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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동구, 우리아이 어떻게 키울까?...아이맘센터 운영

    강동구, 우리아이 어떻게 키울까?...아이맘센터 운영

    서울 강동구가 강일보건지소 2층에서 ‘아이맘센터’를 운영한다. 강동구는 “자녀양육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모에게 건강한 출산과 양육법을 공유하고 연령별로 영유아 성장 발달에 필요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먼저 생후 5개월 미만 영아의 ‘아기 마사지교실’은 엄마와의 애착 및 유대감으로 자녀 양육의 자신감과 원활한 혈액 순환으로 건강한 성장을 돕는다. 10개월~36개월 미만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오감발달놀이’는 소리, 촉감, 색감 등을 활용한 오감 자극 활동으로 영유아의 신체, 정서적 발달 증진을 도모하는 활동이다. 양육자와 자녀간의 애착 증진을 위한 ‘모아애착놀이 활동’ 역시 매년 만족도가 높은 프로그램으로 만 3~5세 가정에서 신청할 수 있다. 연령별 특화 프로그램으로는 만 3세(2014년생) 아동의 소근육 발달 및 성취감 향상을 돕는 ‘아이클레이 프로그램’이 있다. 하반기에는 만 4세(2013년생)를 대상으로 내 손으로 직접 간식을 만드는 ‘요리교실’이 진행될 예정이다. 만 5세(2012년생) 아동의 상상력과 창의적 언어표현력 향상을 위한 ‘팝업북교실’과 실험도구를 이용해 직접 실험해보며 과학의 원리를 습득하는 ‘과학교실’도 마련할 예정이다.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위한 관내 임산부 대상의 ‘출산준비교실’에서는 분만과정 이해, 산후관리, 신생아돌보기, 아기목욕방법, 임산부영양, 구강관리등 임산부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 안전한 분만 및 자녀 양육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한다. 15~35주 임산부를 대상으로 국제모유수유전문가의 강의를 통해 모유수유방법, 유방마사지 및 유방 울혈 해소법 등을 배울 수 있는 모유수유교실도 진행된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아이맘센터의 연령별 발달 프로그램을 통해 부모들이 평소 고민하는 양육법에 대한 해답을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아는 와이프’ 한지민, 지성 제압하는 ‘으르렁’ 눈빛 “이런 모습 처음”

    ‘아는 와이프’ 한지민, 지성 제압하는 ‘으르렁’ 눈빛 “이런 모습 처음”

    ‘아는 와이프’ 지성과 한지민이 현실감 200%의 리얼 부부 케미로 돌아온다. 오는 8월 1일 첫 방송되는 tvN 새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연출 이상엽, 극본 양희승) 측은 16일 현실 부부로 파격 변신한 지성과 한지민의 스틸컷을 첫 공개해 기대감을 높인다. ‘아는 와이프’는 한 번의 선택으로 달라진 현재를 살게 된 운명적 러브스토리를 그린 if 로맨스. 공감을 저격하는 현실 위에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상상력을 더해 ‘공감’과 ‘로망’ 모두 충족시키는 차원이 다른 로맨스를 기대케 한다. ‘쇼핑왕 루이’로 감각적인 연출력을 선보인 이상엽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고교처세왕’, ‘오 나의 귀신님’, ‘역도요정 김복주’까지 사랑스럽고 따뜻한 작품을 써온 양희승 작가가 집필한다. 로맨스에 일가견이 있는 제작진과 이름만 들어도 기대 심리를 자극하는 지성과 한지민이 만나 2018년 최고의 화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 현실감 200%의 리얼한 부부 케미를 뽐내는 사진 속 지성과 한지민이 궁금증을 유발한다. 피곤한 모습으로 귀가한 지성은 눈앞으로 날아온 무언가에 흠칫 놀란다.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 한 방으로 지성을 제압하는 한지민의 ‘으르렁’ 카리스마는 범접 불가의 영역. 주눅이 들어 멍뭉美를 발산하는 생존력 만렙의 지성과 주부력 만렙 한지민의 팽팽한 신경전은 현실 부부싸움의 진수를 보여준다. 어떤 이유에서 헬게이트 열린 퇴근길을 맞이한 것인지 웃음유발과 함께 호기심을 자극한다. 지성은 집에서는 와이프, 밖에서는 상사에게 치이는 짠내 폭발 가장 차주혁을 맡아 지금까지와 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한지민 역시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 동분서주하는 워킹맘 서우진으로 파격 변신해 기대감을 높인다. 첫 촬영부터 지성과 한지민은 놀라운 호흡으로 생활밀착형 부부를 찰떡같이 소화하며 감탄을 자아냈다. 디테일한 연기는 물론 의상, 헤어스타일, 말투까지 현실감을 살리기 위한 두 사람의 섬세한 노력이 곳곳에서 빛을 발하며 완벽한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다. 평범해서 더 공감 가는 차주혁의 매력을 증폭시키는 ‘갓지성’의 연기 포텐과 밝고 씩씩하지만 현실에 지쳐 까칠한 아내로 변해버린 서우진의 모습을 사랑스럽게, 때로는 공감을 자아내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한지민의 파격변신이 벌써부터 설렘 지수를 높인다. 무엇보다 앞서 공개된 티저 영상에서 풋풋하고 달달한 연애 시절의 모습부터 리얼리티 넘치는 현실 부부의 극과 극 모습을 담아내며 공감과 로망을 자극했던 전천후 케미 장인 지성과 한지민이 선사할 ‘if 로맨스’가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지 기대 심리를 높인다. ‘아는 와이프’ 제작진은 “지성과 한지민은 설명이 필요 없는 배우다. 사소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디테일로 리얼한 부부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매 순간 설레고 공감할 수 있는 지성과 한지민의 특급 케미 기대해 달라”고 밝혔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유진모의 테마토크] ‘마녀’의 부제는 왜 ‘체제전복’일까?

    [유진모의 테마토크] ‘마녀’의 부제는 왜 ‘체제전복’일까?

    어떤 영화는 예술인가 하면 외설인 것도 있고, 단순한 심심풀이 용도의 팝콘무비가 있는 동시에 매우 정치적인 것도 존재한다. 공포영화 ‘곤지암’(정범식 감독)에서 귀신이 출몰하는 병원이 폐쇄된 날은 10월 26일, 100만명을 향해 치닫던 접속자 수가 급감해 마무리된 숫자는 503이다. 정치적 색깔이 진한 메타포다. 최근 한국 영화 흥행 순위 1위인 ‘마녀’(박훈정 감독)는 표피적으로는 기존 한국 영화의 형식을 뛰어넘는, 참신한 스타일의 액션을 앞세운 미스터리 스릴러를 표방하지만 내용을 음미해 보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시골의 평범한 여고생 다미 앞에 어느 날 갑자기 조폭 같은 무리와 초능력을 지닌 젊은이 등이 나타난다. 생전 처음 보는 이들이 아는 체를 하며 마녀라고 부르자 다미의 일상은 흔들린다. 부모와 친구의 생명을 위협하자 그녀는 불가항력으로 그들과 동행해 비밀스러운 은신처로 들어가고, 거기서 10년 전 어떤 거대한 조직이 자신을 초능력자로 개조했다는 진실을 알게 된다. 서양에서 여러 사람의 우성인자를 특정인에게 주입함으로써 초능력자를 만드는 은밀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인트로는 한국도 예외 없다는 웅변이다. 여기엔 엄청난 돈과 첨단의 과학과 의학이 동원된다. 그런 게 정부의 승인과 후원 없이 현실화된다는 건 불가능하다. 다미를 키운 조직도 마찬가지. 문제는 이 슈퍼맨의 인격을 대하는 조직의 태도와 처리 방식이다. 프로젝트의 일선 지휘자는 닥터 백과 미스터 최다. 백은 의학과 과학을 책임지는 초능력자들의 엄마 역할을, 최는 조직을 형성하는 요원들을 지휘하고 윗선의 명령을 조직에 전달하는 아버지 역할을 각각 맡았다. 윗선은 이 프로젝트가 불법이고, 세상에 알려질 경우 자신들의 지위가 박탈되고 불이익을 당할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일이 조금만 틀어지려 하면 요원이든 슈퍼맨이든 안 가리고 죽여서 증거를 인멸하려 든다. 기무사령부의 세월호 촛불집회에 대응한 계엄령 검토 논란 등 지난 두 정권 때의 여론 조작과 국민 사찰 등을 비롯한 불법·비리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를 예견한 듯한 영화들이 ‘내부자들’(2015)부터 줄줄이 개봉되는 것을 보면 영화에서 정치적 주장이나 함의를 읽어도 무리는 없을 듯하다. ‘내부자들’이 관객을 얼마나 분노하게, 또 통쾌하게 만들었던가. ‘마녀’의 영어 부제는 ‘체제전복’이다. 윗선의 명령을 받은 미스터 최와 닥터 백은 다미를 죽이려 하지만 슈퍼맨 프로젝트 사상 최강의 능력을 보유한 다미는 호락호락 당하지 않는다. 그녀는 본질에 선행하는 실존주의만 바라볼 뿐이다. 자신이란 개체가 존재해야 할 본능에 충실함과 더불어 인격이 존중돼야 한다는 신념을 지녔다. 그래서 권력에 맞서 체제전복을 꾀한다. 감독의 상상력 혹은 아이디어는 근거가 있을 수도 있고, 반대로 영화적 판타지만 놓고 보면 허무맹랑할 수도 있다. 모든 시청자가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을 믿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녀’의 설정은 현실 대입이 어렵지 않다. 사장이 바뀐 MBC와 KBS의 캐치프레이즈는 ‘달라지겠다’다. MBC는 드러내 놓고 자체 광고를 통해 지난날을 사과했다. 정권과 재벌을 위해 여론 조작에 앞장서 왔던 한때를 사실상 시인하고 국민에게 용서를 비는 것이다. ‘마녀’의 내용은 영화이기에 과장이 심하긴 하지만 판타지만 제거하면 ‘내부자들’과 다를 바 없어 소름 끼친다. 결국 사회 곳곳에 만연된 독재적 권력에 던지는 경고장이 아닐까?
  • ‘감수성·모험심·상상력 쑥쑥’ 양천구, 양지공원 창의어린이놀이터 개장

