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상상력
    2026-08-13
    검색기록 지우기
  • 입주자
    2026-08-13
    검색기록 지우기
  • 수상자
    2026-08-13
    검색기록 지우기
  • 사업 지연
    2026-08-13
    검색기록 지우기
  • 조정안
    2026-08-13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352
  • 160억원짜리 피규어… 예술인가? 비즈니스인가?

    160억원짜리 피규어… 예술인가? 비즈니스인가?

    160억원에 팔린 사람 크기의 피규어가 있다? 생존 작가 가운데 아시아 최고 작품값,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가격에 작품이 팔리며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작가가 있다. 2002년 루이비통과의 협업으로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며 ‘오타쿠 문화’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고 있는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 ‘예술인가 비즈니스인가’라는 논란 속에 서 있는 그를 오는 11일 오후 11시 30분 KBS 1TV ‘문화 책갈피’에서 만나본다. ‘이상은의 그림+여행’ 코너에서 가수 이상은이 그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서울 중구 플라토미술관을 찾아나선다. 캔버스 가득 명랑하게 웃고 있는 꽃들, 미키 마우스를 닮은 괴상한 표정의 캐릭터부터 성인 애니메이션에 나올 것만 같은 미소녀 인체 모형까지…. 다카시의 작품들은 미술이라고 불러도 될지 의문스럽기까지 한 파격적인 작품으로 미술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하지만 명랑해 보이는 그의 작품 속에는 일본인들의 트라우마가 숨겨져 있다. 가수 이상은은 4차원 방송인 사유리를 만나 다카시의 작품에 숨겨진 일본인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그의 상상력 원천을 찾아 그림 여행을 떠난다. 가수 김창완은 “생활 속 모든 것이 예술”이라는 아티스트 최정화의 집을 찾아 유쾌한 ‘예술 수다’를 나눈다. 최정화는 빨강, 초록 등 화려한 소쿠리들을 쌓아 만든 설치 작품부터 탑을 그대로 본떠 싸구려 금칠을 한 작품까지 예술의 의미를 확장시킨 한국 현대미술 1세대다. 이 때문에 그는 수많은 비엔날레와 해외 전시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익살스럽고 밝은 색채로 빛나는 그의 작품들은, 전통적 예술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며 대량소비시대 사회의 모습을 담아 가장 한국적인 팝아트라는 평을 받고 있다. 작품의 예술적 원천을 좇아 집 자체가 유쾌한 예술인 그의 공간을 찾았다. ‘사물의 재발견’ 코너에서는 수많은 중독자를 거느린 커피의 모든 것에 대해 알아본다. 1930년대의 모던걸, 모던보이라 불리던 지식인들도 한 끼 밥값보다 비싼 커피를 즐겨 마셨다. 특유의 중독성으로 한번 맛을 들이면 끊을 수 없어 ‘악마의 유혹’으로도 불리는 커피는 예술가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아 멋진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커피 원두로 멋진 명화를 만들어내는 작가부터 대작곡가 바흐의 커피 칸타타까지 각종 문화를 탄생시키며 인간과 함께해 온 커피의 다양한 얼굴을 만나본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미래부 우주기술 아이디어 시상

    미래창조과학부는 1일 ‘우주기술 산업화 및 신산업 창출을 위한 대국민 아이디어 공모전’ 수상자 12명을 선정해 시상했다. 최우수상을 받은 염중환씨는 현대자동차 직원으로 우주탐사 차량의 바퀴 구조와 구동 방식을 지게차와 산업용 차량에 적용하는 아이디어를 인정받았다. 주부 이주희씨는 2학기부터 실시되는 중학교 대상 자유학기제에 대비, 우주산업 진로 체험장을 마련하고 자유학기제 파견교사를 양성하자는 아이디어로 우수상을 받았다. 장려상은 나로호를 과학 융합 교육과정용 완구로 개발하는 방안을 구상한 이광준(바른하늘 근무)씨와 우주산업 관련 기업을 ‘우주산업체’로 등록해 군 대체복무 업체지정 같은 정부 지원을 하자고 제안한 김용훈(자영업)씨에게 돌아갔다. 이 밖에 인공위성을 활용한 3D 지리교육 콘텐츠 개발을 내세운 한국외고 정재현군 등 8명이 입선했다. 수상한 아이디어는 곧 개통할 미래부의 ‘창조경제 종합포털’에서 홍보 및 거래 중계 서비스를 받게 되고, 우주기술 산업화 육성대책에도 반영된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공모전을 계기로 국민 누구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제안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정책에 반영해 창조경제 실현이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기고] 지식재산, 창조경제를 담는 그릇/김영민 특허청장

    [기고] 지식재산, 창조경제를 담는 그릇/김영민 특허청장

    최초의 건조방식 음식물쓰레기처리기는 평범한 40대 주부가 처음으로 아이디어를 냈다. 그녀는 아이디어에 그치지 않고 실행에 옮겨 2년 만에 시제품을 개발했고, 특허와 디자인을 접목해 ‘냄새 안 나고 예쁜’ 음식물쓰레기처리기를 탄생시켰다. 지난 2003년 출시된 이 제품은 100만대가 팔리면서 돌풍을 일으켰고, 이제는 신축 아파트 부엌의 기본품목이 됐다. 두 아이를 둔 엄마로 직장과 가사일을 병행하던 30대 여성이 걸레질을 좀 더 편하게 해보고자 떠올린 아이디어는 그 유명한 ‘스팀청소기’의 시작이었다. 2001년 국내 최초로 스팀청소기 특허를 획득한 것을 시작으로 사업을 본격화해 현재 미국·중국 등 1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정부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창조경제’(The Creative Economy)에 대해 개념이 모호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두 사례는 어려워 보이는 창조경제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창의적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과학기술, 정보통신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생겨나게 함으로써 경제를 튼튼히 하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게 창조경제의 취지다. 상상력과 창의성이 창조경제를 만드는 재료라면, 지식재산은 이를 담는 그릇이다. 창조경제를 처음 주창한 영국의 경영전략가 존 호킨스는 “창조경제를 위한 유통화폐는 지식재산이며, 지식재산이 없는 창조경제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창의적 아이디어라도 이를 특허나 디자인권과 같은 지식재산권이란 그릇에 담아내지 못하면 그냥 새어 사라져 버릴 것이다. 창조경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연구개발(R&D)·사업화·시장에 이르는 기업의 ‘가치사슬’과 관련된 생태계가 잘 작동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식재산 생태계가 이들 생태계와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동되느냐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허청은 최근 산업계·학계·관련 단체 등 각계각층의 의견과 목소리를 수렴해 지식재산 기반 창조경제 실현전략을 마련했다. 우선, 지식재산 생태계 자체 역량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모든 심사 서비스를 재설계하고, 등록 거절 여부를 판단하기보다 출원인과 심사관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특허를 ‘만들어 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꾼다. 둘째, 지식재산 생태계와 아이디어·연구개발·사업화·시장 등 타 생태계의 상호 연결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 교육 기관과 함께 지식재산에 강한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고, 지식재산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혁신할 것이다. 셋째, 지식재산 서비스 생태계 구축을 통해 창조기업의 성장을 촉진하고, 지식재산 정보의 개방·공유 확대를 통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미국의 저명한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그의 저서 ‘마지막 통찰’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도 지식재산 기반의 창조경제를 통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경제를 부흥시킨다면 국민이 행복할 미래가 멀지 않으리라 기대해 본다.
  • 내가 만든 3D 자동차 보실래요 제가 지은 잡스 스토리는 어때요

    내가 만든 3D 자동차 보실래요 제가 지은 잡스 스토리는 어때요

    지난 주말 혹시 놀이동산에서 바이킹을 타는 자녀를 위해 롤러코스터 대기 줄을 섰다면, 한 주만 더 수고해 보자. 아마 이번에는 자녀가 영국에서 온 과학자 4명과 공연예술가 1명이 함께 펼치는 ‘과학 강의쇼’를 보는 동안 로봇 씨름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줄을 서야 할 것이다. 아이 스스로 설계해 3D 프린터로 만든 자동차 모형 시제품을 들고 돌아오는 길, “내년에 또 올 거죠?”라는 말에 벌써부터 진이 빠질 수도 있다. 그래도 “과학이 재미있어요”라는 웃음소리에 피로는 사라질 것이다. 게다가 모든 프로그램이 공짜이고, 학교에 제출할 창의체험 활동 확인서도 받을 수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하는 ‘2013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이 30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엿새 동안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다. 올해로 17회째인 이번 축전은 ‘과학, 상상의 날개를 달다’라는 주제로 300여개 기관이 참여해 400여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국내 최대 규모의 과학 체험 행사이다. 올해에는 ▲무한상상월드 ▲창의도전 콘서트 ▲스타트업 워크숍 등 3가지 테마로 구성돼 과학체험 프로그램과 강의, 이벤트 등이 행사장 곳곳에서 펼쳐진다. ▲정보통신 ▲에너지·재료 ▲환경·생명 ▲기초과학 ▲국방·기계·건설·교통 ▲수학 ▲융합 등 7개 분야에 맞춰 관련 연구기관과 프로그램을 묶어서 전시한 게 이번 축전의 특징이다. 요일별 행사일정은 과학축전 홈페이지(http://festa2013.kofac.re.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흥서 창의재단 과학문화사업실장은 29일 “참가자들의 상상력을 실현시키는 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면서 “직접 화학 실험을 하고 로봇을 작동시키고, 국내외 유명인들의 강의를 들으며 과학과 창조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과학축전의 백미 중 하나인 무한상상월드의 무한상상공작소는 참가자가 고안한 아이디어를 3D프린터와 레이더커터 등 첨단 디지털기기로 구현하는 프로그램이다. 참가자가 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공학도들이 즉석에서 공학설계를 한 뒤 시제품까지 함께 제작한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OSEP연구소가 3D프린터로 안경이나 미니자동차 설계를 도와주고, 전기자동차와 전자책(e북), 인터렉티브 LED 조명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이 밖에 박사 4명과 예술가 1명으로 구성된 영국 NTU팀이 과학 강의쇼를 선보이고, 스티브 잡스의 일대기를 소재로 성공·실패의 순간을 관객들이 직접 선택해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과학연극 ‘내가 만드는 스티브 잡스’에 참여할 수 있다. 영화 ‘건축학 개론’의 이용주 감독과 가수 강원래가 성공담을 들려주는 스타트업 토크콘서트 강사로 나서고, 영화 아이언맨을 소재로 과학자·개그맨·평론가가 과학토크 배틀을 펼치는 과학기술앰배서더 꿈틀 과학 콘서트를 관람할 수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홍석우 딴생각] 이문세 애국가와 국가경쟁력

