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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폐개혁 이것이 궁금하다

    화폐개혁 이것이 궁금하다

    정치권에서 촉발된 ‘화폐단위 변경’(리디노미네이션)이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예컨대 현재 1000원인 화폐를 1환으로 바꾸자는 리디노미네이션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왜 바꿔야 하는지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우리나라 화폐발행을 총괄하는 한국은행 김두경(金斗經) 발권국장을 만나 궁금증을 물어봤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화폐단위 변경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 배경은. -우리나라는 현행 화폐단위가 채택된 1962년 이후 경상 GDP(국민총생산)는 2130배,소비자물가는 48배 올랐다.1만원이 처음 등장한 1973년 당시 20원이었던 버스 요금은 800원이 됐고,같은 시기 쌀 한 가마니는 1만원에서 20만원으로 뛰었다.인플레이션,경제규모 확대 등으로 거래 가격이 커짐에 따라 숫자의 자릿수가 늘어나 계산할 때 불편해진다.극단적으로 생각해서 10만원짜리 물건을 사는 데 지폐가 10장이라고 생각하면 거래할 때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각종 거시경제 규모도 이미 1000조원 단위에 이르러 조만간 ‘경’(京) 단위의 사용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화폐 단위가 변하면 국가의 위상이 왜 올라가나. -미국 달러화나 유로화 등 주요국 통화와 4자릿수의 환율을 갖고 있어 우리나라는 경제 후진국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터키가 내년 1월 화폐단위를 바꾸면,OECD국가 가운데 4자릿수의 환율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남게 된다.이런 이유에서 영국의 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도 환율이 1유로당 1400원인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기이한 나라’(international oddity)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선진국의 통화와 대등한 환율을 가진 후진국의 예를 들어 환율을 조정한다고 해서 대외위상이 제고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을 수 있지만,우리나라가 경제 실상과 달리 후진국으로 잘못 인식되는 문제점을 바로 잡자는 것이다. 고액권 발행 주장도 있는데. -경제 규모와 화폐 단위의 괴리를 지금은 10만원권 자기앞수표가 메우고 있다.1만원권의 평균 수명은 4년6개월이지만,10만권 수표는 재사용이 불가능해 평균 수명이 불과 1주일이다.더구나 취급 은행에서 5년 동안 보관하거나 마이크로 필름으로 떠서 보관해야 한다.이런 비용을 감안하면,10만원권을 찍어내는 데 드는 비용 6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에 이른다. 돈을 만들어내는 한국은행의 입장은 어떤가. -박승 총재는 올초 화폐단위 변경과 고액권 발행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한은은 고액권 발행,위폐 방지 및 도안혁신,액면절하(리디노미네이션) 등 화폐 선진화방안을 제시했었다.셋 중 하나를 택해도 어차피 돈을 새로 발행해야 하는 만큼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한꺼번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예컨대 1000원을 10환으로 변경할 때와 1환으로 할 때의 차이점은. -경제 규모의 차이점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다만,화폐단위를 기축통화인 달러에 맞추면 (1달러=1환) 국제화 시대에 맞춰 계산이 편리해진다는 장점이 있다.우리나라의 무역업자가 미국에서 125달러짜리 물건을 수입한다고 할 때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할 때 단번에 단위만 바꿔 125환으로 계산할 수 있다.유로화 역시 이런 의미에서 ‘1달러=1유로’로 맞췄다.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1000원=1유로’로 할 것을 제안했다. 계산의 편의성 등을 떠나 화폐단위 변경으로 인한 경제적인 실익은 있나. -기존에 도량형을 미터법으로 변경하는 것처럼 원칙적으로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이다.화폐단위 변경으로 경제력 자체가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현금자동화기기 교체,전산시스템 수정,각종 가격표시물 재인쇄 등에 따른 일시적으로 경기 부양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오는 11월 화폐 체제를 전면 개편하는 일본의 경우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의 분석 결과 7561억엔(약 7조 9350억원)의 비용이 들었다.여기에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총 9905억엔(10조 3950억원)으로 총 10조원의 부가가치가 유발된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일본의 명목 GDP의 0.2%다.우리나라는 일본의 지폐 교체 물량은 102억 2000만장으로,우리나라는 약 3분의1인 35억장 정도가 유통되고 있다.경제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비교는 할 수 없지만,어느 정도의 경제 부양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는. -물가 상승 문제는 없다.일부에서는 ‘우수리 절상’을 염려하기도 한다.즉,1000원=1환으로 바뀔 때 900원이 0.9환이 되어야 맞지만,끝전이 안 떨어지기 때문에 편의상 1환으로 오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화폐 단위변경 실시 전후로 ‘이중가격 표시제도’를 하면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현재는 1000원이지만,바뀐 다음에는 1환이 된다고 표시하면,나중에 ‘0’만 떼어내면 된다.실제로 유럽은 유로화 도입 전후로 5개월동안 ‘이중가격 표시제도’를 실시했는데,물가는 0.2%포인트만 올랐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화폐개혁론 왜 후퇴했나 정치권이 화폐개혁 논의에 불을 붙였다가 하루만에 물러섰다.왜 그랬을까.화폐개혁이 과연 필요한 것인지,필요하다면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절하)으로 할 것인지,고액권 발행으로 한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적지않은 데다,논의 시점 자체에 대해서도 비판이 쇄도한 때문으로 풀이된다.정치권과 한국은행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시기상조’라며 신중한 입장이다.시민단체 등에서는 리디노미네이션은 물론 고액권 발행에도 반대한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화폐개혁의 당위성을 떠나 논의 시점이 최대의 논란거리다.“지금은 논의할 때가 아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연내 논의를 거쳐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일부 정치권과 재계를 제외하면 모두 중·장기과제라는 시각이다.고려대 이필상 교수는 “경제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그렇게 한가한 타령을 할 때냐.”고 말했다.고액권 발행에 대해서도 “부자들의 소비를 진작시키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중산·서민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하고 뇌물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예컨대 1000원을 1환으로 리디노미네이션 한다고 가정하면 굴비상자 2억환은 2000억원이 된다는 얘기가 아니냐.”며 “아직도 경제에서 부패척결이 중요한데,특히 고액권을 발행한다면 득보다는 실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측은 “29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1인당 국민소득(GNI)을 각국 화폐 최고액권으로 나눈 결과,우리나라(1326)가 OECD 평균(124)의 10.7배 수준이었다.”며 “이는 1인당 국민소득을 각국 최고액권 화폐로 보관할 경우 OECD 국가는 평균 124장이면 되지만 우리나라는 1326장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같은 분석 결과에 따를 경우 우리나라의 최고액권이 현재의 10.7배인 10만 7000원 정도로 바뀌어야 하지만 화폐 유통의 편의성 등을 감안해 10만원권이 적정하다.”고 주장했다. ●화폐개혁의 필요성은 공감해 논의 시점과는 달리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가장 적극적인 곳은 정치권과 한은,재계 등이다.한은은 이해당사자로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그동안 화폐개혁을 준비해 온 곳이라 정치권의 주장에 동조하는 분위기다.반면 재경부는 8일 리디노미네이션과 관련된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이 제도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검토에 착수한 일이 없으며,따라서 어떤 결론을 도출한 바도 없다.”고 한발짝 물러섰다.내심으로는 “경제 충격이 너무 크다.”며 반대다.KDI(한국개발연구원),삼성경제연구소,LG경제연구소 등 국책·민간연구소 역시 화폐개혁을 한다고 하면 말릴 수는 없겠지만 얼마나 실익이 있겠느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학계에서도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각론은 또 제각각 설령 화폐개혁을 한다고 하더라도 리디노미네이션을 할 것인지,고액권 발행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리디노미네이션을 하면 고액권 발행은 저절로 해결된다.1000원을 1환으로 절하했을 경우 100환짜리 지폐를 만들면 기존의 10만원짜리와 같아 고액권 발행은 저절로 해결된다. 반대로 고액권 발행을 먼저 하면 나중에 리디노미네이션을 할 여지가 줄어든다.이중으로 작업을 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어느 쪽을 선택하든지 신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치권의 경우 열린우리당은 당초의 기세와는 달리 정부측으로 공을 넘기겠다고 하면서도 리디노미네이션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민주당측도 같은 입장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고액권 발행이 시급하다고 말한다.재계의 주장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그동안 재계는 고액권 발행보다 작업이 방대한 리디노미네이션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국책·민간연구소도 어차피 해야 한다면 리디노미네이션쪽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하지만 시민단체는 리디노미네이션과 고액권 발행 모두 반대하고 있다. 주병철 안미현기자 bcjoo@seoul.co.kr
  • 우리당 386의원 모임 ‘신의정연구센터’ 전문경영인 초청

