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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 하루, 부산 상륙작전

    단 하루, 부산 상륙작전

    꽃 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다. 무작정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KTX에 몸을 실었다. 동백섬이 선연하게 보이는 해운대는 싫었다. 대신 자갈치 아지매가 손짓하는 ‘남포동’과 부산 속 작은 섬인 ‘영도’를 단 하루 만에 돌았다. 화통한 남포동 꼬불꼬불 미로엔 ‘없는 게 없다’ 부산에 몇 년을 살았다는 이유로 “눈을 감고도 ‘부산 가이드북’ 정도는 쓸 수 있다”고 종종 허풍을 떤다. 그건 부산을 아끼고 좋아하는 내 마음의 표현법이었다. 누군가 부산 여행을 도와 달라 손을 내밀기라도 하면, 나는 넓은 오지랖을 쫙 펴곤 여행 멘토를 자처했다. 부산 초보자의 단골 질문 중 하나는 “부산역에서 해운대까지 멀어?”다. 멀다. 부산역에서 해운대까지 지하철을 타면 최소 45분이 걸린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해운대에선 맨얼굴의 부산을 느낄 수 없다. ‘짠’하고 ‘찐’한 부산을 만나고 싶다면, 부산역에서 신평행 1호선 지하철을 타면 된다. 부산역에서 지하철로 5분이면 남포역과 자갈치역에 도착한다. 큰 도로를 중앙에 끼고 왼쪽이 자갈치시장, 오른쪽이 남포동이니 두 역 중 어디에 내려도 무관하다. 그곳엔 “어서 오이소” 하고 두 팔을 내젓는 부산이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정신없이 돌아가는 남포동엔 없는 게 없다. 먹을 것도 ‘천지 삐까리매우 많다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 입을 것도 ‘천지 삐까리’, 볼 것도 ‘천지 삐까리’. 남포동의 초입은 대영시네마와 메가박스 부산극장이 마주 보고 서 있는 ‘BIFF부산국제영화제’ 광장. 광장에는 현재 영화인 48명의 손이 박제돼 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는 베니스영화제 황금 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 프랑스의 뤽 베송 감독과 배우 이자벨 위페르, 홍콩의 욘판 감독도 핸드 프린팅 대열에 합류했다. 남포동 인근의 낡은 극장에서 시작된 ‘작은 영화제’ 앞에는 이제 ‘국제’라는 호칭이 붙는다. 보물찾기 게임을 하는 심정으로 좋아하는 영화인의 손도장을 찾다 정신을 차리니 구불구불한 골목 안이었다. 얼키설키 뒤엉킨 골목은 거대한 미로 같았다. 지하철역을 등지고 남포동 BIFF광장에 서면, 앞으로 창선동 먹자골목이 펼쳐지고 왼쪽으로 부평동 족발골목, 오른쪽으로 광복동 패션거리가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노릇노릇한 씨앗호떡과 굵직한 부산 떡볶이가 차려진 노점상을 비집고 쭉 직진하면 ‘아리랑거리’다. 목욕탕에서나 볼 수 있는 자그마한 의자에 몸을 실은 사람들은 분주하게 비빔당면, 국수 등을 흡입하고 있다. ‘도떼기시장, 깡통시장’ 등 다양한 별명을 자랑하는 국제시장도 아리랑거리와 멀지 않다. 1945년 해방 이후 각종 군수 물자가 시장을 통해 풀렸는데, 지금도 국제시장에선 일제, 미제 등 각종 수입품이 팔리고 있다. 왁자지껄 수다스러운 남포동을 떠나 자갈치 시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되니, 찾아가기 참 쉽다. 오랜만에 찾은 자갈치 시장엔 여전히 사람 사는 냄새가 진동했다. 얼마 전 고인이 된 최민식 사진작가가 그리워졌다. ‘날 것의 사진’을 고집한 그가 왜 그토록 자갈치 시장을 사랑했는지, 시장 주변을 한 바퀴만 돌면 알 수 있다. 자갈치 시장은 펄떡이는 물고기의 마지막 몸부림처럼 언제나 역동적이다. “회 한 접시 먹으소.” 권하는 호객행위도 여기선 거추장스럽지 않고 정겹다. 자갈치 시장 뒤편에선 영도다리가 훤히 보였다. 1 자갈치시장에선 영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시장 주변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손길이 분주하다 2 신신한 해산물이 가득한 시장 남포동 길거리 음식 트로이카 씨앗호떡 BIFF광장엔 긴 줄이 여기저기 늘어서 있다. 사람들이 줄을 서는 이유는 단 하나. 씨앗호떡을 먹기 위해서다. 기름이 흥건하게 둘린 판 위에 찹쌀 반죽을 떨어뜨리면 금세 오동통하게 부풀어 오른다. 호떡의 가운데를 가위로 쭉! 그 속으로 땅콩, 해바라기 씨 등의 견과류가 두둑하게 들어간다. 뜨끈뜨끈한 호떡을 한 입 베어 물면, 쫀득한 찹쌀이 입 안에 엉겨 붙고 견과류가 오도독 씹힌다. 위치 부산시 중구 남포동 5가 BIFF광장 일대 가격 900~1,000원 비빔당면 국수만 비벼 먹는 건 아니다. 새하얀 당면도 부산에서는 새빨간 양념 옷을 입는다. 들어가는 내용물은 거창하지 않다. 면과 양념장을 분주하게 섞은 뒤 토핑으로 올라온 김치, 시금치를 곁들여 젓가락질 하면 된다. 위치 부산시 중구 창선동 2가 아리랑거리 일대 가격 2,000원 충무김밥 속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김밥’과 함께 부추 김치, 무 김치, 오징어 무침이 반찬으로 나란히 따라 나온다. 하얀 종이가 깔린 쟁반 위로 검정, 빨강의 조화는 참 곱다. 정신없이 김밥 하나, 반찬 하나를 떠 먹는 동안, 할머니의 칼칼한 목소리가 들린다. “오징어는 남기지 말고 다 챙겨 무래이, 안 그럼 혼낸다.” 위치 부산시 중구 창선동 2가 아리랑거리 일대 가격 3,000원 영도등대는 태종대 여행의 메인요리다 ©나명선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수줍은 영도 한 맺힌 다리 너머, 외로운 섬 가수 현인의 노래 <굳세어라 금순아>의 화자는 영도다리를 서성이는 어느 사내다. “일가친척 없는 몸이 지금은 무엇을 하나…금순아 보고 싶구나. 고향 꿈도 그리워진다.” 흥남부두에서 누이 금순이의 손을 놓친 오라비는 영도다리 난간 위에 걸린 외로운 초승달을 보며 흐느꼈을 것이다. 어디 금순이와 금순이의 오라비만 헤어졌을까.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그때, 피란민들은 하나같이 “영도다리에서 만나자”고 간절한 주문을 외웠다. 언제 만날지 모르는 잔인한 약속은 마음의 덫이었다. 희망고문에 시달리던 사람들은 너덜너덜해진 가슴을 부여잡고 영도다리를 서성거렸다. 오늘은 오려나, 내일은 오려나…. 자갈치 시장에서 버스를 타고 피란민의 애끓는 애환이 덕지덕지 붙은 영도다리를 건넜다. 그림자가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말절영도·絶影島이 살았다는 섬이 바로 영도다. 실제 신라시대부터 조선 중기까지 영도에선 말이 자랐다고 한다. 신석기 사람들에게도 영도는 살기 좋은 고장이었다. 신석기 유적인 ‘동삼동 패총’은 영도의 역사를 말해 준다. 국립 해양대학교 입구에 들어선 동삼동 패총 박물관에 바로 그 ‘패총’이 잠들어 있다. 먼 길을 온 여행자가 영도까지 찾아드는 이유는 뻔하다. 신라시대 태종 무열왕이 활을 쏘곤 했다는 ‘태종대’가 영도에 있기 때문이다. 바다를 배경으로 달리던 버스가 태종대에서 멈췄다. 나는 태종대와 무려 세 번이나 만났다. 자갈마당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직접 싼 도시락을 먹었던 기억, 태종대 축제에서 반딧불이를 봤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변한 건 하나도 없었다. ‘太宗臺태종대’라 쓰여 있는 묵직한 대형 돌덩이도 그대로였고, ‘다누비’ 열차도 여전히 손님을 태우고 씽씽 달리고 있었다. 나지막한 경사를 따라 쭉쭉 뻗은 나무가 조성돼 있고 그 사이사이로 살짝살짝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보여줄 듯 말 듯 애간장을 녹이던 바다는 남항 조망지에서 인심을 썼다. 부산의 대표 항구인 남항이 한눈에 들어오는 ‘남항 조망지’는 야경 촬영지로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남항 조망지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쓸 필요는 없다. 조금만 발길을 옮기면, 태종대 최고의 명당인 전망대와 영도등대가 나오니까. 전망대엔 두 아이를 끌어안은 모자상이 세워져 있다. 전망대로 나가면 모자상의 비밀이 풀린다. 고개를 빼꼼 내밀자 신선이 노닌다는 신선바위와 자살바위가 양쪽으로 보였다. 모자상을 세운 건 다 자살바위 때문이다. 한때 한 해 평균 30명이 자살바위 인근에서 목숨을 끊었는데, 신기하게도 모자상을 세운 뒤로는 자살 횟수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주전자를 닮았다 하여 이름 지어진 ‘주전자섬’은 스토커처럼 끈질기게 내 눈을 따라다녔다. 어느 지점에서 보든 바다 위에는 주전자섬이 떠 있었다. 전망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바다의 정중앙엔 주전자섬, 그 뒤로 대마도, 거제도가 나란히 서 있다. 물론 대마도와 거제도는 날씨가 쾌청한 날에만 볼 수 있는 귀한 손님이다. 당일치기 여행이라 마음이 급하겠지만 영도등대는 놓쳐선 안 된다. 영도등대를 봐야 태종대를 다녀갔다고 ‘인증’할 수 있다. 1906년 설립된 영도등대는 벌써 100살이 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당당했다. 태종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육지와 바다의 경계가 불투명해졌다. 어느덧 기차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영도등대 위에 자리한 태종사는 끝내 오르지 못하고, 다시 뭍으로 나가는 버스에 올라야 했다. 버스를 타고 영도다리를 지나던 순간, 신기하게도 배 멀미를 느꼈다. 1 영도등대 일대는 예술이 꽃피는 문화공간이다 2 바다가 펼쳐지는 태종대 산책로에선 봄을 만끽할 수 있다 3 여행객을 태우고 씽씽 달리는 다누비 열차 글·사진 구명주 기자 취재협조 한국관광협회중앙회 www.koreatravel.or.kr 태종대 짬뽕 태종대에 도착하면 범상치 않은 중화 요릿집이 하나 버티고 있다. 이름부터 정직한 ‘태종대 짬뽕’. 문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손님이 많은 걸 보니, ‘맛집’이 분명하다. 짬뽕을 주문하면 종업원의 질문이 되돌아온다. “태종대 짬뽕 맞지예?” ‘태종대’ 세 글자에 유독 힘을 싣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살이 오른 꽃게, 입을 살짝 벌린 홍합, 도톰한 오징어 등…. 국물을 한 입 떠 먹으면 “살아있네.”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주말에는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2~3시에도 손님이 줄어들지 않는다. 빨리 후루룩 먹고 일어나는 건 암묵적인 예의다. 찾기도 쉽다. 버스 정류장에서 태종대 입구 쪽으로 걸어가면 왼편으로 식당이 보인다. 주소 부산시 영도구 동삼 2동 986-9 문의 051-405-2992 대표메뉴 일반 짬뽕 4,500원, 태종대 짬뽕 6,000원, 태종대 짜장 5,500원, 하얀 짬뽕 6,000원 ▶travie info 추천 여행사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를 타면 약 3시간. 비싼 기차 비용을 들여서 내려갔건만, 초행길이라 헤매면 곤란하다. 더구나 주말이면 부산행 티켓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수도권 거주자라면 열차 티켓부터 현지 이동까지 도와주는 여행사의 힘을 빌려도 좋다. 기차 상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홍익여행사는 다양한 부산 여행 상품을 갖추고 있다. 상품가격도 KTX 왕복 비용과 크게 차이나지 않아 저렴한 편이다. 문의 홍익여행사 www.ktxtour.co.kr 02-717-1002 태종대 탐방 코스 태종대를 돌아보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걷기, 다누비 탑승, 유람선 탑승. 이중에서 4.3km의 순환도로를 운행하는 열차 ‘다누비’를 타면 태종대 관광은 훨씬 편하다. 단, 주말이면 탑승객이 워낙 많아 기다리는 시간이 꽤 길다. 주요 코스 광장 승차장→태원자갈마당→구명사→전망대→영도등대→태종사→정문 입구 하차장 탑승료 1,500원 부산역에서 태종대 가기┃1호선 9번 출구, 시내버스 88번, 101번 남포역에서 태종대 가기┃1호선 6번 출구, 시내버스 8번, 30번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미주통신] 허리케인 ‘샌디’ 이름이 영원히 사라진 이유