    ‘감수성·모험심·상상력 쑥쑥’ 양천구, 양지공원 창의어린이놀이터 개장

    서울 양천구는 천편일률적인 놀이터에서 벗어나 아이들 감수성·모험심·상상력을 키워줄 ‘양지공원 창의어린이놀이터’가 지난 4일 개장했다고 13일 밝혔다. 양천구는 “서울시 사업비 약 2억원을 들여 조합놀이대, 그네, 고무바닥 등 전형적인 시설위주였던 양지공원 놀이터를 활동 중심 창의놀이터로 새 단장했다”고 전했다. 양지공원 창의어린이놀이터에는 자연 지형을 활용한 경사 데크 놀이대,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모래·황토놀이터, 여러 명이 함께 탈 수 있는 바구니 그네 등이 설치됐다. 놀이터 옆 노후 화장실도 예산 5000여만원을 투입, 새롭게 정비했다. 이번 사업은 신월7동 주민과 유아 관련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운영협의체에서 디자인부터 기획·설계·시공까지 했다. 운영협의체는 향후 유지 관리도 담당할 계획이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아동 놀 권리를 증진하고 아동친화도시를 구축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창의놀이터 사업을 진행해 왔다”며 “앞으로도 마을 특성에 맞는 창의놀이터를 지속적으로 조성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조성한 목동근린공원 창의어린이놀이터는 행정안전부 우수 어린이놀이시설로 선정됐다. 올 6월 개장한 양천공원 쿵쾅쿵쾅 꿈마루놀이터는 기존 노후 야외무대와 놀이터를 연계한 전국 최초 도시재생형 통합놀이터로 지역민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전문]文대통령, 싱가포르 렉처 “비핵화 실천시 아세안 회의체 北참여 희망“

    [전문]文대통령, 싱가포르 렉처 “비핵화 실천시 아세안 회의체 北참여 희망“

    싱가포르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갈 경우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운영 중인 여러 회의체에 북한을 참여시키고 북한과의 양자 교류협력이 강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 오차드 호텔에서 ‘한국과 아세안,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상생의 파트너’를 주제로 열린 ‘싱가포르 렉처’ 연설을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며 이같이 말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두 번 만나보니 이념대결에서 벗어나 북한을 정상국가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욕이 매우 높았다”며 “김 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을 지킨다면 자신의 나라를 번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 렉처’ 전문. ◇ 존경하는 싱가포르 국민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북미 정상회담은 평화의 길을 밝혔습니다. 먼저, 세기적인 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지원해 주신 싱가포르 국민들과 정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연구에 있어서 세계 최고이며, 이를 통해 아시아의 가치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렉쳐에 초청해 주신 동남아시아연구소에 각별한 우정을 느낍니다. 작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리센룽 총리를 만났습니다. 우리는 빠른 시일 내에 서로 방문하자고 약속했습니다. 고대하던 만남이 이뤄져 아주 기쁩니다. 싱가포르 국민 여러분, 싱가포르는 곧 평화입니다. 평화를 이야기하지 않고 싱가포르를 말할 수 없습니다. 작은 어촌에서 시작한 싱가포르의 역사는 평화를 일궈가며 번영에 이르렀습니다. 냉전과 콘프론타시로 반목하던 시기 싱가포르는 아세안 창설을 주도하고 대화를 이끌었습니다. ‘아세안 중심’이라는 가치를 세워냈고, 아세안+3, 동아시아 정상회의(EAS)를 통해 아세안의 외연을 확대하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동남아시아가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세안이 있었습니다. 지역협력이라는 제3의 길을 개척하며 지역의 안정을 유지했고, 그 중에서도 싱가포르는 가장 앞장 서 평화를 추진했습니다. 동남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곳입니다. 무슬림과 불교, 기독교와 힌두교, 도교와 유교에 사회주의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아세안은 이처럼 다양한 문명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실천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싱가포르가 아세안과 함께 달성한 평화는 아세안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21세기를 평화와 공존의 세기라 부를 수 있다면 21세기는 아세안의 세기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그 중심에 싱가포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도 그 누구보다 평화를 원합니다. 한국만큼 평화가 절실한 나라는 없습니다.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었고, 늘 전쟁의 위협에 시달리며 많은 고통을 감내해왔습니다. 저 또한 삶의 터전을 뒤로한 채 빈손으로 피난선을 탄 전쟁 피난민의 아들로서,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 지 잘 알고 있습니다. 평화를 위한 싱가포르의 일관된 노력이 이곳을 북미 정상회담의 장소로 만들었습니다. 평화를 일궈온 싱가포르 국민들의 지지가 있었기에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했다고 여깁니다. 평화를 향한 아세안과 싱가포르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며, 평화를 통해 우리 모두가 더 큰 번영으로 함께 가자고 말씀드립니다. 싱가포르 국민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한국에게 아세안은 평화공동체를 함께 만들어 갈 동반자입니다. 함께 경제발전을 이뤄낼 교역파트너이자 투자대상국입니다. 이제는 이웃을 넘어 가족과 같은 관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나는 아세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아세안과 함께 미래를 열어가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작년 5월 취임 직후, 역대 최초로 아세안에 특사를 파견하여 아세안과의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하고자 했습니다. 9월에는 제 고향인 부산에 아세안 대화상대국 중 처음으로 아세안 문화원을 건립했습니다. 11월에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순방하여 ‘신남방정책’을 선언했습니다. 올해 3월에는 베트남을 다시 방문해 쩐 다이 꽝 주석과 함께 역내 평화증진과 상생번영을 위한 실질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곳에 오기 직전 인도 모디 총리와도 역내 다자협의체에서 더 깊은 공조와 미래지향적 협력을 약속했습니다. 싱가포르와 한국은 1975년 수교 이래, 자유롭고 개방된 경제, 역내 평화와 안정이라는 공통의 지향점을 가지고 함께 협력해왔습니다. 양국은 모두 식민지에서 독립한 후 수많은 도전을 극복했습니다. 두 나라 모두 부존자원이 없지만 ‘사람’을 희망으로 여겼고 인재를 양성했습니다. 국민들의 힘으로 ‘적도의 기적’과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이로운 경제성장을 이룩했습니다. 어제 리센룽 총리님과 나는 싱가포르와 한국 간의 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합의했습니다. 인재양성을 위한 교류가 확대될 것입니다.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경제협력이 이뤄질 것입니다. 한국의 기업들은 이미 싱가포르의 주요 랜드마크 건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습니다. 앞으로도 4차 산업혁명시대를 함께 준비하고 역내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이 한층 긴밀해질 것입니다. 아세안과 한국은 서로에게 부족한 것을 채우고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관계입니다. 평화와 공동 번영의 미래를 열어갈 최적의 동반자라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아세안과의 관계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의 주요 국가들 수준으로 격상, 발전시켜 간다는 전략적 비전을 갖고 있고, ‘신남방정책’을 역점 추진하고 있습니다. ‘신남방정책’은 싱가포르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사람, 상생번영, 평화를 위한 미래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더 많이 더 자주 사람이 만나고, 실질적 협력을 위해 상생 번영의 기회를 넓히며 한반도와 아세안을 넘어 세계평화에 함께 기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싱가포르는 금년도 아세안의 의장국으로서 아세안의 평화와 번영을 이끌고 있으며, 한국의 ‘신남방정책’ 핵심 파트너입니다. 싱가포르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아세안과 한국의 관계가 심화 발전되기를 기대합니다. 존경하는 싱가포르 국민 여러분,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균형추이며 동서양 문명의 용광로입니다. 작지만 아주 거대한 품을 가진 나라입니다. 불교의 절과 힌두교의 사원, 기독교의 교회와 이슬람의 모스크, 도교의 사원이 하나의 거리에 어울려 있고 9000여 개의 다국적 기업 회사원들이 이 거리를 걷고 있습니다. 다인종, 다문화의 화합과 조화에 있어서 세계 최고입니다. 무엇보다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이념의 편견이 없고, 이념에 끌려 다니지 않고, 오히려 스스로 이념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력 위주의 실용을 우선하는 사회이며 그 어느 나라보다 청렴합니다. 또한 사법체계가 가장 공정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화합과 조화를 이룬 싱가포르의 힘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되었을 것입니다. 한국은 이념의 대결로 오랫동안 몸살을 앓아 왔습니다. 남북 분단은 이념을 앞세운 부패와 특권과 불공정을 용인했고 이로 인해 많은 역량을 소모했습니다. 그런 우리로서는 참으로 부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한국도 지금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싱가포르에게 배워야 할 점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싱가포르의 대담하게 상상하고 대담하게 실천하는 힘도 바로 실력과 실용, 청렴과 공정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 힘으로 세계 환적량 7분의 1 이상을 처리하며, 컨테이너를 바다로 띄워 보내는 세계 2위의 항구를 이뤘습니다. 싱가포르의 차세대 국가비전인 ‘스마트 네이션 프로젝트’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선제적 대응입니다. 그 혁신 프로젝트의 하나가 자율주행 택시입니다. 좋은 대중교통으로 환경과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싱가포르의 목표는 자가용 차량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생각까지 바꿀 것입니다. 싱가포르는 혁신적인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으로 인류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는 싱가포르의 도전을 보면서 아시아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확신을 가집니다. 나는 한국도 대담한 상상력을 실천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고자 합니다. 한국에는 싱가포르에는 없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또 하나의 기회가 있습니다. 바로 남북 경제협력입니다. 남북 정상회담은 그 시작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누구나 꿈이라고 여겼던 일입니다. 한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를 기반으로 새로운 경제지도를 그리게 될 것입니다. 남북은 경제공동체를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누구나 자기의 실력을 공정하게 발휘할 수 있는 나라로 평화 위에 번영이 꽃피는 한반도를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한반도가 평화를 이루면 싱가포르, 아세안과 함께 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번영하는 지역이 될 것입니다. 인류의 미래를 밝히는 희망이 될 것입니다. 싱가포르 국민 여러분, 남북 간의 ‘판문점 선언’과 북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을 통해 남·북·미 정상들은 역사의 방향을 바꿔놓았습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자신에 찬 걸음을 시작했습니다. 나와 트럼프 대통령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인식을 함께해왔습니다. 이러한 공동의 인식하에 한미 양국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양국의 특사단 왕래,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 이르는 “역사적 대전환”의 모든 과정을 함께해왔으며, 앞으로도 함께해 나갈 것입니다. 아베 총리와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긴밀한 소통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왔습니다. 남북 관계의 정상화는 북미 관계의 정상화에 이어 북일 관계의 정상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북일 관계의 정상화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일본과도 최선을 다해 협력하고자 합니다. 지난 5월 일본에서 개최된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일본과 중국은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축하하고, 판문점 선언의 충실한 이행을 위한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작년 12월에는 베이징을 방문하여 시진핑 주석과 한반도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자는 공동의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지난달 러시아에서 만난 푸틴 대통령과는 남북러 3각 협력을 준비하기로 합의했고, 한반도와 유라시아가 함께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도록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나는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을 두 번 만났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념대결에서 벗어나 북한을 정상국가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욕이 매우 높았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의 약속을 지킨다면 자신의 나라를 번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결코 순탄치 않은 길이지만 정상 간 합의를 진정성 있게 이행해 나간다면 분명히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이 비핵화 이행방안을 더 구체화하고 한국과 미국은 이에 상응하는 포괄적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한다면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하루빨리 평화체제가 이뤄져 경제협력이 시작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판문점 선언’과 ‘센토사 합의’가 지구상 마지막 냉전을 해체한 합의로 기록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 싱가포르 국민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지금까지 지지해 주신 것처럼 싱가포르와 아세안의 건설적인 역할을 기대합니다. 아세안과 한국은 그동안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에 공감해왔습니다. 특히 아세안은 2000년 이후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을 통해 북한과 국제사회 간 대화의 장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아세안 지역안보포럼은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다자회의로서 북한과 국제사회 사이의 중요한 소통창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또한 아세안은 일관된 목소리로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고 평화와 번영의 길로 돌아오도록 독려해왔습니다. 한반도 평화정착으로 가는 여정에 한국과 아세안이 함께하는 길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이 그랬던 것처럼 다음 달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될 아시안게임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화합의 장이 되길 기대합니다. 한국과 아세안 간에 이미 구축되어 있는 다양한 협력과 교류 증진의 틀 내로 북한을 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갈 경우 아세안이 운영 중인 여러 회의체에 북한을 참여시키고 북한과의 양자 교류 협력이 강화되길 바랍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본격화되기 전에 아세안은 북한과 호혜적인 경제 협력 관계를 맺었습니다. 또한 아세안은 한-아세안 FTA를 통해 개성공단 상품에 한국산과 동일한 관세혜택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여 남북 간 경제협력을 지원했습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행을 통해 대북 제재가 해제되면, 한때 활발했던 북한과 아세안 간의 경제협력이 다시 활성화될 것입니다. 북한과 아세안 모두의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정착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아세안과 한국, 북한과 유라시아 경제를 연결하는 접점이 되어 아세안을 포함한 역내 국가들의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만들어내게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싱가포르 국민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싱가포르가 이룩한 화합과 조화는 21세기 인류의 이념입니다. 동과 서, 남반구와 북반구, 세계가 만나는 지금 싱가포르는 그 교차점에서 용광로가 되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나는 싱가포르가 지난 50년의 성취를 넘어 또 다른 기적을 만들어 내리라 확신합니다. 지금까지처럼 아세안의 평화와 번영을 이끌며,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평화정착이라는 한반도의 목표에도 항상 함께해 줄 것이라 믿습니다. 아시아의 평화로 아시아의 시대를 열어갑시다. 아시아의 번영으로 인류의 희망을 만들어 냅시다. 감사합니다. 싱가포르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文대통령 “남북은 경제공동체 향해 나아갈 것“