    우리당 386의원 모임 ‘신의정연구센터’ 전문경영인 초청

    이헌재 경제부총리에게 ‘경제를 모르는 386’이라고 핀잔을 들었던 열린우리당 386의원들이 삼성경제연구소(SERI)와 공동 세미나를 여는 등 ‘실물경제 살리기 올인’에 들어갔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그룹으로 분류되는 이광재·이화영·백원우 의원 등이 소속된 ‘신의정연구센터’는 13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산은캐피탈 건물에서 ‘경제 재도약을 위한 10대 제안’ 세미나를 연다.세미나의 주제는 ‘돈을 벌자(Make Money)’이다. SERI의 윤순봉 부사장이 기조 발제를 하고,한나라당 원희룡 의원과 열린우리당 김종률 의원,캠브리지대학 장하준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석한다.이 세미나에서는 새롭고 미래 지향적인 아이디어로 구체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사업들이 제시될 예정이다.디지털·정보통신(IT)산업 강화,웰빙형 그린투어 발굴,농업벤처의 미래 등이 소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행사를 앞두고 연구센터는 최근 전문경영인 출신인 열린우리당 이계안의원을 회원으로 영입했다.1000원이라도 직접 돈을 벌어본 사람의 경험을 배워야 할 필요성 때문이라고 한다. 이광재 의원은 “센터의 고문인 강봉균 의원은 경제부총리 출신으로 거시경제를 책임지고,김혁규 의원은 기업 소유주지만 경남도지사 경험이 더 많은 분이라,실물경제를 잘 아는 선배를 모셔 역량을 강화하고자 했다.”고 이계안 의원의 영입 이유를 밝혔다. 신의정연구센터의 가입비가 1000만원으로 부담이 없지는 않지만,이계안 의원은 가입 제안을 받고 흔쾌히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토론자로 한나라당 원 의원이 참석하는 데 대해 연구센터 실무자는 “경제 앞에 여야가 따로 없다.”고 설명했다. 신의정연구센터는 지난달 18일 창립총회를 공개한 것과 달리,13일 세미나를 비공개로 진행한다는 원칙이다.실무자는 “SERI의 세미나에 항상 1000명 정도 참석하는데,장소가 협소해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이날 세미나에는 SERI가 관리하는 경제CEO포럼에 소속된 전문 경영인 50명과 연구센터 소속 의원 15명 등 국회의원 40명 가량이 참석할 예정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금통위 “콜금리 고민되네…”

    9일 금융통화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콜금리 향방이 주목된다. 콜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느냐,동결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시장의 분위기와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은 인상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쪽이다.콜금리 인하에 무게를 두는 측은 정부가 경기부양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한은이 이에 부응해야 한다는 논리다.지난달에 콜금리를 내렸기 때문에 추가 인하는 대세라는 주장도 있다. 이덕청 미래에셋 연구원은 “정책의 실효성에서 보면 지난달에 이어 이번달에 콜금리를 내려 정부의 정책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 나을 것 같다.”며 “물가상승이 우려되긴 하지만 실물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콜금리를 추가로 내린다고 효과가 더 있겠느냐는 얘기가 있지만,현금을 예금하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이고,채권에 투자하면 3%대의 채권수익률이 나는 현실을 감안하면 콜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효과는 제한적이긴 하지만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홍춘욱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수경기 지표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물가상승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원화절상에 나서야 하지만,정부가 나서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은마저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며 콜금리 인하를 옹호했다. 금융연구원 신용상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추가 상승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콜금리를 내려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감세·재정정책을 펴고 한은이 콜금리를 인하했기 때문에 심리적 측면에서는 경기부양의 효과가 시장에 충분히 반영됐다.”며 추가 인하에 반대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 상무는 “지난달 콜금리 인하로 시장에 충분한 시그널을 준 셈”이라며 “내수진작을 위해서는 소득을 늘려야지 비용을 줄여주는 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돈있는 사람에게 돈을 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내년경기 더 우려 비상처방전 있나

    내년경기 더 우려 비상처방전 있나

    경기가 제대로 살아날 기미는 아직도 감감한데 정책운용의 ‘비상수단’이 사실상 거의 소진돼 우려를 낳고 있다.감세(減稅)·재정확대·금리인하 등 각종 부양책이 백가쟁명식으로 쏟아지고 있는 탓이다.정부 주장과 달리 경기가 내년에 더 악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아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지금이라도 경제정책의 구심점을 명확히 해 ‘큰 그림’ 아래 진행되는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고,시장으로 하여금 정책방향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내외 경기지표 뒷걸음질 신용보증기금이 5일 연매출액 10억원을 넘는 1700개 거래업체를 대상으로 3·4분기(7∼9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81.0을 기록했다.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3분기(56) 이후 6년만의 최저치다.BSI가 100을 밑돌면 전분기보다 경기가 더 나빠질 것이라고 보는 기업이 나아질 것이라고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우리 경기의 연착륙 여부를 결정지을 변수인 건설업 지수도 큰 폭으로 하락(7월 43.6→8월 36.5),98년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최악’을 기록했다. 대한투자증권 하민성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8월 소비자신뢰지수(105.7→98.2) 등 주요 경제지표가 급락해 하반기 미국경제의 둔화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우려했던 대로 국내 경제지표도 펀더멘털 약화가 확인됐다.”고 지적했다.삼성경제연구소는 “교역조건이 올 하반기에 더 악화될 것”이라며 “대내외 지표악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삼성증권·모건스탠리(올 2분기),LG경제연구원(내년 1분기),금융연구원(내년 하반기) 등 기관마다 시점은 다르지만 국내 경기의 ‘추세적 하강전환’을 경고하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경기상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선·동행지수가 넉달째 내리 감소한 점,확연한 수출 둔화세에 비해 내수 회복세가 미미한 점 등을 들어서다.내년 성장률이 3%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국내외 기관의 비관적 예측도 여기에 근거한다.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조차 “체감경기가 회복되려면 1년은 걸릴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을 정도다. ●퍼주고 깎아주고 상황이 이런데도 당·정·청은 ‘정책조합’이라는 명분 아래 각종 ‘카드’를 앞다퉈 쓰고 있다.일자리창출 세액공제 등 고용과 투자에 국한됐던 감세조치는 근로소득세 인하 등 전방위로 확대됐다.총 5조원 안팎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국책사업 등 재정지출도 대폭 늘려잡았다.모자란 돈은 빚(적자국채)을 내기로 했다.내년에 발행키로 한 적자국채는 7조원.올해(2조 5000억원)의 세 배에 이른다.국내총생산(GDP,내년 800조원 예상)의 1%에 육박해 ‘균형재정’을 위협한다.“설사 내년에 경기가 더 나빠지더라도 아직은 재정이 건전해 (재정지출 확대 등을 통해)대응할 수 있다.”던 재경부의 한달 전 주장이 무색해졌다. ●비상수단 아껴두고 경제구심점 명확히 해야 서강대 김광두 교수는 “당장 먹기에는 곶감이 달지만 비상상황에 대비해 정책수단을 비축해둘 필요가 있다.”면서 “금리인하 카드까지 써버려 정책운용의 폭이 더욱 좁아졌다.”고 지적했다.민간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정부 시나리오대로 경기가 연내에 본격 살아나 그 추세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다행이지만 그러지 않을 경우 정책대응이 쉽지 않아졌다.”며 “경제부총리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점도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감세는 없다.”던 이 부총리의 발표를 거대여당이 순식간에 뒤집어버린 것이나,시장친화적으로 돌아서는 듯하던 부동산정책이 청와대에 의해 다시 견제가 걸리는 양상을 예로 들었다.이 관계자는 “건전한 견제는 바람직하지만 경제수장의 말이 하루아침에 식언이 되는 상황이 되풀이되면 정책신호가 (시장에)먹히지 않게 되고,이해집단들이 정치권으로만 몰려가게 된다.”고 꼬집었다.한양대 나성린 교수는 “경제철학이 혼재돼 있는 참여정부의 본질적 한계”라며 “감세나 재정확대보다 더 시급한 것은 성장에 대한 국정운영 방향을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주문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떠나가는 한국 돌아오는 일본

