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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간통혐의 여성만 구속한 기준 뭔가

    최근 법원이 간통 혐의로 고소당한 남녀에 대해 남성은 불구속 기소하고 여성만 구속 기소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법 집행의 공정성을 의심케 하는 일이다. 혼인생활의 보호를 위한 간통죄는 친고죄이자 쌍벌죄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고소가 있으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경우 당사자 모두를 구속 처리하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이런 관례가 여성에게만 불리한 쪽으로 깨지는 것은 혹시라도 성윤리에 대해 남성은 괜찮고 여성은 엄격해야 한다는 식의 이중잣대가 적용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문제가 된 의사·환자 관계 남녀의 영장 심사판사는 고소인의 배우자는 구속하되 상간자, 즉 고소인의 배우자의 간통 상대방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간통했거나 가정을 심각하게 파탄시킨 경우가 아니면 영장을 기각해 왔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런 설명을 받아들인다 해도 이혼남 의사인 상간자가 영장 발부 예외 경우가 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더군다나 여자 연예인이 관련된 또 다른 사건의 판사는 거꾸로 상간자인 여자 연예인만을 구속했었다니 그 기준은 더욱 헛갈린다. 물론 상황이 모두 다른 다툼사례에 일률적인 잣대를 요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법집행에는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판사 개인의 성(性)인지 방식에 따라 특정 성편향적 판단이 나올 수 있는 간통사건의 경우 더욱 그렇다. 간통죄 폐지론이 대두되면서 벌금형제 전환, 불구속 수사 필요성 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법의 개폐와 현행법의 형평 집행은 또 다른 문제다. 법원의 명확한 간통죄 구속기준을 요구한다.
  • [인사]

    ■ 국가보훈처 ◇서기관 전보△처장비서관 전종호△공보담당관 南昌秀△감사〃 李龍源△기획예산〃 李成春△기획관리실 법무〃 康潤振△보훈관리국 보상급여과장 朱正煥△〃 단체지원〃 愼炫縡△보훈선양국 선양정책〃 白昌基△복지사업국 복지지원〃 庾周鳳△서울북부보훈지청장 鄭鍾基△강릉〃 李起鎔△마산〃 柳大植△순천〃 김의행△목포〃 洪仁杓△국립5·18묘지 관리소장 李南日△국가보훈처 李京雨△복지사업국 의료지원과 李熙範 ■ 증권예탁결제원 △전무 柳興模 ■ 한국교직원공제회 ◇1급 승진△기획조정실 金仁相△총무부 段成基△광주지역본부장(직대) 李在完△교원나라레저개발 전무이사 朴善穆◇1급 전보△감사실장 曺一峰△부산지역본부장 將鍾宣 ■ 숭실대 △부총장(학사) 郭熙魯△〃(대외) 尹玄德△비서실장 서리 林龍來△교목실장 직무대리 延堯翰△대외협력처장 吳徹虎△기획조정실장 曺尤鉉△교무처장 李廷鎭△학생생활〃 韓石煥△총무〃 李丙德△관리〃 李成求△정보지원〃 金修東△출판부장 金光永△생활관장 崔度宰△신문방송전문위원 崔昌河 ■ 상지대 △생산기술연구소장 김제숭△사회복지학과·계약학과 학과장 류만희△학생지원과장 김승구△학사관리〃 박주△교무〃 전인환△생자대·예체대 교학〃 권태준△총무과(총장부속실) 이강재△입학홍보실 홍보주임 최치원△대학원 교학주임 윤명성 ■ 을지의과대 △명예총장 겸 의과대학장 김용일△간호대학장 직무대행 오희영△대학원장 백태경△보건대학원장 겸 학술자료관장 기모란△임상간호대학원장 임숙빈△교학처장 겸 입학관리처장 유승민△기획관리처장 김영훈△교학 부처장(서울) 이애영△교무 〃 이재용△학생 〃 현성희△입학관리 〃 최헌△의과학연구소장 겸 대학원 교학부장 백행운△보건대학원 교학과장 마기중△임상간호대학원 〃 김은경△기초의학과장 김찬△임상의학과장(서울) 구자성△〃(대전) 이창화△임상실습과장(서울) 김상훈△〃(대전) 안규정△간호학과장 허명행△보건대학원 방사선학과장 유인규△보건대학원 물리치료학과장 이광원△정보통신센터 소장 박미라△임상수기훈련센터 〃 이수주△의사국시대책위원장 박원일△간호사국시대책위원장 이꽃메 ■ 충북대 △사회과학대학장 南在鳳△경영〃 鄭在權△약학〃 鄭然馥△의학전문대학원장 林承運△종합인력개발원장 趙誠瓚△평생교육원장 金昌錫△박물관장 李隆助△보건진료원장 崔榮奭△건설기술연구소장 鄭慶燮△중원문화〃 趙恒範△바이오〃 崔壽永△산업경영〃 全達英△동물의학〃 南相允△교직부장 許敬祖△교육매체센터소장 李玉禾△도서관의대분관장 金憲植
  • TV 설특집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TV 설특집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 특집방송은 항상 ‘시간 때우기식 편성’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지난 설 특집 역시 이같은 분위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다. 방송시간 연장으로 얻는 광고수입에 비해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재탕 삼탕 영화 명절 때면 항상 투캅스나 조폭마누라,007시리즈며 청룽이 주연한 고만고만한 액션영화들이 단골로 등장해 식상하다는 시청자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설 특집은 일단 다양하고 풍성해졌다. 지상파 3개 방송사 모두 최근 흥행에 성공한 한국영화를 앞다투어 선보였다.‘인어공주’나 ‘굿바이 레닌’처럼 가족을 다룬 잔잔한 수작도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절반 이상이 이미 안방극장에 선보였던 영화인 데다 주요 대목을 삭제해 논란을 낳았다. 특히 ‘실미도’에서는 ‘적기가’가 빠졌고 ‘올드 보이’에서는 근친상간을 암시하는 장면이 삭제된 채 방영됐다. 또 대사의 욕설을 대부분 묵음처리하다 보니 전달력이 떨어진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빠지지 않는 아나운서 프로그램 아나운서들의 ‘화려한 외출’도 여전했다.MBC ‘일요일 일요일밤’의 ‘브레인 서바이버’코너,KBS의 ‘아나운서 대격돌’,SBS의 설특집 ‘야심만만’ 등이 방영됐다. 아나운서하면 떠오르는 정확한 언어구사력, 단정한 태도 등의 이미지를 깨는 전략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어느 여자 아나운서의 노출 문제는 이 와중에 생긴 이야깃거리였다. 더 문제는 이런 프로그램의 대부분이 자사를 홍보하는 사내 장기자랑에 가깝다는 점이다. 한 방송국 아나운서실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잃는 게 더 많다는 비판도 있고 방송 환경 변화에 따른 것이라는 긍정론도 있다.”고 전했다. ●껍데기만 스페셜, 특집 명절이면 스페셜, 특집, 베스트 같은 꼬리표를 단 프로그램들이 줄을 잇지만 지나간 프로그램을 짜깁기해 다시 보여주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프로그램의 밀도가 떨어지고 썰렁한 대화만 오가기 일쑤다.MBC ‘화투’는 화투를 양지로 끌어내자는 취지로 제작했지만 지나간 ‘알까기’의 재탕에 그쳤다. 또 90년대 초반 유행했던 ‘몰래카메라’ 특집도 다시 등장했다.KBS는 드라마 ‘해신’의 뒷얘기를 들려준다며 ‘해신 스페셜’을 편성했다.SBS는 ‘도전 1000곡’ 프로그램을 3일 연속 편성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숱한 특집, 스페셜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대부분 기존 프로그램의 짜깁기에 그쳤다. 주부 김영란(42)씨는 “황금 시간대에 뻔한 내용을 짜깁기해 다시 보여주는 프로그램보다 특집 드라마 같은 것을 많이 편성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성의 미학/미와 교코·진중권 지음

    성은 생명을 잉태시키고, 죽음은 성을 통해 탄생한 생명을 자연의 품으로 되돌린다. 성을 매개로 삶과 죽음은 대자연 속에서 동그라미를 그리며 영원히 순환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성의 관념은 역사적, 시대적, 종교적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면서 긍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지만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돼 억압과 금기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죽음을 부르는 죄’, 혹은 ‘생명의 맹아를 잉태하는 적극적인 힘’ 등 극과 극을 달리는 개념으로 다르게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성의 미학’(진중권·미와 교코 지음, 세종서적 펴냄)은 서양미술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성관념의 변화를 파헤친 책이다. 진보진영의 대표적 논객인 진중권씨와 부인 미와 교코가 함께 저술한 이 책은 욕망과 금기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변신을 거듭해온 성 관념이 서구의 미술사에서 어떻게 표출됐는지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있다. 남성이 기득권을 쥔 사회에서 그들에게 성적 희열을 주는 여성의 신체를 그린 그림들, 그 이면에 감춰진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공포심이나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성서나 고전의 응용회화라는 가면을 쓰고 나타나야 했던 에로티시즘, 훔쳐보기의 본능, 기존사회의 가치관으로 용납할 없었던 근친상간과 동성애, 양성구유 등 다양한 성을 파헤쳤다. 그림을 읽어내는 데 필수적인 도상학 개념들을 제시하면서 한 장의 그림을 두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문장으로 써 내려감으로써 독자들이 쉽게 그림속으로 파고들 수 있게 했다.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서양미술사를 공부하고 있는 미와 교코가 일어로 써서 보내면 진씨가 이를 번역해 미술전문지 ‘미술세계’에 연재한 글들을 단행본으로 묶은 것이다.1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행정플러스] 책임운영기관 자율성 대폭 확대

    정부는 국립영상간행물제작소, 국립산림과학원 등 23개 책임운영기관이 예상보다 많은 수입을 올렸을 때 기관장 직권에 의해 이를 당해연도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10일 밝혔다. 또 사업추진에 공이 큰 직원들에게 지급할 수 있는 성과급 등 보상적 경비 한도도 지금까지는 다른 행정기관과 마찬가지로 초과수입의 10%였으나 올해부터는 20%로 확대키로 했다. 경상경비는 예산총액 범위내에서 인건비와 물건비간의 자체 전용도 허용된다. 이에 따라 특정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물건비는 남으나 인건비가 모자랄 때, 혹은 그 반대의 경우에 탄력적으로 사업비를 쓸 수 있게 됐다. 정부는 또 올해 중에 6개 부처 13개 기관을 책임운영기관으로 추가 운영할 방침이다.
  • [인사]

