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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장일치 배심원의 힘

    국민참여재판에서의 배심원 무죄 평결이 상급심을 거쳐 처음으로 확정됐다. 올해부터 시행된 참여재판을 통해 유죄(일부 유죄 포함)가 확정된 피고인은 17명이 있었지만 무죄가 확정된 피고인이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은 폭행치사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1심에서 참여재판을 받았던 유모(45)씨에 대한 무죄가 최근 확정됐다고 22일 밝혔다. 유씨는 지난해 9월 한 음식점의 개업식에 들렀다가 시비 끝에 다른 손님인 정모씨를 손으로 밀어 넘어뜨렸다. 바닥에 머리를 부딪힌 정씨는 입원치료를 받다가 두개골 골절로 인한 심폐정지로 한 달 뒤 숨졌다. 지난 6월 유씨의 신청으로 이뤄진 수원지법 국민참여재판에서 유씨는 “정씨가 먼저 시비를 걸었지만 때린 적이 없고 방어하는 과정에서 정씨가 넘어졌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피고인의 폭행으로 정씨가 숨졌다.”며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배심원 7명은 평의 끝에 만장일치로 무죄 의견을 냈다. 이에 재판부도 ‘배심원 만장일치’의 판단을 받아들여 “정당방위로 인정된다.”고 무죄 판결했다. 참여재판이 적용되지 않는 항소심에서도 유씨의 정당방위가 인정돼 검찰의 항소가 기각됐고, 검찰이 상고하지 않아 결국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사건은 일반 시민들로 이뤄져 권고적 효력만 있는 배심원의 판단이, 해당 재판은 물론 법률전문가로 이뤄진 상급 법원에서도 인정받았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참여재판은 지난 2월 대구지법에서 처음으로 열렸으며 9월까지 160여 건이 신청됐다. 이 가운데 배심원단의 무죄 평결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사건이 2건 있었다. 인천지법은 배심원단 평결에 따라 지난 3월 술을 마시다 말싸움을 한 친구의 가슴을 발로 차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모(43)씨에 대해 무죄로 판결하고 사기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원심을 깨고 모두 유죄로 인정,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춘천지법에서도 지난 6월 배심원단의 무죄 평결을 따르지 않고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임모(34)씨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임씨는 술에 취해 평소 알고 지내던 이모(31)씨와 다퉈 때렸을 뿐 돈 4만원은 빼앗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배심원단도 이를 받아들여 강도상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평결했지만, 재판부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한편 이번 대법원 국정감사에서는 우리 국민의 44.7%가 참여재판 제도를 모르고 있고 참여재판 신청률이 8.2%에 불과해 적극적인 홍보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사설] 삼성, 경제위기 극복 선봉되라

    경영권 불법승계 및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게 조세포탈 부분만 일부 유죄로 인정돼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삼성에버랜드 사건의 1,2심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했던 것과는 달리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에 대해 기소 대상이 잘못됐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삼성 에버랜드가 전환사채(CB)를 저가로 발행했다면 값싼 물건을 사지 않은 법인주주들이 배임한 것이지 에버랜드의 행위는 배임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앞으로 이 사건은 삼성에버랜드 사건과 함께 대법원이 최종적인 판단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혼란스러운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1심 재판부의 이같은 판단에 대해 삼성의 경영권 불법승계를 주장해온 측에서는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이 유죄를 선고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삼성은 도덕적으로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다. 벌써 대외신인도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삼성에 흠집을 가하는 장외 공방은 자제하고 앞으로 있을 상급심의 법리 해석과 판단을 지켜봤으면 한다. 삼성은 이 사건으로 이 전 회장이 퇴진하고 전략기획실을 해체하는 등 강도 높은 경영쇄신책을 이행하고 있다. 삼성은 1심 판결을 계기로 경영쇄신의 고삐를 더욱 바짝 죄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현재 총체적 위기국면에 직면한 한국경제를 되살리는 데 앞장설 것을 당부한다. 삼성은 1993년 ‘신경영 선언’으로 재계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이번에도 위기극복의 선봉이 되기를 기대한다.
  • “친일재산인지 모르고 사면 환수 못해”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된 이후라도 귀속 결정이 내려지기에 앞서 친일재산이라는 것을 모르고 산 땅이면 환수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또 나왔다. 지난 1일 의정부지법이 제3자가 친일재산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취득한 재산일지라도 국가에 귀속된다고 판결했지만 이후 서울행정법원에서 상반된 판결이 거푸 나오고 있어 상급심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정형식)는 8일 박모씨가 친일재산 국가귀속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했다. 박씨는 2006년 9월 경기 고양시에 있는 토지 890여㎡를 1억6000여만원에 샀으나 조사위원회는 2005년 말 시행된 특별법에 따라 지난해 11월 이 땅을 친일재산으로 판단해 귀속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위원회 조사에 따라 특정 재산이 친일재산으로 판명되고 국가귀속 결정이 내려져야 그 효력이 발생하고 박씨가 이 땅이 친일재산이라는 점을 알고 샀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친일파 후손에게 사들인 땅 주인은?