    [미주통신] 허리케인 ‘샌디’ 이름이 영원히 사라진 이유

    지난해 미국 동북부 해안 일대에 치명적인 피해를 줬던 허리케인 ‘샌디’가 허리케인 이름 리스트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됐다고 세계기상기구(WMO)의 허리케인위원회가 밝혔다. 허리케인 ‘샌디’는 특히 뉴욕, 뉴저지 주에 상륙하면서 해안지대 주택가에 엄청난 위력을 가했으며 사망자만 285명에 500억 달러 이상의 손해를 입혔다. 세계기상기구는 매년 발생하는 허리케인의 이름을 미리 선택해 놓은 남녀의 이름을 사용하여 6년을 주기로 해당 허리케인의 이름으로 명명해 왔다. 하지만 막강한 피해를 준 악명 높은 허리케인의 이름은 사람들에게 남는 상처가 깊어 이른바 명예의 전당에 남겨지며 재사용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에는 막강한 위력을 발휘한 ‘샌디’가 유일한 주인공이 되었다. 2005년에는 엄청난 피해를 준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명예의 전당으로 은퇴한 바 있으며 ‘샌디’는 1954년 이래 77번째로 은퇴한 악명 높은 허리케인 이름으로 등록되었다고 세계기상기구는 밝혔다. 2018년부터 다시 사용될 허리케인 리스트에는 ‘샌디’를 대신해 ‘사라’의 이름이 사용된다고 세계기상기구는 덧붙였다.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시진핑, 남중국해 해군 시찰… 분쟁국에 ‘경고’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남중국해 관할 해군 함정에 올라 장병들을 격려했다. 남중국해에서 고기잡이하는 하이난(海南)성 어촌을 깜짝 방문한 데 이어 관할 해군부대까지 시찰함으로써 남중국해 이슈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필리핀·베트남 등 남중국해 영토분쟁 상대국들을 향한 ‘경고’ 메시지로도 읽힌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12일 1면 등에 시 주석의 하이난(海南)성 싼야(三亞) 주둔 해군부대 시찰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중화권 언론들은 시 주석이 방문한 곳이 싼야의 위린(楡林)군항이라고 소개했다. 시 주석은 장병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강군 목표와 신념을 잊지 말고 이를 위한 헌신을 행동으로 옮겨 달라”고 주문했다. 반팔 군복 차림으로 나타난 시 주석은 직접 2만t급 상륙함 징강산(井岡山)호와 미사일호위함 웨양(岳陽)호·헝수이(衡水)호, 그리고 신형 잠수함 등에 직접 탑승했다. 이들 함정은 앞서 지난달 19일부터 16일간 남중국해에서 해양순시 및 원양훈련을 벌이며 ‘무력시위’에 나선 바 있다. 시 주석의 남중국해 관련 시찰은 보아오(博鰲)포럼 폐막일인 지난 8일 오후부터 이틀간 이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군항 시찰은 9일 있었다. 전날에는 하이난성 충하이(瓊海)시 탄먼(潭門)진의 어촌을 찾았다. 당시 시 주석은 직접 어선에 올라 어민들을 상대로 남중국해 조업의 안전 여부 등에 대해 상세하게 질문했다. 이에 어민들은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바다를 지켜내겠다”고 다짐했다. 중국 언론들의 이 같은 ‘늑장보도’는 시 주석 집권 후 사실상 처음이다. 일정 노출로 인한 경호 문제가 고려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남중국해 방문 효과의 극대화를 노린 ‘언론플레이’로 해석된다. 실제 중국 국가해양국은 이날 남중국해는 물론 동중국해와 서해 등 주변 해역에서 유전 개발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해양사업발전 12차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北, 전형적 살라미식 심리전

    북한이 남북 관계 전시상태 돌입 선언과 개성공단 폐쇄 위협 등 도발 발언을 잇달아 쏟아내며 한반도 위기 수위를 또다시 끌어올렸다. 대치 국면이 장기화될수록 ‘예측 불가능한’ 충돌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지난 30일 오전 ‘정부·정당·단체 특별성명’을 통해 “남북 관계는 전시 상황에 들어간다”고 선언했고, 오후에는 개성공단 담당 기관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 담화 형식으로 “우리의 존엄을 조금이라도 훼손하려 든다면 공업지구를 가차 없이 차단, 폐쇄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지난 3월 5일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정전협정 백지화’를 처음 공언한 이후 북한은 서울·워싱턴 불바다 발언(6일), 서해 5도 포사격 훈련(14일), 단거리 미사일 발사(15일), 국가급 상륙 훈련(25일), 군 통신선 차단(27일), 전략미사일 사격 대기 지시(29일) 등 가용한 카드를 한 장씩 꺼내는 ‘살라미 전술’과 일련의 무력 시위를 반복하고 있다. 북한의 이 같은 패턴은 한·미 양국에 ‘전쟁 공포증’을 부각시키며 정세 주도권을 쥐려는 전형적인 심리전으로 해석된다. 한편으론 단호한 지도자로서의 김정은 이미지 형성과 체제 결속을 위한 대내 정치용으로 분석된다. 전쟁 공포 심리에 따른 남측 여론의 분열을 조장한다는 측면도 있다. 한마디로 다목적 카드를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31일 “북측의 위협 의도는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이 직접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박근혜·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샅바 싸움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남북 간 대결 국면이 상호 적대감을 부추기는 ‘심리전쟁’ 양상으로 번지면서 불신→대치→도발 패턴이 악순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천안함 3주기(26일) 하루 전인 25일자 언론에 정부 소식통의 발언으로 북한의 국지 도발시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정밀 타격하는 계획이 수립됐다는 보도가 나간 게 대표적 사례다. 이에 북한 인민군 최고사령부는 26일 성명을 통해 “이 시각부터 모든 야전포병군을 1호 전투근무태세에 진입시킨다”며 반발했다. 북한이 ‘최고 존엄’이라는 표현을 내놓기 시작한 것도 이 시점이다. 정부 당국자의 경솔한 발언을 두고 미국 외교안보 매체인 포린폴리시는 “바보 같은 짓”이라는 원색적 표현과 함께 “동상이 전략적 목표냐”고 비판했다. 북한의 30일 개성공단 폐쇄 위협 성명에도 ‘존엄’이라는 단어가 재등장했다. 일부 언론에 북한이 ‘달러 박스’인 개성공단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자 북한은 “우리의 존엄이 모독되고 있다”고 반발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말하는 최고 존엄(김일성·김정일·김정은)을 감정적으로 자극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북한의 도발 명분이 될 수 있다”면서 “우발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위기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용어 클릭] ■살라미 전술 얇게 썰어 먹는 이탈리아 소시지 ‘살라미’에서 따온 말로, 주요 단계마다 잘게 쪼갠 위협 카드를 하나씩 내놓으며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전술을 가리킨다.
  • “北 도발시 美본토 전력까지 동원해 일거에 제압”

