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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따릉이 1일권 1000원…서울 누비는 ‘두 바퀴 행복’

    [커버스토리] 따릉이 1일권 1000원…서울 누비는 ‘두 바퀴 행복’

    >> 한강 코스 평지여서 어린이·여성 타기에 좋아…중간에 대여소 찾기 힘들어 아쉬워 ●혼자서 즐기는 낭만 한강 코스의 매력은 바람이다. 영화 ‘비트’(1997년)에서 정우성이 가슴으로 바람을 맞을 때의 그 기분이랄까. 스트레스를 풀고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에서 출발해 홍제천 자전거도로, 망원 한강공원, 마포대교를 지나 5호선 여의나루역에서 끝난다. 대부분 평지여서 어린이나 여성들이 즐기기에도 좋다. 거리는 약 11.5㎞. 완주하는 데 1시간 정도가 걸렸다. 초보자라도 2시간 정도면 되겠다. ‘1일권’을 갖고 있고 1시간 내에 반납만 하면 추가 비용 없이 반복해서 빌릴 수 있지만 이 코스는 중간에 대여소를 찾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지난 17일 오전 11시 20분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에 있는 ‘서울시 공공자전거(따릉이) 대여소’에는 13대의 자전거가 있었다. 8대는 대여된 상태였다. 처음에는 이정표가 없어서 막막했다. 이때 당황하지 말고 1번 출구를 나오는 방향으로 2분을 가면 불광천변 자전거도로에 진입할 수 있다. 계단을 따라 따릉이를 들고 내려가야 했다. 따릉이 무게가 16.7㎏으로 성인 남자가 들기에도 다소 버거웠다. 이곳만 지나면 자전거에서 내릴 필요 없이 코스 끝까지 내달릴 수 있다. 불광천은 곧 홍제천을 만나는데 이 지점에서 우회전한 뒤 10분 정도 홍제천을 따라 달리면 강변북로를 만나는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경기 고양시 방향이고 왼쪽은 마포대교 방향이다. 왼쪽으로 틀어서 홍제천교를 건너면 넓게 펼쳐진 한강을 마주할 수 있다. 이후부터 길은 단순하다. 한강을 오른쪽에 끼고 직진하면 된다. 망원 한강공원, 양화대교, 서강대교, 마포대교 등을 지나게 된다. 이 구간은 약 6㎞ 정도인데 속력을 내봤다. 구간 평균 시속은 14.6㎞였다. 따릉이는 산악용 자전거나 로드 바이크에 비하면 느리지만, 시원한 강바람에 ‘댄싱’(일어서서 속력을 내는 자전거 주법)이 절로 나왔다. 자전거 진입로를 통해 마포대교로 올라서니 생명의 다리가 펼쳐쳤다. ‘힘든 일을 모두’, ‘지나가는 바람이라’, ‘생각해 보면 어떨까?’라는 글귀가 이어졌다. 마포대교를 지나 오른쪽으로 돌아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들어섰다. 한강공원과 이어진 여의나루역 1번 출구 옆 대여소에서 따릉이를 반납했다. 이용 시간은 68분. 1시간이 초과돼 1000원을 추가 결제했다. 따릉이 앱을 보니 소모한 열량이 385.7㎉였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4대문 코스 고궁·미술관 등 들를 수 있어 인기…숭례문 제외 주요 지점마다 대여소 ●역사문화 탐방 지난 17일 직접 돌아본 4대문 코스는 창덕궁~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경복궁~세종문화회관~덕수궁 돌담길~숭례문(약 8㎞)으로 이어진다. 코스 전체를 도는 데 약 50분이 걸렸다. 외국인에게 인기가 많은 코스지만 학생들의 역사교육 코스로도 추천할 만했다. 단, 시내 중심가를 돌기 때문에 다른 차량에 주의해야 한다. 숭례문을 제외하면 주요 지점마다 공공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대여소를 정류소 삼아 자전거를 맡기고, 고궁과 미술관 등을 관람해도 좋겠다. 낮 12시 창덕궁의 ‘매표소 앞 공공자전거 대여소’에서 출발했다. 이름과 달리 대여소는 매표소 앞이 아니라 ‘단봉문’(丹鳳門) 앞에 있다. 안국역 3번 출구에서 400m, 돈화문에서 10m 떨어져 있다. 페달을 밟아 돈화문을 지나자마자 왼편 첫 골목(창덕궁로)에 들어서 창덕궁 돌담길을 따라 250m쯤 달렸다. 이어 왼편의 오르막길(창덕궁1길)로 방향을 틀었다. 이 길은 재동초등학교 삼거리와 만났다. 삼거리에서 정면에 보이는 오르막길(북촌5길)로 접어든 후 송원아트센터 앞에서 왼쪽의 윤보선길로 빠졌다. ‘안동교회’ 때문이다. 1909년 서울 북촌의 한 양반이 지었다는 고풍스럽고 아담한 교회다. 윤보선길을 빠져나오니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와 만났다. 우회전해 율곡로를 따라 150m 정도 달리자 짙은 적색으로 칠한 자전거 우선도로가 나왔다. 이후 경복궁 광화문을 지나 3호선 경복궁역 4번 출구까지 약 1㎞를 맘껏 내달렸다. 광화문 전에 있는 동십자각에서 삼청로로 우회전하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도 들를 수 있다. 경복궁역 4번 출구에서 횡단보도를 건넌 후 광화문 삼거리로 되돌아와 세종대로로 진입했다. 정부종합청사부터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는 세종대로 사거리까지 자전거 전용도로는 없지만 차도가 워낙 넓어 자전거 타기에 어려움은 없었다. 서울시의회를 지나 덕수궁 대한문에서 덕수궁길로 꺾었다. 돌담길을 따라 300m쯤 달리다가 정동교회 앞 로터리에서 왼편(서소문로11길)의 언덕을 올랐다. 붉은 벽돌로 지은 배재학당 역사관을 지나 서소문로를 만났다. 길을 건넌 후 좌회전을 해서 300여m를 달리니 시청역 8번 출구였다. 이곳에서 우회전하면 숭례문(崇禮門·국보 1호)이 시야에 들어온다.숭례문광장까지 달린 후 잠시 숨을 고르고, 북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광화문 2번 출구의 공공자전거 대여소까지 내달린 후 자전거를 반납했다. 북악산을 배경으로 틀어 앉은 경복궁과 쭉 뻗은 광화문 광장이 빚어내는 풍경이 웅장하고 시원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상암 코스 자연과 도시의 매력이 공존하는 곳…메타세쿼이아길 500m 하이라이트 ●가족과 오르는 하늘공원 상암 코스(7㎞)는 자연과 도시의 매력을 동시에 지녔다.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역(지하철 6호선)에서 출발해 하늘공원 외곽을 둘러싼 가로숲길을 지나면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빌딩숲이 펼쳐진다. 영화·정보기술(IT) 체험 등 즐길거리도 많다. 지난 17일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 ‘홈플러스 앞 대여소’에서 따릉이(서울시 공공자전거)를 빌렸다. 1번 출구에서 나오는 방향으로 홈플러스 지상 주차장을 지나면 바로 마포구 시설관리공단으로 넘어가는 횡단보도가 나온다. 시설관리공단 뒤가 평화의 공원 정문이다. 보행·자전거 겸용 산책로를 따라 숲과 연못이 펼쳐진다.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우회전해 달려도 공원 입구가 나온다. 내리막길의 짜릿함도 맛볼 수 있다. 평화잔디광장 앞 대형 의자 조형물에서 바닥분수로 향하는 넓은 길이 내리막의 시원함을 선사한다. 평화의 공원을 여유 있게 둘러본 후 하늘공원으로 갈 계획이라면 ‘서울시 공공자전거 운영센터 앞 대여소’에서 따릉이를 반납한 뒤 다시 빌리면 된다. 바닥분수에서 평화의 길로 내려와 왼쪽으로 틀어 공원을 가로질러 달렸다. 곧 구름다리(하늘공원 월드컵육교)가 나타났다. 건너면 하늘공원이다. 하늘공원 계단 입구 왼편으로 약 400m의 자전거길이 나타났다. 이 길을 따라 내려가다 막다른 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상암 코스의 하이라이트인 하늘공원 ‘메타세쿼이아길’이 나온다. 500m의 길 양측에 높이 35m, 지름 2m의 가로수가 빽빽했다. 잠시 자전거를 끌며 ‘걷기용 오솔길’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나무 벤치도 곳곳에 있었다. 이 길 끝에 있는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우회전해 달리면 인조잔디구장, 농구장 등이 있는 난지천공원이 나온다. 공원을 끼고 달리다 난지천공원 입구 교차로에서 우회전해 다시 내달리면 디지털미디어시티 교차로를 만난다. 여기서 좌회전해 약 500m를 직진하면 누리꿈스퀘어 건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누리꿈스퀘어를 정면에 두고 우회전해 월드컵북로를 따라 상암초등학교까지 가면 도로 끝에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와 만난다. 600m 떨어진 상암사거리까지 연결돼 있는데, 자전거 전용도로지만 차량을 조심해야 한다. 볼라드(차량진입 방지 말뚝)가 없어 자전거가 다니지 않으면 택시나 시내버스가 자전거 전용도로를 침범하기 일쑤였다. 상암 코스는 자전거 하이킹만 즐기면 약 50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여러 곳을 들르고 천천히 둘러보기를 원한다면 넉넉하게 3시간 정도 잡는 게 좋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여의도 코스 지하철 5·9호선과 대여소 가까워…갈대·호수·꽃 어우러진 생태체험 ●연인과 벚꽃 만끽 지난 16일 공공자전거를 타고 돌아본 여의도 코스는 연인과 함께 다가오는 봄을 느끼고 싶다면 적극 추천할 만했다. 벚꽃이 만개하는 4월이 가장 아름다운 코스지만, 역설적으로 그때는 피하는 것이 좋다. 벚꽃 축제(4월 4~10일) 때는 인파로 점령될 테니 말이다. 벚꽃이 많이 져 아쉽긴 해도 타는 것 자체만 생각하면 외려 4월 말이 더 추천할 만하다. 여의도역~샛강생태공원~한강공원~여의도나들목~여의도공원(약 6㎞) 코스를 완주하니 약 1시간이 걸렸다. 여의도 둘레길의 절반 정도를 돈 셈이다. 오후 1시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1번 출구 앞. 낮 최고 기온이 14도를 기록했고 날씨도 맑았다. 35대의 자전거가 거치된 대여소에는 10대의 따릉이만 남아 있었다. 여의도에는 모두 26개의 대여소가 있는데, 여의도역 대여소가 자전거 수도 많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편해 이용자가 많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여의나루역(5호선), 샛강역(9호선), 국회의사당역(9호선) 등의 대여소도 접근성이 좋다. 여의도역에서 사학연금회관 건물과 광장아파트를 오른쪽에 끼고 300m가량 직진하자 횡단보도 건너편에 생태공원 표지판이 보였다. 진입로는 경사가 심해 따릉이에서 내린 뒤 안전하게 이동했다. 처음에는 무성한 갈대 사이로 비포장도로가 잠시 이어지다 금세 자전거도로가 시작됐다. 갈대와 억새, 호수, 꽃들이 어우러진 생태공원의 풍경은 아이들의 생태 체험 공간으로도 좋았다. 한강공원 인근에는 공공자전거 대여소가 없었다. 국회를 끼고 돌아 서강대교 남단까지 가야 진미파라곤 앞 대여소에 반납할 수 있다. 라이딩을 마치고 인근 한강 여의도 공원에서 돗자리를 깔고 물빛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관람하는 것도 좋을 듯했다. 여의도 공원까지 가보고 싶어 서강대교를 지나 여의도나들목에서 좌회전해 여의도공원으로 들어섰다. 이곳에서는 자전거 속도를 한강공원에 비해 크게 줄여야 한다. 보행자도로와 자전거도로의 구분도 명확하고, 자전거도로의 폭도 넓지만 초보자나 어린이도 많기 때문이다. 여의도공원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 대여소가 있다. 만일 더 달리고 싶다면 여의도공원으로 진입하지 말고 직진해서 여의나루역, 한강공원, 63빌딩, 샛강 코스 등을 지나 여의도를 한 바퀴 일주하면 된다. 쉬지 않고 페달을 밟으면 통상 2시간 정도 걸린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커버스토리] 서울시 선정 ‘공공자전거 4대 코스’를 달리다

