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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경제연구소
    2025-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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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弗 1000원’ 대비령

    ‘환율 1000원 시대에 대비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방어책에도 불구,원·달러 환율이 1160원대에서 좀처럼 올라가지 않자 주력기업들이 수출 기준환율을 1050원으로 잡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올해안으로 예상되는 중국 위안화 절상이 우리 정부의 환율정책에 압박을 가해 원화가 동반 상승하는 반면 일본정부가 엔화가치 상승 저지에 성공한다는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중이다.올해 수출 기준환율을 1050원(수입 1250원)으로 책정한 LG그룹은 15일 환차익보다는 ‘환리스크 제로’를 목표로 헤지(위험회피)비율을 늘리고 결제통화를 다변화하는 등 계열사별로 환율 유연성 확보에 나섰다. LG경제연구원은 이에 앞서 연간 환율전망을 1145원으로 예상,헤지의 목적을 환차익보다는 리스크 축소에 둘 것을 계열사들에 권고했다.삼성경제연구소도 올해 연간 환율을 1110원까지 내다봤다. LG전자는 최근까지 한달 단위로 환율전망을 받아 수출입 결제수단을 결정해왔지만 최근 하루단위로 환율을 체크하고 있다.헤지비율을 10% 올리고 유로화 결제비율을 확대하는 한편 외화예금 및 매출채권을 거의 없앴다. LG상사는 옵션이나 선물 등 파생상품 거래보다는 선물환 제도를 적극 이용,환차손이나 환차익을 내기보다는 리스크 자체를 ‘0’으로 하는 것에 비중을 두고 있다.현재 95%인 헤지비율을 100%로 높일 계획이다. LG 정상국 부사장은 “기술개발,가격 결정력 제고 등을 통해 환율 1000원대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하루 200건 이상 외화결제가 이뤄지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1150원이던 수출 기준환율을 올해 1100원으로 낮춰 잡았다. 외화의 입출금을 날짜별로 일치시키는 매칭(Matching)이나,외화부채·자산 결제시 환차액만을 주고 받는 네팅(Netting) 등 기본적인 환관리 방법 외에 본사와 17개 해외법인이 실시간으로 환변동 사항을 체크,사내 결제 시스템과 환율 변동을 연계하고 있다.현재 20%선인 유로화 결제비중도 높여나갈 방침이다. 다만 “환차익도 환차손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방침에 따라 제품 경쟁력 강화로 1000원시대에 대비한다는 전략이다.환율이 100원 오르더라도 반도체 가격을 1달러만 올리면 더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역시 수출 기준환율을 현재 시세보다 90원이나 낮은 1070원으로 책정하고 달러 결제대금의 40%에 대해 선물환 헤지를 해놓는 등 환리스크를 피해가고 있다.현대차 관계자는 “환율시세를 반영하지 않는 선물환 거래를 확대하고 해외공장 생산분을 늘리는 한편,유로화 결제를 늘려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수주금액에서 선수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40%나 돼 원화강세 피해가 아직 직접적이지는 않다.하지만 삼성중공업이 기준환율을 1050원으로 책정하고 대우조선은 선물환 규모를 최대한 늘리는 등 ‘불끄기’에 나섰다.이밖에 LG화학이 지난해보다 85원이나 낮춘 1100원으로 기준환율을 설정하고 삼성석유화학도 1150원으로 전망했던 환율을 1100원으로 재조정하는 등 업체마다 경영계획을 새로 짜다시피 하고 있다. 류길상 김경두기자 ukelvin@˝
  • '이헌재 경제팀’ 과제·전망-FTA표류 피해액 360억원·원자재값 급등 '4월 대란설’

    ‘구조조정 전도사’가 이끄는 참여정부 2기 경제팀이 닻을 올렸지만,곳곳에 암초가 널려 있어 순항이 쉽지 않아 보인다.한·칠레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지연으로 국가 신용등급은 ‘강등’ 위기에 놓였고,국제 원자재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금리·물가·환율도 위태위태하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2원 떨어진 1162.2원을 기록,1160선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새 경제팀의 외환정책 등 경제정책의 변화 가능성도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이에 따라 이헌재 신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출발부터 무거운 짐을 지게 됐다.물론 정부는 정책기조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애써 강조한다. ●안팎 악재에 깊어가는 시름 WTO(세계무역기구) 회원국 가운데 FTA를 단 한건도 체결하지 못한 나라는 한국과 몽골뿐이다.FTA 체결 지연사태로 국내 업체들이 떠안은 피해액만 360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대외신인도 추락 등 무형의 손실까지 감안하면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당장 11일부터 시작되는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사의 ‘한국경제 평가’에도 비상이 걸렸다.재경부 권태신 국제업무정책관은 “이번 무디스 방한때 이라크 파병안과 FTA 비준안 처리 지연이 (국가신용등급 평가에)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무디스는 지난 2002년 3월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A등급(A3)으로 올렸으나 북핵 위기 등을 들어 전망은 ‘부정적’(Negative)을 유지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도 심상찮다.한국은행은 10일 낸 ‘국제 원자재 가격의 최근 동향과 전망’ 보고서에서 “수급여건 등을 살펴볼 때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2·4분기(4∼6월)부터 안정될 것이라던 정부의 관측과 다소 거리가 있다.KDI(한국개발연구원)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대외 교역조건이 악화돼,그나마 우리경제를 떠받쳐 주고 있는 수출도 안심하기 어렵게 됐다.”고 경고했다. ●경제정책 변화 불안감도 재계 등 경제주체들은 2기 경제팀의 ‘컬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전국경제인연합회 이규황 전무는 “이헌재 신임 부총리가 시장을 중시하는 만큼 시장경제의 큰 틀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전임자들이 보여줬던 정책 혼선을 되풀이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급락한 것은 새 부총리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강도가 약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원인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는 “미국의 금리인상 움직임,물가 압력 등 추가 악재가 적지 않아 새 경제팀의 정책 운신의 폭이 상당히 제약될 것”이라면서 “이헌재 부총리와 참여정부의 경제철학 코드가 맞을지도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재경부,“큰 틀 안바뀔 것” 재경부 박병원 차관보는 “경제수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거시정책의 큰 틀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일시적 악재에도 불구하고 올해 5%대 성장,3%대 물가안정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경부는 최근 각종 소비심리 지표들이 살아나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6개월 후의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는 1월에 98로 기준치인 100에 바짝 다가섰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새 경제팀이 노사관계,신용불량자 문제 등 당장의 경제불안 요인부터 해소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미현기자 hyun@˝
  • 경기회복 처방 '3각 딜레마’