    文대통령 “남북은 경제공동체 향해 나아갈 것“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한반도에는 싱가포르에 없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또 하나의 기회가 있다. 바로 남북경제협력”이라며 “나는 한국도 대단한 상상력을 실천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11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싱가포르를 국빈방문한 문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 여론주도층 400여명을 상대로 ‘싱가포르 렉처(강연)’에서 나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남북 경협에 대한 강한 추진 의지를 밝힌 것은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처음이다. 남북 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한반도 신경제구상’이 포함된 USB를 전달하고, 참모진에게 남북 경협 확대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당시에도 문 대통령은 ‘여건’을 언급했다. 비핵화가 진전돼야 남북 경협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비핵화 진전이 전제돼야 한다는 청와대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지만,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에는 이전보다 더 확고한 경협 추진 의지가 담겼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첫 고위급 접촉이었던 지난 6~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평양 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시간표가 나오진 않았지만, 경협 의지를 국제무대에 천명할 수 있을 만큼 논의가 무르익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평화, 아세안·유라시아 연결하는 접점 될 것” 문 대통령은 “한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를 기반으로 새로운 경제지도를 그리고 될 것”이라며 “남북은 경제공동체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누구나 자기의 실력을 공정하게 발휘할 수 있는 나라로 평화 위에 번영이 꽃피는 한반도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새로운 경제지도란 지난해 7월 베를린 선언에서 천명한 ‘한반도 신경제지도구상’을 말한다. 서해안과 동해안, 비무장지대(DMZ)의 3대 경제벨트를 ‘H자’ 형태로 묶어 남북경제공동체를 건설하는 남북 경협의 종합 판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과 신남방정책, 신북방정책을 연계해 ‘반도’에 묶인 경제영토를 대륙으로 확대하는 비핵화 이후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한반도를 교량으로 삼아 아세안과 유라시아가 교류하는 확장된 아시아 경제·평화 공동체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행을 통해 대북 제재가 해제되면 한때 활발했던 북한과 아세안 간의 경제협력이 다시 활성화될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정착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아세안과 한국, 북한과 유라시아 경제를 연결하는 접점이 되어 아세안을 포함한 역내 국가들이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만들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세안 협의체에 北 참여시켜야” 북한을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의체에 참여시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싱가포르는 올해 아세안 의장국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갈 경우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운영 중인 여러 회의체에 북한을 참여시키고 북한과의 양자 교류협력이 강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은 아세안 회의체 가운데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안전보장을 논의하는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에만 참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본격화하기 전, 아세안이 북한과 호혜적인 경제 협력 관계를 맺어왔음을 상기시키고 “한국과 아세안 간에 이미 구축되어 있는 다양한 협력과 교류 증진의 틀 내로 북한을 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북한이 비핵화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제도적 틀에 편입시켜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김정은, 국가 발전 의욕 매우 높아” 문 대통령은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두 번 만나보니 이념대결에서 벗어나 북한을 정상국가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욕이 매우 높았다”며 “김 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을 지킨다면 자신의 나라를 번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결코 순탄치 않은 길이지만 정상 간 합의를 진정성 있게 이행해 나간다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비핵화 이행방안을 더 구체화하고 한국과 미국이 이에 상응하는 포괄적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한다면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북·미 양측의 전향적 태도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하루빨리 평화체제가 이뤄져 경제협력이 시작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판문점 선언’과 ‘센토사 합의’(6·12 북·미 정상회담 합의)가 지구 상 마지막 냉전을 해체한 합의로 기록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일 관계 정상화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정상화는 북·미 관계의 정상화에 이어 북·일 관계의 정상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북·일 관계 정상화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일본과도 최선을 다해 협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연설한 싱가포르 렉처는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가 연 1회 주관하는 저명인사 초청 강연회로, 김대중 전 대통령도 2000년 특강을 했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 등이 싱가포르 렉처를 거쳤다. 싱가포르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씨줄날줄] 곰, 쥐, 닭/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곰, 쥐, 닭/박현갑 논설위원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 세상은 대체로 남성 중심 사회다. 여성에겐 차별과 억압이 따른다. 미모의 여성과 재벌가 결혼에 빠짐없이 나오는 ‘신데렐라 스토리’는 ‘백마 탄 왕자’의 부산물일 뿐이다. 운전이 서투른 여성을 힐난하는 ‘솥뚜껑 운전’이란 표현 또한 몰지각한 남성의 차별적 횡포다. 하지만 근래 들어 이런 기류가 바뀌고 있다. 여성의 승진난을 꼬집는 ‘유리천장’은 직종에 따라 깨진 지 오래다. 최근의 ‘미투’ 운동은 ‘억눌린 다수’인 여성 목소리 확산의 기폭제가 됐다. ‘촛불’이 권력을 바꿨다면 미투는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일 서울 혜화역 시위 현장에서 나온 일반 여성들의 외침을 둘러싼 공방은 새로운 시위문화와 풍자의 변곡점이 될 조짐이다. 당시 시위는 경찰이 누드 모델 남성 피해자의 몰카 유출범을 사건 발생 12일 만에 체포한 것을 두고 “피해자가 남성이라 수사가 신속히 이뤄졌다”며 그동안 여성을 상대로 이뤄진 불법촬영 및 유포 확산 풍토에 대한 수사 당국의 차별을 고발하려는 시위였다. 그런데 “노무현처럼 거꾸로 떨어져 죽어라”는 의미로, 문 대통령의 ‘문’을 거꾸로 한 곰 피켓이 나오고, 2013년 한강에 투신해 숨진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처럼 “문 대통령도 자살하라”는 의미로 쓰인 ‘문재인 재기해’라는 구호가 나와 논란이 됐다. 이를 두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노원병 후보로 출마했던 강연재 변호사는 “우리나라 대통령은 ‘쥐’ 아니면 ‘닭’ 이런 것들로 표현이 됐고 ‘재기해’라는 것도 굉장히 은유적 표현을 쓴 것 같은데 이것을 특정 정치인인 문재인 대통령을 비하했다, 혐오했다 이렇게 가져갈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쥐와 닭은 각각 징그럽고 멍청한 의미를 지닌다. 곰이라는 표현도 사람에 빗댈 때는 미련하다는 의미로 주로 쓰인다. 하지만 이번엔 “죽어라”라는 저주로 들려 논란이 됐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받는 차별과 억압은 당연히 고발하고 고쳐야 한다. 하지만 자살을 권유하는 듯한 극단적 시위 표현은 인명경시 풍조를 확산시킬 수 있어 옳지 않다. 성 비하 시비를 가져올 특정 성을 소재로 한 비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시국비판 풍자 전시회에 내걸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나체로 표현한 패러디는 본질을 흐리는 풍자였다. 무능하고 부패한 권력에 대한 풍자는 어느 시대에나 있다. 풍자는 억압받는 국민의 기본적 저항권이다. 사회 모순을 고발하되 누구나 공감할 만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고급스러운 풍자는 언제 나올까.
  • 아이 신나~ 볼캉스!