    “北 도발시 美본토 전력까지 동원해 일거에 제압”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잇단 도발 위협을 지속하는 가운데 군 당국이 유사시 한·미 합동 전력으로 제압하고 상륙·기동 훈련을 실시할 것이라며 맞대응하고 있다. 해병대는 31일 “한 차원 높은 전투태세를 위해 4월을 ‘전승결의의 달’로 지정해 교육훈련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번 주부터 전·평시 대비태세를 점검하고 포항 해병 1사단 위주로 이달 중 제주도와 경기 포천 일대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해병대 사령부는 백령도 등 서북도서에서 일일 1회 이상의 불시 상황조치 훈련과 거점 점령훈련, 공중 및 해상사격을 실시하고 미국 해병대 전력과 함께 4회에 걸쳐 상륙 훈련 및 기계화부대 실기동 사격을 실시한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지난 30일 북한의 잇단 대남 위협조치와 관련,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면서 “도발 시 우리의 모든 전력뿐 아니라 미국 본토의 전력까지 동원해 일거에 제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경기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워크숍에서 북한의 동향 및 대응태세를 보고하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은 30일 ‘정부·정당·단체 특별 성명’을 통해 “북남 사이에 제기되는 모든 문제는 전시에 준해 처리될 것”이라면서 “조선반도에서 평화도 전쟁도 아닌 상태는 끝장났다”고 주장했다. ‘정부·정당·단체 성명’이라는 형식은 북한이 통상 대남정책의 기조를 발표할 때 사용하는 형식으로 이는 실질적 선전포고보다는 남북관계의 단절을 강조하는 데 무게가 실린 것으로 풀이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분쟁지서 勢과시하는 中

    분쟁지서 勢과시하는 中

    남중국해 등 분쟁해역에서 중국 군의 공개활동이 부쩍 늘었다. 주권 수호 선서식을 갖는가 하면 섬 탈환 훈련 등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비공개 관행도 깨졌다. 이런 활동들은 군 기관지인 해방군보 등을 통해 상세하게 소개되고 있다. 31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으로의 권력 이양이 마무리된 이후 중국 해군의 분쟁해역에서의 활동이 증가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이 자국과 영토분쟁을 벌이는 이웃 국가들에 보내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라는 것이다. 실제 중국 해군은 남중국해를 관할하는 남해함대 주도로 연합기동함대를 구성해 지난 19일부터 남중국해와 서태평양에서 해양순시 및 원양 기동훈련을 벌이고 있다. 함대는 2만t급의 상륙함인 징강산(井岡山)호를 필두로 미사일 구축함 란저우(蘭州)호, 미사일 호위함 위린(玉林)호·헝수이(衡水)호, 헬리콥터, 육상 전투병력 등으로 구성됐다. 함대는 지난 26일 남중국해 최남단 암초 쩡무안사(曾母暗沙·제임스 사주)에 도착해 선상에서 남중국해 수호 선서식을 가져 주변국들을 긴장시켰다. 쩡무안사는 중국, 말레이시아, 타이완 등이 각기 영유권을 주장하는 지역이다. 이어 시사(西沙·파라셀)군도로 이동한 함대는 자국 어업관리선과 인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 단속을 협의했다. 앞서 지난 20일 시사군도 인근 해역에서 조업 중이던 베트남 어선에 중국 해군이 총격을 가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양국 간 외교공방이 벌어진 바 있다. 남중국해 활동을 마친 함대는 31일 서태평양으로 이동해 공해상에서 함포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중국 해군의 서태평양에서의 훈련은 최근 들어 더욱 빈번해지고 있으며 다분히 미국과 일본을 겨냥한 훈련으로 풀이된다. 중국 해군은 함대의 독자적 활동 이외에도 공군 등과 잇따라 남중국해에서 합동훈련을 전개해 주변국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중국 해군이 은밀했던 이전과는 달리 공개활동을 강화하는 것은 시 주석의 뜻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니러슝(倪樂雄) 상하이정법대 교수는 “시 주석은 영토분쟁에서 나약한 모습을 보여 국민적 지탄을 받았던 전임자들과는 차별된 모습을 보여 주려 한다”면서 “특히 태자당(당정군 혁명원로의 자제그룹) 출신이어서 영토분쟁에서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北 전력 의도적 노출? 단순 실수?

    의도적으로? 아니면 실수로? 북한이 29일 공개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긴급 작전회의 주재 사진에 북한의 주요 전력 현황이 노출돼 눈길을 끈다.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발행한 사진에는 ‘전략군미본토타격계획’이라는 제목의 작전 계획도가 나와 있다. 그 오른쪽에는 주요 전력의 현황이 일부 공개됐다. 잠수함 40척, 상륙함 13척, 소해함(기뢰전함) 6척, 보조함선(지원함정) 27척, 비행기종 1852대 등이다. 북한군의 주요 전력인데, 일부 전력 현황은 ‘2012 국방백서’에 공개된 것과는 차이가 있다. 국방백서에는 북한이 잠수함정 70여척, 상륙함정 260여척, 기뢰전함 30여척, 지원함정 30여척, 전투임무기 820여대, 감시통제기 30여대, 공중기동기 330여대, 훈련기 170여대 등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작전계획도에 그려진 직선들은 미 대륙 타격시 미사일 경로로 추정된다. 공개된 또 다른 사진에 김 위원장 뒤로 보인 해양 지도는 태평양 주둔 미7함대 움직임이나 예상 경로를 표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AFP 통신은 설명했다. 북한이 주요 전력 현황을 노출한 사진을 공개한 배경을 놓고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작전회의가 열린 장소는 우리 합동참모본부 청사 지하에 있는 군사지휘본부와 같은 곳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작전회의 장면을 촬영하면서 현황판에 나와 있는 주요 전력 현황을 단순히 실수로 내보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사진을 의도적으로 공개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군의 한 관계자는 “실수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북한이 군사력 정보를 왜곡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공개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이 유사시 미사일로 미국의 주요 지점을 타격한다는 위협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주요 전력 현황을 공개한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책상 위치를 바꿔가면서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이 사진 여러 장을 통해 드러나면서 다분히 의도적인 노출이 아니냐는 것이다. 반면 다른 군 관계자는 “북한이 작전회의 사실을 허겁지겁 보도하면서 빚어진 결과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北, 국가급 합동훈련 뒤 전투태세 격상… 南공격 준비 완료 과시

    北, 국가급 합동훈련 뒤 전투태세 격상… 南공격 준비 완료 과시

    북한이 천안함 사건 3주기인 26일 ‘1호 전투근무태세’를 발효하며 군사적 위협 수위를 한껏 끌어올린 것은 실제 전투에 대비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음을 보여 한국과 미국을 강하게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군의 한 소식통은 1호 전투근무태세에 대해 “우리 군의 기준으로 보자면 최고 수준의 전투준비태세에 돌입해 화기에 실탄과 탄약을 장착하고 완전 군장을 꾸린 후 진지에 투입되는 단계”라면서 “북한이 미사일과 장사정포 부대에 최고 수준의 전투준비태세를 명령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1호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미뤄 김정은의 명령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호 전투근무태세를 선포하기 위해 발표 형식 중 가장 격이 높은 인민군 최고사령부 성명을 택한 것도 자신들의 경고가 결코 빈말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된 포석으로 보인다. 최고사령부 성명은 북한이 지난 5일 정전협정 백지화 및 판문점대표부 활동 전면 중지를 선언한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보다 형식 면에서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북한은 예고된 대로 지난 25일 동해 원산 일대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국가급 합동훈련까지 진행했다. 훈련은 공기부양정에 탑승한 동해함대 소속 해군 제597연합부대가 해상상륙 작전을 수행하고 육상부대가 방사포(다연장로켓) 일제사격으로 이를 저지하는 쌍방훈련 형식으로 진행됐다. 김 제1위원장은 포병들의 사격 훈련을 지켜보면서 “적 상륙 집단이 우리 해안에 절대로 달라붙지 못하도록 강력한 포화력으로 해상에서 철저히 쓸어버려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대 교수로 재직한 김열수 성신여대 교수는 “국가급 합동훈련을 진행한 뒤 북한이 격상된 전투태세를 발효한 것은 미사일과 장사정포 등을 이용해 언제든지 우리 군을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북한이 실제 군사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위협이 수사가 아니라면 개성공단 폐쇄나 평양 주재 외교관 철수로 이어져야 하는데 이런 부수적 조치는 아직 없기 때문에 대남·대미 경고성이라고 본다”면서도 “상호간 신뢰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우발적 충돌 발생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북한의 도발 위협 의도를 미국 B52 전략폭격기 훈련, 한·미 작전계획 등 한·미 간 일련의 군사대응 태세와 천안함 3주기 추모행사에 대한 ‘맞불작전’으로 판단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군의 특이 동향은 전혀 없다고 보고받았으며, 이 때문에 현재 우리 군의 경계수위 격상과 같은 조치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남조선의 새 정권이 이명박 역적패당과 다름없이 동족 대결의 길에 나서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새 정부에 각을 세웠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클린 성주·친환경 농촌 만들기 원년 현장 지도·점검 강화… 폐농자재 수거율 확 높일 것”

    “클린 성주·친환경 농촌 만들기 원년 현장 지도·점검 강화… 폐농자재 수거율 확 높일 것”