    제3자가 친일파 후손에게 사들인 땅이 국가에 귀속되는지에 대해 법원이 엇갈린 판결을 내려 상급심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김종필)는 4일 청송심씨 효경공파종중이 “정당한 대가를 주고 산 땅의 국가 귀속은 위법하다.”며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친일재산 국가귀속결정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지난 1일 의정부지법 행정부(부장 최영룡)는 곽모(50)씨가 낸 비슷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선고했다. 소송에 휘말린 땅은 모두 친일파 민병석의 후손이 매매한 것이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 귀속에 관한 특별법’은 2005년 12월 시행됐다. 민병석 후손에게서 심씨 종중은 2006년 6월 경기 연천군 땅 6576㎡을 1억 5400여만원을 주고, 곽씨는 같은 해 5월 경기 고양시 설문동 땅 956㎡을 3억 6800여만원을 주고 매입했다. 이듬해 4월과 11월, 친일조사위는 민병석이 일제시대 때 취득한 재산이라며 이 땅을 국가 귀속으로 결정했다. 종중과 곽씨는 “친일재산인지 모르고 매입한 것”이라며 행정소송을 각각 냈다. 쟁점은 친일 재산이 언제 국가에 귀속됐다고 판단해야 하느냐이다. 특별법이 시행된 2005년 12월이라고 보면 땅 매매는 원칙적으로 무효라 원고들은 땅을 국가에 줘야 한다. 친일조사위가 결정한 때라고 보면 원고는 특별법이 보호하는 ‘선의의 제3자’에 해당해 땅을 유지할 수 있다.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원외재판부 줄이고 순회재판 활성화를”

    “원외재판부 줄이고 순회재판 활성화를”

    “현재의 원외재판부는 점차 폐지 또는 축소하고, 순회재판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김관재 광주고법원장은 25일 법조계의 이슈로 떠오른 고법의 원외재판부 확대 문제와 관련,“변론 횟수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건은 순회재판을 하고,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 등은 본원에서 재판하는 병행적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며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이는 사법부가 광주고법 전주 원외재판부 증원과 청주(대전고법)·창원(부산고법)·춘천(서울고법) 원외재판부의 설치를 앞두고 있는데다 지역별로 추가 설치 요구가 잇따를 전망인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청주 원외재판부는 오는 9월 설치되고, 창원과 춘천은 지역 국회의원들이 ‘설치 결의안’을 채택해 놓은 상태이다. 김 고법원장은 이같은 이유에 대해 “고등법원이 그동안 사후심적 기능보다는 속심적 운영에 치우치다 보니 사건 당사자나 대리인이 여러 차례 원거리를 오가는 불편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원외재판부가 잇따라 설치되면그만큼의 사건이 상급심인 대법원으로 몰리면서 대법관 수를 크게 늘려야 할 상황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며 “그 대안으로 1심 재판을 강화하는 방안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3심은 법률 심의로써 기능에 충실하면 된다는 것이다. 김 고법원장은 “요즘 사회 각 분야가 조직을 축소하거나 기능을 통합하고 있다.”며 “사법부도 원외재판부를 확대하기보다 항소심의 절차를 간소화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단독]100억대 땅 7000만원 낙찰 논란

