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명/ 새로 쓰는 경제학
디지털 ‘광속(光速)경제’가 경제학을 새로 쓰고 있다.전통적인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온라인의 무중력 공간에서 디지털 패러다임으로 바뀌며 무한대의 비즈니스 법칙을 만들어 내고 있다.세계 각국은 21세기형 국부(國富)를창출하기 위한 ‘e-비즈니스 전략’ 수립에 팔을 걷어붙였다.
e-비즈니스로 대표되는 디지털 경제는 새로운 혁명의 세기를 여는 원동력이다.우리 생활을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디지털 경제활동과 맞닿아 있지 않은것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한마디로 디지털 경제는 생활혁명의 알파이자,오메가인 셈이다. 지금 우리는 아날로그 경제에서 디지털 경제로 넘어가는 거대한 변화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지난해부터 간간이 언급돼온 ‘e-마켓플레이스’니 ‘m-커머스’니 하는 말들이 사회 전반으로 퍼져가고 있으며,국내 인터넷 쇼핑몰 이용자가 올 연말 40만∼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전자상거래도 일상에 뿌리내리고 있다.
한국전산원은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규모가 2002년이면 3조7,800억원에 이르고 2003년에는 전 세계 비즈니스의 80%가 온라인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 세계 전자상거래 규모가 97년 260억달러에서 2003년에는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디지털경제를 지배하는 키워드는 이런 외형적 팽창보다는 그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다.신속·정확을 생명으로 하는 디지털의 특성을 집약한 ‘광속 경제’,전 세계가 국경없는 경쟁체제로 묶이는‘메가 컴피티션’(Mega-Competition),시너지효과를 위해 여러 기업이 힘을한데 모으는 ‘C-커머스’(Collabora-Commerce)등 새로운 경제 용어들이 양산되고 있다.
소비형태 역시 이와 맞물려 세찬 변혁의 바람을 타고 있다.온라인을 통해상품이 다양화·전문화되고 있으며,인터넷이나 e-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제품정보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유형(有形)의 상품에 국한됐던 e-비즈니스의 대상도 의료·여행·컨설팅 등 무형의 서비스에서 영화·음악에 이르기까지 급속도로 폭이 넓어지고 있다.무선인터넷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e-비즈니스는 공간도 완전히 초월했다.전문가들은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이 오는 2002년 월드컵 개막과 동시에 상용화되면 e-비즈니스 인프라의 구축이 일단락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e-비즈니스 기반이 아직 완전히 성숙되지는 않았다.그러나 인터넷 이용인구가 급증하고 업종별 e-마켓플레이스 등 다양한 인프라가 구축되면서머잖아 폭발적인 양적·질적 성장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당장 올 연말이면 진정한 의미의 포괄적 e-비즈니스가 가능한 기업간 전자상거래(B2B)시장 규모가 소비자(B2C)시장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균기자 windsea@.
*e-마켓플레이스 각광.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중심이 B2C(기업→소비자)에서 B2B(기업→기업)로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업종별 e-마켓플레이스(e-Marketplace)가 디지털 경제의새로운 원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e-마켓플레이스란 기업들이 조달과 판매 등 광범위한 거래망을 전자상거래환경에 맞는 가상네트워크로 전환·구축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일종의 사이버글로벌 장터의 개념이다. 업종별 e-마켓플레이스는 동종 업계에서상호 경쟁관계에 있는 오프라인 기업들이 공동출자,B2B(기업간 전자상거래)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는 것이다.같은 업종의 구매기업과 공급기업이 한 곳에 모여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며,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윈윈전략’이다.
업종별 e-마켓플레이스의 대표적인 예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자동차업계 빅3가 결성키로 한 3사 공동의 인터넷 구매·조달 합작회사(convisint.com).이들 3사는 지난 2월 전세계 3만여 업체와 연간 2,400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전체 거래를 전자상거래로 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 외에 유통 건설 항공 석유화학 의료 금융 석유 등 대부분의 업종에서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적과의 동침’을 시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순수 온라인기업,종합상사 등의 유통회사는 물론 대기업들이 참여하는 업종별 e-마켓플레이스의 경쟁체제가 형성되기 시작했다.6월말 현재 약 100여개의 e-마켓플레이스가 구축됐거나 구축을 추진하고있다.