    “폐비닐과 폐부직포는 농촌을 병들게 하는 주범입니다. 성주군은 올해를 깨끗한 농촌 만들기 원년으로 삼아 폐농자재 수거율을 높이고, 군민들의 환경의식 고취를 위해 현장 지도·점검도 강화할 계획입니다.” 전국에서 비닐하우스가 가장 많은 경북 성주군이 방치된 영농 폐기물 수거에 사활을 걸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김항곤 성주군수는 조례 제정을 통해 들녘 영농 적치물에 대한 단속 근거를 마련하고, 환경심사제도를 전격 도입하는 등 ‘클린 성주, 친환경 농촌만들기’ 사업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지역 특산물인 성주참외는 고소득 농작물로 연간 4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전국에서 비닐하우스가 가장 많은 고장으로 꼽힌다. 참외가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되다 보니 수명을 다한 폐농자재도 많이 발생한다. 김 군수는 “지난해 9월 상륙한 태풍 ‘산바’로 농수로 등에 적치된 폐부직포와 폐비닐이 물길을 막아 들판을 거대한 담수호로 만들기도 했다”면서 “특히 증가하는 폐부직포 때문에 환경이 망가지는 것을 더이상 볼 수 없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성주군에서 한 해 사용되는 비닐만 5015t이고, 부직포도 1만 2000t에 달한다. 이 중 내구연한 8년이 경과된 폐부직포가 2004년부터 배출되기 시작해 한 해 2000t 이상 발생하고 있다. 폐부직포는 재활용처가 없어 불법 소각·매립하거나 아무 곳에나 방치돼 왔다. 따라서 성주군은 민간업체 공모 등을 통해 폐부직포 재활용 방안을 찾아내고, 대대적인 수거 작업에 돌입했다. 김 군수는 “성주군은 친환경 농촌 가꾸기 사업을 ‘제2의 새마을운동’으로 전개할 계획”이라면서 “정부 주도의 사업으로 확산되도록 국비 지원 등 제도적인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성주 유진상 기자 jsr@seoul.co.kr
  • [오늘 ‘물의 날’] 집중호우 - 홍수 점차 늘어… 과학적 물관리 절실

    [오늘 ‘물의 날’] 집중호우 - 홍수 점차 늘어… 과학적 물관리 절실

    22일은 물 피해를 줄이고 물의 소중함을 널리 알리기 위해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하지만 세계는 여전히 가뭄과 홍수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돌발·집중호우는 물관리(治水)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그나마 전국에 설치된 16개 다목적댐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피해를 줄이고 있다. 우리의 물관리 시스템은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연평균 강수량만 놓고 보면 홍수나 가뭄 피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비슷한 강수량을 갖고 있는 지중해 연안 국가들은 비가 연중 고르게 내리기 때문에 가뭄이나 홍수 걱정을 모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강수량이 여름철에 집중돼 있다. 전체 강수량의 3분의2 이상이 6∼9월에 내린다. 게다가 국토가 동고서저(東高西低) 지형이어서 물을 오랫동안 가둘 수도 없다. 홍수기에는 댐도 물을 임시로 가두는 도구에 불과할 정도다. 수자원 관리가 여간 어렵지 않다. 특히 기상이변에 따른 돌발강우와 특정 지역에 편중된 집중호우는 엄청난 홍수 피해를 가져다 준다. 하루에 80㎜ 이상 집중호우가 내리면 홍수방지책이 한계에 이른다. 그런데 최근 5년간 하루 강수량이 80㎜를 넘은 적이 32회나 된다. 이 중 10회는 150㎜ 이상 내렸다. 홍수 때 넘쳐나는 물을 관리하는 데 진땀을 빼는 이유다. 지형도 물난리에 취약하다. 국토의 3분의2 이상은 산지다. 대부분의 중소 하천은 급류가 많다. 흙으로 덮인 층이 얇아 가둘 수 있는 물의 양도 한정돼 있다. 이 때문에 호우 때는 연례 행사처럼 물난리를 겪을 수밖에 없다. 비가 그치고 나면 전국이 가물어 대지가 타들어 가는 가뭄 피해에 시달린다. 우리나라 하천의 물관리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유량변동계수(최대 유량과 최소 유량의 비율)에서 나타난다. 미국 미시시피강은 우량변동계수가 3대1, 영국 템스강은 8대1이다. 독일 라인강은 18대1, 이집트 나일강은 30대1에 불과하다. 반면 우리나라 유량계수(댐 수량조절 이전)는 300∼400대1이나 된다. 집중 호우에는 홍수로, 갈수기에는 가뭄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매년 홍수 피해도 엄청나다. 2002년 8월 집중호우와 태풍 루사의 위력 앞에선 맥을 추지 못했다. 강릉에는 하루 870.5㎜가 내렸다. 예년의 1년 강수량에 가까울 정도다. 피해는 사망 209명, 실종 37명, 6조원 이상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 홍수 복구비로 8조원 이상 쏟아부었다. 2003년 태풍 매미도 큰 피해를 입혔다. 118명이 사망하고 13명이 실종됐다. 재산 피해도 4조 2000억원이나 됐고 복구에 6조 5500억원이 투입됐다. 2006년 7월 태풍 에위니아와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도 62명 사망, 1조 8000억원의 재산 피해를 가져왔고 피해 복구에만 3조 5125억원을 들여야 했다. 집중호우 현상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100년 빈도의 시간당 최다 강우량을 넘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물관리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강우 현상을 인위적으로 막기에는 한계가 따른다. 정확한 기후 예측과 사전 예방, 과학적인 물관리만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홍수 피해를 막는 1차 방어벽은 뭐니 뭐니 해도 다목적댐이다. 4대강 유역에는 16개의 다목적댐이 건설돼 있다. 지난해에도 3개 태풍이 연속 상륙했지만 재산 피해는 4000억원에 그쳤다. 전국의 다목적댐이 홍수 피해 충격을 완화해 줬기 때문이다. 7월 초 장마 때 한강수계에 설치된 소양강·횡성·충주댐은 서울 한강 인도교 기준으로 수위를 73㎝ 낮추는 효과를 거뒀다. 2006년 홍수 때는 정말 아찔했다. 한강 유역의 평균 강우량은 898.8㎜로 예년(322.3㎜)보다 3배 가까이 불어났다. 1973년 기상관측 이래 강우량이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한강 유역은 국가적인 위기에 직면했다. 서울 한강대교 인도교 위험 수위는 10.5m이다. 하지만 당시 3개 댐에서 수량을 조절하지 않았다면 한강대교 인도교 수위는 무려 13.96m까지 올라갈 뻔했다. 수위를 무려 3.74m나 낮추며 한강 유역 홍수를 막아낸 것이다. 글 사진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북한군 해상 훈련 망원경에 보이니 불안해 짐 싸놨어요

