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남성] 쌍춘년 커플들의 결혼 에피소드
입춘이 두 번 들어 있다는 ‘쌍춘년(雙春年)’인 올해 많은 커플이 결혼했다. 쌍춘년에 결혼하면 부부가 백년해로 하고 또 이듬해인 황금돼지띠 해에 아이를 낳게 되면 집안에 복이 깃든다는 속설 때문이다. 세상의 속설은 완전히 믿을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과연 올해 결혼한 ‘쌍춘년 부부’들은 자신들의 결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쌍춘년’이 얼마남지 않은 지금 신혼부부들을 만나봤다.
커플1:소망남(41·CF감독)소망녀(27·뷰티에디터)
커플2:진실남(28·회사원)진실녀(26·대학원생)
커플3:행복남(36·회사원) 행복녀(35·회사원)
●결혼 급증으로 겪은 어려운 점
소망남:성당은 하루에 한번 밖에 예식을 하지 않고, 시간도 오후 1시로 정해져 있어서 원하는 날짜에 식을 올리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길일 3순위로 꼽았던 날에 결혼했다.2월이어서 그나마 토요일에 할 수 있었다.
소망녀:한 선배는 쌍춘년이 정점에 오를 때인 10월 말, 원래 예식을 잘 올리지 않는 시간인 금요일 5시에 식을 올렸다. 또 지인들이 같은 날짜에 결혼을 많이 해서 서로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학후배 둘은 서로 친한데 공교롭게 같은 날에 결혼하는 바람에 서로 참석하지 못했다.
진실녀:쌍춘년인지도 모르고 점쟁이가 빨리 하는 게 좋다고 해서 올해 하게 되었다.4월에 상견례를 하고 12월에 날짜를 잡으려 했는데 6월에 부랴부랴 하게 되어 좀 버거웠다. 평일인데도 호텔식장이 다 예약돼 있어서 식장 잡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가장 어려웠던 건 전세 구하는 것이었다.‘하늘의 별 따기’였다.
진실남:맞다. 경기도 용인에 전셋집을 마련했는데 쉽게 구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가 결혼 직전까지 살 곳을 마련하느라 온 동네 부동산을 다 돌아다녀야 했다.
행복남:우리도 그랬다. 전세로 나온 아파트가 거의 없었다. 고양시 행신동에서 집을 구하는데, 부동산중개소를 다 뒤지고 다녔는데도 없었다. 혹시 집이 나왔다고 하면 바로 계약금을 챙기고 가서 집이 괜찮은지 살펴보고 마음에 들면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해야 할 정도였다.
행복녀:항공권 구하기도 어려웠다. 여행사 담당 직원이 “올해처럼 항공권 구하기가 힘든 경우는 난생 처음”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중국 하이난으로 신혼 여행을 다녀왔다. 예년의 경우 좌석이 없어도 대기자 리스트에 올려놓으면 늦어도 하루 이틀 전에 좌석이 났다는데 결국 전날까지 표를 얻지 못했다. 싱가포르 항공과 스리랑카 항공 양쪽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놨다가 스리랑카 항공으로 겨우 다녀왔다.
●결혼 급증으로 좋았던 점
진실녀:축복을 더 많이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운이 깃든다 하니까 제때 잘 하는 느낌이 들었고, 결혼을 많이 하는 분위기라서 두려움이랄까 그런 게 덜 했다.
소망남:맞다. 우리는 나이 차이가 14세나 돼 장모님의 반대가 심했는데, 쌍춘년이라 결혼에 성공적으로 골인할 수 있었던 것 같다.(웃음)
진실녀:정보 공유도 잘됐다. 아무래도 쌍춘년이다 보니 주변에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어느 예식장이 저렴하고 어느 신혼여행지가 좋은지 정보를 얻을 기회도 그만큼 많았다.
진실남:혼수품 할인을 많이 받은 것도 좋았다. 대형 전자제품 할인마트에서 혼수품을 구입했는데 쌍춘년 할인행사를 해서 15%에서 20%씩 할인을 받았다. 경제적으로 상당히 도움이 됐다.
행복녀:우리는 전자제품과 이불 가구 등을 백화점에서 샀다. 쌍춘년이라서 10% 정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 믿을 수 있는 곳에서 저렴하게 물건을 구입해서 만족스럽다.
진실녀:신혼여행은 인도네시아 발리로 갔는데 결혼식을 비수기인 6월에 올려 할인이 많이 된 편이다.
행복남:우리는 몰디브로 가려고 했는데 이미 10월에 마감 돼버려서 어쩔 수 없이 하이난으로 바꿔야 했다.4박 5일 상품으로 결정했는데 올해가 쌍춘년이어서 신부는 특별히 반값으로 해주는 행사가 있었다. 그래서 평소 가격은 250만원이지만 190만원에 신혼여행을 가게 됐다.
소망녀:심리적인 만족감도 꼽고 싶다. 쌍춘년에 결혼하면 잘산다고들 하니까 왠지 마음이 뿌듯한 면이 있다. 주위에서 쌍춘년을 안넘기고 결혼하려고 무리해서 음력 12월(내년 1월)에 결혼 날짜를 잡은 커플들도 꽤 있다.
●내년이 ‘황금돼지해’라 하는데 후세 계획은?
소망녀:내년이 황금돼지해라는데, 특별히 영향받지 않는다. 그런 속설에 신경쓰고 싶지 않고 가끔은 상술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리는 12월에 이미 아기를 낳았다.(모두 웃음)
소망남:솔직히 ‘조금만 더 늦게 태어났으면’하고 바랐지만, 본인의 운명이니 어쩌겠는가. 비록 복돼지 갖고 태어나진 않았지만, 연연하지 않는다.
진실남:우리는 내년에 2세를 만들 계획이 없다. 황금돼지해라는 말을 들으면 솔직히 ‘빨리 애를 가져야 하나.’라는 조급한 생각이 들긴 하지만 출산율이 높을 것이라고 들었다. 아무래도 입시나 취업과 같이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 한 명이라도 사람이 적은 해에 애를 낳고 싶다.2000년의 밀레니엄 베이비붐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들었다. 내가 베이비붐 세대인데, 항상 손해보는 느낌이었다. 적어도 아이는 경쟁이 덜 치열한 상황에서 키우고 싶다. 내후년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지금은 신혼을 마음껏 즐기고 싶다.
행복녀:황금돼지해 여부와 상관없이 내년에 아이를 낳을 계획이다. 어느 해든 아이를 낳으면 그 애가 잘 되도록 힘쓸 생각이니, 특별히 운 좋은 해가 있나 싶다. 그래도 내년에 태어나는 아이는 다복하다는 얘길 들으면 어쨌든 기분이 좋다.
행복남:만혼이라 내년에 꼭 아이를 낳고 싶다.(웃음)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