    아이 신나~ 볼캉스!

    캐나다·日 등 이색 해외 인형극 청소년 대상 아시테지 축제도 문화·교육 접목 프로그램 인기여름방학을 앞두고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볼 수 있는 공연 소식이 벌써부터 들린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해외 아동극들이 가족 관객을 기다리고 있어 주목된다. 각종 장치를 활용한 기상천외한 연출은 어른 눈높이로 봐도 감탄을 자아낸다. 또 방학을 맞아 각 지역 공연장에서 마련한 예술을 접목한 교육 프로그램도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지친 아이들에게 문화적 감수성을 일깨울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대 아동·청소년 공연 페스티벌인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는 오는 20일부터 29일까지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진행된다. 9개국 13개 작품이 무대에 오르며 공연과 연극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부대 행사도 마련된다. 올해는 특히 한국·캐나다 수교 55주년을 맞아 ‘캐나다 주간’이 마련돼 관심을 끈다. ‘걸어서 하늘까지’를 비롯해, ‘뚱땅뚱땅 루멘스’, ‘상자’ 등 캐나다를 대표하는 아동극 3편을 볼 수 있다. 개막작인 ‘걸어서 하늘까지’는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으로 2013년 퀘벡 드라마센터 관객 선정 최우수 공연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밖에 스페인 라룸베 무용단의 신작 ‘큐브이야기’와 오감을 자극하는 오브제(물체) 연극놀이 ‘월드 이미지’도 아이들의 상상력을 더욱 풍성하게 할 공연으로 꼽힌다.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는 문예진흥기금 지원 행사 가운데 2014~2017년 4년 연속 A등급(최우수)으로 선정되는 등 수준 높은 작품을 볼 수 있는 아동·청소년 대표 공연으로 꼽힌다. 서울 대학로 일대, 전석 3만원, (02)745-5862~3.예술의전당에서는 여름방학을 맞아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선보이는 ‘어린이 가족 페스티벌’을 오는 20일부터 9월 2일까지 진행한다. 20일 어린이 발레극 ‘똥방이와 리나’를 시작으로 놀이극과 인형극 등이 연이어 관객을 찾는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덴마크와 일본의 인형극단이 연출한 작품이 무대에 올라 가족 관객에게 이국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덴마크 극단 ‘메리디아노’의 인형극 ‘빅토리아의 100번째 생일’은 어린이 연극의 최강국으로 꼽히는 덴마크 인형극의 예술성과 세련미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이다. 극단이 설립된 1996년부터 함께 해 온 연륜 있는 배우들의 섬세한 인형 연기와 영화적 기법을 활용한 연출이 잘 어우러진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일본 인형극단 ‘무수비좌’의 정통 인형극 ‘피노키오’에서는 3명의 단원이 인형 하나를 조정하는 분라쿠 방식의 섬세한 동작 연기를 볼 수 있다. 잘 알려진 피노키오의 여정에 마리오네트, 판자 인형 등 다양한 인형이 등장하며 화려한 서커스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작품이다. 매듭이란 의미를 담은 ‘무수비좌’는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최고의 인형 극단으로 연간 1000회 이상의 공연으로 관객을 찾고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CJ토월극장, 1만~5만원, (02)580-1300.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예술감상 교육프로그램인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와 ‘세종 꿈나무 예술탐험대’ 등 문화와 교육을 접목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토요문화학교는 ‘우리들의 행복한 국악시간’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나는 파이프 오르간’이란 제목으로 8월 중 열린다. 파이프 오르간과 국악기를 접하는 강좌와 실제 공연 관람이 예정돼 있다. 세종 꿈나무 예술탐험대가 마련한 ‘세종·충무공 리더십랜드’에서는 세종실록과 난중일기 등 고전을 낭송하며 리더십을 배우게 된다. 충무아트센터에서는 오는 17일부터 8월 말까지 미술 교육프로그램인 ‘잠보! 아프리카’를 진행한다. ‘그림으로 만나는 아프리카’ 등 아이와 부모에게 눈과 귀가 모두 즐거운 ‘알록달록한’ 경험을 선사한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더위에 지칠 때 해변보다 쿨한 책장 속 피서지

    더위에 지칠 때 해변보다 쿨한 책장 속 피서지

    출판계에서는 여름이 ‘소설 읽기 좋은 계절’로 꼽힙니다. 햇빛은 뜨겁고 습도는 높고 불쾌지수 역시 만만치 않으니 바깥보다는 역시 실내에서 쉬는 게 편하죠. 이럴 때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오락거리는 책이 아닐까요. 모름지기 후텁지근한 여름철엔 생각지 못한 상상의 세계를 유영하거나 범죄의 실마리를 푸는 재미가 있는 장르문학이 제격입니다. 국내에서 추리소설과 SF소설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 8명에게 평소 흥미롭게 읽었던 작품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독특한 상상력과 기막힌 반전을 담은 소설집 ‘회색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등으로 지난해 화제를 모은 김동식(가나다순) 작가, 지난해 SF소설 ‘에셔의 손’으로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을 받은 김백상 작가, 2015년 창간된 장르문학 전문잡지 ‘미스테리아’의 김용언 편집장, 다양한 장르문학을 소개하는 출판사 북스피어의 김홍민 대표, 미스터리 전문 웹사이트 ‘하우미스터리닷컴’(www.howmystery.com) 운영자 윤영천씨,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에 다수의 단편을 공개해 많은 호평을 받은 SF계의 떠오르는 신인 이산화 작가, 2009년 문을 연 국내 유일의 SF&판타지도서관의 전홍식 관장, 출판사 동아시아의 과학문학 브랜드 ‘허블’의 조유나 팀장 등 8명이 고른 책 8권은 소재와 주제 모두 각양각색입니다. 다음 페이지를 빨리 넘겨 보고 싶을 정도로 푹 빠질 수 있는 책을 만나 새로운 쾌감을 맛보시길 기원합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영화보다 재미있게 시간 ‘순삭’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현대문학)나는 평생 읽은 책이 10권도 안 된다. 뿐만 아니라 내 주변에도 책을 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런 환경이었기 때문에 책에 대한 편견이 강했다. 보면 잠 오는 것, 똑똑한 사람들만 보는 것. 그런 나의 편견을 깨 준 책이 바로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다. 책이 영화보다 더 재미있을 줄이야. 내 인생에서 책을, 그것도 앉은 자리에서 꼼짝도 안 하고 끝까지 보는 일이 생길 줄이야. 감상은 세 개로 끝낸다. 흡입력, 인간 본성, 반전. 김동식 작가6개의 추리 6명의 범인 당신의 선택 앤서니 버클리의 ‘독 초콜릿 사건’(엘릭시르)독이 든 초콜릿을 먹고 누군가 죽는다. 모호한 사건에 고민하던 경감은 ‘범죄 연구회’에 비공식적으로 사건을 의뢰하는데…. 변호사, 극작가, 추리소설가, 소설가, 범죄 애호가 그리고 범죄 연구회 회장은 사건을 조사한 후 저마다의 추리 쇼를 펼친다. 여섯 개의 추리가 가리킨 여섯 명의 범인. 놀랍게도 작가는 이 모두를 아우른 정답을 하나 더 준비해 놓고 독자에게 묻는다. “어떤 게 마음에 들어?” 윤영천 하우미스터리닷컴 운영자지구 말고 어떤 별로 가서 살까 듀나·김보영·배명훈·장강명의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한겨레출판사)휴가철엔 이 지긋지긋한 지구를 좀 떠나 보자.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는 한국 SF작가 네 사람이 각자 태양계의 천체 하나씩을 골라 배경으로 쓴 단편 모음이다. 전부 시스템에 맞서는 개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금성에선 기업, 화성에선 정부, 토성의 위성 타이탄으로 향하는 우주선 안에선 편견, 해왕성의 위성 트리톤에선 ‘아버지’와 싸운다. 과연 SF의 매력은 미래를 무기로 한 현실과의 투쟁이다. 이산화 작가올 여름휴가 외계 우주선 타고 떠나요 아서 클라크의 ‘라마와의 랑데부’(아작)올여름 조금 색다른 피서를 떠나 보자. 태양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외계 우주선 내부 탐사. ‘라마’라고 명명된 이 인공구조물은 길이 50㎞에 반지름 20㎞인 원기둥 모양이다. 이미 다녀온 여행자로서 살짝 귀띔하자면 지구 표면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경이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런 세계를 구축한 라마인(人)에 대해 상상하다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으로 회귀하게 된다. 한여름 더위를 잊게 만들기 충분한, 짜릿한 랑데부다. 김백상 작가고서 펼치자 튀어 나오는 기이한 세상 아시베 다쿠의 ‘기담을 파는 가게’(현대문학)나는 헌책방 ‘덕후’다. 요즘 헌책방이라고 하면 체인화되어 어떤 책이든 검색되는 대형 헌책방들을 많이 떠올릴 텐데 그런 헌책방 말고 그야말로 예전 청계천에 늘어서 있던, 도무지 무슨 책이 있는지 하나하나 들여다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그런 헌책방을 찾아다니는 의미의 ‘덕후’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 “헌책방에 얽힌 기이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책 소개를 보면 읽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기담을 파는 가게’는 헌책방 서가에 잠들어 있던 고서를 펼쳐 본 후 갖가지 기이한 일과 맞닥뜨리게 되는 남자에 관한 소설이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정상인 듯 정상 아닌 삶의 동력 엘리자베스 문의 ‘어둠의 속도’(북스피어)나의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SF작가는 김초엽이다. 김초엽 작가가 그랬다. ‘어둠의 속도’ 참 좋다고. 인간에게 장애라 불리는 것들이 모두 치료 가능해진 근미래가 배경이다. 소설은 묻는다. ‘결핍’ 혹은 ‘비정상’이라고 정의되는 것들은 반드시 이겨 내거나 벗어나야 할 대상인가. 누군가의 ‘정상’을 모두에게 강요할 수 있는가. 여기에 이 소설의 멋짐이 있다. 고통으로 보이는 것이 어떤 이에겐 삶의 동력일 수 있으니까. 여름밤은 길어서 타자를 상상하기에 딱 좋은 시간, 그래서 이 소설을 추천한다. 조유나 허블 팀장사소함 품은 거대한 비극 서늘한 비애 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의 ‘저체온증’(엘릭시르)우울증에 걸렸던 여인의 자살, 몇십년 전에 실종된 젊은 대학생…. 경찰이 더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듯한 상황에서, 형사 에를렌뒤르는 개인적인 수사를 시작한다. ‘저체온증’은 이처럼 범죄로 보이지도 않았던 ‘사소한’ 사건들에서 출발해, 뜻하지 않은 거대한 비극 앞에 남겨진 이들이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지극히 아름답게 탐구한다. 제목 그대로 ‘저체온증’에 걸린 것처럼 내내 서늘한 비애에 잠겨 단숨에 읽어 내려가게 된다. 김용언 미스테리아 편집장미래 추방 형벌일까 기회일까 로버트 하인라인의 ‘여름으로 가는 문’(시공사)“겨울이 되면 피트는 여름으로 가는 문을 찾는다.” 로버트 하인라인의 ‘여름으로 가는 문’은 한 청년과 고양이에 관한 사랑스러운 이야기다. 친구의 배신으로 모든 것을 잃고 30년 뒤 미래로 추방된 주인공이 새로운 운명을 펼쳐 가는 과정을 재미있게 엮어 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주인공이 좌절하지 않고 ‘주변의 도움도 함께 받아’ 하나씩 문제를 해결하고, 수수께끼가 풀려나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어떤 역경 속에서도 희망은 남아 있다는, 세상과 인간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이 포근하게 전해진다.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 美 정부 “중국에서 쓴 노트북, 핸드폰 모두 버려라”… 왜?