    떠나가는 한국 돌아오는 일본

    국내 기업들의 ‘탈 한국’ 행렬이 줄을 잇고 가운데 일본 기업들은 거꾸로 해외 공장을 국내로 이전하고 있다.‘잃어버린 10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평가받는 일본경제와 이미 10년을 잃어버렸을지도 모르는데다 점점 더 어두운 터널로 들어가는 한국경제의 현실을 보는 듯하다. ●이유 있는 일본기업의 U턴 1일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 ‘일본기업의 생산거점 U턴과 시사점’에 따르면 해외 생산거점을 두고 있는 일본 제조업체 413개사 가운데 16개사가 국내로 거점을 다시 이전했거나 이전을 추진 중이다. 소니는 중국에서 생산하던 대미 수출용 8㎜ 비디오카메라를 2002년 이후 아이치·기후현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중국 공장이 생산 비용에서는 유리하지만 일본에서 조달하는 부품 비중이 커 통관절차·납기지연 등을 따지면 오히려 손해라고 판단한 것이다. 켄우드도 말레이시아에 있던 휴대용 MD(미니디스크)플레이어 라인을 지난해 일본으로 다시 옮겨왔다.이밖에 월드,온워드 카시야마 등 의류업체마저 중국공장을 포기하고 일본으로 돌아오는 중이다. 덕분에 2001년 11.4%,2002년 14%로 해마다 줄어들던 제조업의 일본내 설비투자는 지난해 8% 성장에 이어 올해는 22.5%나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기업들이 국내 생산을 중시하게 된 배경은 ▲제조업에 대한 자신감 회복▲국내 첨단부품·소재 연계 강화▲첨단기술의 해외유출 방지▲고부가가치 제품의 국내생산▲내수시장 적기대응으로 요약된다. ●반도체,LCD라인마저 빠져 나가는 한국 중소기업 위주의 노동집약형 산업이 싼 임금을 찾아 중국 등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수준을 벗어났다. 하이닉스반도체가 중국 장쑤성 우시시에 짓기로 한 200,300㎜웨이퍼 라인은 메모리반도체의 ‘기술유출’ 논란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금호타이어는 1일 1억 8500만달러를 들여 연 500만개 생산 규모의 중국 톈진 제2공장 설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기아차는 슬로바키아 공장에 11억유로(약 1조 5400억원)를 쏟아붓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중국 쑤저우의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후공정 공장에 650억원을 추가 투자키로 했고 삼성SDI도 톈진에 휴대전화용 LCD조립공장을 짓고 있다.LG전선·산전도 우시시 가오신 산업공단에 10만평 규모의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다.우리조명은 형광등의 국내생산을 중단,태국으로 떠나고 자동차 오디오업체인 가야전자도 중국으로 공장을 옮긴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올 상반기 해외 직접투자는 1789건 35억달러(신고기준)로 지난해 상반기(1314건,21억 1000만달러)에 비해 건수는 36.1%,금액은 65.9%나 증가했다.특히 1000만달러를 초과하는 대규모 투자가 117.6%나 늘어났고 대기업들의 해외투자가 110.3%나 증가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최근 일본내 주요 제조업체 161개사를 조사한 결과 향후 3년간 국내생산을 늘리겠다고 답한 기업이 48.7%인 반면 줄이겠다는 곳은 11.3%에 불과했다.10개 중 1개사는 해외생산 거점을 일본내로 이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7월 서울 소재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 하반기 국내 투자 계획을 갖고 있는 기업이 35.5%인 반면 해외 투자계획을 가진 기업은 41.3%에 달했다.삼성경제연구소 구본관 수석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이 고임금이나 노사불안만 탓하지 말고 생산혁신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도 노사불안·입주규제·신사업진출 제한 등 기업들이 느끼는 애로점을 해결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R&D센터·IT업종 수도권러시 예상”

    “삼성전자 화성공장 증설 허용으로 2010년까지 600억달러의 투자가 발생하고,1만 8000명의 신규고용이 창출됩니다.쌍용자동차의 평택공장 증설도 올해 3000억원의 신규 투자가 가능하고 2007년까지 5000명 이상 신규고용 창출이 기대됩니다.”(전국경제인연합회) 대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 규제가 풀리면 수도권내 투자·고용 창출 효과가 만만찮을 전망이다.공장 증설을 대기 중인 기업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기아차 경기 광명 소하리공장과 하이닉스 이천공장,삼성SDI 수원공장 등은 이미 공장 증설을 추진하다 규제에 묶여 백지화됐다.또 평택 LG전자와 안산 대상·삼보컴퓨터,인천 대우일렉트로닉스 등도 증설 후보군에 올라 있다. 전경련 이승철 상무는 “공장 신·증설 허용에 따른 파급 효과는 추정하기가 어렵지만 R&D(연구개발)센터 건립과 IT(정보기술)업종의 수도권 러시 현상이 빚어질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부진을 해소할 수 있는 호재”라고 설명했다.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도 “수도권 공장총량제는 지방 투자효과를 살리지도 못하고 기업들의 적기 투자를 상실시킨 규제”라면서 “특히 첨단업종은 인력 확보가 중요한 만큼 수도권내 둥지를 틀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외국기업도 수도권 투자 대열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또 중국으로 나가려는 국내 기업의 수도권 유입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대한상공회의소 박동민 차장은 “앞으로 규제가 풀린다면 중단된 투자 행렬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자체간 갈등 심화와 기존 정책 혼선 등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수석연구원은 “수도권 규제를 풀면 정부와 재계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기업도시 자체가 성립이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감세정책 실효성 적다더니…

    정부가 부정적 반응을 보여온 ‘감세카드’를 여당이 전격 추진함으로써 그 효과를 떠나 경제정책의 구심점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거대여당 앞에 재경부 무기력 경제팀 수장인 이헌재 부총리는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일률적인 감세조치는 부자들에게만 무차별 혜택을 준다.”며 “경기진작을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식의 재정지출 확대가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김광림 재정경제부 차관도 지난 18일 여당내 핵심 386의원의 모임인 ‘의정연구센터’ 초청강연에서 “감세정책은 소비진작 효과없이 세입기반만을 항구적으로 잠식시킨다.”고 설파했다.여당 의원들도 대부분 동조했다.그러나 지난 28일을 기점으로 기류는 돌변했다.여당이 감세카드를 강하게 밀어붙이고,재경부는 무기력하게 따라가는 양상이다.재경부 이종규 세제실장은 “어차피 입법권은 국회에 있지 않느냐.”며 사실상 재경부의 손을 떠났음을 시인했다.여당은 지난해 법인세율을 내년부터 2%포인트 인하하기로 하면서 부족한 세수분은 각종 감면제도 폐지 등을 통해 벌충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혜택’을 다시 2배 늘려 원점으로 되돌렸다.이 부총리가 지난 27일 내리지 않겠다고 언급한 이자소득세는 하루 만에 번복됐다.한 경제학자는 “여당이 힘의 논리를 바탕으로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하던 과거 전철을 되밟는 양상”이라며 우려했다.대통령이 언급한 ‘분권형 국정운영’과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근로자 1인당 감세액 11만원 조세연구원 박형수 연구위원은 “내부분석 결과 판단이 잘못됐다고 생각되면 정책방향을 과감히 바꿀 수도 있겠지만 열린우리당의 이번 감세안은 당의 정체성과 경제철학이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지적했다.감세정책은 고소득층에 효과가 집중돼 중산·저소득층의 이해를 대변해온 열린우리당의 색깔과 상치된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근로소득자의 47%(560만명)와 자영업자의 51%(420만명)가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고 있어 저소득층은 아예 감세 수혜대상에서 비껴나 있다.근소세율 1%포인트 인하에 따른 세금 경감액은 약 7800억원(자영업자 제외).지난해 세금을 낸 근로소득자가 680만명이니,1인당 감세액은 연간평균 11만 5000원에 불과한 셈이다.한달에 1만원도 안 된다.따라서 이들 계층의 소비진작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또 부유층은 돈이 없어 소비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우리나라의 가계빚 부담이 세계에서 세번째로 높아 감세를 통해 가계빚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면서 “이번 감세안은 경제살리기에 올인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확실하게 줌으로써 전반적인 소비심리 개선과 부유층 지갑열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내년 세수 비상-적자폭 확대 열린우리당은 내년 나라살림의 적자규모를 5조 5000억원으로 잡았다.당초 7조∼8조원을 거론했던 데서는 한발 물러섰지만 정부안(3조원)보다는 훨씬 많다.여기에는 이번 감세로 인한 세수 감소분과 러시아차관·공적자금 상환자금 등이 반영되지 않았다.이를 모두 감안하면 적자규모는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하는 적정선,즉 국내총생산(GDP·약 780조원)의 1%를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경기가 내년에 더 악화돼도 ‘비상수단’을 쓸 여지가 그만큼 없다는 얘기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부천 전국 제일 문화도시로 정착

