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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중생]윤석열 정부 위기의 경찰 “가오마저 빼앗겼다”

    [취중생]윤석열 정부 위기의 경찰 “가오마저 빼앗겼다”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야,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자존심을 뜻하는 속어)가 없냐.” 4년 전 ‘미디어에 비친 경찰의 모습’이란 주제로 경찰 대상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설문에 참여한 전국 경찰관 540명 중 192명(35.6%)이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 속 대사로 영화 ‘베테랑’ 주인공 서도철(황정민 분) 형사가 동료 형사에게 건넨 이 한마디를 꼽았습니다. 사기가 떨어질 때마다 이 대사를 생각하며 초심을 붙잡는다는 경찰관도 있었습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직업적 자부심을 잃지 않으려는 경찰관들의 다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최근 벌어진 일련의 상황은 경찰에 큰 상처를 남긴 듯 합니다. 경찰청장 후보군인 치안정감 승진 후보자들이 행정안전부 장관과 면담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존심 상한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치안정감 바로 아래 계급인 치안감들은 지난 21일 밤 기습 인사 소식을 듣고 갑자기 방을 빼야 했습니다. 새로운 발령지로 가는 데 단 하루의 여유도 주지 않았습니다. 이마저도 인사가 2시간 만에 번복되면서 혼란이 커졌습니다.이를 두고 책임 공방이 벌어졌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경찰을 향해 ‘국기문란’이란 표현까지 썼습니다. 지난 2월 대선 후보 시절 대한민국재향경우회를 찾아 “대통령이 되면 경찰청장의 장관급 직급 상향은 반드시 하겠다. 공직 생활할 때에도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던 윤 대통령이 맞나 싶을 정도로 경찰에 강력한 채찍을 든 셈입니다. 인사 명단이 뒤바뀐 것과 관련해 경찰청과 행안부 설명이 엇갈려 여전히 의문점이 남아 있는 상황인데도 윤 대통령이 성급하게 행안부 편을 든 게 아니냐는 서운함도 읽힙니다. ‘검찰총장 패싱’ 논란이 불거진 검찰 지휘부 인사에 대해선 “우리 법무부 장관이 잘 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경찰에 대해선 “어이 없다”고 해 13만 경찰 조직에 대한 사기를 꺾었다는 불만도 감지됩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비대해진 경찰권에 대한 통제 차원에서 정부가 기강 잡기에 나섰다는 해석도 있지만 그렇다 해도 경찰관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인 “가오마저 빼앗을 필요가 있느냐”는 것입니다.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행안부가 경찰 통제에 시동을 걸었다는 점입니다. 과거 내무부 시절 치안본부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나오는데도 정부의 추진 속도는 거침 없습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지시로 구성된 자문기구인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는 딱 4차례 회의(5월 13·20일, 6월 3·10일)만에 권고안을 내놨습니다. 두 번째 회의가 끝난 뒤에도 “아직 의제가 구체화된 상태는 아니다”, “언론이 너무 앞서간다”, “6월 말~7월 초 마무리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는 얘기가 자문위원들 사이에서 나왔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네 번째 회의가 마지막이 됐습니다. 장관 지시 이후 위원을 위촉한 속도만큼이나 권고안도 빛의 속도로 만들어 졌습니다. 예상대로 권고안에는 행안부 내 경찰 지원 조직을 신설하고,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 규칙을 제정하는 등 경찰의 정치적 중립·독립성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내용들이 나옵니다. 권고안 도입 부분에는 “행안부 장관의 역할이 사실상 매우 형해화돼 있어서 경찰의 민주적인 관리·운영이 미흡한 실정이고 그에 따른 문제는 국민의 피해로 귀결될 수 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국민이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행안부 장관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해석됩니다.자문위 권고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행안부 장관에 권고를 하면 장관이 수용할 지 검토를 하게 됩니다. 경찰청은 권고안이 발표된 21일 “장관이 경찰을 직접 지휘하는 관계로 변화하는 것은 30년 간 이어 온 경찰 제도의 정체성과 근간을 바꾸는 것으로 국민, 전문가, 현장 경찰관 등 다양한 의견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총경급 인사 중 처음으로 1인 시위에 나선 박송희 전남 자치경찰정책과장도 지난 2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 달 만에 4차례 회의를 거쳐 나온 권고안에 얼마나 깊이 있는 고민을 담았을지 의문”이라며 “민주적이고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앞으로 100년 이상까지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을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23일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 문제와 관련해 “치안이나 경찰 사무를 맡은 내각의 행안부가 거기(경찰)에 대해 필요한 지휘 통제를 하고, 독립성이나 중립성이 요구되는 부분에 대해선 당연히 헌법과 법률에 따라 원칙에 따라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발언하면서 행안부의 권고 수용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입니다. 윤 대통령의 강력한 발언 이후 구심점을 잃고 흔들리는 경찰은 최대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차기 경찰청장 후보자가 지명되면 다시 예전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을까요. 경찰직장협의회도 권고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는 상황이 다를 것이란 얘기도 있습니다. 행안부 장관이 경찰을 관리하고 싶다면 오는 28일 언론에 권고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전에 경찰청장을 만나 경찰 입장부터 진정성 있게 듣는 게 우선일 것입니다.
  • [씨줄날줄] ‘포청천’ 조순/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포청천’ 조순/박현갑 논설위원

    콘크리트 구조물로 가득한 도시에서 시민의 쉼터인 공원은 허파나 다름없다. 미세먼지를 흡수하며 공기를 정화하고 열섬화 현상도 덜어 준다. 뉴욕, 파리, 런던 등 외국의 대도시에는 이런 도시공원이 곳곳에 있다. 서울의 경우 1999년 만들어진 여의도공원이 도시계획에 따라 조성된 대표적 도시공원이다. 검은 아스팔트를 걷어 내고 녹색 쉼터로 꾸미면서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순 민선 초대 서울시장의 작품이다. 조 전 시장은 강동구의 빠이롯트 공장 부지, 영등포구의 오비 맥주공장 부지도 공원으로 만들고 남산 외인아파트도 철거해 남산 모습을 살려 냈다. 이후 서울은 시장이 바뀔 때마다 굵직한 공원이 하나둘 생기면서 아름다운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후임인 고건 전 시장 때 상암동의 노을공원·하늘공원이 들어섰고. 서울숲(이명박), 북서울꿈의숲(오세훈)으로 이어지고 있다. 어제 조 전 시장이 별세했다. 그는 ‘조순 학파’를 이룰 정도로 경제학계의 거목이었다. 제자이자 국무총리를 지낸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과 함께 지은 ‘경제학 원론’은 1990년대 경제학도의 필수 교재였다. 육군사관학교에서 영어 교수요원으로서 가르친 생도 중 한 명인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1988년 경제부총리로서 토지 공개념 도입을 주도했고, 1992년에는 한국은행 총재도 했다. 1995년 아태평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설득으로 민선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 정치권에 데뷔했다. 당시 대만 드라마 ‘판관 포청천’의 주인공처럼 하얗고 짙은 눈썹 덕분에 ‘포청천’, ‘산신령’ 등으로 불렸다. 초대 민선 시장이었으나 취임식을 앞두고 삼풍백화점이 완전히 무너지면서 취임식도 생략한 채 사고 수습에 나서야 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안전한 서울’, ‘시민 제일주의’를 강조했다. 남산 1, 3호 터널을 오가는 1~2인승 승용차에 부과하는 혼잡 통행료도 도입했다. “정치권에서는 미디에이터(중재자), 정부 내에서는 코디네이터(조정자), 국민에게는 내비게이터(방향키) 역할을 해야 한다.” 정치인과 관료를 두루 경험한 고인이 제자가 국무총리가 됐을 때 당부한 말이다. 지금도 이 말은 유효하다.
  • [취중생]가볍게 차 한 잔?…제청권 앞세워 경찰 견제 나선 행안부

