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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무의 오솔길] 생활 속의 생명사상

    [이재무의 오솔길] 생활 속의 생명사상

    “무척 적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 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내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어나 버리며/나를 서럽게 한다”(백석, 시, ‘거미’, 부분)모름지기 시인이란 한갓 미물에 대하여도 이렇듯 연대와 사랑의 곡진한 감정을 품을 줄 알아야 한다. 즉, 세계와 대상을 유용성의 차원이 아닌 이해와 공감의 차원인 온정의 마음 자세로 대할 줄 알아야 한다.나는 차제에 서구 근대화 과정 속에서 미신이라는 이름으로 타파되었던 우리 고유의 생명 사상인 애니미즘이 복원되고 부활되어야 한다고 감히 주장한다. 사물에게도 고유한 영혼이 내재해 있다는, 귀한 생각은 사물 일체를 인간의 편의만을 위한 유용한 수단이나 도구가 아닌 저마다의 격을 지닌 각별한 존재로 인식하는 것으로서 마땅히, 우리가 소중하게 받들어 지켜나가야 할 태도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수령이 오래된 나무를 마을의 어른처럼 대하고 섬기는 외경의 태도는 결코 미신이 아니다. 나무에게도 정령이 있다는 생각을 지닌 사람은 결코 나무를 함부로 대하거나 다룰 수가 없다. 어찌 나무뿐이랴. 태양과 달, 흐르는 강과 우뚝 솟은 산, 큰 바위와 깊은 늪에도 신령한 기운이 서려 있다는 생각을 지닌 사람은 함부로 자연 사물을 훼손할 수가 없다(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명박 정부의 4대 강 사업은 나라가 생긴 이래 자연 사물에 대한 가장 끔찍한 만행이요, 살상 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것이 지나쳐 지난날의 기복신앙에 갇혀서는 안 될 것이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생명 존중 사상을 머리 따로 몸 따로가 아닌, 나날의 평상복으로 껴입고 살아왔다. 가령 겨울에 더운물을 사용한 후 수챗구멍에 들어 있는 벌레들이 다치거나 죽을까 봐 곧바로 버리지 않고 식기를 기다려 버린다든지, 한가위에 송편을 찔 때 송편끼리 달라붙지 않게 하기 위한 재료로 쓰기 위해 솔잎을 딸 때에도 솔잎이 아플까 봐 그녀들이 잠들기를 기다려 늦은 저녁에 땄다든지, 벌목꾼들이 베어질 나무들에게 죄스러운 마음으로 제를 지낸다든지, 까치들의 겨울 양식을 위해 홍시를 야박하게 다 거둬들이지 않고 얼마간 남겨 두었다든지 등등의 이야기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처럼 관념이 아닌 생활의 일부가 되었던 생명 존중 사상은 오랫동안 전래되어 온 애니미즘의 영향이 아니었더라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연 사물들을, 사람을 대하듯 영혼을 지닌 존재로 대했기 때문에 예의 조상들의 알뜰, 살뜰한 생명 존중 사상이 생활 속에 온전히 녹아들 수 있었던 것이다. 모든, 살아 있는 생명체들은 자기완성을 위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 식물학자들은 나무들도 나름의 언어가 있다는 것을 실험과 관찰을 통해 밝혀냈다. 외부로부터의 급작스러운 위험에 직면한 나무들이 이웃 나무들에게 고유의 성분을 분출하여 경계 신호를 보낸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사육장의 동물들이나 식물원 꽃들이 고전 음악을 듣고 자란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이야기이다. 우리가 애써 무시하고 있지만 지구 안에 편재하는 모든 생물체들은 나름의 감각과 감성과 혼과 언어를 지니고 깜냥 것 바지런히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사람만이 지구의 주인이자 만물의 영장이라는, 아주 오랫동안 우리를 지배해 왔던 오만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모두가 지구 가족의 일원이요 상생, 공생의 존재자들인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서구의 근대적 사유 체계는 주체와 타자라는 이항 대립의 방법론으로 사물과 세계를 인식해 왔다. 그런데 이러한 폭력적 사고체계와는 달리 동양 사상의 일원론적 세계관은 ‘나’가 ‘너’이고 ‘너’가 바로 ‘나’라는 상보와 상생의 세계관에 기초해 있다. 이 시에서 우리는 자연과 인간이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하나라는 일원론적 세계관의 일단을 읽을 수 있다. 시인은 이론적 체계가 아닌 구체적 일상 체험을 미학으로 재구성하여, 우리에게 생명 존중 사상을 실물을 대하듯 생생하게 보여 주고 있다.
  •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퇴계와 쌍벽을 이룬 남명… ‘곧은 칼로 마음 벼리던’ 덕산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퇴계와 쌍벽을 이룬 남명… ‘곧은 칼로 마음 벼리던’ 덕산