    부천 전국 제일 문화도시로 정착

    ‘부천=문화도시’ 수년 전까지만 해도 상당수가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요즘은 이견이 없다.실제 부천이 문화도시로 정착한 과정은 한 경제연구소의 연구과제로 채택될 만큼 ‘이례적’이었다.연구를 수행한 삼성경제연구소 고정민(45) 수석 연구원은 “부천시가 단기간 내에 문화도시로 급부상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며 “시의 문화마인드를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투자와 만화·영화·오케스트라 등을 매개로 한 참신한 도전,서울과 가까운 지리적 여건 등을 최대한 활용해 문화산업 집적화에 성공한 결과”라고 진단내렸다. 이를 반영하듯 부천국제영화제는 지자체가 여는 국제영화제 가운데 가장 성공작으로 평가되고,부천시립교향악단은 전국 1∼2위를 다투는 수준 높은 악단으로 성장했다.영화제와 교향악단이 문화척도를 가늠하는 절대적 잣대는 아니지만 부천이 기초지방단체에 불과하고,90년대까지만 해도 ‘난개발과 공해로 찌든 도시’였던 사실을 상기하면 놀라운 변신이다. 이같은 현상은 정책과 민간 예술단체의 적극적인 활동,시민들의 풍만한 문화욕구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난개발,공해도시가 문화도시로 화려하게 변신 부천은 1973년 시 승격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인구와 공장 등으로 교통이 불편하고 공해가 심한 도시라는 ‘원죄적’ 불명예에서 헤어나지 못했다.문화재와 관광지가 거의 없는데다 시민들의 자긍심과 정체성마저 부족해 무엇 하나 내세울 것이 없는 수도권의 그저 그런 위성도시였다.이러던 차에 1995년 민선 단체장 출범을 계기로 ‘문화’라는 컨셉트가 도입됐다.무에서 유를 창조해내기 위해서는 ‘굴뚝없는 공장’인 문화를 특화전략으로 내세울 수밖에 없는 고육지책이기도 했다. 이해선 초대 민선시장은 97년 기초단체로는 처음으로 국제영화제(부천국제판타스틱)를 개최했다.평소 친분이 있던 이장호 영화감독이 부천의 방향설정을 위해서는 뭔가 대형 기획이 필요하다고 건의하자 이를 받아들인 것.당시 시의 규모로 보아 무리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지만 시와 지역예술인들이 힘을 합해 밀어붙인 결과 짧은 시간 안에 자리를 잡는 데 성공했다. ●차별화 전략으로 성공한 부천국제영화제 부천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를 개최하는 부산·전주·광주보다 질과 호응도 면에서 앞서고 있다고 자부한다.올해 8회째 열린 영화제(7월 15∼24일)는 국내·외에서 261편이 출품돼 8만 3413명이 관람하는 성황을 이뤘다. 차별성 전략이 주효했다.다른 지자체의 국제영화제가 일반 작품을 다루는 영화제인 것과는 달리 부천은 모험·환상·사랑을 주제로 한 ‘판타스틱’으로 특화,영화의 주고객인 젊은층에게 어필했다. 영화제 집행위원을 영화전문가들로 구성하는 등 인적 인프라의 우수성도 강점으로 작용했다.게다가 부천은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주민들의 접근성이 높아 관객 동원이 수월하다는 이점도 있었다. 부천시립교향악단(부천필)이 KBS교향악단 다음가는 악단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지휘자인 임헌정(52)씨의 역할이 컸다.부천필이 태동된 이듬해인 89년부터 15년째 지휘를 맡고 있는 임씨는 실력은 물론 특유의 카리스마로 부천필을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부천은 ‘부천필’이 있는 도시” 치열한 실험정신으로 ‘한국의 사이먼 래틀(베를린필하모니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불리는 임씨는 99년부터 2003년까지 국내 최초로 말러의 교향곡 10곡을 모두 연주하는 위업을 달성했다.이를 계기로 부천은 클래식애호가와 문화계 인사들에게 ‘부천필이 있는 도시’로 알려지게 됐다. 임씨는 누구의 입김도 통하지 않는 실력 위주의 단원 선발로 유명하다.‘너무 팀워크가 좋은 것이 단점’이라고 엄살을 떠는 원동력이다. 그렇다고 단원들의 연봉이 높은 것은 아니다.수원이나 성남.·경기도립 교향악단에 견줘 중간 수준이지만 단원들의 ‘짱짱한’ 실력이 알려지면서 개인레슨 등이 밀려들어 부천필은 음대 졸업생들이 선망하는 악단이 됐다. 무엇보다 부천시가 문화도시로 열매를 맺은 데에는 원혜영 전 시장의 공이 컸다. ‘문화가 곧 경쟁력이고 현대는 문화가 삶의 질을 결정짓는 시대’라는 지론을 갖고 있는 원 전 시장은 98년부터 지난해 12월 퇴임하기 전까지 문화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만화가 21세기형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판단 아래 만화정보센터와 만화의 거리를 조성하고 상동신도시 10만평에 영상문화단지를 설립했다.여기에는 해방 전후 서울 종로거리를 재현한 영화·드라마 세트장과 세계 건축물 미니어처인 ‘아인스월드’ 등을 부천으로 끌어들였다.애견테마파크와 서커스상설공연장이 건립 중이다. ●자치단체장의 정책의지가 원동력으로 작용 또 “박물관이 많은 도시가 진짜 문화도시”라며 종합운동장에 만화박물관,유럽자기박물관,교육박물관,수석박물관 등 다양한 종류의 박물관을 입주시켰다.상동 호수공원에는 자연생태박물관,물박물관,활박물관 건립을 추진했다. ‘문화란 한 사람의 역할로 향상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일반론에도 불구하고 “문화도시 부천은 시장의 정책의지의 결과물”이라는 해석이 대두되는 것은 이같은 원 전 시장의 역할과 무관치 않다.반면 원 전 시장은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예술진흥을 위한 부단한 노력이 시의 정책의지와 맞물린 데다 일반시민들의 문화에 대한 욕구와 관심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풀이했다. 시민들의 높은 문화역량도 빼놓을 수 없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매주 토·일요일 오후 7시 중앙공원에서 어김없이 열리는 공연에는 수천명의 관객이 몰려든다.이들은 공연이 끝나도 귀가하는 사람이 거의 없이 인근 시청 잔디광장으로 옮아가 8시부터 열리는 ‘에어 스크린’에서 영화를 감상한다.부천필이 연간 30회 가량 개최하는 공연은 유료임에도 항상 관람객이 객석의 70% 이상을 차지한다.다른 도시 문화공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지난해 부천에서 열린 대형 문화공연만 360건을 넘었다는 사실이 ‘문화의 생활화’가 이뤄졌음을 짐작케 한다. 상동의 한 할인매장에서 일하는 김미정(38·여)씨는 “토요일에 일이 끝나면 동료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중앙공원을 찾는다.”면서 “가까운 곳에서 언제나 문화공연이 열리는 도시에 산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예술단체들,눈높이문화 뒷받침 이 과정에서 예술단체들의 활동도 두드러진다.부천예총은 시 전통축제인 복사골예술제와 시청광장에서의 영화상영을 주관하는 등 시의 문화정책을 뒷받침했다.또 연간 14회에 걸쳐 아파트단지 등 각 동을 순시하면서 연극·국악·합창·무용 등이 어우러진 ‘찾아가는 작은 무대’를 펼쳐 시민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 부천예총 최의열(42) 사무국장은 “부천시만큼 문화마인드를 갖춘 지자체는 찾기 힘들다.”면서 “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시민들과 공유할 수 있는 문화영역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고 밝혔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문화밖에 없다.’며 시작된 문화정책에 시민들이 동화된 데에서 더 나아가,이제는 “문화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아우성이 나올 만하다. 부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의원들 탐독서, 우리당 ‘역사’ 한나라 ‘경제’

    9월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정부에 신청한 자료 읽기에도 벅차다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국감을 위해 책을 읽는다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 의원들이 탐독하는 서적은 천차만별이다.정당별로,전문분야별로 딱히 범주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미묘한 차이점을 엿볼 수 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는 과거사와 관련한 책이 최소한 한두권은 비치돼 있다.저자가 보내주거나,일부는 구입하기도 한다.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의 탐독서는 ‘경제’쪽에 몰려 있다. 열린우리당 유인태 의원 방에는 ‘알몸 박정희’와 ‘나는 검증한다,김현희의 파괴공작’,‘KAL858,무너진 수사 발표’,4·3제주민중항쟁을 다룬 ‘군국의 역사를 헤치고’ 등이 놓여 있다.사형제 폐지를 대표 발의한 그답게 ‘사형과 인간의 존엄’이란 책도 있다. 최근 유 의원이 들고다니는 책은 서울대 사회학과 송호근 교수의 ‘한국,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이다.16대 대선 이후 부각된 세대간 갈등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한 글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광재 의원은 지난 8월 ‘꿈이 있어야 국민이다’는 책 30권을 구입해,친분이 있는 386의원들에게 돌렸다.국회 산업자원위 소속인 이 의원은 최근 뉴딜정책을 통해 1930년 대공황을 극복한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을 분석한 ‘두려움은 없다’를 탐독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이인영 의원은 ‘전공서적’인 교육관련 서적을 10여권 읽고 있다.‘한국의 사회변동과 교육’ ‘교육계 갈등의 본질과 갈등 해결의 방안’ ‘신자유주의와 한국의 진로’ ‘공교육의 새판짜기’ 등이다.특히 관심을 갖고 읽은 책은 한나라당 박세일 의원이 교수시절 쓴 ‘자율과 책무의 학교교육’이다.“한나라당의 교육개혁방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이 의원은 자평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9월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최근 러시아를 두차례나 방문한 국회 통외통위 소속의 이화영 의원은 러시아관련 서적을 탐독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최근 서강대 지용희 교수의 ‘경제 전쟁시대 이순신을 만나다’를 감동적으로 읽었다고 한다.이 의장은 “위기 때 지도층이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백성이 따라오지 않는다는 충무공의 가르침에서 노사정 대타협의 기본 정신을 체득했다.”고 들려준다. 경제통인 임태희 대변인은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에서 펴낸 ‘CEO리포트’를 읽었는데 생산적이고 종합적 사고 등 정치에서도 배울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안보통인 송영선 의원은 “감상적 민족 공조보다는 국제 정세,반일(反日)이 아니라 지일(知日)혹은 치일(治日)의 지혜를 찾을 때”라면서 ‘한국이 죽어도 일본을 못 따라잡는 18가지 이유’(사회평론 펴냄)를 대표적인 탐독서로 꼽았다. 이종수 문소영기자 vielee@seoul.co.kr
  • 엇갈리는 하반기 경제전망

