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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3회] “‘칼은 칼’이라고만 말하라” 증거조사 가로막은 ‘종이 전쟁’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3회] “‘칼은 칼’이라고만 말하라” 증거조사 가로막은 ‘종이 전쟁’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수요일, 금요일 두 차례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 중계 합니다.  “제가 예를 들게요. 살인사건이면 칼을 제시하면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찌른 거다’라고 말하면 안 된다는 거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 “말씀대로 하면 ‘이건 칼입니다’라고 말하면 되는 거죠, 입증을 뭘 합니까?”(검사) “이야기 좀 들어보세요. 그 다음에 증인이나 칼을 주운 사람을 불러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 “‘이게 피의자가 피해자를 찌른 칼’이라고 말도 못하는 거면 서증조사는 왜 합니까?”(검사) “칼로 찔렀다는 말은 해도 되는데 이게 뭐 어디서 주웠고 누가 주웠고 이런 말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 검찰 측 서류증거(서증)조사를 이어가기로 했던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의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2회 공판은 그야말로 ‘종이와의 전쟁’이나 다름 없었다. 증거서류, 증거물인 서면, 보고서, 설명서, 의견서, 원본, 사본, 출력물…. 검찰이 세 사람의 방대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서류증거도 수만쪽. 변호인들은 종이 자체의 완벽성을 요구하기도 했고 종이에 담긴 내용, 종이 속 내용을 어디까지 읽어야 하는지까지. 검찰의 서증조사 방식을 건건이 문제삼았다. 29일 1회 공판은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렸지만 이날은 311호 중법정에서 열려 법정 규모가 확 줄었다. 그 안에 14명의 검사와 12명의 변호인이 법정 앞을 가득 채운 데다 재판이 진행될수록 고성이 터져나올 정도로 뜨거운 공방이 더해졌다. ●이틀째 서류증거 조사…변호인들 “원본과 완벽하게 같은 서류증거만 동의” 보통 형사재판에서 서증조사는 검찰이 피고인들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수사기록을 비롯해 피고인과 증인, 참고인 등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의 검찰 진술조서, 사건과 관련된 문서, 이메일, 언론기사 등 다양한 증거들을 제시하고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간단히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변호인이 검찰 측 증거에 동의하면 재판부가 증거로 채택하고 법정에서 실물화상기에 띄워 다같이 지켜보며 어떤 내용인지 확인한다. 변호인의 동의를 받지 못하면 그 문건을 작성한 사람을 법정으로 불러 실제 자신이 작성한 문건이 맞는지, 문건 속 내용이 맞는지 등을 증인신문을 거쳐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의 공판준비절차에서 변호인들이 동의하지 않아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야 할 사람들이 200명이 훨씬 넘는다. 그 가운데 재판부는 우선 28명만 증인으로 채택했다. 재판부는 29일 첫 공판부터 다음 공판기일가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서증조사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오전 10시부터 열린 재판에서는 서증조사가 아닌 서증을 둘러싼 공방이 먼저 시작됐다. 서류증거의 많은 부분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담겨있던 것들이다. 변호인들은 임 전 차장의 USB에서 비롯된 수많은 서류증거들의 ‘무결성’을 확실하게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차례에 걸친 재판준비절차에서도 거듭 나왔던 주장이다. 변호인들은 임 전 차장의 USB에서 발견된 문건들과 법원행정처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임의로 제출한 문건들에 대해 ‘원본과의 동일성’을 요구했다. 적법하지 않게 수집이 됐고(임 전 차장의 USB), 증거능력이 없는 ‘사본’이거나 누가 작성했는지 또는 누가 제출했는지 알 수 없는 ‘출력물’(USB 속 문건들과 임의 제출 문건들)이기 때문에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변호인들은 “증거물(증거물인 서면)로는 동의하지만 내용이 사실이라는 취지의 증거(증거서류)라면 동의할 수 없다”면서 “수고스럽더라도 (검찰이) 법원행정처에 물어 문서 출처를 일일이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검찰은 “압수수색절차에 아무 문제가 없다”면서 “증거물로서 동의하겠다면서 증거의 압수 이전 출처까지 입증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 증거 내용이 문제라면 작성자를 찾으면 된다”고 맞섰다. 재판장인 박남천 부장판사는 “공판준비절차에서 해소됐어야 하는 문제”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심리의 효율성을 위해 피고인이 문제삼는 부분을 특정해서 동일성과 무결성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몇 차례 더 신경전을 거친 뒤 상황이 마무리됐지만 곧 다른 다툼이 기다리고 있었다.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워낙 수사기록이 방대하고 증거 양이 많다 보니 검찰에서 어떤 문서로 어떤 공소사실을 입증하겠다고 적은 증거설명서를 내서 재판의 효율성을 좀 더 높이기로 했다. 준비절차에서 예정된 방식이었다. 그런데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이 이 증거설명서를 문제삼았다. 변호인들이 동의하지 않아 증거로 채택되지 않은 내용까지 증거설명서에 곁들였다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A문건에 대해 설명하면서 변호인들이 동의하지 않아 채택되지 않은 B문건과 내용을 합해보면 이러한 공소사실이 인정된다’는 식으로 설명서를 썼다는 것이다.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검찰이 증거를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 검찰의 주장과 의견, 해설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나중에 본안 심리에서 의견서로 내면 되는데 서증조사 절차에서 일일이 주장을 내놓는 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주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이 한 목소리로 주장하는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과 비슷한 맥락으로도 읽힌다. 공소장에는 범죄사실과 적용 법조만 담아야 하고 증거 내용이나 혐의와 직접 관련 없는 배경 설명을 지나치게 자세히 담으면 법관들에게 불필요한 선입견과 예단(미리 결론을 단정짓게 하는 것)을 줄 수 있어 금지돼야 한다는 게 공소장 일본주의다. 수사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드러나면서 이른바 ‘사법농단’의 주역이 돼버린 전·현직 법관들은 재판부가 가질 수 있는 선입견과 예단에 극도로 예민한 모습을 보여왔다. 사법농단 사건의 ‘정점‘으로 꼽힌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대법관 측의 민감함은 강도가 더 세졌다. 서증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한 검찰의 증거설명서에조차 동의하지 않은 조금의 내용도 허락할 수 없다며 날을 세웠다. ●검찰이 정리한 증거설명서… “채택되지 않은 증거내용도 포함” 재판부 반환 검찰이 “법원 실무에서는 쟁점과의 관련성과 입증취지를 진술한 뒤에 증거조사를 한다고 정하고 있다”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해봤지만 변호인은 “검사의 주장이 기재된 부분을 제가 접어놓은 것만 해도 166쪽, 174쪽, 175쪽, 176쪽…. 너무 많아서 어떻게 해볼 수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부는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제출된 증거설명서를 증거조사에 활용하지 않고 반환하겠다”며 재판부가 먼저 증거설명서를 검찰에 다시 돌려줬다. 검찰이 문제될 게 없다고 거듭 주장하자 재판장은 “증거능력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모르고 증거를 채택하지 않은 것을 계속 증거조사하는 건 부적절한 게 분명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공소사실에 기재된 것을 인용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재판장은 원칙적으로는 증거로 채택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론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고 검찰은 굳은 표정으로 예정된 증거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검찰 측 서증조사는 얼마 안 가 다시 멈춰졌다. 검찰은 우선 사법행정권 의혹이 제기된 뒤 2017년 대법원에서 진행된 자체 진상조사 결과가 담긴 보고서를 소개했다. 이어 이탄희 전 판사의 사직서가 증거로 나왔다. 이 전 판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세상에 알려지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그는 2017년 2월 법원행정처에 발령받은 뒤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대회를 견제하라는 상부 지시를 거부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이 전 판사의 사직서로 법원행정처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려 한다며 실물화상기에 사직서를 띄웠다. 그리고는 “이탄희 수원지법 안양지원 판사가 이메일을 통해 검찰에 제출한 명단이다. 이 사직서를 통해 입증하고자 하는 것은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 이 판사가 발령을 받게 되자...” 이 대목에 이르자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과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이 동시에 손을 들고 “이의 있습니다”라고 소리쳤다. 변호인단은 “사직했다는 사실 외에 왜 추가로 설명을 하느냐”고 항의했다. 사직서로는 사직의사를 표시했다는 사실관계만 확인시켜줘야 할 뿐, 증거에 포함되지 않은 배경 설명을 설명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반면 검찰은 “이 전 판사가 사직을 하게 된 경위를 입증하기 위한 취지이기 때문에 필요한 설명이다. 사직서를 두고 사직했다는 것만 읽으라는 것은 부당한 이의 제기”라고 받아쳤다. 다만 재판부는 “쟁점 관련성을 넘어섰기 때문에 이 부분은 진술을 금지하겠다”고 정리했다. 이번에도 변호인단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셈이다. 검찰은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하겠다”며 재판부의 결정에 반감을 드러냈다. 오후 12시 5분 오전 재판이 마무리되고 휴정이 선언됐다. 재판부가 법정에서 나가자 양 전 대법원장, 박·고 전 대법관은 미소를 지으며 서로의 변호인들과 악수하고 인사를 나눴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사석 옆을 지나치면서 몇몇 검사의 낯이 익은 듯 웃으며 목례를 했다. 검사 3명이 어색한 표정으로 인사에 답했다.점심식사를 한 뒤 오후 2시부터 재판이 다시 열렸다. 검찰은 “오전에 2시간 분량의 서증조사를 준비했지만 20분 밖에 하지 못했다”며 변호인들이 건건이 서증조사 방식을 문제삼는 바람에 재판이 불필요하게 지연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치열하고 더 센 강도의 설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까스로 서증조사를 이어가던 검찰은 2016년 법원행정처에 보고된 구속영장 청구서 하나를 증거로 내놨다. 이 청구서에는 구속영장이 발부됐는지 결과가 써있지 않았는데, 검찰은 당시 행정처가 특정 사건과 관련해 영장실질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영장 사본을 입수하려 했다는 걸 입증하기 위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다시 검사의 말을 막았다. “이 문서에는 언제, 어떻게 입수됐는지가 기재돼 있지 않은데 그런 말(입수 경위)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재판부도 “증거 내용상으로는 없는 내용이니 진술하면 안 된다”고 했다. 조사방식을 두고 번번이 가로막혔던 검찰이 드디어 폭발했다. “단순히 (구속영장 청구서가) 외부에 유출됐다고 하는 게 입증 취지인데, 왜 이걸 말씀드릴 수가 없는 건지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증거 둘러싼 배경설명 하지 말라”…검찰, 재판부에 정식 이의신청 이 때 ‘칼’이 등장한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증거물이 만약 살인사건에 쓰인 칼이라면, ‘이 칼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찌른 칼입니다’라고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4명의 검사들이 동시에 반응했다. 웃음을 보이거나 앉은 자리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검사도 있었고 인상을 찌푸리며 동료 검사와 상의를 하는 등 변호인의 주장에 불만을 표시했다. 재판이 본격적으로 심리되기 전인, 또 증인들이 법정에 나와 많은 서류증거의 진정성을 인정하지 않기 전에는 서류증거에 적힌 내용만 딱 설명해야 한다는 게 변호인들의 주장이었다. “칼로 찔렀다는 말은 해도 되는데 이게 뭐 어디서 주웠고 누가 주웠고 이런 말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란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의 말은 그렇게 나왔다. 반면 검찰은 입증취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 경위나 배경을 설명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재판부는 이번에도 변호인 측 주장이 원칙적으로 맞다고 판단했다. 우여곡절 끝에 오후 7시 16분쯤 재판이 마무리됐다. 검찰은 “증거를 설명할 때 증거와 쟁점 사안의 관련성, 입증 취지에 대한 설명도 제한하는 취지로 결정한 것은 법령에 명백히 위반되고 실무와도 어긋난다”면서 “변호인의 부적절한 이의 신청으로 재판이 지연되지 않도록 적절히 소송을 지휘해 달라”며 재판부에 정식으로 이의를 신청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날 예정된 증거조사를 마무리한 검찰은 이날 바로 정식 이의신청을 접수했다. 검찰은 “증거를 설명할 때 증거와 쟁점 사안의 관련성, 입증 취지에 대한 설명도 제한하는 취지로 결정한 것은 법령에 명백히 위반되고 실무와도 어긋난다”면서 “변호인의 부적절한 이의 신청으로 재판이 지연되지 않도록 적절히 소송을 지휘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곧바로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검찰은 “혼란스러운 게 있다. 증거조사 방법에 대한 이의신청을 기각하셨고 수긍할 수 없지만 불복절차가 없고 다투려면 상급심에 주장해야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공판)조서에 남겨주실 것을 요청드린다”며 재판부의 결정에 우회적으로 불편함을 강조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선거법위반 백군기 용인시장, 벌금 90만원…시장직 유지

