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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본영의 남북프리즘] 정상회담 이후에도 윈윈전략으로

    ‘가는 길 험해도 웃으며 가자’ 요즘 평양이나 금강산 등 북한에서 가장자주 눈에 띄는 구호라고 한다. 과거 흔했던 ‘인민의 낙원’ 등의 공허한 구호보다 훨씬 가슴에 와닿는다. 강성대국을 표방하는 북한당국자들마저 사상의 강국,군사의 강국임을 내세우지만 아직은 경제의 강국은 아님을 자인하고 있음을 전제했을 때다. 이는 북한지도부도 현실 인식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이번 역사적 남북정상회담 합의의 밑받침 중의 하나였음직하다. 사실 오늘의 북한이 처한 곤경은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우세하다.경직된 유일사상과 폐쇄적이고 생산성이 낮은 ‘우리식 사회주의’를 고집한 데 따른자업자득 성격이 강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다른 한편 오랜 동서 양극 대결구도에서 ‘줄을 잘못선’ 결과 손해를 본 측면도 없지 않다.미국 등 서방의 경제 봉쇄로 퇴로가 차단되자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수출 등으로 활로를 찾아온 점도 일부 감안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북한은 번번히 남쪽이나 미국을 상대로 ‘벼랑끝(brinkmanship)전술’을 구사해왔다.그 결과가 얻은 오명이 이른바 ‘불량(rogue)국가’였다.남한 또한 냉전의 피해자임은 부인키 어렵다.남북간 소모전에 따른 막중한 군사비 부담이 선진국 문턱에서 휘청거리게 한 한 요인인 탓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의 5개항 공동선언은 여간 다행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그 동안의 제로섬(zero-sum)게임에서 벗어나 윈-윈 게임을시작하기 위한 출발선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특히 서로가 꺼리던 통일방안 논의에 합의한 것은 ‘공동 승리’를 추구하겠다는,상징적 대사변으로 평가된다.남측 통일방안의 국가연합 제안과 북한의 고려연방제안의 최대공약수를 찾아나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공동선언 곳곳에서 그러한 상호주의적 양보자세가 엿보인다.예컨대 아무래도 남측이 이니셔티브를 쥐어야할 남북경협과 북측이 그동안 기피해온 이산가족 교환방문에 함께 합의한 대목이다. 물론 이번 역사적 합의는 그야말로 ‘공동선언’일 뿐이다.앞으로 당국간실질대화를 통해 내용의 구체성을 채워 실천해야 할 과제가 남은까닭이다. 어쩌면 서로가 시간을 버는 평화공존에 합의했을 뿐일 수도 있다. 앞으로 전개될 당국자 대화에서도 정상간의 윈-윈 정신이 이어져야 할 까닭도 여기에 있다.가능한 한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대목부터 합의,실천해 나가고 합의가 어려운 분야는 일단 뒤로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이 손만 잡으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영역은 무한하다.남북철도 연결 사업 하나만 상정해보자.남북을 거쳐 유라시아를 잇는 대륙횡단철도가 부설된다면 남북 모두가 그 과실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남북 모두 동원가능한 내부 예비자원이 거의 고갈된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는 게 작금의 상황이다.총체적 경제난에 빠진 북측은 말할 나위도 없지만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겪는 남측도 마찬가지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남북은 의기투합만 이루면 서로가 서로에게 개척할 수있는 새로운 ‘영역’(new frontier)이 될 수도 있다.과거 케네디행정부의미국이 더이상 개척할 서부가 없자 우주계획과 과학기술 진흥에서 승부를 걸었듯이 말이다. 행정뉴스팀차장 kby7@
  • 남북 화해시대/ 주변 4강 반응

    *미국. [워싱턴 최철호특파원]미국은 남북정상회담 결과 새로운 남북관계가 구축된데 대해 크게 환영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14일 남북정상회담이 커다란 성과를 거둔데 대해 “아주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클린턴 대통령은 남북한 공동선언문 서명을 ‘희망적’이라고 평가하고 이산가족 교환방문 등 합의에 대해서도 “커다란첫걸음을 내디뎠다”고 말했다. 특히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회담 결과에 대해 “역사적인 회담에서 아주 중요하고 환영할 소식이 나왔다”고 평가하고 “김대통령의 비전 덕분에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고 지적했다. 조 록하트 백악관 대변인도 앞서 정례 브리핑을 통해 “남북정상이 만나 회담을 연 것 자체가 중요하고 긴장완화를 위한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면서“회담을 통해 이룬 협정은 매우 고무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그러나 이같은 환영의 뜻 외에 양측이 합의한 내용이 기대이상의 빠른 속도를 가진데 대해 우려와 당혹감을 나타내는 한편,북한미사일·핵문제등에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는 점에 냉담한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록하트 대변인은 “우리는 과거 잘못된 출발을 한 적이 있다”면서“회담결과와 공동성명에 따라 전개될 과정이 어떨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hay@. *일본. 일본 정부는 5개항의 공동선언에 합의한 남북 정상의 화해와 협력 분위기를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모리 요시로(森喜朗) 총리는 15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과 같은 평화를 향한 커다란 변혁이라 생각한다”며 7월의 오키나와(沖繩) 선진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한반도의 민족통일을 위한 전면적인 지원을 촉구할 것이라고밝혔다.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외상도 “두 정상이 직접 의견을 교환했다는 것 자체가 역사적인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일본 정부는 남북공동선언이 북·일 수교협상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국제 외교무대에 얼굴을 드러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합의를 이뤄낸 점은 향후 대외 정책에 커다란 변화의 시작으로분석,수교협상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보고 있다.일본 정부는 그러나 합의문서에 미·일의 최대 관심사인 핵·미사일 문제가 언급되지 않은 점과 관련,향후 한·미·일 3국의 공조가 흐트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보고 있다. 야나이 신지(柳井俊二) 주미 일본대사는 가까운 시일 내에 3국 협의가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갈수록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황성기기자 marry01@. *중국. [베이징 김규환특파원]중국 정부는 15일 외교부를 통해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공식성명을 발표했다.중국 외교부는 이날 성명에서 “중국은 이번 평양에서 거행된 정상회담이 중요한 성과를 거둔 것은 역사적인 의의를 갖는 중대사건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성명은 “회담이 성공을 거둔데 대해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의 기쁨을 느끼고 있으며,축하를 표시한다”고 말해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표시했다.