    엇갈리는 하반기 경제전망

    하반기 경제전망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갈수록 경제사정이 나빠질 것이란 목소리속에 상황이 호전될 것이란 주장도 만만치 않다.내수와 수출을 보는 시각이 달라서다. ●성장전망,4%대 후반에서 5%대 후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예측기관별로 4%대에서 5%대까지 무려 1%포인트 범위의 구간에 걸쳐 있다.경제전문 통신사인 연합인포맥스의 올해 성장률 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과 SK증권이 조사대상 중 가장 낮은 4.6%를 예상한 것을 비롯해 동원증권(4.7%),신영증권(4.8%),한투증권·현대경제연구소(각 4.9%)가 정부목표(5%)보다 낮은 4%대를 제시했다.한국경제연구원,대신경제연구원,우리증권,씨티은행,한누리투자증권은 5.0%로 전망했고 한화증권과 대투증권은 5.1%로 내다봤다. 반면 동양종합금융증권은 한국은행 전망(5.2%)보다도 높은 5.6%를 예상했다. ●내수침체 장기화속 수출둔화 어두운 전망을 갖고 있는 쪽에서는 하반기에도 내수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데다 세계경제의 회복세 및 성장세 둔화,고유가 등으로 수출까지 둔화되면서 성장동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본다.삼성경제연구소는 24일 “그동안 경기를 지탱해온 수출이 하반기부터 둔화될 전망인 데다 내수는 내년에도 고작 3.2% 회복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특히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못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SK증권 오상훈 투자전략팀장은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기여도가 올 하반기 1.5%로 예상돼 내수의 성장기여도(2%)보다 더 낮아지는 역전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호조 지속되고 내수회복세 전환 그러나 낙관론도 만만찮다.올해 성장률을 5.6%로 전망한 동양종합금융증권 이동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설비투자가 둔화된다고 해도 급격하게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수출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어 “설비투자가 올 2·4분기에 6.2%나 늘어났고,특히 고용창출 효과가 큰 비(非)IT 부문 설비투자는 8.2%가 늘었다.”면서 “이는 소비능력의 회복으로 연결돼 금리인하 등 경기부양책과 맞물리면 예상보다 빠른 내수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한투증권 김재은 이코노미스트도 “하반기에 짧은 성장정체가 나타날 수 있지만 이는 경기사이클상 둔화국면은 아니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국내경제는 회복국면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금리내려 지갑 더 닫는다”

    “금리내려 지갑 더 닫는다”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 효과는 득(得)보다는 실(失)이 크다는 평가가 금융권에서 나오고 있다.경제에 심리적인 안정을 주는 효과를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물가안정 등 경제심리 안정엔 효과 한은은 콜금리 인하에 대한 가시적인 효과분석에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한은도 동참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가 강하게 담겨 있다.내년의 경기전망이 좋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 따른 선제적 방어의 성격도 있다고 말한다.한은 정책기획팀 손욱 박사는 “콜금리 인하로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물가안정이 목표인 한은이 물가보다 금리 인하에 나선 것 자체가 경제의 심리안정에 큰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자생활자의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기업 부장으로 명예퇴직한 뒤 아파트 경비원 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김모(60)씨.그는 몇해 전 퇴직금 2억원을 은행 정기예금에 맡겼다.당시만 해도 이자가 연 7.3%에 달해 매월 120만원을 받았다.이후 금리가 점점 떨어져 현재 손에 쥐는 이자는 매월 60만원(연 4.3%)도 안된다.오는 10월이면 만기가 돌아오지만 다시 은행에 맡길 경우 이자는 50만원(연 3.6%)뿐이다.김씨는 “식료품 구입이나 공과금 납부 정도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억 정기예금 이자 소득 50만원 금융권에서는 콜금리 인하가 이자수입 등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50대 이상의 장년 및 노인층의 소비를 얼어붙게 만든다고 우려한다. A시중은행에 따르면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 보유자 가운데 75%가 50대 이상의 장·노년층에 쏠려 있다.이들은 금융자산의 73%를 정기예금으로 관리하고 있다.따라서 이들의 주수입원인 이자소득이 금리인하로 낮아지면서 지갑을 닫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자소득자 소비줄여… 90년대 日과 비슷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한 통계로 보면 국내 개인금융자산 규모가 1000조원가량 되는데 이 가운데 60%가량이 50대의 장년 및 노인층들이 보유하고 있다.”며 “이들이 소비에 인색할 경우 소비·투자부진에 따른 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90년대 일본도 1200조엔의 개인금융자산 가운데 65세 이상의 노인층이 60% 이상을 갖고 있었는데,이들이 초저금리 등에 따른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지갑을 닫은 것이 장기불황으로 빠져드는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고 말했다. 주병철 김유영기자 bcjoo@seoul.co.kr
  • 지표·체감경기 괴리 심하다

    지표·체감경기 괴리 심하다

    숫자로 나타난 우리 경제 상황과 국민들이 체감하는 실상이 너무 벌어지고 있다.수출 위주의 ‘외끌이 성장’ 탓이 가장 크지만 통계지표에 의존한 정부정책의 판단 오류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정부도 이같은 점을 의식해 통계 보완작업에 나섰다. 지표경기와 체감경기의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성장률이다.한국은행은 최근 올 2·4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5% 늘었다고 발표했다. 무려 28.1%나 신장한 정보통신(IT)산업이 1등공신이었다.문제는 IT산업에 종사하는 취업자 비중이 전체 취업자와 비교할 때 ‘한 줌’(2003년 기준 3.3%) 밖에 안된다는 점이다.비(非)IT산업에 종사하는 대다수 취업자들이 1년여만에 최고라는 ‘5.5% 수치’에 공허감을 느끼는 이유다. 그래서 삼성경제연구소가 IT산업과 비(非)IT산업에 종사하는 취업자수 등을 따져 현실적인 가중치를 얹어보았다.이렇게 해서 나온 2분기 성장률은 불과 3.4%.삼성경제연구소의 분석결과를 기준으로 할 때,지표경기와 체감경기간의 성장률 격차(2.1%포인트)는 1년전(0.4%포인트)보다 5배나 커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3.6%였지만,국무조정실이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조사한 체감 물가상승률은 9.73%로 곱절 이상 차이난다.실업률도 마찬가지.통계청이 공표한 7월 실업률은 3.5%이지만 사실상 실업자나 마찬가지인 ‘구직단념자’까지 포함하면 3.9%로 오른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박사는 “수출과 내수기업간 경기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기존 지표만으로 경제실상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정책수립 때 이같은 점을 예의주시,통계지표를 재해석해 경기판단의 오류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선진국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각종 통계 보조지표의 개발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통계청 조직을 확대 개편하거나 미국 NBER(전미경제연구국)과 같은 중립적인 전문경제예측기관 설립을 검토중이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집중분석 모기지론] (하) 제도 정착을 위하여

