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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군 여군 사망, 매뉴얼 부재가 아니라 집단 부작위가 낳았다

    공군 여군 사망, 매뉴얼 부재가 아니라 집단 부작위가 낳았다

    피해자 측 진술서 입수 사건 발생 후 80일 분석 공군 부사관 성추행 피해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군 당국이 또다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집단 안에서 무뎌지고 감춰지는 성폭력 문제에 대한 철저한 규명과 처벌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 같은 피해는 계속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성폭력 신고 시스템이나 사건 발생 후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제도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조직과 구성원들의 압박과 회유, 무관심 속에서 제도는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지난 7일 국방부 검찰단에 제출된 피해자 이모 중사의 남편 진술서 등을 토대로 사건이 발생한 지난 3월 2일부터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80여일의 과정을 살펴보면, 상담과 조사가 이뤄지는 내내 군에서는 극히 형식적인 절차만 진행됐을 뿐 피해자는 제대로 된 정보를 얻거나 보호를 받지 못했다. 특히 직속 상관들은 이 중사를 회유하며 사건을 무마하려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엔 피해자인 이 중사가 다른 부대로 옮기는 과정에서도 도움 보다는 계속되는 핀잔과 압박에 전전긍긍해야 했다. 박지영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8일 “피해자가 계속된 보고와 노출로 불편해 하고 염려하는 상황이 이어졌다”면서 “처음엔 성폭력 사건이었으나 이후엔 한 개인이 부대와 싸워야 하는 모습이 됐다”고 말했다. “신고 해도 되지만 사람들 피해 입는다” 압박 첫 보고에서 상사의 계속된 한숨과 “없던 일로 해줄 수 없겠느냐”, “신고를 해도 되지만 사무실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취지의 발언은 피해자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했다. 공군 본부에서 나와 피해자 진술을 하는 자리에서도 이 중사가 오히려 상사를 위로하는 꼴이 됐다고 진술서는 전한다. 또 다른 상관은 성폭력 사건을 보고한 피해자에게 저녁 식사를 제안하고 여기서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 것 역시 부적절한 처사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살면서 한번은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식으로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당사자는 신고를 권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피해자는 울면서 “보고를 안 할 테니 가해자와 분리하고 못 보게 해 달라”고 요구했고, 가해자는 사건 발생 15일이 지나서야 다른 부대로 옮겼다. 이 중사는 이들 상사가 2차 가해로 처벌받기를 원했지만 나중에 불이익을 줄까 두려워 했다고 남편은 전했다. 새 부대에서도 “보고 똑바로 안 하나” 면박 이런 상황 속에서 청원 휴가가 끝나면 사무실로 복귀하려던 이 중사는 결국 특별 전속을 신청했다. 그러나 다른 부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이 중사는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했고 새 부대에서도 불편한 분위기는 계속됐다. 성폭력 피해로 청원 휴가 후 복귀한 이 중사에게 대대장은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면박을 주었고, 다른 상사는 휴가 중 방문한 곳을 모두 보고하라고 해 지우고 싶은 기억을 끄집어내야 했다. 혼인 신고를 위해 반차 휴가를 내는 날조차 “보고를 똑바로 하라”는 핀잔을 받은 이 중사는 나와서 울음을 터뜨리며 감정조절이 힘들다고 토로했다.“부대 믿고 신고한 피해자, 절망했을 것” 박 교수는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신고하고 상담했을 땐 부대가 보호해 줄 거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인데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거라는 절망과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종대 연세대 객원교수는 “이 사건으로 공군 전체에 쏟아질 비난에 대한 우려 때문에 2차 가해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군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민간에 맡겨 철저히 수사하고 처벌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신융아·김헌주 기자 yashin@seoul.co.kr
  • 군검찰, 성추행 피해 부사관 ‘2차 가해’ 상관들 줄소환

    군검찰, 성추행 피해 부사관 ‘2차 가해’ 상관들 줄소환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뒤 회유·압박에 시달리다 사망한 부사관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 검찰단이 2차 가해 의혹을 받는 부대 관계자들을 줄줄이 소환해 조사 중이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8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오늘부터 소환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일단은 고소된 준위·상사·하사 정도”라고 밝혔다. 세 사람 모두 피의자 신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참고인 조사도 진행 중이라고 부 대변인은 전했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노모 준위와 노모 상사는 3월 초 이모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뒤, 지속적인 회유·은폐 시도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전날 20비행단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군검찰은 이들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디지털 포렌식(증거 분석)에 들어갔다. 사건 당시 차량을 운전하며 성추행을 목격한 하사도 함께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그는 잎사 군사경찰 조사에서 피해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피해자 측이 직접 확보한 블랙박스에는 성추행 정황이 녹음돼 있어 허위 진술했을 가능성을 의심받고 있다. 현재 군검찰이 2차 가해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20비행단 대대장 등 책임자들도 조만간 참고인 조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사건 발생 석 달 만에 관련자들이 피의자 신분으로 첫 조사를 받게 됐다. 군검찰은 압수수색 자료 분석과 참고인 진술 내용 등을 토대로 노 상사와 노 준위 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할 방침이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할매, 여 ‘점빵’ 어디 갔는교?

    할매, 여 ‘점빵’ 어디 갔는교?