성명은 이어 “중국측은 남북 쌍방이 계속 화해와 협력의 정신에 입각해 부단히상호 신뢰를 증진시키고,각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고,한반도의 자주평화 통일을 위하여 유리한 조건들을 창조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측은 자국의 이익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성명은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종전과 마찬가지로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앞서 중국 외교부 주방자오(朱邦造) 수석대변인은 13일 남북정상회담을 환영하고 지지한다고 말하고 한반도의 평화와안정,궁극적인 통일을 위한 노력들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는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궁극적으로 한반도에서미군의 철수로 이어지고 다시 일본에서의 미군 철수로 이어지길 고대하고 있다. 다시 한반도에 관심을 보이는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북한과의 정치 뿐 아니라 경제적 협력과 지원을 강화,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높여나가는 전략을펼 것으로 예상된다. khkim@. *러시아. 러시아 외무부는 15일 성명을 통해“역사적인 평양 남북정상간 만남과 대화에 지극히 만족하고 있으며 남북간 합의를 낙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발표했다.외무부 성명은 이어“우리는 이번 정상회담을 안정과 평화,그리고평온한 상황에서 자력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양측의 진지한 의도와선의의 표현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또 “러시아는 이같은 과정에 앞으로도 계속 적극적으로 기여할 방침”이라면서 “이같은 의사는 최근 발표된 러시아 대통령의 남북한 양국 지도자와의 접촉계획에서도 입증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날 “남북 정상간 합의는지극히 고무적이며 커다란 낙관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평가했다.로슈코프 차관은 이날 이타르 타스 통신을 통해 “러시아는 특히 남북한간 대화가시작됐고 민족화합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는 점에 깊은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이는 러시아의 이해관계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슈코프 차관은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북한 방문은 “시기적절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한반도 문제 해결에도 기여하게될 것”이라고지적했다.남북공동선언의 체결은 7월 중순으로 예정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북한 방문 행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푸틴은당초 북한과의 군사적 협력관계 모색을 주요 의제의 하나로 고려해 왔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 긴장완화의 전기가 마련됨에 따라 의제 중심을 경제협력 등 실리위주로 급속히 옮겨갈 것으로 예측된다. 김균미기자 kmkim@
  • 모리 日총리, “새달 G-8회의서 공동선언 지지 성명”

    [도쿄 연합]일본 정부는 남북한 정상이 역사적인 공동선언에 서명함에 따라다음달 오키나와(沖繩)에서 개최되는 G-8(세계 주요 8개국) 정상회의에서 남북 대화를 전면 지지하는 내용의 성명을 채택토록 할 방침이다.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는 15일“G-8이 한반도의 통일과 남북 정상간의 합의에 관해 전면적인 지원 태세를 취하도록 요청,(의견을) 모아 정상회의의중요한 촉구사항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쾰른 G-8 정상회의에서는 일본측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공동선언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실험에 관해‘심각한 우려’를 표시했었다. 그러나 이번 오키나와 선언에서는 남북대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에서 핵과 미사일 등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표현은 포함하지 않는 방향으로 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한반도 전쟁 포기…통일 대화로 해결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남북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외교와 군사에 관한 권한을 연합(연방)정부가 아니라 지금처럼각 ‘지방정부’(남북한 정부)가 갖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은 14일 밤 남북공동선언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양측 통일방안을 논의한 끝에 이같은 내용의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박준영(朴晙瑩)청와대대변인이 15일 전했다. 이는 그동안 연방정부(중앙정부)가 외교와 군사의 권한을 갖는 연방제를 주장해온 북한이 우리측의 ‘연합제’를 실현 가능한 통일방안으로 인정한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또한 남북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사실상 포기하고 통일문제를 대화로 해결한다는 데 합의한 것으로 풀이돼 한반도 평화정착의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박 대변인은 “회담에서 김 대통령이 ‘서로간에전쟁에 대한 공포감을 느끼고 있는데 여기에서 벗어나자’고 말했고,이에 김위원장도 남북간에 전쟁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데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남측 대표단은 이날 배포한 ‘남북 정상회담 결과해설자료’를 통해 “두정상이 14일 2차 정상회담을 통해 상호 무력 침략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하고상대방을 위협하는 행위를 자제하기로 합의했으며 전쟁 재발 방지와 평화 정착에 대한 확고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이 초청한 고별오찬에 참석,2박3일간의 평양 방문 일정을 마친 뒤 오후 전용기를 통해 성남공항에 도착,귀경했다. 한편 정부는 김 대통령과 김 국방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전쟁 재발 방지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함에 따라 앞으로 북측과 협의,군사적 돌발사태 예방을 위한 군사 직통전화 개설,상호 비방 중지,파괴·전복행위 중지 등의 조치를 취해 나가기로 했다. 이와 함께 남북 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추진하기 위해 관계 부처를 중심으로남북회담 대비체제로 전환,조속한 시일 내에 남북간 당국간 회담을 개최하는등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정상간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협의에 나서기로 했다.이를 위해 정부는 북측과 협의를 거쳐 국무총리 또는 장·차관급으로 대표단을 구성할 방침이다.남북연락사무소의 조직과 기능도 대폭 정비,강화한다. 정부는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우선 경의선 철도 연결,임진강 수방대책 등실천 가능한 사업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청산결제,투자보장 등 남북 경제 협력의 제도적 인프라에 대한 우리측방안을 마련해 북측에 제시할 계획이다.남북경협에 있어서 정부는 북측의 수용 여건과 남측의 능력 범위 안에서 상호주의와 점진주의 원칙을 적용해 점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문화·예술·체육 등 사회문화 분야의 협력은 민간의 관련 단체가 주도하되정부도 최대한 협조하기로 했다. 체육 분야 교류와 관련,정부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공동 입장 ▲2001년오사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일팀 구성 ▲2002년 아시아 경기대회 북측대표단 참가 ▲2002년 월드컵 남북 분산 개최 및 단일팀 구성 ▲경평축구대회 부활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휴전선 일대의 말라리아·콜레라 공동방제도 추진한다. 평양 남북 정상회담 공동취재단
  • 남북 화해시대/ ‘통일로 가는 길’공통분모 찾았다