    선거법위반 백군기 용인시장, 벌금 90만원…시장직 유지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백군기 경기 용인시장에게 1심 법원이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수원지법 형사12부(김병찬 부장판사)는 23일 오후 2시께 열린 선고 공판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이로써 상급심에서 벌금 90만 원 형이 확정되면 백 시장은 직을 유지하게 된다. 공직선거법은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하고 있다. 재판부는 백 시장이 불법 선거사무실에서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본선 준비과정이라 볼 수 없다면서도, 지인이 쓰던 사무실을 무상으로 사용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유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동백 사무실에서 이뤄진 SNS 업로드, 홍보문구 작성 등이 경선 준비과정에서 이뤄졌을 뿐 특정 선거에 당락을 도모하는 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동백 사무실을 3개월가량 무상으로 임차해 사용한 점은 선거 지출내용을 공개해 민주정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자금법의 입법 취지를 근본적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공직자로서 무엇보다 우선해 갖춰야 할 덕목으로죄책이 절대 가볍지 않다”고 설명했다. 선고 공판 직후 백 시장은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게 “재판부의 결정을 존경한다. 더욱더 시정에 올인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백 시장은 선거를 앞둔 지난해 1월 5일부터 4월 3일까지 용인시 기흥구 동백동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유권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등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불구속기소 됐다. 또 지인이 쓰던 사무실을 대여료 없이 무상으로 사용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받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9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백 시장에게 징역 6월을 구형하고 유사 선거사무실 운영비용 추정치인 588만 2516원을 추징할 것을 주문했다. 한편 법원은 백 시장과 함께 기소된 지지자 4명 중 문제가 된 선거사무실을 백 시장에게 무상 임대한 A 씨에겐 벌금 90만원을, 나머지 3명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병역거부 무죄, 대체복무 현실로…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 같아요”