    1960~1980년대 동네 골목길에는 어디나 구멍가게인 ‘점방’이 있었다. 점방은 과자와 사탕, 아이스크림뿐 아니라 소주·콩나물·설탕·라면·비누 등 모든 생활용품의 보고다. 아침 일찍 부모님 심부름으로 두부를 사러 가고, 아이들은 용돈을 받으면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사러 서로 내기하듯 뛰어가는 만물상회다. 어른들에겐 퇴근길에 집으로 들어가기 전 이웃 동네 사람들과 막걸리 몇 잔에 그날의 피로를 푸는 활력의 장소였다. 동네 점방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장소를 넘어 지역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소중한 휴식 장소였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전국에 아파트촌이 들어서고 골목 곳곳에 편의점이 자리잡으면서 점방은 하나둘씩 우리 곁을 떠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도심뿐 아니라 농촌에서도 우리의 희로애락이 담긴 점방이 없어졌다. 어릴 적 소중한 기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련한 추억이 깃든 구멍가게는 세월과 함께 잊혀져 가는 옛 단어가 돼 버렸다. 전국에 몇 개 남지 않은 점방을 돌아봤다. 동네에서 이른 새벽 제일 먼저 불이 켜지고 늦은 밤 가장 늦게 불이 꺼지는 곳이 구멍가게였다. 하루 일과를 마친 마을 주민들은 저녁 어스름이 깔리는 무렵이면 구멍가게의 탁자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막걸리잔을 놓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점빵’ ‘연쇄점’ ‘○○상회’… 추억 속으로 라디오나 TV, 전화가 없고 신문도 귀했던 그때 그 시절 마을마다 바깥세상 소식을 가장 빨리 들을 수 있는 장소 또한 동네 구멍가게였다. 시골뿐 아니라 도시 지역에서도 마을마다 생필품 공급과 토론의 공간이었던 구멍가게는 사회 변화에 따라 하나둘씩 문을 닫았다. ‘점빵’, ‘연쇄점’, ‘○○상회’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던 구멍가게들은 이제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추억이 돼 버렸다. 인구 감소로 농촌 마을 빈집이 갈수록 늘어나고, 대형유통매장이 시골 마을까지 진출해 구멍가게가 버티며 생존할 수 있는 틈새는 아예 없어졌다. 또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농촌 마을에도 승용차를 가진 집이 많아 필요한 물건을 언제든지 인근 도시나 가까운 대형유통매장에서 저렴하고 손쉽게 살 수 있게 됐다. 구멍가게가 도저히 경쟁할 수 없는 환경으로 바뀐 것이다.최근에는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24시간 ‘편의점’이 생활 구석구석까지 파고들어 영세 상점은 더 설 자리가 없어졌다. 마을의 쉼터이자 뉴스센터 역할을 하던 구멍가게 앞 평상도 사라진 지 오래다. 농촌이나 구도심 경우에는 학생 등 젊은층이 거의 없고, 나이 든 어른들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돌아가신 경우가 많아 동네 점방은 존재 자체가 없어져 버렸다. 그나마 아주 드물게 남아 있는 구멍가게조차 지키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70~80대 고령층이어서 머지않아 문을 닫게 될 처지다. 실제로 인구 29만여명으로 광주, 전주에 이어 호남 3대 인구 도시인 전남 순천시에서도 점방이나 동네 슈퍼가 사라졌다. 겨우 동네 가게라는 조그마한 간판만 붙어 있는 곳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지난 6일 오후 3시쯤 시내와 3㎞ 정도 떨어져 있는 옥천동의 한 상점. 혼자 누워 있던 김모(85)씨는 “50년 정도 했는데 지금은 지나가는 사람들이 막걸리 한잔하러 가끔 오는 경우 말고는 손님이 없다”면서 “이제는 팔 물건도 갖다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손님이라고는 담배를 사러 오거나 막걸리·맥주 한 잔씩 마시러 우연히 들르는 사람밖에 없다고 했다. 가게 안에는 라면 8개, 부탄가스 20여개, 소주, 맥주, 홈키파 5개 등이 휑하니 놓여 있었다. 손님이 없어 경로당에서 놀다 방금 들어왔다는 김씨는 “혼자 살면서 집 지킬 겸 앉아 있다”며 “애들이 장사 그만하라고 하는데 문 닫으면 할 게 뭐가 있겠냐”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하루에 한 명도 안 올 때도 많다”면서 “노느니 100원이라도 벌려고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번 앉아 있어 보면 손님이 아예 없다는 걸 느낄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도심에서 5㎞ 거리에 있는 상사면의 광주슈퍼 김모(81)씨 사정도 마찬가지. 60살부터 시어머니랑 같이 장사하다가 지금은 혼자 하고 있단다. 마트와 편의점이 생겨 동네 사람들조차 오지 않고 주변 편의점을 간다고 했다. 간혹 담배를 사러 오거나 여름에는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을 사러 오는 게 전부라고 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이 치매 온다고 장사를 계속하라고도 하고, 말동무할 겸 문을 열어 놓고 있다”며 “진작 닫아야 했는데 계속하고 있어 창피하기도 해서 올해 안에는 그만두려고 물건을 안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농촌 마을을 몇 시간 돌아다니다 어렵게 찾아낸 시골 마을 구멍가게들에서 “요즘 매출이 어떠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비슷했다. 한결같이 “온종일 가게는 지키고 있지만, 물건을 사러 오는 사람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드물다”고 했다.●“수입 쥐꼬리… 물건 다 빠지면 그만둬야지” 경남 함안군 법수면 강주리 삼거리 도로가에서 11년째 구멍가게(삼거리슈퍼)를 하는 박모(55)씨는 “담배나 갑자기 필요한 물건을 사러 오는 동네 단골 주민들을 보고 가게를 계속하고 있지만, 수입은 쥐꼬리보다 못하다”며 “주변 가까이에 하나둘씩 늘어난 편의점이 4곳이나 된다”고 말했다. 박씨 구멍가게에서 100m쯤 떨어진 마을 입구 도로가에는 유리로 된 출입문에 ‘슈퍼’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적혀 있는 구멍가게를 겸한 허름한 주택 하나가 오래전에 문을 닫은 듯 빈 건물로 방치돼 있었다. 강주리 삼거리슈퍼에서 승용차로 한참을 달리다 법수면 백산리 백산보건진료소가 있는 백산마을 입구 삼거리에서 두 개의 구멍가게를 만났다. 두 가게는 50m쯤 떨어져 있었다. 한 슈퍼는 80대 노부부가 젊은 시절부터 시작해 50년 넘게 지키고 있는 구멍가게다. 주인 서모씨는 “주변 마을 주민들이 얼마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대부분 노인인 데다 필요한 물건은 가까운 대형유통매장에서 구입한다”면서 “음료수나 생수, 과자를 찾는 사람은 하루 몇 명에 그친다”고 구멍가게의 현실을 설명했다. 이어 서씨는 “나이 많은 우리 부부가 죽으면 이 구멍가게도 우리와 함께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인근 길가에 있는 또 다른 구멍가게도 80대와 70대 노부부가 20년 넘게 지키고 있다. 좁은 가게 안 상품 진열대에는 여러 종류의 담배와 과자, 간단한 음료, 면장갑 등이 진열돼 있었다. 가게 주인 장모(77)씨는 “옛날에는 밤마다 동네 주민들이 술잔을 놓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그런 모습은 오래전에 사라졌다”며 “수익도 거의 없어 벌써 그만둬야 했지만 하던 일이라 계속 문을 연다”고 말했다. 순천 최종필 기자·창원 강원식 기자 choijp@seoul.co.kr
  • 女중사 유족 “국선변호인,사진 유출… 악성 민원인이라고 비난”

    女중사 유족 “국선변호인,사진 유출… 악성 민원인이라고 비난”

    공군본부 법무실 등서 피해자 얼굴 평가‘女국선 우선배정’ 매뉴얼 어기고 男 선임 유족측 “女중사 회유 상관도 성추행 가담” 공군, 20차례 고통 호소 외면하고 방치사건 발생만 알리고 인적사항 보고 안 해성고충상담관, 지휘관에 상담 내용 알려공군은 충남 서산의 제20전투비행단에서 성추행을 당한 고(故) 이모 중사가 신고 이후에도 20여 차례 고통을 호소했으나, 국방부에 보고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실상 방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7일 군 당국에 따르면 이 중사는 지난 3월 피해 이후 20비행단 성고충 전문상담관에게 20여 차례 상담을 받았고, 4월 15일에는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공군 양성평등센터는 국방부에 관련 내용을 보고하지 않았다. 4월 6일 국방부 양성평등정책과에 성추행 사건 발생 사실만 알렸을 뿐이다. 성폭력 신고상담 접수 시 국방부 양성평등정책과 등으로 ‘개요 보고’를 하도록 하는 ‘국방 양성평등 지원에 관한 훈령’을 위반한 것이다. 성고충 전문상담관은 이 중사의 상담 내용을 소속 대대장 등 지휘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사는 20여 차례 상담에서 상관의 회유와 가해자의 협박 등 2차 가해를 호소했다고 유족 측은 밝혔다. 대대장 등 지휘관이 이 중사에 대한 2차 가해를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사실상 2차 가해를 묵인·방조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수사를 통해 밝혀지긴 하겠지만, 상담관이 보고 조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 초 변호를 맡은 국선변호인도 적절한 조력과 보호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이 중사의 인적 사항과 사진을 외부로 유출해 공군본부 법무실 등에서 피해자의 ‘얼굴 평가’를 하기도 하고 이 중사의 유족을 ‘악성 민원인’이라고 비난했다고 유족 측은 주장했다. 유족 측은 이날 국방부 검찰단에 국선변호사 A씨를 성폭력특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공군은 또한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정식 신고한 지 6일 후인 3월 9일, ‘여성 변호사 우선배정’ 지침 등을 어기고 공군본부 법무실 소속 1년차 단기 군 법무관인 A씨를 국선변호인으로 지정했다. 단기 법무관은 의무복무를 대체하기 위해 3년간 복무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공군은 성폭력 등 발생 시 피해자가 국선변호인 지원을 원하면 관행적으로 단기 법무관 2명을 번갈아 지정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이 국방부에서 제출받은 ‘군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업무 매뉴얼’에 따르면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 사건 처리 관계자(수사관, 군 검사, 국선변호인)를 여성으로 우선 배정한다”고 돼 있다. 유족 측은 민간 변호인을 선임하려 했으나 공군은 “증거가 확실하니 국선변호인을 선임해도 된다”고 안내했다고 이 의원은 밝혔다. A씨는 결혼과 신혼여행, 자가격리 등 개인 사정을 이유로 이 중사가 숨진 채 발견된 지난달 22일까지 한 차례도 면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국방부 검찰단은 7일 20비행단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중사를 회유한 의혹을 받는 노모 준위와 노모 상사, 이 중사가 차량에서 성추행을 당했을 때 운전을 했던 A 하사의 주거지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A 하사는 공군 수사에서 성추행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했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8년 지나도 바뀐 게 없다… 사람 죽어서야 수사”