    청주지법 충주지원이 최근 실거래가 100억원대 땅을 100분의1도 안 되는 7000여만원에 매각 허가 결정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낙찰 경위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충주지원은 학교법인 개혁신학원 소유의 충북 음성군 생극면 신양리의 땅 25만 7790㎡(7만 8000여평)를 경매에 부쳐 지난 3월28일 강모씨에게 7360만원에 낙찰했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현재 이 일대 토지는 평당 10만∼30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어 학교 부지의 실거래가는 80억∼150여억원(공시지가 8억여원)에 이른다.●사학법 간과한 학교땅 25만㎡ 매각허가토지는 1993년 개혁신학원 김수복(80) 이사장이 4년제 신학원 설립을 위해 개인 자산을 출연해 구입했다. 학교건물 공사는 1996년 시작됐지만 건설사가 3차례 바뀌고 음성군청으로부터 부실공사 판정을 받아 준공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다. 세 번째 건설사는 지적당한 부실 부분에 대한 보수공사를 늦추며 계약금 3억원을 먼저 지불해줄 것을 요구했고, 학교 측은 계약대로 완공 후 주겠다며 공사를 마칠 것을 주문했다.그러는 동안 공사 현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송모씨가 건설사에 밀린 식비를 완납하라고 요구했다.건설사는 학교 측으로부터 받을 채권 3억원 가운데 1억 5000만원가량을 식사값으로 대납했다.송씨는 이를 현금화하기 위해 2001년 8월 학교 소유의 부동산에 대해 경매를 신청했고, 첫 경매가격 11억 4000여만원부터 시작해 7년 동안 수십 차례의 유찰을 거듭하다 7000여만원에 낙찰됐다. 학교법인 소유의 부동산은 낙찰을 받더라도 쉽게 매매를 할 수 없어 경매에 응하려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여러 차례 유찰됐고, 결국 입찰가가 크게 떨어진 것이다. 학교 측은 법원이 사립학교법을 간과했다고 주장한다. 학교법인 소유의 부동산은 교육과학기술부의 허가가 있거나 청산종결 신고가 돼 있어야만 매각할 수 있는데, 이번 낙찰은 두 전제조건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개혁신학원은 지난 2월29일 교과부로부터 ‘학교법인 폐쇄 및 해산명령’을 받았지만 청산종결 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다. 낙찰 당일 등기부등본상 주인도 학교법인이었다. 민법에서는 ‘법인의 권리 능력은 청산종결 신고로 상실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법조계 “명백한 절차 무시” 대법원 오석준 공보관은 “학교법인 소유의 부동산은 교육 당국의 허가 없이는 매매할 수 없지만 담당 판사가 교육 당국의 허가 여부를 미처 확인하지 않을 경우 경매에 나올 수도 있다.”면서 “교과부의 허가 없이 경매나 매매를 할 경우 처벌을 받는 등 (법적)문제가 생길 뿐 아니라 매각허가결정이 난다고 해도 무효가 된다.”고 지적했다.경매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G법률사무소의 변호사도 “판사가 법적 절차를 간과한 것 같다.”면서 “학교법인 소유의 부동산은 등기부등본상에서 법인이 말소돼야 매각허가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했다.매각허가결정을 내린 충주지원 판사는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답변하기 곤란하다. 채무자가 이의를 제기해 항고심에 올라가면 상급심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단독]법정서 못가린 ‘인생역전’

    [단독]법정서 못가린 ‘인생역전’

    복권 사상 초유의 인쇄오류 사태로 당첨된 즉석복권의 당첨금을 받을 수 있을까. 이를 두고 최근 1심 법원 판결이 엇갈려 상급심 판단이 주목된다. 지난 2006년 9월 자영업자 이모(34)씨는 경기 안양시의 한 복권판매점에서 즉석식 인쇄복권 ‘스피또-2000’ 5장을 구입, 이 가운데 한 장이 10억원에 당첨된 것을 확인했다. 비슷한 시기에 수원에 사는 김모(32)씨도 같은 복권 35장을 사 한 장은 10억원, 한 장은 1억원에 당첨됐다. 하지만 이들의 부푼 꿈은 여지없이 깨졌다. 당첨금 지급이 거부됐기 때문이다. 이 복권을 발행했던 연합복권사업단은 “복권 인쇄과정에서 시스템의 오류로 게임데이터가 한 칸씩 밀려 4등(100만원)만 당첨될 수 있는 ‘게임4난’에서 1등(10억원)이 당첨되는 등 잘못된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발행된 2000만장 가운데 6800장에 하자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 판매금지·회수 소동이 빚어졌고 즉석복권 발매가 8개월 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당첨금 지급 여부에 대한 다툼은 법원으로 옮겨졌다. 이씨와 김씨가 복권사업단을 상대로 각각 소송을 낸 것. 그러나 같은 내용을 놓고 결과가 서로 달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33부(부장 김용석)는 지난달 24일 이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즉석식 복권일지라도 구매자 입장에서 당첨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와는 별도로 발행업자인 피고 입장에서 복권의 진위는 물론 발행 및 인쇄 과정의 하자 등을 검증하는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당첨금 지급 여부가 결정되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원지법 민사합의 8부(부장 황윤구)는 서울중앙지법의 기각 판결 이틀 전인 지난달 22일 정반대로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인쇄오류로 의외의 당첨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는데 사전에 점검하지 않는 등 인쇄오류가 피고의 책임영역에서 이뤄진 점 등을 고려하면 중대한 과실의 책임은 피고에게 있다고 판결했다. 인쇄상 오류가 있었다 해도 겉으로 보기에 흠이 없는 복권에 대해 당첨금을 지급하라는 것이었다. 앞서 지난 1월 의정부지법 민사합의 11부(부장 이종언)도 엄모(52)씨 등 3명이 함께 제기한 같은 내용의 소송에서 2명에게 1억원씩 지급하라고 선고했고, 나머지 한 명은 중재를 통해 조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0부(부장 윤준)도 3월 임모(49)씨가 제기한 1억 1000만원짜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복권사업단으로서는 연달아 세 차례 진 끝에 한 차례 이긴 셈이다. 그동안 관련 소송이 개인 또는 공동으로 11건이 제기됐다.4건은 1심 판결이 나왔고,4건은 진행 중이다. 나머지는 조정이 성립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현재 항소가 제기돼 서울고법에 올라온 사건도 있고 아직 항소가 제기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면서 “같은 재판부에 배당될지, 따로 나뉠지 알 수 없지만 상급심에서 모든 쟁점사항을 꼼꼼하게 살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하남시장 주민소환 투표 중단” 판결