    ■ 통일부 ◇2급 △정보분석국장 金南準 ◇부이사관 △통일교육원 개발지원부장 崔圭學 △남북회담사무국 회담연락지원부장 金浩年 △국장급 교육훈련 파견(국방대학원) 尹正遠 ■ 통계청 ◇국장전보 △통계교육원장 金珍圭△중앙공무원교육원 파견 林聖均 ■ 공정거래위원회 ◇1급 상당 임용 △상임위원 張恒碩 ■ 금융감독위원회 ◇과장 승진 △보험감독 都圭常 ◇과장 전보 △의사국제 金根益△은행감독 鄭智元△비은행감독 李海瑄△자산운용감독 李虎炯△조사기획 李明鎬 ■ 헌법재판소 ◇임용 △헌법연구관 禹承我 申美容 朴濬希△헌법연구관보 金柱暻 成王 ■ 서울특별시 ◇3급승진 △행정국 安承逸△행정국 全炯文△행정국 李海燉△도시계획과장 李仁根△지하철건설본부 설계관리부장 孔成錫◇4급 행정직 승진 및 전보△정책비서관 직무대리 金意承△언론담당관 韓文哲△여성정책담당관 金榮翰△청소년담당관 李廷浩△조사담당관 崔聖玉△민방위담당관 金在貞△조직담당관 劉大植△혁신분권담당관 직무대리 鄭和燮△심사평가담당관 安焌皓△재정분석담당관 직무대리 李炳漢△시민협력과장 직무대리 金光禮△행정국 근무 全榮錫△계약심사과장 韓國暎△세제과장 孫聖浩△세무과장 權五道△사회과장 蔡炳錫△노인복지과장 직무대리 崔泓淵△장애인복지과장 洪起殷△국제협력과장 劉載龍△고용대책과장 安健基△문화과장 朴喜秀△문화재과장 李昌泰△문화기반시설조성반장 직무대리 兪連植△환경과장 鄭泰沃△자연생태과장 文永模△운수물류과장 직무대리 徐在律△복원관리담당관 직무대리 金敬吾△뉴타운총괄반장 姜秉鎬△건설행정과장 方泰元△청계천가로환경개선반 직무대리 金泰斗△주택기획과장 任玉機△방재기획과장 田在燮△상수도사업본부 총무부장 李相河△〃 경영부장 직무대리 呂圭鎬△성북수도사업소장 白武景△북부수도사업소장 李炳滿△공무원교육원 교육기획과장 尹準炳△서울대공원관리사업소 관리부장 董連浩△한강시민공원관리사업소 관리부장 印泗鎭△행정국 근무 申相喆△〃 文洪善△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파견 劉相護△산업진흥재단 파견 朴根△행정국 근무 尹貴星△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파견 金永述△서울여성 파견 朴源大△행정국 근무 崔鎬權△〃 李武寧△〃 崔昌濟△〃 金鴻起△〃 朴起用△〃 尹景琡△〃 李鍾淳△〃 白虎△〃 姜漢洙△〃 崔台奎△〃 朴必淑△〃 金振坤△〃 崔日華△〃 金鍾根△종로구 전출 金光祐◇4급 기술직 승진 및 전보△행정국 근무 金大還△중랑하수처리사업소장 李東塢△뚝도정수사업소장 金京煥△행정국 근무 鄭得模△시설계획과장 趙成日△건설안전본부 교량관리부장 劉吉相△상수도사업본부 시설부장 盧炅贊△행정국 근무 申漢澈△지하철건설본부 건설부장 李松直△한강시민공원사업소 시설부장 宋慶燮△도봉구 전출 金相喆△행정국 근무 孫炅廈△성동도로관리사업소장 劉在龍△건설안전본부 건축부장 全尙壎△성북구 전출 姜孟勳△행정국 근무 丁連鎭△강남구 전출 朴成根△복원계획담당관 직무대리 鄭丙日◇5급 일반직 승진 및 전보△여성가족정책관 근무 신용석△정보화기획단 근무 이상국△복직 구종원△재무국 근무 장재욱△〃 강홍기△〃 김명주△복지건강국 근무 이충열△〃 김형규△산업국 근무 우정훈△〃 김용남△환경부 근무 주용태△푸른도시국 〃 정진일△도시계획국 〃 진용황△건설기획국 〃 김용백△주택국 〃 남법모△〃 김화태△소방방재본부 근무 신중기△건설안전본부 〃 송유일△지하철건설본부 〃 양현모△공무원교육원 〃 정동윤△경영기획실 지원근무 최철규△문화국 지원근무 임동국◇5급 기술직 승진 및 전보△한강시민공원사업소 근무 김현팔△푸른도시국 〃 이성환△강북구 전출 안재헌△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파견근무 홍귀순△복지건강국 근무 최종식△행정국 〃 송윤락△도시계획국 〃 양경규△기술심사담당관 〃 박용선△뉴타운사업본부 〃 신중수△건설안전본부 〃 김범수△주택국 〃 황혁철△종로구 전출 최석규△주택국 근무 전상돈△소방방재본부 〃 권영은△지하철건설본부 〃 박웅수 ■ SBS 뉴스텍·SBS 아트텍 (SBS 뉴스텍)△영상제작팀장(부국장급) 金槿洙△경영지원팀 사업총괄 부국장 李寬炯△중계팀장(부국장급) 河炳皓△뉴스제작팀장 郭在奭△중계팀(부장급) 朴明洙△영상취재팀(〃) 金永昌(SBS 아트텍)△영상제작팀장(부국장급) 金龍瀞△테크2팀 부국장 玉都一△전략사업팀장 徐永喆△아트2팀장 李東協△아트3〃 朴任實△경영지원〃 李勝魯△영상제작팀 부장 呂寅鶴 ■ 서울대 △경영대학 교무부학장 安泰植△〃 학생부학장 朴哲洵 ■ 성균관대 △인문사회과학캠퍼스 부총장 鄭在永△자연과학캠퍼스 〃 申明澈△유학ㆍ동양학부장 겸 유학대학원장 吳錫源△문과대학장 金東淳△법과대학장 겸 양현관장 鄭圭相△사회과학부장 韓德雄△제학부장 李光石△경영학부장 겸 경영대학원장·경영전문대학원장·경영대학원(iMBA)장 張榮光△공과대학장 겸 과학기술대학원장 李斗成△생명공학부장 李守遠△스포츠과학부장 安義洙△의과대학장 嚴大鎔△학부대학장 孫東鉉△학생처장 成宰豪△총무〃 朴容富△대외협력〃 車東鈺△정보통신〃 鄭泰明△산학협력단장 겸 공동기기원장 鄭一燮△공학교육혁신센터장 金賢秀△국가전략대학원장 林孝善△언론정보〃 白善璣△사회복지〃 金政佑△임상간호〃 李正姬△성대신문사주간 韓銀慶△출판부장 최관△체육실장 嚴漢柱△식물원장 沈慶久△성균어학원장 姜龍珣△사서교육원장 李恩徹 ■ 상지대 △부총장 박병섭△사무국장 최동권△교무처장 김승탁△학생지원〃 이현직△기획〃 정구용△입학홍보실장 배진한△사무처장 박윤환 ■ 명지대 △산학협력단장 편종근△전략기획실장 金道鐘△대외협력처장 金鍾基△자연학생지원〃 朴兌涉△연구정보〃 金甲一△인문대학장 李鍾澤△자연과학〃 南佰熙△산학협력단부단장 權哲顔△산업대학원장 金泰玉△교육〃 金光宣△기록과학〃 鄭城和△도서관장 尹秉周△언어교육원장 李基韓△명대신문사 주간 申律△인문과학연구소장 李康貞△자연과학〃 尹天鎬△생명공학〃 洪淳光 ■ LG투자증권 ◇전보 (지점장) 청량리 辛宗元 (팀장)△법인영업 金元圭△국제금융 鄭自然△Structured Finance 成祐錫△기관영업 朴 淵△M&A 金元植△기업금융2 李愚澈△기업금융3 河滿容△IB기획 金大暎△영업지원 成始雄△상품기획 金起煥△영업교육 최평호△영업전략 咸鍾旭△경영정보 郭永珍△고객분석 金政浩△채널운영 金裕成△온라인지원 全容駿△경영관리 裵坰柱△전략기획 朱運石 ■ 삼성생명공익재단 ◇전무 승진 △노블카운티 원장 이정영 ◇상무보 승진 △〃 운영팀장 이호갑 ■ 글로벌에셋자산운용 △운용본부 이사대우 柳建相 ■ 현대해상 (부장)△방카슈랑스사업 金相完 (지점장)△대전중앙 卞寅燮△충주 秦相權 ■ ㈜대교 (대교베텔스만)△대표이사 金泳寬
  • [책꽂이]

    ●교황의 죄(게리 윌스 지음, 박준영 옮김, 중심 펴냄) 교황직과 가톨릭 교회 안에 여전히 존재하는 이중의식, 지적 부정직성, 기만 구조를 파헤치는 한편 카톨릭인 모두를 이 기만의 억압에서 해방시켜야 한다고 호소한다.2만 7000원. ●현실+꿈+유머, 유머의 대스승 란위탕 일대기(린타이어 지음, 임홍빈 옮김, 사북스 펴냄) 란위탕은 1930년대 루쉰과 함께 중국 문예계를 이끈 문인. 서양 유머를 ‘유묵’(幽默)으로 음차해 독특한 풍자문학을 추구한 그의 삶과 정신을 살펴본다.1만 9500원. ●중국인, 그들의 마음을 읽다(보난자컨설팅·인이푸 지음, 김도연 옮김, 고즈윈 펴냄) 이해하기 힘든 복잡한 중국인들만의 특별한 성격과 인간관계, 행동방식, 표정과 관습, 기질과 특성을 분석한 중국인 해석서.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잠재적 특징과 다양한 고전, 문화탐구도 다룬다.1만 1800원. ●터부,(하르트무트 크라프트 지음, 김정민 옮김, 열대림 펴냄) 근친상간으로부터 장기 거래, 안락사 등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뜨거운 논쟁을 중심으로 터부란 무엇이고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다양한 사회공동체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터부의 모든 것을 다룬다.1만 6500원. ●한국의 정치문화와 교육 어디로 갈 것인가(윤형섭 지음, 오름 펴냄) 교육부장관과 서울신문 사장, 건국대 및 호남대 총장 등을 지낸 지은이의 연설과 칼럼, 그에 대한 신문 기사 등을 묶은 책. 한국 정치와 문화, 교육 등에 대한 폭넓은 시각과 함께 그가 걸어온 삶의 모습을 진솔하게 담았다.1만원. ●無로 바라보기(석지명 지음, 오늘의책 펴냄) 석지명 스님이 각종 매체를 통해 발표했던 칼럼을 묶은 책. 행복, 사랑, 성공, 승리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화두를 ‘나를 지우고 세상을 본다.’는 무아의 자세로 펼쳐나간다.9000원. ●사기본기(사마천 지음, 김원중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사기’는 중국 황제(黃帝)시대로부터 사마천이 살았던 한무제시대까지의 역사를 기록한 중국 최초의 통사. 그중 첫머리를 장식하는 ‘본기’는 제왕이나 제왕의 사적을 연대순으로 기록한 것으로, 저자는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알기 쉬운 현대어로 번역해 이해를 돕고 있다.1만 8000원.
  • [韓日협정 문서 공개] 102만명 보상 못받아… 줄소송 예고

    [韓日협정 문서 공개] 102만명 보상 못받아… 줄소송 예고

    정부가 17일 한·일회담 타결 과정을 담은 ‘40여년전’을 공개했다. 현재진행형 역사의 통로에서 발가벗겨진 과거완료형 역사에 느닷없이 직면하는 일은 생소하고 난해하다. 특히 넓게는 우리 민족 전체의 이해가 걸려 있는 데다, 일본과의 관계까지 얽혀 있어 그 파장을 예단하기가 쉽지 않다. ●‘문서공개’ 항소심 앞두고 자발적 공개 정부가 굳이 이렇게 복잡한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은 지난해 2월 서울행정법원이 개인청구권과 관련해 5권의 한·일협정 문서를 공개하라는 판결에 따른 후속 조치다. 정부는 항소심에서도 같은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자 문서 공개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밀려서 공개하느니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쪽을 택한 셈이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의 뉴스적 가치는 크지 않다. 그동안 관계자 증언 등을 통해 꾸준히 알려진 내용이 대부분이다. 역사적 의미를 따진다면 야사(野史)를 정사(正史)로 확인했다는 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정사는 정통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법적 측면에서의 파장은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문서를 통해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에 대한 개인 청구권을 사실상 포기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향후 피해자들의 개인보상 요구와 함께 재협상 요청도 더욱 거세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물론 현재로선 이런 요구들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여태까지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도 사실상 개인 청구권은 모두 소멸됐으며 재협상도 불가능하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외교적으로 하자가 있는 협상이라는 점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 역사를 다시 쓸 가능성은 크지 않은 형편이다. 하지만 여론의 반발이 거세질 경우 정부로서는 단호하게 외면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정부는 양쪽에 끼여 어정쩡한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 경우 종군 위안부 문제처럼 한·일 관계의 발목을 잡는 장기 과제로 전락할 수도 있다. ●우리정부 개인청구권 포기 확인 이번 문서 공개가 북ㆍ일 국교정상화 협상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단은 걸림돌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2002년 9월 북·일 정상간 ‘평양선언’을 통해 수교 후 일본이 ‘경제협력’을 한다는 골자에 합의해둔 상태이기 때문이다. 핵심인 전쟁피해 배상의 문제는 ‘청구권’이 아닌 ‘경제협력’의 형태로 접근하기로 양국간 합의가 이뤄져 있는 셈이다. 다만 ‘경협자금’의 규모와 한·일협정 문서 기본조약 제3조에 명시된 대한민국 정부의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 조항이 논란이 될 가능성은 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문서공개로 본 韓日협정] ① 협상 전모와 문제점

    [문서공개로 본 韓日협정] ① 협상 전모와 문제점

    1차부터 7차까지 13년여에 걸친 한·일협정 과정에서의 분수령은 지난 62년 김종필 중앙정보부장과 오히라 마사요시 일본 외상간에 이뤄진 이른바 ‘김·오히라 메모’의 교환이었다. 일제강점 기간의 구체적 피해 내용을 근거로 대일 청구권 총액을 산출하려던 접근방식이 ‘정치적 타결’로 귀결되는 순간이다. ●김·오히라 ‘정치적 타결’ 매듭 협상에서 일본은 “청구권인 이상 법적·사실적 관계를 엄격히 따져야 하며 증거가 확실해야 하는데, 입증책임은 한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일본측의 증거인멸과 6·25동란 등으로 인해 증거불충분 부분에 대해서는 조리에 의한 판단에 의해야 한다.”고 맞섰다. 수년간의 줄다리기 끝에 “결국 이러한 근본적 대립상태에서 ‘합의’에 도착하는 방법 외에는 해결 방법이 없었다.”고 외교문서는 ‘정치적 해결’의 불가피성을 적고 있다. 당시 일본은 “국회에서 합의문서 존재를 부인할 테니 한국도 신문기자 등이 물으면 없다고 말해주기 바란다.”고 요구, 제안은 수용된다. ●일부 피해자만 배상금 지급 아울러 이 일은 일본으로 하여금 “한국측의 대일 청구권은 완전, 최종적으로 소멸하기로 돼 있다.”는 태도를 갖게 하는 계기가 된다. 이후에는 ‘개인관계 청구권의 소멸’을 규정한 양국 외무장관간의 합의, 즉 ‘이동원-시이나’ 합의가 뒤따른다. 이와 관련, 일본 측은 “대단히 중대한 일이므로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소멸됐는지를 확실히 해둬야 한다.”고 했으나, 우리는 “각종 청구권이 덩어리로 해결됐는데 그것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결국 각각 국내 문제로 취급돼야 한다.”고 답했다. 당시 일본으로부터 받았던 돈에는 피해자들의 개인관계 청구권이 포함돼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그간 일제 강점 피해자들이 일본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개인배상 청구소송에서 번번이 패소한 것도 이런 데서 기인한다. 또한 우리 정부가 이를 일괄 수령한 뒤, 이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음도 거듭 확인된 셈이다. 우리 정부는 청구권에 대한 표현에 있어서도 제대로 매듭을 짓지 못했다. 협상 막바지인 65년 5월 일본은 “우리측의 제공은 어디까지나 경제협력이라는 기본사고를 갖고 있다.”고 강변했다. 나아가 “한국측에서 ‘일본이 일방적인 의무에 입각해 제공한 돈으로 우리가 받아야 하는 것이니, 마음대로 해야겠다.’고 하면 곤란하다. 일종의 정치적인 협력이라는 의미에서 제공하는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협정 이후 한국은 ‘청구권’에, 일본은 ‘경제협력’에 무게를 두어 자국민에게 설명해온 것도 양국간 역사인식의 차이를 불러온 이유 중의 하나로 꼽힌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盧대통령·부시 내년에 개성공단 함께 간다?

