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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대물림 안 된 도전·혁신 DNA…한국경제의 맥까지 끊어진다

    [기업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대물림 안 된 도전·혁신 DNA…한국경제의 맥까지 끊어진다

    고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은 1983년 ‘도쿄선언’으로 세계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었다. 경영 일선에서 마지막 도전이었으며, 이 전 회장은 그로부터 약 4년 뒤 세상을 떠났다. 반도체 산업은 당시 재계에선 시기상조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세계 일류 기업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이 됐다.●이병철 반도체·정주영 “해 봤어?” 정신 어디에…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이봐, 해 봤어?”의 도전정신으로 ‘제3세계’였던 한국에 처음 완성차 업체를 만들었다. 그는 앞서 그리스 선주에게 거북선이 그려진 당시 500원 지폐를 보여 주며 조선소도 없이 선박을 수주, 영국에서 차관을 내 조선소 건립과 선박 건조를 동시에 진행했다. 두 회장을 비롯한 ‘창업가 1세대’와 그들의 기업을 물려받아 이끈 2~3세들, 또 1980년대 이후 창업 신화를 만들어 낸 창업가 2세대는 도전정신과 기업가정신으로 오늘의 한국을 세계 11위 경제대국으로 만든 주역이었다. 하지만 2018년 한국 경제를 움직이는 기업들 중 그런 혁신과 도전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창업 신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1세대 창업가들이 세운 거대 기업들은 정경유착, 탈세, 경영권 편법 승계, 불공정 거래, 골목상권 침해 등으로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재벌 3~4세’들은 할아버지 세대들이 보여 줬던 기업가정신은커녕 입시비리, 갑질, 폭행 등 사건을 몰고 다녔다. 2세대 창업가들이 썼던 신화는 상당수 ‘새드엔딩’을 맞기도 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라디오 인터뷰에서 “온실 속에서 자란 3세들이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이런 것이 한국의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는 데 많은 전문가들이 공감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집단정보포털(OPNI)에 따르면 2018년 5월 한국 대규모 기업집단 매출 순위 10위 기업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포스코, 한화, GS, 농협, 현대중공업 순이다. 이 기업집단들은 약 30년 전인 1987년 한국 10대 기업(현대, 삼성, 럭키, 대우, 선경, 쌍용, 한화, 한진, 효성, 롯데 순)과 대부분 일치한다. 10대 기업집단 중 30년 전에도 10위권이 아니었던 곳은 포스코와 농협 두 곳뿐이다. 상위 기업집단은 약 40년 전인 1980년대부터 큰 변동이 없었다. 상위 기업집단끼리 순위를 오르내렸고, 새롭게 진입하는 창업기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새로 진입하는 기업집단은 대체로 포스코(포항제철), KT(한국전기통신)와 같이 과거 공기업으로 국가 재정의 지원을 받았던 민영화 기업들이었다. 상위 기업집단의 변동폭이 작다는 것은 얼핏 전통 있는 기업들이 오랜 세월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는 의미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 작다는 의미로, 경제학자들이 계속 지적해 온 문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15년 보고서에서 “기업의 진입률과 퇴출률의 합인 기업교체율은 경제 역동성을 측정하는 척도 중 하나”라면서 “기업 역동성은 생산성 향상과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상위 60개 기업집단 중 창업한 지 20년이 되지 않은 곳은 50위 이하로 내려가서야 단 4곳을 찾아볼 수 있을 뿐이다. 네이버(1999년)가 50위, 카카오(2010년) 56위, 넷마블(2000년) 57위, 셀트리온(2002년)이 59위다.●‘2세대 신화’ STX·웅진 휘청 ‘창업가 2세대’ 신화를 쓰며 승승장구했던 일부 대기업은 경영 실패로 그룹이 해체돼 공정위가 지정하는 대규모 기업집단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창업주 강덕수 전 회장은 쌍용중공업 최고채무책임자(CFO)로 일하던 중 외환위기 여파로 그룹이 흔들리던 2001년 퇴출이 결정된 중공업을 인수해 사명을 STX로 바꿨다. 그는 조선사업에 진출한 뒤 에너지, 해운, 건설, 금융 등에 이르는 과감한 인수합병(M&A)으로 STX를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STX는 오히려 무리한 사업 확장이 독이 돼 2013년 채권단 공동관리 체제를 맞았다. 이후 대부분의 계열사가 매각·정리돼 STX는 전문 무역상사로 남았다. 강 전 회장은 2조 3000억원대 횡령·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에서 분식회계 혐의를 무죄로 인정받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앞두고 있다. 1980년대 윤석금 회장이 교육·학습지 사업에서 시작해 식품, 정수기, 화학 등으로 사업을 확장, 재계 30위권까지 성장시켰던 웅진그룹도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2012년 법정관리 체제에 들어갔다. 윤 회장은 14개월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한 뒤 방문 판매, 교육, 렌털 사업 중심으로 그룹 재건에 매달리고 있다. 코웨이를 매각할 당시 5년 동안 렌털시장에 진출하지 않기로 계약했는데, 올해 그 기간이 끝나 이 사업에 재진출했다. ●미래에셋, 1990년대 창업 대기업 중 20위권 유일 1990년대에 창업해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곳 중 유일하게 20위 안에 든 미래에셋만이 창업가 2세대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동양증권 소속으로 업계 최연소 지점장이었던 박현주 회장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직원 8명과 벤처캐피탈을 시작해 ‘샐러리맨 신화’를 만들었다. 미래에셋은 현재 부동산 투자, 생명보험 등 금융·비금융을 망라한 13개 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경제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물려받은 기업과 자산 없이 맨주먹으로 시작해 한국 경제를 움직이는 대기업을 만드는 신화를 찾아볼 수 없다는 뜻이다. 사회적으로는 ‘흙수저’가 노력만으로 ‘금수저’가 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김병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저서 ‘도전력’에서 “생산성이 정체된 기업들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되고 새로운 기술과 열정으로 무장한 신규 기업들이 이를 대체하면서 국가 전체의 생산성이 향상되는 경제가 역동적인 경제”라면서 “우리 경제가 역동성을 회복하려면 생산성이 저하된 좀비 같은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개선하고 국민의 기업가정신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사랑 풍속·여인들… 시경 속 2500년 전 연애시

    사랑 풍속·여인들… 시경 속 2500년 전 연애시

    고대의 연애시를 읽다/류둥잉 지음/안소현 옮김/에쎄/296쪽/1만 5000원노인들이 보면 가소롭겠지만, 그래도 청춘에서 비껴 서서 연륜이라는 게 생기고 보니 연애가 보인다. 그 한복판에 있을 때는 허우적거리느라 기쁨도 고통도 제대로 만끽하지 못했다. 모든 노래 가사들이 내 얘기같이 절절하고 모든 연애시가 내 삶을 훔쳐보고 쓴 것 같았던 시기. 연애세포가 죽고 나니, 그저 귀엽고 애틋하고 갸륵하고 따뜻하다. 2500년 전의 시라도 마찬가지. ‘시경’은 평범한 시집이 아니다. 일단 문학이 아니라 ‘경전’으로 분류되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왕실에서 보유하고 있던 문헌을 정리하던 한대의 사관들은 기원전 1046년 정도부터 대략 500년간 수많은 사람들이 지은 시들 중 305편의 시를 추려 묶었다. 이후 ‘시경’은 아이들을 교육할 교과서로, 학자들에게는 신성한 경전으로, 과거시험의 필수과목으로서의 지위를 차지해 왔다. 공자는 ‘논어’에서 “시 삼백수면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며 그중 한 편인 ‘관저’를 들어 “즐거우나 방탕함에 이르지 않고, 슬프나 마음을 상함에 이르지는 않는다”고 평했다. 이 책의 저자 류둥잉은 이에 대해 “중화의 미를 표현한 전형으로 꼽은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시경’의 시들이 모두 교육적이거나 도덕적인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경’에서 도덕적 의미를 찾으려 했으나, 정작 이 시들이 그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은 까닭은 소박하고 순수한 감정을 노래했기 때문 아닐까. 새 책 ‘고대의 연애시를 읽다’에서 추려낸 시를 보면 확신이 든다. 2500년 전의 젊은이도 절절한 자기 감정을 시로 옮겨 놓고 싶다는 욕망을 참지 못했다는 확신이. 이 책은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는 사랑 풍속을 보여 준다. 2부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당시의 민속 풍경이다. 혼인 이야기, 밸런타인데이에 비견할 수 있는 상사절 이야기 등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3부는 ‘시경’에 나온 여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비록 남성 중심 사회였지만 여성에 대한 번잡한 예법의 구속이 없었”던 시절의 참신하고 야성적인 여인들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저자에게 ‘시경’은 인생의 책이다. 대학에서 청강하게 된 강의에서 ‘시경’에 나온 시 한 편을 듣게 된 저자는 이후 이 책을 꾸준히 읽고 논문을 쓰고 강의를 하고 책을 썼다. 물론 ‘시경’에서 연애시의 비중이 아주 크지는 않으므로 이 책 한 권으로 ‘시경’을 모두 이해할 수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독특한 시집에 관심을 갖게 되는 관문으로는 더할 나위 없다. 박사 북칼럼니스트
  • [특파원 리포트] 상사 갑질·성희롱… ‘특약 보험’으로 해결하는 日기업