    “8년 지나도 바뀐 게 없다… 사람 죽어서야 수사”

    즉각분리는커녕 수개월간 배에서 못 내려2차 가해 시달려… 폐쇄적 문화 바뀌어야 “군대는 그럴 줄 알았어요. 어쩜 내가 겪었을 때랑 하나도 바뀌지 않았을까. 이렇게 사람이 죽어서야 수사하는구나….” 7일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며 사망한 공군 이모 중사의 분향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김인영(가명)씨는 이 중사의 영정 앞에서 눈물을 펑펑 흘렸다. 해군에서 복무할 당시 성범죄 피해를 입었다고 밝힌 김씨와 이 중사의 경험은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았다. 20대 초반의 어린 여성 부사관을 대상으로 상급자가 성범죄를 저질렀고, 신고하자 2차 가해에 시달렸으며 군은 은폐하기 바빴다. 김씨는 지난 2013년 해군 부사관으로 복무할 당시 상급자인 초임 간부로부터 강간미수와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 임관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20대 초반의 일이다. 가해자인 상급자는 어머니와 고작 다섯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아버지뻘 간부였다. 김씨는 “저도 딱 이 중사 나이일 때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서 “8년이 지났지만 바뀐 것이 하나도 없어 더 화가 난다”고 분노했다. 피해 신고 이후 김씨에게 벌어진 일도 이 중사와 판박이였다. 김씨는 2013년에 두 차례 피해를 겪은 후 성추행 관련으로 1차 신고를 했다. 피해를 신고하고도 수개월간 배에서 내리지 못했고 동료들의 2차 가해에 시달렸다. 김씨의 성추행 피해를 목격했던 같은 부대원 2명은 김씨를 향해 ‘그 사람이 얼마나 널 챙겼는데’, ‘선배 인생 조진 X’과 같은 말을 내뱉었다. 군은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하기 바빴다. 간부들은 김씨에게 “아무 일 없었던 거야. 별일 아닌 거야. 무슨 말인지 알지?”라고 말하며 사건 은폐를 요구했다. 김씨는 이 중사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는 이유로 폐쇄적인 군대 문화를 지적했다. 김씨는 “가해자는 원·상사 이상이 대부분이고 피해자의 90%는 이제 막 첫발을 뗀 초임”이라면서 “폐쇄적인 군 조직은 ‘내 식구 감싸기’가 심각하다. 당연히 초임을 찍어 내는 것이 쉬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김씨는 자신을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했다. 그나마 가해자가 처벌받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에 따르면 가해자는 1심에서 실형을 받고 해임 처분됐다. 김씨는 “사건 당시에는 나도 모르게 뛰어내릴까 봐 갑판에도 올라가지 못했다”면서 “이 중사 사건을 접하니 남 일 같지 않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국선변호사, 피해 女중사 신상·사진까지 외부 유출했다” [이슈픽]

    “국선변호사, 피해 女중사 신상·사진까지 외부 유출했다” [이슈픽]

    국선변호사, 사망 때까지 단 한 번도 면담 안해성추행 피해중사 유족엔 ‘악성 민원인’ 비난유족, 고소장에 ‘중사 인적사항 누설죄’ 명시 유가족 변호인 “2차 가해 사실상 방치”“거악 잡아야, 책임 있는 윗선까지 수사해야”“중사, 1년간 세 차례 강제추행…3명 고소”군 내부에서 성추행을 당한 뒤 피해 신고를 한고도 회유와 합의 종용을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부사관 이모 중사의 유족 측이 7일 사건 초기 변호를 맡았던 공군 법무실 소속 국선변호사를 추가로 고소했다. 유족은 이 중사의 변호사로 지정됐던 국선변호사가 이 중사를 보호하기는커녕 이 중사의 인적사항과 사진 등 피해자 신상정보를 외부에 유출해 2차 가해를 방치하고 ‘악성 민원인’으로 유족을 비난했다고 고소장에 명시했다. 해당 변호사는 이 중사가 사망할 때까지 단 한 차례도 면담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유족, ‘2차 가해’ 상관 고소 이어 두번째 유족측 변호인 김정환 변호사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직무유기 등 혐의로 국선변호사 A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공군은 이모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정식 신고한 지 엿새 만인 지난 3월 9일 공군본부 법무실 소속 군 법무관인 A씨를 국선변호사로 지정했다. 그러나 A씨는 이 중사가 사망할 때까지 단 한 번도 직접 만나 면담한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몇 차례 전화 통화 및 문자메시지가 전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선임된 뒤 결혼과 신혼여행, 이후 자가격리 등 개인 사정으로 면담을 원활히 진행하지 못했다는 게 공군의 설명이지만, 성추행 피해 신고 후 회유 등 2차 가해까지 당한 피해자를 사실상 방치했다고 유족 측은 주장하고 있다. 유족측은 또 A씨가 이 중사의 인적 사항과 사진 등을 외부로 유출하는가 하면 유가족을 ‘악성 민원인’으로 부르며 비난한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해달라고 고소장에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측이 검찰단에 고소장을 제출한 건 지난 3일 ‘2차 가해 의혹’ 상관 등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로, 추가 고소도 예고했다.국방부 “국선변호사 문제, 철저히 수사” 김 변호사는 공군 법무실 등 상부에 대한 추가 고소 계획을 묻는 말에 “수사 상황에 따라 추가 고소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사건 관련해서는 ‘거악’을 잡아야 한다”면서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최대한 책임있는 윗선까지 조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악’에 사퇴한 이성용 전 공군참모총장 등 지휘부가 포함되냐는 질의에는 “저희가 판단할 부분은 아니다”라면서도 “만약 이 사건 보고를 정확하게 받았고, 조치하지 안다면 거악에 포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국선 변호인에 대한 유족의 추가 고소와 관련 “철저하게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국방부 검찰단이 초동 부실수사의 핵심으로 지목된 공군검찰에 대한 압수수색을 아직 하지 않은 것과 관련, “이미 국방부 장관께 말씀을 드렸고, 공군검찰도 압수수색을 받고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압수수색의 범위가 너무 제한적이다. 조금 더 폭넓게 압수수색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검찰단에서도 (2차 가해 정황 관련) ‘실체적 진실’에 문제가 있다고 파악하고 계시므로 적법 절차에 따라 엄정 수사하고 있다는 점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수사 상황을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상관, 성폭력 신고한 이 중사에“없던 일로 해주면 안 돼?”“살면서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일이야” 이 중사 남자친구에게도 연락해 조직적 회유 앞서 충남 서산 소재 공군부대 소속 부사관 이 중사는 올 3월 선임인 장모 중사에 의해 억지로 저녁 회식에 불려나간 뒤 숙소로 돌아오는 차량 뒷자리에서 강제추행을 당했다. 이 중사는 이러한 피해사실을 정식으로 상관에게 신고했지만, 오히려 상관들은 “없던 일로 해주면 안 되겠느냐”며 장 중사와의 합의를 종용하거나 “살면서 한번 겪을 수 있는 일”이라며 회유를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은 사건 발생 당일부터 상관에게 알렸지만, 즉각적인 가해·피해자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 신고 이후 국선변호인을 선임받았지만, 적극적인 피해자 변호 및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즉각적인 피해자 보호 매뉴얼 가동 대신 부대 상관들의 조직적 회유가 이뤄졌으며, 같은 군인이던 이 중사의 남자친구에게까지 연락해 설득해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 중사는 두 달여 간의 청원휴가 기간 부대 성고충 상담관 및 지역의 민간 상담소를 통해 심리상담 등을 받았다. 상담 과정에서 이메일과 문자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심경을 드러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담 내용은 대부분 공군본부에도 보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사는 지난 18일 청원휴가를 마친 뒤 전속한 15특수임무행단으로 출근했지만, 나흘 만인 22일 오전 부대 관사에서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15비행단에서도 출근 전부터 간부들로부터 사소한 일로 질책을 받는 등 압박에 시달렸다는 유족 주장에 대해서도 국방부 검찰단에서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발견 하루 전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마쳤으나 당일 저녁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며, 자신의 ‘마지막’ 모습도 휴대전화로 남겼다고 유족들이 전했다.“중사, 회유 가담자들에 1년간세 차례 강제추행 당해…3명 고소” 이와 관련 유족은 이 중사가 과거 1년여에 걸쳐 세 차례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오후 변호사 A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이 중사가 “장 중사 사건까지 (포함해) 세 차례 1년간 추행당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최초 강제추행은 1년 전쯤 있었고, 그 당시에도 파견 온 준위에 의해 강제추행 당했다”면서 “그때도 사건 회유나 은폐 가담 인원에 의해 회유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두 번째 강제추행은 직접 은폐에 가담했던 인원 중 한 명이 추행까지 했기 때문에 장 중사 사건까지 세 차례 1년간 추행당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 변호사는 이날 오전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이번 사건 회유에 가담한 인원들부터 시작해서 한 1년여에 걸쳐서 여러 번 강제추행이 있었고, 피해자가 그것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걸 보고 그걸 답습해서 추행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사건이라고 생각된다”고 주장했다.유족측은 과거 ‘최소 두 차례’ 성추행 피해를 더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3일 20비행단 소속 상사·준위 등 3명을 추가 고소했었다. 김 변호사는 성추행 피해 신고 이후 같은 군인이자 피해자의 남편에게 회유와 압박을 한 정황도 추가로 전했다. 그는 “저희가 (3월) 신고를 공식적으로 하고 나서도 한 2주 이상 지난 시점에 사건 피의자들 중 한 명이 남편에게 찾아와서 가해자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고소를 취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안 되겠냐라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관 중 한 명이) 남편에게 가해자 입장을 대변하면서 용서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해서, 그 이후에 유가족들이 그걸 알게 돼서 남편에게 얘기해서 그것을 항의하도록 한 부분 등 객관적인 자료가 증거로 남아 있다”면서 “‘가해자의 인생이 불쌍하지 않으냐’는 종류의 내용”이라고 말했다.“별도 성추행 직속상관·상사도 구속해야” 지난 5일 이 중사의 아버지는 구속된 성추행 가해자 장 중사 외에 보고를 받고도 제대로 된 대응은 커녕 회유 등에 나서고 일부는 별도의 성추행도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직속상관 노모 준위와 노모 상사 등도 구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속은) 지금 하더라도 너무 늦었다”면서도 가해자들이 구속되면 부대 내 동료들이 피해 증언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해자들 가운데 직접 사죄한 사람은 아직 없다고도 했다. 이번 사건을 회유하는 등 2차 가해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노 상사에게 이 중사 아버지가 먼저 전화해 항의하자 ‘죄송하다’고 한 것이 전부라는 전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한근석 도의원 “전남도 핵심정책 책임성·투명성 높여야”