    [홍석우 딴생각] 이문세 애국가와 국가경쟁력

    “첫 곡은 ‘애국가’였다. 이문세의 지휘에 맞춰 5만명이 합창했다. 이보다 유쾌하게 ‘애국가’를 부른 기억이 있었을까.” 얼마 전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있었던 ‘대한민국 이문세’ 공연에 대한 모 일간지의 기사 내용이다. 잠실 경기장 공연을 가는 것이 내 나이에 부담이 되지만, 50대 가수 이문세의 공연이라면 야광봉을 흔드는 내 모습도 그리 어색하지는 않겠기에 용기를 내어 그 자리에 갔다. 김범수·윤도현이 이문세와 함께 부른 ‘그녀의 웃음소리뿐’이 좋았고, 통기타를 들고 혼자 부른 ‘옛사랑’은 더 좋았다. 그러나 5만명이 합창한 ‘애국가’의 감동은 잊을 수가 없다. 신문 기사처럼 ‘애국가’도 이렇게 유쾌하게 부를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는 게 더 좋아졌다. 우리도 ‘국민의례규정’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많은 행사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는 행사 초기 어수선한 가운데 그냥 순서로 지나간다. 애국가 제창도 반주가 성악가의 음높이에 맞춰져 있어 그런지 목청을 높여 불러야 하는데 점잖은 행사장에서 갑자기 그러기도 쉽지가 않다. 그래서 한 옥타브를 낮춰 부르다 보면 아주 저음으로 깔리는 부분이 나오게 된다. 애국가 제창을 마치면 힘이 솟기보다 허전해지는 것은 왜 그럴까. 그러다 이문세 애국가를 부르니 신이 났다. 음악회가 아니고 행사장이라 해도 참석자들이 애국가를 소리 높여 즐겁게 부르게 할 방법이 없지 않을 텐데 나부터도 그런 노력을 해 본 기억이 없다. 중소기업청장 시절이던 2009년 독립기념관의 삼일절 기념식 기억이다. 애국가를 4절까지 제창하는 동안 내 생각은 이렇게 변해 가지 않았을까 싶다. 1절을 부를 때에는 ‘그냥’ 애국가구나 그랬다. 2절을 부를 때에는 오랜만에 2절까지 부르는구나, 3절을 부를 때에는 내가 대한민국 사람이구나 느꼈고, 4절을 부를 때쯤에는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조국을 위해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라고 생각했다. 물론 행사를 마치고 서울에 도착할 때 그 감흥은 원래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그러나 ‘이런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느낌이 체화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큰 비즈니스는 철학에서 나온다는 말처럼 내가 중소기업청장으로서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되지 않을까, 우리 직원들도 그러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출발한 것에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보태 ‘직원이 부른 애국가’ 동영상을 만들었다. 직원 3명이 각각 1, 2, 3절을 부르고 4절은 함께 부르는 방식이었다. 희망자를 모집했더니 의외로 많아서 실력 테스트를 별도로 해야 했다. 화면은 중소기업청의 이런저런 모습을 담았다. 처음에는 4절까지 부르는 것이 어색했지만 동료들의 목소리와 우리 모습이 화면에 나오면서 애국가가 많이 즐거워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애국가 동영상을 자체 제작한 지방청도 몇 군데 생겨났다. 지금은 수요자 중심의 시대다. 모든 분야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국민의례에도 그런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지금은 감성 시대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인문학적 상상력을 중요시하고 있는 것은 그렇기 때문이다. 우리가 애국가를 즐겁게 부른다면 결국 국가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다. 규제개혁이나 공정경쟁 강화뿐만 아니라 애국가를 즐겁게 부르는 것도 국가경쟁력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행사 주체 측도 애국가를 즐겁게 부르도록 하는 게 득이 된다고 생각해야 한다. ‘시간관계상’ 애국가 제창은 생략하는 대신에 축사 한 명 줄이고 2분 30초에 불과한 애국가 4절까지 즐겁게 부르게 하는 게 현명하다. 회사의 사가도 즐겁게 불러야 하지만 직원들이 애국가를 즐겁게 부른다면 업무 효과가 더 좋아지리라는 생각을 최고경영자(CEO)도 해야 한다. 지난주 성남공단의 어느 중소기업을 방문해 애국가 얘기를 나누었더니 사장님이 직원들에게 지시를 한다. “우리도 애국가 동영상을 만들어 다음 기회에는 4절까지 부릅시다.” 난 그 기업이 더 클 것으로 믿는다. 큰 비즈니스는 철학에서 나오니까.
  • [열린세상] 상상력은 자유롭지 않다!/정재서 이화여대 중문과 교수

    [열린세상] 상상력은 자유롭지 않다!/정재서 이화여대 중문과 교수

    요즘 상상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처세나 경영을 다룬 서적에서 특히 창조적 아이디어를 강조할 때 꼭 빠뜨리지 않는 언급이 상상력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동 교육에서는 상상력을 길러줘야 한다는 당부가 필수적이라 할 정도이다. 모두 지당한 의견들이라 하겠다. 그러나 ‘상상하는 동물’로서의 인간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과거에는 상상력보다는 냉철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더 바람직하게 여겨졌다. 이제 바야흐로 이성보다는 감성, 논리보다는 상상력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류에 맞추어 ‘상상하는 동물’이 되고자 할 때 한 가지 의문이 든다. 흔히들 상상력은 자유롭다고 하는데 ‘과연 그러한가?’ 하는 문제이다. 내가 마음대로 머릿속에서 그리고 꿈꾸는 것이 자유롭지 않으면 무엇이 자유롭단 말인가? 머리를 열심히 굴리면 내가 모든 것을 상상할 수 있으니 바로 이것이 상상력의 자유로움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당연히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순진한 생각이다. 상상력에도 정치학과 경제학이 작동한다. 상상력은 이제 중요한 산업적 자원이 되었다. 기발하고 재미있는 상상력을 담은 스토리를 가공하여 게임·영화·애니메이션·만화·드라마 등을 만들어 내는 산업, 이른바 문화산업은 오늘날 유망한 국가 성장동력 산업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이 문화산업은 상상력에 대한 우리의 순진한 생각을 뒤집어 놓는다. 가령, 세계를 지배하는 할리우드 문화산업은 글로벌 시대에 접어들면서 백인 소녀의 우상인 백설공주만으로 더 이상 전 세계 소녀의 환심을 사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게 해서 내놓은 작품이 ‘뮬란’이다. 뮬란은 늙은 아버지를 대신하여 남장하고 종군했다는 중국의 효녀이다. 디즈니사는 이 작품을 만들어 아시아권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흥행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뮬란’에서 디즈니사는 신령스러운 용을 하찮은 도마뱀 정도로 묘사하고 중국처녀 뮬란을 백인 남성들이 좋아하는 일본 게이샤 이미지로 바꾸어 놓았다. 동양의 상상력을 자신들 서양의 스타일로 재가공해서 역수출한 것이다. 이렇게 변조된 상상력은 막강한 할리우드 문화산업의 영향력에 의해 우리에게 저항 없이 주입된다.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시리즈’ 등 서양 상상력의 대작들도 마찬가지이다. 서양의 신화나 전설에서 용은 줄곧 사악하거나 별 볼일 없는 동물인데, 이러한 인기 높은 대작들 속에서 부정적으로 묘사된 용에 대한 이미지는 가뜩이나 일찍부터 그리스 신화와 안데르센 동화에 길들여진 우리 아이들의 뇌리에 여지없이 각인되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 중 일부는 용이 나쁜 동물이라고 상상하게끔 되었다. 상상력의 전도라 할 이 현상은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상상력이 마냥 자유롭지만은 않구나 하는 깨달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차제에 상상력의 정체성 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요즘 유행하는 판타지 문학의 내용을 살펴보면 그 실상이 드러난다. 상상력의 결정이라 할 판타지에도 민족별 정체성이 존재하고 그것이 뚜렷할수록 문화산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즉, 서양 판타지에서는 마법이나 기사에 대한 상상력이, 동양 판타지에서는 중국의 경우 도술이나 무협에 대한 상상력이, 일본의 경우 요괴에 대한 상상력이 각기 독특한 내용과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의 판타지는 아직 고유한 특성을 구현하고 있지 못하다. 대부분 서양 마법담이나 중국 무협담, 일본 요괴담의 내용과 분위기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실정이다. 이것은 우리의 상상력이 문화산업에서 우위에 있는 서양이나 일본, 그리고 엄청난 전통문화의 자원을 지닌 중국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보여준다. 용을 나쁜 동물로 상상하는 아이들이 생겨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어른들은 용꿈을 꾸기라도 하면 당장 복권을 사러 갈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상상력이 자유롭다는 미신에 사로잡혀 우리 상상력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지금의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용꿈을 꿀 때 복권을 사러 가기는커녕 “재수 없다”고 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 [기고] 문화융성위원회 출범에 거는 기대/조현재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기고] 문화융성위원회 출범에 거는 기대/조현재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속도가 아닌 방향, 양적 성장이 아닌 삶의 질에 대한 관심과 성찰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와 아마르티아 센 등이 함께 펴낸 ‘GDP는 틀렸다’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생활이 어려워지는 데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새로운 경제지표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한다. 히말라야 산중에 자리한 부탄의 국민행복지수가 세계 1위라는 유럽신경제재단의 조사 결과는 물질 중심의 경제성장에 대한 반성과 맞물려 반향을 일으켰다. 우리는 그동안 개인의 행복보다는 ‘더 빨리, 더 많이, 더 크게’를 외치면서 몸집을 키우는 데 사회의 에너지를 쏟아왔다. 그 결과, 눈부신 경제성장은 이룩했지만 한편에선 피로, 불안, 위험, 높은 자살률 등의 우울한 그림자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국민행복지수가 하위권에 머문다는 뉴스가 몇 년째 되풀이되고 있다. 정부가 국정기조 중 하나로 제시한 문화 융성은 이 같은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문화를 통해 삶의 질과 행복의 수준을 높이고 소통, 신뢰, 배려, 다양성 존중 등의 문화적 가치를 확산해 살기 좋은 공동체를 복원하자는 것이다. 문화 융성은 국민 다수가 예술을 즐기는 차원을 넘어 정책에 국민행복과 문화적 가치가 우선 고려될 수 있도록 하려는 경제, 사회발전 패러다임의 전면적 변화를 내포한다. 문화는 개인의 정신적 삶을 살찌우며, 건강한 개인이 모인 공동체에는 타인을 배려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여유가 생긴다. 정부는 이러한 명제를 실현하기 위해 지역·연령·계층에 상관없이 누구나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예술인들이 걱정 없이 재능과 열정을 펼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창작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상상력과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산업을 창조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콘텐츠코리아랩’ 설치와 ‘위풍당당 콘텐츠 펀드’ 조성 등 구체적 실행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큰 틀에서는 전 부처 정책이 신뢰, 배려, 나눔 등 문화적 가치를 담을 수 있도록 부처 간 협업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새뮤얼 헌팅턴은 저서 ‘문화가 중요하다’에서 문화가 정치·경제에 미치는 중요성을 역설했다. 1960년대 초 경제사정이 비슷했던 우리나라와 아프리카 가나의 상황을 비교하면서 한국인들이 중시해온 예절, 검약, 근면, 교육 등의 문화적 가치가 현재와 같은 차이를 가져온 요인이었다는 분석이다. 2013년 우리는 행복한 삶을 위한 해법 찾기에 나섰다. 대통령 직속자문기구인 문화융성위원회가 이러한 기대를 안고 출범했다. 문화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정책으로 연결할 수 있는 소통 통로다. 문화 융성은 국가 주도의 프로그램 공급으로 되어서도 안 되고, 그렇게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도 없다. 국민들의 자발적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내는 데 있어 적극적인 문화융성위원회의 역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물질적 기준만이 아니라 악기를 다룰 수 있는지, 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지 여부가 중산층을 정하는 자연스러운 기준이 될 날이 머지않아 오기를 기대해 본다.
  • [기고] 지속적 창조경제의 기초는 제조업·기초과학이다/‘창조경제’ 저자 차두원 과기평가원 정책기획실장

