장한다는 것. 증조부 때부터 사진사였던 집안 내력 때문에 빛에 대한 감식안도 남다르다. 암실을 놀이터 삼았던 연출가는 “어린 시절의 시각적 경험과 상상력이 시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자신의 연출 스타일을 만들었다.”고 밝혔다.“어린 시절 할머니 집에 있을 때 안개가 끼면, 현실이 아닌 환상적인 장소로 이동하는 것 같았어요. 안개만 끼었을 뿐인데 꿈이 현실로 이뤄진 듯한 느낌이 들었죠.” ‘네비아’는 과연 한국관객들에게 어떤 인상을 남길까. 그는 “한국 관객은 로맨틱한 감수성을 지녔다.”면서 이 점이 ‘네비아’와 맞닿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제가 아는 한국인들은 자신의 가족과 조상에 대한 기억이 매우 선명하고 가족과의 연결이 매우 강합니다.‘네비아’는 유년기의 기억과 가족,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죠. 그래서 한국인의 정서와 꼭 맞을 거라는 기대가 드네요.”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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