    盧대통령·부시 내년에 개성공단 함께 간다?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오는 11월 부산에서 개최되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개성에 함께 방문하기로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밝혀져 성사여부가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입법·사법·행정부 등 차관급 이상 250여명과 신년인사를 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칠레 APEC 정상회의에서 부시 대통령을 선걸음에 만나 ‘(부산)APEC에 오시기로 돼 있다. 그때 오시면 개성공단에 한번 가자.’고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부시 대통령은 “좋소. 갑시다. 당신이 가면 나도 갑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내년에 (한국에)오시면 개성공단으로 모시겠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개성공단의 성과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지만 유럽의 정상들은 개성공단에 대해 얘기하면 깜짝 놀란다.”면서 “지금 우리가 정말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 역사가 빨리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한·미 정상이 개성을 방문하기로 의견을 함께한 데 대해 “노 대통령이 APEC 회담장에서 오다가다 부시 대통령을 만나 개성공단을 설명하면서 가볍게 던진 인사 차원의 얘기”라면서 “두 정상간 합의나 추진이라고 볼 사안이 아니다.”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그로테스크 멜랑콜리, 상실에 대응하는 한 가지 방식(천운영의 소설세계)/차미령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그로테스크 멜랑콜리, 상실에 대응하는 한 가지 방식(천운영의 소설세계)/차미령