    *통일방안 의견접근 안팎. 남북간 통일방안에 대한 논의가 급진전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15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외교와 군사권을 남북 지방정부가 갖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합의가 나왔기때문이다.이같은 ‘속보’는 14일 정상회담에서 양측의 통일방안의 공통점을 인정한지 하루 만에 나왔다.숨가쁜 진전인 만큼 통일방안에 대한 전문적 이해가 없는 일반국민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해 통일방안에 대한 의견접근으로 당장 통일의 문이활짝 열리는 것은 아니다.그동안 어긋나 있던 양측의 통일 톱니바퀴를 조금씩 밀고 당겨 가까스로 맞춰 놓은 데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대전제를 인정하더라도 이번 합의는 상당한 함의를 지닌다.양측이 통일로 가는 로드맵상의 공통분모를 확인했다는 점에서다.특히 양측이 당장의 법적·제도적 통일이 어렵다는 공감대를 이뤘다는 점이다. 김대통령의 통일방안은 잘 알려진 대로 3단계 통일방안이다.이념과 체제가다른 남북한의 협력관계를 제도화해 형식적 통합을 이룩하는 남북연합이 1단계다.이는 우리의 역대 정부가 다듬어온 공식 통일방안인 ‘한민족공동체 건설을 위한 3단계 통일방안’과 골격에서 큰 차이가 없다. 반면 북한이 지난 86년 채택한 ‘고려연방제안’은 단번에 1민족1국가2체제로 가자는 안이었다.그 후 91년 김일성(金日成) 주석이 제시하면서 남북 지역정부에 더많은 권한을 주는,‘낮은 단계의 연방제’라는 변형된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통일열차를 운행하는 데 있어서 현격한 시차가 있었다. 북측안은 낮는 단계라 해도 1국가를,남측의 남북연합 단계는 2국가를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이번 합의는 남측의 연합 단계에 근접한 상황으로 풀이된다.이는 어차피 완전통일은 단시일 내에 어려우므로 일단 서로 오가며 돕는 사실상의통일(de factor unification)단계로 간 뒤 제도적 통일은 뒤로 넘기자는 발상일 수도 있다. 구본영기자 kby7@. *남북정상 통일관 비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통일관은 과거에는다른 점이 많았지만,최근 들어 차이가 갈수록 좁혀지고 있는 분위기다. 한마디로 김대통령의 통일관에 김위원장이 가까이 다가가는 형국이다.14일두 정상이 통일방안에 대해 전격적으로 의견을 좁힐 수 있었던 것도 이같은형세가 배경에 깔려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론 아직 공식적으로는,두 정상은 상호 체제의 공존을 인정하고 흡수통일및 적화통일을 포기한다는 점에서만 시각이 비슷할 뿐 구체적인 통일 방법에대해서는 이견이 있는 상태다. 김대통령의 ‘3단계 통일론’은 ‘남북연합→남북연방→1민족 1국가’의 점진적 통일방안인 반면,김일성(金日成) 주석의 ‘고려연방제 통일방안’을 그대로 이어받은 김위원장은 단번에 연방국가를 창설하자는 쪽이다.궁극적으로김대통령은 완전한 통일국가를 지향하는 데 반해 김위원장은 옛 소련식의 연방국가를 꿈꾸는 것이다. 김대통령의 통일론 가운데 ‘남북연합’과 김위원장의 ‘연방국가’도 차이가 있다.김대통령의 남북연합은 남북 양측이 각각 독립국가로서 군사·외교권 등 모든 권한을 보유한 채 남북연합각료회의 등을 구성해 교류를 해나가는 것이다.반면 북한의 연방제는 단일 연방정부가 국방·외교권을 행사하고남북의 지방정부는 내부제도만 달리 운영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같은 김위원장의 생각이 많이 바뀐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연방정부의 군사·외교권을 2개의 지방정부에 대폭 이양하는 한편 점진적으로 통일을 추진하는 쪽으로 연방제 방안을 수정했다는 분석이다.실제 김위원장은 지난달 말 중국을 비공개로 방문했을 때 중국의 ‘1국가 2체제’ 통일방안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었다. 그렇다면 14일 남북공동선언에 명기된 북한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김대통령의 남북연합 구상에 매우 근접한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 통일문제 전문가는 북한의 이같은 변화에 대해 “북한이 경제난 등으로대남혁명보다는 체제보존에 더 치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김상연기자 carlos@. *연방과 연합.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 연방제와 국가연합 등 몇가지 생경한 용어들이전면에 등장했다. 연방과 연합은 그 개념이 다소 다르다.일반적으로 연방(federation)은 같은이념과 체제를 바탕으로 세워지는 합중국이다.현재의 미국이나 옛 소련과 같은 국가형태다.1국가1체제의 유지가 전제된다. 반면 국가연합(confederation)은 ‘상이한 체제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연방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대외적으로 외교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방과 다르다.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지난 91년 수정한 고려연방제안은 기존의 용어정의를혼란스럽게 하고 있다.상이한 체제를 인정하지만 1국가2정부 형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북한은 고려연방제를 영문으로 표기할 때 confederation을 쓰고 있다.‘낮은 단계의 남북연합’은 이보다도 한수준 아래인 2국가2체제인 셈이다. 구본영기자. *中 '1국2체제안'과 차이점. 남북한이 합의한 통일방안과 중국의 1국 2체제 통일방안은 어떤 차이점이있나. □국가 실체인정 가장 특징적인 차이점.남북한은 두 국가의 실체를 인정한다.반면 덩샤오핑(鄧小平)의 1국 2체제 통일방안은 두개의 실체를 부인한다. 고도의 자치와 자율권을 부여하지만 하나의 중국만을 인정한다. □국방·외교권 ‘하나의 중국원칙’에도 불구,(타이완에게)국방·외교권을갖게 한다는 것이 중국의 통일방안의 특징. □국제적 대표성 국제기구,올림픽 참가 등을 별도의 이름으로 가능할 수 있도록 했다.타이완에게 통일되면 ‘타이베이 차이나’라는 이름으로 고도의자율권을 주겠다고 강조한다. □중국방안의 특징 타이완을 여러 성(省) 중의 하나인 지방정부라고 강조한다.형태론적으론 중앙과 지방관계를 상정하는 미국식 연방제에 가깝다.외교·국방권을 인정하는 등 중앙과 지방관계가 미국보다 훨씬 고도의 자율성을가졌다는 점은 다르다. □남북한 합의의 특징 남북한은 동등한 관계를 설정한다. 그러나 민족내부 관계라는 커다란 지붕 아래 두 국가를 포괄하는 형태다.따라서 세계무역기구(WTO) 등에 남북한은 국가가 아닌 특수한 관계로서 인정될 수 있다. 이석우기자 swlee@. *전문가 제언. □김영호(金暎浩) 성신여대 교수 연방제란 본래 동일 체제를 전제로 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이 대표적인 예다.미국 헌법 4조에는 미 연방국가는 동질 체제를 보장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북측이 제시한 연방제는 이질적인 체제 사이의 연방을 상정하고 있다.양측의 각각 상이한 체제와 제도를 그대로 두고 연방국가를 건설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따라서 남측의 국가연합안과 공통점을 찾으려 한다면 연방정부로 나가는 과도기에서 느슨한 형태의 남북연합이 되는 것이라 볼수 있다. 특히 과거 북한은 언제나 주한미군 철수,국가보안법 철폐 등의 전제조건을자신들이 주장하는 연방제와 연결시켜왔다. 그러나 이번 합의문에서는 그러한 전제조건을 찾아볼 수 없다.이에 대한 북측의 태도가 무엇인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서항(李瑞恒)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양측 정상이 합의한 통일방안이 어떤것인가를 아직까지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우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북측의 연방제를 인정한 데서 출발한 방안인 것같다.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말한 ‘낮은 단계의 연방’은 우리측 통일방안과의 접목을 위해 변화한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간 깊숙한 협상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공통적인 요소를 서로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방안이 이행되려면 남북간의 대결구도가 먼저 완화되어야 한다.군사적인 신뢰조치가 없으면 이행될 수 없다.문서로는 평화가 이뤄지지않는 것이다.