    물가·금리·환율 등 경제의 구성요소들이 일관된 방향없이 제각각으로 움직이고 있다.이 때문에 경제정책 운용의 여지가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이를테면 지금같이 물가가 불안할 때에는 정책금리(목표 콜금리)를 올리는 게 일반적이지만 느린 경기회복세와 환율동향 등을 감안할 때 선뜻 택하기 힘든 상황이다. 물가-금리-환율이라는 ‘마의 3각축’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숙제인 동시에 경기회복 속도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물가 뛰는데 수단은 별로 없어 현재 가장 우려되는 경제의 변수는 물가다.1월 소비자 물가는 1년 전보다 3.4%,한달 전에 비해서는 0.6%포인트나 올랐다.특히 생활에 밀접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는 전년동기 대비 4.3%나 뛰었다.통상 2∼3개월 뒤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는 생산자물가의 상승폭은 더욱 가파르다.지난달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기 대비 3.8%,전월 대비 1.4%로 각각 1998년 2월과 12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이에 따라 콜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나오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금리가 오르면 가뜩이나 위축돼 있는 내수와 설비투자에 큰 타격이 예상되는 데다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도 우려되기 때문이다.환율 역시 딜레마에 빠져 있기는 마찬가지다.정부는 환율을 조금이라도 높게 유지해 수출호조세를 계속 이어가려 하지만 거꾸로 수입단가가 높아져 국내물가에 악영향을 주는 결과를 낳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국제유가와 원자재가격이 뛰고 있는 상황만을 감안하면 환율이 더 떨어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처방도 제각각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의 처방도 각양각색이다.금융연구원 박종규 연구위원은 “향후 본격적인 경기회복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콜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줄이는 한편 이를 통해 물가안정을 꾀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무리하게 외환시장에 개입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환율하락을 용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이 효과를 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내수경기 진작과 가계부실 위험의 완화를 위해 금리를 낮추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환율과 관련해서는 “환율을 정부개입 없이 시장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만일 이로 인해 원화절상(환율하락)이 심화된다면 우리경제를 혼자서 지탱하고 있는 수출이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환율 부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삼성경제연구소 홍순영 상무는 “우리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타지 못하고 있는데다 가계부채 문제도 심각하다.”며 금리의 현행유지를 주장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현 물가-금리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경제전문가들간의 논쟁은 계속될 것 같다.박승 한은 총재는 이와 관련,“하반기에 본격적인 경기회복세로 물가 상승압력이 높아지면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통화정책을 펴겠다.”고 밝혔었다.물가 오름세가 계속될 경우 콜금리 인상을 검토하겠지만 당장은 아니라는 입장이다.물가와 금리사이에서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환율문제 역시 재경부의 ‘환율상승 유도’와 한은의 ‘시장 자율존중’이라는 시각이 공존하고 있는 형국이다. 김태균기자 windsea@˝
  • 도·소매 판매 상승세 반전

    지난 12월 도·소매업 판매액이 11개월 만에 상승세로 반전했다.그러나 주요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은 올 1월 다시 큰 폭의 감소세로 꺾여 본격적인 소비 회복을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분석이다.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비심리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는 낙관론과,접대비 규제·특별소비세 폐지 예고·신용불량자 문제 등 악재가 겹쳐 소비회복이 더뎌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맞선다.정부의 부동산 투기억제 대책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부동산 중개업이 5개월 만에 매출 증가세(10.7%)로 돌아선 점도 눈에 띈다. ●통계 착시? 소비 호전? 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3년 12월 서비스업 활동동향’에 따르면 도·소매업 판매액은 1년 전과 비교해 0.6% 증가했다.1월(3.0%) 이후 11개월 만이다.소비가 미약하나마 살아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지만 통계전문가의 분석은 다르다.통계청 김현중 서비스업통계과장은 “산업생산과 달리 서비스업 통계 때는 도·소매업에 업종별 부가가치 가중치를 더 매긴다.”면서 “도·소매업 지수가 플러스로 나온 것은 이같은 통계방식의 영향이 작용한 데다 증가폭 자체도 미미해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가중치가 적용되지 않는 ‘산업활동 통계’상의 도·소매업 판매액은 12월에도 11개월째 감소세(-1.5%)를 기록했다. ●백화점·할인점 신년매출 ‘꽝’ 산업자원부가 같은 날 발표한 ‘2004년 1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성적표’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설 특수와 대대적 세일행사가 무색하게 백화점(-9.4%)과 할인점(-5.2%) 모두 매출이 전년동월대비 크게 뒷걸음질쳤다.산자부측은 “광우병과 조류독감 파동이 겹친 데다 접대비 규제강화로 법인단체의 선물수요가 크게 줄어든 탓”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2월에는 졸업·입학시즌과 밸런타인데이 특수 등이 있어 백화점과 할인점 모두 7%대의 플러스 신장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측했다.재정경제부 강호인 종합정책과장은 “소비자기대지수는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호전되고 있다.”면서 “백화점 명품 매출도 살아나고 있어 고소득층에서부터 소비가 깨어나기 시작하는 ‘샤워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부,소비 걸림돌 ‘신불자’ 해결 주력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최근 소비심리 지표들이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앞서 반영한 것”이라면서 “경기회복이 여전히 불투명한 데다 370만 신용불량자 문제 등이 가로막고 있어 본격적인 소비회복은 내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재경부도 소비 회복을 위해서는 신용불량자 선결이 시급하다고 보고,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통합도산법 가운데 ‘개인회생 절차’만 따로 떼내 조기입법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안미현기자 hyun@˝
  • 소비심리 1년만에 '기지개’

    우리나라 국민의 소비심리가 지난 3분기 연속 하락세 행진에 일단 마침표를 찍었다. 8일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전국 1000가구 대상의 올해 1·4분기 소비자태도지수는 46.4로 이전 분기보다 4.1포인트 상승했다.소비자태도지수가 상승세로 반전된 것은 지난해 1·4분기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2002년 4·4분기 이후 6분기 내리 기준치인 50을 밑돌아 본격적인 소비심리 회복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자태도지수는 현재와 미래의 생활 형편과 경기,내구재 구입에 대한 소비자들의 판단을 종합해 지수화한 것이다.50을 웃돌면 긍정적 평가가 우세하며,50을 밑돌면 부정적 평가가 많다는 뜻이다. 이지훈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수출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는 등 호조세를 나타내고 있음에도 불구,유동성 제약 등 가계버블의 후유증이 지속되면서 본격적인 소비심리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태도지수를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미래경기 예상지수는 이전 분기보다 7.5포인트 오른 55.9를 기록,소비자들이 미래의 경기 상황을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현재의 경기판단지수는 26.5로 이전 분기보다 7.4포인트나 상승했지만 여전히 밑바닥 수준이어서 현재의 경기 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인 인식을 반영했다. 현재 생활형편지수는 이전 분기보다 2.2포인트 높아진 42.4로 2분기 연속 상승세를 보여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생활 형편은 다소 개선된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자태도지수를 소득 수준별로 보면 연 평균 소득 50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은 전분기보다 6.0포인트 상승한 50.5를 기록,기준치를 넘어섰다.반면 10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은 3.4포인트 높아진 44.9에 그쳐 소득계층간 격차는 더 확대됐다. 박건승기자 ksp@˝
  • 외국자본 '잇속 챙기기’ 본색