    [특파원 리포트] 상사 갑질·성희롱… ‘특약 보험’으로 해결하는 日기업

    고용관행 배상책임 보험판매 급증 1년 새 60% 증가해 3만 7000건 배상금 부담 큰 중소기업에서 인기일본 기후현의 한 전자기기 제조업체에 다니던 30대 남성이 직장상사의 거듭된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2013년 10월 목숨을 끊었다. 가족들은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법원은 회사에 대해 1억 550만엔(약 10억 5000만원)을 물어주라고 판결했다. 효고현의 한 공립병원에 근무하던 30대 남성 의사도 선배 의사로부터 “관둬라”, “죽어라” 등 모멸적인 대우를 받은 뒤 우울증에 빠져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법원은 병원의 책임을 인정, 유족들에게 1억엔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파와하라’(상사 등 힘 있는 사람들의 갑질), ‘세쿠하라’(성희롱) 등으로 볼리는 직장 내 각종 문제 발생에 대비한 신종 보험 판매가 일본에서 급증하고 있다. 일본의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상사의 가혹행위나 성희롱, 성차별, 국적차별 등에 의한 직장 내 송사가 늘어나자 기업이 직원들에게 물어주어야 하는 배상금 등을 보장하는 이른바 ‘고용관행 배상책임 특약보험’ 상품을 최근 몇 년 새 대폭 확충했다. 이에 더해 소송을 당하는 기업뿐 아니라 소송을 제기하는 피해 당사자에 대해 변호사 비용을 보상하는 상품도 내놓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도쿄해상니치도화재, 손해보험재팬닛폰코아, MS&AD인슈어런스 등 일본의 3대 손보그룹이 판매한 고용관행 배상책임 특약보험은 약 3만 7000건으로 전년의 2만 3000여건에 비해 60%가량 증가했다. MS&AD인슈어런스의 경우 지난해 계열사인 미쓰이스미토모해상과 아이오이닛세이도와손보 등 2개 계열사를 통해 약 2만건을 판매했다. 이는 전년보다 50% 늘어난 것으로, 2년 전 대비로는 2.5배에 이르는 규모다. 손보재팬은 지난해 가을에 판매를 시작한 중소기업 전용 상품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과 달리 자체적으로 변호사를 활용하기가 어려운 데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소송에서 질 경우 기업 존속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고 중소기업들이 특히 많이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미쓰이스미토모해상은 지난달엔 보험계약을 맺기 전에 있었던 부당행위에 대해서도 보상하는 상품을 추가했다. 이러한 현상은 근로자들의 인권과 자기권리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면서 소송으로 이어지는 빈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16년 전국 노동청 등에 접수된 민사상 개별 노동분쟁 상담 건수는 25만 5460건으로 전년 대비 4.2% 증가했다. 이 가운데 ‘직장 내 따돌림·괴롭힘’에 관련한 것이 가장 많은 7만 917건이었다. 증가율이 전년 대비 6.5%에 달한다. 피해자 쪽을 겨냥한 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도쿄 주오구에 있는 옐소액단기보험은 자신의 직장 등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사람들에 대해 변호사 비용 등을 보상하는 상품을 최근 내놓았다. 성희롱, 상사의 인권침해 등에 정통한 변호사의 전화상담 서비스도 함께 제공된다. 가토 게이스케 경영컨설턴트는 “과거에는 직장에서 그대로 통용됐을 ‘죽어버려’, ‘왜 아직 결혼 못했어’ 같은 말들이 지금은 커다란 문제가 될 수 있는데도 아직 이에 대한 인식이 떨어진다”며 “이런 경향은 예전부터 도제식 후배 양성의 전통이 강한 건설업, 음식업 등의 업종에서 특히 심하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우연의 가능성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우연의 가능성

    사람들은 어떤 일이 우연히 생긴 것이라 하면 그 가치를 낮추는 경향이 있다. 비록 바라던 방향으로 일이 잘 풀린 것이었다 해도 내가 노력해 얻은 것이 아니니 얻어걸린 행운의 영역으로 본다. 성실하게 노력하고 애를 써서 얻은 것이어야 진짜 내 것으로 본다. 우연이라면 다음에 노력해도 같은 것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쁜 일이 일어나는 경우에도 우연으로 보지 않고 어떻게든 원인을 찾으려 한다. 도둑이 들었다면 수많은 집 중에서 왜 내 집을 선택했는지 알고 싶다. 창문을 열고 다닌 것인지, 1층이라 들어오기 쉬웠는지 분명히 납득이 갈 만한 이유를 찾아내야 안심한다. 그래야 같은 일을 또 당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둑의 ‘별 생각 없이 선택했어요’란 말은 설득력이 없다. 이처럼 우리는 세상사에서 벌어지는 일들에서 우연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어떻게든 이유를 설명하고 싶고, 개인의 계획과 노력을 훨씬 중요하게 여긴다. 하지만 나는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우연들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사람들은 오직 사랑의 영역에서만 우연의 존재를 인정하며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고 부르지만, 훨씬 많은 영역에 우연은 존재하고, 의외로 많이 결정적인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진화론은 환경에 잘 적응하기 위해 더 나은 기능을 가진 존재가 자연선택을 받는 합목적적 선형 발전 모델로 설명한다. 그런데 수많은 유인원 중에서 인간이 지금의 인간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우연적 돌연변이 덕분이라고 볼 증거가 밝혀지고 있다. 과학저술가 클레어 윌슨은 ‘우연의 설계’라는 책에서 침팬지에서 인간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몇 개의 우연한 돌연변이 덕분이라고 설명하며 흥미로운 증거들을 제시했다. 먼저 MYH16이라는 유전자의 단일 돌연변이로 침팬지와 달리 인간의 턱 근육이 작아졌다. 침팬지만큼 물어뜯는 강한 힘은 잃었지만, 강한 턱 근육을 지지하고자 두개골 뒤쪽의 뼈가 두꺼울 수밖에 없었는데 돌연변이로 근육의 크기가 줄었다. 그 결과 뼈의 크기도 작아져서 뇌가 급격히 성장을 해도 두개골이란 껍데기의 제약을 덜 받아 충분히 커질 수 있었다. 다음은 포도당 수용체의 돌연변이로 뇌의 모세혈관에 많이 생기고 근육에는 덜 생겨 섭취한 포도당을 뇌가 훨씬 많이 사용할 수 있게 돼 뇌의 기능이 좋아질 수 있게 됐다. 한마디로 근육을 포기하고 지능을 키운 것이다. 더 나아가 인간의 언어 능력은 FOXP2가, 엄지손가락을 포함한 정교한 손의 발달은 HACNS1이란 DNA의 돌연변이 결과다. 약 십만 년 전 인간은 농업을 시작했는데, 같은 시기에 곡물을 잘 소화시킬 수 있는 효소가 침팬지에 비해 몇 배 늘어나는 돌연변이가 발생했다. 농업으로 사람들은 모여 살면서 지금과 같은 사회를 구성할 수 있게 됐는데 이 역시 사실은 우연한 유전자 돌연변이가 동시에 일어난 덕분이다. 결국 지금의 인간다움을 이루는 많은 것의 진화가 사실은 몇 가지 ‘우연’이 참으로 연속적으로 시기마다 딱딱 일어나 생긴 것이다. 이와 같이 지구에서 최상급 종으로 군림하고 있는 인간의 존재조차도 우연의 연속선상의 결과물일 뿐이다. 우연의 역할이 이렇게 크다. 개인의 목표 달성을 위한 부단한 노력과 내 앞의 위험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목표에 맞춰 노력해서 얻은 것만 진정한 가치가 있고, 공정한 것이라 여기면 세상은 너무 빡빡해질지 모른다. 안 좋은 일이 벌어졌는데 이유를 찾지 못할 때 심한 좌절을 하거나, 또 내게 같은 일이 반복될까 불안에서 자유로워지기 어렵기 쉽다. 이런 불안에서 벗어나는 길은 우연의 역할을 더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 우연히 일어나는 일이 꽤 많고, 의외의 결과들을 가져온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살아가는 데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무엇보다 노력이 부족했다고 나를 자책하는 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 세상의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될 수 없으며 그 안에는 우연의 영역이 촘촘히 존재한다는 것을 믿었으면 한다. 그래야 내가 얻어 낸 것을 행운이 포함됐다 여기며 온전히 내 것으로 자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감사할 수 있고, 타인의 안 좋은 일을 연민의 감정으로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 ‘사상 초유’ 경찰청 대변인실 압수수색