과거에도 남북 정상회담이 추진되다가 성사되지 않은 데는 통일방안의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김대통령이 일단 연방제를 인정하고서 논의를 진전시킨 데 대해 야당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 [사설] 평화정착합의 이룬 정상회담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14일 3시간여에 걸친2차 정상회담을 갖고 ▲화해와 통일 ▲긴장완화·평화정착 ▲이산가족상봉▲경제·사회·문화등 다방면의 교류·협력문제에 관해 의견접근을 이룬뒤합의문에 서명했다. 두 정상은 민족통일을 위해서는 한반도 평화와 교류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실현가능한 부분에서 합의를 도출했다. 이번 남북정상의 합의문 채택은 분단이후 첫 정상회담에서 거둔 결실이라는점에서 매우 값진 성과로 평가된다. 특히 김대통령의 의지와 김위원장의 적극성에 의해 이룩된 성과라는 점에서 실현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고 있다. 김위원장의 김대통령에 대한 이례적인 예우와 남북정상간의 개인적 신뢰조성이 크게 작용한 점도 기대이상의 성과를 이끌어 내는데 큰 도움을 준것으로 지적된다. 이같은 바탕 위에서 김대중대통령은 김영남(金永南)최고 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양측 관계자들이 참석한 확대회담을 갖고 폭넓게 논의했으며 상당부분에서 성공적 합의를 이끌어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평양정상회담에서 주목되는 성과는 남북경협을 당국간 차원으로 격상시키는 부분이다.남북경협과 관련된 투자보장,이중과세방지 등 경제협력의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이에 대한 합의가 이룩되면 민족공동번영을 전제한 대북사회간접자본(SOC)투자문제도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으로보인다.또한 이산가족들의 생사확인 및 상봉 등 인도적 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 합의를 이뤄 이산1세대들의 비극적 고통을 해결해줄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함께 체육분야에서 시드니올림픽에 남북공동입장과 내년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단일팀을 구성,출전하는 문제도 논의할 예정이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체육,문화 등 비정치적 분야에서 교류가 활성화될 것이 자명하다.특히서울·평양간 핫라인과 연락사무소개설 합의에 접근한 것도 남북화해와 협력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남북간의 신뢰구축이 각 분야로 확산되는 토대가 마련될 것은 물론 돌발사태를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있다.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른 경제,사회문화 공동위원회 가동에 의견접근을 확인한 것은 앞으로 남북간의 보다 긴밀한 협력을 보장할 것이란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성과로 인식된다.우리의 최대관심사인 통일 문제는 장기적 해결과제이기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이 통일의 전단계인 평화정착에 대해 의견접근을 이룬 것은 큰 진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이같은 남북간의 현안해결은 우리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는 대북포용정책의 가시적 성과라는점에서 볼 때 매우 값진 수확으로 평가된다.
  • 金대통령 만찬사 요지

    존경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영남 위원장,그리고 자리를 함께 하신 남과 북의 지도자 여러분!김정일 위원장과 저는 정상회담을 성공리에 마무리했습니다.이제 비로소 민족의 밝은 미래가 보입니다.화해와 협력과 통일에의희망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오늘 역사적인 정상간 합의를 도출하는데 적극적으로 인도해 주신 김정일 위원장과 여러분께 감사의 박수를 보냅니다. 이제 우리는 출발점에 섰습니다.그동안 쌓였던 불신을 털어내고 서로에 대한 믿음을 쌓아 나가야 합니다.저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에 취임한 이래 남과북이 전쟁의 재발을 막고,상대방을 해치지 않으며,교류와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는 3대 원칙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습니다.그것만이 7,000만 우리 민족이통일로 향하는 가장 탄탄하고 효과적인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께서 김일성 주석이 서거한 이래 우리 민족 전래의윤리에 따라 3년상을 치른 그 지극한 효성에 감동하였습니다.그리고 정치적안정을 이룩하고 대외관계와 경제발전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신데대하여 경의를 표합니다. 남과 북이 서로 협력하여 공동의 번영을 이룩하고자 서로 힘을 합칠 것을제의하는 바입니다.앞으로 남북간에 협력을 구체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우리 두 사람과 책임있는 당국간의 지속적인 대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지속적인 대화와 교류를 통해서 서로 이해를 넓히고 믿음을 쌓아가면 협력 또한확대될 것입니다. 드디어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평화가 가득차고 한강과 대동강에서 번영의물결이 넘칠 것입니다.그리고 마침내 꿈에도 그리던 통일이 올 것입니다. 저는 믿습니다.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민족 스스로 열어 나갈 수 있다고말입니다.우리 민족은 이제 불신과 적대감을 버리고 화해와 협력을 선택하는지혜와 용기를 세계에 보여줄 수 있습니다. 또한 남과 북에서 애타는 심정으로 재결합을 기다리는 수많은 이산가족이 가까운 시일 안에 혈육의 정을 나눌 수 있는 인도적인 결단도 우리는 보여주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6월이라는 달이 민족의 비극이 아닌 내일에의 희망의 달로 역사에기록되어야겠습니다.그리하여 이땅에서 영원히 살아갈 우리 후손들에게도 가장 자랑스러운 달로 기억돼야 하겠습니다.
  • 남북 정상회담/ 프레스센터 이모저모

    남북 정상간 첫 만남의 설렘이 채 가시지않은 14일 서울 롯데호텔에 마련된프레스센터는 밤늦게 평양에서 날아온 ‘4개 현안 합의’란 낭보에 다시한번 흥분에 휩싸였다. ■오후 7시30분쯤 “남북정상이 3시간여에 걸친 ‘마라톤회담’끝에 이산가족 상봉 등 4개 현안 합의에 이르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조용하던 프레스센터가 기자들의 노트북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로 가득찼다.도시락으로 저녁식사를 대신하던 카메라 기자들은 서둘러 젓가락을 놓고 전세계로 기사를 타전하는 기자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오후 11시쯤에는 각사 기자들이 일제히 평양에서 보내온 합의내용을 회사로 보내느라 잠시 팩스 쟁탈전이벌어지는 등 숨가쁜 장면이 연출됐다. ■2차 단독회담이 시작되기 직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담소를 나누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재치있는 발언때문에 프레스센터에 웃음꽃이 피기도했다.김 위원장이 “구라파 사람들이 나더러 왜 은둔생활을 하나라고 묻는데 내가 과거에 중국에도 갔댔고 인도네시아에도 갔었다.김 대통령이 오셔서은둔생활에서 해방됐다고 하는데…”라고 하자 멀티큐브를 통해 이를 지켜보던 기자들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린 것. ■오후 9시 15분 남북 정상의 만찬장면이 프레스센터에 설치된 대형 멀티큐브를 통해 방영되자 방송카메라는 물론 1,000여 내외신 기자들의 눈이 일제히 멀티큐브로 쏠렸다.기사마감을 막느라 숨돌릴틈 없이 바쁘게 손을 놀리던기자들은 잠시 한숨을 돌리며 김위원장,이희호(李姬鎬)여사, 김대통령이 나란히 앉아 음식을 드는 장면을 지켜봤다.김위원장이 예의 장난기 어린 몸짓으로 이여사에게 건배를 제의하며 “건강하세요”라고 하자 또한번 프레스센터가 웃음바다가 됐다. ■첫날 김위원장의 공항 영접과 같은 획기적인 뉴스를 기대하던 취재진들은점심시간이 지나도록 2차 단독회담 소식이 알려지지 않자 한때 초조해하기도.하지만 분위기는 오후 3시 10분쯤 양영식(梁榮植) 통일부 차관의 공식 브리핑부터 아연 활기를 띠었다.양 차관이 “오후 3시 2차 단독정상회담이 시작됐다”고 밝히자 기자석에 순간 긴장감이 돌았다. ■외신기자들의 취재열기도 국내 보도진에 못지 않았다.외신기자들은 남북정상회담을 자세히 소개한 국내신문을 꼼꼼이 훑어본 뒤 브리핑을 경청했다.국내기자들이 외신기자들에게 소감이나 전망을 물어보는 한편 일부 외신기자들은 국내 취재진에게 “조금전 브리핑 내용중 이 부분은 무슨 뜻이냐”라며역취재에 나서기도 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