    [취중생]가볍게 차 한 잔?…제청권 앞세워 경찰 견제 나선 행안부

    치안정감 후보자 ‘사전 면접 논란’경찰 인사 전면에 나선 행안부 장관“모르는 분들이라 직접 만난 것”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장관님이 뵙자고 하십니다.” 얼마 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 치안정감 후보자들을 따로 만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전 면접 논란’이 일었습니다. 승진자 중 한 명은 “가볍게 차 한 잔 했다”고 말했습니다. 관행대로 치안정감 인사를 앞두고 행안부 장관이 직접 승진 대상자들을 만났다면 ‘의례적인 만남이겠거니’ 할 수 있겠지만 장관이 먼저 대상자를 부르는 건 흔치 않은 일입니다. 장관의 갑작스러운 부름에 지역 치안을 책임지는 지방경찰청장들은 장관과 가볍게 차 한 잔 하러 그날 하루 관할지를 벗어나야 했을 것입니다. 이번 치안정감 승진자 6명 중 3명은 지난 9일까지 각각 울산(울산경찰청장), 전남 무안(전남경찰청장), 경북 안동(경북경찰청장)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행안부 “임명 제청을 위한 충실한 역할 수행” 행안부 대변인실은 지난 8일 언론 보도로 사전 면접 논란이 불거지자 오후 늦게 “경찰청 간부의 적합한 후보를 제청하는 것은 행안부 장관의 역할이자 책임”이라면서 “이번 치안정감 후보자를 만난 것은 행안부 장관으로서 임명 제청을 위한 충실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함”이라고 설명자료를 냈습니다.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은 경찰청장 추천→행안부 장관 제청→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용한다는 ‘경찰공무원법’도 꺼내들었습니다. 법상 문제가 없다는 취지인데요. 그동안 행안부 장관이 승진 대상자를 만나지 않고 제청을 한 것은 충실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얘기일까요. 한 정부 관계자는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제청이라는 게 중매쟁이인데 중매쟁이가 만날 사람 얼굴도 안 보고 중매서는 거 이상하지 않나요. 만약 여태까지 (면담이) 없었다면 그게 더 잘못된 거 아닐까요.” 그동안 제청이 형식적 절차에 그쳤다면 이제는 법상 명문화된 제청을 하나의 권한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치안정감 인사, 퇴임 앞둔 경찰청장 의견 반영됐나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제청의 실질화 못지 않게 제청 이전의 절차인 ‘경찰청장의 추천’도 경찰의 독립성·중립성 차원에서 중요한 부분인데 과연 이번 치안정감 인사 때 현 경찰청장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됐을까요. 경찰청장이 새로 취임하기도 전에 이례적으로 치안정감 인사를 내면서 퇴임 앞둔 경찰청장에게 추천을 받았을까요. 행안부 장관이 어떤 식으로 대상자들 명단을 받아 이들을 불러 만났는지 궁금한 대목입니다. 검찰청법을 보면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 의견을 들어 검사 보직을 제청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 규정에 따라 법무부 장관은 인사 시즌이 되면 검찰총장과 서울의 모처에서 만나 의견 청취를 했습니다. 그런데 2020년 1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첫 검찰 고위 간부 인사 때는 법무부와 검찰이 “총장 의견을 달라”, “인사 명단도 없는데 어떻게 의견을 내느냐”며 서로 충돌했습니다. 당시 검찰은 총장의 의견 청취 절차를 형식적으로 밟는 것에 대해 반발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때 검찰총장이 지금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됐습니다. 조직의 수장이 자신의 조직 내 인사와 관련해 의견을 낸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현 대통령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상민 장관이라면 이번 치안정감 인사에서 실질적 제청을 넘어 ‘경찰청장의 추천’ 과정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살펴보지 않았을까요.●“경찰청장 후보, 필요하다면 보겠다”…잘못된 신호 우려 이 장관은 사전 면접 논란 바로 다음날인 9일 경찰청을 찾았습니다. 장관 취임 후 상견례 성격의 격려 방문이라는 게 경찰청 설명이지만 방문 시점이 묘합니다. 이날은 치안정감 교체로 주요 지방경찰청장 이임식이 있던 날입니다. 상견례 성격이라면 치안정감 후보자들과 먼저 차 한 잔 하기 전에 현 경찰청장과 먼저 차를 마시는 게 순서 아니었을까요. 이 장관은 이날 사전 면접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 제청에 앞서 (제가) 모르는 분들이라 서류로만 판단할 수 없어서 직접 만나 얘기를 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찰청장 후보군에 대해 추가로 면접을 볼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필요하다면 (면접을) 보겠다”며 “자질도 달라야 하고 대상도 다르다”고 했습니다. 현행 경찰법은 경찰청장의 경우 국가경찰위원회의 동의→행안부 장관 제청→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습니다. 행안부 외청인 경찰의 독립성을 보장하면서도 민주적 견제·감독을 위해 만든 경찰위원회가 1차적으로 경찰청장 후보에 대해 ‘동의’를 하는 구조로 여기서 면접을 보는데 이 장관 설명대로라면 자신도 면접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경찰 내부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습니다. 행안부 장관에게 잘 보여야 청장이 될 수 있다는 식으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국회 책임 방기 안 돼…“지금이 경찰위원회 강화 기회” 경찰위원회가 제대로 경찰을 견제할 수 있게 하는 게 행안부 역할인데 이렇게 되면 행안부 장관이 오히려 경찰위원회의 힘을 더 빼는 게 될 수 있습니다. 뒤늦게 경찰위원회는 2015~2018년 제9기 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김정식 순천향대 법과학대학원장을 위원장으로 한 ‘경찰 민주성 강화 자문단’(가칭)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이 현재의 분위기를 역전시킬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제라도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법적 기구인 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국회가 책임을 방기하면 정부는 권한이 확대된 경찰을 통제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쓸 것입니다. “지금이 경찰위원회 기능을 강화할 기회다. 행안부를 통한 경찰 견제는 30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취중생]경찰 ‘고위직 인사’에 담긴 메시지...경찰 통제 강화되나

    [취중생]경찰 ‘고위직 인사’에 담긴 메시지...경찰 통제 강화되나

    “깜짝 놀랐다” “어느 정도 예상했다”예고없는 치안정감 인사에 경찰 ‘술렁’7명 중 5명 교체...1~2명 잔류할 듯쇄신 방점 찍힌 인사에 충격파 상당행안부 ‘경찰 통제’ 논의, 적절성 논란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왜 5명일까. 숫자에도 메시지가 담긴 것 같다.” 경찰 내부에서는 지난 24일 치안정감 승진 인사를 두고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새 정부가 출범했다고는 하지만 갑작스러운 인사에 “깜짝 놀랐다”는 반응부터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재밌는 인사”라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나름 예상을 했다는 쪽은 얼마 전 검찰 고위직 인사를 근거로 댔습니다. 이번 정부 ‘실세’로 통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뒤 하루 만에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검찰 지휘부를 싹 바꾸는 인사를 했기 때문에 경찰도 한 차례 인사 후폭풍이 불 것이라고 봤다는 겁니다. 정권이 교체됐는데 인사를 못할 것도 없지 않느냐는 주장입니다. 그렇지만 “이례적이긴 하다”는 의견도 상당합니다. 경찰청장이 새롭게 취임한 뒤 지휘부를 꾸리는 게 아니라, 지휘부가 갖춰진 상태에서 경찰청장이 임기를 시작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입니다. 이 점에선 새로 뽑히는 차기 검찰총장과 비슷한 운명입니다. 예고 없이 이뤄진 인사는 현 정부가 경찰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란 의견도 있습니다. 조직에 대한 존중이 있다면 떠나는 사람에 대한 배려도 했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일각에서 이번 인사가 “재밌다”는 평가가 나오는 건 치안정감 7명 중 5명이 인사가 났다는 겁니다. 임기(2년)가 보장된 국가수사본부장을 제외하면 치안정감은 경찰청 차장, 서울·부산·경기남부·인천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 6명인데 5명이 승진을 했으니 1명만 빼고 나머지 5명은 교체 대상이 됩니다.당초 국수본부장을 제외하고 나머지 6명 모두 교체할 수도 있는데 1명을 남긴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번에 잔류하는 인사를 차기 경찰청장에 앉히려는 의도일까요. 경찰 내부에선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오는 7월 경찰청장이 바뀌는 걸 감안해 2명을 잔류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어차피 경찰청장은 치안정감 중에서 나올텐데 그렇게 되면 치안정감 1자리가 다시 공석이 돼 ‘원포인트 인사’를 해야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결국 1명을 남길 지, 2명이 남을 지는 조만간 치안정감 보직 인사를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보면 경찰청장은 시·도자치경찰위원회와 협의해 시·도경찰청장을 추천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서울·부산·경기남부·인천경찰청장을 교체하려면 각 자치경찰위원회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데 위원회 쪽에선 형식적 절차가 되지 않도록 복수의 후보 명단을 요청하거나 후보에게 업무계획서를 요구하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6·1 지방선거도 앞두고 있다보니 아무래도 “선거 이후에 인사가 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번 인사에선 경찰대 출신(2명)보다 순경·간부후보·고시 등 비경찰대 출신(3명)이 더 많은 것도 눈에 띄지만 경찰대 기수가 내려가면서 ‘세대 교체’가 이뤄진 것도 특징입니다. 현 경찰청장 동기인 경찰대 4기를 비롯해 5기, 6기를 건너뛰고 7기에서만 2명이 배출됐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기존 인사가 아닌 새로운 인사로 경찰 조직을 꾸리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됩니다. 향후 치안감, 경무관 인사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더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수 파괴가 쇄신 목적이라 해도 조직 내 사기를 떨어뜨리고 안정성 측면에서도 부정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검찰처럼 옷을 벗고 나가면 변호사로 개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조직 내에서 전문성을 더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겁니다.이번 인사로 경찰에 대한 견제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행정안전부는 이상민 장관이 취임한 뒤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를 꾸리고 경찰 통제 방안 마련에 나섰습니다. 이제 겨우 두 차례 회의가 진행됐는데 행안부 장관 사무에 ‘치안’을 추가하고 행안부 내 경찰국을 신설하는 아이디어도 나왔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행안부는 “논의된 바도 없고 거론된 바 없다”고 일축했지만 다음주부터 매주 진행되는 회의에서는 여러 아이디어들이 어느 정도 의제 형태로 정리가 되면 구체적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의 견제 기구인 국가경찰위원회가 기능을 하는 상황에서 행안부가 별도의 자문위를 꾸려 경찰의 민주적 통제 방안 등을 논의하는 게 자칫 경찰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경찰의 권한이 커지면서 권력 감시 기능도 강화할 필요는 있지만 행안부 영향력이 세지는 게 바람직한 지에 대해선 의문이 있기 때문입니다. 1991년 경찰법 시행으로 내무부 산하 치안본부 체제가 내무부 외청인 경찰청으로 분리가 됐는데 30년이 지난 지금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오히려 국가경찰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해 실질적 견제를 할 수 있게 제도를 정비하는 게 시대 흐름에 맞지 않을까요. 권한이 커진 경찰에 대한 통제는 필요하지만 수사기관의 독립성,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묘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 [취중생]집회도 용산 시대...경찰은 ‘尹 집무실’ 사수할 수 있을까