    진실이 나를 절망으로 밀어 넣으려 한다면 나는 단호히 거부할 것이다. ―천운영,‘포옹’ 천운영 소설에 대한 보다 정확히 말해,‘바늘’이 출간되고 난 후 이 작가의 첫 소설집을 중심으로 한 지금까지의 논의는 ‘엽기성’,‘동물성’,‘야생성’,‘야수성’,‘육식성’,‘파괴성’,‘공격성’,‘관능성’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천운영 소설에 이르러 우리 문학은 “가부장적 질서를 난도질하는 육체적 질감을 지닌 현장(김양선,‘기이하고 낯선 가족과 여성이야기’)”을 갖게 되었다는 식의, 지난 연대의 여성 소설과 천운영 소설을 구획짓고자 하는 시도가 여러 평문에서 발견되는 것은 그러므로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불감증, 거식증, 불임, 도벽 등과 같은 히스테리적 징후로서만 즉, 부정으로서만 여성 소설의 위반성을 거론할 수 있었던 지난 연대와는 달리,“맹수의 이미지를 띤 여성인물들(황종연,‘탈승화의 리얼리즘’)”은 유례없이 “전복적이고 파괴적인(황도경,‘환상 속으로 탈주하라’)”힘을 독자들에게 보여주었던 것이다. 이 작가의 차기작에 대한 관심이 “신선한 살과 피를 원하는 이 짐승의 다음 먹잇감은 무엇이 될 것인가(남진우,‘늑대의 후예’)”쯤으로 표현되는 것이 지금은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이다. “육체적 질감”,“신선한 살과 피” 등의 앞서 인용한 비평적 수사에서 은연 중 드러나듯, 천운영 소설이 보여 주는 이러한 특징은 무엇보다 그 생생한 현장감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이제는 잘 알려진 ‘발로 쓰는’ 이 작가의 스타일이나 그로 인한 생동감 넘치는 디테일의 창출에도 불구하고, 천운영이 정작 공들여 반복해서 말하고 있는 것은 그가 취재한 세계, 바로 그 곳으로부터 도출되지는 않는다. 아무리 직접 회를 뜨고, 야나기상의 문신을 보고, 소머리 가르는 접칼을 쥐어도, 작가의 시선은, 장어를 다루는 횟집 주방장의 손놀림에서 텅 빈 수족관 앞에 망연히 앉아 있는 그의 ‘아내’에게로, 남자의 육체에 수놓아진 화려한 거미 문신에서 문신사의 자살한 ‘어머니’에게로, 뼈와 살이 갈려진 소머리에서 우시장 노동자의 ‘할머니’와 ‘연인’에게로 이동한다. 한 세밀한 묘사가 담고 있는 내용이 작품의 전체적인 의미를 좌우하는 데까지 미치지는 못한다는 어쩌면 당연한 사실 앞에서, 우리의 포커스 또한 이동할 때가 된 듯하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질문들;천운영 소설의 세밀한 묘사와 이에 기반한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에 가려 미처 드러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저토록 야수적이고 공격적이며 파괴적인 인물들 내면에는 과연 무엇이 자리하고 있는가? 작가의 두 번째 창작집 ‘명랑’이 출간된 지금, 우리가 시도해야 할 작업은 엽기성과 파괴성의 이면 혹은, 공격성과 야수성의 연원을 추적해 들어가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먼저 그 그로테스크함으로 인해 앞서 언급한 비평적 키워드들의 시발점의 하나가 되었던 천운영 소설 인물들의 ‘몸’으로부터 출발해 보자.“감각적이고 물질적인 신체를 보여(심진경,‘아름다움과 추함을 가로지르는 섹슈얼리티의 모험과 위반’)”주면서 “몸의 해부학적 묘사라 할 만큼 유난히 신체에 대한 묘사에 집착(황도경, 앞의글)”한다고 평가받는 이 작가의 소설에서, 몸, 그것으로부터 다시 시작해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 주목하는 몸의 일부는 얼굴이 아니다. 바로 ‘등’이다. 우리 중 누군가 자신의 ‘등’의 진짜 모습을 본 사람이 있을까. 등은 인간의 육체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사람들은 대개 죽을 때까지 자신의 등의 실제 모습을 모르고 산다. 심지어 거울 앞에서도. 그 실재를 파악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것은 무의식의 세계를 은유하고 있으며, 나조차 알지 못하는 이면을 타자는 볼 수 있다는 인식은 불안과 공포의 근원으로 자리한다. 만약 자신의 등이 “굽은 등”이고, 자신이 “곱사등이”이라면, 그 불안과 공포는 피할 수 없는 것이 된다.‘포옹’의 ‘나(인경)’는 “평면만을 보여주는 거울의 기만성(1:213, 이하 괄호안의 표기는 수록소설집:페이지수)”을 충분히 알고 있다.“그렇게 화장을 하고 차려 입으니 너무 예쁘구나(1:213)”라는 거울 속 어머니의 말은 그러므로 거짓이라는 것도. 일찍이 멜라니 클라인이 말한 대로 거울의 드라마가 막을 내릴 때 더 이상 엄마의 일부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아이의 고통은 원초적인 것에 육박하지만, 거울이 제공하는 이 기만적인 나르시시즘은 자기정체성을 구성해 내고, 거울을 통과한 후에야 아이는 자신을 3인칭으로 말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굽은 등을 보기를 두려워하는 인경은 여전히 엄마의 일부일 때에만 완전하다고 느낀다. 그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진실이 아님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니, 그것이 진실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엄마 품에 안겨 거울 속 나를 바라보(1:213)”며, 자신의 뒷모습이 “백지”로 남기를 바란다. 진실이 절망을 가져다준다면 그 진실을 단호히 거부하는 것, 그것은 자신이 불완전하다고 믿는 그녀가 불우한 삶을 견뎌 내는 일종의 방법론이다. ‘포옹’에서 인경의 등은, 어머니를 제외한 그 누구도 손대기를 꺼려한다는 점에서는 나조차 어찌할 수조차 없는 내 안의 괴물―‘바늘’에서 곱추를 연상시키는 ‘나’의 등이나,‘숨’에서 육식동물을 연상시키는 할머니의 단단한 등뼈를 보라―이지만, 거꾸로 누군가의 손길을 간절히 요구한다는 점에서 소통을 불러오는 몸의 유일한 창구가 된다.“어느 누구도 자신의 등을 쓰다듬을 수는 없는 법이며, 타인만이 그 등을 쓰다듬고 보듬어 줄 수 있”(‘등뼈’)다는 소설 속의 한 전언은 천운영 소설에서 타인과의 소통이란 것은 곧 위무의 다른 말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자신은 볼 수조차 없지만 타자는 볼 수 있으며, 자신은 안아주고 보듬어 줄 수 없지만 타자는 안아주고 보듬어 줄 수 있기 때문에,“아내의 굽은 등”“할멈의 굽은 등”(‘행복 고물상’)에서 번져 나오는 고독감은 남편과 이웃에게 연민을 불러일으키고, 지친 이를 위로하는 가장 좋은 방편은 “등을 쓰다듬어 주는” 것(‘멍게 뒷맛’)이며, 위로받는 가장 좋은 방법 또한 “등을 내맡기는”(‘아버지의 엉덩이’) 것이다. 천운영 소설에서는 환상 속에 잠깐 이루어진 만남 또한 “등을 만졌던 것 만 같다”(‘월경’)라고 표현된다. 이런 식이라면 타인에 대한 분노나 타인으로부터의 외면은 등을 돌리거나, 등을 치는 것으로 그려질 성싶다. 마치 아버지를 경멸하는 아들이 제 아버지의 “등을 쏘아 보”고, 그 아버지의 “등짝을 후려”치고 싶어 하는 것(‘아버지의 엉덩이’)처럼, 친구들이 대항할 힘도 없는 ‘나’를 “등을 밀쳐 땅바닥에 넘어뜨리”던 것(‘세번째 유방’)처럼, 살인 장면의 마지막 기억이 “남자가 정말 당신 등을 밀었다”(‘멍게 뒷맛’)로 남게 되는 것처럼. 그러나 무엇보다 천운영 소설에서 등은 대부분 대상­타자를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작중인물의 불안을 담고 있다. 등을 돌린 사람 혹은, 돌아선 사람의 등에 대한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사례들;“등을 돌리고 누워”있는 남편 뒤에서 그의 아내는 “침묵하는 당신(남편)의 등”을 바라보며 그 “등이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고,“왜소한 그 등을 보이고 당신은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다”(‘당신의 바다’)며 견딜 수 없어 한다. 연인들의 연애의 끝은 또 어떠한가. 꿈 속에서 골목을 헤매던 여자는 길 모퉁이에서 “남자가 등을 보이고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 다가가지만 모퉁이를 돌면 새로운 모퉁이만 계속해서 나타날 뿐이고(‘모퉁이’), 연인에게 입 맞추던 여인은 “등을 보이고 돌아”선 후 그로부터 “점점 멀어진”다(‘세번째 유방’). 이렇듯 도저한 상실감이 등의 이미지를 빌려 가장 성공적으로 형상화된 소설은 그 표제가 아예 ‘등뼈’이다. “여자가 떠났다”라는 간결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등뼈’는 자신에게 맹목적으로 집착하던 여성이 떠난 이후 전개되는 남성의 황폐한 내면풍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아무런 징후나 예고도 없이 순식간에(1:138)”라는 구절에서 강조되고 있듯이, 여자의 실종은 너무나 갑작스러운 것이어서 남자에게 그것은 “떠난 것이 아니라 증발한 것(1:143)”에 가까우며, 남자는 당연히 여자의 그러한 증발에 대비할 수 있는 아무런 준비도 해 놓지 못한 채이다. 그러나 “그때 왜 여자의 등을 쓰다듬어주지 못했을까(1:148)”라는 소설 속의 한 구절을 제외한다면 남자가 여자의 사라짐을 안타까워하는 모습은 쉽사리 발견되지 않는다. 대신 남자는 특이하게도 “여자가 떠난 뒤 살 속에 숨은 뼈에 집착하기 시작(1:150)”한다. 주위 사물들에서 뼈를 연상해 내고(1), 원인을 알 수 없는 요추디스크로 고통받다가(2), 급기야 뼈를 찍은 엑스레이 필름을 닥치는 대로 모으며(3), 결국 아무런 식욕조차 느끼지 못하게 되어 그의 몸엔 뼈만 두드러지게 된다(4). 여자가 떠난 후 이 남자가 보여주는 모든 증상((1)∼(4))은 그러니까 ‘뼈’에 대한 집착으로 수렴된다. 그런데 왜 하필 ‘뼈’일까? 등에 통증이 느껴졌다. 손을 돌려 등을 만졌다. 손끝에 등뼈 마디마디가 분명히 잡혔다. 남자는 욕조에서 기어 나와 거울 앞에 섰다. 거울에 서린 김을 걷어내자 남자의 퀭한 얼굴이 보였다. 광대뼈가 툭 튀어 나오고 눈이 쑥 들어간 낯선 사람이 거울 속에 들어 있었다. 남자는 가까스로 몸을 움직여 거울에 등을 비추어보았다. 등골이 패고 뼈가 튀어나온 등이 어렴풋이 보였다. 여자가 그 등뼈에 숨어 남자의 등을 하염없이 쓰다듬고 있었다.(1:158) ‘뼈’에 대한 남자의 집착은 그의 일상을 와해시키고 결국 그 자신을 말 그대로 뼈만 남게 만들어 버리는데, 사라진 여자가 등뼈는 말할 것도 없고 광대뼈, 턱뼈, 어깨뼈, 복사뼈까지 유난히 뼈가 도드라졌으며 식성도 특이해서 생선뼈, 닭갈비뼈, 조개껍데기와 같이 뼈에 붙은 살들만을 골라 먹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이러한 남자의 집착은 그녀에 대한 남자의 무의식적 동일시 즉, 사라진 대상을 불완전하게나마 보유하고자 하는 멜랑콜리적 동일시가 빚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사랑하는 대상이 사라지면 누구나 그 대상에 대한 집착을 어느 정도 유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현실적인 요구와 함께 대상에 투자되었던 리비도는 다시 회수된다(프로이트,‘애도와 우울’). 이것이 상실된 대상에 대한 상식적인 ‘애도’의 과정이다. 그러나 상실된 대상에 대한 리비도가 너무나 강해서 현실에서 상실된 대상을 대체할 만한 다른 대상을 찾지 못할 때, 주체는 상실된 대상을 내면화(internalization) 혹은 합체(내적 동일화,incorporation)함으로써 계속 보유하고자 한다(J 버틀러,‘멜랑콜리적 젠더/거부된 동일시’). 결코 재현될 수 없는 상실된 대상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살아 있는 현재로 끊임없이 소환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남자가 가까스로 거울에 비춰본 자신의 등에서 “여자가 그 등뼈에 숨어 남자의 등을 하염없이 쓰다듬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는 환상으로 처리되는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이러한 맥락에서 음미해 볼 만하다.“뼈가 튀어나온 등”은 현재의 환상 속에서 과거의 상실된 대상과 남자가 조우하는 장소로 공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천운영 소설의 인물들은 이처럼 상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그 저항이 지극히 위장된 형태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멜랑콜리적 주체의 성격을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다. 상실로 인한 슬픔이 애도로 승화되지 못한 원인은 무엇보다 이들이 도저한 상실감의 원인이 된 대상에 대해 ‘의식적으로는’ 알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리하여 환상 속에서조차 대상과의 만남이 허락되지 않을 때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난폭한 짐승(2:119)”이 출몰하게 된다. 이 “난폭한 짐승” 혹은,“광포한 짐승” 혹은,“제 속에 든 짐승”은 인물들 특히, 여성인물들을 숨이 차도록 달리게 만들기도 하고, 그녀들에게 무서운 식욕을 부추기기도 한다. 다음을 보라:애도할 만한 죽음이 나타나면 여자 속에 숨은 짐승도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언가 슬픈 일이 일어나기를, 짐승을 다스릴 만한 제물이 나타나기를 여자는 빌었다(‘모퉁이’, 강조 인용자).“애도할 만한 죽음”이 여자 속 숨은 짐승을 사라지게 하고,“무언가 슬픈 일”이 그 짐승을 다스릴 것이라는 저 여자의 내면이 가리키는 것은, 자신의 상실감의 원인이 되는 대상이 앞에 있다면 그 상실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막한 기대이다. 통제 불가능한 내면은 분명 무언가의 상실로부터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상실된 대상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상실된 대상이 눈 앞에 있어 이를 애도할 수 있다면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내면을 잠재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기억-내용은 이미 소실되었으되 기억-감정이 남아 있어 유사한 심리적 기제가 주어지면 어김없이 리비도가 투자된다. 그러나 그 대상이 상실된 바로 그 대상은 아니기에 상실의 흔적은 그녀들에게 애도해야 할 무언가를 끊임없이 요구한다. 애초에 존재하지조차 않았던 남자의 유골을 뿌리러 제주도로 향하는 여자(‘포옹’)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또한 바로 그것이다. 천운영의 소설들에서 누군가의 죽음 혹은 (갑작스러운) 사라짐은 서사를 이끌어 가는 가장 기본적인 모티프이다. 이 작가의 어느 작품을 들춰 보아도 이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명랑’‘아버지의 엉덩이’‘세번째 유방’에서는 할머니가,‘바늘’‘명랑’‘월경’‘당신의 바다’에서는 아버지가,‘바늘’‘멍게 뒷맛’‘월경’‘아버지의 엉덩이’에서는 어머니가,‘숨’‘그림자 상자’에서는 양친부모 모두가,‘등뼈’‘멍게 뒷맛’에서는 여자가,‘모퉁이’에서는 연인이,‘당신의 바다’에서는 남편이 죽거나, 실종되거나, 아무런 예고 없이 주인공 곁을 떠난다. 이러한 상실이 대개 가장 기본적인 삶의 단위인 가족 관계에서부터 발생한다는 것은 이렇게 열거한 목록에서도 금방 포착되는데, 그 중에서도 두드러지는 것은 아버지와 어머니(할머니)의 빈자리이다. 천운영 소설이 가족관계 안에서의 갈등을 그 기본 축으로 하면서도 ‘모퉁이’‘그림자 상자’‘세번째 유방’을 제외하면 형제나 자매를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소설들에서마저도 언니, 오빠, 동생은 화자를, 부모 특히 어머니 곁에 가까이 할 수 없게 만드는 경쟁자로서만 그 의미를 지닌다. 천운영 소설 속 주인공들의 어머니에 대한 집착 혹은 애증은 그 유례를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강렬하다. 최근 한 평론에서는 천운영 소설의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로 ‘부재하는 아버지’가 거론되었거니와(남진우, 앞의 글), 이 논자의 지적대로 무능하고 비루한 아버지의 초상은 이 시대 거세된 남성성의 표상이라 할 만하다. 물론 아버지가 부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로는 그리 특별할 것이 없는지도 모른다.‘부재하는 아버지’는 실로 오랫동안 우리 소설의 한 테마였고,‘아비-부재’,‘아비-찾기’,‘아비-되기’,‘아비-부정’의 기나긴 순환 속에서 우리 소설의 주인공들은 그 정체성의 근거를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존재론적 불안과 함께 지금껏 성장해 왔다고 해도 그리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운영 소설에서 아버지의 죽음, 그 부재의 효과는 말 그대로 그저 ‘없음’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특징적이다. 아버지의 위치가 지극히 주변화되어 있음에도, 이 작가의 소설에 등장하는 아들들에게서는 그에 대한 어떠한 연민도, 이를 복권하려는 의지도, 스스로 가부장으로 전신하고자 하는 충동도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천운영 소설에서 강력한 입법자로서의 아버지란 ‘세번째 유방’의 아버지를 빼고는 찾아보기 힘들며, 심지어 ‘아버지―법’은 “어머니를 닮은 부라보콘”에게까지 자리를 내준다(‘눈보라콘’);“오직 부라보콘만이 내 운명에 관여할 수 있는 존재(1:90)”다.‘∼하지 말라’가 사라진 자리에서, 가위를 든 “이발사” 아버지가 사라진 바로 그 자리에서,‘나’는 어머니를 마음껏 향유하고자 한다.‘눈보라콘’에서 부재하는 아버지는 그러므로 이후 도래할 어머니의 빈자리를 보다 선명하게 부각시키기 위한 하나의 장치에 그치게 된다. 또 다른 남성 주인공이 등장하는 ‘아버지의 엉덩이’에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아버지는 느낄 수 없을 만큼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텔레비전을 본다. 나는 신경질적으로 상을 내려놓고 아버지의 등을 쏘아 본다. 텔레비전 화면에는 쇼핑호스트가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소개하고 있다. 앞치마를 두른 쇼핑 호스트는 크기가 각기 다른 밀폐용기를 쌓아놓고 얼마나 저렴한지에 대해 과장되게 말하며 전화주문을 유도한다.(……) 아버지는 냉장고에 뭐가 들었는지 관심도 없으면서 조금씩 내려가는 숫자판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2:172) 위 장면의 등장인물의 성(性)을 여성으로 치환시켜 놓으면 즉, 아버지와 아들의 식사장면이 아니라 어머니와 딸의 그것으로 바꾸어 놓으면, 우리 눈 앞에 매우 익숙한 광경이 펼쳐진다. 늙은 어머니가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딸이 “상”을 차려 들어간다, 어머니의 모습에 “신경질”이 난 딸은 그녀를 “쏘아 본다”, 텔레비전에서는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선전하는 “홈쇼핑” 프로그램이 한창이다, 어머니는 숫자판에 넋을 놓고 있다. 그러나 이 장면의 주인공은 분명 아버지와 아들이다. 홈쇼핑 중독자인 아버지의 “게걸스런 주문과 반품”이 “외출”로 이어지는 이 소설은 우리가 익히 보아왔던 히스테리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 혹은 홈드라마의 역전된 판본이라 할 만한다. 그러나 이 장면을 언급한 것은 이 시대의 ‘아버지 부재’를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버지는 그렇게 존재한다. 아버지의 ‘엉덩이’라는 발칙한 상상력이 말해 주듯이 다만,‘어머니 부재’로 세계의 중심을 잃어버린 한 “엄마”의 아들로서만, 아버지는 그렇게 존재할 뿐이다. 이 소설의 아버지와 아들, 두 남성 주인공을 움직이는 숨은 작인은 아버지가 아니라 부재하는 어머니이다. 자신의 어머니 묘소 앞에서 “이제 막 탯줄을 끊고 세상에 나온 갓난아이처럼 우는(2:166)” 아버지는 물론이고, 태어나자마자 잃어버린 “따뜻한 자궁(2:167)”을 그리워하는 아들 역시 포도나무 가지에서조차 “침묵하며 나를 바라보는 할머니(2:182)”를 발견한다. 이들 부자(父子)에게 ‘부재하는 어머니(할머니)’는 모성적 초자아(maternal superego)의 형상으로 그녀의 아들들을 조종한다. 남성인물을 움직이는 모성적 초자아의 형상은 ‘숨’에서는 ‘차가운 자궁’의 이미지를 빌려 섬뜩하게 변주된다. 할머니를 설득하는 마지막 방편인 송치를 구하기 위해 주인공 ‘나’가 불법적인 물먹이기를 감행하다가 경찰에 발각되어 도망치는 대목에서, 단속반의 추격을 피해 숨어든 장소가 높이 2미터, 영하 20도의 “거대한 냉장창고”라는 점을 쉽게 지나쳐서는 안 된다. 그 추격의 장면이 마치 사냥의 한 대목처럼 그려지고 있다는 점―할머니가 “육식동물”이라는 점을 상기하자―, 이 발각으로 인해 할머니의 의사를 거스른 미연과의 결혼이 틀어질 위기에 처한다는 점, 그 안에서 ‘나’는 입을 틀어막은 채 “숨을 죽여(1:55)”야 한다는 점 등은 이 냉동고가 ‘나’에게는 공포 그 자체일 수밖에 없는 ‘얼어붙은 자궁’이 물질화된 것임을 암시한다.‘숨’에서 아들을 숨죽이게 만드는 냉동고가 이처럼 은유적 차원에서 자궁의 부정적 이면을 함축하고 있다면,‘행복고물상’에서 그것은 “유산된지도 모르고 보름 동안이나 자궁 속에 죽은 아이를 넣고 다녔던(1:162)” 아내를 빌려 실체화되고 있기도 하다. 자궁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나 자궁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는 천운영의 소설들에서는 빈번하게 출물하면서 작품의 기저음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당신을 둘러싼 바다 밑바닥 같은 어둠”(‘당신의 바다’)과 같은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천운영 소설에서 어둠, 바다는 의미론적인 층위에서 긴밀한 연관관계 속에 놓이는 경우가 흔하며,“깊은 어둠(1:195)”,“어두운 바닷 속으로 깊숙이(1:139)”,“바다 깊숙한 곳(1:156)”,“물 속 깊숙이(1:158)”,“깊은 바다로 침잠(1:136)” 에서와 같이 곧잘 하강 혹은 침잠의 이미지와 함께 나타나는데, 이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 가리키는 최종지점에 어머니―모체―자궁이 자리한다.