    한근석 도의원 “전남도 핵심정책 책임성·투명성 높여야”

    전남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 한근석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이 대표 발의한 ‘전라남도 정책실명제 운영 조례안’이 7일 소관 상임위 심의를 통과했다. 이번 조례안은 정책실명제 책임관 지정, 대상사업의 선정과 공표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전남도의 주요 정책결정과 집행과정 등에 참여하는 관련자의 실명 등을 도민에게 공표하고, 그 이력을 기록·관리함으로써 행정의 투명성과 신뢰성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발의됐다. 그동안 전남도 정책실명제는 행정안전부 ‘정책실명제 운영 지침’과 도 운영 규칙 등에 따라 운영되고 있었다.이번 조례 제정을 통해 법적 근거가 마련돼 강제성을 높이고 포괄적인 규정들을 구체화하는 등 도민의 알 권리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 의원은 “도정 핵심사업에 대해 책임소재를 명확히 함으로써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방지하고 각종 부조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며 “전남도 정책추진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향상돼 도정 발전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밝혔다. 이번 조례안은 오는 16일 전라남도의회 제353회 제1차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 상정돼 처리될 예정이다. 무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공군 부사관 변호인 “장 중사 포함해 1년간 세 차례 추행”(종합)

    공군 부사관 변호인 “장 중사 포함해 1년간 세 차례 추행”(종합)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공군 측의 부진한 수사 속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이모 중사가 과거 1년여에 걸쳐 세 차례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유족 측의 추가 의혹이 제기됐다. 유족 측 변호인 김정환 변호사는 7일 오후 3시쯤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공군 소속 국선변호사 A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이 중사가 “장모 중사 사건까지 (포함해) 1년간 세 차례 추행당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최초 강제추행은 1년 전쯤 있었고, 그 당시에도 파견 온 준위에 의해 강제추행 당했다”면서 “그때도 사건 회유나 은폐 가담 인원에 의해 회유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두 번째 강제추행은 직접 은폐에 가담했던 인원 중 한 명이 추행까지 했기 때문에 장 중사 사건까지 1년간 세 차례 추행당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 변호사는 이날 오전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이번 사건 회유에 가담한 인원들부터 시작해서 한 1년여에 걸쳐서 여러 번 강제추행이 있었고, 피해자가 그것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걸 보고 그걸 답습해서 추행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사건이라고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과거 ‘최소 두 차례’ 성추행 피해를 더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3일 20비행단 소속 상사·준위 등 3명을 추가 고소한 바 있다. 김 변호사는 성추행 피해 신고 이후 같은 군인이자 피해자의 남편에게 회유와 압박을 한 정황도 추가로 전했다. 그는 “저희가 (3월) 신고를 공식적으로 하고 나서도 한 2주 이상 지난 시점에 사건 피의자들 중 한 명이 남편에게 찾아와서 가해자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고소를 취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안 되겠냐라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관 중 한 명이) 남편에게 가해자 입장을 대변하면서 용서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해서, 그 이후에 유가족들이 그걸 알게 돼서 남편에게 얘기해서 그것을 항의하도록 한 부분 등 객관적인 자료가 증거로 남아 있다”며 “‘가해자의 인생이 불쌍하지 않으냐’는 종류의 내용”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현재 국방부 검찰단 차원의 합동수사와 관련해서는 “향후 검찰단에서 철저하게 수사해줄 거라고 믿고 있다”면서도 “압수수색의 범위가 너무 제한적이다. 조금 더 폭넓게 압수수색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공군 여중사 분향소에서 눈물 흘린 해군 성폭력 피해자