    [커버스토리] 서울시 선정 ‘공공자전거 4대 코스’를 달리다

    4대문·한강·여의도·상암코스…문화·상쾌·벚꽃길·숲길 ‘매력 직장이 서울 중구 을지로1가에 있는 손수민(28·여)씨는 얼마 전부터 ‘따릉이’에 푹 빠졌다. 따릉이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공자전거의 별칭이다. 짙어 가는 봄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기는 아쉬웠던 손씨. 자전거로 경복궁, 덕수궁 담장길을 달리며 온몸으로 봄기운을 느끼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아침에 자전거를 갖고 나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 누군가 손씨에게 따릉이를 소개했다. “자전거에 장점이 100개쯤 되고 단점이 10개쯤 된다고 칠 때 가장 큰 단점은 아무 때나 타기가 어렵다는 거잖아요. 점심을 일찍 먹고 시청역 근처 대여소에서 따릉이를 빌려 경복궁, 세종문화회관, 덕수궁 돌담길을 돌아오면 기분이 너무 상쾌해서 오후 업무 능률도 쑥쑥 오르죠.” 공공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서울시가 18일 ▲4대문 ▲한강 ▲여의도 ▲상암 등 공공자전거로 즐길 수 있는 대표 코스 4곳을 선정했다. 시는 “8㎞ 구간의 4대문 코스에서는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등 고궁과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 세종문화회관 등 문화·예술 공간을 즐길 수 있고 한강 코스는 11.5㎞로 4개 코스 중 가장 길지만 오르막길이 없고 도로가 잘 닦여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의도 코스’ 6㎞에는 샛강생태공원의 풍경과 벚꽃길의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메타세쿼이아길이 압권인 ‘상암 코스’는 자연과 도심의 정취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다. 시는 4대문, 신촌, 상암, 여의도, 성수 등 5개 구역의 150개 대여소에서 2000대의 공공자전거를 운용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오는 7월까지 동대문, 용산, 영등포, 양천구 등에 대여소를 신설해 450개로 늘리고 전체 자전거 수도 5600대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요금은 ‘서울자전거 따릉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티머니 카드, 후불교통카드 등을 통해 결제할 수 있다. 이용권은 1일권(1000원), 1주일권(3000원), 30일권(5000원), 180일권(1만 5000원), 1년권(3만원)으로 나뉜다. 1일권은 회원이 아니어도 이용할 수 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한강 코스 평지여서 어린이·여성 타기에 좋아…중간에 대여소 찾기 힘들어 아쉬워 ●혼자서 즐기는 낭만 한강 코스의 매력은 바람이다. 영화 ‘비트’(1997년)에서 정우성이 가슴으로 바람을 맞을 때의 그 기분이랄까. 스트레스를 풀고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에서 출발해 홍제천 자전거도로, 망원 한강공원, 마포대교를 지나 5호선 여의나루역에서 끝난다. 대부분 평지여서 어린이나 여성들이 즐기기에도 좋다. 거리는 약 11.5㎞. 완주하는 데 1시간 정도가 걸렸다. 초보자라도 2시간 정도면 되겠다. ‘1일권’을 갖고 있고 1시간 내에 반납만 하면 추가 비용 없이 반복해서 빌릴 수 있지만 이 코스는 중간에 대여소를 찾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지난 17일 오전 11시 20분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에 있는 ‘서울시 공공자전거(따릉이) 대여소’에는 13대의 자전거가 있었다. 8대는 대여된 상태였다. 처음에는 이정표가 없어서 막막했다. 이때 당황하지 말고 1번 출구를 나오는 방향으로 2분을 가면 불광천변 자전거도로에 진입할 수 있다. 계단을 따라 따릉이를 들고 내려가야 했다. 따릉이 무게가 16.7㎏으로 성인 남자가 들기에도 다소 버거웠다. 이곳만 지나면 자전거에서 내릴 필요 없이 코스 끝까지 내달릴 수 있다. 불광천은 곧 홍제천을 만나는데 이 지점에서 우회전한 뒤 10분 정도 홍제천을 따라 달리면 강변북로를 만나는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경기 고양시 방향이고 왼쪽은 마포대교 방향이다. 왼쪽으로 틀어서 홍제천교를 건너면 넓게 펼쳐진 한강을 마주할 수 있다. 이후부터 길은 단순하다. 한강을 오른쪽에 끼고 직진하면 된다. 망원 한강공원, 양화대교, 서강대교, 마포대교 등을 지나게 된다. 이 구간은 약 6㎞ 정도인데 속력을 내봤다. 구간 평균 시속은 14.6㎞였다. 따릉이는 산악용 자전거나 로드 바이크에 비하면 느리지만, 시원한 강바람에 ‘댄싱’(일어서서 속력을 내는 자전거 주법)이 절로 나왔다. 자전거 진입로를 통해 마포대교로 올라서니 생명의 다리가 펼쳐쳤다. ‘힘든 일을 모두’, ‘지나가는 바람이라’, ‘생각해 보면 어떨까?’라는 글귀가 이어졌다. 마포대교를 지나 오른쪽으로 돌아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들어섰다. 한강공원과 이어진 여의나루역 1번 출구 옆 대여소에서 따릉이를 반납했다. 이용 시간은 68분. 1시간이 초과돼 1000원을 추가 결제했다. 따릉이 앱을 보니 소모한 열량이 385.7㎉였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4대문 코스 고궁·미술관 등 들를 수 있어 인기…숭례문 제외 주요 지점마다 대여소 ●역사문화 탐방 지난 17일 직접 돌아본 4대문 코스는 창덕궁~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경복궁~세종문화회관~덕수궁 돌담길~숭례문(약 8㎞)으로 이어진다. 코스 전체를 도는 데 약 50분이 걸렸다. 외국인에게 인기가 많은 코스지만 학생들의 역사교육 코스로도 추천할 만했다. 단, 시내 중심가를 돌기 때문에 다른 차량에 주의해야 한다. 숭례문을 제외하면 주요 지점마다 공공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대여소를 정류소 삼아 자전거를 맡기고, 고궁과 미술관 등을 관람해도 좋겠다. 낮 12시 창덕궁의 ‘매표소 앞 공공자전거 대여소’에서 출발했다. 이름과 달리 대여소는 매표소 앞이 아니라 ‘단봉문’(丹鳳門) 앞에 있다. 안국역 3번 출구에서 400m, 돈화문에서 10m 떨어져 있다. 페달을 밟아 돈화문을 지나자마자 왼편 첫 골목(창덕궁로)에 들어서 창덕궁 돌담길을 따라 250m쯤 달렸다. 이어 왼편의 오르막길(창덕궁1길)로 방향을 틀었다. 이 길은 재동초등학교 삼거리와 만났다. 삼거리에서 정면에 보이는 오르막길(북촌5길)로 접어든 후 송원아트센터 앞에서 왼쪽의 윤보선길로 빠졌다. ‘안동교회’ 때문이다. 1909년 서울 북촌의 한 양반이 지었다는 고풍스럽고 아담한 교회다. 윤보선길을 빠져나오니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와 만났다. 우회전해 율곡로를 따라 150m 정도 달리자 짙은 적색으로 칠한 자전거 우선도로가 나왔다. 이후 경복궁 광화문을 지나 3호선 경복궁역 4번 출구까지 약 1㎞를 맘껏 내달렸다. 광화문 전에 있는 동십자각에서 삼청로로 우회전하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도 들를 수 있다. 경복궁역 4번 출구에서 횡단보도를 건넌 후 광화문 삼거리로 되돌아와 세종대로로 진입했다. 정부종합청사부터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는 세종대로 사거리까지 자전거 전용도로는 없지만 차도가 워낙 넓어 자전거 타기에 어려움은 없었다. 서울시의회를 지나 덕수궁 대한문에서 덕수궁길로 꺾었다. 돌담길을 따라 300m쯤 달리다가 정동교회 앞 로터리에서 왼편(서소문로11길)의 언덕을 올랐다. 붉은 벽돌로 지은 배재학당 역사관을 지나 서소문로를 만났다. 길을 건넌 후 좌회전을 해서 300여m를 달리니 시청역 8번 출구였다. 이곳에서 우회전하면 숭례문(崇禮門·국보 1호)이 시야에 들어온다.숭례문광장까지 달린 후 잠시 숨을 고르고, 북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광화문 2번 출구의 공공자전거 대여소까지 내달린 후 자전거를 반납했다. 북악산을 배경으로 틀어 앉은 경복궁과 쭉 뻗은 광화문 광장이 빚어내는 풍경이 웅장하고 시원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상암 코스 자연과 도시의 매력이 공존하는 곳…메타세쿼이아길 500m 하이라이트 ●가족과 오르는 하늘공원 상암 코스(7㎞)는 자연과 도시의 매력을 동시에 지녔다.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역(지하철 6호선)에서 출발해 하늘공원 외곽을 둘러싼 가로숲길을 지나면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빌딩숲이 펼쳐진다. 영화·정보기술(IT) 체험 등 즐길거리도 많다. 지난 17일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 ‘홈플러스 앞 대여소’에서 따릉이(서울시 공공자전거)를 빌렸다. 1번 출구에서 나오는 방향으로 홈플러스 지상 주차장을 지나면 바로 마포구 시설관리공단으로 넘어가는 횡단보도가 나온다. 시설관리공단 뒤가 평화의 공원 정문이다. 보행·자전거 겸용 산책로를 따라 숲과 연못이 펼쳐진다.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우회전해 달려도 공원 입구가 나온다. 내리막길의 짜릿함도 맛볼 수 있다. 평화잔디광장 앞 대형 의자 조형물에서 바닥분수로 향하는 넓은 길이 내리막의 시원함을 선사한다. 평화의 공원을 여유 있게 둘러본 후 하늘공원으로 갈 계획이라면 ‘서울시 공공자전거 운영센터 앞 대여소’에서 따릉이를 반납한 뒤 다시 빌리면 된다. 바닥분수에서 평화의 길로 내려와 왼쪽으로 틀어 공원을 가로질러 달렸다. 곧 구름다리(하늘공원 월드컵육교)가 나타났다. 건너면 하늘공원이다. 하늘공원 계단 입구 왼편으로 약 400m의 자전거길이 나타났다. 이 길을 따라 내려가다 막다른 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상암 코스의 하이라이트인 하늘공원 ‘메타세쿼이아길’이 나온다. 500m의 길 양측에 높이 35m, 지름 2m의 가로수가 빽빽했다. 잠시 자전거를 끌며 ‘걷기용 오솔길’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나무 벤치도 곳곳에 있었다. 이 길 끝에 있는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우회전해 달리면 인조잔디구장, 농구장 등이 있는 난지천공원이 나온다. 공원을 끼고 달리다 난지천공원 입구 교차로에서 우회전해 다시 내달리면 디지털미디어시티 교차로를 만난다. 여기서 좌회전해 약 500m를 직진하면 누리꿈스퀘어 건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누리꿈스퀘어를 정면에 두고 우회전해 월드컵북로를 따라 상암초등학교까지 가면 도로 끝에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와 만난다. 600m 떨어진 상암사거리까지 연결돼 있는데, 자전거 전용도로지만 차량을 조심해야 한다. 볼라드(차량진입 방지 말뚝)가 없어 자전거가 다니지 않으면 택시나 시내버스가 자전거 전용도로를 침범하기 일쑤였다. 상암 코스는 자전거 하이킹만 즐기면 약 50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여러 곳을 들르고 천천히 둘러보기를 원한다면 넉넉하게 3시간 정도 잡는 게 좋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여의도 코스 지하철 5·9호선과 대여소 가까워…갈대·호수·꽃 어우러진 생태체험 ●연인과 벚꽃 만끽 지난 16일 공공자전거를 타고 돌아본 여의도 코스는 연인과 함께 다가오는 봄을 느끼고 싶다면 적극 추천할 만했다. 벚꽃이 만개하는 4월이 가장 아름다운 코스지만, 역설적으로 그때는 피하는 것이 좋다. 벚꽃 축제(4월 4~10일) 때는 인파로 점령될 테니 말이다. 벚꽃이 많이 져 아쉽긴 해도 타는 것 자체만 생각하면 외려 4월 말이 더 추천할 만하다. 여의도역~샛강생태공원~한강공원~여의도나들목~여의도공원(약 6㎞) 코스를 완주하니 약 1시간이 걸렸다. 여의도 둘레길의 절반 정도를 돈 셈이다. 오후 1시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1번 출구 앞. 낮 최고 기온이 14도를 기록했고 날씨도 맑았다. 35대의 자전거가 거치된 대여소에는 10대의 따릉이만 남아 있었다. 여의도에는 모두 26개의 대여소가 있는데, 여의도역 대여소가 자전거 수도 많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편해 이용자가 많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여의나루역(5호선), 샛강역(9호선), 국회의사당역(9호선) 등의 대여소도 접근성이 좋다. 여의도역에서 사학연금회관 건물과 광장아파트를 오른쪽에 끼고 300m가량 직진하자 횡단보도 건너편에 생태공원 표지판이 보였다. 진입로는 경사가 심해 따릉이에서 내린 뒤 안전하게 이동했다. 처음에는 무성한 갈대 사이로 비포장도로가 잠시 이어지다 금세 자전거도로가 시작됐다. 갈대와 억새, 호수, 꽃들이 어우러진 생태공원의 풍경은 아이들의 생태 체험 공간으로도 좋았다. 한강공원 인근에는 공공자전거 대여소가 없었다. 국회를 끼고 돌아 서강대교 남단까지 가야 진미파라곤 앞 대여소에 반납할 수 있다. 라이딩을 마치고 인근 한강 여의도 공원에서 돗자리를 깔고 물빛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관람하는 것도 좋을 듯했다. 여의도 공원까지 가보고 싶어 서강대교를 지나 여의도나들목에서 좌회전해 여의도공원으로 들어섰다. 이곳에서는 자전거 속도를 한강공원에 비해 크게 줄여야 한다. 보행자도로와 자전거도로의 구분도 명확하고, 자전거도로의 폭도 넓지만 초보자나 어린이도 많기 때문이다. 여의도공원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 대여소가 있다. 만일 더 달리고 싶다면 여의도공원으로 진입하지 말고 직진해서 여의나루역, 한강공원, 63빌딩, 샛강 코스 등을 지나 여의도를 한 바퀴 일주하면 된다. 쉬지 않고 페달을 밟으면 통상 2시간 정도 걸린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예술이 된 소주병·녹슨 못… 세상사 부조리를 묻다