    조선은 1407년(태종 7) 군사행정 편의상 경상도를 좌우로 나누었다. 한양에서 바라보아 낙동강 오른쪽을 경상우도, 왼쪽을 경상좌도라 불렀다. 1519년(중종 14)에는 경상우도와 경상좌도에 각각 감사를 두는 행정구역 개편을 정식으로 단행한다. 하지만 폐해가 많다는 이유로 같은 해 경상도를 다시 하나로 환원했다. 다만 수사(水使), 병사(兵使)와 같은 군사상 직제는 좌우도 체제를 유지했다.경상우도와 경상좌도를 각각 강우(江右)와 강좌(江左)라 부르기도 한다. 황하의 서쪽과 동쪽을 각각 강우와 강좌라 하는 중국을 참고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경상우도 지역에서는 강우라는 표현을 즐겨 썼지만, 경상좌도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강좌란 표현이 흔치 않다. ‘왼쪽’의 ‘왼’에 무언가 바르지 않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조선시대 경상우도와 경상좌도를 대표하는 학자가 남명 조식(1501~1572)과 퇴계 이황(1501~1570)이다. 이른바 퇴계학의 중심지가 도산서원이 있는 안동이라면, 이른바 남명학의 중심지는 덕천서원이 있는 과거의 진주땅 산청이다. 같은 해 태어나 불과 두 해 차이로 세상을 등진 두 사람은 완벽하게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상가다. 퇴계학파가 현실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면서 성리학의 이상을 펴고자 했다면 남명학파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인식하면서 실천을 요구하는 학문을 주도했다고 한국사상사는 적고 있다. 실학자 성호 이익(1681~1763)은 ‘성호사설’에서 ‘퇴계가 소백산 아래서 태어났고 남명이 두류산 동쪽에서 태어났는데 모두 경상도 땅으로, 북도에서는 인(仁)을 숭상했고 남도에서는 의(義)를 앞세웠다’면서 퇴계를 바다, 남명을 산에 비유하기도 했다. 서로 다른 길을 갔지만 결국 상보적(相補的)이라는 뜻도 되겠다. 두류산은 지리산을 가리킨다. 그럼에도 퇴계의 안동이 한국 유학의 본거지로 대접받는 반면 남명의 산청은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것은 두 사람 사후의 정치적 변화 때문일 것이다. 임진왜란 당시 남명의 제자인 의령, 합천, 고령의 곽재우, 정인홍, 김면은 의병장으로 크게 활약한다. 이후 정인홍을 중심으로 파당을 이룬 북인이 정권을 잡았지만 인조반정으로 완전히 몰락한 것이 남명의 입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불의에 결코 타협하지 않은 실천의 철학을 평생 갈고닦아 후세에 커다란 가르침을 남긴 남명 선생의 족적을 따라가 본다. 남명이라면 아무래도 산천재(山川齋)와 덕천서원(德川書院)을 먼저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서른 무렵 오늘날의 김해 대동 처가 옆에 산해정(山海亭), 48세에는 생가가 있는 합천 삼가에 뇌룡정(龍亭)이라는 독서당을 각각 마련해 학문에 전념한 결과 명성을 쌓은 남명이 60세가 넘은 1561년 산청으로 이사하면서 새로 지은 공부방이 바로 산천재다.산천재가 있는 고장은 행정구역으로는 시천이지만 누구나 덕산이라 부른다. 초·중·고등학교 이름도 덕산이고 농협이나 축협도 덕산지점이고 덕산지소다. 남명의 시대에도 덕산이라고 했다. 이 지역 곶감도 ‘덕산곶감’이다. 덕산은 한 마을의 이름이었지만 지역을 대표하는 호칭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일설에는 지리산이 바로 덕산이고, 지리산의 양 골짜기에서 흘러든 시내가 이 고을에서 합쳐져 덕천을 이룬다고도 한다. 시천은 면 소재지 전체가 남명 유적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북쪽과 서쪽에서 각각 흘러든 덕천강과 시천(矢川)은 고을 한복판에서 합류해 동쪽으로 나간다. 산천재는 고을 동쪽 물길이 넓어진 덕천강이 내려다보이는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잡고 있다. 길건너 쪽에는 선생의 위패를 봉안한 집안의 가묘(家廟)인 여재실(如在室)이 있고 그 옆에는 현대식으로 지은 남명기념관이 보인다. ‘여재’라 한 것은 선생이 살아계신 듯하다는 뜻인가 보다. 뒷산에는 남명이 생전에 자리를 봐두었다는 선생의 무덤이 있다. 이미 거목(巨木)이었던 남명이었지만 산천재는 정면 세 칸, 측면 세 칸의 작은 집이다. 그런데 지금의 산천재는 그동안 봐 왔던 소박하지만 기품 있는 모습과는 다르다. 그러고 보니 새로 단청을 해놓았다. 절제를 평생의 미덕으로 삼은 학자의 공부방이니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남명기념관과 여재실로 들어서는 솟을대문에는 ‘성성문’(惺惺門)이라는 편액이 걸렸다. ‘성성’의 의미는 기념관 전시실을 돌아보면 알 수 있다. 선생은 성성자(惺惺子)라 이름지은 작은 쇠방울을 차고 다녔는데, 소리가 날 때마다 자신을 돌아봤다고 한다. 기념관에는 남명이 품고 다니며 마음을 벼리는 데 썼다는 작은 칼 경의검(敬義劍)도 전시되어 있다. 경(敬)과 의(義)는 남명학을 함축하는 개념이라고 한다. ‘주역’(周易)에 나오는 말로 ‘군자는 경으로 안을 곧게 하고, 의로 바깥을 바르게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선생은 경의검에 ‘안에서 밝히는 것을 경이요, 밖에서 결단하는 것은 의다’라는 글자를 새겼다. 그러니 남명학의 진리인 경과 의를 상징하는 것이 성성자와 경의검인지도 모르겠다. 남명기념관 앞 넓은 마당에는 우람한 석물이 늘어서 있다. 대부분 최근 세운 것들인데, 맨 왼쪽에 그런대로 세월의 흔적이 조금은 쌓인 비석이 하나 보인다. ‘남명 선생 신도비’다. 1615년(광해군 7) 정인홍이 세운 당초의 신도비는 인조반정 당시 파괴되고 말았다. 이후 미수 허목과 우암 송시열이 지은 비문으로 각각 덕산과 합천 삼가에 선생의 신도비를 세웠다. 그런데 1685년(숙종 11) 세워진 덕산비는 1926년 남명의 후손들이 훼손했다. 남인인 미수가 남명을 비하하는 내용을 비문에 담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파당의 갈등은 20세기까지 이어졌다. 지금의 신도비는 1909년 삼가 용암서원에 세웠던 것이다. 우암(1607~1689) 생전에 받아놓은 비문으로 새겼다. 이것을 2010년 기념관 마당으로 옮겨 놓았다. 우암은 북인과는 대척점에 있는 서인의 영수였지만, 남명을 퇴계를 비롯한 육군자(六君子)의 반열에 올리는 등 높이 평가했다. 남명을 기리는 덕천서원은 산천재 서쪽 너머에 있다. ‘덕천서원 중건기’(1622년)에는 ‘1572년(선조 5) 봄 남명 선생이 돌아가시자 수우당 최영경, 각재 하항, 영무성 하응도, 무송 손천우, 조계 류종지 등이 선생을 위한 사우 창건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1575년(선조 8) 겨울 목사 구변과 함께 터를 보고 구곡봉 아래 살천(薩川) 가에 터를 정했다.…목사 구변과 감사 윤근수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일 년이 채 안 되어 사우와 강당, 동·서재를 건립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옛 사람들은 시천을 살천이라고도 불렀다. ‘도료장(都料匠)은 승(僧) 지관이 맡았다’고 했으니 사찰 건축에 이력이 붙은 스님을 서원 건축 책임자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서원 앞에는 400살이 넘었다는 은행나무가 있다. 홍살문을 지나 시정문(時靜門)으로 들어서면 정면에 경의당(敬義堂)이 보인다. 이름에도 남명의 가르침이 담겨 있다. 덕천서원은 출범 당시에는 덕산서원이었다. 1609년(광해군 1) 지금 이름의 사액서원이 됐다. 서원은 인조반정 때는 당연히 정치적 풍파를 겪었다. 흥선대원군에 의해 철폐되었다가 1930년대 복원하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서원 앞을 지나는 남명로를 건너면 시천 둑 위에 서원과 함께 지었다는 세심정(洗心亭)이 있다. 예전에는 글자 그대로 마음을 씻기(洗心)에 충분한 분위기였을 것이다. 남명의 체취를 조금 더 느껴 보고 싶다면 자동차로 30~40분쯤 걸리는 합천 삼가 외토리 생가 마을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양천강변에는 뇌룡정과 용암서원(龍巖書院)이 있다. 서원 마당에는 남명의 ‘단성현감 사직소(疏)’를 최근 돌에 새겨놓았다. 선생은 뇌룡정에 머물던 155년(명종 10) 단성현감에 제수되자 ‘전하의 국정이 그릇된 지 오래고…’로 시작하는 이른바 ‘단성소’를 올렸다. ‘자전(慈殿·왕의 어머니, 당시 문정왕후)은 깊은 궁궐안의 한 과부에 지나지 않고, 전하는 선왕의 나이 어린 고아일 뿐’이라는 목숨을 건 상소는 남명을 단숨에 기개 있는 사림의 대표주자로 떠오르게 했다. 글 사진 dcsuh@seoul.co.kr
  • [월드피플+] 中 12세 아들과 아빠…4000m 고산 1700㎞ 도보여행

    [월드피플+] 中 12세 아들과 아빠…4000m 고산 1700㎞ 도보여행

    중국 최고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위험 요소를 모두 지닌 국도로 유명한 ‘318국도’, 전국 각지의 여행객과 자동차 마니아들의 도전이 끊이지 않는 이 도로에 한 30대 가장이 12살 아들과 함께 도전에 나섰다. 길이 1700㎞, 해발 4000m 이상의 고산 12봉우리를 넘어 도로 끝자락에 있는 라싸(拉萨)에 이르는 여정을 마무리한 부자(父子)의 사연을 청두상보(成都商报)가 전했다. 지난 7월 8일, 장웨이(张伟·36)씨는 12살 아들 투투(图图)와 함께 쓰촨성 캉딩(康定)을 기점으로 장장 50일간의 도보 여행길에 올랐다. 장씨는 이번 여행을 1년 전부터 계획했고, 한 달 전부터 철저한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아들과 함께 그날그날의 여행길, 복장, 장비, 숙소 등 세세한 부분까지 검토했다. 또한 아들의 폐활량을 늘리고 체력을 키우기 위해 날마다 도보 훈련을 병행했다. 큰 포부로 대장정에 올랐지만 위기는 단 이틀 만에 찾아왔다. 애초의 계획은 해발 4200m 이상인 저뚜어산(折多山)을 넘는 것이었지만, 실제 저뚜어산은 여러 고산 중 가장 낮은 측에 속했다. 37㎞의 여정 중 24㎞가 높은 산을 오르는 길이었다. 해발 낙차도 크고, 굽은 길투성이에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샛길을 찾다가 결국 시간도 버리고, 에너지 소모도 심했다. 이날 새벽 4시 30분에 기상해 출발했지만,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산병 증세가 나타났다. 어두워지기 전 다음 야영지에 도착하기 위해 약으로 버티며 발걸음을 옮겼다. 결국 저녁 8시가 되어서야 다음 야영지에 도착했다. 이날 장씨는 예상보다 험난한 여정을 어린 아들이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아들은 “지금 포기하면 우리가 걸어왔던 길이 헛되이 돼 버리잖아요?”라면서 여정을 이어갈 것을 고집했다. 장씨는 “이번 여행길은 아주 아주 힘들 거야. 그래도 아빠를 원망하지 않을 거니?”라고 물었고, 아들은 “절대 원망하지 않아요”라고 답했다. 장씨는 순간 아들을 끌어안고 눈물을 왈칵 쏟았다. 해발고도가 높아 짊어진 배낭의 무게는 더 세게 어깨를 짓눌렀다. 아들은 12㎏의 배낭을 메고 매일 30㎞ 이상의 험난한 길을 걸어야 했다. 318국도는 하루에 4계절을 모두 선사했다. 아침에는 봄과 가을, 오후에는 강렬한 태양 빛이 내리 쐬는 여름, 저녁에는 비가 오고, 눈이 오는 겨울이었다. 길을 걸으면서 옷을 수시로 갈아입어야 했다. 발바닥에는 매일 물집이 생기고, 터지기를 반복했고, 진물이 나고 쓰라렸지만 견디는 수밖에 방법이 없었다. 장씨는 “매일 잠자리에 들면서 가장 많이 떠오르는 단어는 ‘포기’였고,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인내’였다”고 고백했다. 그렇게 부자는 매일매일 ‘포기’와 ‘인내’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면서도 험난한 여정을 이어갔다. 야장(雅江)에서는 다른 도보 여행자 2명과 동행 길에 올랐다. 하지만 이들은 가장 험준하기로 유명한 모퉈(墨脱) 노선을 택했다. 장씨는 다른 길을 가고자 했지만, 이들 일행과 떨어지기 싫어하는 아들의 요청으로 결국 노선을 바꿨다. 총 78㎞ 여정에 꼬박 3일이 걸렸다. 해발 4200m가 넘는 산을 넘고, 울창한 원시림을 통과했다. 호랑이와 거머리가 나타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언제 산사태가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지역이었다. 이 위험천만한 여정을 마친 장씨는 일기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고통이 있었지만, 아름다운 자연이 동행해 주었다. 설산, 초원, 우림, 폭포, 계곡, 그리고 푸른 하늘이 있었다. 오직 용기 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었다”고 적었다. 마침내 8월 17일 부자는 최종 목적지 ‘세계의 지붕’이라 일컫는 라싸에 도착했다. 투투는 “아빠, 드디어 사명을 완수했어요!”라고 외치며 격앙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부자는 라싸에서 열흘을 머물렀다. 라싸의 포탈라궁, 세라 사원 등의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고, 티베트 문화 체험에 나섰다. 또한 장씨는 아들과 함께 나흘간 길거리 장사를 하기도 했다. 바닥에 여러 물건을 펼쳐놓고, 행인들에게 물건을 파는 행위를 했다. 처음에는 꺼리던 투투도 이내 제법 훌륭한 장사꾼 노릇을 해냈다. 50일간의 여정을 마친 부자는 비행기를 타고 고향인 쓰촨성 쯔궁(自贡)으로 돌아왔다. 투투는 더 강인하고 단단해져 있었다. 장씨는 9월 초 아들과의 추억을 짧은 동영상으로 만들어 SNS에 올렸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감동을 받았다면서 ‘엄지 척’을 올렸지만, 일부에서는 “아들의 생명을 가지고 이게 무슨 짓이냐”면서 손가락질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씨는 한치의 부끄러움이 없다. 그는 “아들에게 고난과 도전 속에서 진정한 용기를 배우게 하고 싶었다”면서 “이번 여행을 아들과 충분히 상의하고 결정 내린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아들이 우등생은 아니지만, 바른 인성과 강인한 정신력을 지닌 아이라는 점이 그저 자랑스럽다. 그는 “아이에게 학교와 가정에서 배우는 것 이외의 환경과 기회를 주고 싶었고, 아이가 미래의 인생을 용기 있게 헤쳐나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모든 아이의 기질이 다르기 때문에 아이의 특성에 맞게 기회를 주고, 체험하도록 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부모와의) 동행’이라고 전했다. 이종실 상하이(중국) 통신원 jongsil74@naver.com
  • 반 토막 파업… 마크롱 노동개혁 탄력받나

