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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쓴소리는 누가 하나” 눈치작전 치열

    박근혜 대통령과 10대 그룹 총수들의 28일 청와대 오찬 간담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재계가 분주하다. 저마다 어떤 ‘선물 보따리’를 들고 청와대로 들어가야 할지, 누가 재계가 원하는 쓴소리를 할지 등 눈치작전이 치열한 분위기다. 박 대통령이 10대 그룹 회장단을 청와대로 초청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청와대는 처음에 참석 인사들에게 ‘3분씩 발언’을 준비할 것을 요청했다가 시간과 주제에 구애받지 않는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위해 이를 취소했다. 재계는 “아무리 어려운 회사도 최대한 성의 표시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분위기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7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으로 출근해 다음날 청와대 총수 오찬 등을 준비했다. 폐렴 증상으로 입원했던 이 회장이 서초 사옥에 출근한 것은 지난 6일 이후 3주 만이다. 이날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의 업무보고를 받은 이 회장은 청와대 오찬 참석 준비에 오랜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이 이 회장의 발언 내용을 챙겼다. 하지만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령이 떨어졌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청와대의 기대가 일자리와 투자에 있는 만큼 그 내용이 주가 아니겠느냐”면서 “단 구체적인 수치를 말하기보다는 삼성의 의지를 분명히 밝히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도 투자와 고용을 올 계획대로 실천해 나가겠다는 의견을 전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노조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진 데 대한 언급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법개정안이나 통상임금 기준 등 산업계 전반의 이슈가 있는 만큼 박 대통령이 먼저 묻지 않는 한 개별 그룹의 현안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할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LG와 롯데그룹 등도 “투자와 고용 부분에서 최대한 성의껏 의지를 밝힐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표했다. 기업들의 경영환경을 개선해달라는 요청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인 GS그룹 허창수 회장과 최근 대한상의 회장을 맡은 박용만 두산 그룹(재계 12위) 회장이 이른바 ‘총대’를 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법개정안’, ‘통상임금’과 같은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요청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역대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법안 하나를 갖고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법은 거의 없었다”면서 “아무리 불만이 많다고 해도 상법개정안 등을 놓고 시시콜콜 이야기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실제 이날 전경련 임원진은 회장의 요구사안 수위를 놓고 격론을 벌인 끝에 최근 경제민주화 법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일부에선 부재 중인 총수를 대신해 나올 ‘핀치히터’들이 오히려 부담 없이 속내를 이야기할 수도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SK그룹(최태원 회장)과 한화그룹(김승연 회장)이 대표적이다.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상반기 투자 실적, 하반기 계획 외에 기업 활동에 부담이 되는 규제 법안 완화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세울 때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라고 규정한 공정거래법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당·정·청 ‘대기업 옥죄기’ 수위 완화 공감대

    당·정·청이 재계가 ‘대기업 옥죄기’라며 집단적으로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법 개정안의 수위를 완화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10대그룹 총수와의 청와대 회동을 앞둔 상황에서 기업을 위한 ‘선물보따리’를 내 놓은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와 함께 경제민주화 후퇴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과 정부, 청와대는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비공개 실무급 회동을 갖고 상법 개정안 원안을 수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활성화의 시급성을 감안해 입법안의 수위를 다소 낮추거나 시행시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은 “박 대통령이 평소 강조해온 경제활성화 기조의 측면에서 방향성을 의논했다”고 전했다. 단,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소액주주 보호를 강화한다는 원안의 입법 취지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았다. 이런 기조는 28일 청와대에서 열릴 박 대통령과 재계 10위권 기업인들과의 오찬 회동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상법 개정안 완화안을 비롯해 기업의 투자 독려 방안도 이날 본격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법 개정안은 주주총회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 대표소송제 도입, 이사·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재계는 ‘경영권 훼손’ 등의 이유로 거세게 반발해 왔다. 이런 가운데 여야 내부에서는 상법 개정안과 ‘외국인투자촉진법이 각각 충돌하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재계의 반발을 고려해 수정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지주회사들이 경영권에 큰 위협을 받게 된다”며 재검토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원안의 핵심 내용이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모는 이날 운영위 긴급회의를 열어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를 비롯해 소액주주 등의 독립적인 사외이사 선임 시스템 역시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므로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앞서 “악의적 왜곡과 오도를 일삼는 일부 세력이 있다”면서 “자신들의 작은 이해관계 때문에 상법 개정안의 취지를 왜곡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도 원안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국인투자촉진법은 전남 여수 등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적극 찬성하고 있다. 지역 발전을 위해 관련 내용으로의 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최근 여수·울산 상공회의소에서 찾아와 9월 정기국회 때 개정안을 통과시켜 달라며 의원들을 압박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내 상당수 의원들은 “일부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법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사설] 청와대·재계, 현 경제위기 엄중히 인식하길

    박근혜 대통령이 내일 청와대에서 10대 그룹 회장들과 오찬 회동을 갖기로 한 것은 우리의 경제 상황이 그만큼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일 게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중소기업중앙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에 이어 방미·방중 때는 대기업 총수들과 만난 적이 있다. 다음 달 러시아와 베트남 순방 때 역시 적잖은 기업인들이 동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레는 중견기업 회장단과의 만남도 예정돼 있다. 박 대통령과 기업 회장들의 이번 만남이 의례적인 요식 행사에 그치지 않고 투자의 물꼬를 트는 계기기 되길 기대한다. 박 대통령은 어제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 “하반기에는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그리고 민생 안정에 총력을 다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생회담과 관련해서는 언제든지 여야 지도부와 만나 논의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재계에는 투자를 통한 고용 확대를, 정치권에는 취득세 인하와 전월세 문제 등 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를 위한 민생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각각 촉구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여겨진다. 재계는 경제민주화 법안에 이어 최근에는 상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는 등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각종 규제 때문에 투자가 위축된다는 재계의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는 있다. 그러나 재계가 규제 탓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경영권 방어에만 급급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투명 경영을 하는 것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 성장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기 바란다. 정부는 하반기엔 경제민주화보다는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 재계는 불평만 쏟아내지 말고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경제 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도전정신을 발휘할 때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다. 올 상반기 10대 그룹 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가량 줄었다. 투자를 늘린 곳은 3개 그룹뿐이다. 투자와 고용을 늘릴 테니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식의 립서비스만의 회동이 재연돼선 안 된다. 올 1분기 고용률은 63%로 지난해 말에 비해 2% 포인트 낮아졌다. 고용률은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1위에 머물고 있다. 청년과 여성 고용률은 최하위 수준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중단과 신흥국 위기 등 대외 여건은 불투명하기만 하다. 정부는 대기업만 쳐다보는 구태에서 벗어나 중소기업 부흥에 더욱 매진해야 할 것이다.
  • [사설] 재계, 상법개정 백지화 요구 전 자성 필요하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가 보완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재계는 전면 백지화 주장을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도 기업의 지배구조를 법으로 정하는 나라는 없다는 게 재계의 논리다. 일견 타당한 주장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게 된 배경에는 침묵하면서 마치 상법 개정안이 투자와 고용을 가로막는 주범인 것처럼 몰아붙이는 태도는 볼썽사납다. 허술한 대주주 견제와 경영 감시 속에 지금도 재벌 총수들의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그 어떤 조항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티는 게 얼마나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재계 스스로 냉철히 돌아볼 것을 주문한다. 재계가 가장 문제 삼고 있는 조항은 감사위원의 분리 선출이다. 전에는 이사와 감사위원을 따로 뽑았지만 2009년 일괄 선출로 법이 바뀌면서 지금은 이사 가운데 감사위원을 뽑도록 돼 있다.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적지 않은 수의 이사가 경영진 및 대주주의 친인척이나 특수관계인으로 채워지다 보니 ‘거수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적대적 인수합병(M&A) 노출과 대주주 전횡 방치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실질적이고 큰 위협인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이사와 감사위원을 따로 뽑는다. 이사회 의장이 집행 임원을 겸하는 경우도 별로 없다. 법으로 강제하지만 않았을 뿐 투명 경영 확보를 위해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내용들이다. 삼성 비자금 사건 등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도 저마다 투명성 확보 방안 마련을 약속했다. 하지만 사외이사 수를 늘리는 등 형식적 노력에 치우쳤다. 이재현 CJ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의 구속이 그 방증이다. 물론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 자본은 대부분 뮤추얼펀드라 M&A 위협이 없다는 일각의 주장도 다소 무책임하다. SK와 KT&G가 외국 자본의 공격으로 경영권 방어 홍역을 치른 게 불과 몇 해 전 일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상법 개정안을 확정하기 전에 재계의 반대 논리와 불안감 등을 충분히 살펴 보완할 부분은 보완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를 시차를 두고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재계가 독립적인 견제 장치 마련과 소액주주 권한 강화 등 실질적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제도적인 노력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 [박근혜정부 출범 6개월] ‘근혜노믹스’ 역대 첫 공약가계부 제시… 오락가락 정책은 도마에