    [취중생]집회도 용산 시대...경찰은 ‘尹 집무실’ 사수할 수 있을까

    용산서 집회신고 건수, 종로서 추월‘집회·경비 1번지’ 타이틀 넘겨줄판집무실 100m 집회 금지 놓고 소송법원 ‘조건부 허용’ 결정에 경찰 당황본안소송·즉시항고 투트랙 대응 나서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이른바 ‘용와대’(용산+청와대) 시대가 열리면서 집회·시위도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이 위치한 용산 쪽으로 몰리는 분위기입니다. 윤 대통령 취임 둘째 날인 11일 집무실 맞은편 전쟁기념관 정문 앞에서는 오전부터 노동계 주최로 정규직 전환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대통령님께 호소한다’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든 1인 시위자들도 집무실 인근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이들도 옮겨온 것입니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집회신고 건수를 보더라도 지난달 18일부터 5월 25일까지 서울 용산경찰서에 신고된 집회는 272건으로 종로경찰서에 신고된 167건보다 105건 더 많습니다. 용산은 하루 평균 7.16건, 종로는 4.39건입니다. ‘집회·경비 1번지’란 수식어도 이제는 종로가 아닌 용산에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실제 경찰은 용산서 정원을 50명 넘게 늘렸습니다. 이중 절반 이상은 종로서에서 수혈했습니다. 경찰은 “집회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 집회는 허용할 수 없다는 방침을 정해놓았습니다. 시민 불편 최소화 명분도 있지만 무엇보다 대통령실 기능이 위축되고 안전이 위협받지 않기 위해서는 ‘반경 100m 선’은 절대 넘어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는 게 경찰 입장입니다.문제는 현행 집시법 11조 3호가 100m 이내 집회 금지 대상으로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법재판소장 공관과 함께 대통령 ‘관저’라고 규정해 놓고 있다는 것입니다. 11조 1·2호에서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를 언급하면서도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습니다. 이를 두고 경찰은 대통령 관저는 집무실 개념도 포함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대통령이 있는 곳이 곧 집무실이라는 얘기로 읽힙니다. 하지만 대통령 관저는 대통령과 그 가족이 생활하는 공간으로 공적 업무를 보는 집무실과는 엄연히 구분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 주장이 맞다면 관저가 없는 용산 집무실에는 100m 이내 집회 금지 규정을 적용할 수 없게 됩니다. 법 해석의 차이인 만큼 사법부 판단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마침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측이 경찰에 집회·행진 신고를 했다가 일부 행진 구간이 ‘집무실 경계 100m 이내’ 장소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부분 금지통고’ 처분을 받으면서 이 사건이 법원 판단을 받게 됐습니다. 14일 집회가 예정돼 있었던 만큼 법원이 집회를 앞두고 경찰의 처분대로 행진을 금지할 지, 허용할 지가 쟁점이었는데 법원은 ‘조건부 허용’을 택했습니다. 행진을 금지했을 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김순열)는 지난 11일 결정문에서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이 같은 공간에 있었던 입법 연혁 등을 고려해 보더라도 집무실이 관저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 의미를 벗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구 대통령 경호법’ 시행령에도 “경호구역 중 대통령 집무실·대통령 관저 등은 내곽 구역과 외곽 구역으로 나누며”라고 규정돼 있었다며 집무실과 관저를 구분한 법령을 소개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앞서 2017년 청년참여연대가 종로경찰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옥외집회금지통고처분취소 소송에서도 대통령 관저의 경계 지점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관저는 국가가 마련한 대통령의 저택으로서 청와대 외곽담장 안에 대통령 집무실 및 비서관 업무시설 등과 단지를 이뤄 설치됐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관저 경계 100m 이내 집회 금지 규정의 입법 목적은 “대통령과 그 가족의 신변과 주거의 평온 및 안전을 보호하고자 하는 데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아직까지 법원은 ‘관저=집무실’ 개념에는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경찰은 지난 12일 이 같은 법원 결정에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일단 법원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 14일 무지개행동의 집회 및 행진도 관리하겠다고 했습니다. 지난 10일 심문기일 후 11일 결정이 날 때까지 충분한 소명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처분 취소를 구하는 본안 소송에서 다시 다퉈보겠다는 얘기도 덧붙였습니다. 경찰은 12일쯤 법원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보고 추가 소명 자료를 제출하려고 했는데 예상보다 법원 결정이 빨리 나오면서 추가 소명을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정리되는가 싶더니 1시간쯤 지나 경찰은 즉시항고 절차도 밟고 있다고 했습니다. 즉시항고는 상급심 판단을 다시 받아본다는 뜻으로 법원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측면이 있습니다. 사정을 알아보니 경찰은 여러 대응책 중 하나로 즉시항고도 검토했지만 법무부 장관 승인이 곧바로 나기는 어렵다고 보고 ‘실효적 카드’로 생각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본안소송에서 제대로 다퉈보겠다는 의지의 표현 정도로 즉시항고도 검토한 것일텐데 통상 시간이 걸리는 법무부 승인이 하루 만에 났습니다. 정부 차원에서도 이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추정되는 대목입니다.서울고법이 14일 집회 전에 심리를 하고 결정을 낼 지는 미지수입니다. 하급심 판단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 뒤집으려면 재판부에서도 ‘고민의 시간’이 필요할텐데 하루 만에 결정까지 내리라고 하는 것이니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아보입니다. 경찰은 이번 법원 결정으로 집무실 100m 이내 집회가 허용된 것처럼 잘못 해석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도 100m 이내 집회 신고에 대해선 금지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금지통고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개별적으로 법원 판단을 받아보게 하고 법원이 허용하는 집회에 대해서만 열어주는 식으로 관리한다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자의적 해석을 한 탓에 일을 키웠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법이 ‘현실’(집무실 이전)을 따라가지 못한 측면도 있습니다. 다만 집시법은 100m 이내 집회 금지 규정과 관련해 ‘절대 금지’에서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원칙적 금지, 예외 허용’ 쪽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각 헌법기관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면 허용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경찰도 대통령실 기능과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는 집회에 대해서는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 尹내각 후보자 18명 평균 재산 38억… 10명 ‘강남3구’에 집

    尹내각 후보자 18명 평균 재산 38억… 10명 ‘강남3구’에 집

    윤석열 정부 1기 내각 장관 후보자 18명의 인사청문요청안이 19일부로 모두 국회에 제출됐다. 이날까지 제출된 장관 후보자 18명의 청문요청안을 종합하면 후보자들의 평균 재산은 약 38억 8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재산이 가장 많은 후보는 160억 8290만원을 신고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이 중 대부분은 특허 수입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산이 가장 적은 후보는 조승환 해수부 장관 후보자(총 11억 3000만원)였다. 18명 중 10명은 본인 또는 가족 명의로 서울 서초·강남·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에 집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구 주택 소유자는 5명(김현숙·이종호·한화진·이영·한동훈 후보자)으로 절반을 차지해 가장 많았고, 강남구(추경호·김인철·박보균·이상민)는 4명, 송파구(이종섭)는 1명이었다. 병역은 해당 사항이 없는 김현숙·한화진·이영 후보자를 제외한 15명 중 4명이 현역 복무를 면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3~14일 지명된 한동훈(법무부), 이영(중소벤처기업부), 이정식(고용노동부), 정황근(농림축산식품부) 등 4개 부처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안이 이날 국회에 제출됐다. 한동훈 후보자는 본인과 배우자 등의 재산으로 38억 8000만원을 신고했다. 부부 공동명의로 서울 서초구 삼풍아파트(21억 1000만원)를 보유했고, 본인 명의로는 경기 부천 상가(11억 6000만원)와 서초동 오피스텔(3억 1000만원)을 신고했다. 현재 전세로 사는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전세보증금은 16억 8000만원이다. 이영 후보자의 재산은 43억 9815만원으로 나타났다. 이정식 후보자는 본인과 배우자, 모친, 장남의 재산으로 총 15억 829만원을 신고했다.
  • 한동훈 ‘내로남불 전셋값’ 한덕수 ‘이해충돌 그림값’

    한동훈 ‘내로남불 전셋값’ 한덕수 ‘이해충돌 그림값’

    윤석열 정부의 조각(組閣)이 마무리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정조준하고 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한 논란이 불거졌다. 한 후보자는 자신이 임대한 아파트의 보증금은 대폭 올려받고 임차로 살고 있는 아파트의 전세대금은 5%만 더 내 ‘내로남불’ 논란에 휩싸였다. 공직자 재산공개 관보 등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2021년 2월 배우자와 공동 명의인 서울 서초구 삼풍아파트를 전세로 내주고 임차인에게 17억 5000만원의 보증금을 받았다. 전년 같은 임차인에게서 받은 보증금 12억 2000만원에 비하면 전세금이 1년 만에 5억 3000여만원(43%) 상승한 셈이다. 2020년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세입자는 기존 계약 만료 시 계약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임대료는 직전 계약액의 5%를 초과해 인상할 수 없다. 한 후보자는 본인이 세입자로 살고 있는 아파트에선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했다. 한 후보자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아파트에 기존 보증금(16억원)보다 5% 오른 16억 8000만원을 주고 전세로 살고 있다. 한 후보자 측은 기존 임차인이 이사하겠다는 의사를 전해 와 새 입주자를 찾던 상황에서 기존 임차인이 계속 거주하겠다고 마음을 바꾸는 바람에 임차인과 청구권이 적용되지 않는 ‘새 계약’을 체결했다고 해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부인인 화가 최아영씨가 효성그룹과 부영주택에 자신이 그린 그림 4점을 총 3900만원에 판매해 이해 충돌 논란이 불거졌다. 최씨는 2012년 10월 개인전에서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부인 송모씨에게 ‘파도들의 속삭임’을 1600만원에 팔았다. 부영주택도 같은 해 최씨의 개인전에서 그림 3점을 2300만원에 샀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최씨의 예금은 (전시회 직전인) 2021년 4월부터 집중적으로 만들어졌다”면서 미술품 판매가 재산 급증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최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효성그룹에는 부인(송씨)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 작품을 판매한 것이고, 부영주택은 친척 오빠가 부영주택 미국법인 지사장으로 있어 구매해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 준비단은 “평생 작품 10여점을 팔아 약 1억원의 소득을 얻었기 때문에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보기 어렵다”며 “상당수 작품은 한 후보자가 공직을 그만둔 후 판 것이어서 이해 충돌의 여지도 없다”고 반박했다.  또 한 후보자의 자택을 ‘고액 월세’를 주고 임차한 미국 모빌사가 1996년 석유개발공사가 주관한 해외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 참여한 것이 알려져 이해 충돌 의혹이 재점화됐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에게 고액의 임대 이익을 제공한 모빌사가 천연가스 사업에 참여한 건 심각한 이해 충돌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 후보자 측은 “해외 천연가스 개발 사업 당시 한 후보자는 통상산업부 통상무역실장으로 근무해 후보자가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 100억 들여 정비하면 400억 효과… “하천 정비가 세금 아끼는 길” [2022 세이프 코리아 리포트]

    100억 들여 정비하면 400억 효과… “하천 정비가 세금 아끼는 길” [2022 세이프 코리아 리포트]