    반 토막 파업… 마크롱 노동개혁 탄력받나

    작년 규모 4분의1수준에 그쳐…노동법 개정 찬성 여론도 52% 프랑스 노동계가 12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노동법 개정안에 반발해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 대규모 총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노동계 내부의 입장이 통일되지 않은 데다, 참가자 수도 지난해 집회의 4분의1 수준에 그쳐 오히려 마크롱 대통령의 개정안에 힘을 실어 주는 모양새가 됐다. 여론도 노동개혁에 긍정적이다. ●CGT “마크롱, 노동자 권한 침해” AFP통신 등은 이날 프랑스 제2 노동단체인 노동총동맹(CGT)이 파리, 마르세유, 툴루즈, 니스 등 프랑스 주요 도시에서 노동법 개정 중단을 요구하는 총파업·시위 등 180개 집단행동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주최 측은 파리에서 6만명, 전국에서 4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집계한 파리 집회 참가자 수는 2만 4000명이다. 이는 지난해 6월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노동법 개정에 반대해 열린 시위에는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당시 반(反)노동법 개정 집회에는 파리에서만 주최 측 추산 20만명이 모였었다. 총파업을 주도한 CGT의 필리프 마르티네즈 위원장은 정부의 노동법 개정안에 대해 “노동자를 위한 법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전적인 권한을 주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급진좌파 정당인 프랑스 앵수미즈(LFI·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장뤼크 멜랑숑 의원은 “우리는 신자유주의 질서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대 정적’ 멜랑숑 24일 대규모 집회 오는 21일에는 CGT가, 24일에는 LFI가 각각 대규모 집회를 열어 정부에 노동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할 예정이다. 앞서 멜랑숑 의원은 마크롱 대통령의 노동법 개정안을 ‘사회적 쿠데타’로 규정하고 24일 집회에서 세를 결집해 정부에 치명상을 주겠다고 공언했다.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부터 올랑드 전 대통령까지, 1990년대 프랑스 대통령들은 매번 노동법 개정을 통해 저성장·고실업이라는 ‘프랑스병(病)’을 고치려고 했으나, 사회적 반발에 부딪혀 번번이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노동법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 제1 노조인 민주노동총동맹(CFDT)과 제3 노조인 노동자의 힘(FO)은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식으로 정부의 손을 들어 줬다. CFDT는 지난해까지 프랑스 제2 노조였다. 하지만 올해 조합원 수가 늘어나면서 CGT를 제치고 제1 노조의 자리를 차지했다. CFDT는 CGT보다 상대적으로 온건한 성향을 띤다. 상당수 시민들도 노동법 개정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지난 1일 일간 르피가로와 오독사·덴쓰 컨설팅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 대상자 995명 가운데 52%가 노동법 개정안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프랑스의 심각한 경제 상황이 이 같은 변화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현재 프랑스의 실업률은 9.5%로 영국·독일의 2배 수준이다. 청년실업률은 25%에 이른다. ●“3500쪽 분량 노동법, 고용 마비시켜” 전문가들은 3500쪽 분량의 노동법이 프랑스의 고용시장을 마비시켰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마르세유대의 경제학자 길버트 체트는 “일주일에 몇 시간 가사 도우미를 고용할 때에도 노동법을 준수해야 한다. 프랑스의 모든 고용주에게 이렇게 복잡한 노동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31일 발표한 노동법 개정안에는 노동시간·임금 등에 대한 협상권의 상당 부분을 산별노조에서 개별 사업장으로 환원하고, 부당해고된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퇴직수당의 상한선을 두는 방안 등을 담았다. 또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는 노조원이 아니더라도 사원의 위임을 받은 대표가 사용자와 직접 근로조건을 협상하도록 규정해 노조의 권한을 약화시켰다. 마크롱 대통령이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딛고 노동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지, 30%대로 곤두박질친 지지율을 노동 개혁을 계기로 반등시킬 수 있을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모아진다. 블룸버그는 이날 “마크롱 대통령의 지도력을 가늠할 시험대였던 이번 집회의 규모가 예상보다 작아, 향후 국정 운영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전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시속 200㎞ 질주에 운전 쾌감, 90m 원형주행 원심력엔 휘청

    시속 200㎞ 질주에 운전 쾌감, 90m 원형주행 원심력엔 휘청

    지난 8일 10여년간 장롱에 고이 보관해 뒀던 운전면허증을 들고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들어선 인천 영종도의 BMW드라이빙센터. 축구장 33개와 맞먹는 규모(약 24만㎡)의 부지를 둘러싼 트랙을 질주하는 형형색색의 자동차들을 보니 잊고 있던 주행 본능이 깨어나는 듯했다. BMW가 2014년 아시아 최초로 개장한 드라이빙센터는 운전에 대한 다양한 기술을 익히고 실제로 주행해 볼 수 있는 시설들을 갖췄다. 개장 3년 만인 지난 8월 방문객이 50만명을 넘어섰다.BMW드라이빙센터는 다목적, 다이내믹, 원형, 가속 및 제동, 오프로드 등 총 6개의 코스로 구성됐다. 총 14명의 전문 드라이빙 인스트럭터가 운전자들의 안전과 교육을 책임진다. 초급, 중급, 고급 등 운전자의 능력별로 맞춤형 프로그램이 있다. 나는 중급에 해당하는 ‘어드밴스드 코스’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어드밴스드 코스는 오프로드(비포장도로 주행)를 제외한 총 5개의 코스를 중심으로 3시간 동안 진행된다. 입장 전 운전면허증을 확인하고 간단한 서류를 작성한 뒤 클래스룸에서 40분간 교육을 받는다. 클래스룸에 들어가니 인스트럭터가 평소에 핸들을 어떻게 잡는지부터 묻는다. 자신 있게 ‘오전 10시·오후 2시’ 부분이라고 답했지만 정답은 ‘오전 9시·오후 3시’라고 했다. 이유는 교통 사고 등 어떠한 상황에서도 완벽하게 핸들을 꺾어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운전석 높낮이 조절. 시야를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운전자가 좌석에 앉았을 때 머리 위와 천장 사이에 네 손가락을 세워 들어갈 정도가 적당하다. 이론 교육을 마치고 마침내 오늘 배정된 BMW 330i에 올랐다. 처음 들어선 다목적 코스에서 가벼운 핸들링 훈련을 한 뒤 긴급 제동을 체험했다. 스타트라인에서 시속 40㎞로 가속해 20m 정도를 달리다가 브레이크가 부서져라 세게 밟았더니 강한 진동이 느껴지면서 차가 멈춰 섰다. 하지만 차가 멈출 때 밀려가는 제동거리는 제로에 가까웠다. 다이내믹 코스에서는 비가 오는 날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운다. 물기가 있는 노면에서 시속 40㎞로 달리다가 차량에 작은 충격을 주면 차는 오른쪽으로 미끄러진다. 이때 브레이크를 밟으면 더욱 역효과가 난다. 대신 핸들만 잘 잡고 방향을 왼쪽으로 빠르게 꺾으면 위급한 상황을 모면할 수 있다. 원형 코스는 상당히 난이도가 있었다. 운전자는 지름 90m의 원형 코스를 돌면서 원심력에 의해 차량이 예상보다 바깥쪽으로 벗어나는 ‘언더스티어’ 현상과 안쪽 코너를 돌 때 뒷바퀴가 미끄러지면서 안쪽으로 더 차가 돌아 들어가는 ‘오버스티어’ 현상이 발생할 때 액셀로 속도를 줄이면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운다. 마지막인 가속 및 제동 코스는 주행에 대한 자신감을 쌓을 수 있는 코스다. 총 2.6㎞의 트랙은 직선 주행과 굴곡이 있는 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650m의 직선 주행로에서는 최대 200㎞까지 가속할 수 있고 속도를 줄이면 차량의 제동력이 느껴진다. 이 프로그램은 주중에만 운영되며 이용 요금은 12만원에서 24만원까지 차종별로 다양하다. 프로그램과 관련해 자세한 사항은 인터넷 홈페이지(www.bmw-driving-center.co.kr)를 참조하면 된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혁신의 갤노트8, 역대 최고作”