    [기고] 지속적 창조경제의 기초는 제조업·기초과학이다/‘창조경제’ 저자 차두원 과기평가원 정책기획실장

    지난해 런던올림픽 개막식을 통해 영국은 창조산업 원조라는 자존심과 자신감을 과시했다. 1997년 토니 블레어 총리가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한 미디어, 디자인, 콘텐츠 중심의 창조산업은 고든 브라운, 현재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에 이르러서도 핵심 성장 동력이다. 영국 정부는 오랜 기간 적극적인 창조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고, 당연히 영국의 창조경제는 주요국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영국에서는 고용창출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확신하던 창조산업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2011년 문화미디어스포츠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07년 전체 고용의 7%인 200만명 수준의 창조산업 고용이 2010년 전체 고용의 5%인 150만명 수준으로, 같은 해 15만 7000여개에 달했던 창조기업도 2011년 10만 6700개로 급감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기간 동안 창조산업 고용의 25%, 기업의 32%가 사라진 것이다. 남동지역개발청은 2007년과 동일한 고용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2020년은 돼야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영국의 전통적 성장동력인 금융산업과 제조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창조산업을 정부 차원에서 오랫동안 성장동력으로 육성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피해 가지 못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우리나라 창조경제는 국가경제와 고용의 10% 내외를 목표로 했던 영국과는 다르다. 우리 정부가 제시하는 창조경제 사례와 정책들은 경제적 가치와 일자리 창출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애플과 페이스북의 ‘앱경제’와 ‘플랫폼 경제’, 이스라엘의 ‘창업경제’, 문화·콘텐츠 중심의 창조경제, 산업경제, 디지털경제, 서비스경제, 지식경제 등을 모두 포괄한다. 창의성과 상상력 활용을 강조하고 새로운 일자리와 경제적 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점은 동일하다. 지난 4월 영국 국립과학기술예술재단이 발표한 성명서를 보면 우리가 한 번쯤 고민할 내용들을 담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과학·수학·인문학과 함께 기술·예술·디지털기술 교육 기회 부여, 창조경제에 적합한 조세 경감에서 구매 조달까지 정책수단 설계, 창조적 혁신 시스템 프레임워크 구축을 통한 전략적 우선순위 검토, 비즈니스와 금융제도의 창조기업 차별 방지를 위한 정부의 역할 등이 핵심적으로 거론됐다. 지속 발전이 가능한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교육, 조세, 금융, 과학기술 등 국가 혁신 생태계 구성 요소를 강화하고 유기적 상호작용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제조업과 기초과학이다. 영국은 제조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캐머런 총리는 산업 클러스터 조성과 제조업의 부활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이 자타가 공인하는 전통적 기초과학 강국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창조경제를 표방하는 나라의 공통점은 자국 기업들의 해외 생산기지를 자국으로 귀환시키는 리쇼링 강화를 위해 기업환경을 개선하고, 기업과 벤처 캐피털이 감당할 수 없는 기초연구 강화를 통해 시장원리를 보완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창조경제를 위해 정부의 고민은 계속돼야 한다.
  • [영화 프리뷰] 佛 만화 원작 ‘설국열차’

    [영화 프리뷰] 佛 만화 원작 ‘설국열차’

    ‘설국열차’는 하나의 세계다. 제작비 450억원으로 빚어진 이 세계의 창조주는 봉준호 감독이다. 야심은 깊고 거대하다. 야심만큼 선로는 깊게 파였고, 요철 위의 열차는 그래서 때로 불안하게 덜컹거린다. 열차의 입구에는 이런 경고문이 붙어야 한다. ‘주의:이 열차는 당신이 기대하는 롤러코스터가 아닙니다.’ 2014년 인류는 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특수 화학물질을 살포한다. 대기가 이상 반응을 보이면서 지구는 완전히 얼어붙는다. 살아남은 인류는 유일한 생존 공간인 기차에 올라탄다. 17년 뒤 꼬리칸과 머리칸으로 구분된 기차는 철저한 계급사회가 돼 있다. 머리칸의 승객들은 호화로운 삶을 누리지만 꼬리칸의 사람들은 폭력과 굶주림을 견뎌야 한다. 커티스(크리스 에번스)는 폭동을 준비한다. 목표는 열차의 주인 윌포드(에드 해리스)가 있는 엔진칸을 차지하는 것이다. 꼬리칸의 정신적 지도자인 길리엄(존 허트)과 기차에서 자란 10대 에드가(제이미 벨), 머리칸에 아들을 빼앗긴 타냐(옥타비아 스펜서) 등이 함께 반란을 이끈다. 여기에 기차의 보안 설계를 담당한 남궁민수(송강호)와 그의 딸 요나(고아성)가 동참한다. 물론 계획이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열차의 2인자인 메이슨(틸다 스윈턴)과 그의 부하들이 앞을 가로막는다. ‘설국열차’는 프랑스 만화를 원작으로 한 SF(공상과학) 영화다. 바꿔 말하면 액션물의 쾌감이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류의 물량 공세보다는 감독의 영화적 상상력과 세계관이 더욱 중요한 영화다. 칸칸마다 보여지는 이미지의 향연은 경이롭다. 영화는 어둡고 음습한 꼬리칸에서 시작해 감옥칸과 식물칸, 교실칸을 지나 차갑고 우아한 엔진칸에 다다른다. 개별 공간의 구성은 물론 화면 톤과 촬영 방식도 모두 다르다. 그러나 여기에서 감독의 세계는 관객의 기대를 배반한다. 이미지는 놀랍지만 이야기는 다소 늘어진다. 반란의 동력이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영화적 긴장감도 떨어진다. 꼬리칸 사람들에게는 쉽게 감정이입할 수 있지만 어딘가 나사가 빠진 듯한 머리칸 승객들의 심리는 아무래도 이해하기 어렵다. ‘설국열차’는 감독의 깊은 영화적 세계를 두루 보여주는 완행열차이지만 짜릿한 급행열차는 아니다. 주·조연 할 것 없이 배우들의 호연은 압도적이다. 특히 틸다 스윈턴의 연기는 그 모두의 위에서 가장 눈부시다. 125분. 8월 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한글과 그림으로 ‘새김아트’ 개척한 현대 전각예술가 고암 정병례