    [집중분석 모기지론] (하) 제도 정착을 위하여

    모기지론(장기 주택담보대출)이 일반화된 미국은 자그마치 70여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반면 우리나라는 모기지론이 시행된 지 아직 반년도 안 됐다.실수요자의 손쉬운 내집마련을 위한 제도로 첫 삽을 떴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그러나 모기지론을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점들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 체질개선 우선”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 이용을 주저하는 이유로 시중은행의 변동금리 상품에 비해 1%포인트 안팎으로 높은 금리(연 6.45%)와 비교적 많은 월 상환액이 꼽히고 있다.전문가들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의 체질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장기채권 시장이 발달했기 때문에 대출기간도 대부분 25∼30년으로 대출자의 월 상환부담이 적다.”고 말했다.그는 “주택금융공사의 MBS(주택저당증권)의 만기가 최장 20년이고,이에 따른 대출기간도 최장 20년인 점을 감안하면 대출자의 월 상환부담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대출가능 최대금액인 2억원을 20년동안 빌릴 경우 매월 148만 5000원씩 갚아야 한다.고정적인 소득이 있는 중산층이 아니면 모기지론을 이용하기가 상당히 버거울 수 있다. 3년·5년짜리 채권이 주종을 이루면서 장기채권 투자를 낯설게 여기는 풍토 때문에 MBS에 대한 투자수요도 미미한 편이다.이러다 보니 모기지론 대출 금리도 쉽게 낮아지지 않고 있다.지난 16일 모기지론의 금리가 연 6.7%에서 6.45%로 낮아졌지만,이는 투자수요 증가보다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MBS발행금리 하락(5.0%→4.5%)에 따른 것이었다.모기지론은 주택금융공사의 MBS발행을 통해 조달되는 자금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모기지론의 금리는 주택금융공사의 MBS발행금리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삼성경제연구소 최희갑 수석연구원은 “MBS에 투자하려는 기관들이 많아져 주택금융공사가 MBS를 낮은 금리로 발행(비싼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MBS에 투자하려는 사람에게 추가로 세제혜택을 주는 등 파격적인 유인책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모기지론 전문회사인 패니매(Fannie Mae)가 상환기간,금리체계 등을 다양화시켜 무려 34가지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과 달리,우리나라는 10년·15년·20년짜리 고정금리 상품만 판매하는 것도 이같은 자본시장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출 절차 고객 위주로” 번거로운 대출절차도 개선되어야 할 점으로 꼽혔다.미국에서 아파트를 구입한 적이 있다는 김모(41·사업)씨는 “미국에서는 ‘모기지 브로커’(대출 중개인)를 찾아가 주택구입 방법을 문의하면,이 사람이 소셜 시큐리티 넘버(사회보장번호)를 통해 신용도를 조회하고 은행과 직접 접촉해 소요 자금의 대부분을 조달해줬다.”고 소개했다.반면 주택금융공사에서 모기지론을 받으려면 주택구입비용 100%를 융통해 본인 명의로 집을 등기한 뒤 대출을 받아야 한다.소득 증빙 자료도 일일이 구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고 번거롭다. 빈곤층·저소득층의 내집마련을 위한 기능도 추가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주거복지연대 관계자는 “주택금융공사가 공공의 기능을 지니고 있는만큼 저발전 지역은 우대해주는 금리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실제로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의 이용 고객을 분석한 결과 서울 28.2%,경기 34.4% 등 수도권 지역에 절반 이상(62.6%)이 쏠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금융시장의 큰 손인 연기금이 주로 3년짜리 안전한 회사채를 매입하는 풍토에서 벗어나 장기채권인 MBS에도 투자하면서 장기 채권 시장을 육성하는 풍토로 바뀌어야 한다.”면서 “국민들 역시 집을 투자 대상이 아닌 주거 대상으로 바라봐야 모기지론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집중분석 모기지론] (중) 주택대출 대안 될까

    [집중분석 모기지론] (중) 주택대출 대안 될까

    모기지론(장기 주택담보대출)의 장점은 주택을 구입한 뒤 일정기간이 지나면 일시 상환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는 데 있다.하지만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원금 상환없이 이자만 꼬박꼬박 내다가 만기 때 원금을 한꺼번에 갚거나 만기연장(롤 오버)하는 게 대부분이다.현재 가계에 대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2001∼2002년을 전후해 집중적으로 이뤄져 상환 시기도 올 연말에서 내년 초에 몰려 있다.가계는 물론 은행권의 부실 위험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2월 취임한 이후 줄곧 은행권에 가계대출의 만기연장을 부탁해온 것도 이같은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기형적인 가계대출 구조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계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72조 7000억원으로,이 가운데 105조원(41.6%)은 올 연말 또는 내년 초까지 갚아야 한다.가계대출에 대한 부실 우려 등으로 은행권이 만기연장에 적극 나서고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경기 침체가 지속돼 가계소득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연체율이 높아지면 ‘대출금 회수→부동산 매물 증가→주택가격 폭락→가계신용 악화→금융회사 부실화→대출 회수 가속화’의 악순환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금융연구원 강종만 선임연구위원은 이런 상황을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시절에 비유한다.그는 “당시 미국의 가계대출은 5년 이내의 단기대출이었는데,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졌다.”면서 “1938년 모기지론 전문회사인 ‘패니매’가 설립된 이유”라고 설명했다.지난 3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설립된 것도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모기지론,시장의 안전판으로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은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공사로 넘기면,공사는 이를 담보로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하고,채권투자자로부터 받은 돈을 은행측에 지급하는 구조로 돼 있다.따라서 은행으로서는 대출채권을 주택금융공사에 넘기면 대출채권은 더 이상 은행의 자산이 아니다.모기지론 판매에 따른 수익이 은행 자체의 대출상품을 판매해 얻는 수익보다는 적지만 연체 등의 부실 부담이 완전히 공사로 넘어간다.가계대출의 리스크(위험)가 줄어드는 것이다.이럴 경우 은행은 자본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자기자본 이익률(ROE)과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거나 충당금을 쌓지 않아도 된다.주택금융공사 유상규 홍보실장은 “7월 말까지 모기지론을 판매한 금융기관 가운데 외국계가 대주주인 외환·제일은행의 판매액이 다른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것도 이같은 이점을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 역시 만기가 늘어나는 만큼 상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이는 주택금융공사가 장기채권 발행 등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수월하게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모기지론의 대출금리를 고정금리로 할 수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반면 시중은행은 자금 조달을 주로 수신예금 등에 의존하기 때문에,대출금리를 고정금리로 쉽사리 정할 수가 없다.은행 입장에서 보면 시중금리가 올라갈 때는 고정금리가 불리하다.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모기지론으로 대출받은 뒤 금리가 낮아지면 은행권 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하지만 금리가 올라갈 경우 은행권의 주택담보 대출을 받은 사람은 모기지론으로 갈아타기가 쉽지 않다.신규로 모기지론을 신청할 경우 MBS의 추가 발행 등에 따라 모기지론의 고정금리가 이미 올라가 있는 상태여서 갈아타기를 한다 해도 실효가 없다. ●단기대출→모기지론 전환은 미약 이같은 모기지론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만기가 도래하는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을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으로 바꾼 사례가 아직은 많지 않다.7월 말 모기지론 판매실적 가운데 다른 은행에서 옮겨온 경우는 30%대(4800억여원)다.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부동산담보대출 액수(42조 3000억원)를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삼성경제연구소 최희갑 수석연구원은 “신규 모기지론이 활성화되면 모기지론의 순기능이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이지만,금리를 낮추고 상환기간을 늘리는 등의 유인책이 없으면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해외건설 살리자] (4) 미래의 보고 러시아·구소련권