    [박근혜정부 출범 6개월] ‘근혜노믹스’ 역대 첫 공약가계부 제시… 오락가락 정책은 도마에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위대한 도전에 나서고자 합니다.”(지난 2월 25일 대통령 취임사)여느 정부와 마찬가지로 박근혜 정부도 경제 살리기를 제1의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서막은 사뭇 달랐다. 장밋빛 전망보다는 현실 직시에 방점을 찍었다. ‘747’(연평균 경제성장률 7%,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을 목표로 출범했던 이명박 정부가 지난해 2.0% 경제 성장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내놓고 퇴장했던 것을 반면교사로 삼았다. 3월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취임으로 진용을 갖춘 경제팀은 1차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2.3%로 낮춰 잡았다. 한달 뒤엔 ‘재정절벽’까지 거론하며 12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세입 감소를 시인했다. 5월에는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인 17조 3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됐다. 박근혜 경제팀은 역대 정부 최초로 ‘공약가계부’를 제시했다.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제시했던 135조원 규모의 공약재원을 언제까지 어떻게 마련하고 또 어디에 쓸지를 밝혔다. 증세 없는 세원 확보 원칙도 재확인했다. 경제 민주화와 관련해 정부, 여당, 청와대가 초기에 보였던 결기 어린 모습이 사라지고 점차 김이 빠지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논란이 됐다. 재벌 규제, 중소기업 보호, 지하경제 양성화를 놓고 대기업들이 공개적으로 반발하면서 집단소송제, 신규순환출자금지제 등은 연내 입법이 불투명하게 됐다. 이는 공정위가 올 업무계획에서 6월까지 도입하겠다고 공언했던 것들이다. 재계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 감사위원의 분리 선임, 대주주 의결권 최대 3% 허용 등을 뼈대로 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크게 반발하고 있어 국회 통과가 불투명하다. 신설된 미래창조과학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난도 쏟아진다. 창조경제에 대해선 아직까지 개념조차 잡지 못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민의 54.5%가 ‘창조경제가 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미래부는 지난 6월 ‘창조경제 실현계획’을 발표하는 등 굵직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정부 내에서조차 ‘재탕·삼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박 대통령이 유일하게 숫자로 공약한 ‘고용률 70%’ 목표도 현재로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고용률은 65.1%(15~64세)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매년 47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늘어야 한다. 그 방안으로 제시된 ‘시간제 일자리’ 늘리기는 ‘괜찮은 일자리’를 둘러싼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는다. 협업을 강조했던 이번 정부에서 ‘오락가락 정책’들이 많이 나왔다는 점도 비판 대상이다. 여론에 밀린 정책 번복도 있었다. 연 소득 3450만원 이상 근로자에게 세 부담을 늘리는 내용을 담은 세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조세 개편안에 대해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여당이 정부를 공격하는 일이 벌어졌고 급기야 대통령이 세법 개정안 재검토 지시를 내리는 일이 빚어졌다. 취득세 인하, 금융감독체계 개편 등도 해당 부처가 안일하게 대응하다 홍역을 치렀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경제 활성화·일자리 창출 겨냥 ‘세일즈 행보’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10대 그룹 총수들과 오찬간담회를 갖는 것은 국정 최우선 과제인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겨냥한 ‘국내 경제 세일즈’ 행보로 보인다. 신흥국 외환위기 재발 조짐 등 불안정한 국제경제 상황에서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선제적으로 위기를 타개하고 본격적인 경기회복의 모멘텀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점진적인 국내외 경제 여건의 회복 움직임에도 대기업들이 미래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투자 대신 ‘현금 쌓기’에만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총수들과의 회동을 통해 대기업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국내 투자를 독려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통령과의 오찬간담회에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포함해 삼성, 현대기아차, SK, LG, 롯데, 현대중공업, GS, 한진, 한화, 두산 등 민간 10대 그룹 총수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이 최근 폐렴 증상으로 입원했다가 퇴원한 상태여서 방중 때와 마찬가지로 강호문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총수들은 상법 개정안 중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의 분리 선임과 집중투표제 의무화,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회사에 대한 전자투표제 도입 등이 기업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박 대통령에게 ‘재고’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재계의 집단 반발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높고, 최근 들어 정부의 경제민주화 의지가 퇴색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는 만큼 박 대통령이 어느 정도 선에서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박 대통령이 10대 그룹 총수들과의 회동 다음 날 곧바로 중견기업 대표들을 만나기로 한 것에서도 청와대의 고민이 읽힌다. 중견기업들은 29일 오찬간담회와 관련, 통상임금과 가업상속공제 등 업계 현안에 대한 의견을 대통령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유영식 중견기업연합회 상무는 “통상임금 범위에 대한 대법원 판례와 정부세법개정안에 명시된 가업상속공제 범위 등은 중견기업의 영속적인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기업 부담을 호소했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朴대통령 28일 10대그룹 총수 만난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8일 10대 그룹 총수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갖는다. 박 대통령은 5~6월 미국과 중국 국빈 방문 시 동행한 중견·중소기업인들과 함께 경제사절단 조찬 차원에서 대기업 총수들을 만난 적이 있지만, 10대 그룹 총수들만 따로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는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청와대 김행 대변인은 23일 “박 대통령이 28일 전경련 회장을 포함한 민간 10대 그룹 회장단과 오찬간담회를 가질 계획”이라며 “삼성, 현대기아차, SK, LG, 롯데, 현대중공업, GS, 한진, 한화, 두산그룹이 초청 대상”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포스코가 제외된 데 대해서는 “이번 초청 대상은 순수 민간 기업으로만 국한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오찬간담회에서 우리 경제의 당면 현안인 투자 활성화, 일자리 창출과 함께 창조경제에 대한 재계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청취한다고 청와대 측은 밝혔다. 박 대통령은 집권 첫해 후반기 국정 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대기업들의 협력을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 총수들은 정부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골자로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개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 대통령은 10대 그룹 총수들과의 오찬에 이어 오는 29일에는 중견기업연합회(회장 강호갑 신영 회장) 회장단 3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갖는다. 박 대통령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따른 애로사항과 지원 방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중견기업의 역할에 대해서도 논의할 계획이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걸면 걸리는 배임죄 기준 명확히 바꿔야”