    “혁신의 갤노트8, 역대 최고作”

    “예판목표 80만대… 노트7의 2배, 해외 40여개국서도 매우 고무적” 내년 접을 수 있는 갤럭시X 예고삼성전자 ‘갤럭시노트8’의 사전예약 물량이 예약 접수 5일 만에 65만대를 넘어서는 등 초반 돌풍을 이어 가고 있다. 또 내년에는 화면을 접을 수 있는 노트시리즈가 나올 전망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12일 서울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갤럭시노트8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사전예약을 시작한 뒤 5일간 판매량(65만대)이 같은 기간 갤노트7의 예약 주문보다 2.5배 많다”고 밝혔다. 그는 “예약 첫날 국내 사전 판매량이 39만 5000대로 당초 예상보다 매우 높았다”면서 “사전 판매 중인 40여개국 거래처들도 초기지만 매우 고무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오는 14일까지 전체 예약 판매 예상치는 80만대로, 갤럭시노트7(40만대)의 2배 수준이다. 고 사장은 “갤럭시노트8은 삼성전자가 만든 역대 최고의 노트”라고 평했다. 그는 “갤럭시노트7 이슈(발화 사태)를 극복하며 역설적으로 고객의 애정과 변함 없는 지지를 확인했다”면서 “특히 누구보다 노트를 사랑하고 지지해 준 한국 소비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국내 가격이 100만원을 넘은 데 대해서는 “노력을 많이 했지만, 결과적으로 계산하는 방식이나 협력 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100만원 이하 가격을 만들 수 없었다”면서 “저의 얘기로 인해 혼선을 드렸던 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고 사장은 지난달 23일 뉴욕에서 열린 갤럭시노트8 공개 행사 후 기자 간담회에서 “최대한 100만원을 안 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애플 아이폰의 10주년 기념작 ‘아이폰X’와의 글로벌 경쟁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고 사장은 “노트 시리즈는 노트만의 지지층이 있다. 다른 국가에서의 선전도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갤럭시X’라고 불리며 관심을 끄는 접을 수 있는(폴더블) 스마트폰의 출시 계획에 대해서는 “내년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면서 “몇 가지 문제점을 극복하는 과정으로 이 문제들을 확실히 해결한 뒤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사장은 “빅스비와 관련해 개발자를 모으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다음달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이런 부분을 강화한 빅스비 2.0을 발표할 계획으로 출시 일정도 그때 공개하겠다”고 전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허리케인 ‘어마’에 현대·기아차 美 공장도 가동 중단

    미국에 상륙한 허리케인 ‘어마’의 영향으로 현대·기아차의 현지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1일 “미국 현지 공장이 허리케인 어마의 간접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각각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차 조지아 공장이 11~13일 가동을 멈춘다. 약 3000대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두 공장의 지리적 입지가 허리케인의 직접 영향권은 아니지만 만에 하나 허리케인 위력이 예상보다 커 가동 중단 기간이 길어지면 현대차그룹에 또 다른 부담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부산 263.5㎜ ‘물폭탄’… 예보 2배 넘는 폭우에 피해 속출

    부산 263.5㎜ ‘물폭탄’… 예보 2배 넘는 폭우에 피해 속출

    ‘물폭탄’이 쏟아진 11일 부산에서는 주택 붕괴, 도로 침수, 학교 임시 휴업 조치, 빗길 교통사고 등 피해가 속출했다. 다행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시민들은 예보보다 2배 이상 많이 내린 폭우로 피해가 속출하자 기상청을 향해 분통을 터뜨렸다. 부산기상청은 당초 이날 시간당 30㎜ 이상의 강한 비가 150㎜ 이상 쏟아질 것으로 예보했지만 실제로 내린 비는 평균 263.5㎜였다. 특히 영도구엔 예보보다 200㎜나 더 많은 358.5㎜가 쏟아졌다. 부산기상청 관계자는 “기온 변화로 국지성 폭우가 내리는 현상이 잦아지면서 정확한 일기예보를 하기가 쉽지 않다”며 “고온다습한 남서풍의 영향으로 당초 예상보다 많은 비가 내린 것 같다”고 해명했다. 부산시교육청은 등굣길 사고 등을 우려해 시내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학교장 재량으로 임시 휴업하도록 했다. 그러나 시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휴교 통보를 늦게 하고 학교 측도 학부모에게 뒤늦게 알리는 바람에 많은 학생이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등교했다가 귀가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특히 고등학교는 오전 8시가 넘어 휴교가 결정된 탓에 등교했던 학생들이 장대비를 맞으며 귀갓길에 올라야 했다. 이날 폭우로 부산에서는 오후 2시 현재 모두 514건의 피해가 발생했다. 출근길 차량 수십대가 물바다로 변한 도로에서 침수됐고 차 안에 갇힌 운전자 등이 긴급 출동한 119 구조대원에 의해 가까스로 구조됐다. 중구 동광동에서는 집중호우로 샌드위치 패널 등으로 지은 1∼2층짜리 주택 3채가 잇따라 무너졌다. 다행히 주민들은 붕괴 직전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한반도 위기 침묵하던 유럽, 목소리 높여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계기로 그동안 북핵 문제에 무관심하던 유럽 정치 지도자들이 최근 한반도 위기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럽도 사거리가 늘어난 북한 핵·미사일로부터 더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현실적 상황 인식에서다. 마이클 팰런 영국 국방장관은 1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은 북한과의 거리가 (미국 서부의) 로스앤젤레스보다도 가깝다”며 북한이 영국 안보 위협으로 급부상했음을 강조했다. 프랑스는 플로랑스 파를리 국방장관이 “유럽은 김정은 정권이 개발하는 미사일 사정거리 안에 예상보다 일찍 놓일 수 있다”고 경고한 데 이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9일 북한에 대한 확고하고 단합된 대응을 주문했다. 이에 유럽연합(EU)의 입법부 격인 유럽의회는 12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본회의를 열고 최근 북한의 6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유럽의회가 북한 문제를 공식 의제로 채택해 협의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0일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은 단합해야 하며 북핵 협상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이 있다면 즉각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각국이 북핵 문제에 발언을 더하는 것은 ‘북핵’ 이외의 목표점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핵보유국인 영국과 프랑스에 북핵 위협은 양국 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핵군비 강화를 뒷받침할 명분이 된다. 영국은 트라이던트급 핵잠수함의 현대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강한 프랑스’를 내세운 마크롱 정부도 핵억제력 현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반면 비핵 국가이자 EU의 지도국이기도 한 독일 메르켈 정부의 입장은 유럽 전체의 위기의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틀을 넘어 최후 수단인 군사적 해결책을 동원할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전 세계적인 참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유럽의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총선을 2주 앞둔 상황에서 국제적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해야 하는 사정도 있다. 또한 이 같은 움직임에는 근본적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보이고 있는 세계적 리더십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유럽 안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의 표출이기도 하다. 가디언은 “EU 회원국들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물타기’로 대북 제재 수위를 낮추고, 그 결과 트럼프 행정부가 안보리를 포기하고 독자 행동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빈곤 아동 위한 페라리 슈퍼카 경매…113억원 낙찰