    [김문이 만난사람] 한글과 그림으로 ‘새김아트’ 개척한 현대 전각예술가 고암 정병례

    영국의 극작가이자 소설가 버나드 쇼의 묘비에는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우리말 ‘새기다’는 참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가슴에 새기다’ ‘마음에 새기다’ ‘아로새기다’ 등의 뜻도 있지만 어떤 무늬나 글자, 형상을 정교하게 새긴다는 등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 하여 물 위에, 달빛에, 시공을 뛰어넘어 삼라만상의 모든 유형과 무형에 새로운 생명을 얼마든 새겨 넣을 수 있다. 어떻게?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담아서다. 끝없는 상상력으로 허상과 실상을 아름답게 조화시킨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고 정(靜)에서 동(動)으로 변화시킨다. 이른바 ‘새김아트’이다. 고암 정병례(66)는 전통 전각의 틀을 깨고 ‘새김아트’라는 새로운 예술분야를 개척한 주인공이다. 전통 전각예술을 문자와 디자인을 조합해 재해석한 현대 전각예술가, ‘새김아티스트’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 특징은 물질적인 요소와 정신적인 요소들을 포함해 포괄적인 개념으로 접근, 문자와 회화 등의 기법이라는 새로운 전각예술의 장르로 확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의 작품이 대중들에게 익숙한 것은 1999년 지하철 역사 게시판의 ‘풍경소리’를 비롯해 KBS 드라마 ‘왕과 비’와 ‘광개토태왕’ 등의 타이틀, MBC 방송연예대상 오프닝, 서울드라마어워즈 무대세트, 2008 베이징올림픽 타이틀 애니메이션(MBC) 등 각종 이벤트와 제품의 로고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뿐만 아니다. 그는 35차례의 개인전과 110여 차례의 단체전을 통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꾸준히 선보여 왔으며 특히 전각과 설치미술, 애니메이션, LED 등과 결합한 독특한 기법으로 끊임없이 예술의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전각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결합한 ‘아날로 디지털’로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는 중국과 타이완, 일본 등 우리나라보다 전각이 훨씬 발전한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대 법대, 그리고 여러 지자체에 소장돼 있으며 국내의 주요 인사는 물론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 등 여러 외국의 인사들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아울러 ‘천년의 멘토 고전을 만나다’, ‘마음새김’, ‘풍경소리’ 등 여러 권의 저서를 내는 등 글과 그림 외에도 ‘생각’을 연결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이자 전시실인 ‘새김아트’에서 정씨를 만났다.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자 세종대왕과 한글을 형상화한 작품 ‘하늘땅사람물불바람’이 눈에 들어왔다. 가로 36㎝, 세로 80㎝, 두께 11㎝의 돌에다 깨알같은 한글을 새겨 넣었다. 상형문자나 알파벳과는 달리 한글의 글씨 획을 축약하거나 중첩시켜 미니멀하고도 모던한 이미지와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롭게 다가왔다. 바로 옆에 진열된 비슷한 크기의 작품 ‘한글 금강경’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한글과 그림을 조화한 예술적 승화 작업에 얼마나 천착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했다. 잠시 후 전시실 앞마당에 작은 탁자와 의자가 있는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탁자 위에 이상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아무리 봐도 알 수 없었다. 궁금해하자 그는 탁자 위의 그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우리 한글의 자모 가운데 ‘ㅅ’을 중앙에 놓고 그 사이로 물고기 두 마리를 새겨 넣었다”면서 설명을 이어나간다. “색즉시공과 공즉시색을 나타낸 것입니다. 둘(ㅅ, 물고기)다 물질과 정신세계이며 현재와 미래, 음과 양, 허와 실을 뜻합니다. 허에서 실이 나오고 공에서 색이 나옵니다. 또 무에서 유, 음에서 양이 나오는 것이지요. 그걸 한꺼번에 새겨 넣은 셈이지요. 이것이 바로 개념미술입니다.” 비단 ‘ㅅ’에 그치지 않는다. 그가 잠시 일어서더니 주변에 흩어진 비슷한 크기의 여러 탁자들을 가리킨다. ‘ㄷ’ ‘ㅈ’ ‘ㅊ’ 등 한글 자모를 통해 그의 개념미술은 연작시리즈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까닭을 물었더니 “세종대왕처럼 세계에서 위대한 인물이 없다. 인문학적 소양이 너무 뛰어나다”고 대답한다. 또한 “오로지 한글만을 생각한 세종대왕을 떠올리면서 한글로 온몸을 토체화한 ‘하늘땅사람물불바람’을 완성했다”고 덧붙인다. 그러면서 한글, 그림, 조각(인물)이 합쳐진 ‘한글 새김아트’ 작품으로 세계 무대에 내보이기 위해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작업에는 한류스타를 앞세우겠다며 웃는다. 때문에 요즘 적당한 한류스타들의 캐릭터를 끄집어 내느라 바쁘단다. 한글과 한류스타를 어떻게 접목시킬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그가 추구하고 지향하는 ‘정고암의 새김아트’란 어떤 것일까. “암각화, 초형인, 민화 등 각각의 스토리텔링에다 단순미와 색채의 미학을 확대 재해석한 한국적 정서의 현대 종합예술”이라고 정의한다. 암각화는 원시사회의 친자연적 삶을 반영하고 있으며 순수한 자연인의 시선과 감성으로 수많은 스토리를 내포하고 있단다. 또 초형인은 동물이나 사물을 관념적 또는 추상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구상과 비구상을 넘나드는 형식이라고 설명한다. 물상뿐만 아니라 마음에 새기는 것 또한 ‘정고암 스타일’이다. 오늘은 시 한 자락, 내일은 농담, 모레는 세상에 대한 일갈을 돌 위에 올려놓는 ‘마음새김’인 것이다. “소문을 듣고 제가 하는 새김아트를 보기 위해 중국과 일본, 타이완 등의 전각 예술가들도 전시장에 왔다갔습니다. 전각을 이렇게 다양하게 확장시킬 수 있구나 하는 부분에 놀라워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 전남 나주 출신인 그는 어릴 적에 연이나 팽이를 만들고 부채에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가난 때문에 미술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 일찍 공장에 취직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예술적 재능을 포기할 수 없었다. 미술 전시 구경을 가는 날이면 가슴이 마구 뛰었다. 그때마다 나중에 꼭 예술가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노래솜씨가 좋아 한때 주위에서 가수를 권유받을 만큼 다재다능했다. 의류공장에 다니던 27살 때 우연히 마주친 한 인장(印章)에서 어떤 운명같은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 ‘인장은 왜 아랫면에만 새길까’라는 물음표를 던지면서 위아래, 옆면을 다 새기는 ‘3D입체’의 전각을 생각해 냈다. 이때부터 전각을 찾아나섰다. 전각에 관련된 자료를 뒤져가며 독학으로 각법을 익혀 나갔다. 원래 타고난 솜씨가 있던 터라 글씨와 그림, 조각이 어우러지는 방향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1983년 한국전각가회장을 역임했던 정문경 선생을 만나면서 정식으로 전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아울러 먹물이나 인주로만 찍어 흑백과 빨간색 위주로 표현하던 전각에 아름다운 오방색을 입혔다. 글자뿐만 아니라 그림도 새겼고 한글의 아름다움에 점점 빠져들어 갔다. 마침내 42살 때 첫 전각전시회를 하면서 본격적인 전각예술가의 길로 들어섰다. 45살에는 대한민국미술대전과 서예대전에서 각각 우수상을 받으면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추구하기 시작한다. 전각예술의 대중화와 현대화를 시도하는 그의 예술적 행보에 대해 ‘정통이 아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에 대해 그는 “대중을 전통예술 세계로 끌고 가려면 전통예술가도 대중성과 현대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면서 “수백년 전 예술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보다는, 현대의 새 패러다임을 새겨 넣는 게 진정한 전통계승이 아니냐”고 말한다. 2011년 한양대박물관에서 열린 ‘전각예술의 현대적 변용과 활용’이라는 전시를 통해 이 같은 비판을 잠재우며 ‘새김아티스트’로 확실한 도장을 찍었다. 조선왕조 오백년 작가 신봉승씨는 “정병례 선생은 글자뿐만 아니라 살아서 움직이는 듯한 그림까지 포함하는 회화성 미학으로 승화되는 정병례 특유의 세계를 확립했다”고 정씨의 저서 ‘마음새김’ 추천사를 통해 평가했다, 그는 전각을 시작하면서 스스로 3류도 아닌 5류 인생을 살았다고 말한다. 학교도 제대로 못 나온 데다가 학연이나 지연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기적 안목으로 시작했으며 본질적으로 자존감을 찾고자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어왔다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처음에는 외면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과거에는 혼자 무대를 만들고, 혼자 무대 위에서 배우가 됐으며, 혼자 관객이 됐다. 이제는 무대도 있고 관객도 있다. 앞으로는 연주만 하면 되지 않겠느냐, 그래서 한류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말했다. 선임 기자 km@seoul.co.kr ■고암 정병례는 독학으로 전각 공부·42살 첫 전시회… ‘새김 아트’ 창시자 전라남도 나주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서예와 그림 등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공장에 취직했다. 20대 중반 인장작업을 우연히 접하고 독학으로 전각 공부를 했다. 42살에 처음 전시회를 열었다. 이후 35회 개인전과 110여회 단체전에 참여했다. 최근 전시로는 광화문 세종이야기(2009년), 전각의 현대적 변용과 활용 새김아트(2011년, 한양대박물관), 한글 디자인 4인전(2011년, 토포하우스) 등이다. 주요 경력으로는 서울시립미술관 초대작가 겸 선정위원(1993년), 한국미술협회 초대작가(1996년~현재), 인천 가톨릭대 겸임교수(1998~2000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전각부분 심사위원장(2001년), 초중고 국정교과서 작품수록(2002년~현재), 새김아트 창시(2006년), 서울예술대학 시각디자인과 외래교수 역임(2008년), 한국미술저작권협회 이사(2009년~현재), 극동대학교 환경디자인과 교수(2011년~현재) 등이다. 주요 수상으로는 대한민국미술대전·대한민국서예대전 전각부문 우수상(1992년), 동아미술제특선(1993년), 전연대상전 대상(1993년), 대한민국 4대 국새공모전 인면부 우수상(2006년) 등이다.
  • 농촌으로 ‘유학’ 보냈더니… 경쟁 지쳤던 아이 얼굴에 ‘웃음꽃’