    ‘사상 초유’ 경찰청 대변인실 압수수색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의 ‘댓글공작’을 수사하는 경찰이 경찰청 대변인실을 압수수색했다.경찰청 특별수사단은 23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대변인실 소속 홍보담당관실과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 홍보담당관실에 수사관 20여명을 보내 각종 문건과 PC 하드디스크 저장 자료 등을 확보하고 있다. 수사단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을 수사하는 보안부서, 각종 치안정보를 수집·분석하는 정보부서뿐 아니라 대국민 홍보를 담당하는 대변인실까지 댓글공작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단은 홍보부서가 경찰 및 정부 정책 관련 현안을 다룬 뉴스 기사에 정부 우호적인 댓글을 달아 인터넷 여론에 영향을 미치려 했을지 모른다고 보고 관련 증거를 확보하고자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수사단은 압수수색이 끝나면 압수물을 분석한 뒤 관련자를 차례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경찰청은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이명박 정부 시절 ‘악플러’ 색출 전담팀인 ‘블랙펜’ 분석팀을 운영하면서 경찰에도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는 국방부 사이버 댓글사건조사 TF(태스크포스) 조사 결과가 나오자 자체 진상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당시 본청 보안국 보안사이버수사대 직원들이 상사로부터 정부 정책 지지 댓글을 달라는 지시를 받았고, 이를 일부 실행한 사실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한 뒤 지난 3월 치안감을 단장으로 한 특별수사단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과정에서 서울·경기남부·부산·광주·강원경찰청 등이 압수수색을 당했고, 본청 보안국과 정보국에 이어 대변인실도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마지막 인사도… 소탈했던 그의 삶 그대로였다

    마지막 인사도… 소탈했던 그의 삶 그대로였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마지막 인사는 그의 소탈했던 삶처럼 차분하고 조용했다.발인이 엄수된 22일 오전 8시 30분, 서울대병원장례식장 지하 1층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는 출구에 고인의 영정을 든 사위 윤관 블루벤처스 대표의 모습이 보였다. 생전에 고인을 그림자 처럼 보필했던 전 비서진이 운구를 했다. 상주인 구광모 LG전자 상무는 손을 모으고 뒤를 따랐다. 구 상무를 앞세우고, 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이 침통한 표정으로 운구를 뒤따랐다. 100여명의 가족, 친지 등이 고인을 마지막으로 배웅하는 발인식 자리에 함께 했다. 구 회장의 관이 천천히 검은 장의차에 올라갔다. 구 상무는 맨 앞에 손을 모으고 섰다. 고인의 형제들과 유가족 등은 저마다 울음을 참으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일부 여성 유가족들의 어깨가 들썩이고 울음소리가 새어나오기도 했다. 장의차 뒷문이 닫히기 전 상주와 유가족 등은 고인을 향해 두 번 반절을 올렸다. 구 상무와 윤 대표를 태운 장의차가 천천히 움직이자, 참석자들이 일제히 머리를 숙였다. 발인식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끝났다. 이날 발인제부터 장의차가 장례식장을 떠날 때까지는 약 30분이 걸렸다. 이 중 대중에 공개된 부분은 단 3분의 운구과정이었다. 유가족들은 고인의 장지로 가는 차에 오르거나, 장례식장에 남은 인사들과 조용히 이야기를 나눴다. 발인식에 참석한 인사 중에, 생전 고인의 벗이었던 허영만 화백이 눈에 띄었다. 조문을 위해 전날 급거 귀국했던 허창수 GS 회장은 이날도 참석해 고인을 배웅했다. LG상사 대표이사를 지낸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 고인과 연세대 동문으로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첫날부터 사흘 내내 장례식장을 찾았다.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도 보였다. 고인의 평소 뜻에 따라 유해는 화장됐다. 가족들만 참석한 가운데, 경기 광주시 곤지암 인근에서 수목장으로 안장됐다. 수목장 역시 평소 새와 숲을 좋아했던 고인의 유지에 따른 것이었다. 구 회장은 눈을 감기 전 “나 때문에 번거롭게 하거나 폐를 끼치기 싫다”면서 비공개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르도록 했다. 이에 따라 사흘간 장례는 가족, 친지와 일부 정·재계 인사들만 참석하며 조용하게 치러졌다. 장례식장은 붐비지 않았고, 그룹이나 계열사 직원들이 대거 동원되는 일도 없었다. 이 전 장관은 “(재벌가에서) 이렇게 간소하게 수목장을 지내는 건 처음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지난 20일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뇌종양이 발견되고서, 수 차례 수술을 받으며 투병했지만 끝내 눈을 감았다.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는 유지에 따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에 들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어르신·장애인도 다니기 편한 용산

    서울 용산구는 노약자, 장애인 등 교통약자에게 편리한 보행환경을 제공하고자 한남동 지하차도와 남산2호터널 앞 보도육교에 이동편의시설을 설치한다고 22일 밝혔다. 공사 기간은 다음달부터 11월까지 6개월간이다. 한남동 지하차도에는 15인승 엘리베이터 1개와 육교 연결 교량이, 남산2호터널 앞 보도육교에는 15인승 엘리베이터 2개가 들어선다. 한남동 지하차도는 2013년부터 엘리베이터 설치 민원이 이어졌다. 겨울철 낙상사고 등 안전사고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남산2호터널 앞 보도육교는 이태원2동 주민과 방문객이 남산3호터널 앞 버스정류장을 이용하려면 꼭 육교를 건너야 해서 불편했다. 공사가 완료되면 노약자, 장애인 등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을 뿐더러 겨울철 낙상사고 예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나경원 비서, 중학생에 “한 주먹감도 안되는 XX가” 욕설 논란