    외환은행이 지난 4일 LG카드 지원을 위한 채권단 합의를 완전 백지화한 것을 계기로 외국자본의 본질과 국내 진입의 적절성에 대해 논란이 불붙고 있다.토종(土種)펀드 육성에 대한 필요성도 어느 때보다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전문가들은 외국자본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금융시스템의 선진화를 통해 우리 내부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채권단,외국계 은행의 무임승차 맹비난 지난해 8월 미국계 론스타펀드가 외환은행을 인수했을 때 금융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랐다.단기간에 주가차익을 실현시킨 뒤 살짝 빠져나가는 투기성 펀드가 공공성이 중요한 금융업계에서 올바른 역할을 해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특히 제일은행(뉴브리지캐피탈)과 한미은행(칼라일컨소시엄)을 포함,국내 8개 시중은행 중 3개가 외국인 소유가 됐다는 사실이 불안을 증폭시켰다. 이런 가운데 나온 이번 외환은행의 식언(食言)은 논란의 불씨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산업은행 이성근 이사는 “외환은행이 ‘프리 라이딩’(무임승차)하고 있다.”고 비난했고,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번 일로 외국계 은행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LG카드의 회생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외환은행이 시장원리에 따라 적절히 행동했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정부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우리도 지원에 나서긴 했지만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외환은행이 부럽기도 하다.”고 했다. 최근 몇년간 굵직한 국내 금융기관 인수합병에서는 단연 외국자본들이 돋보인다.제일은행,외환은행,현대투신증권(프루덴셜 인수)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인수합병 외에 증시투자로도 외국인들은 막대한 차익을 얻고 있다.외국인 증권투자자들이 지난해 국외로 보낸 주식배당금은 13억 4000만달러로 전년(6억 4000만달러)의 두 배가 넘었다.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 허용론 솔솔 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 상무는 “외국계 펀드가 국내에 들어올 경우 선진금융기법 전수는커녕 오히려 많은 문제가 따르게 된다.”면서 “그러나 국내시장 진출 자체를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건전한 국내 산업자본을 앞세워 이들에 대항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을 인수한 산업자본은 해당은행에서 대출을 못받게 하는 등 방화벽을 설치하면 일부에서 우려하는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다.”면서 “일본의 소니가 소니뱅크(온라인은행)로 은행업을 하는 등 미국을 뺀 대부분 지역에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는 쇠퇴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우리금융지주 유용주 조사분석실장도 “금융기관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수조원의 비용이 들지만 현실적으로 그 정도를 투자할 수 있는 곳은 산업자본 밖에 없다.”고 말했다.현재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10% 초과해서 보유할 수 없고,그나마 의결권은 4%까지밖에 인정되지 않는다. ●금융시스템의 선진화로 자본시장 방어해야 최근 대규모 토종펀드 1호로 추진되고 있는 ‘이헌재 펀드’는 이런 시장방어의 필요성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밝게 전망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성공여부가 불투명하다.금융계 관계자는 “금융기관이나 기업을 인수한 뒤 수익을 내려면 현재 외환은행이 하고 있는 것처럼 대규모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 국내 펀드가 정부·노동계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이를 해내기는 극히 어렵다.”고 말했다. 또 산업자본이 포함된 펀드의 경우,은행 인수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돼 있는 등 제약이 많아 ‘개미군단’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금융연구원 최공필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금융시스템의 선진화만이 국내자본시장을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작위적으로 이헌재펀드같은 것을 만들어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식의 애국심에 호소할 게 아니라 관치위주의 낡은 금융시장 관행을 고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정부개입 없이는 작동할 수 없는 시스템이 되다보니 선뜻 국내 자본이 참여하려 들지 않고,이렇 다보니 외국자본에 안방을 내맡기는 상황이 심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균 김유영기자 windsea@˝
  • 신용불량자 급증… 해법은 ‘감감’

    “밤을 새워서라도 (대책을)만들라.” 재정경제부의 청와대 업무보고가 있던 지난 28일.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불호령을 내렸다.순간,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의 얼굴이 굳어졌다. 노 대통령이 밤샘근무를 해서라도 내놓으라고 주문한 것은 다름아닌 신용불량자 대책.이 소식을 전해들은 금융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모처럼 핵심을 짚었다.”면서 “내수 회복을 위해서는 신용불량자 대책이 시급한 데도 정작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고 꼬집었다.호된 질책을 받은 재경부는 허둥지둥 작업에 착수,이르면 다음주 초에 신용불량자 추가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신용불량자 400만명 육박 지난해 말 현재 신용불량자 수는 372만 31명.경제활동인구 6명 중 1명꼴이다.1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108만 4308명(41.1%)이 늘었다.한창 왕성하게 소비할 나이인 20∼30대의 증가율(68.9%)이 두드러졌다.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丁文健) 전무는 “400만명에 육박하는 신용불량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소비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신용불량자가 가파르게 늘다 보니,신용회복지원위원회에 ‘구원 요청’(채무 재조정)을 내는 신용불량자 수도 한달에 1만명(12월 1만 920명)을 넘어섰다.그러나 이자 탕감 등 채무 재조정이 확정된 신용불량자는 지금까지 총 3만 7640명으로,전체 신용불량자의 1%에 불과하다. ●대통령 호통에 재경부 화들짝 재경부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금융권 공동채권회수프로그램을 만든 이후 “이제 경기가 살아나는 것 외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다.”며 신용불량자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해 왔다.심지어 “신용불량자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무책임한 공언을 되풀이하기까지 했다.궁극적으로는 신용불량자 제도 폐지가 바람직하지만,그러기 위해서는 이 제도를 대체할 ‘민간 신용평가회사’(CB)의 활성화가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전기료·연금보험료 등 ‘공공정보’의 금융기관 제공 의무화가 시급하지만 공공기관들의 반발에 부딪혀 손도 못 대고 있는 실정이다. 노 대통령은 “연체금액이나 죄질에 따라 신용불량자를 세분화,불이익의 정도를 달리하고 경미한 신용불량자는 구제하는 방안을 강구해보라.”고 김 부총리에게 지시했다.사실 이는 김 부총리가 지난해 도입하겠다고 밝혔던 내용이다.늑장을 부리다 역공당한 셈이다.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금융기관들이 죄질을 따지지 않고 신용불량자들을 무조건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신용불량자 등급 세분화)효과가 크지는 않겠지만 일단 도입할 필요성은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최근 발표한 ‘카드깡 이용자 최고 7년간 신용불량자 등록’도 보완의 필요성이 제기된다.카드깡을 한번 했다고 해서 무려 7년이나 신용불량자 족쇄를 채우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일 뿐 아니라 자칫 신용불량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신용회복委,“소액연체자 전결권을” 신용회복위원회 김승덕 팀장은 “개인 워크아웃을 확정하려면 금융기관의 승인을 일일이 얻어야 해 2∼3개월이 걸리는 단점이 있다.”면서 “신용불량자의 상당수가 소액 연체자인 만큼 일정금액 이하의 채무자에 대해서는 위원회에 처리 전결권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신용회복연대 임동현 부장은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하려면 일정 수준의 소득이 있어야 하는 등 민간차원에서 채무자를 구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통합도산법의 개인회생제도 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안미현 김유영기자 hyun@
  • 골프채·보석 특소세 내년부터 폐지

    기업이나 자영업자가 올해부터 직원을 새로 채용하면 기업이나 자영업자가 내야 할 세금에서 채용인원 1인당 100만원씩 깎아준다.그러나 실제 고용유발 효과가 의심스러운 데다,총선을 겨냥해 선심성 대책을 급조해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관련기사 2면 또 퇴직자나 노인을 대상으로 한 생계형 저축상품의 비과세 혜택도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확대되고,내년부터 골프채·보석·스키용품 등의 특별소비세는 폐지된다.대신 술·담배에 붙는 세금은 오른다. 재정경제부는 28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임시 고용세액 공제제도’ 도입 등을 핵심으로 한 올해 주요업무계획을 보고했다.이에 대해 재계와 경제전문가들은 ‘땜질식 세금처방’보다는 과감한 규제완화 등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도 업무보고를 받은 뒤 “투자와 고용문제는 세금을 좀 깎아준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면서 “산업구조 개편 등 좀 더 깊이있는 대책을 연구해 달라.”고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에게 주문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세금공제 혜택이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해마다 인건비가 오르는 상황에서 세금 100만원을 덜 내기 위해 고용을 늘리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용 감세(減稅) 제도는 오는 2006년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이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고용기간이 3개월 이상이어야 하며,신규 채용을 포함한 전 직원수가 지난 2년간의 평균 직원수보다 많아야 한다. 예컨대 지난 2년간의 평균 직원수가 20명인 중소기업이 올해 직원수를 25명으로 늘리면 채용 증가분 5명에 대해 총 500만원(100만원×5명)의 법인세를 감면받게 된다.대기업·중소기업은 물론 자영업자도 해당된다.룸살롱,카지노,나이트클럽 등 향락업소는 제외된다.재경부는 이 제도로 법인세와 소득세를 합해 3500억원의 감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넓은 세원,낮은 세율을 위해 각종 비과세 혜택을 줄여나가겠다던 정부가 툭하면 단기 대증요법인 세금 처방을 남발하고 있다.”면서 “출산장려금제,이공계 채용 목표제 등 정부의 선심성 대책발표가 어지러울 정도”라고 꼬집었다. 안미현기자 hyun@
  • 브라질·러·印·中으로 수출 급속 증가 우리경제도 ‘브릭스효과’