    북한군 해상 훈련 망원경에 보이니 불안해 짐 싸놨어요

    연평도는 지금 “좀 불안해도 어쩌겠어요. 먹고살려면 또 연평도로 들어가야죠.” 북한의 정전협정 및 불가침협약 백지화 선언으로 한반도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11일 오후, 인천과 연평도를 잇는 서해 뱃길은 오히려 폭풍전야처럼 잔잔했다. 연평도행 여객선 코리아나호에는 평소보다 2배가량 많은 270여명이 올라탔다. 전날 높은 파도 탓에 하루 한 차례 다니는 여객선이 운항을 하지 않아 섬으로 돌아오지 못했던 주민, 해병대원, 공무원, 취재진이 대부분이었다. 여객선이 출항 3시간여 만인 오후 2시 50분쯤 대연평도 당섬부두로 들어섰다. 섬에는 적막감과 긴장감이 휘감고 있었다. 인천행 여객선은 143명을 태운 채 섬을 빠져나갔다. 연평면사무소 관계자는 “아직 섬을 빠져나가려는 사람은 눈에 띄게 늘어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다음 달 1일 시작되는 꽃게 출어기를 앞두고 선박, 어구 등을 분주히 손질하거나 농어를 잡으러 어선 10척 가량이 출항하는 등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연평도 통합학교인 연평초·중·고교의 학생 136명과 교직원 45명도 이날 모두 등교해 정상 수업을 진행했다. 주민들은 “북한의 도발 엄포가 한두 번이냐”며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대연평도와 소연평도를 오가는 행정선 선장으로 20여년간 일한 주민 변모(66)씨는 “도발 때마다 매번 놀라면 어떻게 살겠느냐”면서 “2010년 연평도가 포격당한 뒤 연평부대가 인력, 무기를 확충했기 때문에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년 전 북한의 포격 도발을 기억하며 불안해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어민 이모(45)씨는 “어르신 중에는 옷가지를 싸놓고 대피할 준비를 하고 계신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방춘자(60·여)씨도 “북한이 또 남한의 섬을 공격할 수 있다는데 가까운 연평도가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면서 “젊은이 중에는 이미 섬을 빠져나간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키 리졸브 훈련 뒤를 걱정하는 주민도 있었다. 주민 장모(66)씨는 “한·미 합동군사훈련 동안은 오히려 안전하겠지만 오는 21일 훈련이 끝난 뒤 도발 가능성이 더 클 것 같다”면서 “여기서 망원경으로 보면 북한군이 해상 상륙훈련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불안해했다. 연평도에는 2년여 전 북한의 포격 상흔 일부가 여전히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연평종합운동장의 담벼락에는 포탄이 꽂혀 파인 자국이 그대로였고 포격 이후 폐허가 된 주변 산에는 여전히 나무가 자라지 않고 있다. 연평초·중·고교 주변 피폭 현장에는 지난해 11월 안보교육장이 건설됐다. 연평도에 주둔하는 해병대 연평부대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잔뜩 긴장하며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군 관계자는 “연평부대의 휴가 병력 등에 귀대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대북 경계태세를 격상시킨 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도대체 언제쯤이면 북한에 공격당할까 걱정하지 않고 평온한 일상생활에만 집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연평도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백령도는 지금 ->“오늘 아침에 등산을 다녀왔습니다. 북한의 도발이 두려우면 한가로이 산이나 다니겠습니까.” 11일 오후 우리나라 최북단 백령도에서 만난 문정희(48·여)씨는 “북한의 협박에 워낙 면역이 돼 동요하는 주민들은 많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김복남(54) 진촌어촌계장은 한 술 더 떠 “북한의 위협을 연례행사로 생각하고 평소처럼 생활하고 있다”며 “문제는 4월 말부터 까나리 조업에 들어가는데 어업이 통제돼 조업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북한과의 위기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백령도를 찾지만 이런 유형의 대답이 오히려 익숙하다. 거리를 가 봐도 예전과 다름없다. 면사무소·수협 등이 자리 잡아 번화가에 해당되는 진촌4리에는 많지 않은 사람이지만 평상시와 같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식당이나 잡화점 등은 모두 문을 열어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슈퍼에 가봐도 사재기하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 이곳에서 숙박업을 하는 전영자(56·여)씨는 “이곳은 중심가라고 해도 평소 사람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면서 “그런데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방송에서 ‘주민들이 불안해서 돌아다니지 않는다’고 보도하니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사람들”이라며 짜증을 냈다. 하지만 불안한 속내를 넌지시 드러내는 사람들도 있다. 강대석(64)씨는 “조금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되다 진짜 전쟁으로 치달을까 우려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불안의 만성화가 오히려 주민들의 일상적 평온을 가져왔다는 역설을 제기하기도 한다. 수십년 동안 서해 5도를 둘러싸고 각종 사건·사고가 되풀이되자 주민들이 위기에 무감각해져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어업과 농업, 관광 등에 의지해 살아가는 주민들의 사정이 예전만 못하자 주민 스스로 의식적으로 정치와 남북문제를 멀리한다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면사무소 관계자는 “이곳에서 수년간 살아봤지만 주민의 심리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분명한 것은 백령도가 최북단 지역이라고 해서 ‘안보’를 접목시키려는 일반적인 시각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정작 분주한 곳은 행정기관이다. 백령면사무소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3일 전부터 대피소 26곳을 개방하고 점검에 들어갔다. 민·관·군 별로 담당자를 정해 비상연락망을 갖추고 대피 유도 매뉴얼을 마련했다. 지난해 상반기 준공된 첨단 대피소에는 3일치 비상식량과 생필품 등이 갖춰져 있다. 주민들에게는 주말부터 3회에 걸쳐 “유사시 신속히 대피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라”는 방송을 내보냈다. 백령면 직원 김영구(40)씨는 “북한이 핵실험에다 전면전이니 하면서 떠들어대니 사실 주민보다 우리가 더 신경이 쓰인다”면서 “방송을 하면 불안감만 조성한다며 항의하는 주민들도 있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백령도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中·日 센카쿠 분쟁 물밑대화 모색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강대강 대치전이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가운데 타협을 위한 대화 모색 시도도 병행되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0일 해상 영토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해양국의 직능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정부조직개편안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제출됐다고 보도했다. 이 안에는 국가해양국의 해양감시선뿐만 아니라 공안부의 변방 해양경찰 부대, 농업부의 어정선(어업관리선), 해관총서의 해상 수배 경찰부대 등 해상 공권력을 국가해양국 산하로 일원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해상 순시 역량을 집중, 강화해 해상 영토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또 보다 정확한 센카쿠 열도 지도 제작을 위해 측량원들을 센카쿠 열도에 상륙시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지난해 9월 일본이 센카쿠 열도 국유화에 나선 뒤 중국 정부 기관 소속 인원이 상륙한 적은 없어 일본의 반발이 예상된다. 중국은 동시에 유화 제스처도 취하고 있다. 중국 외교가의 일본통으로 꼽히는 탕자쉬안(唐家璇) 전 외교담당 국무위원(부총리급)이 이달 하순 일본을 방문해 양국 관계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탕 전 국무위원은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나 양국 정상회담 문제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악화된 양국 관계에 전환점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중국은 또 국무원 신문판공실 국제국 우훙젠 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규모 청년매체 대표단 87명을 이날 일본 도쿄에 파견했다고 중국신문망이 보도했다. 센카쿠 열도 갈등 이후 우호 교류 차원의 민간 교류가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일본도 중국에 호의를 표시하기 위해 ‘퍼스트레이디 외교’를 가동했다.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는 지난 8일 주일 중국대사관에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행사에서 ‘하늘의 절반은 여성이 떠받든다’는 뜻의 ‘반볜텐’(半邊天)이라는 중국어를 섞어 가며 양국 관계 발전 취지를 담은 인사말을 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지각… 방탄… 불임… “국회는 함량미달”

    19대 국회가 3월 들어 개원 10개월째를 맞고 있지만 역대 어느 국회보다 ‘함량 미달’이라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일하는 선진 국회’와 쇄신·상생의 정치를 표방하며 문을 연 19대 국회는 실제로는 지각·방탄·불임국회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엔 정부조직법 개정안 관련 협상이 난항에 부딪히면서 협상력 부재마저 드러내고 있다. 19대 국회는 시작부터 늑장 출발했다. 지난해 5월 30일이 임기 개시일이었지만 33일이나 공전한 끝에 7월 2일에야 일을 시작했다. 여야가 개원 조건으로 민간인 사찰 관련 국정조사,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특검, MBC 노조 파업에 대한 상임위 진상조사 등 민생과는 거리가 먼 정치 이슈들을 내걸면서 씨름했던 탓이다. 그렇게 열린 7월 임시국회도 묵혀 두었던 민생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렸다. 저축은행 비리 의혹으로 기소된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처리되면서 방탄국회라는 비난이 터져 나왔다. 뒤이어 민주당이 단독 소집한 8월 임시국회도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체포동의안 처리를 막기 위한 방탄용이라는 눈총을 받았다. 19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12월 대선 정국에 묻힌 ‘무늬만 국감’이었다.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건전한 국정 비판보다 상대 당 대권 후보의 의혹 들춰내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2013년도 예산안 처리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연내 처리에 실패했다. 여야는 제주해군기지 예산을 놓고 극명한 이견을 보인 끝에 결국 본회의 차수를 변경하면서 다음 날인 2013년 1월 1일 오전에야 처리하는 불명예 기록을 남겼다. 국회가 새해를 몇 시간 앞둔 12월 31일에 가까스로 예산안을 처리한 전례는 많지만 해를 넘긴 경우는 제헌국회 이후 이때가 처음이다. 제 식구 감싸기 행태는 해를 넘겨서도 반복됐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영주 새누리당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는 지난달 28일이 사실상 처리시한이었지만 결국 불발됐다. 민주당이 본회의 소집 요구서를 전날 제출했지만 새누리당이 ‘기습상륙작전식’이라며 거부한 탓이다. 지난 4일 국회 윤리특위에서 민주당 이종걸, 배재정 의원 징계안 처리가 무산된 것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정부조직법 개정과 관련해선 19대 국회에서 국회선진화법이 발효됐지만 소수정당 보호라는 당초 목적과 달리 식물국회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6선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은 7일 이런 상황을 빗대 “하수구가 없는 부엌과도 같은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윤성이 경희대 교수는 “신뢰관계가 바탕이 돼야 할 국회가 진영 논리와 당청 관계에 가로막혀 좌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명사가 걸어온 길] 5. 영원한 은막의 여인 최은희

