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참사 부실행정 탓” 여야 한목소리/13일 상임위(의정초점)
◎“대형사고 책임자 중벌 근거 마련을”내무위/“「문서변조」 계기 외무행정 개선해야”외통위
○내무위
13일 국회 내무위에서는 삼풍백화점 붕괴참사를 놓고 허술하기 이를데 없는 정부의 구조구난체계가 도마위에 올랐다.
여야 의원들은 먼저 이번 사고 초동단계에서 드러난 지휘계통의 혼선,현장통제 실패,우왕좌왕한 구조활동,지원부처와 구조대의 공조체제 부실,병원 및 교통 통제에서의 문제점 등을 놓고 『거의 무정부 상태』라고 규정하며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주문했다.
특히 『이번 사고가 삼풍측의 잘못에서 비롯됐다고 하더라도 감독기관과 관련 공무원이 원리원칙대로 공무를 집행했다면 대형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고 한목소리를 내면서 공직사회의 비리근절대책을 집중 추궁했다.
의원들은 또 정부가 제출한 재난관리법을 『졸속입법』이라고 성토하며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졌다.김용태 내무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성수대교 사고이후 준비해왔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내무부 보고자료에 삼풍사고 실종자가 2백명으로 적혀있다가 정작 보고 때는 4백12명으로 수정한 데 대해 집중적으로 따졌다.민자당의 김영광·남평우,민주당의 김옥두·정균환·장영달·박실의원 등이 차례로 발언권을 얻어 부실행정의 표본으로 몰아세웠다.『실종자가 갑자기 두배로 늘어난 이유가 무엇이냐』는 추궁에 김장관은 『서울시가 아침에 보고해 온 대로 밝힌 것』이라고 말할 뿐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해 곤욕을 치렀다.
민자당의 남평우·김길홍 의원 등은 『잇따른 대형사고로 인해 사회가 위기를 맞고 있는데 정부는 사고 때마다 사과만 할 것이냐』고 비난하고 생존자 구조활동에 총력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민주당의 김옥두·이원형·김종완의원 등은 『현정권은 통치부실·공사부실·안전부실 정권이며 사고공화국·부실공화국·안전불감공화국』이라고 주장했다.
민자당의 김형오·박희부의원 등은 『성수대교 붕괴뒤 총리직속으로 발족된 중앙 안전점검 통제단이 허구임이 드러났다』고 지적하며 ▲대형참사 관련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근거 마련 ▲구조체계의 일원화 ▲장비의 확충 및 현대화 ▲「재난관리본부」설치 ▲응급체계의 일원화 등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김장관은 『미군 인명구조장비를 투입해 생존가능 예상지역을 중점수색하고 전국 소방서 가용 구조인력인 3백31명을 추가로 투입해 인명구조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김장관은 이어 『재난발생 때 현장지휘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관할소방본부장이 각급기관 요원을 지휘토록 하고 긴급구조구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한편 선진구조기술을 꾸준히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무통일위
13일 열린 국회 외무통일 위원회에서는 「지방자치선거 현황보고」 전문의 변조·유출 사건을 둘러싸고 고소·고발전을 벌이고 있는 외무부와 민주당,그리고 민자당이 세갈래로 나눠져 논전을 벌였다.
민주당은 외무부가 전문을 변조했다는 주장을 계속했지만,지방자치선거 전후보다는 강도가 눈에 띄게 낮아졌으며 문제의 핵심인 변조나 유출과정보다는 공로명 외무부장관의 관리책임등 주변적인 문제에 추궁의 초점을 맞췄다.
뉴질랜드에서 문서 변조·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최승진 전 뉴질랜드대사관 외신관을 만나고 돌아온 민주당 「진상조사단」의 남궁진의원은 ▲대사관의 전문 수신 시스템으로 본부가 보낸 전문의 변조가 쉽게 이루어지며 ▲외무부 본부의 컴퓨터 송신 시스템으로도 전문변조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이번 사건은 통신체계의 흐름 때문에 나타난 것이므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종찬의원은 『외무부에서 생산된 문서인데 우리가 어떻게 진위를 가리는가』라고 민주당이 사실상 변조된 문서를 공개해 혼란이 일어났음을 시인하고 『해외공관에서 외교관들이 집단행동을 하는 것이 옳은 일이냐』고 미국·일본 대사관등이 이 사건과 관련,집단성명을 낸 행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민주당 이부영 의원도 『최씨는 지난 87년 공문서 위조혐의로 실형을 받았는데 어떤절차를 거쳐 국가기밀문서를 다루는 보직에 재임용됐는가』고 따지고 『문서유출 사실을 안뒤 관계규정에 따라 안기부에 통보했는가』고 물었다.
민자당은 민주당과 외무부를 모두 공격하는 양비론적 태도를 보이며,최씨를 하루속히귀국시켜 사법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민자당의 이해구 의원은 『문서변조 사건을 계기로 우리의 외무행정체계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한편으로는 이런 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풍토도 개선돼야 한다』고 민주당측의 정치공세를 비난했다.
민자당 유흥수 의원도 『최씨의 허위 양심선언으로 국가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고 한탄하고 『관련자료를 검토해볼 때 최씨가 범인이라는 사실이 확정적이므로 하루빨리 소환해서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답변에 나선 공로명 장관은 외무부 문서수발 체계등을 설명하며 외무부가 문서 변조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사건의 전말을 밝히기 위해 최씨를 조기 귀국시키는데 필요한 외교적 조치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