    [해외건설 살리자] (4) 미래의 보고 러시아·구소련권

    러시아와 옛 소련연방 지역이 해외건설 시장의 새로운 보고로 부상하고 있다.러시아와 옛 소련지역은 풍부한 자원과 잠재구매력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었다.그러나 지난 몇년 사이 유가가 오르면서 이들 국가가 주목의 대상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옛 소련연방에서 분리된 나라 가운데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러시아는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1위,석탄 매장량 2위,석유 매장량(486억배럴) 8위의 자원부국이다.특히 석유는 아직도 매장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8위라는 순위가 의미가 없을 정도다.이외에 카자흐스탄은 54억배럴,아제르바이잔은 12억 배럴의 원유 매장량을 자랑한다.유가가 오르면서 이들 국가 역시 가스 플랜트나 사회간접자본시설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업계 진출 러시 한동안 러시아 시장은 일부 주택업체들이 지원형태로 문을 두드린 게 고작이었다.그러나 고유가로 이들 국가에 여유가 생기면서 이제는 대형 업체들이 달려들고 있다.LG건설은 현재 러시아 타타르스탄자치공화국에서 26억달러 규모의 정유공장 및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공사를 추진중이다.GS홀딩스와 공동사업으로 자금조달에서부터 개발,시공,판매까지 일괄 추진하는 방식이다. 올해초부터 사업을 추진,어느 정도 진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노무현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하는 가을쯤에는 양국간 협의가 결실을 맺어 사업추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이에 앞서 LG건설은 타타르스탄자치공화국에서 3500만달러 규모의 석유화학공장 건설 공사를 수주했었다.LG건설 관계자는 “타타르스탄 플랜트 수주는 지금까지 가스나 정유 플랜트 공사를 통해 쌓은 기술력이 있어 충분히 수익이 나는 사업이 된다.”면서 “사업추진 과정에서 우리가 취약했던 플랜트 기본설계 능력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지난 5월 사할린 남쪽 코르사코프 항구 인근에 건설되는 연산 480만t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공사인 ‘사할린-ⅡLNG플랜트’를 일본업체와 함께 수주했다.대우건설 몫은 7750만달러로 올 가을착공에 들어가게 된다. 대우건설은 향후 발주될 공사 수주를 위한 교두보 확보 차원에서 의미를 두고 있다.대우건설 서현우 이사는 “사할린플랜트 공사가 끝나면 후속으로 셸사가 135억달러가량의 공사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실제 목표는 이 부분”이라고 말했다.실제로 엑슨모빌컨소시엄은 135억달러의 ‘사할린-Ⅲ플랜트’를 추진중이다.이외에 이르츠쿠크 가스전 개발사업도 110억달러에 달한다. 해외건설협회 추산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에서 발주가 예상되는 공사만 해도 322억 5500만달러에 달한다.시장규모가 커지면 LG건설이나 대우건설 외에 다른 대형업체들도 속속 이들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풍림산업도 하바로프스크시에서 엑슨사가 발주한 1억 1000만달러 상당의 항만 및 창고건설공사를 수주하기도 했다. 플랜트가 아닌 주택분야의 경우도 국내 업체들의 진출 움직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포스코건설은 타타르스탄공화국에서 추진하는 최소 3억달러 규모의 주택개발사업 시공사로 선정돼 4년간 이를 시공키로 했다. 또 계룡건설도 하바로프스크시와 주택개발사업 참여에 대한 양해각서를 맺고 주택사업을 추진중이다.사업규모만 해도 1억달러에 달한다. ●주의할 점도 만만치 않아 러시아나 동구시장의 경우 진출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이들 시장이 아직 시장경제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 데다가 사업추진 시 걸림돌도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의 경우 완전한 시장경제가 시행되고 있다고 보기에는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최근 유코스 사태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유코스 경영권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탈세 조사가 이뤄지면서 비롯된 이 사태로 세계 유가가 폭등해 러시아는 물론 세계 경제에 주름살을 안기고 있기 때문이다.이와 함께 문제가 되는 것이 재원조달이다.아무리 고유가로 인한 반사이익을 보았다고 하지만 러시아 정부가 직접 발주하는 공사는 미미한 수준이다. 건설산업연구원 김민형 박사는 “러시아와 동유럽은 개방 이후 개발호재는 많지만 재원조달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공공재원을 가져가서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자금조달에 차질이 생기면 나중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오승구 선임연구원도 “러시아는 현재 동구권보다 외국인 투자 관련 법규가 더 불투명하다.”면서 “건설업 등은 자금 회수 가능성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월드이슈-인도 제2의 중국될까] 세계 아웃소싱 ‘본산’… 경제대국 시동

    [월드이슈-인도 제2의 중국될까] 세계 아웃소싱 ‘본산’… 경제대국 시동

    인도는 제2의 중국인가?세계는 지금 인도를 주목하고 있다.저임금과 풍부한 전문 고급인력에 끌려 세계 기업들이 앞다퉈 콜센터와 업무지원본부를 세우며 인도는 세계 아웃소싱의 중심지로 뿌리내렸다.인도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다국적 기업들의 연구개발(R&D) 중심지로도 각광받고 있다.경제전문가들은 인도 경제가 중국의 두자릿수 고성장에는 못미쳐도 지난해 8%대의 성장에 이어 당분간 7∼8%대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이들의 예상대로 10억 인구의 인도가 7∼8%의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일정 수준의 소비계층이 형성돼 중국에 이어 또다른 거대시장의 출현도 배제할 수 없다.바로 이것이 세계가 인도를 주목하는 이유다. 정보통신(IT)과 생명공학(BT),우주항공에서 선진국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인도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관심을 모은다. 인도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놓고 세계 경제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은 없다.단,인도가 오랜 잠에서 깨어난 중국이라는 용을 제치고 세계 경제의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보고서를 인용해 인도 경제가 연간 약 6%대의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중국을 13년 만에 따라잡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또 구매력 평가를 기준으로는 10년 안에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정치시스템 경쟁력 中보다 앞서 당장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중국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고 수출입 규모와 외국인투자,사회간접시설(SOC)에 대한 투자,소비 등 대부분의 경제 분야 지표에서 중국에 열세를 면치 못하지만 금융기관 제도의 선진화나 정치시스템 측면에서 경쟁력이 앞서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중국과 인도,러시아,브라질 등 브릭스(Brics)시대의 도래를 예고한 미국의 골드만삭스는 인도가 GDP 기준으로 2032년 미국과 중국에 이은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인도와 중국의 1인당 GDP는 2003년 각각 486달러와 1051달러에서 2013년에는 998달러와 2922달러로 오히려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對中 교역액 사상 첫 100억달러 돌파 한편 삼성경제연구소는 인도와 중국의 경제력 격차를 GDP와 수출규모 등을 기준으로 약 10∼15년 정도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도와 중국간의 경제협력이 대폭 강화돼 주변국들을 긴장시킨다.인도의 엘란 고반 무역장관은 최근 인도 최대의 역내 교역국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바뀌었으며 양국 교역액이 사상 처음으로 올해 1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인도 경제는 지난해 8.2%의 고성장을 기록했다.올해에도 7∼8%의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인도 정부는 보고 있다.특히 인도의 핵심산업으로 자리잡은 IT의 성장이 두드러졌다.인도 PTI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인도의 IT 허브인 방갈로르에 1주일에 평균 2∼3개의 서구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개발과 지원업무 등을 위해 새로 진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작년 SW수출액 28% 급증 인도 정보통신부도 인도의 지난해 소프트웨어 및 관련 서비스 수출은 전년보다 28% 늘어난 122억달러라고 발표했다.IT관련 서비스 수출액은 36억달러로 전년보다 54% 늘었다.IT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산업이 인도 GDP와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64%와 21.3%였으며 2008년에 각각 7%와 35%로 늘어날 전망이다.IT관련 서비스산업에 종사하는 전문인력만도 지난 3월 현재 81만 3000명으로 전년보다 23% 늘었다.IT 고용인력이 급증한 것은 미국 등 세계 기업들이 앞다퉈 인도로 소프트웨어 업무를 아웃소싱하고 있기 때문.인도의 IT분야 신규 근로자의 평균임금이 미국의 15%에 불과,기업들이 운용비용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작용했다. 미국의 리서치그룹 포레스터가 지난 연말 미 1000대 기업들을 대상으로 해외 아웃소싱 여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3∼4%만이 적극적으로 해외 아웃소싱을 하고 있으며 60%가 아예 고려하지 않고 있거나 검토중인 것으로 나타났다.따라서 미국기업들의 인도 등으로의 아웃소싱은 시작에 불과해 인도 경제,특히 IT산업의 성장 잠재력은 매우 크다. 한편 인도는 콜센터나 소프트웨어 지원센터뿐 아니라 기업들의 R&D 중심 후보국가로도 중국을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도 경제의 과제 하지만 인도가 이같은 장밋빛 경제전망을 현실화하기 위해선 극복해야 할 난제들도 적지 않다.인도의 최대 장점인 값싼 임금이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IMF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인도의 임금이 향후 40년간 8배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인도가 최근의 호황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저임금 이외에 새로 출범한 정부가 연립정권 내 좌파 정당들과 협력해 효율적인 국정운영을 전개하고 취약한 인프라 확충,도·농 및 계층간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또 제조업의 발전과 중국의 10분의 1 수준인 외국인직접투자를 늘리기 위해 외국인 투자환경의 개선이 시급하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자영업자 한국경제의 딜레마](하)사장님도 구조조정 대상