    [명사가 걸어온 길] 5. 영원한 은막의 여인 최은희

    어느 시인이 말했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 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너무나 드라마틱했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운명적 단어들로 여자의 일생이 가득 채워졌다. 15살에 집을 나가 배우가 됐고 순탄치 않은 결혼과 이혼, 전쟁의 아픔, 그리고 신상옥 감독과의 만남, 납북과 탈출 등으로 이어지는 질곡의 세월은 말 그대로 한 편의 서사시였다. 사람들은 이러한 그를 가리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인생’이라고 말한다. 영원한 은막의 스타 최은희(83)씨.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까만 모자에 안경, 목도리가 잘 어울리는 차림이었다. 파란 많은 삶을 살아온 그 세월이 무진할 텐데 수줍게 웃는 모습이 여전히 은막의 소녀처럼 다가온다. 그러면서도 가끔씩 창밖을 바라본다. 안경 너머의 눈빛,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신 감독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애절하게 서려 있는 듯했다. 중얼거림으로 다가온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길고도 모진 세월을 살아왔다. 고생을 모르고 자유와 평화 속에서 살아온 젊은 세대들은 짐작도 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시간들이었다”라고 말이다. 최씨는 지난해 12월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선정 제2회 아름다운예술인상 시상식에서 공로예술인상을 수상했다. 이 자리에서 영화 ‘은교’로 신인예술인상을 받은 한참 후배 김고은의 손을 잡고 격려해 주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요즘에는 어떻게 지낼까. “올겨울에는 날씨가 워낙 추워서 되도록 집에서 쉬면서 지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생의 삶, 지나온 세월 등 많은 생각을 하게 됐지요. 요새는 쉬어도 피곤함을 느낍니다. 모든 것이 다 그렇지만 기능을 너무 많이 혹사시켰나 봐요. 제 삶을 되돌아보면서, 자기 몸을 돌보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 나는 참 바보처럼 살았다’라는 식으로 말이죠.” 그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하지만 몸이 불편해 외부활동을 하지 못하고 대신 마음의 정성을 담은 카드 등을 보내는 일로 대신하고 있다. 나들이할 때에는 걷기가 힘들어서 휠체어에 의지한다. 젊었을 때 너무 열정적으로 일을 하다보니 건강을 돌보지 못했고 요즘에는 노후 관리라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단다. 집에는 사촌동생이 함께 있고 가끔 영화감독인 아들 신정균과 영화 이야기를 나눈다. 아들은 1999년 ‘삼양동 정육점’으로 데뷔했으며 ‘스무살’(2001)과 ‘나의 스캔들’(2008) 등을 제작했다. 아들의 영화에 대한 평을 부탁했더니 “열심히 잘하고 있는 것 같다”며 웃는다. 자연스럽게 우리 영화 얘기로 이어졌다. 지난해 ‘영화 관람객 1억명 돌파 시대’와 관련해 그는 “너무 고맙고 흐뭇한 일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잘 만들어 가고 있다”면서 1961년 자신이 출연했던 ‘성춘향’을 떠올렸다. 이 영화는 당시 설 연휴 때 명보극장에서 개봉돼 서울에서만 4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당대 최고의 흥행작이었다. 이로 인해 ‘신상옥-최은희’ 전성시대를 열었다. “지금은 시대도 바뀌었고 자유롭게 작품을 만들 수 있어요. 옛날에는 검열이 심했거든요. 그로 인해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요즘에는 패밀리 영화가 자주 나오는데 좋은 현상이고 고무적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영화가 세계를 제패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신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 당시를 잠시 떠올린다. 북한을 탈출한 뒤 신 감독은 할리우드에 ‘신프로덕션’을 설립해 ‘쓰리 닌자’를 제작했으며 시사회 때 미국 전역 1500개 극장에 배급이 결정된다. 이는 대단한 사건이었고 신 감독은 할리우드 진출 1호로 기록됐다. 최씨는 2007년 자신의 영화 인생을 담은 자서전 ‘최은희의 고백’을 펴냈다. 이와 관련, “영국의 한 제작사에서 작년부터 제의가 들어왔고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곧 촬영에 들어간다. 또 최근 미국 드라마 제작사에서 제의가 들어와 국제변호사와 얘기하고 있다”고 말해 해외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영화 발전을 위해 원로 연기자로서의 견해를 밝힌다. “집에 있으면서 드라마를 자주 보는 편입니다. 작가가 대본을 잘 쓴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고 때로는 얼굴만 가지고 등장하는 후배 배우도 있다는 것을 보게 됩니다. 예를 들면 대사 구성을 잘 못하는 경우이지요. 뭐든지 확실한 기초를 다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들, 어머니, 딸 역할이 분명해야 하구요.” 드라마를 볼 때마다 자신이 걸어온 인생을 반추해보며 영화배우로서의 삶을 되돌아보는 일이 많아졌다. 화제를 데뷔 당시로 돌렸다. 어린 시절 활달하지 못한 성격이어서 친구들도 거의 없었다. 일제강점기 말이었다. 방공호에서 만난 친구가 “배우하자”고 느닷없이 제의했다. 그러더니 친구가 방공호에 함께 있는 배우 문정복(탤런트 양택조의 어머니)씨한테 가서 배우시켜 달라고 졸랐다. 당시 문씨는 연극계에서는 유명한 주연배우로 현대적이고 세련된 미인이었다. 이튿날 그는 친구와 함께 종로6가에 있는 극단 ‘아랑’ 사무실에서 문씨를 다시 만났다. 부모한테 허락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친구는 거침없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 바람에 허드렛일을 시작하면서 단원이 됐다. 나중에 연극협회 회원증을 받아 정식 회원이 됐고 덕분에 정신대에 끌려가지 않게 됐다. 얼마 후 지방 공연 일정이 잡혔다. 첫 행선지는 대전이었다. 기차를 타고 가는데 문씨가 대본을 건넸다. 얼떨결에 읽었다. 그랬더니 이번 지방공연 때 무대에 한 번 서 보라고 권유했다. 제목은 ‘청춘극장’으로 하녀 역할이었다.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이렇게 해서 연기자로 데뷔하게 됐다. “지금도 첫 무대의 낯섦과 두려움, 떨림과 환희, 관객들의 숨소리, 뜨거운 눈물과 갈채를 잊지 못합니다. 극단 연구생으로 어렵게 치러냈던 첫 무대에서 이미 연극의 마력에 푹 빠져 버렸습니다. 열심히 했고 운 좋게도 주연을 많이 맡았습니다.” 광복이 되자 새롭게 시작하고픈 마음에 이름을 최경순에서 최은희로 바꿨다. 극단 활동 또한 ‘토월회’와 ‘극예술연구회’ 등으로 넓혀 ‘40년’ ‘맹진사댁 경사’ ‘이순신’ ‘세자매’ ‘나도 인간이 되련다’ 등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영화를 처음 시작한 것은 동양극장에서 연극할 때였다. 토월회에서 함께 일했던 최운봉 선생이 찾아와 시나리오 대본을 주면서 같이 영화를 하자고 권유했던 것. 신경균 감독의 ‘새로운 맹세’에서 순박한 어촌 처녀 역할이었다. 이 영화 역시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이어 ‘마음의 고향’ ‘밤의 태양’ ‘무영탑’ 등에서 잇따라 주인공역을 맡으면서 영화계의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다가 목포에서 ‘사나이의 길’을 촬영할 때 6·25전쟁을 맞이한다. 배우들이 우왕좌왕했다. 부산으로 피란을 가거나 월북하는 배우들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남편과 집안 식구들이 걱정돼 서울로 왔다. 집에서 지내다가 먹을 것이 없어 시장 보러 가던 중 그를 알아보는 인민군 장교를 만나 어쩔 수 없이 북한 내무성 소속 경비대 합주단원이 됐다. 당시 합주단 사무실은 명동 성당의 수녀들이 숙식하던 곳이었다. 배우 김동원·김승호, 지휘자 임원식, 성악가 등 200여명의 예술인들이 모여 있었다. 포로들처럼 수용돼 사상교육을 매일 받았다. 그러다가 인천상륙작전으로 북한군이 후퇴할 때 평남 순천 쪽으로 끌려갔다. 평양에 거의 다다랐을 때 목숨 건 탈출을 했고 그 과정에서 국군을 만났다. 최씨는 인민군복에서 국군복으로 갈아입고 정훈공작대원으로 선무활동에 나서게 된다. 전쟁의 와중이라 목숨을 걸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다 1·4후퇴 때 서울을 거쳐 피란지인 대구에서 극단 ‘신협’ 단원들과 연극을 하게 된다. 이때 출연했던 작품이 ‘마의태자’ ‘춘향전’ ‘맹진사댁 경사’ ‘뇌우’ 등이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수십편의 연극에 출연했다. 신 감독과 만난 것은 ‘춘향전’ 공연 때였다. 어느날 알고 지내던 배우 황남씨가 영화 출연 교섭을 해왔고 며칠 뒤 중국집에서 신 감독을 처음 만났다. 이후 신 감독은 극단에서 공연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열정을 보였다. 결국 영화를 하자는 구애작전이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1954년 3월 7일 을지로6가의 허름한 여인숙에서 둘만의 결혼식을 올렸다. 이후 둘은 하루 24시간 그림자처럼 같이 다녔다. 영화 같은 삶이 시작된 것이다. 두 사람이 찍은 첫 작품 ‘꿈’을 비롯해 최씨는 ‘젊은 그들’ ‘무영탑’ ‘지옥화’ ‘춘희’ ‘성춘향’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등 1976년까지 130여편에 출연했다. 이 가운데 ‘어느 여대생의 고백’으로 대박을 터뜨리며 대종상의 전신인 문교부 주최 제1회 국산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후 ‘다정도 병이런가’ ‘동심초’ 등에서도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신 감독과 함께 전성기를 누린다. 우리 영화사의 큰 획을 그은 것도 이때였다. 1978년 최씨는 신 감독과 이혼을 했으며 안양예술학교를 운영하는 일에 전념했다. 어느 날 홍콩 금정영화사의 초청으로 홍콩을 방문했다. 일정을 소화하던 중 북한의 요원들에 의해 납북된다. 이후 5년 동안 연금 상태에서 혼자 지내다가 북한에서 신 감독과 다시 운명적인 재결합을 한다. 그렇게 9년 동안 북한에서 지내면서 모두 17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이때 찍은 대표작이 ‘불가사리’ ‘임꺽정’ 등이다. “당시 매주 금요일에 연회가 열렸고 여러 번 참석하면서 김정일 위원장과 여동생 김경희·장성택 부부, 김영남 외교부장 등과도 만났지요. 김정일 생일에도 초대를 받은 적이 있어요. 김정일과 관계된 곳은 공공 건물이든 가정집이든 어디나 영사실이 부설돼 있는 게 특징이었습니다.” 1986년 베를린영화제에 참석했다가 탈출에 성공한 최씨 부부는 미국에서 한동안 지내다가 1999년 다시 국내로 돌아왔고 2006년 신 감독이 세상을 떠나자 혼자 노년을 보내고 있다. 최씨에게 앞으로 출연기회가 온다면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물었더니 “그동안 정적인 역할이 많았다. 발랄한 연기를 하고 싶다”며 빙그레 웃는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씨줄날줄] ‘성와대’(成瓦臺)/임태순 논설위원