    빈곤 아동 위한 페라리 슈퍼카 경매…113억원 낙찰

    이탈리아 스포츠카 브랜드 페라리의 오픈톱 슈퍼카 ‘라페라리 아페르타’가 우리 돈으로 113억 원에 달하는 거액에 낙찰됐다. 경매 수익금 전액은 국제 아동 구호 비정부기구 세이브더칠드런에 전액 기부될 예정이라 낙찰가가 예상보다 높아졌다.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번 경매는 페라리 창립 70주년을 기념해 지난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마라넬로에 있는 페라리 피오라노 트랙에서 진행돼 낙찰가 830만 유로(약 113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21세기에 만들어진 자동차 가운데 최고가라고 이번 경매를 진행한 알엠 소더비 측은 설명했다. 기존의 같은 모델 차량은 약 44억원 쯤이다. 특히 이번 라페라리 아페르타 차량은 아직 제작 단계로 이번 경매에서는 실물 대신 컴퓨터로 만든 3차원(3D) 모델 이미지만 공개됐다. 하지만 같은 모델 중에서는 210번째이자 마지막 차량으로 알려져 입찰 경쟁은 그야말로 치열했다. 경매 주관사 측은 “적어도 12명의 참가자가 경쟁을 벌인 결과, 낙찰가는 예상가보다 두 배 더 높아졌다”고 밝혔다. 행운의 낙찰자는 이번 경매에 초청받은 수집가들 중 한 명이라고만 밝혀졌을 뿐 이름 등의 구체적인 신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한편 라페라리 아페르타는 페라리가 브랜드 출범 7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특별 한정판 모델로, 페라리의 최상급 모델인 라페라리의 하이브리드 방식을 채택했다. 800마력의 12기통 자연흡기 엔진에 163마력을 생산하는 전기모터를 결합해 최고 963마력을 발휘한다. 특히 이번 라페라리 아페르타는 로쏘 푸오코라는 이름의 강렬한 빨간색을 바탕으로 보닛과 차량 후면에 비앙코 이탈리아라는 이름의 흰색 계열 색상이 2중 줄무늬로 들어가 레이싱카처럼 다이내믹한 인상을 준다. 또한 차량 내부는 밝은 검정 색상의 탄소섬유와 신소재인 알칸타라가 쓰였으며 시트는 가죽 소재에 빨간색 스티칭 패턴이 적용됐다. 사진=페라리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패러다임 바꾸는 ‘양천 스마트 시티’… 미래 도시 그린다”

    [자치단체장 25시] “패러다임 바꾸는 ‘양천 스마트 시티’… 미래 도시 그린다”

    ‘스마트 시티’가 뜨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정부 부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스마트 시티는 도시에 4차 산업혁명을 접목한 신성장 동력 핵심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정부 역량을 모아 스마트 시티를 국가적 시범 사업으로 추진하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전국 곳곳에서 관련 포럼도 줄줄이 열리고 있다. 서울 자치구 중 스마트 시티 구축을 선도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전문가들은 양천구를 최적지 중 한 곳으로 꼽는다. 내년이면 1985~1988년 차례로 건립된 목동아파트 1~14단지의 재건축 연한이 도래, 구를 새롭게 정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양천구에선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 지난 8일 구청을 찾았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기다렸다는 듯 스마트 시티 얘기부터 꺼냈다. 목동아파트 1~14단지 재건축을 기점으로 양천구를 스마트 시티로 만들겠다고 했다. 지금껏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원대한 포부이자 계획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왜 스마트 시티인가. -스마트 시티는 도시 패러다임을 확 바꾸는 혁명적인 변화다. 기존엔 교통체증이 심하면 도로를 신설해 문제를 해결했다. 인프라 공급에만 치중했다. 하지만 스마트 시티는 교통량 정보, 운전자 습성 등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운전자에게 내비게이션으로 우회도로를 안내한다. 도시 기능의 효율화를 통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도시라 할 수 있다. →스마트 시티 구축안은 언제부터 생각했나. -내년이면 양천구가 개청한 지 30년이 된다. 이젠 30년 이후를 내다보고 준비해야 한다. 양천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목동아파트 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 시티 구축이 양천의 미래 비전이라는 답을 얻었다. 스마트 시티 구현은 서울에서 양천구만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왜 목동인가. -목동아파트 1~14단지 392개 동에는 2만 6629가구가 산다. 양천구 전체 가구 중 15.05%에 달한다. 면적도 209만 7152.2㎡로 구 전체 면적의 12%를 차지한다. 이 아파트 단지들의 재건축 연한이 다가왔다. 지금이 주민들에게 스마트 시티를 제안하고 논의할 최적의 시기다. 단지별 4명씩 총 56명이 참여하는 주민참여단을 구성했는데, 주민들과 충분히 논의하려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민들이 스마트 시티 구축 계획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이후에 재건축해야 한다. 관 주도의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개발이 아닌 주민 참여를 통해 삶의 질을 한층 높여야 한다.→스마트 시티를 어떻게 구현하겠다는 건가. -목동아파트 재건축은 단순히 주택 재개발로 끝나선 안 된다. 난개발은 더더욱 안 된다. 단지별로 제각각 개발하면 주거시설들만 들어서게 된다. 주거시설이 늘어 구민이 증가하면 잘못하다간 도시가 마비된다. 주차장을 하나 예로 들겠다. 목동아파트 단지는 주차 문제가 심각하다. 지하주차장이 없어서다. 재건축만 한다면 단지별로 지하에 주차 공간을 마련하면 된다. 하지만 스마트 시티를 구축하려면 아파트 단지와 단지 지하 공간을 연결해야 한다. 주차장만 만드는 데서 벗어나 주차 공간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스마트폰과 주차 시스템을 연계해 주차 공간을 검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차할 곳을 찾아 헤매는 시대는 이제 막을 내려야 한다. →목동 주민들만 좋은 거 아닌가. -절대 그렇지 않다. 스마트 시티 구축은 목동아파트 재건축을 동력으로 삼아 하나의 도시를 새로 만드는 거다. 구 전체가 완전히 달라지는 거다. 주차장을 예로 들었는데, 지하 공간을 구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거다. 이제 시작 단계다. 환경적인 측면도 고려해 울창한 숲과 녹지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등 준비할 게 많다. 올해 1월 스마트 시티를 구현할 미래도시기획단도 꾸렸다. 기획단 조사 결과와 전문가, 주민 의견을 수렴해 재건축을 통한 스마트 시티 구축 효과와 개발 온기가 구 전체에 미칠 수 있도록 하겠다. 김 구청장은 30년을 내다보는 미래 비전으로 여성친화도시·출산친화도시도 제시했다. 그는 ‘여성이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하다’는 생각으로 올해 초부터 여성친화도시 조성에 주력했다. 지난 5월엔 여성친화공간인 ‘양천맘카페’를 개관했다. 저소득층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여성에게 필요한 경제 교육이나 생활강좌 등도 하는 일자리·경제·마을 커뮤니티 공간이다. 7월엔 ‘목4동시장 공동주차장·공유센터’가 문을 열었다. 센터엔 부모의 양육 부담을 덜고, 육아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아이와 부모를 위한 공간인 ‘해우리 아이맘카페’와 ‘장난감도서관’을 조성했다. 여성가족부에 여성친화도시 인증도 신청, 12월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출산친화도시 조성도 체계적으로 진행한다. 지난 1월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가족 친화적 직장문화와 육아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학부모의 보육료 부담도 덜었다. 민간어린이집 아이들도 국공립어린이집과 똑같은 혜택을 받도록 추가경정예산을 편성, 보육료 차액 부담금을 지원했다. 반쪽짜리 무상보육이 아닌 실질적인 무상보육을 실현했다. 지난 3년간 구립어린이집을 27곳 늘렸고, 내년까지 40곳을 확충할 계획이다. 아이들의 창의력과 모험심을 키워 줄 창의어린이놀이터, 아빠 육아를 돕기 위한 베이비존 등 동네 곳곳에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놨다. →왜 여성친화도시, 출신친화도시인가. -구청장 선거 당시 여성이자 자녀를 둔 엄마로서 양천구를 엄마들이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모토를 내세워 당선됐고, 관심을 가져 왔다. 여성친화도시, 출산친화도시는 여성을 우대하고 여성의 편리만을 도모하려는 정책이 아니다. 여성이 일하며 자아실현도 하고, 아이를 낳아 양육하기 좋은 도시환경을 만드는 게 가족 모두가 행복해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철학으로 만들어 왔나. -아이를 낳는 것뿐만 아니라 키우는 과정에서 부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들을 펼치는 게 중요하다. 적어도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는 공공기관에서 아이들을 책임지고 양육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아이맘카페, 장난감도서관, 동네마다 건립한 작은 도서관 등이 대표적이다. 양천에는 다른 구보다 아이 키우기 좋고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공공기관이 많다. →젊은 엄마들이 좋아할 것 같다. -예전엔 돌아다녀도 구청장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어느 날 한 분식집에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젊은 엄마가 알아보고 아이와 함께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해 깜짝 놀랐다. 연예인도 아닌데 쑥스러웠지만 코끝이 찡했다. 젊은 엄마들이 저를 알아본다는 거, 이건 엄청난 변화다. 젊은 엄마들은 구에서 날 위해 해 준 게 뭐가 있느냐는 생각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젊은 엄마들이 구에서 펼친 정책들을 체험해 효과를 보는 것이다. 그동안 아이를 데리고 갈 곳이 없고 믿고 맡길 데도 부족했는데, 이젠 달라졌다는 걸 실감하는 것이다. 아토피·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상담과 치료를 해 주는 아이원건강센터, 아이맘카페, 작은 도서관 이런 것들이 학부모들 피부에 가닿은 것 같다. 젊은 엄마들이 일 참 많이 하시는 것 같다고 할 때 뿌듯하다. 요즘은 장애 임산부들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장애인친화병원을 지정해 이들 여성이 아무런 어려움을 겪지 않고 검진도 받고 출산도 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김 구청장은 작은 거인이다. 겉은 부드럽고 왜소해 보이지만 속은 큰 뜻과 추진력으로 꽉 차 있다. 그런 그가 내년 큰 날개를 펼치려 한다. 스마트 시티 구축이라는 전대미문의 실험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려고 한다. 김 구청장은 인터뷰 말미에 지역민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스마트 시티는 우리의 삶을 180도로 바꾸는 도시 혁명입니다. 주민들께서도 나서서 민관이 함께해야 양천구의 대변혁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용어 클릭] ■스마트 시티 텔레커뮤니케이션(원격통신체계) 기반시설이 인간의 신경망처럼 도시 구석구석까지 연결된 똑똑한 도시를 말한다. 미래학자들이 예측한 21세기의 새로운 도시 유형이다. 도시 구성원 간 네트워크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고 교통망이 거미줄처럼 효율적으로 구축된 게 특징이다.
  • “월 114시간 비행한 항공사무장 사망, 법정 초과근무 안 넘었지만 업무재해”

