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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급 20만원 줄어도 차별 아니라고? 육아휴직 복귀 ‘법 기준’ 세웠다[우리 삶을 바꾼 변론]

    월급 20만원 줄어도 차별 아니라고? 육아휴직 복귀 ‘법 기준’ 세웠다[우리 삶을 바꾼 변론]

    “육아휴직을 고민하는 직장인들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복귀 후 업무와 승진에서 배제될 것이란 불안감, 그래서 ‘이대로 내 커리어(경력)가 끝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입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근로자들이 그런 차별에 대한 걱정 없이 마음 편히 육아휴직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준 셈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아이를 키우는 일은 가시밭길의 연속이다. 부부가 직장에서 육아휴직을 신청했더라도 마음 편한 복직은 사실상 쉽지 않다. 휴직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자신의 자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이들에게는 실존하는 위협인 까닭이다. 지난 6월 30일 대법원의 판결은 그래서 우리 사회에 작지만 의미 있는 발걸음이었다. 재판부는 “육아휴직을 마친 근로자의 업무가 복귀 전과 ‘같은 업무’에 해당하려면 업무의 성격·내용·범위·권한·책임 등에서 사회 통념상 차이가 없어야 한다”며 구체적인 법적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사측의 손을 들어준 1심과 2심의 판단을 뒤집고 마침내 대법원에서 승소 취지의 파기환송을 이끌어 낸 민주노총 법률원 소속 김세희(45·변시 4회) 변호사를 지난 4일 만났다. ●돌아오니 업무·권한 싹 바뀌어  2011년부터 롯데쇼핑에서 ‘생활문화매니저’로 일하던 남직원 A(47)씨는 2015년 6월 육아휴직에 들어갔다가 이듬해 1월 복직을 신청했다. 그런데 사측은 이미 해당 지점 매니저 자리에 다른 직원이 근무 중이라며 두 달 뒤 A씨를 매니저 직급이 아닌 식품 냉장냉동 영업담당으로 보직을 바꿔 복직시켰다.  당장 업무 내용과 권한부터 달라졌다. 휴직 전 A씨의 직급은 대리였지만 맡은 업무는 ‘발탁매니저’로서 영업실적·담당사원 관리 등 현장 모니터링과 함께 제품 발주, 입점, 진열, 판매, 처분 등 매장 운영을 총괄하는 관리자 직무였다. 그러나 복직 후 맡은 ‘영업담당’은 인사평가권도 없었고, 매니저의 지휘·감독을 받아 제품 진열과 판매 등을 하는 실무직이었다.  임금도 줄었다. 발탁매니저로 근무할 때는 매달 업무추진비 15만원과 사택수당 5만원 등 20만원을 추가로 받았지만, 영업담당으로 복직한 후에는 해당 수당이 삭제됐다. A씨는 노동조합과 민주노총 법률원의 도움을 받아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사측을 상대로 부당 보직변경 등에 대한 구제 신청을 했다.  노동위원회는 잇따라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발탁매니저와 영업담당은 업무 성격이나 권한, 임금에서 차이가 있는 만큼 A씨의 인사 발령은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부당전직’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언뜻 마무리되는 듯 보였던 사건은 사측이 중앙노동위의 결정에 불복해 행정법원에 부당전직 구제 재심판정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곧 긴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김 변호사는 “육아휴직 후 전보로 인한 불이익은 해고와 달리 직무상 권한 축소나 경력에서의 불이익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인 경우가 많다”며 “그렇다 보니 구제의 실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사측을 상대로 육아휴직으로 인한 불이익을 소송으로 다툰다는 게 쉽지 않고, 사건 자체가 굉장히 드물어서 관련 판례를 찾아봐도 거의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사측 “임시직 변경 문제없어”  재판의 쟁점은 우선 A씨가 복직 후 맡은 영업담당이 이전에 맡았던 발탁매니저와 같은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4항은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측은 원래 대리 직급이던 A씨가 인력 사정상 임시로 과장 이상이 맡는 발탁매니저로 일했던 것이므로 대리급 영업담당으로 복직시킨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추가로 받았던 수당도 실비 성격이기 때문에 이전 업무와 같은 수준의 임금에 해당한다고 했다. 반면 A씨 측은 발탁매니저가 임시직이 아닌 정규 직급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사측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매니저 직책 267명 중 121명이 이미 발탁매니저로 일하고 있었다. 45.3%,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었다.  김 변호사는 “매니저에서 담당으로 내려온 사람들의 명단 16년치를 받아 일일이 확인해 보니 1년에 4건 정도 수준이었고, 그마저도 내용을 살펴보면 회사 인사 규정을 위반한 징계성 인사가 대부분이었다”며 “사측이 증거로 제출한 자료를 분석해 탄핵하는 식으로 변론을 이어 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A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발탁매니저는 인력 사정의 수요에 따라서 부여되는 임시 직급인 만큼 육아휴직 후 영업담당으로 복직시킨 것도 다른 업무에 복귀시켰다고 볼 수 없다는 사측의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또 삭제된 수당인 월 20만원은 전체 임금의 4.3%가량에 불과한 만큼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A씨 측으로선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김 변호사는 “전보라는 건 회사의 재량권이 폭넓게 인정되기 때문에 통상의 전보와 육아휴직 후의 전보는 판단 기준이 달라야 한다고 봤다”며 “누군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대체 인력을 구해야 하니 당연히 조직 환경의 변화는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복직자에게 다른 보직을 주는 것이 가능하다면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은 언제나 업무상의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라고 말했다. ●“육아휴직, 당연한 일처럼 돼야”  2017년 12월, A씨 측이 포기하지 않고 상고한 재판은 5년 만에 대법원에서 극적으로 뒤집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6월 30일 원심을 깨고 피고(중노위·A씨)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육아휴직 후 복귀한 근로자의 업무가 휴직 전과 같은 업무에 해당하려면 업무의 성격과 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에서 사회 통념상 차이가 없어야 한다”며 “휴직 기간 중 발생한 조직 체계나 근로 환경의 변화 등을 이유로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다른 직무’로 복귀시키는 경우에도 복귀자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있어선 안 된다”고 봤다.  법원이 육아휴직 복귀자에 대한 차별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근로기준법 제23조에도 이미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전직시키면 안 된다는 일반 규정이 있지만, 남녀고용평등법에서도 복직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를 금지한 것은 결국 근로자가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라고 본 판단이었다.  김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바로 ‘복귀 후 맡게 될 업무가 휴직 이전과 현저히 달라져서 생기는 생경함과 두려움으로 근로자의 육아휴직 신청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고 본 것이었다”며 “재판부도 A씨가 육아휴직을 하지 않았더라면 계속해서 발탁매니저를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본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육아휴직자에 대한 기업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이 기업에 불리한 판결이 아니라는 점을 곱씹어 봤으면 좋겠습니다. 연차 휴가를 자유롭게 쓰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된 것처럼 육아휴직도 당연히 쓸 수 있는 것으로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회사가 직원들을 ‘우리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육아휴직 후에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돕는다면 근로자들도 회사에 최선을 다해 기여하지 않을까요.”
  • 월급 20만원 줄어도 차별 아니라고?…육아휴직 복귀 ‘법 기준’ 세웠다 [우리 삶을 바꾼 변론]

    월급 20만원 줄어도 차별 아니라고?…육아휴직 복귀 ‘법 기준’ 세웠다 [우리 삶을 바꾼 변론]

