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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승규 농식품부 차관 ‘벤처형 개혁 드라이브’ 주목

    민승규 농식품부 차관 ‘벤처형 개혁 드라이브’ 주목

    비즈니스형 농업혁신의 전도사로 통하는 민승규 청와대 농수산식품비서관이 지난 22일 농림수산식품부 1차관에 임명되면서 앞으로 그가 몰고 올 변화의 바람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장태평 장관이 농식품부 스스로의 반성과 개혁을 주창하며 변화의 기초 토양을 마련했다면 민 차관은 구체적인 정책들을 현실 농정에 접목시키는 역할을 맡게 된다. 민 차관은 2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창조적 정책’과 ‘처절한 노력’을 강조하며 그동안의 농식품부 정책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농민이 농사를 짓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대로 먹고 제대로 살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우리 농정 담당자들은 이 기본원칙을 소홀히 해 왔습니다. 농촌과 농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무신경했습니다. 창조적이지도 못했습니다. 좀더 처절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는 농정과 농촌 현장의 괴리를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현장의 목소리가 농정에 깊숙이 침투돼야 하는데 이게 부족합니다. 모든 정책이 획일적입니다. 이를테면 벼농사의 경우만 해도 종자, 비료, 농약, 농기계, 가공, 유통 등 수많은 단계별로 가치사슬이 형성되는데 거기에 모두 일률적인 기준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정작 도움이 필요한 곳에 지원이 안 되거나 불필요한 곳에 지원이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민 차관은 동국대 농업경제학과 출신으로 일본 도쿄(東京)대에서 농업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95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13년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농업문제 전문 연구원으로 있었다. 2001년에 한국벤처농업대학을 설립해 세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농식품부 안팎에서는 그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이 잘 갖춰져 있다고 본다. 장 장관과는 벤처농업대학을 이끌던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 서로를 잘 이해한다. 그의 혁신작업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기대도 크다. 민 차관은 오래 전부터 주창해 온 ‘3P 혁신전략’을 현장에 접목해 볼 생각이다. 생산(프로덕트·Product), 과정(프로세스·Process), 사람(피플·People) 등 3가지를 혁신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농업은 먹는 게 전부라는 개념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고 관광, 엔터테인먼트, 예술, 자연 등과 융합·복합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발상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맛과 재미, 감동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민 차관은 “현재 우리 농업이 어려워진 이유는 시장이 작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모두 우리 농산물을 먹고 살았지만 지금은 중국산과 미국산이 들어오면서 시장이 절반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지요. 전자시계가 나오면서 위기에 몰리자 패션·럭셔리 산업으로 전환시켜 화려하게 부활한 스위스의 시계산업에서 배울 점이 많습니다.” 민 차관은 농정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오히려 농민들보다 느리게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농정 자체는 물론이고 농식품부 내부의 혁신을 어떻게 이끌지도 관심사다. 김태균 이두걸기자 windsea@seoul.co.kr
  • 2009 대기업 임원인사 트렌드 살펴보니

    2009 대기업 임원인사 트렌드 살펴보니

    철저한 성과주의, 조직 슬림화, 글로벌 인재·연구개발 인력 전진 배치…. 주요 대기업 임원 인사 및 조직 개편 특징이다. 올해 삼성 등 주요 대기업 임원 인사에는 예외없이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이 깔려 있다. 일약 최고경영자(CEO)로 승진한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은 ‘보르도 TV신화’의 주역으로 3년 연속 디지털TV 세계 1위를 이끈 성과를 인정받아 부사장 2년 만에 CEO로 승진했다. ●실적 좋은 임원 CEO로 전격 발탁 구자영 SK에너지 P&T 사장은 신설된 SK에너지 총괄사장에 발탁됐다. 재계에선 “전혀 예상치 못한 인사”라며 놀랐다. SK에 영입된 지 1년도 채 안돼 국내 최대의 정유회사를 이끄는 ‘선장’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 사장이 신재생에너지 분야 전문가로서 차세대 성장동력을 이끌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모든 계열사 CEO를 유임시키며 ‘안정’을 택한 LG도 디스플레이 사업을 흑자로 돌린 전자의 강신익 부사장과 휴대전화 사업의 수익률을 크게 높인 안승권 부사장을 각각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임원 재임기간, 입사 기수 등은 이제 더 이상 최고경영자 승진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성과가 가장 중요한 승진 잣대가 되고 있다. 글로벌 인재와 젊은 세대, 연구·개발 전문인력을 우대한 것도 공통된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임원인사 승진폭을 지난해 117명에서 올해는 91명으로 크게 줄였지만, 불황 속에도 연구·개발분야는 승진한 사람이 27명으로 지난해(24명)보다 오히려 늘어났다. LG도 신규 임원 87명 가운데 20%(17명)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해외사업을 담당하는 인력으로 선임했다. 불황이지만 연구·개발쪽을 강화하는 것은 선두그룹을 유지하는 한편 후발업체와의 격차를 더 벌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해외영업전문가 등 글로벌 인재를 우대하는 것도 경기회복기를 대비한 장기전략이다. 삼성의 경우 사장단 인사에서 1948년 12월 이전 출생자는 부회장 승진자를 제외하고는 예외없이 옷을 벗었다. 10% 이상의 임원이 퇴출되고 임원 평균 나이도 48세로 전보다 한 살 젊어졌다. 사장·부사장이 맡던 지역별·사업별 책임자 자리가 부사장·전무, 심지어 상무급으로 넘어가면서 조직은 자연스럽게 줄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대기업 임원 인사를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 풀이한다. 장상수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삼성전자만 해도 지난해 4·4분기 1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적자를 냈기 때문에 일단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게 중요했을 것”이라면서 “회복기 이후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핵심 역량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영권 승계 사전 포석도 ‘재벌 3세’들의 경영권승계를 위한 사전포석도 감지된다. 현대 기아차그룹이 최재국·서병기 부회장을 갑작스럽게 퇴진시킨 것 역시 정의선 기아차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려는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경영 환경의 투명성 문제 등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좋은기업지배구조 연구소 김선웅(변호사) 소장은 삼성 인사와 관련,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기획조정실(옛 구조본) 출신들이 주요 계열사 CEO나 최고재무관리자(CFO)로 배치됐다는 것”이라면서 “지배구조 측면에서 앞으로 더 투명하게, 그룹 경영보다 독립적인 기업경영을 해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GS 등 일부 그룹에서 오너 그룹이 부상한 것과 관련해서는 “오너 그룹이 정신력을 강화해 준다는 정도의 효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임직원들을 책임진다든가 해야 충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체 규모 줄고 현장인력은 늘고 임원 감축과 동시에 조직을 대폭 슬림화하고 고객우선·현장중심으로 바꾼 것도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본사직원 1400명 중 1200명을 현장에 전진배치했다. 조직은 크게 완제품·부품 양날개로 단순화했다. 의사결정과정을 줄이고 ‘발로 뛰는 조직’을 정착화시켜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다. SK브로드밴드도 118개의 대팀제로 운영되던 것을 85개 팀으로 줄였다. 부서간 중복업무를 피하기 위한 시도다. 시장의 목소리에 즉각 부응하기 위해 현장을 강화하고 마케팅전문가를 대거 발탁했다는 것이다.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원은 “삼성만 해도 지금껏 일본식으로 연구·개발을 강조해 엔지니어 출신들이 주도하던 느낌이 강했다면, 이제는 애플이나 아이팟처럼 수요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하기 위해 마케팅과 종합하는 능력을 갖춘 전문가들을 전면에 배치한 측면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김성수 홍희경기자 sskim@seoul.co.kr
  • 신동력 녹색성장 외화내빈