    농촌으로 ‘유학’ 보냈더니… 경쟁 지쳤던 아이 얼굴에 ‘웃음꽃’

    “내가 잡은 고추잠자리 좀 봐봐.” 지난 17일 충북 단양의 한드미 마을. 장난기 어린 얼굴을 한 남자 아이 셋이 나무 아래 모였다. 아이들의 눈이 향한 곳에는 고추잠자리가 날개를 파르르 떨고 있었다.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잠자리를 관찰했다. 잠시 뒤 아이들은 옆 계곡으로 자리를 옮겨 자그마한 손으로 계곡물을 떠서 마셨다. 임현영(11)군은 “배 아프지 않겠냐”라는 질문에 “물이 얼마나 깨끗한데요!”라고 활짝 웃었다.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자연과 호흡하고 있었다. 계곡과 산은 이미 아이들의 친구이자 선생님인 듯 보였다. 아이들이 농촌 지역을 방문해 6개월 이상 생활하는 농촌유학이 인기를 얻고 있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의 농촌유학시설은 2010년 24개소에서 2012년 37개소로 늘어났다. 유학생 역시 302명에서 464명으로 상승 추세다. 2007년 설립돼 농촌 유학의 원조격으로 불리는 단양 한드미 농촌유학센터 역시 처음보다 학생 수가 4배쯤 늘었다. 박종현(35) 생활지도교사는 “첫해 12명이었던 유학생들이 지금은 48명이나 된다”고 귀띔했다. 한드미 농촌유학센터는 일본의 산촌유학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2006년 당시 정문찬(58) 한드미 마을 대표가 농림부의 ‘1인1촌 전문가 컨설팅 지원사업’을 신청했고 마을을 방문한 김재현 건국대 환경과학과 교수로부터 일본의 산촌유학에 대한 조언을 받았다. 정 대표는 “산촌유학을 통해 젊은 사람의 유입이 시작됐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한드미 마을을 위해 적합한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농촌유학은 과도한 경쟁에 지친 도시 아이들의 쉼터로서 역할을 다 하고 있다. 경기 성남에서 충북 단양으로 온 지 2년 반 됐다는 김유석(11)군은 “성남에 있을 때 다닌 학원만 영어, 수학, 태권도 등 10개가 넘고 오후 2시에 학교가 끝나도 8시쯤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면서 “지금은 좋아하는 야구나 축구 같은 운동도 친구들과 실컷 할 수 있어 참 좋다”고 웃어 보였다. 인천에서 초등학교 5학년인 남동생과 함께 왔다는 홍영민(15)양도 “학생 간의 경쟁이 인천보다 훨씬 덜하고 활동량이 많아서 좋다”고 말했다. 실제 센터 내에서 어두운 낯빛을 한 아이를 찾아 보기는 힘들었고 유학센터는 시끌벅적했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앓거나 게임에 중독된 도시 아이들도 일부 있었다. 아이들의 하루 일과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채워진다. 이날은 초등학교 2~4학년을 대상으로 ‘미술심리 모니터링’ 수업이 진행됐다. 유학센터 근처 가곡초 대곡분교에서 아이들이 정규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였다. 단양에서 온 선생님을 중심으로 아이들이 빙 둘러앉았다. 선생님은 각자 아이들에게 태극기를 그리게 하고 태극 무늬가 가진 뜻을 질문했다. 아이들은 조그마한 입을 연신 움직이며 ‘하늘’, ‘물’과 같은 답을 내놨다. 이세정(27) 생활지도교사는 “‘영어로 배우는 사물놀이·민요교실’, ‘로컬푸드 요리교실’, ‘한드미 관악 빅밴드’, ‘한드미 자연 놀이터’, ‘농촌의 사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한드미 농촌유학센터의 자랑”이라고 했다. 센터의 활성화는 시골 마을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2007년 센터 설립 후에 아이들을 따라 귀농한 집만 해도 12곳에 이른다.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마을 곳곳에서는 허름한 집들을 새로 리모델링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부산에서 단양으로 온 지 7년 됐다는 정영광(33) 생활지도교사는 “체험 마을로 쓰던 숙박시설을 리모델링하는 등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젊은 사람들의 수가 많아지니 마을에 활력이 넘친다”고 전했다. 센터 직원들은 농촌이 아이들에게 창의력을 심어 줄 수 있는 좋은 장소라고 입을 모았다. “도시에 있는 학생들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학원 이곳저곳을 옮겨 다닌다. 그런데 농촌에 오면 생각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풀을 하나 뽑더라도 더 쉬운 방법을 찾게 되고 상상력을 나름대로 동원하게 된다. 이곳은 아이들이 창의력과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놀이터이자 공부터이다.” 단양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열린세상] 文·史·哲(문학·사학·철학)이 홀대 받는 야만의 나라/문흥술 서울여대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文·史·哲(문학·사학·철학)이 홀대 받는 야만의 나라/문흥술 서울여대 교수·문학평론가

    경기도 남양주 두물머리 쪽에 다산 정약용 유적지와 실학 박물관이 있다. 책을 읽다가, 혹은 글을 쓰다가 생각이 막히면 가끔 이곳에 들른다. 팔당호를 바라보고, 다산 유적지를 거닐다 보면 답답한 속이 확 트이고 헝클어진 실타래 같던 머릿속도 말끔하게 정리된다. 며칠 전에도 다산 유적지를 찾았다. 입구에는 다산의 ‘목민심서’ 내용이 새겨진 동판이 있다. 관리의 폭정을 비판하면서 수령이 지켜야 할 지침을 밝힌 이 저서에는 다산의 애민(愛民) 사상이 잘 집약되어 있다. 아마 다산 선생께서 요즘 정치꾼들을 보면 “쓰레기 같은 놈들. 모두 사라져 버려”라고 불호령을 내리리라 생각하면서 다산 묘소 입구 나무 그늘 의자에 앉았다. 바로 옆쪽 의자에서 40대로 보이는 아버지와 초등학생 딸이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들었다. 부녀는 다산의 일생, 다산이 살았던 조선 후기 사회상, 다산의 실학사상, 다산의 문학관 등에 대해 스크랩한 자료를 뒤지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모습이 아주 좋아 부녀의 대화가 끝날 무렵 다가가 인사를 했다. 부녀가 답사 여행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문득 아버지의 교육관이 궁금해졌다. 공학을 전공했다는 그는 어느 날 딸이 한국의 위인에 대해 물어보았는데 대답해 줄 말이 없어서 그때부터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책을 읽다 보니 현장 학습을 겸한다면 이만한 공부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답사를 다니다 보니, 교육은 문학과 역사와 철학이 근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한국의 문학과 철학과 역사에 대해 딸과 함께 공부하고 있으며, 올해는 한국의 실학사상가에 대해 알려고 직접 현장을 답사 체험하기로 계획을 세웠다고 했다. 곧 방학에 들어가면 가족과 함께 흑산도로 여행을 가 자산문화관을 방문해서 정약전의 삶과 사상에 대해 공부할 계획이라 했다. 답사 여행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딸과 사이도 가까워지고 공부를 대하는 딸의 태도도 훨씬 적극적으로 변했다면서 웃는 가장의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였다. 부모는 모두 자기 자식이 잘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자식이 어릴 적부터 영어 학원은 물론이고 각종 학원에 기를 쓰고 보낸다. 또 성적이 조금만 떨어지면 나무라면서 공부하라고 다그친다. 아이는 부모가 짠 일정표대로 로봇처럼 움직인다. 그 과정에서 창의적인 문학적 상상력도 잃어버리고,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역사적 뿌리도 망각하고,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지, 자신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삶의 철학도 정립하지 못한 채 기능적 지식인으로 전락한다. 그런 아이가 일류 대학을 나와 출세를 한들 뭐 하겠는가. 기껏해야 일신의 영달만을 생각할 뿐이다. 문학과 역사와 철학은 모든 학문의 근간이자,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려면 반드시 깨우쳐야 할 진리를 담고 있다. 글로벌 교육도 중요하지만, 내 아이가 훌륭한 인격체로 성장하기를 바란다면 문학과 역사와 철학 교육에 힘써야 한다. 수능시험만을 중시하는 한국의 교과 과정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철학은 아예 교과 과정에 없다.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국사는 교과 과정에는 있지만 교육 현장에서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더구나 진보와 보수가 이전투구를 하면서 교과서마저 누더기가 되어 버렸다. 문학은 그나마 대입 수능시험에서 차지하는 점수 비중 때문에 중시되지만, 이 역시 문제풀이식 교육으로 전락해 버렸다.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문학적 상상력에 대한 교육은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대학은 어떤가. 철학과는 이제 대학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대학에서 취업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를 올바르게 이끌어 나갈 전인적 인격체를 길러내는 것이다. 그것은 문학과 역사와 철학을 빼고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한국 대학은 이 문학, 역사, 철학을 개밥에 도토리로 취급하고 있다. 이러니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욕쟁이, 사기꾼 같은 사회 지도자급 인사들이 뻔뻔스럽게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다니는 모습이 개탄스럽다. 교육의 측면에서 한국은 야만의 나라이니까. 이런 나라에서 다시 다산 같은 사상가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건 헛된 꿈일 뿐이다.
  • ‘신비로운 새’에 유럽인들은 왜 열광했나