    성균관(成均館)은 조선시대 때 최고의 국가교육기관이다. 진사시·생원시 합격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입학 권한이 주어졌으며 정원은 보통 200명이었다. 학생들은 성균관에서 유교경전 등을 공부했지만 조정의 부당한 처사에 왕에게 집단으로 상소하면서 현실정치에 참여하기도 했다. 명종 때인 1565년 성균관 유생들은 사화(士禍)의 원인이 된 승려 보우를 탄핵하라며 상소를 올렸다. 왕이 받아들이지 않자 30여 차례나 상소를 올려 명종을 압박했다. 상소가 약발이 없으면 권당(捲堂)을 한다.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는 것으로 오늘날로 치면 대학가의 동맹휴학이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요직에 성균관대 출신들이 대거 포진해 눈길을 끈다.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와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와 곽상도 민정수석 내정자가 모두 법대 동문이다. 또 유민봉(국정기획수석), 이남기(홍보수석), 모철민(교육문화수석) 내정자가 전공은 다르지만 동문수학했다. 3실 9수석 등 12명의 비서실 체제에서 5명이 같은 대학 출신으로 구성된 것이다. 그래서 청와대를 조합한 ‘성와대’(成瓦臺)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성대 출신 비서진이 상소의 전통을 이어받아 직언을 서슴지 않으면 좋으련만 국민들은 비서실 동질화에 따른 집단사고의 폐쇄성 등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집단사고 폐해의 사례로는 흔히 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피그만 침공사건이 회자된다. 1961년 쿠바의 카스트로가 사회주의 정권을 선언하자 케네디는 쿠바를 침공한다. 러스크 국무장관, 맥나마라 국방장관,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 등 하버드대학 출신으로 구성된 안보회의에서 참석자들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만장일치로 쿠바 침공을 결정한 데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피그만에 상륙한 미군병사들은 쿠바군에 궤멸돼 미국은 국제적 망신을 당한다. 일반적으로 중요한 사안은 회의를 열어 결정한다.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면 혼자서는 못 보던 면을 발견하게 돼 훨씬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그만 사건에서 보듯 집단의 구성원이 동질화돼 있으면 오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중세 가톨릭에선 추기경을 심사할 때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말하는 ‘악마의 대변자’(Devil’s Adovocate)를 뒀다. 집단의사결정의 합리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성균(成均)은 음의 어그러짐을 바로잡고, 지나치고 모자라는 것을 고르게 한다는 뜻으로 음악에서 유래된 용어다. ‘성와대 비서진’들도 돌아가면서 악역을 맡으면 ‘성균’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씨줄날줄] 스마트폰 절도/정기홍 논설위원

    생활필수품이 된 휴대전화의 변천사는 의외로 짧은 편이다. 마티 쿠퍼란 미국 모토로라사 연구원이 1973년 발명해 1983년 출시한 것을 첫 제품으로 친다. 무게가 771g이나 나갔다니 어깨에 메고 다녔을 법하다. 휴대전화라기보다 선(線)이 없는 군대 무전기를 변형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7월 소형 휴대전화가 처음으로 보급된 이후 서서히 유선전화를 밀어내고 ‘휴대전화 세상’을 구가했다. 이후 2009년 말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해 ‘손 안의 인터넷’ 역할을 하면서 생활 패턴을 바꾸는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휴대전화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보조금 제도’다. 1997년 도입된 이후 한 개당 5만~30만원대를 보조금으로 지급했지만 시장에는 언제나 ‘공짜폰’이 활개 쳤다. 이동통신업체가 ‘약정요금제’ 등으로 휴대전화 값을 벌충한다는 실상을 알면 땅을 칠 노릇이지만 보조금이 한국산 휴대전화를 세계 1등으로 만든 공신이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피처폰을 대신한 스마트폰이 시판되면서 공짜폰은 드물어졌지만 업체를 옮겨다니며 공짜 수준으로 최신 스마트폰을 손에 쥐는 ‘메뚜기파’들은 지금도 시장에 득실거린다. 우리나라에서 등록된 휴대전화는 5400만개에 이른다. 이 중 스마트폰은 무려 3000만개다. 최근 고가 스마트폰이 이를 노리는 ‘검은 손’ 때문에 엉뚱한 조명을 받고 있다. 100만원대의 분실된 최신 스마트폰이 홍콩이나 중국에 밀반출돼 고가에 팔리고 있다고 한다. 주로 찜질방에서 훔치거나 택시와 버스에 놓고 내린 것이다. 지난달엔 6만 3000개의 분실 스마트폰을 중국으로 밀반출한 일당이 붙잡혔다. 도난당한 이들 스마트폰은 3~5일이면 중국으로 건너가 팔린다고 한다. 스마트폰이 절도의 타깃이 된 데는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훔칠 수 있기 때문이라니, 도둑질치곤 이보다 쉬운 게 어디 있을까 싶다. 스마트폰이 중국까지 가는 루트가 흥미롭다. 장물아비가 새벽에 서울 홍대역과 강남역 등의 도로변에서 택시를 향해 스마트폰으로 수신호를 하면 곧바로 흥정이 된다. 한 개에 10만~45만원 선에 거래된다고 한다. 택시기사 입장에선 스마트폰을 2~3개만 팔아도 50만~60만원은 거뜬히 손에 넣을 수 있으니, 범죄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면도 있겠다. 해외로 밀반출되는 스마트폰의 규모는 한 해에 5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삼성전자 갤럭시S3의 경우 중국에서 60만원가량에 팔린다. 우리 기술로 만든 스마트폰이 암거래에서 최고의 인기라니 뿌듯하다고 하기엔 너무 찜찜하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작고 예쁜 경·소형차 쏟아진다

    작고 예쁜 경·소형차 쏟아진다

    자동차업계가 올해 젊은 층과 여심(女心)을 잡기 위해 작고 깜찍한 경·소형차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기아자동차 쏘울의 후속 모델과 르노삼성차의 캡처 등 혁신적인 디자인의 소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이 등장할 예정이다. 또 이탈리아의 피아트가 2월 친퀘첸토(500), 친퀘첸토C(500C) 등 소형차를 출시하고, 폭스바겐도 소형차 폴로를 오는 4월쯤 선보인다. 벤츠도 하반기 소형급인 A클래스를 선보이며 젊은 층 공략을 가속할 전망이다. 2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디자인 혁신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던 ‘쏘울’의 후속모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디자인이나 성능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부산모터쇼에서 선보였던 콘셉트카 ‘트랙스터’가 기반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트랙스터는 마치 불독과 같은 강인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함께 도발적인 헤드램프가 장착됐고, 부드러운 느낌의 측면부와 볼륨감 있는 후면부가 조화를 이뤘다. 전장과 전폭, 전고가 4020】1920】1462㎜로 쏘울에 비해 낮고 짧으며 옆으로 늘어난 차체를 갖췄다. 최고출력 250마력과 최대 토크 37.4㎏·m의 휘발유 2.0ℓ 터보 GDI 엔진을 탑재했다. 또 6단 수동변속기와 전자제어식 사륜구동을 적용해 주행 안정성을 강화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쏘울의 후속이 트랙스터라고 단정지을 순 없지만 여러 가지로 비슷한 느낌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도 하반기 캡처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르노의 디자인 수장 ‘로렌스 반 덴 애커’가 디자인한 차량으로 부드럽고 유연하며 균형 잡힌 외관 디자인에 천장과 차체 간 투 톤 컬러 매치로 독특하고 감각적인 모습이 자랑이다. 1.6ℓ급 디젤 터보엔진 모델과 2.0ℓ급 휘발유 엔진 모델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내에 선보일 모델은 미정이다. 한국지엠도 올해부터 경차인 스파크에 허니 멜로 옐로와 블루벨 블루 등 새로운 색상과 타투(차량 스티커)로 자신만의 독특함을 뽐낼 수 있도록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경차 스파크는 모나코 핑크 색상과 트랜스포머 에디션 등 다양하고 예쁘게 변형된 디자인으로 여성고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했다. 수입차도 소형차를 잇달아 선보인다. 다음 달 5일 이탈리아 브랜드인 피아트가 국내에 재상륙한다. 친퀘첸토(500)와 친퀘첸토C(500C)를 내세웠다. 가격도 2000만대 후반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친퀘첸토는 큰 백미러와 짧은 돌출부, 둥그런 보닛 등 귀여운 디자인과 노랑, 빨강 등 원색의 색상으로 튀고 싶은 젊은이에게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4ℓ 엔진과 6단 변속기 조화로 102마력, 12.8㎏·m 토크의 성능을 발휘한다. 폭스바겐도 4~5월쯤 소형차 폴로를 선보인다. 1975년 첫선을 보인 폴로는 예쁜 디자인과 뛰어난 승차감, 안전성 등으로 현재까지 1100만대 이상 팔리면서 소형차시장의 독보적인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격은 2000만원대 중·후반으로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 관계자는 “올 2분기에 선보일 폴로는 착한 가격에 뛰어난 품질로 국내 점유율을 높이는 주력 차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벤츠도 올 하반기 소형급인 ‘A클래스’를 내놓는다. 콤팩트하면서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과 매력적인 디자인이 결합된 A클래스는 젊은 층 공략과 시장 확대를 위한 벤츠의 전략적인 카드인 셈이다. 이외에도 프랑스 감성의 푸조의 전략 모델인 208과 시트로앵 DS3도 저렴한 가격과 예쁜 디자인으로 꾸준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타이완·日, 센카쿠 근해서 물대포 공방

    중국과 일본의 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 해역이 24일 또다시 높은 ‘파도’로 출렁댔다. 타이완과 홍콩의 시민운동가들이 센카쿠에 상륙하기 위해 선박을 타고 접근하자 이들을 막기 위한 일본 정부 순시선과 타이완 경비선 간 물대포 충돌이 재현됐다. 급파된 타이완 해안순방서(해경) 경비선들이 일본 순시선에 경고 방송을 내보내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다. 일본 당국은 이날 오전 중국 해양감시선까지 접근하자 양안(兩岸·중국과 타이완) 합동으로 주권을 주장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바짝 긴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타이완 중앙통신사(CNA) 등에 따르면 타이완 중화댜오위다오보호협회와 홍콩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세계중국인댜오위다오보호연맹 회원 등 7명을 태운 타이완 어선 취안자푸(全家福)호가 센카쿠로 항해하다 이날 오전 10시 5분쯤(현지시간) 센카쿠 전방 28해리 지점에서 8척의 일본 순시선으로부터 물대포 등으로 저지당했다. 이에 자국 어선을 보호하기 위해 현장에 급파된 타이완 해안순방서 경비선 4척도 일본 순시선에 물대포를 쏘며 맞대응했다. 지난해 9월 일본의 센카쿠 국유화 조치에 반발한 타이완 어선 60여척이 일본이 주장하는 센카쿠 영해에 진입한 뒤 양측이 물대포로 충돌한 상황이 다시 발생한 것이다. 반관영인 중국신문사는 타이완 어선 뒤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타이완 해안순방서 경비선 4척이 따라붙었고, 또 그 뒤로 중국 해양감시선 3대가 이들을 호위하는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타이완 댜오위다오 보호 운동가들은 양안 합동으로 주권을 주장하는 상황을 경계해 중국 해양감시선을 향해 “댜오위다오는 중화민국(타이완)의 영토다”라는 구호를 거듭 외쳤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날 취안자푸호가 일본 순시선의 저지선을 뚫고 10여 해리를 더 나아가는 과정에서 추격전도 연출됐다. 어선은 추격과 대치 1시간 20여분 만인 오전 11시 30분쯤 귀항을 위해 뱃머리를 돌렸으며 이날 밤 7시쯤 출발지인 타이완 신베이(新北)시 루이팡(瑞芳)구 선아오(深澳)항으로 돌아왔다. 이날 오후 2시쯤 일본 남서부 나가사키현 인근 해상에서는 중국 어선 한 척이 불법 조업 혐의로 일본 측에 나포됐다고 후쿠오카 주재 중국영사관이 밝혔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1월의 오키나와, 눈 시린 쪽빛 풍경화