“탄생 이전의 따뜻한 양수 속으로 돌아가고 있는” 할머니(‘명랑’)나,“태아처럼 몸을 구부리”고 “어머니의 자궁처럼 포근해진 어둠”을 즐기는 아이(‘유령의 집’)는 천운영 소설의 주인공들에서 발견되는 모체―자궁으로의 회귀욕을 보다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천운영 소설에 등장하는 위와 같은 사례들에서 다음과 같은 해석들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무력한 아버지를 대체하는 어머니에게서 아버지-법에 내포된 헤게모니의 일시적인 전복을 읽어낼 수도 있고, 성적 관계의 절대적 방해자로 나타나는 할머니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는 손자의 서사를 아버지―질서의 외부를 꿈꾸는 딸의 서사의 역전된 판본으로 체감할 수도 있으며, 빈번히 등장하는 자궁 회귀욕으로부터 주체―대상의 이분법에 이전하는 원초적 충동으로서의 모체 회귀욕을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위 소설들에서는 그것이 의존성이건, 억압이건, 회귀이건 간에 어머니의 부재가 스토리―시간 내에서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며,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죽음(‘아버지의 엉덩이’)이나 재혼(‘눈보라콘’)을 매개로 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자체로 버려짐이나 내쳐짐의 쓰라린 감각을 동반하지는 않는다. 대상―타자의 상실을 ‘버려짐’으로써 격렬하게 경험하는 인물들은 무엇보다 ‘바늘’‘멍게 뒷맛’‘월경’‘모퉁이’에 등장하는 여성인물들이다. 울음보가 터졌다. 엄마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다락 계단을 기어오르면서부터 나는 이미 울고 있었다. 코피가 나올 것처럼 콧잔등이 매큼해지고 입술은 움찔움찔 울음을 품었다. 엄마는 내 울음소리에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엄마는 뒤도 안 돌아보고 걸었다. 내 울음이 엄마를 돌려세울 수 없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울음을 그칠 수는 없었다.(2:100) ‘모퉁이’는 주인공 ‘나’가 ‘엄마’와 헤어지는 인상적인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장면에서 엄마를 잃어 비통한 한 소녀의 심사는,14줄에 걸쳐 집요하게 서술된다. 마치 그것을 영원한 이별이라 예감하는 듯이 소녀는 줄기차게 울어댄다. 그러나 소녀가 그토록 떠날까봐 전전긍긍하는 엄마는 단지 아빠의 공장에 밥을 가져다주러 나선 길일 뿐이다. 매일 반복되었을 이 일상적인 엄마의 떠남 앞에서 소녀는 한참동안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 심지어 엄마를 자신으로부터 떼어놓는다고 생각되는 존재는 “뱃속의 아이”라도 저주하는 소녀,“엄마가 없으면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악을 쓰고 울었(2:112)”던 그 소녀,“우는 것만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2:105)”이었던 바로 그 소녀는, 성인이 되어서도 “남자”에게는 여전히 “울음소리”로 존재한다.‘멍게 뒷맛’,‘바늘’에서 역시, 어머니와의 이별은 언제나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것이며, 성장한 그녀들이 겪는 모든 상실의 밑그림이 된다. 엄마들은 결국 떠난다. 엄마가 떠난 길목을 바라보며 꼼짝도 못하고 있던 그날을 기억하는 ‘나’(‘바늘’)나, 좋은 옷을 차려 입고 기차에 올랐을 때부터 이미 엄마에게 “버려질 것”을 짐작하고 있었던 ‘당신’(‘멍게 뒷맛’)은, 그런 점에서는 모두 닮은 존재들이다. 이 세 작품에 비해 어머니의 비중이 미미하게 그려진 ‘월경’에서조차, 주인공 ‘나’는 어머니의 화사한 보석함에, 손톱 자른 것, 빠진 머리카락, 상처에서 떼어낸 딱정이와 같이 제 몸에서 떨어져 나온 것들을 모아둠으로써, 뿌리깊은 분리 불안을 드러낸다. 이 소설들에 등장하는 여성 주인공들은 어린시절, 주로 어머니로 대표되는 대상-타자에게 강렬한 애착을 가지고 있었으되, 필연적으로 그 애착이 거부(혹은 금지)됨을 경험한다. 가령,‘모퉁이’에서 그것은 금지의 양상(“엄마의 가슴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엄마는 젖무덤을 헤치는 내 손을 단호하게 뿌리쳤다. 나는 엄마의 매정한 손이 야속했다. 엄마는 내게 동생이 생길 거라고 했다. 동생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나는 되우 맞은 사람처럼 휘청거렸다(2:109)”)으로,‘바늘’에서 그것은 거부의 양상(“엄마가 내민 보자기에는 꽤 많은 돈뭉치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엄마는 스님의 옷을 들고 집을 나섰다.‘나는 그곳으로 가야겠다.’ 엄마가 마지막으로 내게 남긴 말이었다.(1:24)”)으로 전면화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금지/거부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의 욕망은 부인된 형태로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할머니를 갑작스러운 사고로 잃은 뒤 그녀의 뼛가루를 생전의 할머니가 명랑가루 먹듯 맛보는 손녀가 “내 내부에는 언제나 나를 바라보며 침묵하는 그녀가 있다(2:37)”고 고백하는 것(‘명랑’)처럼, 상실이 일어났을 때 상실을 부인하고 상실된 대상의 속성을 취하여 이를 내면화하는 것이 천운영 소설에 등장하는 멜랑콜리적 주체의 생존전략이라고 한다면,‘바늘’과 ‘월경’의 ‘나’는 바로 그 길을 간다. ‘바늘’과 ‘월경’은 각각 그로테스크한 인물 묘사와 도착적인 섹슈얼리티로 인해 발표된 직후부터 유독 많은 평자들의 주목을 받아 온 작품들이다. 이 글의 관점에서 역시, 두 작품은 매우 흥미롭게 읽힌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지점에서 두 소설을 집중적으로 되짚어 보고자 하는 이유는 다음의 몇 가지 단서들로부터 비롯한 것이다. 먼저 두 소설 모두 여성 화자들이 이미 유년기를 통과한 이후임에도 여전히 아동인 것처럼 그려지고 있으며 또한 공히 인물이 비성적인 단계―통상적인 의미로―에서 성적인 단계로 이행하는 순간을 문제 삼고 있다는 점, 인물들은 각각 어머니(‘바늘’) 혹은 아버지(‘월경’)와의 이별을 하나의 트라우마로 간직하고 있으며 이와는 대조적으로 반대성(性)의 부모는 거의 무시되고 있다는 점 등이 그 단서들로, 이로부터 우리는 천운영 소설에 나타나는 도저한 공격성(/도착성)의, 이면(/연원)을 다시금 집약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을 듯하다. 왜냐하면 ‘바늘’과 ‘월경’에서는 여성 주인공들이 어린 시절 겪어야 했던 한 쪽 부모의 상실이 그녀들의 자아정체성의 형성에 결정적인 기제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데뷔작이자 출세작인 ‘바늘’에서는 그로테스크한 삽화가 여러 번 반복해서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다음의 세 장면은 특히 문제적이다;(1)먼저, 죽어가는 새끼고양이. 간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절에서 살던 시절 ‘나’는 “어미고양이의 날카로운 울부짖음(1:20)”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단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새끼고양이를 변기통에 버리고는 그 변기통 속으로 고양이가 자취를 감추는 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2)다음으로, 전쟁기념관에서의 상상. 전쟁기념관에서 ‘나’는 전시된 무기들을 하나씩 꺼내 스님을 공격하는 불온한 상상을 해보지만 스님의 심장이 관통당하고 내장이 갈가리 찢기고 발에서 피가 솟구쳐도, 그녀는 결코 만족하지 못한다.“좀더 강인하면서 잔인한”“엄마가 할 수 있는 그런 방법(1:21)”이 아니었기 때문에.(3)마지막으로, 어머니의 자살 소식 직후 행해지는 육식. 형사로부터 어머니의 자살 소식을 전해 들은 ‘나’는 의연히 수화기를 내려놓고 고기 한 점을 집어 먹으며, 바위에 찢긴 엄마의 모습을 떠올려 보지만 ‘나’의 머릿속엔 “여자의 하얀 알몸만 떠오를(1:31)” 뿐이다;상식적인 수준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행위들이 무대화되고 있는 이 세 장면을 이해하기 위하여, 그러니까 ‘나’의 공격적인 행위의 메커니즘을 해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보자. 첫 번째 장면에 대한 질문 하나. 어미고양이에게서 떨어져 나와 변기통 속으로 빠져 들어간 새끼고양이는 마찬가지로 버려진 ‘새끼’인 ‘나’의 분신과 다름 없을 터. 그렇다면 이 장면은 ‘나’에게 지극한 고통을 유발했을 것임에도 왜 ‘나’는 이를 스스로 자행하며 게다가 “오랫동안” 지켜 볼 수 있었던 것일까? 마조히스틱한 쾌감 때문에?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상실이 곧 결핍을 부른다는 오래된 통념은, 천운영 소설의 인물들 앞에서 수정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자아가 포기된 대상의 심리적 저장고이며 상실된 대상은 구성적 동일시의 하나로 자아 안에 거주하면서 자아와 함께 출몰한다는 사실은 일찍이 프로이트가 ‘자아와 이드’에서 기술한 바 있으며, 버틀러는 그러하기에 사랑하는 대상을 떠나보낸다는 것은 대상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위상을 외부적인 것에서 내부적인 것으로 전이하는 것이라 지적한 바 있다(J 버틀러, 앞의 글). 즉, 상실에 대처하는 멜랑콜리적 전략은 역설적이게도 상실 자체를 무화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나’가 새끼고양이를 변기통 속에 버릴 수 있었던 까닭으로 이미 그녀의 자아 안에, 거부된 애정의 대상으로서의 어머니가, 멜랑콜리적 동일시를 통해 그 자아의 일부로서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시할 수 있을 듯하다. 어머니는 내 안에서 나와 함께, 숨쉰다! ‘나’의 행위에서 ‘나’의 위치와 어머니의 위치가 이중적으로 얽혀있는 것은 이러한 내면화의 결정적인 증거다. 버려짐과 버림을 동시에 구현하는 새끼고양이의 에피소드는 물론이고, 스님을 잔인하게 공격하는 상상이나, 자살 소식 직후의 육식 또한 마찬가지의 메커니즘 아래에서 작동한다. 스님을 공격하는 것은 자신으로부터 어머니를 빼앗아간 존재에 대한 응징이라는 점에서 그 일차적 의미가 있지만, 그 방식은 어머니가 자신을 버렸던 방법 혹은 어머니가 스님을 살해했던 바로 그 방법에는 미치지 못하기에 ‘나’는 그 잔인함에도 불구하고 만족할 수가 없다.‘나’가 공격으로부터 성취하고자 하는 것은 그녀의 내부에서 그녀와 함께 공존하는 어머니의 시선 바로 그것을 체현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고기 한 점을 씹어 삼키면서 찢겨진 엄마의 모습을 상상하는 그녀로부터 우리는, 어머니가 여전히 ‘나’에게는 알몸의 여자로 현현하는 에로틱한 대상이라는 사실을 유추함과 동시에,“상실하기보다는 차라리 조각내고 분해하고 자르고 삼키고 소화하고”자 하는 곧, 대상을 먹음으로써 그 대상을 제 안에서 부활시키고자 하는 멜랑콜리적 식인 행위의 환상(J 크리스테바,‘검은 태양’)의 한 풍경과 마주하기에 이른다. 정신이 아득해져온다. 가슴 한쪽에서 뜨거운 덩어리가 솟구쳐 올라온다. 나는 방으로 뛰어들어간다. 그리고 그가 했던 것처럼 팔을 마구 휘두르기 시작한다. 누구를 향해 팔을 휘둘렀는지 모른다. 푸른 모자가 튀어오른 것 같기도 하고 계집의 찢어지는 목소리를 들은 것도 같다.(1:83) ‘바늘’에서와 같이 유년기를 통과한 이후에도 여전히 아동으로 남겨진 듯한 여성 주인공은 ‘월경’의 ‘나’로 재등장한다.‘월경’의 ‘나’는 스무살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어른과 아이의 경계를 월경(越境)하지 못한 채 바로 그 경계 위에 서 있다.‘나’의 말을 빌리자면 ‘나’의 “몸은 작정이라도 한 듯 자라기를 멈추었다(1:62).” 이 소설의 주된 관심사가 바로 그 경계를 넘어서는 한 순간에 있다는 것은 제목에서부터 암시되는 바다. 그런데 ‘바늘’과 마찬가지로 한쪽 부모의 상실을 초점화하고 있는 이 소설을 전작 옆에 나란히 놓고 따져볼 때 새롭게 부각되는 측면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그 상실이 ‘나’의 젠더 정체성 형성에 개입됨으로써 ‘나’의 젠더 정체성을 매우 불안정하게 구조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월경’에서는, 천운영 소설에서는 이례적으로, 어머니의 떠남이 아니라 아버지의 떠남이 ‘나’에게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나’가 떠나버린 아버지를 하나의 이성으로 욕망하는 것처럼 보이는 대목 또한 수차례 등장한다. 그녀가 아버지를 아버지라 칭하지 않고 ‘그’라고 지칭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인상을 강화하는데,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 소설은 일렉트라 콤플렉스의 천운영식 판본으로 받아들여지기 쉬울 듯하다. 그러나 프로이트에게 이성부모에 대한 근친상간적 욕망과 그 욕망의 금지가 여아에게 여성성을 최종적으로 선사하는 것과는 달리 이 소설에서 ‘나’의 젠더 정체성은 오히려 남성의 그것에 가깝게 드러나고 있어 차별적이다. 즉,“가슴도 가슴이지만 계집의 엉덩이는 정말 탐스럽다. 표주박 두 개를 나란히 놓은 듯 완만한 곡선을 이루다가 툭 불거지는 모습이 여간 아니다(1:70)”라는 구절을 비롯한 소설의 여러 대목에서 나타나듯이 ‘나’는 “은하수 계집”을 성인 남성의 시선으로 욕망하고 있으며, 바로 이 점이 여러 평자들로 하여금 ‘월경’을 도착적 섹슈얼리티가 전경화된 소설로 주목하게 한 주요한 요인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함께 트럭 짐칸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면 온 우주가 우리를 중심으로 돌았고, 별들은 작은 이슬방울이 되어 우리의 배 위에 사뿐히 내려 앉았다(1:63)”에서와 같이 지극히 감상적으로 또 지극히 여성적인 시선으로, 떠나버린 아버지를 기억하고 또 애타게 그리는 ‘나’가 어떻게 동시에 “은하수 계집”을, 그것도 저러한 시선으로 욕망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 이러한 불균형은 작가가 도발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데 몰두한 나머지 그 일관성은 신중히 검토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결함에 불과한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상실한 어머니와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내면화하고자 했던, 그럼으로써 상실로 인한 상처를 무의식적으로 무화하고자 했던 ‘바늘’의 주인공과 마찬가지로,‘월경’의 ‘나’ 역시 상실한 아버지를 그러한 방식으로 제 속에 부활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 즉, 그녀의 자아 안에, 상실된 애정의 대상으로서의 아버지가, 그 자아의 일부로서 공존하고 있다고 말이다.“은하수 계집”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이에 대한 한 근거가 됨은 물론이거니와,‘나‘가 “은하수 계집”을 여러모로 ‘그녀(어머니)’와 견주어 보면서 ‘그녀(어머니)’의 분신처럼 수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가정을 뒷받침해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설의 클라이맥스에 위치하는 사건 곧,“은하수 계집”과 “푸른 모자를 쓴 사내”의 정사장면을 ‘나’가 목격하고 그들을 공격하는 그 사건에서,‘나’가 ‘그(아버지)’의 위치를 그대로 반복함으로써, 과거의 ‘그(아버지)’―‘그녀(어머니)’―“낯선 남자”의 구도를, 현재의 ‘나’―“은하수 계집”―“푸른 모자를 쓴 사내”의 구도로 전이시키고 있다는 점은 그 결정적인 증거로 제출되기에 모자람이 없다. 요컨대 ‘월경’에서 ‘나’는 아버지를 욕망하는 데서, 아버지의 욕망을 그리고 아버지가 욕망할 것이라 추정되는 대상을 욕망하게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바로 이 점이 ‘나’의 젠더 정체성의 혼란을 초래한 근본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메커니즘의 시발점에 현실에서의 상실을 절대로 수락할 수 없는 멜랑콜리적 주체의 내면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읽는 이를 순식간에 포박하는 천운영 특유의 자질 뒤편에 도사리고 있는 상실과 박탈의 어두운 그림자……, 누군가는 사라지고 그 사라짐이 가족 내의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저토록 결정적인 흔적을 남긴다. 그리하여 이 작가에게 가족은 천운영식으로 표현하자면 “거대한 괴물의 아가리 같은 유령의 집(‘유령의 집’)” 즉,‘아가리(구강기)’적 욕구에 충실한 “괴물”스러운 인물들이 집 안을 떠도는 “유령”의 “어두운” 그림자와 씨름하는 전쟁터나 다름없다.“핏줄”과 얽혀진 인간 욕망의 가장 원초적인 그래서, 들여다보고 싶으면서도 그러기에는 두려운 “하수도” 속 같은 “어둠”이야말로 이 작가의 해부 대상인 것이다. 이어지는 ‘유령의 집’의 다음과 같은 대목을 보라;“보이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볼 수 없고 들리는 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그 이면에 삶은 존재하니까요.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으려고 해보세요. 그건 때때로 흥미진진한 일이 될 겁니다.” 천운영이 꾸며놓은 유령의 집을 방문한 독자에게 이 보다 더 친절한 안내가 또 있을까. 천운영은 이렇게 근본적인 상실을 문제 삼는다는 점에서, 그것도 가족 내부에서 끈질기게 문제화한다는 점에서 현재 우리 문단에서는 매우 독특한 존재감을 지니고 있다. 배수아, 백민석 같은 바로 앞선 연배의 작가는 물론이고, 비슷한 연배이며 비슷한 시기에 등단한 정이현이나 김윤영에 견주어 보아도 이는 이 작가 특유의 자질이다. 앞서 살펴본 작품들에서처럼 특히나 천운영은 가족 안에서의 상실을 한 인간을 배태해내는 결정적인 그 무엇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이제 전환을 맞을 때가 온 것은 아닐까.‘늑대가 왔다’나 ‘그림자 상자’와 같은 비교적 근작들에서는 이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파괴적 욕구가 분출되고 있는 장면이 등장한다. 물론 가족이 부여한 운명으로부터의 탈출은 아직 환상 속에서만 가능하고 결국에는 처참한 결말을 맞지만 말이다. 앞으로 이 작가에게 “배꼽을 버리고자 하는(‘그림자 상자’)” 욕구가 앞설 것인지, 아니면 그럼에도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운명론에 더 깊숙이 천착할 것인지, 우리는 이 작가를 계속 눈여겨 지켜볼 필요가 있다. ■ 당선 소감 하루 평균 서른 통 정도의 전화를 받고 또 그만큼의 전화를 하며 두 해를 보냈다. 맞춤법을 묻는 전화부터 부고를 알리는 전화까지. 아무리 사소하게 보이는 일도 누군가에게는 더없이 소중하며 또 누군가의 수고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비로소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문학을 한다는 것 역시 그리 다르지 않은 일인 것 같다. 누군가의 호소에 응답하는, 그러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마음껏 공부할 수 없어 애태우던 나날들이었지만 헛되지 않았다고 믿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부족함을 스스로 잘 알기에 당선은 여전히 실감나지 않는다. 응모한 글에 미덕이 있다면, 그것은 내 공이 아니라 주위 여러분들의 은덕이다. 국문과 은사님들과 조남현 지도 교수님,202호와 326호에서 동고동락했던 선후배 동료들, 이 분들께 더 좋은 글로 보답하고 싶다. 결점이 많은 글을 너그러이 감싸주신 김윤식 선생님과 정과리 선생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한결같이 믿어 주시는 부모님과 언니, 동생, 오랜 벗들에게는 쑥스럽지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고백하건대, 좋은 소설을 쓰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꿈을 나는 아직도 버리지 못했다. 이제는 다른 길을, 그것도 멀리 와버렸다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론 쓸쓸하다. 그러나 약속한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세상을 향한 내 새로운 수화기를 함부로 놓지 않겠노라고. 그것이 지금 주어진 이 지면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길인 것 같다. 이제 겨우 시작이다. ●약력 ▲1976년 대구 출생 ▲서울대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 심사평 이번에도 평론의 기초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대 이론에 대한 지식을 과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설익은 개념들이 횡행하면서 작품을 파괴하거나, 작품과 겉도는 독무를 추는 글이 적지 않았다. 이론이 문학의 이해에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니 배울수록 좋다. 그러나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니 작품 분석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지 못하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경합한 작품은 네 편이다. 김수영의 시를 다룬 정경은의 ‘생활의 뒤란, 시’는 엉뚱한 상상력으로 김수영의 시를 장식해가면서 시의 변주를 다룬 재미있는 글이다. 그러나 그 상상력이 김수영 시의 이해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이장욱과 김행숙의 시를 다룬 송승환의 ‘청동 방패를 바라보는 두 가지 방식’은 동일성의 부정이라는 기본적인 전제 하에 새로운 시의 존재 가능성을 탐색한 글이다. 꼼꼼한 분석이 돋보이고 설득력도 있었다. 오랫동안 시를 써본 사람이라는 짐작이 간다. 다만 구도가 지나치게 단순한 게 흠이었다. 최윤의 세 장편을 분석한 허병식의 ‘진정성의 서사와 주체의 귀환’은 ‘기원의 부재’라는 현대 이론의 신화에 깊이 침윤된 글이다. 그래서 마치 소설이 그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씌어진 것처럼 읽었다. 그것이 약점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주체의 귀환이라는 명제를 끌어낸 것은 글쓴이만의 독창적 사유의 결과이다. 전체적으로는 대상 작품에 들어맞았지만 세목들에서는 무리한 적용이 많았다. 천운영의 소설 세계를 해부한 차미령의 ‘그로테스크 멜랑콜리, 상실에 대응하는 한 가지 방식’은 ‘등뼈’ 이미지를 천운영 소설의 핵심 징조로 보고 그것으로부터 소설의 무의식의 ‘작업’과 변주를 정신분석학적으로 파고든 글이다. 분석과 해석이 요령을 얻고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기존의 상식적인 해석을 뛰어넘으려는 패기가 돋보였다. 마무리를 서둘러 처리했다는 약점이 있었지만 글 전체가 보여준 가능성은 그런 약점을 무시해도 좋게 하였다. 당선을 축하한다. 김윤식·정과리
  • [2005 대전망] 2차 남북정상회담 열린다면…박재규총장·최상용교수 대담