    “걸면 걸리는 배임죄 기준 명확히 바꿔야”

    포괄적인 구성 요건 탓에 ‘경영판단’과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온 배임죄 규정을 개선하기 위해 우선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일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상법상 특별배임죄 규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형법상 배임죄는 독일, 일본 등 해외에 비해 구성 요건이 포괄적이다. 적용되는 범죄 주체의 범위가 넓고, 규제 대상도 추상적이며, 실제 손해와 무관하게 손해 발생 우려가 있거나 미수, 미필적 고의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 최 교수는 “배임죄는 ‘걸면 걸리는 범죄’라는 데에 독일, 일본 및 국내 학자들의 인식이 일치하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도 공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고서는 이같이 불명확한 배임죄가 기업인의 경영활동을 위축시켜 국가 경제에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단순한 경영 실패도 배임죄로 볼 여지가 있어 공격적인 경영판단이 나오기 힘들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그룹 총수가 한 계열사의 자금을 다른 계열사에 빌려 주거나 보증을 서는 경우를 예로 들었다. 이는 그룹 전체 안정과 균형을 생각하는 총수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경영 판단이지만 계열사 주주들은 배임죄로 총수를 고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최 교수는 “독일 등 해외에서는 같은 상황이라도 한국과 달리 채권 회수 위험이 없다고 인정되면 배임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고서는 그럼에도 범죄 억제 역할을 고려할 때 배임죄 폐지 여부는 쉽게 논의할 수 없다고 봤다. 대신 기업인에게 적용되는 상법상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최 교수는 “상법 제382조 제2항에 독일 주식법과 비슷한 경영 판단의 원칙을 명문화하고, 상법상 특별배임죄 규정에 ‘경영 판단의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단서를 달아 배임죄 적용에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며 “범죄와 비범죄의 경계가 모호하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강북구 예비사회적기업 공모 27일까지 신청… 10월 지정

    강북구는 13일 취약계층에 다양한 일자리와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예비 사회적기업 지정 사업을 벌인다고 밝혔다. 예비 사회적기업이란 사회적 목적 실현에다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 창출 등 사회적기업으로서의 요건을 갖췄으나 수익구조 등 법적 인증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업을 뜻한다. 물론 나중에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려는 업체들이다. 예비 사회적기업이 되려면 일정한 조직을 갖추고, 취약계층에 일자리 등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근로자를 고용해 최소한 한 달 이상 영업활동을 벌인 기업이나 단체여야 한다. 노동관계법 등 관계 법령을 지키는 것은 물론 상법상 회사의 경우 이윤 가운데 일정 부분을 사회적 목적으로 재분배한다는 내용을 정관에 명시하고 있어야 한다.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면 서울시 일자리 창출 사업이나 사업개발비 지원사업 신청자격이 부여되고 사회적기업 인증요건 충족을 위한 경영 컨설팅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정은 1년 단위로 재심사를 통해 최대 3년까지 연장된다. 27일까지 신청을 받은 뒤 서류심사, 실태조사 등을 거쳐 10월쯤 지정 여부가 결정된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당정청, 상법 개정안 ‘수위조절’

    법무부가 내놓은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계의 반발이 커지자 정부와 여당이 ‘수위 조절’에 나섰다. 경제민주화의 대표 법안으로 불리는 상법 개정안이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한다는 재계의 지적에 정부와 청와대가 쟁점 조항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한 것이다. 국무총리실과 새누리당에 따르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새누리당 관계자가 당·정·청 정책협의회를 열고 상법 개정안의 합리적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5일에는 청와대와 정부가 법무비서관·차관보급 회의를 열고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쟁점 현안을 협의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주말 상법 개정안에 대해 현황 및 배경에 대한 내부 보고를 받았다. 상법 개정안을 내놓은 법무부와 재계의 투자 위축을 막으려는 산업통상자원부를 조만간 불러 조율할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정·청이 개정안에 대해 수위 조절을 마치면 유관 부처 조율은 기재부에서 해야 할 것”이라면서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 등 경제 현안에 밝은 경제부처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 달라는 부총리의 당부도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25일까지 상법 개정안 입법예고 기간을 마친 뒤 법제처 문구 심사와 국무회의를 거쳐 최종 정부안을 도출할 방침이다. 지금보다는 완화된 정부안이 나올 전망이다. 법무부는 지난달 16일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지배주주나 경영진의 부당한 사익추구를 견제하도록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는 내용도 담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은 이 개정안이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경영권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재계는 오는 22일쯤 의견을 모아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시론] 일본과 성장률 비교나 하고 있을 때인가/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