    남천 등 저수지·하천 많은 경산국지성 호우에 범람 피해 우려수백억 정비 예산 지자체 부담 행안부 재해예방 예산 16% 늘려올 전국 945곳 위험지 정비 추진“재해 위험 줄이고 경제 활성화” ‘안전한 국가’는 대한민국 존재의 바탕이다. 대한민국 헌법이 국가의 의무로 안전을 규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세월호 침몰 등 안전을 소홀히 했을 때 발생했던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역시 꾸준한 노력을 이어 가고 있다. 물론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서울신문은 안전문화 확산과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하자는 취지에서 행정안전부와 함께 2019년부터 ‘세이프 코리아 리포트’를 연중 기획으로 보도하고 있다. 올해 첫 순서는 갈수록 위험해지는 여름철 국지성 폭우에 대비하는 하천정비사업을 다룬다.“다리 저쪽을 보십시오. 아직 정비가 끝나지 않은 곳이 보이지요? 외지 사람이 보기엔 별것 아닐 수도 있지만 주민들로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경북 경산시 최병렬 방재팀장이 부기천 다리 교각에서 가리킨 두 지점은 한눈에 보기에도 확연히 차이가 났다. 다리 한쪽은 하천을 넓게 정비한 다음 석축으로 범람에 대비해 놨다. 반면 다른 쪽은 정비가 안 돼 비가 많이 내리면 금방이라도 범람할 여지가 보였다. 최 팀장은 “요새는 국지성 장마가 워낙 많아 주민들도 그렇고 시청 공무원들도 걱정이 많다”면서 “빨리 정비를 마무리 지어야 해서 마음이 급하다”고 말했다. 28일 최 팀장과 함께 찾은 부기천은 문천저수지에서 흘러나와 경산시를 가로질러 금호강과 만난 뒤 낙동강까지 이어진다. 대구시와 경산시는 분지 지형이어서 강줄기가 비교적 평탄하게 이어진다. 문천저수지나 수성못, 남매저수지 등 크고 작은 저수지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교통과 농업에는 도움이 되지만 한편으로 수해 위험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경산시에선 행정안전부와 함께 하양읍 금락리와 대조리, 진량읍 북리와 양기리 일대 2.7㎞를 ‘부기 자연재해위험지구’로 2013년 지정한 뒤 총사업비 444억원(국비 217억원, 도비 65억원, 시비 162억원)을 들여 정비했다. 특히 배수펌프장을 설치한 게 자연재난 예방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최 팀장은 “그전까지만 해도 농경지 침수와 건물 피해가 적지 않게 발생했지만 정비를 마친 뒤에는 피해가 확연히 줄었다”면서 “경산시 자체가 크고 작은 하천이 많아서 손봐야 할 곳이 적지 않다. 특히 문천저수지에서 시작하는 1.3㎞ 구간 정비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하천 많은 경산, 재난대응 수요 몰려 뒤이어 찾은 남천면 하도리 810 일대인 ‘남천 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지구’는 정비를 마무리 지은 곳이어서 재해 걱정을 던 곳이었다. 2013년 자연재해위험지구로 지정한 뒤 2018년 공사를 시작해 지난해 8월까지 3.23km의 하천정비를 완료했다. 총사업비는 140억원(국비 70억원, 도비 21억원, 시비 49억원)이 들었다. 경산시청에서 만난 장동훈 안전총괄과장은 남천 정비가 되기 전 모습을 회상했다. 장 과장에 따르면 남천 하도저수지 일대는 비만 오면 농경지가 침수되고 둑이 유실되는 일이 잦았다. 비를 맞으며 교량과 도로 통제를 하느라 공무원들도 고생이지만 무엇보다도 주민들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하천 정비를 해 달라는 주민들 요구가 계속 이어졌다. 장 과장은 “설계와 시공업체 선정, 피해보상, 공사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었다. 10년가량 걸렸지만 그래도 지금은 주민들 피해가 없으니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경산은 비가 오면 한꺼번에 온다. 하천이 워낙 많은 데다 도농복합도시 성격상 지금도 사업을 기다리는 곳이 적지 않다”면서 “시의회에서 가장 많이 지적 나오는 것도 이 문제다. 장마철은 다가오는데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했다. 장 과장은 “개인적으론 행안부에서 주관하는 하천정비 공모에 참가했다. 행안부와 다른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 앞에서 사업 취지를 설명하고 질문에 답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면서 “그래도 자연재난 예방사업에 선정돼 예산지원을 받아서 다행이다. 사실 수백억 규모 사업을 기초지자체 혼자 힘으로 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행안부, 대규모 예산 투입 예고 경산시 사례에서 보듯 국지성 폭우나 태풍 등으로 발생하는 침수와 범람, 산사태 등 자연재난 대비는 예방이 최우선일 수밖에 없다. 이는 재난 관련 통계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행안부가 매년 발행하는 ‘재해연보’에 따르면, 지난 23년간 재해예방사업 투자예산이 증가할수록 인명 및 재산 피해가 감소했다. 가령 인명피해는 1989~2018년에 연평균 123명이 발생했지만 최근 10년(2012~2021년)은 연평균 11명으로 줄었다. 재산피해 역시 1989년 이후 30년간 연 8871억원이었지만 최근 10년은 평균 3585억원이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펴낸 ‘재해예방사업의 효율적 분석 및 재난경감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침수위험지구의 경우 투자 대비 편익효과가 4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산시 관계자들 역시 “자연재난 때문에 발생하는 인명과 재산피해를 생각해 보면 수백억원을 들여 하천정비를 한 게 돈을 아끼는 길”이라고 말했다. 행안부 역시 자연재난 예방에 적극 나서고 있다. 행안부는 올해 재해예방사업에 지난해보다 16.4% 늘어난 1조 3746억원(국비 6873억원, 지방비 6873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각종 재해 취약 요인을 사전에 정비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주요 사업 내용은 ▲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 7190억원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정비 1872억원 ▲재해위험저수지 정비 675억원 ▲풍수해 생활권 종합정비 2044억원 ▲우수저류시설 설치 1390억원 등이다. 행안부에 따르면 재해예방사업은 1998년부터 국비 6조 7799억원을 투자해 전국 위험지역 3498곳을 정비했다. 올해 투자 대상은 전국 945곳이다. 행안부는 상반기에는 여름철 우기 대비 중에서도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장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하반기에는 예산 조기 집행과 이월액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사업 예산 점검을 추진할 계획이다. 장기간에 걸친 시설투자와 시스템 정비 효과는 다양한 지자체에서 하나씩 나타나고 있다. 가령 전북 군산시는 침수위험지구 ‘나’ 등급인 장미동 1-72 일대에 168억원(국비 50%, 지방비 50%)을 들여 배수펌프장과 유수지를 설치하는 ‘내항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을 마쳤다. 군산시는 전체 도심의 22%가 분지형 저지대여서 서해안 만조와 집중호우가 중첩될 경우 침수피해가 끊이지 않았지만 배수펌프장과 유수지를 통해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게 됐다. 거기다 근대문화유산관광지를 감안해 디자인한 배수펌프장 건물이 새로운 관광명소로 유명해지는 부가효과까지 거두고 있다.●배수펌프 늘리고 저수지 보강 충북 충주시 ‘봉방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은 낡고 용량이 부족한 배수펌프시설로 인해 침수피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펌프장 증설과 유수지 준설, 하방교 재가설을 한 경우다. 특히 효율적인 공정관리와 공기단축을 통해 사업비를 당초 계획보다 43억원이나 절감한 모범사례로 꼽힌다. 전북 남원시 행정제 재해위험 저수지 정비사업 역시 모범사례로 꼽힌다. 남원시 운봉읍 행정리에 있는 행정제는 1945년 준공된 저수지로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유입량 대비 방류 능력이 부족해 저수지가 붕괴될 우려가 있다는 판정을 받기도 했다. 결국 저수지 보강 등으로 수자원 확보와 주민 보호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구본근 행안부 예방안전정책관은 “지자체에 배정된 재해예방사업 예산을 신속히 집행해 재해위험요인을 사전에 차단하고, 더 나아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취중생] 우크라이나 전쟁 한 달, 국내 대학가에도 “평화” 울려퍼졌다

    [취중생] 우크라이나 전쟁 한 달, 국내 대학가에도 “평화” 울려퍼졌다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딱 한 달이 지났습니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지난 24일 전쟁이 시작된 지난달 24일부터 30일간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민간인이 어린이 90명을 포함해 1035명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주거지를 떠나 난민이 된 우크라이나인은 367만명에 달합니다. 전쟁이 장기화되는 조짐에 국내외 인권단체들은 연일 전쟁을 중단하라며 러시아를 규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국내 대학생들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25일 오후 2시 경기 용인에 있는 한국외국어대 글로벌캠퍼스 백년관에는 검은 옷을 입은 대학생들이 하나 둘 모였습니다.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 총학생회를 비롯한 9개 학과 대표자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를 비롯한 4개 학과 대표자들이 모여 시국선언을 진행했습니다. ‘총성을 멈추고 대화와 외교로 해결하라’, ‘청년의 삶을 위협하는 전쟁을 강력히 규탄한다’ 등의 구호가 적힌 파란색과 노란색 피켓을 든 20여명의 학생들은 ‘우리는 전쟁없는 평화로운 세계에서 살고 싶다’는 현수막을 펼치고 차례로 규탄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이날 시국선언은 러시아에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한국어 성명문을 우크라이나어,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이탈리아어, 아랍어, 프랑스어 등 학과마다 그 나라 언어로 번역해 읊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시국선언을 주최한 오경현 한국외대 총학생회장은 “아시아를 통틀어 유일하게 우크라이나어과가 있는 학교의 대학생으로서 전쟁이 비단 우크라이나나 러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라는 점을 알리고 싶어 다양한 학과의 언어로 저희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했다”며 “우크라이나 청년들이 전쟁에 참여해 목숨을 잃는 등 한 가정이나 개인의 삶을 파괴하는 전쟁에 대해 한 명의 청년으로서 학생 사회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보다 조금 앞선 낮 12시 30분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는 배일환 이화여대 관현악과 교수와 제자들로 구성된 첼로 앙상블 ‘이화첼리’의 첼로 연주가 울려퍼졌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배 교수가 제자들과 함께 매일 30분간 개최하는 ‘평화를 위한 작은 음악회’입니다.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노란색이 겹쳐진 마스크를 쓴 배 교수와 제자들은 가수 양희은씨의 ‘아침이슬’을 비롯해 브람스의 ‘헝가리 춤곡’, 우크라이나 국가 등을 첼로로 연주했습니다. 배 교수는 ‘헝가리 춤곡’을 연주하기 전 “이 곡은 경쾌하지만 그 안에 집시의 슬픔이 담긴 집시 음악”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난민이 된 엄마가 아이 앞에서는 웃음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고 곡을 선택했다”고 말했습니다. 배 교수의 권유에 흔쾌히 음악회에 참여한 연주자 김채린(20)씨는 “저희의 연주로 전쟁이 끝날 수는 없겠지만 전쟁으로 힘들어하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연주를 통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연주자 김예은(20)씨는 “전쟁이 났다는 것을 알고만 있었는데 음악회에 참여해 시민들이 연주에 위로받는 모습을 보며 전쟁의 비극에 더 관심을 가지고 뉴스도 찾아보게 됐다”고 말했습니다.점심을 먹은 뒤 손에 커피를 들고 지나가던 직장인 무리나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나온 여성, 벙거지 모자를 쓴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까지 50명에 달하는 시민이 모여 음악을 감상하고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학생들의 작은 목소리가 국제 사회에 연대의 힘이 되고 있습니다.
  • [취중생] ‘능력주의’ ‘역차별’ 주장에 설 곳 좁아지는 세상의 ‘반쪽’