    “하남시장 주민소환 투표 중단” 판결

    법원이 김황식 경기 하남시장에 대해 전국 최초로 진행되고 있는 주민소환투표 청구와 관련,“하남주민들이 하남시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청구 서명부에 하자가 있다.”며 모든 투표절차를 중단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하남선관위가 오는 20일을 투표일로 정하고 절차를 진행 중인 주민소환투표는 상급심의 최종 판결이 있기 전까지 효력이 정지됐다. 수원지법 행정1부(재판장 여훈구 부장판사)는 13일 김 시장 등 주민소환투표 대상자 4명이 하남선관위를 상대로 낸 주민소환투표 청구수리처분 무효확인 소송 선고공판에서 “하남선관위가 주민들의 주민소환 투표청구를 수리한 것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주민들이 선관위에 제출한 서명부에 반드시 청구 사유가 기재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서명부가 있으며,(이런 것들로)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할 유효수를 채우지 못했다.”며 “따라서 이 사건 주민소환투표 청구는 무효”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번 판결로 현재 진행 중인 주민소환투표 절차에 큰 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법에서 정한 투표 절차와 형식을 지켜야 하며, 처음부터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향후 제도 발전을 위해 1심 재판부가 이렇게 판결하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법원의 이번 판결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김 시장에 대한 모든 주민소환투표 절차가 정지됐으며 김 시장의 시장직 권한도 회복됐다. 한편 주민소환투표 절차가 전면 중지된 사실을 뒤늦게 전해 들은 박준석 사무국장을 비롯한 주민소환위 위원들은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박 국장은 “지금까지 선관위가 시키는 대로 위임 신고증을 발부받아 서명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서명부 형식이 잘못돼 어렵게 받은 서명이 모두 무효화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며 “하남시 선관위가 답변을 피하고 있어 소추위 소속 주민들이 이날 중 중앙선관위로 찾아가 답변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남 선관위측은 상급 기관인 도선관위와 중앙선관위의 협의를 거쳐 최종 입장을 정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시장측도 추후 선관위의 항소심 등에서 패소하더라도 역시 대법원 상고를 염두에 두고 있어 실제로 주민소환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주민소환위가 도선관위의 항소와 별도로 추가 서명을 받아 주민소환 강행을 검토 중이어서 난항이 예상된다. 경기도선관위 관계자는 “1주일 기한이 있어 충분한 법률 검토를 하겠지만 1심 재판부의 판결에 이의 의견이 많은 만큼 곧 항소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9조 1항은 ‘주민소환투표의 청구사유가 기재되고 선관위가 검인하여 교부한 서명부를 사용해 서명요청을 할 수 있다.’,10조 4항은 ‘소환청구인 대표자 등이 소환청구인 서명부를 제시하거나 구두로 주민소환투표의 취지나 이유를 설명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서명요청 활동을 할 수 없다.’고 돼 있어 서명부의 청구사유 기재가 꼭 강제 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수원 윤상돈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관련기사 10면
  • 불법 파견근로자 지위 ‘혼선’