    [시론] 일본과 성장률 비교나 하고 있을 때인가/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

    한국의 분기별 전기 대비 경제성장률이 세 분기 만에 근소한 차이로 일본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무슨 큰 성과라도 이룩한 것인 양 보도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지난해 4분기 한국과 일본이 똑같이 전기 대비 0.3% 성장한 후 금년 1분기에는 한국 0.8%, 일본 1.0%로 일본이 한국을 앞질렀으나 2분기 속보치로는 한국이 1.1%인 반면 일본은 0.8%에 그쳐 한국이 다시 일본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년 동기 대비로 한국은 금년 1분기 1.5%, 2분기 2.3% 성장한 반면 일본은 전기 대비 연율로 보면 금년 1분기에 4.1% 성장하고 2분기에도 3.1~3.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어 여전히 한국을 앞지르고 있다. 연간으로 보면 한국과 일본의 성장률 격차는 2003년 이후 줄어들기 시작해 지난해부터는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 2012년 한국은 2.0% 성장한 반면 일본은 1.9% 성장해 격차가 0.1% 포인트밖에 나지 않았다. 금년에도 한국은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2.1(언스트앤드영, BNP파리바은행)~2.8%(한국은행) 성장이 예상되는 반면 일본은 아베노믹스 덕분에 종전 전망보다 0.5% 포인트 높은 2.0% 성장할 것으로 국제통화기금은 전망하고 있다. 결국 금년에도 한국과 일본은 공히 2%대 성장으로 큰 격차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은 2만 2721달러, 일본은 4만 6736달러였다. 일본 1인당 국민소득이 현재 한국과 비슷했던 시기는 1987년(2만 367달러)과 1988년(2만 4604달러)이었다. 이 두 해의 평균성장률은 5.6%였다. 일본은 1인당 국민소득이 1987년에 처음으로 2만 달러대에 진입해 1992년에 3만 달러대로 올라섰다. 2만 달러대였던 1987~1991년 연평균 성장률은 5.1%였다. 말하자면 2만 달러대는 아직 역동적으로 성장해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대에 진입한 1992년부터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의 장기 저성장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한국은 2007년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대에 진입했다. 그 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2만 달러 이하로 내려갔다가 2010년부터 2만 달러대로 복귀해 지난해 2만 2721달러를 기록했다. 2007년 이후 지난 6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3.3%였다. 특히 문제는 2012년 이후 성장률이 2%대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추세라면 2010년대 말쯤에 가서야 겨우 3만 달러대에 진입하게 돼 2만 달러대가 13~14년간 지속될 전망이다. 아직 역동적으로 성장해야 할 시기에 성장동력이 약화되어 1인당 소득 4만~5만 달러대 국가나 경험할 수 있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 조로화하고 있는 형국이다. 왜 이렇게 조로화하고 있나. 원인은 투자 부진이다. 2003년 이후 연평균 총고정자본형성 증가율은 1.7%에 그치고 있다. 1970년대 연평균 17.9%의 10분의1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5월 이후 월평균 설비투자증가율은 -9.6%에 이를 정도로 최근 설비투자는 빙하기다. 2분기 성장률 1.1%만 하더라도 설비투자증가율이 -0.7%인 가운데 정부 지출이 2.4% 증가하여 이룬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 투자 회복을 위한 전향적인 대책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금리 소폭 인하와 미온적인 기업투자 활성화 대책으로는 어림도 없는 실정이다. 반면 하도급법, 일감몰아주기법, 순환출자금지법, 금산분리 등 각종 경제민주화 관련법과 상법개정안에다 통상임금, 비정규직 등 노사문제도 갈수록 격화되고 있고 아베노믹스로 수출환경도 어려워지면서 기업투자는 더욱 움츠러들고 있다. 1분기 성장을 주도한 정부 지출도 금년 중 20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세수 감소로 인해 지속성이 불확실한 실정이다. 저성장 고착화와 조로화 저지를 위한 전향적인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 [권혁 변호사의 행정법 판례 강의] 휴면법인 이용해 부동산 취득 등록세 중과하면 위법에 해당

    오늘은 조세의 기본원칙을 살펴보고, 그에 관련된 판결을 소개하기로 한다. 조세의 기본원칙은 형식적 조세법률주의와 실질적 조세법률주의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형식적 조세법률주의는 ①과세요건 법률주의 ②과세요건 명확주의 ③소급과세 금지의 원칙 ④합법성의 원칙 등이 있다. 실질적 조세법률주의는 ①평등부담의 원칙 ②신의성실 및 신뢰보호의 원칙 ③효율과 조세중립성 등이 있다. 평등부담의 원칙은 동일한 소득에는 동일한 과세가 되어야 한다는 수평적 평등, 소득이 많은 사람은 적은 사람보다 더 많이 과세되어야 한다는 수직적 평등을 그 내용으로 한다. 효율과 조세 중립성은 세수를 걷기 위한 비용이나 희생이 적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실질적 조세법률주의 중 신뢰보호의 원칙은 과세관청의 견해 표명이 정당하다고 신뢰한 경우 납세자의 이익이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 국세기본법 제18조 제3항에는 ‘세법의 해석이나 국세 행정의 관행이 일반적으로 납세자에게 받아들여진 후에는 그 해석 또는 관행에 의한 행위 또는 계산은 정당한 것으로 본다’는 규정도 마련되어 있다. 2007두 26629판결은 신뢰보호의 원칙과 합법성 원칙의 적용 및 판단에 관한 것이다. 지방세법에서는 수도권 과밀지역 안에서 신규로 법인을 설립하여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 등록세를 3배 중과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오랫동안 폐업 상태에 있는 휴면법인을 인수하여, 휴면법인으로 하여금 수도권 내에 부동산을 취득하게 하는 경우에도 등록세의 중과 규정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상당한 논의가 있었다. 한편으로, 법인의 설립에 관한 민법과 상법의 각 규정에 의하면 법인의 설립에는 설립행위와 설립등기가 필요한 것이 기본적인 원칙이다. 지방세법에서 법인의 설립에 관하여 그와 달리 보아, 휴면법인을 인수하는 경우에도 법인의 설립에 해당한다고 하면, 과세관청에 자의적인 해석권한을 주는 문제가 생긴다. 다른 한편으로, 수도권 과밀지역에 부동산의 가격상승을 억제하고,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등록세의 중과를 규정한 법의 취지에 비추어 실질적으로 새로운 경제적 주체가 부동산을 취득하는 행위에 대해 과세를 하지 않는다면, 등록세 중과의 취지를 무력화할 수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해 과세 관청에서는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에 질의 회신 등을 통해 휴면법인을 이용해 수도권의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등록세 중과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그와 같은 입장 표명을 신뢰하고, 상당한 수의 기업들이 휴면법인을 인수하고 수도권 내 부동산을 취득하면서 등록세 중과를 피하였다. 과세관청에서는 위와 같은 사례가 많아지자 종전의 입장을 바꿔 등록세 중과처분을 내린 것이다. 이에 대해 1, 2심 법원에서는 과세관청의 입장을 우선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하지만 대법원에서는 법인의 설립에 관하여 민법 및 상법과 달리 보아야 할 근거가 없는 점, 납세의무자의 경제활동에 있어 선택한 법률관계를 존중해야 한다는 점, 과세의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확장해석이나 유추해석에 의해 이를 해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여 원고의 상고를 받아들였다. 과세관청의 해석과 과세 관행 등이 정책적 판단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되고, 납세자의 정당한 신뢰가 보호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 317조 규모 개발 프로젝트 인천 에잇시티 사실상 무산

    사업비 317조원 규모의 인천 ‘에잇시티’(용유무의 문화·관광·레저 복합도시) 개발사업이 사실상 무산됐다. 사업자인 독일 켐핀스키 그룹이 400억원 증자시한인 지난달 30일을 넘긴 데다, 이후 외국의 부동산 현물출자 방침을 밝혔으나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사정이 급하게 돌아가자 인천경제청 관계자들은 지난 금요일과 일요일 주민들을 잇따라 만나 설득에 나섰으나 주민들이 개발협약 해지에 앞서 대책 마련을 요구해 난항을 겪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8일 “캠핀스키와 더 이상 사업을 끌고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주민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청은 이번 주 내로 공식 입장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인천경제청은 지난달 말 켐핀스키로부터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 있는 500만 달러 상당의 부동산을 현물출자하겠다는 공문을 전달받았으나 법적으로 검토한 뒤 ‘불가’ 결정을 내렸다. 5개 기관에 법률 자문을 의뢰한 결과 외국 현물출자는 외국인투자촉진법과 상법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종철 인천경제청장 등은 지난 5일과 7일 용유무의 주민대책위원회 소속 주민들을 만나 이 같은 결과를 알린 뒤 켐핀스키 측과 기본협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사업계획을 수립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은 대안 없이 해지 발표를 하면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에잇시티 사업구역 땅을 담보로 은행대출을 받은 주민들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특수목적법인인 ㈜에잇시티도 반발하고 나섰다. ㈜에잇시티 관계자는 “지난 5일 증자방법 등 사업을 어떻게 진행할지 논의했으면서 협약 해지를 거론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경제청이 공식 입장을 발표하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에잇시티는 용유·무의도 전체 면적(80㎢)에 2030년까지 복합리조트, 한류스타랜드 등 8개 단위의 국제관광단지를 조성하는 것으로 사업비(317조원)는 우리나라 1년 예산과 맞먹는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첫 행정사 시험 너무 쉬웠다… 난이도 조절 실패