    [취중생] ‘능력주의’ ‘역차별’ 주장에 설 곳 좁아지는 세상의 ‘반쪽’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여성가족부 폐지’와 ‘인수위 27명 중 여성 4명’.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양성평등 정책 인식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상징들입니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단 7자의 간결한 문구로 자신의 공약을 내보였습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도 “더 이상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공언했습니다. 18일 현판식을 열고 본격 출범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이란 꼬리표가 달릴 정도로 남성 중심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여성은 단 4명으로 14.8%에 불과할 뿐입니다. “차별은 개인의 문제”라고 말한 윤 당선인은 여성 및 지역 할당제에 대해서도 “각 분야 최고 경륜과 실력 있는 사람으로 모셔야지, 자리 나눠먹기 식으론 통합할 수 없다”며 ‘능력주의’ 신화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이번 인수위 명단에선 청년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윤 당선인 말에 빗대보자면 여성과 청년은 경륜과 실력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뜻으로도 읽힐 수 있겠습니다. 차기 대통령의 이러한 인식은 각계각층의 다양한 시민의 입장을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는 비판에 부딪치고 있습니다. 과정 내 구조·관행적 차별 봐야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4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여성 공천할당제를 지역구 의석에도 의무화하고, 공천 시 특정 성별이 전체 후보의 60%를 넘지 않는 내용을 권고하기로 의결했습니다. 인위적인 조치로라도 성평등한 정치 참여를 보장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21대 국회에 여성 의원이 19%에 불과한 정치 지형은 여성의 과소대표성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날 전원위원회에 참석한 위원들은 “기존 남성 중심적·비공식적 의사결정구조와 계파 문화 등에서 기인한 구조적인 차별에 따라 여성이 동등하게 정치에 참여할 기회가 한정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과로 능력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에 이르는 과정 전반에서 구조적·관행적 차별이 없었는지를 진단해봐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진정한 능력주의 체제라면 시민 모두가 균등하게 능력을 펼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현재 비례대표 의석에 적용하는 여성 공천 할당제 역시 이러한 논의의 결실입니다. 역차별 주장은 ‘백래시’일각에서는 여성 공천할당제가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합니다. 한 인권위원은 “헌법에서도 보장하는 ‘여성 평등’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 위헌적인 현재 우리 사회를 바로잡기 위한 개입과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남성 역차별 주장이 화두가 되는 현상은 그간 여성이 받아 온 차별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역차별 주장은 여성 인권 신장 운동에 대한 ‘백래시’(강한 반발)이며, 이를 동등한 양성 간의 젠더 갈등으로 볼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인구 절반인 여성의 목소리를 위해 성평등정책 강화를 요구하는 여성과 시민모임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윤 당선인이 여성할당제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해 “여성할당제 폐지는 인구의 절반이며 유권자의 절반인 여성의 의견이 정치적으로 표현될 통로를 막는 것으로, 성차별이 가속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우리 사회를 위해 더 강화된 성평등 정책을 추진해야 할 시점이지 후퇴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시민모임이 발표한 선언문에 여성 연구자, 활동가 등 8709명이나 참여한 것은 그만큼 여성계의 위기 의식이 크다는 걸 보여줍니다. 여성의 정치 참여는 단순히 여성 의원이 많아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여성이 겪는 다양한 삶을 대변하고 일상 속 차별을 줄여나가기 위한 논의의 주춧돌로 의미가 큽니다. ‘서오남’이라는 그들만의 리그를 바라보며 다시금 차기 정부가 여성 정책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하길 바라봅니다.
  • [취중생] 인간이 떠난 산불 현장…우리에 갇힌 동물들 피할 곳 없나요

    [취중생] 인간이 떠난 산불 현장…우리에 갇힌 동물들 피할 곳 없나요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지난주 산불이 크게 번진 경북 울진. 여든이 넘은 한 노부부는 새벽에 잠에서 깨 급하게 대피하느라 오랜 시간 함께 해온 개 ‘울진’이의 목줄을 풀어주지 못 하고 나왔습니다. 화재를 진압하면서 줄이 끊어진 울진이가 다 타버린 집구석에 홀로 있는 모습이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노부부의 자녀는 ‘동물권행동 카라’에게 울진이의 구조를 요청했습니다. 노부부의 집을 찾아간 카라의 활동가들은 모두 타버린 집 옆 대문 구석에서 이미 죽어 있는 울진이를 발견했습니다. 울진이는 하얀 털을 가진 백구였지만 울진이의 마지막 모습은 전신의 털이 다 눌어 누렇고 마른 몸이 전부였습니다. 목줄 아래 불길이 미치지 못한 곳에 남아 있는 때탄 하얀 털만이 생전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게 했습니다. 가까스로 목줄이 끊어진 울진이는 왜 도망가지 않고 노부부의 집 안으로 들어와 있었을까요. 카라는 “무서워 숨은 건지, 노부부를 찾고 싶었던 건지 울진이는 이미 세상을 떠나 알 길이 영영 사라져 버렸다”고 사연을 전했습니다. 산불 현장 동물 30마리 구조…개농장은 물·전기 끊겨 경북 울진, 강원 삼척·동해·강릉 등 대형 산불이 동해안을 덮친 지 9일째입니다. 대형 산불이 발생할 때마다 산불 현장에 남겨진 동물들의 문제가 불거집니다. 주인이 목줄을 풀어주지 않아 그대로 불에 타 죽거나, 화재를 피해 도망쳤더라도 가족처럼 소중한 반려동물과 주인이 생이별을 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유기동물 보호소나 불법 개농장같은 경우 수많은 동물들이 한꺼번에 대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동물보호단체들은 산불 현장에 남겨진 동물들을 구하기 위해 앞다투어 동해안으로 달려갔습니다. 카라는 12일 현재까지 울진 산불 현장에서 구조한 동물이 총 30마리라고 밝혔습니다. 힘을 다해 구조했지만 사망한 동물도 있습니다. 카라에 따르면 다섯 살된 소 ‘소원’이는 산불을 피하기 위해 축사에서 탈출하려다 뒷다리가 부러졌고 화상도 입었습니다. 카라는 소원이를 구조했지만 이틀만에 사망했습니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울진의 개농장으로 향했습니다. 산불이 번지고, 물과 전기가 모두 끊긴 가운데 철창에 갇혀 나올 수 없는 개들을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케어는 개농장에서 화상으로 고통 받고 있던 개들, 굶주림에 울부짖는 개들, 이미 새까맣게 타서 죽어 있는 개들을 발견했다고 전했습니다. 케어는 이들을 구조해 화상이 심각한 8마리를 서울로 이송해 치료 중입니다. 동물보호단체 위액트도 울진에서 동물 총 30마리를 구조했다고 지난 10일 밝혔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산불 화재로 피해를 입은 동물들에 대해 최대 200만원 한도 내에서 긴급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반려동물 늘어나지만 재난 대응책은 미비 2017년 포항 지진, 2019년 고성 산불, 올해 동해안 산불까지 대규모 재해·재난이 반복되고 있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대응책은 부족합니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000만명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하루빨리 적절한 매뉴얼을 수립해야 합니다. 동물권 단체들은 반려동물 대피시설을 비롯해 기본적인 행동 지침이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애완동물 재난대처법’에는 ‘반려동물은 대피소에 들어갈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역 외부에 거주하는 친척과 친구에게 반려동물이 머물 수 있는지 부탁하기’, ‘수의사나 조련사가 대피소를 제공하는지 알아보기’ 등 동물이 대피할 수 있는 장소를 자체적으로 확보하라는 수준의 지침만 제공할 뿐입니다. 재난 상황에서 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최민경 카라 정책행동팀장은 “해외에는 재난 상황 발생시 참고할 수 있는 매뉴얼과 방안이 잘 마련돼 있어서 동물과 같이 들어갈 수 있는 대피소와 그렇지 않은 대피소가 분리돼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점이 부족하다”고 짚었습니다.
  • ‘성수대교 붕괴’ 같은 대형참사 檢 직접수사 사실상 어려울 듯

    ‘성수대교 붕괴’ 같은 대형참사 檢 직접수사 사실상 어려울 듯

    검찰이 앞으로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같은 대형참사가 벌어져도 주도적으로 직접 수사하는 것은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9일 파악됐다. 비록 이런 대형참사가 검찰의 직접수사가 가능한 6대 범죄에 해당하지만 수사권 조정으로 사실상 경찰 주도하에 협업 수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검경의 수사공조가 더 유기적으로 탈바꿈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검찰청이 일선 검찰청에 배포한 ‘중대재해처벌법 벌칙 해설서’에는 중대재해에 대한 직접 수사범위를 정리한 대목이 나온다. 검찰은 중대시민재해 등 대형참사범죄가 발생했을 때 검사가 단독으로 직접 수사를 진행하고 경찰·노동청·소방서 등은 수사보조 업무만을 수행하는 형태의 검사 직접수사는 현실적으로 채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검찰의 판단 근거는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검경수사권 조정이다.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은 6대 범죄인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대해서만 수사가 가능하다. 대형참사도 검찰이 나설 수 있는 영역이지만 경찰도 1차적 수사(개시·종결)권이 인정된다. 대형참사가 발생하면 많은 수사 인력이 긴급하게 투입돼 조사에 나서야 하는데 이때 경찰이 지닌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대형참사범죄와 관련해 검찰은 관계기관 수사협의체 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검찰의 이런 예상은 예전과는 차이가 있는 방식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발생했던 대형참사범죄인 ‘서해 페리호 침몰 사건’(1993), ‘성수대교 붕괴 사건’(1994), ‘삼풍백화점 붕괴사건’(1995), ‘용산철거현장 화재 사건’(2009) 등 수사에선 검찰이 전면에 나섰다. 검찰은 당시 수사에 대해 검사의 수사지휘에 따른 검경 합동수사본부 구성으로 일사불란한 수사가 이뤄졌다고 자평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제는 검찰이 수사지휘를 할 수 없으니 경찰을 손발처럼 쓸 수 없게 된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며 “결국 직접수사 범위 내 사건도 이젠 검찰이 마음대로 수사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 ‘성수대교 붕괴’ 같은 대형참사, 檢 주도 수사 사실상 어려울 듯