  • [구본영의 남북프리즘] 선보인 ‘金正日 통큰 정치’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김용순(金容淳) 당비서를 스스럼없이 ‘용순비서’라고 불렀다.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그를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등 남쪽 대표단 앞에서 그렇게 부른 것이다. 김 국방위원장이 북한의 방향타를 쥐고 있는 인물임을 재확인시키는 삽화였다.60여만명의 환영인파가 결사옹위를 외친 평양 시가도 이를 각인시키는 무대장치였다. 사실 김일성(金日成) 주석 사후 북한체제내에서 후계자인 김 위원장의 ‘카리스마’에 회의적인 관측통도 적지 않았다.하지만 그러한 추론이 근거없음이 입증됐다. 그런 만큼 다른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김 위원장이 본격적 개방노선을 선택하느냐의 여부였다.이에 대해선 정상회담 성사전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의 전망은 크게 엇갈렸다.경제회생을 위해선 개방을 택해야 하나,이로 인한 체제동요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북한체제의 딜레마 때문일 것이다. 생전의 김 주석도 그같은 진퇴양난의 고민을 토로한 적이 있다고 한다.독일녹색당 전 대변인 라이너 베닝을 만난 자리에서였다.즉 “신선한 바람을 위해 창을 열어야겠지만,벌레들이 들어올 것같아 모기장도 쳐야 하겠지…”라는 솔직한 고백이었다.김주석이 말한 ‘신선한 바람’은 선진 자본·기술을,‘벌레’는 자유주의 사조나 외부사정을 가리켰다. 사실 오늘의 북한이 당면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선 개혁·개방이 외길 수순이다.‘새벽별 보기’나 ‘고난의 천리마행군’과 같은 노력동원으로 생산성을 높이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김위원장도 14일 정상회담에서 그러한‘엄연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남북간 이산가족 교류와당국간 대화 재개 등 5개항의 공동선언 합의에 응해 개방이라는 세계사적 흐름에 동참하려는 몸짓을 보인 것이다. 그러한 징후는 정상회담 이전부터 엿보였다. 김 국방위원장이 김 대통령을맞으러 순안공항에 나와 짐짓 은둔자적 이미지를 벗어던진 것도 그 하나일수 있다.그는 14일 정상간 환담에서 김 대통령 덕분에 은둔에서 해방됐다는농담을 던지는 여유까지 보였다. 특히 눈여겨 볼만한 일은 이번 정상회담 직전 있었던 김 위원장의 베이징나들이다.그는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이례적으로 중국식 사회주의를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후계수업중이던 17년전 중국을 방문했을 때와는 판이한 태도였다.당시에 그는 덩샤오핑이 중국식 개방노선을 권고받았으나,‘우리식 사회주의’에 대한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그래서 북한도 모기장을 친,제한된 개방노선에서 벗어나 덩샤오핑식 개방을택할 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나온다. 이를테면 “김 위원장의 베이징 방문이나 남북 정상회담의 성사로 북한이 개혁·개방이 체제붕괴로 이어지지 않을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알렉산드로 보론초프 러시아 동방학연구소상임연구원)는 분석이다. 물론 김 위원장이 북한의 개방 폭과 개혁의 깊이를 ‘어느 정도로,어떻게’구체화할지를 점치기는 아직 시기상조인지도 모른다.다만 역대 남쪽 정부중가장 전향적 대북 포용정책을 펴는 현 남쪽 체제야말로 북한이 과감한 개방노선을 펼 최적기가 아닐까 싶다.그런 점에서 그가 그동안 표방한 ‘통큰 정치’라는 뜻의 ‘광폭(廣幅)정치’라는구호를 어떤 식으로 실천에 옮길지주목된다. 행정뉴스팀 차장 kby7@
  • 현대 鄭명예회장 對北 ‘히든카드’ 있나

    정주영(鄭周永) 전 현대 명예회장은 남북 정상회담을 지켜보며 무슨 생각에잠겼을까. 그는 98년 소떼를 몰고 방북,남북교류의 큰 물꼬를 텄다.누가 뭐래도 이번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데 일조한 장본인이다.그래서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감회가 남다른 것 같다고 현대 관계자는 전했다.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아보였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현대측에 따르면 정 전 명예회장은 정상회담 첫날인 13일,평상시와 다름없이 새벽 4시쯤 일어나 가볍게 운동하고 아침식사를 마친 뒤 남북정상의 상봉과정을 담은 TV화면을 줄곧 지켜봤다.14일에는 두 정상간의 본격적인 ‘협의내용’에 촉각을 곧두세웠다고 전했다. 정 전 명예회장은 정상회담이 끝나는 대로 이달 말쯤 방북을 계획중이다.남북화해를 위한 자신의 역할이 작아진데다,나이도 많아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방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만큼 정 전 명예회장은 그동안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연기됐던 금강산개발사업,철도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SOC)사업,서해안공단건설 부지 선정등 현대의 최대 현안인 대북사업을 매듭지으려 할 것이 분명하다. 대북사업의 전권을 떠맡긴 정몽헌(鄭夢憲) 전 현대 회장에 대한 마지막 배려의 성격도 있는 듯 하다.장고(長考)에 들어간 정 전 명예회장의 ‘방북카드’가 주목된다. 주병철기자 bcjoo@
  • 남북 정상회담/ 문정인·이종석박사 좌담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첫날밤을 평양에서 보낸 남측 수행원 중 북한·통일관련 전문가인 문정인(文正仁)연세대교수,이종석(李鍾奭)세종연구소 연구실장이 14일 오전 10시 평양고려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좌담을 나눴다. ■첫날 대환영의 의미/ “전날 느꼈던 감격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아침”이라며 인사말을 건넨 이들은 순안비행장에 직접 영접을 나간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태도와 평양시민들의 뜨거운 환영에 대해 “남북간 화해와 협력에 대해 기대를 품게 하는 대목”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교수는 “환영인파에 대한 북한측의 집계가 정부 60만명,고려호텔 80만명,백화원영빈관 100만명 등 제각각일 정도로 대규모 환영행렬이었다”면서 “안내원의 말에 따르면 ‘환영인파가 눈물을 흘린 건 조선역사상 최초’인만큼 평양시민들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환영의사를 표했다고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김위원장이 영접시 상석을 양보하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동승해 1시간 가량 밀담을 나눈 것에 대해 “놀랍고도 역사적인일”이라고입을 모았다.길지않은 시간이었지만 남북정상이 처음으로 만나는 순간 이루어진 일련의 ‘행위’들이 기존의 적대적인 남북관계 해소에 상당한 기여를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위원장에 대한 평가/ 공항영접에서 김위원장이 보여준 ‘보무당당하고 활동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의견.문교수는 특히 “김대통령의 대북관련정책 기조에 실사구시(實事求是)정신이 깔려있는데 김위원장의 태도에서도실사구시를 느낄 수 있어 더욱 기대를 품게 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대의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현실적인 성과를 얻어내려는 김대통령이나 최근 대외경제개방 등 실리에 중점을 두고 있는 김위원장의 행보에서 공통점을 찾을수 있다는 해석이다. ■2차 정상회담 전망/ 이번 정상회담이 남북정상간 첫 만남인 만큼 전날의 ‘환담’에서 목표의 80% 정도는 달성됐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실장은 “한꺼번에 많은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면서 “합의를 이뤄낸뒤 남북교류,경협,이산가족문제 등 실천 가능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과 김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어떻게 이뤄질 것인가 등을 논의하고 정상회담과 함께다양한 채널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교수도 “13일 김위원장이 1차회담에서 ‘전세계의 궁금증을 풀어줘야한다’고 명시한 만큼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길상 박록삼기