    지난해 우리나라는 전체 수출액 1867억달러(1월∼12월20일 기준)의 5분의1에 육박하는 338억 2800만달러어치를 중국에 내다팔았다.전년 대비 48.7% 늘었다.인도에는 전년(13억 8400만달러)의 두 배가 넘는 27억 4300만달러어치가 수출됐다.대(對)러시아 수출도 전년보다 55.5%가 늘었다. 브릭스(BRICs) 4개국이 세계경제는 물론 우리 경제에 있어서도 탄탄한 성장엔진으로 부상하고 있다.내수침체로 헤매고 있는 경제가 수출에서 활력을 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런 추세는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한국은행 관계자는 “올해 들어서도 브릭스 국가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전년동기 대비 50% 이상의 수출 신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브릭스는 브라질(Brazil)·러시아(Russia)·인도(India)·중국(China)에서 머리글자를 따온 것으로,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이 4개국을 세계경제 성장을 주도할 중심축으로 제시하면서 보편화됐다.1980년대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신흥개발도상국(NIEs)이 세계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하다가 90년대 들어 미국으로 옮겨갔고,다시 2000년대에는 브릭스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브릭스 국가들은 올해에도 정치·경제 개혁과 세계경제의 회복에 힘입어 6∼8%의 고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출입은행이 최근 낸 ‘우리 기업의 브릭스 국가 진출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인도의 경우 자동차 부품,무선통신기기,컴퓨터 부품의 수출이 급증하고 있으며 러시아에서는 가전제품,휴대전화,자동차,석유화학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전자업체들은 브릭스 4개국의 디지털TV와 휴대전화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브릭스 국가들에 대한 국내기업의 수출 증가세는 수출입은행의 자금지원 규모에서도 확연히 나타난다.대 러시아 수출자금 지원은 2001년 140만 4000달러에서 지난해 3523만 2000달러로 2년 새 무려 25배가 됐다.브라질쪽 수출자금 지원도 2002년 1166만 8000달러에서 지난해 9108만 4000달러로 뛰었다.대 중국 수출자금 지원규모 역시 2001년2억 2800만달러에서 2002년 3억 5500만달러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 5억 2900만달러로 다시 49.2% 늘었다. 김태균기자 windsea@
  • 고용없는 성장·경기 양극화/삼성경제硏 ‘올 10대트렌드’

    올해 우리나라는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화되고 수출과 내수간의 경기 양극화가 깊어질 전망이다.삼성경제연구소는 7일 내놓은 ‘2004년 국내 10대 트렌드’ 보고서에서 올해 국내 경제는 4%대의 성장이 전망되나 두자릿수의 증가율이 예상되는 수출과 달리 소비와 설비투자는 가계 버블(거품)과 투자 심리 위축 여파로 증가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보기술(IT)산업은 12% 성장하는 반면 비(非)IT 산업은 3% 성장하는데 그쳐 격차가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또 경기 양극화와 구조적 요인들로 인해 당분간 제조업을 중심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고용 없는 성장’이 향후 안정적인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금융기관의 가계 대출 억제로 신용불량자 증가와 중소기업 자금 사정 악화,금융기관 영업 부진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디지털방송과 DMB(디지털미디어방송),3세대 이동통신,휴대 인터넷 등 디지털 영상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삶의 질을 중시하는‘웰빙’ 소비가 확산되는 흐름이 뚜렷해질 것으로 관측했다. 박건승기자 ksp@
  • 38선 명퇴시대/‘38선’ 어떻게 볼 것인가

    ‘38선’은 30대 후반에 구조조정 등으로 일터에서 쫓겨나거나 다른 일자리로 옮기는 젊은층들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생긴 신조어.하지만 ‘38선’의 해석은 처한 입장에 따라,보는 시각에 따라 크게 다르다. 인생의 새로운 출발선으로 인식하는 시각도 있고,오륙도(56세가 돼서도 직장을 나오지 않으면 도둑),사오정(45세가 정년)에 이은 퇴직연령의 하향 조정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38선은 자립의 마지노선 경제관련 전문가들은 30대 젊은이들의 이직(離職) 현상을 퇴출이란 개념보다는 ‘평생직장→평생직업’이란 관점에서 찾고 있다.더 늦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다른 일자리를 찾거나 자신이 직접 경영에 나서기 위해 스스로 일터를 박차고 나오는 것으로 본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실제로 직원들 사이에는 30대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연령의 마지노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면서 “새로운 변화를 갈구하다 30대를 넘기고 40대에 들어서면서 이직을 놓고 고민하는 예를 종종 본다.”고 말했다.특히 각박한 직장생활에 환멸을 느끼거나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젊은층일수록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한다. ●38선은 하향평준화의 신호탄 노동 전문가들은 38선 이직을 노동시장의 ‘빅뱅’의 신호탄으로 해석한다.40∼50대에서 30대로 퇴직연령이 하향되고 있지만,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났다.기업의 노동 수요 패턴이 바뀌고 있는데 노동 공급측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생긴 현상이라는 것이다.자기변신이 없으면 30대 이직자,실업자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노동연구원 정진호 박사는 “젊은층의 이직이나 실직이 늘고 있는 것은 수요·공급자측의 요구가 서로 다른데 크게 기인한다.”면서 “기업이나 조직에서 요구하는 전문지식과 기술을 갖지 못하면 이같은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38선 확대해석은 곤란 일각에서는 언론 등에서 38선의 이직에 대한 해석을 지나치게 과장되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노동 인력을 공급받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경제여건이 나쁘거나 자체 인력조정이 필요할 때에는 언제든지 구조조정등을 통해 조직의 슬림화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정일 수석연구원은 “38선의 이직은 합리적인 고용관계를 재설정하고,직업관에 대한 적절한 긴장감을 가져다 준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면서 “단순한 조기퇴출 등의 시각에서 벗어나 하나의 노동시장의 흐름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약인가 독인가 38선의 이직을 바라보는 기업들의 시각도 제각각이다.적재적소에 맞는 인재를 마음대로 골라 쓸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기업의 채용문제가 이미 그룹차원의 대규모 공채에서 계열사 위주의 소규모 공채로 바뀐지 오래고,인력수급 패턴도 기존시장에서 검증된 사람을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어 기업으로서는 나쁠 게 없다.”고 말했다.다만 30대 후반의 젊은이들이 거리로 내몰려 실업률이 올라갈 경우 사회통합 차원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털어놓는다.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대기업 관계자는 “38선의 이직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다보니 젊은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애사심이나 희생정신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또다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임원은 “기업이 경쟁력있는 사원을 육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자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38선의 이직이 좋은 일만은 아니다.”면서 “정신적 유대관계를 중시하는 우리나라 기업풍토에서는 젊은이들의 이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병철기자 bcjoo@
  • 주5일시대 달라지는 삶의 질/樂樂한 토·休·일