    美 정부 “중국에서 쓴 노트북, 핸드폰 모두 버려라”… 왜?

    지난달 중국을 방문했던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일행이 중국 현지에서 사용한 노트북과 핸드폰을 모두 폐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의 감청 및 해킹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환구망은 8일 미국 워싱턴타임스 보도를 인용해 미국 당국은 매티스 장관의 방중에 동행한 기자 10명이 매티스 장관의 전용기 E4B 나이트워치를 타고 귀국할 당시 중국에서 사용한 적 있던 전자단말기의 기내 휴대를 금지했다고 전했다. 미국 보안당국은 중국이 ‘사이버 스파이 기술’을 통해 바이러스나 악성 소프트웨어를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컴퓨터에 심어 원격으로 이 항공기를 감시 통제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타온 E4B는 하늘에서 미군 전군에 직접 명령을 내리는 등 핵전쟁 수행능력을 갖춘 ‘공중지휘통제기’로 ‘최후 심판의 날 항공기’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매티스 장관을 수행한 관리와 기자들은 결국 일회용 전화를 휴대할 수밖에 없었다. 이 휴대전화도 중국 안에서만 쓴 다음 중국을 떠나기 전 버리라는 지침을 받았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기자들은 휴대전화 외에 중국에 가져온 노트북 컴퓨터도 모두 중국 안에서 폐기하거나 중국 현지 지사의 동료에게 넘길 것을 요구받았다. 이에 따라 일부는 노트북 컴퓨터 2대를 준비해 한 대는 중국 체류 기간에만, 다른 한대는 중국 밖에서 사용했다. 미국의 이 같은 극단적인 방첩 보안에 중국 매체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환구망은 중국 첩보기술에 대한 서방의 상상력에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탄했다. 중국의 한 매체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신경과민증이 ‘초목개병’(草木皆兵·적을 두려워한 나머지 온 산의 초목까지 적군으로 보임)의 수준까지 이르렀다고도 했다. 휴대전화를 통한 중국의 기밀탈취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것은 매티스 장관의 방중이 처음은 아니다. 호주 국방장관이 2012년 6월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비슷한 휴대전화 폐기 일화가 공개된 바 있다. 당시 홍콩을 거쳐 중국 본토를 방문한 스테판 스미스 호주 국방장관과 수행원들은 임시 휴대전화를 장만한 다음 소지하던 휴대전화와 노트북 컴퓨터를 홍콩에 놔둔 채 중국으로 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靑 “인도 삼성공장 준공식 이재용 참석 靑 초청 아냐”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싱가포르 국빈방문(8~13일) 기간 중 오는 9일 열리는 삼성전자 인도 현지 공장 준공식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참석하는 것과 관련, “청와대가 이 부회장을 초청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 부회장의 준공식 참석은) 일반적으로 (기업이) 해외 투자를 하면서 (현지에) 공장 준공식을 할 때 참석하는 인사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만남이 계획된 것은 아니며, 이 부회장은 기업 경영자로서 통상적 활동으로 현지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는 것 뿐이란 설명이다. 문 대통령 순방 경제사절단에는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이 포함됐다. 삼성전자 인도 현지 공장 준공식에서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조우할 가능성은 크지만 별도 면담은 예정된게 없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날 기자들을 만나 “지금까지 대통령 경제 행사에 누구는 오고 누구는 오지 말라고 한 적이 없다”면서 “삼성이 (이 부회장) 참석을 확정해 (현장에) 와서 안내하는 것은 쿨하게 (받아들이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발표 1년을 맞아 “앞으로 베를린 구상이 풍성한 결실을 맺도록 더 땀을 흘리겠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지난해 이맘때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날았고, 금방이라도 전쟁이 터질 듯했던 시절이었다”며 “그때 문 대통령이 대담한 상상력을 펼쳤고, 한반도 평화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은 베를린구상이 현실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시론] 주 52시간, 문화가 있는 날의 자식 생각/이용관 한국예술경영연구소장