  • 金대통령 평양 도착 성명

    존경하고 사랑하는 평양시민 여러분.그리고 북녘동포 여러분.참으로 반갑습니다.저는 여러분이 보고 싶어 이곳에 왔습니다.꿈에도 그리던 북녘 산천이보고 싶어 여기에 왔습니다.너무 긴 세월이었습니다.그 긴 세월을 돌고 돌아이제야 왔습니다. 제 평생에 북녘 땅을 밟지 못할 것같은 비감한 심정에 젖은 때가 한두 번이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평생의 소원을 이루었습니다.남북의 7,000만 모두가 이러한 소원을 하루 속히 이루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무엇보다 저와 우리 일행을 초청해주신 김정일(金正日) 위원장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우리들을 이처럼 따뜻하게 맞아주시는 여러분에게 또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남녘 동포들의 따뜻한 안부의 정도 여러분에게 전합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남녘 동포의 뜻에 따라 민족의 평화와 협력,통일에 앞장서고자 평양에 왔습니다.남녘 동포가 이번 회담에 거는 기대만큼이나 북녘 동포 여러분의 기대 또한 크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시작입니다.꿈만 같던 남북 정상간의 만남이 이루어진 만큼 지금부터차근차근 해결해 갈 것입니다.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남과 북 우리동포 모두가 평화롭게 잘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데 모든 정성을 다하겠습니다.평양시민 여러분,그리고 북녘 동포 여러분.반세기 동안 쌓인 한을 한꺼번에 풀 수는 없을 것입니다.그러나 시작이 반입니다.이번 저의 평양 방문으로온 겨레가 화해와 협력,평화통일의 희망을 갖게 되길 진심으로 바라 마지 않습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하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미처 이루지 못한 것은 2차,3차 만남을 거듭해 반드시 해결해 내겠습니다.김정일 위원장과 저에게 평양시민과 북녘동포 여러분의 힘찬 응원과 격려를 보내 주십시오.북녘동포 여러분.우리는 한 민족입니다.우리는 운명 공동체입니다.우리 굳게 손 잡읍시다.저는 여러분을 사랑합니다.감사합니다.
  • 南北정상 뜨겁게 만났다

    남북의 두 정상이 55년 만에 뜨겁게 만났다.반세기 만의 만남이었지만 전혀낯설지 않았으며,뜨거운 동포애를 전 세계에 과시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3일 낮 숙소인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상봉을 겸한 1차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남북간 현안에대해 아무 격식없이 논의,합의점을 찾기로 했다.14일 2차 정상회담을 갖는다. 두 정상은 이날 남측에서 박재규(朴在圭)통일·이헌재(李憲宰)재경·박지원(朴智元)문광부장관과 한광옥(韓光玉) 청와대 비서실장 등 공식수행원 전원,북측에서 김용순(金容淳) 조선아태평화위원장 등이 각각 배석한 가운데 27분간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김 국방위원장은 “6월13일은 역사에 당당하게 기록될 날”이라고 했으며,김 대통령도 “이제 그런 역사를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김 국방위원장은 “세계가 김 대통령이 왜 방북했는지,내가 왜 승낙했는지에 대해 의문부호를 갖고 주목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해) 2박3일 동안대답해 줘야 하고,대답을 주는 사업에 김 대통령뿐 아니라 장관들도기여해주시기를 부탁한다”고 김 대통령의 방북을 성과로 연결시킬 수 있는 남측의구체적 카드를 요청했다. 두 정상은 또 남북 정상간 직통전화를 통해 모든 문제를 직접 해결하도록하자면서 남북정상간 핫라인을 설치키로 대체적인 의견을 모았다. 김 대통령은 “김 국방위원장을 비롯해 많은 평양시민들이 환영해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했으며,김 국방위원장은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김 대통령의) 방북을 지지하고 환영하는지 똑똑히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앞서 대통령 전용기편으로 오전 10시25분쯤 평양 순안공항에도착,성명을 통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남녘 동포의 뜻에 따라 민족의평화와 협력과 통일에 앞장서고자 평양에 왔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저녁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주최 만찬에 참석,평양에서의 첫 연설을 통해 “(저의) 이번 방문으로 7,000만 민족이 전쟁의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이어 “이번 방문으로 반세기 동안의 불신과 대결의 관계가 화해와 협력의 관계로 바뀌기를 충심으로 바란다”면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져 그들의 한을 이제는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특히 “남북한 사이에 풀어야 할 산적한 숙제를 하나하나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책임있는 당국자간의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국방위원장은 순안공항으로 직접 나와 김 대통령 등 대표단을 영접했으며,김 대통령이 타는 벤츠승용차에 동승해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까지 가는 동안 ‘1대1 차중 대담’을 했다.두 정상은 영빈관으로 가는 도중 60여만명의 평양시민이 연도에 나와 환영하자 차에서 함께 내려 환영객과 악수를하기도 했다. 김 대통령은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예방한 뒤 공연도 관람했다. 평양 남북정상회담 공동취재단
  • 남북정상회담/ 회담의제와 전망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한반도의 모든 현안을 폭넓게 다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베를린선언의 4대 과제에 현안이 모두 포함돼 있는 만큼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이를 중심으로 거리낌없이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이란 설명이다.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것이 첫 만남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보고 있다.눈앞의 성과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교류협력을 축으로 상호이해와신뢰의 폭을 넓혀나가겠다는 자세다.서로의 이견과 다름을 인정하고 그 바탕위에서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혀나가겠다는 것이다. ■논의방법 양측은 공동의 이익을 위한 협력방안을 커다란 틀에서 논의하게될 것으로 보인다.정부는 “두 정상의 회담은 공동선언 형식으로 정리돼 발표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남북이 대립·대치상태를 청산하고 화해·협력의 새로운 장(場)을 열어나간다는 합의를 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냉전해체 남북이 냉전·대치상태에서 벗어나 평화공존과 교류협력의 정착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자는 입장.원칙적이고 포괄적이지만 분명한 입장표명을 통해 서로의 원칙을 확인하자는 것이다.통일문제도 꼭 짚고 넘어가게 될‘피할 수 없는 문제’다.두 정상이 각자의 입장을 원칙적이고 포괄적으로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이산가족문제 정부는 남북간에 하루바삐 해결해야 할 핵심문제로 보고 있다.생사확인·서신 및 고향방문단 교환·면회소 설치 등을 북측에 제의해 놓은 상태다. ■경제협력 경협을 중심으로 남북교류협력의 물꼬를 터나가겠다는 것.정상간에는 원칙적인 언급만 가능하지만 후속회담에서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마련해놓은 각 공동위원회의 가동을 희망하고 있다. ■당국간 대화 남북연락사무소 기능을 정상화하고 평양과 서울에 상주 연락대표부를 설치,당국간 대화통로를 상설화하자는 입장.교류활성화에 따라 대표부의 기능을 점차 확대해 나가자는 것이다.경제협력 등 교류확대는 물론평화공존을 위해서도 당국간의 대화창구 상설화는 필수적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이석우기자 swlee@