    오는 7월부터 본격적인 주5일 근무시대가 열린다.법정 근로시간이 일주일에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어든다.그러나 여가의 양적인 팽창만으로는 주5일 근무시대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우선 주말의 시작점이 토요일 오후에서 금요일 저녁으로 바뀌면서 주말의 개념부터 달라진다.일요일이면 ‘동면(冬眠)’에 빠져들었던 직장인은 이틀로 불어난 휴일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전반적인 삶의 질적인 향상이 가능해지는 주5일 근무제 도입 이후 변화할 한국인의 삶을 예측해봤다. ●토요일은 스키,일요일은 가족과 함께 봉사활동 국민은행 여신개발팀 김형배(36) 과장은 은행권이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한 2002년 7월 이후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됐다고 말한다.사내 ‘PASS 레포츠동아리’ 회장인 김 과장은 “예전에는 일요일에 스키를 타면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상경하느라 월요일이면 오히려 피곤함을 느꼈다.”면서 “요즘에는 토요일이면 레포츠를 즐기고 일요일은 가족과 봉사활동을 하는 등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봄·가을이면 클레이 사격장에서 살다시피 하고,여름에는 경치 좋은 호숫가에서 수상스키를 타면서 스피드의 매력에 흠뻑 젖는 레포츠족이다.김 과장은 “한달에 레저비용만 20만∼30만원 가까이 들지만 삶의 활력을 얻는다고 생각하면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2박3일 주말 해외여행으로 스트레스 해소 삼성전자에 근무하는 회사원 김근영(25·여)씨는 주5일 근무제가 본격화되면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일본으로 주말여행을 떠나기로 했다.토요일 새벽 3∼4시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주말 내내 도쿄의 최대 번화가인 신주쿠(新宿)를 실컷 돌아다닐 계획이다.관광업계는 김씨 같은 직장인의 계획을 내다보고 관련 상품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롯데닷컴 여행사업부의 관계자는 “주5일 근무제를 겨냥,지난해 6월 처음 선보인 주말 도쿄여행 상품에 매월 200명 넘는 고객이 몰렸다.”면서 “예전에는 해외여행 상품이 여름휴가철에만 반짝 잘 팔렸는데 앞으로는 주말특수 덕에 연중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여가활용 형태도 ‘투잡스족’ 같은 실속형으로 점차 변해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2002년 펴낸 ‘주5일 근무와 소프트산업의 변화’라는 자료집에서 주5일 근무제 도입 초창기에는 집에서 텔레비전과 비디오,DVD 등을 즐기는 ‘코쿤형’이 많을 것으로 예측했다.제도 시행 초기에는 정보가 부족하고 시간활용도가 낮아 집 안에서 소일거리나 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코쿤형’은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됨에 따라 점차 그 비중이 낮아진다.대신 야외에서의 ‘오락’,‘체험’ 등을 중시하면서 적극적으로 여가를 즐기는 ‘활동형’이 증가할 전망이다.삼성경제연구소는 이후 재투자 차원에서 공부를 하거나 두 가지 직업을 갖고 불투명한 미래에 대비하는 ‘실속형’이 등장한다고 내다봤다. 연세대 김농주 취업담당관도 “주5일 근무시대에는 주말에 취미를 겸해 색다른 직업을 찾는 ‘투잡스족’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충남 태안에서 15년째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우명수(45)씨는 “40대 직장인들이 회사를 다니면서 ‘펜션’을 운영하고 싶다고 문의한다.”면서 “오륙도·사오정으로대변되는 국내 인력시장에 한계를 느낀 직장인들이 주5일 근무제 도입으로 생긴 여유시간에 미래에 대비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주말…소비패턴도 대폭 수정 주5일 근무제가 확산돼 주말 여행 횟수가 늘어나면 어디에서나 쉽게 해먹을 수 있는 각종 인스턴트 식품의 소비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실제로 국내 최대 마케팅조사 전문기관인 TNS코리아가 지난해 1월부터 11월말까지 전국 3000가구를 대상으로 109개 생활용품과 식품 등의 소비패턴을 조사해 분석한 결과 경기침체 덕에 생활용품 전체 소비액은 줄었지만 ‘3분 요리’ 같은 레토르트 식품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액이 22.8%나 증가했다.즉석밥은 무려 전년도 대비 269.2%나 증가했다.주말에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파티용품,조립용품(DIY) 등의 판매량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박지연 이유종기자 anne02@
  • 11월 설비투자 마이너스 8.1% ‘급강하’ 비웃는 경기 바닥론

    ‘경기의 봄(春)이 온 것 같았는데 봄이 아니었다.’ 29일 받아든 ‘11월 산업활동’ 성적표는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정부의 주장을 무색케 했다.소비는 5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고,설비투자 부진의 골은 더 깊어졌다.그나마 기세좋게 올라가던 생산증가율도 둔화됐다.머쓱해진 정부는 검찰의 정치자금 수사에서 원인을 찾고,재계와 경제학자들은 정부의 섣부른 예단과 정치 불안을 근본적으로 탓한다.이같은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여전히 춥다. ●‘정치불안 탓…’ 11월에는 태풍 매미의 영향도 거의 걷혔고,대형 노사분규도 없었다.수출 증가율이 다소 둔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두자릿수의 호조세다.특별히 경기가 더 나빠질 악재가 없었다는 얘기다.통계청 김민경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11월 지표가 상대적으로 좋았던 데 따른 통계적 반락 측면이 있긴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투자와 소비가 깊은 잠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그렇다 하더라도 의문점은 남는다.11월 설비투자는 마이너스 8.1%로 전월(-3.8%)보다 2배 이상 곤두박질쳤다.설비투자 압력(생산증가율-생산능력증가율)이 1.5로 투자필요성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가 이렇게 급강하한 것은 쉽게 설명이 안된다.재정경제부 관계자는 “11월부터 검찰의 정치자금 수사가 본격화돼 기업들의 투자 수요가 더 위축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검찰 수사 탓도 있지만 근본적인 요인은 정치 불안”이라면서 “내년 4월 총선이 끝날 때까지는 기업들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시민단체는 “경기 바닥통과를 섣불리 선언한 정부가 애꿎은 검찰 탓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매마저 내리막 11월 산업활동의 또 한가지 특징은 소매에 이어 도매마저 크게 침체된 점이다.전년동월대비 도매 판매 감소율(-3.6%)이 소매 감소율(-2.9%)을 오히려 앞지른다.화학섬유·아크릴·농약·비료 등 산업용 중간재(-7.8%)와 농기구·중장비 등 기계장비(-3.1%)가 안팔렸기 때문이다.도·소매 담당 권은정 통계청 사무관은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안하다 보니 산업용 중간재와 기계장비 판매도 감소했다.”면서 “여기에 공장 출하량 감소(생산증가율 둔화)와 소매 부진까지 겹치면서 물고 물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바닥 횡보 12월에도 수출은 20% 이상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반면,내수(도소매판매)는 좀체 풀릴 기미가 없다.수출업종 가운데서도 반도체 등 대기업 위주의 일부 업종만 호황일 뿐,중소 수출기업은 소외돼 있다.반도체 등은 첨단 장치산업이어서 아무리 호황을 누려도 일자리 창출 효과는 떨어진다.양극화는 소비도 마찬가지다.백화점 매출은 반짝 플러스를 보인 8월(0.6%)을 제외하고는 2월부터 10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이다.이에 반해 할인점 매출은 3월부터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11월에는 9.3%로 증가율이 껑충 올라섰다.이같은 양극화 심화로 침체국면이 길어지는 ‘L자형’ 경기형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재경부 김대유 경제정책국장은 “경기가 바닥을 친 뒤 빠져나오지 못하고 다소 횡보하고 있는 양상”이라면서 “내년에 고용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업을 집중 육성하고 재정을 조기 집행하면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안미현기자 hyun@
  • ‘재벌 은행소유 허용’ 찬반 팽팽