    ‘성수대교 붕괴’ 같은 대형참사, 檢 주도 수사 사실상 어려울 듯

    검찰이 앞으로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같은 대형참사가 벌어져도 주도적으로 직접 수사하는 것은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9일 파악됐다. 비록 이런 대형참사가 검찰의 직접수사가 가능한 6대 범죄에 해당하지만 수사권 조정으로 사실상 경찰 주도하에 협업 수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검경의 수사공조가 더 유기적으로 탈바꿈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검찰청이 일선 검찰청에 배포한 ‘중대재해처벌법 벌칙 해설서’에는 중대재해에 대한 직접 수사범위를 정리한 대목이 나온다. 검찰은 중대시민재해 등 대형참사범죄가 발생했을 때 검사가 단독으로 직접 수사를 진행하고 경찰·노동청·소방서 등은 수사보조 업무만을 수행하는 형태의 검사 직접수사는 현실적으로 채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검찰의 판단 근거는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검경수사권 조정이다.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은 6대 범죄인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대해서만 수사가 가능하다. 대형참사도 검찰이 나설 수 있는 영역이지만 경찰도 1차적 수사(개시·종결)권이 인정된다.대형참사가 발생하면 많은 수사 인력이 긴급하게 투입돼 조사에 나서야 하는데 이때 경찰이 지닌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대형참사범죄와 관련해 검찰은 관계기관 수사협의체 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검찰의 이런 예상은 예전과는 차이가 있는 방식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발생했던 대형참사범죄인 ‘서해 페리호 침몰 사건’(1993), ‘성수대교 붕괴 사건’(1994), ‘삼풍백화점 붕괴사건’(1995), ‘용산철거현장 화재 사건’(2009) 등 수사에선 검찰이 전면에 나섰다. 검찰은 당시 수사에 대해 검사의 수사지휘에 따른 검경 합동수사본부 구성으로 일사불란한 수사가 이뤄졌다고 자평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제는 검찰이 수사지휘를 할 수 없으니 경찰을 손발처럼 쓸 수 없게 된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며 “결국 직접수사 범위 내 사건도 이젠 검찰이 마음대로 수사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 [취중생]코로나 병동 청소해도 수당받지 못하는 간접 노동자들 “우리는 유령인가요”

    [취중생]코로나 병동 청소해도 수당받지 못하는 간접 노동자들 “우리는 유령인가요”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청소 노동자가 없는 병원은 어떤 모습일까요? 위생과 방역이 기초이자 필수인 공간에서 미화원이 없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위생을 책임지는 청소 노동자들은 정작 본인을 ‘그림자’, ‘유령’, ‘있으나 마나 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같은 공간에서 일하지만 고용 형태에 따라 일부 노동자들은 안전하게 일할 권리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와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23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위험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같은 의료기관 종사자로서 감염병 예방조치는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미화노동자들은 “함께 병원을 꾸려나가는 구성원인데도 미화노동자를 필수 인력으로 보지 않고 그 존재 가치를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토로합니다. 병원 간접 노동자 “위험은 동일, 수당은 배제” 미화 업무를 담당하는 박영진 서울아산병원새봄지부장은 “코로나 전담 및 관련 병동에서 일하는 일부 미화노동자들은 간접고용 노동자라는 이유로 ‘코로나19 감염관리수당’을 받지 못한다”면서 “대부분의 병원에서 청소와 폐기물 관리, 환자 이송 등 업무를 간접고용 노동자에게 맡기고 있고 이들은 코로나 감염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감염병예방법을 개정해 보건의료인력 처우 개선을 위해 지난 1월부터 감염관리수당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관리수당 지급대상자 기준입니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지침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 직접 대면’이라는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의료기관 원 소속이 아니면 수당 지급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았습니다. 수행기관인 건강보험공단 역시 간접고용노동자는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다시 말해, 코로나 전담 병원 청소를 전담하는 미화노동자나 음압시설 시설 정비 노동자라도 간접고용노동자라면 수당을 받지 못한다는 겁니다. 박 지부장은 “코로나 전담 병동을 청소하는 미화원들은 직접 고용이든 간접 고용이든 같은 일을 하고 있다”며 “코로나 감염 우려 때문에 집과 병원만 오가며 사회생활도 제대로 못하는데 업무 중 안전 관리도 혼자 떠맡는 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결핵균 노출 위험에도 검사는 개인 몫 결핵 병동에서도 미화노동자는 고용형태에 따라 잠복결핵 검사 대상에서 배제됩니다. 국가결핵관리지침에 따르면 의료기관 종사자는 기관에 소속된 기간 중 1회 잠복결핵 검사를 받게끔 했습니다. 의료인이나 결핵환자를 진단하는 의료기사, 간호조무사 등이 그 대상이죠. 그러나 결핵환자 병상을 청소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는 잠복결핵검사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김금자 이화의료원새봄지부장은 “한 사람이 결핵 병동 청소를 맡고 있는데 한 병실당 최소 30분이 걸린다”며 “결핵 전담 병실뿐 아니라 일반 병실에서도 입원 후 결핵균을 가지고 있던 환자가 있을 수 있는 등 감염 위험에 항시 노출된 업무 환경”이라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2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마스크 지급조차 온전치 않습니다. 김 지부장은 “코로나 초기엔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다가 차차 1인당 일주일에 마스크 2개를 지급했다”며 “‘주 6일 근무에 마스크 2개 지급’은 말이 안 된다고 문제를 제기하니 나중에 3개로 늘렸고, 올해부터 5개로 늘어 ‘이것만이라도 어디냐’ 싶은 심정”이라고 했습니다. 소수의 희생만으론 위기 극복 어려워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3일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권위에 ‘코로나 감염관리수당 지급지침과 감염병 예방조치 지침’에 대한 차별시정 진정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고용형태에 따라 일터의 안전성을 차별하는 건 심각한 인권차별이라는 취지입니다. 청소노동자들은 인터뷰 내내 “병원 청소 업무가 ‘보조적’일지는 몰라도 우리도 같은 구성원”이라고 했습니다. 이 말이 최소한의 인간적 대우와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바라는 노동자의 가슴 아픈 겸손으로 들렸습니다. 코로나 3년차를 맞으며 우리 사회가 깨달은 것 중 하나는 기초 체계의 중요성입니다. 의료인력의 희생만으로는 위기를 극복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죠. 코로나에 대응하고 일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 역시 의료진과 병원 구성원들이 각자 자리에서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협업하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누군가의 희생에 기대면서 이를 당연시하거나 최소한의 안전도 보장하지 않는다면 위기는 계속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취중생]실망감 감추지 못하는 자영업자들...“9시나 10시나 ‘눈 가리고 아웅’”

    [취중생]실망감 감추지 못하는 자영업자들...“9시나 10시나 ‘눈 가리고 아웅’”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불금’(불타는 금요일·주말을 앞둔 금요일 술자리가 북적이는 현상)을 준비하느라 한창 바빠야 할 18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서 조개구이집을 운영하는 한모(66)씨는 텅 빈 가게에서 혼자 올림픽 중계를 보고 있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오후 9시 영업시간 제한이 생긴 이후 한씨의 가게에 있는 20개 테이블이 한 번도 손님으로 꽉 찬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씨는 “조개구이라는 메뉴 특성상 2차나 3차로 술을 마시러 오는 손님이 많았는데, 9시 제한으로 2차 손님이 뚝 끊겨 생계 유지가 안되고 있다”며 “19일부터 10시까지로 영업시간이 늘어난다고 하지만, 고작 1시간으로 매출에 큰 차이가 있겠냐”고 토로했습니다. 이날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해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현재 오후 9시까지로 제한되고 있는 식당이나 카페의 영업시간을 10시까지로 늘리고, 사적모임 인원 제한은 최대 6명으로 유지했습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민생경제의 어려움과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애타게 바랐던 자영업자들은 발표된 개편안이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한숨을 내쉽니다. 경기석 한국코인노래연습장협회 대표는 “노래방과 같이 오후 7시나 8시부터 주 장사가 시작되는 2차 업종은 10시까지 늘어나도 2시간 동안 번 돈으로 임대료, 인건비, 월세 등 고정비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영업시간 제한에 더해 최근 오미크론으로 확진자가 10만명이 넘어 문을 열어도 손님이 오지 않아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영업자들도 코로나19라는 전세계적 감염병 상황에 방역지침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구하는 것이 ‘최소한의 생존’을 보장하는 손실보상제입니다. 서울 강남구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김태림(53)씨는 “현재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을 기준으로 연 매출 10억원이 넘는 자영업자는 손실 보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며 “직원 12명을 두고 24시간 동안 영업했던 큰 식당이라 3년 전 매출은 10억원이 넘었지만, 그만큼 고정비가 많이 나가고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반으로 떨어졌다는 점은 고려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자 중소상인 단체와 시민단체들은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빚내서 버티라’는 식의 정부 방역 정책을 규탄했습니다. 정부의 방역 지침으로 영업은 크게 위축됐지만 그에 대한 지원 정책은 부실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김성우 전국실내체육시설 비대위원장은 “실내체육시설은 넓은 영업장과 장비 투자로 상대적인 매출이 크게 잡혀 손실 보상에서 아예 제외되거나 한 달치 임대료도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업종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화된 보상으로 폐업하는 실내체육시설이 다수”라고 말했습니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연합회 대표는 “자영업자들은 더 이상 돈을 빌릴 곳도, 대출을 받을 곳도 없는 지경”이라며 “정부가 예산을 동원해 자영업자에 저금리 대출이라도 시행해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방역지침에 저항할 생각도 불사하고 있습니다. 오호석 코로나피해자영업자총연합 대표는 “21일부터는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의미로 오후 10시가 넘어도 매장에 불을 켜두고 희망자에 한해 영업을 지속할 방침”이라며 “방역 정책으로 자영업자를 어려움에 처하게 만들었지만 그 손실에 대한 책임은 자영업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 광주 현산 붕괴 아파트 합동분향소 추모 발길 이어져

    광주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로 희생된 피해자들의 합동 분향소에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4일 광주 서구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 사고 현장 인근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는 정치권은 물론 일반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구조를 맡았던 소방관계자, 여야 정치인,지역 자치단체장 등이 추모행렬에 동참했다. 이용섭 광주시장,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국민의 힘 이준석 대표 등 전날 오후까지 300여명이 다녀갔다. 또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관련한 삼풍유족회 회장 등이 분향소를 찾아 참배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분향을 참석자들은 분향소 인근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 고개를 숙였다. 이용섭 시장은 이날 기자 감담회를 통해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측이 유가족들에게 충분한 보상 방안을 마련해, 이들이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당부했다. 앞서 지난달 11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2단지 201동 외벽이 38층부터 23층까지 일부 무너져 작업 중이던 근로자 6명이 숨졌다.
  • [취중생] 위험성 알고도 방치했는데…‘김용균 사망’ 원청 대표 무죄