     “육아휴직을 고민하는 직장인들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복귀 후 업무와 승진에서 배제될 것이란 불안감, 그래서 ‘이대로 내 커리어(경력)가 끝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입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근로자들이 그런 차별에 대한 걱정 없이 마음 편히 육아휴직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준 셈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아이를 키우는 일은 가시밭길의 연속이다. 부부가 직장에서 육아휴직을 신청했더라도 마음 편한 복직은 사실상 쉽지 않다. 휴직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자신의 자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이들에게는 실존하는 위협인 까닭이다. 지난 6월 30일 대법원의 판결은 그래서 우리 사회에 작지만 의미 있는 발걸음이었다. 재판부는 “육아휴직을 마친 근로자의 업무가 복귀 전과 ‘같은 업무’에 해당하려면 업무의 성격·내용·범위·권한·책임 등에서 사회 통념상 차이가 없어야 한다”며 구체적인 법적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사측의 손을 들어준 1심과 2심의 판단을 뒤집고 마침내 대법원에서 승소 취지의 파기환송을 이끌어 낸 민주노총 법률원 소속 김세희(45·변시 4회) 변호사를 지난 4일 만났다. 과장급 ‘매니저’였다가 복귀하니 대리급 ‘영업 담당’ 2011년부터 롯데쇼핑에서 ‘생활문화매니저’로 일하던 남직원 A(47)씨는 2015년 6월 육아휴직에 들어갔다가 이듬해 1월 복직을 신청했다. 그런데 사측은 이미 해당 지점 매니저 자리에 다른 직원이 근무 중이라며 두 달 뒤 A씨를 매니저 직급이 아닌 식품 냉장냉동 영업담당으로 보직을 바꿔 복직시켰다. 당장 업무 내용과 권한부터 달라졌다. 휴직 전 A씨의 직급은 대리였지만 맡은 업무는 ‘발탁매니저’로서 영업실적·담당사원 관리 등 현장 모니터링과 함께 제품 발주, 입점, 진열, 판매, 처분 등 매장 운영을 총괄하는 관리자 직무였다. 그러나 복직 후 맡은 ‘영업담당’은 인사평가권도 없었고, 매니저의 지휘·감독을 받아 제품 진열과 판매 등을 하는 실무직이었다. 임금도 줄었다. 발탁매니저로 근무할 때는 매달 업무추진비 15만원과 사택수당 5만원 등 20만원을 추가로 받았지만, 영업담당으로 복직한 후에는 해당 수당이 삭제됐다. A씨는 노동조합과 민주노총 법률원의 도움을 받아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사측을 상대로 부당 보직변경 등에 대한 구제 신청을 했다. 노동위원회는 잇따라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발탁매니저와 영업담당은 업무 성격이나 권한, 임금에서 차이가 있는 만큼 A씨의 인사 발령은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부당전직’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언뜻 마무리되는 듯 보였던 사건은 사측이 중앙노동위의 결정에 불복해 행정법원에 부당전직 구제 재심판정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곧 긴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김 변호사는 “육아휴직 후 전보로 인한 불이익은 해고와 달리 직무상 권한 축소나 경력에서의 불이익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인 경우가 많다”며 “그렇다 보니 구제의 실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사측을 상대로 육아휴직으로 인한 불이익을 소송으로 다툰다는 게 쉽지 않고, 사건 자체가 굉장히 드물어서 관련 판례를 찾아봐도 거의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발탁매니저는 임시직, 보직변경 정당” VS “휴직 전후 같은 업무·같은 임금 원칙” 재판의 쟁점은 우선 A씨가 복직 후 맡은 영업담당이 이전에 맡았던 발탁매니저와 같은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4항은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측은 원래 대리 직급이던 A씨가 인력 사정상 임시로 과장 이상이 맡는 발탁매니저로 일했던 것이므로 대리급 영업담당으로 복직시킨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추가로 받았던 수당도 실비 성격이기 때문에 이전 업무와 같은 수준의 임금에 해당한다고 했다. 반면 A씨 측은 발탁매니저가 임시직이 아닌 정규 직급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사측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매니저 직책 267명 중 121명이 이미 발탁매니저로 일하고 있었다. 45.3%,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었다. 김 변호사는 “매니저에서 담당으로 내려온 사람들의 명단 16년치를 받아 일일이 확인해 보니 1년에 4건 정도 수준이었고, 그마저도 내용을 살펴보면 회사 인사 규정을 위반한 징계성 인사가 대부분이었다”며 “사측이 증거로 제출한 자료를 분석해 탄핵하는 식으로 변론을 이어 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A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발탁매니저는 인력 사정의 수요에 따라서 부여되는 임시 직급인 만큼 육아휴직 후 영업담당으로 복직시킨 것도 다른 업무에 복귀시켰다고 볼 수 없다는 사측의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또 삭제된 수당인 월 20만원은 전체 임금의 4.3%가량에 불과한 만큼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A씨 측으로선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김 변호사는 “전보라는 건 회사의 재량권이 폭넓게 인정되기 때문에 통상의 전보와 육아휴직 후의 전보는 판단 기준이 달라야 한다고 봤다”며 “누군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대체 인력을 구해야 하니 당연히 조직 환경의 변화는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복직자에게 다른 보직을 주는 것이 가능하다면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은 언제나 업무상의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같은 업무’ 해당하려면 사회 통념상 전과 차이 없어야” 2017년 12월, A씨 측이 포기하지 않고 상고한 재판은 5년 만에 대법원에서 극적으로 뒤집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6월 30일 원심을 깨고 피고(중노위·A씨)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육아휴직 후 복귀한 근로자의 업무가 휴직 전과 같은 업무에 해당하려면 업무의 성격과 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에서 사회 통념상 차이가 없어야 한다”며 “휴직 기간 중 발생한 조직 체계나 근로 환경의 변화 등을 이유로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다른 직무’로 복귀시키는 경우에도 복귀자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있어선 안 된다”고 봤다. 법원이 육아휴직 복귀자에 대한 차별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근로기준법 제23조에도 이미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전직시키면 안 된다는 일반 규정이 있지만, 남녀고용평등법에서도 복직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를 금지한 것은 결국 근로자가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라고 본 판단이었다. 김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바로 ‘복귀 후 맡게 될 업무가 휴직 이전과 현저히 달라져서 생기는 생경함과 두려움으로 근로자의 육아휴직 신청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고 본 것이었다”며 “재판부도 A씨가 육아휴직을 하지 않았더라면 계속해서 발탁매니저를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본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육아휴직자에 대한 기업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이 기업에 불리한 판결이 아니라는 점을 곱씹어 봤으면 좋겠습니다. 연차 휴가를 자유롭게 쓰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된 것처럼 육아휴직도 당연히 쓸 수 있는 것으로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회사가 직원들을 ‘우리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육아휴직 후에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돕는다면 근로자들도 회사에 최선을 다해 기여하지 않을까요.”
  • 대법, 신천지 이만희 ‘역학조사 방해혐의’ 무죄…업무방해·횡령 등 유죄

    대법, 신천지 이만희 ‘역학조사 방해혐의’ 무죄…업무방해·횡령 등 유죄

    코로나19 초기 신도 명단과 집회 장소를 축소 제출한 혐의로 기소됐던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91) 총회장이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다만 업무방해와 건조물침입, 업무상횡령 등 다른 혐의에 대해선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2일 이 총회장의 상고심에서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보고 업무방해와 건조물침입, 업무상횡령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총회장은 2020년 2월 질병관리본부 산하 코로나19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역학조사 실시를 위해 신천지 측에 요청한 ‘신천지 전체 시설현황 및 교인명단’을 제출하면서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은폐하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1심과 2심은 이 총회장의 감염병예방법 위반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방대본의 신천지 측에 대한 신천지 전체 시설현황 및 교인명단 자료 제출 요구는 감염병예방법 규정에서 정한 역학조사의 내용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며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역학조사로 볼 수 없으므로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 거짓 자료를 제출하거나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은폐하는 행위가 있다고 하더라도 감염병예방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또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선 “방대본이 신천지에 요구한 시설현황과 교인명단의 내용·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신천지가 방대본의 담당 공무원에게 오인, 착각, 부지 등을 일으킬 목적으로 일부 내용을 누락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방대본의 방역업무가 방해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다만 이 총회장이 허위로 다른 단체 명의로 행사계획서를 제출해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평화만국회의’ 기념행사를 개최한 데 대해선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와 건조물침입죄를 인정했다. 특히 이 총회장이 신천지 연수원인 ‘평화의 궁전’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신천지 소유 자금 약 52억원을 횡령한 혐의와 사단법인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 소유 동성서행 경비 후원금 등을 횡령한 혐의는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방역당국의 교인 명단 제출 요구가 역학조사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감염병예방법상 정보 제공 요청에는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정보 제공 요청에 불응한 사람을 형사처벌하는 규정은 이 사건이 문제된 후인 2020년 9월 신설돼 이 총회장에게는 소급 적용할 수 없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 [속보] 신천지 이만희 ‘방역방해’ 무죄 확정…횡령 등은 유죄