    “전과자 취급만 하지 말고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필요하면 보호감호도 받겠다.” “그랬다가 재범(再犯)이 발생하면 그 땐 누가 책임지나.두번 속을 수는 없다.” 외국자본의 국내 금융기관 독식이 심화되면서 재벌의 은행 소유 허용 논란이 다시 끓고 있다.28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외국자본에 맞설 만한 재력과 능력을 갖춘 토종자본은 재벌밖에 없다는 현실론과 재벌에 은행 빗장을 열었다가는 또다시 사(私)금고로 전락할 것이라는 불가론이 팽팽하게 대립한다.정부는 LG카드의 실패사례 등을 들어 재벌의 은행 소유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은행에도 주인이 필요 ‘주인론’의 근거는 주인이 있어야 책임경영이 가능해지고,국제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외국자본의 국내 금융기관 지분율이 30%를 넘어서면서 정부 정책의 건전한 동반자 확보도 시급하다는 주장이다.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 상무는 “위기의식을 느낀 정부가 뒤늦게 PEF(사모 투자펀드) 등 토종자본을 육성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의결권 제한이 따르는 상황에서 누가 투자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최근 일본 소니나 영국 테스코가 은행업에 진출하는 등 국제적 추세도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허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신상익 상무는 “대출 등 각종 금융정보가 은행연합회로 집중되기 때문에 과거처럼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위험은 크지 않다.”며 “정 못믿겠으면 금융규제 및 감독을 더 강화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재벌은 실패했다. 재벌들은 지금이야 돈이 남아돌아 ‘반짝 주인경영’을 펼칠지 모르지만,사정이 다급해지면 예전처럼 각종 편법을 동원해 은행 돈을 주머닛돈처럼 꺼내 쓸 것이라고 시민단체들은 주장한다.재벌이 경영능력이나 인재의 우수성 면에서 외국자본에 맞설 현실적 대안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건설사업을 하던 최고경영자(CEO)를 하루아침에 금융산업에 투입하는 게 재벌”이라며 일축했다.대표적인 실패사례로 ‘이익치(전 현대증권 사장)의 바이코리아’와 ‘이헌출(전 LG카드 사장)의 길거리 카드모집’을 들었다.현대와 LG 등 다수의 산업재벌은 이미 금융산업에서 실패해 퇴출됐다는 것이다.한국은행 분석총괄팀 서영만 차장은 “외국자본의 국내 금융계 지배가 심각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재벌에 문호를 여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많다.”며 반대했다. ●정부 “시기상조” 금융감독위원회 김석동 감독정책1국장은 “다른 금융기관과 달리 은행은 망가졌을 때 사회적 치유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금융산업의 자기보호장치가 과거보다 튼실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안심할 단계가 못된다.”고 지적했다.국민정서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한때 정부는 재벌의 은행지분 소유한도를 4%에서 10%로 올리는 절충안을 추진하다 국민 반발에 부딪혀 포기했었다.재경부 신제윤 금융정책과장은 “연기금의 주식투자 한도를 늘려 은행 지분의 기관투자가 비중을 끌어올리는 것이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안미현기자 hyun@
  • 경제전문가들의 내년경제 화두/“투자·고용 두 토끼 잡아라 ”

    내년도 경제의 화두는 ‘투자와 고용’이다.국책 및 민간연구소들이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5%대로 예상하는 전제조건도 투자활성화다.투자가 이뤄져야 고용도 가능하다. 그러나 올해 경제성장률이 3%대로 최악이다.따라서 내년도 5%대 성장 전망은 다소 기술적인 반등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투자가 활성화된다고 해서 고용이 증대되는 것도 아니다.최근 심화되고 있는 청년실업의 해소는 또 다른 과제다. ●설비투자 올보다 10% 늘듯 정부는 공식적으로 내년도의 경제정책운용의 틀을 ‘투자활성화’로 잡고 있다.이 일환으로 삼성전자 및 쌍용자동차의 수도권 공장 문제를 연내에 마무리짓겠다는 방침이다. 기업들도 내년도 설비투자 계획을 51조 9000억원가량으로 잡고 있는 등 제조업 설비투자가 올해보다 10%이상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가 3조원에 이르는 적자재정 편성에 노력하고 있는 것도 경제성장률 제고에 따른 고용창출을 염두에 둔 것으로 파악된다. ●전망은 좋은데… 일각에서는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5%가량 되고,설비투자도 9%대의 증가율을 보일 것이란 전망치에 대해 다소 엇갈린 반응이다.KDI 조동철 박사는 “내년도 경제전망이 올해보다 나을 것이란 전망은 올해가 최악이었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내년에는 질적인 성장에서는 그리 낙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내에서도 투자와 고용창출에 다소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정부 관계자는 “투자가 활성화돼야 하지만,최근 기업활동이 비자금수사 등으로 극도로 위축돼 있는데다 정작 고용창출을 유인할 수 있는 제조업 중심의 중소기업들은 자금난으로 시달리고 있다.”며 “고용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 활동도 금융·보험업과 지식기반 서비스업을 제외한 전통적 서비스업은 8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KDI 유경준 박사는 “경제성장률 증가에 따른 고용창출효과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경향”이라며 “경제성장률이 높거나 투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고용이 증대하는 것은 아닌 만큼 서비스업 활성화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삼성경제연구소 이상우 연구원은 “청년실업률은 실망실업자 비정규직 취업자 등을 고려하면 10%를 웃돌 것”이라고 말했다. 주병철기자 bcjoo@
  • 집값하락·금리인상 이중고 住테크족 빚갚기 ‘비상’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대책으로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금리마저 들썩이고 있어 주택담보대출자들이 선제적인 위험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일본처럼 급격한 부동산가격 하락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담보가치(집값) 하락과 금리 상승이라는 두가지 악재가 동시에 겹칠 경우 가계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금리 6%대 전망 17일 재정경제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16일 현재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는 평균 연 5.94%다.9월 넷째주에 5.37%까지 내려가 ‘바닥’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추세다.박승(朴昇)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경기가 내년에 회복된다고 해서 당장 금리를 인상할 계획은 없다.”며 금리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금융권은 금리상승을 대세로 받아들이고 있다.한 시중은행 명동 지점장은 “내년에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게 일선 지점장들의 대체적 견해”라고 전했다.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에 금리가 6%대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집값은 정부의 ‘10·29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한달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리 1%P 오를때 가계전체 이자부담 3조 증가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체 가계빚은 9월말 현재 약 440조원이다.가구당으로 치면 2921만원으로 사상 최고치다.이 가운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올해 24조원,내년에 30조원이 만기가 돌아온다.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가계 전체의 이자부담은 3조 4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여기에 집값 하락세가 내년까지 이어지면 담보가치가 떨어져 은행권의 대출상환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재경부 당국자는 “은행권이 집을 담보로 빌려준 대출금이 집값의 평균 70%이기 때문에 앞으로 집값이 30% 이상 떨어지지 않는 한 급격한 대출회수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이 당국자는 그러나 “금리 상승에 대비해 지금부터라도 빚을 줄여나가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고종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소득에 비해 무리하게 빚을 얻어 집을 산 사람과 은행빚을 얻어 여러 채의 집을 구입한 이른바 주(住)테크족들은 대출부실 위험에 이미 노출돼 있는 상태”라면서 “수적으로는 소수이지만 이들로부터 시작된 가계대출 부실이 금융시장 전체의 불안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정부가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대출기간 10년 넘는 모기지론으로 갈아타는 게 상책 국민은행 임영신 지점장은 “금리가 낮을 때는 대출을 활용하는 것도 재테크 수단중 하나이지만 향후 금리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지금은 빚을 줄여나갈 때”라고 조언했다.임 지점장은 “기존 주택담보대출 고객들은 내년 3월께 정부가 선보일 예정인 모기지론으로 갈아타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모기지론은 대출기간이 10년 이상으로 길고,고정금리에 소득공제 혜택까지 주어진다. 우리은행 신용정책팀 조용흥 부장은 “집값이 최근 떨어졌다고는 해도 올해 초와 비교하면 아직도 소폭 오른 상태이기 때문에 (가계대출 부실을)크게 우려할 단계는 아니지만 경기회복 지연 가능성을 감안해 개인들도 선제적 위험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경기회복이 지연되면 소득이 늘지 않아 이자부담 상승분이 버거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안미현 김유영기자 hyun@
  • 내년 경제 주름살 펴나/한은 “내년 5.2% 성장”