    [시론] 주 52시간, 문화가 있는 날의 자식 생각/이용관 한국예술경영연구소장

    아이들을 키워 본 아버지는 알 것이다. 빠르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늦어도 그 무섭다는 중2부터 이런저런 이유로 자식들과 거리가 점점 멀어지게 되는 것을. 더불어 자식들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빈도는 늘어만 가는 것을. 무언가 중요한 판단을 해야 할 때 중요한 의논 상대가 부모가 아니라 친구이거나, 설사 부모라 해도 그게 엄마이지 아버지가 아닌 대목에서도 그렇다. 이러려고 자식을 낳아 키웠나. 낳아 키웠다는 말이 가당키는 한가.딸아이가 고1 때 심하게 다툰 적이 있다. 오랜만에 공연장에서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를 본 다음이었다. 내 의도는 간만에 공연이나 공부 이야기, 혹은 아이의 고민도 들어주며 부녀 간 추억에 남을 만한 시간을 보내자는 데 있었다. 어렸을 때 원작도 봤으니까 둘을 비교하며 예술가의 상상력이란 어떤 것인지, 예술가들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 주는지 등을 나누고 싶었다. 그러나 아이의 바람은 딴 데 있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가 선수를 쳤다. “아빠, 나 운동화 사 줘.” “얼만데?” “○○만원.” “무슨 그런 비싼 운동화가 다 있어?” 그때부터 대화는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거칠어졌다. ‘역대급’ 추억을 만들자던 나의 꿈도, 운동화를 ‘득템’하려던 아이의 노림수도 물거품이 돼 버렸다. 이제는 아이들이 커서 사회에 나가 있다. 그래도 서운한 순간은 여전히 있다. 대화는 엇나가기 일쑤다. 하여 이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아주 어린 시절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으면. 공연장, 미술관, 영화관도 좀더 다녔으면.’ 아마 그랬다면 지금보다 공감대가 더 넓어지지 않았을까. 어느 순간이 지나면 그게 잘 안 된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알았다고 해도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새벽 출근 때도 늦은 밤 퇴근 때도 보이는 것은 언제나 아이들이 자는 모습이었으니까. 우리네 아버지들의 삶이란 그런 식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보내 버린 시간은 바로 우리 아이들의 성장기였다. 결국 아이들을 키운 것은 친구처럼 가까운 엄마이지 절대 아버지가 아니라는 것도 뒤늦게 깨달았다. 공연 관람의 장애 요인을 조사해 보면 늘 ‘경제적 부담’과 ‘시간 부족’이 가장 높게 나온다. 이런 답은 이제 줄 것으로 기대한다. 우선 주 52시간 근무가 이달 시작됐다. 기업이 어려워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이는 시대의 흐름이다. 주당 35시간인 프랑스 같은 나라도 있다. 굳이 비싼 티켓을 사지 않아도 좋은 공연이나 전시가 사방에 널려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4년 시작된 ‘문화가 있는 날’이다. 국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다양한 문화 혜택을 제공하는 정책이다. 홈페이지(www.culture.go.kr)에 들어가 조금만 둘러보면 무수히 많은 무료 공연과 전시를 찾을 수 있다. 도서관에서는 대출 권수를 늘려 주고, 경복궁 등 4대궁과 종묘, 조선왕릉 등은 무료 개방한다. 직장인을 위해 일부 문화시설은 야간 개방한다. 집이나 일상 공간 가까이에서 문화를 즐기자는 취지로 시작된 캠페인 ‘집콘’은 네이버 TV 등을 비롯해 집에서도 수준 높은 공연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공연자들이 일터로 직접 와 공연을 펼치는 ‘직장문화배달’도 인기다. 공연·전시·영화 관람권 등을 책으로 교환할 수 있는 ‘도깨비책방’도 추진한다. 청년예술가들의 야외 발표 무대인 ´청춘 마이크´와 문화자원을 활용해 주민들과 함께 만드는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도 11월까지 이어진다. 과거와 달리 전국 공연장과 미술관에서도 날마다 좋은 볼거리들이 많아진 시대다. 앞으로는 경제와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뭐가 유익한 것인지 ‘잘 몰라서’라는 답이 튀어나올지 모르겠다. 미국에선 예술을 경험한 학생들이 수능시험(SAT) 성적도 더 좋고 예술 전공자들이 직장 성취도나 만족도도 높다는 통계도 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한 번이라도 더 공연장이나 미술관에서 오래도록 남을 추억을 만들어 보자. 제발 그렇게 하시라. 그래서 그들이 자라 거꾸로 부모님을 모시고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다면 이보다 ‘잘 키운 자식’이 또 있을까 싶다.
  • ‘아는 와이프’ 지성X한지민 티저 영상 공개 ‘의미심장한 미소’

    ‘아는 와이프’ 지성X한지민 티저 영상 공개 ‘의미심장한 미소’

    ‘아는 와이프’ 지성과 한지민이 서로를 향한 스치는 눈빛만으로 설렘 가득한 로맨틱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오는 8월 1일 첫 방송되는 tvN 새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연출 이상엽, 극본 양희승) 측은 5일 티저 영상을 최초로 공개하며 세상에 단 하나뿐인 If 로맨스에 궁금증을 높였다. ‘아는 와이프’는 한 번의 선택으로 달라진 현재를 살게 된 운명적 러브스토리를 그린 If 로맨스. 공감을 저격하는 현실 위에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상상력을 더해 ‘공감’과 ‘로망’ 모두 충족시키는 차원이 다른 로맨스를 기대케 한다. ‘쇼핑왕 루이’로 감각적인 연출력을 선보인 이상엽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고교처세왕’, ‘오 나의 귀신님’, ‘역도요정 김복주’까지 사랑스럽고 따뜻한 작품을 써온 양희승 작가가 집필한다. 로맨스에 일가견이 있는 제작진이 의기투합했고 이름만 들어도 기대 심리를 자극하는 지성과 한지민이 만나 2018년 최고의 화제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공개된 티저 영상은 감각적인 영상과 몽환적인 분위기로 시선을 잡아끈다.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불현듯 현실로 돌아온 지성, 무언가 결심하고 달리기 시작한다. 숨 가쁘게 계단을 오르는 지성과 지는 태양을 온몸으로 받으며 서 있는 옅은 미소의 한지민이 오버랩 되며 묘한 설렘을 유발한다. 지성이 마침내 옥상에 도착했지만 기다리는 이는 아무도 없다. 고개를 돌린 그 순간 지성의 시선이 머문 곳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한지민이 서 있다. 같은 듯 다른 하늘 아래, 서로 닿을 수 없는 공간에서 마주한 두 사람. 찰나의 눈맞춤은 아련함과 동시에 설렘 지수를 높인다. 무엇보다 시공간이 나뉜 듯 대비되는 풍경과 함께 알 수 없는 미소를 주고받는 지성과 한지민의 모습은 두 사람이 만들어 나갈 ‘내 생애 단 한 번의 If 로맨스’에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짧은 티저 영상만으로도 감정을 끌어올리는 지성과 한지민의 완벽한 로맨틱 시너지는 기대를 뜨겁게 달군다. 지성은 집에서는 와이프, 밖에서는 상사에게 치이는 짠내 폭발 가장 차주혁을 맡아 현실감을 불어넣고, 한지민은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 동분서주하는 워킹맘 서우진으로 연기 변신에 나선다. 평범하지만 그래서 더 공감 가는 차주혁의 매력을 증폭시키는 지성의 지루할 틈 없는 연기와 3년 만의 컴백이지만 변함없는 존재감을 발산하는 한지민의 특급 케미는 이제껏 본 적 없는 로맨스를 예고한다. ‘아는 와이프’ 제작진은 “지성과 한지민은 공기마저 로맨틱하게 만드는 최고의 조합이다”라고 전하며 “두 사람이 만들어갈 아주 특별한 단 하나의 ‘If 로맨스’를 기대해 달라”고 밝혔다. 한편, tvN 새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는 ‘김비서가 왜 그럴까’ 후속으로 오는 8월 1일 오후 9시 30분 첫 방송된다. 사진제공=tvN ‘아는 와이프’ 티저 영상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이상봉이 꾸미는 화려한 만화패션쇼” 부천국제만화축제 다음달 개막

    “이상봉이 꾸미는 화려한 만화패션쇼” 부천국제만화축제 다음달 개막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지난 4일 아시아 최고의 만화전문 축제인 제21회 부천국제만화축제(이하 만화축제)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전체프로그램을 소개했다. 5일 만화영상진흥원에 따르면 이날 안종철 원장과 이용철 축제사무국장이 참석해 만화축제의 전시와 마켓, 공연·이벤트 등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했다. 또 제21회 부천국제만화축제로 향하는 기안84의 유쾌한 여정을 담은 공식 트레일러 영상이 깜짝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안 원장은 “올해 축제는 Fancy(상상), Fun(즐거움), Fellow(함께)의 3F를 지향하며 만화가와 산업종사자·마니아·시민이 한데 어우러져 여름밤을 만끽할 수 있도록 최초로 야간에 개장된다”며, “관람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풍성한 콘텐츠와 이벤트가 준비돼 있으니 많이 참석하기를 부탁한다”고 전했다. 이 축제사무국장은 “올해 축제는 관람객 11만명이 목표”라며 “만화전문 축제에서 시민축제로 나아가고자 한다. 특히 개막식은 레드카펫과 이어지는 파크존 특설무대에서 이상봉 디자이너의 만화패션쇼와 함께 개최돼 만화축제 사상 가장 화려하고 이색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축제 공식 홍보대사에 국내 최고의 인기 웹툰작가인 ‘기안84’가, 함께 개최되는 제2회 경기국제코스프레페스티벌 홍보대사에는 인기 서브컬처 모델 ‘유리사’가 선정됐다. 위촉식에서 기안84는 “본업이 만화가이기 때문에 만화나 웹툰 산업에 홍보할 수 있는 데 도움이 된다면 영광스럽게 생각해 열심히 활동해 볼 생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유리사는 “이번 축제의 일반인 관람객들도 ‘코스프레에 대해 내가 잘 모르는데 가서 잘 즐길 수 있을까’ 하고 걱정마시고,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문화이므로 일단 보시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참여를 독려했다. 부천국제만화축제는 ‘만화, 그 너머’를 주제로 오는 8월 15일부터 닷새간 한국만화박물관과 부천영상문화단지 일대에서 개최된다. 올해는 야외 행사장 ‘파크존’을 만들어 최초로 오후 9시까지 야간 개장한다. 파크존에는 ‘돗자리 만화방’과 ‘물도서관’ 등 다양한 즐길거리로 채워진다. 또 ‘애니송 콘서트’로 인기 애니메이션과 만화음악 공연이 야외무대에서 축제 기간 매일 공연된다. 지난해에 이어 국제적인 코스프레 챔피언십인 경기국제코스프레페스티벌이 만화축제와 함께한다. 해외에서 초청된 프로 코스튬 플레이어 7개국 14명과 국내 최고 코스튬 플레이어들이 치열한 경연을 펼친다. 행사장 곳곳에 코스튬 플레이어 5000명이 참여해 관람객들의 눈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만화축제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부천국제만화축제 홈페이지(www.bicof.com)를 참고하거나 부천국제만화축제 사무국(032-310-3074)으로 문의하면 된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한국의 유발 하라리 만든다”… 포스텍 가는 송호근