    ‘신비로운 새’에 유럽인들은 왜 열광했나

    상서롭고 고귀한 기품을 지닌 상상의 새, ‘봉황’(鳳凰). 모든 새의 우두머리로 추앙받으며, 조선시대 왕이 신하들의 조례를 받던 궁궐 정전의 천장에 그림으로 남겨졌다. 유럽에도 봉황에 버금가는 새가 있었다. ‘천상 낙원의 새’라는 뜻의 ‘극락조’(極鳥)이다. 탄성을 자아내는 아름다움과 ‘이슬만 먹고 살고, 죽어서 땅에 떨어질 때에만 모습을 드러낸다’는 신비로운 이야기는 유럽인들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남태평양 뉴기니의 야생 숲에서 화려한 깃털을 휘날리며 살아가는 실존의 새라는 사실이 봉황과 조금 다를 뿐이다. 하지만 극락조도 근대에 이르기까지는 상상의 새에 가까웠다. 이 새를 직접 본 유럽인은 거의 없었다. 16세기 초 날개와 다리, 머리뼈가 제거된 채 교역상을 통해 들어온 말라비틀어진 극락조 박제는 일부 조류학자나 화가, 황제, 영주들 사이에서만 향유됐다. 황족들은 이 새의 표본을 구해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곤 했다. 새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온갖 기발한 이야기가 쏟아지면서 극락조에 대한 신비감만 커져 갔다. 극락조를 둘러싼 ‘폐쇄성’은 역설적으로 유럽인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루벤스, 렘브란트, 브뢰겔 등 당대 최고의 화가들은 앞다퉈 자신의 그림에 극락조의 모습을 그려 넣었다. 몸속이 텅 빈 채 깃털로 덮인 박제를 보고 그리느라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 했다. 극락조와 유럽 본토인의 첫 만남은 1522년 스페인의 작은 항구 산루카르 데 바라메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3년 전 마젤란이 5척의 탐험대를 이끌고 떠난 이 항구에 빅토리아호 홀로 돌아오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처음으로 세계 일주에 성공한 탐험대의 배에는 진귀한 포획물이 넘쳐났고, 이 중 원래 새였음을 추정할 수 있는 극락조의 표본도 실려 있었다. 살아 있는 극락조를 처음 본 유럽인은 1824년 뉴기니섬 서쪽 도레이항에 닿은 프랑스 자연사학자 르네 프리메레르 르송. 이어 영국인 학자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는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가지마다 자리를 잡고 몸을 부르르 떠는 수컷 극락조들의 ‘무도회’(과시행동)를 처음 목격한다. 찰스 다윈과 공동으로 진화론을 내놓았던 월리스는 왜 수컷만이 그렇게 호화로운 깃털을 지녔는지 납득하지 못했다. 반면 다윈은 적자생존을 위한 ‘자연선택설’에 이어 발표한 ‘성적 선택설’을 통해 이를 해석했다. 알에서 깨어난 수컷들이 7년간 몸치장을 하고, 이후 매년 단 한 차례의 짝짓기를 통해 우성인자를 퍼뜨린다는 것이다. 이 책은 16세기 이후 그려진 유럽의 미술작품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애튼버러와 화가인 풀러 등 저자들은 19세기 이후 탐험가들의 목격담이 대륙에 전해지면서 화가들이 미술품에서 묘사한 극락조의 모습도 실제와 닮아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부류의 그림조차 숲 깊은 곳에 사는 극락조의 모습을 완전하게 묘사하지는 못했다. 책은 지금까지 학계에서 파악한 극락조가 40종이 넘는다며, 수백년에 걸친 포획에도 불구하고 극락조가 멸종되지 않은 것은 고립된 뉴기니의 지형과 무시무시한 원주민들이 울타리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고정관념 깨는 발칙한 상상력

    여자는 로데오를 타고 남자는 뜨개질이 취미다. 뭔가 뒤집혀도 한참 뒤집힌 듯한 이야기가 뮤지컬 ‘헤이, 자나!’에서 펼쳐진다. 2003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그해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원제인 ‘자나, 돈트!’(Zanna, Don’t!)로 2009년 초연됐다. 지금까지의 고정관념을 전복하는 발칙한 상상력과 재미를 선사한다. 작품은 남성성과 여성성의 전복, 동성 간의 사랑 등 불편해질 수 있는 요소들을 경쾌한 음악과 역동적인 춤으로 재기발랄하게 펼쳐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9월 15일까지 서울 코엑스아티움 현대아트홀. 4만~8만원. 070-7519-9734.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창조경제의 첨병은 기업이다] 롯데그룹

    [창조경제의 첨병은 기업이다] 롯데그룹

    창의적인 인재와 상상력이 인정받는 문화를 조성하고, 대·중소기업 간 협력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열도록 노력하는 것이 창조경제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롯데그룹은 창의력과 혁신을 바탕으로 더 큰 성장을 일구고 함께 나누는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그룹은 차별과 편견 없이 우수 인재를 채용하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지난 4월 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에 따른 차별 철폐를 명시한 ‘롯데그룹 다양성 헌장’을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제정해 주목을 받았다. 헌장은 ▲남녀 간 다양성 존중 ▲문화적 다양성 존중 ▲신체적 다양성 존중 ▲세대 간 다양성 존중 등으로 이뤄졌다.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 인구구성비 변화, 다문화가정 확산 등에 따라 사회 전반적으로 다양성에 대한 인식과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분위기를 반영했다. 채용에 있어서도 공정성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고 성별·학력·지역·장애 여부 등과 관계없이 열정과 역량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채용 구호를 ‘정정당당 롯데’로 정하고, 상반기부터 인사 청탁을 배격하고 능력을 바탕으로 한 공정한 채용을 약속하는 서약서를 지원자들과 나누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개방적이고 공정한 조직 문화가 창의적 의견 개진과 소통을 가능하게 해 혁신과 신사업 발굴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케이블 하이라이트]