    공군 여중사 분향소에서 눈물 흘린 해군 성폭력 피해자

    “아버지뻘 간부가 초임 부사관 성추행”2차 가해·은폐 시도 등 공군 중사 사건과 판박이“내식구 감싸려는 폐쇄적 군대문화 바뀌어야”“군대는 그럴 줄 알았어요. 어쩜 내가 겪었을 때랑 하나도 바뀌지 않았을까. 이렇게 사람이 죽어서야 수사하는구나….” 7일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며 사망한 공군 이 모 중사의 분향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한 여성이 이미 눈물에 젖어 축축해진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았다. 이 중사의 영정 앞에서 두 번 절을 올린 김인영(가명)씨는 펑펑 울며 지난 2013년 해군에서 복무할 당시 이 중사와 비슷한 피해를 당했다고 털어놨다. 김씨와 이 중사의 경험은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았다. 20대 초반의 어린 여성 부사관을 대상으로 남성 상급자가 성범죄를 저질렀고, 이를 신고하자 2차 가해에 시달렸으며 군은 은폐하기 바빴다. 가해자와의 즉각 분리 등 기본적인 피해자 보호조치는 사치였다. “8년 지났지만 바뀐 게 하나도 없다” 김씨는 지난 2013년 해군 부사관으로 복무할 당시 상급자인 초임 간부로부터 강간미수와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임관한 지 1년이 채 안 된, 20대 초반에 일어난 일이다. 피해 내용은 이 중사가 겪은 것과 유사했다. 가해자인 상급자는 어머니와 고작 5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아버지뻘 간부였다. 김씨의 신체를 만졌고, 억지로 방으로 끌고 가려고도 했다. 김씨는 “저도 딱 이 중사 나이일 때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서 “8년이 지났지만 바뀐 것이 하나도 없어 더 화가 난다”고 분노했다. 신고 이후 김씨에게 벌어진 일도 이 중사와 판박이였다. 김씨는 2013년에 두 차례 피해를 겪은 후 성추행 관련으로 1차 신고를 했다. 가해자와 즉각 분리돼야 하지만 피해를 신고하고도 수 개월간 배에서 내리지 못 했다. 동료들의 2차 가해가 계속됐다. 김씨의 성추행 피해를 목격했던 같은 부대원 2명은 김씨를 향해 ‘그 사람이 얼마나 널 챙겼는데’, ‘선배 인생 조진 X’과 같은 말을 내뱉었다. 이후 강간미수를 포함해 2차 신고를 하자 가해자와 그 무리들은 김씨가 지나만 가도 손가락질을 해댔다. “피해 신고 후에도 가해자와 수개월 같은 배 탔다” 군은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하기 바빴다. 군은 김씨의 피해를 ‘별것 아닌 일’로 치부했다. 김씨에게 2차 가해를 하던 사람들은 “아무 일 없었던 거야. 별일 아닌 거야. 무슨 말인지 알지?”라며 사건을 덮기 급급했다. 김씨는 자신이 말을 하면 동료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더는 입을 열기 어려웠다.김씨는 “기본적으로 가해자들은 ‘별것도 아닌데’, ‘사람이 살면서 실수할 수 있지’와 같은 태도를 보인다”면서 “계속 그런 말을 들으면 ‘내가 피해를 이야기해도 될까?’ 의문스러운 순간까지 온다. 나중에는 ‘이렇게까지 힘들 줄 알았으면 입 다물고 있을걸’이란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김씨는 결국 지난 2015년 해군을 떠나 다른 일을 찾았다. “피해자 90%는 ‘내식구 아닌’ 초임 여 부사관” 김씨는 이 중사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는 이유로 폐쇄적인 군대 문화를 지목했다. 문화를 바꾸려면 계급이 높은 사람들, 특히 장교 집단이 바뀌어야 한다고 짚었다. 김씨는 “가해자는 원·상사 이상이 대부분이고 피해자의 90%는 이제 막 군에서 첫발을 뗀 초임”이라면서 “폐쇄적인 군 조직에서는 ‘내 식구 감싸기’가 심각한데, 당연히 초임을 찍어내는 것이 쉬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조직 문화가 폐쇄적인 만큼 익명신고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김씨는 피해자들 사이엔 “익명신고 하면 뭐 하냐, 나인 걸 다 아는데”와 같은 체념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군내 성범죄를 덮으려는 경향은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도입되면서 더 심해졌다. 국방부는 지난 2018년 군 내 성폭력을 근절하겠다며 무관용 원칙에 따라 한 번만 성범죄를 저질러도 강력하게 징계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김씨는 “한 번만 걸려도 큰 징계를 받으니 조심해야지가 아니라 한 번만 걸리면 큰일 나니까 더 은폐하려 든다”고 말했다. “성범죄 원스트라이크 도입 이후 더 은폐하려 해” 김씨는 자신을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자평했다. 그나마 부모님이 적극적으로 나서 가해자가 처벌받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에 따르면 가해자는 1심에서 실형을 받고, 해임처분 됐다. 김씨는 “사건 당시에는 나도 모르게 뛰어내릴까 봐 갑판에도 못 올라갔다”면서 “저도 일이 잘 해결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든다. 이 중사 사건을 접하니 남 일 같지 않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일 잘하는 MZ세대 신임 사무관의 비밀은?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은 새천년세대 신임 사무관을 위한 온라인 역량 학습교재 ‘새천년세대 일 잘하는 공무원 학습계획’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교재는 신임 사무관들의 교육 몰입을 위해 게임 형태의 재미 요소를 반영하고, 적극행정 우수사례로 신임 사무관에게 필요한 6개 역량을 제시하는 등 새천년세대 맞춤형으로 개발됐다. 학습교재는 먼저 도입부에 새천년세대 사무관의 역할과 책임 변화에 대한 이해를 시키기 위한 정보 그림이 제시된다. 이어 속도와 흥미가 높은 게임 형태의 가상 상황에서 각각의 역량 수준을 상황별로 확인·점검할 수 있는 자가 진단을 진행한다. 각각의 역량은 논리적 사고, 업무 민첩성, 소통, 협업 등 6개 분야별로 자가 진단이 이뤄진다. 또 적극행정 우수사례 등 현업 수행과정을 반영한 역량별 교육과 ‘상사·동료가 말하는 새천년세대의 일 잘하는 공무원’ 등 성찰 과제를 통해 구성원들의 다양한 관점과 가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자기개발 교재는 역량별 추천 도서, 동영상, 논문, 관련 자료 등을 체계적으로 제시해 다양하게 상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국가인재원은 교재를 각 부처에 배포하고, 국가인재원 누리집과 온라인 교육 누리집인 ‘나라배움터’에서 제공한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 女중사 유족 측 “회유 가담 인원 등, 1년에 걸쳐 수차례 추행”

    女중사 유족 측 “회유 가담 인원 등, 1년에 걸쳐 수차례 추행”

    성추행 피해 신고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이 모 중사가 약 1년에 걸쳐 수차례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유족 측의 추가 의혹이 제기됐다. 7일 유족 측 김정환 변호사는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이번 사건 회유에 가담한 인원들부터 시작해서 한 1년여에 걸쳐 수차례 강제추행이 있었고, 피해자가 그것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걸 보고 그걸 답습해서 추행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사건이라고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과거 ‘최소 두 차례’ 성추행 피해가 더 있었다고 주장하며 지난 3일 20비행단 소속 상사, 준위 등 3명을 추가 고소한 바 있다. 다만 김 변호사는 “아직 조사를 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사에 지장이 생길 수 있어서 자세하게 말씀드리긴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김 변호사는 성추행 피해 신고 이후 같은 군인인 피해자의 남편에게 회유와 압박을 한 정황도 추가로 전했다. 그는 “저희가 (3월) 신고를 공식적으로 하고 나서도 한 2주 이상 지난 시점에 사건 피의자들 중 한 명이 남편에게 찾아와서 가해자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고소를 취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안 되겠냐라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관 중 한 명이) 남편에게 가해자 입장을 대변하면서 용서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해서, 그 이후에 유가족들이 그걸 알게 돼서 남편에게 얘기해서 그것을 항의하도록 한 부분 등 객관적인 자료가 증거로 남아 있다”며 “‘가해자의 인생이 불쌍하지 않으냐’는 종류의 내용”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현재 국방부 검찰단 차원의 합동수사와 관련해서는 “향후 검찰단에서 철저하게 수사해줄 거라고 믿고 있다”면서도 “압수수색의 범위가 너무 제한적이다. 조금 더 폭넓게 압수수색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단 한 번의 면담도 없었다”...女중사 유족, 국선변호사 ‘직무유기’ 고소