    나경원 비서, 중학생에 “한 주먹감도 안되는 XX가” 욕설 논란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의 비서 박창훈 씨가 중학생과의 전화통화 도중 막말을 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동영상사이트 유튜브 ‘서울의 소리’ 계정에는 21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비서 박창훈씨와 중학생의 통화 내용이 담은 녹취록이 공개됐다. 녹취록에서 박창훈 비서는 “한 주먹감도 안되는 XX가 죽을라고 진짜. 너 중학생이라 아직 아무 것도 모르는가 본데”라거나 “어디 쪼그만 놈이 버르장머리 없이 무서운 거 없지”라고 말했다. 박씨는 또 “집권 여당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부정선거로 당선된 XX들이 말이 많다”면서 “나는 노 전 대통령이 안 죽고 살아서 죗값을 받길 바랐던 사람이다.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받아야지 어디 나가서 죽고 XX이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나라 팔아먹은 정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잘하고 있냐. 나라 팔아먹고 있지”등의 원색적인 발언을 했다. 박씨는 이후 문제가 커지자 자신의 SNS를 통해 “모든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줬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깊게 뉘우치고 반성하겠다”라고 전한 뒤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중학생을 상대로 욕설과 막말을 일삼는 짓은, 어른으로써 추하고 부끄러운 노릇입니다”라는 내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국회의원 ‘나경원 의원님’을 보좌한다는 비서 ‘박창훈’은, 국가기관에 복무하는 자의 비서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서 타의 모범이 되어도 모자라거늘 욕설과 고함을 질러가며 겁박을 하다니, 이런 자들이 정치권과 닿아있는 영역에서 직업을 삼고 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노무현이 어쩌고 문재인이 어쩌고를 언급하며, 감히 ‘반국가적’이고 ‘반체제적/체제전복적’ 망언까지 퍼부었으니, 이런 자가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있는 것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전에 중학생 앞에 어른 된 자로서, 결코 좌시할 수 없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나경원, 당장 입장 발표하고 박창훈의 망발에 대해 국민에게, 저 학생에게 직접 사과하시오! 반국가적 반체제적 망언을 지껄인 것에 대해 밝히시오!”라고 강조했다. 22일 오전 6시30분 현재 해당 청원은 2800여 명의 동의를 받은 상태다.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의원실 소속 비서의 적절치 못한 언행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당사자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많은 분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리게 되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나 의원은 “전적으로 직원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며 박씨가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알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드라마 ‘예쁜 누나’처럼 열정적인 직원 많죠”

    “드라마 ‘예쁜 누나’처럼 열정적인 직원 많죠”

    “성차별 등 부정적인 묘사보다 노출 효과 더 클 것… 붐 업 고민” “드라마 속 사내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꾸준히 투명하게 운영해 가면 충분히 진심이 닿을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다만 지금의 관심을 최대한 ‘우리 것’으로 만드는 일이 남았죠.”백진성(39) 커피베이 대표는 2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드라마 속 커피베이가 실제와 얼마나 닮았느냐는 질문에 “드라마 속 윤진아(손예진)만큼 열정적인 직원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웃었다. 국산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 브랜드 커피베이는 지난 19일 종영한 JTBC의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여주인공 윤진아의 직장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극 중 윤진아는 커피베이의 가맹운영팀 직원으로 일한다. 친자매 같은 단짝 친구 서경선(장소연)이 이 회사의 가맹점주로 점포를 운영하기도 한다. 사실 커피베이는 2009년 12월 출발해 약 10년째 운영되고 있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5년 이상 존속하는 프랜차이즈 업체가 전체의 약 30% 정도인 것을 감안했을 때 제법 장수한 브랜드인 셈이다. 국내에만 약 450개의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커피베이가 본격적으로 대중의 눈도장을 찍은 건 역시 드라마 속 간접광고(PPL)를 통한 노출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비롯해 매년 평균 2회 정도씩 제작지원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에만도 KBS2 드라마 ‘황금빛 내인생’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제작 지원이다. 백 대표는 “아직까지 커피베이를 모르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꾸준히 미디어에 커피베이를 노출시켜 친근감 있는 브랜드로 만들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물론 긍정적인 효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속 커피베이는 성차별 문화와 성추행, 강압적인 상사 등 부정적인 모습으로 주로 그려졌다. 일각에서 역효과가 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백 대표는 “사전에 각본 내용을 공유한 상태에서 지원을 결정했다”면서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있었지만, 제작진과 지속적으로 논의를 하면서 단순히 회사에 대한 단편적인 노출이 아니라 극 중 주인공이 자립적인 모습으로 성장해 나가는 배경이 되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드라마 방영 직후 포털 사이트에서의 커피베이 검색량 및 브랜드 홈페이지 유입자 수가 2배 이상 늘었다는 설명이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 포스터를 받기 위해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늘면서 매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다만 지금의 관심을 브랜드 자체에 대한 호감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남겨진 숙제다. 백 대표는 “신제품 개발 등 지금의 인지도를 ‘붐 업’할 다양한 방법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에는 커피베이를 찾는 고객들이 많았습니다. 이제는 이곳을 계속 찾을 다른 이유를 꾸준히 만들어 가는 것에 집중해야겠지요.”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청년 창업에 8250억… 産團교통비 반 토막, 때아닌 도로 건설도

    청년 창업에 8250억… 産團교통비 반 토막, 때아닌 도로 건설도

    두 달내 70% 2조 6800억 집행 소상공인·지역경제에 집중 배정 내일채움공제 528억으로 늘려 고용·산업위기 지역 인프라 지원 차·조선 업체 연구개발비 증액 산단교통비 10만→5만원으로 SOC 증액… “선심 예산” 지적도청년 실업 대책과 구조조정으로 인한 위기 지역 지원을 두 축으로 하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달 6일 정부가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한 지 45일 만이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3985억원을 감액하고 3766억원을 증액하면서 당초 정부안(3조 8535억원)에서 219억원이 줄어들어 총규모는 3조 8317억원이다. 정부는 청년과 지역의 고용위기 문제가 시급한 만큼 일단 사전에 준비한 집행계획에 따라 2개월 안에 추경예산의 70% 이상을 신속하게 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오는 7월 말까지 2조 6800억원 이상이 풀릴 것으로 관측된다.추경이 통과되면서 정부는 청년 실업에 따른 청년 일자리 확보, 조선업 침체 등 위기 지역에 예산을 투입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고용 위기나 산업 위기와 큰 상관이 없는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1000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다음달 예정된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선심성 예산’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분야별로 보면 총지출 기준 SOC가 906억원, 보건·복지·고용은 817억원, 연구개발(R&D)은 588억원이 늘어났다. 반면 교육이 425억원, 일반·지방행정 300억원, 환경 43억원, 외교통일은 14억원이 각각 줄었다. ‘청년 일자리·위기지역 대책’이라는 추경 취지에 걸맞게 청년내일채움공제가 528억원 증액됐다. 덕분에 신청자가 몰려 지난달 말 조기 마감됐던 청년내일채움공제는 다음달부터 신청 접수를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이 일정 기간 재직할 경우 정부 지원을 통해 자산 형성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다. 반면 이번 추경에선 당초 정부안에 없었던 SOC 관련 예산도 추가되면서 고용·산업 위기 지역의 도로·어항·환경 시설 등 지역 인프라 지원에 820억원이 증액됐다. 함양~울산 고속도로 건설에 100억원, 광주~강진 고속도로 건설에 100억원, 압해~암태1 국도 건설에 60억원, 거제~마산 국도 건설에 20억원, 보성~임성리 철도 건설에 100억원, 새만금투자유치 지원에 272억원이 각각 증액됐다. 국토교통부 소관 추경 예산 5362억원(18개 사업) 가운데 청년 일자리 확대 및 주거복지 강화와 직결되는 예산은 총 4682억원이다. 주택도시기금 2247억원을 반영해 중소기업 신규 취업자와 청년 창업자에게 임차 보증금 융자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예산은 20개 사업에서 총 3526억원으로 당초 정부안보다 593억원 증액됐다. 이번 국회 심사 과정에서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던 ‘산업단지 중소기업 청년 교통비 지원사업’은 당초 976억원에서 488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교통 여건이 취약해 출퇴근이 불편한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청년 10만명에게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려던 교통비가 5만원으로 줄었고, 지급 기간도 9.5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됐다. 중소기업에 새로 취업한 청년의 연간 실질소득을 1000만원가량 늘려서 대기업 수준으로 높이려고 했던 정부의 청년 일자리 대책도 몸집이 다소 줄었다. 반면 구조조정이 계속되는 조선·자동차 업종의 협력 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자동차부품 기업과 조선산업부품 기자재 업체를 대상으로 한 위기 극복 지원 연구개발(R&D) 예산은 각각 212억 5000만원, 120억원이 증액됐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맞춰 에너지 절약 시설 설치 예산도 200억원 늘어났다.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예산은 전체의 41% 수준인 1조 5651억원이다. 이에 따라 중기부의 올해 예산은 10조 4212억원으로 늘었다. 중기부는 추경 예산을 크게 재직·취업 지원(1575억원), 창업·벤처 활성화(7116억원), 소상공인·전통시장(3704억원), 지역경제 등 기타(3256억원)로 나눠 배정했다. 창업기업자금, 긴급경영 안정자금 등 청년들과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을 위한 각종 융자에 절반이 넘는 8250억원(중소기업 4800억원·소상공인 3450억원)이 사용된다. 보조·출연 등 경상사업에 4234억원, 출자에 2500억원, 기관출연에 667억원이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기술혁신형 창업기업 지원사업(172억원), 인력 유입 인프라 조성(103억원) 등이 감액되면서 정부안(1조 5983억원)보다 총 332억원이 줄어들었다. 해양수산부 소관 예산은 8개 사업에서 총 587억원으로 정부안 대비 294억원이 증액됐다. 우선 부산 등 항만 지역의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육상 전력공급 설비(AMP)를 설치하는 예산으로 90억원이 추가 반영됐다. 부산(4선석)과 인천(2선석), 광양(2선석)에 총 8선석을 설치한다. 현재는 선박이 항만에 접안할 때 벙커C유 등으로 발전기를 돌려 전력을 공급해 먼지와 이산화탄소 등 오염 물질이 많이 배출된다. 발전기 대신 육상에서 전기를 공급하면 미세먼지를 대폭 줄일 수 있다. 경남 거제 외포와 능포, 고성 남포, 울산 방어진 등 4개항 국가어항 사업에도 75억원이 증액됐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서울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서울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서울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퍼블릭 뷰] 다가온 민선 7기 시대… 지방 공무원의 역할