    [자영업자 한국경제의 딜레마](하)사장님도 구조조정 대상

    정부와 경제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자영업자 해법은 한마디로 가지치기다.말라 비틀어진 가지는 과감히 쳐내고,그 자리에 가능성이 엿보이는 ‘기업가(起業家)’를 접붙이자는 것이다.그럭저럭 버틸 것 같은 가지들은 서로 묶어 조직화(네트워크)·대형화를 유도한다.이렇게 되면 가짓수는 줄어들더라도 속은 더 야물어진다.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자영업자들이 실업자로 전락하고,이들에게 고용돼 있던 종업원들이 직장을 잃는 등 일시적 고통이 수반될 수 있지만 감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그러나 전격적인 콜금리 인하로 한계선상에 놓여 있던 자영업자들이 이자부담을 덜면서 다시 수명을 연장,구조조정을 지연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일본식 장기불황 탈출구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우리 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지지 않을 근거 중의 하나로 자영업자에 대한 구조조정 여지를 들었다.일본은 자영업자 비중이 15%에 불과한 반면 우리나라는 두배가 넘는 35%에 이른다.역설적이게도 ‘너무 많은 자영업자’가 우리 경제의 짐이자,희망인 셈이다.이 부총리는 지난 12일 한국경제학회 포럼에 참석해서도 “우리나라는 피용자(월급쟁이) 비중이 60%로 상대적으로 낮아 구조조정과 성장의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금리인하로 구조조정 지연 우려도 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 상무는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소규모 자영업자들을 대출금 만기연장 등을 통해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이번 금리인하 조치로 퇴출돼야 할 자영업자들이 연명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KDI 김준경 연구위원도 “자영업자는 각자가 안고 있는 부실채권 규모가 작아 연쇄부도에 따른 시장파급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퇴출과 창업 진입을 지금보다 훨씬 수월하게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동조했다.한계 자영업자는 시장에서 과감히 퇴출시켜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정인수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기업 구조는 구멍가게 아니면 국내 재벌이나 외국계 대형업체”라면서 “그나마 중간 허리역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자영업자인 만큼 프랜차이즈 활성화 등을 통해 네트워크화,대형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상공인지원센터 적극 활용해야 정부는 경쟁력없는 자영업자는 솎아냄과 동시에 새 피 수혈(창업 지원)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연간 소상공인 지원자금을 지난달 3500억원으로 1000억원 늘렸으며 지역신용보증 규모도 2000억원 확대했다. 재경부 김석동 금융정책국장은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생계형 자영업자가 대거 늘어난 데다 업종과 지역이 다양해 효율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전국의 60개 소상공인지원센터를 통해 업종별 특성에 맞는 경영컨설팅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소상공인지원센터(1588-5302) 박광열 중앙센터장은 “정부가 창업을 부추길 때는 언제고,이제와 자영업자가 너무 많다고 타령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자영업자 과잉’에는 정부 책임도 크다고 꼬집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유가 40달러 시대] “전체 에너지중 석유비중 낮아 3차 오일쇼크 가능성 거의 없어”

    “3차 오일쇼크의 가능성은 별로 없다.그러나 예전 같은 배럴당 10,20달러 시대는 다시 오기 어려울 것 같다.” 유가 전문가들의 향후 전망을 종합하면 대충 이렇다.미리 겁먹고 호들갑 떨 필요는 없지만 고유가 시대에 대한 준비는 해야 한다는 얘기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문배 연구위원은 “국제에너지기구(IEA) 지침에 따르면 유가상승으로 원유도입 물량이 평소보다 7% 정도 줄어들 경우 오일쇼크에 해당하는 비상사태를 선포하도록 돼 있다.”면서 “그러나 현재의 40달러대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조차 부담스러워하는 수준이어서 그렇게 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 구자권 해외조사팀장은 “다음달쯤이면 지금의 불안양상이 어느정도 진정되면서 유가가 두바이유 기준 30∼35달러 범위 내에 재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그는 “과거 1,2차 오일쇼크는 산유국의 생산·수출 중단 등 직접적인 공급감소가 원인이었지만 지금은 OPEC이 증산을 꾀하는 등 당시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현진 수석연구원은 “수요-공급보다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심리적 동요,투기적 움직임 등으로 가격이 형성되는 현 흐름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김 연구원은 그러나 “고유가 추세가 지속되더라도 전체 에너지 가운데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어 있으므로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아주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수석연구원은 “연말쯤 두바이유가 45달러 이상이 된다면 오일쇼크가 올 수 있으며 그 가능성이 50%는 된다.”면서 “특히 최근 OPEC이 내부적으로 목표유가 범위를 기존 22∼28달러에서 30달러대로 높여잡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경제 살리기” 정부 급선회

    “경제 살리기” 정부 급선회

    위기론을 부인하는 데 급급했던 정부가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총력대응 체제로 전환했다.금리를 전격 인하하고,부동산정책의 속도조절에 나섰다.힘의 무게추도 학자 출신 관료와 ‘386참모’ 중심에서 이헌재 경제부총리 등 정통 경제관료로 옮겨가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뒤늦게마나 현실을 인식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아직도 정부 안에 소모적인 이념논쟁이 존재한다.”면서 “돈 안 들이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처방약은 이같은 불확실성을 없애 개인과 기업으로 하여금 경제하려는 의욕을 다시 갖게 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금리인하 처방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콜(금융기관간 초단기 거래자금)금리를 연 3.75%에서 3.50%로 0.25%포인트 내렸다.금통위가 콜금리를 내린 것은 13개월 만이다.박승 한국은행 총재 겸 금통위 의장은 “고유가 상황에서 정부나 한은이 별도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성장세가 올 하반기부터 내려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경제여건이 좋지 않음을 시인했다. ●주가 13P 오르고 국고채 3.87%로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콜금리 인하가 경기부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재경부는 여세를 몰아 이날 여당과의 정책협의를 통해 ‘고용 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제조·건설·도소매업 3대 업종에 대한 획기적 지원책을 마련하기로 했다.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하겠다.”며 경제챙기기에 적극 나설 뜻을 밝혔다.이해찬 국무총리가 경제계 대표들과 연쇄회동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당(黨)·청(靑)·정(政)기조와 무관치 않다.정부와 여당은 이미 빚을 내 경기를 부양하기로 합의하고,구체적인 적자재정 검토에도 착수했다. 하지만 정부내 이견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은 “(금리인하와 같은)단기 부양책은 반드시 후회를 부른다.”며 못마땅해했다.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현 시점에서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조윤제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금리인하와 관련해 “적극적인 경기부양으로 보지 말라.”고 주문했다. 서강대 김광두 경제학과 교수는 “이정우 위원장은 오늘도 한국경제학회 포럼에 참석해 ‘정부가 잘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몰라준다.’며 억울해했지만 잘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는 게 대다수 경제학자들의 생각”이라면서 “경제가 어려워지면 정통 경제관료들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고 또 그래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어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금리 인하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반(反)시장주의 분위기를 걷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도 “콜금리 인하조치는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정부가 공식화한 것”이라고 전제한 뒤 “일본이 10년 장기불황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늘렸기 때문”이라며 “우리 기업들도 더이상 미래에 대한 불안없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정책노선을 분명히 하고 규제완화 등의 기살리기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한편 이날 갑작스러운 콜금리 인하에 채권시장이 초강세를 보였고,주식시장에도 오랜만에 볕이 들었다.특히 지표금리인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거래소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전일대비 13.64포인트 오른 766.70에 마감됐다.코스닥종합지수도 전일보다 5.71포인트(1.69%) 오른 343.45로 장을 마쳤다.채권시장에서는 지표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전일보다 무려 0.17%포인트 폭락한 연 3.87%로 마감됐다.이는 사상 최저치로 기록된 지난해 6월18일(3.95%)보다도 0.08%포인트나 낮은 것이다. 안미현 김태균기자 hyun@seoul.co.kr
  • [유가 또 폭등] 유가쇼크 휩싸인 한국경제

    [유가 또 폭등] 유가쇼크 휩싸인 한국경제

    기름값이 어디까지 치솟을 것인가? 국제유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고유가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전세계의 석유수급 위기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고유가의 영향으로 수입단가가 급상승해 교역 상황도 갈수록 악화될 전망이다. 이달 들어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 등 국제유가가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고 있는 것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잉여생산능력이 감소한 데 따른 공급 불안심리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석유 수요는 늘어나는데 재고수준은 낮고 잉여생산능력도 현저히 떨어져 전세계적인 석유수급 위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10일 ‘석유위기 없을 것인가’라는 내부보고서를 통해 상업석유 재고에 전략비축유를 합한 전세계 석유 재고의 소비지속일수는 88일 정도라고 분석했다.수송기간 등을 뺀 잉여재고수준은 60일에 못미치는 것으로 내다봤다.보고서는 현재 OPEC의 잉여생산능력이 하루 150만∼200만배럴에 불과한 상황에서 사우디나 기타 주요 산유국의 유전이나 중요 생산시설이 파괴되거나 테러 등으로 생산이 중단돼 60일 이상 복구되지 못할 경우 세계는 ‘석유 절대부족’이라는 위기상황에 처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보고서를 작성한 김병일 해외개발본부 과장은 “세계 석유수요의 2.5%에 불과한 150만∼200만 배럴보다 적은 물량이 60일보다 짧은 기간 차질을 빚더라도 유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석유 위기가 절대 멀리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고유가 행진은 수입단가를 상승시켜 수출 호황 속에서도 교역을 통한 실질구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한국은행에 따르면 수출단가지수를 수입단가지수로 나눈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지난해 12월 88.5에서 올 2월 86.2,3월 85.8,4월 84.8로 4개월째 하락하면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1단위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물량을 의미하며,이 지수가 하락하면 똑같은 양을 수출해도 구입할 수 있는 수입품의 양이 줄어들어 실질구매력도 떨어진다.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계속 하락하는 것은 수출단가지수는 제자리걸음인데 유가 급등으로 수입단가지수가 지난해 12월 99.5에서 올 4월 106.9로 올랐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2달러 오르면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2.6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고유가 쇼크에 시달리면서도 정부는 이렇다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자주원유개발 공급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고유가에 대응할 수 있는 마땅한 단기대책은 없는 상황”이라면서 “에너지소비 절약 등을 실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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