    “단 한 번의 면담도 없었다”...女중사 유족, 국선변호사 ‘직무유기’ 고소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부사관 유족들이 사건 초기 변호를 맡았던 공군 법무실 소속 국선변호사를 고소한다. 7일 유족 측변호인 김정환 변호사는 이날 오후 3시쯤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직무유기 등 혐의로 국선변호사 A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공군은 이모 중사가 성추행 피해 신고한 지 6일 만인 지난 3월 9일 공군본부 법무실 소속 군 법무관 A씨를 국선변호사로 지정했다. 그러나 이 중사는 A씨와 단 한 번도 면담을 갖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몇 번의 전화 통화와 문자메시지가 전부였으며, 통화 역시 변호사 선임 50일 만에 처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은 A씨가 선임된 뒤 결혼과 신혼여행 등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돼 면담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유족 측은 성추행 피해 신고 후 회유 등 2차 가해까지 당한 피해자가 사실상 방치됐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암시했음에도 국선변호사가 이를 방관했다며, 이는 변호사의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일 유족들은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상관들인 노모 상사·준위 등과 유족 간 전화통화 녹취도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유족들은 당시 통화에서 회유 관련 정황에 강력 항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단은 유족 측이 제출한 증거자료를 토대로 노 상사와 노 준위의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할 줄 아는 게 뭐야… 밤새 일해 볼래?”… ‘젊은 꼰대’ 전락 스타트업의 내로남불

    “할 줄 아는 게 뭐야… 밤새 일해 볼래?”… ‘젊은 꼰대’ 전락 스타트업의 내로남불

    스타트업 직원 A씨는 입사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직속 상사에게 폭언을 당했다. 일을 처음 시작한 A씨에겐 업무가 대부분 처음 해 보는 일이고 제대로 된 교육이나 인수인계도 없었지만, 상사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야 너 할 줄 아는 게 뭐야?”, “오늘부터 밤새고 일해 볼래?” 등 폭언을 반복했다. A씨는 견디다 못해 회사 대표에게 상사의 폭언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조사는커녕 “폭언을 유발하는 사람도 잘못일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잘못된 능력주의에 빠진 회사 대표 네이버에서 직장 내 ‘갑질’을 호소하며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수평적 조직 문화로 알려진 IT·스타트업 기업들의 직장 내 갑질이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6일 IT·스타트업 기업에서 벌어지는 직장 내 갑질 경험 사례를 공개했다. 단체는 IT·스타트업 내 직장 갑질 가해자는 회사 대표가 많다면서 이들이 잘못된 능력주의에 빠진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능력을 믿고 직원들을 무시·조롱하고 연봉을 깎고 쫓아내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대표들이 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그래도 된다’는 착각 실제로 스타트업은 근로기준법을 위반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대표도 있었다. 스타트업에서 2개월 근무 후 해고된 B씨는 “오전 8시에 출근해 점심시간도 없이 밤늦게까지 야근하고, 휴일에도 출근했지만, 대표는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연봉을 40% 삭감하고 보직을 변경해 아르바이트가 하는 일을 시켰다”면서 “이를 두고 ‘스타트업이라서 근로기준법을 위반해도 된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토로했다. ●수평적 조직? 일반 기업과 다를 바 없어 올해 1~5월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1014건 중 직장 내 괴롭힘은 52.5%(532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200명 중 회사가 피해자 보호 등 조치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응답이 39%(78명)에 달했고,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도 31%(62명)로 집계됐다. 직장갑질119는 “정부는 현재 스타트업들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자금, 바우처 등 다양한 형태로 정부 지원 사업을 하는 중”이라면서 “정부지원금을 받는 스타트업 기업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직장 갑질 실태를 조사하고, 심각한 기업에 대해서는 특별근로감독을 벌여 직장 갑질을 근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집요한 회유로 부사관 악에 받쳐 울었다”…2차 가해 정황

    “집요한 회유로 부사관 악에 받쳐 울었다”…2차 가해 정황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부사관이 부대 상관들에게서 끈질긴 회유와 압박을 받았던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피해자 이모 중사의 남편인 A씨는 진술서에서 고인이 피해 사실을 신고한 뒤, 2차 가해에 해당하는 ‘지속적인 회유 및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성추행 가해자인 장모 중사는 이 중사를 회유하기 위해 집요하게 찾아가 사건 무마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장 중사는 “신고할 거지? 신고해봐”라고 말하며 피해자를 조롱하고, 이 중사를 숙소에서 불러낸 뒤 무릎을 꿇고 ‘없던 일로 해달라’고 요구했다고도 했다. 이에 이 중사는 두려움에 울면서 ‘보고를 안 할 테니 장 중사와 완벽히 분리해 달라’고 부대에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중사의 간곡한 요청에도 상관인 노모 상사와 노모 준위는 회유를 이어갔다. 성추행 사건의 발단이 된 부대 회식 자리는 장 중사가 지인의 개업을 축하하는 사적 목적으로 연 것으로 당시 ‘5명 이상 집합금지’ 방역 수칙을 위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외부에 드러날 경우, 회식 참석자들과 부대 내 책임자들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상관들은 이 중사에게 성추행 사실을 덮도록 요구했다. 그러면서 가해자와 마주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하며 이 중사를 회유했다고 한다. 이를 들은 이 중사가 “분하고 악에 받쳐 바락바락 울면서 ‘그러면 보고를 안 할테니 장 중사와 완벽히 분리해달라’”고 요구했다고 A씨는 강조했다. 또 남편인 자신에게도 이 중사에게 “잘 좀 말해 달라”며 합의를 종용했다고 덧붙였다. 이 중사는 상관들의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부대 측으로부터 ‘2차 가해’는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할 때만 처벌할 수 있다고 전달받았다. 이 중사는 뒤따를 불이익을 염려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진술했는데 이 역시 피해자를 압박한 정황으로 볼 수 있다. 국선 변호사의 무성의한 피해자 조력도 문제 제기됐다. 사건 발생 일주일 뒤 선임된 변호사는 개인적 사유로 대면 면담을 단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았고, 전화 통화도 사건 50일 뒤에야 처음 이뤄졌다. 유족 측은 국선 변호사를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추가 고소하기로 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택시기사 폭행’ 부실수사, 핵심은 이용구가 건넨 1000만원

    ‘택시기사 폭행’ 부실수사, 핵심은 이용구가 건넨 1000만원

    서울 서초경찰서가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부실 수사한 의혹에 대해 경찰이 이르면 이번 주 결과를 발표한다.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진상조사단은 당시 서초서 폭행사건 담당 수사관과 직속 상사인 형사팀장·형사과장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조사단은 서초서 수사관이 이 전 차관의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의 존재를 알면서도 상급자들에게 보고하지 않았고, 이는 상급자인 팀장과 과장에게도 일정 부분 지휘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 전 차관이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사실을 서초서 간부들이 알고 있었던 정황 역시 확인했다. 이 전 차관은 지난해 11월 6일 오후 11시 40분쯤 서초구의 자택 인근에 도착한 택시 안에서 자신을 깨우는 택시 기사에게 욕설을 하고 멱살을 잡았다. 이 전 차관은 사건 이틀 뒤 택시기사 A씨를 만나 블랙박스 영상 삭제를 요구한 뒤 1000만원을 건넸다. A씨는 합의 이후 영상을 지운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수사의 관건은 이 1000만원을 어떻게 규정할 것이냐에 달렸다. 이 전 차관은 A씨에게 건넨 1000만원은 폭행 사건의 합의금이라는 입장이다. 합의금을 건넨 것은 맞지만, 택시기사에게 조건을 제시한 것은 아니며 영상 삭제 요구는 단순히 해당 영상이 제3자에게 유출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택시기사는 사고 이튿날 수사관에게 “원만히 합의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뒤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 그러다 입장을 바꿔 같은 달 11일 서초서를 다시 찾아 담당 수사관에게 휴대전화로 촬영한 30초 분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줬지만, 수사관은 “못 본 것으로 하겠다”며 팀장과 과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12일 서초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 점을 들어 이 차관을 입건하지 않고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운행 중인 운전자에 대한 폭행을 무겁게 처벌하는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대신 반의사불벌죄인 형법상 폭행 혐의가 적용됐다. 그러나 지난 1월 경찰이 이 차관의 폭행 장면이 녹화된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묵살한 정황이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나자, 경찰이 특가법을 적용하지 않고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한편 폭행 사건 자체를 재수사하는 검찰도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하고, 이 전 차관에게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나우뉴스] “캐나다 공군도 수십 년 전부터 UFO 목격” 美보고서 일부 공개