    “월 114시간 비행한 항공사무장 사망, 법정 초과근무 안 넘었지만 업무재해”

    장거리·야간 비행을 포함해 월평균 109시간 근무 스케줄에 시달리다 숨진 항공사 사무장에게 산재를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법정 초과근무 상한시간인 주당 60시간을 넘지 않았지만, 과로사의 경우 업무시간 외 여러 근무조건을 따져봐야 한다고 법원은 설명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김정중)는 지난해 1월 독일행 비행을 위해 출근했다가 회사 주차장에 세워진 자신의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항공사 사무장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비행기 내부는 지상보다 기압이 낮고 휴식처도 협소하고, 국제선 장거리 비행을 하면 며칠 사이 밤낮이나 계절이 바뀌는 변화를 겪게 된다”면서 “과로와 스트레스로 A씨가 평소 앓던 고혈압이 악화돼 뇌출혈로 사망하게 됐다”고 인정했다. A씨는 사망 직전 1년 동안 A 사무장의 월평균 비행근무 시간은 약 109시간, 숨지기 전 석 달 동안 평균 비행근무 시간은 약 114시간이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김동승 서울시의원 “7년뒤 교사 7만5천명 ‘잉여’... 장기적 수급조절 필요”

    김동승 서울시의원 “7년뒤 교사 7만5천명 ‘잉여’... 장기적 수급조절 필요”

    서울시의회 김동승 의원(국민의당, 중랑 제3선거구)은 9월 6일 제276회 임시회 마지막 날 5분 발언에서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령인구 절벽 현상과 잉여교사의 급증에 따른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현재의 출산율이라면 2035년도 한국의 초·중·고교 학령인구 규모는 지금보다 128만명 감소한 463만명에 그칠 것이고, 이에 따라 현재의 교사 수가 유지되면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대폭 낮아져서 초등학교 12.1명, 중학교 9.9명, 고등학교 8.5명에 불과하게 된다. 추후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OECD 평균수준으로 유지하면 2024년도 초·중·고교생은 527만 명으로 줄어 대략 교사 7만5천명이 ‘잉여교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또한, 최근 학령인구 변화에 따른 교육자원 영향 분석 결과 국내 출생아 수와 학령인구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으며, 2000년 이후 지난 16년간 국내 초등학생 수는 33%가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초등학교 교사 수는 14만명에서 8만 2,000명으로 30% 이상 늘어 학생 수의 급감과 잉여교사의 급증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런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대량 교사 증원정책 추진은 현실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이며, 장기적인 교원 수급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하고, 차제에 서울시나 교육청은 물론 중앙정부 에서는 출생율과 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대한 현실을 심도 있게 간파하고 미래지향적인 측면에서 보다 현실적인 출산, 보육, 교육, 차원의 사회저변 인프라 구축과 교직원 임용수치 조율은 물론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위한 총체적인 해법과 정책수립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칠레, 사상 최대 규모 원주민묘 발견…최대 1800년 전

    칠레, 사상 최대 규모 원주민묘 발견…최대 1800년 전

    칠레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원주민 묘지가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중남미 언론은 6일(현지시간) “칠레의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최대 18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원주민 묘지가 발굴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공사현장에서 무덤이 발견된 건 5년 전인 2012년. 고고학자들이 발굴을 시작한 건 같은 해 12월이다. 2014년 9월까지 진행된 발굴작업에선 무덤 60기가 발견됐다. 유골과 함께 묻혀 있던 그릇 96점과 목걸이 등도 함께 출토됐다. 대규모로 무덤이 발견된 점으로 볼 때 공동묘지가 있던 자리로 추정된다는 게 발굴에 참여한 고고학자들의 설명이다. 시기를 유추할 수 있는 단서는 유물에서 나왔다. 발굴팀장 베로니카 레예스는 “시신과 함께 나온 유물을 보면 발견된 부덤은 200~1200년 지금의 칠레 땅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던 요예로 문명의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공식 발표가 늦어진 건 발굴과 분석에 예상보다 시간이 걸린 때문이다. 유골은 지면으로부터 얕게는 30㎝에서 2m 깊이까지 묻혀 있었다. 그다지 깊게 묻히지 않은 데다 주변에 있는 마포초 강이 자주 범람해 발견된 유골과 유물의 상태도 양호하지 않았다. 상태를 관리하면서 조심스럽게 유골과 유물을 발굴하고 분석하다보니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분석과 연구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발굴팀은 “무덤이 조성된 시기를 보다 정확히 추정하려면 추가로 확인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발굴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분석도 늦어지다 보니 유물은 올해 7월에야 칠레 자연역사박물관으로 옮겨졌다. 지금까지 자연역사박물관이 보관하고 있는 요예로 문명의 유물은 100여 점에 불과했다. 순식간에 유물이 배로 늘어나면서 박물관은 연구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칠레 중부지방에 살던 원주민 문명에 대해선 자료가 많지 않다”면서 “발굴된 유골과 유물이 당시를 연구하는 데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8중 추돌 사고 영상보니…고속버스가 싼타페 들이받아

    8중 추돌 사고 영상보니…고속버스가 싼타페 들이받아

    충남 천안-논산고속도로에서 버스가 앞서가던 승용차를 들이받으면서 차량 모두 8대가 부딪히는 사고가 나 2명이 숨지고 3명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2일 오후 3시 55분 천안시 동남구 광덕면 무학리 천안-논산고속도로 265.6㎞(순천 기점) 지점에서 A(57)씨가 몰던 고속버스가 앞서 B(48)씨가 운전하던 싼타페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이 충격으로 싼타페 승용차가 앞서가던 혼다, SM5 승용차 등 승용차 6대를 잇달아 들이받으면서 차량 모두 8대가 부딪쳤다. 이 사고로 서행하던 싼타페에 타고있던 부부 B씨와 C(39·여)씨가 그 자리에서 숨졌다. 또 SM5 승용차 탑승자 등 3명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처리 여파로 사고 지점에서 5㎞가량이 1시간 넘게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고속버스 운전사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당시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고속버스 블랙박스 영상 등을 분석한 결과,A씨가 졸음운전을 하다가 앞서가던 차량을 보지 못하고 그대로 들이받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달리던 버스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싼타페를 들이받은 것으로 볼 때,당시 A 씨가 잠깐 졸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A 씨를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때수건부터 소주잔까지… 서울 관광기념품의 진화