    [2005 대전망] 2차 남북정상회담 열린다면…박재규총장·최상용교수 대담

    2005년 새해 들어 제4차 6자회담이라는 협상테이블을 통해 북한핵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한과 미국 등 관련국들의 줄다리기가 본격화된다. 이와 맞물려 남북간 화해협력 분위기 확산과 평화통일의 기반 조성을 위해 올 한해 남북정상회담에 거는 기대도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서울신문은 신년 특별기획으로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박재규 경남대학교 총장과 주일대사를 지낸 최상용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대담을 갖고 북핵문제 해결 전망과 남북 정상회담을 통한 한반도 평화 기반 정착 가능성을 미리 짚어보았다. 대담은 ‘남북 정상회담에 바란다’라는 주제로 서울 종로구 삼청동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진행됐다. ●박재규 정상회담은 정례화돼야 한다. 지난 2000년 6·15 정상회담 때 조속한 서울 답방과 제2차 정상회담 개최라는 우리의 제의에 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아직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위해서 ‘정상간의 신뢰 구축과 정상회담의 정례화’가 꼭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그 결과 ‘적절한 시기’에 서울 답방이라는 공동선언이 도출됐다. 북한이 응할지, 않을지는 김 위원장의 몫이다. ●최상용 우선 북한이 6·15 합의정신을 지킨다면 언젠가는 성사될 것이다. 정상회담의 정례화는 우선 불신 해소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정상회담 관례화에 따른 불신 해소만 가지고는 만족을 못할 것이다.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결정적 계기를 마련해줘야 후유증이 크지 않다.2005년에도 정상회담의 성사를 위해서는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우선 순위가 돼야 할 것이다. ●박 북핵 문제는 남북한의 문제이면서도 국제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정부는 북핵문제를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위해 지난 2년 동안 꾸준히 노력해 왔고, 그 결과 6자회담이라는 대화의 틀이 형성되고 세 차례의 회담도 가졌다.6자회담의 틀은 갖추어졌지만 실질적인 결실을 위해서는 북·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참가국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지난 2년동안 북한은 체제보존과 김정일 위원장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해왔다. 미국에 체제 보장과 경제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재선되고 집권2기가 출범했는데도 북한의 기존 주장이 지속된다면 미국의 대북압박·제재와 북핵문제의 유엔안보리 상정이라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도 더 이상 환경과 여건을 탓하지 말고 회담에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 북핵문제는 민족문제인 동시에 국제문제다. 우선 민족문제로서, 북한은 체제 존망의 문제이고 남한의 입장에서는 제2의 한국전쟁을 막고 선진 경제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하는 문제이다. 국제문제 관점에서 볼 때는 6자회담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자 협력체제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제1 상대는 미국이다. 미국의 경우 아직 부시 2기 정권의 북한에 대한 정책이 나와 있지 않다. 이라크 총선 결과가 나오고 부시 2기 집행부가 출범하더라도 실질적으로 6자회담의 틀 속에서 북·미 대화도 가능하다. 따라서 2005년 초에는 남북정상회담도 기대하기 어렵고 미국·중국·북한이 다같이 사태의 진전을 주시할 것이다. ●박 주변국의 한반도문제 전문가들은 정상회담이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뿐만 아니라 남북간 화해·협력의 활성화와 평화통일의 길을 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 김정일 위원장과도 친분이 두터운 러시아 극동지역의 대통령 전권대표가 다녀갔는데 핵문제 해결 전이라도 남북한의 사정상 서울과 평양에서 정상회담 개최가 어렵다면 양 정상의 합의에 의해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핵문제가 먼저 해결되고 정상회담이 개최되어야 좀더 성공적인 회담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전했다. ●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맞지만 현실적으로 간단치 않다. 몇가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6자회담에 도움이 되어야 하고 투명성과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 ●박 실패라는 심각한 문제를 머리에 담고 싶지 않다. 실패한다면 무력 충돌의 가능성이 있고 다시 냉전체제로 돌아갈 수도 있다. 김 위원장도 해결이 안 되면 체제 유지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해결방법의 합의 도출에 너무 시간을 허비한다면 북한 경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6자회담이 재개되지 않으면 정상회담을 앞당기는데도 결코 도움이 안 된다. ●최 비관적인 결과를 예상해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나열하고 싶지는 않다.‘조심스러운 낙관’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어렵고 복잡하지만 끝내는 평화적으로 해결이 되리라고 본다. 좀더 확신을 가지고 당사자들이 실천하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합의한 주변의 책임 있는 정치가들이 평화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실패라고 한다면 두가지 가정이 있을 수 있다. 우선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그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이다. 북한이 이를 이용해 시간을 번다는 나쁜 전망을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실제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교섭카드로 끝까지 버티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 정상회담의 가능성과 선택의 폭은 크게 줄어든다. ●박 1차 정상회담 추진은 지난 1999년 연말 현대아산이 주관한 통일농구대회가 열리면서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긴장 완화를 위해 장소와 때에 관계없이 회담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상회담 추진을 위해 의제를 모으면서, 외교채널을 통해서 우리의 준비상황을 미국에 충분히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회담 직후에도 김 전 대통령이 황원탁 당시 외교안보수석을 특사로 미국에 파견해 정상회담의 내용 설명과 북·미 접촉을 권고했다.2000년 조명록과 올브라이트의 상호 방문에 잘 나타나 있다. ●최 21세기 국력은 경제력 못지않게 외교력이 중요하다. 외교기술적으로 ‘사전 협의’와 ‘사후 설명’이 있을 수 있다. 협의해서 금방 긍정적 해답이 예상되는 사항은 사전 협의를 충분히 해야 한다. 그러나 외교사안에 따라서 성실한 사후 설명이 필요한 때도 있다. 세계적 수준의 냉전은 붕괴되었지만 한반도는 냉전이 남아 있다. 냉전 극복을 위한 몸부림이 6·15 정상회담이었다. 정상회담이 정례화됐다면 불신 해소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박 만남 자체의 의미도 크다. 그렇지만 2차 정상회담이 열리게 되면 실질적인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위해 평화공존문제가 논의돼야 한다. 군비경쟁을 완화하고, 군사적 무력충돌 가능성이 높은 북방한계선(NLL)문제를 논의하고,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 문제도 논의해야 한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평화공존 방안이 나와야 한다. 다른 의제는 경제협력이다.2차 정상회담에선 우리의 경제상황을 고려해 장기적인 지원책을 찾아야 한다. ●최 지난 5년 동안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은 데는 북한은 경제문제를, 우리는 핵문제를 최우선 순위로 하고 있다. 북한이 경제문제에서 기대했던 일본인 납치·유골문제로 어려움에 빠져 있다. 경제문제에 관한 한 북한의 당면 관심은 중국과 한국에 있을 것이다. 2005년은 광복 60년, 을사조약 100년이 되는 해이다. 북핵문제를 잘 해결하면 올해는 세계의 시간과 민족의 시간이 일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무엇보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실질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민족 화해와 함께 국민통합이 더없이 중요하다. 정리 구혜영 김준석기자 koohy@seoul.co.kr
  • [日우익 ‘왜곡 총력전’] 왜곡없는 역사책 어떻게