    2년 이상 불법파견된 근로자들을 원청업체의 근로자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법원의 엇갈린 판단이 나와 상급심 판결이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안모씨 등 15명이 무단결근 등으로 해고를 당한 뒤 중앙노동위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들을 현대차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안씨 등은 협력업체들로부터 해고를 당한 뒤 “협력업체들은 경영상 독립이 없는 회사들로 현대차는 근로자들의 실질적 사용자이고, 근로자들은 2년 이상 근무함으로써 사실상 현대차의 근로자가 된 만큼 현대차가 자신들의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신청을 기각한 것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협력업체들이 현대차로부터 매월 도급액을 수령해 소속 근로자들에게 작업지시를 하고 현대차 관리자가 협력업체 근로자에게 별도 작업지시를 하지 않으므로 협력업체들이 원고들을 고용해 현대차의 지휘나 명령을 받아 종사케 하는 근로자 파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이어 “만약 근로자 파견에 해당한다 해도 이는 파견법에서 허용하지 않는 위법한 파견으로서 파견법은 적법한 근로자 파견의 경우에만 적용되지, 위법한 근로자파견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2년 이상 근무를 했다 해도 현대차가 안씨 등의 사용자가 됐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는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일하다 해고된 협력업체 근로자 7명이 낸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서 “불법파견된 근로자라고 해서 파견법을 적용받지 못하면 사용자가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근무기간 2년을 넘긴 4명을 현대차의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파견법은 파견근로자를 2년 넘게 사용할 때 해당 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간주한 것으로, 장기간의 파견이나 고용불안을 없애기 위한 취지를 담고 있다.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법원 “세금회피 목적 휴면회사 인수 중과세 정당” 론스타 판결과 엇갈려 관심

    폐업 상태의 법인을 인수한 다음 그 회사 명의로 다른 부동산을 사들였을 경우 설립 5년 이내의 새 법인이 매입할 때처럼 세금을 무겁게 부과하는 것이 맞다는 서울 행정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서울 강남의 ‘스타타워’를 같은 방식으로 인수한 론스타에 대해 252억원을 중과세한 것과 관련해 지난달 같은 법원의 다른 재판부가 “중과세 부과는 부당하다.”고 판결한 것과 엇갈려 상급심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정종관)는 181억원짜리 건물을 매입했다가 지방세 12억원을 부과받은 A사가 서울 양천구청을 상대로 낸 등록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중과세율 적용은 정당하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양천구에 있는 건물을 구입하려던 전모씨는 먼저 2000년에 설립된 이후 폐업 상태에 있던 A사를 사들인 다음 A사 명의로 원하던 건물을 사들였다. 대도시 과밀화를 막기 위해 설립 5년 이내의 법인이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300%의 중과세를 적용받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설립된 지 5년이 지난 법인을 통해 건물을 산 것이다. 하지만 계획과는 달리 중과세를 부과받자 A사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사는 전씨가 인수한 후 사업목적, 인적구성 등을 모두 바꿔 변경 등기를 한 이상 이전과 동일한 법인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세금 회피를 위해 휴면 법인을 이용했으므로 중과세는 정당하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달 같은 법원 행정3부는 론스타가 서울 강남구청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중과세 부과는 부당하다.”고 판결했었다. 당시 재판부는 “폐업 상태 법인이더라도 법인 설립일은 변하지 않는다.”면서 “중과세 부과 여부는 법인 최초 설립일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었다. 강남구청은 이 판결에 불복해 서울고법에 항소한 상태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검찰, 인혁당사건 항소 포기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송찬엽)는 관련자 8명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내려진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재심 사건에 대한 항소를 30일 포기했다.이로써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이 내린 1심 판결이 확정됐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인정돼 원심에서 유죄 증거가 된 조서 대부분이 재심에서 증거능력을 상실했다.피고인들은 원심 공판에서 혐의를 부인했고, 변호인의 조력도 받지 못해 원심에서의 공판조서의 증명력이 인정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사형 선고의 근거가 된 반국가단체 구성 부분 등에 대해 검찰이 상소해도 무죄 판결이 번복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아울러 “30여년간 진상 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애써 온 유족들의 고통을 감안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안창호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항소의 법리적인 타당성 등에 주안점을 두고 고민했지만, 결과적으로 상급심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해 항소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이 마무리되는 대로 구상권 문제 등을 검토키로 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檢 “더 밝힐 진실있다면…”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 재심에서 1975년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사형이 선고된 8명에게 23일 무죄가 선고되면서 검찰이 항소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공판 내내 “처벌보다는 진실규명이 우선”이라고 천명한 검찰은 지난해 12월18일 이 사건 결심 공판에서 이례적으로 구형 없는 논고를 했다. 이 때문에 무죄 선고가 나는 즉시 검찰이 항소를 포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하지만 안창호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선고 직후 “역사적 사건이기 때문에 항소를 할지 포기할지 결정하는 데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진실을 규명할 부분이 더 남아 있다면 상급심에서 다툴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사건과 관련,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수백억원대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검찰이 항소를 검토하는 이유중 하나다. 상급심의 판단을 받아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 때문이다. ‘사법살인’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사법부가 과거 잘못을 털어내기 위해서는 하급심이 아니라 대법원이 판례를 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김형태 변호사는 “법원 판례는 1심은 1심대로,2심은 2심대로 의미가 있다. 억울한 사정이 있다면 대법원까지 가겠지만 정상적인 판결에 대해 상급심 판단을 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검찰의 항소 포기를 촉구했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대부분 60∼70대의 고령으로 32년간 고통을 받아온 유족들에게 또다시 법정 공방을 펼치게 하는 일은 가혹하다는 것이다. 한편 유신정권 당시 만들어져 역사와 함께 묻힌 대통령긴급조치에 대한 위헌성 문제는 뒤늦게 헌법재판소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고(故) 우홍선씨 등 이 사건 피고인 8명의 변호인인 김형태 변호사는 24일 “피고인들에게 적용됐던 긴급조치 제1호와 제4호에 대해 위헌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소(訴)를 제기하기 위해 전담팀을 꾸릴 예정이다.”라고 밝혔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자동차 결함으로 사고땐 “제조사가 배상” 첫 판결