    [퍼블릭 뷰] 다가온 민선 7기 시대… 지방 공무원의 역할

    오는 6월 13일 제7기 민선자치 시대를 위한 단체장 선거가 치러진다. 지방자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관선시대였더라면 2016년 11월부터 시작된 촛불정국에 따라 대통령이 탄핵당했을 때 우리 사회는 엄청난 혼란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이미 20년이 넘는 민선 자치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탄핵 정국으로 국정이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해도 지방정부는 문제가 없었다. 지방자치 20여년의 진정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오직 공직만 합법적 독점… 주민을 최우선해야 다가오는 민선 7기를 맞아 지방자치 시대 공직자의 자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우선 공직자는 부단히 자기혁신을 해야 한다. 세상의 수많은 직종 중에서 합법적 독점을 인정받은 것은 오직 공직밖에 없다. 경쟁 업종이 없는 경우 수요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보다는 공급자 위주로 갈 위험성이 높다. 공무원이 공급자 위주로 행동할 때 국민은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된다. 또 공직자는 주민을 위한 행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단체장 등 상사의 위법한 지시는 당연히 거부해야 한다. 단체장의 인사권은 결국 주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다. 특정 사업이나 시책이 주민을 위한 것인지 아닌지 판단이 어려울 때는 원래 인사권자인 주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된다. # 지역 우량자원 발굴해 지방 간 선의의 경쟁 필요 아울러 지방 분권시대 지방공직자는 지역의 매력적인 우량 자원을 발굴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시책 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창의적인 지방행정만이 지역을 부자로 만들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무엇보다 지방 간 선의의 경쟁도 중요하다. 우수한 행정은 서로 벤치마킹하면서 새로운 정책개발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 요즘 공직사회는 퇴직 후 2년이 경과하지 않은 선배와 골프나 여행 등을 하는 경우 신고토록 하고 있다. 국민이 기본적으로 누리는 기본권까지 침해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될 정도로 가히 공직의 수난 시대라는 말도 나온다. 그럼에도 해마다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치솟고 있는 현실을 보면 타 직종에 비해 공직이 메리트가 많다는 것을 보여 준다. # 세상에 비밀은 없다… 사소한 이익에 눈멀지 말길 공직(公職)은 공공(公共)의 업무를 하고 있다는 데 핵심이 있다. 공직은 국민에게 봉사하는 자리다. 그런 의미에서 책임감을 갖고 일하며 보람을 느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공직의 장점을 잊어버리고 사소한 이익에 눈이 멀어 공직자에게 보장된 혜택을 스스로 차버리는 경우를 보게 된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할 부분은 요즘 세상은 워낙 열린 사회이기 때문에 비밀이 있을 수 없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혁명도 바로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엄연한 사실에서 출발한 것이다. 공직자는 이 점을 반드시 마음에 두고 자신의 업무에 임해야 할 것이다. 국가는 지방의 총합이며, 지방의 경쟁력은 곧 국가의 경쟁력이다. 민선 7기에도 지방 공직자들의 열정으로, 지역 간 선의의 경쟁이 이어져 활기차고 건강한 지방이라는 우량주들이 많이 탄생해 주민이 행복한 지방자치가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 바다 지키는 남편, 바다 건너온 아내

    바다 지키는 남편, 바다 건너온 아내

    해군 잠수함사령부 소속 박위함(1200t급) 작전관 전계현(34) 소령의 아내는 터키 출신 엘리프 전(34)씨이다. 또 해군 1함대 호위함인 부산함(1500t급)의 추기사(기관장비 운용)인 김성중(43) 상사는 중국 출신 김매화(37)씨와 부부의 연을 맺었다.20일 해군에 따르면 전 소령과 김 상사는 각각 터키와 중국에서 자국의 문화를 소개해 주던 여성을 만나 부부가 됐다. 한국외대에서 터키어를 전공한 전 소령은 2013년 앙카라에서 어학연수 중 엘리프씨를 만나 열애 끝에 결혼에 성공했다. 지난해 9월 한국 국적을 취득한 엘리프씨는 “남편이 잠수함을 타고 바다로 나가면 장기간 연락이 되지 않아 늘 걱정과 두려움이 많다”며 “그래도 남편이 대한민국 해군의 일원으로 바다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 상사는 중국 여행 중 여행가이드로 환대했던 김씨를 눈여겨본 아버지의 소개로 부인을 처음 만났다. 이후 김씨가 중국인들의 여행가이드로 서울을 찾을 때면 달려가 만나 2005년 부부가 됐고 김씨는 2012년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김씨는 남편의 근무지인 동해에서 시청 관광과 관광통역안내사로 일하고 있다. 박홍환 선임기자 stinger@seoul.co.kr
  • 서해 지키는 해병부부 17쌍

    서해 최전방에서 남편과 아내가 함께 ‘군인의 길’을 걸으며 영토와 영해를 수호하는 해병대 부부가 모두 17쌍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부애와 전우애로 똘똘 뭉쳐 서북도서와 가정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것이다. 20일 해병대사령부에 따르면 백령도에는 모두 10쌍의 해병대 부부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해병 6여단 한대흠(27) 중위와 정승현(26) 중위 부부도 백령도와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남편 한 중위는 2012년 백령도 전차중대 전차조종수(해병 1124기)로 군 복무를 마치고 2015년 해병대 장교로 다시 입대해 현재 백령도에서 두 번째 근무 중이다. 결혼 준비 중 아내인 정 중위의 백령도 전출이 먼저 결정되자 결혼식을 미뤘으나 전우들의 노력으로 한 중위가 백령도에 배치돼 지난 2월 화촉을 밝혔다. 해병 연평부대에도 부부 7쌍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공병 부사관 부부인 김곤(37) 상사와 이혜정(29) 하사는 연평도에 구축되는 작전·병영시설물에 대한 점검과 인사행정 업무를 맡고 있다. 김 상사가 연평부대에 배치되자 이 하사는 연평도 근무를 지원했다. 쌍둥이 아들을 두고 있어 연평부대의 ‘쌍둥이 가족’으로 통한다. 박홍환 선임기자 stinger@seoul.co.kr
  • 해리·마클의 ‘파격 로열 웨딩’

    해리·마클의 ‘파격 로열 웨딩’