    “병역거부 무죄, 대체복무 현실로…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 같아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그리고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최종 무죄 취지 판결까지, 지난해는 병역거부자들에게 변화의 순간이었다. 변호사로서는 처음으로 병역법 위반 혐의로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백종건(35) 법무법인 위 변호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백 변호사는 2011년부터 무료로 200여명의 병역거부자들을 변호했다. 어릴 적 아버지가 병역거부로 교도소에 수감된 것을 직접 목격한 그에게 병역거부 문제 해결은 평생의 숙제였다. 결국 본인도 법무관을 거부하고 교도소를 택했고, 변호사 자격도 박탈당했다. 출소 이후 그는 변호사로 재등록하려 했으나 두 차례나 거부당했다. 그러다 병역거부에 대한 국가적 인식이 바뀌었다. 백 변호사는 지난 1월 세 번째 도전 끝에 변호사 재등록을 결정받았다. 지난 21일 서울신문이 만난 백 변호사는 이제 막 새로운 법무법인에 들어온, 열정 넘치는 중고 새내기 변호사였다. 그는 병역거부가 더는 ‘죄’가 아니게 됐음에도 여전히 ‘불이익’은 남아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처음 변호사 자격증을 받았을 때와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였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병역거부 문제에 관해선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 같습니다. 처음 변호사로 병역거부 사건을 대리하던 2011년 당시에는 어떻게든 하급심 법원을 설득해 헌법재판소 판단을 구해 볼 수 있는 위헌제청 결정이나 무죄 판결을 받아 보려고 노력했죠. 또 유죄 판결이 불가피하다면 법정구속을 피하고 불구속 상태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제 역할이었습니다.” -당시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을 피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다고 들었는데요. “이례적이었죠. 하지만 200여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변호하면서 재판부에 항상 법정구속을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고, 사례가 쌓이기 시작하면서 구속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 될 수 있었습니다.” -어떤 논리로 재판부를 설득했나요. “법정구속 이유는 대개 실형이 선고되면 도주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병역거부자들은 전과도 전혀 없고, 대부분 주거도 일정할 뿐만 아니라 따로 인멸할 증거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병역거부자들에겐 일관되게 1년 6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되는데, 이는 죄가 중하기 때문이 아니라 병역법 시행령상 1년 6개월 이상을 선고받지 않으면 다시 수감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점을 충분히 설명하니 70~80% 이상은 실형을 선고받더라도 구속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법정구속을 피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구속 재판의 경우 심급별로 구속 기간 제한이 있기 때문에 판결 선고가 빨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는 여론 추이를 지켜보면서 장기간 심리를 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불구속 상태로 상급심에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불구속 관행이 굳어진 이후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첫 무죄 판결이 나오기까지 100여건의 사건이 불구속 상태로 계류돼 있었습니다. 구속기간 제한 없이 심리하다 보니 사례가 쌓이고 쌓여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헌재 결정과 대법원 판결을 들었을 때 어떤 심경이셨나요. “평생 염원했던 변화들이 불과 반년 정도 만에 모두 이뤄진 것 같아서 마치 다른 세상에 사는 듯한 느낌도 들었죠. 더는 병역거부가 ‘죄’가 아니게 바뀌었고, ‘대체복무제’가 ‘이상’이 아닌 ‘현실’인 세상에서 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물론 이후에 대체복무제 도입과 관련해서, 그리고 남아 있는 병역거부자 재판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쟁점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논의가 이어져서 합리적인 결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3·1절 특사 대상에 양심적 병역거부가 포함되도록 노력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결국 제외됐습니다. “많이 아쉬웠습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죄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지만, 여전히 법적·사회적 불이익은 남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전과자는 5년간 공무원·교사 임용, 금융업 종사, 각종 시험 응시 등에서 제한됩니다. 이처럼 법적 평가와 사회적 신분이 불일치하는 것을 바로잡는 가장 좋은 방법은 특사였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정부에서도 대체복무제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사면을 검토하기로 했기 때문에 다음 사면에서는 긍정적으로 검토되면 좋겠습니다.” -여전히 양심적 병역거부를 향한 부정적인 여론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어떻게 해야 사회적 인식이 바뀔 수 있을까요. “군 복무가 너무 열악하기 때문에 형평성 있는 대체복무제 도입이 가능한지 의문을 가진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군 복무하는 장병들의 복지와 보상,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요? 대체복무제를 열악하게 도입해 군 복무까지 하향평준화시킬 것이 아니라요.” -정부에서 추진하는 대체복무제의 미흡한 점은 무엇인지요. “국민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감독하고, 편의를 느낄 수 있는 요양병원 근무나 간병 활동이 도입됐으면 싶었습니다. 대만처럼 말이죠. 몸이 힘들더라도 국가 공익에 기여하고, 대체복무자의 선의를 국민들이 알 수 있으면 더 진정성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도입 확정된) 교도소 근무는 외부랑 차단되어 있으니 실제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기 쉽지 않잖아요.” -교도소 근무가 어렵지는 않을까요. “과거에도 교도소 입장에서 복역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이런저런 업무들을 맡겨 왔기 때문에 일 자체는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습니다. 환자들을 돌보는 간병, 외부물품을 관리하는 영치, 그리고 교도관 업무를 돕는 보안 등에 대부분 투입됐죠. 영치 업무를 하면서 교도소 내에서 비싸게 거래되는 담배를 많이 접할 수 있는데, 병역거부자들은 대부분 담배를 피우지 않고 술도 마시지 않으니 훔쳐갈 일도 없죠. 특히 보안 업무는 교도소 외부에 나가서 청소하기도 하는데, 병역거부자들은 도망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자유롭게 청소시키는 편이죠.” -최근 종교인이 아닌 사람도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된 바 있습니다. 헌법상 양심을 어느 범위까지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헌법에서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양심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단순히 군 복무가 싫거나 힘들어서가 아니라, 군 복무를 이행할 경우 인간의 존엄이 무너질 정도로 양심의 가책을 받기 때문에 그만큼 어려운 대체복무를 이행하겠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 보다 양심적 병역거부의 의미에 부합할 것입니다.” -최근 검찰에서 1인칭 슈팅 게임 등의 접속 기록까지 살펴보며 양심적 병역거부가 맞는지 판단하고 있습니다.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외국의 경우 폭력 전과나 총기 소지 허가 신청 여부를 병역거부의 간접 증거로 검토하곤 합니다. 검찰도 이에 따라서 일부 폭력적인 게임을 하는지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사실적으로 표현되는 일부 1인칭 슈팅 게임의 경우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내세우는 자신의 신념에 관한 소명과 모순된다고 판단된다면, 검찰이 충분히 간접 증거들 중 하나로 제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하나만으로 양심의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병역거부자도 특정 게임을 했다면 그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소명하고 법원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죠.” -앞으로 어떠한 삶을 생각하고 있는지요. “병역거부는 제가 평생에 걸쳐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해 그 해결만을 바라보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기대보다 빨리 해결돼서 큰 산을 넘은 기분입니다. 그동안 많은 분이 도와주셨지만, 특히 판사분들이 감사합니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례에서 보듯이 판사들이 상급심 판단을 거스르기가 쉽지 않은데도 법정구속을 면해 주거나 무죄를 선고하는 등 소신 있는 판결을 내려 주었죠. 저도 신념을 가지고 사회적 약자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언제든지 희생하고 싶습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김경수는 구속, 전병헌은 불구속…“법정구속은 판사 맘대로?”

    김경수는 구속, 전병헌은 불구속…“법정구속은 판사 맘대로?”