    예술이 된 소주병·녹슨 못… 세상사 부조리를 묻다

    민중미술 1세대 30년 삶 담아…몽상가적 회화 작품도 전시 민중미술 1세대 작가 주재환(76)은 자신의 작품을 일컬어 ‘1000원짜리 미술’이라고 한다. 비닐, 빈 소주병, 일회용 커피, 색종이, 스티커 등 좀처럼 거들떠보지 않는 잡동사니들을 사용하기 때문이지만 이 하찮은 재료들을 이렇게 저렇게 조합해 이 세상의 부조리한 단면을 보여주는 그의 작품을 1000원짜리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격렬하게 날을 세우지 않고 에둘러서 혹은 패러디의 기법으로 아주 따끔하게 비판하기에 곱씹어 봐야 하는 게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이다. 민중미술 진영의 ‘큰형님’이자 ‘별종’으로 통하는 그이지만 명성에 비해 작품을 집중 조명한 기회는 많지 않았다. 주재환이 30여년 동안 이룬 작품 세계 전반을 아우르는 전시 ‘주재환-어둠 속의 변신’전이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1990년에서 2015년 사이의 작품 50여점이 선보인다. 그가 살았던, 그리고 살고 있는 세상에서 접한 다양한 주제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드러낸 작품들이다. 드문드문 선보였던 개념미술 계열의 작품들은 하나하나 재료와 주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품이 내포한 여러 가지 의미들을 읽을 수 있다. 붉은색 비닐 끈으로 캔버스를 칭칭 감고 중간중간에 은박지로 포인트를 준다. 작품 ‘아침이슬’이다. 검은색 나무 액자에 공사장에서 주운 녹슬고 구부러진 못들을 매단 것의 제목은 ‘악보’다. 속이 빈 액자를 노란색과 붉은색으로 칠하고 ‘이 알맹이도 그자들이 빼먹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런 작품은 시작에 불과하다. 빈 소주병 두 개를 나란히 캔버스 뒷면에 세워 놓고 돈맛의 크기와 예술의 크기가 동일함을 보여주는가(작품 ‘독작’) 하면 조롱박에 물을 담아 놓고 그 앞에 빨래건조기들을 쌓아 빈 페트병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기도(작품 ‘물vs물의 사생아들’) 했다. ‘훔친 돈이 전혀 없는 투명 사회에서 사우나의 도난 방지용 수건을 훔친 딸을 혼냈더니 훔친 기억이 없다 하네’(작품 ‘훔친 수건’)는 칼만 안 들었지 강도나 다름없는 사람들이 들끓는, 이름뿐인 투명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담고 있다. 억만장자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대표작 ‘다이아몬드 해골’ 사진과 브라질 빈민가의 ‘돌밥 냄비’를 겹쳐 붙인 ‘다이아몬드 8601개vs돌밥’은 불공평한 세상을 꼬집는다. 아무리 민중미술을 주류 미술계가 올해의 화두로 내세웠다지만 상업갤러리로서는 큰 모험인 게 분명해 보인다. 작가는 “갤러리도 살고 작가도 살아야 한다. 먹고사는 게 예술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작업한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는 주재환의 아파트 한 방을 가득 채웠던 회화작품들도 대거 나들이를 했다. 몽상가적인 작가의 작품을 좀 더 미학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괴산괴우’ ‘몽유’ ‘저 별빛’ ‘금’(禁) ‘비’(非) 등 대부분 청색계열에 ‘밤’과 ‘변신’이라는 공통의 주제를 담고 있다. 작가는 “사회질서와 규율 밖에서 존재하는 암울한 현실을 담다 보니 그런 색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전시는 4월 6일까지. (02)720-1524.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마음의 빛깔 따라 변한, 뉴욕의 세 가지 얼굴