    첫 행정사 시험 너무 쉬웠다… 난이도 조절 실패

    지난달 29일 1차 시험을 치르고 오는 31일 합격자를 발표하는 제1회 행정사 시험은 ‘너무 쉬웠다’는 평이다. 100일 뒤인 10월 12일 2차 시험에 많은 수험생이 응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행정법 과목에 대해 서울법학원 이희억 강사는 3일 “행정법총론과 각론의 비율은 7급 공무원 행정법 과목과 비슷하게 7대3의 적절한 비율로 출제됐다”면서 “최근 출제된 각종 행정법의 문제와 달리 난이도 조절 없이 너무 쉬운 문제로 출제돼 행정법 기초지식만 있다면 누구나 큰 고민 없이 정답을 찾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행정법 기출 문제를 목차순으로 살펴보면 행정법 일반원칙에서 1문제, 사인의 공법행위에서 1문제, 행정입법에서 1문제, 행정행위에서 3문제, 행정절차법에서 2문제, 정보공개법에서 1문제, 행정대집행법에서 1문제,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서 1문제, 국가배상법에서 1문제, 행정법심판법에서 1문제, 행정소송법에서 1문제, 행정조직법에서 2문제, 지방자치법에서 2문제, 공물법에서 1문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서 1문제가 출제됐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개별법 법조문을 묻는 출제가 비율적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판례의 태도를 묻는 문제였다. 이론을 묻는 문제는 공정력과 관련해 출제된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다. 이 강사는 “다른 공무원 시험과 비교해 개별법의 조문을 묻는 문제가 많았던 것은 행정사 업무가 법을 기초로 한 행정대리이기 때문”이라며 “조문에 대한 이해 정도를 테스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행정학개론 과목에 대해 김일 강사는 “무척 쉬웠고, 굳이 난도가 높은 문제를 찾아보자면 감사원의 성격, 국민권익위원회와 관련된 문제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행정학 시험은 행정학이론을 세밀하게 분석하기보다는 일반적 관점에서 전반적 성격을 규명하는 문제였다”면서 “1차 행정학 문제가 쉽게 출제됐다고 내년의 제2회 시험이 쉽게 출제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1차 시험의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고 판단되므로 제2회 시험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가 등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민법 총칙 과목에 대해 김영석 강사는 “기본적인 민법총칙 전반에 관한 이해도를 측정하며 특정 부분에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영역별로 균형된 출제였다”며 “난해한 문제나 지문은 거의 없었고 기본적인 제도의 취지나 민법 총칙의 규정을 정확하게 이해하면 무난하게 정답을 고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제1회 행정사 시험에는 12만여명이 시험을 신청했으며, 공무원 경력으로 시험이 면제돼 자격증을 신청한 인원은 6만 6000여명에 이른다. 한 수험생은 “행정사도 공인중개사처럼 막 퍼주는 자격증이 될 전망”이라며 “뼈 빠지게 공부해도 무임승차하는 경력 공무원이 6만명이 넘고, 전체 공무원 숫자인 100만명이 잠재적인 자격증 소지자라 행정사 자격증 희소 가치가 떨어질까 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행정사 사무소 개업 신고인은 9000여명이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일감 몰아주기 규제법안 통과에 재계 반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법안이 통과되자 재계는 “기업 죽이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 계열의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은 운영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재계는 기업의 입장을 반영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재계에서는 그간 대기업 등을 중심으로 ‘일감 나누기’ 등 자정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 법안이 통과되자 법이 당초 취지를 잃은 기업 규제책이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공정거래법 제3장(경제력 집중 억제)을 신설하지는 않았지만, 5장의 명칭을 바꾸고 3장에 담으려던 내용을 대부분 살렸기 때문에 기업 의견을 반영했다고 보기 힘들다”며 “굉장히 당혹스럽다. 향후 시행령 제정 등에서라도 최소한의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특히 법안이 통과되면서 대기업 계열의 SI 업체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SI 업체들은 대부분 외부 일감보다는 대기업 다른 계열사의 전산 관련 업무를 맡아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SI 관련 업무가 기업 보안과 직결된 사안도 많아 계열사가 아닌 다른 업체에 맡기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업계 얘기다. 한 SI 업체 관계자는 “예를 들면 삼성그룹이 삼성SDS에 일감을 주지 않으면 경쟁사 계열사인 LGCNS 같은 곳에 전산, 보안 일을 맡겨야 된다는 건데 그게 가능한가”라고 반문하며 “취지는 좋으나 재계 전체를 일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다른 SI 업체 관계자도 “건설, 물류 등은 달리 생존할 수 있는 경영의 묘가 있겠지만 SI는 구조상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법안이 시행되면 SI, 건설, 물류, 상사 등 분야 계열사 상당수가 규제의 틀 안에 묶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기업의 부당한 내부거래는 상법, 형법 등 기존 법률로도 충분히 제재할 수 있는데 왜 다른 규제를 신설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상당수 기업이 내부거래 과징금 부과 대상이 돼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대기업 최근 5년 순환출자 중 ‘순수 투자’ 0건

    지난 5년간 이뤄진 대기업의 신규 순환출자 20건을 분석한 결과 미래사업을 위한 투자는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모두 부실계열사 지원이나 편법 상속·증여, 재벌총수의 지배력 강화 등을 위해 순환 출자가 악용됐다. 순환 출자를 금지하면 신규 사업 등에 지장을 준다는 재계의 논리가 허구란 사실이 여기에서 증명된다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직격탄을 날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8일 발표한 ‘신규 순환 출자 형성 원인’ 자료에 따르면 2008~2012년 이뤄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의 신규 순환 출자 20건 중 신규사업, 기업인수 등 순수한 투자 목적은 한 건도 없었다. 전체의 80%인 16건은 새로운 자금 투입이 전혀 없이 기존 지분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주주 구성과 지분 비율만 바꾼 구주(舊株) 취득 방식의 출자였다. 나머지 4건(20%)만 신주(新株) 취득 방식의 유상증자였다. 사유별로는 부실해진 기존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의 순환 출자가 8건으로 가장 많았고 편법 상속·증여 3건, 상법상 규제 회피 2건, 지배력 강화 2건 등이었다. 전체의 75%인 15건에서 법률상 허점을 악용한 편법이 동원됐다. 특히 편법 상속·증여는 대기업 총수가 자기 주식을 결손이 난 법인에 무상으로 제공한 다음 2~3세가 이 회사를 합병하는 방식이 주로 동원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 2세에게 직접 주식을 줬을 때 내야 하는 증여세 납부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일종의 탈세”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새로운 자료를 공개하며 기업들을 압박하고 나선 것은 신규 순환 출자 금지에 대한 재계의 저항이 거세기 때문이다. 노대래 공정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경제정책포럼 강연에서 “신규 순환 출자 금지로 기업 인수가 곤란해지고 투자가 위축된다는 재계의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면서 조속한 통과를 요청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권혁 변호사의 행정법 판례 강의 (34)] 분할 전 회사의 위반행위 관련 신설사에 과징금 부과는 위법