    ■화이트 채플 2(AXN 밤 8시) 술집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목격자가 살인범으로 지미 크레이를 지목하고, 챈들러 반장은 그의 집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지미와 조니 크레이 쌍둥이의 어머니가 자신이 로니 크레이의 아이를 낳았다고 주장한다. 증거가 없어 지미를 풀어 주게 된 챈들러가 크레이 형제와의 전쟁을 선포하자 챈들러 반장의 팀원들에게 폭력배의 협박이 시작된다. ■제9회 한국물가정보배 프로기전 결선 토너먼트(바둑TV 밤 7시) 결선 토너먼트 진출자 8명이 우승을 위해 출격한다. 본선까지는 더블일리미네이션 방식이어서 패배한 뒤에도 기회가 있었지만 결선부터는 한 번의 패배는 곧 탈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결선에 오른 8명의 기사 중 이영구, 이창호, 안성준, 김형우는 한 번 패배한 기록을 안고 힘겹게 싸운 끝에 가까스로 부활에 성공한다. ■어럽쇼!(QTV 밤 9시 50분) ‘구멍 병사’로 허당 매력만 보여주던 샘 해밍턴이 달라졌다. 샘 해밍턴은 녹화 중 소품으로 준비된 수박 한 통을 보고 칼로 잘라 먹으려고 기다리는 다른 MC들과 달리 그대로 수박을 향해 돌진해 주먹으로 내리친다. 한편 터프한 그의 모습에 정형돈은 ‘호주 효도르’라는 별명을 붙여주지만 이내 샘 해밍턴은 말 못할 고통을 호소한다.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 2(CGV 밤 10시) 쿠바에서 망명해 미 프로야구와 계약했던 페르민 오르도녜스는 팔 부상으로 조기에 은퇴하고 택시 기사로 생활하고 있다. 한편 오르도녜스는 나머지 가족을 망명시키려고 택시를 운전하며 열심히 돈을 모으지만 가족과의 재회는 멀기만 하고 손님이 두고 내린 노트북을 팔았다가 목숨을 위협받는 처지에 놓인다. ■환상거탑(tvN 밤 11시 10분) 기존 드라마의 소재와 형식의 틀을 과감히 깨고 만화적인 상상력과 미스터리, 스릴러 등의 소재를 거침없이 담아낸 판타지 옴니버스 드라마가 시작된다. 요즘 인기가 급상승 중인 배우 조달환의 주인공 변신을 비롯해 연기파 배우 강성진, 남성진, 사희가 등장해 여름 밤을 시원하게 장식한다. 연기파 배우는 물론 아이돌의 다채로운 캐릭터를 만나본다. ■빅토리어스(니켈로디언 밤 9시) 화장실에서 울고 있던 포니와 친구가 된 토리는 다른 친구들에게도 포니를 소개해 주려 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포니는 사라지고, 토리는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한편 포니는 아무도 모르게 토리의 사물함을 바꿔 놓은 뒤 배달원으로 변장해 토리에게 음식을 쏟는 등 다른 사람들이 없을 때 나타나 토리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 [열린세상] 지금은 콘텐츠산업에 승부를 걸 때다/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열린세상] 지금은 콘텐츠산업에 승부를 걸 때다/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지난 7월 4일 정부는 ‘창의적 콘텐츠산업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이 육성 방안은 창의성과 상상력을 지원하는 창조기반 조성, 창업 활성화 및 창의인재 양성, 글로벌 콘텐츠 육성 및 지역기반 강화, 건강한 콘텐츠 생태계 조성, 그리고 콘텐츠 육성 거버넌스 구축 등 6개 추진전략으로 구성되었다. 정부는 이 같은 전략 아래 2012년 9200억원 수준인 콘텐츠 펀드 규모를 2017년까지 1조 8200억원으로 확대하고, 콘텐츠코리아 랩 23개소를 설립하는 등 창의적 콘텐츠로 창조경제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나아가 2012년 88조원인 우리나라 콘텐츠 시장 규모를 2017년엔 120조원으로 키우고, 일자리도 8만명을 늘려 69만명의 고용시장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새 정부 들어 모처럼 콘텐츠 분야에서 발 빠른 대응을 보게 되어 여간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이번에 발표된 창의적 콘텐츠산업 육성 방안과 관련하여 다음 몇 가지 사항이 더 고려되면 좋을 것 같다. 첫째, 창조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제작 지원을 위한 투·융자 활성화, 곧 모태펀드 등의 확대도 중요하지만 창작 원천의 발굴과 창작 및 유통 인프라 구축을 위한 과감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 특히 재정당국은 콘텐츠산업이 창조경제의 핵심이라고 말로만 떠들게 아니라 제조업을 육성하던 그 의지로 지금보다 다섯 배, 열 배의 재정을 투입할 의지를 보여야 한다. 나아가 방송사나 네트워크 사업자들을 먹여살리는 것이 콘텐츠임을 삼척동자도 아는 마당에 방송통신발전기금 중 최소한 반 정도는 콘텐츠 진흥 재원으로 돌려야 할 것이다. 이들 재원을 중심으로 콘텐츠 진흥을 위한 기금을 설치하는 것에 인색할 이유가 없다. 둘째, 정부는 창업 활성화와 창의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을 중심으로 산업계를 포함한 학산관(學産官) 협력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좋다. 창작과 창업 공간인 콘텐츠코리아랩은 물론이고 콘텐츠 인력양성 종합지원을 위한 기구를 새로 만드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고,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이를 맡겨 산업계와 연계 운영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셋째, 글로벌콘텐츠 발굴과 제작을 위한 노력은 물론 배급·판매를 포함한 다각적인 지원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게임, 영화, 캐릭터 분야에서 기업들이 전방위적 글로벌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세계 시장에서 아직 열세인 우리의 글로벌콘텐츠 제작과 배급을 위해 콘텐츠업계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필수적이다. 넷째, 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 간 협력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어야 한다. 콘텐츠 중 디지털콘텐츠를 따로 떼어 미래창조과학부가 관장하는 것은 콘텐츠의 특성을 간과한 기술 위주의 낙후된 조직 편제임을 지난해 11월 29일 자 본 칼럼에서 이미 지적했었다. 그러나 기왕의 편제 아래서 이번에 문화체육관광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공동으로 콘텐츠산업 진흥을 위해 손을 맞잡은 것은 그나마 잘한 일이다. 다만, 지금이라도 디지털이든 아니든 콘텐츠는 창의적 끼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하고,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를 뒤에서 지원하는 체제로 가는 것이 옳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기술을 활용하는 예술가이지 예술을 아는 기술자가 아니지 않은가. 다섯째, 콘텐츠산업은 콘텐츠 창작의 기초가 튼튼해야 지속적인 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인력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인력 양성은 단기간에 양성기관을 설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창의적인 학교교육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육성 방안에 학교교육에 관한 전략이 빠진 것은 아쉽다. 내실 있는 콘텐츠 육성을 위해 교육부도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이번에 발표한 콘텐츠산업 육성 방안은 나름대로 의미 있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시간 안에 더 강화된 범정부 차원의 확실한 콘텐츠산업 진흥 계획을 다시 수립하면 좋겠다. 정말 지금은 콘텐츠산업에 승부를 걸 때다.
  • tvN 판타지 드라마 ‘환상거탑’ 관심집중…무슨 내용이길래

    tvN 판타지 드라마 ‘환상거탑’ 관심집중…무슨 내용이길래

    tvN ‘푸른거탑’ 후속으로 방송하는 판디컬 드라마 ‘환상거탑’에 대해 네티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7일 밤 11시 첫 방송한다. ‘환상거탑’은 판타지 옴니버스 드라마를 표방해 ‘판디컬 드라마’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기존 드라마의 정형화된 소재와 형식의 틀을 과감히 깨고 만화적인 상상력과 미스터리, 스릴러 등의 소재를 오갈 예정이며 매 에피소드마다 다양한 특별 출연진이 등장한다. ’환상거탑’ 첫 회에는 요즘 ‘우리 동네 예체능’으로 주가 급상승 중인 배우 조달환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색다른 연기 변신을 한다. 또 연기파 강성진, 남성진, 사희가 등장하며 이후에는 안재모, 홍경인, 강성민, 데니안 등이 총출동한다. 매번 20분짜리 드라마 2편으로 구성된다는 점은 ‘푸른거탑’과 유사하다. ‘푸른거탑’ 및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을 집필한 김기호 작가가 맡는다.‘환상거탑’은 8주간 방송될 예정이다. 네티즌들은 “환상거탑 정말 기대된다”, “무슨 내용일까”, ‘푸른거탑 만큼 시청률이 나올지”, “왠지 예전에 했던 외화 환상특급이 생각난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슈&논쟁] 철도 경쟁체제 도입해야 하나