    우리경제가 내년에 5.2% 성장할 것으로 한국은행이 전망했다.경제의 기초체력으로 일궈낼 수 있는 잠재성장률 수준(연간 5% 안팎)을 2002년 이후 2년만에 다시 회복할 것이란 분석이다.박승 한은 총재는 “국제유가·수출·환율 등 경제전망의 기초전제들을 비관적으로 설정하고 산출한 수치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보다 좋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상황에 따라서는 5% 중반을 웃도는 높은 성장률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우리가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것은 수출 밖에 없어 보인다.외형적인 성장지표의 상승이 체감경기에 봄기운을 몰고 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경상수지흑자 올 절반수준 60억달러 예상 한은은 11일 발표한 ‘2004년 경제전망’에서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상반기 4.8%(1분기 4.3%,2분기 5.3%),하반기 5.6% 등 연간 5.2%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이는 금융연구원(5.8%),산업연구원(5.5%) 등에 비해서는 낮지만 LG경제연구원(5.1%),한국개발연구원(4.8%),삼성경제연구소(4.3%) 등보다는 높다.내년 경상수지 흑자는 올해의 절반 수준인 60억달러,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보다 낮은 2.9%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한은은 또 올해 경제성장률을 2.9%로 추정했다.지난해 6.3%의 반토막도 안되는 수치다.이에따라 당초 정부가 공언했던 ‘3% 성장 달성’은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졌다. ●개인들이 경기회복을 체감할 수 있을까 “내년 우리나라의 수출은 세계경제의 회복세를 타고 연초부터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간다.설비투자는 이르면 2·4분기,늦으면 3·4분기쯤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탈 것 같다.하지만 수출 증가세를 뒷받침하는 정도의 소극적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내수중심 기업들의 투자는 여전히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민간소비도 대규모 신용불량 등에 따른 소비여력 부족문제가 해소되지 않아 연말쯤이나 돼야 살아날 것이다.” 한은이 보는 내년 우리경제의 회복 시나리오다.한마디로 “수출이 이렇게 잘되는데 경제는 왜 이 모양인가.”하고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던 올해 상황이 상당기간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이는 한은이 산출한 전망수치에서 확연히 드러난다.한은은 내년도 우리나라의 상품수출이 상반기 16.2%,하반기 12.1% 등 연간 13.2%의 높은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설비투자는 상반기 4.4%로 소폭의 증가를 기록한 뒤 하반기 8.7%로 높아져 연간 6.5%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그러나 민간소비는 상반기 2.3%,하반기 4.1% 등 연간 3.2%에 그쳐 전체 경제성장률(5.2%)을 크게 밑돌 것으로 전망됐다. ●고독한 ‘수출 외끌이’의 한계…산적한 경제 안팎 현안 한은 고위 관계자는 “경기회복의 원동력을 국내(내수)가 아닌 국외(수출)에 의존해야 하는 데서 오는 한계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면서 “특히 미국경제 성장세가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내년 하반기에 둔화될 가능성도 있어 수출호조가 계속될 것으로 장담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특히 내년 5%대 성장의 의미를 제대로 읽으려면 2.9%로 추정되는 올해의 낮은 성장률을 감안해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성장률의 기준이 ‘전년 동기’여서 극심한 침체를 겪은 올해 저(低)성장의 반사효과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리경제를 둘러싼 불안요인 또한 녹록치 않다.한은은 “해외여건은 비교적 우리경제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이지만 노사갈등 악화,금융시장 불안,북핵 문제 등 불확실성이 많은 상태”라고 지적했다.박승 총재는 “노사관계 불안과 정치불안 등 우리경제 안팎의 ‘고비용 구조’를 어떻게 개선하는가가 회복의 속도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내년에도 수출 주도의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소비와 투자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가 끊겨 있는 상황이어서 급속한 경기 회복은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
  • 내년경기/ 정부 ‘바나나형’ 민간 ‘L자형’

    국내 경기가 내년 상반기에 회복되는 ‘바나나형’을 띨 것인가,아니면 바닥권을 오랫동안 횡보하는 ‘L자형’이 될 것인가. 정부가 내년도 우리 경제 모양새를 ‘바나나형’으로 진단하고 있는 가운데,삼성 등 민간경제연구소들은 내년 하반기나 돼야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엇갈린 진단을 내놓아 주목된다.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세종클럽에서 개최한 주요 연구기관장 초청간담회에서다.재경부는 이 날 나온 의견들을 토대로 이달말 내년도 경제전망 및 경제운용계획을 공식발표할 예정이다. ●재경부 “성장률 5%대”… 삼성경제硏은 “4%대” 경기가 올해 바닥을 쳤다는 데는 참석자들 사이에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그러나 경기회복 속도에 있어서는 의견이 달랐다. 재경부는 우리 경기가 올 3·4분기(7∼9월)에 바닥을 치고 내년 상반기에 회복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박병원(朴炳元) 차관보는 “경기가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V자형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회복속도가 빠른 편인 바나나형은 될 것”이라고관측했다.내년도 경제성장률을 각각 5.8%,5.5%로 비교적 높게 전망하고 있는 금융연구원과 산업연구원은 정부와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반면 내년도 성장률을 4.3%,4.4%로 비교적 낮게 추산한 삼성경제연구소와 한국경제연구원은 경기회복 속도가 더딜 것이라며 L자형을 제시했다.특히 삼성은 경기회복의 핵심관건인 소비회복 시점을 ‘일러야 내년 하반기’로 제시했다.내후년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삼성 정문건 전무는 “신용불량자와 카드채 문제 등이 선결되지 않고는 소비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진단 다르니 처방도 각각 민간경제연구소들은 내년도 경제를 다소 보수적으로 보는 만큼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삼성경제연구소,한경연,LG경제연구원이 이같은 주문에 합류했다. 반면 금융연구원·KDI(한국개발연구원) 등 좀 더 긍정적으로 보는 측은 굳이 인위적인 부양책까지 쓸 필요는 없다며 중립적 경제운용을 요구했다. 재경부 임종용 종합정책과장은 “연구기관마다 조금씩 견해차이는 있었으나 대체적으로 투자는 내년 상반기,소비는 내년 하반기에 회복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면서 “지난 9∼10월 간담회때보다 전체적인 기조가 훨씬 긍정적으로 바뀌어 희망이 생겼다.”고 전했다. 삼성 등은 조만간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상향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미현기자 hyun@
  • “내년 4~5%대 성장 전망”/거시경제점검회의 “재정지출 확대 필요”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내년도 우리 경제가 4∼5%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아울러 경제회복 속도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정부가 내년도 경제운용의 초점을 투자 촉진과 소비부양에 맞춰야 한다고 건의했다.정부지출 확대,즉 ‘적자재정’ 편성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정부는 2일 과천청사에서 재정경제부 김대유(金大猷) 경제정책국장 주재로 민·관 합동 거시경제점검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내년도 경제전망과 주요 정책과제를 논의했다.정부는 이를 토대로 내년도 경제운용계획을 짤 방침이다. 내년도 경제성장률과 관련해 금융연구원이 5.8%로 가장 높은 전망치를 제시했고,삼성경제연구소는 4.3%로 비교적 낮게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은 5.1%,KDI(한국개발연구원)는 4.8%를 각각 제시했다. 삼성 등 일부 참석자들은 “민간소비 등 내수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그나마 정부 재정이 여유가 있는 만큼 적자가 나더라도 재정지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는 산업자원부·기획예산처 등 경제부처 공무원과 한국은행,산업은행,KDI,금융연구원,산업연구원,무역협회,삼성·LG경제연구원·건설산업연구원,노동연구원,국제금융센터 등 11개 민간기관 전문가가 참석했다. 안미현기자 hyun@
  • [여성 思秋期]살빼고 몸매 가꾸고 그들의 변신은 활력소