    오늘 살펴볼 판결은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의 승계에 관해 판단한 대판 2006두18928판결이다. 사안을 먼저 간략히 살펴보기로 하자. 대우중공업㈜이 분할되어 대우종합기계㈜가 설립되었고, 다시 두산인프라코어㈜로 회사명이 변경되었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종전 대우중공업㈜이 지게차 가격 인상을 담합하기로 했다는 점에 대해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오늘 논의의 전개는 ①회사 분할의 경우 책임의 승계 ②영업양도인에 대한 제재 사유가 영업양수인에게 승계되는지 여부 ③영업양도와 회사 분할 책임의 승계를 비교하는 순서로 하려 한다. 먼저, 회사 분할에 대해 살펴보면 상법에서는 분할되는 회사의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해 분할로 인해 설립되는 신설회사와 존속회사는 분할 전의 회사 채무에 관해 연대책임을 지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제530조의 9 제1항). 회사 분할은 회사의 합병과 반대의 과정이지만 채무의 승계 등에 대해서는 거의 유사하다. 위와 같이 회사 분할 시 기본적으로 채무 승계의 원칙이 규정되어 있다는 것 등을 이유로 하여, 오늘 판결의 원심에서는 분할 전 대우중공업㈜의 위반행위에 대한 책임을 분할 후 두산인프라코어㈜에도 물을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하지만 회사 분할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의 자산 및 채무 배정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특별결의를 거친 경우에는 신설회사가 분할되는 회사의 채무 중에서 출자한 재산에 관한 채무만을 부담할 것을 정할 수도 있고, 신설회사는 분할하는 회사의 권리와 의무를 분할계획서가 정하는 바에 따라 승계하도록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이 사건 과징금으로 돌아오면, 과징금을 부과하는 대상 행위는 분할 전 회사의 위반행위이고, 이는 단순한 사실행위에 불과할 뿐이며 과징금과 관련하여 신설회사에 승계의 대상이 되는 어떠한 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오늘 판결에서는 분할 전 회사의 위반행위에 대하여 신설회사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대판 2001두1611 판결 등에서는 대물적 허가는 양도가 가능하고, 허가 양도시에 양도인에 대한 제재 사유가 양수인에게 승계된다고 본다. 따라서 영업양도인이 유사석유판매금지 의무를 위반했고, 양수인이 경매로 석유판매사업자의 지위를 승계한 경우에도 행정청은 영업양수인에 대해 양도인의 위반행위를 이유로 사업정지 등의 처분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위 판결 이외에도 제재 처분의 승계에 관한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양도인의 위반행위에 대해 양수인에게 제재 처분을 하는 것은 적법하다는 판결은 다수 선고되었다(대판 2001두1611 등). 그런데 회사 분할과 영업 양도의 성격을 비교해 보면 모두 채무가 승계될 수 있는 점은 같지만 영업양도의 경우에는 상호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에만 양수인이 제3자의 채권에 대해 변제할 책임이 있고, 영업양수인은 채무 없음을 등기하거나 제3자에게 통지하여 그 책임을 면할 수도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영업양도보다 회사 분할이 채무 승계에 근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늘 판결은 기존에 영업 양수인에 대해 양도인의 위반행위에 대한 책임을 승계하는 규정이 없음에도 이를 폭넓게 인정해 온 법원의 태도를 바꿀 여지를 보인 것이라고 본다. 학설 중에는 위반행위는 인적 사유일 뿐이고 사실행위에 불과하므로, 양도인의 위반행위를 이유로 양수인에게 그 승계를 인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 [김문이 만난사람] 자유로운 영혼의 풍류 피아니스트 인생 40년 임동창