    [日우익 ‘왜곡 총력전’] 왜곡없는 역사책 어떻게

    역사왜곡에 대한 궁극적인 해법은 무엇일까. 학계와 시민단체는 물론, 정치권도 ‘한·중·일 공동교과서 집필’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독일과 폴란드가 2차대전 종전 뒤 공동교과서를 만들면서 독일 교과서는 폴란드에 대한 진솔한 사과를 담았고, 폴란드 교과서는 독일인을 향한 일방적인 폄하를 없앴다. 그동안 역사왜곡을 시정하기 위한 한·일간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 대표적인 예는 한·일 양국간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한·일공동역사연구위원회’다. 이 위원회는 2001년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가 불거지면서 그해 10월 양국 정상간 합의 아래 위원장을 포함한 양국 12명의 학자들로 구성됐다.2004년 5월까지 활동키로 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1년 활동시한을 연장했다. 반면 한·중·일 3개국 시민단체들은 공동교과서를 만드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한국), 중국사회과학원 근대사연구소(중국),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 네트21(일본)간 공동 부교재 제작사업이 그것이다. 개항부터 현대사까지만이라도 공통된 역사서술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모였다. 모두 90개의 테마에 맞춰 1장은 개항에서 1910년대까지,2장은 1920년대까지,3장은 1930년대까지,4장은 현대까지 다룬다. 지난 10월 중국 난징회의에서 최종합의를 마쳤고 세부적인 이견을 정리하고 있다. 내년 1월 최종회의를 마친 뒤 2005년 5월 공식발간할 예정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한계는 있다. 예를 들면 ▲개항과 관련, 중국은 조선을 도와줬다고 하는 반면 한국은 중국이 간섭한 것으로 보고 ▲한국전쟁을 중국은 북침으로, 한국은 남침으로 보는 차이점이 존재한다.▲대동아전쟁 등에 대해 일왕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 ▲난징대학살, 강제동원 등이 어떤 규모였는지 등에 있어서도 여전히 이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충북대 김성보 교수는 “전반적인 사실관계에는 동의하지만 아무래도 범위와 폭, 그리고 해석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원자바오도 야스쿠니 참배 비난

    |도쿄 이춘규특파원|중국 수뇌부가 잇따라 일본측에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중지를 요구하며 직접적이고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중국측의 대일 공세가 어느정도까지 이어질 지 주목된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30일 낮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고이즈미 일본 총리와의 중·일 정상회담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관련,“중국 인민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있다.”고 비판하며 참배 중지를 요구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앞서 지난 22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도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고이즈미 총리와의 회담에서 “일본 지도자의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중ㆍ일간 정치적 장애”라고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직접적 표현으로 강력히 비판했었다. 중국은 지난 2001년 10월 이후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문제삼아 양국 정상간 상호 방문 정상외교를 거부하고 있다.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이날 원자바오 총리가 참배중지를 요구하며 비판했고 고이즈미 총리는 이에 대해 “부전(不戰) 맹세를 새롭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이해를 구했다고 전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또 내년 3월말부터 개최되는 일본 아이치 만국박람회에 맞춰 일본을 방문해달라는 초청을 받았지만 “좋은 조건과 환경에서 방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이를 두고 사실상 거부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쪽이 우세하다. 반면 고이즈미 총리는 중국의 원자력잠수함에 의한 영해침범사건을 거론하며 재발방지를 거듭 요청했다. 그러나 두 정상은 회담에서 양국 경제관계의 발전이나 문화교류 촉진 등에 대해서는 의견 일치를 보았다. 또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조속 재개를 위해 서로 협력한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양국 정상은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이 핵심인 유엔 개혁과 동중국해의 가스전 개발 등에 대해서도 협의했다. 이날 회담은 예정된 25분을 훨씬 넘겨 1시간 동안 진행됐다. 한편 아사히신문이 27∼28일 이틀간 전국의 유권자 1885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계속하는 편이 좋다.’가 38%,‘그만두는 편이 좋다.’가 39%로 엇갈렸다. taein@seoul.co.kr
  • 동남아 수출확대 ‘우회로’ 얻었다

    동남아 수출확대 ‘우회로’ 얻었다

    “지각생이긴 하지만 그런 만큼 열심히 하겠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아세안+3’정상회의 출국에 앞서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런 기조 아래 당초 계획을 앞당겨 성사된 한-싱가포르간 FTA는 정부가 진행중인 22개국과의 동시다발적 협상을 촉진시킬 것으로 보인다. ●의미와 배경 싱가포르와의 FTA를 통한 무역 개선 효과 자체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싱가포르는 거의 대부분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어 단기적 수출 확대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제한적인 효과에도 불구, 정부가 공을 들인 것은 동남아 시장 진출에 있어 교두보 확보 차원에서다. 유럽연합, 북미에 이어 3대 FTA시장인 동남아국가연합(ASEAN)에서 싱가포르는 주력국으로 꼽힌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FTA는 내년부터 본격화할 ASEAN과의 협상에서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동북아 및 동남아 허브를 지향하는 양국간 전략적 연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한-싱가포르 FTA 그 자체에도 의미가 크다. 지적재산권·서비스무역 등 비관세 분야에서 큰 성과가 기대된다. 또한 한국 기업들은 싱가포르 정부 조달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싱가포르는 금융·물류·통신 등 서비스 강국이어서 포괄적인 협력 강화를 통해 한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한편 싱가포르에 거점을 둔 6000여개 다국적 기업과 금융회사의 한국 진출도 활성화할 전망이다. 이번 협정이 무엇보다 의미가 있는 것은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대해서도 남한 제품과 동일한 특혜관세(GSP)를 부과하기로 했다는 점에서다. 개성공단뿐 아니라 앞으로 생겨날 모든 ‘북한의 경제특구’도 이에 포함된다.‘남북거래’가 사실상 ‘민족내부거래’로 인정된 최초의 국제협정인 것이다. 개성공단으로서는 주요한 첫 해외 판로를 확보한 것이며, 이는 향후 다른 나라들과의 협상에서도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개성공단 제품의 판로 확보 사실 개성공단의 성패는 판매시장, 특히 해외 시장의 확보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에 비관적이었다. 원산지 판정기준을 따르자면 미국시장은 대북 경제제재가 해제되지 않는 한 진출이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됐다. 일본과 EU로는 수출은 가능하나 각각 기본세율과 협정세율 등을 적용, 가격 경쟁이 불리한 것으로 나와 있었다. 해외시장 없어 남한시장으로만 제품이 대거 유입된다면 남한은 공급 과잉에 따른 부작용 등이 예상됐다. 북한 내수시장은 협소한 시장 규모, 구매력 부족, 경제난 등으로 물품의 소화를 기대하기 어려웠던 터였다. 일단 해외 판로를 확보한 ‘메이드 인 개성공단’은 장기적으로 선진국 시장을 노릴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 협상 일지 ▲2003.3 서울에서 산·관·학 공동연구회 제1차 회의 개최 ▲2003.7 싱가포르서 제2차 회의 개최 ▲2003.9 서울에서 제3차 회의 개최 ▲2003.10.23 양국 정상간 2004년 타결 목표에 합의 ▲2004.1 제1차 한·싱 FTA 협상 개최 ▲∼2004.11 5차례 공식 협상 및 2차례 실무협상 등 총 7차례 협상 개최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盧대통령·박근혜 대표 25일 회동…대치정국 풀어 낼까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25일 청와대에서 만찬 회동을 갖는다. 박 대표 취임 이후 첫 만남이다. 노 대통령의 초청으로 열리는 이날 만찬회동은 박 대표를 비롯한 여야 5당 대표와 3부 요인이 함께 모이는 자리인 만큼 정기국회 개회 이후 지속돼온 여야간 감정 대립과 난마처럼 얽힌 국정 현안을 풀어내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및 남미 3개국 순방 성과를 설명하고, 북한 핵문제 해결 등 국정 현안에 대한 초당적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입법’문제와 신행정수도 위헌 결정에 따른 후속 대책,‘한국형 뉴딜정책’을 통한 경제활성화 방안, 남북정상회담 추진 여부 등 여야 대치의 원인으로 작용해 온 현안들도 논의될 것 같다. 박 대표는 이번 만찬에서 여야간 정쟁의 빌미가 됐던 노 대통령의 ‘LA 북핵 발언’과 ‘한국의 주도적 역할’에 대한 구상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한 투명한 북핵 해법을 강조할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노 대통령의 ‘LA 북핵 발언’에 대해 한·미 정상간에 인식차가 큰 데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좁혀졌는지 밝혀야 하고 북핵을 풀어가는 과정과 시한에 대해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주도적 역할과 관련,“남북정상회담 추진 여부와 이에 대한 미국의 동의 여부, 남북정상회담의 전제 조건과 진행 절차, 대북 보상 및 원조 규모 등을 상세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국제플러스] 부시, 중국과 협력강화 밝혀

    |워싱턴 외신|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8일 전화통화를 갖고 타이완(臺灣)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날 두 정상간 통화는 부시 대통령이 후 주석의 재선 성공 축전에 대한 답례 형식으로 전화를 걸어 이뤄졌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부시는 통화에서 재임 2기에도 많은 분야에서 양국 협력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고, 타이완 문제에 대한 입장에도 변화가 없을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후 주석은 부시 대통령 재임 이래 중ㆍ미간 협력에 커다란 발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 [사설] 韓·美관계도 새로 시작하자

    부시 대통령의 재선은 한·미 관계를 한 단계 높이는 계기여야 한다.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 양국 관계가 많이 흔들렸다. 앙금은 아직 남아 있다. 부시 행정부가 4년 더 집권하는 게 확실시되지만, 한반도 정책을 그대로 가져가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새 안보공동선언 등 실질적 호혜평등이 이뤄지도록 양국 모두 노력해야 한다. 올 들어 용산기지 이전과 주한미군 감축 등 한·미간 굵직한 안보현안이 일단락됐다. 앞으로는 거시적 관점에서 미래동맹 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양국 정부는 이미 새 안보선언을 논의하기 위한 채널을 설치했다. 새 안보선언을 통해 한반도 안보가 확고히 보장되고, 대량살상무기에 양국이 공동대처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주한미군이 미국의 일방적 국제전략용으로만 개념화되어서는 안 된다. 주한미군 차출에 앞서 협의절차가 필요하다. 방위비분담금을 낮추는 협상에도 미국은 성의를 보여야 한다. 당장의 관심은 북한핵 문제이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6자회담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보상은 없다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6자회담에 나온다면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확신만은 북한에 주어야 한다. 북한은 부시 재선에 극도의 반감을 표시할 것이다. 그럴수록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평화적 해결을 추구해야 한다. 이달 안에 6자회담이 재개되어야 북한핵이 관리되고 있다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줄 수 있다. 한·미 양국은 20일쯤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정상간 만남을 통해 안보뿐 아니라 경제·통상 분야에서도 심화된 협력관계를 구축할 것임을 대내외에 천명할 필요가 있다.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31)양양 동해신묘와 연어잡이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31)양양 동해신묘와 연어잡이