    英해리 왕자·美배우 마클 ‘세기의 결혼식’ 영국 해리(33) 왕자와 미국 할리우드 배우 메건 마클(36)이 19일(현지시간) 세기의 결혼식을 올렸다. 미국 성공회 흑인 주교가 설교에 나서고 솔음악이 축가로 불리는 등 다양성을 포용한 파격적인 결혼식이었다.두 사람은 이날 정오 윈저성의 왕실 전용 예배당 세인트 조지 교회에서 영국 성공회 수장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의 주례로 백년가약을 맺었다. 해리 왕자와 흑백 혼혈이면서 연상, 이혼 경력이 있는 마클의 ‘동화 같은 로열 웨딩’은 결혼 전부터 큰 화제를 몰고 왔다.결혼식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우선 신부 아버지가 신랑에게 신부를 인계하는 절차는 없었다. 마클은 아버지의 에스코트 없이 혼자 입장하다가 중간에 시아버지 찰스 왕세자와 함께 걸었다. 평소 마클이 성평등과 여성 인권운동을 해온 만큼 신부가 신랑에게 건네지는 형식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설교는 미국 성공회 최초의 흑인 주교인 마이클 커리(65) 신부가 맡았다. 커리 신부는 흑인 인권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설교를 인용해 “사랑의 다른 어떤 것이 해내지 못하는 일을 해낸다”고 강조했다. 축가도 흑인 위주로 구성된 20여명의 합창단이 미국 솔팝송 음악 ‘스탠드 바이 미’(Stand by me)를 불렀다. 이런 파격은 영국 왕실이 다양성을 포용하는 등 변화에 나선 것으로 해석됐다.결혼식엔 10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 등 국가 정상과 정치 지도자들은 초청받지 못했다. 대신 신랑 신부와 직접 친분이 있는 사람 600여명이 초청됐다. 세계적 축구스타인 데이비드 베컴 부부와 미국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 부부, 테니스 스타 세리나 윌리엄스 등이 참석했다. 해리 왕자의 전 여자친구 첼시 데이비와 크레시다 보나스도 결혼식장을 찾았다.신부 측에서는 신부를 스타로 만든 미 법정 드라마 ‘슈츠’의 주연 가브리엘 막트 등 배우들이 초청을 받았다. 마클의 아버지는 파파라치 사진 판매 논란과 건강상 이유로 끝내 불참했다. 결혼식 비용은 4280만 달러(약 463억원)로 추산된다. 이 중 하객들의 경비·보안 비용이 결혼식 예산의 94%인 4010만 달러에 이른다.해리 왕자는 왕위 계승 서열 6위다. 마클은 ‘슈츠’와 영화 ‘스트레스를 부르는 직장상사’ 등을 통해 인기를 얻었다. 두 사람은 2016년 11월부터 교제해 지난해 9월부터 공식 석상에 동행했다. 해리 왕자가 결혼식을 앞두고 서식스 공작 작위에 오름에 따라 마클은 서식스 공작부인이 된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장하성 정책실장 “재계의 큰 별 떠난 것에 문 대통령도 안타까워해”

    장하성 정책실장 “재계의 큰 별 떠난 것에 문 대통령도 안타까워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20일 별세한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빈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재계의 큰 별이 떠나신 것에 대해 대통령께서도 안타까워하셨다”고 밝혔다.장 실장은 이날 오후 8시24분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20여분간 조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말씀을 전달했냐는 질문에 장 실장은 “정말 존경받는 재계 큰 별이 가셨다”며 “갑자기 이렇게 되어서 더욱 안타까워하셨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의 명의의 조화도 보냈다. 그러면서 “(구 회장은) 다른 재벌들과 달리 2003년부터 지주회사 체제를 정립해 선도적인 역할을 하셨다”며 “조금 더 오래 사셨다면 더 좋은 성과가 있었을텐데 아쉽다”며 소회를 밝혔다. 장 실장이 조문을 마치고 나오는 자리에는 하현회 ㈜LG 대표이사 부회장이 배웅을 나왔다. 또 LG상사 부회장을 지낸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도 장 실장과 같은 시간에 빈소를 찾은 뒤 장례식장을 떠났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기업 손잡은 인문학, 비판 정신을 잃다

    기업 손잡은 인문학, 비판 정신을 잃다

    反기업 인문학/박민영 지음/인물과사상사/356쪽/1만 7000원2011년 3월 애플의 아이패드2 발표회장. 스티브 잡스는 무대 위 스크린에 교차로 표지판 영상을 띄웠다.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판에는 ‘인문학’과 ‘기술’이라 적혀 있었다. 그는 심각한 얼굴로 “사람들은 그동안 기술을 따라잡으려 애썼지만, 반대로 기술이 사람을 찾아와야 한다”면서 “애플은 언제나 이 둘이 만나는 지점에 존재했다”고 강조했다. 스티브 잡스가 명실상부 ‘융합형 인재’의 아이콘으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이후 ‘융합’ 하면 인문학과 기술공학을 떠올렸다. 노동을 착취하고 조세를 회피하는가 하면, 시장 독과점으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는 애플과 스티브 잡스에 대한 비판은 슬그머니 가려졌다.한국에 10여년 전부터 ‘인문학’이라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 인문학 열풍이라며 각종 책과 강연이 쏟아진다. 대기업은 너나 할 것 없이 인문학적 인재를 뽑겠다며 아우성이다. 그러나 정작 인문학의 출발점인 대학가에는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든가 ‘인구론’(인문계 졸업자 구십 퍼센트는 논다) 같은 신조어가 씁쓸한 현실을 대변한다.문화평론가 박민영은 신작 ‘반기업 인문학’에서 이런 현상의 중심에 ‘기업 인문학’이 있다고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기업 인문학은 ‘기업의 이익과 자기계발에 복무하는 인문학’을 가리킨다. 존재 그 자체가 목적인 정통 인문학과 달리, 기업 인문학은 생존과 출세, 성공과 경제적 이익과 같은 목적을 향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인문학의 본질은 ‘전복적인 도전’이고 인문학적 사고는 ‘반성, 회의, 비판’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사회 전반에 물질주의나 과학기술 중심주의, 경쟁체제 등에 대한 반대의 기운이 느껴져야 하는데 그런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인문학 열풍의 실체는 기업 인문학 열풍이고, 이 기업 인문학이 교묘하고 영악한 논리로 주류적 사고에 영합하게 만든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대학과 진보 인문학자, 그리고 기업 등에 날 선 칼을 겨눈다. 취업이 안 된다는 이유로 대학가에 인문사회과학은 이미 밀려났다. 정부에서도 이공계열을 키우고 인문계열은 축소하라며 대학에 뭉칫돈을 쥐여 준다. 인문학자는 비정규직 강사 자리조차 구하기 어렵다. 진보 지식인이 인문학을 매개로 기업과 관계를 맺는 모습을 지적한 부분은 이 책의 백미다. 저자는 ‘시대의 스승’으로 불리는 신영복 교수가 2008년 성공회대 인문학습원 원장으로 ‘CEO를 위한 인문학 과정’을 개설한 것에 관해 날 선 비판을 날린다. 당시 강좌에는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 김연배 한화그룹 부회장, 김태구 넥솔(전 대우자동차) 회장, 이병남 LG 인화원 원장이 강의를 들었다. 강의는 진보 학자인 진중권, 강헌, 유홍준 등이 나섰다. 이 밖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김호기 교수, 정승일 사회민주주의센터 대표가 회당 500만원에 이르는 고액의 강연료를 받으며 삼성 사장단을 대상으로 강연한 사례도 꼬집었다. 고액 강연이 좌파 지식인의 몸값을 올리고, 언론은 기업문화를 칭찬했다. 이처럼 인문학이 자본가와 진보 인문학자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지만 어떤 변화를 불렀는지 생각해 보라는 저자의 비판은 곱씹어 볼 만하다. ‘또 하나의 가족’을 외친 삼성은 정작 노조를 탄압하고,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급성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 산재 처리조차 하지 않는다. ‘사람이 미래’라던 두산도 20대 신입사원들에게 희망퇴직을 강요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오히려 ‘반인문학적’ 모습을 드러냈다. 얼마 전부터 유행하는 ‘빅 히스토리’ 역시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렵다.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인 빌 게이츠가 빅 히스토리에 관심을 둔 이유에 대해 저자는 “융합학문의 ‘끝판왕’이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거대 역사를 다룬 빅 히스토리가 민족, 국민, 계급, 성 구별을 하지 않고 자본가와 노동자의 구별도 하지 않도록 하면서 권력을 둘러싼 정치적 문제들을 은폐하는 효과를 부른다는 점에 주목했다. 유명 인문학자들을 거론하며 시원하게 비판하는 저자의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하더라도, 정작 인문학이 어떻게 이를 이겨낼지에 관해서는 대안이 없어 아쉽다. 싸구려 강사들이 짜깁기한 얄팍한 인문학을 들고 나와 유튜브나 팟캐스트를 기웃거리는 꼬락서니도 보기 싫지만, 정통 인문학이 반드시 해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슬며시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 분출…9천m 가스기둥 치솟아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 분출…9천m 가스기둥 치솟아

