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 스트레스 장애/대형참사 뒤끝의 ‘정신질환’
◎‘과거의 충격’ 회상하며 불안·공포에 시달려/증상 나타나면 곧바로 정신과서 치료해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신체적인 외상이나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뒤 생기는 정신과 질환이다.
크게 보면 ‘불안장애’의 하나로 월남전 당시 병사들에서 발견된 증후군이 대표적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95년 6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 일반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226명의 사망자를 낸 이번 대한항공기 괌 추락 참사같은 비행기사고나 건물붕괴,산업재해,그리고 홍수,폭풍,지진 등 천재지변에 의한 재난을 겪은 사람이 걸리게 된다.폭행,강간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으로도 발생한다.
쉽게 감지되는 첫번째 징후는 사고 당시 절박했던 상황에 대한 느낌을 반복적으로 갖게 되는 것.
생생한 기억을 통해 과거의 일을 똑똑히 회상하며(플래시백·flashback)고통을 되새기게 된다.
두드러진 특징은 잠을 잘 못이루면서 온순하던 사람이 갑자기 짜증을 내기 시작하고 두통과 우울증에 빠지는 것이다.주의집중을 못하고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게 있거나 악몽에 시달리고 불안과 공포에 떤다.
심하면 환청등의 증상을 동반하며 충동적 행동을 하거나 약물이나 술에 의존하게 된다.
우울,불안증상은 여성에게서,알코올 남용,적개심 표출은 남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심하면 자살 등 심각한 사고후유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런 증세들은 대개 사고 발생 일주일 후부터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학계에서는 이런 증상이 한달 이상 지속돼야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라고 한다.증상이 한달 미만일때는 ‘급성 스트레스 장애’라고 부른다.
증세는 외상의 정도보다는 환자가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미혼에다 직업이 없고,교육정도가 낮을수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걸린 비율이 높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열살이 안되는 어린이나 노인일수록 증세가 심하다.
치료는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를 함께 한다.약물치료는 우울증,불안증,수면장애등 정신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사용한다.
정신치료는 환자를 안심시키고 흥분된마음을 풀어주는 노력이 우선이다.
이번 대한항공기 사고의 생존자라면 ‘나만 살아났다’는 죄책감을 떨치게 하면서 하루빨리 악몽의 순간을 잊도록 해줘야 한다.
치료에 착수하는 시기가 빠를수록 회복속도도 빨라진다.
특히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환자를 치료하는데는 가족이나 친구의 도움이 중요하다.
나이에 따라 치료법은 조금씩 다른데 어른의 경우,가족,친구,이웃들과 대화를 통해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을 갖도록 해야 한다.
어린이라면 공포감을 덜어주기 위해 현재 안전한 상태임을 주지시키는 일이 필요하다.살아남은 사람들끼리 모임을 갖고 대화를 갖는 것도 치료에 도움이 된다.
고대 안암병원 정신과 이민수 교수(029205505)는 “보통 끔찍한 대형사고를 겪은 사람들의 20% 이상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외상후 장애로 인한 후유증은 개인에 따라 평생에 걸친 불행이 될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