    [속보] 신천지 이만희 ‘방역방해’ 무죄 확정…횡령 등은 유죄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의 이만희(91) 총회장이 코로나19 방역활동 방해 혐의 재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2일 이 총회장의 상고심에서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보고 횡령과 업무방해 등 혐의만 일부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총회장은 신천지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2월 신천지 간부들과 공모해 방역당국에 신도 명단과 집회 장소를 축소해 보고한 혐의(감염병예방법 위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됐다. 그는 신천지 연수원인 ‘평화의 궁전’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교회 자금 등 50여억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와 2015∼2019년 지방자치단체 승인 없이 공공시설에서 종교행사를 연 혐의(업무방해) 등도 받았다.코로나19 유행 초기 신천지 교인들을 중심으로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한 만큼 방역 방해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지는 이번 재판의 최대 관심사였다. 법정에서의 쟁점은 신천지 측이 교인 명단 등을 제대로 제출하지 않은 것이 감염병예방법이 금지하는 ‘역학조사 방해’에 해당하는지로 압축됐다. 1심과 2심은 정부의 방역활동을 조직적·계획적으로 방해했다는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역학조사는 감염병 환자 발생 규모 파악과 감염원 추적,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원인 규명 등에 대한 활동이고 환자의 인적 사항과 발병일, 장소, 감염원인 등과 관련된 사항을 내용으로 하므로 당시 방역당국이 신천지 측에 요구한 명단과 시설 등은 역학조사 내용에 해당하지 않고, 축소 보고를 했더라도 감염병예방법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방역당국의 교인 명단 제출 요구가 ‘역학조사’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감염병예방법상 ‘정보 제공 요청’에는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정보 제공 요청에 불응한 사람을 처벌할 규정은 이번 사건 발생 이후인 2020년 9월에야 신설됐기 때문에 이 총회장에게 소급 적용할 수는 없었다. 반면 교회 자금 횡령과 업무방해 등 이 총회장의 다른 혐의는 1심과 2심에서 유죄나 일부 유죄 판단이 나왔다. 1심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고, 2심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처벌 수위를 다소 높였다. 대법원은 이 같은 처벌을 그대로 확정했다.
  • [씨줄날줄] 폐문부재<閉門不在>/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폐문부재<閉門不在>/임창용 논설위원

    지난 201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에서 증인들이 줄줄이 나오지 않아 재판이 상당 기간 지연된 적이 있다. 당시 재판부는 “소환장이 폐문부재로 송달불능 됐다”고 설명했다. ‘폐문부재’(閉門不在)는 문이 잠겨 있고 사람이 없다는 의미다. 법원이 판결문이나 소환장, 결정문, 명령 등 각종 서류를 피고나 원고 등에게 전달해야 그 효력이 발생하는데 전달하지 못하는(송달불능) 대표적 사유다. 폐문부재 외에도 수취인 부재나 수취인 불명, 주소 불명, 이사 불명 등으로 송달이 무산되기도 한다. 서류 미전달 시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 점 때문에 수취인이 회피 수단으로 폐문부재를 악용하는 경우도 많다.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소환장을 회피하려는 정황이 입증되면 구인영장을 발부할 수는 있다. 하지만 폐문부재로 소환장이 전달되지 않으면 강제소환이나 과태료 부과도 할 수 없다. 법원 서류가 폐문부재로 전달되지 않으면 재판이 지연되기 쉽다. 지난 1월 이른바 ‘이재명 조카 살인사건’ 관련 재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피해자 유가족이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장이 폐문부재로 2주가량 이 후보 자택에 송달되지 못한 것이다. 가장 흔한 폐문부재 상황은 부동산 경매 낙찰 후 발생한다. 낙찰자가 법원에서 받아 낸 인도명령결정문을 원 소유자나 세입자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폐문부재로 불가능한 경우다. 결국 집행관을 통한 송달, 재송달, 공시송달, 강제집행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써 준 혐의로 1·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대법원 상고심이 두 달째 지연되고 있다고 한다. 법원이 상고 관련 소송 기록을 접수했다는 통지서를 최 의원에게 세 차례나 보냈으나 폐문부재로 전달이 안 돼 재판 배당이 이뤄지지 못해서다. 최 의원은 “집배원이 오는 시각에 집을 비우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대법원 심리가 지연돼 의원직 상실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은 지나친 상상”이라고 항변했다. 재판 지연 의도가 정말 있는지, 아니면 지나친 상상인지는 국민 판단에 맡길 수밖에.
  • 김학의 前차관 ‘뇌물 의혹’ 9년 만에 무죄 확정

    김학의 前차관 ‘뇌물 의혹’ 9년 만에 무죄 확정

    박근혜·문재인 정부에 걸쳐 과거 성접대·뇌물 의혹 등이 제기됐던 김학의(66·사법연수원 14기)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이 의혹 제기 9년 5개월 만에 모두 무죄·면소 판결로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에 대한 재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김 전 차관 관련 의혹은 차관 내정 직후인 2013년 3월 처음 불거졌다.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의 별장에서 성접대를 받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동영상까지 공개되자 자진 사퇴했다. 그러나 검찰은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며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동영상 속 여성 이모씨가 이듬해 김 전 차관을 특수강간 혐의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재차 무혐의로 결론 내렸다. 2018년 4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사건을 수사하라고 권고했고, 검찰은 2019년 5월 김 전 차관을 구속기소했다. 김 전 차관이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다른 사업가 최모씨로부터 뇌물을 수수했다는 공소사실에는 윤씨가 제공한 13차례 성접대도 뇌물로 포함됐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금품의 직무관련성이나 대가 관계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최씨가 공여한 4300여만원을 뇌물로 보고 김 전 차관에게 징역 2년 6개월, 벌금 500만원, 추징금 4300여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최씨의 법정 진술이 왜곡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최씨를 재차 신문한 끝에 김 전 차관의 유죄를 인정할 증거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재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 대법, 성접대·뇌물 의혹 제기 9년여만…김학의 사건 무죄·면소 확정

    대법, 성접대·뇌물 의혹 제기 9년여만…김학의 사건 무죄·면소 확정

    박근혜·문재인 정부에 걸쳐 과거 성접대·뇌물 의혹 등이 제기됐던 김학의(66·사법연수원 14기)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이 의혹 제기 9년 5개월 만에 모두 무죄·면소 판결로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에 대한 재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전 차관 관련 성접대·뇌물 의혹은 차관 내정 직후인 2013년 3월 처음 불거졌다.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의 별장에서 성접대를 받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동영상까지 공개되자 자진 사퇴했다. 그러나 검찰은 경찰의 김 전 차관 체포 영장 신청을 반려하고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며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동영상 속 여성 이모씨가 이듬해 김 전 차관을 특수강간 혐의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재차 무혐의로 결론 내렸다.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8년 4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김 전 차관 사건을 수사하라고 권고했고, 검찰은 재수사 끝에 2019년 5월 김 전 차관을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김 전 차관이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다른 사업가 최모씨로부터 뇌물을 수수했다는 공소사실에는 윤씨가 강원 원주 별장 등에서 제공한 13차례 성접대도 뇌물로 포함됐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금품의 직무관련성이나 대가 관계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공소시효 10년이 경과한 뇌물과 성접대 혐의에 대해선 면소 판결을 내렸다. 면소는 공소시효 만료 등으로 공소권이 사라졌을 때 선고 없이 재판을 끝내는 절차를 의미한다.2심은 최씨가 공여한 4300여만원을 뇌물로 보고 김 전 차관에게 징역 2년 6개월, 벌금 500만원, 추징금 4300여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최씨의 법정 진술이 검사의 사전 면담 과정에서 회유나 압박 등으로 왜곡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최씨를 재차 증인으로 불러 신문한 끝에 김 전 차관의 유죄를 인정할 증거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재상고심에서 법리 오해 등 잘못이 없다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 ‘아동 성착취물 6954개 제작’ 최찬욱, 징역 12년 확정