    자동차 결함과 교통사고간 인과관계를 인정한 첫 고등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자동차 제조사는 피해자들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주문이 내려졌다. 지난 2002년 급발진 사고에 대해 차량 결함을 물은 1심 판결이 있었지만 상급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부(부장 유승정)는 15일 D사 직원 이모(30)·김모(29)씨와 이들의 가족 등 12명이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한 1심을 깨고 “863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대차측은 “판결문을 받아본 뒤 대법원에 상고할지, 배상책임을 그대로 수용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판결문이 전달되려면 통상 2주쯤 시간이 걸린다. 이씨는 2001년 8월 현대차에서 생산한 승합차 그레이스를 몰고 경부고속도로에서 시속 약 90㎞로 주행하던 중 갑자기 차체가 흔들리고 왼쪽으로 쏠리면서 중앙분리대에 부딪치는 사고를 당했다.승합차 뒷바퀴에 연결된 베어링에 이상이 생겨 녹아버리면서 차축과 붙어버렸고, 이로 인해 차축이 회전을 하지 못해 부러졌다. 이씨가 몰던 D사의 업무용 승합차는 불과 석달 전에 출고된 신차였다. 사고로 이씨는 전치 8주의 부상을, 같이 탔던 김씨는 피부와 신경이 손상되는 중상을 입은 뒤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1심 재판부는 “제조물 결함으로 볼 수 없다.”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임광욱기자 limi@seoul.co.kr
  • [사설] 특수고용직 보호책 미흡하다

    지난 2003년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전국의 물류가 한달간 마비되면서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보호문제가 현안으로 대두했다. 하지만 노사정위원회 등 각종 기구들의 논의는 답보상태를 면치 못했다. 고용주-노무제공자-사용사업자로 이어지는 삼각고용관계 속에서 실질적인 업무는 노동자이면서도 형식적으로 사용자에 가깝다는 이유로 노동관계법의 보호망으로 끌어들이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 고용형태의 다양화와 더불어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90만명을 웃돌 정도로 급증했으나 여전히 법원의 판례에 의존할 정도로 보호망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상급심과 하급심이 법 적용을 달리하고 노동위원회와 행정해석도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해 노사불안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그제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에서 학습지 교사와 화물기사,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등에게 산업재해보험을 적용하고 보험설계사에게 상품 판매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 보호방안을 내놓았다. 공정거래법, 약관법, 보험업법 등 기존의 법률을 최대한 원용해 이들의 부당한 권리제한을 구제하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특히 기존의 판례를 뛰어넘어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을 사용자와의 ‘경제적 종속관계’로 해석해 산재보험 가입대상으로 포함시키기로 한 것은 진일보한 조치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특수고용직에 대한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성’ 판단이 빠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경우 업무 수행 행태로 노동자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 근로기준법으로 포용하기 어렵다면 ‘유사노동자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
  • [사설] 명의신탁 악용 제동 판결 주목한다