    [이슈&논쟁] 철도 경쟁체제 도입해야 하나

    정부가 철도 경쟁체제 도입 방안을 내놓았다. 그동안 추진하던 수서발 KTX 운영권을 민간에 맡기는 방안을 포기하고 한국철도공사(코레일)를 지주회사로 전환, 자회사에 운영권을 주는 방안이다. 자회사 지분은 코레일 30%와 연기금 등 공공자금 70%로 구성, 공공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하지만 코레일 노조는 정부 방안에 대해 ‘코레일 쪼개기’이고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포석이라며 반대한다. 정부가 자회사의 공공지분 70%를 매각하면 언제든지 공공성이 무력화될 수 있다며 민영화 수순의 단계를 밟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코레일의 경영혁신을 위한 경쟁체제 도입은 피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정부는 수서발 KTX운영권을 민간에게 주려던 계획을 포기한 것은 코레일 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여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고, 자회사의 공공지분 70% 매각 금지도 명문화할 수 있다며 노조 측의 주장을 일축한다. 양측의 주장에 대해 두 전문가의 입장을 들어본다. 일러스트 길종만 기자 kjman@seoul.co.kr [贊] 이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철도정책기술본부장 “코레일 경영혁신 위해 경쟁 필수…자회사 설립으로 공공성도 확보”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갈등의 해결은 참으로 어려운가 보다. 철도 경쟁 도입 논란을 지켜보면서 떨칠 수 없는 생각이다. 철도 경쟁 도입 논의 과정은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이기적 소통, 대안 없는 일방적 요구 그리고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갈등이 확대재생산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정부는 새로운 철도산업발전방안을 확정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여객과 화물 부문을 자회사로 만들어 지주회사로 전환되고, 민영화 논란이 있었던 수서발 KTX고속철도사업은 코레일 지분 30%와 공공자금(연기금) 70%로 구성된 공기업이 운영한다. 이 공기업은 코레일 자회사로 운영하고, 코레일은 경영권을 갖는 구조다. 그동안 정부가 코레일의 강력한 경영혁신과 철도 경쟁 도입을 위해 추진하던 수서발 KTX사업의 민간 운영은 없던 일이 됐다. 새 정부의 철도산업발전방안은 철도 공공성을 유지하며, 철도공사의 경영효율을 높이려는 것이다. 그간 정부와 많은 전문가들이 제안한 수서발 KTX 운영권을 민간에 주는 방안과 거리가 있어 철도공사를 개혁하는 데 미흡한 점이 있지만,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철도공사와 철도 노조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철도 공공성 확보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노조는 새로운 철도산업발전방안을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철도 공공성을 수용하니, 이제는 민영화가 아니라 ‘민영화 포석’이라며 반대한다. 향후 정부가 자회사를 분할 매각하거나 수서발 KTX사업의 공공자금 지분을 민간에 매각할 것이라는 의구심으로 반대하는 것이다. 노조의 우려에 대해 정부는 민간 매각을 하지 않음을 밝혔고, 더욱이 수서발 KTX사업에서 철도공사가 지분을 30% 이상 확보할 수 있는 여지도 마련했다. 그러기에 노조의 반대는 짐작일 뿐이고 상상력의 과잉인 것이다. 정부 정책에 대해 옳고 그른지를 따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잘못된 부분을 겸허히 인정하고 올바른 정책을 마련할 수 있다. 사실이 아닌 것을 말하는 건 비판이 아니고 비방이다. 아전인수식 주장은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사회적 갈등만 커지게 한다. 이제 노조는 근거 없는 민영화 주장과 명분 없는 반대를 멈추어야 한다. 정부에는 그렇게 소통을 말하면서, 정부의 노력에 상응하는 자세 없이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무턱대고 반대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들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는 그간 노조의 요구가 진정성이 없었다는 것이고, 새로운 갈등을 만들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현재 철도산업은 경영성과가 좋지 않다. 적자는 크게 줄지 않으면서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철도공사는 1993년과 2004년 두 차례에 걸쳐 총 3조원의 부채를 국민의 세금으로 탕감받았다. 그럼에도 현재 부채가 10조원에 달한다. 적자는 매년 5000억원 정도이고, 직원들 평균 연봉은 6300만원에 이른다. 적자를 줄이려면 요금을 올려야 하고,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과거처럼 국민 혈세가 지원될 수 있다. 결국 이 모두는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지금 필요한 건 적자와 부채의 늪에 빠진 철도산업을 회생시키고 국민 부담을 줄이는 길을 찾는 것이다. 정부는 철도공사의 경영 여건을 개선하는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해야 한다. 노조는 자신들만의 이익이 아닌, 국민 부담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고 철도공사의 경영합리화를 위해 더 한층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철도산업이 만성적자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국민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정부와 철도공사 그리고 노조는 함께 철도산업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反] 주효진 꽃동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독일의 10% 노선에 경쟁 비효율…공적자금 지분 언제든 매각 가능”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6일 수서발 KTX노선을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자회사에 맡기는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코레일은 신설되는 자회사의 지분 30%를 갖게 된다. 철도산업의 미래와 국민의 안전, 서비스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지난 100여년의 철도 역사에다 앞으로 100년의 철도 역사를 새로 쓴다는 점에서 몇 가지 묻고 싶다. 첫째, 이 시점에서 철도산업의 경쟁 도입은 과연 효율적인가. 국토부는 경쟁체제 도입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서울·용산발 KTX(코레일 노선)와 수서발 KTX(신설 운영회사 노선)는 경쟁관계가 될 수 없다. 수서발 KTX 노선은 결국 강남권 주민들을 중심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지역독점체제’가 새롭게 형성되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 철도의 길이는 약 3600㎞이다. 독일 철도의 10%에 불과한 이런 구조로 복수사업자 체제를 도입하면 오히려 비효율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새로운 운영사 설립에 추가 비용과 인원 확보 문제 등도 있다. 국토부는 독일식 지주회사 체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 체제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시설과 운영의 통합이다. 국토부 안은 코레일의 시설과 운영의 분리를 전제로 했다. 둘째, 수서발 KTX에 70%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을까. 국토부는 수서발 KTX 노선엔 공적자금 70%가 투자된 별도 법인으로 공공성을 유지해 운영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투자 가능한 연기금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소수에 불과하다. 각 기금 또한 투자대상회사에 대한 투자 지분율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 공적자금 70%가 들어간다고 해도 투자자의 매각 금지 정관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언제든지 개정돼 무력화될 수 있다. 민간에게 지분 매각이 가능한 구조로서 민영화의 수순이다. 공적자금의 투자 자체도 문제다. 공적자금의 수서발 KTX 운영 이익은 철도산업에 재투자되지 못하고, 철도산업의 외적인 분야로 빠져 나가게 된다. 공공 성격을 띤 철도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셋째, 국토부의 발표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의견 수렴과 공감대 형성을 전제로 한 것인가. 국토부는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전문가들의 협의와 다양한 시민단체와의 공감대 형성을 거쳐 수립했다”고 밝혔다. 필자 또한 당시 위원으로 참여했다가 사퇴했지만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구성했다는 ‘민간검토위원회’는 3시간짜리 조찬회의를 모두 3차례 했을 뿐이다. 민간검토위원회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부 위원들은 경쟁체제 도입에 대한 찬성 입장을 언론사 기고를 통해 미리 밝히기도 했다. 이들 위원은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주도한 국토부 내 ‘철도산업위원회 위촉직 위원’이었다. 민간검토위원회는 처음부터 국토부 주장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 형식적으로 구성됐다는 의심을 갖게 한다. 우리 철도는 지난 113년 동안 도로 교통과 함께 국민들의 발이 되어 왔다. 철도산업의 미래는 앞으로 100년을 내다보며 미래세대를 위해 고민해 만들어져야 한다. 이번 국토부 발표는 5년 이내 초단기적인 개혁을 통해 실적 찾기에 급급해 벌이는 발상처럼 보인다. 정부는 정치권에서 난무하는 ‘날치기 법 통과’ 의례를 행정 분야에까지 가져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언젠가 우리나라 철도산업에도 경쟁이 필요한 시기가 올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니다. 국내 철도산업의 전체 파이가 커져 경쟁 효율이 발휘될 때 도입되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의 철도가 100년 후 철도 역사 앞에서 당당하려면, 지금의 철도정책은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의 소통과 공감대 위에서 만들어진 철도정책만이 국민들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미스터 고’ 제작기간 3년 6개월·제작비 225억원… 베일 벗은 화제작

    ‘미스터 고’ 제작기간 3년 6개월·제작비 225억원… 베일 벗은 화제작

    올여름 최대 화제작으로 꼽히는 영화 ‘미스터 고’가 지난 8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총 제작 기간 3년 6개월, 제작비 225억원이 투입된 이 작품은 한국 최초의 ‘풀 3D’ 영화다. 고릴라 링링은 김용화 감독이 사재를 털어 만든 ‘덱스터 스튜디오’에서 국내 순수 기술로 만들어졌다. 영화는 15세 소녀 웨이웨이(서교)가 빚을 갚기 위해 링링과 한국행을 택하고 링링이 한국 프로야구에 정식으로 데뷔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17일 한국 개봉을 시작으로 중국의 5000여 3D 상영관을 비롯해 아시아 10여 개국에서 대규모로 개봉된다. 이를 통해 한국 영화의 기술력과 스토리의 힘도 본격 시험대에 오른다. [UP] 빛난다, 3D로 빚은 킹콩 타자 기술적 성취를 빼고 ‘미스터 고’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 고릴라 링링은 진짜 같다. 링링이 등장하는 장면이 1000컷에 가깝지만 몰입을 방해하는 부분은 찾기 어렵다. 3D 효과도 할리우드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객석을 향해 날아오는 야구공 때문에 관객은 무심결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무엇보다 모두 국내 기술이다. 내용은 원작과 크게 다르지만 허영만 화백의 상상력은 스크린에 그대로 재현된다. 한국 영화는 기술뿐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새롭게 창조할 수 있는 캐릭터와 이야기도 얻은 셈이다. 여러 번 상찬받아 마땅한 진전이다. 이야기가 전형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거꾸로 말하면 이야기의 전형성은 대중적인 매력을 갖췄다는 뜻도 된다. 서커스단의 고릴라가 야구 선수가 된다는 설정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좋아할 수 있는 소재다. 신파조의 이야기도 한국 관객의 정서에 나쁘지 않다. 김용화 감독의 전작 ‘미녀는 괴로워’와 ‘국가대표’도 치밀한 구조를 갖춘 작품은 아니었지만 각각 662만명과 848만명의 관객을 끌어들였다. 조연들의 호연을 보는 기쁨도 크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메종 드 히미코’와 ‘마이웨이’로 국내 관객에게도 친숙한 일본 배우 오다기리 조의 카메오 출연이다. 야구 해설위원으로 출연하는 마동석도 중간중간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야구 선수 류현진과 추신수도 깜짝 출연한다. 야구를 소재로 한 것도 강점이다. 타석에 서는 족족 홈런을 날리는 킹콩 타자의 엄청난 타격력은 야구 팬의 판타지를 만족시킨다. 극중 실제 이름으로 등장하는 두산 베어스의 팬이라면 더욱 즐겁게 볼 수 있다. [DOWN] 헐겁다, 허술한 스토리 어떤 완벽한 기술도 인간의 감정까지 만들어 낼 수는 없다. ‘미스터 고’는 그런 어려움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영화다. 가장 큰 문제점은 드라마의 약화로 인한 캐릭터 구축의 실패다. 야구하는 고릴라라는 소재는 볼거리 면에서 큰 장점이지만 동시에 드라마로 풀어 내는 데 섬세함이 요구된다. 가뜩이나 생소하고 대사도 없는 동물을 주인공으로 앞세우는 데는 위험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영화는 도입부부터 삐걱대기 시작한다. 웨이웨이와 링링이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오는 과정 이후의 전개가 개연성이 떨어지고 스토리 라인이 탄탄하게 받쳐 주지 못해 흡인력도 부족하다. 에피소드가 제대로 다듬어지지 못하고 이음새도 헐겁게 묘사된 탓이다. 인간과 동물의 교감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해 관객들이 감정 이입할 대상을 찾지 못한다. 밀도가 떨어지고 부자연스러운 스토리텔링은 3D로 만들어진 고릴라에 생명력까지 불어넣지는 못했다. 글로벌 프로젝트의 전형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어정쩡한 색깔도 영화에 거리감이 느껴지게 하는 요인이다.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둔 영화지만 변희봉, 김희원 등 국내 배우가 중국어로 연기하고 서교가 어설픈 한국어로 연기하는 장면은 적잖은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일본 에이전트로 오다기리 조까지 등장하지만 한·중·일의 모든 관객을 만족시키기에는 이야기의 힘과 보편성이 다소 떨어진다. 스크린에 자주 등장하는 협찬사들의 과도한 간접광고(PPL)도 영화에 몰입하지 못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진일보한 한국의 3D 기술력은 칭찬받을 만하지만 할리우드 눈높이에 맞춰진 관객들의 까다로운 입맛까지 맞출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은주·배경헌 기자 eri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