    불구속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에 대한 ‘법정구속’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 달 사이에 나온 주요 정치 인사들의 재판에서 법정구속 여부가 확연히 갈렸기 때문이다. 사실상 ‘판사 마음대로’ 아니냐는 불신 여론까지 불거져 나오고 있다.■김관진·전병헌은 불구속, 김경수·안희정은 구속?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김태업)는 지난 21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해 각각 징역 2년 6개월과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김 전 장관은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관여 활동에 개입한 혐의를, 전 전 수석은 한국 e스포츠협회를 통해 여러 대기업에서 수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같은 날 시차를 두고 이들에 대해 유예 없는 징역형을 내렸다. 그러나 이들은 법정구속을 면했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에 대해선 “애초에 김 전 장관의 구속적부심에서 불구속 재판 선언을 했고, 다른 재판부에서도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이 재판에 대해 항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항소심도 불구속 상태에서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구속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 전 수석에 대해서도 “구속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영장발부 안 하겠다. 항소해서 불구속상태에서 다퉈보는 점이 재판부 입장에서도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최근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지사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모두 법정에서 즉시 구속됐다. 김 지사는 ‘드루킹’ 김동원씨와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안 전 지사는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실형 선고는 법정구속이 원칙” 원칙적으로 불구속 재판에서 실형이 선고되면 법정구속이 뒤따른다. 대법원 재판예규는 ‘피고인에 대해 실형을 선고할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정에서 피고인을 구속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도 “실형을 선고하면 구속하는 것이 원칙이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면할 수 있다”면서 “예를 들어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다투는 사건이나, 피해자와의 합의가 공판 도중에라도 이뤄질 수 있는 사기 사건에서 법정구속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법정구속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법원행정처 사법연감에 따르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법정구속된 피고인은 2008년 7940명에서 2017년 1만 1833명으로 급증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사법농단 수사를 거치면서 판사들 사이에 ‘법대로 하자’는 인식이 퍼진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화이트칼라 범죄는 주로 ‘고위직’이 저지른다는 인식 때문에 그간 법원에서도 도주 및 증거인멸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했지만, 이젠 화이트칼라 범죄라도 도주 가능성을 크게 보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속 기준은 ‘깜깜’…예측 가능성 낮아 그러나 법정구속을 판단하는 기준은 여전히 불명확해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피의자 혹은 피고인은 자신이 구속될 가능성이 얼마나 큰지, 어느 정도 형량을 받게 될지 예측이 가능해야 하다는 지적이다. 형량은 양형 기준을 통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지만, 구속은 객관적 기준이 없다.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구속 사유는 ▲일정한 주거가 없을 경우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을 경우 ▲도망할 염려가 있을 경우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주요 사건에서 재판부가 실질적으로 고려하는 요소는 ‘도망 염려’와 ‘증거인멸 우려’다. ‘법정 태도’도 구속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될 수 있다. ■“불구속 재판 원칙으로 해야”…형량 기준 방안도 이에 실형이 선고되더라도 불구속 재판을 이어가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법정구속은 결과적으로 판사 마음대로 이뤄진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구속요건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되, 가능한 불구속 재판 원칙을 따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안 전 지사나 김 지사가 법정구속된 것도 이해하기 힘들었다”면서 “상급심에서 무죄를 적극 주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사회적 지위가 있다는 점에서 도망칠 염려도 없고, 이미 재판부가 수많은 증거를 토대로 유죄라고 판단한 만큼 증거인멸 가능성도 적다”고 덧붙였다. 형평성 차원에서 죄의 중함을 기준으로 구속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일반 시민들은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김 지사는 구속되고,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전 전 수석은 불구속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사회적 지위나 도주·증거인멸 우려 등이 아닌 객관적인 수치인 형량을 근거로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공무원 헛발질·소송 줄줄이… ‘블’만 나와도 화들짝 놀라는 문체부

    공무원 헛발질·소송 줄줄이… ‘블’만 나와도 화들짝 놀라는 문체부

    작년 연말 책임 규명안·도 장관 사과에 문화예술인들 “현장 무시” 거센 반발 “뭘 사과한다는 겁니까. 목적도 없는 사과만 도대체 몇 번째입니까.”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현대미술관 서울관 멀티플렉스룸. 객석에서 문화예술인들의 거친 질타가 터져 나왔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준비한 자료를 모두 읽은 뒤 문체부 산하기관 원장 6명과 함께 고개를 숙인 직후였다. 연이어 터지는 문화예술인의 고함에 도 장관을 비롯한 원장과 문체부 실·국장들의 얼굴도 딱딱하게 굳었다. 문체부는 이날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과 단체를 검열하고 지원에서 배제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책임규명 권고안 이행방안 최종 확정안을 발표했다. 2017년 민관이 합동으로 구성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가 수사 의뢰 또는 징계 권고한 문체부 68명, 기타 유관기관 63명 등 모두 131명에 대한 조치다. 문체부는 검토 대상 68명에 관해 수사의뢰 10명, 중징계 1명, 주의 33명의 조치를 내렸다. 지난해 9월 발표한 이행계획안에서 수사 의뢰 3명, 징계 1명을 추가한 숫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등 공공기관·지자체 징계 권고 63명에 관해서는 징계 21명, 경고 및 주의 처분 13명으로 확정했다. 그러나 이날 최종 확정안 발표는 기자들에게만 전날 급하게 문자로 전해지고, 문화예술계에는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빛이 바랬다. 뒤늦게 기자회견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문화예술인들은 “문체부에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장관의 사과도 못 믿겠다”며 언성을 높였고, 결국 도 장관을 비롯해 차관과 실·국장들은 추가로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해가 바뀌었지만, 문체부 블랙리스트의 그림자는 여전하다. 문체부 공무원 일부의 헛발질, 그리고 앞으로 예정된 블랙리스트 관련 소송 때문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를 비롯한 출판단체 12곳은 지난 8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와 문책을 거듭 촉구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사무처장으로 파견 근무 중인 한민호 문체부 전 미디어정책관이 윤철호 출협 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고발했기 때문이다. 앞서 한 처장은 윤 회장이 자신의 명예를 크게 훼손해 심적 고통을 겪고 있다는 내용의 고발장과 고소장 등을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검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또 출협을 비롯해 나머지 단체에도 “발언을 철회하지 않으면 한 회장처럼 고소·고발하겠다”며 내용증명을 보냈다. 윤 회장은 이와 관련, “한 사무처장의 이런 적반하장이 가능한 것은 문체부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와 책임규명을 미흡하게 마무리했기 때문”이라며 “문체부는 지난해 말 사과를 했지만, 사실상 달라진 게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문체부 내부에서조차 한 사무처장의 이런 행동에 불평이 나온다. 한 사무관은 “개인으로선 억울할 수 있지만, 너무 나간 감이 있다”면서 “블랙리스트의 상처가 봉합되기도 전에 소금을 뿌린 격”이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앞으로 이어질 소송전도 문체부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앞서 청주지법은 지난달 24일 충북 지역 예술인 25명과 예술단체 2곳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는 개인 2명과 단체 2곳에 2000만원, 나머지 23명에게 각 1500만원씩 모두 4억 2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앞서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랐던 충북지역 예술인 25명과 예술단체 2곳은 지난 2017년 초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탄압받고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1인당 2000만원씩 모두 5억 4000만원을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국가를 대신한 법무부 산하 법무공단은 13일 청주지법에 항소했다. 문체부 측은 이와 관련, “블랙리스트 작성과 지원 배제 행위의 위법성과 배상책임을 분명히 인정한다”면서도 “선도판결로서 향후 판결의 준거가 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배상액 산정 기준 등이 모호해 상급심의 심리를 통해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판결은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예술인들에 관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청주 외에 서울과 광주에서 진행 중인 블랙리스트 관련 소송 7건은 현재 1심 재판 중이다. 진상조사위가 지난해 5월 발표한 최종 결과에 따르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는 문화예술인 8931명, 단체 342개에 이른다. 소송 결과에 따라 7건 외에 추가 소송 가능성도 크다. 문체부 공무원들은 잇따라 터지는 블랙리스트 악재에 피로함을 호소한다. “블랙리스트라면 정말 지긋지긋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이른바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김용삼 문체부 차관은 “이행협치단의 문화예술인 대표와 함께 지난해 12월 31일을 끝으로 예술계 발전을 위해 책임 공방은 이제 그만하고, 제도 개선과 예방 쪽에 힘을 기울이자고 했다”면서 “문체부로선 앞으로 그쪽에 힘을 실으려 한다”고 말했다. 블랙리스트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은 도 장관은 이번 청와대 개각 명단에 포함됐다. 그러나 문체부에 드리운 블랙리스트의 그림자는 여전하다. “후임 장관 역시 블랙리스트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문체부 내부에서 나오지만 “그래도 노력하는 수 밖에 없다”는 말이 이어진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국정원 탈북자 조사 폐쇄적… 혈세 쓰며 간첩 조작 못 하게 바꿔야”

    “국정원 탈북자 조사 폐쇄적… 혈세 쓰며 간첩 조작 못 하게 바꿔야”