    신동력 녹색성장 외화내빈

    환경산업이 최근 몇 년 새 연평균 9%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화두인 녹색성장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거리청소 등 정부가 제공하는 ‘돈 안 되는 서비스’가 많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은행이 28일 낸 ‘2007년 환경보호지출계정(EPEA) 편제 결과’에 따르면 2007년 환경보호 지출액(명목 기준)은 28조 8000억원이다. 환경보호 지출액이란 환경 악화를 예방하고 오염된 환경을 복구하기 위해 제품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드는 비용을 말한다. 전년(26조 4000억원)에 비해 8.9% 증가했다. 정부(환경부)와 한은이 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것은 2004년부터다. 2007년까지의 환경보호 지출액 증가율은 연평균 8.8%. 같은 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 연평균 증가율(5.0%)을 크게 웃돈다.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4년 2.87%에서 2007년 3.2%로 높아졌다. 하지만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외화내빈(外華內貧)’ 측면이 짙다. 우선 환경보호 지출액의 대부분(68%)을 차지하는 환경보호 서비스(19조 5000억원) 가운데 정부 비중이 거의 절반(42.4%)이다. 기준연도가 다르기는 하지만 오스트리아(33.2%), 벨기에(25.7%), 영국(28.1%) 등 주요국보다 훨씬 높다. 이들 나라의 기업 생산 비중이 70% 안팎인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정부가 제공하는 환경보호 서비스도 거리청소, 산림보호, 환경행정 등 경제적으로 의미 없는 가격(원가의 50% 미만)에 판매하거나 무상으로 공급하는 ‘비(非)시장 서비스’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의 비시장 서비스 비중(37.2%)은 오스트리아(5.6%)의 7배가 넘는다. 이광한 한은 통계개발팀 과장은 “선진국에 비해 정부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바람직한 모양새는 아니다.”라면서 “정부의 비시장 서비스보다는 기업의 경제적 시장 서비스 확대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환경산업이 대규모 투자를 수반하는 장치산업인 데다 환경미화원 등 인건비 지출도 많아 부가가치 및 고용창출 효과가 크다고 강조한다. 환경산업의 부가가치율(1단위 생산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 비율)은 59.3%로 전체 산업 평균(38.2%)을 크게 웃돈다. 제조업(21.9%)과 비교하면 거의 세 배다. 10억원을 투자했을 때 직접 창출하는 취업자 수(취업계수, 2007년 기준)도 6.9명으로 제조업(2005년 기준 3.4명)의 두 배다. 최근 제조업이 급격한 부진을 보이는 것도 신성장동력 대안으로서의 환경산업에 힘을 실어준다. 이 과장은 “친환경기술 연구개발 등으로 녹색제품 개발을 촉진하고 세제 혜택 등을 통한 청정 생산시설 투자 확대를 유도해 새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희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명박정부가 녹색성장의 초점을 폐기물 처리 등 전통 환경산업보다는 신재생에너지,이산화탄소 절감 등 탄소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수출과 고용 효과를 고려해야 하는 우리 경제의 체질상 효율적인 방향이기는 하지만 전통 환경산업의 중요성을 간과하거나 풍력발전소를 짓기 위해 산을 깎는(환경파괴)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5.6% 쇼크… 국내기관들도 “올 역성장” 가세

    -5.6% 쇼크… 국내기관들도 “올 역성장” 가세

    우리 경제의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추락할 것이라고, 즉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지난해보다 작아질 것이라고 보는 국내 기관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을 대놓고 주장했던 것은 거의 외국계 기관뿐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이 10년래 최악인 걸로 확인되면서 국내 기관들이 마이너스 전망에 가세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부터 유지돼 온 한국계 ‘플러스(+)’ 진영과 외국계 ‘마이너스’ 진영 간 힘의 균형이 무너지는 분위기다. 이런 흐름의 기폭제는 22일 한국은행 발표다. 지난해 4분기에 전기 대비 -5.6%, 전년동기 대비 -3.4%의 역(逆)성장을 했다는 발표가 나오자마자 23일 오전부터 마이너스 성장 전망이 국내 기관들로부터 쏟아져 나왔다. 마이너스 성장 예측을 완료해 놓고 어차피 엉망으로 나올 22일의 4분기 경제 성적표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하다. 현대증권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1%에서 이날 -0.7%로 낮췄다. 금융시장 정상화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소비와 투자 위축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기업 구조조정도 늦어질 것이란 게 마이너스 전환의 이유다. HMC투자증권도 기존 1.2%에서 -1.8%로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류승선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4분기에 나타났던 국내 성장률 쇼크에 더해 중국의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6.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고 일본도 지난해 12월 수출이 35%나 감소한 것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과 동부증권도 올해 성장률 전망을 각각 -2.0%와 -1.5%로 대폭 낮췄다. 하나대투증권은 0.6%를 유지했으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고 대우증권은 1.9%에서 0.2%로 낮췄다. 이날 외국계 JP모건도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을 0.5%에서 -2.5%로 3% 포인트 낮춰 전망했다. 임지원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의 재고 조정이 시작 단계인 데다 서비스업은 이제 제조업 부진으로 인한 영향을 크게 받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에 GDP 성장률은 이번 분기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초만 해도 국내 증권사로는 처음으로 삼성증권이 올해 성장률을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역성장(-0.2%)을 예상했다가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인 적이 있었다. 삼성증권은 그 이후 2% 성장 전망을 공식적으로 내놓으며 사태를 수습하기도 했다. 그만큼 1개월여 전까지만 해도 마이너스 성장 전망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하기 힘든 일이었다. 증권가에서 먼저 시작된 마이너스 성장 전망의 흐름이 다음달 초부터 줄줄이 있을 삼성경제연구소와 현대경제연구원 등 경제연구기관들의 수정 전망에도 반영될지 주목된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대세로 굳어진 마이너스 고용

    대세로 굳어진 마이너스 고용

    경기 침체의 쇼크가 전방위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올해 연간 일자리 수가 지난해에 비해 감소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을 언급하는 데 조심스러워 하던 국책 연구기관들까지 최근에는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경제연구기관 관계자는 “정부가 목표로 하는 일자리 10만개 증가는 언감생심이고, 줄어들지만 않으면 다행인데 아무리 상황을 좋게 보려 해도 가능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는 데다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 실직 등을 감안해 일자리 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21일 올해 경제성장률을 0.7%로 전망하면서 “올해 취업자 수가 연간으로 순증(純增)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KDI는 “ 상반기에는 취업자가 전년 동기 대비 10만명 줄고, 하반기에는 10만명 늘어 연간 전체로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낙관적인 시나리오부터 비관적인 시나리오까지 KDI가 예측의 전제로 삼은 여러 가정들 중 가장 낙관적인 경우에 그렇다는 뜻이다. 김희삼 KDI 연구위원은 “정부 일자리 창출 정책의 효과 등이 어느 정도일지 몰라 자신있게 말하기는 어려우나 실제로는 고용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에 일자리가 10만개 늘어날 것으로 본 것도 지난해 하반기 고용 사정이 워낙 나빴던 데 따른 기저효과(상대적 반등)를 감안한 것으로, 뚜렷이 나아진다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김 연구위원은 덧붙였다. 한국노동연구원이 경제 성장률 시나리오별로 예측한 취업자 전망에서도 현재의 경기 하강세를 감안할 때 올해 일자리는 감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KDI의 전망치인 0.7%를 크게 웃도는 2% 성장을 달성하더라도 일자리 증가는 1만 3000개로 사실상 ‘제로(0)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노동연구원은 경제성장률이 1%일 때에는 일자리가 5만 3000개 줄어들고, 0% 성장 때와 -1% 성장 때에는 각각 9만개와 12만개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률이 -2%로 떨어지면 일자리는 18만개가 줄고 실업자는 95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2%대 이하의 성장률 전망은 피치(국제 신용평가사) -2.4%, 모건스탠리(세계적 투자은행) -2.8% 등 이미 여러 기관에서 제시한 상태다. 삼성경제연구소도 내부적으로 올 상반기 일자리가 5만개가량 감소하고, 하반기에 다소 회복되지만 연간 전체로는 마이너스(-)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허재준 노동연구원 노동시장연구본부장은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규모 재정 투입을 한다고 해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나 돼야 회복세가 가시화할 것”이라면서 “올 연말쯤 실업자 수가 일시적으로나마 100만명을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이 상상 이상으로 낮게 나온 데다 앞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이라면서 “정부가 그동안 마련해 놓은 고용 대책들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효율성 높은 순서대로 선제적이고 충분하게 적기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재정지출→내수·일자리 늘려야”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4·4분기 성장률 -3.4%는 경제 전문가들에게조차 충격적인 수치다.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연 4~5% 수준인 우리 경제의 잠재 성장률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가 10% 가까이 뒷걸음질 친 것”이라고 해석했다.전문가들은 경제 기반의 붕괴를 막기 위해 기존에 마련한 대책들을 신속하게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재정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일자리 창출과 내수 회복을 위해 추가적인 정부지출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녹색·미래산업 시행 앞당겨야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우리 경제의 동력인 수출 감소에 더해 내수 침체가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정부가 내놓은 경기부양 대책들은 그 효과가 일정기간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때문에 최대한 서둘러 집행하는 게 절실하다.”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재정 확대에 따라 금리가 상승하는 ‘크라우딩 아웃 효과(구축효과)’를 막기 위해 추가 금리인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재정적자, GDP 10%까지 늘려 잡아야저소득층 지원을 통해 내수 확대를 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지금은 기업의 투자 위축과 수요 둔화라는 악순환이 나타나면서 올해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경기 하강 속도가 빨라지면서 우리 경제의 기반이 와해될 수도 있는 만큼 단기적 수요 침체를 막기 위해 일자리 창출 등 저소득층에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는 재정정책이 중요하다.”고 했다.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유종일 교수는 과감한 재정확대를 주문했다. 그는 “올해와 내년에는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10%까지 올려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신임 차관(급) 프로필