    “한국의 유발 하라리 만든다”… 포스텍 가는 송호근

    “우리나라 이공계 학생들의 가장 큰 문제는 연구 능력과는 별개로 과학연구 환경을 악화시키는 정책이나 사회적 담론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이 부족하다는 거예요. 과학도들에게 비판적 시각과 새로운 영감, 상상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제 역할이 될 것입니다.”국내 대표적인 사회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송호근(62) 서울대 사회학과 석좌교수가 올해 2학기부터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인 포스텍 인문사회학부로 자리를 옮긴다. 송 교수는 지난 3월 서울대 인문사회학 계열에서 첫 석좌교수로 임명돼 화제가 된 바 있다. 송 교수는 “서울대 석좌교수로 임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옮기는 게 사실 미안하기도 하고 예의에 어긋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몇 년 전부터 젊은 친구들에게 강의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다”며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 송 교수의 ”포스텍행’에는 서울대 공대 학장 출신인 김도연(67) 포스텍 총장의 ‘삼고초려’도 큰 역할을 했다. 김 총장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창의적 인재 양성에 송 교수가 적격이라 생각해 도와 달라고 읍소를 하는데도 꿈쩍 않길래 폭탄주를 마시면서 강제로 사인하게 만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송 교수는 오는 9월부터 포스텍 석좌교수 겸 인문사회학부장으로 인문사회학 분야 교육 전권을 갖게 됐다. 포스텍은 송 교수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인재양성에 힘써 달라는 의미에서 정년을 70세로 보장했다. “포스텍은 명문대학이기는 하지만 한국 사회의 주요 공론장에서 동떨어져 과학기술과 관련한 국가정책은 물론 사회의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지 못했어요. 진정한 명문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국가 주요 정책들에 대해 이런저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목소리를 내는 통로로 저를 생각한 부분도 있을 겁니다.” 송 교수는 인문사회학부 내에 ‘소통과 공론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그는 “소통과 공론센터에서는 글쓰기부터 시작해 사회적 공론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과학도로서 사회적 발언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지 등에 대해 교육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공계 연구중심대학 내에 문·이과 융합 연구를 하는 ‘융합문명연구’ 대학원 과정도 개설하겠다고 밝혔다. “융합문명연구소는 ‘호모 사피엔스’를 쓴 유발 하라리, ‘총, 균, 쇠’를 쓴 제레드 다이아몬드나 제레미 리프킨처럼 사회를 읽는 안목을 가진 과학도를 키우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국내외 다른 대학들에서는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연구를 진행해 과학과 인문사회의 융합연구 중심지로 만들 생각이지요.”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판화 60년, 상상력의 실험 계속된다

    판화 60년, 상상력의 실험 계속된다

    잉크로 인쇄한 복제 미술 작품들이 전성기를 누리는 디지털 복제 시대다. 이에 밀려 사람의 숨결과 사유, 현대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투과한 판화의 고유 가치는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다. 하지만 아직 ‘판화의 죽음’이라 단정하기는 이르다. 한국 현대미술에 활력을 불어넣어 온 ‘현대판화의 60년 실험’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경기도미술관이 4일부터 오는 9월 9일까지 마련한 ‘판화하다-한국현대판화 60년’전은 1세대인 이항성, 김정자를 비롯해 윤명로, 한운성, 신장식, 박영근, 이성구 등 국내 주요 판화 작가들의 대표작 160점을 통해 이를 증명하려 한다. ‘60년’은 한국판화협회가 세워진 1958년을 기점으로 역산한 것이다. 이항성, 정규, 유강렬의 작품이 미국 신시내티미술관에서 열린 ‘제5회 국제현대색채석판화비엔날레’에 출품되며 우리 미술이 국제 무대에 첫발을 디딘 해이기도 하다. 최은주 경기도미술관장은 “판화에서 일어난 다양한 실험들은 한국 현대미술이 촉발되도록 기여했고 우리 미술의 국제 무대 진출을 앞당겼다”며 “판화는 우리 전통과 현대성을 가장 긴밀하게 이어 주는 역할도 해 온 만큼 상상력의 범주를 넘어서는 작업들이 판화 예술의 중흥을 다시 이끌 것”이라고 전시의 의미를 짚었다. 전시는 각인, 부식, 그리기, 투과, 실험 등 ‘판화하는 행위’에 따라 다섯 가지 주제로 나뉜다. 60년을 아우르는 시간 동안 작가들이 활용했던 재료, 기법, 맥락 등은 모두 다르지만 판화 고유의 감수성과 풍부한 조형미, 실험성을 만끽할 수 있다. ‘각인하다’ 섹션에서는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 당시 평화의집 2층 회담장에 걸렸던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으로 주목받은 신장식 작가(한국현대판화협회장)의 1991년 작 ‘아리랑-기원’, 박영근 작가의 ‘베드로에 관하여-성전’(1996) 등이 전시된다. 깎고 긁고 찍어 내는 신체 노동이 만들어 낸 입체적이고 리드미컬한 작품 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금속 바늘로 가늘고 무수한 그물망을 새겨넣어 찬란한 빛을 표현한 하동철의 ‘빛 88-E4’(1983년 작), 선의 교차와 톤의 변화가 정교한 조형미를 이루는 한운성의 ‘매듭이 있는 풍경Ⅶ’(1988) 등은 부식 행위가 빚어내는 정밀한 표현력을 보여 준다. 판화가 회화보다 더 자유롭고 대담한 필치를 펼칠 수 있음(김정임의 ‘리듬 9401’)을 보여 주기도 한다. 마지막 공간에선 3D 판각 기법을 도입한 작품 등으로 판화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다. 투명한 아크릴과 유리에 조형 이미지들을 겹겹이 쌓은 나광호 작가의 ‘익은 것과 날 것’은 판화가 ‘확장의 작업’임을 확인시켜 준다. 작가가 가르친 아이들의 낙서들을 모아 디지털 이미지로 만들었다. ‘작가의 작업실’에서는 작품을 판화로 찍어 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신장식 작가가 동영상으로 판화 찍는 방법을 시연한다. 관람료 무료. 월요일은 휴관. (031)481-7037.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여주 황학산수목원 산림박물관,경기지역 희귀.특산식물 종자사진 전시회

    여주 황학산수목원 산림박물관,경기지역 희귀.특산식물 종자사진 전시회

    경기 여주시 황학산수목원은 오는 10일부터 9월 30일까지 산림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경기지역 희귀.특산식물 종자사진 전시회’를 연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사진 전시회는 자연과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인터넷 동호회인 ‘인디카’와 한반도식물연구회에서 활동 중인 정귀동 작가가 자신만의 독특한 촬영기법으로 찍은 희귀.특산식물 종자사진 작품으로 이뤄진다. 초대전 형태로 개최하는 이번전시회는 정귀동 작가가 보유한 작품 45점을 감상할 수 있다. 종자를 주제로 한 전시회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게 접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식물을 공부하는 사람들, 여름방학을 맞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이라며 “독특한 사진촬영기법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갖기 바란다”고 말했다. 여주 황학산수목원 산림박물관 기획전시는 오전9시부터 오후5시까지 무료로 관람가능하며 기타 궁금한 사항은 여주시 산림공원과 수목원관리팀(031-887-2744)로 문의하면 된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한국의 유발 하라리, 제레드 다이아몬드, 제레미 리프킨 키우겠다” 포스텍 가는 사회학자 송호근

    “한국의 유발 하라리, 제레드 다이아몬드, 제레미 리프킨 키우겠다” 포스텍 가는 사회학자 송호근

    송 교수, 오는 9월부터 포스텍 석좌교수 겸 인문사회학부장“융합문명연구소 설립···사회 읽는 안목 지닌 과학도 양성” “우리나라 이공계 학생들의 가장 큰 문제는 연구 능력과는 별개로 과학연구 환경을 악화시키는 정책이나 사회적 담론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이 부족하다는 거에요. 과학도들에게 비판적 시각과 새로운 영감, 상상력을 불어 넣어주는 것이 제 역할이 될 것입니다.”국내 대표적인 사회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송호근(62) 서울대 사회학과 석좌교수가 올해 2학기부터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인 포스텍 인문사회학부로 자리를 옮긴다. 송 교수는 지난 3월 서울대 인문사회학 계열에서 첫 석좌교수로 임명돼 화제가 된 바 있다. 송 교수는 “서울대 석좌교수로 임명된지 얼마 되지 않아 옮기는게 사실 미안하기도 하고 예의에 어긋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몇 년 전부터 젊은 친구들에게 강의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라며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 송 교수의 ”포스텍 행’에는 서울대 공대 학장 출신인 김도연(67) 포스텍 총장의 ‘삼고초려’도 큰 역할을 했다. 김 총장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창의적 인재 양성에 송 교수가 적격이라 생각해 도와달라고 읍소를 하는데도 꿈쩍 않길래 폭탄주를 마시면서 강제로 사인하게 만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송 교수는 오는 9월부터 포스텍 석좌교수 겸 인문사회학부장으로 인문사회학 분야 교육 전권을 갖게 됐다. 포스텍은 송 교수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인재양성에 힘써달라는 의미에서 정년을 70세로 보장했다. “포스텍은 명문대학이기는 하지만 한국 사회의 주요 공론장에서 동떨어져 과학기술과 관련한 국가정책은 물론 사회의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지 못했어요. 진정한 명문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국가 주요 정책들에 대해 이런 저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목소리를 내는 통로로 저를 생각한 부분도 있을 겁니다.” 송 교수는 인문사회학부 내에 ‘소통과 공론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그는 “소통과 공론센터에서는 글쓰기부터 시작해 사회적 공론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과학도로서 사회적 발언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지 등에 대해 교육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공계 연구중심대학 내에 문·이과 융합 연구를 하는 ‘융합문명연구’ 대학원 과정도 개설하겠다고 밝혔다. “융합문명연구소는 ‘호모 사피엔스’를 쓴 유발 하라리, ‘총, 균, 쇠’를 쓴 제레드 다이아몬드나 제레미 리프킨처럼 사회를 읽는 안목을 가진 과학도를 키우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국내외 다른 대학들에서는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연구를 진행해 과학과 인문사회의 융합연구 중심지로 만들 생각이지요.”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철학자들은 왜 꿀벌에 빠졌나