    최근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에서 잇따라 내리는 권고안이 있다. 검찰총장이 검찰 조직을 대표해 공권력 피해자들에게 직접 사과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피해자들은 검찰총장의 사과를 썩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잘못한 사람과 사과하는 사람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문무일 검찰총장의 사과를 받았던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대표는 앞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마구잡이로 때려 놓고 일방적으로 ‘미안하다’고 하면 그게 사과냐”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유우성(39)씨도 마찬가지다. 과거사위는 지난 8일 문 총장에게 유씨와 그의 동생 가려씨에 대한 사과를 권고했다. 과거 검찰이 국가정보원이 제시한 증거가 허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했을 가능성이 크고, 간첩죄가 무죄 확정되자 보복성 추가 기소를 하는 등 공권력을 남용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씨는 반문한다.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있고 아직도 관련자 처벌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왜 현재의 검찰한테서 사과를 받아야 하느냐고. 서울신문이 만난 유씨는 여전히 국가와 싸우고 있었다. 다음은 유씨와의 일문일답.→근황이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한 여행사에서 시간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패키지 상품을 팔죠. 아직 진행되는 재판들이 많아서 꾸준히 법원에 출석해야 하다 보니 일정한 직업을 가지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이전엔 건설 현장도 다니고, 시장에서 상하차 작업도 해 봤습니다. →어떤 사건들이 남아 있는지요. -2014년 간첩죄가 무죄로 확정되자 검찰이 이미 기소유예 처분받았던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를 보복성으로 추가 기소한 사건이 대법원에 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그대로 굳어지면 검찰이 책임질 일만 남았죠. 이외에 기록 조작에 가담한 국정원 간부 사건에서 피해자로서 증언하고 있고, 저를 간첩으로 몰고 간 언론에 대한 소송도 일부 남아 있습니다. ●사과는 나쁜 짓 한 사람이 해야 의미가 있어 →최근 전직 국정원 대공수사국장이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죠. 합당한 판결이었다고 생각하셨나요. -전혀요. 너무 관대한 판결이 내려져서 저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공직에 있는 사람이 공권력을 남용해 간첩 조작까지 했는데, 이제 와서 ‘아랫사람들이 잘못했고 난 서명만 해서 잘 모른다’고 일관하는 것을 법원이 받아들이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엄벌해야 하는데도 재판부는 관대한 형량을 내렸습니다. 심지어 함께 기소된 부하 직원은 집행유예로 풀려났고요. 저와 같은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판결이 아닙니다. 상급심에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 사람들이 가한 피해만큼 처벌받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검찰 과거사위에선 유우성씨가 잘못된 검찰권 행사에 의해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고 인정하면서 검찰총장이 직접 사과하라고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기분이 어떠셨는지요. -이번 심의 결과는 그동안 있었던 다른 진상조사에 비하면 나아간 결과라고 봅니다. 과거사위도 강제성이 없고 당사자들이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고 들었지만, 적극적으로 조사하려는 의지가 보였습니다. 탈북자 진술 증거에 대한 추가 검증 절차를 마련하라는 등의 제도 개선 권고안도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잘못은 과거 검찰에서 하고, 사과는 지금 검찰에서 한다는 점이 씁쓸합니다. 정작 사건에 관여된 검사들은 감봉에 그쳤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검찰총장이 사과하는 것이 피해자들에게 큰 위안이 될 수는 있겠지만, 실제로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이 사과하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을 겁니다. ●간첩 조작 사실 밝혀졌는데 폄훼 보도 여전 →사건 당시 정부가 증언에 나선 탈북자들에게 금품을 지급했다는 사실도 드러났죠. 어떻게 이런 일들이 일어났던 걸까요. -국민 혈세를 이용해 간첩 조작이 가능한 환경을 바꿔야 합니다. 국정원 신문 과정이 폐쇄적이고, 탈북자들이 외부의 조력을 구하기 쉽지도 않죠. 당시 재판에서 국정원에 유리한 진술을 해 준 탈북자에게 최대 2000만원까지 지급됐다고 들었습니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탈북자들이 그런 제안을 쉽게 거부할 수 있었을까요? 결국 과거사위가 권고한 것처럼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옛 중앙합동신문센터)부터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2014년에 이름이 바뀌었지만 저희가 보기에는 여전히 폐쇄적인 공간입니다. 외부와 차단돼 있고, 상주하는 변호사들도 사실상 공무원이나 다름없어 감시 장치가 없습니다. 인권센터 등 외부 인권기관의 변호사가 정기적으로 교대해 들어가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정기적으로 감사를 벌이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센터 안에서 탈북자들이 자유롭게 변호사도 선임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하고요. →현행 국가보안법도 바뀔 필요가 있을까요. -무엇보다 간첩의 정의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정보를 북한에 팔아먹는다면 간첩이 맞죠. 그런데 탈북자가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이 너무 보고 싶어서 몰래 연락하고, 돈을 보내고, 두만강에서 만나기도 한다면, 그 사람도 간첩일까요? 현행법부터가 문제입니다. 국가보안법, 남북교류협력법, 형법에 관련 법이 제각각 있습니다. 앞서 말한 탈북자는 국가보안법에 따르면 간첩으로 처벌받고, 교류협력법에 따르면 벌금으로 끝납니다. 법 잣대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전히 유우성씨가 간첩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저를 간첩이라고 보도한 언론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처음 간첩죄로 기소돼 재판을 받을 당시에 보수 언론에서는 저를 간첩으로 몰아갔고, 조작 사실이 밝혀지고 나서도 신변잡기성 보도를 통해 저를 깎아내렸습니다. 예를 들어 ‘유우성은 왜 한국에 와서 개명했나’, ‘왜 유우성은 평범한 사람이라면서 유명인들과 사진을 찍을까’와 같이 사건과는 아무 상관없는 기사들이었죠. 그 당시 여파가 아직도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결국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쓰고 싶은 것만 쓰고, 인식하고 싶은 것만 인식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탈북·이주민 정착 관심… 의학 지식 활용 꿈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으신가요. -탈북자들의 한국 정착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최근엔 북한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온 이주민 문제도 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한 만큼 정착민들을 도울 수 있는 분야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또 북한에서 공부했던 의학 지식도 활용하고 싶습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의대 진학을 시도했지만,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어서 실패했습니다. 그래도 꿈까지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북한 의료 시스템을 개선하는 일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어떻게 바뀌길 바라시나요. -진짜 간첩이 있다면 잡아야 합니다. 그러나 보수적 국가 세력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간첩 조작을 이용해 자신들의 잘못을 덮어 버리는 관례를 수십년 동안 자행해 왔습니다. 사회를 마비시키고, 시민들의 눈과 귀를 막았습니다. 국가가 나서서 탈북자들을 간첩으로 둔갑시켜 증오를 심는 행위는 아주 큰 잘못입니다. 이번 정부에서 국가보안법을 개선하고, 간첩 조작도 강력하게 처벌하는 등 제동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것이 저를 비롯한 모든 국가 폭력 피해자들의 바람입니다. 다시는 간첩 조작으로 사회를 공포로 몰아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은 화교 출신으로 2004년 탈북한 유우성씨는 2011년부터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다 국내 탈북자 정보를 여동생 가려씨를 통해 북한 보위부에 넘겨준 혐의 등으로 2013년 구속기소됐다. 그러나 가려씨는 재판 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의 가혹행위로 거짓진술을 했다고 폭로했고, 국정원이 입수해 법원에 제출한 유씨의 북한·중국 국경 출입기록이 위조된 사실이 드러나며 유씨의 간첩 혐의는 무죄가 확정됐다.
  • 김경수, 지사직 박탈 위기에 지지자들 법원 앞 규탄 집회