    [김문이 만난사람] 자유로운 영혼의 풍류 피아니스트 인생 40년 임동창

    우리가 흔히 장난스럽게 하는 말이 있다. ‘놀고 있네’이다. 하는 행동이나 몸짓에 대한 빈정거림의 뜻으로 들린다. 그런데 어설픈 것이 아니라 ‘제대로 놀고 있다’면 뭐라고 해야 할까. ‘아무것도 헐 것이 없구나/그저 놀기만 허면 되는 것을…/논다는 것은 삶을 흐르게 두는 것이며/바람과 하나 되는/숨결을 이루는 것이다/이것이 풍류다.’ 피아니스트 임동창씨가 읊어 대는 논다는 것에 대한 ‘허튼소리’다. 그에게 피아니스트, 작곡가, 허튼가락 창시자, 수도승 중 어느 것이 제일 맞느냐고 하면 항상 ‘노는 사람’이라고 대답한다. 17살 때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을 보고 ‘허무’와 ‘안타까움’을 느꼈고, 몰입과 몰아의 과정을 거쳐 자유로운 영혼의 열쇠로 ‘풍류’의 세계를 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신명의 소리를 만드는 천재 작곡가라는 말과 함께 세상의 모든 음악을 자유롭게 유희하는 풍류 피아니스트라고 한다. 클래식, 국악, 가요, 가곡, 불교음악 등 그의 음악은 자유자재로 경계를 넘나든다. 2012년에는 서양에서 유입된 지 100년이 넘은 피아노를 국악기로 만든 ‘임동창 피앗고’를 내놓아 평단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렇게 살아온 그의 음악 인생이 올해로 40년을 맞고 있다. 15살 때 무당 신내림 받듯 피아노 공부를 시작했고 17살 때 주체할 수 없이 터져 나오는 악상으로 작곡에 빠져들었으며 20살 때 피아노 페달에 구멍이 난 후 피아노로부터 자유로워진다. 그 다음은 출가로 이어지고….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분수대 앞에서 그를 만났다. 까만 티셔츠에 헐렁한 흰색 바지, 그리고 분홍색 양산을 썼다. 머리는 유약을 바른 도자기처럼 빛났다. 양산이 썩 잘 어울린다고 하자 머리를 쓱쓱 만지면서 “여름날 양산을 안 쓰면 머리가 너무 뜨겁다”며 파안대소. 이것저것 거두절미하고 ‘임동창의 풍류’란 무엇인지 물었다. “제가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네 가지 숙제가 있습니다. ‘자유로운 연주’, ‘오롯한 내 음악’, ‘사랑이란 무엇인가’, ‘이 뭐꼬?’ 등이지요. 나이 50이 넘어 겨우 끝냈고 제 인생의 족쇄가 풀렸습니다. 숙제를 끝낸 어린 아이와 다를 바 없지요. 지금까지 살아온 제 삶의 결정체가 바로 풍류입니다. 어떻게 해야 건강하고 행복하고 아름답고 신명 나게 살 수 있을까에 대한 제 나름의 답이지요.” 인간의 본성에는 하늘의 이치, 자연의 이치, 즉 풍류성이 본디 들어 있다는 그는 풍류성을 깨어나게 해서 사느냐, 잠든 상태로 사느냐 하는 것이 문제이며 “풍류성이 안 깨어나면 불감증으로 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풍류성을 깨워서 아름답게 건강하게 신명 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음악 속에, 핏속에 그 절대자유의 에너지 풍류가 녹아 있으며 그가 풀어낸 ‘허튼가락’도 바로 이러한 풍류에서 비롯됐음은 물론이다. ‘허튼가락’은 틀에 박힌 박자를 허문 순수한 내면의 소리, 즉흥의 소리, 자유의 소리를 말한다. 그는 2010년 이 같은 새로운 장르의 음악 ‘동창이 밝았느냐’를 발표하면서 주목을 끌었다. “사람의 마음과 몸은 직선 활동을 합니다. 이 직선 활동은 에너지가 있어 얻는 것이 많아 보이겠지만 하나도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곡선 활동은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는 듯하나 단 하나도 내 손 안에 잡히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보이는 것은 물이 흐르듯, 보이지 않는 것은 바람이 불듯 이것이 ‘허튼가락’이지요.” 그는 ‘풍류학교’를 전북 완주에 곧 설립한다. 7년 전 충남 서천의 한 중학교에서 음악 영재들을 위해 방과후 학습으로 ‘풍류’ 프로그램을 선보인 적이 있다. 이때 부모 자식 간 불통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실감하고 ‘마음이 통하는’ ‘사랑으로 통하는’ 그런 풍류학교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제가 풍류학교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풀어짐’입니다. 풀어짐만이 사랑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그래서 제가 정리한 몸짓, 마음짓, 흥짓으로 몸을 풀고 머리를 텅 비우고 어두운 감정의 찌꺼기들을 날려 버리는 ‘푸는 법’을 가르치려고 합니다. 풀어져 저절로 몰입이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사랑을 회복할 수 있거든요. 아울러 학생들의 재능과 꿈을 찾아 주는 일도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지금의 남원 생활을 정리하고 올가을 완주로 터전을 옮기게 되면 “세계 최초의 풍류학교를 본격적으로 꾸려 나갈 예정”이라며 의욕을 보인다. 그가 풀어낸 네 가지 숙제 가운데 ‘이 뭐꼬?’에 대해서는 “인천 용화사 행자승 시절 송담 스님한테 ‘이것이 무엇인고’라는 화두를 받을 때였다. 수식관을 할 때 수를 세었던 그 자리에 경상도 사투리로 줄여서 ‘이 뭐꼬?’라는 질문을 수없이 던지면서 풀어낸 것이었다”면서 ‘이 뭐꼬?’는 소리도 듣고, 냄새도 맡고, 돌도 고르고, 붙잡으면 달아나고, 놔 주면 돌아오고 결국 피아노 치는 것과 너무도 똑같으며 해도 해도 끝이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군산 바닷가에서 태어난 그가 피아노와 처음 만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당시는 수업이고 뭐고 관심이 없던 개구쟁이 시절이었다. 하루는 친구들과 신나게 떠들고 있을 때 음악 선생님이 ‘고향집’이라는 노래를 피아노로 연주했다. ‘고향집에 홀로 계신 어머님 그리워~.’ 아무도 관심이 없었지만 그에게는 이때까지 느껴 보지 못한 짜릿한 전율이 일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음악 선생님한테 달려가 막무가내로 음악실 열쇠를 잠시만 달라고 했다. 건반을 이리저리 눌러 봤다. 신기하게 악보도 없이 ‘고향집’이 비슷하게 흘러나왔다. 둘째 날도 그랬다. 왼손을 두 배로 빠르게 쳤다. 완전히 신이 났다. 이후 머릿속에는 온통 피아노 생각뿐이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학교 수업은 뒷전으로 하고 피아노 연습에만 몰두했다. 낮에는 이길환 선생한테 레슨을 받고, 저녁에는 교회 피아노로 연습을 하고, 밤에는 계단 틈에서 잠을 잤다. 그러다 보니 고3 때 자퇴 처리가 됐고 야간학교에 진학해 겨우 고교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그는 고교 졸업 무렵 한양대에서 열린 제1회 ‘월간음악’ 콩쿠르에서 고등부 1위를 차지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는 무대에서 꼼짝없이 얼어버렸던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왜 얼었을까.’ 20살이 되면서 그는 어느 날 몸과 마음이 완벽하게 풀어진 상태에서 피아노를 쳐 보았다. 손가락이 건반을 치면 소리가 난다는 사실이 새삼 신비스럽게 느껴졌다. 한 음 한 음을 칠 때마다 그 신비로움이 텅 빈 자신의 몸을 채웠다. 마치 신이 내리듯 영혼이 자유로워졌다. 피아노를 시작한 지 5년 만의 일이었다. 그는 고등학교 때 좋아하던 여학생을 집에 바래다주던 중 밤하늘의 별을 보고 영감을 받아 독학으로 작곡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그러나 마음대로 잘 되지 않았다. 불교책 2권을 읽고 ‘나를 알아야 나의 음악을 작곡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출가를 하게 된다. 용화사에서 9개월 동안 공양주로 지낸 뒤 상법 스님을 은사로, 송담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받았다. 법명은 ‘보림’(寶林)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입대 영장을 받게 됐다. 논산훈련소에서 신병교육을 받다가 피아노 실력을 인정받아 영천에 있는 육군 제3사관학교 군악대에 배치받았다. 그런데 절에 있을 때 수행했던 ‘이 뭐꼬?’가 안 돼 탈영을 결심했다.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던 중 고향에 계신 어머니를 꼭 봐야 한다는 핑계로 2박3일 특별휴가를 얻었다. 부대를 빠져나온 그는 먼저 피아노를 가르쳐 준 이길환 선생한테 인사드리고 용화사에 올라가 군복, 군화, 군번줄, 군모 등을 모두 아궁이에 넣어 태워 버렸다. 승복으로 갈아입은 후 고향으로 내려가 시청으로 가서 대뜸 본인 사망신고를 하러 왔다고 말했다. 될 일이 아니었다. 다시 용화사로 발길을 옮겼다. 진허 스님이 “군대생활 3년도 못 하는 사람이 어찌 평생 중노릇을 하겠는가”라고 꾸짖었다. 결국 부대로 들어가 일주일 동안 자대 영창 신세를 진 뒤 한 달간 대구에 있는 5관구 헌병대 감옥에서 지냈다. 이때 하루 종일 가부좌를 튼 채 ‘이 뭐꼬?’를 했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석가모니였다. 군 복무를 마치고 사회에 나온 후에는 재즈와 작곡 공부를 다시 했다. 아울러 서울시립대 작곡과에 진학했다. 대학에서는 작곡 공부뿐만 아니라 지휘 공부도 하게 된다. 대학 2학년 때에는 김자경 오페라단에서 지휘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졸업 후에는 연극 음악을 했다. 국립극단의 ‘넋씨’를 비롯해 ‘왕자호동’, ‘메디아’, ‘봄날의 꿈’ 등에 참여했다. 그가 머리를 지금처럼 빡빡 밀기 시작한 것은 대학을 졸업하면서였다. 속세와의 인연을 끊기로 다짐했다. 이후 그의 인생은 오롯이 음악만을 향했다. 그는 지금도 컴퓨터를 안 쓰고 휴대전화도 없다. 굳이 이유를 말한다면 자유롭게 음악적 구도자의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까. 인터뷰를 마치면서 꿈을 물었더니 “음악에 진정성 있는 젊은이들을 발굴해 세계를 감동시키는 음악을 하게 하는 것”이라며 웃는다. 다음 달 16, 17일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 등 올 한 해에도 서울과 지방에서 임동창의 신들린 연주는 계속된다. 선임기자 km@seoul.co.kr ■임동창은 누구 1956년 군산에서 태어났다. 15살 때 피아노 공부를 시작했다. 17살부터 독학으로 작곡 공부를 했다. 21살 때 인천 용화사로 출가했다. 법명은 보림. 30살에 서울시립대에 입학해 작곡을 전공하며 최동선·박인호 선생을 사사했다. 35살 때 김덕수 사물놀이를 만나 국악의 최고 명인·명창들과 함께 공연하면서 국악을 심도 있게 탐구하기 시작했다. 45살 때 모든 외부 활동을 접고 ‘수제천’을 소재로 작곡에 전념하면서 1년 2개월 동안 500여 페이지를 작곡했다. 46살 때 ‘텅 비워져 조상을 만났다‘라는 허튼가락 장르를 개척한 뒤 영산회상, 여민락, 대취타, 전래동요, 민요, 산조 등을 새롭게 작곡했다. 51살에는 제자들과 재즈 무대를 펼쳤다. 55살 때에는 ‘임동창의 풍류, 허튼가락’ 작품곡집 중 1~6권을 출간했다. 대표 앨범으로는 ‘임동창’(1993년), ‘오이디푸스와의 여행’(1997년),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1997년), ‘이생강 임동창의 공감’(1998년), ‘영산회상’, ‘경풍년/염양춘/수룡음’, ‘수제천’(2010년), ‘1300년의 사랑 이야기1-정읍사’(2011년), ‘1300년의 사랑 이야기2-달하’(2012년) 등이 있다. 주요 저서는 ‘임동창 풍류 마음의 거울’, ‘임동창 풍류 사랑의 거울’, ‘임동창 풍류 거울 경’(2011년), ‘노는 사람 임동창’(2013년) 등이다.
  • 정치풍자 영화 찍었다가 ‘풍비박산’