    우리나라의 부동산제도만큼 복잡한 것도 없다. 명의신탁 역시 그 중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이 제도는 일제때부터 있어 왔다. 종중 소유의 토지를 등기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투기·탈세·재산은닉 등에 이용되는 부작용도 적지 않게 나타났다. 그래서 1995년 3월 부동산실권리자의등기에관한법률이 만들어졌다. 이 법 제4조1항은 ‘명의신탁약정은 무효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계약자유의 원칙을 근거로 개인간의 명의신탁 약정은 유효하다는 판례를 고수해 왔다. 부동산실명제 실시 이후에도 그랬다. 대법원이 명의신탁 약정의 효력을 무력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최근 서울서부지법 민사2단독 이종광 판사는 이에 반기를 들었다.“탈세·채무회피 목적으로 명의신탁을 했을 경우 부동산 소유권을 돌려받지 못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의 오랜 판례에 정면으로 맞선 것이다. 우리는 먼저 이 판사의 사법적 소신을 평가하고자 한다.1심법원 합의부도 아닌 단독판사가 최종심 판례를 뒤집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급심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같은 판결이 처음은 아니다.2003년에도 서울중앙지법이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원고측이 항소를 포기하는 바람에 대법원까지 올라가지 못했다. 부동산 명의신탁에 관한 유사 판결이 이어질 경우 대법원의 판단이 다시 나올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례라고 고정불변일 수는 없다. 국민의 편에서 법논리상 문제점이 없다면 판례를 바꿀 필요성도 있다고 본다. 명의신탁제도 악용에 제동을 건 이번 판결이 더욱 주목되는 까닭이다.
  • 진술만 쥔 檢 ‘깊은 시름’

    진술만 쥔 檢 ‘깊은 시름’

    계좌추적을 피하기 위해 뇌물을 주로 현금과 달러로 전달하면서 검찰이 혐의 입증에 애를 먹고 있다. 잇단 무죄 판결에 이어 17일 법원이 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와 이성근 산은캐피탈 사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해 수사에 비상이 걸렸다. 영장을 기각한 법원은 돈을 건넨 사람의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검찰은 “뇌물 사건에 있어 직접증거는 돈을 주고 받은 사람의 진술밖에 없다. 한쪽이 부인한다고 다른 사람의 주장을 무조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미 뇌물수수 혐의를 받던 많은 정치인 등이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염동연·이인제 의원, 박주선 전 의원, 김홍업씨, 안상수 인천시장, 박광태 광주광역시장,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장관 등이다. 수표를 뇌물로 전달하는 사례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1만원권 현찰을 선호하고 부피를 줄이려고 달러나 무기명 채권, 아예 세탁된 현찰이 입금된 차명통장을 건네기도 한다. 대선자금 수사에서는 현금을 이른바 ‘차떼기’로 전달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라면·사과·굴비·간고등어상자 등 내용물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신종 수법이 등장해 수사를 어렵게 하고 있다. 라면·사과상자에는 2억 5000만원 안팎, 간고등어상자에는 3000만원이 들어간다. 공천비리 사건에서는 21만달러(2억원)를 약상자에 넣어 전달했다. 언젠가 10만원권이 발행되면 현금을 추적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은 ‘유죄심증을 형성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뇌물 사건에서는 진술외에도 목격자나 현장상황 조사, 계좌추적과 입출금 내역 자금흐름 등 객관적 자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뇌물 수사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의심이 드는 진술을 일방적으로 인정할 수는 없지 않으냐는 게 법원의 입장이다. 검찰도 결국은 진술의 신빙성을 느끼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에는 동의하고 있다. 뇌물 등을 받은 측에서 주장하는 것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돈을 준 사람의 말이 사실이라는 점을 밝혀내는 점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법원의 양형에 대한 불만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검찰 관계자는 “판사들이 징역 5년 이상을 선고해야 하는 특가법 뇌물사건에 부담을 많이 느낀다.”면서 “상급심에서 판결이 뒤집히는 것을 두려워 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게 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때문에 다른 검찰 간부는 “법원이 뇌물 등의 사건에서 자백하는 경우와 부인하는 경우에 있어 형량을 다르게 한다면 진실을 밝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의 이같은 요구에 부정적이다. 한 판사는 “검찰에서 플리바겐에 버금가는 감경을 요구하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무리”라고 지적했다. 김효섭 박경호기자 newworld@seoul.co.kr
  • [사설] ‘재판은 국민의 이름으로 하는 것’