    마음의 빛깔 따라 변한, 뉴욕의 세 가지 얼굴

    오치균(60)은 캔버스에 손가락으로 아크릴 물감을 두텁게 쌓아올리는 독특한 기법으로 이름을 알린 ‘잘나가는’ 화가다. 그것도 아주. 언제나 그랬을까? 30년 전 뉴욕의 브루클린대학원에서 수학하던 시절 그의 삶은 무척 고되고 퍽퍽했다. “뉴욕에 살았지만 센트럴파크도, 마천루도 모든 게 음산하게만 보였죠.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지하철의 홈리스들, 죽은 쥐… 그런 것들만 눈에 들어왔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른 뒤에 뉴욕을 다시 찾았을 때는 완전히 다르게 보였어요.”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금호미술관에서 열리는 오치균의 개인전 ‘뉴욕 1987~2016’은 작가가 1980년대 중반 미국 유학시기부터 현재까지 지속해온 ‘뉴욕 시리즈’를 통해 30년간의 작업과 인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총 7개 전시실에서는 뉴욕을 주제로 한 작품 100여점을 세 가지 시기로 구분해 보여줌으로써 작가의 시각적이고 정서적인 변화를 잡아내고 있다. 유학시기에 해당하는 1987년부터 1990년까지가 1기, 개인전 준비를 위해 1992년 다시 미국으로 떠나 뉴욕에 잠시 정착했던 1995년까지가 2기, 그리고 2014년 가을 다시 뉴욕을 찾았을 때 받은 인상을 담은 것이 뉴욕 3기다. ‘홈리스’, ‘피규어’, ‘지하철’ 등 1기의 작품들은 어둡고 음산하다. 어두운 거리의 부랑자와 좁은 방안에서 기묘하게 일그러진 자세를 취한 인물들은 거대한 도시 뉴욕에서 어둠에 갇혀 있던 가난한 이방인의 정서를 대변한다. ‘설경’ 연작과 ‘엠파이어 스테이트’로 대표되는 2기의 작품들은 경제적으로나 생활 면에서 안정됨에 따라 도시의 건물 외형이 주는 기하학적 조형미로 관심이 전환된다. 일상의 소소한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안정된 심리 상태를 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뉴욕 3기에서 보여주는 ‘센트럴파크’, ‘브로드웨이’,‘1번가’는 이전보다 한층 밝고 경쾌해진 색감과 마티에르로 뉴욕의 풍경을 묘사했다. 같은 건물을 그린 그림이지만 20년 전에는 네모진 창문을 획일적으로 그렸지만 최근의 작품에선 노랗게 단풍 든 풍성한 나무가 건물 앞에 등장해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어둠의 장막이 거둬진 이유에 대해 “먹고 살만해져 마음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라며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같은 공간이지만 머물렀던 당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껴졌고, 그런 정서가 그림에 표현된 것이 마치 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뉴욕’ 시리즈 외에 ‘서울’, ‘사북’, ‘산타페’, ‘감’ 시리즈를 연달아 발표한 오치균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경매를 통해 가격이 올라가고 인지도가 높아졌다. “이제는 자유롭게 그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그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고향의 정서를 보여주는 기존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를 열고 싶다”고 밝혔다. 전시는 4월 10일까지. (02)720-5114.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구슬 연꽃’으로 피어난 한국 문화·정신

    ‘구슬 연꽃’으로 피어난 한국 문화·정신

    “한국의 전통 건축과 공간에 피어 있는 연꽃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영성이라는 강한 상징성을 내포한 연꽃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은 매혹적이고도 경이로웠습니다.” 다양한 소재의 구슬을 사용한 추상 조각으로 알려진 프랑스 조각가 장미셸 오토니엘(52)이 ‘검은 연꽃’(Black Lotus)이라는 제목으로 5년 만에 한국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국제갤러리 3관에서 열리는 전시에는 풍부한 은유와 조형 감각이 농축된 유리 조각, 설치 작품, 회화 등 신작 10점이 선보인다. 그의 작품 세계에서 본질적이고 중요하게 탐구되고 있는 꽃을 주제로 한 것들이다. “꽃은 내 작업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꽃이 지닌 숨은 의미나 상징은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매개체가 됩니다. 나에게 끊임없는 경이의 원천은 이처럼 실재하는 것들입니다.” 그는 전시 준비를 위해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하며 연꽃이 상징적으로 지니는 문화적, 종교적 의미를 탐구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오토니엘은 이번 전시회 제목을 모순 그 자체인 ‘검은 연꽃’으로 지은 이유에 대해 “연꽃이 주는 순수함과 검은색이 지닌 어두움을 결합해 시적인 느낌을 강조하려 했다”면서 “보들레르의 ‘악의 꽃’과 랭보의 ‘보이지 않는 찬란함’, 제라르 드 네르발의 ‘우울함의 검은 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에는 보라, 검정, 파랑의 구슬로 연결된 조각 작품들이 설치돼 있다. 커다란 구슬을 연결한 작품들은 각각 봉오리 형태이거나 반쯤 피거나 활짝 핀 연꽃을 표현한다. 생테티엔의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난 오토니엘은 세르지퐁투아즈 고등미술학교를 졸업하고 1980년대 후반부터 사진, 조각,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다루다가 1992년부터 본격적으로 유리를 이용해 작업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는 이번 전시에서 백금박을 여러 겹 입힌 캔버스에 짙은 검은색 석판화 잉크로 그린 회화 작업 ‘검은 연꽃’을 처음 선보였다. 2011년 국내에서 첫 개인전 ‘마이 웨이’를 개최한 바 있는 오토니엘은 공공미술 작가로 미국과 유럽에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엔 프랑스 앙굴렘에 있는 성베드로대성당의 성물함과 유물함 옆의 성상을 현대미술 작가로는 처음으로 디자인하기도 했다. 7년이 소요된 이 프로젝트는 올봄 대중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전시는 3월 27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그를 다시 사유하다

    그를 다시 사유하다

    지난 28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선 보기 드문 풍경이 펼쳐졌다. ‘물방울 화가’로 알려진 김창열(87) 화백이 길게 줄을 맨 바이올린을 끌고 거리를 걸어가 갤러리 현대의 로비에 준비된 책상 위로 바이올린을 내리쳤다.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1932~2006) 10주기를 맞아 갤러리 현대에서 준비한 추모 퍼포먼스였다. 백남준은 1963년 3월 독일 부퍼탈에서 ‘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이라는 제목의 첫 개인전을 열면서 서양 음악의 상징과도 같은 바이올린을 깨부수는 파격적인 행위로 세계 미술계에 기라성같이 등장했다. 이날 퍼포먼스를 벌인 김 화백은 1983년 백남준과 갤러리 현대의 첫 만남이 있었던 장소의 주인이다. 갤러리 현대 박명자 회장은 회고한다. “프랑스 파리의 김 화백 화실에서 백남준 선생은 영어와 불어를 섞어 가며 생중계 위성쇼에 대한 구상을 쏟아냈다. 작가의 열정과 심연을 가늠하기 힘든 예술적 깊이에 충격을 받고 그 자리에서 함께 일할 것을 제안했다.” 백남준은 이듬해 1월 1일 파리, 뉴욕, 샌프란시스코, 서울을 연결하는 위성쇼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선보이며 한국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갤러리 현대는 1988년 9월 14일부터 보름간 백남준의 한국 최초 개인전을 열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다다익선’ 설치 제막식과 동시에 열린 전시에 출품된 작품은 ‘선덕여왕’, ‘세종대왕’ 등 한국의 위대한 인물들을 로봇으로 형상화한 비디오 조각 작품들이다. 1990년, 1992년, 1995년, 2007년 총 5회의 개인전을 열었던 현대는 이번에 백남준 추모 10주기 전으로 인연을 이어갔다. 백남준은 2006년 1월 29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아파트에서 부인 구보타 시게코(2015년 7월 별세)가 지켜보는 가운데 별세했다. 작고일 하루 전에 개막된 전시의 타이틀은 ‘백남준, 서울에서’로 그가 한국에 남긴 주요 작품 40여점을 선별해 선보인다. 특히 1990년 여름 백남준이 평생의 친구였던 독일 예술가 요제프 보이스를 추모하며 갤러리 현대 뒷마당에서 행한 진혼굿 퍼포먼스 ‘늑대걸음으로’에 사용했던 오브제들을 26년 만에 공개했다. 이 퍼포먼스를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한 장폴 파르지에 전 파리8대학 교수는 백남준이 퍼포먼스에서 입었다가 선물한 흰색 두루마기와 갓을 파리에서 가져와 의미를 더했다. 한쪽 벽면에 당시 백남준이 행했던 퍼포먼스 영상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파르지에는 백남준의 한복으로 바닥에 놓여 있던 피아노을 덮었다. 보이스는 1963년 백남준의 부‘퍼탈 개인전 전시회장을 방문해 네 대의 피아노가 설치된 방에 들어간 후 바닥에 거꾸로 놓여 있던 피아노를 도끼로 부수는 퍼포먼스를 했었다. 백남준은 진혼굿에서 스스로 무당 역할을 했고, 보이스를 대신해 망가진 피아노와 머리가 뚫린 중절모를 가져다 놓음으로써 두 사람의 예술적 이상을 흥겨운 굿판으로 만들었다. 파르지에는 “백남준이 벗을 기리고자 진혼굿을 행했듯이, 지금은 남은 벗들이 그를 기린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선 1988년에서 2000년 사이 한국에 집중적으로 소개된 백남준의 작품 ‘로봇가족’ 시리즈를 비롯해 백남준의 예술적 스승이자 동지인 존 케이지, 샬럿 무어맨, 요제프 보이스를 형상화한 작품, 인류사에 큰 족적을 남긴 찰스 다윈과 아이작 뉴턴에 대한 작품 등이 함께 선보인다. 1995년 독일 폴프스버그 미술관에 설치했던 ‘잡동사니 벽’과 6m 길이의 화선지에 적은 진연선 박사에 대한 추모시는 처음 대중에 공개되는 작품이다. 이날 퍼포먼스에 참석한 이용우 상하이 히말라야미술관장은 “예술가로서 ‘동양에서 온 테러리스트’로 불린 백남준이 발명한 것들에는 역사적이고 미래적인 테크놀로지 생태학과 거대한 세계관이 담겨 있다”면서 “10주기는 그를 기리는 감상적 기념일이 아니라 그의 예술을 면밀하게 다시 들여다보고 검증하는 재도약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4월 3일까지. (02)2287-3500. 한편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울시가 매입한 동대문구 창신동 백남준의 유년 시절 집터에 기념관을 조성해 백남준의 탄생일인 7월 20일 개관할 예정이다.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직감 좇은 붓질… 보이는 대로 보라