    김경수, 지사직 박탈 위기에 지지자들 법원 앞 규탄 집회

    김경수 경남지사의 지지자 500여명이 집회를 열어 법원이 최근 김 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데 대해 성토했다. 이들은 ‘김경수는 무죄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적폐 판사 탄핵하라”, “사법 적폐 청산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사법농단 세력규탄 및 청산촉구 국민연대’는 오늘(2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재판은 일부 집단의 이익과 정치적 보복수단으로 전락한 저급한 판결로 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이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사법 적폐 세력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저항하겠다는 인면수심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며 보복성 판결을 통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선전포고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또 “김 지사는 사법 적폐 세력의 부당한 정치 판결의 희생자다. 김 지사가 올바른 판결을 받고 사법 적폐 세력들이 뿌리 뽑히는 날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알렸다.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성창호)는 김 지사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댓글 조작 사건에 공모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로 징역 2년의 실형을 판결했다.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김 지사는 상급심에서 유무죄 판결이 뒤집히지 않는 한 지사직이 박탈될 가능성이 크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경수 법정구속] “김경수, 상급심서 刑 확정돼도 대선 무효는 불가능”

    [김경수 법정구속] “김경수, 상급심서 刑 확정돼도 대선 무효는 불가능”

    “19대 대선때 댓글 영향 입증 어려워 野 대선무효 제기 가능성…공방클 듯”‘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 조작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면서, 만약 상급심에서 유죄가 최종 확정될 경우 19대 대선 결과에까지 영향이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신문이 30일 정치·법학 분야 전문가 6명에게 질의한 결과 당선무효소송은 공직선거법상 공소시효가 6개월이어서 불가능하며, 설사 당선무효소송이 가능하다고 해도 무효판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공통적이었다. 다만 현 정부의 정통성 및 도덕성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예상된다는 견해가 많았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직 1심이고 2, 3심까지 형 확정 절차가 남아 있는데, 3심에서 불법이 확정되고 당선무효소송의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더라도 그 자체를 선거 무효로 연결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대선 당선무효소송에서는 댓글과 같은 원인이 선거 결과에 직접적 인과관계를 갖는지를 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정판결(事情判決)이 나온다”고 했다. 사정판결이란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원고의 청구에 이유가 있다고 인정됨에도 기각하는 것이다. 노 교수는 미국도 러시아가 댓글이나 가짜뉴스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는 논란을 겪고 있는데, 영향력에 대한 분석 결과가 ‘미미했다’부터 ‘7% 수준이었다’까지 다양하다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종심이 남아 있기 때문에 아직은 너무 이른 얘기”라는 것을 전제로 “대선 선거운동에 불법 행위가 있었다면 당선무효소송 외에 업무방해와 같은 다른 소송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정당성을 문제 삼을 수는 있다”고 했다. 그는 “이 경우 문 대통령이 (댓글 조작에) 직접 관여하거나 직접 명령했냐, 댓글 조작이 선거 결과를 좌우할 정도였느냐가 관건일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드루킹의 여론 조작으로 어느 정도의 표가 문 후보 쪽으로 갔는지 계산할 방법이 없다”며 “정치적으로는 불복할 수 있지만 법률적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선거법으로 대선 무효는 6개월 이내에 끝나게 돼 있기 때문에 2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대선 자체를 무효화시킬 수 있는 조항은 선거법적으로 없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국정원 댓글 사건과 유사한 측면이 있는데, 댓글이란 게 사람들의 투표 행위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를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현 정부가 촛불정부라고 했던 것에 대해 야당을 중심으로 도덕성, 정당성 부분에 대한 시비를 가리자는 요구와 함께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시위가 생길 수는 있다”며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여러 시비에도 불구하고 권력 사유화나 최순실 게이트로 탄핵으로 간 거니, 대선 결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홍국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겸임교수는 “야당이 (대선 무효라는) 문제 제기를 할 수 있고, 정치적 논란과 공방도 있을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지난 대선은 전 정권의 국정농단 등에 대해 심판 성격이 있었고 상당히 압도적인 결과가 났기 때문에 댓글이 큰 영향력을 미치기는 어려웠다고 본다”고 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김경수 법정구속] ‘컴퓨터 업무방해’ 이례적 실형… 지사직 박탈 가능성

    대부분 벌금·집유인데 법원 엄히 처벌 센다이 총영사직 제안 혐의는 집유 2년 김경수 경남지사가 업무방해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면서 선출직인 지사직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상급심에서 유무죄 판단이 바뀌지 않는 한 지사직이 박탈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성창호)는 30일 김 지사에 대해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사건에 공모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 앞서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공하려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 264조에 따라 선거법을 위반해 징역형이나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당선이 취소된다. 일반 형사 사건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돼도 마찬가지다. 법조계에서는 상급심이 각각의 혐의에 대해 유무죄 판단을 바꾸지 않는 한 김 지사가 지사직을 상실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재판부가 양형 요소를 고려해 형을 줄이더라도 당선무효형 이상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무방해 사건에서는 벌금이나 구류를 선고받아야 하고,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는 100만원 미만의 벌금을 선고받아야 한다. 형법상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는데, 실형이 확정된 사례는 거의 없고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으로 끝났다. 그럼에도 재판부가 징역 2년을 선고한 것은 김 지사의 죄를 그만큼 엄하게 물었다는 뜻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선거범죄 양형 기준에 따르면 선거운동 관련 이익제공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경우 징역형을 선택하도록 돼 있다. 특히 김 지사 사례처럼 후보자 일반 매수에 해당된다면 상대방의 적극적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경우, 의사 표시나 약속에 그친 경우 등 감경 요소를 적용해도 최저 양형 기준이 벌금 150만원이다. 이익제공 금지 규정을 위반해 벌금 100만원 미만이 선고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서울포토] ‘댓글조작’ 징역2년 법정구속… 구치소 향하는 김경수 지사

    [서울포토] ‘댓글조작’ 징역2년 법정구속… 구치소 향하는 김경수 지사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호송차에 탑승하고 있다.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 조작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날 1심 판결이 상급심에서 확정되면 김 지사는 지사직을 잃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30일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순위 조작에 가담한 사실 등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그에게 댓글조작 혐의에 대해선 징역 2년의 실형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19. 1. 30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속보] 김경수 “진실 외면한 법원…유죄 판결 납득 어렵다”

    [속보] 김경수 “진실 외면한 법원…유죄 판결 납득 어렵다”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 조작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선출직 공무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이나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된다. 일반 형사 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날 1심 판결이 상급심에서 확정되면 김 지사는 지사직을 잃는다. 이번 판결에 대해 김 지사는 “유죄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속보] ‘댓글조작 공모’ 김경수 1심 실형·법정구속…당선 무효 위기

    [속보] ‘댓글조작 공모’ 김경수 1심 실형·법정구속…당선 무효 위기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 조작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날 1심 판결이 상급심에서 확정되면 김 지사는 지사직을 잃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30일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순위 조작에 가담한 사실 등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그에게 댓글조작 혐의에 대해선 징역 2년의 실형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실형이 선고된 부분에 대해선 구속 영장을 발부해 법정에서 구속했다.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2016년 11월 무렵부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당선 등을 위해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한 불법 여론조작을 벌인 혐의로 기소됐다. 특검팀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드루킹이 운영하는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아 ‘킹크랩’ 초기 버전의 시연을 본 뒤 본격적인 프로그램 개발을 승인한 것으로 파악했다. 김 지사는 이를 강하게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드루킹 일당의 진술, 시연 당시 사이트 접속 기록, 김 지사의 사무실 방문 사실 등을 근거로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본 뒤 프로그램 개발·운영을 승인 또는 동의했다고 판단했다. 이후 드루킹 일당이 킹크랩을 이용해 조직적인 방법으로 댓글 조작을 한다는 사실도 충분히 인식했고 더 나아가 이를 지속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이 텔레그램이나 시그널 메신저를 통해 주고받은 메시지 등을 주요 증거로 삼았다. 김 지사는 드루킹과 지난해 6·13 지방선거까지 댓글 조작을 계속하기로 하고, 그 대가로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댓글 작업을 통한 선거운동을 하겠다는 동기로 센다이 총영사 인사 추천이 제안된 것으로 보인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한 뒤 “피고인의 범행은 포털사이트 회사들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온라인 공간의 투명한 여론형성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해 왜곡된 여론을 형성하려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범행 당시 피고인은 현직 의원으로서, 부정한 방법으로 여론을 왜곡하려는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히 배격해야 할 위치에 있었다”며 “그런데도 목적 달성을 위해 거래 대상이 돼서는 안 되는 공직 제안까지 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피고인은 여러 객관적인 물증과 이에 부합하는 관련자 진술에도 불구하고 범행을 모두 부인하면서 자신은 킹크랩을 전혀 몰랐고 선플 운동인 줄 알았다는 변명으로 일관했다”며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선출직 공무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이나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된다. 일반 형사 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돼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날 1심 판결이 상급심에서 확정되면 김 지사는 지사직을 잃게 된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오전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하고 주범인 김동원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서울포토] 담담한 표정으로 선고공판 출석한 김경수 경남지사