    [취중생] 위험성 알고도 방치했는데…‘김용균 사망’ 원청 대표 무죄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우리 아들 억울하게 죽은 거, 진상 규명해서 밝히고 싶습니다. (중략) 그렇게 (작업 환경이) 열악하고 위험한 곳인지 알았다면 제 아들을 (그곳에) 보내지 않았을 겁니다. 다른 청년들도 같은(똑같이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 모습, 저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인 2018년 12월 14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가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혼자 일하다가 컨베이어 벨트에 몸이 끼어 사망한 날로부터 4일 뒤인 이날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그의 배우자와 함께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고인은 2018년 12월 10일 입사 3개월 만에 협착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당시 기자회견장에서 고인이 일하던 작업 환경이 동영상과 동료의 증언 등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태안화력발전소 9·10호기에서 컨베이어 벨트 운전 및 낙탄 제거 작업을 하던 고인의 평상시 작업 환경은 조명이 어두웠고, 3~4m 앞에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을 만큼 탄가루가 자욱했습니다. 또 설비 운전시 점검구를 통해 배출되는 다량의 분진과 소음 때문에 점검구 바깥쪽에서 육안으로만 설비를 점검하기에는 곤란함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고인이 하던 일은 사고 위험이 높았던 만큼 ‘2인 1조’ 근무가 원칙이었습니다. 하지만 고인이 사망할 당시 고인은 혼자 근무했습니다. 기자회견 전날 사고 현장을 다녀온 김미숙씨는 “탄가루가 바닥에 많이 쌓여 미끄러웠고 (컨베이어 벨트가 있는 좁은 공간으로 들어가기 위해) 문을 열어서 일을 하는데, 저렇게 머리를 쑥 집어놓고 손을 집어넣고 일을 하다가 옷깃, 살집이라도 집히면 (회전하는 벨트에) 바로 딸려가서 죽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전했습니다. 김용균씨 사망 1년 6개월 후 원·하청 책임자 기소 이후 김미숙씨는 태안과 서울을 오가며, 그리고 청와대 앞과 국회, 광화문광장을 다니며 “생명을 앗아가는 곳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더 이상 죽지 않게 해달라”고 외쳤습니다. 그 외침은 2018년 12월 27일 원청의 산업재해 예방 책임을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이어졌습니다. 더 나아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경우 무겁게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되는 일의 밑바탕이 됐습니다. 고인이 사망한 날로부터 약 1년 6개월 뒤인 2020년 8월 검찰은 한국서부발전의 김병숙 전 사장과 소속 임직원 등 총 8명, 한국발전기술의 백남호 전 사장과 소속 임직원 등 총 6명과 각 법인(피고인 총 16인)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한국발전기술은 고인이 속했던 회사로, 한국서부발전이 운영하는 태안화력발전소의 상·하탄 설비 운전·점검, 낙탄 처리 등의 설비 운전 관련 업무를 하는 협력업체입니다. 즉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은 원·하청 관계입니다. 이 중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의 공소사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김 전 사장은 노동자가 위험에 처할 우려가 있는 발전소 9·10호기 컨베이어 벨트 부위에 덮개 등 방호설비가 전혀 설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자들로 하여금 설비 점검 작업을 하도록 하고, 설비 개선 및 인력 증원을 통해 안전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하여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21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김 전 사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검찰은 김 전 사장이 각종 보고 및 현장 방문을 통해 방호설비가 설치되지 않은 사실과 2인 1조 근무 지침이 준수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 등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치해 피해자가 사망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습니다.“구체적 위험 몰랐다, 고용관계 아니다” 무죄 이유 그런데 이 사건을 심리한 대전지법 서산지원 형사2단독 박상권 판사는 지난 10일 선고공판에서 김 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형과 벌금형 등 유죄 판결을 받은 다른 피고인과 달리 무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은 김 전 사장이 유일합니다.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의 백남호 전 사장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선고받은 것과 대조적입니다. 재판부는 김 전 사장이 안전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발전소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컨베이어 벨트 일부 구간을 방문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피고인의 현장 방문은 주로 사무실에서의 현황 보고, 대표이사 당부 말씀, 현장 순시, 식사 등으로 구성됐고 방문 성격이 안전 점검이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면서 “피고인이 현장 방문을 했을 때 현장운전원 작업 방식이나 방호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이 사건 컨베이어 벨트의 모습을 확인했다고 볼 자료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김 전 사장이 안전사고 발생 위험성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했다고 볼 수 있지만 컨베이어 벨트의 위험성이나 현장운전원의 개별 작업에 관한 구체적인 위험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입니다. 재판부는 또 원청인 한국서부발전과 고인을 포함한 한국발전기술 소속 운전원들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김 전 사장이 사업주로서 작업 중 노동자에게 위험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한국발전기술이 석탄취급설비 운전 업무를 하는 데 있어서 독자성과 전문성을 인정할 수 있고 한국발전기술 노동자들이 원청 노동자들의 업무를 대체하지 않은 점,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이 하청 노동자들에게 일상적인 업무 지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원청이 작업 지시했는데…“‘위험의 외주화’ 부추겨” 그러나 피해자 변호인 측은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이 한국서부발전으로부터 받은 통지에 따라 노동자를 작업에 투입하거나 보직을 변경한 점, 한국서부발전 간부들이 모바일 메신저 대화방에서 한국발전기술 노동자들에게 설비 점검 및 낙탄 처리와 같은 구체적인 작업 지시를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 소속 노동자 간에는 실질적인 근로관계가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또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의 의무는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행하는 사업주가 부담해야 하는 재해방지의무로서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고, 정식으로 소속된 근로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민법상 고용계약이든 도급계약이든 근로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의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라면 그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여 사업주의 안전조치의무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볼 것이다”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습니다. 피해자 변호인 측은 “여기서 ‘근로자’라는 표현은 문언상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사업주’와 대비되는 개념으로서의 근로자를 의미하는 것이지 원청 소속 근로자인지 하청 소속 근로자인지에 따라 판단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 사건의 경우 원청인 한국서부발전과 하청인 한국발전기술 소속 근로자들 간에는 실질적인 근로관계가 존재한다. 이렇게 해석하지 않을 경우 ‘원청은 하청 소속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지휘·명령을 하지만 하청 소속 근로자가 그 지휘·명령을 수행함에 있어서 발생하는 사망의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곧 ‘위험의 외주화’와 ‘생명과 안전의 사각지대’를 법적으로 허용하고 조장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피해자 변호인 측의 설명입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는 지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총 59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다치는 산업재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중 단 2명을 제외한 나머지 57명은 모두 한국서부발전과 도급 또는 위탁용역계약을 체결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였습니다.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입니다. 사용자가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안전관리 책임을 하청업체로 떠넘기는 일을 말합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전날 재판부의 판결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민주노총은 “재판부는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의 실질적인 원인을 외면하고, 산업안전보건법에 대한 법원 판결 중 사용자에게 유리한 판결만 취사선택해 ‘법 위반은 있으나 대표이사는 무죄’라는 판결을 만들어 냈다”면서 “김 전 사장이 2018년 3월 한국서부발전 사장으로 취임한 후 9개월이 지나는 동안 발전소의 대표적인 위험 설비인 컨베이어 벨트의 위험성을 몰랐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으며, 몰랐다는 것만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를 면할 수 없는데도 김 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지적했습니다.원·하청이 업무상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인 점을 고려하면 다른 피고인들도 무거운 처벌을 받은 것은 아닙니다. 고인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취재진에게 “사람이 죽었으면 (그 책임이 있는 사람은)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데, 왜 원청은 잘 몰랐다는 이유로 빠져나가고 집행유예만 받는 것인가”라면서 1심 판결선고 결과를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인명 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법인 등을 처벌해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는 재해 등을 예방하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됐습니다. 노동자와 시민이 재해로부터 안전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입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경기 양주시에 있는 삼표산업 채석장에서 토사가 붕괴해 매몰된 노동자 3명이 사망했고, 이달 8일에는 경기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의 한 신축공사 현장에서 승강기 설치 작업을 하던 노동자 2명이 추락해 사망했습니다. 또 전날 전남 여수시 국가산업단지에 있는 여천NCC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노동자 4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쳤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에도 중대산업재해는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법원이 원청의 산업재해 발생 책임을 무겁게 인정하지 않는 식의 판결을 계속 이어간다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취지는 더욱 빛이 바랠 것입니다. “더 이상 노동자들이 죽지 않게 해달라”는 김미숙 이사장의 외침은 곧 우리 모두의 바람입니다.
  • “나라, 위기 때 뭐 했나” 좀비물 속 날 선 질문

    “나라, 위기 때 뭐 했나” 좀비물 속 날 선 질문

    “황동혁 감독에게 전화해서 ‘오징어 게임’ 때문에 (흥행에) 부담이 된다고 하니까 ‘내가 문을 살짝 열어 놓은 것이니 부담 갖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지우학)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은 지난해 9월 ‘절친’ 황 감독과 했던 대화를 돌이켰다. 7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이 감독은 “‘오징어 게임’이 연 문을 통해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지우학’도 그 뒤를 잇는 작품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이 감독의 희망은 ‘지우학’의 세계적 인기로 조금씩 실현되는 중이다. 지난달 28일 공개 이후 온라인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서 9일 연속 넷플릭스 TV쇼 부문 세계 1위에 올랐다. 한국·일본·프랑스 등 50여개 국가에서는 ‘오늘의 톱10’ 1위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한국의 고등학교 이야기가 뜨거운 반응을 얻은 데 대해 이 감독은 “좀비물이 많지만 대부분 성인들 대상인데 ‘지우학’은 아이들, 청소년들의 선택과 반응을 보여 줘 신선하게 다가간 것 같다”고 분석했다. ‘K좀비’의 계보를 잇는 특유의 움직임과 액션은 박진감 넘쳤다. ‘좀비 안무’를 위해 안무가 등 전문 스태프 두 명이 참여해 배우들과 3개월간 훈련을 했다. 사실적인 느낌을 높이고자 한 번에 찍는 원테이크나 롱테이크로 촬영한 부분도 많다. 학생 200명이 모인 학생 식당에 좀비가 등장해 학생들을 습격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애니메이션으로 프리 비주얼라이제이션을 거친 후 여러 차례 리허설을 한 것도 좀비가 창궐하는 장면의 현장감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2009년 연재된 주동근 작가의 원작 웹툰과 차별화된 부분도 만들었다. 면역자를 비롯한 다양한 좀비가 드라마에 새로 등장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사람에 따라 반응 속도나 양상이 다르듯이 좀비 바이러스도 돌연변이가 있으리라는 발상에서 시작했습니다. 여러 좀비가 등장하는 부분은 시즌2로 충분히 확장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후속 시즌까지 염두에 두고 구상했다는 의미다. 사회문제에 대한 언급도 많아졌다. 좀비 바이러스의 탄생이 학교 폭력에 기인한다는 설정이 추가됐다. 성범죄나 학교 폭력 등 여러 문제를 건드린 데 대해 이 감독은 “크고 작은 폭력에 노출된 학교의 모습이 우리 사회와 다르지 않다”고 했다. “특정한 사건 하나를 모티브로 삼은 것은 아니지만 세월호, 삼풍백화점 등 한국 사회와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사건 사고가 녹아 있습니다.” 특히 책임지는 어른과 책임지지 못하는 시스템을 대비하고자 했다며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아이들에 대해 국가든 누구든 책임을 져야 하는데, 시스템은 못하고 결국 아버지나 어머니가 나서서 해결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인간에서 기원된 좀비 바이러스를 막는 것 역시 결국 인간이라는 희망을 말하고자 했다”는 이 감독은 “시즌1이 인간의 생존기라면 시즌2는 좀비들의 생존기가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 ‘지우학’ 이재규 감독 “‘오겜’ 황동혁 감독이 부담 갖지 말라 했지만…”