    지극히 좁은 곳에서 산과 바다와 강을 두루 만나는 곳을 고르라면, 서슴없이 양양을 꼽을 만하다. 가을빛이 짙어져 설악산 정상에서부터 단풍이 하산을 시작할 무렵이면 솔냄새 자욱한 산중보배(山中寶貝) 송이가 고개를 내밀어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다시게 한다. 송이는 영물이어서 아무 산에나 나지 않는다. 단풍이 져서 남대천에 잎을 떨구면 동해에는 본격적으로 연어가 올라온다. 계절의 신호는 분명한 것이어서 한 치의 어김이 없다. 송이와 연어가 자연의 순리를 따라서 순회한다면, 남대천변의 동해신묘에는 동해신이 주석하고 있다. 서울에서 정동(正東) 방향인 정동진이 드라마 ‘모래시계’ 때문에 급작스럽게 각광을 받았던데 비해 정작 동해의 중심인 동해신묘(東海神廟)는 아는 이조차 드물다. 역사교육 부재를 논하지 않을 수 없다. 해신(海神) 포세이돈 신전에는 뜨거운 감동을 표하는 한국인들이 정작 자신의 조상들이 모시던 동해신묘에는 무감각하니 그 얼마나 자괴스러운 일인가. 그렇듯 자신의 것을 챙길 줄 모르니 일본이 동해를 일본해(Japan Sea)로 명명하고 전세계에 홍보하는 일까지 벌어진다는 생각도 든다. ●동해의 문화 상징물 1호 양양 남대천변에 동해신묘의 잔흔이 있다. 건물을 복원하여 명색이나마 구비하여 놓았다. 십여년 전에는 허물어진 터전에 부서진 비석 하나만 달랑 서있던 곳이다. 강원도 양양의 동해신사(東海神祠), 황해도 풍천의 서해신사(西海神祠), 나주(지금의 영암)의 남해신사(南海神祠), 그리고 바다가 없어 해신을 모실 수 없는 북쪽에는 강신(江神)으로 함북 경원의 두만강신사, 평북 의주의 압록강사를 모셨다. 남한에는 동해묘와 남해신사 둘뿐인데, 남해신사는 장소가 불명확한 반면 동해묘는 비석이 남아 있어 터전이 확인이 되는 남한땅의 유일한 곳. 읍치 단위나 개별적으로 용신, 해신 등에 제사지내는 신사 굿당 등은 즐비하지만 국가 제사터는 매우 드물기에 이곳이 더욱 각별하다. 동해의 문화적 상징물 1호는 두 말할 것 없이 바로 양양의 동해신묘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이르길 ‘동해신사’에서 춘추로 제사 지낸다고 하였고,‘여지도서’에는 ‘동해묘’가 정전 6간에 신문 3간, 전사청 2간, 동서재 각 2간 등 대단히 큰 규모였음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일찍이 고려사에도 동해신사가 양주(襄州)에 있다고 하였다. 양주는 오늘날의 양양군이니 동해신묘는 최소한 고려시대의 중사(中祠)로 인정받아 마땅하다. 국가에서는 강향사(降香使)를 보내 국가에서 내린 향으로 제를 올리게 하였다. 향을 사르면서 국가적인 운명을 걸고 동해 용왕에게 신탁의 말을 듣듯 장엄한 제례를 봉행하였다. 해신에게 국태민안과 풍농·풍어를 기원하고, 큰 격변이 있을 때마다 신의 노여움을 달랬다. 경종2년(1722)과 영조28년(1752)에 양양부사 채팽윤과 이성억에 의해 각각 중수되었으며, 정조24년(1800)에 어사 권준과 강원도관찰사 남공철의 주장으로 재차 중수되었다. 중수 당시인 1800년에 남공철이 지은 ‘동해신묘중수기사비’가 지금까지 전해진다. 비문에는 바다와 왕이 동급(海輿王公同位)이라고 하였으며, 만물을 윤택하게 하는 것에 물보다 더함이 없다고 하였다. 담장이 쇠락하고 민가가 제당 가까이 들어차 있어 닭과 개소리가 들리지 않게끔 하여 산천제사를 엄숙하고 공경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서울에서 향과 축을 보내어 제를 모시니, 백성들은 해신 보기를 부모와 같이 한다고도 하였다. 동해신묘에 철퇴가 가해진 것은 일제 통감부 시절인 순종2년(1908년) 12월 26일. 명을 받은 최종락 양양군수가 훼철에 나섰으니, 그가 갑자기 죽은 것은 동해신의 노여움 때문이란 전설도 전해진다. 제사(祭祀)와 건물은 사라졌으나 양양의 민중은 여전히 ‘성전터’라 부르고, 신전 일대의 소나무를 ‘동해금송란’이라 하여 일체 손대지 않았다. 국가제사의 단절과 무관하게 민중의 삶 속에서 장기지속적으로 신성성이 이어졌다는 증거이다. ●신묘 부순 군수 갑자기 숨져 훼철 당시에 동해신묘중수기사비는 동강나 개인집에 보관되어 오다가 근년에 제자리를 찾았다. 동해신묘 폐지는 당연히 동해를 일본해로 바꾸기 위한 일제의 전략이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국제적으로 동해 명칭이 문제가 되고 있는 작금의 실정에서 동해신묘는 동해를 고유명사를 사용한 국가적 신전의 역사적 증거물로 내세울 만하다. 현재의 동해신묘 앞에는 현대식 콘도들이 곳곳에 들어섰다. 동해신묘 원형 복원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며 파괴되는 현실을 가슴아파 하는 고경재 양양문화원장은 지형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지금 보는 풍경은 전혀 옛모습이 아니지요. 현재 콘도가 들어찬 동해에서 신전까지 바닷물이 들어와 둥글게 에워쌌습니다. 이곳은 개(바닷가)인지라 글자 그대로 모래를 쌓아서 인공으로 조성한 조산에 신전을 세우고 둘레에는 해자처럼 바닷물을 돌게 하였지요. 장관이었습니다.” 지명도 조산동이다. 규장각에 있는 옛지도에서 신묘를 둥글게 굽이도는 바닷물을 확인할 수 있다. 오늘의 양양시내까지도 바닷물이 들어 왔으니 바뀌어도 엄청 바뀌었다. 동해 바닷물이 넘실대는 신묘가 전승되었다면 동해안 최고의 명소가 되었음직하다. 말하자면 국가적 해상신전이었던 셈인데 문화재청에서는 신경도 쓰지 않는 눈치다. 동해신묘에서 굽어보이는 지근거리가 남대천 하구다. 낙산대교에서 바라보면 바다와 강이 만나는 모래톱이 푸른색과 흰색으로 묘한 대조를 이룬다. 모래톱에서 한창 연어를 낚고 있다. 남대천에는 지금 연어떼가 올라오고 있다. 멀리 태평양을 돌고돌아 험난한 여정을 끝내고 돌아오는 연어의 모천회귀는 너무도 많은 이들이 노래한지라 재론이 불필요할 것이다. 올해에도 10월23일부터 어김없이 연어축제가 열려 호기심을 자아낸다. 동해신묘에서 다리를 건너 연어연구의 메카인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의 연어연구센터를 찾았다. 연구센터의 주 임무는 치어방류. 양양 남대천 앞바다는 물론이고 DMZ 남강에까지 방류, 연어를 통한 통일문화 형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연어는 왕연어 홍연어 은연어 곱사연어 시마연어 등 종류도 다양한데, 우리나라에 회유하는 연어는 아시아 전역과 서부 베링해에 분포하는 아시아계군(Chum salmon)이다. 방류된 치어는 북해도를 거쳐 베링해와 북태평양에서 성장한 뒤 회유해 2∼5년 후에 동해안으로 되돌아와 산란한 뒤 생을 마친다. 연구센터에서는 고성의 명파천으로부터 북천 남대천 연곡천과 남해안의 남강 섬진강에 이르기까지 넓은 지역에서 어미 포획과 치어 방류사업을 펴고 있다. 이채성 연어연구센터장은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들려준다.“송어와 산천어는 동일종입니다. 하천에만 머무는 놈이 산천어이고, 바다에 나갔다 오면 시마연어가 되지요. 먼 바다를 순회하고 돌아오는 놈은 대부분 암컷인데 강으로 되돌아와서 산천어를 만나 결혼하게 됩니다.”다른 놈은 암수가 같이 바다로 나갔다 오는데 유독 시마연어만은 암컷 홀로 회유에 나선다. 이 문제는 일제시대에 수산시험장에서 15년간 어류양식의 초석을 닦은 우치다(內田惠太郞)가 가장 고민했던 문제이기도 하다. 산천어와 연어의 논란 많은 논쟁을 종식시킬 만한 연구 성과다. 서유구의 ‘전어지’에 ‘송어는 주로 동북의 강과 바다에서 나는데, 생긴 모양이 연어와 비슷하며 살이 많고 맛도 일품’이라고 적은 기록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는 순간이다. ●연어는 선사인들도 즐겨 먹어 붉은 색으로 변한 하천 연어는 맛이 없다. 산란으로 기력이 쇠진한 상태이기 때문. 반면에 은빛의 바다연어는 맛이 좋아 먹을거리로 이용되는 연어는 대부분 정치망으로 잡아올린 것들이다. 수온변화 등으로 회귀량도 당연히 줄고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치어방류량을 늘리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닐성 싶다. 국립수산과학관 수자원관리조성센터의 정달상 박사는 어란을 소수의 샘플에서만 채취해 치어를 만듦으로써 빚어지는 ‘연어 근친상간’의 생태적 비극을 경고한다. 돌아오는 연어의 양도 중요하지만, 부모-자식, 언니-동생 같이 같은 종의 ‘인공연어’만이 지배하고, 실제의 자연연어는 내몰려 결국 종다양성이 깨지고 마는 문제까지 예상해야 하는 문제 아니겠는가. 바다에 신이 있다면, 해신의 ‘보이지 않는 손길’은 바로 이러한 종다양성까지 지켜보고 관장하는 것이 아닐까. 연어는 선사시대부터 인류가 선호한 어류였다. 남대천변에는 이른바 오산리유적이라는 선사시대의 중요한 유적이자 생태환경의 보고인 쌍호가 있다. 이곳에서는 엄청난 선사유물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 중 커다란 낚시바늘이 눈에 띈다. 석호(潟湖,lagoon) 인근에서 살던 선사인들이 연어 등을 낚는데 쓰였으리라. 그네들은 연어를 날로 먹고, 구워 먹고, 말려서 갈무리해 두었다가 먹기도 했을 것이다. 오산리 포구를 찾아가니 선사 이후 수천년 뒤의 후예들도 해풍에 연어를 말리느라 정신들이 없다. 북미 인디언들의 연어잡이와 흡사한 삶이 한반도에서도 지금껏 이어지고 있으니, 남대천변의 해양문화적인 삶은 국제 공통문화의 또다른 사례 아닌가. 더 나아가 쌍호의 선사문화가 암시하는 석호의 해양문화적 중요성에 더해 남대천의 연어를 굽어보는 동해신묘까지 있으니, 해중보배(海中寶貝)의 땅이 바로 남대천변의 기수대가 아닐까 싶다.
  • 盧대통령 “기업들이 잘해 한국이 큰다”

    盧대통령 “기업들이 잘해 한국이 큰다”

    |호치민 박정현특파원|“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 노무현 대통령이 11일 호치민 시내 숙소인 쉐라톤호텔에서 교민들에게 한 즉석 연설 내용이다.노 대통령은 “베트남 정부가 한국 손님을 중요하게 다루고,여러 가지를 우선적으로 배려해 각별히 대우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이게 제가 잘나서 그랬겠나.모두 국민들이 한 결과다.”라고 순방과정에서 느낀 감동을 전했다. 노 대통령은 베트남 지도자들과 유럽연합(EU) 대표들이 한국의 발전 원동력을 물으면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이라고 대답한다고 소개하면서 거듭 “국민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노 대통령은 앞서 이날 하노이를 출발하기 전 가진 조찬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과 인도·베트남 국빈 방문을 결산하면서 “한국은 세계에서 아직도 많은 기회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이런 희망의 바탕에는 우리 기업이 있다는 게 노 대통령의 생각이다.노 대통령은 “우리 기업들이 참 잘 하고 있고,너무 잘 해서 (상대국에서)미움을 받지 않을까 걱정할 만큼 잘 하고 있다.”고 기업을 한껏 치켜세웠다.러시아·인도 방문에 이어 세 번째 펴는 기업 예찬론이다. 대통령은 이런 기업들의 애로와 장애를 챙겨서 점검하고 정상회담에서 풀어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노 대통령은 “정상회담은 (기업에서)진행되고 있는 사항들 가운데 조금 더딘 것을 챙겨주고,매듭지으면서 새로운 과제들의 방향을 설정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지원의 밑바탕에는 정상간 신뢰가 깔려 있다.노 대통령은 지난 8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회담에서 “깊은 얘기를 나눌 시간 여유가 없었지만 사이가 아주 좋아졌다.”면서 “동양의 지도자는 보통 자세가 빳빳하게 굳어지는데,슈뢰더 총리와는 얘기하면서 편안했다.”고 밝혔다.찬 둑 루옹 베트남 국가주석은 헤어질 때 작별선을 넘어와서 송별인사를 하면서 친밀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좌파이면서 좌·우파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슈뢰더 총리는 “진보와 보수진영 양쪽에서 공격을 받고 있다.취임 후 치른 지방선거에서 번번이 졌다.”고 말했다고 노 대통령이 전했다.‘동병상련’의 심정이라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jh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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