    직감 좇은 붓질… 보이는 대로 보라

    ‘정확히 이렇게 보이는 박스의 부감샷을 기준 삼아 새처럼 보이는 무엇과 함께’, ‘뇌신경학과 입자 물리학을 거쳐 다시 괴석이나 괴목 따위를 경험한 이후 어느 동양인에 의해 나올 수 있는 모던 토킹’, ‘아무도 믿지마’ …. 전위적인 시처럼 보이는 이 긴 문장은 추상화의 제목이다. 미술, 음악, 시, 영화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실험적인 예술활동을 펼치고 있는 백현진(44)이 서울 종로구 삼청로 PKM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다. ‘들과 새와 개와 재능’이라는 생경한 타이틀을 단 전시에서 작가는 회화와 드로잉 신작 30여점을 선보인다.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한국적 ‘아방팝’ 밴드 어어부프로젝트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 백현진은 영화 ‘베테랑’과 ‘사도’의 음악감독 방준석과 함께 듀오 ‘방백’을 결성해 최근 음반을 내고 공연도 했다. 음악과 미술의 비중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그는 “음악 하는 도중에도 스마트폰 앱이나 종이에 그리고, 붓질을 할 때도 입으로는 흥얼거리며 작곡을 하기 때문에 딱히 구분할 수 없다”며 “초저녁이 밤이 되고 새벽으로 이어지듯이 20여년 동안 여러 장르를 동시에 하다 보니 이제는 무리 없이 물리적으로 잘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의 예술적 지향점은 ‘아무것도 안 하기’이다. 존재의 부정이나 의미의 부재가 아니라 그 너머를 표현하기 위해서다. “노래할 때나 붓질할 때는 가능한 한 아무 생각 없이 하려 한다”는 그의 회화는 도식적인 구성을 배제한 우발적인 도상과 현란한 색이 특징이다. 직감을 좇아가며 그리고 칠한 행위의 결과물은 묘한 긴장을 연출한다. 문학성 넘치는 언어구사력으로 소문난 싱어송라이터인 그가 이번 전시에서 보여 주는 작품의 제목도 흥미롭다. ‘딱딱한 콸콸콸’, ‘어릴 적 논밭 스케이트장 옆 비닐하우스에서 먹은 오뎅이 생각하는 초여름이라고 말 되어지는 한순간’, ‘어떤 동물에게 도구로 인식되기 이전의 물질’(작품) 등 상식을 깨는 것이 대부분이다. 작가는 “이른바 척하려고 한 것은 아니고 적확한 표현을 찾다 보니 길어졌다”면서 “나름대로 성의껏 만든 물건이고 어떻게 전달될지 모르지만 제목은 모두 없어도 된다”고 밝혔다. 전시장 한쪽 구석에서는 백현진이 매일매일 즉흥적으로 소리를 빚어내는 사운드퍼포먼스 ‘면벽’(Face the Wall)도 펼쳐진다. “칸막이를 없애듯이 서양의 12음계 틀에서 벗어나 주파수 자체만으로 구성했다. 작업하는 환경을 보여 주고 싶었다”는 설명을 들어도 이해가 잘 안 되는, 지극히 실험적인 ‘소리’다. 홍대 미대 조소과에 들어갔지만 3학기 만에 중퇴해 정규교육을 거의 받지 않았고, 그래서 자유롭다는 그는 “현대미술은 대단한 퀴즈가 아니다”라면서 “어떻게 봐야 맞다, 틀리다 고민하지 말고 그대로 감상하면 된다”고 말했다. 27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낯선 동식물 모형들, 신선한 충격

    낯선 동식물 모형들, 신선한 충격

    현대미술은 캔버스가 아닌 다양한 매체에 다양한 방식으로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관람자에게 색다른 감동을 안긴다. 그런 점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의 한 명으로 꼽히는 벨기에 출신의 설치미술가 카르스텐 휠러(54)의 개인전이 25일부터 서울 삼청로 PKM갤러리에서 열린다. 농업과학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고 식물병리학 연구소에서도 근무한 경력이 있는 과학자이자 예술가인 휠러의 작품은 관람객과 공간, 관람객과 작품 간의 상호 소통을 유도하면서 원초적인 감각을 자극하는 실험적인 성격이 강하다. 2000년 프라다 재단 전시에서 선보인 ‘거꾸로 선 버섯 방’은 붉은 빛깔의 독버섯들이 거꾸로 매달린 채 관객을 홀리듯이 천천히 회전하는 작품이다. 2006년 런던 테이트모던의 터바인홀에 설치했던 대형 미끄럼틀 ‘테스트 사이트’와 2011년 뉴욕 뉴뮤지엄 개관전에서 선보인 미끄럼틀은 유쾌하고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공간에 대한 관람객의 인식을 뒤흔들며 설치미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2010년 광주비엔날레에서는 거울로 이뤄진 7개의 자동문 설치작업을 통해 주목을 받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인지도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며 순간적으로 새로운 공간에 고립되는 자신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 마주함으로써 관람객은 주인공이 된 듯한 흥미로움과, 끊임없이 확장과 축소를 반복하는 공간에 갇히는 두려움이라는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경험하는 작품이다. 국내에서 열리는 휠러의 첫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50%’라는 제목으로 휠러의 근작과 신작 등 20여점을 선보인다. 그의 대표 조각작품 시리즈로 꼽히는 ‘자이언트 트리플 버섯’ 시리즈는 대형 버섯모형으로 흰색 점이 있는 새빨간 광대버섯과 다른 종류의 버섯으로 이뤄져 기이한 분위기를 준다. 샤머니즘 역사 속 광대버섯의 향정신성 성분과 주술적 맥락에서 영감을 받은 작업으로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또 다른 문화 존재의 가능성과 문명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모든 것이 거꾸로 보이는 고글 ‘업사이드-다운 고글’과 보라색 ‘문어’, 초록색의 기이한 동물 모형 작품 또한 대상과 장소에 대한 낯선 경험을 제공한다. 현재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작업 중인 카르스텐 휠러는 뉴욕 뉴뮤지엄, 밀라노의 프라다 재단, 런던 테이트 모던, 프랑스 디종의 르 콩소르시엄 등 각국의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2003년,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와 2010년, 2014년 광주 비엔날레에 출품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거대한 컨테이너·금세 사라지는 물글씨 디지털 시대 정보와 인간관계를 빗대다

    거대한 컨테이너·금세 사라지는 물글씨 디지털 시대 정보와 인간관계를 빗대다

    서울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가장 높고 큰 박스 공간에 거대한 프레임만 남은 컨테이너 형태의 구조물 4개가 층층이 쌓였다. 4층 건물의 입면도처럼 보이는 10m 높이의 설치물에서 시간차를 두고 단어 형태의 수많은 물방울들이 떨어진다. ‘물글씨’는 뜻을 알아차릴 시간도 주지 않고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국제적인 현대미술 작가들을 지원하는 ‘대한항공 박스 프로젝트’의 세 번째 전시 작가로 선정된 독일 출신의 미디어 아티스트 율리어스 포프(42)가 선보인 작품 ‘비트.폴 펄스’(bit.fall pulse)다. 포프는 “인간과 환경의 상호관계를 정보의 관점에서 보고자 했다”며 “물방울 글씨는 현대의 시대 정신에 해당하는 키워드들이지만 단어 자체보다는 키워드들이 잠깐 보였다가 환경에 의해 사라지는 것을 통해 문화가 변화하고 사라지는 것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작업의 제목인 ‘비트.폴 펄스’는 데이터의 최소 단위 정보 조각(bit)의 떨어짐(fall), 즉 쏟아지며 짧은 순간만 존재하는 정보의 ‘일시성’과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전파되는 정보의 활발한 맥(pulse)을 상징한다. 2012년 런던올림픽을 기념하는 작품 ‘비트.폴’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은 포프는 독일 라이프치히 시각예술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뉴욕현대미술관(2008), 리옹 현대미술관(2008), 빅토리아 앤드 알버트미술관(2009), ZKM(2015) 등 해외 유수 기관의 기획전에 참여한 바 있다. 과학과 예술의 경계에 위치한 그의 작품은 정보의 자연적 특성에 주목하고 디지털 시대의 정보와 인간의 상호관계를 표현한다. ‘비트.폴’은 작가가 고안한 통계 알고리즘을 통해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연결돼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역동적인 기계음과 물을 쏟아낸다. 떨어지는 수많은 물방울들은 짧은 순간 단어를 만들며 떨어진다. 물글씨로 쓰여질 단어들은 인터넷 뉴스피드 게재 단어 중 노출 빈도수에 따라 중요도를 측정해 선택한다. 10여년째 세계 곳곳에서 진행해 온 ‘비트.폴’ 시리즈 중 최대 규모인 이번 신작을 통해 작가는 그동안 지속해 왔던 인간의 정보 소비 방식과 그에 따른 문화의 변화를 한층 더 은유적이고 심화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포프는 “물건을 실어나르는 컨테이너의 프레임은 그 자체로 물류와 정보의 흐름을 나타낸다. 그것을 ‘현대의 바벨탑’처럼 쌓아 필터링을 거친 메시지를 쏟아내는 거대한 디지털 통신의 구조를 상징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박스 프로젝트’는 현대미술의 비전을 제시한 작가를 선정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박스 공간의 특성을 반영한 독창적인 신작을 제작, 설치하는 프로젝트다. 서울관 개관과 함께 시작돼 2013년 한국작가 서도호, 2014년 아르헨티나 작가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작품을 전시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순식간에 사라지는 ‘물글씨’로 쓴 이 시대.. ‘비트.폴 펄스’

    순식간에 사라지는 ‘물글씨’로 쓴 이 시대.. ‘비트.폴 펄스’

     서울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가장 높고 큰 박스 공간에 거대한 프레임만 남은 컨테이너 형태의 구조물 4개가 층층이 쌓였다. 4층 건물의 입면도처럼 보이는 10m 높이의 설치물에서 시간차를 두고 단어 형태의 수많은 물방울들이 떨어진다. ‘물글씨’는 뜻을 알아차릴 시간도 주지 않고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국제적인 현대미술 작가들을 지원하는 ‘대한항공 박스 프로젝트’의 세 번째 전시 작가로 선정된 독일 출신의 미디어 아티스트 율리어스 포프(42)가 선보인 작품 ‘비트.폴 펄스’(bit.fall pulse)다. 포프는 “인간과 환경의 상호관계를 정보의 관점에서 보고자 했다”며 “물방울 글씨는 현대의 시대 정신에 해당하는 키워드들이지만 단어 자체보다는 키워드들이 잠깐 보였다가 환경에 의해 사라지는 것을 통해 문화가 변화하고 사라지는 것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작업의 제목인 ‘비트.폴 펄스’는 데이터의 최소 단위 정보 조각(bit)의 떨어짐(fall), 즉 쏟아지며 짧은 순간만 존재하는 정보의 ‘일시성’과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전파되는 정보의 활발한 맥(pulse)을 상징한다.  2012년 런던올림픽을 기념하는 작품 ‘비트.폴’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은 포프는 독일 라이프치히 시각예술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뉴욕현대미술관(2008), 리옹 현대미술관(2008), 빅토리아 앤드 알버트미술관(2009), ZKM(2015) 등 해외 유수 기관의 기획전에 참여한 바 있다. 과학과 예술의 경계에 위치한 그의 작품은 정보의 자연적 특성에 주목하고 디지털 시대의 정보와 인간의 상호관계를 표현한다.  ‘비트.폴’은 작가가 고안한 통계 알고리즘을 통해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연결돼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역동적인 기계음과 물을 쏟아낸다. 떨어지는 수많은 물방울들은 짧은 순간 단어를 만들며 떨어진다. 물글씨로 쓰여질 단어들은 인터넷 뉴스피드 게재 단어 중 노출 빈도수에 따라 중요도를 측정해 선택한다. 10여년째 세계 곳곳에서 진행해 온 ‘비트.폴’ 시리즈 중 최대 규모인 이번 신작을 통해 작가는 그동안 지속해 왔던 인간의 정보 소비 방식과 그에 따른 문화의 변화를 한층 더 은유적이고 심화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포프는 “물건을 실어나르는 컨테이너의 프레임은 그 자체로 물류와 정보의 흐름을 나타낸다. 그것을 ‘현대의 바벨탑’처럼 쌓아 필터링을 거친 메시지를 쏟아내는 거대한 디지털 통신의 구조를 상징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박스 프로젝트’는 현대미술의 비전을 제시한 작가를 선정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박스 공간의 특성을 반영한 독창적인 신작을 제작, 설치하는 프로젝트다. 서울관 개관과 함께 시작돼 2013년 한국작가 서도호, 2014년 아르헨티나 작가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작품을 전시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수묵’ 틀을 벗다