    때수건부터 소주잔까지… 서울 관광기념품의 진화

    중국의 ‘호랑이 연고’, 미국 뉴욕의 ‘아이 러브 뉴욕’(I♥NY) 티셔츠 등 관광기념품은 여행의 증거물이자 추억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기념품을 뜻하는 프랑스어 ‘Souvenir’의 어원은 라틴어 ‘Subnir’에서 유래된 것으로 ‘특별한 시간과 경험에 대한 마음을 일으키다’ 또는 ‘생각해 내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관광기념품은 여행지에 대한 전체 이미지를 담은 물건이라는 점에서 산업적 측면에서 볼 때 굉장히 중요하다. 영국은 공중전화박스, 2층 버스, 웨스트민스터 사원, 런던아이, 블랙캡, 타워 브리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셜록 홈스 등 사람들이 영국 하면 떠올리는 대부분의 아이콘을 활용한다. 영국은 왕실을 대변하는 관광상품으로 유기농 상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영국의 찰스 왕세자가 운영하는 유기농 식품업체인 ‘더치 오리지널스’는 영국 왕실이 소유한 땅인 더치 오브 콘월에서 생산되는 100% 유기농 재료로 제품을 만든다. 전통 비스킷과 쿠키, 저장식품 등과 시즌별로 초콜릿, 크리스마스 푸딩 등도 판매한다. 영국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필수로 찾는 상품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도시 브랜딩하는 중요한 산업 요소 도시 브랜딩과 관련 기념품을 발굴하는 사업도 많아졌다. 이때마다 벤치마킹 대상으로 거론되는 게 바로 밀턴 글레이저가 만든 I♥NY이다. 1977년 이 캠페인은 뉴욕 시민에게 자부심과 공동체 의식을 불어넣음으로써 뉴욕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지난 30여년간 세계 여러 나라로 퍼져 나가 수많은 모방과 패러디, 응용 사례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밀턴 글레이저의 초기 콘셉트 아이디어 스케치와 프레젠테이션 보드는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영구 기증되기도 했다. 반면 서울은 그동안 서울 하면 떠오르는 관광기념품이 없는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서울의 매력이 잘 알려지지 못했던 부분이 있으며, 과거 정부의 지원이 유통·홍보 등의 측면에만 쏠려 있었다고 지적한다. 또 상당수의 기념품이 공급자 중심의 상품군으로 이뤄져 매력적이지 않은 문제도 있었다. 종로구 인사동의 상당수 관광기념품이 현재 서울의 문화와 접목되기보다 과거 한국 상징 소재에 치중해 있는 것도 한 예다. 실제로 한국과학예술포럼이 2014년 인사동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국 상징 소재 디자인’ 선호도 관련 연구에 따르면 한국적인 것에 대한 선호도가 평균 42%(중국 38%, 서양 51%, 일본 33%, 동남아 41%)로 예상보다 낮았다.서울도 트렌드 맞춰 각종 공모전 활발 하지만 최근 서울 관광기념품의 트렌드는 우리가 일상으로 받아들였던 서울의 문화를 담아내고 간과됐던 서울의 매력을 발견하자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이 서울 여행을 추억하거나 서울의 이미지를 쉽게 떠올릴 수 있도록 2013년부터 서울시 주최, 서울디자인재단 주관으로 관광기념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서울상징관광 기념품 공모전’이 그중 하나다. 지난해 공모전 대상은 ‘I·SEOUL·U 서울여행스케치컬러링 100선’이었다. 컬러링북은 청와대, 서울시청 스케이트장을 비롯해 홍대거리, 신사동 가로수길 등 특별한 서울 여행의 색칠 기록으로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은상을 받은 ‘서울핸드벨’이란 작품은 도자기로 만들어 청명하게 울리는 핸드벨로 서울 곳곳의 랜드마크들이 어우러져 있다. 동상은 압구정, 서울숲, 신촌, 명동 등의 지하철역 안내판을 떼어 쓴 듯한 ‘지하철역키링’이었다. 이 밖에 아이디어상에는 지하철 관광명소를 활용한 ‘휴대전화 케이스’, 서울의 모습을 네일 스티커를 통해 보여 주는 뷰티 상품 ‘서울 네일’ 등이 뽑혔다. 시상한 기념품은 서울시가 매입, 공모전으로 끝나지 않도록 기반을 닦아 주고 있다.‘서울핸드벨’ 등 곳곳에 의미 부여 최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여의도 63빌딩 등에서는 시민들에게 직접 공모전 심사를 맡기기도 했다. 시민 심사에 참여한 카트린 헤르트람프(46·독일)는 “서울의 랜드마크를 담은 이어폰 홀더라든지 종이로 만든 조명 등에 높은 점수를 줬다”며 “실용적이면서 가져가기도 편하고 무엇보다 여행하면서 느꼈던 서울의 모습이 잘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특징은 서울로 7017 기념품에서도 나타난다. 서울로 7017은 자동차 고가를 걷는 길로 만드는 것 외에 도시재생이라는 큰 어젠다를 가지고 시작된 프로젝트인 만큼 기념품에도 지역 사업을 같이 끌어들였다. 이태리타월, 소주잔, 모나미 펜 등 우리가 익숙하게 가지고 있는 문화들이 서울로를 통해 재탄생됐다. 서울로 박스 테이프는 기념품으로 구매하기에 부담 없는 가격(3000원)과 사이즈의 아이템이다. 소주잔 역시 인기 상품 중 하나다. 서민의 술, 한국의 술 하면 떠오르는 소주인 만큼 서울 사람들의 일상적인 술 문화를 소개하기에 좋은 아이템이다. 작고 휴대하기 좋은 아이템이기 때문에 기념품으로 인기가 높다.서울로도 모나미 153 볼펜 등 만들어 서울로 7017의 기념품은 서울로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시나리오를 상상해 보고 유용하고 의미 있는 기념품을 소비하도록 사람 중심으로 브랜딩하고 개발했다. 모나미 153 볼펜은 모나미사와의 컬래버레이션를 통해 만들어졌다. 흔히 로고만 박힌 일반 기념품용 볼펜보다는 가장 한국적인 디자인을 가진 볼펜인 모나미 153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볼펜 자체도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개발했다. 에코백에는 서울로에 심어진 식물 일러스트가 인쇄됐다. 식물명과 개화 시기를 해시태그(핵심어 앞에 ‘#’를 붙여 편리하게 검색하는 방식)로 표기했으며 전면은 한글, 후면은 영문 버전으로 인쇄했다. 김성곤 서울시립대 디자인전문대학장은 “관광기념품 생태계를 활발히 하려면 중앙·지방정부의 지원과 디자이너 간의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며 “관광기념품의 개발에 대해 그동안 내공이 쌓이고 누적이 된 데다 재능 있는 디자이너들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있는 만큼 긍정적인 신호가 켜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시진핑 무기한 집권 ‘분수령’… 후계자 상무위원 선출에 촉각

    시진핑 무기한 집권 ‘분수령’… 후계자 상무위원 선출에 촉각

    중국 공산당 중앙 정치국이 지난달 31일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오는 10월 18일부터 열기로 발표함에 따라 중국이 본격적인 권력 재편의 시기로 접어들었다.시진핑(習近平)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10년 집권기 절반 시점에서 열리는 이번 당 대회에서는 시 주석 2기 집권체제의 진용이 확정된다. 또 시 주석이 권력을 얼마나 더 자신에게 집중시킬 것인지와 권력 집중을 넘어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처럼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집권을 연장하는 통치자가 될 것인지도 이번에 판가름난다. 이 때문에 당대회 폐막일까지 중국 권부의 상징인 중난하이에서는 치열한 권력 다툼이 벌어질 전망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일 “당대회가 예상보다 빨리 개최되는 것은 중앙 정치국 위원과 정치국 상무위원에 대한 인선이 어느 정도 확정됐기 때문”이라면서도 “다만 막판에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당대회 기간에 진행되는 중앙위원, 정치국 위원, 상무위원 선출 과정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폐막식 다음날 열리는 새 상무위원단의 내외신 기자회견 전까지는 최고지도부의 진용을 정확히 알 수가 없다. 과거 전례로 볼 때 당대회는 보통 1주일간 열린다. 따라서 10월 18일 개막식에서는 시진핑 총서기의 업무보고(정치보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22일엔 각 지역 대표단별로 예비투표를 진행해 중앙위원과 후보위원의 후보자 명단 초안을 작성할 전망이다. 대회 폐막일로 예상되는 24일엔 중국 권력의 중추인 제19기 중앙위원(200여명)과 후보위원(170여명)이 최종 선출된다. 중앙위원 선거는 정원보다 많은 후보를 내 최소득표 순으로 탈락시키는 차액선거(差額選擧)로 치러진다. 새로 뽑힌 중앙위원들은 다음날인 25일 19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를 열어 정치국 위원 25명을 선출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국 위원들은 다시 자신들 중에서 권력의 최고 핵심부인 상무위원 7명을 선임한다. 시 주석은 본인으로의 권력 집중을 위해 상무위원 수를 5명으로 줄이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어 상무위원 숫자가 그대로 유지되느냐도 관전 포인트이다. 특히 이날은 새 상무위원들이 기자회견을 하는데, 입장 순서가 곧 권력 서열이다. 시 주석은 기자회견에서 집권 2기의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한다. 시진핑 총서기를 정점으로 한 7인 상무위원 체제가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가장 큰 관심은 왕치산(王岐山·69) 중앙기율검사위 서기의 잔류 여부와 천민얼(陳敏爾·56) 충칭시 서기의 진입 여부다. 1980년대 덩샤오핑이 정한 7상8하(67세는 유임 68세는 퇴임)의 관례에 따르면 현재 7명의 상무위원 가운데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제외한 5명은 모두 이번에 퇴임해야 한다. 왕 서기는 시 주석이 지난 5년간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권력을 강화할 수 있었던 핵심 기제인 반부패 운동을 주도했다. 때문에 시 주석이 왕 서기를 상무위원에 잔류시키는 것을 넘어 리 총리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 밀어내고 총리직에 앉히려고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왕 서기의 유임은 7상8하 관례가 깨지는 것을 의미해 시 주석의 3연임을 위한 사전 조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현재 중앙위원인 천민얼 충칭시 서기가 정치국 위원을 건너뛰고 곧바로 상무위원이 되면 명실상부한 시 주석의 후계자로 인식될 전망이다. 천민얼은 2003년 시진핑이 저장성 서기로 부임했을 때 저장성 선전부장으로 있으면서 4년 동안 시진핑의 신문 논평 초고를 썼던 인물로, 시진핑의 통치 이념과 권력 욕구를 가장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 시 주석은 5년 전 18차 당대회 때 후춘화(胡春華·54) 광둥성 서기와 함께 차기 지도자로 낙점됐던 쑨정차이 전 충칭시 서기를 최근 전격 낙마시키고 그 자리에 천민얼을 앉혔다. 이는 후진타오 전 주석이 원로들과 협의해 짜낸 차세대 권력 구도의 붕괴를 의미했다. 현 지도자가 한 세대를 건너뛰어 다음 세대 지도자를 낙점하는 ‘격대지정’(隔代指定) 방식을 시 주석이 가볍게 무너뜨린 셈이다. 때문에 시진핑이 키운 천민얼과 후진타오가 낙점한 최후의 1인인 후춘화가 동시에 상무위원으로 승진할지, 이 경우 서열은 어떻게 확정될지가 주목된다. 다만, 천민얼과 후춘화가 동시에 상무위원이 된다고 해도 서열이 앞선 사람이 차기 총서기로, 서열이 뒤인 사람이 차기 총리로 낙점되는 것을 뜻하지는 않으리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 5년 내내 권력 집중의 한 길을 걸은 시 주석이 차기를 지명해 레임덕을 자초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당 주석제 부활 등을 통해 2022년 이후까지 집권 연장을 도모하거나 2022년에 권력을 물려준다고 하더라도 후계자가 누구인지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끊임없이 충성 경쟁을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국가 주석직은 천민얼이 승계하고 시 주석은 당 총서기나 중앙군사위 주석직을 계속 유지해 ‘상왕’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데스크 시각] 승자 없는 게임/김태균 산업부장