    이용훈 대법원장이 최근 잇따라 사법부에 비판적인 발언을 해 주목된다. 얼마 전 집행유예를 선고한 두산사건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 데 이어 엊그제 열린 신임법관 임용식에서는 보다 분명한 입장을 피력했다.“재판은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판단이어야 하며, 국민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재판을 거듭 상기시킨 셈이다. 독립된 사법부라고 해서 국민을 딛고 설 수 없다는 점을 설파했다고 본다. 우리가 이번 발언에 주목하는 이유는 사법부 스스로 반성할 대목이 많기 때문이다. 과거의 많은 판결들이 이를 말해준다. 특히 화이트칼라 범죄와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범죄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해온 게 사실이다. 모든 피고인에게 1심 집행유예를 선고한 두산사건도 그 중의 하나일 뿐이다. 이들 범죄는 상급심으로 갈수록 판결이 더욱 무뎌진다. 에스케이 분식회계, 대한항공 비자금, 부영 비자금, 삼성에버랜드, 한화그룹 정치자금법 위반사건 등이 그렇다. 항소심 이상에서 실형을 받은 피고인이 1명도 없다. 추상같은 판결문과는 달리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이런 맥락에서 보더라도 이 대법원장의 충고는 경청할 필요가 있다.‘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부끄러운 말이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 형평을 잃고 이중 잣대를 적용하는 법 집행은 정당성을 주장할 수 없다. 따라서 국민의 신뢰도 얻기 어렵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사법부마저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아서야 되겠는가. 앞으로 ‘유전불벌(有錢不罰)’이 관행처럼 자리를 잡아서는 안 된다. 우리가 대법원장으로서 다소 도를 넘어선 듯한 발언을 평가하는 것도 진정 사법부가 뼈저린 반성과 함께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사법부의 독립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법관이 헌법·법률·양심에 따라 재판을 해야 함은 당연하다. 대법원장을 비롯한 상급자의 영향에서 벗어나야 함도 물론이다. 그러나 법의 잣대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들이대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염원이며, 우리 사법부가 나아갈 길이다.
  • [사설] 항생제 1위 오명 벗어날 때다

    항생제를 필요 이상으로 처방한 요양기관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서울행정법원의 그제 판결은 ‘항생제 오·남용 세계 1위’의 오명을 씻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보건복지부와 각급 의료단체가 반발하고 아직 상급심이 남아 있지만 명단 공개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항생제 오·남용은 긴 설명이 필요없는 심각한 문제다.2000년 의약분업을 실시할 때도 항생제 오·남용 방지가 주요한 논거 중의 하나였다. 그럼에도 의료현실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동네 의원의 지난해 1·4분기 감기 항생제 처방률이 무려 59.2%에 달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조사 결과는 우리를 아연케 한다. 또 대학병원은 45.1%, 종합병원은 49.9%였다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16%, 말레이시아는 26%라고 하니 그야말로 세계 최고수준의 ‘항생제 공화국’이다. 이제 복지부와 의료기관 등은 의료인의 진료방법 선택 재량권보다 국민의 알권리가 우선한다는 이번 판결을 받아들여 객관적인 평가지표 마련에 가일층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질병별로 분류하고 각급 병원별로 환자수 등을 감안해 의료기관도 인정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항생제 처방률 공개는 곧 의료대란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말도 의료단체 주변에선 나오는 모양이다. 이들의 반발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복지부는 이들을 잘 다독여 의료환경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또한 의료계의 우려대로 항생제 처방률의 높고 낮음이 절대적인 병·의원 평가잣대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예컨대 암치료의 경우 다른 질병보다 항생제가 많이 소요되는 게 의료계 현실이어서다. 아울러 무조건 항생제부터 찾는 환자들의 의식과 행태도 차제에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 [사회플러스] 패소확정 방치 변호사에 배상책임

    서울중앙지법 민사82단독 신용석 판사는 산재 관련 소송을 냈다가 패소한 정모(58)씨가 “소송 대리인이 항소해야 한다고 말해 주지 않아 패소가 확정됐다.”며 담당 변호사 문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문씨는 정씨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9일 밝혔다. 신 판사는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사건을 위임받은 대리인은 의뢰인이 상급심 판단을 받을 기회를 잃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 안병엽의원 벌금 300만원 선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이기택)는 22일 건설업체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열린우리당 안병엽 의원에게 벌금 300만원과 추징금 4369만원을 선고했다. 상급심에서 벌금형 액수가 100만원 이하로 감경되지 않으면 안 의원은 개정된 정치자금법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안 의원은 17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3월 최모씨로부터 선거자금 명목으로 2000만원을 받은 데 이어 같은 해 4월 2만달러,10월에 3000달러를 받는 등 정치자금 46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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