    ●장수만 국방부차관 옛 경제기획원(EPB) 출신의 정통 경제관료다. 지난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 고교 선배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이명박 후보의 선거 공약과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준비했다. ‘747’로 대변되는 ‘MB노믹스’의 틀을 만든 주역 중 한 명이다. 부인 김인애(55)씨와 1남1녀. ▲부산(59) ▲경남고 ▲고려대 경제학과 ▲행정고시 15회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 ▲조달청장 ●민승규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 취임 전 이명박 대통령이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있던 그의 강연을 듣고는 직접 청와대 농수산식품비서관으로 발탁한 인물. ‘돈 버는 농업’을 주창하며 충남 금산에 벤처농업대학을 설립하는 등 아이디어와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하다. 부인 이윤서(48)씨와 1남. ▲서울(48) ▲영동고 ▲동국대 농업경제학과 ▲일본 도쿄대 농업경제학박사 ●하영제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 고향 남해군에서 민선 3, 4기 군수로 당선됐다. 지난해 3월 산림청장으로 발탁된 뒤 산림 분야 규제개혁을 강력히 추진했다. 미국 시라큐스대 맥스웰스쿨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동국대 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은 행정전문가다. 부인 박혜숙(51)씨와 1남1녀. ▲경남 남해(55) ▲서울대 농업교육과 졸업 ▲행정고시 23회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행정자치부 기획예산담당관 ●권태균 조달청장 금융과 실물을 두루 섭렵한 국제통이다. 해외 근무 경험이 많고 외국어 능력도 좋은 편이다. 대외경제분야를 주로 맡았다. 지난해 말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사의 표명한 게 오히려 차관급으로 영전하는 ‘전화위복’이 됐다. 부인 김치순(51)씨와 1남1녀. ▲전북 전주(54) ▲경기고 ▲서울대 경영학과 ▲행정고시 21회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 ▲지식경제부 무역투자실장 ●김재수 농촌진흥청장 농림수산부 농산물유통국장과 국립 농산물품질관리원장을 지낸 관료 출신 농정 전문가. 풍부한 아이디어에다 농정 전반에 대한 시야가 넓고, 농식품의 산업화에 대한 식견이 높다는 평. 부인 정경숙(52)씨와 1남1녀. ▲경북 영양(52) ▲경북고 ▲경북대 경제학과 ▲미국 미시간주립대학원 경제학과, 중앙대 경제학 박사 ▲농림부 농업연수원장 ▲농산물품질관리원장 ●정광수 산림청장 산림 전 분야를 섭렵한 정통 산림 공무원이다. 지난해 산림청 차장에 임명됐다가 이번에 승진했다.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예상치 못한 질의에 즉석에서 통계까지 인용해가며 설명해 전문성이 뛰어난 공무원이란 인상을 남겼다. 부인 최명숙(54)씨와 1남 2녀. ▲강원 춘천(56) ▲춘천고 ▲강원대 임학과 ▲기술고시 15회 ▲산림자원국장 ▲국립산림과학원장
  • 수출·내수 동반폭락… 올 1분기도 잿빛

    수출·내수 동반폭락… 올 1분기도 잿빛

    “나쁠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다.” 22일 지난해 4·4분기(10~12월) 성장률이 공표되자 여기저기서 터져나온 탄식이다. 열흘 전부터 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5% 안팎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지만<서울신문 1월13일자 2면 참조> ‘설마’하는 기류가 역력했다. 추계를 맡은 한국은행조차도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수출, 내수, 투자 할 것 없이 모두 고공낙하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내수 붕괴를 수출이 받쳐줬던 외환위기 때나, 수출 부진을 내수가 메워 줬던 2000년대 초반의 ‘보완관계’가 무너졌다. 최춘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한마디로 비빌 언덕이 없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수출과 설비투자는 지난해 4분기에 전분기보다 각각 11.9%, 16.1% 감소했다. 수출 감소는 제조업에 직격탄을 던졌다. 제조업 성장률은 4분기에 전기 대비 -12%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0년 이래 가장 나쁜 수치다. 제조업의 추락은 감산(減産)→감원(減員)→소득 감소→소비 침체의 악순환을 야기했다. 지난해 4분기 민간소비 감소율(-4.8%)은 ‘신용카드 거품붕괴 사태’로 국민들이 지갑을 닫았던 2001년 1분기(-1.3%)보다 더 나쁘다. 특히 내수 붕괴 조짐이 심상찮다. 내수는 지난해 3분기 소폭(0.5%)이나마 성장했으나 4분기에는 -6.2%로 큰 폭의 역(逆)성장을 기록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데 있다. 최 국장은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워낙 나빠 올 1분기에는 전기 대비 성장률이 플러스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그러나 이는 통계상 착시효과(기저효과)일 뿐, 경기 하강이 멈춘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올 1월에도 20일 현재 수출이 지난달 같은 기간보다 29%나 감소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지난해 성장률은 이미 반토막났다. 전년대비 2.5% 성장에 그쳤다. 한은이 한 달여 전에 추정한 3.7%보다 훨씬 낮다. 재작년 성장률(5%)과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올해 성장률은 아예 플러스(+) 자체를 장담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한은은 당초 ‘2.0% 안팎’을 내다봤지만 “상당히 낮아질 것”(최 국장)이라는 말 속에 마이너스 가능성도 묻어난다. 박찬익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상황이 매우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데도 정부나 중앙은행, 기업들이 상황의 절박성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지금 같은 추세로는 회복 시점을 점치기가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도 “올 하반기 성장률이 상반기보다 높아질 수 있지만 통계상 착시 효과를 제거한 본질적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내다봤다. 2007년 2만달러를 첫 돌파했던 1인당 국민소득(GNI)도 1만달러대로 다시 주저앉았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경영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7750달러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이날 내놓았다. 이는 연 평균 환율 달러당 1102.6원, 경제성장률 2.5%, 추계인구(4860만 7000명) 등을 적용해 산출했다. 송 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전년보다 약 12%(2300달러)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외부 공동실사로 기업등급 바뀔 수도