    [나우뉴스] “캐나다 공군도 수십 년 전부터 UFO 목격” 美보고서 일부 공개

    미국 국방부가 캐나다 공군의 미확인비행물체(UFO) 목격담을 담은 보고서의 일부를 공개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언급한 UFO의 존재가 밝혀질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매체 바이스의 2일 보도에 따르면 해당 보고서는 미국 국방부가 제작한 것으로, 이달 말에 의회 제출을 계획하고 있었으나 일부 국회의원들이 보고서의 빠른 공개를 요구하면서 세상에 밝혀졌다. 이번 보고서에 실린 캐나다 최초 UFO 목격 사건은 1950년 3월로 거슬로 올라간다. 공군 장교 2명이 훈련 중 오타와를 지나가는 미확인비행물체를 발견했으며, 해당 물체는 주황색을 띤 채 대칭을 이루며 빠르게 지나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년 뒤인 1952년 4월 12일, 온타리오 주 북동부의 소도시인 노스베이의 경찰관 2명이 황색 신호등을 연상케 하는 둥글고 빛나는 물체를 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를 목격한 경찰관들은 “F-86 전투기보다 2배는 빨라 보이는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정지하더니 방향을 바꾸고 사라졌다”고 증언했다. 1967년 11월 목격담에 따르면, 당시 캐나다 공군 소속이었던 무스 조 상사는 3000~4000(약 915~1220m) 상공에서 매우 밝은 빛을 목격했으며, 당시 이 빛은 갑자기 긴 형태로 달라지더니 빠르게 더 높은 상공으로 치솟았다. 1967년 당시 이를 목격했던 무스 조 상사는 10년이 지난 1978년 12월에도 다른 군인들과 함께 원형의 불빛 4개가 줄을 지어 상공에 떠 있는 모습을 또 한번 봤다는 내용이 보고서에 실렸다. 이밖에도 공군 소속 군인 한 명만이 아니라 여러 명이 함께 목격한 UFO 사례부터 공군 소속 관제사가 목격한 사례까지, 10여 건의 사례가 국방부에 의해 보고서에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캐나다 국방부 대변인은 바이스와 한 인터뷰에서 “캐나다는 이번 보고서 작성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현재까지 캐나다 국방부 내에 UFO 조사를 전담하는 부대 역시 없다”고 말을 아꼈다. 지난달 CBS의 유명 시사 프로그램인 ‘60분’은 ‘자주 출몰하는 UFO’라는 제목으로 학자와 정부 당국자, UFO를 직접 목격한 군 조종사들의 인터뷰를 엮은 방송을 내보냈다. UFO와 외계인을 단순히 가십거리가 아닌 토론할 가치가 있는 주제로 판단한 것이다. 특히 관련 보고서가 미국 국가정보국(DNI)과 국방부가 공동 작성해 이달 중 의회에 제출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보고서의 정식 버전은 이달 내에 공개될 예정이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도와주세요” 잔뜩 멍든 노모…요양원에서 무슨 일이

    “도와주세요” 잔뜩 멍든 노모…요양원에서 무슨 일이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 노인학대 혐의로 과태료를 물고 원장까지 교체한 제주의 한 요양원에서 또다시 방임 학대 사례가 발생했다. 파킨스 증후군을 앓고 있는 70대 할머니는 세 차례나 낙상사고를 당해 왼쪽 눈과 광대에 시퍼런 멍이 들었다. 이 할머니는 입소한 지 9개월 만에 체중이 7kg 가량 줄었다. 저녁 시간에는 밥과 반찬을 한 그릇에 담고 국물까지 부어 잡탕처럼 배식한 것도 CCTV에 찍혔다. 서귀포시 노인보호전문기관은 1차 조사 결과 CCTV와 간호일지 등을 근거로 방임 학대라는 결론을 내렸다. 할머니가 파킨스증후군을 앓고 있어 낙상사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세 차례나 같은 사고를 당한 것은 방임 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요양원 측은 어르신 2.5명당 요양보호사 1명이 배치됐고, 주간과 야간 근무를 병행하다보니 일대일 케어가 힘들었다며 사고는 유감이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서귀포시는 한 차례 더 전문가들의 평가를 거쳐 해당 시설에 대한 처분과 경찰 고발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할머니는 퇴소했지만 남아있는 노인들은 할머니는 심한 낙상 사고로 큰 부상을 입었지만 요양원측 케어일지에는 ‘통증을 호소 안하심’이라고 적혀 있었다. 피해 할머니의 자녀는 “말씀을 잘 못하시니 일지에 그렇게 적은 것이다. 저희 엄마는 퇴소를 했지만 그곳에서 잡탕밥을 먹으며 학대를 당하고 있을 죄없는 어르신들이 불쌍하고, 또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국민청원 동의를 부탁했다. 청원인은 “문제의 요양원은 이전에는 단순 벌금형에 원장만 교체됐지만 이번만큼은 강력한 행정상에 처분이 있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청원인은 “이번 사건으로 제도개선 및 믿고 맡길 수 있는 요양원 운영시스템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양보호사들이 얼마나 힘든 직업인지 알고 있다. 분명 사명감 있고 책임감 있는 요양보호사들도 있을텐데 그렇게 열심히 하시는 분들께 이 사건으로 피해가 가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전국 요양원에서 반복되는 학대신고 감염병 사태로 외부인 면회가 줄어든 노인요양 시설을 중심으로 학대 의심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밥그릇에 반찬과 국물을 모아 잡탕처럼 섞어 배식하는가 하면 잔반과 상한 음식을 갈아 주는 요양원도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수일간 침상에 묶어 방치하거나 낙상 사고를 당해 시퍼렇게 멍이 드는 일도 잦았다. 인천의 한 요양원에서는 노인들에게 잔반과 상한 음식을 갈아 배식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요양원은 과거에도 비슷한 내용으로 신고가 접수돼 부평구로부터 행정 처분을 받았다. 당시 단속에서는 유통 기한이 매우 오래 지난 음식 재료가 발견됐다. 경남 창원의 한 요양원에서는 70대 환자의 팔다리를 최대 5일 동안 침상과 휠체어에 묶어 학대한 혐의로 업무중지 행정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 요양원은 당시 79세였던 환자가 식사할 때는 휠체어에 묶고, 잠을 잘 때는 침상에 신체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방치했다. 보건복지부 지침상 신체 억제대를 사용할 때는 2시간마다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욕창을 예방하기 위해 체위를 변경해야 하지만 요양원 측은 의사 소견도 없이 “환자가 폭력성이 있어 요양보호사가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몸을 묶었다”고 해명했다. 조사결과 이 요양원은 건강보험공단 지원금을 부당 수급하고, 식자재비를 직원 월급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적발됐다.CCTV 설치 의무화 등 제도 개선 필요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노인들은 대부분 심신이 불편해 피해 호소도 쉽지 않은 만큼 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요양시설은 80% 이상, 공동생활시설에는 50%가 CCTV를 설치했는데 의무화되지는 않았다. 요양보호사를 더 많이 늘리는 것이 어렵다면 보다 적극적인 관리감독을 위해 어린이집처럼 공론화 과정을 통해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권고가 수년전부터 나왔지만 입법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요양병원 및 장기요양기관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발의와 관련 의협은 “노인장기요양시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함으로써 시설에서 의료행위를 하는 의사 및 의료종사자의 초상권과 개인정보에 관한 자기결정권 등이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의사와 장기요양수급자간 불신을 조장시켜 의료의 질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30대 군 부사관, AZ 2차 접종 일주일 뒤 뇌사…군 내 첫 사례