    [서울포토] 담담한 표정으로 선고공판 출석한 김경수 경남지사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김경수 지사가 선고공판을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 조작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날 1심 판결이 상급심에서 확정되면 김 지사는 지사직을 잃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30일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순위 조작에 가담한 사실 등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그에게 댓글조작 혐의에 대해선 징역 2년의 실형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19.1.30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권영진 대구시장 항소심 벌금 90만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권영진 대구시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벌금 90만 원이 선고됐다. 대구고법 형사1부(박준용 부장판사)는 17일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후보를 지지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권 시장에 대해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정치적 중립과 선거 공정성을 유지해야 하는 시장 신분으로 불법 선거운동을 해 비난 가능성이 크지만 위반 정도가 당선을 무효로 할 정도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법원 앞에 피고인을 법대로 처벌해 달라는 플래카드와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며 “시장직을 수행하면서 지지하지 않은 시민들의 목소리도 들어달라”고 덧붙였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권 시장은 시장직을 유지할 수 있다. 권 시장은 재판이 끝나고 “이제 시정에 전념해서 시민의 이익을 지키고 대구의 미래를 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지난 4월 대구 동구 한 초등학교에서 열린 체육대회에서 출마한 한국당 후보의 지지를 호소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지난 5월 5일 한국당 소속으로 달성군수 선거에 출마한 한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자신과 해당 예비후보의 업적을 홍보하고, 한국당 지지를 부탁한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모두 인정되지만,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법 위반 정도가 선거 공정성을 훼손해 당선무효로 할 정도라고는 판단되지 않는다”며 벌금 90만원을 선고했고 검찰은 “선고 형량이 구형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대구시장 신분으로 두 차례나 선거법을 위반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상급심 판단을 다시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항소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총 4년형 받은 우병우 왜 1년 만에 풀려났나

    총 4년형 받은 우병우 왜 1년 만에 풀려났나

    김기춘 등과 달리 세번째 갱신 안 돼 법원 “판결 확정까지는 형 집행 불가” 檢 “별다른 설명 없이 연장 거부” “피고인 차별한다는 오해 생길 것”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는데도 2심에서 구속기한 만료로 384일 만에 석방된 것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다른 국정농단 피고인들과 달리 1년여 만에 석방될 수 있었던 건 검찰이 구속기한 연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전날 밤 12시 구속기한 만료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됐다. 우 전 수석은 크게 두 가지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불구속 기소된 ‘국정농단’과 구속 기소된 ‘불법사찰’이다. 항소심에서 두 재판은 병합됐고, ‘불법사찰’ 구속영장이 만료되자 검찰은 지난해 7월 애초에 불구속된 ‘국정농단’ 혐의로 구속영장을 새로 발부받았다. 이 구속영장은 지난해 9월, 11월 두 차례 갱신됐고 이번에 검찰이 세 번째로 갱신을 신청했지만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차문호)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고, 같은 범죄사실로 새로 영장을 발부하는 것에 대해 법리 다툼 여지가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국정농단 피고인들은 모두 구속영장이 세 번씩 연장됐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종 전 문체부 차관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유독 우 전 수석만 두 번 연장된 데 그쳤다. 김 전 실장은 구치소에 수감된 지 562일 만에, 차은택 전 단장은 745일, 김종 전 차관은 2년여 만에 석방됐지만 우 전 수석은 1년여에 불과했다. 우 전 수석의 구속기한을 연장하지 않은 법원의 판단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극히 이례적이라고 말한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혐의가 많고 법리가 복잡한 경우 구속기한을 최대한 연장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검찰도 공소유지 및 증거인멸 방지 등을 위해 구속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농단 항소심을 받던 우 전 수석 측이 ‘이제 곧 추가로 올라오는 불법사찰과 병합해 재판받고 싶으니 기다려 달라’ 해서 피고인을 배려해 기다리고 있던 상황인데 재판부가 별다른 설명 없이 연장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구속기한은 기본적으로 2개월이지만 1심에서 2개월씩 두 차례, 2심과 3심에서 각각 세 차례 연장할 수 있다. 다만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세 번째 연장은 ‘추가 심리가 필요한 부득이한 경우´로 제한된다. ‘국정농단’ 1심 선고 당시 이미 ‘불법사찰’로 구속돼 있어서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법정구속을 하지 않은 것이 결국 우 전 수석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1심에서 각각 징역 2년 6개월,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된 우 전 수석을 석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시각도 있다. 재판이 병합되면서 항소심에서 형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지만, ‘불법사찰’만도 징역 1년 6개월인데 1년여 만에 석방됐기 때문이다. 법원은 ‘판결이 최종 확정되기 전까진 형을 집행할 수 없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선고하면서 피고인을 법정구속하는 것은 형을 집행하는 의미가 아니라 별도의 구속영장을 발부해 기한 내에 상급심 재판을 받게 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1심 선고 형량이 구속기한보다 긴데도 구속기한 만료를 이유로 풀어 주는 것에 대해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있겠냐”며 “피고인에 대한 구속갱신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누구는 갱신하고 누구는 안 한다면 피고인에 따라 차별한다는 오해를 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제주 해군기지 주민 30%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한 달 새 자살 생각” 20.3% 달해 11년 갈등 영향…의료지원 시급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11년간 찬반 갈등을 겪은 서귀포 강정마을 주민 30%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도와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는 만 20세 이상 주민 713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 15일~6월 30일 실시한 정신건강 조사 결과 가족끼리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응답이 25.2%, 대인 관계 스트레스는 49.9%, 주민 갈등 또는 지역사회 불이익 경험률은 36.8%, 우울증상은 12.8%였다. PTSD 조사 결과는 2016년 전국 정신건강실태조사(평생 유병률 1.5%), 2015년 제주도 정신건강실태조사(평생유병률 3.8%)와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또 9.4%가 낮은 자살경향성, 10.97%가 중간 정도 자살경향성, 3.2%는 높은 자살경향성을 보였다. 최근 한 달 새 자살을 한번이라도 생각한 경우는 20.3%였다.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자살생각률 4.6%)의 4배 이상이다. 37.6%는 자신의 건강을 항상 걱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갈등은 2007년 입지확정 때 시작해 2016년 기지 완공 뒤에도 이어졌다. 도는 PTSD 증상군에서 사회심리적 스트레스와 자살경향성도 높아 이들에 대한 의료지원과 심리지원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마을 보건소에 상설 건강상담실을 운영하는 등 주민 정신건강과 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주민 사면과 관련,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19일 도의회 도정질의에서 “내년 초쯤 기지 관련자 재판이 마무리되고 1심인지, 대법원까지 가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급심을 포기하든지 해서 확정되면 즉각 사면하겠다는 게 대통령과 법무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대법관 2명 “청구권으로 최종 해결” 반대 의견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기업인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을 심리한 김명수 대법원장 등 13명의 대법관 중 권순일·조재연 대법관 2명만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우리 국민이 일본이나 일본 국민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할 권리행사가 제한된다고 봐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또 대법관 4명이 신일철주금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7명의 다수 의견과는 다른 근거를 제시했다. 김재형·김선수 대법관은 보충 의견을 냈다.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 제외” 보충 의견 권순일·조재연 대법관은 “청구권협정에 의하여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 또는 일본 국민에 대하여 가지는 개인청구권이 바로 소멸되거나 포기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소송으로 개인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제한되게 되었으므로, 원고들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국내에서 강제동원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 소송을 제기하는 권리는 제한된다”며 사건을 원고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두 대법관은 청구권협정 2조 1항 때문에 이렇게 판단했다. 2조 1항에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란 문구가 있는데, 이는 한·일 간 청구권이 정부대 정부뿐 아니라 두 나라 국민 사이에서도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되었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김재형·김선수 대법관은 “청구권 협정의 문맥, 목적, 문언에 나타난 통상적인 의미에 따라 해석할 경우 청구권협정에서 말하는 청구권에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이 포함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보충 의견을 제시하며 다수 의견에 한층 힘을 실었다. ●“재상고심 빠르게 결정 했어야” 지적도 이기택 대법관은 “이미 2012년 5월 대법원 소부(주심 김능환)에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그 환송 판결의 기속력에 의하여 재상고심인 이 사건에서도 같은 판단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속력이란 파기환송심 등에서 상급심 판단을 따르는 것을 말한다. 이 대법관 견해에 따르면 2013년 7월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에서 패소한 신일철주금이 재상고를 했더라도 재상고심은 첫 상고심 판결대로 빠르게 결정을 내렸어야 한다는 것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사설] 국가폭력 피해자 손배청구 길 연 헌재 결정 환영한다