    ‘아동 성착취물 6954개 제작’ 최찬욱, 징역 12년 확정

    미성년자 성 착취물 6954개를 제작하고 유포한 최찬욱(27)에게 징역 12년이 확정됐다. 11일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상습 성착취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0년 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10년 간 신상정보 공개·고지, 10년 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 취업제한 명령도 유지했다. 최씨는 2014년부터 2021년 5월까지 약 7년 여 간 초·중학교 남학생 70명에게 성적 행위를 하는 모습을 촬영한 뒤 자신에게 전송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6년 9월부터 2021년 3월까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게 된 아동 3명을 유사 강간하거나 강제 추행한 혐의도 있다. 그는 자신을 여자아이나 축구 감독인 것처럼 속여 아이들에게 접근했다.1심과 2심은 모두 최씨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1심은 “최씨가 상습으로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아동인 피해자들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며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2심 역시 “범행 하나 하나만 보더라도 매우 중한 범죄이고, 특히 상습으로 아동·청소년의 성착취물을 제작한 행위는 중대한 범죄”라며 1심 형량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피해자들과의 관계, 이 사건 각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등 여러 가지 사정들을 살펴보면, 원심이 최씨에 대해 징역 12년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상고기각했다. 한편 대전경찰청은 지난해 6월 최씨를 검찰에 송치하기 전 신상공개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그의 이름과 나이 등을 공개한 바 있다.
  • 금감원, 손태승 우리금융회장 ‘DLF 소송’ 상고 결정…“내부통제 필요성 고려”

    금감원, 손태승 우리금융회장 ‘DLF 소송’ 상고 결정…“내부통제 필요성 고려”

    금융감독원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징계 취소 소송과 관련해 상고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11일 밝혔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소했지만 유사한 소송이 진행중인 데다 내부통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라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받기로 했다. 금감원은 이날 손 회장 등이 금감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문책 경고 등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의 2심 판결을 면밀히 검토하고 외부 법률 자문을 거친 결과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했다. 개별 소송 건에 대한 대응 차원을 넘어 향후 금융산업 전반의 내부통제 수준을 높여나가기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정립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특히 고려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2020년 1월 DLF 사태와 관련한 책임을 물어 손 회장에게 문책 경고를 내렸다.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이 불가능하고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손 회장은 해당 징계에 관한 징계효력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징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8월 1심이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고, 금감원은 곧장 상소했으나 지난달 2심에서도 연달아 패소했다. 일각에서는 1·2심에서 패소한 금감원이 상고를 포기할 거란 전망도 있었지만 결국 사건은 대법원까지 가게 됐다. 금감원은 “2심 법원은 1심 법원과 달리 ‘내부통제기준 설정·운영기준’을 내부통제기준의 실효성 판단 기준으로 인정한 점 등에 비춰 최종심인 대법원의 판단을 통해 내부통제 관련 법리를 명확하게 확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금감원이 현재 진행중인 유사 소송에도 영향이 갈 전망이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도 같은 것으로 금감원과 소송 중인데 함 회장의 경우 손 회장과 달리 금감원이 1심에서 승소했고, 현재 항소심을 앞두고 있다. 대법원에서까지 패소한다면 사모펀드 관련 금감원 징계를 받은 다른 금융사 CEO들로부터 소송이 잇따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금감원은 대법원 판결 후 판결 내용을 바탕으로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관련 사항을 보다 명확하기 하기 위한 제도개선을 금융위원회와 함께 추진할 방침이다.
  • 대법, 화성 입양아동 학대사망사건…양부 22년형 확정

    대법, 화성 입양아동 학대사망사건…양부 22년형 확정

    입양한 두 살짜리 유아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제2의 정인이’ 사건의 양부에게 징역 22년의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1일 아동학대살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양부 A(37)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남편의 학대 사실이 발각될 것이 두려워 피해 아동을 병원으로 데려가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은 양모 B씨는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됐다. A씨는 지난해 5월 경기 화성시 소재 주거지에서 당시 생후 33개월이던 입양아 C양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얼굴과 머리 부위를 4회에 걸쳐 바닥에 넘어질 정도로 강하게 내리친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A씨는 폭행으로 반혼수 상태에 빠진 C양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7시간가량 방치했다. C양은 뒤늦게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같은 해 7월 외상성 뇌출혈로 인한 고도의 뇌부종 등으로 사망했다.이에 앞서 A씨는 지난해 4~5월 C양이 말을 잘 듣지 않고 고집을 부린다는 이유로 등긁이 등으로 손바닥, 엉덩이 등을 때리거나 손으로 뺨을 때리는 등 수차례 신체적 학대행위를 했다. B씨는 남편인 A씨의 학대행위를 알고도 적절한 보호 조치를 하지 않고 방치한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됐다. 1심은 A씨가 C양이 죽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과 위험을 인식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로 범행을 했다며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B씨에게도 아동학대치사 등의 책임을 물어 징역 6년을 선고했다. 2심은 A씨의 형량은 그대로 유지했지만, B씨에 대해서는 남아 있는 자녀들의 양육 문제 등을 고려해 징역 2년 6개월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고 보고 피고인들의 상고를 기각했다.
  • ‘다윗과 골리앗’ 싸움, 탕정 토지주들 뒤바뀐 판결로 망연자실

    ‘다윗과 골리앗’ 싸움, 탕정 토지주들 뒤바뀐 판결로 망연자실

    충남 아산의 탕정 테크노 일반산업단지 토지주들이 토지수용의 적법성을 둘러싸고 수년째 충남도와 힘겨운 법정 공방을 벌이며 해결점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11일 충남도와 토지주 등에 따르면 대전고법 제2행정부는 ‘아산탕정 테크노 일반산단 개발사업’ 2공구 토지 소유주 64명이 제기한 충남지방토지수용위원회의 ‘수용재결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제1심 판결 취소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재판부가 ‘떨어져 있는 토지라도 그 기능을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한 포괄적 계획에 따라 지정·개발되는 하나의 산업단지로 판단해야 한다’며 1심 판결을 완전히 뒤집었다. 지난해 10월 열린 대전지법 1심 판결에서는 ‘1공구와 2공구가 하나의 토지가 아니고 별개의 산업단지로 판단해야 한다’며 토지주들이 승소했었다.토지주들은 산단 1공구와 2공구는 토지 형상 이용현황이 서로 이질적이고 직선거리로 4.6㎞나 떨어져 있어 하나의 토지가 아니며 2공구의 대단위 아파트 건축 분양 계획은 산업입지법 목적과 취지에 어긋나 재판부가 수용재결을 취소해달라고 주장했다.1심 판결 이후 3년간 지루한 법정 다툼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했던 토지주들은 2심에서 뒤집힌 판결로 당혹감과 함께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토지수용반대위원회 곽진구 위원장은 “1심 판결의 정반대의 결과의 2심 재판부 판결은 토지주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납득이 어렵다. 대법원 상고는 당연하다”며 “1심 판결 정반대의 판결을 내린 재판부를 믿을 수 없어 너무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강조했다. 토지주 A씨는 “2심 재판결과 시행사에서 포크레인 등을 동원해 내 땅을 빼앗아 가는 심각한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며 “소중한 토지를 뺏기지 않도록 박경귀 아산시장과 김태흠 도지사가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법무부 질의 등을 통해 법원 판결문을 검토 중이며, 법원에 판결에 따라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충남도 토지수용위원회는 지난 2018년 10월 ‘아산탕정테크노 일반산업단지계획(지정 및 실시계획)’을 승인하며, 아산시 탕정면 용두리 일원 38만1000여㎡(1공구)와 갈산리 일원 31만7000여㎡(2공구)에 대한 ‘강제토지수용’을 고시했다. 충남도 토지수용위원회는 국공유지를 포함해 1공구(동의율 93.8%)와 2공구(동의율 41.4%)를 하나의 토지로 보고 50%의 동의율이 넘어섰다는 것이 충남도의 설명이다.
  • [속보] ‘별장 성접대’ 이어…김학의, ‘뇌물’도 무죄 확정