    외부 공동실사로 기업등급 바뀔 수도

    20일 건설·조선사 1차 구조조정 결과가 나왔지만 ‘산 넘어 산’이란 우려가 크다. 해당 기업은 법적 대응을 거론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고, 채권 금융기관간 이견도 크기 때문이다. 한 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은 “(부실)기업은 많고 할 일(구조조정)은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정부와 채권단의 의도와 달리 2차 구조조정도 순탄치 않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남은 실사가 마지막 ‘패자부활전’ C등급(부실징후기업)으로 분류된 14개 기업은 앞으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외부실사 기관을 선정, 정밀실사를 받게 된다. 뼈를 깎는 자구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채권단은 원리금 감면, 만기연장 ,신규 지원 등 지원방안을 최종 확정한다. 실사 결과와 자구계획에 따라 B등급(일시 유동성 기업)으로 한 단계 상승할 수도, 거꾸로 D등급(퇴출)으로 퇴출될 수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마지막 ‘패자부활전’인 셈이다. 물론 등급이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지만 기업들로서는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여신심사담당 임원은 “1차 등급 평가는 은행 위주의 평가여서 은행 이익에 맞게 평가했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면서 “기업이 이를 문제 삼아 소송을 진행할 수도 있기 때문에 다른 기관이 참여하는 공동실사는 필수”라고 말했다. 외환위기 때 기업 구조조정에 참여했던 금융권 고위인사는 “환란 때도 1차 살생부니 2차 살생부니 요란 법석을 떨었지만 결국에는 법적인 책임시비 등을 의식해 채권단 공동실사를 통해 기업 운명을 최종 확정했다.”고 상기시켰다. A(정상)나 B등급을 받은 기업들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신규 자금지원이 필요하면 실사를 통해 신용위험을 평가하겠다는 게 채권단의 방침이기 때문이다. 평가기준은 지난해 말 재무제표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B등급 이상 기업은 덩치가 커 채권단 공동지원이 불가피하다.”면서 “필요하면 자구계획 등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프리워크아웃(워크아웃 전 단계) 체제로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구조조정 용두사미 비판도 D등급은 별도의 실사 없이 퇴출이 진행된다. 자체 정상화를 시도하거나 법정관리 등을 신청할 수 있지만 채권단의 지원이 끊기기 때문에 사실상 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실사 과정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모 은행 관계자는 “신규 자금 지원 결정이 나더라도 기존 채권액에 비례해 자금 규모가 배분되는데 은행별로 이견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면서 “결국, 채권금융기관 조정위원회의 숙제가 늘어나는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조선업체의 구조조정은 말그대로 난제다. 조선사가 선박 수주를 위해 은행에서 발급받는 환급보증서(RG)에 대해 보증을 선 보험사도 채권단에 포함돼 있어 채권 관계가 얽히고 설켜 있기 때문이다. RG는 선주로부터 계약금액 일부를 선수금으로 받은 조선사가 문제가 생겼을 때 은행에서 선수금을 대신 돌려주겠다고 약속하는 서류다. 조선사 구조조정이 더욱 본격화되면 보험사와 은행들이 사안마다 부딪칠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실제 막판에 퇴출 대상으로 추가된 C&중공업의 경우, 은행권은 지난달 3일 워크아웃을 결정했지만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화재가 긴급 운영자금 부담(전체의 76%)을 들어 거부하는 바람에 퇴출 통보를 받게 됐다. 구조조정 대상이 당초 알려진 것에 비해 C&중공업을 포함해 2곳이 늘어났지만(14개사→16개사) 용두사미란 비판도 거세다. 김광두 서강대 경제학 교수는 “은행들이 구조조정 대상을 최소화하려고 한 것 같다.”면서 “구조조정이 시장에서 미봉책으로 인식된다면 결국 건전한 기업도 악영향을 받게 된다.”고 경고했다. 김종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환란 후 기업들이 제대로 퇴출되지 않아 지금껏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훗날의 책임 시비를 의식, 정부가 채권단만 앞세우지 말고 좀 더 적극적인 유도 노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부실 구조조정시 채권단 문책’이 엄포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유영규 조태성기자 whoami@seoul.co.kr
  • “새 경제팀 실패학서 배워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정부)과 윤진식 대통령 경제수석(청와대)을 쌍두마차로 하는 이명박 정부 2기 경제팀이 출범하면서 기대 섞인 주문들이 쏟아지고 있다. 핵심은 기존 1기 경제내각이 하지 못했거나 간과했던 대목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으라는, 이른바 실패학(失敗學)의 경구다. ① 일관된 모습 보이고 말수 줄여라 1기 경제팀은 정책기조에 있어 여러차례 변화를 보여왔다. 그러나 그것이 정책의 탄력성으로 인식되지 않고 일관성 부재로 비쳐지는 경향이 강했다. 이를테면 초기에는 성장 중심의 경제철학을 간판으로 내걸었다가 얼마 후에는 물가안정으로 기조를 바꾼 것을 들 수 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도 지나치게 자주 등장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환율·주가가 어떻게 변할 것이라는 예측을 마치 시장 참여자인 양 언급하거나 심지어 투자의 방향에 대해 ‘조언’하는 일까지 나타났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지난해 9월 경제위기 초기의 우왕좌왕하던 모습이 최근 들어 많이 진정된 듯하다.”면서 “새 경제팀은 기존에 수립한 정책기조에 큰 변화를 주지 말고 경기부양과 구조조정이라는 2개의 목표를 향해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② 부처간·당정간 조율 강화하라 청와대·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국토해양부·지식경제부 등 주요 경제부처가 맞물린 정책사안이면 으레 크든 작든 잡음이 나오곤 했다. 정부와 여당인 한나라당 간에도 이런 불협화음이나 엇박자가 자주 불거졌다. 이철용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부처간 불협화음이 이번 개각이 필요했던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면서 “차기 재정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 금융위원장이 모두 과거에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고, 특히 윤증현 재정부 장관 내정자는 강단 있는 공직자로 알려져 있는 만큼 1기 경제팀 때와 달리 통일된 모습을 보이는 데 역점을 둘 것”이라고 기대했다. ③ 시장과 소통하라 국내외 경제 상황이나 시장 흐름과 동떨어진 방향의 정책이나 발언·행위들도 새 경제팀에서 경계해야 할 대목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수출 증대 등을 겨냥한 고환율 용인 시사 발언, 외환시장 참가자들을 투기세력으로 몰아붙여 반감을 불러일으킨 일, 금융기관 건전성 기준을 실제 상황에 비해 지나치게 강하게 요구한 것, 기업인·금융인들을 한자리에 불러 막무가내로 ‘희생’을 요구하는 일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의 파수꾼으로서 정부가 실물경제의 흐름과 패러다임의 변화를 제대로 읽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시장과 소통하는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④ 선제적으로 대응하라 강석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1기 경제팀에서는 정책의 타이밍을 자주 놓치곤 했다.”면서 “시장에서 어떤 대책을 기다리다 못해 거의 지쳐갈 즈음 정책이 나오고 그것이 시장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의 키코(KIKO·환헤지파생상품) 피해의 경우도 처음에 정부는 사적 계약이라면서 팔짱만 끼고 있다가 기업 줄도산이 우려되자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차기 경제팀은 최근 경기 하강 속도가 빠르고 경기침체의 골이 깊은 만큼 1기 때와 유사한 시행착오를 거칠 여유가 없다.”면서 “시장의 목소리를 존중하되 구조조정 지연 등 시장과의 불필요한 타협은 배제하면서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균 이두걸기자 windsea@seoul.co.kr
  • [2009경제 그래도 희망은 조선] (3) 위기는 중국 따돌릴 기회