    하와이의 킬라우에아 화산이 17일 새벽(현지시간) 폭발을 일으키며 무려 9천m에 달하는 가스 기둥이 치솟았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폭발이 일어난 시각은 이날 새벽 4시 17분. 하와이주 하와이섬(빅 아일랜드) 동단에 있는 킬라우에아 화산은 지난 3일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한 뒤 2주간 지속적으로 용암과 화산재를 분출해왔다. CNN·CBS 등 미국 방송들은 짙은 회색빛의 화산재를 동반한 가스 기둥이 하늘 높이 치솟은 뒤 화산재가 반경 수㎞에 걸쳐 비처럼 쏟아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질학자들이 우려했던, 거대 암석덩어리가 탄도미사일처럼 떨어지는 재앙적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소속 화산학자 미셸 쿰브스는 CBS 방송에 출연해 “오늘 새벽에 일어난 분출은 지금까지 본 것 중에서는 가장 컸다. 에너지 측면에서도 그랬다. 대기에 큰 기둥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인근 포호아 지역 주민인 토비 헤이즐은 “새벽에 천둥이 치는 듯한 소리가 몇 차례 들렸다. 빨리 대피해야 하나 싶어서 대피소를 알아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해발 1250m의 킬라에우에 화산의 할레마우마우 분화구 주변에는 균열이 10여 군데 발견됐다. USGC의 지질물리학자 마이크 폴런드는 AP통신에 “화산 폭발과 함께 화산재가 주변 마을에 떨어졌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전했다. 폴런드는 “폭발이 불과 몇분밖에 진행되지 않아 분화구에서 분출한 화산재 더미가 예상보다 많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분화구 반경 2∼3㎞ 안쪽 지점에서는 콩알 크기만한 암석 파편이 떨어진 것으로 관측됐다. 하와이주 재난당국은 분화구가 있는 하와이 화산국립공원과 인근 레일라니 에스테이츠, 푸나 지역 등의 주민과 관광객 대부분이 대피해 있는 상태여서 이번 분출이 인명 피해를 야기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하와이 화산관측소는 앞서 킬라우에아 화산이 큰 폭발을 일으키면 냉장고 크기만한 암석덩어리가 반경 수㎞까지 날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관측소는 마그마의 흐름이 특정 지점에서 멈출 경우 강력한 에너지를 동반한 큰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1924년 화산 폭발 당시 2주 넘게 이어진 대폭발로 암석덩어리들이 상공으로 치솟은 뒤 떨어졌던 사레를 들었다. 앞서 전날 오전 8시 30분쯤에는 킬라우에아 화산 정상부에서 진원이 매우 얕은 규모 4.4 지진이 발생했다. 이어 15분 간격으로 규모 3.9, 3.5, 3.7의 약한 여진이 잇따라 발생했다. 재난당국은 하와이 볼케이노 하이웨이로 불리는 11번 고속도로 하와이 화산국립공원 입구 쪽에 균열이 생겼다고 밝혔다. 화산학자 쿰브스는 현지신문인 호놀룰루 스타어드버타이저에 “정상부 땅 밑에 있는 마그마가 아래로 흘러 내려가면서 생긴 수축 작용에 의해 지진이 발생한 것”이라면서 “흘러내린 마그마는 약 40㎞ 떨어진 동쪽 균열을 통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하와이주 방위군은 킬라우에아 화산 인근 푸나 지역에서 주민 약 1000명을 추가로 대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위군은 비상사태 발생 시 CH-47, UH-60 헬기를 동원해 주민을 대피시킬 계획이다. 연방재난지역으로 선포된 하와이섬에는 1200여 명의 방위군 병력이 투입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중소기업대상]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들려면 사람중심기업 창업 더 지원해야”

    [중소기업대상]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들려면 사람중심기업 창업 더 지원해야”

    “성과공유제 도입 촉진하려면 해당 기업 세제 지원 더 늘려야” 실적 개선·일자리 창출 기여 中企 중기부장관·서울신문사장상 시상사람 중심의 기업가 정신을 실천한 우수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경제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보는 ‘2018 중소기업 컨퍼런스’가 17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렸다. 서울신문사가 주최하고 중소벤처기업부,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 IBK기업은행이 후원한 이날 행사는 ‘일하고 싶은 중소·벤처기업과 혁신 성장’을 주제로 진행됐다. 고광헌 서울신문 사장과 조주현 중기부 기술인재정책관, 우수 중소기업 대표, 관계 전문가 등 150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고 사장은 개회사에서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99%를 구성하고 전체 일자리의 88%를 맡고 있는 국민경제의 근간”이라면서 “중소기업의 진정한 성장과 발전이 불균형적인 산업 구조 개선은 물론 한국경제의 부흥을 위한 발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과 공유 활성화 방안’에 대해 주제 발표에 나선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성과공유제 도입을 유도하기 위해 세제 지원 등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성과공유제는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임금 또는 복지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업주와 근로자 간 성과를 공유하는 제도다. 넓게는 대기업과 협력 중소기업 간 성과 공유까지 포함한다. 2007년 ‘중소기업 인력지원 특별법’을 개정하면서 도입됐다.●경영진·리더, 사람중심 문화 실천해야 중소기업연구원이 2016년 6~7월 종업원 10인 이상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6.0%가 성과공유제를 활용하고 있었다. 기업당 평균 1억 1482만원을 지급하고 종업원 1인당 평균 181만원을 받았다. ‘성과공유제가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73.0%에 달했다. 그럼에도 중소기업의 78.3%는 ‘성과공유제 관련 지원을 개선해야 한다’고도 했다. 노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이 지급한 경영성과급에 대한 세액 공제 등을 통해 세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경영성과급을 지급받는 중소기업 근로자의 소득세 및 사회보험료 감면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성과공유제도를 도입하려는 중소기업에 컨설팅 비용 등 필요한 경비를 지원할 수 있다”며 “우수 중소기업 사례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포상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또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람 중심 기업과 질 좋은 일자리’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이상적인 사람 중심 기업가 정신 모델에 대해 “조직의 리더와 최고 경영진이 사람 중심 기업가 정신 문화를 위해 노력하며 직원들은 공감, 형평성, 몰입 환경에 있어 높은 수준의 만족감을 보이는 형태”라고 제시했다. 또 “조직 운영은 혁신, 적정한 위험 감수 등에 집중하며 이는 상당한 부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사람 중심의 기업가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리더십을 꼽은 뒤 “리더의 행동은 단순히 기업가적 문화에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개인과 조직의 성과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사람 중심 기업이 더 많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정책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제 발표에 이어 김 교수와 고대진 IBK경제연구소장, 오일만 서울신문 경제정책부장, 조 정책관, 정종균 시스메이트 대표 등이 토론자로 나서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 방안을 제시했다. ●기업 성장하려면 직원 성과 보상 필요 이날 행사에는 실적 개선과 함께 지속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중소기업에 대한 시상도 이뤄졌다. 지난 3일 열린 심사위원회에서는 경영 철학(20점), 추진 의지(20점), 나눔과 배려를 통한 질 좋은 일자리(30점), 제품·서비스 우수성(30점) 등을 평가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 2곳과 서울신문사장상 3곳을 각각 선정했다. 서울신문사장상을 받은 정종균 시스메이트 대표는 “기업의 성장과 사람의 성장은 동일선상에 있다”면서 “일의 능률 향상을 위한 복지 개선이 곧 근로자 성과 공유의 핵심과 상통하며 직원의 업무 성과에 대해 정신적, 물질적 보상을 하고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LG 구본무 회장 와병에 ‘4세 경영’ 가속도