    젊어지는 샘물이 어디 있을까마는 오늘의 중년 여성들은 사라지는 젊음을 아쉬워하며 늙어가지는 않겠다는 듯 샘물을 찾아 헤맨다.소문을 따라갔으나 허상의 오아시스이었음을 확인하고 허탈감에 젖기도 하지만 오늘도 쉬지 않고 새로운 정보에 귀 기울인다.갖가지 고급 화장품,콜라겐을 비롯한 각종 건강 식품 등 한두 가지 비법을 실천하지 않는 여성을 찾기란 힘들 정도다.성형 수술로 얼굴을 더 젊게 만들거나,몸매를 가꾸는 것은 더이상 허영이나 ‘주책’이 아니다.오히려 여성의 자기 관리에 속한다. 왜 젊음을 유지하려는가.여성들은 “나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면서 늙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말한다.젊어 보이려고 노력하는 중년 여성들,그들의 변신은 무죄다.여성의 ‘젊음’은 남성들에겐 ‘아름다움’의 다른 말로 받아 들여진다.사그라지는 젊음을 아쉬워하는 여성들의 의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내가 남자라도 돈 있으면 젊은 여자애들과 놀겠다.”“그∼럼.단물 다 빠진 마누라보다야 야들야들한 애들이 좋지.”“아휴,그러니까 우리도 열심히 운동하고 가꿔야지.안 그래?”세 사람의 40∼50대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다. 말이 떨어질새라 한 ‘의식있는’ 여성의 쓴소리가 이어진다.“참,여성들의 의식이 저 수준이니,남편들이야 더이상 말해 뭐해요?” 그러나 특별히 의식없는 여성들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많은 여성들은 공감한다.젊음을 잃는다는 것,그것은 바로 추함으로 이어진다. ●다이어트 강박증 김명희(49·서울 상계동)씨는 “나는 체중에 관한 한 노이로제 환자다.”라고 말했다.“일이 있어서 단 하루만 헬스와 수영을 쉬면 그날 저녁에는 온 몸에 지방질이 덕지덕지 붙은 것 같고 얼굴이 축 늘어진 것 같은 생각에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우울해진다.나이가 들자 체형이 서서히 변해간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시작된 수영은 운동이라기보다는 정신과에 가지 않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체중 조절로 세월의 흔적이 말끔히 없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체중 관리가 되면 젊어 보인다.’는 여성들 가운데 상당수는 골프연습장으로 달려간다.하루 6시간씩 골프연습장에서 운동한다는 한정인(53·인천시 중구 항동)씨는 다소 큰 체구에 굵은 뼈대 때문에 늘 ‘뚱뚱하다.’는 말을 듣고 살았다.그런 그가 40대 후반에 들어서 난생처음 ‘살이 빠졌다.’는 말을 듣게 된 것은 골프연습장의 ‘중노동’ 덕분이다.“살을 빼니 훨씬 젊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관리’ 못하는 사람이란 비난을 듣지 않게 되니 자신감도 생겨요.” 여성들은 체중을 줄이는 것을 ‘자기 관리’라고 말한다.더이상 인간의 몸은 고정된 속성을 갖는 실체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뜻이다.여성들은 이제는 시간과 금전을 투자해서 관리하는 ‘젊음’이 자아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한다. ●마음의 나이로 산다 최근 여성들의 옷차림에 나이가 주는 ‘금기’는 사라졌다.‘뒤에서 보면 20대,앞에서 보면 40대’라든가.오늘날 중년 여성들은 옷에 관한 한 나이를 의식하지 않는다.오히려 “나이에 맞는 옷을 입어야지.”라고 말하는 중년 여성은 유행에 뒤떨어졌다고 한다. 실제로 ‘부인용’이라는 중년 여성들의 브랜드는 없어진 지 오래다.백화점 여성복 코너가 날로 젊어지고,아예 큰 사이즈를 만들지 않고 여성들에게 보다 가는 몸매를 강요하는 의류업계의 흐름은 얼핏보면 중년 여성을 배제한 것처럼 보인다.그러나 이는 오히려 업계가 중년 여성들이 중년의 옷을 거부하는 트렌드를 읽은 것이라고 한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정희 과장은 “브랜드 런칭에 있어 소비자의 연령으로 브랜드를 구분하던 때는 지났다.오늘날은 물리적인 나이보다는 마인드 에이지,즉 심리적인 나이로 옷을 고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아무리 노력해도 세월을 뒷걸음질치게 할 수는 없는 일.그러나 젊은 옷차림이 더 젊게 보이는 성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젠 ‘마음의 나이’로 옷을 고르는 시대가 됐다.여성의 평균 수명이 긴 이유가 ‘현실적으로 살지않기 때문’이라고 했던가.그렇다면 나이를 잊고,젊어지려고 노력하는 것 역시 ‘비현실적’이긴 하지만,그것이 더 오래 살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갖고올지도 모른다. ●젊음,정체성의 확인 젊음을 지키려는 여성들의 노력은겉치레에 집중돼 있는 게 사실이다.그러나 이를 ‘여자들이란….’이라고 폄하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정혜란(50·서울 은평구 구산동)씨는 20대에도 부리지 않았던 멋을 요즘 부린다며 “내 삶의 중요성을 깨달으면서 나 자신을 위해서도 돈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아이들과 남편에게 쓰는 돈은 아깝지 않아도 자신에게는 단 한푼도 쓰지 않으려 애썼다는 정씨는 “애들 입시도 끝나고 시간이 나면서 우울증에 빠졌고,우연히 책에 재미를 들이기 시작했는데 내 자신의 귀중함과 가치 등을 알게 됐다.중년의 나이는 나자신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나이라는 말에 공감한다.내 주변에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자신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이 고작 옷을 사는 것이냐는 비난도 있을 수 있겠다.하지만 정씨는 스스로 ‘집에서 살림만 하는 사람이 무슨 옷이 필요해.’라고 생각했던 것이 바뀌니 자신의 삶도 한결 높은 가치를 갖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신과전문의 김준기씨는 “가족에 함몰돼 자신을 볼 수 없었던 여성들,그 중년의 여성들이 자신의 소중함을 깨달으면서 젊음을 부여잡는 것은 남편의 사랑을 위해서도,남의 눈을 위해서도 아닌 자신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그것은 중년기의 특성이자 건강한 자아 존중감에 속한다.”고 말했다. 허남주 기자 h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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