    [데스크 시각] 승자 없는 게임/김태균 산업부장

    “한 달에 1만원 이상 요금을 더 내고 계셨네요.”(이동통신 대리점 직원) “아, 제가 그동안 손해를 보고 있었던 건가요?”(나) “그렇네요. 작년 ○월부터 약정할인 자격이 되셨어요. 하지만 통신사들이 그런 걸 가입자들에게 먼저 알려 드리지는 않거든요. 어쨌거나 이제부터는 할인을 받으실 수 있도록 제가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그동안 더 낸 돈을 환불받을 수는 없나요?” “그건 불가능할 텐데요.” 몇 달 전이었다. 내가 통신요금 할인을 1년 이상 ‘부당하게’ 못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동안 더 낸 요금을 합해 보니 얼추 15만원이 넘었다. 눈 뜨고 코 베이는 게 이런 건가. 나름 똑똑한 통신 소비자라고 여겨 왔던 자부심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약정할인’이란 단어가 매일 뉴스에 오르는 국민 상식 용어가 된 건 그로부터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였다. 대리점에서 그 일이 있고 얼마 후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통신요금 인하에 착수했다. 이전 정부들과 동일한 선택이었다. 어린이부터 노인층까지 전 연령대가 해당되는 통신요금의 인하는 언제부턴가 새 정부가 국민들에게 주는 일종의 선물처럼 활용돼 왔다. 국정기획위의 목표는 모든 이통통신 가입자에 대한 1만 1000원의 월 기본료 폐지였다. 통신업계는 당초 예상보다 강력한 압박에 어느 때보다 강하게 반발했다. 새 정부가 기본료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긴 했지만, ‘65세 이상 취약계층’과 같이 대상을 일부에 한정할 것으로 예상했던 업계의 당혹감은 컸다. 당시 주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국정기획위의 의중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미흡한 인하 계획’을 제출했다가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결국 국정기획위는 기본료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일정 기간 가입을 유지하는 사람들에게 요금을 깎아 주는 약정할인의 폭을 기존 20%에서 25%로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업계는 ‘행정소송 불사’라는 배수의 진을 쳤다. 정부도 “모든 가입자에게 적용되는 요금 인하”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업계 요금 담합 의혹과 약정할인 고지 준수 여부 등에 대해 조사에 나서는 등 행정력을 동원하기도 했다. 그 싸움이 지난 29일 공식적으로 마무리됐다. 통신업계가 소송 제기 없이 약정할인 상향 적용을 수용하기로 했다. 지루한 싸움이 끝났지만 승자는 안 보인다. 통신업계는 앉아서 수천억원대 매출 감소를 보게 됐다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정부에 찬사를 보내는 소비자도 없다. 약정할인 조정 관련 기사에는 정부가 공약을 안 지켰다는 성난 댓글이 이어진다. 이번 정부와 업계의 갈등 과정은 양쪽 모두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는 소비자 관련 정책을 펴면서 기업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해졌다. 과거와 똑같은 방식의 일방적인 압력 대신에 시장 원칙을 지키면서 국민과의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번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그래서 피로도가 누적되면 정책의 연착륙은 어려워진다. 통신업계도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에 여론을 통해 확인된 것은 통신업계에 대한 소비자들의 커다란 불신이었다. 그것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곰곰이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windsea@seoul.co.kr
  • 70세 이상 ‘1인 가구’ 30대 누르고 첫 1위

    70세 이상 ‘1인 가구’ 30대 누르고 첫 1위

    가구주 평균나이 50.8세→51.3세 ‘전국에서 가장 늙은 지역’은 전남고령화가 빨라지면서 ‘1인 노인 가구’도 부쩍 늘었다. 70세 이상 나홀로 가구주 비중이 30대를 누르고 1위로 처음 올라섰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를 넘어 ‘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시점도 당초 예상보다 1년 빠른 올해 말이 될 것으로 추산됐다. 통계청이 31일 내놓은 ‘2016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는 ‘너무 빨리 늙고 홀로 되어가는 대한민국’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 준다. 1인 가구주 가운데 70세 이상 비중이 17.8%로 가장 높았다. 이어 30대(17.6%), 20대(17.2%) 순서였다. 전년에는 30대 비중이 가장 높았다. 전체 인구구조뿐 아니라 1인 가구주에서도 노년층 역전 현상이 처음 일어난 것이다. 전체 가구주 평균 나이도 2015년 50.8세에서 2016년 51.3세로 0.5살 올라갔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13.6%로 ‘고령 사회’ 진입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고령 인구 비중이 7%를 넘으면 고령화 사회, 14%를 넘으면 고령 사회로 분류된다.통계청은 지난해 미래 인구 추계 때 우리나라가 2018년 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통계청 측은 “지금의 추세를 감안하면 고령 사회 진입 시점도 당초 전망보다 1년 앞당겨진 올해 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추계했다. 전국에서 가장 늙은 지역은 전남이었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1.3%로 이미 초고령 사회(기준 20%)에 진입했다. 고령 사회에 들어간 곳도 전북(18.4%), 경북(18.2%), 강원(17.2%), 충남(16.5%), 부산(15.4%) 등 8곳이다. 지난해 11월 1일 기준으로 65세 이상 고령자가 있는 가구는 507만 2000가구로 일반 가구의 26.2%다. 전년보다 2.9% 증가했다. 반면 저출산 영향으로 인해 미성년 자녀가 있는 가구는 557만 3000가구, 영유아 자녀가 있는 가구는 205만 6000가구로 1년 전보다 각각 2.2%, 1.0% 줄었다. 100세 이상 인구는 3486명으로 전년보다 327명(10.4%) 늘어났다.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가장 흔한 가구 형태로 자리잡았다. 전체 가구의 27.9%인 539만 8000가구가 1인 가구였다. 1년 전과 비교하면 0.7% 포인트 증가했다. 주된 가구 유형은 2005년 조사 때까지 4인 가구였지만 2010년에는 2인 가구, 2015년부터는 1인 가구로 바뀌었다. 1995년 12.7%에 불과했던 1인 가구는 이제 30%에 육박하고 있다. 평균 가구원 수도 2.51명으로 전년보다 0.02명 줄었다. 1인 가구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강원(32.1%)이었고 가장 낮은 곳은 경기(23.8%)였다. 1년 사이 1인 가구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세종·충북(1.5% 포인트)이었다. 여성 가구주 비율은 30.0%로 전년보다 0.4% 포인트 증가했다. 다문화 가구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31만 6000가구를 기록, 처음으로 30만 가구를 넘어섰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노인인구, 유소년 첫 추월 ‘빨리 늙는 한국’

    노인인구, 유소년 첫 추월 ‘빨리 늙는 한국’

    역전 시점 1년 당겨져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15세 미만 유소년 인구를 추월했다. 당초 예상했던 시점보다 1년 더 앞당겨졌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의 심각성을 말해 주는 잿빛 통계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016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 기준으로 노인 인구는 677만 5000명이다. 같은 시점 유소년 인구 676만 8000명을 근소한 차이나마 앞질렀다. 전년보다 유소년 인구는 13만 8000명(2.0%) 줄고, 고령 인구는 20만 6000명(3.1%) 늘면서 사상 첫 역전이 일어났다. 유소년 인구 대비 고령 인구를 뜻하는 노령화지수도 100.1로 처음으로 100을 넘어섰다. 통계청은 지난해 장래인구추계 때 고령 인구가 유소년 인구를 추월하는 시점으로 올해를 제시했다. 가뜩이나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선진국보다 빠른 상황에서 그 속도가 예상보다 더 빨라진 것이다. 이재원 통계청 인구총조사과장은 “장래인구추계는 2015년 자료를 토대로 예상한 것인데, 실제 출생·사망 통계를 대입해 보니 역전 시점이 1년 당겨졌다”며 “당초 예측보다 출생률이 더 떨어지면서 인구구조가 더욱 빨리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17개 시·도 가운데 전남(21.3%)은 고령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화 사회’에 이미 진입했다. 전북(18.4%)과 경북(18.2%) 등도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눈앞에 뒀다. 생산연령인구(15~64세) 대비 유소년 인구를 뜻하는 유소년 부양비는 2010년 22.2에서 지난해 18.6으로 떨어진 반면, 노년 부양비는 같은 기간 15.1에서 18.7로 껑충 뛰었다. 한창 일할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노인 18.7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다. 지역별로 보면 노령화지수가 가장 높은 곳은 경북 군위군(617.7)이었고 울산 북구(36.4)가 가장 낮았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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