    30대 군 부사관, AZ 2차 접종 일주일 뒤 뇌사…군 내 첫 사례

    30대 군 부사관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차 접종을 모두 완료한 뒤 뇌사 판정을 받고 끝내 사망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경남 김해 모 공군 부대 소속 A 상사가 지난달 24일 AZ 백신 2차 접종을 받았으나, 일주일 만인 같은 달 31일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진 뒤 뇌사 판정을 받았다. A 상사는 이후 사흘 만인 3일 사망했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현재 30대 이상 군 장병 대부분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만 마친 상황이지만, A 상사의 경우 이달 미국 알래스카주 아일슨 기지에서 열리는 다국적 연합 공군 훈련인 ‘레드 플래그’ 훈련 참가를 위해 2차까지 우선 접종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군 내에서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가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군 관계자는 “해당 간부는 민간 병원에 입원한 뒤 사망했으며, 유족 동의 하에 장례를 치렀다”면서 “의학적으로 백신과의 상관관계는 민간 병원과 질병관리청에서 살펴봐야 하는 사안이며, 이를 위해선 부검이 필요한데 유족이 부검을 원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성추행 무마 회유’ 준위, 피해자 숨진 채 발견된 날 골프

    ‘성추행 무마 회유’ 준위, 피해자 숨진 채 발견된 날 골프

    성추행 피해를 당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모 중사에게 사건을 덮으라고 회유했다는 의혹을 받는 상관 노모 준위가 이 중사가 숨진 채 발견된 지난달 22일 골프를 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노 준위는 4일 TV조선과 통화에서 “아침에 쳤고 정확한 시간은 기억 나지 않는다”면서 “4홀 정도 돌고 있던 중에 (이 중사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어, 바로 장비도 챙기지 않고 (골프장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노 준위는 이날 오전 6시 40분쯤 골프를 치다가 오전 8시 20분쯤 골프장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부대엔 오전 8시쯤 상황 보고가 전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사의 상관인 노 준위는 이 중사가 장모(구속)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하루 뒤인 지난 3월 3일 성추행 사실을 보고 받았으나 대대장에게 즉시 보고하지 않고 이 중사를 불러 회유한 의혹을 받고 있다. 노 준위는 사건 발생 만 하루가 지난 3일 밤에 대대장에게 유선 보고했다. 이에 유족 측은 지난 3일 이 중사를 회유한 노 준위와 또 다른 상관 노모 상사를 직무유기·강요미수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고발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80년대 ‘오싱’의 작가 하시다 별세 두 달 뒤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80년대 ‘오싱’의 작가 하시다 별세 두 달 뒤

    1980년대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일본 TV 드라마 ‘오싱’의 작가 하시다 스가코가 지난 4월 4일 시즈오카현의 자택에서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영국 BBC가 K드라마나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 열광하는 요즘 젊은이들이 알 리가 없는 드라마인데 세계 각국의 많은 이들이 향수에 젖은 추모의 글을 올리고 있다고 4일 소개하면서였다. 1925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아홉 살 때 귀국해 오사카에서 자라났다. 일본여자대 국어과 졸업 후 와세다대 국문학과에 입학했다가 연극에 매료돼 예술과로 전과했다. 1949년 쇼치쿠 영화사에 첫 여성 각본가로 입사한 뒤 드라마 시나리오 작가로 두각을 나타냈다. NHK의 대하드라마 여자 태합기(1981년), 생명(1986년), 가스가노쓰보네(1989년), 오싱(1983~1984년)을, TBS 드라마 세상살이 원수천지(1990년)를 썼다. 특히 1900년대 찢어지게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여성이 역경을 딛고 슈퍼마켓 체인점 총수로 성공하는 일대기를 그린 오싱은 일본에서 최고 시청률 62.9%를 기록했고, 세계 68개국에 수출됐다. 국내에서도 1985년 아역스타 김민희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였다. 림프종으로 세상을 떠난 그는 2017년 ‘안락사로 죽게 해주세요’란 제목의 책을 내며 초고령 일본 사회에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책에서 그는 장례식, 친구, 부모, 남편, 연애, 자식, 친척, 후회, 일, 출세욕 등 10가지를 버리겠다고 선언했다.스리랑카의 한 팬은 어릴적 엄마 무릎에 앉아 머리를 빚으며 오싱을 보던 따듯한 기억을 트윗으로 남겼다. 반일 감정이 들끓는 중국의 한 누리꾼은 웨이보에 “정말 감동적이었다. 오늘도 난 주제곡 가락을 흥얼거릴 수 있다”고 적었다. 대만에서도 그녀의 죽음을 긴급 속보로 다룬 매체가 있었다. 일간 차이나 타임스는 고인을 “국보”라고 표현했다. 이 드라마는 1983년 4월에 첫 전파를 탔는데 전형적인 아사도라(아침 드라마)였다. 가정주부들을 타깃으로 여성 가장이 집안을 이끄는 내용들이 아사도라의 주를 이뤘다. 하지만 전 연령층에 고루 사랑 받았다. 당시 일본은 활황이어서 “거품 경제”를 대변한다는 평가를 들었다. 한 언론인은 “휘황하고, 모든 것이 풍족해 넘쳐나는 세태에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면서 “묵직한 메인코스 요리에 앞서 균형을 맞춰주는 그린 샐러드 같은 것”이라고 묘사했다. 미국 텍사스주립대학 엘파소 캠퍼스의 신문방송학과 아빈드 싱할 교수는 “사랑과 희생, 참을성과 용서” 같은 보편적 가치 때문에 세계로 수출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홍콩의 70대 팬 웡은 어릴 적 오싱은 쌀 한 봉지와 맞바꾸는 신세였고, 2차 세계대전에 아들을 잃고, 남편마저 극단을 선택했지만 모든 역경을 이겨냈다면서 삶이 얼마나 고단할지라도 용기를 내면 이겨낼 수 있다는 교훈을 줬다고 했다. 특히 하시다는 여성끼리의 미묘한 감정의 선을 잘 그려냈는데 2018년 인터뷰를 통해 늘 부대꼈던 며느리와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자신의 직장 생활도 잘 녹여냈다. 그녀는 종전 후 영화사 각본가로 취업했는데 상사들은 비서로 전업하라고 종용했다. 하지만 초심을 잃지 않았고 결국 작가로 성공했다.베트남부터 남미 페루까지 ‘오싱드롬’이 뻗쳤다. 태국 내각회의 일정을 이 드라마 때문에 조정했다는 얘기가 보도됐다. 방콕의 한 일간지에 그 주의 드라마 시놉시스를 실었더니 판매부수가 70% 늘었다. 홍콩에는 일본 과자 판매점 체인 ‘오싱 하우스’가 759개 점포를 거느리고 있다. 광둥어로 번역된 드라마 주제곡 가사 중 “카르마(업보)는 너의 적이다. 결코 포기하지 마”는 지금도 홍콩인들이 자주 인용하는 문구다. 드라마에는 주인공의 성을 딴 타나쿠라 시장이 등장하는데 이란에는 같은 이름의 중고용품 시장이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는 청소부들과 유모들이 모여 산다고 해서 “오싱 동네”라고 하는데 주인공의 첫 직업이 가정부였기 때문이다. 태국과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반일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데 드라마가 굉장한 역할을 했다고 돌아본다. 싱가포르의 40대 후반 여성 킷 오는 어머니와 함께 시청했지만 일본과 전쟁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지녔던 할머니는 한사코 보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반일 감정 같은 것은 없다. 오싱이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믿는다. 그 쇼는 일본을 덜 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40년이 흘렀지만 홍콩인 웡은 영혼을 깨우는 얘기는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감동적이라며 민주화 시위에다 팬데믹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는 이 도시에 드라마의 교훈은 여전히 좋은 약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요즘 젊은이들도 오싱을 기억하고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생기면 당당히 마주하라. 해결할 수 없는 일이란 없다는 것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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