    [2009경제 그래도 희망은 조선] (3) 위기는 중국 따돌릴 기회

    한국 조선산업이 오히려 글로벌 경기 불황을 발판 삼아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세계 1등의 입지를 확고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감한 투자와 함께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 경쟁력을 보다 높이는 지혜가 요구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조선 산업은 기술 경쟁력을 보유한 한국 대형업체들과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중국 업체들간의 양강 체제다. 일본은 최근 들어 뒤처지고 있다. ●불황에 中 수주계약 200건 취소 세계적인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까지 우리나라 조선업체의 선박 수주량은 1690만 CGT(표준화물선환산t수)로 전 세계 선박 수주량에서 41.3%를 차지했다. 중국은 34.7%(1420CGT), 일본은 12%(490만CGT)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1년 전보다 0.3%포인트 증가했으나 중국은 1.8%포인트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불황 여파가 중국업체들의 성장 속도를 최소 1∼2년 이상 늦출 것으로 본다. 지난 수년간 조선산업이 ‘호시절’을 누리면서 낀 거품이 꺼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중국 업체들의 선박 인도 지연이 심각해지면서 선박 발주가 취소되고 한국으로 선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 조선소에서 발생한 벌크선(범용 화물선) 신조선(새 선박 건조) 발주계약 취소 규모는 지난해 200여척에 달했다. 세계 주요 조선소의 취소 규모 240여척의 80%를 넘는 규모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중국의 대량 발주 취소는 향후 몇 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급 선박 발주가 증가하면서 중국보다는 기술이 한 단계 앞선 우리나라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벌크선과 중소형 선박 건조에 치중하면서 수주량을 늘려왔으나 수익성에서는 한국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시장에서 수요가 많은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운반선과 드릴십(심해 원유시추선),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설비)의 수주 점유율이 각각 89.5%와 80%로 월등하다. 문제는 ‘양’이 아닌 ‘질’이다. 한국이 선박 건조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고부가가치 선박 등의 핵심 원천기술은 유럽, 미국, 일본 등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다. 호주 해사대학이 최근 산출한 ‘국가별 해운경쟁력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과 미국 등에 뒤진 9번째였다. 일본이 지수가 가장 높았고 미국·러시아·독일·노르웨이가 뒤를 이었다. ●LNG운반선 등 점유율 80% 넘어 특히 중국의 국영 조선소들이 한국 추월을 목표로 공격적인 시설 확장을 하고 있어 수년내 소형은 물론 대형 선박 부문에서도 한국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배영일 수석연구원은 “이번 불황이 중국과의 격차를 크게 벌릴 수 있는 호기”라면서 “IT기술을 접목한 고부가가치 선박 가공 및 소재의 ‘하이엔드’ 원천기술 확보·글로벌 경영·사업 다각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수출성장 기대 못해… 내수 주력해야”

    올해 수출을 통한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경기의 추가급락을 막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내수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소비부진의 3대 요인으로는 ▲일자리 창출부진 ▲금융자산 감소 ▲물가불안이 꼽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소비부진의 3대 요인과 정책적 시사점’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3대 요인으로 일자리창출이 부진하고, 금융자산이 줄어들고 있으며 물가가 불안하다는 점을 지적했다.지난해 전체 취업자수는 14만 4000명으로 2007년(28만 2000명)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에 따라 지난해 취업자수 증가로 인한 소비증가 효과도 1.3%에 그쳤다. 보고서는 이같은 주식시장 침체로 인해 지난해 실질 민간소비가 1.6% 하락한 것으로 분석했다. 물가도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4.7%를 기록하면서 소비침체를 부추겼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전 산업 실질임금상승률은 지난해 3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2.2% 감소했다.보고서는 “올해 물가상승은 진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가계가 디레버리징(deleveraging·빚갚기)에 나서면서 소비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올해 마이너스 수출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수출을 통한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경기의 추가급락을 막기 위한 내수부양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고용역전’ 심각하다

    ‘고용역전’ 심각하다

    2007년 초까지만 해도 국내에는 20대 취업자 수가 50대 취업자보다 많았다. 5년 전인 2003년 말의 경우 20대 일자리는 430만개로 320만개에 불과했던 50대에 비해 110만개나 더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50대가 430만개, 20대가 380만개로 뒤바뀌었다. 심각한 청년실업과 고령화 추세가 한데 맞물린 결과다. 20, 30대 고용부진이 오랫동안 누적된 탓이다. 20대 취업자 수가 전년 동기보다 늘어났던 것은 2004년 11월이 마지막이었다. 그 때 431만 6000명으로 1년 전보다 2만 100 0명 증가한 것을 끝으로 지난달까지 49개월간 20대 고용이 전년보다 나아졌다는 통계는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20대와 함께 청년층에 해당하는 30대 전반(30~34세) 연령층은 더욱 심해서 2004년 3월 307만 6000명을 기록한 이후 57개월 동안 전년대비 마이너스(-) 행진을 보이고 있다. 산업과 인구구조의 변화로 20, 30대 고용의 취약성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경기 침체에 따른 본격적인 ‘고용대란’을 앞두고 더욱 긴밀한 정부의 맞춤형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16일 서울신문이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경제활동 연령대별로 최근 5년간(2003년 12월~2008년 12월) 고용동향을 분석한 결과 20대 취업자는 이 기간 동안 431만 9000명에서 379만 4000명으로 12.2%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로 가는 인구 구조의 변화가 반영됐다고 해도 같은 기간 20대 인구 감소율 9.5%(793만 7000명→718만 1000명)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인구 감소에 비해 일자리 감소가 더욱 가파르게 이루어졌다는 얘기다. 30대 취업자도 같은 기간 615만명에서 595만 8000명으로 3.1% 감소했다. 반면 40대 취업자는 610만 3000명에서 656만 2000명으로 7.5%, 50대는 320만 9000명에서 431만 6000명으로 34.5%가 증가했다. 이는 각각의 인구 증가율인 5.9%와 28.8%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특히 40대 취업자는 외환위기 이후 고용 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있던 1999년 1월 전년대비 2000명 감소를 끝으로 지난달까지 120개월째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50대 역시 2001년 4월 이후 93개월째 증가세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청년층 일자리 감소는 20, 30대 인구 감소와 첫 취업 연령의 상승, 세대간 경쟁 등 여러 요인이 복합된 결과”라면서 “당장의 성과에 집착하는 단기 대응보다는 미래 지향적인 고용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긴 호흡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금리 급락에 은행 발등 찍혔다