    ‘지우학’ 이재규 감독 “‘오겜’ 황동혁 감독이 부담 갖지 말라 했지만…”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9일째 1위“흥행 부담 있었다…한국 작품 관심 커져 코로나처럼 좀비도 돌연변이 있다는 발상 원작과 다른 설정…시즌2로 확장 가능성”“황동혁 감독에게 전화해서 ‘오징어 게임’ 때문에 (흥행에) 부담이 된다고 하니까 ‘내가 문을 살짝 열어 놓은 것이니 부담 갖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지우학)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은 지난해 9월 ‘절친’ 황 감독과 했던 대화를 돌이켰다. 7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이 감독은 “‘오징어 게임’이 연 문을 통해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지우학’도 그 뒤를 잇는 작품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감독의 희망은 ‘지우학’의 세계적 인기로 조금씩 실현되는 중이다. 지난달 28일 공개 이후 온라인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서 9일 연속 넷플릭스 TV쇼 부문 세계 1위에 올랐다. 한국·일본·프랑스 등 50여개 국가에서는 ‘오늘의 톱10’ 1위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한국의 고등학교 이야기가 뜨거운 반응을 얻은 데 대해 이 감독은 “좀비물이 많지만 대부분 성인들 대상인데 ‘지우학’은 아이들, 청소년들의 선택과 반응을 보여 줘 신선하게 다가간 것 같다”고 분석했다. ‘K좀비’의 계보를 잇는 빠른 움직임과 액션은 박진감 넘쳤다. ‘좀비 안무’를 위해 안무가 등 전문 스태프 두 명이 참여해 배우들과 3개월간 훈련을 했다. 사실적인 느낌을 높이고자 한 번에 찍는 원테이크나 롱테이크로 촬영한 부분도 많다. 학생 200명이 모인 학생 식당에 좀비가 등장해 학생들을 습격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애니메이션으로 프리 비주얼라이제이션을 거친 후 여러 차례 리허설을 한 것도 좀비가 창궐하는 장면의 현장감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2009년 연재된 주동근 작가의 원작 웹툰과 차별화된 부분도 만들었다. 면역자를 비롯한 다양한 좀비가 드라마에 새로 등장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사람에 따라 반응 속도나 양상이 다르듯이 좀비 바이러스도 돌연변이가 있으리라는 발상에서 시작했습니다. 여러 좀비가 등장하는 부분은 시즌2로 충분히 확장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후속 시즌까지 염두에 두고 구상했다는 의미다. 사회문제에 대한 언급도 많아졌다. 좀비 바이러스의 탄생이 학교 폭력에 기인한다는 설정이 추가됐다. 성범죄나 학교 폭력 등 여러 문제를 건드린 데 대해 이 감독은 “크고 작은 폭력에 노출된 학교의 모습이 우리 사회와 다르지 않다”고 했다. “특정한 사건 하나를 모티브로 삼은 것은 아니지만 세월호, 삼풍백화점 등 벌어져서는 안되는 현대사회의 사건 사고가 녹아 있습니다.” 특히 책임지는 어른과 책임지지 못하는 시스템을 대비하고자 했다며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아이들에 대해 국가든 누구든 책임을 져야 하는데, 시스템은 못하고 결국 아버지나 어머니가 나서서 해결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여학생에 대한 성폭력 동영상 장면, 화장실 출산 장면 등이 자극적이라는 지적을 두고는 “(동영상에 찍힌) 은지는 자기 목숨보다 영상이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이 아이에게 행해진 일이 얼마나 잔인한지 느꼈으면 했다”며 “화장실 출산도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아이를 구하기 위해 달려가는 모습이 극의 전체 주제와 닮아있다”고 설명했다. 비관적인 내용에도 이 감독은 ‘지우학’이 희망에 대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인간에서 기원된 좀비 바이러스를 막는 것 역시 사람이기에 결국 희망도 사람에게 있다”는 그는 “시즌1이 인간의 생존기라면 시즌2는 좀비들의 생존기가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 [취중생]‘대면 수업’ 원칙 세웠는데 오미크론 확산…고민 깊은 대학가

    [취중생]‘대면 수업’ 원칙 세웠는데 오미크론 확산…고민 깊은 대학가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설 연휴 동안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만명을 넘어섰습니다. 한 달 뒤 개강하는 새 학기에 ‘대면 수업’ 원칙을 세웠던 대학가는 다시 폭발하는 코로나19 확진세에 학사운영 방안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학사운영 정상화를 더 미룰 수도, 코로나19 확진세를 그대로 둘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셈입니다. 대면 수업 인원 늘리고, 비대면은 제한적 운영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기세가 무섭습니다. 지난달 26일 1만 3009명으로 신규 확진자 첫 1만명대에 들어선 지 일주일 만인 지난 2일 신규 확진자 2만명대(2만 270명)에 진입했습니다. 오미크론 확산에도 대학가는 대면 수업 비중을 늘리고 있습니다. 서울대는 지난달 18일 대면 수업 원칙을 담은 ‘2022학년도 1학기 수업 운영안’을 학내에 공지했습니다. 대면 수업은 강의실에 좌석 칸막이를 설치하거나 좌석을 한 칸씩 띄워 앉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체육관, 무용실, 실험·실습실 등은 강의실 면적 4㎡당 1명 수준의 거리두기를 지켜야 합니다. 비대면 수업은 비대면으로 운영하는 것이 현저하게 효과적인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가능합니다. 실시간 화상 강의가 원칙이고 질의응답과 토론 등 쌍방 소통을 해야 합니다. 서울대 관계자는 오미크론 확산으로 1학기 학사운영 방침에 변화가 있냐는 질문에 “아직 논의한 바 없다”고 5일 답했습니다. ‘학사운영 정상화’를 내걸었던 성균관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균관대는 지난달 19일 학교 홈페이지에 ‘대면수업 기반, 교강사 및 학생 강의실 출석 기본’이란 내용의 공지사항을 올렸습니다. 50명 미만 강의는 대면 수업을 하되 수강 인원이 50명이 넘으면 그룹을 나눠 번갈아 출석하는 순환출석제를 시행해 온·오프라인을 병행합니다. 성균관대 관계자 역시 아직 학사운영 방침에 변화는 없다고 밝혔습니다.한양대도 1학기 수업을 대면수업을 기본으로 하고 80명 이상 대형강의 등에 한해서만 교강사 판단에 따라 실시간 화상강의를 시행한다는 방침입니다. 중앙대는 이론 수업을 포함해 실험·실습과 대학원 수업까지 모두 대면수업이 원칙입니다. 다만 학부 이론 수업은 수강생이 40명을 초과할 경우 비대면 수업을 진행할 수 있고, 순환출석 등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건국대는 강의유형과 관계없이 대면수업을 원칙으로 하고 이론수업은 비대면 수업도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정상화 미룰 수 없어” vs “오미크론 확산 고려해야” 대학들이 오미크론 확산세에도 불구하고 대면수업을 확대하는 이유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활발한 토론과 발표, 조별과제가 중심이 돼야 하는 대학 강의가 쌍방 소통이 불편한 온라인 강의로 전락하면서 학습결손 문제가 커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사회생활을 배우기 시작하는 20대 초반에 동기, 선·후배 간의 학과 생활과 동아리 생활 등이 단절되면서 교우관계에도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코로나19의 시작과 동시에 입학한 20학번은 올해 벌써 3학년으로 내년이면 학교 생활을 마무리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게 됩니다. 대학생다운 대학생활 한 번 못 해보고 대학생활이 끝난 셈입니다. 중앙대는 학사 운영을 공지하면서 “학교는 단순히 강의 수강만을 위한 곳이 아니며 교과 역량 못지않게 중요한 비교과 역량 배양, 교수님과 학우들과의 소통을 통한 전인적 성장, 다양한 경험을 통한 잠재력 계발 등이 모두 이뤄지는 지성의 전당이라는 점을 기억해주기 바란다”고 적었습니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도 “학사 운영 정상화에 대한 갈증은 코로나19 이후 항상 있어 왔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다만 현재 20대 확진자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대면 수업을 원칙으로 개강하면 캠퍼스가 코로나19 확산의 근원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습니다. 4일 기준 20대 확진자는 21.6%로 전 연령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대면 수업을 하다가 강의실에 확진자가 나오면 다시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등 학사 운영에 일관성이 없다면 학생들의 원성이 높아질 가능성도 큽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대학 캠퍼스가 이에 대비할 수 있는 역량이 얼마나 되는지도 미지수입니다. 이미 대면 수업 공지를 받은 학생들은 지난 2일 코로나19 확진자가 2만명이 넘어서자 “확진자가 2만명인데도 대면 수업 계속 하는거냐”는 불만을 쏟아 냈습니다. 한 대학생은 “대면 수업하면 학교 가기 싫다. 코로나19가 이런 상황인데 내키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대학생은 “대면 수업에서 코로나19만 안 걸리고 종강한다면 학점이 낮아도 잘 다닌 것으로 치겠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과 같은 확산세를 고려하면 대학들이 현재 계획한 것처럼 다음달 개강 이후에도 실제로 대면 수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인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교육부가 이달 초 새 학기 대학 학사운영 방안을 내놓으면 교육부 지침에 따라 각 대학이 기존에 공지한 운영 방안을 변경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학사 운영 정상화와 그 어느 때보다 거센 코로나19 확산세 속에서 대학들의 고심은 깊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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