    ‘수묵’ 틀을 벗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과 함께 깊어 가는 가을에는 묵향이 진하게 풍기는 수묵화가 제격이다. 전통적 수묵화도 좋지만 전통에서 출발해 동시대의 감성으로 재탄생한 현대적 수묵을 선보이는 전시들이 발길을 모은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 갤러리에서는 한국과 중국 두 나라 작가들이 전통적인 수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회화와 설치작품을 보여주는 ‘당대 수묵’전을 열고 있다. 전시에는 김선두, 김호득, 조환 등 한국 작가 3명과 중국 작가 웨이칭지, 장위가 참여한다. 전통 수묵에서 출발했지만 기존의 재료와 방법, 주제에서 벗어나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이미지를 추구해 온 작가들은 저마다의 화법으로 수묵화의 새로운 미학을 제안하고 있다. 김선두는 수묵과 채색, 선과 형상 간의 간극을 좁히는 작업을 통해 삶의 감동을 표현한다. 투박한 닥종이의 느낌이 살아 있는 장지에 색을 칠하고 이를 여러 겹 중첩한 뒤 색이 우러나오도록 하거나 칼로 문양을 오려 낸 다음 그 위에 자연을 화사한 수묵 채색으로 담아낸다. 할미꽃에서 자연의 거친 힘을 보았다는 그의 작품 ‘별을 보여드립니다-붉은 땅’은 붉게 표현된 바탕에서 생명이 솟아나는 듯하다. 작가 김호득은 “먹으로 정신과 물질을 다 표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40년 넘게 검은 먹과 씨름해 왔다.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기보다는 먹과 묵의 어둠과 깊음이 주는 다양함을 찾기 위해 꾸준히 탐구해 왔다”는 그는 이번 전시에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먹으로 그어 내는 일필휘지로 하얀 여백 위에 검은 먹의 자취를 힘차게 표현한 작품 ‘겹-사이’ 연작을 선보였다. 1980~90년대 수묵 인물화와 도시 풍경을 그리며 전통 회화가 무엇인지를 고민한 작가 조환은 수묵의 기본이 되는 먹을 다시 바라보자고 마음먹었다가 아예 그것을 “버리고 자유로워졌다”고 말한다. 그는 먹과 붓 대신 용접기, 철판과 같은 비수묵적 재료를 집어들고 수묵의 오묘한 세계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철로 만든 거친 황톳빛 나룻배와 대형 병풍처럼 글을 새긴 철판 설치작품을 내놓았다. 배는 어지러운 세상을 넘어 피안의 극락정토를 갈 때 타는 반야용선(般若龍船)이고, 녹슨 철 병풍에 쓰인 글은 당나라 서예가 장욱(張旭)이 쓴 반야심경 구절을 철판에 페인트로 임서하고 오려 낸 것이다. 중국인 작가 두 명은 중국 현대미술의 태동기라 할 수 있는 1985년 이후 급속하게 변화한 현대 중국 사회에서 전통과 현대를 어떻게 연결할지 고민해 온 인물들이다. 장위는 1991년부터 오른쪽 검지 끝에 물감이나 물을 묻혀 종이 표면에 남기는 지인(指印) 연작을 선보이고 있다. 흰색 종이에 물을 묻혀 올록볼록 요철처럼 만든 작품과 붉은색 물감을 옅게 만들고 무작위로 찍어 나간 작품을 선보인 그는 “이전의 중국화 제작 방식은 현대사회에서 갈 곳을 잃게 됐다. 전통적인 재료를 가지고는 예술의 근원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해 붓과 먹에서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작가 웨이칭지는 별로 가득 찬 미국 영화사 파라마운트사(社)의 로고 위에 자신의 서명을 적고 중국을 상징하는 오성기를 정상에 꽂은 작품과 스포츠 상표 퓨마의 로고와 자동차 재규어의 상징 이미지를 담은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전통적인 수묵도 변화를 받아들이고 동시대와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서양문화의 급격한 유입에 대한 개인적인 거부감과 사회적 요소를 작품에 담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9일까지. 서울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거시와 미시:한국과 대만 수묵화의 현상들’은 한국과 대만의 동시대 수묵화를 조명하고 있다. 각각 고유하면서도 서로 동질적인 역사와 사회적 배경을 갖는 두 나라 작가들의 작품에 담긴 역동적인 측면에 주목했다. 동아시아 공통의 오랜 역사를 갖는 수묵화 분야에서 각각 역사적·지리적 차이를 바탕으로 발전한 특유의 흐름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신영상, 김호득, 김희영, 임현락, 정용국, 리이훙, 리마오청, 양스즈, 황보하오 등 9명의 작가가 출품한 수묵화 37점이 전시된다. 오는 22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깊어가는 가을, 현대적 수묵의 다양성에 취하다

    깊어가는 가을, 현대적 수묵의 다양성에 취하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과 함께 깊어 가는 가을에는 묵향이 진하게 풍기는 수묵화가 제격이다. 전통적 수묵화도 좋지만 전통에서 출발해 동시대의 감성으로 재탄생한 현대적 수묵을 선보이는 전시들이 발길을 모은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는 한국과 중국 두 나라 작가들이 전통적인 수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회화와 설치작품을 보여주는 ‘당대 수묵’전을 열고 있다. 전시에는 김선두, 김호득, 조환 등 한국 작가 3명과 중국 작가 웨이칭지, 장위가 참여한다. 전통 수묵에서 출발했지만 기존의 재료와 방법, 주제에서 벗어나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이미지를 추구해 온 작가들은 저마다의 화법으로 수묵화의 새로운 미학을 제안하고 있다.  김선두는 수묵과 채색, 선과 형상 간의 간극을 좁히는 작업을 통해 삶의 감동을 표현한다. 투박한 닥종이의 느낌이 살아 있는 장지에 색을 칠하고 이를 여러 겹 중첩한 뒤 색이 우러나오도록 하거나 칼로 문양을 오려 낸 다음 그 위에 자연을 화사한 수묵 채색으로 담아낸다. 할미꽃에서 자연의 거친 힘을 보았다는 그의 작품 ‘별을 보여드립니다-붉은 땅’은 붉게 표현된 바탕에서 생명이 솟아나는 듯하다. 작가 김호득은 “먹으로 정신과 물질을 다 표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40년 넘게 검은 먹과 씨름해 왔다.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기보다는 먹과 묵의 어둠과 깊음이 주는 다양함을 찾기 위해 꾸준히 탐구해 왔다”는 그는 이번 전시에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먹으로 그어 내는 일필휘지로 하얀 여백 위에 검은 먹의 자취를 힘차게 표현한 작품 ‘겹-사이’ 연작을 선보였다.  1980~90년대 수묵 인물화와 도시 풍경을 그리며 전통 회화가 무엇인지를 고민한 작가 조환은 수묵의 기본이 되는 먹을 다시 바라보자고 마음먹었다가 아예 그것을 “버리고 자유로워졌다”고 말한다. 그는 먹과 붓 대신 용접기, 철판과 같은 비수묵적 재료를 집어들고 수묵의 오묘한 세계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철로 만든 거친 황톳빛 나룻배와 대형 병풍처럼 글을 새긴 철판 설치작품을 내놓았다. 배는 어지러운 세상을 넘어 피안의 극락정토를 갈 때 타는 반야용선(般若龍船)이고, 녹슨 철 병풍에 쓰인 글은 당나라 서예가 장욱(張旭)이 쓴 반야심경 구절을 철판에 페인트로 임서하고 오려 낸 것이다.  중국인 작가 두 명은 중국 현대미술의 태동기라 할 수 있는 1985년 이후 급속하게 변화한 현대 중국 사회에서 전통과 현대를 어떻게 연결할지 고민해 온 인물들이다. 장위는 1991년부터 오른쪽 검지 끝에 물감이나 물을 묻여 종이 표면에 남기는 지인(指印) 연작을 선보이고 있다. 흰색 종이에 물을 묻혀 올록볼록 요철처럼 만든 작품과 붉은색 물감을 옅게 만들고 무작위로 찍어 나간 작품을 선보인 그는 “이전의 중국화 제작 방식은 현대사회에서 갈 곳을 잃게 됐다. 전통적인 재료를 가지고는 예술의 근원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해 붓과 먹에서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작가 웨이칭지는 별로 가득 찬 미국 영화사 파라마운트사(社)의 로고 위에 자신의 서명을 적고 중국을 상징하는 오성기를 정상에 꽂은 작품과 스포츠 상표 퓨마의 로고와 자동차 재규어의 상징 이미지를 담은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전통적인 수묵도 변화를 받아들이고 동시대와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서양문화의 급격한 유입에 대한 개인적인 거부감과 사회적 요소를 작품에 담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9일까지.  서울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거시와 미시: 한국과 대만 수묵화의 현상들’은 한국과 대만의 동시대 수묵화를 조명하고 있다. 각각 고유하면서도 서로 동질적인 역사와 사회적 배경을 갖는 두 나라 작가들의 작품에 담긴 역동적인 측면에 주목했다. 동아시아 공통의 오랜 역사를 갖는 수묵화 분야에서 각각 역사, 지리적 차이를 바탕으로 발전한 특유의 흐름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신영상, 김호득, 김희영, 임현락, 정용국, 리이훙, 리마오청, 양스즈, 황보하오 등 9명의 작가가 출품한 수묵화 37점이 전시된다. 오는 22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80세 노작가의 끝나지 않은 실험정신