  • “온 겨레 평화·행복 길 찾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당초 일정보다 하루 늦은 13일 평양에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냉전구도 해체및 남북 화해와 협력방안을 논의한다. 김 대통령은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와 함께 이날 오전 전용기편으로 서울공항을 출발,1시간여 동안 비행한 뒤 분단후 처음으로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2박3일 동안의 방북 일정을 시작한다. 김 대통령은 방북 첫날 오후 김 국방위원장과 상봉을 겸한 첫 단독 정상회담을 갖고 남북 교류와 협력 확대를 위한 평화정착 방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1차로 남북 양측간 불신의 벽을 허물고 두 정상간 이해의 폭을 넓힐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대통령은 평양 순안공항 도착 즉시 ‘북측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남과 북의 온 겨레가 평화롭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길을 찾으러 왔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박준영(朴晙瑩) 청와대대변인이 12일 전했다. 김 대통령은 체류기간 동안 김 국방위원장과 두 차례 이상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긴장완화 방안과 이산가족 상봉,남북 경협,남북 당국자간 대화,철도·도로·항만 등 북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방안 등 베를린선언 4개 항에 대해 집중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은 이를 위해 북측에 투자보장협정 및 이중과세방지협정 등 경협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제안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또 한반도 비핵화선언에 입각한 북한 핵문제와 미사일 문제,북·미,북·일관계개선에 대한 남측의 입장과 지원방안을 전달할 예정이다. 김 대통령과 이 여사는 아울러 과거 고구려시대의 문화유적지 및 관광시설과 북측의 공연을 관람하고 북한 주민들의 표정과 현지 분위기도 살필 계획이다. 김 대통령은 이에 앞서 서울공항에서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출발성명을 발표,“북측에 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하고 싶은 얘기를 다하고자 한다.남과 북의 우리 민족이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라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김 대통령의 본관 출발 및 공항 출발행사,평양 도착행사 등은 국내 TV로 생중계된다. 이번 방북에는 이헌재(李憲宰)재경·박재규(朴在圭)통일,박지원(朴智元)문화장관과 한광옥(韓光玉)대통령비서실장,이기호(李起浩)경제·황원탁(黃源卓)외교안보·박준영(朴晙瑩)공보수석 등 공식수행원과 특별수행원등 대표단 130명이 동행한다.또 신문·방송사의 취재기자 및 중계요원으로구성된 공동취재단 50명도 함께 방북,취재활동을 벌인다. 양승현기자 yangbak@
  • [사설] 화해·평화·번영의 큰 걸음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마침내 오늘 평양에서 처음으로 상봉,역사적 정상회담을 갖는다.분단 반세기만에 남북정상이 만나는,실로 가슴 벅찬 순간인 것이다.더욱이 정상회담이 당초 일정에서 하루순연된데 따른 불안감을 말끔히 씻고 두 정상이 오늘 첫 회담을 가짐으로써감격을 더해준다.굽이굽이 돌아 55년의 어둡고 고통스런 분단사 끝자락에서이뤄진 남북정상의 첫 대좌(對座)는 실현 자체에 담긴 의미가 너무 크다.회담성과 이전에 ‘만남’의 상징성에 중요한 의미를 두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이해된다.우리 국민들이 김대통령의 평양행을 충심으로 축하하고 바람직한회담성과를 기원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남북의 두 정상은 평양회담에서 반세기가 넘도록 반목과 대결이 지속되고있는 분단의 역사를 청산하고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민족적 과제를 폭넓게 협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다.남북간의 대화와 교류의폭을 넓히고 민족성원간의 내면적 통일을 성숙시키는 현실적 과제도 격의없이 논의할 것이다.그래서 평양정상회담에 거는 민족적 염원은 비할 데 없이값진 것일 수밖에 없다.하지만 우리가 회담성과에 너무 연연해서는 안될 것이다.전쟁과 반목으로 얼룩진 분단 반세기의 역사를 남북정상이 한차례 회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동·서독 사이 70년 양독 정상회담이 실현된 이후 9차례 후속회담이 열렸고72년 양독기본조약이 체결된 뒤 18년만에 통일을 이룩한 교훈을 통해 볼때첫번째 남북정상회담에 너무 성급한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반세기만에 이뤄지는 한차례 만남으로 구체적 성과를 얻기보다는 남북정상이 정례적으로 만날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역점이 두어져야 할 것이다.그리고 정치적 부담이 적은 영역에서 쉬운 것부터 실현가능한 문제들을 하나씩풀어나가는 것이 순리다. 두 정상은 회담내용의 합의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충분히 인식하는 겸허한 자세가 보다 중요하다.남북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상호신뢰를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덧붙이자면 분단최초의 정상회담을 통해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가 겪었던 고통에 대한 겸허한반성과 함께 고통을 중단시키려는 두 정상간의 결연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점이다. 정상회담은 체제차원의 일회용 이벤트가 아닌,민족통일의 대장정(大長征)으로 승화시켜야 하는 민족적 과제인 만큼 남북정상은 민족화해·평화공존·공동번영을 위해 큰 걸음을 내디딤으로써 민족통일의 초석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같은 의미에서 새 천년의 첫해에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은 통일번영의 민족적 염원을 풀어주는 첫걸음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 [오늘의 눈] 다시 생각해보는 ‘통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따라 평양까지는 못가더라도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의 설렘과 흥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2층에 차려진 ‘남북정상회담 서울 프레스센터’다. 연회장인 크리스탈볼룸 등 600여평에 개소한 프레스센터의 규모는 얼핏 봐도 장관이다.현재 프레스센터에 등록한 국내외 취재진은 287개 매체 1,131명.단일행사로는 88년 서울올림픽 이래 최대규모다.외신의 경우 미국 CNN과 일본 NHK 등 173개 매체 503명이 한국 땅을 찾았다. 정상회담은 평양에서 열리는데 기자들은 오히려 서울에 북적거리는 것은 ‘한반도적 특수상황’이 빚은 또하나의 아이러니다.북한은 정상회담 외부 취재진을 남한 언론기자 50명으로 제한하고,외신기자들은 입국을 불허했다. 때문에 정상회담 취재차 방한한 외신기자들은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순간부터 뭔가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을 법하다.또 프레스센터에 도착,수많은 기자들을 보는 순간 ‘한 나라의 정치적 이벤트에 이렇게 많은 기자들이 몰릴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가졌을 수도 있다. 이러한 들뜬 분위기 탓인 듯,내외신을 막론하고 대부분 기자들은 생각이 쉽게 정리되지 않는 표정이다.장르와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는 영화를 보기 직전의 감정이랄까. 아무튼 CNN 등 유명 언론 뿐 아니라 싱가포르의 잘 알려지지 않은 방송사까지 프레스센터에 중계부스를 설치하고 부산을 떠는 모습은 통일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정상회담이,그리고 통일이 우리 민족만의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좋든 싫든 남북정상간의 만남은 이미 세계적인 이벤트가 됐으며,우리는 이미 그 뉴스의 한가운데 서 있다. 다시 말하면 세계 각국의 시청자들이 우리의 아픔과 치유과정을 너그럽게봐줄 수도 있지만,다른 한편으로는 ‘쿠키’를 먹으면서 별로 진지하지 않게 지켜볼지 모른다는 얘기도 될 수 있다.우리가 좀더 성의있게 몸가짐과 언행을 가다듬고,마음을 다잡아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우리는 어쩌면 서울올림픽때보다 더 혹독한 시험대 위에 세워져 있는지도 모른다. [김 상 연 정치팀기자]carlos@