삼성물산과 현대종합상사 LG상사 SK상사 등 주요 종합상사들은 자사와 협력업체,해외 관계사들이 결합한 독자적인 업종별 e-마켓플레이스 구축안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삼성물산은 국내외 30여개 화학업체와 켐크로스닷컴을결성했고,미국 카길 등과 트레이드스틸닷컴을 출범시켰다.
의료분야에서도 삼성물산 SK상사 제일제당,41개 의과대학부속병원,100여 대형약국들이 합종연횡을 시도했다.
아직까지는 개별기업 차원,그룹 계열사 중심 또는 순수 인터넷 기업의 e-마켓플레이스가 주종을 이루는 초기 단계.최근 본격적인 업종별 e-마켓플레이스 구축사업이 조선·전자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공모델로 나타나고 있다.
산업자원부 정재훈(鄭在勳) 전자상거래과장은 “세계적인 포털사이트와의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국내 업체를 포괄하는 인터넷 합종연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함혜리기자 lotus@.
*李今龍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문답.
“디지털 경제에서는 독창성과 고객,신용 등 3가지 요소가 가장 중요합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이금룡(李今龍·50) 회장은 디지털 경제를 ‘인터넷을기반으로 한 경제’로 규정하면서 이 3가지 요소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출범하면서 회장을 맡고 있으며옥션코리아㈜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다.
◆디지털이라는 말이 일상화된 지 오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디지털 경제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있습니다 디지털 경제보다는 ‘인터넷 경제’가 더어울리는 표현입니다.기존 경제활동은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면서 기술개발과 생산,소비가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디지털 경제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경제활동을 가리킵니다.
◆디지털 경제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e-비지니스의 특성은 무엇입니까 e-비지니스는 인터넷을 주요 기반으로 하는 사업을 말합니다.전자상거래,인터넷 쇼핑몰,검색 서비스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기존의‘굴뚝 산업’으로 대표되는 제조업체들이 인터넷을 활용하는 것과 다릅니다. e-비지니스의 가장 큰특징은 ‘벤처’입니다.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다보니아이디어를 가진 적은 인력으로도 사업이 가능하며 기술개발 등 경제활동이 빠르게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벤처기업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많은 비용이 들지만 일정 시기를 지나면 이익이 폭증하는 수확체증의 법칙이작용하는 것도 특징입니다.
◆디지털 경제에서 성공하기 위해 기업가가 가장 염두에 둬야 하는 키워드는무엇입니까 독창성(Creativity)과 고객(Customer),신용(Credit)등 3C입니다.
디지털 경제에서는 독창성과 창의성이 없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자기만의 특징을 개발하고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고객인 소비자의 중요성도 그 어느때보다도 커졌습니다.생산자와 소비자가인터넷을 통해 직접 만날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들이 시공간의 제약없이 원하는 상품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신용도 기업의 생존을좌우하고 있습니다.디지털 경제에서는 업체간 제휴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기업간 협력이 중요한 이때 한번 신용을 잃으면 만회하기 어렵습니다.
◆우리 경제현실에서 디지털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면 무엇이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까 코스닥을 합리화해야 합니다.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벤처기업들의코스닥 등록을 거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회계만 투명하면 코스닥기업으로 육성시키고 성공 여부는 시장에 맡겨야 합니다.
◆우리나라 디지털 경제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밝습니다.PC방이나 초고속 네트워크 등 기반 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사회 인식도 좋은 편입니다.인재들이벤처기업에 많이 참여하는 것도 바람직한 현상입니다.세계 진출 전망도 밝아과거와는 달리 우리가 이 분야에서 앞서갈 수 있습니다.
김재천기자 patr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