    박정희 대통령 시절 상영이 금지된 정치풍자 영화 ‘잘 돼 갑니다’ 제작자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청구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부장 심우용)는 영화 제작자 김상윤씨의 자녀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김씨는 1967년 김지미, 박노식, 허장강 등 당대 유명 배우들을 캐스팅해 당시 돈으로 4000만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영화를 제작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주변 참모들에게 국정이나 시국 상황을 물을 때마다 “잘 돼 간다”는 형식적인 거짓말을 듣고 그대로 믿었다는 내용으로 정권을 풍자하고 비판하는 영화였다. 그러나 당시 공보부는 여러 번 영화 내용을 고치라고 지시하다 1968년 상영 부적합 통보를 했다. 결국 김씨는 1975년 영화가 극장에 걸리는 것을 보지 못한 채 숨졌다. 김씨의 부인인 홍모씨는 1988년 당시 문화공보부의 상영 허가를 받고 이듬해 상영했지만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지난해 9월 김씨의 자녀들은 “부친이 영화 상영금지 조치에 울화병으로 사망했고, 아들 한 명은 청와대를 항의방문했다가 경찰에 두들겨 맞고 정신분열증을 앓게 됐다”면서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한 가족이 몰락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그러나 “국가배상법상 배상청구권은 5년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시효가 다해 소멸한다”며 “유족이 민주화보상위원회에 보상금을 신청한 2000년부터 12년이 지난 뒤 제기된 소송에 대해서는 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한편 김씨 유족은 민주화보상위원회에서도 민주화 운동 사실만을 인정받았을 뿐 보상금은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29일 행정사 첫 자격시험…합격 전략은

    29일 행정사 첫 자격시험…합격 전략은

    1961년 도입돼 1995년 ‘행정서사’에서 ‘행정사’로 명칭이 바뀐 행정사 첫 자격시험이 오는 29일 치러진다. 행정사 1차 시험의 과목은 민법(총칙), 행정법, 행정학 개론이다. 모두 객관식으로 한 과목당 20문제를 한 시간 안에 풀어야 하고, 한 문제당 점수는 5점이다. 19일 행정사 자격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300명을 선발하는 사상 첫 시험에 1만 2842명이 응시했다. 공무원으로 10년 이상 일하거나, 6급 이상 공무원으로 5년 이상 일하면 시험 없이 행정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올해 행정사 자격증을 신청한 공무원은 7만여명에 가깝다. 자격증 시험이 면제되는 공무원들은 기본소양교육 1주, 실무수습교육 3주를 받고 사무소가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업무 신고를 하면 행정사로 일할 수 있다. 행정사 자격시험의 민법 과목에 대해 박문각종로고시학원의 조민기 강사는 “국가고시에서 민법 과목은 순수한 이론 문제보다는 실제 분쟁해결 능력을 묻는 추세”라며 “민법총칙은 양이 많고 내용 또한 어려워 꾸준히 공부해야 하지만, 객관식 문제를 잘 풀려면 요령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 강사는 “단순한 조문 문제는 반드시 맞혀야 하므로 총 184개의 민법총칙 조문을 자주 반복해 읽어야 한다. 이론 문제는 각 제도의 요건과 효과를 키워드 중심으로 간단히 정리해 두고, 교과서의 판례는 사실 관계를 중심으로 판단의 근거와 결론을 꼭 암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험을 앞두고는 실제 시험처럼 한 시간에 세 과목을 푸는 연습을 하고, 자주 틀리는 지문은 간단히 오답 노트를 만드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행정법 과목에 대해 김욱 교수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5의 책임, 국가배상청구절차, 하천구역 편입 토지에 대한 손실보상청구,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인 것과 처분이 아닌 것, 협의의 소익, 행정소송 제기 기간, 경찰 책임의 원칙, 공물의 소멸, 결격사유가 있는 자에 대한 공무원 임용, 공용수용의 일반절차 등을 꼭 암기해야 할 사항으로 꼽았다. 또 행정법의 일반원칙, 행정법의 시간적 효력, 공법관계와 사법관계의 예, 시효, 부당이득, 법규명령 형식의 행정규칙과 법령보충규칙, 기속행위와 재량행위, 부관의 종류, 부관의 독립소송 가능성, 불가쟁력과 불가변력, 하자의 승계, 침익적 처분의 절차, 정보공개 청구 거부에 대한 불복, 공법상 의무 불이행과 행정상 강제집행의 가능성, 행정대집행, 질서위반행위규제법의 주요 내용 등도 공부해 두어야 할 사항으로 들었다. 행정학 과목에 대해 이권 강사는 “행정학은 방대하지만 전체적으로 7개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어 지방행정에서 1문제, 행정 환류에서 1~2문제 정도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기초이론 가운데 정부와 시장에서 2문제, 정부와 시민사회에서 1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크며, 행정이념에서는 1~2문제, 행정학 주요 이론에서는 2문제 정도 출제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기초이론 편에서 5~6문제가 출제되면 나머지 정책학, 조직론, 인사행정, 재무행정 분야에서 각각 3~4문제가 출제된다고 봐야 한다. 그는 “인사, 재무보다는 정책학, 조직론에서 좀 더 출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1차 시험에 합격하면 10월 12일 논술형 4과목으로 이루어진 2차 시험을 치르게 된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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