    1월의 오키나와, 눈 시린 쪽빛 풍경화

    노인들은 여전히 일본인이길 거부한다. 대신 이곳 사람임을 뜻하는 ‘우치난추’라는 말로 정체성을 세운다. 450년간 독립 왕국이었다가 일본의 침략을 받았고 또 30년 가까이 미 군정을 겪은 뒤 다시 일본에 반환된 곳. 원주민들과 무관한 미군과 일본군의 전투로 20만명이 죽은 서글픈 역사가 서려 있다. 그러나 비극은 역사라는 이름으로 희석되고 있다. 우치난추뿐 아니라 한국인 위안부와 징용자들의 슬픈 넋까지 에메랄드 바다 빛에 가려진 땅 ‘아시아의 하와이’ 오키나와다. 오키나와는 1976년 일본의 한 현(縣)으로 편입됐지만 거리상으로는 한국이나 중국에 더 가깝다. 인천공항에서 2시간 10분이면 겨울철 평균 최저기온이 섭씨 17.2도인 아열대 해양성 기후의 섬으로 피한(避寒) 여행을 떠날 수 있다. 한겨울에도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없어 북방의 관광객들은 가벼운 차림에 카디건이나 바람막이 정도면 충분하다. 하지만 현지인들은 20도를 넘나드는 기온에도 오리털 파카를 입는다. 오키나와의 관문인 나하 공항에 내리면서부터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키 작은 소철나무와 파인애플을 닮은 아당나무다. 현지 가이드에 따르면 미 군정에서 일본으로 반환된 후 오키나와의 농업이 환금성 높은 사탕수수 경작으로 치우치면서 식량까지 바닥나자 현지인들은 ‘보릿고개’를 겪게 됐다. 그때 우치난추들의 배를 채워 준 것이 아무 맛도 나지 않는 아당 열매와 3일간 물에 담가 독을 뺀 뒤 삶은 소철나무 잎이었다. 독을 빼는 3일을 기다리지 못하고 먹었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들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나하공항이 있는 나하섬은 오키나와의 본섬으로 제주도의 4분의3 크기다. 여기에 슈리성, 추라우미 수족관, 오키나와 월드, 국제거리 등 주요 관광지가 밀집해 있다. 하지만 자신만의 절경을 품은 나하섬 주변의 크고 작은 섬 160개(유인도 40여개)를 모두 합하면 제주도의 1.5배에 이른다. 그중 도카시키 섬은 오키나와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해변과 투명한 코발트 블루 물빛을 자랑한다. 특히 도카시키 섬 내 ‘아하렌 비치’는 세계적인 수준의 투명도를 갖고 있다. 배를 타면 수심 20m 아래까지도 훤히 보인다. 인근의 ‘도카시쿠 비치’도 투명한 물빛과 밀가루처럼 부드러운 모래로 유명하다. 도카시키 섬은 오키나와 해양스포츠의 메카다. 아하렌 비치와 도카시쿠 비치 모두 해변 가까이에 산호초가 넓게 자라고 있다. 산호초 사이로는 색색의 물고기들이 오가며 전 세계 스노클러들을 유혹하고 있다. 도카시키 섬 곳곳엔 전흔(戰痕)도 숨어 있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은 본섬에 상륙하려는 미군을 기습 공격하기 위해 도카시키 섬을 포함한 게라마제도에 함선을 주둔시켰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미군이 대규모 선단으로 게라마제도를 공격했고, 궁지에 몰린 일본군은 주민들과 함께 도카시키 섬 최북단으로 도망친다. 여기서 일본군은 민간인들에게 명예로운 자살을 종용한다. 이날의 아픈 기억은 도카시키 섬 북부 ‘집단자결지’에 새겨져 있다. 본섬에서 오키나와의 독특한 색채를 느낄 수 있는 곳은 과거 류쿠왕국의 고도(古都) 슈리성이다. 2000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슈리성은 1429년 쇼하시(尙巴志) 왕이 오키나와 본토를 통일하고 류쿠왕국을 세운 이후 450년간 역대 왕이 머물렀던 곳이다. 태평양전쟁 당시 대부분 파괴됐지만 성곽과 전각을 복원해 1992년 슈리성공원으로 재탄생했다. 중국과 류쿠의 문화가 융합된 독자적인 양식은 일본 본토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1975년 세워진 추라우미수족관도 오키나와 관광에서 건너뛸 수 없는 곳이다. 7500t의 수압을 기둥 하나 없이 견뎌내는 세계 최대 수준의 수족관이 자랑이다. 대형 고래상어와 쥐가오리, 특이한 모양의 산호, 열대어들이 몽환적인 풍경을 만들어 낸다. 오키짱극장에서는 돌고래 쇼를 감상할 수도 있다. 오키나와의 해양성 기후는 남다른 야생미가 물씬 풍기는 자연풍경을 소성해 냈다. 이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포레스트 어드벤처’(www.forest-adventure.jp)는 일종의 익스트림 스포츠다. 안전장치를 건 채 와이어를 타고 그물 다리를 건너 숲속을 탐험한다. 울창한 고사리 나무 숲을 걸으며 힐링을 하는 방법도 있다. 북부 ‘얌바루 이코이노 모리’ 휴양림에서는 ‘히카게헤고’라는 원시 고사리 나무 3000그루와 각종 식물을 감상할 수 있다. 오키나와의 상처가 더 궁금하다면 평화기념공원을 찾아보자. 태평양전쟁 때 희생된 한국인들을 기리는 위령탑이 서 있다. 대한민국 각지에서 가져온 돌을 위령탑 앞에 쌓아 뒀다. 탑 앞에 선 비석은 충청도에서 가져온 돌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글씨를 쓴 것이다. 한국, 한국인의 흔적도 여기저기 숨어 있다. 미야코지마에는 조선시대 홍길동 후손의 것으로 알려진 무덤이 있다. 슈리성 한켠에서는 고려대장경을 ‘모셔둔’ 장경각도 만날 수 있다. 고려시대 삼별초가 이곳까지 유입됐다는 얘기도 전한다. 국제거리와 마키시 공설시장에 가면 오키나와 사람들이 뭘 즐기고 먹는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본토 일본인과 묘하게 외모가 다른 우치난추들의 생김생김을 슬쩍슬쩍 훔쳐보는 것도 재미다. 글 사진 오키나와(일본)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여행수첩 →진에어가 저비용 항공사로는 처음으로 지난달 24일 인천~오키나와 정기편을 취항했다. 좀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오키나와를 다녀올 수 있게 됐다. 주 7회 운항하며 매일 오전 10시 35분 인천을 출발한다. 홈페이지(www.jinair.com) 참조. 1600-6200. →자유여행이라면 렌터카를 빌리는 게 편하다. 12시간 기준 5000엔 수준. 오키나와 중심부는 나하공항에서 슈리성까지 설치된 모노레일로 돌아볼 수 있다. →쇼핑은 오모로마치에 있는 DFS갤러리아 오키나와점과 대형 아웃렛몰인 아시비나가 유명하다. 특산물은 자색고구마로 만든 ‘베니이모타르트’다. →전통요리는 오이과의 채소 ‘고야’를 두부, 계란과 함께 볶은 ‘고야찬푸르’다. 해초의 일종인 ‘모즈쿠’도 일본 전역에서 소비될 정도로 유명하다. ‘오키나와 소바’는 강한 양념에 익숙한 사람들의 입맛에는 잘 맞지 않는다. 오키나와 전통주인 아와모리와 오키나와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오리온 맥주, 오키나와 사탕수수 흑설탕을 이용한 도넛 ‘사타안다기’ 등도 맛있다. 일본 요리 뷔페인 ‘다이콘노 하나’ 등에 가면 다양한 오키나와 요리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
  • 8000만년 전 육식공룡 궁금하면 직접 만져봐!

    8000만년 전 육식공룡 궁금하면 직접 만져봐!

    8000만년 전 멸종된 백악기 공룡 ‘타르보사우루스’가 한국에 상륙했다. 서울시 종로구 와룡동에 위치한 국립서울과학관은 1일 국내 최초로 타르보사우루스 전신골격 복제품을 관람객에게 선보인다고 밝혔다. 타르보사우루스는 중생대 백악기 시대 아시아 대륙을 누볐던 육식공룡으로 국내에서는 영화 ‘한반도 공룡’의 주인공 ‘점박이’로 친근한 공룡이다. 서울과학관에 전시되어 있는 골격은 몽골 고비사막에서 발굴된 이후 현재 러시아 모스크바 고생물연구소에 소장돼 있는 진품표본의 복제본이다. 나이는 10세 정도로 추정된다. 울과학관은 또 전남 해남에서 발견된 익룡 발자국 화석 ‘해남이크누스’의 전신 모형을 복원해 국내 최초로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과학관 측은 “공룡을 보다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일부 골격은 만져 볼 수 있도록 전시했다”고 말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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