  • 교황 정상회담 메시지 전문

    평양에서 남북한 정상간의 역사적 회담이 개최될 예정이며,이번 회담 개최를 축하합니다. 나는 이번 정상회담과 향후 교류가 남북한 양측 주민들간 화해를 촉진하고,반세기 이상 헤어졌던 이산가족간 상봉을 실현시키고,한반도에서의 안정과번영 회복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공동의 선’을 추구하겠다는 관대한 의지가 있으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바,남북한 양측이 이런 자세로 임한다면 모든 인류에게 환희에 찬 희망을안겨줄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를 이룩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남북정상회담 D-2/ 어록으로 본 金대통령 회담 자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오는 12∼13일 김정일(金正日)북한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까. ‘모범답안’은 지난달 17일 서울 삼성동 무역전시장(COEX)에서 열린 조찬기도회때의 발언.“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평화,이산가족 상봉,경제협력,남북 상설기관 설치 등 베를린선언을 기본으로 대화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기본적인 의제일 뿐 김대통령은 가시적인 성과에 급급해하지는 않을 것 같다.9일 국무회의에서 “정상들이 만나는 것 자체만으로 의미가있다”고 말한 게 좋은 예다. 이렇게 볼 때 김대통령은 남북간 신뢰 구축에 가장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김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발표 직후인 지난 4월11일 국무회의에서 “지난 2년동안 인내를 갖고 햇볕정책을 추진했는데 마침내 북한이 우리의 진의를이해하게 됐다”고 언급,‘진심’(眞心)을 가장 큰 ‘무기’로 삼고 있음을내비쳤다.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기 위해 김대통령은 김국방위원장에게 ‘두 정상간 대화 지속’을 최우선적으로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김대통령은 “정상간 만남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지난달 9일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과의 회동에서 김전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나 국가보안법 철폐는 절대 양보해서는 안된다”는 말에 김대통령이 명백히 동의를 표시한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김대통령은 만의 하나 미군철수등 난처한 질문에 대해서는 “북을 위협하려는 게 아니라 한반도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정상회담에 임하는 김대통령의 자세는 지난달 18일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 직후의 발언에 종합적으로 함축돼 있다.“민족애와 열린마음으로 북한을 대하되 현실을 똑바로 보고 가능한 문제부터 풀어나가는 실용주의적 태도로 임하겠다.”김상연기자 carlos@
  • 노태우전대통령 韓·中 미래포럼 기조연설

    중국을 방문중인 노태우(盧泰愚) 전대통령은 10일 충칭(重慶)의 하노버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7차 한·중 미래 포럼 개막식에 참석,‘한·중 협력의미래’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다.노 전대통령은 9일 미리 배부된 연설문을 통해 “중국 정부와 인민이 남북 정상회담을 성원하면서 평화로운 남북관계발전을 지지하고 있는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한반도 통일은 동북아 경제발전을 위해 역동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연설요지. 21세기에 반드시 성취해야 할 과제는 세계 평화라고 확신한다.평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전쟁이 없는 세계를 구현해야 한다.핵과 미사일 확산의 방지,대량 살상무기의 개발중단,군비경쟁의 중지가 시급하다. 지역국가들이 대화와 평화의 정신 아래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소시켜야 한다.한반도에서의 남북 관계도 그러하지만 중국에서의 양안(兩岸) 관계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중국은 분명히 하나다.그런역사인식으로 지난 92년 8월 중국과 수교했던 것이며 이 결정은 앞으로도한·중 관계의 전개에 있어서 부동의 초석이 될 것이다. 이번에 역사적인 남북 정상간의 회담이 열리게 된 데 대해 깊은 감회를 느낀다.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평양회담에서좋은 결실을 맺을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다고 해서 남북간에 화평의 시대가 곧바로 열리게 되리라고 생각한다면 환상이다.남북한 사이에는 앞으로도 넘어야 할 많은 준령이 가로놓여 있다. 따라서 서두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남과 북은 평화통일의 꿈을 키워 나가되 신중하고 합리적이며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그 과정에서 남과 북은 상대방에게 한번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킴으로써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한반도뿐 아니라 동아시아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세계 평화와 안전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평화적으로 통일된 한반도는 이웃 나라들에게 주권과 영토의 존중,우호친선,분쟁의 평화적 해결의 정신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특히 한민족의 수천년 벗인 중국과의 친선과 협력은 통일 한국의 대외정책에서 중요한 기본축의 하나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한반도 통일은 또한 동북아 경제발전을 위해 역동적 역할을 할 것이다.중국 서북부,몽골,시베리아에는 무한한 자원이 있고 중국 동남부,한국,일본은 우수한 인력은 물론 자본,기술,경영능력을 가지고 있어 그 잠재력은 무한하다. 한반도 통일은 이런 잠재력을 발전과 번영이라는 현실로 바꾸는 촉매가 될것이다. 중국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서부지역 대개발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이곳 충칭 지역을 포함해 풍부한 자원과 노동력을 가진 광대한 서부 지역을 중점개발하는 일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이 사업이 본격화되면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개발에 한국의 기업들도 적극 참여하는 기회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이런 기회는 한·중 양국의 협력관계를 증진하며 공동발전을 기약하는 또 하나의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베이징 김규환특파원 kh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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