    철학자들은 왜 꿀벌에 빠졌나

    꿀벌과 철학자/프랑수아 타부아요, 피에르 앙이 타부아요 지음/배영란 옮김/미래의창/352쪽/1만 6000원꿀벌은 어떤 곤충인가. 꽃을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꿀을 채집하고 벌집에 저장하는 부지런한 곤충? ‘꿀벌과 철학자’ 저자인 타부아요 형제는 고개를 젓는다. 꿀벌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세계의 작동 원리를 가르쳤으며, 암브로시우스와 아우구스티누스에게는 신의 섭리를 알려 주기도 했다. 그뿐인가. 네로와 나폴레옹 황제에게는 가장 충성스런 조언자였고, 니체에게는 인간의 위대함을 상기해 주는 지표였다. 이처럼 철학자들은 시대와 문화권을 막론하고 꿀벌을 통해 자연의 비밀과 인간의 근원에 대한 답을 찾았다. 그래서 형제는 이렇게 말한다. “위대한 사상가라면 반드시 벌통 하나쯤은 곁에 두고 있어야 명함을 내밀 수 있을 정도였다”고.책은 서구 지성사의 결정적 순간마다 사상가들의 치열한 논쟁을 불렀던 꿀벌과 사상가의 주장을 소개한다. 형 프랑수아 타부아요는 20년 경력 양봉업자, 동생 피에르 앙리 타부아요는 파리 소르본대 철학 교수다. 한 명은 사상가들의 철학을, 한 명은 벌의 생태를 분석하는 식으로 환상적인 호흡을 선보인다. 형제는 그리스 신화와 고대 철학자, 제국의 건설자부터 수도사와 혁명가, 자본주의자가 꿀벌의 생태를 통해 어떻게 세계를 바라봤는지 추적했다. 예컨대 아리스토텔레스는 도시 국가와 꿀벌 사회를 비교했다. 노예와 외국인, 자유민, 지도층이 함께 살았던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와 꿀벌 사회는 비슷했다. 무리를 이끄는 지도층과 일벌, 수벌, 도둑벌 등 꿀벌 사회도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됐다. 고대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는 정치의 영역으로 꿀벌을 끌어들였다. 서사시 ‘게오르기카’ 4권에서 ‘두 왕 사이의 불거진 불화’를 통해 두 편으로 나뉜 벌이 어떻게 서로 질서를 잡아가는지 상상력을 동원했다. 당시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아누스의 대치를 빗댄 것이다. 꿀벌은 신약성서에서 잠시 자취를 감춘다. 꿀벌은 인간과 신의 중재자 정도로 여겨졌는데, 그 자리를 예수가 대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교부학을 통해 꿀벌은 다시 무대에 복귀한다. 신의 가르침을 보여 주는 ‘모범 곤충’으로서다. 교부들은 성서를 다루는 이들을 부지런한 꿀벌, 예수는 꿀벌 집단 내에서도 으뜸이 되는 ‘왕벌’(실제로는 여왕벌)로 비유했다. 특히 꿀벌은 처녀의 몸으로 수태한 성모 마리아를 설명하는 도구로 활용됐다. 당시만 해도 벌이 교미하는 방식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생명을 창조하는 일은 꿀벌처럼 성적인 결합 없이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통용됐다. 초기 기독교 교회의 대표적인 교부였던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런 논리로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추방된 이후 우리를 영생의 삶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 게 욕망과 성행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금에서 보자면 가당찮은 주장이었지만 “꿀벌도 교미하지 않는데, 인간이 왜 그런 것 하나 못 참느냐”는 주장도 당시엔 통했다.근대 정치혁명을 통해 정치의 주인이 바뀌면서 꿀벌은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여러 사상가가 무정부주의, 여성주의, 자유주의를 꿀벌로 풀어냈다. 꿀벌이 가진 완벽한 질서와 인간 이성의 숭고한 자유를 외친 프루동, 꿀벌 사회가 모계 중심의 여권제에 기반을 둔 태초의 인간 사회를 보여 주는 가장 완벽한 사례라고 주장한 바흐오펜, 그리고 기존의 부지런한 꿀벌이라는 틀을 비틀어 “벌집의 풍요로움을 만들어낸 주된 원동력은 바로 욕심과 허영심”이라고 주장한 버나드 맨더빌 등이다. 꿀벌은 현미경이 발명되면서 그나마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남성 우월주의 사상에서 ‘왕벌’로 불렸던 벌이 사실상 암컷인 여왕벌이었던 점, 그리고 여왕벌에게도 벌침이 존재했고 일벌이 다소 퇴행한 난소를 가진 암컷이라는 점도 드러났다. 소우주에 버금가는 육각형의 벌집은 수학이 풀어냈다. 여왕벌이 벌집 밖의 하늘 위로 날아올라 교미를 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과학이 꿀벌의 진짜 모습을 찾아낸 셈이랄까. 형제는 “20년 전 철학과 꿀벌을 결합시킨 탐사 계획을 맨 처음 떠올렸을 때에는 그 규모나 기간을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자료를 읽어 나가고 새로운 발견을 해 나갈수록 우리 형제는 서양 사상사의 주요 대목에서 늘 꿀벌이 등장한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밝혔다. 20년에 걸친 꿀벌 탐사는 그야말로 ‘지적인 비행’이라 할 수 있다. 고대와 중세를 거쳐 르네상스,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꿀벌과 함께 하는 이 여행에 동참해 보시길. 머리가 윙윙거리며 지끈거리더라도 나름 유익한 여행이 될 것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서동철 칼럼] 미륵사탑만큼 중요한 ‘미륵사탑식 보존’

    [서동철 칼럼] 미륵사탑만큼 중요한 ‘미륵사탑식 보존’

    신문사 사회부에서 문화부로 자리를 옮겨 얼떨결에 문화재 2진을 맡은 1992년 여름이었다. 햇볕이 따갑던 어느 날 사진부 동료와 전북 익산 미륵사 터로 출장을 갔다. 당시는 동탑 복원이 한창이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20세기 한국 문화재 복원에서 최악의 사례”라면서 “폭파시켜 버리면 좋겠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고 했던 바로 그 미륵사 터 동탑이다.당시에도 완전한 모습을 알 길이 없는 백제탑을 별다른 근거도 없이 복원한다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동탑을 기계로 깎아 복원한다는 결정에는 적어도 문화재 전문가 사이에서는 찬성하는 사람이 없었다. 기록을 찾아보니 복원 비용은 당초 60억원 남짓으로 추정됐지만, 실제로는 23억원이 책정됐고 최종적으로 29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미륵사 터의 분위기는 문화재 복원의 현장이라기보다는 석재 가공 공장을 연상시켰다. 돌을 자르고 다듬는 것이 모두 기계의 몫인지라 소음도 어지간했다. 그럼에도 석공들의 자부심만큼은 작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황등 비빔밥에 대한 기억은 또렷하고, 복원 현장의 기억은 흐릿하니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컸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돌을 다듬는 단계에서 복원 이후 탑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복원 공사가 마무리된 이듬해 다시 미륵사 터를 찾았다. 폭파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은 못했지만 복원한 9층 동석이 기대에 걸맞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이렇게 보면 될 것 같다. 당초의 복원 예산에서 31억원을 깎은 것은 석공의 손을 기계로 대체했기에 가능했다. 그 결과 동탑에서 ‘손맛’, 곧 ‘사람의 향기’가 사라진 것이다. 미륵사 터 서탑의 해체·수리가 마무리됐다는 소식이 지난주 들렸다. 동탑과 석탑은 쌍둥이 탑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동탑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였던 반면 서탑은 6층까지 남아 있었다. 엉터리로 복원한 것은 마찬가지인 다른 문화유산들보다 동탑이 더 혹평받은 것도 서탑이 뿜어내는 ‘체온이 담긴 아름다움’과 곧바로 비교할 수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전라북도가 서탑의 안전진단을 벌여 무너진 곳에 채운 시멘트가 오래되면서 구조적으로 불안정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1998년이다. 이듬해 문화재위원회에서 해체 수리를 결정하자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01년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학술적·기술적 조사 연구에 들어갔다. 이후 본격 해체가 이루어지면서 2009년에는 백제 무왕 40년(639)이라는 절대 연대를 알려 주는 사리장엄이 나오기도 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화재청은 오는 12월까지 서탑 외부의 공사용 가설물을 철거하고 내년 초 수리 준공식을 가질 계획이다. 안전진단에서 준공식까지 21년이다. 단일 문화재로는 가장 오랜 기간 체계적으로 수리하는 사례라고 한다. 한편으로 동·서탑이 한눈에 들어오는 새해가 되면 미륵사 터를 방문한 일반 국민 사이에서도 ‘동탑 폭파론(論)’이 더욱 거세질지도 모르겠다. 이쯤에서 “그럼 미륵사 터 동탑은 아무런 가치도 없는 흉물일 뿐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본다. 분명히 서탑은 문화재 보수의 모범 사례로 떠오를 것이다. 그럴수록 동탑의 실패 사례가 없었다면 서탑의 성공 사례도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예산부터 서탑에는 230억원이 들었다. 동탑 복원 당시와 돈 가치에 차이가 있다고 해도 사람 냄새를 담지 않고서는 문화재 복원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예산 당국의 뇌리에도 깊이 심었다. 서탑은 남아 있는 6층까지만 재조립할 것인가, 상상력을 발휘해 9층까지 복원할 것인가를 놓고도 10년 이상 논란을 벌였다. 6층으로 결론을 내린 것은 문화유산의 진정성을 살린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믿는다. 동탑이라는 반면교사가 없었다면 이렇게 조심스러울 수 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미륵사 터 서탑 해체·보수 과정에서 보여 준 문화재 정책 당국의 진지함이 앞으로의 모든 문화유산 복원에 똑같이 적용되기 바란다. 당연히 지방자치단체도 다르지 않아야 한다. dcsu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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