    고문, 조작 등 국가폭력 피해자가 민주화운동 보상금을 받으면 국가배상청구를 금지한 민주화운동보상법 일부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또 ‘과거사 사건’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권 소멸시효를 6개월로 정한 민법조항도 위헌으로 판단했다.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그동안 쥐꼬리 보상금만 받고 잘못된 법 조항과 퇴행적인 대법원의 판결로 고통받아 왔다. 만시지탄이지만 잘못이 바로잡히고 피해자들이 배상을 받을 길이 열려 다행이다. 그동안 대법원은 피해자들이 재심에서 무죄선고를 받더라도 민주화보상금 지급 결정에 신청인이 동의하면 민사소송법에 따른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는 민주화보상법 제18조 1항을 근거로 국가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을 거부하는 판결을 내려 왔다. 헌재는 이에 대해 7대2로 위헌을 결정하면서 “민주화보상법상 보상금 등에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포함되지 않았다. 배·보상이 이뤄졌다는 사정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마저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제재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날 과거사 사건 재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은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권에 소멸시효를 적용한 민법 제166조 제1항 등도 헌법에 어긋난다고 했다. 청구인들은 2005년 제정된 이른바 과거사정리법에 따라 재심을 거쳐 무죄 확정판결을 받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양승태 대법원은 민법에 규정된 6개월 기간 내 권리행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두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인권에 반하는 국가범죄는 시효가 없어야 한다는 원칙을 허무는 퇴행을 사법부가 자행한 것이다. 하지만 법원 재판은 헌법소원 대상이 될 수 없도록 한 헌재법 68조 1항이 국민 재판청구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은 7대2로 기각됐다.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 사실상 헌재 결정이 상급심이 돼 우리 사법제도의 근간인 3심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위헌 결정이 난 민주화보상법과 과거사 사건 국가배상청구 소멸시효 사건 등은 양승태 대법원이 재판거래를 시도했거나 헌재의 내부정보를 빼돌렸다는 의혹이 불거진 사건들이다. 사법부가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자들의 인권엔 눈감고 권력과 담합해 잇속만 챙기려 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더 짙어졌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보루여야 하는 사법부가 어떻게 이 지경까지 왔는지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 “봉사하는 자세로”… 시골 판사 된 박보영 전 대법관

    “봉사하는 자세로”… 시골 판사 된 박보영 전 대법관

    지난 1월 대법원을 떠난 박보영(57·연수원 16기) 전 대법관이 ‘시골 판사’로 돌아온다.대법원은 박 전 대법관을 다음 달 1일자로 ‘원로법관’으로 임명하고 광주지법 순천지원 여수시법원에서 1심 소액사건을 전담하도록 전보했다고 29일 밝혔다. 박 전 대법관은 이날 “봉사하는 자세로 시법원 판사의 업무를 열심히 수행하겠다”고 간단한 소감을 밝혔다. 대법관 출신이 원로법관으로 다시 임용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은 재판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자 1995년부터 원로변호사를 시·군법원 판사로 임용했고, 지난해부터는 법원장을 지낸 고위법관 중에서도 희망자를 받았다. 지금까지 조용구(62·11기) 전 사법연수원장, 조병현(63·11기)·강영호(61·12기)·성기문(65·14기)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8명이 원로법관으로 임명됐다. 올해 1월 6년간의 대법관 임기를 마친 뒤 사법연수원 석좌교수로 부임해 후배 법관 양성에 전념하던 박 전 대법관은 지난 6월 “다시 재판 업무를 담당하기를 희망한다”며 원로법관 지원서를 제출해 화제를 모았다. 원로법관은 광역자치단체 법원보다 작은 시·군 법원에서 소송액이 3000만원 이하인 사건을 주로 맡는다. 소액재판 법정에는 손해배상, 차량 수리비용, 변호사 수임료 반환 등 각종 생활형 분쟁이 밀려오고,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당사자 홀로 재판에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재판장의 경험이 특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퇴임 대법관이 1심 재판을 직접 담당함으로써 상급심도 1심 재판을 더욱 존중하게 될 것”이라며 “사건에 대한 통찰력과 경험을 살려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소액 사건에서 분쟁을 화해적으로 해결하며 합리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1987년 법관으로 첫걸음을 내디딘 박 전 대법관은 17년간 서울고법 판사, 광주지법 부장판사,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등을 거친 뒤 2004년부터는 변호사로 활동하며 가사 분쟁 영역에서 활약했다. 2012년 김영란(62·10기)·전수안(66·8기) 전 대법관에 이어 세 번째 여성 대법관이 된 그는 여성 권익을 향상시키는 판결을 다수 내렸다. 남편 동의 없이 어린 아들을 데리고 베트남 친정으로 돌아간 혐의(유괴)를 받은 베트남 여성에게 “미성년자인 아들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뉴스 in] ‘소액재판 불복’ 갈수록 늘어

    [뉴스 in] ‘소액재판 불복’ 갈수록 늘어

    독일(80만원)의 37배, 일본(600만원)의 5배인 ‘3000만원 이하’로 한국의 소액재판 기준을 정한 것은 비록 1심 재판의 공정성이 다소 흔들리더라도 신속성 측면에서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변론기일은 단 한 번, 2줄짜리 판결문으로 선고할 수 있으니 재판 속도는 무척 빠르다. 그런데 만일 원고·피고가 소액재판 과정에서 충분히 항변을 못해 억울해하며 항소, 상고를 한다면? 원고·피고가 재판에 얽매이는 기간은 길어진다. 법원 역시 2·3심 사건 수가 늘어 부담이다. 1심이 완벽해야 시민의 소송 부담이 줄고, 상급심은 사회적 의미가 큰 사건 재판에 몰입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선 안타깝게도 신속히 진행된 소액재판에 불복해 대법원까지 다투는 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상고심에서 94~95%는 결론이 바뀌지 않는 데도 말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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