    80세 노작가의 끝나지 않은 실험정신

    캔버스 뒷면에서 물감을 밀어내는 고유의 회화 기법으로 유명한 단색화 1세대 작가 하종현(80)의 50년 화업을 보여 주는 전시회가 서울 종로구 삼청로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1970년대 이후 발표했던 대형 회화 작품과 올여름 무더위와 싸우며 완성한 신작들로 구성됐다. 굵고 거친 삼실로 짠 마대를 캔버스로 사용하는 그는 마대 뒷면에서 앞면으로 물감을 밀어내는 독특한 방식으로 1974년 ‘접합’ 연작을 시작하면서 캔버스 양면을 활용하는 실험적인 작업 방식을 지속적으로 탐구해 왔다. 단색화 특유의 질감이 돋보이는, 단조롭지만 강렬한 이미지의 회화 작품들은 마대 조직 틈을 통해 뒷면에서 바깥쪽으로 스며 나오면서 앞면에 입체적인 표현을 이루어 낸 것들이다. 미국 미시간대 미술사 교수 조앤 기는 그의 작업 방식과 작품에 대해 ‘작가가 추구하는 신체성이 자아내는 고유한 회화 어법과 표면의 질감, 마대에 따른 색면은 단색화를 회화의 경향이기보다 그 자체를 물질로서 다루며, 완성된 작품의 이미지는 이 움직임이 반영된 회화적 결과로 존재한다’고 평한 바 있다. 40여년간 흙색이나 검은색, 짙은 올리브색 등 무채색 계열과 씨름했던 그는 단색화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린 대규모 회고전에서 화려한 색깔을 사용한 ‘접합 이후’ 연작을 선보였다. 그가 이번 개인전에선 연기(그을음)를 씌우는 새 기법이 더해진 단색화 신작을 내놓았다. 전시 개막에 즈음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팔순의 나이에 실험적인 것이 무엇이 있을까. 한 곳에 머물지 않도록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위와 물질이 조우하는 표현 방식은 기존의 작업과 같지만 이번에는 캔버스 위에 흰색 물감을 칠하고 물감이 마르기 전 그 위에 그을음을 덧입히고 다시 그것을 긁어 내거나 붓으로 밀어내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렇게 하면 그을음이 밀려나면서 밑에 있던 물감이 다시 표면으로 올라오기도 하면서 연기는 자연스럽게 색채의 일부가 된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흔히 접하는 대상을 색으로 활용하며 작품의 어휘로 치환하는 과정을 작업의 중요한 지점으로 삼고 있다”는 그는 “물감 위에 그을음을 씌운 작품에는 인공적으로 형성할 수 없는 또 다른 자연의 색깔이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이렇게 마대와 물감, 그리고 작가의 행위가 하나가 됐을 때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18일까지. 1959년 홍익대를 졸업한 하종현은 1990년부터 1994년까지 홍익대 예술대학 학장을 지냈고,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으로 재직했다. 1961년 파리비엔날레, 1967년과 1977년 상파울루비엔날레,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2009년 프라하비엔날레 등 해외 주요 전시에 한국 대표 작가로 참가했다. 단색화가 재조명을 받으면서 2014년 뉴욕 소재 블럼앤드포 갤러리에서 전시를 가졌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문화단신]

    [문화단신]

    박래경 큐레이터協 명예회장 기념논총 박래경 한국큐레이터협회 명예회장의 팔순을 기념한 기념논총인 ‘현대미술사와 현장’(김달진미술연구소 발간)이 발행됐다. 박 명예회장은 1935년 대구 태생으로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서독정부학술교류처 장학생으로 독일 뮌헨대에서 미술사 수학 후 한양대에서 응용미술학과 박사를 받았다. 세종대 교수,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한국문화교류연구회 대표, 한국큐레이터협회 초대회장 등을 역임했다. 서양미술 수용 과정에서 나타난 다양한 양상, 근현대의 민주화 과정과 분단현실에 대한 예술 활동, 지역미술 활성화 모색, 미술관의 핵심인 소장품 정책 등에 대한 16편의 글이 실렸다. 19일 ‘문화재지킴이 전국대회’ 문화재청은 오는 19일 충북 청주 라마다호텔에서 ‘2015년도 문화재지킴이 전국대회’를 개최한다. 이달 현재 전국적으로 8만 70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문화재지킴이로 위촉돼 지역 사회에서 주변 정화, 화재 감시 등 문화유산 보호·관리와 문화재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문화재지킴이 350여명과 함께 그동안의 문화재지킴이 활동 성과를 공유하는 한편, 문화재지킴이 현장 모니터링, 답사활동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문화재지킴이 운동’은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문화재를 가꾸고 지키자는 취지에서 2005년 4월 처음 시작됐다. 내일부터 박경작 ‘침묵의 회화’展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 도스에서 박경작 작가의 개인전 ‘침묵의 회화’가 16일부터 열린다. 물질적 번영과 정신적 공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묵시적이고 형이상학적인 회화 작업을 지속해 온 작가의 대표작인 ‘침묵’ 연작과 ‘신성한 시간’ 연작을 비롯해 신작 23점을 선보인다. 22일까지. (02)737-4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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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움 ‘세밀가귀… ’ 청소년 무료 관람 제공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은 ‘세밀가귀(細密可貴)-한국미술의 품격’ 전시회 종료 때까지 청소년들에게 무료 관람 기회를 제공한다. 초·중·고·대학생 등 20세 미만은 무료이며 이들과 동반한 성인도 50% 할인된 가격(4000원)에 감상할 수 있다. 단, 상설전과 데이패스는 제외된다. 이번 전시는 고대부터 조선시대까지를 망라하는 국보 21점과 보물 26점 등 140여점으로 구성됐다. 이 중에는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해외에서 대여한 국보급 작품 40여점이 포함됐으며 특히 전 세계에 17점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을 만큼 희귀한 고려 나전 8점도 한자리에 모은 보기 드문 기회다. 전시는 오는 13일까지. 퐁데자르 개관전 ‘프리무스 센수스’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 새로 문을 연 갤러리 퐁데자르의 개관전 ‘프리무스 센수스’가 10월 31일까지 열린다. 김창열, 방혜자, 진유영, 신성희 등 프랑스에 거주하며 작업한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2013년 파리 15구에 갤러리 퐁데자르를 개관한 데 이어 서울관을 개관한 정락석 관장은 “한국과 프랑스의 예술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02) 733-0536. 사진작가 공필희 개인전 ‘정물과 풍경’ 사진작가 공필희의 개인전 ‘정물과 풍경’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 LVS에서 오는 12일까지 열린다.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꽃과 어류를 컬러와 흑백 이미지로 선보이고 오래전 촬영한 흑백의 풍경 사진에 색연필로 컬러링을 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02)3443-7475.
  • 리움 세밀가귀전... 청소년 무료

    리움 세밀가귀전... 청소년 무료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은 ‘세밀가귀( 細密可貴)- 한국미술의 품격’ 전시회(사진) 종료때까지 청소년들에게 무료 관람 기회를 제공한다. 초·중·고·대학생 등 20세 미만은 무료이며 이들과 동반한 성인도 50% 할인된 가격(4000원)에 감상할 수 있다. 단, 상설전과 데이패스는 제외된다. 이번 전시는 고대부터 조선시대까지를 망라하는 국보 21점과 보물 26점 등 140여 점으로 구성됐다. 이 중에는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해외에서 대여한 국보급 작품 40여 점이 포함됐으며 특히 전 세계에 17점 정도 밖에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희귀한 고려 나전 8점도 한 자리에 모은 보기 드문 기회다. 전시는 13일까지. ●갤러리 퐁데자르 ‘프리무스 센수스’ 개관전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 새로 문을 연 갤러리 퐁데자르의 개관전 ‘프리무스 센수스’가 10월 31일까지 열린다. 김창열, 방혜자, 진유영, 신성희 등 프랑스에 거주하며 작업한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2013년 파리 15구에 갤러리 퐁데자르를 개관한 데 이어 서울관을 개관한 정락석 관장은 “한국과 프랑스의 예술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02) 733-0536. ●사진작가 공필희 ‘정물과 풍경’전 사진작가 공필희의 개인전 ‘정물과 풍경’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 LVS에서 12일까지 열린다.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꽃과 어류를 컬러와 흑백 이미지로 선보이고, 오래 전 촬영한 흑백의 풍경 사진에 색연필로 컬러링을 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02)3443-7475. 함혜리 기자 lotus@seoul.co.kr
  • 덤덤한 붓질 은은한 묵향… 끌림의 미학

    덤덤한 붓질 은은한 묵향… 끌림의 미학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의 단색조 회화, 그중에서도 윤형근(1928~2007)의 작품은 한국 전통미술에 그 미감과 개념의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남다른 울림을 준다. 은은한 묵향(墨香)이 느껴지는 깊이 있는 화면과 담백하고 정제된 미감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회화를 추구해 온 고 윤형근 화백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이 작가 작고 후 8년 만에 처음으로 열린다. 개관 14주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 새 공간을 마련한 PKM 갤러리의 이전 개관 특별전으로 마련된 윤형근전에는 작가 고유의 표현양식이 정립된 시기인 1970년대 초반부터 1990년 사이에 제작된 작품들 중 100~500호짜리 대작 9점과 소품을 엄선해 선보인다. 단색화의 부상으로 작가 사후에 작품가격이 급등한 데다 PKM 갤러리가 유작 관리 전속계약을 맺었다는 점에서 화랑가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는 전시다. 검은 청색과 다갈색을 기조로 한 절제의 미학은 윤형근 작품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하는 두드러진 특징이다. 테러빈유를 섞은 엄버액을 붓에 듬뿍 머금게 한 뒤 몇 획을 리넨 화폭에 무심하게 그어 내려가는 중에 안료가 스스로 스며들고 다시 배어 나오기를 반복하는 것이 윤형근의 작업 방식이었다. 붓질과 지지체가 일체화한 흔적에 의미를 두었던 그의 작품은 ‘엄버블루’(Umber-blue), 혹은 ‘번트 엄버와 울트라 마린’(Burnt Umber&Ultramarine) 등으로 제목을 붙였다. 지상 2층, 지하 2층으로 이뤄진 삼청동 PKM갤러리는 전형적인 화이트큐브 스타일의 전시공간을 갖췄다. 층고 5.5m의 메인 전시공간에는 검지만 검지 않은 먹빛과 암갈색을 주조로 한 작품들이 무게감 있게 걸렸다. 흰색 벽으로 둘러싸인 차분한 실내 공간이 작품에서 배어 나오는 고요함으로 가득하다. 먹빛의 은근한 농담과 담백한 붓자국에 흐르는 시정의 멋은 작가가 사표로 삼았던 추사 김정희가 그랬듯이 서·화 일치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박경미 PKM 갤러리 대표는 “퇴폐와 허무가 만연한 서구 미술계가 한국의 단색화에 새롭게 주목하는 것은 작품에서 배어나는 맑은 정신성 때문”이라며 “전통과의 연계를 바탕으로 자유롭고 풍부한 감성의 차원을 열어놓은 문인화의 기품이 느껴지는 윤 화백의 작품들은 소박하면서도 우아한 가운데 현대적 세련미를 잃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충북 청원 출신인 윤형근은 서울대 미대에 입학했지만 반체제운동에 가담했다가 휴학하고 고등학교 미술교사가 됐다. 6·25 전쟁이 끝나고 복학을 희망했으나 거부당하고 홍대 미대에 편입했다. 편입을 도와준 은사가 김환기화백이다. 그 인연으로 1960년 김 화백의 장녀 김영숙과 결혼했다. 도쿄 무라마쓰 화랑에서 1976년 첫 개인전을 가짐으로써 일본 현대미술계에 얼굴을 알린 뒤 파리에 체류하며 김창열, 정상화, 김기린 등과 교류했다. 1984년 경원대 미술대학 교수로 부임했고 1990~92년 경원대 총장을 지냈다. 미국 미니멀리즘 미술가이자 이론가인 도널드 저드(1928~94)는 구조적이고 담백한 그의 작품을 극찬하고 뉴욕 도널드저드재단에서 개인전을 주선하기도 했다. 1995년에는 그해 처음 개관한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 중 한 명으로 참여했다. 박 대표는 “한국 현대미술의 한 축이 됐던 작가의 업적이 사후에 묻히는 것이 안타까워 윤형근 유족과 작가 전속계약을 맺고 모든 유작관리 업무를 맡기로 했다. 작가가 안 계신 상황이라 어려운 점도 많지만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갤러리는 작가의 전 생애에 걸친 작품을 망라하는 전작 도록(카탈로그 레조네) 작업도 진행 중이며, 이번 윤형근 개인전에 맞춰 초기부터 말기 작업까지 40여년에 걸친 작업세계를 아우르는 영문판 화집도 출간해 국제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작가를 소개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홍콩아트바젤에서 윤형근의 작품을 처음으로 소개한 PKM 갤러리는 6월 열리는 아트바젤에 초기 작품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11월엔 블룸앤드포갤러리 뉴욕지점 개인전과 벨기에 악셀베르부르트 갤러리에서도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개관 특별전은 5월 17일까지 열린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종로에서 전통과 현대 함께 즐겨요