    금리 급락에 은행 발등 찍혔다

    “금리가 이렇게 급격히 떨어질 줄 몰랐다.” 한 시중은행 재무 담당자의 탄식이다. 은행권이 ‘역(逆)마진’ 비상에 걸렸다. 높은 이자를 주고 자금을 조달해 싼 이자로 운용(대출)하다 보니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독’(毒)이 될 줄 알면서도 당장 손쉽다는 이유로 앞다퉈 발행한 고금리 후순위채(변제순위가 뒷전이어서 높은 이자를 보장해 주는 상품)와 은행채 등에 발등이 찍히는 양상이다. 은행들은 이로 인한 부담을 또다시 고객에게 손쉽게 전가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신규 예금금리는 잽싸게 내리면서 신규 대출금리는 가산금리 상향 조정을 통해 하락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조달금리 vs 운용금리 격차 축소 14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 동안 국민·신한·우리 등 국내 은행들은 총 8조 9519억원의 후순위채와 하이브리드채(빚이면서도 자본금으로 인정받는 채권)를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대부분 연 7~8%대다. 높은 이자를 내건 특별 정기예금 상품과 은행채도 지난해 초부터 꾸준히 내놓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중에 돈가뭄이 심해지자 은행들은 이 상품들의 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리며 돈을 끌어모았다. 지금은 연 6%대 예금상품조차 찾아볼 수 없지만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하나은행의 특판상품(베토벤바이러스) 이자는 연 7.1%였다. 이 무렵 은행채(3년물 기준) 금리는 연 8%에 육박했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달 사이 2.75% 포인트(5.25%→2.5%)나 파격적으로 끌어내리자 비싼 이자를 물며 조달한 이 자금들이 은행의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1년에서 5년짜리 정기예금과 후순위채 등은 무조건 판매 당시의 고금리를 보장해 줘야 하는 반면 이 돈으로 운용하는 대출상품 이자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통상 3개월 주기로 연동돼 있어 조달금리와 운용금리 간의 갭(격차)이 좁혀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지금 추세라면 평균 조달금리가 평균 운용금리보다 높아지는 역마진이 불가피하다.”고 걱정했다. 모간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CD금리 급락에 따른 고비용 부담으로 한국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이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은행들의 순이자마진(대출과 예금 이자 차이인 예대마진에 유가증권 이자, 배당금 등을 합한 수익성 측정지표) 비율은 2007년 말 2.44%에서 지난해 3·4분기에는 2.19%로 떨어졌다. ●고객 전가보다는 예대마진 의존도 낮춰야 은행들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12%로 끌어올리라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후순위채 등을 발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자업자득이라는 지적이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후순위채 발행이 줄 이을 때부터 나중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랐다.”면서 “은행들이 자본금 확충 수단으로 증자보다는 손쉬운 후순위채를 선택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은행들이 부담을 고객들에게 떠넘기려는 것에 대해 이광준 한국은행 금융안정분석국장은 “은행들로서는 역마진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비판 여론이 거센 데다 기존에 고금리로 조달한 자금이 워낙 많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예대마진 의존도가 높은 국내 은행의 수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은행들의 이자수익 비중은 전체 수익의 80%가 넘는다. 지난해 증권시장 침체로 수수료 수입과 유가증권 수익 등이 줄면서 이같은 편중현상이 더 심화되는 추세다. 이 국장은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부실채권이 늘어 건전성도 위협받게 될 것”이라면서 “수익성과 건전성이 모두 흔들릴 수 있는 만큼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종 산은경제연구소 금융시장팀장은 “비이자수익 발굴 등 수익 원천을 다변화해야 한다.”면서 “주주가치 희석으로 당장 주가에는 부정적일 수 있지만, 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저수익 자산 매각 등 자산 포트폴리오(분배) 조정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3~4월 최악의 체감위기 닥친다”

    “3~4월 최악의 체감위기 닥친다”

    지난해 4·4분기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이 2003년 1분기 이후 거의 6년 만에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등 각종 경제 지표가 ‘사상 최악’ ‘사상 최저’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의 체감 경기와 맞닿아 있는 고용,소비 등의 부문은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이른바 ‘경기 후행지표’들이 갈수록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후행지표들은 실생활과 더욱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실제 충격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3일 정부 관계자는 “고용이 지금 어렵다고 하지만 체감할 수준이 오려면 아직 멀었다.”면서 “실물침체 충격이 고용 등 실생활 측면에서 가시화하는 3~4월이 되면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날 김동수 재정부 차관도 민생안정 차관회의에서 “우리 경제는 기상도로 설명하면 잔뜩 흐리고 곳곳에 눈보라가 예상되고 있다. 실물경제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전망과 발언의 근거는 국민들의 경제 생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일자리 감소가 경기가 꺾인 이후 일정 기간 시차를 두고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통상 일자리는 경기 하강이 시작된 이후 몇달 정도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마련이다. 경기가 안 좋으면 직원들의 초과근로 시간을 줄이게 되고, 그러고도 안 되면 신규 채용과 신규 투자를 하지 않고 마지막에는 직원을 해고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러는 과정에서 시차가 나타나는 것이다. 경제 도약기 이후 가장 큰 경제 위기였던 1997~98년 위환 위기 때를 보면 이런 과정이 수치로 드러난다. 97년 4·4분기 성장률이 -0.4%로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시차 효과 때문에 실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은 시점은 98년 1분기부터였다. 직접적으로 환란을 맞았던 97년 4분기에는 실업자 수가 57만 3000명으로 전분기 대비 19.4% 늘었으나 경기 침체의 효과가 전방위로 확산된 이후인 98년 1분기에는 121만 1000명으로 두배 이상(211.3%)으로 늘었다. 2분기에도 150만 5000명으로 24.3%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실업자 수는 99년 1분기 약 180만명 수준에 이르기까지 이후 1년간 끊임없이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1분기는 계절적으로 취업난이 심각해지는 시기여서 실제 경제 상황보다도 더욱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재정부 관계자는 “통상 1분기,특히 2월과 3월은 대학 졸업 때문에 경제활동 인구에 산입되지 않았던 대학생들이 대거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면서 연중 실업자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나는 때”라고 말했다. 소비위축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대표적인 경기후행지수인 소비재판매액 지수의 경우 외환위기 때인 97년 4분기 75.5에서 이듬해 1분기 65.4로 13.4%나 감소했다. 이어 2분기에도 60.9로 6.9% 하락했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경영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은 “대학 졸업생이 한 해 50만명 이상이고, 고교 졸업생은 60만~70만명으로, 여기에서만 100만명 이상의 취업 수요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달 말까지 기업 구조조정을 활발히 한다고 하니까 일자리 심리가 경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의 상황을 97년 외환 위기와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당시는 고용시장의 유연성이 강조된 데다 국내 기업·금융 시스템의 문제가 커서 강력한 구조조정이 요구됐다. 하지만 지금은 글로벌 경제 위기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인력 구조조정의 폭이 그때보다는 작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외환위기 때는 비정규직 문제가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비정규직이 많아지면서 고용 측면에서 더욱 불안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충격이 상당부분 완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균 이두걸기자 windsea@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적절한 정보안내 역할 필요/김성해 한국언론재단 객원연구위원

    [옴부즈맨 칼럼] 적절한 정보안내 역할 필요/김성해 한국언론재단 객원연구위원

    다시 광야로 내몰렸다. 1997년 당시엔 우리 잘못이라고 배웠다. 동료들을 눈물로 이별했고, 허리띠를 더 졸라맸다. 그간 외환보유고는 거의 7배나 늘었다. 그래도 위기는 왔다. 하지만 이번엔 아무리 봐도 우리 잘못만은 아닌 것 같다. 교통사고가 한두 번 나면 운전자 잘못이지만, 이렇게 빈번히 비슷한 유형으로 난다면 도로 자체에 결함이 있다고 봐야 한다. 9·11 테러, 이라크 전쟁, 글로벌 금융위기. 이들이 가진 공통점이 있다. 정보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이다. 이런 일이 왜 일어났고, 이 상황에서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하고, 장차 어떻게 전개돼 갈 것인지를 알고 싶어 한다는 말이다. 정보는 넘쳐난다. 그래도 공짜로 주어지는 정보는 믿음이 안 간다. 누가 이 정보를 왜 무슨 목적으로 제공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좀 더 믿을 만하고, 이해하기 쉽고, 책임소재를 물을 수 있는 정보원을 찾는다. 다시 광야에 선 우리가 길을 찾기 위해 언론을 쳐다 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만약 언론이 못하겠다고 하거나, 언론이 감당할 수 없다고 하면 우리는 지체 없이 다른 누군가를 찾는다. 따라서 언론은 우선 제대로 된 안내자를 찾아야 한다. 그 다음, 꼭 필요한 질문을 정확하게 던져야 한다. 나아가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해, 앞 뒤에 맞게 배치하고, 분석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2009년 새해 서울신문이 소개한 안내자는 조지프 나이 교수와 자크 들로어 의장이었다. 이어 조순 전 총리와 한완상 전 적십자총재, 주대환 공동대표가 소개됐다. 또 크레디트스위스의 박현정 이사, 할시엔 서치의 켄더스 김 대표, 한국고용정보원의 황기돈 선임연구원도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해외석학·국내원로·진보인사·기업 전문가·국책연구소 권위자라는 측면에서 보면 더할 나위 없는 구성으로 보인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오바마 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대해 가장 잘 안내해 줄 사람이 과연 조지프 나이뿐일까? 한반도 문제 전문가는 브루킹스나 헤리티지 재단에 더 많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알아보기 위해 과연 자크 들로어를 만나야 했나? 현재 세계은행의 수석경제학자이면서 부총재인 중국의 저스틴 린이나 ‘미스터 엔(Mr. Yen)’으로 알려진 일본의 에이스케 사카키바라는 어떨까? 금융위기에 대한 의견을 묻기 위해서 원로를 만나야 한다면 박영철 교수나 사공일 경제특보를 만나는 편이 나았다. 정부정책담당자·KD I·삼성경제연구소 같은 권위 있는 기관들은 다 제쳐두고 뜬금없이 진보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낯설다. 광야에서 처음 만난 전문가들도 목마름을 해소해 주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이 분야 전문가들이 참 많은데 아마도 누가 안내자여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것 같다. 필요한 질문이 정확하게 제기됐는지도 의문스럽다. 미국이 소프트파워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와 같은 질문은 미국 국민이 더 궁금해할 내용이다. 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럽통합이 아닌 아시아통합에 대한 전망이다. 필요한 정보를 다양하게 수집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국제면을 통해 수집된 대부분의 정보는 미국과 영국에서 왔다. 정보의 편식만이 아니라 정보의 가공방식도 문제가 많다. 가령, “금융강국 인도와 독일은 잘나가고, 수출강국 한국과 일본은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말고 한국은 그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정보도 찾아야 했다. 물론 있는 정보를 번역하기도 바쁜 현실에서 이런 기대는 지나칠 수 있다. 하지만 미네르바의 인기에서 보듯이 국민들은 결국 발로 뛰고, 피부에 와 닿고,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정보를 원한다. “해 보기나 했어?”라는 말은 한물 간 기업인의 넋두리가 아니다. 정초부터 덕담보다는 쓴소리가 많았다. 그래도 좋은 약은 입에 쓰기 마련이고, 귀한 자식일수록 매로 키운다고 했다. 김성해 한국언론재단 객원연구위원
  • [생각나눔 NEWS] 녹색뉴딜사업 등 정부 공공일자리 質 논란