    [속보] ‘별장 성접대’ 이어…김학의, ‘뇌물’도 무죄 확정

    김학의(66) 전 법무부 차관이 두 차례 대법원 재판 끝에 뇌물 혐의까지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로써 ‘별장 성접대 동영상’ 등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 전 차관 사건은 의혹 제기 9년 만에 전면 무죄로 마무리됐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1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의 재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전 차관은 2000∼2011년 이른바 ‘스폰서’ 역할을 한 건설업자 최모씨로부터 43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1심은 김 전 차관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2심 재판부는 대가성이 인정된다고 보고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6월 유죄판결의 결정적 근거가 된 최씨의 법정 증언에 문제가 있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뇌물을 준 사실을 인정하지 않던 최씨가 법정 증언 전 검찰에 소환돼 면담한 뒤 재판에서 기존 입장을 바꿔 김 전 차관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대법원은 최씨가 면담 과정에서 회유·압박을 받아 진술을 바꾼 것이 아니라는 점을 검찰이 입증해야 한다고 봤다. 이번 사건은 2013년 3월 김 전 차관이 법무부 차관에 내정된 직후 언론에 별장 성접대 동영상이 보도되면서 불거졌다. 검찰 고위 간부의 성범죄 의혹은 국민적인 관심을 끌었지만 수사는 난항을 겪었다.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김 전 차관 체포 영장을 반려했고, 기소 의견으로 사건이 송치되자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임을 확신할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동영상 속 여성이 2014년 직접 김 전 차관을 특수강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지만,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이 역시 무혐의로 결론내렸다. 사건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 4월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김 전 차관 사건 수사를 권고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검찰은 재수사 후 2019년 6월 김 전 차관을 뇌물 혐의로 구속 기소했으나 재판은 두 차례의 대법원 판단 끝에 결국 무죄로 마무리됐다.
  • 대법 “금고·집행유예받은 체육지도자, 특별사면 받아도 자격취소”

    대법 “금고·집행유예받은 체육지도자, 특별사면 받아도 자격취소”

    금고형 집행유예를 받은 체육지도자가 특별사면을 받았더라도 자격 취소까지 되돌리지는 못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0일 체육지도자 A씨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자격 취소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2급 장애인스포츠지도사, 2급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을 가졌던 A씨는 2019년 5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치상죄로 금고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의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하지만 같은해 12월 대통령의 특별사면·복권명령이 나오면서 A씨가 받은 형의 효력이 상실됐고 복권이 이뤄졌다. 그럼에도 문체부는 이듬해 6월 A씨의 체육지도자 자격을 취소하는 처분을 했다. 국민체육진흥법상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은 경우 자격을 취소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서다.1심과 2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특사에 의해 A씨가 관련 형사판결에서 받은 형 선고의 효력 자체가 상실됐다”며 “A씨는 더 이상 ‘금고 이상의 형’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때에 해당하지 않게 됐다”고 봤다. 이에 따라 A씨에 대한 체육지도자 자격 취소는 사유 자체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되돌려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국민체육진흥법상 자격 취소사유는 그 사유가 발생한 사실 자체를 의미하므로 특사를 받았더라도 자격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체육지도자가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경우 그 자격이 취소되도록 함으로써 체육지도자 자격제도에 대한 공공의 신뢰를 보호하고자 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며 “체육지도자가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면 그것이 존속하고 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그 자격을 취소하는 것이 입법취지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특사를 받으면 형 선고의 법률적 효과는 소멸되나 형의 선고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의 모든 효과까지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정부, 日과 협상 때 ‘강제동원’ 보상받아… 피해자에게 과오 사과해야” [이석우의 국제법 포럼-천동설에서 지동설의 나라로]