    종로에서 전통과 현대 함께 즐겨요

    서울 종로구는 1394년 10월 조선왕조의 한양 천도 이후 620년에 걸친 문화유산을 품었다. 덕분에 전통미와 현대미가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는 오는 19~24일 옛 문화를 체험하고 전통을 바탕으로 미래를 열자는 뜻을 담은 ‘고고(古GO) 종로문화 페스티벌’을 개최한다고 15일 밝혔다. 인사동, 대학로, 청계천 등에서 개막·대표·테마 행사로 나눠 펼쳐진다. 가수 양희은과 6인조 밴드 등이 19일 저녁 7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개막 무대를 빛낸다. 먼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체험이 숱하다. 대표행사 가운데 20~21일 청계천 광통교 쪽에서 열리는 육의전 체험축제에선 ‘복식’을 주제로 생애주기별 전통복식 전시, 전통·현대의복 패션쇼를 선보인다. 조선시대 여섯 손가락에 드는 큰 상점이었던 육의전 해설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처음으로 육의전 해설사 2명을 꾸린다. 조선시대 궁중음식전은 23~24일 창덕궁 낙선재에서 치러진다. 낙선재는 조선 최후의 황후인 순정효황후를 모셨던 상궁들에 의해 궁중음식이 마지막으로 전수된 장소다. 이전엔 운현궁에서 열렸는데 100년 만에 궁중음식이 궁궐로 들어온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궁중음식 50품과 수라상 등을 전시한다. 궁중음식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인사동에서는 전통문화축제, 대학로에서는 공모로 선정된 45개 팀의 자유 거리공연을 즐길 수 있다. 테마행사 중에는 옥인동 구립박노수미술관 개관 한돌 기획전 ‘화가의 집’이 19일 오후 1시부터 손님을 맞는다. 박 화백 흉상도 제막한다. 24~27일 부암동 전통문화공간 무계원에서는 가무별감 박춘재의 ‘황제를 위한 콘서트’가 열린다. 삼청로, 종로박물관, 인왕산 자락 윤동주문학관 등에서도 많은 볼거리를 만날 수 있다. 김영종 구청장은 “따로 이뤄지던 크고 작은 축제를 2011년부터 통합해 종로의 문화를 한꺼번에 체험할 수 있는 기회이니 가족, 연인, 친구 등과 어울려 추억을 엮기 바란다”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45억 아시아인, 한국미로 반긴다

    45억 아시아인, 한국미로 반긴다

    한복과 한지가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막을 알린다. 대회조직위원회는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새달 19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펼쳐질 대회 개회식 각국 선수단 입장 때 피켓요원들이 입을 한복과 한지로 제작된 피켓을 미리 공개했다. 피켓은 45개 참가국 가운데 몰디브와 북한을 비롯해 7개국 것만 공개했는데 참가국의 국화나 특징을 조화시킨 독창적인 디자인이 돋보였다. 임권택 총감독은 “지난 2월 소치동계올림픽과 가깝게는 지난주 막을 올린 난징청소년올림픽까지 메가스포츠 이벤트의 개회식과 비교했을 때 적은 예산 탓에 소박하게 비칠지 모른다”면서도 “예산 부족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치열했고, 재미있고 따듯한 대회로 만들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고 소개했다. 총연출을 맡은 장진 영화감독 역시 “‘45억의 꿈, 하나 되는 아시아’를 향해 나아가자는 개회식 콘셉트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선수단이나 관중들이 이를 정확하고 분명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회 개막을 알리는 카운트다운부터 기대를 자아낸다. 아이돌그룹 ‘XO’의 사전 축하공연이 마무리된 뒤 시작되는 카운트다운은 45개 참가국의 상징물이나 언어, 지형지물을 활용해 진행되며 ‘10’부터는 우리만의 리듬감으로 관중과 함께 목놓아 대회 개막을 알리게 된다. 장 감독은 “귀빈을 청사초롱으로 맞이하는 순서가 있는데 이 장면이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며 개막일까지 꽁꽁 감추고 싶은 장면”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은 시인이 이번 대회에 바치는 헌시 ‘아시아드의 노래’를 낭송하는 동안 금난새 지휘로 소프라노 조수미가 919명의 인천시민합창단과 함께 개막을 축하한다. 이어 배우 장동건을 비롯한 한류 스타들의 축하공연이 이어진다. 주목할 만한 것은 설화 속 인물인 심청이 등장해 아시아의 미래를 손에 잡힐 듯 그려낸다. 화룡점정은 가수 싸이가 찍는다. 현재 접촉 중인 뮤지션과 함께 합동 공연을 가진 뒤 성화가 점화되고 불꽃놀이가 인천 밤바다를 수놓으며 열전 16일을 열어젖힌다. 임병선 전문기자 bsnim@seoul.co.kr
  • 엷고 흐릿한 몽환 빛·공기·물에 투영된 현대 중국인의 삶

    엷고 흐릿한 몽환 빛·공기·물에 투영된 현대 중국인의 삶

    “노장사상이 근간을 이루죠. 흐릿하게 버무린 빛과 공기, 물의 몽환적 모습은 선인(仙人)들의 수행과 잇닿아 있어요.” 지난해 말 상하이 모간산루 예술특구(M50)에 갤러리를 내고 중국 미술시장 공략에 나선 우찬규 학고재갤러리 대표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중국 ‘신 수묵화’의 선구자인 톈리밍(58)을 옆에 두고서다. 그는 “(상업갤러리에서 여는 전시이지만) 이번에는 단 한 점도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현대 수묵화의 경향을 한눈에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마치 빛바랜 오랜 사진처럼 엷고 흐릿한 형상, 안개 너머의 희미한 이상향을 그린 듯한 그림들은 답답함을 가져오기보다 알 수 없는 편안함을 불러온다. 전시 제목도 ‘햇빛, 공기, 물’이다. 생명을 영위하게 하는 이 세 가지 요소는 햇살과 어울려 살아가는 소박한 농촌 사람들의 모습을 맑고 투명하게 전한다. 이 중 작가는 물에 방점을 찍었다. “물은 모든 것을 포용하니 차가운 현대 도시문명조차 중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것이다. ‘시골처녀’, ‘도시’, ‘수영’, ‘화조’ 등 6개의 대표 연작 33점을 내놓은 톈리밍의 국내 첫 수묵화전은 다음 달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이어진다. 베이징 중앙미술학원에서 저우스춘 등 대가들로부터 인물화를 배운 톈리밍은 1988년 ‘신 문인화’전에 참여하면서 ‘신 수묵화’의 선구자로 떠올랐다. 작품 ‘물 위의 햇빛’처럼 19세기 인상주의 회화를 떠올리게 하는 빛의 느낌은 그림에 내재된 현대적 요소라 할 수 있다. 톈리밍은 사람과 주변을 나누는 경계를 없애 전통 안료의 잔잔한 색상을 도드라지게 만드는 재주를 지녔다. 인지난 중앙미술학원 인문학원장은 전시 서문에서 “그의 예술은 구상이며 동시에 사의적”이라면서 “빛과 색에 대한 예민함과 세심함이 마치 먹을 사용하듯 색을 사용하는 고대 몰골법(윤곽선 없는 표현)의 심오한 전통을 부활시켰다”고 말했다. 안후이성 허페이시 출신인 작가는 고향의 모습을 그대로 화폭으로 옮겼다. “현대 생활에서 받는 피로를 힐링하도록 그림을 이상적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선녀 같은 두 소녀가 맑은 계곡에 비스듬히 누워 발을 담근 ‘산야’나 고요하고 움푹한 땅이 뭇 산들의 나무에 기대어 샘물을 빨아들이는 ‘샘’ 등이다. ‘도시인’, ‘도시의 소리’, ‘자동차 시대’ 등 갑갑한 도시의 모습을 담은 그림마저 서정적이며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가는 “전통의 창조적 계승이야말로 가장 큰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중앙미술학원, 국가화원, 예술연구원 등에서 30년 가까이 후학을 가르쳐 온 그는 “서양화나 전통화 모두 기본이 중요한 만큼 내 수업에선 ‘명작’을 베끼는 일부터 시킨다”면서 “어려서부터 (예술과의) 교감이나 시선이 중요한데 한국 유학생들은 이 점에서 재능이 있으며, 열심히 노력도 한다”고 말했다. 톈리밍의 이번 전시는 2000년대 중반 국내 미술시장에서 거품을 일으키다 쇠퇴했던 중국 작가들의 재등장을 뜻하는 신호탄일까. 지난해부터 펑정지에 등 중국 작가들의 국내 전시가 잇따르면서 이런 흐름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갤러리 측은 문화 교류의 성격이 짙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중국 수묵화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는 가운데 시장 창출보다는 소개에 무게중심을 뒀다는 것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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