    “공공부문 청년인턴이 일자리냐. 한 달에 110만원 준다고 청년 실업이 해소되지 않는다.”(김문수 경기도지사) “질(質) 낮은 빵을 먹어야 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그런 빵을 먹느냐.’라고 말하는 격이다.”(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 공공부문 청년인턴제나 녹색뉴딜 사업 등 정부가 내놓은 일자리 정책에 대해 ‘단순 아르바이트에 불과하고, 질 낮은 고용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반면 정부는 경기 침체로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마련하는 게 어려운 상황에서 ‘눈물 젖은 밥상을 걷어차면 안 된다.’고 항변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선택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일자리 창출을 신(新)성장 동력 발굴과 사회안전망 확충 등의 기회로 살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저급 일자리만 대량 양산” 11일 재정부 등에 따르면 올 한 해 채용 계획인 청년인턴은 공공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1만 7400명, 중앙부처·지방공기업 6567명 등 모두 2만 4000명이다.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 낮다는 점이다. 청년인턴의 하루 일당은 3만 8000원으로 월급은 98만 8000원이다. 이조차도 채용 기간이 10개월에 불과하다. 지난 8일에는 여당 출신인 김문수 지사까지 나서 “공공부문 청년인턴제는 진정한 일자리 창출이 아니다. 한 달에 110만원 주고 11월까지 일한다고 해서 청년 실업이 해소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부 “질 낮은 빵이라도 필요” 이에 대해 정부는 당장 사회안전망 차원의 일자리가 시급한, 냉혹한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안정적이고 높은 질의 일자리를 확보하기 힘든 상황에서 인턴이나 건설 등의 일자리라도 우선 마련하는 게 불가피하다.”면서 “공공 일자리의 질을 갖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질 낮은 빵을 먹어야 하는 사람에게 ‘그런 빵을 어떻게 먹느냐.’고 말하는 것과 같은 무책임한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공부문 일자리가 ‘안정적인 직장’이 될 때 경기 회복기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들고 있다. 또 다른 재정부 관계자는 “올 하반기부터 경기가 조금씩 회복돼 일자리 숫자가 정상을 되찾고 내수 역시 살아날 것”이라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마련된 공공부문 일자리가 유지되면 국가 재정에 압박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기간 고용이 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에 긍정적이라는 말이다. ●“일자리 정책 성장과 복지 향상 기회” 그러나 일자리 숫자 등의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손민중 연구원은 “외환위기 직후 IT(정보기술) 산업과 마찬가지로 신성장 산업을 선정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자리를 만든다면 경기 회복기 때 우리 경제를 끌고 갈 새 엔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토목이 아닌 사회서비스 분야에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건설분야의 취업유발계수(10억원 투입 때 만들어지는 취업자 숫자)는 16.6으로 사회·기타서비스(24.9) 분야보다 크게 낮다. LG경제연구원 윤상하 선임연구원은 “사회서비스 분야에서는 건설 부문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서민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태균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풀리는 돈… 얼마나 더 풀어야 약발받나

    풀리는 돈… 얼마나 더 풀어야 약발받나

    정부·중앙은행·금융당국 할 것 없이 ‘돈 풀기 총력전’에 나섰다. 금융시장이 다소 개선되는 기미가 엿보이고 있으나 아직 뜨뜻미지근한 반면 실물경기 하강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소 엇갈린다. “계속 풀어야 한다.”는 주장과 “숨고르기가 다소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 200조원의 부동(浮動)자금이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 실물로 옮겨가도록 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계속 풀어야” vs “숨고르기 필요” 시장의 첫째 관심사는 현재 2.5%인 기준금리가 어디까지 내려갈 것인가이다. 오석태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9일 “경기 침체가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도 지금은 계속해서 물을 붓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준금리를 1%대나 제로(0) 수준으로까지 끌어내릴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홍콩의 노무라 인터내셔널은 한은이 올 3월까지 기준금리를 1.5%로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은 “물가가 2%대로 떨어지고 환율이 더 안정되는 징후가 생기기 전까지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2% 아래로 끌어내리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마지노선은 2%”라고 내다봤다. 앞으로의 추가 인하 여력은 0.5%포인트 정도라는 주장이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연말부터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빠르게 시장에 반영되고 있는 만큼 숨고르기가 다소 필요한 시점”이라며 속도 조절론을 제기했다. 금리정책 외에 재정 등 다른 정책 수단에 좀 더 힘을 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이날 은행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감독당국이 은행권에 지키라고 권고한)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12%가 절대치는 아니다.”라면서 “우량은행 기준은 10%인 만큼 기업 대출과 구조조정에 좀 더 힘쓰라.”고 밝힌 것도 은행권의 돈을 끌어내려는 의도다. 그러나 이 말만 믿고 은행들이 선뜻 기업대출과 구조조정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한은에 은행돈 80조원 몰려 한은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로 돈은 적지 않게 풀린 상태다. 한은이 이날 실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각 입찰에 은행들이 79조 6500억원이나 응찰한 것은 단적인 예다. 한은은 이 가운데 14조원어치만 흡수했다. 은행들이 이자가 연 2.5%에 불과한 한은 RP를 사겠다고 몰려든 것은 여전히 신용위험이 따르는 회사채 등은 기피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주열 한은 부총재보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와 기업어음(CP) 금리 차이가 커지게 되면 CD에 투자했던 수요들이 CP나 회사채로 옮겨가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91일물 CP 금리는 연 6.02%로 CD( 3.18%)와의 차이는 2.84%포인트였다. 박한 이자에 실망한 돈들이 위험 부담을 감내하며 고금리에 눈돌릴 경우, 200조원이 넘는 시중 부동자금이 들썩일 공산이 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돼 잠재 부실에 대한 불안 심리가 확실하게 걷히지 않는 이상 (채권시장으로 돈이 흘러들어가는)신용경색 완화를 기대하기는 이르다.”고 경계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3%대 눈앞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결정짓는 CD금리 하락으로 대출이자 부담은 크게 줄어들게 됐다. 3개월전 연 7.5%의 변동금리형 상품으로 1억원을 빌린 사람은 한달 이자가 22만 6000원가량 줄어든다. 기업은행이 전날 CD금리를 파격적으로 끌어내리는 모험을 하는 등 국책은행의 지원사격도 잇따르고 있어 CD금리는 더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금리 3%대 진입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민은행이 다음주 적용할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는 연 4.01%이다. 이에 따라 연 8%대의 후순위채를 앞다퉈 발행한 은행들로서는 비싸게 자금을 조달해 싸게 운용해야 해 ‘역(逆)마진’ 부담이 커졌다. 안미현 유영규기자 hyun@seoul.co.kr
  • 자본확충펀드 출발부터 삐걱