    “정부, 日과 협상 때 ‘강제동원’ 보상받아… 피해자에게 과오 사과해야” [이석우의 국제법 포럼-천동설에서 지동설의 나라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군수 물자 생산을 위해 사실상 강제징용을 당한 피해자들이 당시 군수 회사에 뿌리를 둔 지금의 일본 기업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이다. 피해자들의 청구권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소멸된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동일한 소송이 일본 법원에서 진행됐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과 달리 헌법 정신과 배치되는 일본 법원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고 1965년 청구권협정으로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은 전혀 소멸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2심 법원은 피해자인 원고들에게 각각 1억원 및 8000만원 상당의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명하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이 불복해 재상고하고 대법원이 기각함으로써 판결은 확정됐다. 피고 기업들은 원고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원고는 피고 기업의 국내 소유 자산에 대한 강제집행절차(현금화)를 밟아 이제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대전지방법원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의 상표권과 특허권에 대한 매각 명령이 내려진 상황이며, 신일철주금이 한국에서 포스코와 합작 법인으로 설립한 주식회사 PNR의 주식에 대해서도 압류 명령이 내려진 상태다. 미쓰비시중공업이 낸 재항고를 대법원이 기각하면 올가을쯤 현금화가 이뤄진다. 정부는 지난 7월 4일 강제동원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는 민관협의회를 출범시킨 데 이어 대법원에 “해결책을 마련 중이므로 현금화 절차를 늦춰야 한다”는 의견서도 제출했다. 민관협의회에 참여한 원고 측은 정부가 대법원에 의견서를 내자 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정부가 어떤 해법을 가지고 피해자들을 설득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한일협상 대일 청구 범위 日법인 포함 원고 대리인과 이들을 지원하는 시민단체는 7월 18일 외교부에 ‘외교적 보호권’과 관련한 세 가지 질의를 했다. 첫째, 정부는 강제동원이 일본 기업만의 불법행위라고 판단하는지 아니면 일본 정부·기업의 공동불법행위라고 판단하는지, 둘째, 정부는 강제동원 불법행위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외교적 보호권 성립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지, 셋째, 외교적 보호권 성립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질의했다. 외교부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외교부가 답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어떤 답이 국제법과 외교적인 해법에 가장 적합할까. 1952년 말부터 국교정상화 및 전후 보상 문제를 협의한 한일 정부는 1965년 6월 22일 ‘국교정상화를 위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과 그 부속 협정의 하나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 협력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한일청구권협정을 통해 일본은 한국에 10년간 3억 달러를 무상으로, 2억 달러를 차관으로 제공하기로 함과 동시에 청구권 문제를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한 것으로 확인했다. 당시 의사록을 보면 ‘한국의 대일 청구 요강’ 범위에 피징용 한국인의 미수금, 보상금 및 기타 청구권의 변제 청구, 한국인의 일본인 또는 일본 법인에 대한 청구가 포함돼 있었다. 즉 한국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청구권협정의 대상에 포함시켜 일본과 협상을 했고, 일본 정부는 청구권협정을 통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청구권은 모두 소멸됐다고 주장한다.●대법원 한일협정 해석 국내에만 효력 일본 기업의 불법행위 성격에 관한 첫 번째 질의의 정답은 사실 정해진 것이다. 2018년 대법원 판결에서는 일제식민지 강제동원은 불법행위이며, 구체적으로는 일본 정부와 기업의 조직적인 공동불법행위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원고들이 손해배상 소송의 피고를 일본 기업으로 한정했고, 일본 정부를 피고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2018년 대법원 판결에서 판단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의 불법성이 일본 정부와 무관한 일본 기업의 단독불법행위라고 해석하는 것은 너무 빈약한 주장이다. 1965년 한일협정에 대해 대법원이 어떻게 해석하든 이는 국내에서만 효력을 갖는 것이며 한일이 체결한 조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이 주장하는 일제의 식민지 지배의 불법성, 그에 따른 식민지 강제동원의 불법성과 일본이 주장하는 식민지 지배의 합법성은 타협이 어렵다. 식민 지배의 합법·불법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은 타협이 있었기에 1965년 한일기본조약이 나온 것이다. 한일기본조약 체제에 내재한 일제강점기에 대한 한일의 대립적인 인식은 사실 자체로 인정해야만 한다. 외교적 보호권과 관련한 두 번째, 세 번째 공개질의는 상호 연관돼 있다. 외교적 보호권은 어느 국가가 타국의 국민에게 신체나 재산상의 피해를 보게 한 경우 피해를 본 국민의 국적국이 외교 조치나 평화적 수단을 통해 가해국에 대해 적절한 구제를 청구하는 것으로 관습국제법상 인정되는 국가의 고유한 권리다. 국가가 자국민을 대리하는 것이 아니며 자국민도 이를 주장하거나 포기할 수 없다. 피해국이 자국민을 위해 청구를 제기할 의무를 갖는 것도 아니며, 피해국이 스스로 포기하거나 피해국의 행위로부터 추론되는 묵인(默認)에 의해 또는 합의를 통해 외교적 보호권을 포기할 수 있다. 피해국은 외교적 보호권 행사 여부나 수단 등을 결정할 때 국익을 기준으로 가해국과의 정치·외교적 영향을 고려한다. 행정부의 재량 행위인 외교적 보호권 행사와 관련해 각국의 사법부는 외교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법심사를 자제하는 경향을 보인다. 외교적 보호권의 판단 기준 가운데 타국의 위법·불법행위로 손해가 발생했는지 여부는 중요하다. 사법부의 판결은 국가기관을 기속(羈束)하므로, 대법원 판결에 근거할 때 일본 정부의 위법·불법행위로 원고들에게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한국 정부의 외교적 보호권의 성립 요건 즉 보호 대상에 포함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외교적 보호권의 보호 대상이더라도 정부가 외교적 보호권을 반드시 행사해야만 하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국적국 정부가 자국민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가해국 정부에 대해 외교적 보호를 행사해 일괄 협정으로 배상금 또는 보상금을 받았다면 양자 사이의 문제는 해결되고 국내적으로 배상금 또는 보상금을 지급하는 문제만 남는다. 따라서 동일한 문제에 대해 더이상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할 여지는 없는 것이다. 한국은 이미 외교적 보호권의 행사로 피해자 원고들이 입은 손해에 대해 일괄 협정으로 배상을 받았기에 한일 사이의 문제는 해결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日기업 피해 땐 韓에 구제청구 불 보듯 따라서 한국 정부는 일본과의 국교정상화 및 청구권협정 체결 과정에서 일제강점기 피해자 문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과오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해당 사안에 대한 국내 이해당사자 간 합의를 이끌어 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모든 피해자에 대한 신속하고 충분한 보호와 과거사 문제의 올바른 해결이라는 정책적 대안을 포함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뒤 선행 조치로서 일본 기업의 자산 현금화 이전에 해당 손해배상금을 선지급하고, 종국적으로는 특별법 제정의 입법 행위 등을 통해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에 대해 일률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른 선배상을 해야 한다. 이후 외교적 협의를 통해 일본 정부 및 관련 기업들로부터 상당한 수준의 신탁금을 받아 피해자 및 유족들을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을 실행하는 방안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조치 없이 일본 기업의 자산 현금화가 이뤄진다면 일본 정부는 피해를 본 기업의 국적국으로서 가해국인 한국에 대해 적절한 구제를 청구하는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한일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을 것임이 자명하다.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일산·분당 개발 주도… 주택 200만호 건설 추진

    일산·분당 개발 주도… 주택 200만호 건설 추진

    노태우 정부 시절 ‘주택 200만호 건설’을 추진하고 분당과 일산 개발을 주도한 이상희 전 건설부 장관이 8일 오후 노환으로 별세했다. 90세. 경북 성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대구 중앙상고 교사로 일하다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진주시장, 내무부 기획관리실장, 산림청장을 거쳐 대구직할시장을 역임했다. 이후 경북도지사를 거쳐 1987∼1988년 내무부 장관을 지냈다. 노태우 정부 당시 한국토지개발공사 사장과 건설부 장관을 지내며 1기 신도시(분당·일산) 개발 계획을 주도했다. 특히 일산신도시 중앙의 땅 30만평을 사들여 일산호수공원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족은 부인 송명자씨와 2남 2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 발인은 11일 오전 6시 30분.
  • 30번 넘게 ‘女화장실 불법 촬영’ 연대 의대생… “인정하고 반성”

    30번 넘게 ‘女화장실 불법 촬영’ 연대 의대생… “인정하고 반성”

    화장실 침입, 휴대전화로 옆칸 여학생 촬영 피해자 신고로 현장서 현행범으로 체포조사 당시 범행 부인…휴대전화 포렌식에 덜미캠퍼스 내 여자 화장실에 침입해 여학생들의 은밀한 모습들을 몰래 찍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재학생 A(21·구속기소)씨가 이전에도 비슷한 범행을 30차례 이상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공성봉 부장판사 심리로 8일 진행된 첫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이 올해 6월 17일부터 7월 4일까지 연세대 의과대학 1층 여자 화장실에 4차례 침입해 총 32회에 걸쳐 피해자들을 몰래 촬영했다”고 공소 사실을 밝혔다. A씨 측 변호인은 “공소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A씨도 “변호인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짧게 답했다. A씨는 지난달 4일 연세대 의대도서관 인근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휴대전화로 옆 칸에 있던 여학생을 몰래 촬영하다가 피해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씨는 경찰 조사 당시에는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비롯해 조사를 진행했으며 같은 달 7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카메라 등 이용촬영·반포)로 A씨를 구속했다.울산선 중학생이 女화장실 몰래 촬영 한편 울산에서도 여자 화장실을 몰래 촬영하던 중학생이 경찰에 입건됐다.  울산 남부경찰서는 지난달 13일 공중화장실에서 여성을 불법 촬영한 중학생 A군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군은 지난달 12일 오후 8시쯤 울산 태화강변 한 여자 화장실에 몰래 들어가 휴대전화로 여성을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A군은 피해 여성에게 적발돼 도주하려다 여성의 가족에게 붙잡혀 경찰에 넘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의 휴대전화에는 불법 촬영으로 의심되는 사진이 추가로 발견됐다.초등학교 여직원 화장실에 소형 몰카설치 50대 교장 파면…징역 2년 확정 지난달 20일 법원은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 여직원 화장실에 카메라를 몰래 설치한 사실이 발각된 초등학교 교장 A(57)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경기 안양지역 초등학교 교장이었던 A씨는 지난달 22일 자신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항소기각 판결을 받은 뒤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A씨는 지난해 10월 26∼27일 여성을 촬영할 목적으로 여자 교직원 화장실에 들어가 소형카메라를 설치한 휴지 박스를 좌변기 위에 올려놓은 혐의로 기소됐다.같은 해 6∼10월에는 21차례에 걸쳐 회의용 테이블 밑에 동영상 촬영 모드를 켜둔 휴대전화를 몰래 설치하는 수법으로 교직원의 신체 부위를 촬영하거나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는다. A씨의 범행은 화장실을 이용하려던 한 교직원이 소형 카메라를 발견하면서 들통났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가 학교 관리자임에도 신고에 소극적인 점 등을 수상히 여겨 면담 끝에 범행 사실을 확인하고 그를 긴급체포했다. 교육 당국은 A씨가 기소된 후 그를 파면했다.
  • “산 오르려면 본인 시신 수습비용까지 2000만원 내세요”

    “산 오르려면 본인 시신 수습비용까지 2000만원 내세요”