    LG 구본무 회장 와병에 ‘4세 경영’ 가속도

    장남 구광모 상무, 등기이사 선임 이사회 합류… 사실상 경영 전면에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40) LG전자 상무가 지주사인 LG㈜의 등기이사로 선임된다. 와병 중인 구 회장의 건강 악화설 및 총수 일가에 대한 세무조사와 맞물려 뒤숭숭한 가운데 ‘4세 경영 승계’ 작업이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LG㈜는 17일 이사회를 열고 구 상무를 등기이사로 추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다음달 29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확정되면 구 상무는 ㈜LG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게 된다. 구 상무는 구 회장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이자 구 회장의 양자다. 딸만 있는 구 회장에게 2004년 양자로 들어갔다. 지난해 말 정기 임원 인사에서 신성장사업인 정보디스플레이(ID) 부문 사업부장을 맡으며 현장 경영수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그룹 측은 이날 “구 회장이 와병으로 인해 이사회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데 제약이 있는 관계로 주주 대표 일원이 추가적으로 참여하는 게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사회에서 있었다”며 “후계구도를 사전 대비하는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LG그룹이 서둘러 후계구도 정리에 나선 것은 구 회장의 건강 악화와도 관련이 깊다는 관측이다. 최근 재계에선 구 회장 위독설이 퍼지며 그룹 내 긴장감이 높아졌다. 구 회장은 지난해 4월 건강검진에서 뇌질환이 발견돼 여러 차례 수술을 받은 뒤 호전됐으나 최근 서울대병원에 다시 입원했다. 지난해부터는 구 회장 동생인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중요 역할을 해 왔다. 구 상무의 등기이사 선임은 구 회장 부친인 구자경 명예회장의 뜻으로 알려졌다. 이사 선임을 계기로 구 상무가 경영 전면에 나서 전문 최고경영인(CEO) 및 구 부회장의 후방 지원을 받는 체제로 갈 것으로 보인다. 장자(長子) 승계원칙을 철저히 지켜온 LG는 이로써 4세 경영구도로 돌입하게 된다. 그룹 측은 구 상무에 대해 “오너 일가여도 경영 훈련 과정을 충분히 거치도록 하는 가풍에 따라 전략 부문과 사업 부문 등에서 경험을 쌓아 왔다”고 평가했다. 구 상무는 미국 로체스터 공대 졸업 후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금융팀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미국 뉴저지 법인,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 창원사업장을 거쳐 2014년 11월 상무 승진했다. LG는 지주사인 LG㈜의 최대주주가 되면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구조인데, 구 상무의 지분은 6.24%로 구 회장(11.28%), 구 부회장(7.72%)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한편 LG는 지난해 LG상사를 지주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총수 일가의 탈루 의혹 등으로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양도소득세 포탈 정황을 잡은 검찰이 지난주에 LG㈜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남상훈의 글로벌 리더십 읽기] 칡과 등나무

    [남상훈의 글로벌 리더십 읽기] 칡과 등나무

    갈등은 다름에서 비롯된다. 사람들은 다 다르다. 문화들도 다 다르다. 갈등이 없을 수 없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갈등이 많다. 남자와 여자, 좌와 우. 나라가 쪼개진다. 상대방에 대한 호전적인 태도는 물론 물리적 폭력도 간간이 등장한다. 갈등의 어원이 흥미롭다. 칡 갈, 등나무 등. 두 나무가 엉킨 모습이다. 칡과 등나무 중 누가 더 낫고 못하고가 아니다. 둘이 감는 방향이 반대일 뿐. 5월에는 등나무가 꽃을 피운다. 고운 빛, 우아한 자태, 은은한 향기. 완벽한 아름다움을 창조해 내는 등나무가 갈등의 원조라는 사실이 신기하다. 아마도 갈등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을지도. 영화의 한 장면. 살인죄로 기소된 한 십대 소년이 법정에 선다. 소년의 운명은 이제 열두 명의 배심원들에게 달렸다. 유죄든 무죄든 결정은 만장일치라야 한다. 정식 토의 전 예비투표를 한다. “유죄?” 배심원 대표의 질문에 서너 명의 손이 먼저 올라간다. 눈치를 보며 다수를 따르는 사람들의 손이 하나씩 둘씩 더 올라간다. 찬성 열한 명. 반대 한 명. 갈등이 생겨난다. 유죄를 주장한 몇 명은 반대표를 던진 사람에게 노골적인 적대감을 보인다. 그러나 이 갈등은 궁극적으로 소년이 무죄라는 것을 밝혀낸다. 갈등이 생명을 구한다. 대부분은 갈등을 피한다. 1961년, 케네디 정부는 쿠바에서 카스트로를 몰아내려고 각료회의를 소집한다. 토의 끝에 ‘피그만(Bay of Pigs) 침공’을 졸속으로 결정하는 오류를 범한다. 후에 복기를 해 보니 의사결정 과정에 심각한 문제점들이 드러난다.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정보만 선별적으로 제공되고, 반대 의견을 갖고 있던 소수의 각료는 입도 열지 못한다. 잘못된 결정으로 많은 생명이 희생되고 쿠바에 패하는 국가적 수치가 따른다. 유능한 개인들이 모여 어리석은 결정을 하게 되는 기이한 현상은 갈등을 피하려다 얻는 병폐다. 이런 병적인 현상을 집단사고(groupthink)라고 한다. 동질성을 유달리 강조하는 우리 문화는 갈등을 부정적으로 보고 감정적으로 대한다. 갈등이 없으면 없을수록 좋은 팀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이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간단한 실험을 해 본다. 외국 학생과 한국 학생이 섞인 집단과 한국 학생들로만 구성돼 있는 집단에 같은 과제를 주고 성과를 평가한다. 두 집단 사이 눈에 띄는 차이가 나타난다. 다문화 그룹이 한국인 그룹에 비해 팀 성적이 1.5배가량 높다. 다양성이 팀 성과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 한 대기업의 사장 등 최고경영진이 모인 집단을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한다. 상당히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난다. 최고경영진으로 구성된 팀의 성적이 다른 팀들 평균 점수의 60%밖에 안 된다. 거의 낙제 수준. 예상 밖이다. 왜 그런 결과가 나올까. 기업체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의 의견을 물어본다. 돌아오는 답들이 동일하다. 높은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과연 그러냐’고 따져봄이 없이 ‘네 맞습니다’ 하고 무조건 따라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직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동질성과 충성심이 강조되며 그 과정에 건전한 다양성은 묵살되고 실종된다. 상사와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갈등을 일으킨다고 생각한다. 결국 조직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게 된다. 최근 언론에 회자되는 대한항공 최고경영진 가족의 갑질 사례도 이런 우리나라 기업의 분위기를 드러내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글로벌 리더는 다양성을 활용하고 동질화의 오류를 피한다. 갈등을 선한 것으로 본다. 부하들이 자신에게 자유롭게 반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애플에는 ‘리더 의견에 반대하기’라는 흥미로운 캠페인도 있다. 케네디는 피그만 침공의 실패를 통해 리더로서 새롭게 태어난다.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해결책을 모색한다. 팀을 구성할 때 개진된 의견들에 날 선 비판을 할 사람을 끼워 넣는다. 이들을 일컬어 악마의 옹호자(devil’s advocate)라 한다. 일부러 갈등을 만든다. 1962년 미국은 더 거대한 위험을 만난다. 소련과의 군사적 대립으로 세계 3차대전 직전까지 갔던 쿠바 미사일 위기. 케네디는 현명한 결정을 내린다. 미국뿐 아니라 세상을 전쟁의 위험에서 구한다. 갈등은 등나무의 꽃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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