    자본확충펀드 출발부터 삐걱

    “돈 갖다 써라.” “안 쓰겠다.” 요즘 금융당국과 은행권 사이에서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정부가 조성키로 한 20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놓고서다. 자칫 ‘그림의 떡’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초 펀드 조성 취지인 기업 대출과 구조조정 활성화를 위해서는 돈에 붙는 꼬리표(MOU)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돈 준다는데 마다하는 이유 8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말까지 20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되, 일단 은행권의 수요만큼 1차분을 투입할 방침이다. 그런데 뜻밖의 ‘난관’을 만났다. 수요가 저조한 것이다. 현재 신청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밝힌 곳은 우리, 광주, 경남 등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회사 소속 은행뿐이다. 농협·수협 등도 신청 가능성이 있지만 이들 특수은행은 애초 감독당국의 자본확충 권고 대상이 아니었다. 국민·신한은행은 물론 하나은행조차도 “신청계획이 전혀 없다.”고 일축한다. 그렇다고 강제로 돈을 갖다 쓰게 할 수도 없다. 정부 스스로 ‘기준치’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7개 시중은행 중에서는 우리를 제외하고 모두 기준치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기본자본비율(Tier1) 9%를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원회측은 “현재 은행들을 대상으로 자금 신청을 받고 있다.”면서 “신청액이 너무 적으면 펀드 조성 및 운용에 다소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정부는 당초 1차 수요를 최소 5조원으로 추산했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다른 은행들이 자본확충펀드 신청에 소극적이니까 자꾸 우리만 찌른다.”면서 “2조원이니 3조원이니 하는 것도 금융당국에서 먼저 흘린 숫자”라고 털어놓았다. ●“MOU대신 구조조정 실적 비례 지원을” 은행들이 기피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꼬리표’가 달려서다. 정부가 내건 단서 조항은 인수·합병(M&A) 자제,배당 자제,중소기업 대출 확대 세 가지다. 은행들이 더 걱정하는 것은 경영권 간섭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정부가 경영권 간섭을 최소화하겠다고 하지만 말 뿐인데다 나중에 전개될 M&A 싸움에서도 불리한 족쇄가 될 텐데 어느 은행이 이 돈을 갖다 쓰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은행들이 정부의 외채 지급보증을 신청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부행장은 “은행들이 대부분 거의 억지로 BIS비율을 맞춰놓은 상태여서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면 비율이 정부 권고치 아래로 내려가기 때문에 추가 대출이나 기업퇴출을 최대한 기피할 것”이라면서 “당초 펀드 조성 취지를 살리려면 MOU를 따로 맺거나 이런저런 꼬리표를 붙이지 말고 구조조정을 열심히 한 은행에 인센티브 형태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조조정 실적에 비례해 지원금을 책정하라는 제안이다. 이렇게 되면 여러 은행이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어 특정은행만 ‘찍히는’ 문제점을 피할 수 있고 기업구조조정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실리만 놓고 보면 설득력있는 방안”이라면서 “다만 정부로서는 퍼주기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수용하기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은 “M&A 자제 등은 남의 돈을 쓰기 위해 (은행들이)지불해야 할 최소한의 차용 조건”이라며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어쩔 수 없이 (자본확충펀드에)손내미는 은행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펀드설계 놓고도 정부·한은 고민 깊어 자본확충펀드 설계 자체도 녹록지 않다. 20조원 가운데 10조원은 한은, 2조원은 산은이 댄다. 산은의 BIS비율이 하락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묘안을 짜내느라 정부의 고민이 깊다. 산은이 자산관리공사(캠코)에 출자하고 캠코가 자본확충펀드에 돈을 내는 방법도 검토 대상에 올려놓았지만, 산은 BIS비율은 다치지 않는 대신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공적자금’ 시비에 휘말릴 소지가 있다. 한은도 ‘심각한 통화신용 수축기’라는 전제 아래 직접 대출 방식을 통해 지원할 것인지, 이 경우 담보나 손실 회피는 어떻게 할 것인지 고심 중이다. 안미현 유영규기자 hyun@seoul.co.kr
  • 투자처 찾는 204조 어디로?

    투자처 찾는 204조 어디로?

    갈 곳을 잃고 시중에 떠도는 돈이 200조원을 넘어섰다. 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칠지 모른다는 불안심리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서다. 머니마켓펀드(MMF) 등 언제라도 금방 넣고 뺄 수 있는 단기상품에만 돈이 몰리고 있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는데도 기업들이 여전히 자금난을 호소하는 이유다. 신속한 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잠재부실을 털어냄으로써 돈을 돌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7일 자산운용협회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MMF·환매조건부채권(RP)·은행 요구불예금 등 단기 운용처에 유입된 자금 규모는 204조 24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해지기 시작한 지난해 9월 말(164조 6955억원)과 비교하면 석달새 약 40조원(24%)이 늘었다. 특히 ‘블랙홀’로 떠오른 MMF의 기세가 무섭다. 입출금이 자유롭고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주는 대표적 초단기 상품인 MMF는 5일 현재 93조 4026억원(설정액 기준)을 기록했다. 하루 3조~4조원씩 돈을 빨아들이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6일 잠정 집계액(98조 1820억원)이 98조원을 넘어서 7일에는 100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시중 부동자금의 거의 절반이 MMF에 들어 있는 셈이다. 증권사 RP에 유입된 자금도 40조 3723억원으로 새해 들어 40조원을 넘어섰다. 언제든 넣고 찾을 수 있는 은행의 실세요구불예금은 지난해 12월 30일 현재 65조 2044억원이다. 종금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예탁금도 지난해 9월 말 4조 8639억원에서 같은해 12월30일 현재 5조 2617억원으로 늘었다. 한은측은 “기관· 개인 할 것 없이 장기물보다 단기물 선호현상이 뚜렷하다.”고 지적했다.은행권도 예외는 아니다. 한은이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2일까지 다섯 차례 실시한 RP 매각에는 약 145조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 가운데 한은은 약 53조원만 흡수하고 92조원은 은행권에 되돌려 보냈다. 한 시중은행장은 “은행에 돈이 넘쳐난다고 하지만 1년짜리 정기예금 등 장기 상품에 돈이 들어와야 기업에 대출을 해주는 등 안정적인 자금운용을 할 수 있는데 대부분 단기상품 위주여서 자금 운용에 어려움이 크다.”고 털어 놓았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는 경기나 금융시장 여건에 대한 불안심리가 그만큼 팽배하다는 방증”이라며 “금융권과 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자금 부동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에서도 1992년부터 99년까지 MMF 자금이 계속 늘어나는 등 단기 부동화 현상이 장기화된 전례가 있다.”며 “경제 불확실성을 제거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에서도 이같은 자금의 눈치보기가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단기 부동화가 길어지면 시중 여윳돈이 산업자금으로 흘러가지 못해 부작용이 크다.”며 “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해 부실규모를 확정지어야 돈이 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낙관적 해석도 있다.삼성증권 황금단 애널리스트는 “언제든 빠져 나갈 준비가 돼 있다는 말은 뒤집으면 언제든 투자할 자세가 돼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면서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신호가 감지되거나 하반기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면 부동자금이 증시 등으로 유입돼 이르면 2분기쯤 유동성 장세(돈의 힘으로 주가가 올라가는 장세)가 펼쳐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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