    빠르게 사라지는 알프스 빙하빙하 붕괴로 6명 숨지는 사고 발생기후위기로 빙하 빠르게 녹아…탐방로 주변 환경 악화 알프스산맥 최고봉인 몽블랑을 관할하는 프랑스 도시가 등산객에게 위험부담 보증금 1만 5000유로(약 2000만원)를 징수할 방침을 세웠다. 보증금 정책을 도입하는 이유는 기후위기로 빙하가 빠르게 녹아 탐방로 주변 환경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각)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프랑스는 알프스 산맥 빙하가 이상고온과 폭염 등으로 빠르게 녹아내리자 등산객에게 ‘위험부담 보증금’을 징수할 방침을 세웠다. 위험부담 보증금은 평균 구조 비용인 1만 유로(약 1330만원)와 희생자의 시신 수습 비용 5000 유로(약 660만원)를 합쳐 산정됐다. 장 마르크 펠렉스 생제르베래뱅 시장은 “폭염으로 더 위험해진 몽블랑에서 자신의 인생을 걸고 산행하는 무책임한 등산객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비용들을 프랑스 납세자가 부담하는 걸 용납할 수 없다”며 “(등산객들이) 자신의 배낭에 죽음을 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겨울 유럽의 적은 적설량과 더불어 올여름 찾아온 기록적인 폭염으로 빙하는 빠르게 녹는 중이다. 지난달 3일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산맥 최고봉 마르몰라다 정상(3343m)에서 빙하 덩어리가 붕괴돼 최소 6명이 숨지고 19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같은 빙하 붕괴로 인한 사고 발생 시 구조나 시신 수습 비용 명목으로 돈을 받겠다는 게 펠렉스 시장 설명이다. 펠렉스 시장은 평소에도 등산 전 안전장비를 반드시 갖추도록 권고하는 등 등산객 안전과 통제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그는 ‘로열 웨이(Royal Way)’로 불리는 인기 구간을 통과해 몽블랑 정상에 이르는 코스는 통행을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다만 몽블랑의 반대편 기슭에 있는 이탈리아 휴양 도시 쿠르마유르의 로베르토 로타 시장은 “산은 사유 재산이 아니다”라며 “등산로가 위험하다고 판단된다면 출입을 통제하는 편이 낫다”고 반대했다.빠르게 사라지는 알프스 빙하…“예상 못할 부작용 낳을 것” 위기감 지난달 31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이어진 이상고온으로 유럽의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알프스 최고 인기 봉우리인 마터호른(4478m), 몽블랑(4809m)의 인기 탐방로 중 일부가 통제됐다. 원래부터 얼음층 규모가 적은 편이었는데, 지구 온난화 속에서 수년째 이어지는 겨울 적설량의 감소와 여름 폭염으로 얼음층은 더 줄어들었다. 기후변화 속에 빙하가 점점 사라지는 건 알프스에선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다른 빙하보다 급격하게 소멸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이전과는 다른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흰 눈과 얼음이 태양 빛을 반사하며 빙하를 유지해주는데, 그 양이 해마다 급격히 줄다 보니 그만큼 얼음이 더 녹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곳이 알프스다. 학계에선 2100년이면 알프스 빙하의 80%가 없어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빙하의 소실은 관광객이 감소한다거나 계곡물이 불어나는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부작용을 자연에 끼칠 수 있다.
  • “英 12살 아이 ‘기절챌린지’하다 뇌사 빠졌다”

    “英 12살 아이 ‘기절챌린지’하다 뇌사 빠졌다”

    12살 아이가 4개월 전 온라인에서 유행하던 일명 ‘기절챌린지’를 시도하던 중 의식을 잃었다. 뇌사상태에 빠진 아들의 연명치료를 놓고 병원과 소송전을 벌여온 부모가 현지 법원에 이어 유럽인권재판소(ECHR)에서도 패소했다는 소식이 4일 전해졌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2살인 아치 배터스비는 지난 4월 집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배터스비의 부모는 아들이 당시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을 통해 유행하던 기절챌린지를 시도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진은 아이가 회복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생명유지 장치를 제거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부모는 심장이 뛰고 있는 한 치료는 계속돼야 한다고 맞섰다. 아이의 부모는 병원 결정을 막기 위해 현지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1·2심 재판부의 결정은 같았고 대법원 역시 부모 측의 상고 신청을 기각했다. 영국에서는 아이에 대한 치료를 놓고 부모와 병원의 의견이 엇갈릴 경우 법원이 개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아이 죽음 부른다…‘기절 챌린지’에 부모들 틱톡 고소 기절챌린지를 시도하다 미국과 이탈리아 등에서는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다. 기절챌린지를 하다 아이를 잃은 미국 학부모들은 틱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텍사스주와 위스콘신주의 두 학부모는 틱톡이 유해 콘텐츠를 고의로 방치해 아이들이 사망했다며 로스앤젤레스(LA) 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두 학부모는 각각 8살, 9살 아이를 잃었다. 학부모들은 소장에서 틱톡의 콘텐츠 알고리즘 탓에 고의적이고 반복적으로 블랙아웃 챌린지가 아이들에게 노출돼 ‘죽음의 게임’으로 유인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틱톡 대변인은 이들 학부모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면서도 기절 챌린지가 다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에서 먼저 유행했고, 틱톡 트렌드가 된 적은 없다고 반박해 논란을 샀다.
  • 대법, “뇌수술 노인 폭행 혐의받은 간병인 무죄 확정…섬망 증상 진술 신빙성 없다”

    대법, “뇌수술 노인 폭행 혐의받은 간병인 무죄 확정…섬망 증상 진술 신빙성 없다”

    뇌수술 후 입원한 고령의 노인을 몰래 꼬집고 때렸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간병인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4일 폭행 혐의로 기소된 간병인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19년 7월 자신이 간병하던 B(82·여)씨를 가족면회 때 자신의 먹을 것을 사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환자용 고정 장갑으로 침대에 손을 고정시킨 후 팔과 다리를 꼬집거나 젖꼭지를 비틀고 주먹으로 턱밑 부위를 수회 때렸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B씨를 폭행한 적이 없고 B씨가 뇌수술 후 섬망 증상이 심해 허위사실을 진술했다고 항변했다. 섬망은 뇌수술 등을 받은 고령의 노인에게서 나타나는 뇌의 전반적인 기능장애가 발생하는 증후군으로 주의력 저하, 의식수준 및 인지기능 저하를 특징으로 한다. 1심은 B씨가 범행 일시에 다소 혼돈을 보인 점은 인정하나 진술 내용의 신빙성이 있다며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B씨가 섬망 증상이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면서 B씨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재판부는 “당시 3인실 병실에 A씨와 B씨를 제외하고도 다른 환자와 간병인 등 4명이 더 있었다”며 “같은 병실에 있던 C씨가 촬영한 핸드폰 동영상에서 들리는 B씨의 흐느끼는 소리와 ‘사람 좀 살려줘’라고 말하는 소리는 팔에 고정용 장갑이 착용돼 불편함을 호소하고 풀어 달라는 의사를 표현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하는 등 잘못이 없다고 보고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 “정규직은 능력이다”… 날 세운 공정, 약자 혐오의 무기가 되다[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사회]

    “정규직은 능력이다”… 날 세운 공정, 약자 혐오의 무기가 되다[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사회]

    공정은 수년간 한국 사회의 역린이었다. 잘나가던 정치인, 연예인도 공정하지 못한 처사를 했다는 이유로 몰락했다. 불공정 프레임(생각의 틀)은 외국인·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씌워지기도 한다. 세상을 공정한지, 아닌지로만 나눠 보는 이분법 사회에서는 다른 가치로 현상을 바라보는 게 어려워졌다. 자칫 약자 혐오로까지 이어진다.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의 사회’ 3회에서는 공정이 때때로 혐오의 숙주가 되는 모습을 살펴봤다.“‘파업할 시간에 다른 직장이나 알아봐라’ 같은 댓글이 많이 달렸었어요. 그때는 그게 혐오인 줄도 몰랐죠.”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직원인 정연홍(42)씨는 청춘을 거리에서 보냈다. 그는 2004년 KTX 1기 승무원으로 입사했다가 2년 6개월 만에 해고당한 280여명 중 1명이다. 코레일은 “철도청에서 철도공사로 전환되면 정규직으로 해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회사만큼이나 정씨와 동료를 몰아붙인 건 일부 여론이었다. 승무원의 집단행동을 ‘떼쓰기’로 규정했다. 그들의 요구가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악플(악성댓글)뿐 아니라 얼굴을 드러낸 혐오도 있었다. 사회학자 오찬호 작가는 “2008년 대학 수업에서 KTX 승무원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다뤘는데 한 학생이 ‘날로 정규직이 되려 하면 안 된다’고 했다”며 “당시 수강생들의 주류 정서였다”고 전했다. 정씨는 “‘정직원이 되려면 시험을 다시 보라’는 악플이 많았다”면서 “우리는 단순히 정규직을 원해 싸운 게 아니라 승무원이 안전 등 주요 업무를 하는 만큼 약속대로 직접 고용하라고 요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와 동료들은 1·2심에서 해고가 무효라는 법원 판단을 받았지만 대법원이 이를 뒤집었다. 하지만 이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설립을 위해 청와대와 ‘재판 거래’를 시도했는데 이때 KTX 판결을 이용한 정황이 드러나 2018년에야 코레일 정규직 직원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이들은 불공정 채용의 수혜자가 아닌 불공정 재판의 피해자였던 셈이다. #문규직·하퀴벌레 ‘KTX 사건’은 공정이 약자를 공격하는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취업난을 겪는 청년층과 근로 여건이 열악한 비정규직 등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을’(乙)들이 상대를 공격하는 일이 이후 흔해졌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 추진 과정(2017~2022년)에서 갈등이 폭발했다. 국내 비정규직 비율은 28.3%(2021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34개국 기준) 중 두 번째로 높았기에 고용 안정성과 질을 높이려면 조치가 필요했다. 하지만 주류 여론은 싸늘했다. 애초 정규직이었던 직원들은 ‘문규직’(문재인 정부 때 전환된 정규직)이라는 혐오성 짙은 표현까지 써 가며 비판했다. 이들의 분노와 혐오를 읽는 핵심 키워드는 ‘능력주의’와 ‘보상심리’다. 피나는 노력으로 좁은 취업문을 통과했고, 그 대가로 정규직 사원증을 받은 건데 제대로 된 시험도 없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꿔 주는 건 역차별이라는 주장이다. ● 비정규직 혐오로 이어진 능력주의 문재인 정부 때 비정규직 수천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킨 한 공사의 직원 A씨는 “기존 정규직은 대학 졸업할 때쯤 어려운 시험을 봐 1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왔는데 그저 오래 다녔다고 정규직을 시켜 주는 건 온당치 않다”면서 “막 입사한 사원일수록 반대가 심했다”고 말했다. 또 “휴양시설 이용권 등 회사의 복지 자원은 그대로인데 나눠 써야 하는 사람이 몇천 명 늘어나니 경쟁이 심해졌다”고 불만스러워했다. 정규직 전환에 대한 취업준비생의 분노가 컸던 이유도 비슷하다. 불공정한 인사 탓에 공채 시험을 통과한 능력주의의 승자가 차지할 몫이 줄어든다고 보기 때문이다.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자)가 주축이 된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의 송시영(31) 위원장은 “저희 세대는 취업문이 워낙 좁아 여러 자격증도 따고 공부도 치열하게 해야 했다”며 “(밀어붙이기식 정규직화는) 그 노력의 대가를 완전히 무시한 행위”라고 말했다. 반면 김정희원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는 시험만이 능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믿고 그 결과를 계급처럼 받아들인다”면서 “건강한 사회라면 다양한 방식으로 역량을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설익은 정책 추진이 분노와 혐오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특히 서울교통공사(2018년)와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2020년)의 정규직화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이 결정적이었다. 김동배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서울교통공사는 무기직과 정규직의 직급체계가 완전히 달랐는데 이를 통합해 논란이 커졌다”며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예산을 통제하는 상태에서 정규직화 속도만 올리다 보니 기존 정규직의 혜택이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파업 때 원청 정규직들이 ‘하퀴벌레’(하청+바퀴벌레)라는 멸칭까지 쓰는 등 혐오가 멈추지 않고 있다. # 치안조무사 특정 직군에서 일하는 여성에 대한 혐오도 그 바탕엔 능력주의가 깔려 있다. 여성경찰을 둘러싼 비난이 대표적이다.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한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쉽게 경찰이 됐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직 내 여성인력 확대 방침의 일환으로 2018~2021년 경찰 전체 채용 인력의 24.2%를 여성으로 뽑았다. 2016년과 비교해 14.4% 포인트나 늘어난 것이다. 여경 불신론은 몇 가지 사건 탓에 커졌다. 2019년 5월 한 여경이 취객 제압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퍼지면서 논란이 번졌다. ‘치안조무사’(물리력이 필요한 치안 현장에서 여성은 보조적 역할만 한다는 뜻)라는 혐오 표현까지 등장했다. 이후 여경들은 일상에서 혐오·차별적 시선을 마주한다. 경남 지역의 한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B(32·여) 순경은 “같은 인적사항이라도 남경이 물으면 잘 대답해 주지만 여경이 물으면 ‘그걸 왜 얘기해 줘야 하느냐’고 따져 승강이하는 일이 많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정작 사건 처리에 써야 할 시간을 까먹기도 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여경 비율은 14.4%로 여전히 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이라면서 “젠더·가정폭력 등이 발생하면 여경의 출동이 효과적이지만 이조차 감당이 안 된다”고 말했다.● 초교생도 “가난은 무능력 탓” 능력주의라는 안경을 꼈을 때 ‘실패자’로 보이는 이들을 혐오하는 건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몇 년 새 초등학생 사이에서 ‘휴거’(휴먼시아 거지), ‘엘사’(LH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등의 단어가 쓰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은 임대아파트 입주자를 비하하는 표현이다. 오 작가는 “아이들이 교실이나 유튜브 등에서 성공 못 한 사람에 대한 혐오를 쉽게 접한다”며 “개인이 어려움에 처한 데는 사회구조적 문제 등 복합적 이유가 있는데도 무조건 노력 부족 탓으로만 보는 시선에 익숙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 기균충·엘사 일부 대학 신입생은 ‘기균충’(기회균등전형+충(蟲)), ‘지균충’(지역균형전형+충(蟲)) 등의 표현을 쓰며 특정 입시 전형 합격자를 깎아내린다. 이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점수로만 보면 자신과 같은 대학에 다닐 자격이 없으며 학업 능력도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서울 한 유명 사립대의 ‘에브리타임’(익명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농어촌 전형 삭제가 시급하다’거나 ‘읍면 지역도 다 인강(인터넷 강의)을 들을 수 있는데 왜 별도 전형이 필요하냐’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 대학 재학생인 C(23·남)씨는 “조모임만 해 봐도 특별전형으로 들어온 애들은 못하는 티가 난다”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상무(전 인천 문일여고 교사)는 “농어촌 지역 학생은 입시 정보가 도시권 학생에 비해 여전히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온라인에서 표면적 정보는 얻을 수 있겠지만 맞춤형 정보를 찾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극우 사이트 ‘무임승차론’으로 공격 ‘일베’(일간베스트) 등 일부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무임승차론’을 앞세우며 약자를 수시로 공격한다. 우리 사회에 기여는 하지 않고 잇속만 챙긴다는 것이다. 예컨대 “5·18 유공자가 형평에 어긋나게 과한 예우를 받는다”거나 “하는 일 없는 노인들이 지하철을 무료로 타는 건 불공정하다”고 말하는 식이다. 박권일 사회비평가는 “우리는 인간이라면 누려야 할 권리인 평등보다는 나를 중심으로 한 형평의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경향이 짙다”면서 “사회적 신뢰도가 낮은 데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 김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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